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쵸맨에게 등을 떠밀려 들어간 이층 오른쪽 두 번째 방은 허니문 룸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핑크빛이 감도는 시트가 깔린 침대가 중앙에 놓여 있었고, 침대 주위로 갖가지 꽃 장식이 가득했다. 마
쵸맨의 말대로 여러 대의 비디오 카메라가 침대를 빙 둘러싸고 서 있었다. 나는 마쵸맨이 시킨대로 침대
오른쪽에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이보리색이 주조를 이루는 욕실이었다. 이미 욕조에는 따 뜻한
물이 담겨 있었다. 나는 옷을 벗고 욕조로 들어갔다. 욕조 턱에 놓여 있는 바디 오일을 물에 짜넣고 손
으로 휘휘 저었다. 미끈거리는 느낌이 내 신경을 곤두세웠다.
욕실 벽에 걸린 시계로 5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욕조에서 나와 바디 크림을 바르고 샤워를 했다. 풋
풋한 사과향이 코를 진동 했다. 머스크 향이 나는 세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를 한 후 무스를 칠한 머리
카락을 따뜻한 물로 헹궈내고서야 몸의 물기를 닦 았다. 욕실의 간이 옷장에 검은 바탕에 하얀 점이 박
힌 박스형 사각 팬티와 가운이 있었다. 그것들을 입고 나와 침대 앞에 있는 연두 색 소파에 앉았다. 응
접 테이블 위에 담배 케이스에서 박하향이 나는 담배, 쿨을 꺼내 물고 물고기처럼 생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 사이 방 안 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서 창 밖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리를 꼰 채 담배를 피우며 손 정윤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내 뒤쪽에서 문이 스르르 열리는 소
리가 들렸다. 걸음 소리가 약간 불안하게 느껴졌다. 옷을 벗는 소리가 아득하게 멀리서 들려 왔다. 시트
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침묵이 찾아들었다. 나는 담배를 부벼 끄고 귀를 쫑긋 세웠다.
[오세요.]
손 정윤의 목소리가 몹시 떨리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 침대로 걸어갔다. 등을 돌리고 있는 손 정윤이 비
워둔 침대 오른쪽에 서 서 가운을 벗고 시트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 정윤의 다리가 내
발 끝에 닿았다. 나는 마쵸맨이 시킨대로 천정을 보고 반듯이 누웠다. 손 정윤의 숨소리는 몹시 거칠었
다. 얼마를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아주 어 두운 밤, 깊은 우물에 빠진 채 둥그런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게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몸을 뒤척이기를 반복하던 손 정윤이 드디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떨리네요.]
그러나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말을 못하게 되어 있었다. 손 정윤의 촉
촉하게 젖은 손이 내 가슴께로 다가왔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우습지 않아요?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는 여자가 처녀라는 게...]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손 정윤은 차츰 용기를 얻어갔다. 손 정윤은 손바닥으로 내 가슴을 문
지르면서 말했다.
[남자의 가슴이 이렇게 부드러운 줄 몰랐어요. 아주 거칠 줄만 알았는데...]
그러면서 손 정윤은 손을 배로 옮겼다. 그러나 배 위에서만 오르락내리락 거릴 뿐이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서툴어도 이해해야 해요.]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손 정윤의 손이 무성한 내 음모에 가 닿았다. 손 정윤은 음모를 만지작거리
면서 말했다.
[아주 야릇한 느낌이 드네요.]
이미 발기되어 있던 내 성기는 손 정윤의 손 등에 닿을락말락했다. 나는 힘을 주어 배쪽으로 성기를 당
겼다. 그러자 손 정윤은 화들짝 놀라 손을 빼냈다.
[뭐야?]
말은 그렇게 해 놓고도 손 정윤은 손을 다시 집어 넣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성기에 손가락을 댔다. 아마
도 검지 손가락이었을 것이다. 그걸로 내 귀두를 톡톡 건드리면서 손 정윤은 쿡쿡 웃었다.
[뭐가 이렇게 딱딱해?]
그러더니 살며시 귀두를 잡았다.
[아...]
