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년◀ 제16화 (욕실에서 알몸으로 나를 찾는 요오꼬...)
금새 샤워를 끝낸 애진은 곧 바로 잠이 들었고, 서음희는
애진이 잠들기만을 바랬던 것처럼 잠든 그녀를 확인 하자마자 노트가 감춰진 진열장 서랍을 열었다.
잠시 잊은 흥분을 떠올리며 읽다 만 글귀를 찾았다.
[ 마셔...]
이미 찻잔을 기울이던 요오꼬가 잠시 찻잔에서 입을 떼고내게 권했다.
[ 네...]
뜨거운 찻물을 한 모금 홀짝이자 가만히 바라보던 요오꼬가 물었다.
[ 맛이 어때? ]
은은하게 올라오는 뜨거운 김속의 향기는 계피향과 비슷
했다. 그러나 계피향은 아니었다. 맛은 씁쓸한듯 하면서 달콤한 여운이 묘하게 입속을 아른거렸다.
[ 계피 맛 비슷한데요...]
[ 후지산 눈 속에서 귀하게 자라는 식물의 잎으로 만든거
야. 몸에 좋은거니까 천천히 마셔...]
찻물이 서서히 몸안으로 스며들면서 박동이 점점 빨라지
는 걸 느꼈다. 약간의 어지러움속에 묘한 기분이 아련하게피어나기 시작했다.
[ 이거 재밌게 만들지 않았니? ]
요오꼬는 앞에 놓인 찻잔의 뚜껑을 집어들며 말했다. 내
시선은 그녀가 들어올린 뚜껑으로 향했다.
한 손바닥위에 뚜껑을 올려놓고 두개의 손가락으로 성기
의 벗겨진 머릿부분을 만지작 거리며 요오꼬는 재미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 침을 한번 삼켜 넘기곤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요오꼬가 다시 말을 이었다.
[ 태희는 이거보면서 어떤 생각들어? ]
난 다시 물었다.
[ 네? ]
요오꼬는 성기의 귀두 부위를 힘주어 아래로 까내리듯 미
끄러뜨린 다음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 어떤 생각드냐구.]
[ 글쎄요, 그냥 잘 만들었다는...]
[ 호호호호! 무얼 잘 만들어? ]
요오꼬의 웃음소리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 이거랑 이거, 유심히 보고있어봐.]
요오꼬는 다 마신 빈잔에 뚜껑을 덮어 내 찻잔 옆으로 밀
었다.
[ 귀중한거야, 대단한 골동품이지. 주제가 있어. 잘 생각
해봐. 힌트는 찻잔에 그려진 그림이야.]
요오꼬는 장난치듯 해괴한 질문을 던져놓구 전화기를 들
었다. 아랫층으로 연결된 인터폰이었다.
[ 시영이 올려보내라.]
인터폰을 내려놓으며 요오꼬는 희안한 미소를 지었다.
[ 천천히 보면서 생각해봐...]
잠시후 하얀색 원피스를 드리운 여자가 올라와 요오꼬 앞에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 부르셨어요...]
그녀는 오랜세월 길들여진 하인처럼 행동했다. 그녀의 시
선은 요오꼬의 가슴에 꽃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는 듯 했다.
[ 목욕 준비해.]
요오꼬의 말 한마디에 그녀는 말없이 또 한번 고개를 숙
였다. 그리고 물러났다.
잠깐 동안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여자는 요오꼬에게 몹시
얽매인 듯 했다. 마치 사나운 매질이나 무언가에 길들여진
것처럼 중세기 주인앞에 노예를 연상케했다.
요오꼬는 내게 간지러운 웃음을 보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잘 생각하고 있다가 목욕 끝나면 대답해줘야해.]
요오꼬가 욕실로 들어선뒤 그녀의 말에 따라 두개의 찻잔
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대자연의 풍경을 그린 찻잔의 그림
까지 유심히 살폈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도대체가 알 수 없
었다. 그저 여자의 성기와 남자의 성기가 과장되게 표현된것 뿐이었다.
어지럼증은 서서이 걷히고 점점 빨라지는 심장을 따라 야릇한 흥분이 새롭게 일어났다.
시선은 여체를 표현한 뚜껑을 벗어나지 못했다.
욕실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물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며 요오꼬의 나신이 아른거렸다.
욕실로 들어선 두 여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발가벗은 두 여자가 있다. 나이든 여자는 탕속에 누워있고, 
젊은 여자는 나이든 여자의 피로를 주무르며 빼내고 있다.
장면이 바뀌었다. 나이든 여자가 쿠션이 박힌 침상위에
드러 누워 어느 부위를 요구하고 젊은 여자는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주무른다.
나는 머리를 마구 털어댔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섯다. 거칠게 뛰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눌러댔다.
왜, 이런 상상들이 머릿속을 파고 드는지 알 수 가 없었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상상들이었다. 
가슴이 쉬지않고쿵쿵거리는 야릇한 흥분은 자꾸만 이성을 잃게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면 머릿속은 금새 두 여자의 여체로 가득 차는 것이었다.
욕실쪽에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요오꼬였다.
활짝 열린 문안으로 물기에 젖어있는 요오꼬의 알몸이 젖
가슴을 출렁이며 손짓하고 있었다. 그 뒤로 얼핏 보이는 젊
은 여자는 아래에 기저귀처럼 생긴 무엇만 걸친 채 고개를숙이고 있었다.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놀란 눈은 요오꼬의 나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꽈악 잡힌 듯 물려있었다.
[ 이리와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