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명의 친구가 의기양양하게 미아리 텍사스를 향하는 뒷모습을 혼자 쳐져 바라보게 된
내 처지는 일단 처량하고 우울했다. 아직 오후 7시가 조금 넘었지만 늦가을이라 벌써
주위는 완전히 어두어 졌고, 수능시험날이면 어김 없이 그렇듯 기온도 급강하 해 내
기분은 더욱 을씨년 스러웠다.
그러나 순간의 순간의 고통이 영광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녀석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말자 길거리에서 바로 휴
대폰의 다이얼을 눌렀다. 아까 내가 그 녀석들한테 "나도 손짓만 하면 발가 벗고 달려
올 여자가 줄을 서 있다"라고 한 말은 과장된 것이지만 나도 그리 맹탕은 아니다. 특
히 내게 다혜는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여보세요?"
부드러우면서도 정감있는 다혜의 목소리가 벌써 내 귀를 자극하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
는 듯 했다.
"아, 나 민수야. 우리 지금 좀 만날까?"
"지금 어디십니까?"
"나 지금 밖에 있어."
"그럼 제가 잠시 후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다혜는 이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마 지금 부모님과 같이 있거나 통화를
하기 어려운 입장인가 보다. 우리는 그 전에도 이런 식으로 통화를 할 때가 더러 있었
다.
채 5분도 안 되어 다혜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좀 만나자."
나는 곧바로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 했다. 오늘이라도 바로 해 치워서 그 자식들 콧대
를 납작하게 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 가득 해 말투도 조급해 졌다.
"오늘은 안 돼."
"시간이 늦어도 좋아. 네가 편리한 장소에서 기다릴께."
"나도 지금 밖에 나와 있어."
"누구하고 있는데...?"
휴대폰에서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통화가 끊겼나 싶어 "여보세요?"를 몇번
이나 거듭했다.
"그런 것 까지 너한테 말해야 하니?"
착 갈아 앉은 음성이었다. 계집애, 삐쳤구나. 마치 다혜가 앞에 있는 듯 나도 모르게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아까 내가 다혜에게 한 말에 대한 응보 같기도 했다. 내
일 다시 대화 하기로 하고 두번 째 통화도 아무 소득 없이 짤막하게 끝났다.
이제부터 무얼 한다지?...금방 나는 다시 처량하고 우울한 처지가 되었다. 후회와 자
책감도 밀려 왔다. 오늘 같은 날 다혜와 있었더라면,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지금쯤 얼
마나 오붓한 시간이었을까. 괜히 그 녀석들하고 어울리면서 비웃움만 당했고 마침내는
이렇게 외톨이가 되어 버렸으니...
아까 나는 시험장에서 나와 제일 먼저 다헤와 통화를 했다. 서로의 시험 결과에 대해
서 이야기 하고 다혜가 "시험을 잡쳤다"고 했을 때는 "누구나 기대가 크니까 자기는
시험을 못 쳤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야. 중요한 것은 몇개 틀렸느냐가 아니고, 네가 전
체의 성적 분포에서 어떤 레벨이 있느냐 하는 것이니까 지금부터 기분 상해 하지 말고
분석 결과를 기다려 봐"라고 띠뜻하게 위로도 해 주었다.
"이제 뭐 할 거니?"
다혜가 물었다.
"응, 어디 좀 볼 일이 있어. 너는 뭐 할 거야?"
"지금 집으로 가는 길이야. 별 계획이 없어. 너는 일이 언제 끝나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늦을 거야."
"무슨 일인데...?'
"응, 그런 일이 있어."
나는 얼버무렸고 이런 대화는 빨리 끝내고 싶었다. 다혜에게 우리 학교 악동 녀석들과
창녀촌에 가는 길이라고는 말 할 수 없지 않은가.
"다른 날로 미루면 안 되니? 나 오늘 슬프고도 심심하단 말야. 무슨 일인데...?"
"그런 일이 있다니까. 꼭 내용까지 말해야 되니?"
나는 이렇게 말하며 통화를 끝냈다. 다혜는 내가 짜증을 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지금 다혜의 완곡한 표현은 절실히 만나고 싶다는 뜻
이다. 그렇지만 벌써 며칠 전부터 친구들과 미아리 텍사스로 원정갈 것을 약속해 놓고
한껏 부풀어 있는 터에 지금 스케쥴을 바꿀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다혜에게 추궁을 당
할수록 양심에도 찔려 왔기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 왔더니 엄마가 "왜 이렇게 일찍 들어 오니? 오늘 같은 날 좀 더 즐겁게 놀
지 않고..."라고 했다.
