# 9
9화. 나 자취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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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준씨는 어디 살아요?”
“성수동 근처요.”
“성수동? 그럼 우리 집이랑 가깝네?”
“어디 사시는데요?”
“우리 집? 면목동.”
‘면목동···?’
그리 가까운 거리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용준의 나이가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미라의 관심은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았다.
글래머 스타일에 화장이 짙은 미라는 일부러 그런 복장을 한 듯 가슴 부분이 잔뜩 파인 셔츠를 입고 있었다.
하얀색에 줄무늬 라인이 몸매의 선을 따라 그어진 상의
얼핏 보면 줄무늬가 몸매라인인 것 같다는 착각을 느끼게 해줄만한 옷이지만 용준이 보기엔 그 라인의 가슴 라인보다 실제 미라의 가슴이 훨씬 큰 것 같았다.
화장을 진하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예쁜 얼굴이었기 때문에 미라의 얼굴은 네온사인 아래에서 더욱 섹시하고 예쁘게 보였다. 최소한 학원에서 마주치는 재수생 여학생들보다 더.
“우리 말 놓자. 누나라고 불러도 되구. 아님···.”
“음···. 누나라고 부를게요. 미라 누나.”
“후후. 생각보다 성격이 좋네? 서울대생은 다들 그런 건가?”
“아니에요. 그런 거···.”
재수를 하기 전까진 공부라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한 게 거의 전부라고 볼 수 있는 용준은 처음에 서울대생이라고 거짓말을 해버린 윤진이 조금 원망스러웠다.
다행히 남녀가 만나는 부킹의 현장이라서 그런지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그 정도가 전부였지만 혹시라도 삼각함수나 어려운 영어단어에 대한 질문이 나올까봐 용준은 조심스러웠다.
“너 오늘 우리 집 갈래?”
“누나네··· 집?”
“응, 우리 집 비었거든. 라면이라도 한 그릇 먹고 가든가.”
“라면이요? 저 배부른데···.”
“얘가 순진한 거야? 멍청한 거야? 너 저기 안 보여?”
용준의 대답에 깔깔거리며 웃던 미라가 손가락으로 테이블 바로 앞쪽을 가리켰다.
건너편 테이블에는 윤진과 세은이 서로의 얼굴을 양손으로 움켜쥔 채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술을 입에 넣은 채로 상대방의 입에 건네주기도 하고, 서로의 볼과 목을 핥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술기운이 올라왔는지 세은의 입에 있던 침이 입가에 흐르자 윤진은 그것을 혀로 날름 핥아먹으며 씨익하고 웃어보였다.
세은은 그런 윤진의 반응을 보며 다시금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는데 그 순간 용준의 눈에도 세은의 젖가슴을 옷 위로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윤진의 손이 보였다.
세은의 가슴은 미라보다 크진 않았지만 입고있는 상의가 달라붙어서인지 브래지어의 문양까지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는데 그 위를 한없이 세게 주무르고 있는 윤진의 손길이 용준은 부럽기만 했다.
“어때? 오늘 우리 집 갈래? 나 자취하거든.”
“그래두 집에···.”
“아, 미친새끼 정말!
“네? 누, 누나···.”
순간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난 미라가 짜증난 얼굴로 용준을 향해 소리쳤다.
“병신같은 게 사람 가지고 노나. 야!”
“······.”
“이 정도 말을 하면 알아들어야지. 어리다고 유세부리나.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그런 생각도 없이 룸에 들어오라구 한 거야? 재수없어. 정말!”
“왜? 무슨 일인데?”
그 때까지 소파 위에 거의 눕다시피한 채로 세은과 키스를 나누던 윤진이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용준과 미라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던 윤진은 상황을 눈치챘는지 한숨을 쉬었고, 얼마 후 미라의 손에 이끌려 세은이 룸을 나가자 윤진의 한숨소리는 이전보다 더 커져갔다.
“야, 장용준.”
“네···.”
“아까 내가 한 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냐?”
“그게···.”
“동생이 됐으면 형이 잘되길 빌어줘야되는 거 아니냐? 다 된 밥에 니가 지금 재 뿌린 거라구. 알기나 하냐?”
“죄송해요···.”
“휴우···. 됐고. 그만 들어가자.”
“형, 앞으로 잘 할게요. 다시···.”
“됐엄마. 더 해봤자 너만 힘들구, 나도 귀찮구. 그냥 들어가자구.”
“······.”
두 사람은 클럽을 나와 곧바로 헤어졌다. 윤진은 정말로 기분이 상했는지 용준의 인사를 받자마자 곧바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고, 잠시 후 용준 역시 택시를 잡아타고 홍대입구를 떠났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불꺼진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낯익은 실루엣이 그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장용준!”
“어, 엄마···?”
“너 정말···.”
“엄마, 그게 아니라···.”
“어서 이리 앉아봐!”
정숙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있다는 듯 그를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곧바로 용준을 타이르기 시작했다.
“너 학교다닐 때 내가 공부 못 한다고 혼내길 했니? 잔소릴 했니? 재수도 네가 해보겠다고 해서 군말 없이 보내준 거잖아? 한 달에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얼만줄 알아? 아무리 아빠가 사업하구 돈이 있다고 해도 꽁돈 들여가면서 널 공부시키는 게 아니잖아.”
“······.”
“공부도 안 하고 놀러다니기나 하구. 엄마가 어떡해야 되니···. 용준아, 대답 좀 해줘봐! 내가 어떻게 해야 네가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겠니?”
“그게···.”
“학원에서 선생님한테 전화왔었어. 너 요즘 공부도 안 하구 딴 생각만 하는 거 같다구. 혹시나 집에 늦게 들어오면 나쁜 길로 빠질지도 모른다고 얼마나 걱정을 하셨는지 아니? 근데 이렇게 빨리··· 흐흑.”
“엄마···.”
밤새도록 울 듯이 꺼억거리며 눈물을 쏟아내는 정숙을 보며 용준은 그저 미안할 뿐이었다. 이 때만큼은 가끔씩 눈가에 아른거리는 듯한 비에 젖은 은경의 모습도 잊은 듯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너무 멍청했어···.’
자신의 신세가 재수생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용준은 잠시 학원에 열심히 다니고, 밤늦은 시간에 학원 담임이 운영하는 자습시간에도 남아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운동에 시간을 더욱 투자하면서 다른 생각을 접으려는 듯 열심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결심 역시 그리 오래가진 못 했다. 은경과 집에서 마주치는 일이 많아지면서부터 다시금 용준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오랫동안 자신이 바래왔던 듯이.
초가을의 어느 날 저녁, 운동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용준은 거실에서 엄마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은경과 제대로 마주쳤다.
아주 오랜만의 만남. 갑작스럽게 그녀를 집안에서 마주친 용준은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현관문 근처에 서있었고, 그 모습을 본 은경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용준을 바라보았다.
“용준이 왔구나? 더운 데 수고했네? 어머머, 내 정신 좀 봐. 이제 가봐야겠다. 용준아, 우리 다음에 보자?”
운동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젖어 돌아온 용준.
은경은 그의 옆을 스치고 지나갈 때 잠시동안 온 몸을 찌르릇 홀리는 듯한 전기를 맛 보았다.
