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밤 공지사항
당신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는 깊은 산 암자에 가부좌를 튼 선승과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라고 해야 고작 은행이나 수퍼마켓이나 비디오 대여점에 들르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먹고 자고는 시간을 뺀 거의 모든 시간을 면벽을 하듯 컴퓨터를 마주보며 산 셈이었다.
내 시간들은 마구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 아침과 저녁, 새벽과 한낮의 구분도 내게는 의미가 없었다.
나는 몸이 원하는대로 움직였다. 컴퓨터를 통해 온갖 기호와 정보들이 햇살처럼 내 눈을 향해 내리꽂혔
다. 나는 감당하기에 벅찬 그 엄청난 기호와 정보들 앞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당신이 보기에는 내
가 자포자기한 걸로 볼지 모르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고의적으로 내 모든 가치와 정보
체계 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로부터 구속되지 않는 내 근원을 찾아낸 후 전혀
새로운 나를 건설해 나가기 위한 예비 작업일 뿐이었다.
물론 카마라는 암초에 걸릴 때마다 번번히 내 방어 체계를 복구시켜 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이미
내 방어 체계는 복구의 가능성이 희박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카마가 들러보라고 한 밴디스트 사
이트를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컴퓨터 화면에는 일본 여자가 밧줄에 묶인 채 꿇어 앉아 고개를 쳐들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표
정이 꼭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나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아까는 비웃는 거 같던 여자의 표정이 제발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여유만만하게 담배를 피워 물고는 그 여자를 찬찬히 뜯어
보았다. 새끼 손가락 굵기의 파란색 로프가 뒷짐을 진 여자의 팔과 몸통을 정교하게 묶여져 있었다. 거
기서 연결된 두 가닥은 여자의 엉 덩이로 이어져 있었다. 산처럼 치솟은 엉덩이 사이로 사라진 그 로프
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칭칭 감고 있었다.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엉덩이가 사진의 키포인트인 모
양이었다. 나는 달덩이 같은 엉덩이에 시선을 던져두고 멍하게 앉 아 있었다. 그냥 머리가 텅 비어 버린
듯 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엉덩이 너머 채찍을 들고 선 남자의 사진에 서 내 시선이 멈췄다.
그 사진은 초점이 맞지 않아 얼굴이 분명치 않았으나 그게 더 좋았다. 그 얼굴이 내 얼굴로 바뀔 수 있
는 여지도 있으니까 말이 다. 순간적으로나마 카마가 바로 엉덩이를 치켜든 그 여자가 되고 내가 그 남
자가 되었으면 했다.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카마의 온 몸을 후려 치고 나면 속이 시원해 질 것만 같았
다. 카마가 돈 많은 남자들이나 유혹하는 갈보같은 여자나 돈을 받고 맞기도 하는 여자라면 돈다발을 싸
들고 가서라도 원껏 때려주고 싶었다. 그래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로프에 결박당한 다른 여자들의 사
진과 동영상까지 남김 없이 보고서야 그곳을 빠져 나왔다. 상상이었지만 그 사이에 얼마나 많 이 그 여
자들을 구타하고 짓밟고 모욕을 주었는지 모른다. 그 덕분인지 속이 후련했고 머리도 맑아졌다.
[오늘 들른 밴디스트 사이트에서 나는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얼마간 해소했습니다. 아주 홀가분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내가 상상 속에서 했던 일들을 실제로 하라면 아마 난 못할 겁니다. 미치지 않고 그
런 짓을 어떻게 합니까?]
그러나 뒷 부분은 완전히 거짓도 진실도 아니었다.
[그건 미친 것 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야. 쾌락을 얻는 방법이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미쳤다고 단정지으
면 안 되지. 그건 마치 네가 낚시를 안 좋아한다고 낚시하는 사람을 모두 미쳤다고 하는 거나 같아.]
카마의 전화를 받고 나는 또 얼어 붙어 버렸다. 인터넷 메일을 보낼 때만해도 나는 카마에게 꿀리지 않
기로 마음 먹었었다. 그 래서 궤변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카마의 말에도 나는 대꾸를 못하고 있었다.
