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고교 3년생의 사랑 7부

조회 5616 추천 0 댓글 0 작성 17.06.19

지훈과의 큰 싸움이 있던 다음날 민형은 깨어진 주먹과 엄망으로 얻어터진

얼굴에 하나 가득 반창고를 붙이고 학교에 갔다. 어제의 일은 어떻게 생각

해 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었던 괜찮은 사건, 덕분에 유지영 선생님에 

대한 믿음도 더욱 커졌고 그녀의 오빠 지훈의 반대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처음으로 유지영 선생님을 가슴에 안아 보기 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마지막에 행복했던 그날이 아니었던가. 민형은 손 끝에 

전해져 왔던 유지영 선생님의 허리 감촉과 자신의 가슴에 닿았던 봉긋하고 

부드러운 젖가슴을 생각하면서 얻어맞은 상처가 아픈 줄도 모르고 히죽히

죽 웃었다.

  "야 너 왜 그러냐? 마치 바보 같다?"

  민형과 함께 복도를 걷던 성우가 상처를 가득 입고 학교에 와 실실 거

리는 민형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동시에 얼굴이 빨개

진 민형이 웃던 얼굴을 재빨리 감추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그나저나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얻

어 맞았어? 서울 전지역 캡틴을 이렇게 팬 녀석이 누구야?"

  "어제 좀 그럴일이 있었지."

  민형은 어제의 일을 성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대충 얼버무리려 했

다. 그러나 성우는 끈질기게 따져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 왠만하면 이렇게 얻어 맞을일이 없잖아? 누가 인질 극

이라도 벌였어?"

  "얌마, 어제 좀 흥분한 일이 있어서 그랬다니까! 그리고 나도 맞을 수

있지 왜그래?"

  "흥, 그러셔......"

  민형이 대뜸 외치자 성우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여전히 의심이 간다는 얼

굴을 지우지 못한채 민형을 쳐다보았다. 민형은 귀찮기도 하고 괜히 여자

때문에 싸웠다는 말이 창피하기도 해서 끝까지 입을 다물기로 했다.

  - 툭

  그때 누군가가 성우의 어깨를 건드리고 지나갔다. 멀쩡히 잘 걸어가던 

성우는 무방비 상태로 비틀 균형을 잃고 말았다. 

  

  "뭐야 너......? 어......?"

  짜증섞인 목소리로 고개를 든 성우가 한순간 입을 다물었다. 동시에 옆

에서 걷고 있던 민형역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누쌀을 찌푸렸다. 성우의 

앞에는 양복을 입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인상의 한 남자가 서 있었

다.

  "한성우, 너 지금 나보고 지껄인거냐......"

  "아, 서,선생님. 선생님 인줄 모르고......하하."

  "닥쳐 이 버르장 머리 없는 자식!!!"

  한순간 선생님의 묵직한 주먹이 성우의 면상을 그대로 갈겼고 성우는

욱 소리와 함께 무방비 상태로 바닥에 널부러 졌다. 깜짝 놀란 민형이 급

히 성우를 부축하며 외쳤다.

  "성우야!"

  "아야야......"

  성우는 터진 입술을 손으로 닦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민형과 성

우의 앞에 우두커니 선채 학생주임인 김원규가 거만하게 눈살을 부라렸

다.

  "야,정민형. 너 또 어디서 싸움박질이나 하고 학교에 와 자빠진거야.

그러려면 당장 학교 때려쳐 임마."

  "......"

  그의 목적은 애초에 민형 이었다. 학생주임의 입장에서 공부도 못하고

싸움만 하는 민형은 눈에 가시 같았다. 게다가 민형을 따르는 추종자들

은 다른 학생들 처럼 학생주임의 권위에 비굴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마

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뭐야 그 눈은? 불만있어!"

  민형이 똑바로 선생을 노려보자 욹그락 붉그락 해진 김원규 선생이 손

바닥으로 민형의 따귀를 갈겼다. 민형의 얼굴이 돌아갔으나 민형은 비틀

거리지도 않고 또다시 똑바로 김원규 선생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도 됩니까?"

  "뭐야?"

  "가도 되냐구요. 노려본 대신 한 대 맞았잖아요."

  "흥, 이놈이...... 빨리 꺼져!"

  민형이 좀처럼 꺽이지 않자 울화가 터진 김원규가 복도 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윽박 질렀다. 민형은 김원규 선생을 무시한채 성우와 함께 복

도를 빠져 나와 운동장으로 나갔다. 뒤에 남은 김원규 선생이 그런 민형

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거만하게 중얼거렸다.

  "흥, 건방진놈...... 반드시 퇴학 시킬테다."

.............................................. . . .  .  .  .   .

  "어유 열받아!! 주임 그자식 언제 애들 시켜서 뒤지게 패 버릴까보

다!! 야 정민형 너 열받지 않냐!?"

