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년생의 사랑 13부
민형의 얼굴이 너무도 진지하고 기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지영은 무
언가 꺼름직한 기분이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섬주섬 윗 도리에 걸친
얇은 상의를 벗었다. 치마를 벗어 이불속으로 밀어 넣고 아직 이불속에서
하반신을 빼내지 않은채로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속옷 까지 다 벗으라고 했잖아요."
"여,옆방에 오빠랑 지혜도 와 있는데......"
"글세, 벗으라면 벗어요!"
영 탐탁치 않은 지영이 말을 조금 끌기 무섭게 민형이 상기된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고 지영은 금방 울상이 되어 겁먹은 표정으로 주섬주섬 브레
지어를 푸르고 팬티를 끌어 내렸다.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일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채라 아직도 어리벙벙한게 현실이
현실 같지 않은 터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민형이 옷을 벗으라고 덤벼대
니 지영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지영이 옷을 모두 벗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자 민형은 갑자기 자리에 털석 앉아 이불속으로 손을 쑥 집어 넣었다.
깜짝 놀란 지영의 눈이 커다래지고 민형은 그대로 지영의 가슴에 손을 얹
은채 그녀의 두눈을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민형이 이불을 확- 걷
어내자 깜짝 놀란 지영이 두손으로 몸을 가리며 다리를 오므렸고 그런 지
영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민형이 진지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왜,왜 그래요 민형씨! 나 싫어요."
너무 강압적으로 나오면 여자는 겁이 나는 법이다. 게다가 민혀은 평소에
강제로 알몸을 보려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지영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
때 오히려 긴장한 표정의 민형이 심각하게 한마디를 건넸다.
"선생님...... 아무일 없죠?"
"네......?"
"어디...... 어디 멍들거나 그런곳은 없겠죠? 가슴도 괜찮은 것 같고.
....."
민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영의 가슴을 가슴을 더듬었기 때문에 지영이
오금을 저리며 꺅-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요 간지럽게! 하지만 쓴웃음 짓
는 지영에 비해 민형의 태도는 너무나 심각했다. 한찬동안 지영의 알몸을
이곳저것 살펴보던 민형이 자기 자신도 허무하다는 듯이 휴우- 크게 한숨
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 뜨렸다.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이제 옷 입으세요."
"......"
잠깐이지만 끔찍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민형
이 허탈한 듯이 중얼거렸고 지영은 얼른 속옷부터 챙겨 입으며 떫떠름한
표정으로 민형에게 물었다.
"나......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것 때문에 그래요......?"
"......"
민형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대충 감을 잡은 지영이 이렇게 말했고 민형이
살짝 웃으며 대꾸했다.
"잤으면서 어떻게 알아요."
"다,다 알 수 있어요! 내 몸이니까!"
잠시 발끈하며 얼굴을 붉히는 지영을 빤히 바라보며 민형이 빙그레 웃었
고 지영이 얼굴이 붉어진채 두손을 무릎 아래로 가만히 모으고 쑥쓰럽게
민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민형의 한팔이 지영의 머리를 붙잡
아 자신의 가슴안으로 슥 끌어 당겼다. 그 팔은 힘있게 지영의 작은 몸을
자신의 안으로 감아 버렸고 지영은 잠자코 숨을 죽였다.
"어쨋든 다행이예요."
얼마나 다행인가. 태연한 척 했지만 가장 겁이 났던 것은 민형.
"다신 이런 일 없어요. 다시는."
누구보다 지영이 걱정되었던 것은 바로 민형 자신이었던 것이다.
-------------------------------------------------------------------
"쟤들 분위기 잡고 있겠네."
지영의 방안에서 흘끔 민형의 방쪽을 쳐다보며 지혜가 어깨를 으쓱해 보
였고 지훈은 바닥에 누워 여성지를 집어든채 조금 허심탄회한 말투로 한마
디 했다.
"좋을때다."
"좋을 때? 언제부터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됐어 지훈씨?"
"뭐가."
의외라는 얼굴로 묻는 지혜에게 고개를 돌리며 지훈이 한쪽 눈썹을 꿈틀
해 보였고 지혜가 태연한 지훈의 태도가 신기한 듯이 지훈에게 바짝 다가
앉으며 되물었다.
"지금 쟤내들 한방에서 C까지 갔을지 몰라. 어쩌면 S에 M까지 갔을지도
모르지. 근데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지?"
"S는 뭐고 M은 뭐냐?"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듯이 뭇는 지훈에게 지혜가 씩- 웃으며 대답했
다.
"세디스트랑 메져키스트"
"뭐같은 애들이 꼭 멀쩡한 애들도 다 지 같은줄 알아요."
"......"
지훈이 한심하다는 듯이 당연스러운 얼굴로 한마디 하자 지혜가 부글부
글 끓는 얼굴로 지훈을 한참동안 노려보았고 지훈은 얼른 여성지로 눈을
돌려 버렸다. 잠시후 지혜가 영 꺼림직한 얼굴로 지훈에게 다시 물었다.
"괜찮아?"
"뭐가 또?"
"쟤 둘 말이야."
"쟤 둘이야 지 둘이 알아서 하겠지 뭘 어쩌란 말이냐?"
태연하게 대답하는 지훈, 지혜는 아무래도 신기한 지훈의 태도를 보았는
지 지훈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끈질기게 말을 걸었다. 지훈이 지영을 끔찍
히 아낀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혜. 그런 지훈이 갑자기 개방적인
태도로 나와 버리니 신기하기도 했고 조금 놀랍기도 했던 것이다. 해탈한
듯이 여성지에서 눈을 때지 않는 지훈을 잠시동안 바라보고 있던 지혜가
태연하게 한마디 했다.
"민형씬 피임도 안한다더라."
한순간 지훈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지만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없었
다.
"지영인 민형씨가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것 같던데."
역시 지훈은 약간 뜨끔한 동요가 있었으나 주의할만한 움직임은 일지 않
았다. 마지막으로 지혜가 한마디를 덧붙혔다.
"미혼모 되는거 아니야? 요즘엔 청소년들의 임신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더구만."
"지영이가 청소년이냐!?"
참다못한 지훈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고 지혜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
게 한마디 했다.
"그럼 처녀가 미혼모 되는게 상관없단 말이야?"
"지들 새끼니까 지들이 알아서 키우겠지 왜 니가 그것가지 걱정하냐! 너
아까부터 자꾸 재수없는 소리만 골라서 해대는데 콱 맞는다!"
"......"
참다 못해 흥분하는 지훈. 그런 지훈을 빤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혜가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런 지혜의 한마디 한마디는 무
거웠다.
"지영인 모르지만......"
지영인 이미 성인. 자신의 일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
"하지만 민형씨는 아직 청소년이야. 아직 세상을 18년 밖에 살지 않았
어. 여자도 많이 사귀어보지 못했을테고...... 자신이 지영과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지 모를지도 몰라."
"......"
지혜의 한마디에 지훈이 입을 다문채 긴장한 표정으로 지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지혜가 말을 계속했다.
"이 연애가 피니쉬에 있을 때 지영은 결혼을 해야돼. 그럴 나이가 되
고. 하지만 민형씨는 뭐지? 앞으로 5년이 지난다고 해도 민형씨는 20대 초
반이야. 알아? 20대 초반. 한창 신나게 인생을 즐길때란 말이야."
지혜가 집어내는 것은 감상적인 문제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 그
것은 지훈도 마음속으로 항시 걱정하고 있던 문제들 이었다. 다만 지훈은
그것을 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불안이 현실로 다가 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영이가 결혼을 원할 때 민형씨가 응해줄 수 있을까? 연애의 끝이 결
혼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해? 깨지면 슬픈 것은 여자 뿐이야."
"말하고 싶은게 뭐야."