일이 잘 안 풀리면 마음도 비뚤어 지기 쉽다. 나는 엄마가 오늘 아빠하고 섹스를 마음
껏 못하게 될까보아 이렇게 말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요."
나는 풀 죽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아침까지 방에서 꼼짝도 안 했다. 그것도 고역이
었다.
다음날 학교는 완전히 파장 분위기였다. 담임은 "마지막 내신에 반영되는 기말고사가
곧 있을테니 긴장을 풀지 밀고 계속 열심히 공부해라"라고 당부 했지만 아무도 그런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더구나 학생회 간부들이 교무실과 타협을 벌여 오늘은 오전 수업만 하고 토요일인 내
일은 완전히 휴강을 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와!"하고 환호하듯 나도 기분이 좋았다.
2박3일간의 이 황금연휴는 그 녀석들과의 내기를 일찍 끝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
닌가.
나는 댜혜의 교실 주변을 몇차례나 기웃거린 끝에 단둘이 이야기 할 기회를 잡았다.
"수업 끝나고 좀 만나자. 피앙세에서..."
피앙세는 우리가 자주 이용해 온 커피숍이다.
"오늘은 안 돼."
"그럼 내일은 어때?"
"내일은 어디 갈꺼야."
다혜는 그 말만 하고 홱 고개를 돌리며 가 버렸다. 아직 나에 대한 서운함이 안 풀렸
을까. 하지만 내일. 모레 아직 이틀의 시간은 내 편이다.
그러나 다혜와의 일은 계속 어긋났다. 토요일에는 아예 통화조차 안 되었다. 답답하다
못 해 나는 다혜 어머니에게 전화로 나를 밝히고 다혜를 바꿔 달라고 했다.
"다혜 지금 집에 없다. 오늘 경례네 부모님이 어디 가셔서 그 애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던데..."
경례는 나도 잘 아는 다혜의 단짝이다. 하지만 그 집 전화번호도 모르고 내가 너무 설
치는 것 같아 더 이상의 행동은 포기했다. 앞으로 여유 있는 시간은 많지만 내기의 날
짜를 속절없이 허비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월요일, 학교에서는 수능시험 성적에 대한 1차 분석이 있었다. 나는 당초의 내 목표와
비슷하게 전국의 1만명 내 상위권에 속할 것 같아 일단은 안도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그런 결과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교실 전체가 2박3일간
연휴 이야기로 들 떠 있었다.
가족 모두가 갈비집에서 회식을 했고, 누구는 큰 아버지한테 용돈을 두둑히 받았으며,
여자애들은 나이트 클럽에서 꽤, 삼삼한 바지씨들과 어울렸고, 심지어 추석 때 못 갔
으므로 조상 산소에 성묘를 하고 왔다는 놈도 있었다.
그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병칠이가 제일 연휴를 알차게 보낸 셈이었다.
"나는 스포츠 카에 깔치 하나를 태우고 동해안으로 해돋이를 보러 같지. 하지만 태양
이야 매일 뜨는 것이고 진짜 재미는 처녀 따 먹는 맛이지. 일 치루고 나서 침대 시트
에 빨간 피 한방울 떨여져 있는 것이 참 멋진 해돋이였어."
"와!"하고 몆놈이 환성을 지르고 그중 하나가 "그 깔치가 누군데?"라고 물었다.
"그걸 어떻게 밝히니?"
병칠이는 으스대면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민수, 너는 뭐 했니?"
"나는 서해안으로 해 지는 것을 보러 갔다."
퉁명스럽게 말하고 그 자리를 떴다. 정말 나처럼 연휴를 썰렁하게 보낸 놈은 없을 것
이다.
더욱 썰렁한 것은 다혜가 여전히 내게 쌀쌀 맞았다는 점이다. 내가 여러번 주위를 어
른거려도 나만 보면 얼른 외면해 버려 도대체 말을 부칠 수 조차 없었다. 나는 하교
길의 길목을 지키고서야 겨우 다혜를 대면했다.