  운동장으로 나온 성우가 맞은 볼을 어루만지며 문통이 터진다는 듯이 소

리쳤다. 그러나 민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벤치에 앉아 그저 잠자코 있

을 뿐이었다.

  "그자식 진짜 재수없어. 심심하면 아무나 붙잡아서 소지품 검사하고 꼬

투리라도 잡히면 뒤지게 팬단 말이야. 으 씨발, 좆같애 정말."

  "교칙에 위반되는 물건을 가지고 다닌게 잘못이니까 할 수 없어."

  "으, 너 마음 좋다 진짜? 어구구!"

  민형이 좀처럼 화를 내지 않자 답답해진 성우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펑펑 때렸다. 민형은 그런 성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속을 분한 마음

을 삭였다. 김원규...... 이 학교의 학생 주임이지만 학생에 대한 이해심

이 없고 자기 중심적이며 폭력을 심하게 사용해 학생들의 원망을 사고 있

었다.   

  "제길, 학생 신분이면 개냐. 우리는 이렇게 개처럼 맞으면서 다녀야 되

는거냐? 공부 못한다고 맞고! 옷 잘 입는 다고 맞고! 똑바로 쳐다본다고 

맞고! 우와 이건 대한민국이 후진국이자 개 법치국가라는 살아 있는 증거

다! 어휴 짜증나!!"

  "야야, 들어가자 들어가. 운동장에서 추태 부리지 말고......"

  민형은 분해서 어쩔줄 모르는 성우를 잡아 끌고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

다. 분한 것은 사실이다. 민형역시 이유 없이 얻어맏고 기분이 괜찮을리

는 없다. 하지만 학생의 주권은 포기 되고 교사의 폭력은 정당화 되는 것

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학생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교사의 

음모에 방해가 되는 한 그것은 그릇된 사상으로 풀이 된다. 정민형 18

세. 그 역시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고교 3년생으로 학교에 소속되 있는 것

이다.

........................................ . . .  .  .  .  .  .  .

 "가서 빵사와."

 "야, 나는 고로케로 사와!"

 책상위에 걸터 앉은 두세명의 학생이 같은반 급우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몇푼의 돈을 쥐어주고 힘없어 보이는 키작은 학생에게 

은근한 웃음의 협박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러나 힘이 없는 자는 언제나

그들의 협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한 도리가 없었다. 

  "야 민태기."

  마침 교실로 들어오다 그 광경을 보게 된 민형은 심부름을 하기 위해 

막 교실을 빠져나가려던 민태기를 불러 세웠다. 그는 공부도 못하고 힘도 

없고, 집까지 가난하여 항상 같은반 급우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대표적인 

케이스 였다. 민형이 부르자 민태기는 깜짝 놀라 자리에 우뚝 멈추어섰

다. 민형은 그런 태기에게 뚜벅 뚜벅 다가가 그가 들고 있는 돈을 빼았았

다. 그리고 책상위에 앉아 낄낄 거리고 있는 3명의 같은 반 급우들에게 다

가갔다.

  "박지용, 김택현, 강성기"

  "어, 무슨 일이야."

  민형이 셋의 이름을 부르자 그중 가장 덩치가 큰 박지용이가 고개를 들

어 아는 척을 했다. 그순간 민형은 그대로 돈을 셋의 얼굴에 집어 던졌

다. 그리고 책상위에 올라가 있는 녀석들의 면상에 주먹을 한 대씩 갈겨

주었다. 쿠당탕 소리와 함꼐 비명이 울리고 셋은 나가 떨어졌다. 

  "왜, 왜그래! 왜 때려!"

  겁먹은 지용이 민형의 앞에 쓰러진채 울먹이며 외쳤다. 민형은 한없이

더러운 것을 바라보는 눈으로 셋을 내려다 보며 중얼 거렸다.

  "박지용, 너 이번에 중간 고사에서 4등했지. 공부 잘하면 그래도 돼?"

  "저,정민형 너 왜그래."

  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김택현이 민형을 말리려는 듯이 그에게 가까이 다

가왔다. 그순간 민형이 발로 택현의 복부를 걷어 찼다.

  "엎어져 있어!!"

  "악!!"

  민형에게 얻어 맞은 택현은 우는 소리를 하며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

다. 민형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들 셋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김택현, 너 저번에 박지용이랑 컨닝했지. 다음부터 컨닝하지마. 학교가

컨닝하라고 다니는덴 줄 알어!?"

  "아,알았어......"

  민형이 눈을 한 번 부릅뜨자 택현은 죽어가는 소리를 하며 고개를 조아

렸다. 민형은 그런 세명이 한심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만 강한

그런 더러운 부류가 어느 학교에고 꼭 한둘씩 있는 법이다. 그것은 선생

과 다를 바 없다. 이 나라의 사회 제도는 공부 하나로 대부분의 직업에 취

직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성에 관계 없이 선생과 법관이 될 수 있다. 그런

자들이 이 나라의 법을 관리하고 학생을 가리치는 것이다. 민형은 마지막

으로 구석에 조용히 쓰러져 있는 강성기에게 한마디 했다.

