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장모님... 나의 장모님..
장모님... 나의 장모님... (1) 근친관련
먼저 글을 쓰기 전에 내 소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난 금년 33살로 결혼한 지 10개월이 되는 신체 건강한 젊은(?) 남자로 S증권 압구정동
지점에 근무하고 있다.
이전에는 본사 법인 채권 영업팀에 있다가, 지점의 영업 현장으로 나온 것은 3년 전이
었고, 이곳 압구정 지점은 서울 내에 있는 지점들 중에서도 가장 실적이 좋은 곳으로,
많은 영업 직원들이 근무를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3년 전에 대리를 갓 달고 지점 근무를 명 받았을 때는 영업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많
았고 앞으로 실적 때문에 시달릴 걱정으로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의외로 영업을 시작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연찮게 좋은-예탁금을 많이 맡기고 크게 투자를 하는-고객
을 많이 확보하게 되어서 첫해부터 고민은커녕 주위의 부러움을 받는 운이 따랐는데,
너무도 다행스럽게도 IMF이후에 숨어있던 많은 돈이 정부의 주식거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왔고 난 아주 적당한 시기에 그 혜택을 입었던 것이다
.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일이고, 사실 영업 현장 어디나 마찬 가지지만, 이곳도 상당한
현장 영업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주요 고객에게는 일별로 투자 정보를 보내야 하고
, 또 큰 돈을 굴리는 '큰 고객들'에게는 예탁금의 유치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필수이다.
그렇게 바쁘게 지점 영업에 적응하고 있던 때, 지점장의 소개로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영업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채 안됀 그 해 겨울이 막 시작되는 때 즈음이었다.
"김 대리!"
그날 아침 간단하게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날 부른 박 지점장은 전날의 술
때문이지 눈이 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예!"
"오늘 오전 11시경에 아주 중요한 손님을 한 분 소개해 줄테니, 김 대리가 한번 잘 관
리해 봐요"
무슨 일인지 박 지점장은 이렇듯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 고객들을 나와 이 과장에게 가
끔씩 소개를 시켜주었는데, 이 과장은 그런 면에서 박 지점장에게 상당히 은혜를 입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하곤 했다.
대답은 했지만, 사실 나도 정신이 별로 없던 때라 까다로운 고객이라면 별로 썩 마음
이 내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점장이 배려한다고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니 내 입장에서는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 '감사합니다. 지점장님.
그럼 이따 10시 50분 경에 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실을 나서는데, 이 과장
이 다가왔다.
"김 대리, 오늘 송 여사 소개 받는다며?"
"송 여사요?'
"그래, 몰랐구나... 아주 대단한 여자지... 후후후"
이 과장의 느물거리는 표정을 대하고 있자니 기분이 어쩐지 찝찝한게, 이건 아니다 싶
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대단한 데요?"
"만나 보면 알어... 그럼 수고해..."
'그럼 만나 보면 알지, 내가 바보냐? 만나 보고도 사람을 모르게?... 자식, 되게 느끼
하네...'
"김 대리. 내 방으로 좀 와요"
월요일 주간 투자 정보를 정리하다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있던 나는 지점장의 호출
을 받고 서야, 비로소 시간이 11시를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영씨. 이거 다 만들었는데 아직 프린터를 뽑지 못했거든... 미안하지만 이것 좀 프
린트해서 거래선들한테 좀 팩스로 보내줄래? 내가 지금 중요한 손님을 좀 만나야 해서
...미안, 그대신 내가 밥 한번 살께... 부탁해"
하던 일을 지영이 한테 맡기고 서둘러 지점장 방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김 성수입니다"
방을 들어서자 마자 지점장하고 마주하고 있는 여인을 보고, 대뜸 인사부터 하고 자리
로 다가 갔다.
"네에, 말씀 많이 들었어요. 반가와요. 송혜진입니다"
'헉'...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고 하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곱게 나이를 먹은 미스 코리아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고급
룸 싸롱의 마담 같은 생김새라고 해야 하나...
검은 색의 고급 순모 투피스 정장에 연한 갈색으로 염색을 한 길고 굵은 파마 머리 그
리고 고급스러운 진주 목거리와 귀걸이...
한마디로 아주 우아하면서 요염하기도 한 그런 자태를 지닌 여인 이었다.
갑자기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녀에게 압도된 것처럼...
"여기 김 대리는 아주 실력이 뛰어난 친굽니다. 아마도 송 여사님에게 좋은 행운을 많
이 가져다 드릴 수 있을 겁니다"
"호호호... 어련 하시겠어요... 지점장님이 추천하시는 분이니...호호호"
이빨이 참 하얗고 가지런했다.
"그렇습니다. 하하하"
둘은 기분이 좋은가 본데, 난 마치 관찰 대상이 된 것 같아 영 기분이 개운치가 않았
지만, 어쩌랴...
"잘 부탁합니다. 김 대리님"
그녀는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을 것 같은 하얗고 고운 손을 내밀었다.
"네. 제가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렇지. 우리 김 대리가 송 여사님에게 잘 부탁 드려야지... 하하하"
우리는 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얘기 몇 마디를 더 주절대다가 같이 식사를 하러 갔는데
, 그때처럼 주식이 활황인 때는 웬만한 일식 집이나 중식 집들은 증권사 직원과 고객
으로 점심 때도 자리가 없는 게 흔한 일이었으므로, 박 지점장은 미리 아주 고급스런
일식 집을 예약을 해놓았었다.
회를 푸짐하게 시키고 백세주도 몇잔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고, 그 사이 사이에 여러 군데에서 전화가 걸려와 자주 자리를 왔다 갔다 하자
, 송 여사는 날 보며 '꽤 인기가 있네요... 이 사람 저 사람 찾는 사람이 많은 걸 보
니...' 하면서 흉인지 칭찬인지 애매한 말을 하면서 환하게 웃었고, 지점장은 그저 사
람 좋은 표정으로 껄껄 거리며 술만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나와 그녀는 첫 만남을 가졌다.
나이가 42살로 나와 띠 동갑인 그녀는 어떻게 돈을 모으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여하
튼 우리 지점의 '큰 손들' 중의 하나 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처
음 한 것이 그녀에 대한 신상 파악이었다. 그 나이의 여자들이 가지고 있기에는 '의혹
'까지 품게 되는 엄청난 돈을 굴리고 있는 여자였다. 현찰만 그 정도이니, 부동산이나
다른 동산들을 합치면 웬만한 재벌들 부럽지 않을 그런 돈이었다.
궁금증이 커져만 갔지만, 딱히 누구에게 물어볼 수 있는 사안도 아니었고, 또 지점장
한테 물어본다고 미주알 고주알 얘기해 줄 사람도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덮어
버리기로 했다.
다음 날부터 그녀는 내 아침 일과 시작의 첫 전화 상대자가 되었다.
보통의 경우가 그렇지만, 난 그때 그때 눈 여겨볼만한 몇몇 특정회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일관했고 그녀는 가만히 듣다가 몇 마디 물어보는 것으로 끝나는 통화였다.
그렇게 한 2주일쯤 지나서 였던 것 같다.
"김 대리님. 오늘은 어디를 눈여겨 보고 계신가요?"
난 그간의 통화 속에서 그녀의 관심이 어디에 있으며, 내가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 지
를 인지하고 있었다.
"네. 거래소는 XX 텔레콤, 코스닥은 XX 컴퓨터를 보고 있습니다"
"그럼 김 대리님이라면 얼마씩 사고 싶으신가요?"
"XX 텔레콤은 0000주, XX 컴퓨터는 00000주를 사고 싶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이 없더니, '좀 큰 금액이군요... 그렇게 하세요. 그럼 이만...' 이라
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게 그녀와 나의 첫 거래였다.
누군가가 그랬지만, 운7기3 이라고 그녀와 나의 작품은 거의 언제나 30% 이상의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그 덕분에 그녀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 갔다. 물론 그 중
에는 아주 가끔씩 손절매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녀나 나나 손절매에서는 아주 냉
정한 편이었기에, 우리는 미련없이 손절매를 하곤 했고 사실 그러한 단순한 이유에서
우리는 상당히 수익률이 좋은 거래를 계속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눈이 아주 많이 오는 1월이었다. 퇴근을 앞두고 그 날의 잔고를 맞추고 거래 실적표
작성하느라고 바쁜 와중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웃으면서 자기가 날 접대해야 할 것 같으니, 퇴근 후에 식사나 같이 하자고 했
다. 차를 보낸다며 차종과 번호를 일러 주면서...
그녀와 자리를 한 곳은 아주 고급스런 한식집이었다. 나도 중요한 거래선과 저녁 식사
를 하는 경우에 가끔씩 그런 집을 드나든 적이 있기는 했지만, 송 여사가 나를 초대한
수준의 집들은 아니었다. 서울 하늘 아래 이런 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그런 고급 집이었다.
송 여사는 내가 좋아하는 술까지 각별히 신경을 써서 준비를 시켜 놓았고, 난 그녀의
그러한 자상한 배려에 기분이 흐믓해서 연신 술잔을 비워 댔다.
"나한테는 술 한잔 안 권하네요, 김 대리님은...호호호"
옆에 앉아서 시중을 들고 있는 아가씨의 미모에, 송 여사의 좋은 입담에, 흥이 한껏
고조되서 예의도 지키지 못하고 나만 마셔대던 술이 반 병쯤 남았을 때, 송 여사는 입
가에 웃음기를 띄고 잔을 내 밀었다.
"드셔야죠. 암 드셔야죠. 여사님은 제 술 한잔 드실 자격이 있지요"
그녀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전 30평생 지금까지 여자한테 술 따러 본 적이 없는 놈입니다. 그건 우리 집안의 내
력이지요. 우리 아버님은 천하에 왕자병 원조 이시거든요... 하하하"
"네에..?!"
그녀도, 그리고 옆에 앉아 시중을 들던 아가씨들도 다 입에 손을 대고 웃어 댔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전, 딱 한 여자한테만 술을 따라 주겠다고 내 자신하고 약속을 했지요. 그게 누군지
아십니까?"
잔에 황갈색의 술을 따르며 난 송 여사의 크고 짙은 눈동자를 마주 바라 보았다.
"내 여잡니다. 앞으로 평생을 사랑할 여자...."
어쩌면 그날 난 40 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화사하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가 연
출하는 그 분위기와 그녀가 정성들여 준비한 그 술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녀
에게 한 잔의 술을 마실 자격이 있다고 한 것은 그녀의 남자보다 큰 배포를 칭찬한 것
이었고, 평생을 사랑할 여자에게 따를 술하고는 관계가 없는 얘기 였다고 믿고 싶었다
. 단지, 말이 앞뒤 문맥상 이상하게 들린 것 뿐이라고....
그러나, 우스개 소리로 받아 들여도 될 분위기에서 그녀는 시선을 정지시키고 있었다.
거기다가 결정적인 촉매는 내 옆에서 시중을 들던 미스 장이라는 아가씨의 한마디였다
.
"어머... 어쩐지... 두 분이 연인 사이셨구나...여사님은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젊고
잘 생기고 체격도 당당하신 젊은 애인이 있으셔서..."