카마는 거리낌 없이 말을 이었다.
[아마 네가 결박을 당해야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몰라서 그럴거야. 변태라는 선입견
을 버려야 왜 그 사람들 이 그런지 이해를 하지. 넌 변태가 아닌 거 같니?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네가
변태야. 당장 어떻게 컴섹, 폰섹이나 하고 사냐고 할 걸?]
억울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었다.
[설마요? 실제로 고통을 주지도 않는데 그게 무슨 변탭니까?]
[고통도 일종의 쾌감에 속하는 거 모르니? 그건 사람마다 느끼기 나름이야. 그리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성인이 음란한 글이나 말로 떠벌이는 게 비정상이지 몸을 부딪히면서 쾌감을 찾는 게 비정상이니? 강제
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서로 좋아서 그런다는데 왜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몰라.]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요, 당신도 그런 사람입니까?]
카마는 매섭게 되물었다.
[그런 사람이라니? 분명하게 말해봐.]
폰섹스를 할 때는 주절주절 말도 잘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못나긴... 난 있지? 앞에서는 안 그런 척하면서 뒤로 호박씨나 까는 인간들이 변태라고 생각해. 꼭 너
같은...]
아무리 기가 죽었다고 해도 그런 소리까지 듣고 있을 내가 아니었다.
[내가 무슨 변태라고 자꾸 그럽니까?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내가 보기엔 당신이 변태 같습니다. 변태들
을 옹호하는 궤변만 늘 어놓고...]
카마는 웃음 소리로 내 말을 가로 막았다.
[깔깔깔. 제법 대들 줄도 아네.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바닐라란 말을 들으면 바닐라 아이스
크림이 제일 먼저 생각날 거야. 근데 네가 말하는 변태들은 너처럼 평범하다고 악을 쓰는 사람을 바닐라
라고 부르거든. 흔하고 밋밋한 맛뿐인 인생, 그게 바닐라 인생이고 네 인생인 거야.]
나는 삐죽거리며 말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왜 밋밋합니까? 달콤하고 맛있기만 한데...]
[바보. 바닐라가 달콤한 게 아니라 아이스크림이 달콤한 거지. 바닐라는 그냥 향신료일 뿐이야. 원한다
면 평생 바닐라만 먹고 살아 봐. 누가 그러지 말래? 하지만 계피나 생강을 넣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욕하진 말란 말야. 알겠지, 내 말 ?]
나는 카마가 슬슬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변태를 찾는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카 마가 한낱 돈많은 남자에 붙어사는 정부에 불과하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으므로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나도 남편 때문에 성중독증에 대해 조사하다가 그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거야. 이해는 하지
만 왜 그렇게 사는 건지 는 모르겠어. 난 아직 한 번도 누군가에게 묶여 본 적도 없고 맞아 본 적도 없
어. 때려본 적도 없어. 물론 너처럼 여자 옷 입고 헤헤거리며 사진을 찍은 적도 없지. 믿을지 모르겠지
만... 난 아직 처녀야.]
나는 내 손으로 입을 막아 버렸다. 정말 웃기는 소리였다.
[너 지금 웃고 있지? 바람 빠지는 소리 비슷한 게 들리는데?]
나는 수화기를 멀찍이 들고 겨우 대답했다.
[웃기는요. 다 믿습니다.]
카마는 목소리를 쫙 깔면서 말했다.
[웃고 싶으면 웃어. 결혼한 지 3년도 넘는 여자가 처녀란 걸 믿을 사람이 어딨겠니?]
사실 여부는 둘째였다. 애잔하게 밀려온 카마 목소리가 내 마음에 파문이 생기게 했다. 그 느낌은 내 머
리카락을 쭈뼛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카마에게 다가갔다가는 엄청난 재앙을 맞
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나를 휘감았다.
[참, 널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했어. 내일 아침이면 소식이 갈 거야.]
카마의 목소리에서 애써 기분을 살리려는 느낌이 묻어 나왔다. 카마가 전화를 끊은 후에도 나는 한참동
안 수화기를 내려 놓지 못했다. 가슴 한 언저리가 묘하게 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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