경례등 두명의 여학생과 재잘거리며 오던 다혜를 막으며 "이야기 좀 하자"라고 하자
우리 관계를 하는 두 여학생은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런데 경례가 다시 닥아와 "그럼
우리는 먼저 가 있을께. 그 만화책은 우릴 줘"라고 했다. 그리고 다혜가 책가방에서
무엇을 꺼내는 중 경례가 속삭이는 말을 나는 알아 들었다.
"너 해돋이 여행도 민수하고 같구나!"
나는 다혜의 손목을 나꿔 채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온 몸의 피가 꺼꾸로 흐르는 듯
했다. 나도 눈치 하나는 빠싹이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
"너 똥칠이하고 동해안 갔다 왔지?"
다혜는 그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당황하더니 외면하면서 말했다.
"말 안 할래."
"나쁜 기집애!"
내 손이 날라 갔다. 어찌나 세개 쳤는지 다혜는 자빠질 듯 휘청거리다 그대로 주저앉
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나는 그 때 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여자를, 그것도 연약하기 그지
없는 다혜를 때렸다는 자책감으로 빨리 다혜를 일으키고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
다. 한편으로는 배신감에 치가 떨려 더 때려 줘야 한다는 충동도 강했다. 결국 나는
그 중간을 택한 셈이다. 동작은 없이 계속 욕만 해 댔다.
"나쁜 계집애. 더러운 년. 어쩌면 네가 그럴 수가 있니? 너는 창녀보다 더 못한 년이
야. 아니, 창녀보다 더 더러운 년이야."
"왜 때려 이 자식아! 내가 네 노예냐? 네가 내 주인이냐?"
다혜는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 눈에는 독기가 철철 넘쳤다.
"언제 너를 내 노예랬니? 하지만 네가 똥칠이 자식하고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너
정말 똥칠이하고 했지?"
나중의 질문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유치했다.
그러나 그 때의 내 심경은 정말 절박했다. 절대 그런 일이 없다든지, 같이 갔지만 함
께 자지는 않았다든지, 함께 잤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든지, 나는 그런 대답을 간절
히 원하고 있었다. 또 다혜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 다혜
는 가혹했다.
"그래, 순결을 바쳤다! 아니, 병칠이와 사랑을 했다. 그게 왜 더럽단 말이냐?"
내 손이 또 날아가려 했다.그러나 오히려 나는 카운터 펀치를 맞고 휘청거리는 꼴이
되었다.
"그런 너는 시험이 끝나자 말자 갈보한테 달려 가니? 이 더러운 자식아!"
나는 다혜가 창녀나 매춘부라는 말 대신 갈보라는, 고풍스런 단어를 쓰는 것이 신기했
다. 하지만 지금은 그따위 어휘를 따질 계재가 아니고 우선 내 결백을 밝히는 것이 급
했다.
"무슨 소리야? 난 그런데 간 적 없어."
"흥, 이제는 거짓말까지...치사한 자식."
"거짓말이 아니라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오히려 거짓말이지."
"야, 우리 학교 여학생 전체가 그 다섯놈 명단까지 다 외우고 있어. 사내 자식들은 그
런 것도 무슨 자랑이라고 떠 벌이고 다니지. 더럽고 치사한 자식들."
나는 그 때야 다혜가 내 지른 카운터 펀치의 위력을 실감했다.
아, 어쩌면 나에게는 이렇게 일이 뒤틀리기만 할까. 나를 빼고 그 네놈중 어떤 정말
치사한 바보가 자랑이랍시고 떠 벌인 것이 분명했다. 그 유탄이 하필이면 그날 보지맛
도 못 본 나에게 날아 와 이렇게 치명상을 입힌단 말인가.
어차피 이제 다혜와는 깨어진 거울이다. 다시는 다혜 앞에 어른거리지 않으리라. 하지
만 떠나더라도 더러운 놈이라는 누명만은 벗어야 했다. 결백을 주장하자니 어느 새 나
는 수세의 입장이었다.
"정말 나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 그날 그 자식들하고 술은 함께 마셨지만 네 말대로
갈보 집을 갈때 나는 빠졌어. 더구나 나한테 여자란 너 하나 뿐이었어."
감정이 격해 지며 마지막 말은 떨려 나왔다.
"누구는...?"
다혜의 눈에 독기는 좀 가셨지만 여전히 쌀쌀하고 도전적이었다.