  "그리고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친구한테 심부름 시키지 마."

  민형은 이렇게 말한후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 앉았다. 옆 자리에 있던

성우가 민형을 향해 중얼 거렸다.

  "야, 너 화풀이 그렇게 하냐. 머리 좋다."

  "시꺼 임마."

  민형은 과히 기분 좋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

다. 자신이 왜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의심이 갔다. 

 '어째서 나는......'

  유지영 선생님은 서울대를 나왔다. 그녀 역시 이것과 같은 시련을 겪고

서울대를 나온 것이다.

  '어째서 나는 이 학교에 다니는 거지......'

  그 착찹한 심정은 이 나라의 모든 수험생들이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의

문이었다.

PART-36

  그날의 5교시는 체육 시간이었다. 인문계라면 3학년은 이 시기에 당연히 

체육이 없을 테지만 실업계인 민형의 학교는 1학기에는 체육시간에 운동장

에 나갔다. 특별한 체육 교육 스케줄도 없는 관계로 주로 여자들은 피구. 

남자들은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기...... 선생님 저 교실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그때 박지용이가 벤치에 앉아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는 체육 선생에게 

교실로 들어가게 해주길 부탁했다.

  "뭐야 박지용 무슨일이야?"

  "배가 좀 아파서 엎드려 있으려구요."

  그것은 꾀병이었지만 박지용의 익숙한 연기 실력에 깜빡 속아 넘어간 채

육 선생은 교실로 들어 갈 것을 허락했다.

  "그럼 양호실로 가야지?"

  "아니요, 엎드려 있으면 괜찮아요. 위경련인가 봐요......"

  "그래? 그럼 들어가 있어라."

  박지용은 성격은 어쨋던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들에게 아양 잘떠는 귀여

움 받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어려운 체육 농땡이를 손쉽게 성공 할 수

있었다. 신이 나서 교실로 들어가는 박지용을 흘끔 쳐다본 민형이 한심하

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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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민태기."

  교실로 들어온 박지용은 순식간에 건강해 졌다. 그는 주번으로 교실에

홀로 남아있는 민태기에게 다가가 험악한 얼굴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겁

먹은 민태기가 주춤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내가 배가 좀 아파서 주번을 바꾸자니까 그렇게 꼴리냐? 그렇게 꼴

리냐고 엉!"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손바닥으로 민태기의 볼을 탁탁 때리는 박지용의 앞에서 태기는 겁먹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미,민형이가 바꾸지 말라고 해서 너도 안 바꾼 거잖아......"

  "왜 내가 안바꿔! 니가 안 바꾸니까 내가 못바꾼거지!"

  박지용은 이렇게 말하면서 태기의 머리를 후려쳤다. 태기는 겁먹은 얼

굴로 지용이 때리는 대로 순순히 맞았다. 한참동안 민태기의 얼굴을 툭

툭 후려치던 박지용은 재미 없어 졌는지 책상위에 털썩 앉으며 민태기에게

명령했다.

  "야, 너 여자 분단가서 도시락 좀 가져와."

  "뭐? 시, 싫어......"

  "싫어? 이 자식이!"

  거절하는 태기를 발로 걷어차며 박지용이 험악하게 소리쳤다.

  "빨리 가져와 임마!!"

  "......"

  박지용의 으름짱에 우물쭈물 하던 태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근처에

있는 여학생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방을 뒤지는 민태기의 두눈에서 

찔끔찔끔 눈물이 맺혔다. 

  툭-

  순간 툭 소리와 함께 가방에서 무엇인가가가 떨어졌다. 도시락을 꺼내려

던 태기는 깜짝 놀라 그것을 바라 보았다. 박지용 역시 땅에 떨어진 물건

을 바라보며 태기에게 눈짓 했다.

  "야, 그거 뭐냐?"

  "어, 이거......"

  태기가 땅에 떨어진 종이 뭉치를 주워 들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만원짜

리 한뭉치였다. 깜짝 놀란 태기가 그것을 손에 든채 쩔쩔 매었다. 순간 박

지용의 두눈이 번쩍 빛났다.

  "야, 그거 이리 가져와!"

  "이,이건 현주 꺼잖아......"

  "안 가져와!!"

  한순간 박지용이 던진 필통이 민태기의 얼굴에 정통으로 날아가 작열

했다. 필통이 열리고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용

은 기다리다 못해 자기 직접 민태기에게 다가가 돈을 빼앗았다.

  "우와~ 10만원이네.?"

  "......"

  박지용이 돈을 세어 보며 신이 나서 외쳤다.

  "야, 이거 내가 꺼낸 거니까 난 책임 없다. 난 너한테 빼앗은 거니까."

  "뭐, 그,그런?"

  "뭐, 불만있어!?"

  "......"

  "너 입다물고 있어. 너만 조용하면 돼. 너도 만원줄까?"