착찹한 얼굴로 한마디 하는 지훈. 지훈은 더 이상 지혜의 말을 듣고 싶
지 않아 말을 끊은 것이다. 지혜도 그런 지훈의 의도를 익히 알고 있었기
에 탁자위에 담배를 하나 집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 들였다가 내뿜으며 지혜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어쨋든 지영일 위해서라도 민형씨가 잘 되게 도와줘야 하겠지."
지금은 그것이 최선의 방법일 뿐이었다. 담배 연기를 내뿜는 지혜의 표
정역시 지훈과 마찬가지로 씁쓸했다.
PART-72
지혜와 지훈이 서울로 돌아가고 민형은 다시 지영과 둘만의 시간으로 돌
아왔다. 지혜는 잡지사에 민형을 소개시켜 준다면서 민형이 그린 원고를
쇼핑백 가득히 가지고 올라갔다. 민형은 절대로 원고에 손상이 가면 안된
다며 신신 당부했고 지혜는 조심해서 다루겠다고 약속하며 잘되길 기다리
라는 한마디를 남긴채 대전을 떠났다.
"유택천 패거리가 엄청 깨졌데. 듣기론 서울에서 대단한 패거리가 원정
을 왔다고 하던데 아주 큰 싸움이었나봐."
월요일, 학교에서 아이들의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민형은 모른척하
고 책상에 앉아 있었다. 같은 반인 기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소
문이 도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 민형도 잠자코 있었다. 부디 자신
이 연관되었다는 것이 들키질 않기를...... 만야 그렇게 되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정말 싫었다.
"정민형 있지? 잠깐 교무실로 와라."
그날 아침 조례를 끝내고 교실을 나가던 담임 송미라가 민형의 이름을
불렀고 한순간 민형의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어째서? 갑자기 자신을
부를 이유가 무얼까? 의연과 같은 반 아이들의 수상한 듯한 시선을 받으며
민형은 쭈삣쭈삣 일어나 담임을 따라 교무실로 내려갔다. 들킨걸까? 하지
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으니 별일 없는 것이다.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속
으로 자신을 다스렸다. 교무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몇 명의 선생님
들이 책상에 앉아 사무에 한창이었다. 송미라 담임은 자신의 자리인 창가
책상에 앉더니 작은 보조 의자를 빼내 민형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앉아라 정민형. 학교 생활은 어떠니?"
"예, 그거야 뭐......"
달리 할말이 없어 민형은 어색하게 웃었다. 선생님 앞에서 걱정해 주신
덕분에, 라던가 꽤 다닐만 하다던가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잖아? 민형히 어
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자 담임 송미라가 의미 심장한 눈으로 민형을 바
라 보며 한손으로 턱을 받친채 빙긋이 웃었다. 그 표정이 꽤 섹시한 것이
민형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너 안경 안쓴다?"
"네?"
송미라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 그러고 보니 요즘에 한참동안 안경을
쓰지 않았다. 도수가 없는 것을 억지로 쓰고 다녔기 때문에 잊어 먹기 일
수였던 것이다.
"아, 네 하하...... 오늘 깜빡 잊고 안 가져 왔어요."
"흐~음, 안경도 잊어 먹고 다니니? 정신 좀 차리고 살아라."
"네에..... 헤헤."
속아 준 것인지 속아준 척 하는 것인지, 어쨋든 속지 않은 것은 분명한
송미라 선생의 의미심장한 대답에 민형은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도 가슴이
뜨끔뜨끔 했다. 도대체 자신을 부른 이유가 무얼까. 어재 한바탕 치뤘던
패 싸움에 대해 뭔가 꼬투리라도 잡으려는 것일까? 이런 저런 걱정에 인상
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민형에게 이내 송미라 선생의 한 마디가 들려왔
다.
"너 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취한다며. 혼자 살기 힘들지 않니?"
"예? 벼,별로 힘들지 않아요 하하......."
어떻게 자취한다는 것 까지 알았지? 민형은 뭔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들
킨 기분이 들어 최대한 태연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어쨋든 싸운것만은
들켜서는 안될텐데. 그때 송미라 선생이 한쪽 다리를 꼬아 올리며 학적부
를 뒤적 꺼렸다. 미니 스커트 안에 풍만한 살집이 들어나 민형은 순간 '두
근'.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곧 기말고사가 다가오는데 어때, 시험 준비는 잘 되가니?"
"시험준비요? 아, 그거야 뭐 하하......"
시험 준비라니, 그런거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적 없다. 시험기간은 학교
도 일찍 끝나고 민형에겐 행복하기만 한 시간인 것이다. 송미라 담임은 전
학생의 학과 공부가 걱정되어 몇마치 어드바이스 해주려는 것 같아 민형은
마음을 놓았다. 이런거라면 크게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공부는 못하니
까.
"너 저번 학교 성적을 보니까 공부 되게 못한다 그지? 수학은 평균 30
점이던데 대학 안갈꺼니?"
크앗, 그런 소리는 좀 조그맣게 말할 것이지!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붉으락 뎃으란 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나 공부 못한다! 민형은
자존심이 푹 상해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실. 이
번기회에 유지영 선생님한테 공부 좀 배우던가 해야지......
"저, 고교 졸업하면 취직할까 생각해서요......"
하지만 마음과는 다른 소리를 해야만 하는 현실. 선생에게 잘못 보였다
가 감정이 상하게 되면 남은 반년이 피곤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몸으로 알
고 있는 민형이었다. 민형의 대답을 들은 송미라 선생은 잠시 민형을 물끄
러미 바라보다 물었다
"왜, 집안 사정이 좋지 않니?"
"아,그런건 아니고요."
이 여자 뭔소릴 하는거야. 공부 못해서 못가는 걸 뻔히 알면서 약올리는
거야 뭐야! 민형은 자존심 상하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꾹 참으며 억지
로 웃었다. 난 만 될꺼다. 만화가, 만화가. 고소득의 만화가가 될거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이는 민형을 지긋히 바라보고 있던 송미라 선생이
이내 부드럽게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대학이란건 꼭 올해 가지 않아도 돼. 네가 대학에 갈 필요가 있다고 생
각될 때 얼마든지 갈 수 있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신이라도 든든히
해 둬야지. 아직 늦은건 아니야. 3학년 내신은 무지 높은거 알지."
"아, 알아요."
마치 유지영 선생님과 똑같은 말을 하는군. 송미라 담임은 진짜 학교 선
생님이고 유지영 선생님은 학원에서 만난 강사였다. 하지만 공부에 대해
말하는 분위기나 느낌이 서로 비슷해서 역시 선생이란 직업은 속일 수 없
는 거로구나...... 하고 민형은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 위기를 넘겨야 겠
다는 생각하에 민형은 대충 변명할 꺼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 공부에 소질도 없고...... 또 과외나 학원에 다녀도 별로 이
해할 수 있는게 없어서요. 뭐 그런 저런 이유로......"
공부는 하기 싫다 이거죠. 라고 뜻을 강하게 비추인 민형. 그런 민형을
쳐다보던 송미라 선생이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갑자기 뜻밖에 말을
꺼냈다.
"내가 가르쳐 줄까?"
"네?"
갑자기 왠 홍두깨 같은 말씀? 민형은 어안이 벙벙해 눈을 크게 뜨고 고
개를 들었다. 교사가 개인 학생의 과외를 해도 되는 겁니까 선생님? 민
형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저기...... 그게 무슨 말씀?"
"내가 공부 가르쳐 줄까 묻는거야. 너처럼 공부 못하는 제자를 구원하
는 것도 선생의 일이거든."
"아, 그러실 것 까진......!"
이거야 정말 낭패! 송미라 선생에게 배울바엔 지영의 학원에 다니는 편
이 낫지. 게다가 담임 수하안에 나머지 공부 같은건 딱 질색이다. 초등학
생도 아니고 말이야!
"학교에선 곤란하고 내가 너희집으로 가줄게. 아니면 네가 올래? 하루에
한시간씩 할까? 우리집 도 학교 근처야."