순간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송 여사는 아가씨를 꾸짖지도 않았다. 술이
확깨는 순간이었다.
날 뚫어지게 바라보던 송 여사는 받은 술을 한숨에 마시며, '맛 있군요' 라는 말로 화
답을 했고, 난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한 잔 더 하시겠어요?' 라며 대답도 듣
기 전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방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 지면서, 깊이 가라 앉기 시작했다.
"아가씨들은 잠시 나가있다가 이따 다시 부르면 들어와야 겠어요"
그녀의 부드러운 요구에 아가씨들이 조용히 방을 빠져 나가는 순간, 난 내 세치 혀를
원망하고 있었다. 큰 결례를 했다는 생각보다는 이 순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하
는 생각이 더 빨리 들었지만, 마땅히 댈 핑계거리도 없는 궁색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다시 날 천천히 쳐다 보았다. 그렇다고 내가 그 순간에 고개를 떨구고 바들 바
들 떨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도 그녀를 마주 바라다 보며 담배를 물었다.
"김 대리님... 나랑 애인 하고 싶어요?"
"네에?...."
말을 못들은 게 아니었다. 단지 순간적으로 마땅히 할 말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우리 애인 합시다"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돈이 많아서 오는 오만함만은 아니었다. 그 만큼
그녀는 여자로서 상당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고, 자기 자신도 그걸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근데 난 김 대리님의 신상 명세에 대해서 잘 몰라요. 단지 어느 대학을 나왔고 무슨
일을 했으며, 성격이 어떻다는 것 정도밖에..."
"그게 다 아닌가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난 그녀에게 맞 프로포즈를 하고 있었다.
"그런가요?...호호호...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말이 길게 필요한 게 아니었다. 그런 어린 애들도 아니었고, 그런 첫 만남도 아니었다
. 나도 갓 서른이지만, 이미 30 대에 들어선 나이었고, 그녀와 난 업무상이었지만, 전
화로 수십 시간을 통화해서 상대의 의사 표현 방식이나 성향을 어느 정도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더욱이 서로 상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수준을 감지하고 있는 상태
였다.
"아가씨들 다시 불러도 되겠지요?"
"왜요? 늙은 애인하고는 술 맛이 없나요?"
그녀의 그런 여유와 자유스러움이 좋았다. 우린 그냥 웃었다. 내가 생각해온 '우리'
의 모습이 이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 좋았다.
솔직히 첫 만남에서부터 이런 것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기
분이 짜릿한게 그저 좋았다.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장모님... 나의 장모님... (2) 근친관련
그녀와 나의 투자는 나날이 승승 장구하고 있었다. 별다른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 어떤 작전도 동원하지 않는, 그야 말로 정석 투자로 그만큼의 수익을 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그녀와 난 손발이 잘 맞았다.
“성수씨, 우선주쪽은 어떻게 보세요?”
호칭이 바뀌었고 목소리의 톤이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
“글쎄요, 전 그 쪽은 뭔가 꺼려 지는군요”
“그래요? 그럼 제가 포기하죠…호호호”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우선주 파동으로 수익률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 갔을 때도 그녀
는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 뒷말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서 조심스러워 하면, ‘
남자가 뭐 그런 것 가지고 의기소침 해지냐’ 며 나를 위로 했고, 그렇게 그녀는 서서
히 나에게 신뢰를 주고 있었다.
연인이 되기로 선언하고서도 사적인 관계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이게 뭔 연인인
가’ 하고 의아해 할 때 즈음이었다.
“저녁때 뭐해요? 총각이…”
“영화나 한편 볼까 하는데요…”
결국 우리는 ‘같이 보자’ 는 데 합의를 했고, 그야 말로 학수고대하던 둘만의 시간
을 갖게 되었다. 가슴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여자의 변신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흰색 난방에 파란색 가디건 그리고 청바지. 언뜻언뜻 갈색이 빛나는 긴 웨이브 머리는
흰 머리띠로 질끈 묶고 나타난 그녀를 보고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평소의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늘 점잖은 정장을 화려하게 차려 입던 그녀가 그
런 수수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화사했다...
얼굴의 주름이야 평소에 피부 관리를 워낙 잘해서인지, 별로 보이지도 않았고 단지 눈
밑만이 다소 나이를 말해주는데, 그것도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아서…
대체적으로 뭐 나보다 2,3살 정도 많아 보인다 해도 지나쳐 보이지 않았다.
전에 두 번 보았을 때는 정장차림을 하고 있었기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흔히들 중년의
여인들이 약간의 살집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몸매가 꽤 출중할 것이라고 나름
대로 짐작을 했었는데,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녀의 몸은 상상했던 것 보다도 훨씬
훌륭했다.
그러나 그런 수수한 차림에도 그녀에게는 고고함과 우아함이 묻어 나왔다.
아마도 그녀만의 매력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그녀는 내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 주었다. 물론 평
소의 그녀의 스타일이라면 아주 좋은 식당에서 분위기를 낼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내 입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내가 하자는 대
로 별 불평 없이 잘 따라 주었다.
늦은 저녁 식사를 갈비 집에서 소주와 함께 했다.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소주를 제법
마시는 편이었고, 그렇게 죽이 맞은 우리는 4병의 소주를 비우고 나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그녀의 그런 편안함이 우리 사이를 짧은 시간 안에 가깝게 만들어 주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소주를 마시면서 우리는 서로의 얘기를 많이 했고, 난 그때서야 그녀가 젊었을 때 울
산에서 모델 생활을 했다는 것과 어린 나이에 부산의 큰 부자집 아들에게 시집을 갔고
둘 사이에 딸이 하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남자하고는 30도 못 되어 이혼을 했고 이
후에 위자료로 받은 거액의 돈으로 주로 부동산과 사채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
았다.
부동산과 사채로 돈을 버는 데도 남다른 재주가 있었고 또 운도 많이 따라서 상당한
돈을 모을 수가 있었다고 말을 하면서 왠지 어색한 미소를 띄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
만큼 그렇게 오만한 여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끝내 언급을 하지 않았고, 지금 자기가 주식
에 투자하고 있는 돈도 전부 자기의 돈만 있는 게 아니고 일부만이 자기의 돈이며 다
른 사람들의 돈을 대신 자기가 관리하고 있다고도 했다.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녀는 동물적으로 투자를 잘 하고 있었고
,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녀를 믿고 그녀에게 재산 관리를 부탁할 수도 있을 거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를 좀 더 알 수 있게 되었고,
그렇듯 조심스럽게 상대에게 다가가면서 우리는 많은 부분을 서로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둘만이 만나는 회수가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주로 내가 퇴근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하거나 영화나 연극을 보는 것이 둘이 하는 일의
다였지만 그 나름대로 난 즐겁고 행복했다. 무엇보다도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녀와 같
이 원숙한 매력을 지닌 여인과 같이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기쁨
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시들해지기 시작했는데, 우연히도 하
나의 공통된 취미를 찾아냈고 그 이후에 우리는 주말만 되면 같이 낚시를 다니는데 혈
안이 되어 버렸다.
나나 그녀나 둘 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을 하고 있었기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빈
둥거리는 낚시는 더없이 좋은 취미거리였다.
낚시를 다니면서 우리가 더욱 기쁘게 느낀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씩 더 밀접해 질
우리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모든 남녀관계가 그렇듯이 둘만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는
정도가 깊어져 갔고, 나이의 차이를 넘어서는 이성으로서의 믿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그녀는 그녀의 신분이 부여해 주는 권위나 도도함 속에 그녀만의 소박함과 진솔함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주 만나고 같이 둘만의 여행을 다니고 했지만, 그녀와 난 평범한 사랑에 빠
진 남녀의 모습을 갖지는 못했다. 아마도 묘한 관계가 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닌
가 싶었다.
그저 예의를 지키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렇듯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하던 우리의 관계가 좀더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
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비로 인해서 낚시배를 타지 못하게 된 2년 전 이른 봄날
밤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허름하나마 부둣가에 횟집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스산하고 차가운
밤 기운을 피할 수 있었고, 또 오랜만에 그렇게 둘이서만 소주 잔을 기울일 수 있었
다.
그날 따라 그녀는 술을 마시는 속도가 유난히 빨랐고, 평소의 그녀의 성격을 어느 정
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녀가 나에게 뭔가 할 이야기가 있지 않나 하는 눈치를 채고
있었다.
“성수씨, 우리 애인 맞아?”
혀가 꼬인 목소리였다. 술에 취한 그녀의 눈은 평소보다 훨씬 강렬했다. 그러나 그 눈
빛보다 훨씬 나를 흔들어 놓은 것은 그 말이었다. ‘애인이 맞냐’ 는 말의 의미를 모
르는 바도 아니었고 더욱이 그녀가 먼저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작지않은
충격이었다.
어쩌면 서로 애인을 하자고 해놓고서 그저 만나서 멍청하게 영화나 보고 저녁이나 먹
고 낚시나 다니고 하는 것이 나 자신도 우스꽝스럽다고 느껴졌다.
난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술잔만 기울였다.
“성수씨!”
그녀의 억양이 약간 거칠어졌다. 뭔가 바라는 것이 있었다.
“난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녀가 움찔하고 놀라는 표정을 짓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뭔가 먼저 얘기하기에는 혜진씨가 너무 멀리 그리고 너무 높은 곳에 있었어요
…”
“내 마음을 읽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랬다면, 내가 너무 소극적인 거지요?”
”그만큼 혜진씨는 나한테 과분한 여자라는 얘깁니다…”
난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그 쌀
쌀한 날씨에 진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럼 우리 오늘 사고 치자. 성수씨”
그녀는 약간은 흐트러진 자세에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내뱉
듯이 중얼거렸다.
내 젊은 피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잔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쥐자 그녀도 다른 한 손으로 내 손등을 감싸 쥐었
다.
따스한 손이었다. 그간의 마음 졸임이 한 순간에 보상 받는 순간이었다.
그래… 어쩌면 난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단지 관습이라고 하는
틀에 얽매어 진실을 외면하려 했던 것뿐이었는지도… 물론 무조건적인 사랑도 있을 수
있지만, 여하튼 사랑에 어떤 배경이나 조건이 절대적인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리라
… 난 마음속 깊이 그녀를 흠모하고 애정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저 무덤덤한 척 나를
기만했고, 그녀 또한 가슴 졸이게 한 것이었다.
난 그녀의 눈을 마주하고 그녀에게 미소를 보였다.
“혜진씨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 혜진씨 많이 사랑해요”
가슴이 환하게 열리는 느낌이고, 홀가분해졌다.
진작에 그녀에게 보여 주었어야 할 마음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윽한 눈길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
웠다.
술만 마시고 있기에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밤의 바다 바람은 제법 차가웠다. 그
녀는 기대듯이 내 팔짱을 끼고서도 춥다고 오들오들 떨었지만, 난 그녀와 어떤 묵계
후에 그렇게 걷는다는 현실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내 첫사랑을 얘기했을 때, 그녀는 내 얘기를 다 듣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종말은 참 슬퍼요…’ 라고 읊조리던 여자였다.