젊고 강한 남성의 신체에서 나오는 땀냄새 때문일까? 아니면 얼핏 봐도 큰 키에 건장한 체구가 든든한 용준의 몸에 자기도 모르는 본능적인 욕구를 느낀 것일까?
현관문 근처에서 멈춘 은경은 자기도 모르게 야릇한 시선으로 용준을 바라봤지만 잠시 후 자기 머리를 톡톡 손끝으로 치면서 정숙의 집을 떠나버렸다.
“엄마, 냉커피 좀 타줘.”
“알았어. 수고 많았어. 아들~.”
한 밤의 꾸짖음 후에 정신을 차린 듯 열심히 학원을 다니는 아들.
정숙은 목이 마른 아들을 위해 커피를 타주었다. 용준은 냉커피를 마시며 잠시 거실에 앉아 TV를 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엄마.”
“왜?”
“근데 은경이 아줌마는 어디 살아?”
“은경이?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진 않은데 살어. 걔 이혼한 건 알지? 남편한테 위자료로 건물 받아서 아무 우리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릴 거야.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아니···. 매일 우리 집에 오는 거 같아서···. 어디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구.”
별다른 뜻이 없는 질문임에도 갑자기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듯한 용준을 보자 정숙은 무언지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
왜 용준이 자기 친구한테 관심을 가지고 집이 어딘지 물어본 걸까? 한번도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는 애가.
정숙은 그런 아들에게 눈을 가늘게 뜨면서 소파 옆자리로 바싹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마치 관심있는 여학생에 대한 질문을 한 남학생을 바라보는 여학생의 친구처럼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농담을 하며 물었다.
“그래? 호홋. 우리 아들도 남자라구, 예쁜 여자한테 관심을 가지는구나?”
“그게 무슨 말이야···.”
“후후. 은경이 아줌마 예쁘지? 그치?”
정숙은 더욱 은근한 목소리로 용준의 허벅지에 자신의 허벅지를 붙여가며 다가가 물었다. 빨리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하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 10
10화. 정말로 날 좋아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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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표정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다 안다는 얼굴이었다.
네가 저녁에 방문을 잠궈놓고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알고있다는 표정.
요즘들어 예전보다 훨씬 더 두루마리 휴지를 자주 갈아대는 이유가 뭔지 안다는 표정.
앙큼하게 내 친구를 상상하면서 자위를 해? 엄마가 모를 줄 알아?
용준을 바라보는 정숙의 표정은 그런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용준은 속으로 당황했지만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평소엔 잘 보이지도 않는 애교까지 떨어대면서.
“에이~ 그래도 울 엄마가 더 예쁘지~.”
“어머? 거짓말까지 하네?”
“아직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할 나이에요. 그러니까 장난 그만 쳐.”
“치이. 너무 속 보였나? 어쨌든 은경이 아줌마랑 친하게 지내. 엄마 고등학생 때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니까.”
“그래? 근데 왜 이렇게 오랜만에 연락한 거야?”
“오랜만에? 그치···. 참 오랜만이지. 은경이랑 이렇게 본 것도. 이야기를 한 것도.”
“아줌마 그동안 외국 가 있었어?”
“그런 건 아니구···. 잠시 사정이 있었어.”
“오랫동안 연락 못 할 사정?”
정숙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듯 했지만 용준은 그저 방금 전까지 자기를 몰아세우던 엄마의 목소리가 잦아든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조금 더 몰아붙였으면 은경에게 ‘관심이 있다’ 정도는 털어놓을 뻔 했을 정도로 용준은 아직 순진한 재수생이었다.
“은경이가 남편이랑 이혼했거든. 혼자서 살다 보니까 외로워서 우리 집에 자주 오는 거야. 우연찮게 엄마랑 만나서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알아? 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 솔로다 보니까 그런 거야. 아들, 네가 이해 좀 해주라. 알겠지?”
“알았어요···.”
대화를 마친 용준은 몇 번 더 장난을 치는 엄마를 떼어놓고 방으로 돌아왔다. 정숙은 재미를 붙였는지 TV에 나오는 예쁜 여자 탤런트와 자기 중 어느 쪽이 더 예쁘냐면서 장난을 쳤는데 그런 엄마를 뗴어놓기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샤워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용준의 머릿속에는 다시금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흠뻑 젖어있는 은경의 팬티를 집어들었을 때 손끝으로 느껴지던 감촉.
그것은 축축하게 젖어있다는 끈적함보단 촉촉하고 생기 넘치는 매끈함 같은, 더 기분 좋은 느낌이 컸다.
가끔씩 은경과 집에서 마주칠 때가 있긴 했다. 그리고 그 날 밤이면 방문을 잠근 용준은 어김없이 은경을 생각하며 자위를 했었다. 그런 기억이 다시 떠오르지 어느새 용준은 책상 앞에 앉아서 두루마리 휴지에 손을 뻗고 있었다.
다음 날. 그 날따라 학원 선생이 휴강을 한데다 체육 입시학원의 수업도 없는 날이었기 때문에 용준은 집으로 빨리 돌아왔다. 그런 용준를 엄마인 정숙 대신 반겨준 사람이 있었다.
“아··· 아줌마···. 우리 집에 어떻게···.”
“어머? 지난번에 말했잖아? 나도 너희집 비밀번호 알고있는 거. 근데 아침에 엄마가 말 안 했니? 오늘 나 집에 오는 거.”
“아니요···.”
“그래. 어쨌든 오늘도 잘 부탁해.”
하늘색의 나시 티셔츠. 목부분이 깊게 파이지 않아서 그녀의 도드라지는 가슴 크기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스커트는 꽤나 짧은 편이었다.
무릎 위로도 몇십 센티는 족히 올라올만한 감색 빨간 스커트를 입은 은경의 허벅지와 종아리는 용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킬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길게 뻗은 다리를 접으며 소파에 앉은 후 다시 꼬을 때면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허벅지에 눈이 갔다.
운동으로 다져진 군살 하나 없는 허벅지. 매끈하면서 알통도 보이지 않는 종아리는 더더욱 보기 좋았다.
얇은 발목 때문에 조금 두꺼워 보이긴 했지만 키에 비해 길게 뻗은 종아리와 허벅지의 곡선은 계속해서 남자의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용준아, 여자친구 있니?”
“아니요. 근데···. 지난번에 물어보셨어요.”
“그래? 후후. 그 사이 여친이 생겼을지도 모르잖아? 너처럼 잘생기고 키도 큰 애한텐.”
“······.”
‘잘생기고 키도 큰’이라는 말을 할 때 용준은 은경의 눈빛이 번쩍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은경의 옆자리에 앉고 말았다.
“재수생활 힘들지?”
“네···. 하지만 제가 선택한 건데요 뭐.”
“그래? 용준이가 생각보다 많이 성숙하구나? 세상에 어느 재수생이 이런 식으로 말하겠어.”
“네? 아니에요. 그런 거···.”
“어머, 겸손하기까지 하네? 근데 요줌 여자애들 참 멍청하다. 우리 용준이 같이 말끔한 애를 놔두고.”
칭찬이 계속되자 용준의 얼굴은 빨개졌지만 마음속으로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이 아줌마, 정말로 날 좋아하는 거 아닐까?’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잠시 후 엄마의 전화가 왔고, 밤늦게 온다면서 용준의 밥을 차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은경은 그 소식을 전하며 은근슬쩍 제안을 했다.