네에!? 그건 더 곤란해요! 공부 못하는 거 티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집에는 지영씨가 있단 말이예요!!!! 도대체 이 선생이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는 민형이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랐고 그런 민형의 얼굴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송미라 선생이 민형의 코를 톡 튀겼다.
"네가 잘 생겨서 좋아서 그래."
이건 완전히 충격. 미성년자 희롱죄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 담임은 잘 모
르는 것 같았다.
-------------------------------------------------------------------
"담임이 아침에 왜 불렀니?"
방과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의연이 물었고 민형은 욹으락 붉으란 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별거 아냐."
"혹시 싸운거 들킨거 아냐? 너 저번주에 유택천 패거리랑 싸웠지?"
"......!?!?!?!"
진짜 충격!? 이건 또 왠 날벼락!? 너무나 태연하게 어제의 사실을 이야
기 하는 의연을 번개같이 돌아보며 민형이 이을 떠억 벌렸다. 의연은 민형
이 너무 놀라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쓴웃음 지으며 손으로 민형의 얼굴
을 밀어 냈다.
"너 빼고 다 알아 그 사실. 너 서울 총 보스지? 선생 때리고 퇴학당한거
잖아."
충격X2! 완전 쇼크! 민형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입을 떠억 벌리고 서
서 눈을 희번덕 거릴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의연...... 너 진짜 죽인
다. 눈치 왕녀다 너. 민형은 충격 먹은 얼굴로 목각 인형처럼 걸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열심히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완전히 들킨 것이다.
"너무 충격 먹지마. 너 좋은 애잖아. 지금처럼 만 해."
씩 웃으며 민형의 등을 탁탁 두드리는 의연. 민형은 앞으로 절대로 이
여자와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채 걷기
시작했다.
.............................................. . . . . . . . .
"과외요?"
집에 돌아와 담임의 제안을 지영에게 전하는 민형. 그런 민형의 이야기
를 들은 지영이 조금 놀랐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 물었다.
"담임이 집적 가르쳐 준다고 했다고요? 그래도 되는건가?"
"뭐, 개인적인 거라고 하니까..... 하지만 저는 좀처럼......"
못마땅한 표정을 가득 내보이며 민형은 지영이 거절해 주기만을 바랬
다. 지영이 완강히 거부한다면 자시도 어떻게 해서든지 딱잘라 거절할 생
각이었다. 생각대로 지영은 별로 내키지 않는지 영 시원치 않은 표정으로
잠자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여,역시 그만둘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선생님한테 배우는 건 내키지 않는 일. 민형이
내심 속으로 조바심을 내며 물었고 생각에 잠겨 있던 지영이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렇게 해요."
"네!?"
그렇게 하라니!? 왜 직접 가르쳐 준다고 하지 않으시고!? 민형은 낭패인
얼굴로 지영을 쳐다보았고 지영은 싱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민형은
자신에게 잘 배우려하지 않았고 선생님이라면 억지로라도 배울 것이라는
것이 지영의 생각이었다. 물론 지영은 송미라 담임이 여자이며 25살의 젊
은 아가씨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열심히 배워 봐요."
지영은 민형이 공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것이다.
PART-73
"음, 네 중간고사 평균 점수를 보니까 말이야."
이곳은 학교 근처에 자리잡은 송미라 선생님의 오피스텔. 지금 시각은
오후 7시로서 민형은 송미라 선생님의 특별 과외를 받기 위해 현재 그녀의
집에 와 있는 상태였다. 송미라 선생님이 민형의 성적표를 휘휘 휘두르며
안됐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39점으로 반석차 52등이네. 너희 반이 52명이었으니까 말이야....
.."
"......"
왠지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거북한 얼굴의 송미라 선생님 앞에서 민형
은 쥐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거 공부 시작하기 전에 꼭 집
고 넘어 가야 하는 건가요.......
"꼴찌다."
"아,알아요......"
가엾은 표정을 짓는 송미라의 얼굴에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시끈시끈
웃음이 배어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민형이 무안할까봐 최대한 웃음이 나
오는 것을 참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너 백지 냈니, 전과목 찍어도 40점은 나오겠다."
"공부에 소질이 좀 없어서......"
"무슨, 찍는데 소질이 없었겠지."
민형이 쓰고 있는 안경을 만지작 거리며 얼굴이 빨개진채 고개를 들지
못하자 그런 민형이 재미있다는 듯이 송미라 선생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민형은 얼굴리 귀 밑까지 빨개져 어쩔 줄 모르며 고개를 숙
인채 가만히 있었다. 으씨...... 공부 못한다고 되게 구박하네.
"공부 잘하게 생겼는데 말이야......"
그녀가 안경 낀 민형을 천천히 섞어 보며 야릇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고 민형은 왠지 아무런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고 있었
다. 송미라 담임도 더는 민형을 놀리지 않고 촤라락 참고서를 펼쳤다. 참
고서를 펼치는 손놀림이 매우 능숙해서 과연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다르구
나 하는 인상을 민형에게 심어 주었다.
"고교 과목은 말이야. 핵심을 잘 파야돼. 어차피 전공 분야랑은 틀린 총
괄적인 분야니까 말이야."
"예에......"
"요는 잘 찍고 잘 외워야 하는거란 말이야 알겠어? 요약을 잘 해야돼.
시험문제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똑같은 유형이거든."
"그래요......?"
처음 듣는 말. 그런 생각을 조금 해보기는 했지만 송미라 선생님의 말은
어떻게 들어도 설득력이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볼펜을 돌리면서 민형에게
싱긋 웃었다.
"생각해봐 천재라도 고교 3년 동안 매 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기는 힘든
거야. 그게 응용문제라면 말이야. 하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은 항상 고득점
을 올리잖아? 왜 그런줄 아니? 같은 유형을 외우는거야. 문제에는 그게 반
복 되니까."
"아,그래요......"
음음,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히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궤변같기도 한 송미라 선생님의 알쏭달쏭
한 말. 민형은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나 헛수고였다. 예전에
지영씨도 이런말을 한 것 같은데......
"그래도 결국은 공부를 좀 할 줄 알아야 한다 이거지."
"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그렇네요......"
복잡한 얘기.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니까. 그래도 지영씨와는 말이 잘 통하니 참 이상한 노릇일 따름이었다.
민형은 좀이 쑤시는 다리를 꾹 눌러 참으며 가까스로 송미라 선생과의 한
시간을 버티기 시작했다.
------------------------------------------------------------------
한참을 프라스 프라스 마이너스의 이해 가지 않는 수학 문제 설명을 듣
고 있던 민형의 눈에 문득 하늘색 나시 안으로 비추이는 송미라 선생의 가
슴 중앙이 보였다. 그것은 놀랍게도 노브라. 민형은 설명을 듣다 말고 헛
기침을 한 번 했다.
"크흠!"
"......?"
민형이 주먹을 입에 가져가며 크게 헛기침을 하자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던 송미라 선생이 고개를 들었다.
"왜그래?"
"거기요."
묻는 송미라에게 민형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패인 가슴 부분을 가리켰
다. 여자 가슴에는 익숙하지만 선생이 제자 앞에서 앞 가슴을 훤이 들어내
놓고 있으면 곤란하지. 민형은 갑자기 집에 있는 지영이 생각나 아랫도리
가 뻐쩍지근 해왔다. 오늘 집에가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겠군...... 그
때 훤히 들어난 가슴을 슬쩍 밑으로 내리며 송미라 담임이 씩 웃었다.
"이거? 보라고 그런건데 뭐."
"네!?"
아니, 이 여자가 미쳤나? 아니면 누굴 놀리나. 민형은 이상야릇한 담임
의 대사와 분위기에 기분이 언짢아져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좋지 않은데
이거...... 장난도 장난 나름이지. 민형은 말은 야하게 하면서도 얼른 옷
자락을 추스리는 담임을 바라보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왜 가리냐. 좀 화
끈하게 보이도록 벗어주지.
"처음 봤니? 얼굴이 빨개졌다."
"하...... 네......"