그렇게 감수성이 예민하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40을 넘어선 중년의 여인이 가지고
있기 어려운 그런 순수한 감수성. 내 또래의 여인과 만나고 있다는 착각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짐을 풀어놓은 여관이 다가오자 우리의 걸음은 빨라졌고, ‘춥다’ 고 뛰듯이 가버리
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난 가슴 벅찬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방을 취소하지는 않고 그냥 내가 그녀의 방으로 함께 들어갔고, 그녀는 아무런 반대
없이 자연스럽게 허락했다.
젊은 혈기는 긴 여로를 오랫동안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녀를 뒤에서 안아 탄력 있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매만지면서 이미 내 청춘은 요동
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크고 잘 발달된 엉덩이에 내 물건이 밀착되자 온 몸의 신경세
포가 민감하게 반응했고, 난 그녀의 몸을 서서히 안아갔다.
그녀의 입에서 들뜬 신음이 흘러나왔고, 난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만지면서 그녀의
몸을 더듬어 갔다. 그녀는 몸을 비틀었지만, 내 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사타구니 불두덩이는 넓게 두드러져 있었다. 검정 색 면 바지의 단추를 풀자
레이스가 달린 흰색 실크 팬티가 수줍은 얼굴을 내밀었고, 난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팬티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따스했다.
그녀의 음부는 부드럽고 풍성한 털로 무성히 덮여 있었고, 스칠 때마다 ‘사그락 사그
락’ 하는 마찰음이 감미롭게 들렸다. 손을 더 밀어 넣어 밑으로 내려가자 그녀의 이
슬 머금은 꽃잎이 날 기다렸다는 듯이 훅하고 뜨거운 열기를 쏟아냈다.
“성수씨!”
그녀의 목소리는 몸만큼 떨리고 있었다.
“혜진씨”
난 내 조바심을 가장하려고 최대한 천천히 행동했지만, 그렇다고 흥분이 가라앉지는
않았고, 손에는 점점 더 땀이 찼다.
그녀의 잠바와 티를 벗기자 하얀 브라자 밑의 뽀얗고 큰 가슴이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
손을 내밀어 브라자를 벗기고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대자 그녀는 ‘헉’ 하고 숨을 크게
들여 마셨고 순식간에 몸이 경직되어 갔다.
그녀의 가슴은 수유를 한 유부녀라고 하기에는 억울할 정도로 탄력이 유지되고 있었다
. 내가 그녀의 가슴을 번갈아 손과 입으로 애무해 나가자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교성은 커져만 갔다.
남은 바지마저 벗겨 버리자 오히려 그녀는 더 적극적으로 매달려 왔다.
그녀의 입술은 달고 부드러웠다. 타액은 달콤했고 혀는 입술보다 감미로웠다.
마지막 남은 팬티를 벗기자 그녀의 화려한 육체가 드러났다. 도저히 40대의 여성이라
고 볼 수 없는 그런 뛰어난 몸매였다. 탄력은 좀 떨어졌지만, 168cm의 키가 적절한 조
화를 이루면서 발달되어 있어 왠만한 젊은 애들보다 더 좋은 균형 미를 보여주고 있었
다. 기뻤다.
침대에서 그녀의 입술을 애무하면서 더듬어 내려간 그녀의 비소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
다.
몇 번의 마찰에도 꽃잎이 곱게 벌려졌고, 그녀의 몸은 뜨거워져 갔다.
내 심장은 마구 쿵쾅거리고 있었고, 첫 섹스의 기대와 흥분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
었다.
아마도 내가 소유할 수 없을 것을 소유하게 된다는 사실 앞에 들떠 있었던 것 같다.
한 손과 입으로 그녀의 가슴을 애무하자 그녀의 입에서 여린 신음이 흘렀고, 내 혀가
그녀의 배꼽을 지나 잘록한 허리를 스치자 그녀는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 쥐며 그녀의 꽃잎에 입을 맞추자, 그녀는 바들 바들 떨었고, 내
혀가 그녀의 비소의 깊은 곳을 찾아 들자 큰 교성을 내 질렀다.
“성수씨~, 아하…. 아…. 아…. 좋아요…. 아흑…..”
그녀는 머리카락을 쥐어 뜯듯이 잡으며 고개를 크게 흔들고 있었다.
난 그녀를 벼랑까지 몰고 가고 싶었다.
허벅지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며 무릎을 이빨로 잘게 깨물자, 그녀는 참을
수 없었는지 몸을 일으키며 나에게 안겨 왔다. 입술에서는 뜨거운 숨결이 뿜어져 나왔
다.
“나… 못 참겠어요… 그만… 그만… 어후….”
그녀는 내 혀가 그녀의 귀를 애무하자 내 몸을 세게 껴안으며 몸을 비틀었다.
“사랑해요… 혜진씨….”
“저도요… 저도… 성수씨 사랑해요….아… 하…. 성수씨….”
그녀의 몸은 불덩이가 되어 있었고, 음부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넘쳐 흘렀다.
난 그녀를 눕히고 다시 비소를 애무해 갔다.
그녀는 민감한 여인이었다. 동굴이 뜨거운 열기를 담은 애액으로 넘쳐 나고 있었다.
달콤했다. 모든 게 달콤했다. 내 혀끝에 느껴지는 그녀의 피부에서 묻어나는 모든 것
이 달콤했다. 난 그녀가 나에게 어떤 존재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언제 어느새 그녀가 나에게 그렇게 깊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나도 몰랐다.
단지 그녀와의 사랑이 날 전율하도록 기쁘게 했고, 내가 그녀를 더욱 기쁘게 해야 한
다는 욕심뿐이었다.
난 그녀를 반드시 눕히고 그녀의 몸에 내 몸을 실었다. 내 육중한 몸 때문에 그녀는
‘으음’ 하며 숨을 내쉬었지만, 몸은 더욱 밀착되어 왔다. 그녀의 두 다리가 조심스
럽게 벌어지고 내 물건이 그녀의 꽃잎을 자극하자 그녀는 더운 입김을 몰아 쉬며 입을
맞춰왔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랑이를 파고 들던 내 물건이 좀처럼 그녀의 입구를 찾지 못하자
그녀가 살며시 잡고 자신의 구멍으로 인도했다.
뜨겁고 질펀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남자와 경험이 없어서인지 맞물려오는 느낌은 좁고
탄력이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허리를 천천히 움직여 구멍을 넓혀가자 그녀의 반응
이 조금씩 격렬해져 갔고, 입과 코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차츰 신음이 흘렀고 어느새
커다란 교성이 되어 방안을 울렸다.
“성수씨…. 아흑…. 아… 아파… 어욱…. 너무 커….아파요… 살살….네… 살살 해줘
요…… 아우….아파요…………………어우우….아학…..아…아…좋아… 아… 어우… 그
래요… 그래요….. 아…. 아… 좋아….성수씨…”
그녀는 등에 손톱이 박힐 정도로 강하게 날 끌어 당겼고, 중년 여인의 뜨거운 몸은 맹
렬하게 반응 하기 시작했다.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난 그녀의 몸을 때리고 또 때리는 성난 파도와 같았
고, 그녀는 그 파도에 몸을 흐느적거리며 기뻐하고 있었다. 열꽃이 피어난 얼굴은 빨
갛게 변해갔고 나중에는 열기와 열정에 차라리 하얗게 탈색되어 갔다.
그녀는 그 민감한 만큼 오르가즘을 격정적으로 느끼는 여인이었다. 한번, 두번, 세번
… 절정의 오르가즘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켜 갔다. 미치겠다고 했다. 사랑한다고 했
다. 죽여달라고도 했다. 영원히 해달라고도 했다. 차라리 이렇게 죽고 싶다고도 했다
….
나 또한 열락에 빠져서 허덕거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의 억제가 차라리 비굴해지는 느
낌이 들 때 난 내 모든 것을 그녀의 그 깊은 구멍에 끝없이 흘려 보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애인이 되기로 한지 3개월 만에 그렇게 뜨겁게 몸을 섞었다.
난 행복했다. 나이 나 신분의 차이, 뭐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저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아름답고 황홀했다. 그녀에게는 그런 마력이 있었다
.
그녀는 한참을 숨을 고르고는 내 가슴을 파고 들며, ‘고마워요’ 라고 했고, 난 그녀
의 등을 쓰다듬으며 ‘사랑해요’ 라고 했다. 온 몸에 환희 같은 기쁨이 번져 나갔다.
장모님... 나의 장모님... (3) 미지정
그렇게 갑작스레 우리 둘의 관계가 깊어 지기는 했지만, 나보다도 그녀가 더 빨리 냉
정을 찾은 것인지, 아니면 그 나이가 되면 그럴 수 있는 자제력이 있는 건지 한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난 답답했다. 그녀를 내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먼
저 다가가고 싶었지만,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와 나의 투자는 계속 작지않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었다. 더욱이 난 어느 누구의 구좌보다도 그녀의 구좌 관리에 정성을 다 쏟았고, 역시
정성을 들인 만큼의 결실은 거두어 지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난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그녀가 날 찾기
전까지는 찾지 않았으나, 그럴수록 내 마음속의 갈증은 커져만 갔다.
왜? 라는 의구심이 내 가슴에 자꾸 커져 갈 때 불현듯 이 과장이 나에게 했던 뜻 모를
말이 생각난 건 무슨 까닭일까?…..
"그래, 몰랐구나... 아주 대단한 여자지... 후후후"
’아주 대단한 여자’ 하고 했고, 조소의 웃음도 빠뜨리지 않았었다.
혼란스러웠다.
난 서해에서의 밤을 떠올렸다. 뜨겁고 황홀한 밤이었다. 난 진실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비록 나이 차이가 있었고 어찌 보면 신분의 차이도 있지만, 그래도 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더군다나 그녀는 내 가슴을 파고 들며 ‘사랑해요’ 라고 중얼거
렸다.
머리를 크게 흔들어 봐도 역시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시간은 가고 있었다.
내가 그녀를 볼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우리의 투자는 계속되었고, 오
히려 수익률은 그 이전보다 좋아졌다.
난 내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고, 그녀에게 떳떳했다.
물론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씩 커져 갔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갈증이 커진 어느 날이었다.
“여보세요?”
언제나 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어 경쾌하기까지 했다.
“성숩니다”
“아… 성수씨, 잘 지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의 격식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대수롭게 생각되지 않았다.
“오늘 뭐합니까?”
내 목소리는 퉁명스러움으로 어색함을 감추고 있었다.
“후후… 왜요? 저녁 같이 할래요?”
그렇게 해서 근 2개월 만에 난 그녀와 다시 재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역시 아름
다웠고 화사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칵테일을 마시면서 우리는 일 얘기와 그간의 생활
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많이 궁금했어요…”
난 조급해지고 있었다.
“나도 그랬어요…”
그런데 왜 연락이 없었단 말인가?
“오늘 시간 괜찮아요?”
그녀가 말 대신 눈을 슬쩍 감으며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보자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날 우리는 오래 만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그녀는 여전히 많이 뜨거웠고, 날 사랑하는 마음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
고 나서야 난 그간의 내 염려가 기우였음을 알았고,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쁨을 느꼈
다.
