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지금보다 계속 되길 바라며...
그곳은 어느 공원의 안이었다. 어린이 동산 같은 것은 없지만 훌륭하게 산책로와 연못이 배치되어 있다.
부모와 아이들, 아니면 연인들로 활기차던 이곳에도 불경기의 여파인지 몰라도 아직 저녁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 공원의 바깥쪽을 가로지르는 산책로중 하나에 작은 몸집의 소녀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사립학교의 제복을 입고 있다. 짧은 컷트의 평범한 용모의 일본적인 미인형인 그 아이는 마치 자신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마냥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유리를 세공한 인형을 연상시킨다.
소녀의 진행방향에 있는 연못 부근에 역시 학교제복을 입은 소년이 가만히 서 있었다. 소녀는 그것을 보기는 했지만 표정이나 다리를 옮기는 페이스를 바꾸지 않았다. 다만, 요동치는 듯한 감정과 눈동자를 억누르듯이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어버린다.
소년과 소녀의 위치가 점차 가까워진다. 중학생 같아보이는 작은 몸집인 그 소년은 이상할 만큼 얼굴을 붉히며 여차하면 도망이라도 가버릴 것 같은 자세로 온몸이 굳어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여자아이의 용모에 때문에 생각이 깊게 빠져버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대로 아무일도 없이 단지 소녀를 통과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세를 고쳐서 팔짱을 끼는 것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해보였다.
이윽고 두사람의 거리가 충분히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줄어들었고 소년은 난처해하는 지, 아니면 웃어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인상을 지으며 무슨 말인가를 소녀에게 걸었다.
그러나 소녀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니 소년이 그곳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대로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소녀에게 바싹 뒤따라 붙으며 참을성있게 더욱더 많은 양의 말을 하고 있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소년의 말이 효과가 없는 듯 보였을 때, 갑자기 무표정한 얼굴로 소녀가 돌아서서 살짝 입을 연다. 그리고는 한마디만을 더지고는 다시 뒤돌아서 정면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후 두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소년이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두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져 있었고 뭔가 은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돌연 지금까지 머리 속을 가득채우던 그 풍경이 사라져버리면서 눈앞이 캄캄해져 버린다. 분명 연못의 새소리나 분수대의 물결소리는 들려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두운 암흑뿐이었다.
문득 깨달아보니 어느새 가슴의 아픔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장면이 바뀌어 어슴푸레한 실내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그 방의 침대위에서 나는 알몸인 상태로 옆으로 누워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자 아까와는 다른 사내 아이가 침대옆의 의자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내밀은 오른손이 나의 뺨을 천천히 부비면서 체온을 전해주고 있다.
가슴의 아픔이 사라진 것은 그의 손바닥이 쓰다듬어주는 것에서 나오는 평안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얼굴을 떼고 손바닥과 손가락에 몇번이나 입맞춤을 하고는 입술을 내밀어 핥아준다. 그런데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손가락끝을 입에 품고는 혀를 감아올리며 가볍게 빨아본다.
그렇게 본능에 맡겨버린 애무를 여러 번 반복하던중에 혼탁한 의식의 간격을 매우려는 듯이 빛이 가려진다.
그 사내아이의 얼굴이 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을 가리고 있다. 문득 그 사내아이의 얼굴을 쳐다본다.
"......"
그렇다, 나는 이 사람을 안다.
나에게 여러가지를 알려준 사람이다. 강한 포옹과 부드러운 애무, 체온과 마음의 따스함, 넓은 가슴... 상냥한 말과 깊은 잠......조금전 꿈에서 보았던 작은 소년이 아닌 성인으로 성장해버린 듯한 체격의 남자이다.
"하야사와..."
목소리로 전해지는 나의 이름을 들으면서 영혼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여기가 자신이 편안해질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신호였다.
어떻게 할까 망설일 것도 없이 기쁜 마음에 나는 몸을 일으켜 그 품에 안기면서 가슴의 윤곽에 뺨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평소에 익숙해져있던 셔츠의 촉감이 내 의식속으로 스며든다.
자신만이 알몸인 것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남에게 보여질때의 가슴떨리는 감각을 기억해 낸다.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꿈결같이 포근하고 기분 좋은 것일까를 멍청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갑자기 귓가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정말 고양이 같아..."
고막이 떨려왔다. 목소리를 목소리로서 인식하는 그 현실적인 감촉에 문득 묘한 어색함을 느끼면서 눈에 힘을 주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하지만 실루엣처럼 드리워진 그의 얼굴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야사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러주며 얼굴을 밀착해온다. 목에서 움직이는 감촉이 느껴진다. 그의 체중도 느껴진다. 다시한번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이젠 깨었니?"
"무슨 말이야? 깨다니?"
질문을 계속하려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의 체중이 주는 압박감이 머리속에서 지워진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몸에 닿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나는 당황하며 손을 휘져어보자 이불이 잡아당겨진다.
"어머!"
혼란스러움에 눈을 떠보자 창가에서 밝은 빛이 들어오고 있는 나른한 오후의 나의 방안이었다. 천장에 그려진 벽지의 익숙한 모양들과 머리맡에 놓인 자명종에서 초침이 돌아가는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한다.
"!!!!!!"
지금은 여름방학이다. 지방에 내려가 있던 기타하라와는 이미 삼주 가까이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일찍 출근하는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느라 부족한 새벽잠을 대낮에 침대위에서 보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런 것을 생각하다가 나는 갑자기 뺨이 뜨거워지면서 동시에 가벼운 자기 혐오를 느꼈다.
이렇게 한가로운 낮잠을 자버리고는 어렴풋이 정신이 들무렵 기타하라를 생각하면서 자위를 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오늘뿐만이 아니었다.
과거에 자위를 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타하라와 첫관계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이상하게도 중단되어 버렸다. 그런데 여름방학에 접어들고부터 다시금 외로움을 느껴버렸는지 이삼일에 한번은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시계를 보자 아직은 오후한때, 잠을 잔 것은 한시간이 안되었다.
고개를 들어 기타하라의 모습을 확인한 후에도 그가 잠자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은 꽤나 충격이었다. 오늘 방문할 것이라는 통화가 있었지만 예상외로 약속을 지켜준 것은 뜻밖이었다.
"어제 네 호출을 받고 난 다음에 곧바로 올라왔어... 아침부터 서둘렀다구..."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나는 유심히 그의 표정을 지켜보았지만 특별히 화를 내거나하는 기미는 없었다.
어제 저녁에 기타하라에게 호출을 해서는 조금은 심하게 짜증을 내어버렸다. 속이 상한 상태가 계속된 것이 마음에 쌓여있던 터라 오랜동안 만나지 못한 것까지 포함해서 그에게 원망스러운 말을 해버렸다.
"지난번에 유향하고 있었던 일로 너무 기분상해하지마... 그 비오는 날 이후로는 다른 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나두 스스로 무책임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네 목소리를 들으니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달려온거야..."
심하게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평소의 기타하라와는 달랐다.
유향은 바로 이마무라의 본명이다. 중학교 졸업식날에 그녀에게서 고백을 들었다는 말을 돌아오는 길에 두사람이 터벅터벅 걸으며 이야기해주었다. 그렇지만 기타하라는 한사코 그녀와는 깊은 관계가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나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마무라는 초등학교시절부터 기타하라를 짝사랑해왔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교제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타하라는 고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반면 나는 순결을 주어가면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사랑이나 그보다는 덜한 애뜻한 감정을 주고 받지 못하고 있다. 대가를 바라고서 사귄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못내 아쉬움이 드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은 갑작스레 나타난 기타하라를 보는 순간 참았던 감정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종업식날에 너 때문에 이마무라가 울어버렸어, 혹시 너두 그 아이를 좋아하는게 아냐?"
나는 필사적으로 복받칠 것 같은 오열을 참으며 물어보았다.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마... 여러 번 설명해 줬잖아..."
"그날 내가 기타하라의 집에 마구 들어가 버렸다는게 실망스러워... 그때 변덕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괜찮았을텐데... 너두 이마무라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구..."
그말을 하면서 나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외롭게 살아왔다는 것, 그것이 지금와서는 회복하기 힘들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말로 만들어 밖으로 토해내는 순간, 이성과 감정들이 의식을 흔들어놓을만큼 복잡하게 섞여버리면서 나는 반쯤 패닉에 빠져버렸다.
"어떻해... 어떻게... 어쩌면 좋아............"
드디어 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이를 악물면서 크게 호흡을 하고 오열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고개를 숙이자 이불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단하나의 애정도 없이 그저 친구로서의 사이로 못박고 있으면서 틈이 날때마다 서로의 육체를 탐닉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기도 했었다. 연애경험이 많았다면 부담을 느끼거나 곤란하게 생각되면 쉽게 끝내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에서 기타하라가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원인이겠지만 몸을 이용해서 자신과의 이음새를 이어주고 휑하니 뚤린 것 같은 가슴을 메워주는 고마움을 잊을 수 없기에 비정상적인 관계가 이어져오다가 끝내는 몇 년동안 계속되어오던 짝사랑까지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자신을 심하게 추접스럽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
어쩌면 기타하라는 사랑 같은 것이 없이도 여자와 얼마든지 뜨거운 관계를 성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예전부터 소중하게 느끼는 이와 애틋한 사랑을 만들어가다가 그것이 알맞게 영글었을 때 몸을 허락할 수 있으리라는 소녀다운 상상을 하고 있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던 기타하라가 갑자기 큰 소리를 냈다. 마치 고함을 치는 듯한 그 목소리에 깜짝놀라면서 무의식중에 얼굴을 들어 그를 올려보았다.