손 정윤은 성기를 쓰다듬으며 들릴락말락하게 신음 소리를 냈다.
[이게 다 내 몸 속으로 들어간단 말이야?]
손 정윤은 성기를 눈으로 확인하려는지 시트 속으로 머리를 집어 넣었다. 나는 그제야 눈을 살며시 떴
다.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아슬아슬한 검은 팬티가 내 시선을 붙들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숨을 골
랐다. 그런데도 심장은 주책없이 벌렁거렸다. 그때 촉촉하고도 뜨뜻한 느낌이 성기로 전해졌다. 손 정윤
은 아주 부드럽게 내 성기를 입에 넣었다가 뺐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움직인 탓인지 흥분을 해서인지 손
정윤의 숨소리 도 거칠어져 있었다. 한참동안 내 성기를 애무하던 손 정윤이 뱀처럼 스르르 내 몸을 타
고 올라왔다. 처음엔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성기를 만지작 거리기만 하더니 점점 얼굴 쪽으로 올라왔
다. 뭉클하게 다가오는 가슴 부위의 느낌이 다른 피부보다 미끄러운 걸로 봐서 실크나 벨벳으로 만들어
진 브래지어를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손 정윤의 얼굴이 시트 밖으로 나오려할 때 나는 눈을 감았다.
손 정윤을 보면 안되는 것, 그것도 지시사항에 포함되어 있었다. 손 정윤은 내 턱에 살짝 입을 맞추더니
하드를 빨 듯 턱을 빨기 시작했다. 턱이 얼얼할 정도로 빨고난 후에는 입술을 찾아 빨았 다. 그러나 혀
는 입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성기를 손 정윤은 꽉 붙잡더니 자기 엉덩이 사이로
집어넣으려고 했다. 내 귀두 끝에 둥글고 얇은 팬티 끈 이 느껴졌다. 손 정윤은 팬티를 입은 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처음 섹스를 하는 여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손 정윤이 눈치 못 챌 정도
로 가늘게 실눈을 떴다. 허리를 틀어 뒤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있는 손 정윤의 이마에는 땀방울 이 맺혀
있었다. 검은 망사와 레이스로 된 브래지어는 아슬아슬하게 유두를 가리고 있었다. 브래지어 위로 불쑥
솟아오른 둥근 젖가슴은 내 엉덩 이를 꿈틀거리게 했다. 자세가 여의치 않은지 손 정윤은 엉덩이를 내
사타구니 쪽으로 옮겨 갔다. 기마 자세로 엉거주춤하게 앉아서 질구 가까이로 내 성기를 잡아 당겼다.
질구 주위를 맴돌던 내 성기가 한 순간 블랙홀에 빨려들 듯 질구로 들어갔다.
그러나 겨우 귀두 반쯤이 들 어갔을 뿐이었다. 손 정윤은 성기에서 손을 떼더니 뒤로 모아 묶은 머리카
락을 풀어젖혔다. 삼단같은 머리카락이 그물처럼 확 퍼지자 왠지 모를 두려움이 느껴졌다. 나는 아주 가
늘게 숨을 뱉아내면서 손 정윤을 훔쳐 보았다. 손 정윤은 무릎 바로 위 허벅지에 손을 올린 기마 자세로
아주 천천 히 허리를 움직였다. 묘하게 미끈거리는 느낌이 귀두를 자극했다.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젖히
고 있는 손 정윤의 모습은 성스러웠 다. 손 정윤의 몸놀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재즈 댄서처럼
허리와 머리를 움직이면서 내 성기를 제 몸 안으로 빨아 들였다 . 그 흔들림에 브래지어 뒤에 숨겨진 젖
가슴도 푸딩처럼 탱탱하게 움직였다.