그녀는 예전보다 더 적극적이었고 더 화려해졌다. 애무의 농도도 더 진해지고 사랑의
감흥도 더 깊어진 듯 했다.
내가 그녀의 몸의 구석 구석을 애무하면, 그녀는 더 오랜 시간을 내 몸의 구석 구석을
애무해 주었고, 내가 힘겨운 섹스를 끝내기 위해 사정을 하려고 하는 순간에는 날 멈
추게 하고 ‘성수씨 아직 이요… 조금만 더 해줄래요?’ 라고 말하며, 빨갛게 홍조를
띄었다. 사랑스러웠다.
그날도 우리는 몇 번씩 오르가즘을 느꼈고, 난 그녀의 질 안에 내 분신들을 깊이 깊이
흘려 보냈다. 뜨겁고 질펀한 섹스였다.
오래 만의 길고 억센 섹스 후에 지친 몸을 부둥켜 안고 잠이 들었고, 환한 아침 햇살
이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와 눈을 부시게 할 때 즈음에서야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가슴이 뿌듯했다.
그녀는 그간의 무관심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난 그녀의 헌신적인 섹스로
인해 모든 것을 잊었다.
다시 볼 것을 약속하고 헤어지면서 난 그녀에 대한 내 감정이 그렇게 깊고 절실한 것
이라는 것을 알고는 나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다.
난 그녀에게 일부의 돈을 전환 사채에 투자 할 것과 코스닥 비중을 높일 것을 권유했
고, 우리의 선택은 아주 시기 적절한 것이었다.
그녀와 내가 한 팀이 되서 투자를 한지 겨우 9 개월여 만에 그녀의 자금은 거의 2배로
불어났고, 행복해 하는 그녀를 보는 것이 나에게는 더 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을 하라고 몇 번을 물어왔지만, 난 그저 그녀가 성
공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그녀에게 뭔 보답을 요구하는 것
이 우스꽝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시장의 중심 축이 거래소에서 코스닥으로 넘어 가면서 시장은 많은 부작용이 생겨 나
기 시작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주가 조작이었다.
거래소 상장 기업들보다 자본금이 적고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벤쳐 기업들이
많았기에,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펀드들의 여러 가지 형태의 작전이 횡횡 하기 시작
했고, 그 와중에 기업의 내재 가치를 몇 배, 몇 십배 상회하는 주가를 형성한 기업들
이 생겨났다.
우리는 의도적으로는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전 정보를 가지고 몇몇 기업에서 적게
는 100% 가량, 많게는 500% 가량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횡재를 하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은 이제 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감각도 뛰어 났
지만, 우리들 속어로 좋은 정보들을 많이 물어 왔고, 난 그녀가 전해준 정보를 분석하
고 조합해서 적절히 포지션을 운영하고, 또 일부는 시장에 흘리는 실무 역할을 했다.
벌어 들이는 수익이 점차 기하학적인 단위가 되어가면서, 난 시장에서의 이상한 분위
기를 눈치 챌 수가 있었다.
우리가 혹시 작전을 구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다.
난 당혹스러웠다. 사실 우리는 일종의 루머를 퍼뜨리는 걸 유효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
었기 때문에 작전이라고 올가미를 씌우면 그렇게 매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난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송 여사님…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아요”
전화의 반대 편에서는 그녀의 웃음 소리와 ‘괜찮아요’ 라는 말 밖에 들려오지 않았
다.
난 우리의 거래 기록들을 다시 확인하고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만약에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였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점장의 호출이 있었고, 대비책을 준비하라는 오더를 받았다. 기분이 참담했다.
난 내 자신의 명예와 회사의 이익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밖에는
다른 잘못이 없었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나자, 지점장이 저녁이나 같이 하자며 손을 이끌었고 우리는 송
여사와 첫 대면을 하고 갔던 일식 집으로 향했다. 모든 서비스를 마다하고 방에서 단
둘만이 많은 술을 마셨다.
“난 김 대리가 실력도 있고, 좋은 전주도 잡고 있고 해서 일일이 체크를 안 했었는데
…”
“어쩌다 그런 일에 휘말리게 됐어? 이 사람아…”
지점장은 처음부터 상황을 한쪽으로만 몰아가고 있었다.
“지점장님, 전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지,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도 아직 모르
겠어요?”
난 약간의 고집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이…. 참… 여하튼 일단 상황을 보자구”
사실 더 이상 할 말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말을 하고자 한다면 아마 밤을 새고도 모
자를 것이고, 안 하려고 한다면 한 마디도 필요 없는 뻔한 얘기였다.
얼마나 많이 마셨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택시 안에서 눈을 떴을 때 이미 시침은 1시
를 지나고 있었고, 어찌된 일인지 난 그녀의 청담동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빌라의 입구에서 난 망설였다. 이 시간에 그녀를 찾아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다는 말
인가… 아니 그녀는 이 시간에 자고 있을 텐데 어떻게 깨우나… 부터가 문제였다.
난 한참을 망설이다 초인종을 눌렀고, 안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접니다. 김성숩니다”
그녀는 많이 놀라는 듯했다. 얇은 잠옷에 가운을 걸쳐 입은 모습으로 현관문을 열어
주며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고 많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내가 안으로 들어서는 것
을 도와주고 있었다. 결코 몸을 못 가눌 정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그녀를 보자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넓은 거실의 쇼파 한쪽에 젊은 여자 하나가 의아한 눈으로 나와 그녀를 바라다 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손님이 계시군요”
“우리 딸 이예요”
“엄마, 누구셔?’
두 모녀는 각각 다른 상황에 황당해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딸에게 나를 간단하게 소개하고 정황을 대충 얘기하는 것 같았다. 왠지 동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 곳을 찾아온 내 자신이 초라하고 원망스러웠다.
“이리로 오세요. 그러지 않아도 우리도 한잔 하고 있었는데, 같이 한잔 해요”
그녀는 딸의 이해를 얻었는지 나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술을 한잔 따라 주었다.
향기가 좋은 브랜디였다. 결례를 범할 수가 없어서 차츰 정신을 집중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녀의 딸은 그녀가 21살에 낳아서 지금은 대학 4학년이라고 했
고, 불문학을 전공한다고 했다. 그녀의 딸이자 친구 같은 존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엄마를 닮아서 키고 크고, 뽀얗고 예쁜 얼굴이었다.
“약주를 좀 하신 것 같은데…”
그녀 딸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대하니 괜스레 무안해졌다.
집안은 모녀만 사는 집치고는 상당히 크고 화려했지만, 뭔가 썰렁한 기운이 도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술을 마시면서 난 그녀보다도 그녀의 딸이 더 나에게 신경을 써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당히 사려 깊은 여자였다. 어짜피 밤늦게 찾아 온 내가 많이
무안하고 어색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배려일 것이다.
딸이 같이 있었던 관계로 업무 얘기를 꺼낼 수가 없었고, 그저 세상 돌아가는 얘기만
을 주고 받으며 술잔을 기울였는데, 얘기를 하는 도중에 언뜻 언뜻 보여준 딸의 변별
력과 논리력이 대단했다.
역시 대화는 딸과 내가 주도가 되어 이어졌고, 송 여사는 그저 옆에서 술만 홀짝거리
며 가끔 가다 고개를 끄떡이는 정도였다. 어쩐 일인지, 딸과 대화를 하면서 내 초라했
던 기분이 많이 회복되었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굳이 방이 많으니 자고 가라는 그녀 모녀의 손을 뿌리치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거리
로 나왔다. 새벽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난 많
이 포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 데, 같이 일하는 지영이 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떤 여
자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데 알려줘도 되느냐고… 난 직감적으로 송 여사의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이의 전화를 끊자 마자 송 여사의 딸, 영미에게서 전화가 왔다.
“괜찮으세요? 어제 약주가 과하셔서 댁에 잘 들어갔나 하고 회사로 전화를 했더니,
오늘 출근을 안 하셨다고 해서…”
난 ‘괜찮다’ 고, ‘그냥 쉬고 싶어서 쉬는 거’ 라고, ‘걱정해줘서 고맙다’ 는 말
로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그녀가 먼저 괜찮으면 저녁이나 같이 하지 않겠냐고 얘기
를 꺼냈다.
그러지 않아도 하루 종일 굶다시피 해서 허기가 심했다.
간편한 차림으로 대학로의 ‘시분초’로 향했다.
그녀는 학생답게 캐주얼한 차림이었지만, 어머니의 피를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선입관을 갖고 있어서 인지, 상당히 세련 되고 조금 과하게 말한다면, 요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와 나와의 관계가 보통의 고객과 증권사 직원의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인지, 난 그녀를 대하면서 여간 어색하고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으나, 그녀는 나
와는 입장이 달랐던 거 같았다.
“성수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성수 오빠라고 불러야 하나요?”
“편한 대로 불러요”
난 그녀를 대하면서도 그녀의 어머니의 영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그녀가 매 순
간 그녀의 딸과 함께 하는 것처럼…
어제,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날 새벽에 그녀의 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나
온 내 입장에서는 그녀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남녀 상열지사를
엮어 내는 청춘의 남녀처럼 긴장이 감도는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그런 평범한 식사 이상을 하지 못했다.
“혹시 술 한잔 괜찮으시겠어요?”
그녀는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어봤지만, 난 오히려 그녀의 그런 조심스러움
이 부담스러웠다.
그녀의 요청대로 우리는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가졌고, 그날 새벽과는 다르게 그녀는
상당한 주량을 과시했다.
얼마나 술을 마셨을까? 양주 한 병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었을 때 즈음에 그녀는 조심
스럽게 물었다.
“우리 엄마랑 애인 사이신가요?”
참 난감한 질문이었다. 그 자리를 나오면서 그런 류의 질문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예
상을 안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그녀에게 그런 질문을 받자
난처해 지고 말았다.
“글쎄… 난 영미 어머니를 많이 좋아하고 있지… 그런데, 어머니는 내가 별로 인가봐
…”
궁색한 대답이었다.
“아니요… 엄마도 아저씨를 많이 좋아하세요”
“단지…”
난 그녀의 나머지 말을 듣고 싶었다. 그건 나에게 매우 중요한 말일 수도 있었기 때문
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말을 잇지 않았다.
난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끝내라는 무언의 암시를 주었지만, 그녀의 닫혀진 입술은 그
저 술을 마실 때만 조금씩 열릴 뿐이었다.
많은 말들이 그녀의 꼭 다문 입술을 헤집고 나올 것 같았다…
장모님... 나의 장모님... (4) 미지정
*** 영국으로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몇일 자리를 비워서 글이 좀 늦었습니다. 죄송
합니다 ***
술은 흔히 사람을 조금은 흐트러지게 하고 또 조금은 감성적이 되게 하는 효력이 있음
에 틀림이 없었다. 영미는 나를 부르면서도 ’씨’ 라고도 했다가, ‘오빠’ 라고도
했다가, ‘아저씨’ 라는 호칭을 쓰기도 했다. 그건 술 때문이었다.
“있잖아요... 우리 엄마 매력적이지요?”
입술 끝에 미소를 걸친 채 도전적인 눈빛으로 물어보는 영미의 얼굴에서 불안한 느낌
이 들었다.