곧바로 무슨 말을 들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는 입을 반쯤 벌린채 쏘아보는 듯한 눈동자를 한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일단 입을 닫고 조금은 나의 시선을 피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보통의 목소리로 돌아와 말했다.
"내가 그때 너에게 말을 걸었던 것은 네가 마치 울 것처럼 보여져서 그랬어, 비따위를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걸어가는 너한테 도움을 주려고 했을뿐이야..."
".................."
나는 왜 기타하라가 지금와서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는 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착각이었지만 너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클래스메이트 중에 한 사람이고, 조금 어루만져 준다고 해서 즐거워하면서 껴안겨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계속 잇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는 네 몸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그 이상을 생각해본적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구 생각해, 모든게 나에게는 절대 소중하단 말이야... 누구보다도 상냥하게...... 너를 두번 다시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아... 진심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기타하라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네가 웃으면 나도 기뻣고 네가 말을 걸어올때는 나도 즐거웠어, 네가 말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이마무라보다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순간적으로 이 사람은 이렇게까지 상냥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네가 이마무라 때문에 속이 상해버린 것은 알고있지만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있게 하고 싶지않아"
한계였다. 이미 참을 수 없을만큼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악물고 있던 이빨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가면서 눈앞이 흐려졌다.
나의 기분에 호응하는 것처럼 기타하라의 어조도 점차 굵어지고 있었다.
"너를 만나지 못해도 좋아, 더 이상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울고 싶으면 몇시간이라도 안아줄 테니까 울어도 괜찮아, 더 이상 혼자서 우는 것만은 그만두어......"
그곳까지 말해버리고 난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너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 하지만 내가 없는 곳에서 네가 그렇게 우는건 정말 싫어......"
나 혼자가 빚을 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워버리라는 듯한 기타하라의 말이었다.
내가 자신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서 '너의 탓이 아니다'라고 들려주는 것이 그 어떠한 위로의 생각보다도 나를 훨씬 안정시켜주었다.
그의 말은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하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위로의 말을 듯는 순간 설사 그것이 속임수일지 몰라도 나는 그리움이 흘러넘쳐 이미 멈출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가슴을 가리는 것을 잊어 양손을 힘없이 내려버렸다.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싶었지만 약속을 지키려는 듯이 한참 전부터 나를 껴안고 있는 그의 가슴에 억눌려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있는게 불편했는지 울음을 멈추었지만 그의 팔힘은 줄지 않고 있었다. 내가 불편하다는 의사를 표시하려고 몸을 약간 비틀자 몸을 감싸고 있던 기타하라의 신체에서 힘이 빠진다.
조금전에 술취한 듯한 히스테릭한 태도와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린 것을 생각하면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자 기타하라가 몸을 굽혀 얼굴을 가까이 붙여온다.
시선이 맞닫자 기타하라는 자연스럽게 언제나처럼 입술을 가볍게 훔치며 가벼운 키스를 한 뒤, 뺨과 이마에 몇번이나 입맞춤을 해왔다.
울어버려서인지 눈시울에 접촉해오는 그의 키스가 무섭게 좋았다. 그래서 다시 그의 입술이 다가올때는 살며시 입술을 열고는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될대로 되라지'하는 식이었는지 모르지만 오래간만이었는지 전신의 체액이 녹아버리는 것처럼 뜨겁게 되어버리면서 기분이 좋아져서 그의 혀가 실어오는 타액을 몽롱한 상태에서 받아들였다.
"으응......"
어느새 자세를 바꾸었는지 키스를 끝냈을때는 그가 나의 몸을 비스듬하게 올라타고 있었다.
"아... 기타하라의 그것이......"
기타하라의 표정이 난처해하고 있는 것처럼 바뀌었다.
"왜? 이상하게 느껴져?"
"아,아니... 나를 자유롭게 놓아준다고 했는데 지금와서 받아들일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울음을 그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기타하라는 내가 한 말이 걱정스럽다고 생각지는 않았는지 크게 한숨을 쉬고는 안도하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옆에서 나를 껴안고 오른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어루만져 준다.
그 감촉에 넋을 잃고 있자 그는 얼굴을 밀착시켜 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나는 평상시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만날 수 없는 동안 너무나 불안해졌었어, 그래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단말야"
물론 내가 말하는 것은 조금전 몽정를 하던 장면을 그에게 고스란히 들켜버린 것이 부끄러워서 해대는 변명이었다.
"괜찮아, 난 상관하지 않아..."
"......"
당연한 대답을 들었지만 왠지모를 수치심에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괜히 외설스럽다고 생각지는 말아줘, 난 그냥... 어쩐지 기타하라의 물건이 되어버린다고 생각나면 너무 안심이 되버려... 그러니까 나는 기타하라의 물건이야..."
기타하라는 한동안 나지막한 숨소리를 고르게 내쉬면서 나의 머리카락과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훌쩍거림이 멈춘뒤에 그가 몇번 가볍지만 따스한 키스를 귓불과 뺨에 해주었다.
간신히 기분이 조금 밝아지면서 나는 기타하라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변함없이 얼굴을 돌린채 이곳을 보려고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시선을 맞추지 않는 것이 버릇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부자연스러웠다.
"왜 딴 쪽만 보고있어?"
내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기타하라는 당황해 하며 고개를 돌려봤지만 곧바로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기타하라?"
"아, 미안해... 이것봐, 네 알몸이야... 삼주만에 보는거잖아, 그래서..."
"아잉~ 싫어, 그렇게 보는 건......"
울고 있는 동안에 내 자신이 완전히 벌거숭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안달을 했다.
비록 기타하라는 아무말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뚫어지는 듯한 시선에서 나는 곧바로 불안함을 느껴버렸다. 조금은 지나친 표현이 될지 몰라도 이렇게 부드럽게 접근해오는 그에게서, 지금의 정신적으로 약해진 나를 성욕의 대상을 보고 있는 것이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항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그와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섹스라는 것이 필수적으로 연결되어 왔지만 아직까지는 그에게서 묘한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타하라처럼 상냥한 아이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역시 그가 소중했다.
"내가 위로 올라가서 입으로 해줄까?"
사실은 그가 먼저 요구해올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기타하라가 자신의 그것을 입으로 애무해주기를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던 것은 두번째 섹스, 바로 이 곳이었다.
그런 말을 하고서는 혹시 내가 바싹 앞으로 다가온 성적인 감촉에 미리 흥분해버려서 그에게 입으로의 애무를 슬며시 물어보았는지도 몰랐다. 그것은 육체적인 쾌락을 앞서는 내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것이었다.
"아냐, 너를 괴롭히면서 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아..."
예상외로 안된다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은 시키고 싶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로 너를 기쁘게 해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조금은 괴롭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싫은 것만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듯한 그의 태도가 나의 도발적인 말을 유도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머뭇거리던 기타하라는 간신히 결정을 했는지 몸을 돌려 팬티를 내리고는 주저없이 자신의 물건을 꺼내어 밖으로 내놓았는데 그것은 이미 완전히 크고 딱딱하게 되어 있었다.
첫 경험을 제외하고는 항상 변함없이 바라만 보아도 약간의 흥분이 되면서 공포나 불안감이 사라져 버렸다.
"불편하거나 싫으면 말해도 좋아..."
나는 오른손을 올려서 눈앞에 놓여진 그것을 흠칫거리며 손에 쥐었다. 입에 넣는 것에 비하면 거부감이 별로 없는 이 행위조차도 나의 이성을 대량으로 지워버리면서 격렬한 긴장감에 몰아넣었다.
자연스럽게 몸을 이동해서 그의 물건에 얼굴을 가져가 대었다. 묘한 체취가 느껴오지만 상관하지 않고 그 첨단에 입맞춤을 하고는 뺨이나 가슴을 애무할때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빨거나, 혀로 툭툭치거나 한다.
가능한 섬세하게 위치를 바꾸면서 같은 것을 몇번이가 반복하다 보면, 가슴속을 가득해우고 있는 희미한 망설임의 흔적따위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눈앞의 그것이 점차 사랑스럽게 느껴져 왔다.
그렇게 하면서 단계적인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서 지금까지보다 크게 혀를 내밀고서 아래쪽부터 위를 향해 강하게 핥아버리기 시작했다.
"으읍......"
기타하라는 짧지만 깊은 폐속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버린다.
