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물

엄마의 미소 7

조회 18954 추천 1 댓글 2 작성 16.11.02
지윤이 그를 부르는 소리도 지우의 귀에 전해지지 않았다. 반 아이들은 우등생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지우가 깐깐하기 짝이없는 지윤의 수업시간에 딴청을 피우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에 믿지 못하겠다는듯 웅성웅성거리고 있었다. 거의 공중파 뉴스의 속보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과연 지윤의 입에서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를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사회는 불공평했다. 힘있는 자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힘없는 자에게는 한없이 각박했다. 이는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공부를 못하면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같은 벌을 받아도 더욱 심한 벌을 받는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면 잘한다는 이유로 대놓고 약한 벌을 주곤 한다. 심지어는 수업시간에 대놓고 핸드폰을 만져도 모른척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선생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이게 암묵적인 룰이였다. 선생도 굳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건드릴 필요가 없고, 학생들도 그 사실을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고 받아들인다. 어쩌면 약육강식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이런 풍조가 학교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지우에게로 다가간 지윤의 행동에 놀랐다. 지우에게 다가가서 몇번이고 지윤은 지우를 줄렀지만 지우는 지윤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게 그토록 그녀를 화나게 했던 것일까... 지윤의 손은 지우의 뺨을 때렸다. 학생들도 놀랐고, 지우를 때린 지윤 본인도 놀랐다. 체벌은 금지된지 오래였다. 선생이 학생을 벌할 수 있는 방법은 숙제를 부여한다던가 벌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금처럼 특히나 신체적 접촉으로 학생을 벌한다? 이건 뉴스감이였다. 

하지만 지우는 자신이 뺨을 맞은 것에 일체의 분노도 느끼지 못한다는듯 무관심한 표정으로 지윤에게 대답했다. 

"네...?" 

"너.... 너.... 너..." 

"무슨 일이세요 선생님?" 

"너... 나가...!! 그딴 식으로 할거면 내 수업시간에 들어오지마!!!!" 

".... 네..." 

나가란다고 아무런 표정없이 나가는 지우의 모습은 반 학생들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황당하긴 지윤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지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것을 보며 그녀의 기분이 안좋은날과 지우가 이상한 날이 우연히 겹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야? 도덕 오늘 그날인가?" 

"그런가봐. 잘못걸리지 말자..." 

평소였다면 학생들이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든 뭐든간에 숙덕대는것에 민감하게 반응했겠지만, 오늘의 지윤은 그런 것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했다. 그저 뭐가 그리 분한지 나가란다고 바로 나가버린 지우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선채 식식대면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한편 지우는 교실 밖에 나가서 멍하니 서있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그의 뺨이 화끈거렸지만, 지우는 그것을 잔혀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의 머리속은 온통 엄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시발... 재수가 없으려니까... 좆같네 진짜...' 






"지우야, 야... 대답좀 해봐. 무슨 일인데 그래? 응?"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명철은 지우의 옆에서 쪼잘쪼잘거리고 있었지만 지우는 낯빛을 어둡게 한채 한마디의 대꾸없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명철은 그런 지우가 걱정이였다. 오늘 학교에서의 지우의 행동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마 그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 선생들도 마찬기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평소의 지우와는 다르게 표정도 어둡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멍~한채로 오늘 하루를 보냈기 때문이였다. 

그것이 극한으로 터져버린것이 도덕수업시간에 있었던 지윤의 소위 '대폭발' 사건을 만들었다. 깐깐한 지윤이 드디어 폭발해서 전교에서 손꼽히는 수재인 지우까지 건드렸다는것은 이미 그들의 학교에서는 최고의 빅뉴스였다. 

"야, 우리 집에 가서 얘기..." 

"명철아. 먼저 가. 나는 어디 좀 가볼데가 있어서." 

"응? 어디? 같이가줄까? 야!! 어디가는데? 응? 지우야! 지우야!!!" 

지우는 빠른 걸음으로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대를 명철을 따돌리고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명철의 이야기를 들어줄 기분이 아니였다. 그리고 자신의 고민거리를 명철에게 털어놓을수도 없었다. 자신의 엄마인 수진이 랜덤채팅을 한다, 그 닉네임이 <물보지유부>다, 라고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특히나 엄마와 동갑인 유부녀와 관계를 가지고 있는 명철에게라면 더더욱... 

지우는 버스에 올라타서 엄마가 운영하는 핸드폰가게로 향하고 있었다. 가서 뭘 어떻게 하고 싶었던 것이 이니였다. 자신이 가서 뭘 확인하게 될지도 몰랐다. 다만, 궁금했다. 자신이 모르는 엄마의 모습을, 집에서 엄마의 얼굴을 한 수진의 모습이 아닌 밖에서 엄마라는 가면을 벗어던진 엄마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10정거장을 지나고 지우는 내려서 터덜터덜 걸었다. 주위 또래 여학생들은 익숙하지 않은 교복을 입은 지우의 모습을 보면서 저 아이는 어느 학교의 학생일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모범생이면서도 훈훈한 이미지덕분에 지우는 옆학교 여학생들에게 나름 인기를 가지고 있는 편이였다. 중학교때 동창인 친구들 몇명은 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지금 처음보는 여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우는 그런 시선들에 일체의 관심도 보내지 않았다. 아니, 보낼 수 없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온통 엄마, 엄마, 엄마로 가득했다. 