“우리 엄마... 대단히 멋있는 여자예요... 그리고 똑똑하고...”
문득 그녀의 자조적인 표현 속에 어떤 갈등이 숨어있음을 놓치지 않았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는 영미가 직접 얘기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알아 낼 수가 없었다.
단지 느낀 것은 영미가 서둘러서 날 보자고 한데에는 뭔가 사연이 있기는 한데, 아직
까지 그녀는 그것을 나에게 얘기할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궁금하고 답답하기도 했
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사실을 뒤늦게 앎으로 해서 갖게 되는 또 다른 슬픔을 느끼기
도 싫었다.
술을 한 병 다 비울 때 즈음에는 영미도 많이 취했고 나도 많이 취했다.
‘謨事 在人이요 成事 在天이라’ 고 했다. 이제는 내가 처한 어려운 상황이 어떻게
되든 이미 내 손을 떠난 일이라는 생각을 하자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고 여유가 생기는
듯 했다.
“성수씨... 한 잔 더 하고 싶은데요...”
택시를 잡으려고 서있을 때 그녀가 불쑥 내뱉은 한마디였다. 그래 어짜피 나도 그 정
도의 술은 오히려 더 정신이 맑아지니, 한잔 더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둘은 젊은 사람들답게 호텔에 있는 나이트를 찾아 들었다, 그곳에는 술이 있었고, 음
악과 춤이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호텔을 나서면서 시간이 2시를 넘었다는 것을 알았고, 난 서둘러 그녀
를 집에까지 바래다 주었다. 송 여사... 아니 송 혜진이 있는 그 모녀의 집.
지점장은 내가 이틀씩 결근을 해도 아무런 질책이 없었다.
상황이 거의 확실해 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먼저 만나자고 했던 영미가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다 헤어지고 나자
더욱 의구심이 일었고 문득 언젠가 송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있던 송 여사의 친구 김
정림이라는 여자가 생각났다. 송 여사가 서울에 올라오자 마자, 사채 업을 할 때 만
나서 10년이 넘게 친구처럼 지내는 사채 업자였다.
“김 여사님?”
어렵사리 그녀의 명함을 찾아 전화를 해서 통화가 되었다. 저녁때 만나기로 약속을 하
고
나자 무엇 때문에 내가 그녀를 만나기로 했는지에 대한 의미가 아리송하기만 했다.
그녀에게 송 여사에 대한 주변 얘기들을 들으려고 했다는 것은 분명한데, 어떤 얘기를
어떻게 듣느냐 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또 왜 알려고 하느냐 하는 것도 불분명했다.
머리 속이 점점 복잡해졌다.
그녀가 잘 아는 식당인 듯 내가 조금 늦게 도착을 하자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종업들
이 날 확인하자 마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던 방으로 안내를 했고, 조명이 은은한 방안
에 그녀는 조용하게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손가락 끝에 두드러지게 발라져 있
는 보라색의 메니큐어와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 걸쳐있는 하얀 담배는 그녀의 짙은
보라색 투피스와 어울려 강한 자극으로 비추어졌다.
사람을 상대로 돈을 만지는 사람들의 특유의 부드러움과 현란함 속에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김 정림 그녀는 그런 여자였다.
흔히들 저녁 식사로 사람들을 만나면, 밥 보다는 역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았다. 송 여사보다 1살인가가 많은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송 여사보다 훨
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얼굴의 주름살도 제법 눈에 보였고, 몸도 전반
적으로 중년의 살집이 있는 그런 몸매였다.
“송 여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요?”
그녀는 내가 자기를 왜 만나자고 하는 지 이유도 모른 채 저녁 약속을 받아주었었다.
“네... 적지않게 벌었습니다”
얘기를 시작하기가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지만, 어짜피 자리를 만든 이유는 그 얘기를
하기 위해서 였다.
“송 여사, 대단한 여자지요”
그렇게 우리는 얘기를 시작했다. 난 그녀에게서 송 여사에 관한 많은 얘기를 들었고,
그녀의 재산 형성과정의 이야기도 상당히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시련의 과정
을 겪어왔다는 것을 알았다.
“김 대리님. 송 여사하고 좀 특별한 관계지요?”
그녀의 눈빛이 빛났다. 어떤 말을 준비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숨기고 싶다기 보다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으나, 왠지 그 이야기를 피해가면
어떤 사실에 접근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네... 몇 개월 됐습니다”
난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말을 하면서 조금씩 흥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송 여사가 다른 얘기 없었어요?......”
“사실은 내가 일찍 김 대리님한테 얘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송 여사와 김 대리님 같은 관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더 이상 들을 이유가 없었다.
가슴 한 켠에 ‘혹시나...’ 하는 의문으로만 남아 있던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하하하하하......”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재밌고 어이가 없었다.
아니,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고 어이가 없어...,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눈물이 흐르려고 했지만, 울 수가 없었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내 어리석음에... 내 치기에... 내 멍청한 순진함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난 웃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나를 조용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렇군요... 세상이라는 게 그런 것이군요...”
그렇게 참았는데, 마지막으로 웃음을 멈추자 두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
렸다.
“김 대리님...”
“얼마나 술을 마셔야, 머리 속이 하얗게 되지요?”
그녀는 차마 내 모습을 보기가 민망했는지, 고개를 숙인 채로 암갈색의 위스키가 찰랑
거리고 있는 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난 천천히 이성을 찾아갔다.
이건 배신도 아니다. 서로 사랑하다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
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대접을 받고 가만히 있기에는 내 방자한 청춘이 너무 아깝다
고 생각되었다.
“김 여사님... 오늘 저 좀 망가져도 되겠습니까?”
난 왠지 짐짓 가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상한 것은 술을 먹으면서도 머리 속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정신은 점점 맑아져 갔다.
“그런데요... 김 여사님, 난 송 여사... 아니 혜진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짐짓 떠보기 위해서라도 얘기를 해보자 생각했지만, 실상 말을 하고 보니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기는 그런 믿음없이 어찌 여행도 같이 다니고 밤
을 새워가며 섹스를 하고 하겠는가...
“어떤 모습의 송 여사를 사랑하는 건가요?”
김 여사는 한참동안을 말없이 날 바라보다가 문득 뜬금없이 질문을 해왔다.
‘어떤 모습이라......’
“답니다. 다. 모든 면을 사랑합니다”
치기의 한계를 벗어나 오기였다. 사랑의 배반에 대한 강한 부정이었다.
그렇게 술을 마셨고, 꽤 거나하게 마셨다고 느껴질 때쯤이 되어서야 내 가슴에 있던
모든 생각을 그녀에게 토해내듯 얘기했고, 그녀는 조용히 내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
다.
그 다음날 회사에서는 내부 감사가 이루어졌고,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어떻게 일주일이
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영미에게서 다시 전화를 받은 것은 그 주의 토요일 오후였다.
거리에는 은행나무잎이 깔리듯 떨어져있어 마치 도로를 노란 물감으로 채색한 듯 보였
고, 차가 달리면서 바람을 일으키기라도 하면 바람에 두둥실 떠올라 멀리 날라갔다 가
라앉곤 했다.
“잘 지냈니?”
내가 담담하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자, 영미는 다소 의외라는 듯 ‘네에’라고
말하면서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마도 내가 좌절의 풍랑 속에서 허덕이리라 생각했었나 보다.
“걱정 많이 했어요...”
영미는 그렇게 솔직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는 애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줄 곳 영미는 내 기색을 살펴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진짜로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난 괜찮아... 정말이야... 니가 염려해줄 정도로 망가지진 않았어”
왠지 영미의 눈은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흔들리고 있었기에 내가 오히려 더 머쓱해졌
다.
갑자기 두 번째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술을 마시면서 영미는 내내 뭔가를 얘기하려고
했었고, 난 그 의미를 김 여사를 만나서 알았지만, 영미는 아직도 내가 그 사실을 모
르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영미야, 너 내가 어머니한테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구나?”
영미는 무척 놀라는 표정이었다.
기만을 한 것은 송 여사였지, 영미가 아니었다.
“영미야... 우리 오늘 한잔 하자”
난 영미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영미를 데리고 차를 미사리로 몰았다.
휘황한 불빛 속에 즐비한 카페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이미 무대에서 사라진 쟁쟁했
던 그때 그 가수들의 노래를 즐기고 있었다. 거기에는 추억이 있었고, 낭만이 있었다.
영미는 많은 얘기를 했다.
“성수씨... 나 앞으로 성수씨라고 부를래요”
‘앞으로’라고 했다.
“영미... 난 니 어머니랑 실상이야 어쨌든 연인 사이였어. 지금은 아니겠지만...”
나도 영미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다. 그 이후의 복잡한 상황은 이미 내 이성의 범주밖
에 있었다.
“난 상관없어요. 성수씨만 날 용서해주고 이해해 주면...”
“어머니의 죄에 대한 사죄의 의미가 있는 거니?”
난 마지막으로 한번 더 확인 할 필요가 있었다.
영미는 대답할 의미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 자격은 있는 거지요?’ 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린 그렇게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영미와 난 금방 서로에게 적응해 갔다. 난 영미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삶
에 대한 진지한 자세도 다 익숙했고, 영미도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을 쉽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이해한다고 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빠르
게 다가갔다.
내가 의원면직이라는 불명예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백수로 지내는 동안에 우리는 더
욱 자주 만나게 되었고, 서로에게 남자와 여자로서 각자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어머니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망설임없이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대어 왔고, 내 손길을 피하지도 않았다.
“성수씨. 우리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은 하지 말아요”
내가 그녀에게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영미야. 난 오히려 니가 나와 니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 염려를 하지 않기를 바래”
그건 사실이었다. 어짜피 우리네 정서에서는 영미랑 내가 가족을 이루고 살기 어려운
형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미는 여자로서 이미 내 가슴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불륜의 관계에서 강한 자극을 느끼는 것이 현실인가 보다.
난 영미와의 관계에서 영미가 가지는 묘한 경쟁의식의 촉각이 자기의 어머니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영미 자신의 자유스런 감정의 흐름을 주체하기
어렵다는 것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 두고 그저 영미와의 데이트와 독서로 소일을 하고 있을 때, 나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준 것은 김 정림 여사였다. 그녀는 몇 개월 푹 쉬고 나서 같이 일하
자는 조건을 제시하며, 내 정신적 안정을 위해 많은 것을 배려해 주었고, 내가 짧은
기간 안에 몸과 마음을 추스리게 된 데에는 그녀의 도움이 적쟎이 컸다.
그녀는 자기 사무실을 옮긴다는 이유를 들어 내 방을 만들어 주었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나로서는 그녀의 그런 배려에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성수씨, 난 이쪽에서는 00억 정도만 굴려볼 생각 이예요”
그녀는 사채와 부동산이 주 종목이었기에,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전적으로 나에
게 일임하게 되었고, 난 그녀의 완벽에 가까운 지원을 등에 업고 좋은 시스템을 갖춘
작은 팀을 구성하게 되었다.
초기에 투입되는 돈이 크질 않았기에, 큰 물량에 손을 댈 수가 없었고, 더욱이 이제는
철저하게 정석에 입각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 했기 때문에 투자의 방
향 설정이 다소 보수적이 되었다.