차라리 그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는 것에 안심감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봉사에 몰두해서 혀와 타액을 실어 이번에는 측면을, 가능한 한 깊은 뿌리까지 키스와 애무를 반복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으로서는 침대위에서 상대 남성에게 자주 써먹고 싶은 방법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꽤나 진지하게 어떻게 하면 입으로 기타하라의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페라치오라는 것은 행위자체로는 입을 여성기로 착각하게 만드는 행위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실제로는 구강 전체를 여성의 질구처럼 좁게 오무린다음 구강의 내벽으로 가능한 한 많이 압박하고 스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한대로 쉽게 행동에 옮길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혀끝뿐만 아니라 혀전체를 강하게 그의 물건에 감아올리면서 머리를 비트는 것처럼 왕복운동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기타하라가 쾌감을 느껴가고 있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느새 머리위에 올려진 그의 손가락이 아플정도로 힘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으로부터 움직이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는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난폭하게 내쉬는 그의 숨소리가 귀에 와닿는다.
"으헉...... 아......"
나는 아직까지는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점차 그 행위에 탐닉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럼과 동시에 배의 깊숙한 곳도 점차 뜨겁게 되어갔다.
혀는 타인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안쪽에 위치한 작은 크기의 감각기관이다. 그러므로 혀에서 느끼는 타인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실감하고 있는 나는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쾌감못지 않게 나자신이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기타하라의 호흡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슬슬 마지막이 가까운 것이라고 알아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어느새 그 순간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
나는 예상되는 기타하라의 쾌감이 절정을 향하는 것에 맞추어 왕복의 페이스를 빨리 했다.
"아핫, 하야사와... 가버릴 것 같아..."
기타하라가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버린 후, 구강안의 물건이 맥박치도록 팽창했다. 힘껏 깊은 곳까지 머리의 위치를 가라앉히는 것과 동시에 목의 깊숙한 곳을 향햐 따뜻한 점액이 쏟아올라 방출되기 시작했다.
"으읍...읍..."
나는 몽롱한 상태에서 그것을 삼켰다. 그러나 토해내진 정액은 생각한 것보다도 대량이었다. 뺨을 한껏 오무리고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삼켜버렸지만 입끝으로 약간 흘려버리고 말았다. 전번보다는 여유가 있는 탓인지 어떻게든 놓치지 않고 만족스럽게 마셔버리기는 했다.
"휴우........."
완전히 사정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서 그의 물건을 입에서 꺼내어 타액과 혀로 번들거리는 정액의 나머지를 햝아주고는 입안을 타액으로 적당히 씻었다. 그리고는 크기와 강도를 잃은 그것을 다시 한껏 입에 품고는 치약을 짜내듯이 빨아내어 내부에 남아있는 모든 것을 정성껏 처리했다.
뒷처리를 하는 중이었지만 그렇게 하는 도중에 그것은 다시 입속에서 팽창하기 시작했다.
"!!!"
아무리 젊은 청년이라고 해도 그렇게 빠른 시간에 힘을 되찾는 것은 여지껏 둘사이의 섹스에서도 경험해본적이 없는 놀라움이었다.
공연히 기쁘게 된 나는 봉사를 재개했다.
기타하라는 잠깐동안 그것을 즐기더니 잠시후 자신의 물건이 완전히 튼튼함을 되찾아버리자 나의 머리를 들어 허리를 비틀면서 토해내게 한다.
"하야사와, 이젠 괜찮아..."
기타하라의 쓴웃음을 담은 목소리에 나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어머..."
그의 첨단을 혀끝으로 문지르던 나는 당황스러움에 입을 다물었다.
비교적 냉정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전보다도 훨씬 깊게 행위에 몰입하고 있던 것 같았다.
물끄러미 그의 사타구니를 응시하고 있자, 기타하라는 의자옆에 놓인 티슈를 몇장 뽑아서 입술과 턱을 닦아주었다.
"좋았어?"
사정까지 이끌었기 때문에 당연히 좋았으리라 생각했지만 어쩐지 궁금해지는 것을 참지 못해 물어본다.
"아! 정말 좋았어... 너는?"
한번끝난뒤 두번째로 접어들려고 하면서 기타하라는 나의 흥분상태를 가늠하려고 되물어왔다.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좋다고 말하자니 괴롭기도 하고 싫다고 하니 그가 위축되는 것이 신경쓰였다.
"나,나는 잘 모르겠어... 그냥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
"마치 꿈속같았어, 특히 네가 마셔주어서..."
페라치오를 한다면 당연히 마지막에 나온 정액을 마시는 것은 당연했지만 기타하라는 의외로 내가 삼켜버린 것에 흥분하는 것 같았다. 내가 눈을 갸름하게 뜨고 망설이고 있자 기타하라는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건..."
"?"
기타하라는 왼팔로 나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 내가 잠시 생각을 놓치고 있는 사이에 그는 오른손을 나의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에 침입시켜 온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벌써 젖어 있겠지?"
기타하라는 음순을 억지로 벌리면서 중지를 넣어왔다. 나의 그 부분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젖은 감촉과 함께 그것을 받아들여 버린다.
"으응......"
내부의 점막을 강제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끝까지 삽입한 중지를 천천히 움직이자 나는 주저없이 신음소리를 내어버렸다.
"어때? 좋아지는 것 같아?"
나는 그말을 들으면서 어깨를 비틀었다.
"으응... 몰라......"
내가 솔직한 답을 피해버리자 기타하라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소리가 귀에 닿으면서 나는 전신을 진동시켜버렸다.
"어때? 좋아지는 것 같지 않아?"
이번에는 중지를 천천히 왕복시키면서 기타할는 집요하게 답을 요구했다. 동시에 왼손을 겨드랑이 밑으로부터 침입시켜 완전히 딱딱하게 된 나의 유두를 집게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지르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싫어한다면 기타하라도 나를 이렇게 까지 몰아붙이면서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치심 때문에 내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타하라의 물건을 직접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하기를 원했지만 대신에 스러질 것 같은 목소리로 나는 어떻게든 답했다.
"조,좋아... 기타하라가 직접 해주니까......"
부끄러움이 폭발해버려서 뺨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흘러넘쳤다.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하라는 나의 말에서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중지와 약지를 침입시켜 왔다. 그리고는 두개의 손가락을 이용해서 나의 내부를 한껏 벌리려는 듯이 힘을 주었다.
"응......"
수치심과 계산된 어중간한 자극 때문에 완전히 민감해진 신체는 그 손가락의 움직임에 망설임없이 반응을 해버리면서 입으로부터 신음소리를 흘러보냈다. 무의식중에 보다 깊은 쾌감을 얻으려는 듯, 허리를 좀더 앞으로 내미는 자세가 되어 버린다.
"음......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질의 근육이 수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마치 기타하라의 손가락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것처럼 착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신체에서 전해지는 기묘한 반응을 느끼면서 나의 이성은 불위에 올려진 버터처럼 급격하게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혼미한 상태에서 꿈속에 빠진 것 마냥 쾌감을 탐닉하고 있는 순간, 갑자기 귓전으로 기타하라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야사와, 한번 해볼까?"
기타하라는 나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접근하고는 왼손으로는 엉덩이를 안고, 오른손으로 노출된 비열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아아......"
손가락을 이용해서 벌써 준비가 되어있는 그 부분을 한층 넓히거나 상단에 위치한 돌기를 일부러 피해서 그 주위를 어루만진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기타하라의 시선은 평소가 같아보였지만 오늘은 왠지 관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어서 수치심이 더욱 거세어 졌다.
"기타하라... 아잉, 부끄러워......"
몹시 울먹이는 소리로 호소하자 기타하라는 나의 얼굴표정이 재밋다는 듯이 올려보다가 좀더 부끄러움을 부추기는 말을 했다.
"이렇게 보니까, 네 털, 얇은데..."
그렇게 말하는 기타하라는 미소를 띄우고 있지만 말의 내용과는 달리 즐기는 것보다는 멍청하게 보여졌다. 그 표정에서 안심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치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아앙~ 그런 말을..."
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비틀었다. 그 약한 저항에 기타하라는 씨익 웃어보이며,
"사랑스러워, 하야사와..."
라고 말하면서 나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접근해서 그대로 입맞춤한다.
".................."
그것은 마치 입술에 해주는 키스 같은 상냥하고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접촉해온 입술이 떨어지지 않고 강하게 밀착되면서 혀의 촉감을 느껴버리는 순간 그 부분이 녹아버리는 것 처럼 뜨겁게 변해버렸다.
점점 자세가 불편하게 느껴지자 나는 무의식중에 기타하라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그의 얼굴을 억지로 붙여버리는 것 같은 형태가 되어버렸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몸을 일으켜 앉아버리지 않았던 것은 그의 행위의 방해가 되는 것을 무의식중에 피했기 때문이다.
내가 휘청거리는 것을 깨달았는지 기타하라는 오른팔도 왼팔과 마찬가지로 엉덩이를 강하게 감싸안으면서 조금의 벗어나려는 몸짓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 감촉이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더 이상의 반항을 하지 않았다.
당분간 그렇게 애무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는 기타하라는 나로부터 떨어졌다.
지탱을 잃어버리려서 몸이 휘청거리자 나는 침대위에 널부러져서 반쯤 몽롱한 상태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이상한 표정은 짓지마..."
기타하라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서 침대에 바로 눕혀주었다. 그리고는 사이를 두지 않고 곧바로 상체를 끌어올려 나를 품으면서 예고도 없이 침입해 온다.
"아핫!"
