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4299 추천 0 댓글 0 작성 13.08.07

#20 
구치소 안은 음습한 동굴 같았다. 축축하고 비릿한 공기가 가득 찼다. 그 속에서 온갖 음모가 곰팡이처럼 자라났다. 나는 마기룡을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만났다. 턱수염이 무성하게 자란 창백한 얼굴이었다. 눈에서는 서늘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가 본능적으로 나를 살피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시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뭘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나의 방문목적을 살폈다.

“이미 재판은 끝났습니다. 제가 정확히 모르고 마기룡씨를 공격한 점은 없었나요? 변호사는 더러 그런 실수를 합니다.”
그는 내가 찾아온 목적이 순수한 걸 이제 알아챈 표정이었다.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잘 아시다 시피 전 사회에 나와서는 거칠게 살았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뜬구름 잡는 것처럼 살았죠. 배운 것 없고 기술도 없는 놈이 세상에서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살다 보니까 사채꾼들의 세상에 들어갔고 쓰레기 같은 삶이었죠.” 의외로 솔직했다.

“정말 여대생 아버지 정의택씨를 죽이려고 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김용국은 나를 다시 불러 사실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번복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정말 죽이려고 했습니다.”
마기룡이 담담하게 내뱉었다. 아직 김용국과 말을 맞춘 단계는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발 빠르게 온 게 다행이었다.

“그러면 굳이 그걸 자백했던 이유는 뭐죠?”
시나리오까지 짜고 연습을 했던 치밀한 그들이었다.

“제가 스스로 자백한 건 아니고 다른 부분하고 연결이 되다 보니까 그렇게 한 겁니다. 왜 형사들은 물은 걸 또 묻고 사람 진을 빼잖아요? 그런 속에서 다른 부분하고 관련이 되서 제가 빠져나가지 못했어요.”
일리가 있었다. 계산상 그럴 땐 털어놔 버리는 게 유리했다.

“재판도중 심정이 어땠어요?”

“죽은 여대생 아버지 정의택씨를 부르는 게 정말 싫었어요. 회장측에서 합의도 안하고 사죄도 하지 않는데 나와서 무슨 좋은 소리를 하겠습니까? 오히려 그 사람 때문에 형만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회장은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 정의택을 계속 자극하는 셈이었다. 사죄도 안하고 모른다는 식이었다. 하기야 무죄라고 하면서 합의하자는 건 모순이었다. 마기룡이 계속했다.

“그런데도 재판 받으러 가는 버스 안에서 김용국을 보면천하태평 이예요. 그 표정에서 자기는 빨리 석방되고 나는 사형 당한다는 걸 읽었어요. 김용국이와 저는 동창이고 친구지만 이제는 그 인간 정말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싫어요. 판결문을 읽어보면 판사도 제가 우발적인 살인범이고 프로는 아닌 것 같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친구였다는 그 새끼는 뭐라고 하는지 아시죠? 나를 전문적인 살인청부업자라고 노골적으로 씹는 거예요. 정말 언젠가 살아서 만나면 서로 꼭 풀어야 할 것들이 있어요.”

흥분해서 말하는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회장부인측은 50억을 제시하면서 김용국에게 총대를 메달라고 제의했다고 했다. 그러나 죽은 여대생의 아버지도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김용국에게 회장부인측 변호사를 물리치고 진실을 말해 준다면 그에게만은 합의서를 써 주어 석방되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김용국은 돈이냐 생명이냐를 놓고 저울질 했을 것이다. 일단 나를 선임해서 양심선언의 형식을 취한 그는 자유를 선택했다. 마기룡은 그걸 읽었던 것이다. 무기징역이 선고된 지금 더 이상 나는 이용가치가 없는 것이다. 김용국의 말을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김용국의 말로는 마기룡씨는 재판부의 동정을 받기 위해 고도의 심리작전으로 국선변호사를 선택했다는데 어떻습니까?” 마기룡의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변했다. 그가 참느라고 숨을 크게 들이키더니 이렇게 내뱉었다.

“저는 형제들조차 면회를 안 올 정돕니다. 그런 사람이예요. 그런데 누가 예쁘다고 변호사를 선임해 주겠습니까? 이 사건도 돈이 없어 쫓기다가 마지막에 맡은 겁니다.”
나는 이제 핵심으로 들어가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체포된 이후를 대비해서 시나리오를 만드셨던데 그 내용을 말해 줄 수 있어요?”
김용국은 이제와서 갑자기 사실은 시나리오가 제3안까지 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중 회장부인이 살인을 교사했다는 것은 두 번째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했다.

“해외로 도피하고 나서 인터넷을 통해 수사상황을 알게 됐습니다. 6일에 납치를 하고 10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더라구요. 전 죽였다고 하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그쪽으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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