운이 따랐고, 또 우리 팀의 실력은 다소 발군이라 할 수 있었다.
투자의 원칙은 심플했다. ‘손실의 최소화’ 그것이었다.
코스닥의 마지막 불꽃 활황에서 우리는 몇 배의 수익을 거두어 들였고, 상승의 끝자락
직후에 우리는 미련 없이 모든 투자금을 회수해 버렸다.
김 여사는 모든 일의 진행을 나에게 맡겨둔 채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았고, 단지 내
건강과 개인 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없는 지만을 체크하는 노련한 사람 관리 능력을 보
여주었다.
“성수씨. 이것 받아요”
그녀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키홀더를 내밀었다.
“새 차하고, 아파트 열쇠예요. 책상에 서류가 있어요”
환하게 웃는 그녀의 보라색 입술이 싫지 않았다.
난 서투르게 어색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호흡을 잘 맞추는 편이었다.
그녀와 같이 일을 한 이후에 난 그녀와 송 여사가 서로 상당히 경쟁적인 위치에 양립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녀의 한 팔이 되서 일을 하면서 송 여사와 그녀의 관계를
알고 난 이후에는 영미를 만날 때마다 약간씩 죄를 짓는 기분이 든 것은 내 자신도
어쩌면 송 여사를 향해 마음의 칼을 뽑아 들고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송 여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내가 김 여사와 일을 시작한지 한 6개월쯤
뒤의 일이었다.
장모님... 나의 장모님... (5) 미지정
아무리 사건의 핵심에 있던 것이 나였고, 그녀에게는 큰 불똥이 튀지는 않았다고 해도
역시 그녀도 적지 아니 타격을 입기는 입은 모양이었다.
얼굴이 많이 해쓱해진 모습이었다.
“잘 지내시죠?”
그녀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아마도 공식적으로 오고 간 말이 없었다 하
더라도 그녀 역시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전체적인 판을 잘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어찌 모르겠는가?
난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그녀의 조금씩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겨나고 있었던 것 같다.
“송 여사님도 잘 계셨지요?”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 무거운 분위기가 싫어서 나도 인사치레로 그녀의 안부를 물었지
만, 사실 난 최소한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도의 근황에 대해서는 김 여사와 영
미를 통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술을 먼저 한잔 하는 게 어떨까요?”
이제는 거래 관계도 사라지고 단지 낯선 사람들로 만나듯이, 그녀는 예전과는 다르게
술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도 나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관계는 원점으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시면서도 우리는 별다른 얘기를 주고 받지 않았다. 단지 살아가는 모습만을 얘
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송 여사가 상의를 벗자 보라색의 투피스 속에 연한 핑크 색의 실크 블라우스가 그녀의
농염한 몸을 감추듯이 덮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문득 어설픈 성욕이 일었다. 술의
탓이었으리라...
그녀는 뭔가 할 얘기가 많은 듯한 표정이었지만, 쉽게 분위기가 만들어지지는않았다.
사실 왜 할 말이 없겠는가?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영미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아마도 조심스러워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되었다.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게 도
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할 지가 난
제였다.
“아시나요? 영미와 나와의 관계를…”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에 꽂히는 듯했다.
“영미는 참 좋은 애입니다”
하고 보니 터무니없이 우스운 표현이었지만, 어머니인 송 여사 앞에서는 그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경직되어 갔다.
“나는 요...?”
난 심하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그녀의 뜨거운 눈에 시선을 맞추었다.
“나는 요...?”
그녀는 내 시선을 마주한 채 검고 깊은 눈동자로 얘기하고 있었다.
가슴이 심하게 쿵쾅거렸고 머리 속이 하얗게 비어져 버렸다.
내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녀의 얼굴만을 응시하자 그녀가 먼저 손을 뻗어 내 손등
위에 그녀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을 포개어 왔다.
“우리는 이제...”
“아니 요... 난 아니 예요...”
그녀의 결연한 말투로 인해 그녀의 눈에 고인 물기가 안 보일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들이 그녀의 희고 고운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난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녀의 힘든 숨소리
속의 떨리는 목소리와 흐르는 눈물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성수 씨...”
“영미 많이 사랑해요?”
내가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이자 그녀가 두 눈을 감아 버렸지만, 그게 뭘 의미하는 건
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한참을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말도 없이 눈을 감은 상태로 그저 조용히 고개만
을 끄덕이고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성수 씨... 나 하나만 물어봐도 되요?... 아니, 먼저 말해야 될게 있어요...”
”나 성수 씨 아직도 많이 사랑해요...”
난 언제 인가부터 그녀를 믿지 않고 있었지만, 이 순간의 그녀의 말은 유난히 밝고 맑
게 들렸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참으로 난감한 순간이었다.
“성수 씨... 나한테 한번만 더 기회를 줄 수 없나요?”
문득 영미가 언젠가 물어본 질문이 생각났다. ‘우리 엄마 사랑해요?’ 라고,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었을 때, 영미는 ‘엄마가 아직도 성수 씨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라고 웃음을 머금은 채 장난처럼 주절댄 적이 있었다.
“내가 여사님의 딸과 행여나 깊은 관계로 가는 것이 두려워 장막을 치시겠다는 의미
도 있는 건가요?”
이제는 어떻게 송 여사를 대해야 하는 지 충분히 터득을 하고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
고개를 떨구며 단호한 어조로 대답을 했다.
“그럼 뭔가요? 난 어쩌면 영미와 부부의 관계를 맺게 될 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고, 한 마디의 말도 없었다. 단지 우는지 호흡이 불규칙하
고 크게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고개는 계속 숙여져
있었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또렷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난 성수 씨를 놓칠 수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성수 씨,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난 성수 씨의 올바른 판단을 믿어요. 영미하고의
관계는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
그녀는 우리 둘의 나이 차이를 빌미로 내 냉정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솔직히 영미와의 나이 차이를 부담스럽게 느껴본 적은 있어도, 그것이 결
정적인 장애 요인이 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보다 솔직해 지시지요...”
“그래요... 난 아직도 성수 씨를 가슴에 담고 살고 있어요.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시
작되었고, 또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하는 것하고는 별개로 말이에요”
톤이 올라간 거칠고 빠른 대답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인가요?”
난 다시 한번 확인하는 집요함으로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지만, 그녀는 개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는 반증이리라.
“그래요... 사랑해요. 아직도 난 성수 씨 당신을 사랑하고 있단 말이에요. 나도 내
지난 행동을 머리를 쥐어 뜯으며 후회했어요. 돈이 날 이렇게 냉혹하게 만든 현실도
증오스러웠고... 여하튼 난 당신이 날 받아 주기만 한다면 지금 당신 앞에 무릎을 꿇
을 수도 있어요”
그녀는 처절한 눈빛으로 쉼 없이 말들을 토해냈다.
결과가 잘못된 사랑 연극의 끝에 그녀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영미와의 관계를 염려한 어머니로서의 마지막 거부인가?
난 이미 혼란스러워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읍시다”
“영미와 나의 관계를 염려해서 희생하려고 하는 건가요? 아니, 희생이라는 말보다는
우리의 관계를 방해하고 싶은 건가요?”
그녀는 내 말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날 어의 없다는 듯이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
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답을 해야만 하나요?”
내가 그녀의 어의 없어 하는 눈길을 무시하자 그녀는 지체 없이 내 의도를 물었다.
“그래요... 그런 목적이 없지는 않아요. 그러나 영미가 설령 당신이랑 몸을 섞는 관
계가 된다 하더라도.... 아...아... 모르겠어요... 난 도저히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당신이 예전처럼 그렇게 내 곁에 있어주기
만 ... 흑... 흑...”
그녀는 끝내 말을 마치지 못하고 격하게 울기 시작했다.
사랑의 감정을 어찌 이성의 연필로 다 그릴 수 있겠는가?
그녀의 울음 속에서 난 그녀의 혼란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으로서는 나 자신도 그
녀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울던 그녀의 울음 소리가 좀 낮아졌을 때,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혜진 씨, 좀 진정하고 날 좀 봐요”
“나도 별로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단지, 내가 혜진 씨에게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증오든 미움이든 미련이든 아직도 혜진 씨 당신이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도 이런 나 자신이 싫었습니다...그러나 영미는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이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나에게 그녀는 당신의 배반에 대한 보복이나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녀에게 ‘배반’이라는 표현을 쓸 때, 그녀의 눈이 애절하게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아직도 난 그 흔들리는 눈빛의 의미를 완전하게 읽고 있지는 못했다.
가슴 한 구석이 저려왔지만, 애써 이야기를 마쳤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응시하다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
“성수 씨... 우리 재회에 성공한 건가요?”
몇 잔의 술을 마시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내 앞으로 가깝게 밀면서,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본래의 모습이었다. 아니 본래의 모
습 이라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여전히 영미의 문제가 미결론의 상태로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 문제를 그 자
리에서 결론까지 낼 자신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나도 마찬가지 였다
.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예전의 우리’처럼 적당히 흥겨로운 얘기와 지나치지 않는 무
례함으로 서로를 자극하고 있었다.
“내 손이 뜨겁지요? 성수 씨...”
그녀는 가기 손을 내 볼에 갖다 대면서 물었다.
“많이...”
“후후후... 열정이에요. 열정.”
그녀는 그렇게 먼저 도발을 시도하고 있었고,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음욕의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왜 술을 마시면 나는 차츰 도발적이 되는가?
난 그녀의 손길을 느끼고 그녀의 내음을 맡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가는 내 발길을 억제
할 수 없었다.
“혜진 씨, 우리 오늘 같이 잡시다”
무례하고 거친 놈처럼 얘기하고 싶었다.
그녀는 내 느닷없는 제의에 눈을 크게 뜨며 날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
신했다.
우리는 그렇게 완전히 원래의 관계에 복귀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오랜만의 둘만의 공간 안에서 조금씩 성급해지고 있었고, 그녀의 몸에 대한 갈증으
로 빠르게 흥분해가고 있었다.
블라우스위로 느껴지는 그녀의 탄력 있는 가슴은 위가 없는 브래지어에 싸여 있어 더
욱 도발적으로 보였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속옷만 입은 채의 여체는 날 동물적으로
자극하는 효력이 있었고, 그 앞에서의 난 늘 발정난 숫캐가 되어 버린다.
브래지어를 풀자 그녀의 크고 탄력있는 가슴이 기다렸다는 듯이 불거져 나왔고, 난 그
녀의 몸을 감싸 안으며 그 풍만한 가슴의 촉감을 즐겼다.
그녀의 입은 쏴~한 알코올의 여운으로 더욱 자극적이 되어 있었다. 부드러운 그녀의
혀가 내 입안으로 밀려들어오자 내 혀가 그녀의 혀의 화려한 움직임에 맞춰 분주히 움
직였고, 그럴수록 난 그녀의 몸을 더 깊게 안으며 마지막 남은 그녀의 팬티의 라인을
더듬어 내려갔다.
레이스가 짧게 들어가 있는 팬티는 풍만하고 부드러운 엉덩이에 꼭 끼듯이 걸쳐져 있
었지만, 내 손이 스치자 녹아 내리듯이 슬그머니 흘러 내렸다.