"하지만 너는 여전히 시시하고 별 볼 일 없는 놈이야. 지금도 너 자신은 불쌍하게도
네가 잘 나고 대단한 줄 착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면, 배신하고 몸을 내 던진 것은
저인데 그러면 자신이 미안해 하고 부끄러워 해야지, 왜 내게 계속 포악을 떠는 것일
까.
"여자가 수치심도 자존심도 버리고 세번 씩이나 편지를 보냈으면 아무리 잘 난 사내
자식이라고 무슨 반응이 있어야 할 꺼 아냐? 흥, 그런 내가 미친 년이지."
"무슨 편지를...?"
"써서 책갈피에 넣어 줬으면 됐지, 피켓처럼 들고 서 있어야 하니?"
"책갈피..."
그 말을 속으로 되뇌이면서 그 때야 비로소 나도 감 잡히는 게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말 없이 몸을 돌려 좀 비틀거리는 느낌으로 그 골목을 빠져 나왔다. 내 뒷모습을 향해
다혜는 "시시한 자식, 치사한 자식..."이라고 쫑알거렸지만 이제 그런 것이 큰 문제
는 아니었다.
나는 내 방의 책꽂이 앞에 섰다. 다혜가 최근 내게 빌려 갔다가 되돌려 준 세권의 책
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공통수학 ABC' '국어문제의 함정 비켜 가기'
'수능정복 수리탐구'라는 세권의 책을 뽑아 냈다. 그중 한권을 펼치니 4각으로 접은
핑크빛 종이가 떨어져 나왔다.
지금은 새벽 2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기도 싫증이 나서
베란다로 나와 창문을 열고
직접 하늘의 별을 보았지
지금쯤 민수는 무얼 하고 있을까
혹 나처럼 별을 세고 있지는 않을까
아니, 언젠가 민수가 말한
우리들의 별은 어디쯤 있을까
나는 참 바보지
별을 바라 보면서도
민수 생각만을 하고 있다니
하지만 나는 이 감정의 질곡을 벗어날 수가 없어
차라리 내 몸을 내 던져
모든 것을 잊고 싶어
아니, 온 몸을 다 바쳐
완벅한 사랑을 하고 싶어
나는 이제 나 자신을
더 이상 기만하고 싶지 않아
이제 나는 마음의 준비가 다 되어 있어
오늘 밤도 네 꿈 꿀께. 안녕
from 별을 보며 꿈꾸는 소녀가
다른 두권의 책갈피에서도 곱게 접힌 종이가 튀어 나왔으나 나는 더 읽지 않았다. 나
도 베란다로 나와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날씨가 흐려 별은 하나도 보
이지 않았다. 그 깜깜한 하늘을 향한 내 얼굴에는 어느 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 못난 자식. 지지리도 운이 없는 자식. 아니, 진짜 병신. 나쁜 놈. 천벌을 받아도
마땅할 놈...내 마음도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낀 속에서 나는 끊임 없이 자책하고 자
학하며 괴로워 했다. 그 와중에도 새록 새록 솟아나는 다혜와의 추억은 상처 난 곳에
다시 채찍질을 해대는 것 같은 더 큰 아픔이었다.
아, 그 날짜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가 첫 키스를 한 날은 4월 5일이었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는 빠졌지만 그날 우리 학교는 오전 수업만 하고 학교 뒷산에 묘목 심는 행
사를 가졌다.
그날 다헤와 나는 모처럼 땡땡이를 쳐서 서울대공원에 갔다가 압구정동에서 피자를 먹
고 다헤네 아파트 뒷켠의 어둠 속에서 첫 키스를 나누었다. 나는 뒤에도 종종 다혜에
게 "그날 너는 내 가슴에 사랑의 나무를 심어 주었어"라고 말하곤 했다.
첫 키스의 느낌은 단지 향기롭다는 것 뿐이었다. 우리의 입술은 스쳐가듯 잠시 마주
대기만 했는데 그 때 나는 진한 쟈스민의 향기를 맡았다. 뒷날 나는 그것이 다혜 머릿
결에 남아 있는 린스 냄새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도 그 추억이 되살아 날만큼 내게는
가장 황홀한 향기로 각인되어 있다.
첫키스를 나눈 후 우리는 급속도로 가깝고 뜨거워 졌다.
