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벗게 될테니 많이 입을 필요는 없어요.]
영국 하녀 복장을 한 새까만 흑인 여자가 페트리카가 빠져나간 방문으로 들어와 한 말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잔뜩 웅크렸 다. 빠글빠글 말린 머리카락하며, 검정물을 뒤집어 쓴 듯 까만 피부하며 펑퍼짐
한 코, 두툼한 입술이 영락없는 토종 흑인이었다.
시 리도록 하얀 눈자위와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아니었더라면 얼굴과 뒤통수를 구분 못했을 것이다. 나는
생각난 듯 한 손으로 성기를 가리고 다른 손으로는 흑인 여자를 밀치며 벗어던진 바지를 찾아 보았지만
바지는 보이지 않 았다. 그새 흑인 여자는 옷걸이에서 연한 황토색 가운을 꺼내 왔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에요?]
가운을 낚아채듯 받아들고는 여자들이 보였던 유리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유리에 비췬 건 볼썽 사
나운 내 모습과 재밌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는 흑인 여자 둘 뿐이었다.
[괜찮아요. 이제 아무도 없어요. 있어도 그렇죠. 벌써 다 보여줬는데, 뭘 그러세요.]
참 당돌한 여자였다. 그러고보니 쌍꺼풀 진 동그란 눈이 귀엽고 장난스러워 보였다. 나는 돌아서서 가운
을 걸치며 물었다.
[도대체 저 여자들 뭐하는 여자들이냐?]
등 뒤에서 통통 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걸 몰라서 물어요?]
그런 걸 묻는 내가 잘못이었다.
[여기서 일한 지 오래 됐니?]
[오래 됐음 좋겠어요? 아님 며칠 안 됐음 좋겠어요? 그건 그쪽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가운 끈을 묶고나
니 한결 여유가 생겼다. 나는 돌아서서 흑인 여자한테 물었다. 보면 볼수록 너무 애띤 얼굴이었다.
[너, 도대체 몇 살이냐?]
[열 네살이에요.]
한국 나이로 따지자면 열 다섯이나 열 여섯이 되겠지만 키는 160센티가 넘어 보였다. 열 여섯이라고 해
도 나이보다 숙성해 보였 다. 장난기 어린 목소리나 애띤 눈매로 봐서는 그렇기도 하겠다 싶었다. 어쩌
다 먼 한국까지 와서 하녀 노릇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일단
카마를 만나야겠다 는 생각밖에 없었다.
[네 주인은 어디 있냐?]
[주인님이 먼저 목욕부터 하시래요.]
[목욕?]
[네. 목욕. 목욕이 뭔지 모르세요?]
[알기야 알지. 하지만...]
흑인 여자애는 나를 무슨 지렁이 보듯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어떻게 그런 몸으로 주인님을 만나려 하세요?]
얼떨결에 일어난 일이었고 어찌된 영문인지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긴 했지만 카마가 이 일을 불쾌하게
생각할 건 뻔했다. 내 얼 굴이 금방 붉어졌다.
[꼬마야, 그럼 앞장 서.]
그러자 흑인 여자애는 나한테 톡 쏘아 붙였다.
[숙녀한테 꼬마가 뭐에요! 내 이름은 실비아에요. 실비아!]
[미안, 실비아.]
흑인 여자애, 아니 실비아를 따라 처음 들어갔던 방 바로 옆에 붙은 방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방 중앙
에 둥근 욕조가 버티고 있었는데 욕조에서 김이 피어 올랐다. 욕조 주위가 꽃들로 장식되어 있어 꽃밭에
욕조가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욕조로 통하는 공간 역시 카페트가 깔려 있고 카페트 중앙
에 금빛 카터가 놓여 있었다. 카터에는 얼음에 채운 샴페인과 여러 과 일들이 놓여 있었다. 나는 주춤거
리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유리벽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다. 혹시 카메라가 몰래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신경을 곤 두 세웠지만 찾아내지 못했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페트리카와의 일은 실수였다. 인터넷에서
만 만나던 페트리카를 실제로 만나 가상 세계와 현실을 잠깐 착각했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무엇에 끌리듯 욕조로 다가가고 있었다. 욕조에서 피어오르는 장미향이
내 신경을 이완되게 하였다. 나는 허리띠를 풀었다. 가운을 벗으려다가 보니 뒤통수가 간질간질 했다.
실비아가 내 뒤까지 쫓아와 있었다.
[됐으니까 넌 나가 있어. 목욕 다 끝나면 부를테니까.]
실비아는 무슨 소릴 하냐는 얼굴이었다.