언제 만져도 도저히 그녀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드럽고 탄력있는 엉
덩이였다.
“성수 씨... 아...하...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녀는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더욱 비벼오며 연신 고맙다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갈증
이 해소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며, 그녀의 몸을 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싶었다. 아
니 어쩌면 그녀가 무릎을 꿇고 내 발등에 입이라도 맞추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제발
자기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그게 실현 불가능한 일일
지라도 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녀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그건 내 욕심이었다.
한창 물이 올라 터질듯한 몸을 관능적으로 비트는 그녀를 때로는 부드럽게 또 때로는
거칠게 애무하며 그녀를 서있기 곤란한 지경에 까지 다다르게 하자, 그녀는 스스로 돌
아 서며 거울을 향했고, 난 그녀의 등뒤에서 그녀의 농염하게 무르익은 몸을 더듬어
갔다. 그녀는 목을 뒤로 젖힌 체 열정을 이기지 못하고 심하게 소리를 흘려냈다.
“성수 씨... 아... 하... 미치겠어요... 날 좀... 날 좀... 아...하... 사랑해요”
내 목을 뒤로 부여잡고 미친듯이 내 입술을 찾으며 그녀는 발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가 그렇게 조금씩 미쳐갈수록 난 조금씩 냉정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갈등 이후의 재회는 둘 사이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고 질퍽하게 만들어 놓는 촉매가 된
것 같았다.
비소의 곱고 짙은 음모는 도도한 그녀의 얼굴처럼 그렇게 도도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며
나에게 눈을 흘기고, 하얗고 길게 뻗은 벌려진 두 다리는 나를 오라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밀어 침대에 눕히면서 난 바로 그녀의 이슬 맺힌 비소로 입을 가져 갔다.
그곳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왔다. 입술을 살짝 갔다 대자 꽃잎이 부
끄러운 듯 눈을 감았지만, 내 집요한 혀에 꽃잎은 서서히 벌어지며 떨어져 나갔다.
난 그녀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정성 들여 핥았고, 그녀의 거치른 숨소리와 심한 요동
을 무시한 체 서서히 허벅지며 무릎이며 회음을 차례로 애무해 갔다.
“성수 씨... 그만... 응... 그만... 헉... 아아... 나 죽어요...아하... 흑...”
“성수 씨... 빨리... 응... 빨리 해주세요... 아하... 미치겠어... 아 뜨거워요...”
그녀는 자기의 젓 가슴을 강하게 비벼대며 숨이 넘어가고 있었다.
난 그녀의 비소에서 흐르는 눈물이 이미 지나 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서서히 몸
을 일으켜 그녀의 메말라 있는 입술에 포개어 갔다. 그녀의 혀는 오랫동안 갈구하던
것을 만난 것처럼 미친 듯이 내 혀를 휘감아 왔고, 나도 질세라 그녀의 혀를 핥고 빨
고 밀고 하는 빠른 애무를 거침없이 해나갔다.
“성수 씨... 아... 사랑해요... 아... 사랑해요...”
그녀의 손이 내 등을 파고들 때가 되어서야 난 서서히 그녀의 동굴로 진입을 시작했다
.
이미 물이 넘쳐 수렁이 되버린 그녀의 비소는 내 물건을 서슴없이 당겼고, 미끄럽고
뜨거운 그녀의 비소는 거친 물건을 소중하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밀었다가 빠르게 빼기도 하고, 왼쪽과 오른쪽, 위와 아래를 정신없이 헤매고
다니자 그녀의 입에서는 신음이 비명이 되고, 비명이 괴성이 되다가 결국은 ‘커억 커
억’ 하며 숨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 성수 씨... 나 좀 살려줘요... 나 죽어요... 아하... 으윽... 헉헉... 아...
하... 아아아...”
내 허리를 강하게 감고 있던 그녀의 다리가 힘줄이 끊어진 듯 ‘툭’ 하고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몇 번씩 계속된 절정에 그녀의 몸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널브러져 버
렸다.
비슷하게 나도 절정을 맛보고 다시 그녀의 가슴, 입 그리고 목을 차례로 애무해 주고
포개어진 몸을 떼어내 옆으로 내려가자, 그녀가 내 몸 위로 올라오며 내 입술을 강하
게 빨았다.
“성수 씨... 알지요?... 나 성수 씨 정말 사랑해요... 성수 씨가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내 진실을 알아 주세요... 사랑해요... 성수 씨...”
그녀는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뚜렷한 발음으로 사랑을 고백했다.
내가 그녀의 고백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방안에는 격렬한 해일후의 잠잠한 바다
와 같이 순간적인 정적이 감돌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고백에 냉담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으리라...
가슴에 묻고 있던 얼굴을 돌려 내 젓 가슴을 하나씩 핥고서 서서히 내 중심으로 얼굴
을 묻어갔다. 이미 오랜 사투에 지쳐버렸던 물건이 그녀의 입김에 부스스 일어나기 시
작했다.
그녀의 입안은 마치 불이 잘 달아오른 아랫목처럼 뜨거웠다.
연륜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천성적으로 그런 것인지, 그녀의 입과 혀는 현란하게 내
물건을 자극했고, 더 이상 거동도 못할 것 같던 물건은 다시 힘차게 일어나 절정을 향
해 빠르게 다가가며 마지막 순간을 맛보기위해 심하게 껄떡거리고 있었다.
“빼요...”
마지막을 느끼고 그녀의 머리를 들어올리려 하자 그녀는 힘으로 버티며 내 사정을 유
도하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쾌감에 내 분신들이 다시 폭발을 했고, 그녀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은 채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목안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언제나 그렇듯이...
그렇게 격정적인 섹스 후에 씻지도 않고 벗은 모습 그대로 침대에 누워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증오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뚜렷하게 내 모습이나 웃음 소리가 자기의 주변을 차지했고,
거의 매일 밤 꿈에 내가 그녀를 사랑의 시간으로 인도한다고 했다.
“난 성수 씨가 영미랑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요... 난 죽어도 성수 씨
당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에요... 아니... 어쩌면 영미랑 결혼을 하세요... 그럼 매
일 당신을 볼 수 있을 테니...”
내가 알고 지낸 시간 속에서 그때처럼 결연한 표정과 어투의 그녀를 느껴본 적이 없었
다.
어떤 때 수십억의 손실을 감수하고 손절매를 할 때도 싱글거리며 웃던 여자였다.
“좋소...”
장모님... 나의 장모님... (6) 근친관련
그렇게 다시 시작된 송 여사와의 관계는 예전에 비해서 급속도로 긴밀하고 비밀스러워
져 갔다.
그녀는 일에 열정이 식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녀의 말대로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뜬 것인지 모르게 하루의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했다.
얼굴을 마주하며 만날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전화라도 오랫동안 해야만 기뻐했다.
알면 알수록 그녀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여자였다.
사실 그녀의 존재가 나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사람이 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었다.
IMF 이후의 국내 경제는 전적으로 정치의 칼끝에 놀아나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는 뭐니 뭐니 해도 송 여사나 김 여사 같이 발넓고, 중요한 사람들과의 인맥이 좋은
사람들이 남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많이 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장외 주식에서 미친 듯이 오르는 특정 IT 관련 통신 주들을 매집 하면서, 김 여사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기에, 반대 매도로 큰 수익을 거두었을 때, 나와 김 여사는 오랜만
에 둘만의 개인적인 자리를 마련하고 술을 한잔 하게 되었다.
“오랜만이네요”
우리는 서로 처음 만난 그 음식점에서 저녁과 술을 하기로 했고, 그날의 분위기를 위
해 서로가 다른 차로 그 장소에 도착했다.
“마치 처음 만날 때 같은데요…후후”
그녀는 약간 야한 화장이 어색하지 않은 좋은 향수 내음을 풍기며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뭐가 좋은 지 연신 웃음기를 잃지 않았다.
“참, 내 복 이예요. 성수 씨를 만난 것 말 예요”
“그런가요? 나도 김 여사님을 만난 것을 내 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같이 일한지도 어언 6개월이 되었지만, 그 사이에 우리는 공식적인 관계이외에는 이렇
게 단둘이만 사적인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좀 낮 설기도 했다.
그간의 실적이 아주 성공적이어서 그녀나 나나 모두 만족 이상이었다. 나도 그녀에게
상당한 인센티브를 받았고, 물론 그녀는 내 수십 배에 달하는 이익을 거두어 들였다.
그 면에서 그녀는 대단히 흐믓하고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성수 씨, 아니… 김 실장님. 뭐 불편한 거는 없어요? 혹시 집이 너무 작거나… 참,
골프 회원권은 일전의 거기 하나로 부족하지 않은 가요?”
그녀의 말속에서 나를 위해 뭘 해주어야 하나 하는 배려가 숨어 있음을 쉽게 느낄 수
가 있었다.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버시면 같이 좋은 일 하는데 씁시다”
사실이었다.
난 돈이 많은 사람들이 돈에 애착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김 여사에게 주제 넘는 얘기를 건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만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을 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고,
또한 실적 또한 기대 이상이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느껴졌다.
술잔을 서로 건네주며 술을 마시자 어느 순간인가부터 김 여사의 자태가 예전보다 많
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여사님,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요새 무슨 운동하십니까? 예전에 처음 뵈었
을 때하고는 좀 체형이 달라진 것 같은데…”
“호호호… 그래요?… 호호호…”
“어디가 어떻게 달라져 보이나요?”
그녀는 대답대신 한참을 웃음을 참지 않고 웃다가, 문득 눈을 들어 내 눈을 응시하며
물었다.
“글쎄요, 살이 많이 빠진 것은 확연히 알겠는데, 다른 것은… 글쎄… 좀 분위기가 달
라진 것도 같고… 화장 탓인가요?”
그녀는 갑자기 시선을 응시한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성수 씨, 내 나이가 몇인지 알아요?”
뚱딴지 같은 질문이었지만, 의미는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여자 나이가 40을 넘어가면, 이제는 하루 하루 가는 것이 서글프고 아쉽고 하다는
것을 알아요?”
약간의 긴장이 흘렀지만, 애써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을 할 만큼은 아니
었다.
“사실 난 젊어서부터 돈 버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의 김 정림
이 태어난 것이겠지만…”
그녀의 말속에서 왠지모를 공허감이 느껴진 것은 그녀의 말보다는 그 처량하고 초점
없는 눈 때문이었다.
갑자기 이상한 연민이 들었지만, 그건 누구라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난 문득 그녀의 이목구비를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았다. 전체적으로 중년의 살이 오른
얼굴이었지만, 이목구비 하나 하나는 예전의 미색을 많이 잃지는 않은 듯 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여사님 예전에는 대단한 미인이셨겠어요.”
그녀는 대답대신 휘둥그레진 눈으로 날 바라보며 ‘네?’하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얘기를 막상 하고 보니, 어색해진 것은 내쪽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호흡
소리가 들릴 정도로 적막이 흘렀다.
“실장님, 요새 혜진이 하고 다시 만나고 있지요?”