  박지용은 이렇게 말하며 민태기에게 만원을 건네 주었다. 그러나 태기는

그 만원을 받지 않으려 했다.

  "시,싫어......"

  "받어 임마!!"

  억지로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어주며 박지용이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민태기는 겁을 먹은 얼굴로 주머니에 들어간 돈에 손을 대지 못한채 찔

끔찔끔 눈물을 머금었다. 

....................................................... . . . . .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던 민형은 문득 교실을 빠져나와 운동장으로

돌아오는 박지용을 보았다. 그는 체육 선생님의 앞에가 착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배가 좀 나았어요 선생님. 그래서 견학할까 해요."

  "괜찮겠어? 들어가 있지 않고."

  "아니요, 엎드려 있었더니 나아졌어요. 교실에 들어가 있으면 좀 미안

해서......."

  박지용의 멋적은 듯한 얼굴에 체육 선생은 기특하다는 듯이 상냥한 얼굴

로 지영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럼 저쪽에 앉아 있거라. 배가 또 아프면 들어가도 좋아."

  "네, 선생님"

  박지용이 무언가 신이 난 얼굴로 근처 벤치에 앉으러 가는 것을 보며 

민형은 못 마땅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녀석, 체육을 땡땡이 친게 대단한

행운일텐데 어째서 스스로 기어 나왔지...... 민형은 약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이런 시시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더렵혀지는 것이 싫어 이내 축

구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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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돈이 없어졌다고? 얼마나?!"

  깜짝 놀란 수학선생은 수업을 진행하다 말고 울먹이는 현주를 향해 외쳤

다. 6교시 수업에 들어간 현주가 책을 챙기기 위해 책가방을 뒤지다가 자

신이 가방에 넣어 두었던 돈 10만원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동시

에 교실안은 웅성웅성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찾아 본거니? 다시 한 번 잘 찾아봐."

  "잘 찾아 봤어요 선생님. 그리고 야자때 먹을 도시락도 누가 반쯤 먹어

버렸어요."

  당황한 듯이 되묻는 수학 선생의 앞에서 현주가 훌쩍 거리며 이렇게 중

얼 거렸다. 칠판 앞에서 수업을 하던 수학 선생의 얼굴에 당황의 기미가 

떠올랐다. 

  "언제 돈이 있는걸 확인했니?"

  "점심 시간이요. 종례때 장학적금 내야 하는데..... 흑"

  현주가 이렇게 말하며 점점 깊게 울먹였다. 점심 시간에 확인 했다면 5

교시 체육시간에 없어 진 것이 분명하다. 단서를 잡은 수학 선생님이 학생

들을 향해 무서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너희들 전 시간 체육 이었지. 교실에 남은 사람 누구야."

  수학선생의 외침과 함께 민태기와 박지용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박지용

은 아직 자신의 책가방에 넣어 두었던 10만원을 생각하며 재빨리 교실 바

깥에 숨겨두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제길, 저 기집애 이렇게 빨리 확인될

줄이야...... 

  "체육 시간에 누가 남았냐니까?!"

  수학선생의 제촉에 놀란 민태기가 식은땀을 흘리며 쭈삣 쭈삣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매우 겁먹은 얼굴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겁먹은 얼굴에 수학선생은 일종의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

았다. 그녀가 호명했다.

  "반장,부반장!"

  "네."

  선생님의 부름에 반장 부반장이 일어났다. 부반장은 다름 아닌 박지용 

이었다. 그역시 매우 당황하고 있었지만 당황기를 느끼지 않기 위해 간신

히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형은 그런 박지용이 왠지 수상했다. 지

용 역시 잠깐이지만 체육시간에 교실에 들어갔었지 않은가.

  "모두 책가방 책상위에 올려 놓고 눈 감는다. 반장은 여자 분단. 부반

장 남자 분단 소지품 검사해."

  "네."

  대답과 함께 반장과 박지용이 각자 남,녀 분단의 맨 앞줄로 나아 갔다. 

민형은 왠지 자존심이 상해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앞을 쳐다 보고 있었

다.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일방적으로 소지품 검사를 시키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

  한순간 민형의 두눈이 번쩍 뜨였다. 박지용, 부반장 박지용 그 녀석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무엇인가를 은근슬쩍 민태기의 가방속에 집어 넣고 있

는 것이었다. 마치 민태기의 가방을 조사하듯 해낸 연출이었기 때문에 교

탁위에 선생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뒷 자리에 있는 민형은 보

았다. 박지용의 소매에서 민태기의 가방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 뭉치를.

  "선생님 여기 있는데요!"

  갑자기 박지용이 호들갑스럽게 돈 뭉치를 집어 보이며 외쳤다. 그리고

민태기는 몸을 부르르 떨며 사색이 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생님과 아이

들 모두 뜻박인 얼굴로 민태기를 바라보았다. 그순간 민형이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났다.  

  "박지용-------------!!"

  "!?"