이건 가슴을 봐서가 아니라 창피해서 라구요! 가슴이야 충분히 보고 실
컷 만져 봤다구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럴수는 없는 일. 민형은 실룩
실룩 눈썹을 꿈틀 거리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아, 재미 없는 대사가
나오고 있는데 이거.
"아직 어리구나 너. 이런거 보고 얼굴이 빨개지긴. 이제 18살이잖아~"
하하 웃으며 어른인척 하는 송미라 담임. 민형은 가소로웠다. 어구구 그
래도 선생이라고 어른인척 하긴. 교생으로 왔다가 후진 학교에 그냥 머문
주제에. 여기가 공립이고 인문계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모름지기 교생
이란 학생들 밥인 법인데 담임이라니 출세했지. 그것도 3학년. 민형은 이
귀여운 풋내기 선생을 조금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글쎄요 85 A 컵 정도야 아무리 봐도 흥분되지 않거든요."
"......!?"
한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두손으로 가슴을 가리는 송미라 선생. 푸헤헹
놀랬을 거다. 말해 두자면 이 몸은 브레지어 사이즈는 한 번만 척보면 맞
추는 신동이라고. 참고로 우리 엄마는 C컵이지롱. 너무 커서 란제리 가게
에서 주문해서 쓰기 때문에 어렸을때부터 사이즈에는 이골이 난 몸이시
다. 참고로 한국에는 C컵인 여자가 거의 없어 이 사이즈가 구하기 힘들
다. 노브라를 보고 사이즈를 맞췄다고 해서 너무 놀라지는 말라고요.
"야, 너 어떻게 내 사이즈를 알았어?"
발끈해서 묻는 담임. 뻔하지 뭐 그 질문.
"다 들어내 놓고 있어서 보였을 뿐이예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민형. 재밌다 이거.
"그거 말고 어떻게 사이즈를 알았냐니까?"
"여자 가슴에 관심이 많거든요."
내가 생각해도 참 썰렁한 대답이었다. 잠시동안 민형과 송미라 선생의
사이에서 침묵이 일관. 왠지 시원한 분위기에 민형이 눈을 말똥말똥 굴리
고 있자 송미라 담임이 갑자기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재미있다
는 듯이 깔깔깔 웃으며 참고서들을 펼쳐놓은 상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너 어쩜, 그렇게 천역덕스럽게 그런 말을 하니? 너무 웃긴다 얘."
"예...... 헤헤 그거야."
요즘 어른들은 별걸 다 가지고 웃는구나. 민형은 스스로 한말에 설렁함
을 이기지 못하고 비관하던 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뭐 웃어주니까 다행
이구나.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 아니겠어. 그때 억지 웃음을 짓고 있
는 민형에게 송미라가 책상에 턱을 괜채 지긋이 웃으며 물었다.
"집에 누나 있니?"
없어요. 누나같은 애인은 있어도.
"아니요. 저 외동아들이예요."
"어머 그래? 이상하다 누나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
고개를 갸우뚱하며 혼자말로 중얼거리는 담임. 그 말을 들은 민형은 속
으로 뜨끔했다. 그 말은 또 어디서 들으셨나 이거? 민형에 집에 누나가 있
다고 알고 있는 것은 택천의 패거리나 의연이 뿐이다. 하지만 선생에 귀에
들어갈 정보통이라면 의연이 밖에 없겠지. 민형은 왠지 자신이 대답을 실
수한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하긴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생활 기록부에도 형제는 없다고 했으니
까."
아니 그것 까지 벌써 체크했단 말인가요!? 그럼 유도심문 아니야 이거!
선생이 이래도 되는 거야!? 민형은 왠지 기분이 심히 찝찝해 껄쩍지근한
표정으로 담임을 쳐다보았다. 왠지 음모에 말려드는 기분이 드는데 이거
......
"아참, 내일은 너희 집에서 공부하자."
"네?"
갑작스런 송미라 담임의 말에 놀란 민형. 그가 눈을 크게 뜬채 멍하니
담임을 주시하고 있자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 물었
다.
"왜 그렇게 놀라니? 가정방문 좀 하려고 하는데......?"
"아, 가정방문요......? 하하...... 네......"
이거 큰일이다! 민형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를 머리속으로
열심히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런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내일은 죽었
구나.
PART-74
- 피리리리리
- 피리리리리
이곳은 송미라 선생의 오피스텔. 전화기에 전자 신호음이 울린지 얼마
되지 않아 욕실안에서 샤워를 하고 있던 미라가 타올로 몸을 감은채 헐래
벌떡 뛰어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머, 아빠?"
수화기를 든 미라의 얼굴이 밝아졌다. 전화를 건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아버지였다. 미라는 타올로 얼굴의 물기를 닦으며 반가운 듯이 아버지와
통화하기 시작했다.
"예,예 할만해요. 애들이 다 그렇지 뭐. 누구? 민형이요?"
문득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민형의 이름. 미라가 손가락으로 코를
만지작 거리며 겸연쩍게 웃었다.
"글쎄요...... 일단 오늘부터 같이 공부하기 시작했는데요. 잘 안할려
고 그래요. 집중도 하지 않고...... 예,예. 아직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어찌된 일인지 친근하게 민형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하는 미라.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는 민형에 대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아버지의 또
다른 질문에 미라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아주 잘생겼어요. 너무 귀여워요. 고등학생 같지 안던데요. 공
부를 못하는게 흠이지만. 예,예...... 좀 난폭한 것 같은데 아직 학교에서
싸우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성욱이 아저씨 말대로 착한 애 같아요."
민형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많은 아버지의 질문. 그리고 통화의 주제
는 민형을 중심으로 한참동안 이어졌다. 잠시후 미라가 알겠다는 듯이 고
개를 끄덕였다.
"예, 내일 한 번 가보려고 해요. 근처에서 자취한데요. 예,예. 그럼 끊
을께요. 또 연락드릴께요."
- 딸깍
전화를 끊은 미라가 타올을 걷어 팔뚝에 걸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언제나 걱정이 많은 그녀의 아버지. 그는 미라가 선생으로 일하는 중영
실고에 상당히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분이셨다.
"귀여운 제자를 어떻게 교육 시켜야 하지......?"
조금은 고집스러워 보이는 민형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라가 풋풋하게 웃
었다.
-------------------------------------------------------------------
"지영씨...... 내일은 1시간 정도 혼자 방에 있어야 겠어요......"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민형이 모래를 씹는 표정으로 긴장이 가득담
겨 이렇게 말했고 지영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민형
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예요? 내 방에서 자자고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지영씨 혼자 방에서 1시간 정도 있어야 겠다는 말
이예요."
"예? 왜요?"
금세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는 지영. 그녀에게 민형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라 우물쭈물 망설였다. 뭐라고 하지? 담임이 가정 방문을 오니까
모르는척 하자고 할까? 이것 참 난처하군......
"사실은 내일 담임 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오시거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우리 둘이 같이 사는게 들켜선 곤란하니까...... 선생님이 계
시는 한 시간만 따로 있자고요......"
이렇게 말하면 왠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쨋든 민형은 담
임에게 지영과 동거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모님 귀
에 들어가면 곤란하고...... 또 여러 가지로 소문이 퍼지면 귀찮아 지니
까.
"내일 가정 방문을 오시나 보죠?"
"네."
대수롭지 않게 묻는 지영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민형. 하지만 마음 한구
석에서 뜨끔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왜,왜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민형은
담임이 송미라가 젊은 나이의 여 선생이라는 것. 그리고 꽤 예쁘다는 것을
지영에게 말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목구멍속으로 삼켜
버렸다. 왠지 얘기하면 살벌해 질 것 같애...... 특별히 물어보지도 않았
는데 일일이 보고한다고 하면 또 이상하기도 하고......
"그래요 그럼"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지영.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민형
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영씨 입장에서도 선생에게 알려져서는 안될
일이 어떤건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민형은 송미라 선생의 일이 계
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왜 자신을 신경써 주는걸까......?