[전 시중을 들어야 해요.]
나는 기가 막혀 헛웃음을 웃고 말았다.
[내가 어린앤 줄 아냐? 혼자 할 수 있으니까 나가.]
실비아는 울상이 되었다.
[주인님이 절 가만 두지 않으실 거에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쓸데없는 소리. 내가 너희 주인 만나면 얘기할테니 어서 나가라, 응?]
실비아의 얼굴은 겁에 질린 듯 했다. 피부가 너무 어두워 표정을 확실하게 읽지 못해 단정지을 수는 없
었다.
[정 그렇다면요...]
실비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방을 가로질러 문 밖으로 나갔다. 나는 얼른 뒤따라가 문이 잠
겼나 확인하고서야 욕조 로 되돌아 왔다. 가운을 벗고 나자 내 모습이 그 여자들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
꽝스러웠는지 알만 했다. 비뚤어진 쟈켓과 그 아래로 삐죽 튀어나 온 셔츠. 그걸 보니 귓볼까지 붉어졌
다. 나는 얼른 그것들을 부정한 것이라도 되는 양 휙 벗어 던져 버렸다. 그리고는 풍덩, 욕조 속으로 뛰
어 들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다. 욕조 턱에 목을 대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천정을 훑어보며 내게 닥친 일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번번히 신경을 자극하는 묘한 소리 때문에 끊어졌다. 그 소리는 어떤 때는 좌르르 파
도에 자갈 구르는 소리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방울뱀이 꼬리를 흔드는 소리같기도 했다. 조금씩 소리가
커지는가 싶더니 방의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분명해지면서 아주 작은 방울들을 한꺼번에 흔
들릴 때 나는 그런 소리일 거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졌다. 나는 물 밖으로 얼굴만 삐죽 내놓은 채 주
위를 두리번 거렸다. 처음엔 여러 소리로 들리던 그 소리가 점점 리드미컬하게 들려왔다. 마치 누가 낯
선, 그러나 경쾌한 노래에 맞춰 흔드는 것 같 았다. 그 리듬은 나를 불안하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나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 소리를 쫓고 있던 내 귀는 내 뒤쪽으로 쏠렸다. 나는 몸을 틀며 고개를 획 돌렸다. 백합 다발이 내
시야를 가렸다. 그 위로 눈을 치켜 들자 시꺼먼 그림자가 버티고 서 있었다.
[헉!]
몸을 뒤로 젖히다가 욕조에 풍덩 빠져 버렸다. 허우적거리면서도 나는 그 그림자를 놓치지 않았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실비 아였다. 어쩌면 다른 흑인인지도 몰랐다. 정신을 차린 나는 몸을 물 속에 숨긴
채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저요. 실비아.]
내 시선은 실비아의 얼굴이 아니라 허리에 가 닿았다. 은빛 반짝이는 작은 방울을 이어 만든 두 줄의 허
리띠와 거기서 역삼각형 으로 늘어져 음모를 가리고 있는 철망같은 장식이 아니었더라면 실비아를 그림
자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어떻게 들어왔어? 어서 나가지 못해?]
그러자 실비아는 몸을 돌려 제 등을 보여 주었다. 등에는 검정 피부와 대비되는 서 너개의 선홍색 핏자
욱이 가로로 나 있었다. 살이 터진 건지, 찢어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손님이 저를 거부하시면 저는
또 채찍질을 당해야만 해요.]
나는 등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를 외면하려고 눈을 찡그렸으나 거기서 눈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 핏줄기
는 등허리의 패인 골을 따라 위로 올려붙은 배구공같은 엉덩이 사이로 흐르거나 엉덩이를 지나 대리석
조각처럼 미끈한 허벅지와 종아리를 타고 흘렀다. 열네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몸매였
다.
실비아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서 있는데도 방울 소리는 그치지 않고 계속 되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가면
주위를 살폈으나 아무 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비아는 내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제발 제가 시중을 들게 해 주세요. 어린 제가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그때 나는 실비아의 아랫배가 저
혼자 쉴새없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모를 일이었으나 거 기서 방울
소리가 나는 것만은 분명했다.
[좋아. 하지만 네 상처부터 치료하고 와. 그리고 옷도 입고 오고.]
그러자 실비아는 백합 다발 사이를 바람처럼 빠져나와 욕조로 발을 내딛었다.
[그게 아니고...]