내 귀두가 완전히 들어가자 손 정윤은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러나 허밍처럼 들려오는 그 소리는 재
즈 리듬이 담겨 있었다. 내 성기가 반쯤 들어가자 손 정윤의 허밍 소리는 더 경쾌해졌다. 경험이 없었던
여자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한 움직임 이었다. 완전히 내 성기를 빨아들이고 나자 손 정윤의 움
직임은 다소 완만해졌다. 그러더니 내 사타구니 위에 서서히 주저 앉았다. 손 정윤은 터질듯한 엉덩이로
내 고환을 탁탁 치거나 엉덩이를 돌려 내 성기를 질 속에서 회오리치게 했다. 나는 공중으로 붕 뜬 것처
럼 멍한 기분이었다.
[알아요?]
아련하게 손 정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남아 있었기 망정이지 그렇잖았다면 입을
열 뻔했다.
[이런 건 줄 알았으면 벌써 시작했을거에요. 난 이 세계를 너무 모르고 살았어요. 아...] 나는 눈을 바
르르 떨며 귀를 기울였다.
[좋...아요?]
나는 망설였다.
[괜찮아. 고개만 움직여 봐요.]
나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러자 손 정윤의 엉덩이가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까지 세차게 출
렁거려 내가 튀어나갈 것 만 같았다. 나는 양미간을 모은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손 정윤의 신음 소리도
더 이상 리드미컬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내지르는 괴성에 가 까웠다. 그러나 그 소리가 오히려 나를 더
흥분시켰다.
[이게 뭐야!]
손 정윤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손 정윤이 고개를 젖히고 있어서 다행히 눈이 마
주치지 않았다. 손 정윤 의 목과 가슴에 맺힌 땀방울이 번들거렸다. 손 정윤이 고개를 흔들자 땀방울이
내 가슴으로 튀어왔다. 도저히 다리를 쫙 펴고 있을 수 없어서 나는 조심스럽게 무릎을 세웠다. 손 정윤
은 내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 정윤은 내 가슴을 두 손으로 짚더니 더욱 세차게 나를 몰아 붙였
다. 내 얼굴 위로 땀방울이 비처럼 쏟아졌다. 코를 타고 입술 끝에 맺힌 땀방울은 의외로 달콤했다.
손 정윤은 다시 기마 자세로 돌아가 머리카락을 말아올렸다. 얼마나 움직임이 컸던지 한 번에 귀두에서
고환까지 훑어내릴 정도 였다. 흔들리는 침대 위에서도 용케 중심을 잃지 않고 그렇게 격렬하게 움직이
는 모습은 인간이라고 보여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거의 다달았다. 손
정윤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깊이로 몇 번만 움직여 준다면 사정을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사정을 해
서는 안되는 입장이었다. 나는 마쵸맨이 시킨대로 헛기침을 했다.
[으흠!]
손 정윤에게 내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손 정윤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좀 더 크게 헛기침을 했
다. 그 즉시 손 정윤의 움직임은 멎었다.
[됐어요.]
손 정윤은 내 성기를 팽개쳐 두고 비틀거리며 침대를 내려갔다. 가운을 걸쳐 입으며 손 정윤이 말했다.
[샤워하세요.]
손 정윤은 얼굴에 맺힌 땀을 손으로 훑어내면서 침대 뒤로 사라졌다. 나는 손 정윤의 질액이 채 마르지
도 않은 성기를 손으로 움켜 쥐었다. 좀 식긴 했지만 미끈거리는 그 느낌이 마치 손 정윤의 질 속에 내
가 손가락을 넣고 있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나는 얼른 손을 움직여 성기에 힘을 불어 넣었다. 좀 풀이
죽기는 했지만 금방이라도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임마, 뭐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마쵸맨의 호통 소리에 나는 몸을 획 돌려 버렸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건 둘
째 문제였다.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 절대 사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마쵸맨은 몇 번이나 강조했었다. 나는
서둘러 침대를 내려와 욕실로 달려갔다.
제 2라운드가 시작되는 순간이 돌아왔다. 샤워를 마친 나는 가운을 걸친 채 옆 방으로 갔다. 그 방은 방
송국 세트장처럼 꾸며져 있었다. 2라운드의 첫 번째 이야기를 찍을 무대에는 어두운 골목이 세팅되어 있
었고, 그 골목을 향해 여러 대의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었다. 나는 무대 위에 놓인 때에 절은 청자켓과
청바지를 걸쳤다. 퀘퀘한 냄새가 나서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서 무대 위로 올라가.]
