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각색

Pure innocence 제3편

조회 5384 추천 1 댓글 0 작성 14.09.04

비는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지만 화요일 아침에는 등교를 위해 집을 나설때는 거짓말같이 완전히 개어있었다.
그날 오전중에 예정된 생리가 왔다. 주말에 있었던 일 때문에 약간은 걱정스럽고 우울한 기분이 되어버렸지만 내 지식이 틀림없다면 그날은 소위 안전한 날이었고 최근에는 생리주기가 규칙적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었다.
점심시간이 되어도 맑은 하늘은 계속되었지만 나는 옥상으로 올라와 버렸다. 도시락을 먹어야 하겠지만 식욕도 없고 다른 아이들의 점심식사 냄새도 이상할 만큼 싫게만 느껴졌다.

아직은 더운 계절이었지만 다행히 그날은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어서 옥상에 있는 것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펜스에 등을 기대고 있자니 조금은 편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옥상에서는 공을 가지고 노는 것이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방금 시작된 이 시간에는 올라오는 학생들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는 무슨 생각할 것이 있으면 자주 올라오곤 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서 하늘과 세상을 쳐다보고 있을 무렵, 문득 출입구쪽에서 걸어오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타하라였다. 똑바로 이곳을 걸어오고 있었지만 어쩐지 고개를 숙인채 나를 의식하고 걷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몇 걸음을 오더니 얼굴을 들다가 잠깐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하야사와!"
"응, 안녕~"
가볍게 손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학교에서는 아직까지 전혀 관계없는 사이로 지내자고 약속했지만 여기는 사람도 없고 단순히 클래스메이트사이로서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기에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두 안녕..."
기타하라는 왠지 생기가 없어보였다. 특별히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낙담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 생리 시작됐어"
기타하라는 곧바로 얼굴을 붉히더니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일순간 무슨 말인지를 알아차린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행이구나..."
그러면서도 표정은 그림자가 지워지고 있었다. 그가 모처럼만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이런 장소에 올라온 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만남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교정에서 친구들과 격렬한 농구따위를 하는 것이 그에게 어울린 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옥상에서 그를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혹시 컨티션이 나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갛게 보이지?"
나의 지적에 그는 붉게 된 왼쪽뺨을 손바닥으로 만져본다.
"내가 몇대 때렸어"
"때려? 왜?"
"그럴 일이 있었어......"
"아, 그래......"
왜 그랬는지 알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상관하는 것이 미안해져서 거기서 말을 잘랐다. 내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것을 간파했는지 기타하라는 입술에서 우스꽝스럽게 내밀면서 익살맞은 짓을 한 것같은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였다.
"아하하... 농담이었어..."
내가 기타하라와 친하게 된지는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항상 건강하고 밝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일부러 장난을 쳐가면서 걱정거리를 숨기려는 모습을 보고있자니까 동시에 나의 기분도 어두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슬슬 가봐야 겠네... 그럼 안녕..."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획~하며 등을 돌려 계단쪽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어쩐지 걸리는 구석이 있기는 했지만 내 기분이 울적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라 치부해버리고는 다시금 하늘을 향해 눈길을 돌려버렸다. 아직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다음날.
생리 이틀째이지만 나의 컨디션은 어제보다 한층 엉망이 되어있었다. 일단 진통제를 먹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매달 겪게되는 일이었지만 괴로움에 익숙하기 보다는 숙명이라고 생각해서 단념하고 있었다.
그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날은 수업 내용따위는 조금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어떻게든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가까스로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하야사와"
머리속이 상당히 엉망인 상태였지만 못알아 차린 것은 아니기에 뒤를 돌아본다.
"응......?"
기억속에 없는 목소리였기에 궁금해 하며 얼굴을 들어보자 서 있는 것은 쇼트 컷을 하고 있는 클래스 메이트였다. 하지만 이름까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전혀 대화가 없었던 아이였을 것이다. 헌데 그런 아이가 어째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지 은근히 불안감을 느끼면서 표정을 일그려뜨렸다.
이미 교실에는 남아서 수다를 떨어대는 몇몇아이들 외에는 주위에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으면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하야사와, 너 혹시 기타하라와 교제해?"
"!!!"
순간 심장이 굳어지는 것 같은 느낌과 동시에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알았다. 전신이 긴장하는 것과는 달리 표정에는 변화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무슨 말이야? 교제라니?"
무표정하게 조용한 목소리로 반문을 돌려주었다. 능숙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길 시간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동요을 알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서 였다.
"어제, 옥상에서 기타하라와 얘기하는 것을 봤거든... 네가 남자랑 얘기한다는 걸 본적이 없어서 특별한 사이인가 하고..."
가늘은 목소리로 핵심을 찌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말의 내용을 듣고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옥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기타하라나 나의 집을 드나드는 것을 보여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치더라도
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연애화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잠깐 이야기하는 걸 보고는 교제라고 의심하는 것은 실로 놀랍지만 위험한 상상력이었다. 만일 그녀가 조금만 생각을 발전시켜서 나와 기타하라의 관계를 깊은 사이이고 아무래도 둘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해버린다면 큰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짧은 순간에 나는 상당히 초조해졌다.
"말을 걸어온 건 그쪽이었구, 나는 평소에 옥상에 자주 올라가..."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채 무뚝뚝하게 말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벌떡 일어나면서 당황해서 말을 이었다.
"아니었으며 됐구...... 괜한 말을 했나보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나의 반격에 놀라는 것이 뚜렸했다. 여하튼 더 이상 추궁당하지 않고 끝난 것에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타하라와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서로가 학교에서는 조심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당연하기는 했지만 예상외로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안, 생리라서 몸이 안좋아..."
전신의 나른함을 토해내는 것처럼 크게 한숨을 불어내고는 허둥지둥 가방을 챙긴채 교실을 빠져나왔다.

