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각색

[야설]일본년 14화

조회 7876 추천 0 댓글 1 작성 13.06.11

▶일본년◀ 제14화 (여자의 질에 박힌...)

이규석이 먹다 남긴 양주병과 빈 캔들을 바라보며 애진을
생각했다. 거부하기 곤란해 일단 오라고는 했지만 오래 머
물겠다는 뒷말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녀가 있는 동안은 아무일도 할 수 없을것 같았다.
서음희의 시선이 수시로 벽장을 향했다. 읽다만 노트가자꾸만 궁굼해졌다.

( 아니야, 금방 올텐데...)

조바심이 나며 엉덩이가 근질거렸지만 우선은 그녀를 맞
아야했다. 검정 봉투에 빈 캔들을 하나씩 주워담으며 오랜
만에 대청소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시간이 지나도록 금새 올것 같던 애진은 소식
이 없었다. 서음희는 다시 벽장을 열었다.
노트를 꺼내 겉 표지에 풀칠을 하고 꽃 무늬 포장지를 적
당히 오려덮어 일본년이란 제목을 감춰버렸다.
뚫어지게 노트를 바라보던 서음희는 다시 책장을 펼쳤다.
그리고 다음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다까하끼 요오꼬, 그녀는 한국이 좋아 한국에서 살게되었
다고 소개했다. 거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것 또한 빠뜨
리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그녀는 특별하게 하는 일이 없
었고, 반면 내가 할일은 이따금 그녀의 나들이에 동행하는
것 뿐이었다.
늘 학구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로서는 더없는 행운이었
다. 두둑한 보수에 언제라도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믿기
지 않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필요할 때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을 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행동해도 괜찮다고그녀는 말했다.

일본 여자들의 습성이 베인 친절함 때문이었을까, 건너편
에 앉아 해야할 일을 설명하던 요오꼬가 내 곁으로 건너와얼굴을 만졌다.

[ 언제 다친거야...? ]

요오꼬의 손길은 요염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 어려서 산을 타다, 바위에 넘어졌습니다.]

[ 그랬구나... 사내 답지않게 예쁜 얼굴인데...]

안타까와하는 요오꼬의 표정이 무릎위에 정갈하게 얹혀진
나의 손을 찾았다. 그리곤 거침없이 주물렀다.

[ 일하기 어렵지는 않겠지? ]

그 물음에 염치없는 사람처럼 나는 끝을 흐렸다.

[ 어떻게 보면, 하는 일도 없는거 같은데요... ]

[ 이 집에 남자라곤... 참, 태희라고 그랬나? ]

[ 네에, 정태흽니다.]

[ 그래, 태희. 태희 한사람 뿐이야. 집안에 남자들이 해
야 할일도 많지... 그런것도 도와줄 수 있지? ]

[ 그런건 제가 알아서 해야죠. 그런데, 혼자 사시는 줄알았어요.]

[ 큰집에서 어떻게 혼자 살아. 태희 또래 아가씨가 둘 더
있어. 하나는 일본 아이고... 또 하나는 중국 아이... 예전
부터 데리고 있는 애들이야. 집안에서 시중을 들어주지.]

[ 네에...]

[ 태희도 편하게 지내, 내 집처럼... 식구처럼 오래 한번
살아보자.]

[ 네에, 알겠습니다 사장님.]

[ 호호호호! 사장님이 모야. 누나라고 불러, 모 하면 누
님이라고 부르던가. 난 격식 따지는거 싫어해.]

[ 알겠습니다.]

[ 말투도 고치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

온화한 표정에 간지러울 정도로 나긋한 요오꼬의 환대에
나는 감동을 받을 지경이었다. 분명 나는 은혜를 받는 것이
고 그 은혜에 충실히 보답하리라 다짐을 했다.
요오꼬가 살고 있는 2층은 세개의 방과 커다란 거실로 이
루어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침실과 붙어있는 바로 옆방을 내게 권했다.
짐을 풀자마자 나는 편지를 썼다. 좋은 분을 만나 일자리
를 얻어, 서울에서 살게 되어 기쁘다는 어머님께 드리는 안
부였다. 그러나 그것은 마지막 편지가 되고 말았고 송신이되었는지 확인마저 알 수 없었다.
편지지를 접어 봉투에 넣으려 할 때 요오꼬의 노크가 들려왔다.

[ 모 하니? ]

[ 편지쓰고 있었어요.]

그녀는 들고있던 편지를 뺏어들었다.

[ 착하네... 오자마자 엄마 생각하구... 주소 적어서 나
한테 줘. 애들한테 부치라고 할께.]

그리곤 거실로 나오라고 말했다. 상냥한 말투였다.
작성한 편지를 들고 거실로 나왔을 때 그녀는 소파에서
나를 불렀다.

[ 이리와 앉아. 차 마시자.]

탁자위에는 두개의 고풍스런 찻잔이 뚜껑을 덮은 채 놓여
있었다. 그녀를 향해 걸어가다 갑자이 얼굴이 붉어졌다.
처음엔 신경쓰지 못했던 커다란 액자들과 진열대위의 조
각품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눈치를 챈 듯 액자를바라보았다.

[ 응, 취미야.]

[ 네에...]

[ 취미가 독특하지? ]

[ 네에...]

[ 왜 이상하니? ]

취미를 보면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인데, 나는 좀체로 이해가 되지 못했다.

[ 저 그림은 말이지...]

묻지 않았으나 그녀는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 독일 라이프치이 박물관에 있는 무갈시대의 그림인데,
독특해서 구입한거야.]

나는 그림에 시선을 두지 못했다. 요오꼬의 얼굴도 바라보지 못했다. 그저 당황하고만 있었다.
한 여자가 엉덩이를 소파에 걸친 채 비스듬히 다리를 뻗고 누웠고 긴 치마를 걷어올려 알몸이다. 그 위를

백말이올라타 있다. 그림은 세밀하게 그려져 있었다. 백말의 길다
랗게 발기된 성기가 여자의 질에 박혀져 있는 자세하게 표현된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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