'꼴찌라서 그런가......?"
한심한 상상. 민형은 머리속을 깨끗이 지우고 식사를 계속했다.
-------------------------------------------------------------------
"여기가 너희 집이니? 우리 집이랑 얼마 안머네."
다음날 민형의 집 앞에서 집이 가까움을 반가워 하며 송미라가 웃음지었
다. 민형은 대문 앞에서 송미라 담임과 함께 선채 고개를 슬쩍 들어 집안
을 훔쳐 보았다.
'지영씨는 방안에 있나......?"
자신의 말대로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가 보다 하고 민형은 안심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별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는 설정에서 다녀 왔다는 인
사 같은 것도 할 필요가 없는 거겠지. 민형은 마음속으로 안에서 주의해야
할 상황을 집어보고 고개를 돌려 송미라에게 집안에 들어 갈 것을 권했
다.
"그럼 들어가세요 선생님."
"아,그래"
싱긋 웃으며 민형의 뒤를 따라 마당으로 들어선 미라. 그녀의 앞에서 민
형이 왠지 쭈삣쭈삣한 표정으로 대청마루 건너 옆 방에 붙어 있는 작은 문
하나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순간 드르륵- 소리와 함께 건너방 문이 열
리고 그 안에서 지영이 얼굴을 내밀었다. 동시에 앞서가던 민형이 자리에
우뚝 멈춰선채 눈을 크게 떴다. 지영과 민형의 눈이 마주쳤다.
"......"
"......"
몇초동안 민형을 쳐다보며 아무말 없던 지영. 그녀가 눈을 돌려 민형의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송미라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민형의 가슴이 뜨끔
했다. 민형이 얼른 얼굴을 바꾸며 지영을 향해 바보처럼 웃었다.
"하하......! 안녕 누나! 오늘은 일찍 왔네~"
"......"
얼버무리는 민형. 또다시 누나라는 호칭으로 속일 수 밖에 없는 잔혹한
현실을 원망했다. 민형이 억지 웃음을 지으며 제발 좀 넘어가 달라는 듯이
가슴으로 사정하자 지영이 뻗뻗하게 굳은 얼굴로 역시 억지로 웃었다.
"아, 민형이...... 오늘은 좀 늦었구나."
"어어~ 오늘 집에서 공부 배우거든. 아참 인사해! 우리 담임 선생님이
야! 선생님 옆집에 새들어 사는 누나예요! 학원에서 고등 학생들 입시를
가르쳐요"
대충 맞장구 쳐주는 지영에게 백번 절하며 민형이 담임인 송미라를 돌아
보았고 송미라가 왠지 여유있는 표정으로 웃으며 지영에게 인사했다.
"어머, 학원 강사시라고요~ 저도 고3을 가르친답니다. 같은 직종을 가지
고 있는 사람이 사셨네요."
영악하게 웃으며 지영에게 말을 거는 송미라 담임. 지영은 그녀가 민형
의 담임이라는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에...... 안녕하세요."
"요즘 수능 때문에 골치 아프시죠? 하긴 강사들은 우리보다는 좀 낳을거
예요. 학교는 말이죠. 정말 피곤하다니까요."
"아,네......"
왠지 도발적인 송미라 담임의 대사. 지영이 조금 기분이 나빠 미간을 찌
푸렸고 민형은 이상한 분위기에 담임과 지영을 번갈아 보았다. 담임인 송
미라는 옆집에 새사는 누나와 별달리 대화할 이유가 없는데도 계속해서 말
을 걸었다.
"그래도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고교생이 혼자 자취하는데서 새 들어 살
다니 별일이네요."
"......!?"
아이쿠? 왜 이러지 이 선생님?! 갑자기 도발적인 송미라 담임의 언행에
깜짝 놀란 민형이 당황해 어쩔줄 모르며 담임과 지영을 번갈아 바라보며
식은 땀을 뺐다. 한편 도발적인 송미라의 대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영.
왠지 자신을 비꼰다는 분위기를 없앨 수 없었던지 한마디 했다.
"어떻게 운이 좀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학교 담임이 직접 제자의 과
외도 해주나요? 그거 혹시 불법 아닌가요?"
지영 쪽에서는 꽤 대담한 대사. 그녀는 남에게 싸움을 거는데는 서툴렀
다. 하지만 민형 앞에서 외간 여자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무리했던 것이다. 순간 송미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민형의 얼굴을 두팔로
끌어 앉아 자신의 가슴에 팍 잡아 당겼다.
"괜찮아요~ 이건 개인 적인 거니까~! 사랑하는 제자하고 특별한 연유로
공부하는데는 법적인 조취가 소용 없어요~"
"......!?!?!?"
갑작스럽게 송미라의 가슴에 안기게 된 민형이 황당해 하기도 전에 지영
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트,특별한 연유요......?"
지영이 기가 막히다는 듯이 입을 벌린채 다물줄을 몰랐다.
PART-75
쿠웅
"......"
공포,공포 공포. 민형은 거의 반쯤 정신이 빠진 상태에서 신이 나 앞장
서는 송미라 선생님을 따라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왔다. 조금전 지영씨
의 표정...... 그것은 허탈함과 실망감. 그리고 모멸감이 프러스 된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지영의 그런 표정 한 번도 본적이 없어...... 민형은 가
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시체처럼 어기적 어기적 방으로 들어섰다.
'설마 내가 담임과 썸씽이 있을거라고 오해할리야......'
설마 설마, 조금 기분이 나빴을 뿐이겠지. 지영씨는 이해심이 많은 여자
니까 아마도 곧 풀어질꺼야. 스스로를 열심히 달래며 민형은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핑계거리를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담임이 여자라는 것을 밝히
지 않은 이유. 첫 번째, 예쁘니까? 맞아 죽을꺼다...... 그렇지 않으면 지
영씨가 오해할까봐? 괜한 오해를 사기 싫었기 때문에......? 음, 이게 제
일 무난할 거 같군. 이걸로 하자.
"아까 그 여자 누구니?"
"네?"
생각에 빠진 민형에게 갑작스럽게 던져진 담임의 질문. 민형은 질문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누,누구냐니요......? 옆집에 세들어 사는 누나......"
이크, 그러고 보니 또 누나라고 했었구나. 이건 또 뭐라고 변명한다냐.
선생님 건으로 다 포함 됐으면 좋겠는데...... 대답하는 민형을 빤히 바라
보며 송미라 담임이 왠지 모르게 의미 심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쁘더라. 갈색 머리야. 염색인가?"
"아니요. 원래부터 갈색이예요."
"여자들은 염색해도 다 천성이 갈색이라고 하는거야. 유방확대 수술과
같은거지."
"나참, 원래 갈색이라니까요. 그건 누구보다 내가 잘! ......!?"
마누라 칭찬하는 남자만큼 팔푼이가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지영을 띄워
주느라 얼떨결에 나온 한마디. 미라가 가늘게 눈 웃음을 띄우며 뜨끔해져
있는 민형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자세히도 알고 있네...... 되게 친한가 봐."
"이웃 사촌과의 교류는 활발할수록 좋은것이기 때문에...... 하하."
얼버무리며 대충 웃어 넘기는 민형.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미라가 가늘
게 띄어진 눈으로 웃음을 머금었고 민형은 뜨끔뜨끔한 가슴을 달래며 그
녀의 시선을 피했다. 왠지 의연이 한명 더 생겨난 것 같다. 학교에서는 이
런 여자가 아니었는데....... 교사의 자리와 보통 여자로서의 모습이 너무
다른 담임. 민형은 여자의 이중성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런거에 비하면
지영씨는 한결 같아서 좋아. 결국 단순한거지...... 응, 그렇지......
'역시 여자는 단순한게 좋단 말이야......'
자신의 여성관이 단순하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며 속으로 이렇게 생
각하는 민형. 그런 민형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담임이 물었다.
"문닫아."
"네?"
