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이 있다. 술에 취해 이성이 저 멀리 날아가는 그런 날. "여보, 왔어?" "응." "마침 잘 왔어. 이번에 새로 나온 미용 기기 사려고 하는데, 어떤 게 좋을 것 같아? a 타입은 모공 청소 효과가 탁월하고 b 타입은 탄력이 좋아지는 거라고 하더라." "그런 거 안 해도 내 눈에는 자기가 가장 예뻐." 하루종일 공방에서 일하다가 술 한 잔 걸치고 돌아온 날이었다. 자연스럽게 마누라와 입을 맞추려고 하는데, 그녀가 툭 밀어내더니 볼을 부풀렸다. "대충 넘어가지 말고. 서른 넘어가는 여자한테 이보다 중요한 게 없다니까!" 그래, 사고였다. 나는 술기운에 더불어 마누라 미용 기기 고르는 재촉에 녹다운이 되어버렸다.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고, 사격 선수처럼 능력을 격발했다. "그런 싸구려 기계 말고... 내가 평생 외모 ㄱ거정 없게 해줄게." "응?" [이서연을 강화하시겠습니까?] [yes] 그런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오빠!" 퍼어어어엉! [이서연 강화에 실패하셨습니다] [이서연이 여섯 조각으로 파괴됩니다] 이건 강화 실패로 터져버린 마누라 조각 모음 하기 위한 모험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