나는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갔다. 제 1라운드는 손 정윤이 스스로 30년 가까이 지켜온 순결과 고별하
는 의식이었다. 그러나 제 2라운드는 완전히 상황이 달랐다. 나는 건달처럼 골목 벽에 기대어 한쪽 다리
를 달달 떨면서 손 정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에 골목의 가로등을 빼고는 모든 조명이 꺼졌
다. 촬영 중임을 알리는 카메라의 빨간 불빛만이 신경을 거슬릴 뿐이었다. 또각또각 걷는 소리가 골목
끝에서 들려와서 고개를 획 돌렸다. 팔이 드러나는 세일러복을 입고 가방을 든 여고생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쪽으로 걸어왔다. 물론 구식 교복을 입은 여고생은 손 정윤이었다. 손 정윤이 나를 보고 놀라 잰
걸음으로 지나치려 할 때 나는 길을 막아섰다. 나는 손 정윤의 각본대로 말했다.
[이봐. 여학생이 이 늦은 시간에 어딜 이렇게 쏘다녀?]
나는 여고생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어올리며 씩 웃었다. 그러자 여고생, 아니 손 정윤은 벌벌 떨면서 기
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 다.
[아저씨, 왜 이러세요?]
[왜? 같이 한 번 놀아보자구 그래.]
손 정윤은 가슴을 움추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아저씨, 무서워요.]
[무섭긴?]
그러면서 나는 거칠게 손 정윤의 팔죽지를 잡고 벽으로 밀어 붙였다.
[소리 지를 거에요.]
나는 주머니칼을 꺼내 손 정윤의 얼굴에 갖다대며 협박을 했다.
[질러 봐. 요 예쁜 얼굴을 푹 그어 버릴테니까.]
정말이지 손 정윤은 여고생처럼 애띠어 보였을 뿐 아니라 마쵸맨의 말한 것처럼 혼자서 연기 연습을 많
이 했는지 실제로 벌어지 는 일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 바람에 칼로 손 정윤을 위협해서 섬을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걸 잊어 버렸다.
[아저씨, 살려주세요.]
나는 낄낄 웃으며 손 정윤의 세일러복 상의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손 정윤의 몸에 닭살이 돋아 있어
서 깜짝 놀랐다. 그러나 내 손을 멈추지 않고 딱딱한 브래지어 아래를 파고 들어갔다.
[야...?]
정말 단단하고 탄력있는 가슴이었다. 나는 완두콩만한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만지작거리면
서 헤헤거렸다. 그러자 손 정윤은 털썩 주저 앉으며 얼굴을 감싸쥔 채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는 잠깐
망설여졌다. 각본대로라면 욕을 하면서 손 정윤의 엉덩이를 걷어차야했다.
[야, 이년아!]
손 정윤의 엉덩이를 걷어차자 손 정윤은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면서 검은 치마가 허벅지 위까지 들어올
려졌다. 나는 얼른 무릎을 꿇고 허벅지 사이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팬티를 움켜 쥐었다. 손 정
윤이 내 팔을 잡고 떼어내려고 할 때, 나는 칼을 손 정윤의 목에 댔다.
[한 번만 더 반항하면 진짜 죽여 버리겠어.]
그러자 손 정윤의 손은 가슴께로 모아졌다.
[찌이익, 찌이익.]
멀리서 카메라 렌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내가 손 정윤의 음부를 카메라를 향해 드러내야 한
다는 신호였다. 나는 치 마를 걷어올리고 칼로 새하얀 팬티를 찢었다. 손 정윤은 얼굴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나는 비명에 개의치 않고 손 정윤의 두 발목을 붙잡고 골목 가운데로 질질 끌고가 카메라를 등
졌다.
[찌이익, 찌이익.]