문 닫으라니 방문? 민형은 왠지 문을 닫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본능적
인 기분이 들어 부엉이 만한 눈을 뜨고 담임을 쳐다 보았다. 이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거?
"무,문을 왜 닫아요......?"
"공부하는데 바깥에서 시끄러우면 신경 쓰이니까."
"이 동네는 조용한데요."
"닫아 신경이 분산된단 말이야."
"......"
냉정한 한마디. 민형은 찍 소리 못하고 문을 닫았다. 아무리 그래도 선
생님은 선생님이지. 맞 먹을 수는 없잖은가. 민형이 자신의 뜻대로 문을
닫자 미라는 흡족한 표정으로 상을 끌어다 앞에 놓고 참고서와 교과서를
올려 놓았다.
"자, 빨리 앉아."
"예......"
또 지겨운 공부냐. 가정 방문 왔으니까 그냥 잡담 좀 하다가 돌아가면
좋을텐데...... 민형은 공부가 정말 싫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
말 싫단 말이야. 민형의 절박한 심정을 아는지 갑자기 참고서를 펼치던
미라가 턱을 괜채 고개를 들고 민형을 향해 싱긋 웃었다.
"너 공부하기 싫지?"
"네......? 네!"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민형. 미라가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그럼 오늘은 가정 방문 온거니까 얘기나 좀 하다가 갈까?"
"정말이요?"
이야호! 잘됐다. 그럼 방문 열어도 되겠네.
"그럼 더우니까 방문 열께요."
"놔둬."
"예......?"
한순간 담임의 강렬한 눈빛. 민형은 주눅이 들어 문 손잡이로 다가가던
손을 멈칫했다.
"놔두라고."
"아,예......"
그 여자 눈매한번 무섭네. 나도 눈싸움 하면 안 질 자신 있지만 담임인
데 어쩌겠어. 민형은 다리가 풀려 포르르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
러자 미라가 곧 싱글싱글 웃으며 말을 꺼냈다.
"너 교장의 특혜로 여기 전학왔지......?"
"네......? 어,어떻게 그걸......?"
이 여자도 진짜 눈치 칼이네.민형은 왠지 자신의 약점이 탄로날 것 같아
최대한 긴장하며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그런 민형을 향해 훗 하고 웃어
보이며 미라가 한손으로 턱을 괜채 민형을 빤히 쳐다보았다. 1초,2초,3초
4초,5초...... 시간이 흐르고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말을 꺼냈다.
"서,선생님 저도 묻고 싶은게 있어요!"
"뭔데......?"
웃으며 대답하는 미라. 민형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질문할 것을 마구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 뭐,뭘 물어
볼까! 역시 이럴 때 물어볼건 하나 밖에 없지......!
"선생님 몇살이세요......!?"
"25살."
25살? 우와 젊네...... 젊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젊을 줄이야. 그런
데 25살에 어떻게 교사가 됐지? 19살이 대학교 1학년 이니까 23살에 대학
을 졸업했다고 치고 일,년 이년...... 우와 그야 말로 엘리트구나.
"선생님 출세 가도가 빠르시네요.젊은 나이에 교사라는 직책을!"
"응, 돈 먹였어.
푸확! 도,돈!? 돈을 먹였다고요!? 하,하긴 요즘 교사 되려면 실력만 가
지곤 안된다고 하던데...... 그래도 그렇지 제자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정
직하게? 민형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씨근덕 씨근덕 거리며 말문을 열지 못
했다. 그런 민형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던 미라가 두손으로 턱을 괘며
말했다.
"농담이야. 그말 믿었니?"
"......"
제길 가지고 노네. 그럼 믿었죠! 선생님 말인데!! 이번엔 약이 올라서
씨근덕 거리는 민형을 향해 미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우리 학교 교장이 우리 할아버지 걸랑.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학교 이사장이야. 놀랐지?"
놀랐어요...... 이거 정말 놀랄 노자네. 그런 완벽한 백을 가지고 교생
으로 왔다가 눌러 앉았다 이거군요. 이거야 말리 비리다. 우리 나라가 현
재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립이라도 해도 그렇지...... 민형
은 왠지 모르게 착찹한 심정이 되어 한손으로 턱을 만지작 거렸다.
"너를 우리 학교에 넣어 준것도 할아버지 덕분이지."
"그,그럼 혹시......?"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담임의 표정. 민형은 불현 듯 섬
뜩한 기분이 들어 미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왠지 모르게
사슬에 얽매이는 기분이 드는데 말이야......?
"할아버지가 너를 특별히 공부시키라고 특명을 내려 주셨어. 너한테 특
별 지도를 선사하는 것도 그런 이유야."
"왜,왜 교장 선생님이 저를 그렇게 신경써 주시나요.......?"
이해가 되지 않는 말들을 들으며 민형은 혹시나 해서 이렇게 질문했다.
교장이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체크하는 학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
때 민형을 향해 입을 여는 송미라 담임의 이야기를 충격적인 것이었다.
"왜냐고? 네가 왜 이 학교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너는 너가 모르는
상당한 백이 있어."
나,나 역시 백으로 들어 왔다고!? 이거 황당하네.
"너의 할아버님인 정지철 씨와 우리 할아버지 송석인 씨는 죽마고우
야. 당연히 너희 아버지 정성욱씨와 우리 아버지도 아는 사이지. 성욱이
아저씨는 아주 어렸을때는 자주 만났는데......"
"......!?"
이거 이거 이상하다!?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던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
민형은 가슴을 졸이며 담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도대체 뭐
가 어떻다는 거야? 원래부터 선생님 집안과 우리 집안이 알고 있는 집안이
었단 말인가......? 응? 그런거야?
"그,그래요? 그럼 원래 친분이 있는 집안이었다고요......? 아아, 그렇
구나 난 몰랐는데...... 이,이거 황당하네......?"
왠지 모르게 말이 잘 떨어지지 않는 민형이 갈팡질팡 하며 쓰잘데 없는
대사를 늘어 놓기 시작했고 그런 민형을 빤히 바라보며 미라가 웃었다.
한순간 정신이 번쩍 든 민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하지만 그렇게 까지 나를 신경써 줘야 하는 이유가 뭐죠? 아무리 할아
버지 말이라 해도 부탁일 뿐인데...... 바쁜시간 내면서 까지 내 공부를
봐주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건 너랑 나랑 결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이거 완전히 죽이는데? 완전 3류 하이틴 소설. 민형은 지금 들은 말은
못들은 걸로 하기로 했다.
"황당하지?"
웃으며 묻는 담임. 예 정말 황당해요. 민형은 황당해서 기절할 지경이
었다.
PART-76
"......"
문은 닫혀 있었다. 굳게 닫힌 문. 민형의 의도와는 달리 그것이 지영에
게는 너무 각박하게 느껴졌다. 괜스레 민형이 원망스럽고 화가 났다. 지영
은 마루에 걸터 앉아 닫혀 있는 민형의 방문을 지켜보며 누구에게도 하소
연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품어 안았다.
'공부라고......'
자신에게 배워도 될텐데. 특별히 담임이라고 민형을 잘 가르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민형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고...... 오히려 그쪽
이 더욱 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지영은 담임과 집에서 과외하는 것을 찬
성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여선생일지 몰랐어. 그것도 저렇게 젊은.
지영은 화가 났다. 아, 화내고 싶지 않지만 화가 난다. 아 화나 화나 화
나. 민형씨가 다른 여자와 함께 앉아 있는게 화가 난다. 지영은 섭섭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 . . . . . . . . . .
"결,결혼이라고요......? 선생님 하고......? 저하고......?"
말도 안돼! 그런 이유 따위 난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래! 내가 알지 못
하는 이상 그런 일은 없는 것이다! 맞아! 혹시 아버지가 큰 빛이라도 져서
날 저 가문에 팔아 넘겼나!? 무,물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 - 충분
히 그럴 수 있다니......- 하지만 싫다! 내가 싫으면 싫은거다! 민형은 잔
뜩 긴장하여 적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담임을 쏘아 보았다. 그러자 미라가
민형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겠다는 듯이 상 위에 턱을 괜채 다른 한손을 까
닥까닥 흔들었다.