언제나 먼저 통보를 하고서 삽입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완전히 의표를 찔렸다. 그러나 촉촉해져 있는 신체는 완전히 준비가 갖추어지고 있었으므로,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들여 버린다.
신체가 밀착한 상태에서 기타하라는 한 번 움직임을 멈추고는 뺨을 어루만져 주면서, 성실한 얼굴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야사와, 오늘 괜찮은 날이야?"
물론 기타하라는 나의 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확인절차에 불과한 일이었다. 만나지 못한 지난 삼주동안에도 정상적으로 생리의 주기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첫 관계때는 서로가 무지한 상태에서 질내 사정을 해버렸지만 다행히 임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두번째 이후에는 기타하라가 콘돔을 준비해서 사용하고는 했었다. 물론 안전한 날에는 사용하지 않은 적이 있었지만 나의 희망과는 달리 그는 되도록이면 콘돔을 사용했다. 나로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훨씬 좋았지만 기타하라는 의외로 소심함을 보이며 신중하게 행동했다.
잠깐동안 내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타하라는 긴장된 목소리를 감추면서 마치 상관없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콘돔따위는 쓰고 싶지 않아..."
긴장감인지 그의 신체가 약간은 굳어져있다.
"그,글쎄..."
생각하지 않고 망설임을 말해버렸다. 그러나 기타하라가 어째서 직접 내부에 사정하고 싶어하는 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깊게 나의 의식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
짧은 시간의 침묵과 정적이 맴돌았다. 체온이나 주기를 통한 것이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은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나에 대한 소유의식을 좀더 깊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었지만 당신의 나로서는 그런 것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인 기타하라는 정적에서 깨어나 이윽고 천천히 피스톤운동을 시작했다.
"아아~ 너무해..."
직전까지의 입으로의 애무 때문에 시실은 절정에 달해버릴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필사적으로 견딘다.
"............"
"평소보다 많이 흥분하는 것 같아"
피스톤운동이 페이스를 빨리하면서 기타하라는 신음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평상시보다 더욱 흥분했는지, 혹은 긴장했는지 하반신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그런 것은 훨씬 자극적인 감촉으로 내게 전해졌다. 크게 헐덕거리며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아...앗!"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지금 이상태로는 헐덕거리는 목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의 모습을 깨달아준 기타하라가 하는 말은 선명하게 들려왔다.
"좀 더 견뎌... 조금만..."
라고 말하면서 허리의 움직임을 좀더 깊은 위치로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었다.
"핫... 아핫...아..."
머리를 흔들어 버리고도 싶을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절정에 달해버리고 싶은 충동만은 지울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게 그의 움직임에 순응해버리고 있었다.
"하야사와"
기타하라의 왼팔이 나의 상반신을 움켜 쥐면서 그 다음은 오른팔이 등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적극적으로 강하게 나를 감싸안는 포즈를 취하는 그에게서 절정의 순간에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앗, 앗... 아앗......"
기타하라는 돌린 양팔로 나의 몸을 껴안으면서 동시에 한번에 허리를 들이밀면서 가장 깊은 위치까지 자신의 그것을 침입시켜왔다.
"하야사와!!!"
"아악... 아..............."
나는 크게 소리를 높여버리며 절정에 달했다. 그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이 크게 수축을 함과 동시에, 따뜻한 점액이 뱃속 깊숙한 곳에 밀려들어오는 감촉을 느껴버린다.
"아... 으응......"
심하게 전신을 농락하고 있는 쾌감의 휘말림속에서 점차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간신히 머리속에서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던 포근함과 안동감을 기억해냈다.
탈진한 듯 꼼작도 않는 기타하라의 무게와 어깨너머에서 들리는 난폭한 호흡이 너무나 기분좋게 느껴졌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기타하라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실감하고는 나는 전신으로부터 힘을 뺐다.
함께 가벼운 샤워를 한 뒤에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하는 것처럼, 침대위에 주저앉아 어깨를 감싸안고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샤워를 하고는 이방으로 돌아와서 얼싸안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벌거벗은 채였다.
"그런데 어떻게 집에 들어왔어?"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문득 물어보았다.
기타하라가 왔을 때 나는 당연히 혼자서 집에 있었기에 현관문을 걸어잠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네 아버지를 만났어"
"아버지를? 어떻게?"
"글쎄, 비행기 티켓을 놓고 왔었다고 하시는 것 같던데... 너를 만나러 왔다고 말씀드리니까 열쇠를 건네주시면서 들여보내주시고 가셨어..."
나는 속으로 심하게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런 나이의 딸이 혼자있는 집에 남자를 방문하게 하는 경솔한 방법이 후회되었다.
"그래서 방안에 왔는데 네가 자고 있더라구... 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가셨구... 그저 낮잠을 자는가보다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알몸으로 자고 있더라구..."
"아... 그,그건..."
이제와서 알몸으로 잠을 자면서 남자를 그리워하는 몸짓을 보였다는 것이 기타하라에게 알려졌다는 것에 대해 나를 괴롭히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외설스럽게 상상을 펼치다가 남자에게 들켰다는 것은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하지만 내 표정에서 난처함을 읽은 듯이 기타하라는 일부러인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아서 그냥 뺨을 만져봤어, 십오분은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나중에 알아차리고는 눈을 뜨더군"
나는 눈을 감고 조금전 꿈속에서 느껴졌음직한 그 손바닥의 감촉을 맛보았다.
"응, 그 꿈이 도중에 끝났 것은 역시 기타하라의 덕분이었어"
기타하라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꿈? 혹시 일전에 있었던 일들과 관계있는 거야?"
"아니, 상관없는 일이야... 신경쓰지 말아줘..."
의외로 냉정하고 대답해 버렸다.
"알았어, 네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묻지 않을게"
약간은 썰렁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다. 나는 잠깐동안 헤메고 있었다.
"아! 오늘부터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셔, 일주일은 걸리실거야... 만일 네가 좋다면 함께 잘 수 있을까? 아니면 오늘말고도 내일이라도... 며칠간도 가능할 거야"
집밖에서 잠을 자는 것은 쉽게 허락받을 만한 것은 아니기에 대답을 듣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화제의 전화에도 기타하라는 곧바로 답을 준다.
"좋아, 일주일간은 힘들지만 오늘밤이라면..."
"정말? 함께 있을 수 있어?"
눈을 치켜뜨고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동시에 경탄의 소리를 내며 그의 팔을 붙잡고 매달리듯 말했다.
벌써 몇번을 함께 피부를 맞대어온 사이에서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이제와서 무엇을 수줍어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아이, 너무 좋아... 함께 있을 수 있다는게..."
나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애교스러운 몸짓으로 그의 볼에 키스를 했다.
거실에서 기타하라가 전화상으로 부모님께 외박을 허락받기 위해 교섭을 벌이는 동안 나는 옷을 갈아입겠다면서 방으로 돌아와 베개를 안고 침대에 풀석거리며 엎드렸다.
예상밖으로 쉽게 풀리는 지 그의 대화는 특별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없이 풀려나가는 것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하나의 여자아이로서 지금 스스로 겪고 있는 일이 일말의 불안감을 조성하고는 있지만 반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마음의 평온과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 두가지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나자신을 돌아본다. 처음에 비가오는 그의 집앞에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머리속에서 다시 조립해보면서 자신의 의지에 의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생각을 만들어내며서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중이었다.
불행히도 나에게 있어서 그당시에 느끼고 있던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독한 외로움이 달래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나에게서 거리감을 두고 조심스러워하는 기타하라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고, 애인이기보다는 친구로서 생각하려 노력하는 우리들의 관계에서 일종의 상실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와 가벼운 가쉽거리를 떠들고 품에 안겨서 아무런 걱정없이 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순수한 만남과 비교하자면, 서로가 부끄러운 자세를 취하면서 절정을 향해 육체를 탐닉하는 행위가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나쁜 행동인지는 몰라도 결코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며 자학하고 싶지는 않았다. 항상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던 혼자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그를 만나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머리속이 시원스럽게 맑아지지는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것이 언젠가는 후회로 바뀐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나 자신이 측은하게 느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미 나는 처음 그날이후로는 헤어질 때 그의 표정을 보고서 잠자리에 드는 순간 기분이 좋을지 어떨지 판단하게 되어버렸다...
문밖 거실에서 밝은 목소리와 함께 통화가 끝났다. 당연히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맥이 풀려버린 몸은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한껏 늘어져 가고 있다.
그가 옆에 있어준다면, 적어도 상처가 있더라도 아픔만은 누그러지리라 생각했다.
몸이 풀려간다. 녹고있는 얼음처럼... 아주 천천히...... 희미한 시야가 점차 어두워지면서 졸음이 몰려온다... 힘이 없다...... 창밖이 조금씩 어두워져 간다......
끝났습니다. 미숙한 솜씨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곳은 어느 공원의 안이었다. 어린이 동산 같은 것은 없지만 훌륭하게 산책로와 연못이 배치되어 있다.
부모와 아이들, 아니면 연인들로 활기차던 이곳에도 불경기의 여파인지 몰라도 아직 저녁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 공원의 바깥쪽을 가로지르는 산책로중 하나에 작은 몸집의 소녀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사립학교의 제복을 입고 있다. 짧은 컷트의 평범한 용모의 일본적인 미인형인 그 아이는 마치 자신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마냥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유리를 세공한 인형을 연상시킨다.