바로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우리는 혀를 서로 주고 받으며 한시간도 넘게 키스를 해
댔고 교복 위로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고 눌러 보기도 했다.
그 후 나는 열광적으로 다혜의 몸 이곳 저곳을 헤집고 더듬었다. 티셔츠를 걷어 올리
고 브래지어를 헤치고 젖무덤을 보았을 때, 그리고 그 연분홍 젖꼭지를 입에 물자 차
차 커지며 딱딱해지는 그 촉감도 너무나 황홀했다. 그럴 때마다 다혜는 "아이, 싫어"
"안 돼" "이제 그만"이라며 거부의 뜻을 보였지만 나는 신천지를 계속 정복하며 영토
를 넓혀 갔다.
마침내 내 손은 다혜의 보지 속까지 쳐들어 갔다. 단둘이만 있던 다혜네 집 쇼파에서
였다. 역시 다혜는 처음에 거부 했지만 결국은 내 손이 드나들기 좋도록 몸을 비스듬
히 뉘어 주었다. 수북한 털을 헤치고 들어간 그 입구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나는 잠시 손을 빼서 내 바지의 쟈크를 내리고 이 집에 왔을 때부터 성이 나 있어 이
제는 아프기까지 한 내 자지를 꺼냈다. 스프링처럼 튀어 나온 자지를 보자 다혜는 "어
머!" 소리를 지르며 외면했다.
나는 내 자지를 그녀 얼굴에 들이대며 "입 맞춰 줘"라고 했다.
"아이, 그건 못 해."
그녀는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렸으나 나는 짖꿎게 계속 자지를 얼굴에 들이댔다. 결국
다혜는 귀두에 입술을 살짝 대며 쪽 소리를 내고는 "이제 됐지?"라고 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참기로 했다.
대신 그녀의 한손으로 내 자지를 잡게 하고는 다시 보지로 쳐들어 가서 클리토리스를
집증적으로 애무했다. 보지 속은 옴찔옴찔하며 반응했고 다헤의 손은 내가 하고 있는
자극의 답례처럼 자지를 쥐었다 폈다 하다가 마침내 아래 위로 흔들어 주었다.
"아! 아!"
다혜가 한손으로 내 어깨를 잡으며 신음소리를 낼 때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정
하기 시작했다. 첫 액체는 총알처럼 튀어 나가 반쯤 풀어 헤친 다혜의 앞가슴에 명중
했다.
"어머나!"
깜짝 놀란 다혜는 손을 떼며 급히 뒤로 물러나 앉았다. 그러나 시선은 손을 놓았어도
여전히 쿨럭거리며 정액이 품어 나오는 자지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저 다 나오게 해 줘. 안 그러면 병이 생긴대."
사정이 중단 된 자지를 나는 다시 그녀 얼굴에 들이 댔다.
댜혜는 아까보다 훨씬 능숙한 손놀림으로 펌프질을 했고 정액은 정말 꾸역꾸역 많이도
나왔다. 그래서 다헤의 손도 온통 정액 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
다,
"다 나온거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혜는 동작을 멈추었다. 그러나 시선은 자지에 고정된 채 "야,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갈데까지 간 사이였다.
그후 우리의 패팅은 더욱 빈번하고 진하게 이어져 왔다. 다만 진짜 성교만은 대학입시
를 치룬 후 하기로 손가락까지 걸고 맹서했기에 참아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잃고 말
다니...
참담하고 허망한 결말을 맞고서야 나는 얽힌 실타래 같은 사태의 전말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럴 수록 자신의 불운과 무감각을 탓하는 자책과 자학감도 더 깊게 들었
지만.
다혜는 고 3 때 우리 옆반인데 인기투표를 하면 전교에서도 5위 안에 들만큼 돋보이는
아가씨였다. 남들도 그녀의 착하고 다정다감한 성품을 나 정도 안다면 단연 1위일 것
이다.
그런 다헤를 내가 찜했고 그녀 역시 나를 받아 주었다는데서 나는 친구들의 시샘과 부
러움도 많이 받아 왔다. 그런데 그 보석같은 다혜를 하필이면 똥칠이 같은 놈이 채어
가다니....
똥칠이는 정병칠이의 별명이다. 등하교도 기사 딸린 외제 승용차로 할 정도로 아버지
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회장이라 더러 그 놈을 선망의 눈으로 보는 친구들도 있지만
, 사실은 경멸거리가 더 많았다.
