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년◀ 제15화 (요오꼬의 그것을 잡고...)
[ 앉지않고 모해? ]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하는 내게 요오꼬는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 그 옆에 그림도 봐...]
애써 태연한척 하며 옆 액자에 눈을 돌렸다.
[ 세 여자가 한 여자를 성고문하고 있지? ]
나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 14세기 호엔엠서 수고본에 있는 그림인데, 일본의 어느
화가가 확대해서 그린 그림이야. 고문을 받는 여자는 간통하다 잡혀 잔인한 고문을 받는거지.]
고문을 당하는 여자는 하얗게 엉덩이를 깐채 차가운 돌침
대에 엎어져 있었고, 고문을 하는 두 여자는 횃불을 만든뒤
그 횃불을 죄인의 성기에 쑤셔 넣고있는 장면이었다.반팔에 노출된 팔뚝으로 소름이 일어났다.
[ 왜, 그림이 마음에 안들어? ]
요오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림들은 순식간에 나를 자극시키고 있었다. 그것을 감추
기 위해 억지로 한마디를 만들어 냈다.
[ 저런 그림 봐도 아무렇지 않은가봐요? ]
[ 난 그림을 좋아해. 특히 중세기 성에 대한 그림들...
예술품은 생각하면서 보는거야. 그림과 조각품들을 보다보
면 여러갈래의 생각들이 들어, 인간들의 심리 쪽으로... 재
미있는 인간들이지. 태희도 그림 좋아하니? ]
[ 아뇨, 전혀요.]
[ 난 심리학을 전공했어. 집안에 저런 것들이 많다고 이
상하게 보지말아라? 훗. ]
[ 후훗, 이상하긴요...]
[ 태희도 여기서 살다보면 예술에 익숙해질거다.]
[ 네에...]
그녀의 해박한 말들에 난 그녀가 소장한 흉칙한 미술품들
을 그저 재미있는 예술품들로 믿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눈빛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그녀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것
처럼 흉칙한 물건들을 바라보며 즐기고 있는것만 같았다.
[ 식기전에 차 마시자.]
[ 네.]
찻잔의 뚜겅을 열려다 나는 또 한번 멈짓거렸다. 그리곤
요오꼬의 찻잔을 바라보았다. 모양이 서로 다른 뚜껑의 꼭
지... 요오꼬는 또 한번 웃었다.
[ 호호호호! 재밌게 생겼지? ]
어떤 물체를 보고 인간은 얼마나 빨리 자극을 받을 수 있
을까, 스무살 초반의 혈기 왕성한 나이는 금새 끓어오르는
뜨거운 피를 느낄 수 있었다.
찻잔마저 그녀가 말하는 예술품이었다. 정교하게 조각된
예술품은 적당한 색소를 집어넣어 인간의 그것을 보는것 보다 더욱 자극적이었다.
흑인의 귀두를 짤라 붙인 듯 한 검은 색 성기를 요오꼬는
두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탁자위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다음은 내 차례였다. 빨개진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여체속에서 길다랗게 삐져나온 공알을 잡았다.
만든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대단한 사람들 같았다.
어쩌면 저리도 음탕스럽게 만들었을까, 조갯살처럼 갈라진
끝 부분에 분홍의 색소를 집어넣어 길게 빼 놓은 여체의 크
리토리스. 만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요오꼬의 그것을 만진다는 상상을 하고 말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서음희의 얼굴이 고개를 들어 비디오폰
을 바라보았다. 애진이었다. 비디오폰 속에서 애진은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 왜 인제왔어? 2층이야. 알지? ]
인터폰을 내려놓고 진열장 서랍속에 노트를 감춘뒤, 후끈
거리는 얼굴을 식히기 위해 주방의 찬물을 틀었다.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있을 때 애진이 씩씩거리며들어왔다.
[ 가방 좀 들어줘라 이년아.]
[ 후훗, 어서오기나 해.]
[ 얼굴은 왜 그렇게 시뻘개? ]
[ 네년 온다는데 그냥 맞을 수 있니, 대청소 했다.]
커다란 두개의 가방을 현관에 내 팽개치고 애진은 터벅터
벅 소파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 아이 씨팔. 그래도 너 밖에 없다! ]
[ 사는거 다 똑같단다. 그냥 꾸욱참고 살아봐라.]
[ 그러는 네년은 왜 이혼했냐, 거지같은 성격은 너나 나
나 다 똑같지.]
[ 후후, 근데 멀 사기쳤는데? ]
[ 묻지마러, 말도 하기 싫다. 아아아아웅... 졸려라...]
[ 한숨도 못잤니? 근데, 어디서 오는건데 오래걸렸어? ]
[ 넌 이혼할 때 잘 잤었냐? 응, 친정집 앞에서 전화한거
였어, 막상 들어가려니 창피해서 집엔 못들어가겠더라.]
[ 그럼 천안에서 오는길이야? ]
[ 응. 음희야 나 졸립다. 잠부터 자야겠어.]
[ 샤워할래? ]
소파에 걸터앉아 청바지를 벗겨내며 애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근데, 음희야! ]
[ 응.]
[ 이 집 지난번 왔을 때 보다 더 커보인다? ]
[ 하하하. 너 있어서 좁다고 안할테니까 걱정일랑 꽉 붙
들어 매셔.]
[ 기집애, 얼굴에 주름은 덕지덕지 해도 눈치 하나는 안
변해요.]
애진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웠다. 어쩌면 그녀가 잘 온
건지도 몰랐다. 이 기회에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들을 모조리 떨쳐내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