소녀의 진행방향에 있는 연못 부근에 역시 학교제복을 입은 소년이 가만히 서 있었다. 소녀는 그것을 보기는 했지만 표정이나 다리를 옮기는 페이스를 바꾸지 않았다. 다만, 요동치는 듯한 감정과 눈동자를 억누르듯이 어금니를 강하게 깨물어버린다.
소년과 소녀의 위치가 점차 가까워진다. 중학생 같아보이는 작은 몸집인 그 소년은 이상할 만큼 얼굴을 붉히며 여차하면 도망이라도 가버릴 것 같은 자세로 온몸이 굳어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여자아이의 용모에 때문에 생각이 깊게 빠져버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대로 아무일도 없이 단지 소녀를 통과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세를 고쳐서 팔짱을 끼는 것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해보였다.
이윽고 두사람의 거리가 충분히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줄어들었고 소년은 난처해하는 지, 아니면 웃어보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인상을 지으며 무슨 말인가를 소녀에게 걸었다.
그러나 소녀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니 소년이 그곳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대로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소년은 그런 소녀에게 바싹 뒤따라 붙으며 참을성있게 더욱더 많은 양의 말을 하고 있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소년의 말이 효과가 없는 듯 보였을 때, 갑자기 무표정한 얼굴로 소녀가 돌아서서 살짝 입을 연다. 그리고는 한마디만을 더지고는 다시 뒤돌아서 정면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시후 두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소년이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두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져 있었고 뭔가 은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돌연 지금까지 머리 속을 가득채우던 그 풍경이 사라져버리면서 눈앞이 캄캄해져 버린다. 분명 연못의 새소리나 분수대의 물결소리는 들려오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두운 암흑뿐이었다.
문득 깨달아보니 어느새 가슴의 아픔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장면이 바뀌어 어슴푸레한 실내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그 방의 침대위에서 나는 알몸인 상태로 옆으로 누워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자 아까와는 다른 사내 아이가 침대옆의 의자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내밀은 오른손이 나의 뺨을 천천히 부비면서 체온을 전해주고 있다.
가슴의 아픔이 사라진 것은 그의 손바닥이 쓰다듬어주는 것에서 나오는 평안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얼굴을 떼고 손바닥과 손가락에 몇번이나 입맞춤을 하고는 입술을 내밀어 핥아준다. 그런데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손가락끝을 입에 품고는 혀를 감아올리며 가볍게 빨아본다.
그렇게 본능에 맡겨버린 애무를 여러 번 반복하던중에 혼탁한 의식의 간격을 매우려는 듯이 빛이 가려진다.
그 사내아이의 얼굴이 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을 가리고 있다. 문득 그 사내아이의 얼굴을 쳐다본다.
"......"
그렇다, 나는 이 사람을 안다.
나에게 여러가지를 알려준 사람이다. 강한 포옹과 부드러운 애무, 체온과 마음의 따스함, 넓은 가슴... 상냥한 말과 깊은 잠......조금전 꿈에서 보았던 작은 소년이 아닌 성인으로 성장해버린 듯한 체격의 남자이다.
"하야사와..."
목소리로 전해지는 나의 이름을 들으면서 영혼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여기가 자신이 편안해질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신호였다.
어떻게 할까 망설일 것도 없이 기쁜 마음에 나는 몸을 일으켜 그 품에 안기면서 가슴의 윤곽에 뺨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평소에 익숙해져있던 셔츠의 촉감이 내 의식속으로 스며든다.
자신만이 알몸인 것이 조금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남에게 보여질때의 가슴떨리는 감각을 기억해 낸다.
어째서 오늘은 이렇게 꿈결같이 포근하고 기분 좋은 것일까를 멍청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갑자기 귓가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정말 고양이 같아..."
고막이 떨려왔다. 목소리를 목소리로서 인식하는 그 현실적인 감촉에 문득 묘한 어색함을 느끼면서 눈에 힘을 주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하지만 실루엣처럼 드리워진 그의 얼굴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하야사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러주며 얼굴을 밀착해온다. 목에서 움직이는 감촉이 느껴진다. 그의 체중도 느껴진다. 다시한번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이젠 깨었니?"
"무슨 말이야? 깨다니?"
질문을 계속하려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의 체중이 주는 압박감이 머리속에서 지워진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몸에 닿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나는 당황하며 손을 휘져어보자 이불이 잡아당겨진다.
"어머!"
혼란스러움에 눈을 떠보자 창가에서 밝은 빛이 들어오고 있는 나른한 오후의 나의 방안이었다. 천장에 그려진 벽지의 익숙한 모양들과 머리맡에 놓인 자명종에서 초침이 돌아가는 사각거리는 소리만이 가득한다.
"!!!!!!"
지금은 여름방학이다. 지방에 내려가 있던 기타하라와는 이미 삼주 가까이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일찍 출근하는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느라 부족한 새벽잠을 대낮에 침대위에서 보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런 것을 생각하다가 나는 갑자기 뺨이 뜨거워지면서 동시에 가벼운 자기 혐오를 느꼈다.
이렇게 한가로운 낮잠을 자버리고는 어렴풋이 정신이 들무렵 기타하라를 생각하면서 자위를 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오늘뿐만이 아니었다.
과거에 자위를 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타하라와 첫관계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이상하게도 중단되어 버렸다. 그런데 여름방학에 접어들고부터 다시금 외로움을 느껴버렸는지 이삼일에 한번은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시계를 보자 아직은 오후한때, 잠을 잔 것은 한시간이 안되었다.
고개를 들어 기타하라의 모습을 확인한 후에도 그가 잠자는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은 꽤나 충격이었다. 오늘 방문할 것이라는 통화가 있었지만 예상외로 약속을 지켜준 것은 뜻밖이었다.
"어제 네 호출을 받고 난 다음에 곧바로 올라왔어... 아침부터 서둘렀다구..."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나는 유심히 그의 표정을 지켜보았지만 특별히 화를 내거나하는 기미는 없었다.
어제 저녁에 기타하라에게 호출을 해서는 조금은 심하게 짜증을 내어버렸다. 속이 상한 상태가 계속된 것이 마음에 쌓여있던 터라 오랜동안 만나지 못한 것까지 포함해서 그에게 원망스러운 말을 해버렸다.
"지난번에 유향하고 있었던 일로 너무 기분상해하지마... 그 비오는 날 이후로는 다른 여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나두 스스로 무책임한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네 목소리를 들으니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달려온거야..."
심하게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평소의 기타하라와는 달랐다.
유향은 바로 이마무라의 본명이다. 중학교 졸업식날에 그녀에게서 고백을 들었다는 말을 돌아오는 길에 두사람이 터벅터벅 걸으며 이야기해주었다. 그렇지만 기타하라는 한사코 그녀와는 깊은 관계가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말이 나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마무라는 초등학교시절부터 기타하라를 짝사랑해왔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교제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타하라는 고녀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반면 나는 순결을 주어가면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사랑이나 그보다는 덜한 애뜻한 감정을 주고 받지 못하고 있다. 대가를 바라고서 사귄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못내 아쉬움이 드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은 갑작스레 나타난 기타하라를 보는 순간 참았던 감정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종업식날에 너 때문에 이마무라가 울어버렸어, 혹시 너두 그 아이를 좋아하는게 아냐?"
나는 필사적으로 복받칠 것 같은 오열을 참으며 물어보았다.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마... 여러 번 설명해 줬잖아..."
"그날 내가 기타하라의 집에 마구 들어가 버렸다는게 실망스러워... 그때 변덕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괜찮았을텐데... 너두 이마무라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구..."
그말을 하면서 나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외롭게 살아왔다는 것, 그것이 지금와서는 회복하기 힘들정도로 엉망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말로 만들어 밖으로 토해내는 순간, 이성과 감정들이 의식을 흔들어놓을만큼 복잡하게 섞여버리면서 나는 반쯤 패닉에 빠져버렸다.
"어떻해... 어떻게... 어쩌면 좋아............"
드디어 눈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이를 악물면서 크게 호흡을 하고 오열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고개를 숙이자 이불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단하나의 애정도 없이 그저 친구로서의 사이로 못박고 있으면서 틈이 날때마다 서로의 육체를 탐닉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기도 했었다. 연애경험이 많았다면 부담을 느끼거나 곤란하게 생각되면 쉽게 끝내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만남에서 기타하라가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도 원인이겠지만 몸을 이용해서 자신과의 이음새를 이어주고 휑하니 뚤린 것 같은 가슴을 메워주는 고마움을 잊을 수 없기에 비정상적인 관계가 이어져오다가 끝내는 몇 년동안 계속되어오던 짝사랑까지 망쳐버렸다는 생각이 자신을 심하게 추접스럽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
어쩌면 기타하라는 사랑 같은 것이 없이도 여자와 얼마든지 뜨거운 관계를 성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예전부터 소중하게 느끼는 이와 애틋한 사랑을 만들어가다가 그것이 알맞게 영글었을 때 몸을 허락할 수 있으리라는 소녀다운 상상을 하고 있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던 기타하라가 갑자기 큰 소리를 냈다. 마치 고함을 치는 듯한 그 목소리에 깜짝놀라면서 무의식중에 얼굴을 들어 그를 올려보았다.