이마는 벌써 벗겨지고 북어 대가리 처럼 생긴 얼굴에 눈은 지독한 근시며 과목마다 고
액 과외를 해도 성적은 항상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똥칠이라는 별명도 바로 그
런 특성 때문에 나온 것이다.
똥칠이는 나와 다헤가 짝꿍인 것을 알고서도 다혜에게 접근해 왔지만 나는 한번도 그
놈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혜도 그 놈을 잔득 경멸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
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자라는 나무가 끈질기게 찍는 도끼에 결국 넘어간다는 것은
몰랐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여자의 심리 자체를 너무 몰랐던 것 같다. 우선 책갈피에 있는 편지
만 제 때 볼 수 있었더라도 이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다혜의 몸에 그토록 집착하고 탐닉하면서도 항상 미안하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 다헤의 몸이 나의 자극에 반응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언제나 "아이 싫어" "안
돼" "이제 그만"이라는 말들을 되풀이 했다. 나는 그것이 그녀의 진심인줄만 알았고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에 어짤 수 없이 내 요구에 응해 주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 자신이 야수, 혹은 약탈자 같다는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으며 진
정 사랑하는 다혜를 위해서 내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반성까지 많이 했던 터였다.
다혜도 나처럼 뜨겁고 주체할 수 없는 욕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내가 알았다면 엄마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했던 맹서 쯤은 언제나 파기할 수 있었다.
뒤늦게 발견한 편지는 다시 볼수록 더욱 가슴이 저려 왔다.
세상의 남자중에 이토록 뜨겁고 절실한 러브레터를 받아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더
구나 그녀의 말처럼 유난히 자존심 강하고 부끄러움 잘 타는 다혜가 이런 편지를 쓸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망설임이 있었을까, 그런데도 아우 반응이 없었을 때는 또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나는 그 행운을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보석은 잃고 발신자의 원망만 듣는 꼴이 된 것이
다.
나는 그 무렵 심한 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성적이 조금 오르거나 문제가 잘 풀리
면 신이 났다가도, 그 반대현상에서는 금방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기 일쑤였다.
다혜가 내게 빌린 책을 돌려 줄 때도 내 심리상태가 하강곡선에 있을 때였다. 다혜는
책을 돌려주며 "여기 로그 함수 문제는 꽤 까다로운 함정이 있더라. 너도 한번 풀어
봐"라거나 "내가 말했던 그 문제 풀어 봤니?"라고 물었던 일도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건성으로 "응, 응"하고 대답만 하며 지나쳤던 것이다. 그 책들은 이미 독
파한 것이기에 다시 들춰 볼 필요가 없었고, 컨디션이 하강일 때는 다혜와 대화하기조
차 부끄럽고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시험이 끝난 다음날, 다혜는 내가 창녀촌을 찾았다는 소문을 듣고
는 정말 "홧김에 서방질 한다"는 말처럼 똥칠이에게 안긴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알
았을 때의 감정을 생각하면 다혜가 받았을 충격과 배신감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그날 나는 왜 다혜와 어울리지 않고 그곳을 찾으려 했을까. 역시 나의 불운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날 창녀를 안았더라도 다혜를 떠 올리며 사정할 때도 속으
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것이다.
굳이 변명처럼 말하자면 실전경험이 없는 것이 일종의 공포심처럼 작용해서, 한번 체
험을 해보고 다혜에게 멋지게 해 줘야지 하는 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분석하고 되돌아 본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부질없는 짓이고 마음
만 더 아플 뿐이다.
어떻든 나는 이렇게 진정한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다혜를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다
시 험난하고 머나 먼 여정을 새로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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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13980 | 0 | |
| 경험담 | 노선생χ | 15260 | 0 | |
| 로맨스/각색 | 노선생χ | 5392 | 0 | |
| 로맨스/각색 | 노선생χ | 5723 | 0 | |
| 로맨스/각색 | 노선생χ | 9488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2518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3899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2244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0344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8397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0097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8775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0502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0960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0671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14299 | 0 | |
| 강간물 | 노선생χ | 32376 | 0 | |
| 근친물 | 노선생χ | 19135 | 0 | |
| 근친물 | 노선생χ | 18807 | 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