  엉겹결에 고개를 돌리는 박지용의 앞으로 한순간 민형이 날 듯이 돌진

했다. 책상을 밟고 올라선 민형이 그대로 분노한 얼굴로 박지용의 머리를

발로 걷어 찼다. 지용의 얼굴에서 피가 터지고 그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이 개새끼----!!"

  "정민형 무슨 짓이야!!"

  민형의 분노한 외침과 함께 수학 선생의 고함소리가 터졌다. 동시에 급

우들이 쓰러진 지용을 공격하려는 민형을 붙잡아 말렸다.

  "그만해 민형아!"

  "그,그만하라구!!"

  반장과 아이들이 민형을 붙잡으며 어쩔줄 몰랐다. 그러나 민형은 비열

한 박지용을 용서하지 못해 눈을 부라렸다. 순간 쓰러진 박지용이 맞은 

얼굴을 감싼채 큰소리로 외쳤다.

  "왜때려 이 깡패야!! 니가 훔쳤지! 네가 훔쳐서 민태기한테 맡긴거지!

다 알아!! 난 다 안다고!!"

  "뭐야!?"

  외침과 함께 민형의 두눈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박지용 이 뻔뻔

스러운 놈!! 저 개같은 자식 오늘 사지를 부러뜨려 버리겠다!! 민형은 이

렇게 결심하고 주위에서 자신을 말리는 아이들을 모조리 날려 버렸다.

  "개새끼 죽여버려!!"

  "정민형!!"

  그때 날카로운 외침이 민형을 가로 막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학선생

이었다. 민형은 아직 흥분한채 눈을 부라리며 수학 선생을 노려 보았다. 

그녀가 민형의 앞으로 다가와 화난 듯 언성을 높혔다.

  "이게 무슨짓이야! 선생님 앞에서 급우를 폭행하다니! 네가 이 학교 보

스면 다야!?"

  "이놈은 맞아도 된다구요! 선생님이야 말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지 

마요!"

  "뭐,뭐라고!?"

  민형의 반박에 수학선생의 얼굴이 일그러 졌다.

  "도대채 뭘 모른다는 거야!? 그리고 선생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정

민형!?"

  "저 자식이 가지고 있던 돈을 민태기 가방에 떨어 뜨렸다구요! 내가 봤

어요! 저 개새끼!"

  "정민형! 욕을 삼가해!"

  민형이 진실을 폭로하자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변한 수학 선생이 흥분한 

민형을 가로막으며 박지용을 쳐다 보았다.

  "박지용 이 말이 정말이야!?"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라구요 선생님! 저 자식이 훔친게 분명해요!"

  박지용이 큰 소리로 반박했다. 그는 마치 정의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것

처럼 진실된 얼굴로 민형을 모함했다. 민형의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

다.

  "이 새끼가-----!!"

  - 짜악------!!

  순간 박지용에서 달려들려던 민형의 볼이 젖혀졌다. 수학선생의 손바

닥이 민형의 볼을 내리친 것이다. 민형이 어벙벙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

자 수학선생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만두지 못해. 학우를 괴롭힌것도 모자라서 부반장을 모함해? 너 아

무리 불량하게 보여도 이 정도의 애일줄은 몰랐는데!"

  "......뭐라고요?"

  완전히 지용의 말을 신임해 버리는 수학선생의 앞에서 민형이 어이 없

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교실은 조용했다.

 - 짜아악!

  순간 커다란 소리와 함께 수학선생이 교실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와

함께 교실안에 모든 학생들, 민태기, 박지용 까지 기가 막힌 얼굴로 두

눈을 크게 떴다. 수학선생의 따귀를 갈긴 정민형이 큰소리로 수학 선생을

향해 소리쳤다.

  "불량해서 미안하다 이 개 같은년아!! 네가 그러고도 교육자냐!! 너 같

은게 가리치니까 세상이 이 모양이지----------!!"

  민형의 커다란 외침이 교실안을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PART-37

  "어휴, 이 자식이 왜이러지 이거!"

  철썩 소리와 함께 교무실 앞에 선 민형의 고개가 젖혀졌다. 김원규 학생

주임의 앞에 선 민형이 분한듯한 얼굴로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조금전 수

학 선생을 때린 사건 때문에 수학 선생은 울고 학생들 사이에서 한동안 난

리가 났었다. 민형은 곧바로 교무실로 끌려와 많은 선생님들의 질책과 함

께 학생주임의 체벌을 받고 있었다. 그것은 말은 체벌이었지만 감정적인 

폭행이었다. 김원규 학생주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죽거리

며 민형을 쳐다보았다.

  "학생이 선생님을 때리다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어쩌다 세상에 이런

놈이 나왔지 이거? 너희 부모님이 널 그렇게 가르치데?"

  "!"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민형은 울컥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 자식...

... 이 자식을 한방 먹여 버렸으면...... 하지만 선생을 때린건 잘못한 일

이다. 아까와 같은 감정적인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민형은 

이렇게 자기 감정을 추스르며 꾹 참고 있었다.