“치킨 어때? 맥주도 한 캔 하구.”
“치맥이요? 좋죠.”
술을 즐겨마시지는 않지만 역시 치킨에는 콜라보단 맥주였다.
얼마 후 양념후라이드 반반 치킨이 페트병에 든 생맥주와 함께 도착했고, 두 사람은 여전히 거실에 앉은 채로 치킨을 뜯었다.
“학원 얘기 좀 해줘봐.”
치킨을 사준 댓가라고 생각하며 용준은 학원 이야기를 해주었다.
처음에는 수업 내용 같이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던 용준이었지만 학원의 커플 얘기를 물어보는 은경 때문에 시작한 이야기들은 배달 온 생맥주를 모두 비운 후 주방 창고에 있는 캔맥주를 몇 캔 비운 후에 이르러서는 조금 더 깊은 이야기로 발전해갔다.
“어머? 정말? 임신을 하긴 했구나?”
학원의 소문난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 이르러서 관심을 가졌는지 은경의 눈이 반짝거렸다.
용준이 들어오기 몇 달 전부터 다니던 커플.
학기 초부터 함께 학원을 다녔던 두 사람은 처음엔 친구로 지내다가 커플로 발전했다. 그리고 뒤늦게 불붙은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다른 재수생들의 눈총을 받을 정도로 시끄러웠다.
수업시간 내내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뒤켠에 자리를 잡고 가끔씩 쪽쪽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입맞춤을 해대던 커플들.
그리고 지난 달에 이르러서 두 사람은 사고를 쳤다.
평소에도 수업이 끝난 후 근처 모텔에 들어간다든지 자취를 한다고 알려진 여학생의 집에 가는 건 학원생들 눈에도 많이 띄었지만 정말로 임신을 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결국 여학생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학원을 관뒀고, 남학생은 얼마 후 학원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다.
얼마 전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결말도 결코 깔끔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어머머. 세상에···.”
자기 이야기에 ‘어머’ 소리를 내면서 감탄을 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릴 듯 물기에 젖기도 하는 은경의 반응.
용준은 그런 은경의 반응에 은근히 신이 나서 다른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대부분 은경이 관심을 갖는 학원커플들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때쯤 용준이 고개를 은경쪽으로 돌렸을 때 자신의 얼굴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은경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용준아.”
“네?”
“네 이상형은 어떤 여자야?”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 11
11화. 아줌마 같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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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같은 여자?”
“나 같은 여자가 어떤 여잔데?”
나름 과감한 대답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용준의 말을 은경의 대답이 순식간에 뛰어넘어버렸다.
순간 당황한 용준의 귀에 은경의 그 다음 말이 천천히 들려왔다.
“아줌마 같은 여자가 네 이상형이니?”
“네···. 일단은요.”
“일단은? 듣기 나쁘지 않네? 호홋.”
은경의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자 용준은 용기를 얻었다.
“제 나이 또래 여자애들은 별로에요. 너무 어린 티가 많이 나구··· 챙겨주기 귀찮아요.”
“여자친구 사겨봤구나?”
“고등학교 때 잠깐요.”
은경이 관심을 갖자 용준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것만 같은 예전의 기억을 생각해내 말했다.
첫 여자친구.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것에 관심을 가졌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근처의 웬만한 고교생들은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던 시절.
싸움 하나는 자신있었다. 운동을 하는 것도.
그렇게 단순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던 용준에게 먼저 다가온 옆학교의 2학년 누나.
이름은 승연이었다. 이승연.
나름 예쁘기로 유명했다. 따라다니는 남학생들도 많았고.
하지만 그런 승연이 만나자마자 말을 걸고 친한 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용준은 그렇게 첫 번째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었다. 물론 오토바이에 미친 용준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돼버렸지만.
언젠가 강의를 끝내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갈 때 딱 한번 승연을 본 적이 있었다.
조금 나이가 많은 듯한 남자의 차에 올라타던 첫 여자친구의 모습.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첫눈에 반한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호기심도 별로 없었다. 그녀에 대해 궁금한 건 오직 왜 자기를 좋아했느냐는 것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은경은 아니었다.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성숙한 여자의 향기.
향수를 뿌리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 것도 아니었는데 무언가 모르게 용준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은경에겐 있었다.
“근데 아줌마는 애인 없어요? 만나는 남자나 사귀는 사람, 이런 거요···.”
“애인? 후후···. 그런 거 없어. 나 같이 나이 먹은 이혼녀한테 누가 관심을 갖겠니? 요즘엔 돌아온 싱글녀라고 포장해주지만 예전엔 그냥 과부만도 못한 존재였어. 못 나서 남편한테 버림받은 이혼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줌마가 얼마나 예쁜데요.”
“후후. 오늘 귀호강 엄청 한다. 우리 용준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마음속 생각을 말한 용준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은경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피부에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르르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깜짝 놀라서 은경의 얼굴을 쳐다본 용준만큼이나 그녀 역시 갑작스레 느껴진 이상한 감촉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용준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줌마, 그럼 앞으로 저랑 대화도 많이 하구···. 나중에 데이트도 하면 안 될까요?”
“데이트···?”
용준의 입에서 수줍게 데이트라는 말이 나오자 은경의 얼굴은 순간 붉어졌다.
방금 전의 감전보다 더 놀랍고 쑥스러운 용준의 말. 그렇게 부끄러워 붉어진 은경의 얼굴을 보며 순간 용준은 생각했다.
‘어? 아줌마가 혹시 내 말에 부끄러워하는 건가? 그리구 방금 전에 찌릿찌릿한 기분, 아줌마도 느낀 걸까?’
당황해하는 은경을 보며 용준은 이상하게도 오히려 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언제 저랑 데이트 하실래요?’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 현관쪽에서 철컥 소리가 나며 정숙이 들어왔다.
“은경이 왔구나? 언제 왔··· 어머, 아들도 왔네? 언제 왔어? 밥은 먹었어?”
“치맥 중이지 뭐. 너희 아들 격려도 해줄 겸.”
“어머? 웬일이니? 나두 지금 치킨에 한 잔하구 왔는데.”
계모임에서 치맥을 하고 왔다면서 정숙이 수다를 떨 준비를 했고, 용준은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엄마에게 들킨 심정으로 조용히 거실을 나왔다.
방으로 돌아온 용준은 떨리는 심장 위에 손을 얹은 채 방금 전의 상황을 복기했다.
분명 자기 제안을 은경이 받아들였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그 순간 자기를 쳐다보던 은경의 물기 젖은 눈동자에는 확실히 호감의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호호호. 다음엔 반찬도 해놓구 그래. 나 요즘 바쁜 거 몰라?”
“어이구···. 아예 나를 가사도우미로 부려먹어라. 요것아!”
“어머. 그거 좋은 생각인데? 이번 기회에 가사도우미 한 명 싸게 부려볼까? 너 한 달에 얼마면 되니? 호호호호.”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정숙의 목소리가 방문 너머로까지 들려왔다.
정숙은 성격도 밝고 잘 웃는 편이긴 하지만 외모적인 측면에선 은경과 너무도 비교가 됐다.