내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표범처럼 나를 덮친 실비아의 두꺼운 입술이 내 입을 막아 버렸다. 겨우 두
팔을 뒤로 해서 욕조 바 닥을 짚어 넘어지는 건 면했다. 어린애와의 황당한 키스에서 벗어나려면 쓰러지
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몸은 그 렇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실비아의 입술은 두꺼웠지만
혀는 뱀의 혀처럼 작고 길었다. 실비아의 혀는 내 입술과 잇몸, 이빨, 입 천정, 혓바닥 어느 것 하 나
놓치지 않았다. 그 혀에서 흘러나오는 침은 달콤하기 짝이 없었고 혀의 놀림은 온 몸을 짜릿하게 만들었
다. 길고 격정적인 키스는 내 몸에서 온 힘을 빼 버렸다. 나는 기어코 물 속으로 잠기고 말았다. 그러나
실비아는 물 속에서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두태의 비아냥거리는 얼굴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으나 몸은 봄날 아지랑이처럼 비비 꼬이기만 할 뿐이
었다.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 생각조차 못하고 있던 나를 실비아가 밀어 올려 주었다. 욕조턱에 뒷목을
기대게 해 놓고 실비아는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키스가 아니었다. 물의 따뜻함과는
분명히 다른 서늘함이 성기에서 느껴졌다. 성기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듯 허전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마치 쭈쭈바가 된 기분이었다. 성기를 통해 내 모든 게 실비아의 입 속으로 빠져나가 나중엔 쭈글
쭈글한 껍질만 남지 않을 까 불안했으나 전신을 파고 드는 짜릿함은 그 불안마저 파괴해 버렸다. 내 온
몸 전체가 성기가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성기가 발기되었을 때, 실비아는 물 속에서 몸을 드러냈다.
흰 눈자위와 백 상아같은 이가 실비아의 얼굴을 신비롭게 보이게 했다. 게슴츠레하게 눈으로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나는 씩 웃었다.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실비아의 까만 피부보다 더 새까만 젖꼭지를 내
코 앞에 갖다댔다. 손을 오무렸을 때 빈 손아귀에 꼭 맞을 정도로 앙징맞은 젖 가슴이었다. 실비아는 내
손을 끌어다가 제 가슴 위에 놓았다. 얼마나 피부가 매끄러웠던지 내 손은 젖가슴에서부터 허벅지까지
쭈욱 미끄러져 버렸다. 어쩌면 손에 힘이 빠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실비아는 다시 내 손을 제 젖가
슴에 올려놓았다. 나는 손이 미끄러지지 않게 젖꼭지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운 채 젖가슴을 어 루만졌
다. 그새 실비아는 내 성기를 후루루, 제 몸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어떻게 그 일이 벌어졌는지 나
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나는 깜짝 놀라 엉덩이를 움직여 보려했지만 실비아가 그걸 용납하지 않았
다. 실비아의 몸 속에 있는 뭔가가 내 성기를 꽉 물고 놓아 주지를 않았다.
[아악!]
나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가만히 있어요. 내 사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실비아는 힘을 뺐다. 실비아는 몸을 아래위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냥 몸 전체를
바르르 떨고 있을 뿐이 었다. 내 성기는 여자의 성기 모양을 한 남성용 바이브레이터 속에 끼인 것보다
더 기분좋게 자극을 받았다. 바이브레이터가 단순히 진동만 했다면 실비아의 그것은 성기를 물었다가 놨
다가 빨았다가 뱉았다가를 반복하면서 내 정신을 빼 놓았다. 내 몸은 벌써부터 해파리처럼 흐물흐물해졌
으나 내 성기만은 철판이라도 뚫을 정도로 빳빳해져 있었다. 그런데도 성기에 뻑뻑한 느낌이 없고 오히
려 풍선처럼 불었다줄었다하는 느낌이었다. 실비아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게 보였다. 물의 온도는
느껴지지 않았다. 내 몸은 물 속이 아니라 마치 마술사가 최면을 걸 어 공중에 띄워 놓은 사람처럼 둥둥
떠 있는 것 같았고, 내 주위를 포근한 무언가가 감싸고 있는 기분이었다. 여자의 몸에 삽입 하는 게 이
렇게 황홀한 건지 그때까지는 정말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가 공중에 뜬 내 성기를 하늘로 낚아채 올리는 것 같았다. 내 등은 활처럼 휘어져 공
중에 매달린 꼴이 되었 는데, 한순간만 방심하면 성기를 통해 내 영혼이 모두 빠져 나가 버릴 것 같았
다. 절정의 순간은 그렇게 다가왔다. 내 머리는 아무 것도 기억하거나 생각하지 못하는 풍선이나 마찬가
지여서 누군가 바늘로 내 머 리를 꼭 찌르면 그걸로 끝장이 나 버릴 지경이었다. 좀처럼 눈이 떠지질 않
았다.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정한 후에도 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일이었다. 때가 되었다. 나는 이미 참을만큼 참았다. 더는 견딜 수 없어 내
존재가 지워져 버려도 좋다는 결심하고 눈을 번쩍 떴다.