저 멀리서 엄마가 운영하는 핸드폰가게의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문으로 바로 들어갈수도 있었지만 오늘따라 왠지 지우는 정문이 아닌, 직원들만 드나드는 후문으로 몰래 들어가고 싶었다. 엄마의 모습을 훔쳐보기 위해 온 것이나 다름없기에 스스로 떳떳하지 않기도 했지만, 그곳으로 가면 숨겨진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 골목은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길이였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보니 특히 여자들은 대낮에도 그런 좁고 어두운 골목보다는 위험한 일을 당했을때 곧바로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그런 큰 길을 선호했다. 지금 지우가 들어간 골목은 딱 그런 여성들이 꺼릴만한 골목이였다. 

한 남자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남자였지만 이 근처에서 일하는듯 지우에게 등을 보인채 누군가와 전화를 하면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 남자가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통화를 하는지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랬었던 지우의 생각은 그의 통화내용을 들으며 뒤바뀌게 되었다. 

"야, 꺼져. 잘못먹었다가 나 여기도 짤리고 좆되." 

"아... 그렇긴하지. 씨발년이 빨통 장난 아니라니까? 남편도 없다는데 시발..." 

"큭큭... 그렇지. 그런 년들 보지에 거미줄치기전에 존나 빨아줘야되는데." 

"야~ 말도 마라. 디컵이야 디컵. 진짜라니까? 나 젖문가인가 모르냐? 다른 유부녀들처럼 쳐지지도 않았어. 탱탱한것이 아주 그냥... 어휴. 생각만해도 졸라 빨고싶네." 

"아? 아직 출근 안했어. 진짜 그런가? 큭큭... 진짜 그럴수도 있겠네. 다른 새끼한테 졸라 박히면서 신음소리 졸라 내고 있겠지." 

"야, 말도마라. 존나 쌕소리 잘낼것처럼 생겼어. 원래 안그럴거같은 년들이 침대에서는 그냥... 큭큭... 아마 씹물고 존나 질질 흘릴걸?" 

"야, 그거 아니지. 하앙~~ 하앙~~ 할걸? 아닌가? 아흑~~ 아흑~~ 여보옹~~ 크크. 시발... 생각만 해도 졸라꼴리네." 

"븅신이. 돌리긴 뭘 돌려. 그 아까운걸. 나 혼자 존나게 따먹을거다." 

"꺼져. 아직 나도 못먹었는데 돌림빵은 무슨 돌림빵이야. 몰라. 일단 내가 따먹고 생각해볼게. 크크..." 

지우는 그의 통화소리를 무시하고 싶었지만 그의 뒤를 지나치는 그의 발걸음은 느릿느리하기 짝이 없었고, 그 남자를 지나친 후에도 숨어서 그 통화소리를 엿듣다가 그가 그런 음란한 대화가 아닌 일상적인 이야기기 시작되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우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최근 자신의 주변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은 그가 가지고 있었던 상식을 모조리 깨부시고 있었다. 물론 지우도 야동이라든지, 야설같은 것들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와이프를 다른 남자들에게 돌린다든가, 유부녀가 남편 몰래 외도를 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에 대해 성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莩?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것은 판타지일 뿐이다. 판타지나 무협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마법이나 무공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하는건 정말 바보같은 발상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보자면 드라마속에서 여주인공이 부자집 남자와 만나서 결혼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이 그려진다고해서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길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 판타지가 깨지고 있었다. 지우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마치 섹스에 미쳐버린것처럼 보였다. 어떻게해서든 여자와 어떻게 해보고싶은 그런 짐승같은 존재들인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수진이 그런 짐승같은 놈들이 득실득실거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랜덤채팅을 한다는 것이였다. 랜덤채팅을 하는 엄마는 그들의 사냥감에 불과했다. 아니, 어쩌면... 어쩌면 벌써 그녀는 그들에게 사냥당했을지도 모른다. 

지우는 한숨을 내쉬고 뒷문으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그 골목을 빙 돌아 정문으로 향했다. 도저히 뒷문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엄마의 실체를 확인하고싶지 않았다. 

"어, 지우 왔어~? 되게 오랫만이네~~ 그나저나 사장님 보러 온거야? 호호... 용돈 없니?" 

"아니요 누나... 그냥 생각나서 와봤어요." 

문에 들어선 지우를 김실장이란 여자가 맞아줬다. 매장에는 김실장을 제외한 두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 김실장은 10년 전부터 계속 수진의 밑에서 일을 도와왔기에 지우의 얼굴도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두 명의 남자는 지우를 마치 신기한 물건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호호, 인사해. 사장님 아들이야. 잘생기지 않았어~?" 

"아... 네가 지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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