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7242 추천 0 댓글 1 작성 13.06.15

  ▶환타지아◀ 제10화 [몽환]

       그녀는 오늘 검은 색 블레이져와 검정 스커트를 입고 속에는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입고 왔다. 손에 들고 온 흰색과 빨간 색 백묵 세
      개를 흑판 밑에 가지런히 놓고는 아무 말없이 책을 펴들었다. 웬일
      인지 교실에는 그녀와 나 단 둘만이 있었다.
     
       커다란 창문에선 얇은 아이보리색 커튼에 한풀 걸러진 밝은 햇살
      이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살랑거리며 교실 안 쪽으로 연한 그림자
      를 드리우고 있었다. 마치 포그필터를 끼운 카메라로 바라보는 것
      처럼 사물은 저마다의 실루엣을 드리우고, 그 한가운데 제일 부드
      러운 빛에 둘러싸인 채 그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온화한 표정이었지만 어딘가 슬픔의 그림자가 숨어
      있는 모습이었고, 그 슬픔의 그림자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만들어주는 안개 같았다.
     
       그녀의 검지와 중지 손가락 사이에는 백묵이 끼워져 있었는데 가
      끔씩 그녀는 엄지로 그 끝을 톡톡 건드려서 백묵이 까딱까딱 거렸
      다. 아주 무심하게 습관적으로 백묵 끝을 건드리는 그녀의 표정은,
      그러나 그 무심한 습관과는 달리 엷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것은 그대로 나의 어둠이 되어갔다.
     
       언제부터일까? 그녀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 의미로 다가
      오게 된 것은. 언젠가 그녀의 스타킹에 허벅지 뒤쪽으로 작은 구멍
      이 하나 생긴 것을 발견했을 때 그녀의 표정 역시 어딘가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표정이었었다.
     
       그날 난 밤잠을 설쳤었다. 그녀의 아파트 불빛이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그녀의 입은 쉴새없이 무언가 말을 하
      고 있었지만 나의 귀에는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늘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녀가 읽
      던 책에서 눈을 들어 나를 바라본다. 깊은 눈. 그 깊은 곳 어디선
      가 찰랑이는 물결이 보인다.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 책을 들여다본다. 곧은 이마와 가늘게
      그어진 눈썹이 처연하다. 어느 순간 그녀의 양미간이 좁혀진다. 화
      가 난 것일까? 아니면....혹 그녀는 섹스를 하면서도 지금처럼 양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쓸까? 그녀의 고개가 다시 들리며 나에게 시
      선이 쏘아진다. 평소에는 고개를 돌렸겠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그녀
      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받아준다. 오히려 나의 시선을 받은 그녀가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상한 일이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서 백묵이 더욱 심하게 까딱거린다. 그녀의
      신경이 날카로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신경이 날카로운 날이
      면 나도 덩달아 불안했는데 오늘은 그렇지가 않다. 마치 그녀를 화
      면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녀의 양미간이 다시 좁아진다. 그 사이에 세로로 주름살 두 개
      가 깊게 그어지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찌푸린 표정도 아름답다.
      중국의 서시도 그랬다지, 아마? 장안의 여자들이 위장병 때문에 찌
      푸린 그녀의 얼굴을 흉내냈을 정도로...
     
       갑자기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백묵을 탁 소리가 나게 교탁 위에
      내려놨다. 교탁에 부딪히는 서슬에 몇 조각이 났는지 그녀의 손바
      닥이 들리자 그중 한 조각이 또르르 교탁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
      이 보였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한 번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강하게 바
      라보았다. 지금 그녀의 눈 속에서 일렁이는 것이 불길일까? 그녀는
      교탁을 한 손으로 짚고 서서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또각또각 나에
      게로 걸어왔다. 어느새 단추를 풀었는지 블레이져 자락이 펄럭일
      때마다 속에 받쳐입은 하얀 블라우스가 그녀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
      가 있는 경계선의 주름이 보였다.
     
       내 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블레이져 자락을 젖히고 왼손을 허리에
      척 갖다대고 오른손은 이마에 댄 채 나를 내려보았다. 그녀는 지금
      혼란에 빠져있는 것 같다.
     
      철썩-
     
       갑자기 그녀는 이마를 짚고 있던 오른손을 휘둘러 내 뺨에서 둔탁
      한 소리가 나게 했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고개
      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고 입술은 우
      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씰룩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
     
       그녀의 두 손이 내려와 내 머리를 감싸더니 그녀의 가슴에 안았
      다. 볼록한 그녀의 가슴이 얼굴에 느껴졌다. 난 손을 올려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블라우스 단추를
      열고 브레이지어를 들추니 꽂꽂하게 서있는 유두가 보였다. 유두를
      입에 넣고 빨자  한없이 평화로웠다.
     
      "아기 같아. 귀여운 아기..."
     
      그녀는 나직하게 말을 하며 내 머리를 안은 팔에 점점 더 힘을 주
      었다. 그녀를 전부 내 안에 빨아들이고 싶어 가슴을 더욱 세게 빨
      았다. 아아....
     
      -뭘까? 저 안에서부터 밀려오는 이 해일 같은 느낌은....
     
     
      그의 머리를 감싸안은 그녀의 팔이 부르르 떨리는 순간 상우는 눈
      을 번쩍 떴다. 그의 손에 가득하던 가슴과 그의 머리를 강하게 끌
      어안던 팔이 없어졌다는 허전함을 느낀 순간 상우는 그것이 꿈이었
      음을 깨달았다. 기분 나쁜 차가운 축축함이 사타구니에 느껴졌다.
      팬티 속에 손을 넣어보자 손끝에 진득한 정액이 묻어져 나왔다. 


List of Articles
공지 야설게시판 이용에 관한 공지사항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2부2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6579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2부1화 2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7085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8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6762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7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6133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6화 2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7022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5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7050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4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7461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3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6924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2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6778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1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7149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10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7242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9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6962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8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8023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7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7382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6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8149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5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8683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4화 1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9110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3화 2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11625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제2화 2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16651
  • 추천 0
로맨스/각색 [야설]당신의 환상을 이루어 드립니다 프롤로그 2
  • 브레이커스
  • 2013.06.15
  • 조회 25247
  • 추천 0
Board Pagination Prev 1 ... 259 260 261 262 263 266 Next
/ 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