곧바로 무슨 말을 들으리라 예상했지만 그는 입을 반쯤 벌린채 쏘아보는 듯한 눈동자를 한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일단 입을 닫고 조금은 나의 시선을 피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보통의 목소리로 돌아와 말했다.
"내가 그때 너에게 말을 걸었던 것은 네가 마치 울 것처럼 보여져서 그랬어, 비따위를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걸어가는 너한테 도움을 주려고 했을뿐이야..."
".................."
나는 왜 기타하라가 지금와서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는 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착각이었지만 너는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클래스메이트 중에 한 사람이고, 조금 어루만져 준다고 해서 즐거워하면서 껴안겨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계속 잇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는 네 몸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고 그 이상을 생각해본적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구 생각해, 모든게 나에게는 절대 소중하단 말이야... 누구보다도 상냥하게...... 너를 두번 다시 외롭게 만들고 싶지 않아... 진심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기타하라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네가 웃으면 나도 기뻣고 네가 말을 걸어올때는 나도 즐거웠어, 네가 말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이마무라보다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순간적으로 이 사람은 이렇게까지 상냥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네가 이마무라 때문에 속이 상해버린 것은 알고있지만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있게 하고 싶지않아"
한계였다. 이미 참을 수 없을만큼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악물고 있던 이빨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가면서 눈앞이 흐려졌다.
나의 기분에 호응하는 것처럼 기타하라의 어조도 점차 굵어지고 있었다.
"너를 만나지 못해도 좋아, 더 이상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울고 싶으면 몇시간이라도 안아줄 테니까 울어도 괜찮아, 더 이상 혼자서 우는 것만은 그만두어......"
그곳까지 말해버리고 난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너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 하지만 내가 없는 곳에서 네가 그렇게 우는건 정말 싫어......"
나 혼자가 빚을 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워버리라는 듯한 기타하라의 말이었다.
내가 자신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서 '너의 탓이 아니다'라고 들려주는 것이 그 어떠한 위로의 생각보다도 나를 훨씬 안정시켜주었다.
그의 말은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하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위로의 말을 듯는 순간 설사 그것이 속임수일지 몰라도 나는 그리움이 흘러넘쳐 이미 멈출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가슴을 가리는 것을 잊어 양손을 힘없이 내려버렸다.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싶었지만 약속을 지키려는 듯이 한참 전부터 나를 껴안고 있는 그의 가슴에 억눌려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있는게 불편했는지 울음을 멈추었지만 그의 팔힘은 줄지 않고 있었다. 내가 불편하다는 의사를 표시하려고 몸을 약간 비틀자 몸을 감싸고 있던 기타하라의 신체에서 힘이 빠진다.
조금전에 술취한 듯한 히스테릭한 태도와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린 것을 생각하면서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자 기타하라가 몸을 굽혀 얼굴을 가까이 붙여온다.
시선이 맞닫자 기타하라는 자연스럽게 언제나처럼 입술을 가볍게 훔치며 가벼운 키스를 한 뒤, 뺨과 이마에 몇번이나 입맞춤을 해왔다.
울어버려서인지 눈시울에 접촉해오는 그의 키스가 무섭게 좋았다. 그래서 다시 그의 입술이 다가올때는 살며시 입술을 열고는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될대로 되라지'하는 식이었는지 모르지만 오래간만이었는지 전신의 체액이 녹아버리는 것처럼 뜨겁게 되어버리면서 기분이 좋아져서 그의 혀가 실어오는 타액을 몽롱한 상태에서 받아들였다.
"으응......"
어느새 자세를 바꾸었는지 키스를 끝냈을때는 그가 나의 몸을 비스듬하게 올라타고 있었다.
"아... 기타하라의 그것이......"
기타하라의 표정이 난처해하고 있는 것처럼 바뀌었다.
"왜? 이상하게 느껴져?"
"아,아니... 나를 자유롭게 놓아준다고 했는데 지금와서 받아들일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울음을 그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나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기타하라는 내가 한 말이 걱정스럽다고 생각지는 않았는지 크게 한숨을 쉬고는 안도하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옆에서 나를 껴안고 오른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어루만져 준다.
그 감촉에 넋을 잃고 있자 그는 얼굴을 밀착시켜 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나는 평상시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 만날 수 없는 동안 너무나 불안해졌었어, 그래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단말야"
물론 내가 말하는 것은 조금전 몽정를 하던 장면을 그에게 고스란히 들켜버린 것이 부끄러워서 해대는 변명이었다.
"괜찮아, 난 상관하지 않아..."
"......"
당연한 대답을 들었지만 왠지모를 수치심에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괜히 외설스럽다고 생각지는 말아줘, 난 그냥... 어쩐지 기타하라의 물건이 되어버린다고 생각나면 너무 안심이 되버려... 그러니까 나는 기타하라의 물건이야..."
기타하라는 한동안 나지막한 숨소리를 고르게 내쉬면서 나의 머리카락과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훌쩍거림이 멈춘뒤에 그가 몇번 가볍지만 따스한 키스를 귓불과 뺨에 해주었다.
간신히 기분이 조금 밝아지면서 나는 기타하라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는 변함없이 얼굴을 돌린채 이곳을 보려고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 시선을 맞추지 않는 것이 버릇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부자연스러웠다.
"왜 딴 쪽만 보고있어?"
내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하자 기타하라는 당황해 하며 고개를 돌려봤지만 곧바로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기타하라?"
"아, 미안해... 이것봐, 네 알몸이야... 삼주만에 보는거잖아, 그래서..."
"아잉~ 싫어, 그렇게 보는 건......"
울고 있는 동안에 내 자신이 완전히 벌거숭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음을 깨닫고는 안달을 했다.
비록 기타하라는 아무말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뚫어지는 듯한 시선에서 나는 곧바로 불안함을 느껴버렸다. 조금은 지나친 표현이 될지 몰라도 이렇게 부드럽게 접근해오는 그에게서, 지금의 정신적으로 약해진 나를 성욕의 대상을 보고 있는 것이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항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그와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섹스라는 것이 필수적으로 연결되어 왔지만 아직까지는 그에게서 묘한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기타하라처럼 상냥한 아이도 없었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역시 그가 소중했다.
"내가 위로 올라가서 입으로 해줄까?"
사실은 그가 먼저 요구해올까봐 걱정하고 있었다. 기타하라가 자신의 그것을 입으로 애무해주기를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던 것은 두번째 섹스, 바로 이 곳이었다.
그런 말을 하고서는 혹시 내가 바싹 앞으로 다가온 성적인 감촉에 미리 흥분해버려서 그에게 입으로의 애무를 슬며시 물어보았는지도 몰랐다. 그것은 육체적인 쾌락을 앞서는 내자신이 스스로 원하는 것이었다.
"아냐, 너를 괴롭히면서 까지 시키고 싶지는 않아..."
예상외로 안된다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은 시키고 싶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로 너를 기쁘게 해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조금은 괴롭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싫은 것만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듯한 그의 태도가 나의 도발적인 말을 유도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머뭇거리던 기타하라는 간신히 결정을 했는지 몸을 돌려 팬티를 내리고는 주저없이 자신의 물건을 꺼내어 밖으로 내놓았는데 그것은 이미 완전히 크고 딱딱하게 되어 있었다.
첫 경험을 제외하고는 항상 변함없이 바라만 보아도 약간의 흥분이 되면서 공포나 불안감이 사라져 버렸다.
"불편하거나 싫으면 말해도 좋아..."
나는 오른손을 올려서 눈앞에 놓여진 그것을 흠칫거리며 손에 쥐었다. 입에 넣는 것에 비하면 거부감이 별로 없는 이 행위조차도 나의 이성을 대량으로 지워버리면서 격렬한 긴장감에 몰아넣었다.
자연스럽게 몸을 이동해서 그의 물건에 얼굴을 가져가 대었다. 묘한 체취가 느껴오지만 상관하지 않고 그 첨단에 입맞춤을 하고는 뺨이나 가슴을 애무할때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빨거나, 혀로 툭툭치거나 한다.
가능한 섬세하게 위치를 바꾸면서 같은 것을 몇번이가 반복하다 보면, 가슴속을 가득해우고 있는 희미한 망설임의 흔적따위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눈앞의 그것이 점차 사랑스럽게 느껴져 왔다.
그렇게 하면서 단계적인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서 지금까지보다 크게 혀를 내밀고서 아래쪽부터 위를 향해 강하게 핥아버리기 시작했다.
"으읍......"
기타하라는 짧지만 깊은 폐속에서 새어나오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버린다.