  "뭘봐? 뭘 쳐다보냐? 너 같은 놈이 있으니까 이 세상의 쓰레기가 많아지

는 거야!! 넌 퇴학이야 퇴학! 무사할 것 같아?! 퇴학이라구!"

  "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김원규 학생주임의 앞에서 민형은 점점 울화가 

치밀었다.

  "제기랄! 왜 소리치고 난리야! 퇴학이라면 누가 겁먹을 줄 알아!!"

  "이, 이놈이?"

  민형이 큰 소리로 외치자 얼떨떨한 김원규 학생 주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다른 선생님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민형

쪽을 돌아보았다.

  "돈받고 학생을 가르치는 주제에 뭔 잔말이 그렇게 많아! 선생은 학생을

때리는데 왜 학생은 안돼!? 잘못 한 사람이 맞는건 당연하지! 우리는 잘못

하지 않아도 얻어맞고 있어! 우리가 없으면 선생님은 다들 실업자라구! 

뭐가 잘나서 권위를 내세워 내세우길!!"

  "이, 이 자식이 미쳤나!

  교무실 안이 웅성대기 시작하고 삐죽삐죽 핏발이 서는 김원규 선생의 모

습이 민형의 눈앞에 비추었다. 민형은 이제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었


다. 욱-하면 끝내버리는 것이 민형의 성격이었다. 이건 상당히 문제 있는

성격인 것이다.

  "너 닥치지 못해!?"

  "반말하지 마쇼! 우리가 앤줄 아쇼!? 선진국에서는 고등학생한테 반말

하는건 대통령도 못하는 일이야! 선생이 뭔데 학생한테 반말해!? 내가 당

신 애새끼야!?"

  "다, 당신?"

  "그래! 돈 받아 처먹으면서 애들 괴롭히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는 위선

자!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하면서 오로지 시험지 찍는것만 잘해서 교사가 

된거 아냐!? 그것 뿐이야!? 돈 얼마 처 먹였어! 돈 없으면 이 짓도 못하

지? 그래서 그렇게 죽어라고 학생들한테 뜯어내는 거 아냐!? 안그래!?"

  "정민형!! 조용히 해!!"

  참다 못한 김원규 선생이 민형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순간 딱- 소리와

함께 김원규 선생의 주먹이 민형의 눈앞에서 정지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죠 김원규 선생?"

  

  "이,이거 못놔!!"

  민형의 손에 붙잡힌 김원규 선생의 주먹이 꼼짝달싹 못한 채 부르르 떨

렸다. 그 순간 민형의 눈이 번쩍였다.

  "사회에 나가면 이건 정당방위야 알아-----------!!!"

  퍼억- 큰소리와 함께 김원규 선생이 교실 바닥에 나뒹굴었다. 잠시후 거

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김원규 선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교무실 안에 모든 

선생님들이 벌떡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순간 민형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와 함께 깜짝 놀란 여선

생들과 몇몇의 선생들이 주춤주춤 반사적으로 자리에 앉았다. 민형은 그것

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흥, 권위 앞에 호소하는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

  "퇴학!?"

  민형의 어머니는 대낮에 집으로 돌아온 자신의 귀여운 아들을 앞에 놓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퇴학이라니!? 어떤

짓을 했길레 고등학교를 짤리고 돌아온 거란 말이여 이 자식아!

  "야 정민형!! 사건 진실여부를 똑바로 대!! 퇴학이라니 말이 돼 임마!

도대체 뭔짓을 했어!! 다른 학교 패싸움에 끼어들었어!? 아니면 친구가 

건방지다고 팼어!? 아니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따식아---!!"

  헉헉거리며 흥분한 얼굴로 다그치는 희연의 앞에서 민형은 무겁게 한

마디 내뱉었다.

  "선생님을 때렸어요."

  그 순간 희연의 입도 다 물어졌다.

  "두명이요."

  "정민형......"

  희연의 얼굴이 울상이 되고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은 그녀가 가슴을 움

켜쥐고 헉헉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민형이 급히 희연을 부축하려 했

다. 희연은 심장이 조금 안 좋았다.

  "엄마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있냐 이 웬수 같은 자식아!!!"

  희연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민형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우뚝 선 희연은 헉헉 숨을 몰아쉬며 두눈을 부라렸다.

  "그렇게 공부 못하던 니 아빠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갔는데!

넌 도대체 왜그래 임마!! 도대체 잘난 아빠 닮은게 싸움질 하는거 밖에 없

냐!? 잘난 나 닮아서 얼굴만 잘나면 그만이냐!? 사람 구실을 해야 할거 아

니야 사람 구실을!! 중졸로 뭐할거야!! 호빵 구울꺼냐!? 그러다 맛 없다고

하면 사람 팰거냐!? 내 가슴을 핥은 두 번째 남자가 왜 이모양이 된거야

어엉-------------!!!!"