손 정윤은 온 몸을 버둥거렸다. 이제 내가 손 정윤을 강간할 차례였다. 손 정윤을 일으켜 세운 후 벽으
로 밀어 세우고 바지 지 퍼를 내렸다. 내 성기는 정말 실감나게 커져 있었다. 손 정윤의 한쪽 다리를 한
손으로 들어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성기를 손 정윤의 몸 속으로 찔러 넣었다. 손 정윤이 미리 질구에 크
림을 바르고 나와 삽입은 삽시간에 이루어졌다. 나는 기계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남은 연기는 전부
손 정윤의 것이었다. 손 정윤은 비명을 지르거나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 나 나를 밀어내려고는 하지 않
았다. 실제로는 그런 상황이 아니겠지만 무대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지 연기일 뿐이었다.
[아저씨,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아파 죽겠어요.]
같은 말들이 처음에 시작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손 정윤이 내게 매달리며 [아저씨, 더 세게요.] [아,
미치겠어요.] 로 바뀌어갔다. 그 사이 나는 변함없이 엉덩이를 움직이고 있어야 했다. 마쵸맨는 손 정윤
의 각본 대부분이 우 강호의 비디오를 거의 그대로 베낀 거라고 했다. 손 정윤은 그야말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손 정윤의 복수극에 동원된 도구에 불과했다.
[으으... 으으흐.... 아아악!]
내 목을 꽉 껴안은 채 매달려 있던 손 정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비명을 질렀다. 실제로 사정을 한 건지,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 해서 흉내를 낸 건지 알 길은 없었다. 그 다음 행동과 대사가 내 차례였다.
[어때, 죽이지?]
나는 손 정윤의 땀으로 젖은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손 정윤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입술을 빨았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건 각본에 없는 행동이었다. 나는 얼른 손 정윤을 떼어내고 바지를
올렸다.
[아무튼 넌 죽여주는 년이야...]
손 정윤은 좀 실성한 여자처럼 내 다리에 매달려 제발 한 번만 더 해 달라고 애원을 했다. 나는 각본대
로 손 정윤을 내팽개치면 서 골목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물론 통쾌한 웃음도 잊지 않았다.
[잘 했어.]
나는 2라운드의 두 번째 이야기를 찍기 위해 옆 방으로 건너갔다. 방은 사무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둔중
하고 넓직한 검은 책상 과 등받이가 무척 높은 회전 의자가 방의 중앙에 떡 버티고 있었다. 카메라는 숨
겨져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는 우주 건설 회장 우 강호라고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고, 의자
뒤쪽 벽에는 큼직한 유화로 그린 노인의 초상화가 걸 려 있었다. 나는 그 노인이 우 중식이고 우 강호의
아버지란 걸 마쵸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아버지를 망친 인간이라 생각하니 침을 뱉고 싶었다. 그러나
잠시 참기로 했다. 일단 샤워를 하고 양복으로 갈아 입은 다음에 우 강호의 의자에 가서 앉았다.
가죽 의자는 보기와 달리 딱딱했다. 책상 위에서 시거를 꺼내 피워 물고 다리를 꼬았다. 고급 시거인지
향이 부드러웠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쳐다보노라니 내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나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인생이 알 수 없는 일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발
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식으로 마음을 다 독거리며 시거를 빨았다.
[똑똑.]
나는 깜짝 놀라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들어와.]
어쩌면 무슨 일이야, 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중요하지 않은지 문이 열리고 짧은 커트 머리에 살랑거리
는 꽃무늬 원피스를 차 려 입은 손 정윤이 쟁반을 들고 들어오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쟁반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수건이 놓여 있었다. 손 정윤은 책상을 돌아 의자 옆으로 왔다. 손 정윤이 의자
옆 어딘가를 움직이자 의자가 뒤로 젖혀지면서 편하게 누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뒤로 기대자 손 정윤
은 내 다리를 벌리고는 그 사이에 꿇어 앉았다.
[눈 감고 편히 계세요.]
그러더니 내 혁대를 풀고 지퍼를 내렸다. 손 정윤이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끌어내릴 때 나는 살짝 엉
덩이를 들어 주었다. 손 정윤은 내 성기를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나는 1분 쯤 가만 있다가 입을 열
었다.
[이봐, 미스 성?]
손 정윤은 성기를 문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결혼한 거 알지?]