그녀의 눈빛에 이상한 강렬함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라도…?”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걸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그녀는 아
무런 대답도 하지않은 채 그저 담담한 눈빛만을 건넸다.
조용한 레스토랑의 어디에선가, 부드러운 선율의 블루스가 들리는 듯 했다.
“성수 씨, 혜진이 사랑해요?”
순간 난 김 여사가 묻는 질문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친구이자 오랜 경쟁자
인 송 혜진에 대한 김 여사의 질투 같은 것이었다.
문득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였지만, 대답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겠지요. 사랑하겠지요. 내가 봐도 혜진이는 매력이 많은 얜데…”
술잔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하고 떨리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지만
, 계속 응시할 수는 없었다.
“사랑합니다.”
난 솔직해 지고 싶었다.
그게 누구라도 그렇게 얘기하고 싶었다.
그게 영미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비록 영미에게는 말 할 기회가 없었지만…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어쩌면 난 송 혜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는지도 모
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녀를 기쁘게 하기위해 그런 무모한 투자도 서슴지 않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하고 혜진이하고 어떤 관계인지 아세요?”
“비록 난 남편이 있고, 혜진이는 이혼을 했지만, 그래서 상황이 서로 다르긴 다르지
만, 우린 한 남자를 좋아하지요...”
갑자기 실례가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았다. 아니 밝아졌다고 하기 보다는 훤하게 뭔가
가 번쩍하는 느낌이었다.
“그게 누군지 아세요?”
난 뭐라 할 얘기를 잃고 그저 그녀의 이야기에 귀만을 열은 채로, 멍하니 내 술잔을
쳐다보고 있었다.
“난... 성수 씨를 사랑하면 안돼는 건가요?”
멍한 순간에도 머리 속은 산만할 정도로 혼란스러웠고, 생각은 훨씬 빠르게 여러 가지
정황을 되새기기 시작했지만, 내 생각의 틀 속에는 아무런 해답도 없었다.
“글쎄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순간의 암담함을 이 한마디로 모면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정말 아무 말도 할게 없었다.
언젠가 송 여사가 술을 마시면서 한 말이 생각났다. 자기 같은 사람은 돈과 사람들 속
에서 행복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는 하지만, 말 할 수 없이 외롭고 허전하다고 한 말…
지금 김 여사는 그 얘기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애정이 솟는 것을 느꼈지만, 평소의 김 여사의 치밀함을 너무도 잘 알
고 있는 나에게는 그녀의 고백이 이상할 정도로 너무도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그만큼
돌발적이라고 느껴졌다.
“나에게 뭘 원 하시나요?”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도 내 질문의 천박함에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이었으나, 이내 그녀는 다시 정상을
찾으며,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랑이요…”
난 그때서야 그녀가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몸을 상당히 가꾸었고, 얼굴의 어느 부윈가
는 수술을 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처음 대면 때보다는 훨씬 매력적인 중년 여인
이 되어있었다. ‘벌컥’ 하고 술을 삼키자, 목젖부터 식도를 따라 싸르르하고 뜨거운
기운이 돌았다.
사실 더 이상의 긴 얘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김 여사는 온갖 수모와 자존심을 구기고 젊은 사내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비록 내가 아무 여자나 좋다고 설쳐대는 남자는 아니었지만, 지금의 김 여사는 충분히
매력이 있는 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원하는 게 없나요?”
그녀는 내가 그녀에게 했던 질문으로 다른 의미를 담아 보냈다.
“김 여사님의 사랑이요.”
어찌 된 영문인지 내 입은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그녀의 사랑에 화답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의사를 확인했고, 그 이후의 술자리는 분위기가 전혀 바뀌어 버
려, 사업 파트너간의 식사가 어느 순간인가 연인들의 술자리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나의 잔에 술을 따라 주면서 얼음을 채워 주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것도 평소
에 내가 늘 먹는 스타일을 익히 알고 있는 듯이 얼음을 딱 2개씩 만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혼란이 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웃
음이 나왔지만, 소리를 내거나 표정을 지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나의 사생활에 대해 사업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 물었고,
난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그녀에게 하나 둘씩 얘기해 주며 술을 마셨다.
그녀가 가장 관심 있고 염려하는 부분은 역시 영미와 송 여사와의 관계였다.
식사와 술을 어느 정도 끝내자 시간은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성수 씨, 알아요?”
난 대답대신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 집에 늦게 들어가도 되는데…”
“훗훗…”
웃지 않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그래요. 나도 여사님을 집에 일찍 보내고 싶지가 않네요. 오늘은…”
계산을 마치고 나오자 마자 그녀는 내 옆에 바짝 다가서며,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나 오늘 차도 일찍 보냈어요.”
난 그런 그녀의 장난기 있는 표정을 보자 문득 그녀의 열락에 들뜬 표정이 더욱 궁금
해 졌다.
“여사님, 나 지금 여사님을 안고 싶은데, 사람들이 많아서 여기서는 쑥스럽군요.”
이제는 내가 한발 다가서는 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성큼 내 차쪽으로 걸어갔고, 뒤에서 그녀를 따라가며 바라본
그녀의 자태는 이상하리만치 요염하게 느껴졌다.
키를 받아서 그녀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자 그녀가 내 얼굴을 마주보며 발갛게 얼굴
을 붉혔고, 그러자 내 몸 속에서 더욱 욕정이 타올랐다.
손을 뻗어 그녀의 목뒤를 만지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가슴에 묻혀 왔다.
순간 ‘휴~’ 하고 한숨이 나왔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방은 예상보다 훨씬 크고 잘 꾸며져 있었다.
내가 그녀의 백을 손에서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마자 그녀는 무너지듯이 내 품안
으로 파고 들어왔다.
“성수 씨, 알아요? 내가 성수 씨 때문에 마음 고생 많이 한 것?”
“나 성수 씨한테 잘 보이려고 운동도 많이 했고, 사실… 수술도 했어요”
난 그녀의 말 속에 처연함이 묻어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요염하게 벌려져 있는 그녀의
보라빛이 도는 입술을 내 입술로 덮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자, 그녀의 몸은 부드럽게 밀착되어 왔다.
“아하…”
그녀는 중년의 여성답게 적극적이고 능란하게 몸을 비벼왔다.
어느새 그녀는 내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내 가슴에 한 손을 집어넣어 음미하듯이 쓰
다듬기 시작했고, 난 그녀의 블라우스를 벗기고, 풍만하고 의외로 탄력이 살아있는 그
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그녀의 스커트를 벗기기 위해 손을 내리자 그녀도 내 바지의 벨
트를 풀며, 보조를 맞추어 갔다.
미약한 향수의 냄새에도 아찔하게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그녀의 반응과 애무는 원숙
했다.
와이셔츠도 다 벗기지 않고 침대에 눕히고는 내 몸 위에 올라와 가슴을 애무하면서 한
손으로는 내 팬티 안에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내 남성을 부드럽고 뜨겁게 애무해 갔
다.
나도 그녀에게 질세라 그녀의 옷을 다 벗기고 그녀의 블라우스만을 남긴 채, 그녀의
몸을 돌려 내가 그녀의 몸 위로 오르며, 하얗고 부드러운 실크 팬티 안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비소에 열정에 들뜬 내 손을 밀어 넣으며, 그녀를 슬프도록 흥분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먼저 정복하고자 했나 보다.
송 여사하고의 섹스가 내가 거의 일방적으로 리드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김 여사하고
의 관계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그녀는 전혀 거리낌이 없이 감정을 표현했다.
“아하… 힘이 느껴져요. 성수 씨의 몸에서… 아하… 아… 좋아요… 나 너무 흥분돼요
… 아흑… 아… 좋아…”
내가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내 입술로 그녀의 비소를 애무하자 그녀는 내 어깨를 마주
잡고 몸을 비틀면서 깊은 신음을 흘려냈다.
“하학… 아… 너무 좋아… 아… 성수 씨… 나 안아 줘요… 아흑…아…제발… 그만….
빨리요… 아후…”
몸이 활같이 비틀리며 그녀는 한 손으로 자기의 가슴을 움켜잡고 흥분의 도를 더해 갔
다.
그녀의 비소에는 어느새 작은 샘이 만들어 졌다.
내가 그녀에게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웠는지, 그녀가 몸을 돌려 내 중심으로 와
서는 뜨겁게 달아있는 내 물건을 그녀의 ‘보라빛 유혹’이 깊이 삼켜버렸다.
그녀의 입은 그녀의 모든 욕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깊고 뜨거운 그곳은 마치 미친 듯이 내 물건을 핥아 댔고, 난 참으로 오랜만에 황홀함
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은 뜨겁게 그리고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열정이 그녀의 몸의 구석구석에서 베어 나왔다.
사정의 흥분을 참기 어려워 서둘러 자세를 바로 잡고, 그녀의 샘이 고여있는 동굴 입
구로 천천히 진입해 들어갔다.
“성수 씨, 아… 아흑… 너무 깊어요… 어휴… 아… 너무 뜨거워… 아… 미쳐… 아…
좋아…”
관능과 절제가 서로 경쟁하듯이 치열하게 반응을 했다.
난 그녀의 하얗고 탐스러운 가슴을 깊이 빨아들이며, 그녀의 깊고 깊은 나락 속으로
끝없이 침잠해 들어갔다. 예상외로 그녀의 동굴은 강한 흡인력과 뜨거운 열기로 가득
했다.
허리를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내 허리에 맞춰 그녀의
크고 탄력 있는 엉덩이를 같이 반응해 왔다. 정교한 리듬이었다.
어느 사인가 그녀의 몸은 내 몸에 한치의 틈도 없이 밀착되어 있었고, 내가 그녀의 몸
을 거칠게 밀어 부쳐도 몸의 밀착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을 정도로 그녀는 강하게 나
를 온몸으로 감싸 안았다.
“아아아…. 정말 좋아요.. 성수 씨… 사랑해요… 아아… 너무해…. 아… 너무 좋아…
.아흑… 아… 너무 좋아…”
난 그녀가 강하게 밀착해올수록, 그녀의 몸을 떨구어 버릴 듯이 더욱 더 깊게 그리고
강하게 그녀를 밀어 부쳤다.
난 그녀와의 첫 섹스를 인상적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녀의 놀라울 정도의
정확한 반응에 흥분은 도를 더했고, 난 그녀가 몇 번의 절정을 넘어서고 거의 실신할
정도로 지쳐버렸을 때, 내 모든 분신들을 그녀의 비소속으로 힘차고 뜨겁게 흘려 보냈
다.
“아아… 성수 씨, 고마워요… 너무 좋았어요…”
길고 긴 섹스 후에 모든 긴장을 풀고 편하게 누워서 담배를 피고 있는 내 허벅지에 자
기의 다리를 걸치며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애교 띤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정말 몸이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군요.”
“그래요? 호호호… 정말 운동 많이 했다니까요… 호호호”
우리는 그렇게 사업 파트너에서 섹스 파트너가 되어 버렸다.
문득 영미의 얼굴이 떠 올랐지만, 순간의 일이었고, 혜진 씨의 얼굴이 더욱 크고 환하
게 떠올라 가슴 한구석이 철렁하는 느낌이 들었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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