  "난 잘못하지 않았어요!!!"

  순간 철썩철썩 두 번 소리가 나고 민형의 코에서 피가 튀었다.

  "네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어엉-----------------!?"

  "잘못...... 했어요......"

  민형은 얻어맞은 얼굴을 한손으로 감싼 채 쥐죽은 듯이 이렇게 대답했

다.

.............................................. . . .  .  .  .  .

  "퇴학이라......"

  저녁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 정성욱은 결코 반갑지 않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착찹한 표정으로 한손을 턱에 가져 갔다. 옆에 앉아 있던 민형의 엄

마 희연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그쳤다.

  "어떡해요! 선생을 두명이나 때렸데요! 그레서 퇴학이래요! 방법이 없을

까 여보?"

  "글쎄 없을걸......"

  "여보!!"

  태연한 성욱의 대답에 열받은 희연이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그러나 지

금 상황에서는 성욱 역시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듣다 못한 민형이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됐어요! 두분 그만 고민하세요!! 다 내가 알아서 할거라구요!! 에

이!!"

  "야!! 정민형 어디가!! 돌아와!!"

  현관 쪽으로 뛰어나가려는 민형을 향해 희연이 외치자 민형이 큰소리로 

되받아 쳤다.

  "바람 쐬러가요!!"

PART-38

  "선생님! 선생님!"

  민형은 정신없이 언덕을 뛰어 올라와 낡은 파란색 철제문을 두드렸다. 

철문을 두드린 것은 화가 나서는 아니었다. 자기 자신도 어찌지 못할 두려

움, 그 두려움을 해소할 수 없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 민형을 괴롭

게 했다. 그래서 민형은 눈앞에 철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는 어느세 지

영의 집앞에 와 있었던 것이다.

  "누,누구세요?"

  방안에서 TV를 보고 있던 지영은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자 놀

란 얼굴로 황급이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민형은 지영의 얼굴을 보자 한결

마음이 놓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민형 자신도 몰랐다. 문

앞에 민형이 와 있는 것을 본 지영이 반가운 듯이 얼굴을 폈다.

  "어머, 민형씨. 그렇지 않아도 오늘 학원에 안와서 어떻게 된건지 걱정

하던 참......!?"

  걱정하고 있었던 참이라고 말하려던 지영이 깜짝 놀라며 자신에게 달려

드는 민형을 두팔로 부축했다. 민형은 지영이 반기기도 전에 울쌍이 된 표

정으로 지영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어깨를 두손으로 붙잡았다.

  "서, 선생님 나......"

  "미,민형씨 왜 그래요?"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민형의 모습에 얼떨떨해진 지영이 조급해진 민형

을 살짝 밀어내며 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괴로움과 갈등으로 범벅이 된

민형은 얼굴에 커다란 걱정이 쓰여 있었다. 지영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

다.

  "무슨일이 있어요 민형씨?"

  "선생님...... 선생님 나 학교 짤렸어요......."

  "네?"

  아니 이게 무슨 말? 지영은 민형의 대답과 함께 놀란 듯이 두눈을 크게 

떴다. 학교에서 짤리다니......? 그럼 그건 곧?

  "나 퇴학 당했단 말이예요. 이제 학교에 못가요!"

  "민형씨?"

  원통한 듯이 외치며 민형은 지영의 셔츠를 두손으로 붙잡은 채 그녀의 

가슴 께에 머리를 숙였다.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민형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유지영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서 온 것 뿐이었다.

  "나 이젠 중졸이라구요......"

  "민형씨......"

  괴로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는 민형의 등을 내려다 보며 지영이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얼떨결의 그의 등을 토닥거렸다. 민형의 말은 지영

에게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큰 사건이었다.

-------------------------------------------------------------------

  "이제 다 끝났어요...... 학원도 학교도 이제 끝이라고요. 나도 내가 무

슨 짓을 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모르겠다고요!"

  지영의 집 근처 언덕에서 민형은 괴롭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선생

님을 때리고 학교를 퇴학 당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보니 너무나 충격이 컸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주위에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보이기가 가슴 아픈 

민형이었다.

  "민형씨......"

  지영은 자초지종을 모두 듣고 착찹한 얼굴로 민형의 옆에 서 있었다. 그

런일이 있었다니...... 민형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 것인지 지영은 알 

수 있었다. 민형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뚝심이 세다고 해도 그는 아직 

18살일 뿐인 것이다.

  "왜 내가 여기 까지 온것인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되버렸다는 걸 선생님

께 알리고 싶어서는 아닌데......"

  민형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포자기한 듯

이 털썩 주저 앉았다. 밤이 되어가는 저녁, 주위는 산이고 어두웠다. 그것

은 마치 민형의 마음과도 같았다.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때도...... 언젠가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않한건 아니예요. 선생님을 때린 것도 내 잘못이라고는 생각지 않

아요. 내가 퇴학을 당한건 부당해요! 하지만 더러웠어요! 그들 앞에서 퇴

학 당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어요. 그래서 나온거예요

...... 그때는 당당히 나올수 있었어요...... 그때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 민형의 모습을 너무나 애처로웠다.