[아아아아...]
내 성기는 용암을 뿜어내기 직전인 활화산처럼 완전히 수축했다. 내 눈자위는 거의 뒤집히기 직전이었
다.
[컷!]
그 소리에 내 몸은 천근만근인 채 땅 속으로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그 놈의 컷, 소리와 동시에 실비아
는 나를 버렸고, 나는 절 망에 빠졌다. 절망보다 큰 좌절감이 나를 엄습했으며 내 몸은 똥보다 더 누추
해졌다.
[왜?]
실비아의 생글거리는 얼굴에 한 방 먹이고 싶었지만 내겐 그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넌 왜 날 기억하지 못하니?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었나 보지? 사실 좀 실망했어.]
실비아는 눈을 찡긋해 보이고는 욕조를 빠져 나갔다. 실비아의 몸에서 나는 방울 소리가 천둥 소리처럼
들렸다. 그때야 실비아 가 누군지 알아 보았다. 실비아 폴락, 흑인 발리 댄서이자 포르노 배우.
[설마!]
누군가 내 뒤통수를 둔기로 후려치는 것 같았다. 나는 실비아의 비디오를 인터넷으로 보면서 몇번인가
실비아와의 섹스를 상상 하며 자위행위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실비아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다. 흑
인 얼굴을 잘 분간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내가 기 억하는 건 실비아의 얼굴이 아니라 배꼽과 아랫배였다.
내 머리는 멍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미국 경찰 복장을 한 글래머 둘이 곤봉을 가죽 장갑을 낀
손바닥에 탁탁 치면서 내 앞으로 걸어왔다. 모자를 눌러 쓰기는 했지 만 낯이 익은 얼굴들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인터넷과 그들을 연관시켰다. 답은 곧 나왔다. 하드 바디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쌍둥
이 자매였다. 하드 바디는 여성 바디 빌더들의 누드 사진을 모아 놓은 사이트였고, 그네 들의 이름은 알
리사와 사만타였다. 나는 너무 황당해서 내 몸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알리사와 사만타는 똑같이
욕조 턱에 발을 턱 올려놓았다. 그중 하나 가 위협조로 말했다.
[넌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 너 같은 놈에게는 묵비권도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도 없다. 법정에 갈 필요
도 없다.]
알리사가 말했는지 사만타가 말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만약 둘 다 옷을 벗고 있다면 음모 옆에 거미
문신을 새기고 있는 쪽 이 알리사란 걸 금방 알겠지만 말이다.
[누가 알리사지? 난 너희들을 알아. 그리고 너희도 알겠지만 실비아 폴락은 열네살이 아니야. 23살. 이
집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어. 아마 디트로이트에서였을 거야. 안 그래?]
나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이려고 다리를 꼬아 성기를 가리며 팔짱을 끼었다. 그러나 그건 내 오산
이었다. 둘 중 하나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며 욕조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곤봉으로 내
목을 죄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야이, 개자식아! 우리가 지금 할 일이 없어 여기 있는 줄 알아?]
나는 숨이 막혀 캑캑대며 발버둥을 쳤다. 욕조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사만타, 우리를 존경하도록 저 더러운 유색인종 놈한테 본떼를 보여줘.]
그러니까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여자가 사만타인 셈이었다. 사만타는 힘을 주어 내 목을 끌어당기며 일어
섰다. 사만타의 팔뚝을 주먹으로 치며 반항해 보았지만 그럴수록 숨이 더 막혔다. 목을 죄지 못하도록
곤봉을 붙잡고 버티며 사만타가 끄는대로 욕조 밖 으로 나갔다. 알리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곤봉
끝으로 내 명치를 찔렀다.
[욱!]
나는 바닥으로 푹 꼬꾸라져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막 옆으로 쓰러지려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후려쳤다.
나는 발랑 뒤집어졌다.
[엄살 떨지 말고 일어서! 이 개자식.]
바닥에 깔려 있는 폭신한 카펫도 내게는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신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
로 고통스러웠다. 겨우 내가 한 일이라고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추리는 것 뿐이었다.
[ 끌고 가자구.]
알리사와 사만타는 내 팔죽지를 하나씩 붙잡고 나를 질질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