"긴장하지마 얘. 내 얘길 뭔가 착각했구나? 결혼할 수 도 있다는 이야기
지 반드시 해야 한다는게 아니야."
"......?"
결혼할 수 도 있다는? 그럼 안할 수 도 있다는? 근데 누구에 의사에 따
라서요?
"왜 내가 너랑 결혼해야 되니? 나 역시 노 굿이야. 무엇보다 나는 나이
많은 남자 쪽이 좋단 말이야."
"무,물론 저도 나이 적은 여자쪽이 좋아요!! 어떻게 아줌마랑!"
반사적. 이것은 그야 말로 반사적이었다! 방어수단이다! 그 순간 방문이
활짝 열렸다.
"크헉!?"
그리고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상위에 손을 집으며 크게 신음했다. 갑자
기 짚은 상이 민형의 손에 압력에 의해 다리가 부러지고 민형은 희번덕 거
리는 눈으로 부들부들 떨며 방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
아무말 없는 그녀. 그녀는 쟁반에 쥬스 두잔을 받쳐 들고 있는 지영이었
다. 그라고 지영은 아무말이 없었다.
- 드르륵
- 탁
조용히 방문이 닫히고 지영의 모습이 민형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쥬스를
들고 있었는데...... 민형은 당황해서 심장이 쿵쾅 쿵쾅 뛰었다. 들었을
까!? 쥬스를 그냥 가져간걸 보니 분명히...... 분명히......
<< 들었다!!! >>
- 쿵
세상이 새하얗다. 갑자기 양때들이 줄지어 뛰어 놀기 시작했다.
- 나이 적은 쪽이 좋아요
- 나이 적은 쪽이 좋아요
-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크하하하하하하하~ 민형은 완전히 초 죽음이 되어 울고만 싶었다. 아니
야! 난 사실 연상의 여자쪽이 좋단 말이야! 이건 사실이야! 작가도 그렇단
말이야!
"......"
자포자기가 되어 실실 거리는 민형.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미라
가 착찹한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흐응...... 역시 그랬나......'
미라가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빙긋이 웃었다.
-------------------------------------------------------------------
<< 난 나이 많은 여자는 싫어요!! >>
외치는 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형이 손가락으로 지영 자신을 가리키
며 윽박지르고 있었다.
<< 아줌마 주제에! 저 처럼 젊은 사람과 사귀려고 했어요!? 뻔뻔 스럽기
는 양로원이나 가봐요 아줌마!! >>
"아니야!"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민형씨가 그럴 리가 없어! 민형씨가 그럴
리가 없어!
<< 잘 생각해봐. 민형씨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 넌 벌써 서른이야
서른. >>
<< 바꿔 말하면 넌 아줌마라 이거야. 더 이상 젊지 않다고. >>
지혜의 목소리. 그녀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흑흑!!"
지영은 울면서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
"야 너 말이야."
사색이 되어 허물어져 있는 민형. 그를 향해 미라가 물었고 민형이 고개
를 돌렸다. 원망,원망,원망, 억지로 눈물을 참는 민형의 모습이 미라를
억지로 웃게 만들었다. 짜식...... 되게 미안해지네.
"저 아가씨가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빨리 아가서 풀어줘야 하지 않
겠니......?"
"오,오해라뇨. 무슨 오해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민형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미라는 모든 것을 눈치챘다는 듯이 갸름하게 웃었
다.
"저 저 누나랑 친하지 않니?"
"예......"
"사귀는 사이 아니니?"
"!!!!"
역시 의연이다 의연! 같은패가 분명해! 의미 심장하게 웃는 담임의 표정
을 보며 민형이 놀람반+속시원함 반으로 눈을 부라렸다. 알고 있었죠! 알
고 있었으면서 놀린거죠! 민형인 원망가득한 눈으로 미라를 바라보자 그
녀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왜그래? 난 몰랐어. 지금 안 것 뿐이야. 아니니?"
"왜 아니겠어요! 맞아요! 저 여잔 내 여자예요! 그러니까 난 누구하고도
결혼 안해요!"
"아, 그래 그래 미안하다. 그런 줄은 몰랐네. 어쨋든 빨리 아가봐. 너
보다 나이 먹은 아가씨께서 쇼크 먹었겠다."
"씨이......!! 그럼 선생님 내일 뵈요!!"
원망을 마구 내뱉으며 민형이 얼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신발을 신고
바깥으로 튀어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인사할 생각을 하다니 미라는 민형
의 순수함에 풋 하고 웃음이 튀어 나왔다.
'자식 능력 좋네...... 연상의 여인을 다 꼬시고.'
미라가 어깨를 뛰어나가는 민형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안경태를 살짝 들
어 올렸다.
........................................ . . . . . . . . . .
- 따르르릉
- 따르르릉
민형의 집을 나서려는 미라의 등뒤에서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
기 시작했다. 민형의 방에서 울리는 전화벨. 미라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여보세요......?"
<< 아, 죄송합니다. 잘못...... >>
"아니 여보세요? 여기 정민형씨 댁인데요?"
<< 어? 아 그래요......? 아 죄송 착각했네요. >>
수화기 안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확실히 민형보다는 연상의 것이
었다. 목소리사 민형을 찾았다.
<< 저 민형씨는 없나요......? >>
"아, 잠시 나갔습니다. 실례지만 무슨 일로......?"
<< 언제쯤 들어오죠? >>
냉랑한 목소리. 미라는 왠지 꽁해져서 조금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
다.
"한참 걸릴거 같은데요."
<< 그래요? 이상하네...... 아 전 지혜라고 하는데요. 혹시 민형씨가 돌
아오면 이쪽으로 전화 좀 하라고 전해 주실래요. 전화번호는 알고 있으니
까요. >>
지혜? 이런 여자도 사귀고 있는거야? 이녀석 알고보니 바람둥이 아니
야? 미라는 갑자기 얄미운 기분이 들어 머리속으로 민형을 떠올렸다. 자식
보기보다 플레이 보이 기질이 다분하군. 미라는 전화를 받은 자신도 여자
라는 것을 망각하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예 그렇게 전해 드리죠."
미라는 이렇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석...... 사귀는 여자가 있
다면서......
PART-77
"헉헉......!"
민형은 급하게 골목으로 뛰어나와 지영이 갔던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
다. 나간지 얼마 안됐으니 꼭 붙잡아야 돼! 해명하지 않으면 안돼! 민형은
초조함과 긴장감 불안감으로 가득해져 뛰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골목 한바퀴를 다 돌았을 때 민형은 구멍가게 앞에 멈춰서서 숨을 몰아
쉬며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근처 골목을 샅샅히 뒤졌는데 지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민형은 고개를 들어 대로 건너편에 나 있는 적지 않은 유
흥가 골목을 바라보았다.
"......"
........................................... . . . . . . . . .
지영은 유흥가를 걷고 있었다. 저녁 8시 중간쯤 지난 시간. 이르다고
할 수 있는 이 시간에 벌써부터 각집에 휘황찬란한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골목은 야하고 요란한 옷차림의 젊은 이들이 북적 거렸다. 지영은 이런곳
에 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오늘만은 달랐다. 오늘은 왠지 분통
이 터지는 이 기분은 달래고만 싶었다. 어디 술집이라도 들어가서 실컷 마
셔 버릴까......
'아니야...... 그랬다간......'
민형은 꽤 보수적이라 너무 과감한 방법은 위험하다가는 생각이 들었
다. 그랬다가 정말 미움 받기라도 하면...... 지영은 민형이 원망스러 뛰
어 나왔지만 나와서 까지 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하지만
지영은 그렇게도 민형을 좋아했다. 너무 좋아서 이렇게 갈등하고 있는 것
이다. 그래서 더 서러웠다.
"......"