역시 손 정윤은 그 자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때마다 좀 간지러웠지만 참아내야 했다.
[내가 첫날 밤 얘기 해 줬던가?] 손 정윤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미스 성도 알다시피 내가 좀 밝히는 편이잖아. 그러다보니 이 세상에 처녀가 있다는 걸 못 믿는 사람이
되어 버렸단 말씀이야. ]
나는 눈을 내리깐 채 손 정윤의 이마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하객이 4천명이나 몰렸으니... 굉장한 결혼식이었지. 본래 정략 결혼이란 게 다 그렇잖아. 신부 얼굴을
제대로 볼 겨를도 없이 결혼식을 해치우고, 파리에서 신혼 첫날 밤을 보내게 됐지. 샹제리제 거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방에 들었어. 분위기는 그 만이었다니까.]
손 정윤은 리드미컬하게 고개짓을 하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포도주로 분위기를 잡은 거까지는 좋았어. 보면 볼수록 신부가 너무 예쁜 거야. 정밀신
체검사 결과가 처녀라고 나오긴 했는데, 그렇게 예쁜 여자가 그 나이까지 처녀라는 거 믿을 수가 있어야
지.]
손 정윤의 움직임이 좀 빨라졌다. 꼭 자기 얘기라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침대에 들어서 내가 말했지. 난 당신이 처녀라는 걸 못 믿겠다. 그러니 내 방식대로 첫날 밤을 치루자.
그랬더니 신부가 버럭 화를 내더라구. 못 믿겠음 이혼하자는 거야. 그리고 이미 결혼한 사이에 경험이
있나없나가 무슨 문제냐고 따지는 거 있지. 그때 심장이 벌렁거려서 정말 혼났어.]
손 정윤은 리듬감을 잃고 아무렇게나 성기를 빨아댔다. 나는 그 편이 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신경이
그쪽으로 자꾸 쏠리니까 다음 대사가 가물가물해 진다는 거였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약속한 게 있었다.
[미스 성, 이제 올라와.]
그러자 손 정윤은 하이힐을 벗고 의자 위로 올라왔다. 나는 다리를 모아 손 정윤이 자리를 제대로 잡도
록 도와 주었다. 손 정윤 은 엉덩이에 달라붙은 치마를 걷어올렸다. 금빛 스타킹이 허벅지 중간에서 멈
추었다. 그 위로 음모와 금빛 가터벨트가 보였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 마셨다. 손 정윤이 내 성기를 질
속으로 집어넣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나는 입을 열었다.
[왜 내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고 하느냐고 내가 되물었지. 그랬더니 일단 얘기부터 해 보래.
난 아주 간단하게 말했 어. 질 대신 항문부터 삽입하겠다. 그랬더니 미쳤냐고 펄펄 뛰더라니까. 나는 그
점이 더 의심스러웠지. 처녀라면 항문이 더 민 감하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 안 그래?]
손 정윤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요.]
[어쨌든 그날 이후로 난 더러워서 그 여자 옆에 가질 않았어. 행사나 파티가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같
이 다녔지만 지금까지 각 방을 쓰고 산다니까. 그 여잔 말이 아내지 아내 노릇하는 게 하나도 없어.]
손 정윤은 고개를 뒤로 젖혀 우아한 목선을 드러내며 말했다.
[정말 그러네요.]
대사를 하려는데 어제 곽 재원과의 일이 떠올라 망설여졌다. 벌겋게 피묻은 내 성기... 그땐 어떻게 그
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 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손 정윤이 나를 빤히 내려다보며 대사를 재촉하는
눈길을 보내는 바람에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참, 미스 성은 항문으로 해 봤어?]
[아니요.]
[어때, 그럼 해 볼까?]
[회장님이 원하신다면요.]
[좋아.]
손 정윤은 내게서 떨어져 나가더니 나를 향해 서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상의 아래에서 바로 젖가슴이
드러났다. 허리에는 금빛 으로 빛나는 콜삥이 죄어져 있었다. 치마를 벗자 허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금빛 카터 벨트와 같은 색 스타킹 사이에서 음모가 더욱 짙어 보였다. 나는 책상 서랍을 열어 오르가슴
이란 상표가 붙은 튜브를 꺼냈다. 튜브를 짜니까 와셀린처럼 미끈거리는 젤이 흘러나왔다.