차라리 그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는 것에 안심감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봉사에 몰두해서 혀와 타액을 실어 이번에는 측면을, 가능한 한 깊은 뿌리까지 키스와 애무를 반복했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으로서는 침대위에서 상대 남성에게 자주 써먹고 싶은 방법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꽤나 진지하게 어떻게 하면 입으로 기타하라의 기분을 좋게 해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페라치오라는 것은 행위자체로는 입을 여성기로 착각하게 만드는 행위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실제로는 구강 전체를 여성의 질구처럼 좁게 오무린다음 구강의 내벽으로 가능한 한 많이 압박하고 스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한대로 쉽게 행동에 옮길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혀끝뿐만 아니라 혀전체를 강하게 그의 물건에 감아올리면서 머리를 비트는 것처럼 왕복운동을 반복하다보면 어느새 기타하라가 쾌감을 느껴가고 있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느새 머리위에 올려진 그의 손가락이 아플정도로 힘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으로부터 움직이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는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난폭하게 내쉬는 그의 숨소리가 귀에 와닿는다.
"으헉...... 아......"
나는 아직까지는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았지만 점차 그 행위에 탐닉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럼과 동시에 배의 깊숙한 곳도 점차 뜨겁게 되어갔다.
혀는 타인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안쪽에 위치한 작은 크기의 감각기관이다. 그러므로 혀에서 느끼는 타인은 자신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실감하고 있는 나는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쾌감못지 않게 나자신이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기타하라의 호흡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슬슬 마지막이 가까운 것이라고 알아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어느새 그 순간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
나는 예상되는 기타하라의 쾌감이 절정을 향하는 것에 맞추어 왕복의 페이스를 빨리 했다.
"아핫, 하야사와... 가버릴 것 같아..."
기타하라가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버린 후, 구강안의 물건이 맥박치도록 팽창했다. 힘껏 깊은 곳까지 머리의 위치를 가라앉히는 것과 동시에 목의 깊숙한 곳을 향햐 따뜻한 점액이 쏟아올라 방출되기 시작했다.
"으읍...읍..."
나는 몽롱한 상태에서 그것을 삼켰다. 그러나 토해내진 정액은 생각한 것보다도 대량이었다. 뺨을 한껏 오무리고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삼켜버렸지만 입끝으로 약간 흘려버리고 말았다. 전번보다는 여유가 있는 탓인지 어떻게든 놓치지 않고 만족스럽게 마셔버리기는 했다.
"휴우........."
완전히 사정이 끝난 것을 확인하고서 그의 물건을 입에서 꺼내어 타액과 혀로 번들거리는 정액의 나머지를 햝아주고는 입안을 타액으로 적당히 씻었다. 그리고는 크기와 강도를 잃은 그것을 다시 한껏 입에 품고는 치약을 짜내듯이 빨아내어 내부에 남아있는 모든 것을 정성껏 처리했다.
뒷처리를 하는 중이었지만 그렇게 하는 도중에 그것은 다시 입속에서 팽창하기 시작했다.
"!!!"
아무리 젊은 청년이라고 해도 그렇게 빠른 시간에 힘을 되찾는 것은 여지껏 둘사이의 섹스에서도 경험해본적이 없는 놀라움이었다.
공연히 기쁘게 된 나는 봉사를 재개했다.
기타하라는 잠깐동안 그것을 즐기더니 잠시후 자신의 물건이 완전히 튼튼함을 되찾아버리자 나의 머리를 들어 허리를 비틀면서 토해내게 한다.
"하야사와, 이젠 괜찮아..."
기타하라의 쓴웃음을 담은 목소리에 나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어머..."
그의 첨단을 혀끝으로 문지르던 나는 당황스러움에 입을 다물었다.
비교적 냉정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전보다도 훨씬 깊게 행위에 몰입하고 있던 것 같았다.
물끄러미 그의 사타구니를 응시하고 있자, 기타하라는 의자옆에 놓인 티슈를 몇장 뽑아서 입술과 턱을 닦아주었다.
"좋았어?"
사정까지 이끌었기 때문에 당연히 좋았으리라 생각했지만 어쩐지 궁금해지는 것을 참지 못해 물어본다.
"아! 정말 좋았어... 너는?"
한번끝난뒤 두번째로 접어들려고 하면서 기타하라는 나의 흥분상태를 가늠하려고 되물어왔다. 그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좋다고 말하자니 괴롭기도 하고 싫다고 하니 그가 위축되는 것이 신경쓰였다.
"나,나는 잘 모르겠어... 그냥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
"마치 꿈속같았어, 특히 네가 마셔주어서..."
페라치오를 한다면 당연히 마지막에 나온 정액을 마시는 것은 당연했지만 기타하라는 의외로 내가 삼켜버린 것에 흥분하는 것 같았다. 내가 눈을 갸름하게 뜨고 망설이고 있자 기타하라는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건..."
"?"
기타하라는 왼팔로 나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 내가 잠시 생각을 놓치고 있는 사이에 그는 오른손을 나의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곳에 침입시켜 온다.
"그전에도 그랬지만 벌써 젖어 있겠지?"
기타하라는 음순을 억지로 벌리면서 중지를 넣어왔다. 나의 그 부분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젖은 감촉과 함께 그것을 받아들여 버린다.
"으응......"
내부의 점막을 강제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끝까지 삽입한 중지를 천천히 움직이자 나는 주저없이 신음소리를 내어버렸다.
"어때? 좋아지는 것 같아?"
나는 그말을 들으면서 어깨를 비틀었다.
"으응... 몰라......"
내가 솔직한 답을 피해버리자 기타하라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소리가 귀에 닿으면서 나는 전신을 진동시켜버렸다.
"어때? 좋아지는 것 같지 않아?"
이번에는 중지를 천천히 왕복시키면서 기타할는 집요하게 답을 요구했다. 동시에 왼손을 겨드랑이 밑으로부터 침입시켜 완전히 딱딱하게 된 나의 유두를 집게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지르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싫어한다면 기타하라도 나를 이렇게 까지 몰아붙이면서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치심 때문에 내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타하라의 물건을 직접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하기를 원했지만 대신에 스러질 것 같은 목소리로 나는 어떻게든 답했다.
"조,좋아... 기타하라가 직접 해주니까......"
부끄러움이 폭발해버려서 뺨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흘러넘쳤다.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하라는 나의 말에서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중지와 약지를 침입시켜 왔다. 그리고는 두개의 손가락을 이용해서 나의 내부를 한껏 벌리려는 듯이 힘을 주었다.
"응......"
수치심과 계산된 어중간한 자극 때문에 완전히 민감해진 신체는 그 손가락의 움직임에 망설임없이 반응을 해버리면서 입으로부터 신음소리를 흘러보냈다. 무의식중에 보다 깊은 쾌감을 얻으려는 듯, 허리를 좀더 앞으로 내미는 자세가 되어 버린다.
"음......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질의 근육이 수축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마치 기타하라의 손가락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것처럼 착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신체에서 전해지는 기묘한 반응을 느끼면서 나의 이성은 불위에 올려진 버터처럼 급격하게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혼미한 상태에서 꿈속에 빠진 것 마냥 쾌감을 탐닉하고 있는 순간, 갑자기 귓전으로 기타하라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야사와, 한번 해볼까?"
기타하라는 나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접근하고는 왼손으로는 엉덩이를 안고, 오른손으로 노출된 비열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아아......"
손가락을 이용해서 벌써 준비가 되어있는 그 부분을 한층 넓히거나 상단에 위치한 돌기를 일부러 피해서 그 주위를 어루만진다.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기타하라의 시선은 평소가 같아보였지만 오늘은 왠지 관찰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어서 수치심이 더욱 거세어 졌다.
"기타하라... 아잉, 부끄러워......"
몹시 울먹이는 소리로 호소하자 기타하라는 나의 얼굴표정이 재밋다는 듯이 올려보다가 좀더 부끄러움을 부추기는 말을 했다.
"이렇게 보니까, 네 털, 얇은데..."
그렇게 말하는 기타하라는 미소를 띄우고 있지만 말의 내용과는 달리 즐기는 것보다는 멍청하게 보여졌다. 그 표정에서 안심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치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아앙~ 그런 말을..."
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비틀었다. 그 약한 저항에 기타하라는 씨익 웃어보이며,
"사랑스러워, 하야사와..."
라고 말하면서 나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접근해서 그대로 입맞춤한다.
".................."
그것은 마치 입술에 해주는 키스 같은 상냥하고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접촉해온 입술이 떨어지지 않고 강하게 밀착되면서 혀의 촉감을 느껴버리는 순간 그 부분이 녹아버리는 것 처럼 뜨겁게 변해버렸다.
점점 자세가 불편하게 느껴지자 나는 무의식중에 기타하라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그의 얼굴을 억지로 붙여버리는 것 같은 형태가 되어버렸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만한 여유는 없었다. 몸을 일으켜 앉아버리지 않았던 것은 그의 행위의 방해가 되는 것을 무의식중에 피했기 때문이다.
내가 휘청거리는 것을 깨달았는지 기타하라는 오른팔도 왼팔과 마찬가지로 엉덩이를 강하게 감싸안으면서 조금의 벗어나려는 몸짓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 감촉이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더 이상의 반항을 하지 않았다.
당분간 그렇게 애무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는 기타하라는 나로부터 떨어졌다.
지탱을 잃어버리려서 몸이 휘청거리자 나는 침대위에 널부러져서 반쯤 몽롱한 상태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이상한 표정은 짓지마..."
기타하라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서 침대에 바로 눕혀주었다. 그리고는 사이를 두지 않고 곧바로 상체를 끌어올려 나를 품으면서 예고도 없이 침입해 온다.