막상 나오기는 했지만 혼자 걷고 있으니 불안했다. 주위에 흘낏흘낏 시
선도 기분 나뻤고...... 지영은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을 없애지 못해 몸을
돌렸다. 그냥 돌아가자. 돌아가서 민형씨 앞에서 울어 버려야지. 그순간
몸을 돌리는 지영의 얼굴에 두터운 살집이 부딪쳤다.
"아......!?"
얼굴을 부딪쳐 코가 찡해진 지영이 한손으로 코를 움켜 잡으며 고개를
들자 자신의 앞에 10대로 보이는 키큰 남자아이 두명이 서 있었다. 지영
이 학원 강사를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들을 학생으로는 보지 못할 외모
였다.
"아가씨 혼자야?"
"오늘 우리랑 같이 놀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두 소년. 하지만 지영은 잔뜩 얼어서 쭈삣쭈삣
아무말도 못하다 냉큼 그 둘을 지나쳐 가려고 했다. 순간 두 소년중 머리
를 흰 두건으로 동여맨 귀걸이를 한 녀석이 지나쳐 가려는 지영을 붙잡았
다.
"그냥 가는거야?"
"나,난 볼일이 있어서......"
"무슨 볼일인데? 같이 가줄게. 이 부근은 위험해."
희두건이 지영의 손을 붙잡은채 이렇게 말하며 지영의 가슴께를 힐끔 보
고 웃었다. 풍만한 젖가슴이 푹 파인 나시 안에서 탐스럽게 굴곡을 들어내
고 있었다. 지영은 불안한 나머지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난 괜찮아요......! 아......!?"
"왜그래? 그럼 혼자서 뭐하러 왔어?"
지영이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녀석이 놓아주지 않았다. 잠시후 검은 셔
츠를 입은 무쓰머리가 지영의 좌측에 붙어흰 두건과 함께 지영을 가게 터
가 있는 벽 맡은 편으로 밀기 시작했다. 지영은 새파래져서 식은땀을 흘리
며 외쳤다.
"왜,왜이래요! 난 가야해요!"
"왜그래 누나 재미없게...... 우리는 삐끼가 아니라니까. 그냥 재밌게
놀잔 말이야."
"전 볼일이 있어요.......!"
"지금 우리의 성의를 무시하는거야!?"
갑자기 험악해 지는 두 소년의 얼굴. 지영은 심장이 덜컥 멎었다. 두소
년의 손을 보니 솥 뚜껑만한게 한 대만 맞더래도 즉사할 것 같았다. 지영
은 겁이 난 나머지 눈물을 글썽 거리며 마음속으로 민형의 이름을 불렀
다.
<< 민형씨...... >>
이럴땐 누구보다 도움이 되는데. 민형씨만 있으면 괜찮은데...... 지영
은 이런 위험한 곳에 혼자 나온 자신을 후회했다.
"이봐!!"
그때였다. 구세주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지영은 너무나 반가워 눈물
을 머금은채 번쩍 고개를 들었다. 민형씨!?
"너희들 뭐하는거야! 그 아가씨는 내 일행이다!"
"......!"
지영을 자신의 일행이라고 외치며 다가오는 남자. 그는 민형이 아닌 20
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청년 이었다. 평범한 T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아무
리 봐서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 남자였다. 남자를 향해 두 소년의 눈이
꼬리를 물고 치켜 올라갔다.
"뭐야 너는......? 이 여자랑 일행이라고......?"
거짓말인줄 뻔히 안다는 표정. 사내가 찔끔하며 대답했다.
"그,그래......"
사내의 확실치 못한 대답. 두 소년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짜식이! 이런데서 일행을 내버려 두면 되나! 가봐! 이 여자는 우리가
맡았어!"
"뭐라고!? 저리가! 아가씨가 싫어하잖아!"
"뭐야 이게!?"
한순간 퍽 소리가 나고 지영은 질끈 눈을 감았다. 잠시후 눈을 떴을 때
복부를 움켜 잡고 쓰러지는 구세주 사내가 보였다. 보통 이럴땐 항상 민
형씨가 이겼는데......? 보통 남자는 그다지 강하지 않구나...... 지영은
남자라고 모두 센건 아니라는 걸 그제서야 실감했다. 쓰러진 사나이의
위에서 흰 두건이 외쳤다.
"야 튀어!"
"......!"
사나이가 쓰러져 배를 잡고 신음하자 겁을 먹은 두 소년은 냉큼 도망가
기 시작했다. 폭력사건에 연류되는 것이 두려웠던지. 지영은 그제서야 정
신을 차리고 얼른 무릎을 꿇고 사내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으세요!?"
쓰러진 사내를 부축하며 지영이 이렇게 묻자 사내가 인상을 찌푸린채 쓴
웃음을 지으며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다. 급소를 맞았으니 꽤 고통스러울
것은 당연한 일.
"가,갔나요......?"
"예, 갔어요."
그에 질문에 대답하며 지영이 쓰게 웃었고 사나이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얻어 맞은 배를 문질렀다.
"아아...... 요즘 젊은 녀석들은 이렇게나 난폭해서 원. 어디 다치신데
는 없으세요?"
"덕분에.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자신을 도와준데 대한 고마움에 지영이 고개를 꾸벅 숙이
며 이렇게 말했고 사내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그는 젊고 매우 미남이었다. 훤칠한 키에 어른
스러워 보이는 용모가 민형과는 대조됐다.
"아가씨 혼자서 이런곳에 계시면 위험해요. 어디 볼일이라도......?"
"아니, 저는......"
마땅히 갈데가 없는게 당연한 지영. 그렇다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민형
에 일해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해서 지영은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전 근처에 사는데 잠깐......"
"......!"
지영이 말을 얼버무리자 사내는 대충 지영의 심정을 감지했는지 씩 웃었
다.
"그래요? 저도 잠깐 나와 본건데."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쑥쓰러운 듯 웃었다.
-------------------------------------------------------------------
"자 한잔 하세요."
"고,고맙습니다."
지영에게 술을 따르는 사내의 이름은 김선민. 그는 서울에 모 기업에
사원이지만 출장중이라 대전에 잠시 내려와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일을 끝
내고 잠깐 시간을 내어 거리에 나왔다가 봉변을 당하는 지영을 보고 도
와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영은 처음 보는 남자와 이렇게 술자리를 같이
하는게 대단히 어색했으나 왠지 모르게 오늘만은 조금은 색다른 기분이 들
었다. 하지만 집에서 민형씨가 걱정하고 있을텐데...... 술자리 앞에서도
지영의 걱정은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영씨는 어떤 직종에 몸담고 계세요?"
"예? 아, 저는 근처 학원에서 아이들을......"
"무슨 학원인데요?"
"대입대비반이예요."
"이야, 그것참 골치아픈 직업이로군요."
지영의 대답에 호쾌하게 대답하는 김선민. 그는 지영에게 건배를 권해
잔을 부딪친 후 한 번에 쭈욱 들이켰다. 술을 매우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저희 형님도 선생님이십니다. 하지만 아까보셨듯이 학생들 대부분이
무서운 녀석들이라서요...... 요즘 고교생들은...... 하하."
"네에......"
좋은 고교생도 있는데...... 지영은 민형을 떠올리며 선민의 말에 약간
에 거부감을 비추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어른들간이 대화. 지영은 오랫
동안 이런 대화를 해보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낮아지는 기분이 들
었다.
| 분류 | 제목 | 글쓴이 | 조회수 | 추천 |
|---|---|---|---|---|
| 경험담 | 섹밤 | 177695 | 2 | |
| 유부녀(미시/불륜) | 노선생χ | 32148 | 0 | |
| 유부녀(미시/불륜) | 노선생χ | 25901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7095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612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6064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901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768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889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877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786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6036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6163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608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5433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6729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7526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7411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8921 | 0 | |
| 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 노선생χ | 16319 | 0 | |
| 직업물 (여직원/오피스) | 노선생χ | 12476 | 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