아무리 용준을 낳고 살이 쪘다지만 정숙은 동네 유부녀들 사이에서도 꽤 덩치가 있는 편이었고, 가슴은 원래부터 컸다는 얘기가 있다지만 뱃살도 보기에 별로일 정도로 나와있는 몸매였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 은경과 비교해보면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정숙의 몸.
날씬하고 균형잡힌 은경의 몸과 비교해 볼 때 정숙은 거의 10살은 넘게 더 늙어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이어트는 최고의 성형이라고 했던가?
- 나 같이 나이 먹은 이혼녀한테 누가 관심을 갖겠니? 호호호.
엄마처럼 시끄럽지 않고, 약간의 애교가 느껴지는 은경의 코웃음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을 하면서 순간 부끄러운 듯 빨개졌던 은경의 얼굴이 떠오르자 용준은 흥분감에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설레임을 느꼈다.
‘아줌마도 분명히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거야. 어쩌면 날 좋아하고 있는지도 몰라. 만약에 엄마만 안 들어왔으면···.’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은경의 손을 잡고 자기쪽으로 잡아당기며 끌어안는 상상.
그리고 그 다음 그녀가 자기한테 했던 것처럼 볼을 쓰다듬어주다가 어느 순간 부끄러워진 은경의 볼을 감싸며 키스를 하는 상상.
아마도 영화에서 본 것처럼 격정적이고 뜨거운 키스는 못 했을 것이다. 수줍은 키스, 아니 입맞춤이라고 해도 조금은 민망할 법한 수줍은 뽀뽀를 했을 거라고 용준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다시금 심장이 뛰었다.
‘분명히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여줬을 거야. 그것만으로도 날 남자로 생각한다는 반증이었을텐데···. 억울해. 너무 억울해.’
잠자리에 들기 전 다시 은경을 생각한 용준. 서서히 잠에 빠져드는 그의 하체는 자기도 모르게 단단히 발기되고 있었다.
뜨거운 열을 쏟아내진 않지만 탄탄한 용준의 몸처럼 단단하게 발기된 채 속옷 안을 꽉 채운 살덩어리.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용준은 눈을 감았다. 아마도 꿈속에서 또 다른 상상의 나래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진 채로.
# 12
12화. 이대로 확 덮쳐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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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학원 오전 수업이 휴강이라서 용준은 집에서 늦잠을 잤다.
은경을 생각하며 밤새 잠을 설쳐서인지 아침 일찍 엄마가 약속있던 것을 잊었다면서 밥을 못 차려줘서 미안하다는 호들갑을 떨고 나가버린 뒤에도 한참동안이나 침대를 떠나지 못했다.
늦은 오전, 용준이 거실에 나와 TV 리모컨을 집어들었을 때 현관문이 철컹하며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경이었다. 용준을 보자마자 어제의 대화가 생각나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용준의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거실로 들어와 용준의 옆자리에 앉으며 은경이 말했다.
“엄만 어디 갔니? 어제, 이 시간에 온다고 했는데 왜 없어?”
“아침 일찍 약속있다고 나갔어요. 급하게요.”
“정말? 애는···. 같이 점심먹기로 해놓고선 그걸 까먹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번엔 어색한 표정으로 일어난 은경이 침묵을 깼다.
“이만 가봐야겠다. 용준아, 잘 있어. 나중에 보자?”
현관으로 향하는 은경의 뒷모습.
초가을이지만 여름의 옷차림과 비슷한 그녀의 미니스커트는 매우 짧았다.
하얀색의 어깨선이 파인 상의와 같은 색깔의 짧은 치마.
길게 뻗은 각선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얗게 빛나며 아른거렸고, 결국 용준은 용기를 내 그녀를 붙잡았다.
“아줌마···.”
“응?”
“이왕 오신 김에 점심이나 드시구 가세요.”
“점심?”
“네, 일단요.”
“어머머. 용준아?”
용준의 손목을 잡힌 채 소파에 앉아버린 은경. 또 다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참, 아줌마가 너희 엄마랑 먹으려고 떡 좀 사왔는데 먹을래? 고급 호텔에서 만든 떡이야.”
종이 박스에 든 시루떡을 꺼내는 은경. 자신의 눈앞에 그것을 내미는 은경을 보며 용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떡을 먹는 것보단 떡을 치고싶네요. 아줌마랑···.’
‘젠장.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오늘따라 더욱 빛나보이는 은경의 몸.
땀에 살짝 젖어 상체에 달라붙은 상의는 스판 티셔츠처럼 날렵해 보였고, 검은 스타킹이 별로 필요 없어 보이는 커피색의 각선미는 용준의 시선을 계속 잡아끌었다.
잠시동안 넋을 잃고 자기 몸매를 감상하는 용준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는지 은경은 계속해서 용준에게 말을 걸었다.
“용준아, 방금 전에 뽑은 거라서 맛있을 거야. 떡은 뜨거울 때 먹는 거야. 지금 먹어야 맛있어.”
‘아줌마 몸처럼요? 쌔끈하게 뜨거워진 몸. 더 뜨겁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요···.’
밤새 고민을 하면서 이렇게 빨리 은경과 재회할 줄은 몰랐다. 천천히 떡을 떼어 입안에 넣는 은경의 입술을 바라보며 용준은 또 다른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줌마 입 안에 든 게 떡이 아니라 내 꼬추라면 기분이 어떨까? 으힛!’
어쩌면 야동을 보며 상상하던 장면이었다. 요즘 들어 가장 즐겨보게 된 ‘친구엄마 시리즈’.
아들 친구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자기 방 안에서 자위를 하는 친구엄마. 그리고 갑자기 난입하는 아들의 친구. 결국 두 사람은 그렇게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용준이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은경이 자기 심볼을 빨아준다면?
사이즈만큼은 나름 자신있는 자신의 성기를 예쁜 저 입술 안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신 응큼한 상상을 하고있는 용준의 감상을 깨며 갑작스레 은경이 물었다.
“용준아, 너 핸드폰 좀 볼 줄 아니? 내 꺼 이상해. 히잉.”
“핸드폰이요?”
“응. 플레시가 너무 이상해. 잘 안 터져. 사진 찍으면 매일 어둡게 나온다~. 어떡하지?”
“잠시만요.”
설정 버튼을 눌러서 핸드폰을 살펴봤다. 역시나 플래시 버튼이 꺼져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문제를 해결한 용준은 핸드폰 기능하는 척 이것저것 버튼을 누르다가 사진앨범을 보게 되었다.
‘아줌마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구나. 헉! 이게 뭐야?’
앨범 폴더 하나에 가득 차있는 은경의 사진.
대부분이 셀프 사진이었다.
‘역시 예쁘구나···. 아줌만 정말···.’
다른 사람들이 찍어준 몇 장의 사진을 빼고는 대부분 은경 스스로가 찍은 것들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 계속해서 사진을 넘겨보던 용준에게, 어쩌면 은근히 원했던 컷들이 눈에 들어왔다.
슬립형 옷이나 끈이 짧고 얇은 나시 티셔츠를 입은 은경.
속이 훤히 비치는 옷들을 입은 그녀의 젖가슴은 어렵지 않게 사이즈와 모양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게 사진 하나하나를 넘기고 있는 용준의 가슴은 벅차오르듯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몸매 진짜···. 와···.’