"아핫!"
언제나 먼저 통보를 하고서 삽입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완전히 의표를 찔렸다. 그러나 촉촉해져 있는 신체는 완전히 준비가 갖추어지고 있었으므로,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을 받아들여 버린다.
신체가 밀착한 상태에서 기타하라는 한 번 움직임을 멈추고는 뺨을 어루만져 주면서, 성실한 얼굴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야사와, 오늘 괜찮은 날이야?"
물론 기타하라는 나의 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확인절차에 불과한 일이었다. 만나지 못한 지난 삼주동안에도 정상적으로 생리의 주기가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첫 관계때는 서로가 무지한 상태에서 질내 사정을 해버렸지만 다행히 임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두번째 이후에는 기타하라가 콘돔을 준비해서 사용하고는 했었다. 물론 안전한 날에는 사용하지 않은 적이 있었지만 나의 희망과는 달리 그는 되도록이면 콘돔을 사용했다. 나로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훨씬 좋았지만 기타하라는 의외로 소심함을 보이며 신중하게 행동했다.
잠깐동안 내가 침묵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타하라는 긴장된 목소리를 감추면서 마치 상관없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콘돔따위는 쓰고 싶지 않아..."
긴장감인지 그의 신체가 약간은 굳어져있다.
"그,글쎄..."
생각하지 않고 망설임을 말해버렸다. 그러나 기타하라가 어째서 직접 내부에 사정하고 싶어하는 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보다 깊게 나의 의식속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
짧은 시간의 침묵과 정적이 맴돌았다. 체온이나 주기를 통한 것이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은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나에 대한 소유의식을 좀더 깊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었지만 당신의 나로서는 그런 것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인 기타하라는 정적에서 깨어나 이윽고 천천히 피스톤운동을 시작했다.
"아아~ 너무해..."
직전까지의 입으로의 애무 때문에 시실은 절정에 달해버릴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필사적으로 견딘다.
"............"
"평소보다 많이 흥분하는 것 같아"
피스톤운동이 페이스를 빨리하면서 기타하라는 신음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평상시보다 더욱 흥분했는지, 혹은 긴장했는지 하반신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그런 것은 훨씬 자극적인 감촉으로 내게 전해졌다. 크게 헐덕거리며 입을 벌리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아...앗!"
이성적인 상태에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지금 이상태로는 헐덕거리는 목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의 모습을 깨달아준 기타하라가 하는 말은 선명하게 들려왔다.
"좀 더 견뎌... 조금만..."
라고 말하면서 허리의 움직임을 좀더 깊은 위치로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었다.
"핫... 아핫...아..."
머리를 흔들어 버리고도 싶을 정도로 정신없었지만 절정에 달해버리고 싶은 충동만은 지울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게 그의 움직임에 순응해버리고 있었다.
"하야사와"
기타하라의 왼팔이 나의 상반신을 움켜 쥐면서 그 다음은 오른팔이 등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적극적으로 강하게 나를 감싸안는 포즈를 취하는 그에게서 절정의 순간에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앗, 앗... 아앗......"
기타하라는 돌린 양팔로 나의 몸을 껴안으면서 동시에 한번에 허리를 들이밀면서 가장 깊은 위치까지 자신의 그것을 침입시켜왔다.
"하야사와!!!"
"아악... 아..............."
나는 크게 소리를 높여버리며 절정에 달했다. 그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이 크게 수축을 함과 동시에, 따뜻한 점액이 뱃속 깊숙한 곳에 밀려들어오는 감촉을 느껴버린다.
"아... 으응......"
심하게 전신을 농락하고 있는 쾌감의 휘말림속에서 점차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간신히 머리속에서 오랜만에 맛볼 수 있었던 포근함과 안동감을 기억해냈다.
탈진한 듯 꼼작도 않는 기타하라의 무게와 어깨너머에서 들리는 난폭한 호흡이 너무나 기분좋게 느껴졌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기타하라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실감하고는 나는 전신으로부터 힘을 뺐다.
함께 가벼운 샤워를 한 뒤에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하는 것처럼, 침대위에 주저앉아 어깨를 감싸안고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샤워를 하고는 이방으로 돌아와서 얼싸안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벌거벗은 채였다.
"그런데 어떻게 집에 들어왔어?"
아까부터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문득 물어보았다.
기타하라가 왔을 때 나는 당연히 혼자서 집에 있었기에 현관문을 걸어잠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실은 엘리베이터에서 네 아버지를 만났어"
"아버지를? 어떻게?"
"글쎄, 비행기 티켓을 놓고 왔었다고 하시는 것 같던데... 너를 만나러 왔다고 말씀드리니까 열쇠를 건네주시면서 들여보내주시고 가셨어..."
나는 속으로 심하게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런 나이의 딸이 혼자있는 집에 남자를 방문하게 하는 경솔한 방법이 후회되었다.
"그래서 방안에 왔는데 네가 자고 있더라구... 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가셨구... 그저 낮잠을 자는가보다 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알몸으로 자고 있더라구..."
"아... 그,그건..."
이제와서 알몸으로 잠을 자면서 남자를 그리워하는 몸짓을 보였다는 것이 기타하라에게 알려졌다는 것에 대해 나를 괴롭히는 원인이 되어버렸다. 외설스럽게 상상을 펼치다가 남자에게 들켰다는 것은 죽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하지만 내 표정에서 난처함을 읽은 듯이 기타하라는 일부러인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아서 그냥 뺨을 만져봤어, 십오분은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나중에 알아차리고는 눈을 뜨더군"
나는 눈을 감고 조금전 꿈속에서 느껴졌음직한 그 손바닥의 감촉을 맛보았다.
"응, 그 꿈이 도중에 끝났 것은 역시 기타하라의 덕분이었어"
기타하라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꿈? 혹시 일전에 있었던 일들과 관계있는 거야?"
"아니, 상관없는 일이야... 신경쓰지 말아줘..."
의외로 냉정하고 대답해 버렸다.
"알았어, 네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묻지 않을게"
약간은 썰렁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다. 나는 잠깐동안 헤메고 있었다.
"아! 오늘부터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셔, 일주일은 걸리실거야... 만일 네가 좋다면 함께 잘 수 있을까? 아니면 오늘말고도 내일이라도... 며칠간도 가능할 거야"
집밖에서 잠을 자는 것은 쉽게 허락받을 만한 것은 아니기에 대답을 듣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화제의 전화에도 기타하라는 곧바로 답을 준다.
"좋아, 일주일간은 힘들지만 오늘밤이라면..."
"정말? 함께 있을 수 있어?"
눈을 치켜뜨고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동시에 경탄의 소리를 내며 그의 팔을 붙잡고 매달리듯 말했다.
벌써 몇번을 함께 피부를 맞대어온 사이에서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이제와서 무엇을 수줍어할 것인가를 생각했다.
"아이, 너무 좋아... 함께 있을 수 있다는게..."
나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애교스러운 몸짓으로 그의 볼에 키스를 했다.
거실에서 기타하라가 전화상으로 부모님께 외박을 허락받기 위해 교섭을 벌이는 동안 나는 옷을 갈아입겠다면서 방으로 돌아와 베개를 안고 침대에 풀석거리며 엎드렸다.
예상밖으로 쉽게 풀리는 지 그의 대화는 특별히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없이 풀려나가는 것처럼 들려오고 있었다.
하나의 여자아이로서 지금 스스로 겪고 있는 일이 일말의 불안감을 조성하고는 있지만 반대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마음의 평온과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 두가지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나자신을 돌아본다. 처음에 비가오는 그의 집앞에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머리속에서 다시 조립해보면서 자신의 의지에 의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생각을 만들어내며서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중이었다.
불행히도 나에게 있어서 그당시에 느끼고 있던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지독한 외로움이 달래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는 나에게서 거리감을 두고 조심스러워하는 기타하라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고, 애인이기보다는 친구로서 생각하려 노력하는 우리들의 관계에서 일종의 상실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와 가벼운 가쉽거리를 떠들고 품에 안겨서 아무런 걱정없이 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순수한 만남과 비교하자면, 서로가 부끄러운 자세를 취하면서 절정을 향해 육체를 탐닉하는 행위가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나쁜 행동인지는 몰라도 결코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며 자학하고 싶지는 않았다. 항상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던 혼자만의 세상에서 벗어나 그를 만나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머리속이 시원스럽게 맑아지지는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것이 언젠가는 후회로 바뀐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나 자신이 측은하게 느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미 나는 처음 그날이후로는 헤어질 때 그의 표정을 보고서 잠자리에 드는 순간 기분이 좋을지 어떨지 판단하게 되어버렸다...
문밖 거실에서 밝은 목소리와 함께 통화가 끝났다. 당연히 밝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맥이 풀려버린 몸은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한껏 늘어져 가고 있다.
그가 옆에 있어준다면, 적어도 상처가 있더라도 아픔만은 누그러지리라 생각했다.
몸이 풀려간다. 녹고있는 얼음처럼... 아주 천천히...... 희미한 시야가 점차 어두워지면서 졸음이 몰려온다... 힘이 없다...... 창밖이 조금씩 어두워져 간다......
끝났습니다. 미숙한 솜씨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