무슨말을 해줘야 좋을까.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좋을까...... 그저 안타

깝기만한 지영의 앞에서 민형이 울먹이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무서워서 참을 수가 없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민형씨......"

 머리카락를 한 손으로 쥐어 뜯으면서 원통한 듯 외치는 민형의 눈에는 적

지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남들과 달라진다는 공포, 이제 혼자라는 막연

한 공포...... 그런것들은 어떠한 강적보다 민형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것

은 너무도 가혹한 시련인 것이다. 그런 민형의 옆에 지영은 얌전이 걸터 

앉았다.

  "민형씨의 행동이 반드시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영은 민형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을 때린 것은 잘못한 거예요."

 

  "선생님!"

  그말과 함께 민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흐르고 있던 눈물

이 사방으로 튀었다. 유지영 선생님이...... 그녀 만은 자신의 편을 들어

줄줄 알았던 민형에게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민형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

러졌다.

  "어른들은 다 똑같에요!!"

  민형이 지영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는 믿었던 유지영 선생님에게 까

지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아닌 채 하지만 유지영 선생님도 어른이예요! 나를 이해하는 것 같지만

선생님도 어른들의 사고를 가지고 있잖아요! 선생님은 18살이 아니니까 내

기분을 절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나도 18살때가 있었어요. 어른의 기분을 모르는 것은 민형씨 쪽

이예요!"

  순간 민형은 아주 아주 커다란 쇼크를 받았다. 아니 그것은 실로 경악스

러운 일이었다. 유지영 선생님의...... 그녀의 눈썹이 조금이지만 치켜 올

라갔다. 그녀가 화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안타깝다 못해 분함을 

나타낸 것이었지만 민형에게는 충분히 정신적 상처를 안겨 줄 수 있는 것

이었다. 멍하는 큰눈을 두리번 거리는 민형의 앞에서 지영이 당황한 듯이 

입을 열었다.

  "미,미안해요 민형씨...... 하지만 내 말뜻은......"

  "됐어요!"

  민형은 왈칵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휙 하고 등을 돌렸다. 찾아오는 것

이 아니었어......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원통한 눈물에 어깨가

들썩들썩 움직였다.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보이고 싶지 않

은 것이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민형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지영이 괴로운 얼굴로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나는...... 나는 누구보다 민형씨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

만 민형씨, 이것은 알아 두세요. 민형씨는 18살을 넘어보지 못했지만 어른 

들은 18살을 겪어본 사람들이예요. 경륜이란 그만큼 감각이 따라올 수 없

을 만한 커다란 힘...... 그것을 억지로 꺽으려고 하는 민형씨는 언제나 

괴로울 수 밖에 없어요......"

  지영은 이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 역시 이렇게 말하고 싶

지 않았다. 아주 잘했다고, 속이 시원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편견을 

가진 선생님들의 폭력적인 행동을 속시원이 반격해 버려 훌륭하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녀의 심정은 진정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도 민형씨가 느끼는 것을 똑같이 느껴요. 맞으

면 아프고...... 오해 받으면 억울한 것은 어느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그들이 그것을 참아내는 것은 나중에 올 시련을 또다시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인 거예요...... 민형씨도......"

  민형씨도 그 시련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돼요. 그녀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민형씨도......"

  하지만 더 이상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영은 민형과 같아지고 싶었

다. 자신이 먼저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 먼저 가져버린 어른의 사상

...... 그것이 어떻게 민형을 괴롭게 만들고 그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

는가가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지영을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지

영 자신이 너무나 아끼는 민형의 잘되는 길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민형씨도 그것을 이겨내지 않으면 어른이 되지 못해요."

  "......"

  민형은 등뒤에서 부터 들려오는 지영의 말을 들으면서 주먹을 꽉 쥐었

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맞는 말만 하는 거예요 유지영 선생님은

...... 유지영 선생님의 말은 모든 것이 맞는 말이다. 민형은 욱욱 울음을

삼켰다. 지영의 눈에서도 주루룩 눈물이 흘렀다. 민형에게 가슴아픈 소리

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고통이 표현되었던 것이다.

  "모든게 잘 될거예요...... 걱정마세요 민형씨."

  "선생님!!"

  민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영에게 덥썩 안겨 버렸다. 제길, 어째서

우는 거냐 정민형. 어째서 우는거야 남자가!!

  "모든게 잘 될거예요......"

  여자 앞에서 우는 것은 남자의 수치.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민형이

었지만 오늘만은 자신의 몸을 다독거려주는 여성의 품안에서 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기만 했다. 정민형 18세. 그는 아직 마음 약한 고교 3년생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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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미시/불륜) 아들의 과외비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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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미시/불륜) 아내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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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고교 3년생의 사랑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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