가장 용준을 설레게 한 사진은 양 가슴 사이의 골이 훤히 드러나고 조금 작은 옷을 입어서인지 그 부위가 툭 튀어나온 사진이었다.
그리고 다음 사진에는 엹은 어두운 색 속옷을 입은 은경의 모습이 들어왔다.
약간의 얼룩진 무늬가 섞인 하얀색과 검은색의 속옷.
매끈한 은경의 몸매를 확연히 드러내는 그 옷은 손바닥 하나만으로 가리기 힘들어 보이는 큰 가슴과 일자 근육에 가까운 복근 그리고 매끈하게 들어가고 나올 데가 나온 골반 라인과 손 한줌보다 작은 팬티 밑으로 쭉 뻗은 늘씬한 허벅지와 종아리의 각선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모델같다···.’
어쩌면 용준이 지금까지 봤던 야동의 여배우들을 모두 합쳐도 은경만큼 아름다운 여자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용준의 마음을 자극하고 흥분시키는 은경의 사진들. 또 다시 넋을 잃고 더 야한 사진이 없는지를 살펴봤다. 그즈음 은경이 지루하다는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용준아, 핸드폰 고쳐야 되니? 서비스 센터 가봐야 될까?”
“네? 아니요. 안 가도 괜찮을 거에요.”
용준이 고개를 돌렸을 때 더욱 자신의 몸에 바싹 다가와 앉아있는 은경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용준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심볼의 끝이 찌르르 자극되는 걸 느꼈다.
“용준아, 어디 불편하니? 얼굴이 빨개졌어.”
어떤 예감이 들었다. 분명 자신의 변화를 알고있으면서 놀리듯이 물어본다는 걸. 살짝 웃는 은경의 얼굴을 보니 그 예감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놀림의 대가가 그리 가볍지는 않았다. 아니 꽤나 묵직했다.
팔꿈치 한 켠에 닿는 은경의 가슴 부위. 그리고 단단하면서 탄력이 넘치는 은경의 엉덩이가 자신의 엉덩이와 닿아오자 용준은 또 한 번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 했던 설레임과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옆자리 여자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이미 은경은 용준에게 있어 엄마의 친구가 아니었다. 아름다움과 섹시함을 갖춘 매력적인 암컷이었다.
‘이대로 확 덮쳐버려?’
# 13
13화. 못 먹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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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핸드폰 속의 사진들.
그날 이후로 용준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은경과의 채팅이었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면 평소 얼굴을 마주치고 하지 못했던 말들이 과감하게 쏟아져나왔다.
은경은 아직 메시지를 보내는 법을 잘 모르는지 문자에 쓰이는 이모티콘 같은 잡다한 것을 물어보곤 했고, 용준은 그런 것들을 가르쳐주다가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나 고민들을 말하게 되었다.
[정말이야? 너도 클럽에 가봤어? 하긴···. 네가 그런 델 못 갈 나이는 아니지.]
이상하게도 그런 문자메시지를 볼 때면 마치 은경이 자신의 눈앞에서 한숨을 내쉬면서 말하는 듯한 아쉬움이 느껴졌고, 용준은 그것이 혹시 은경의 질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더 과장해서 말을 해주었다.
[정말? 자기 집에 가자고 했다고? 혼자산다고 하면서?]
[네.]
[그거 완전 꼬리친 건데···. 너 정말로 안 간다고 했다구? 여자애 얼굴이 별로였니?]
[아니요. 꽤 괜찮았어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정말?]
다른 대화들과는 달리 용준이 만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은경은 집요하리만치 그 때의 상황들을 물어보았고, 용준은 은근히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근데 왜 안 따라갔어? 여자애 쪽에서 널 마음에 들어했던 거 같은데?]
[몸매가 별로였어요.]
[뭐? 몸매도 좋다고 했잖아?]
[전 눈이 꽤 높거든요. 최소한 은경이 아줌마 정도는 돼야···.]
뒷부분을 적어놓고도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용준은 결국 메시지를 보냈고, 잠시동안 은경은 답장이 없었다.
[우리 용준이 아줌마 놀리는 구나?]
[놀리긴요. 제 진심인데요? 아줌마 몸매 엄청 예쁘시잖아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사실은요···. 그 때 아줌마 핸드폰 설정하다가··· 몰래 봤어요.]
[헉. 어디까지 봤는데?ㅠㅠ]
눈물 흘리는 표시인 ‘ㅠㅠ’가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검은색 옷 입으신 모습 봤어요. 카메라 보고 윙크하고 계신 거.]
메시지를 보내면서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큭큭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핸드폰 벨이 울렸다.
“야, 장용준!”
“은경이 아줌마?”
“너, 왜 허락도 받지 않은 짓을 했어? 속옷 입은 사진 다 봤단 말이야?”
“네···. 어쩌다 보니···.”
“아이구.”
“히히. 히히히.”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용준. 한번 터진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은경은 그 소리를 듣고 약이 오르는지 몇 번 잔소리를 했지만 결국에 가서는 그녀 역시 용준처럼 핸드폰에 대고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근데 아줌마 몸매 정말 예쁘시더라구요. 사실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옷 입은 사진만 보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계속 넘기다 보니···. 아줌마, 죄송해요.”
“휴우. 쪼그맣던 게 이렇게 커가지구···.”
“쪼그맣던 게?”
“그래. 요 녀석아!”
“히히. 절 언제 보셨다구 쪼그맣단 말을 하세요?”
“왜 못 봐! 너 기저귀 갈아주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기저귀? 정말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은경은 언젠가 정숙의 부탁을 받고 아기 용준을 보던 일들을 얘기해주었다. 용준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그럼 아줌만 옛날에 내 나체를 다 본 거네? 내 젖꼭지도, 엉덩이도, 그리구 꼬추도.’
살짝 얼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자극이 됐다. 언젠간 그걸 핑계로 은경에게 벗은 몸을 보여달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을 하면서.
“휴우···. 어쨌든 너 다음에 만나면 알밤 먹여줄거야. 쪼그만 게 응큼해가지구!”
“알았어요. 얼마든지 맞아드릴게요. 아줌마가 때리신다면요. 헤헤.”
두 사람의 대화는 단 한 번의 끊김 없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것은 평소에 또래 여자애들이 유치해 보여서 대화도 잘 섞지 않는 용준이나, 자기보다 19살이나 어린 용준과 분명 세대차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던 은경이나 모두 신기하게 생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용준아, 남자들은 다 자기보다 어린 여자가 좋지?”
“네? 뜬금없이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
“예전에···. 아줌마가 예전에 말이야···.”
은경은 어느덧 용준과의 대화가 편해졌는지 전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경제적으로 어렵게 시작했던 두 사람의 결혼생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잦아들고, 결국에 가서는 스무 살 가까이 어린 여비서와 바람이 나버렸던 전남편에 대한 험담.
은경의 목소리에는 이제 전남편에 대한 배신감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여자로서의 자신감이 줄어들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부심 역시 줄어들어버린 은경.