[회장님, 뭐 잊으신 거 없어요?]
각본에 없는 대사였다. 나는 손 정윤이 눈빛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 중식의 초상화가
거기 있었다. 나는 계면 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미스 성이 좀 도와줘야겠어.]
본래 대사였으면 미스 성, 저걸 내리게 좀 도와줘였다. 손 정윤과 함께 초상화를 들고 책상 앞으로 나갔
다. 초상화를 바닥에 내 려놓고 내가 말했다.
[올라가.]
[아니, 회장님 아버님 초상화 위에서 어떻게...]
[괜찮아. 난 원래 그런 놈이야.]
손 정윤은 주저 없이 초상화 위로 올라갔다. 아직 덜 마른 초상화라 물감이 손 정윤의 발에 그대로 묻어
났다.
[이제 어떻게 해요?]
[엎드려.]
손 정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엎드렸다. 손 정윤의 얼굴 바로 앞에 우 중식의 얼굴이 있었
다. 오르가슴을 잔뜩 성기에 바른 후 손 정윤의 항문에도 듬뿍 발랐다. [처음이라서 좀 아플지도 몰라.
괜찮겠어?]
[회장님이 원하시는 거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나는 초상화 밖에 무릎을 꿇고 손 정윤의 엉덩이를 잡아 당겼다. 그러자 손 정윤은 미끌어지듯 내게로
끌려왔다. 나는 서서히 성기를 항문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아무리 크림을 발랐다지만 손 정윤의 항문은
바짝 긴장을 해서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마음을 편히 가져.]
[네.]
긴장을 풀어주려고 성기로 붙잡고 항문 주위를 문지르다가 살짝 찔러 보고를 반복했다. [회장님, 제 생
각 안하셔도 되요. 회장님 마음대로 하세요. 아파도 참을 수 있어요.]
각본에 없는 대사였다. 나는 항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림을 잔뜩 묻혀 놓고 성기를 밀어넣기 시작했
다. 그러자 손 정윤은 불에 데인 듯 몸을 움추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손 정윤은 거친 숨을 내쉬
며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아주 좋아요.]
일단 들어가기 시작하자 성기가 쉽게 움직여졌다. 나는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손 정윤
은 고개를 젖히고 미리 정해진 교성을 내뱉았다.
[회장님, 너무 좋아요. 더 세게 해 주세요.]
손 정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나로서도 그 고통을 줄여줄 방법은 없었다. 손 정윤의 말에
따르는 것, 그게 내 최 선의 방법이었다. 나는 힘차게 엉덩이를 움직였다. 손 정윤은 손바닥으로 우 중
식의 얼굴을 지우면서 소리를 질렀다.
[바로 그렇게요. 네, 맞아요.]
[정말 미치겠어요.]
손 정윤은 눈물을 쏟으면서도 좋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눈물겨운 복수심이었다. 내 욕망은 그것에 반비
례해서 점점 줄어 들었 다. 이번엔 내가 연기를 할 차례였다. 각본에 따르면 나는 사정을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성기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나는 억지로 흥분한 척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 지금 사정할 것 같아.]
손 정윤의 연기도 대단했다.
[저두요! 으으윽...]
[허헉... 으흑... 아앗!]
각본대로라면 내 성기에 남아 있는 정액을 손 정윤이 빨아 먹게 되어 있었다. 나는 손 정윤이 그러지 못
하게 허리를 잡고 엎드 려 버렸다. 손 정윤도 고통스러웠는지 초상화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버렸다. 나
와 손 정윤의 거친 숨소리가 한동안 방을 가득 메웠다. 마쵸맨도 그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아무 말이 없
었다. 손 정윤은 아주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나는 얼른 손 정윤에게서 떨어졌다. 손 정윤은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허공을 향해 말 했다.
[한 시간쯤 쉬었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