용준은 그런 은경과의 대화에서 어쩌면 그녀가 운동에 집착하고 외모를 가꾸는 것은 전남편의 배신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인간 만나면서 인생 망친 거지 뭐···. 어린 나이에 아무 것도 모르고 5살 많은 남자 만나서 이거 하라고 하면 이거 하구, 저거 하라면 저거 하구···. 시집와서 살림하고 남편이라는 뒷바라지하면서 20년을 가깝게 보냈어. 그러다가 정신 차려보니까 이렇게 아줌마가 돼있지 뭐니. 완전 세월을 도둑맞은 기분이야.”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줌만 지금도 엄청 예쁘시고, 몸매는 더 멋지신데요. 왜 자기 자신을 그렇게 낮게 보세요? 제 눈엔 아줌마처럼 아름다운 여자도 없는 거 같은데···.”
“정말? 호호. 우리 용준이 말하는 거 봐. 너무 예쁘다, 너.”
“제 진심이에요. 아줌만 정말 예쁘고··· 섹시하시기까지 한 걸요?”
“섹시? 너 섹시하다는 뜻이 뭔줄 아니?”
“제가 왜 모르겠어요? 그건···.”
‘남자가 여자랑 자고싶다는 뜻이죠’라는 말이 입 언저리까지 튀어나왔지만 용준은 말 끝을 흐렸다.
“후후···. 나도 지금이라도 다른 남자 만나서 데이트도 하구, 새 인생 살고 싶다···. 그래, 용준이 너처럼 요즘 젊은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키 크고 잘 생긴 남자. 나도 그런 남자 좋아해.”
“아줌만 아직 젊으시잖아요? 운동도 열심히 하시구.”
“말이라도 고맙다.”
“진심이라니까요?”
“그래. 용준이 너도 정말 멋있어. 웃을 때 특히 얼마나 귀엽고 잘생겨 보이는지 몰라. 운동을 해서 그런지 몸도 정말 멋있구.”
“우와. 아줌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은데요?”
“나도 진심이야.”
“히히. 저도 말이라도 고맙네요.”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분위기는 너무도 좋았지만 서로가 약간은 껄끄럽고 높아 보이는 두 사람 사이의 벽을 넘을까 말까 고민한다고나 할까? 어색함을 느낀 은경이 먼저 가벼운 농담을 해보았다.
“내가 열 살만 젊었어도 용준이 너한테···. 아니구나, 스무 살은 더 어려져야 되네? 나 너무 늙었다···. 정말···.”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뭐?”
어쩌면 은경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그녀를 생각하며 책상 앞에 앉아서 바지를 내릴 때도, 샤워를 하다가 불현 듯 생각난, 비오는 날의 은경을 생각하며 단단하게 발기된 자신의 심볼을 잡고 용두질을 칠 때도. 용준은 은경에게 말 할 이 대답을 준비한 것인지도 몰랐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세요. 절대로 못 먹는 것도 아니잖아요? 싱싱하고 예쁘고 잘 생기고 귀여운 감이면 찔러보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잖아요?”
오랫동안 생각해온 말이라서 그런지 말을 하는 순간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말을 마친 직후 용준은 너무 어설픈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 더 세련되고 은밀하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진심이 담겨있는 용준의 말. 은경은 충분히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어린 용준이 객기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은 당연히 들 수 밖에 없었고. 용기가 필요했다. 어설프고 설익은 아들의 친구의 대쉬에 대한 진실된 대답을 할 용기.
“용준아.”
“······.”
“정말로 찔러봐도 될까? 정말로 못 먹는 감인지, 먹으면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은 감인지···.”
“아줌마···.”
“응?”
“그럼 아줌만 가만히 있으면 돼요. 제가 먼저 다가갈게요. 아줌마한테 작업도 먼저 걸구, 아줌마 상처입지 않게, 내가 다 할게요.”
속사포처럼 진심을 말해버린 용준. 그리고 다시 은경의 대답을 듣기 위해 핸드폰을 귀에 가까이 가져갔을 때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 14
14화. 가터벨트 입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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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은경에게 고백을 해버린 꼴이 되어버린 용준은 그저 속이 답답했다.
제대로 된 고백도 아니고, 그렇다고 야한 섹드립도 아닌 그저 멍청하고 어설퍼 보이는 제안이 되어버린 첫 번째 고백.
은경이 전화를 꺼버린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용준은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다.
인생 최악의 기억이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말 아침부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누워있는 용준의 핸드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용준아, 자니?]
[아니요!]
은경의 문자메시지. 용준은 창피한 기억도 잊은 채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오히려 은경의 다음 메시지가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나 옷 사려고 하는데 이 거 어때?]
몸을 가린 부분보다 맨살이 드러난 부분이 많은 검은색 브래지어와 가터벨트.
용준은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연결된 스타킹과 끝부분의 벨트가 팬티 아랫부분에 닿는 속옷을 입은 모델을 보자 속으로 터져나오는 숨을 참아내며 다시 문자를 보냈다.
[사진 잘못 보낸 거 아니에요?]
[맞는데?ㅎㅎ 어제 인터넷 쇼핑몰 뒤지다가 찾아낸 건데 한 벌쯤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당연하죠!]
문자를 보내고 곧바로 후회했다.
빠른 답장을 보낸 이유는 간단했다.
문자메시지 속 사진에 보이는 모델의 몸을 순간 은경의 보기좋은 섹시한 몸매와 착각했기 때문이다.
아줌마가 이 옷을 입은 모습을 꼭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그 옷을 자기 손으로 벗겨줄 수 있다면···?
순진한 스무살 재수생의 상상은 끝이 없었다.
다음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는 잠시 뜸을 들였다.
분명히 자신에게 원하는 대답이 있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말해야 은경이 아줌마가 만족할까? 그리고 조금 더 능숙하게 보일까? 스무 살은 아니더라도 스물다섯 살쯤 되어보이는 성숙함 말이다.
[직접 착용한 걸 보내주셔야죠. 옷만 봐서는 잘 모르겠어요.]
[내가 입은 모습을 말하는 거니? 너 응큼하다. 대놓고 그런 말을ㅎㅎㅎ]
[사진 보내주세요~ 네? 은경씨~]
[ㅎㅎㅎㅎ]
조심스럽게 호칭을 바꿔보기로 했다. 은경이 아줌마보다는 ‘은경씨’가 더 듣기 좋겠지.
[그럼 다른 거 봐줄래? 티셔츠도 한 벌 골랐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보내주세용~]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찍은 은경의 사진이 도착했다.
사진을 확대해서 본 용준은 또 한 번 속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자기가 침을 삼켰는지 침을 흘렸는지 은경이 절대 모름에도 불구하고.
통이 넓은 라운드형 티셔츠. 하지만 불룩 튀어나온 은경의 가슴은 충분히 확인되었고, 허리 부분도 펑퍼짐하지만 충분히 몸매의 윤곽을 알아챌 수 있는 옷이었다.
최고의 성형수술은 다이어트라는 말을 떠올렸다. 평소에 운동을 하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몸.
특히나 자기 엄마와 동갑인 은경의 나이를 생각해볼 때 용준 또래의 여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용준의 손. 이번엔 거침없이 자기 마음을 표현했다.
[아···. 정말 대박이다! 은경씨 몸매 진짜 대박이에요!]
[정말? 티셔츠 예뻐?]
[원래는 섹시하신데 노란색 티셔츠를 입으시니까 병아리 같아요. 사랑스럽고 귀여운 병아리. 앞으로 은경 병아리라고 불러도 돼요? 너무 귀여워요.]
[너~ 아줌마 놀라면 혼난다. 담에 만나면 꿀밤줄거야. 꽁~ 하고.]
[ㅎㅎ 사실인 걸요 뭐. 때리시면 얼마든지 맞아드릴게요. 대신 티셔츠 꼭 입고 오셔야 돼요?]
대화가 이어질수록 은경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모델이 입은 가터벨트 사진을 보냈던 은경이었지만 끈질기면서도 순진한 티가 나는 용준의 설득과 요구가 즐거웠는지 결국 은경은 또 다른 옷을 입은 사진을 보냈다.
[이 옷도 대박이네요. 옷걸이가 예술이니까 옷도 예뻐보이나 봐요^^]
이번에 은경이 보낸 사진은 스키니 진.
젊은 여성들 중에서도 각선미나 엉덩이 라인이 뛰어나야 옷태가 나는 바지.
키에 비해 길게 뻗은 은경의 다리 라인과 살짝 드러난 발목. 그 밑에 신은 스니커즈까지, 얼핏 보면 용준보다 네다섯 살이 많은 누나로 보이는 멋진 몸매였다. 용준은 또 한 번 속으로 감탄을 하면서 칭찬을 이어갔다.
[대박! 대박! 대박이에요! 은경씨, 사진 더 보내주세요~]
[잠시만.]
핸드폰이 울렸다. 은경의 전화였다.
“용준아, 지금 바쁘니?”
“아니요. 방금 전까지 은경씨랑 문자하고 있었잖아요? 시간 많아요.”
“근데···. 용준아.”
“네.”
“너 지금 공부해야 되는 시기잖아. 휴일이라고 막 놀면 안 돼. 아줌마가 하는 말 기분 나쁘게 듣지말구. 무슨 말인지 알지?”
“네···.”
“그리구 너···.”
“······.”
“왜 계속 아줌마를 은경씨라고 부르니?”
“네? 그건···.”
“아무리 그래두 난 네 엄마 친구잖아. 아줌말 그렇게 부르면 되겠어?”
“뭐가 어때서요? 지금 우린 엄마랑 상관없는 얘길 하고 있잖아요. 그리구 은경씨라고 부르면 안 되는 이유가 따로 있어요?”
“그건 아니지만···.”
용준의 대답이 적절해서인지 은경쪽에서 오히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미안해. 아줌마가 너 공부하는데 괜히 전화를 해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오히려 아줌마랑 전화통화를 하니까 머릿속도 상쾌해지고, 공부 열심히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정말이니?”
시무룩해졌던 은경의 목소리가 잠시 활기를 되찾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다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은경은 용준에게 또래 여학생들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고, 용준의 대답은 이전과 같았다. 그리고 다시 솔직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용준인 공부하느라 이성관계 같은 거 생각 안 하겠구나? 아줌만 너 볼 때마다 참 착실하고 성실하다는 생각 들던데.”
“과찬이세요. 저 사실은 공부, 그렇게 열심히 안 해요. 지금도 아줌마랑 전화하면서 놀고있잖아요.”
착실하고 성실한 재수생? 그딴 건 세상에 없다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금 은경의 문자메시지를 살펴보았다.
검은색 브래지어 그리고 가터벨트.
아무런 무늬가 없는 속옷들이라서 오히려 심플하고 세련돼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속옷 사진의 다음 사진으로 보낸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은경의 사진을 본 순간, 용준은 잠시 가터벨트를 찬 채로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은경의 모습을 떠올렸다.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채 순진한 표정을 짓고있는 은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브래지어와 가터벨트를 한 섹시한 모습이 되어 자신을 보며 손짓하고 있었다. 빨리 달려와서 자기를 안아달라고 하는 듯한 은경의 모습 말이다.
“아줌마···.”
용준은 그 때까지 누워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책상 한 구석에 놓인 두루마리 휴지.
어느 순간부터 은경을 생각하면 항상 집어들던 자유의 산물.
손에 발기된 자신의 심볼을 움켜쥐고 흔들기를 반복하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 분출되어 극도의 쾌감을 주곤 했다.
‘빨리 한 번 치고 학원이나 가야겠다.’
서둘러 책상 앞에 앉으려는 용준. 그리고 잡옷으로 입은 반바지를 풀러내리려는 순간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정숙이 들어왔다.
‘헉!’
용준은 서둘러 옷매무새를 고쳤다. 혹시 엄마가 자위하려는 내 모습을 본 건 아닐까?
당연히 민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급히 방안에 들어온 정숙이 웃는 얼굴로 용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준아, 엄마 여행권 당첨됐어!”
“여행권···?”
“응, 후쿠오카 여행권이야. 너 에스마트 알지? 요 앞에 생긴 엄청 큰 대형할인매장. 거기서 개업 이벤트로 경품 걸었는데 동네 아줌마 둘이랑 같이 당첨됐지 뭐야. 6박 7일 여행권! 대박이지?”
‘여행권? 6박 7일?’
정숙의 활기찬 표정을 서서히 흝어보며 용준은 이유도 모른 채 그 소식이 너무도 반갑다고 느껴졌다.
# 15
15화. 엄마친구와의 동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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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cm. 82kg.
입시학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후 몸무게를 더 늘려야 된다는 평가를 받고나서 용준은 오랜만에 은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러 벗은 상체를 윤진이 형에게 찍어달라고 하면서 몇 번이나 포즈를 바꾼 후에야 원하는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흉근육과 복근의 왕(王)자가 좀 더 뚜렷하게 나온 사진.
자기가 봐도 꽤 멋진 몸이었다. 학원생들 중에서 용준보다 근육량이 많은 친구도 별로 없을 지경이었다. 자기 몸에 대한 자신감이 은근히 올라오자 평소 운동에 관심있는 은경에게 일부러 벗은 몸의 사진을 보냈다.
[이게 뭐야?]
[매일 아줌마한테 사진 보내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오늘은 내가 찍었죠.]
[너 귀엽다? 그래서 어쩌라고. 후후.]
[평가 좀 해달라구요. 제 몸이 어떤가를요.]
[멋있지. 힘도 쎄보이구. 됐니?]
[ㅇㅋ. 조금 아쉽긴 하지만 칭찬받으니까 기분 좋네요. 헤헤.]
엄마가 해외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일부러 은경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은경과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그러면 안된다는 망설임이 은경과의 연락을 꺼리도록 만들었었다.
열아홉과 서른아홉.
자기 나이에 두 배가 넘는 은경의 사진을 보면서 용준은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예쁘다. 정말···. 근데 내가 정말로 아줌마랑 사귈 수 있을까?’
엄마가 걸리긴 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보내는 은경의 사진을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은 수그러들었다.
연락을 끊기 전까지 은경이 보내는 사진의 수위는 높아져만 갔다.
처음에는 겨드랑이가 없는 나시티를 입은 사진이나 일부러 위에서 아래쪽을 향해 찍은 셀카. 그 사진은 목주위가 깊이 파인 티셔츠 때문에 은경의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정도로 야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속옷을 입은 사진을 받게 되면서 용준의 자위 횟수는 더욱 더 늘어만 갔다.
‘아줌마가 일부러 나한테 이런 사진을 보내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결국엔 처음엔 꺼리던 가터벨트 차림의 속옷 사진부터 여름에 해변에 가서 입을 거라는 비키니 사진까지.
노란색의 비키니를 고른 걸로 봐선 언젠가 용준이 자신에게 말한 ‘병아리 같은 모습’을 일부러 연출한 것일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 야한 병아리가 되겠지만.
신체검사서를 받아쥐고 집으로 돌아온 용준을 보자 거실에서 캐리어에 짐을 넣던 정숙이 반기면서 말했다.
“용준아, 엄마 내일모레 출국하기로 했어!”
“정말? 잘 됐네요. 내 뒷바라지 하느라구 힘드셨을텐데 마음껏 쉬다 오세요.”
“후후. 그럴 수야 있니? 울 아들 밥도 챙겨줘야되구 공부 잘 하는지도 봐야되는데.”
“내가 무슨 앤가.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그래서 말인데···. 엄마가 좋은 생각이 하나 났거든···.”
“······?”
“너 은경이 아줌마네 집에서 지내는 게 어때? 5일 정도만 먹고자고 하면서 학원 출퇴근하면 될 거 같은데.”
“은경이 아줌마? 헐···.”
“은경이네 집이 우리집보다 학원에서 가깝잖아. 그리구···. 너도 알겠지만 은경이가 이혼하구 난 뒤로 혼자서 적적해하는 거 같더라구. 혹시나 귀찮아할까봐 살짝 떠보니까 빈 방 많다구 와서 지내라던데?”
“엄마, 아무리 그래두···.”
말 끝을 얼버무린 건 싫어하는 척 했지만 역시나 은경과 함께 지낸다는 사실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만 보던 은경의 모습.
아무래도 집에서는 훨씬 더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있을 은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용준에겐 은근히 기대가 됐다.
“나두 웬만하면 널 거기에 보내고 싶진 않은데···. 혹시라도 예전에 어울리던 친구들한테 연락오면 네가 흔들릴까봐···. 그게 너무 걱정이 돼서 그래···. 엄마 맘 이해하지?”
“······.”
“휴우···. 내가 오죽하면 그러겠니? 다 큰 아들을 혼자 사는 친구네 집에 보내는 엄마 심정도 이해해주라···.”
“알겠어요. 5일만 지내면 되겠죠 뭐.”
“그렇지? 그래, 우리 아들이 확실히 공부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었구나. 휴. 다행이다.”
방으로 향하는 용준의 표정은 복잡미묘했다. 좋으면서도 자신이 요즘 들어 망설였던 일들이 분명 벌어질 것 같다는 걱정.
땀에 젖은 티셔츠를 건장한 몸에서 벗겨내리며 용준은 오랜만에 은경의 실물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피부와 몸매면에서 엄마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섹시하고 매력적인 엄마의 친구.
꽤나 동안인 그녀의 얼굴은 얼핏 보면 용준의 큰 누나나 사촌 누나 정도로 오해할만큼 예뻤다.
날카롭진 않지만 옆으로 늘어진 긴 눈매와 오똑한 콧날 그리고 가늘면서도 긴 입술은 어떤 때 그녀의 얼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용준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 날은 언제나 책상 위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가 용준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긴 했다.
어느덧 매일 은경을 생각하면서 자위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용준.
이틀 후 맞이한 주말.
정숙은 며칠동안 은경의 집에서 보내기 위한 짐을 꾸리라고 귀뜸을 줬고, 용준이 가방에 옷들을 거의 넣었을 때쯤 은경이 찾아왔다.
“정숙아, 나 왔다~.”
“어머, 기집애. 생각보다 빨리 왔네?”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마치고 왔지. 용준이는?”
“짐 싸고 있을 거야. 음. 저기 나왔네.”
가방을 등에 멘 채로 나오는 용준을 보자 은경은 활짝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
웃을 때 숫제 거의 감기다시피하는 은경의 눈매. 살짝 벌려진 입 안으로 하얀 치아가 보일 때면 그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
“아줌마, 오셨어요?”
“그래, 엄마한테 부탁받고 한참 고민했어. 용준이랑 함께 지내면 심장이 쿵쾅쿵쾅 뛸 거 같아서. 호호호.”“얘는···. 울 아들 넘보지 말라구 했지?”
“호호. 장난이야 장난. 어쨌든 준비됐으면 가자. 용준아.”
“엄마 공항에 배웅가야 되는데···.”
“괜찮아. 동네 아줌마들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 엄마도 자유를 즐겨야되지 않겠니? 다 큰 아들 빨리 떼어내야 완전한 자유를 찾지.”
“얘는, 방금 전까지 아들 걱정을 그렇게 하더니···. 용준이 서운하겠다 얘.”
“괜찮아요. 그럼 엄마, 여행 잘 다녀오시구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요.”
“그래. 은경아, 우리 아들 잘 부탁해.”
정숙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용준.
처음으로 은경의 자가용을 구경할 수 있었다. 딱 봐도 고가의 외제 승용차. 고등학생 폭주족 시절 철없는 친구 하나가 언젠가 반드시 성공해서 타고말겠다고 너스레를 떨던 그 차였다.
“아줌마 차에요?”
“그래. 얼른 타. 근데 너 밥은 먹었니?”
“네, 엄마가 일찍 밥을 차려줬는데 빨리 아줌마 집에 가라는 말이었나 보네요.”
“그래? 그럼 저녁은 아줌마가 차려줄게. 가자.”
생각보다 집은 작았다.
6층 빌딩의 맨 위층을 사용하는 은경.
그 건물의 주인은 당연히 은경이었고, 6층 은경의 집은 54평이었다.
층마다 사무실이 몇 개씩 있는데 그것들을 하나로 묶은 넓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집보다 훨씬 넓은 은경의 집에 들어간 용준에게 은경이 방 하나를 가리키며 그 방에서 지내라고 했고, 방문을 연 용준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쩐다 완전···. 밖에서 볼 때랑 내부가 완전 다르네.’
용준이 지내게 된 방은 용준의 방보다 두 배 가깝게 넓었고, 깨끗한 침대와 작은 장롱 그리고 창가 근처에 책상이 하나 놓여있었다. 원목으로 된 가구들은 얼핏 봐도 고가의 제품들이었다.
‘완전 새 거네? 내가 온다고 일부러 산 건가?’
책상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방의 분위기를 즐겨보았다. 그러다가 용준은 순간 깨달았다.
‘젠장···.’
뒤늦게 깨달은 사실.
입시 준비로 바쁘게 되면서 얻은 스트레스 그리고 최근에 은경의 사진을 보게 되면서 얻게 된 습관이 생각났다.
1일 1딸. 흔히 말하는 하루 한번은 자위를 해야 하는 습관.
이 곳은 자기 집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자위를 하다가 혹시라도 은경에게 들키게 된다면?
끔찍했다. 그 후의 일을 어떻게 감당을 해야되나라는 걱정이 엄습해오자 입에선 저절로 한숨이 섞여나왔다.
젠장. 어떡하지? 방을 나왔다. 그리고 거실을 한번 둘러보았다.
대형 벽걸이 TV와 고가의 소파와 장식구들로 채워진 실내 그리고 자기 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타 집구들. 그런 용준의 귀에 뭔가 미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소리가 들리는 곳이 거실에 딸린 욕실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어왔다. 처음 은경의 집에서 5일을 지내야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심장박동 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혔다.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욕실 문고리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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