어쩐지 석연치 않은 기분을 하고서 나는 귀가길에 올랐다.
이 근처는 구릉지대이기 때문에 비탈이 많다. 전에 살던 곳은 나의 행동범위 내에서는 거의 비탈다운 비탈이 없었지만 초등학교 오학년때 여기로 이사오고는 상당히 놀랐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왠지 입체적인 경치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었다.
헌데 오늘은 당연히 생리 때문에 체력이 딸리는지 역근처 저지대에 있는 학교에서 이 언덕을 오르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신나게 지나쳤을 만한 곳을 이미 조금전부터 자건거에서 내려 억지로 끌면서 오르고 있었다. 생리기간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각을 모면하기 위해 무리하게 끌고 나온 것이 이렇게까지 곤란할 줄이야...
정확히, 일주일전 나를 불렀던 목소리가 들렸다. 의외로 위로부터 이다.
"하야사와!"
"기타하라......"
얼굴을 들자 기타하라의 집 앞이었다. 등하교때 여기를 통과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나도 모르게 이곳을 오게 된 것이 신기했다.자연스러운 것이기에 여기서 그와 만나는 것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피곤함때문인지 멋있는 대답을 생각해내는 것이 귀찮았다.
기타하라는 이층의 자기방에서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는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올려다보던 잠깐사이에 다시 방안으로 몸을 감추었다. 예정된 만남도 아니었으므로 나는 대화가 끝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자전거를 끌기 시작했다.
"잠깐, 하야사와..."
십여미터도 나가지 않았을 때 이번에는 등뒤에서 불려졌다. 뒤돌아보니 기타하라가 나를 향해 달려 오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야?"
"아니, 힘들어보여서..."
"어머, 그날이니까 그래...... 그만 갈게..."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생리라는 사실을 그에게 말해버리고 있었다. 당연히 부끄러운 이야기겠지만 기타하라와의 사이에서는 꺼릴 것이 없었다.
"그래? 그러면 잠깐..."
생리라는 말을 해서인지 아니면 호의를 나타내는 것인지 기타하라는 일부러 헛기침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럼 내가 태워다 주지..."
"아,아냐... 돌아오기 힘들텐데... 그냥 매달 겪는 일일뿐이야..."
이런 일로 기타하라가 신경쓰는 것이 미안하기는 했지만 정작 사양하려는 의도도 없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기타하라는 마치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나의 머리위에 손을 올려놓으며 타이르듯이 한마디한다.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자건거 이리줘!"
하고는 나로부터 핸들을 빼았았다.
"자아, 어서 타..."
"...... 그럼...실례?... "

때문에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시간만에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역할을 달성했다고 맨션의 자건거보관소까지만 데려다주고 돌아서려는 기타하라를 나는 정색을 하면서 집까지 불러들였다.
기타하라에게 간단한 마실 것을 내어주고는 땀을 흘렸기 때문에 재빠르게 샤워를 하고는 파자마를 갈아입었다.
사내아이에게 파자마를 입을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기는 했지만 첫날에 전라까지 보여주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가능한 한 서둘러서 나오기는 했지만 그에게 내어준 잔은 이미 비어 있었다.
"다른 거라두 더 가져다 줄까?"
"아냐, 피곤할텐데 신경쓰지마..."
"응......"
그리고는 마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마냥 나는 기타하라를 따라 내방 침대에 올라가 길게 누워버렸다. 이불을 덮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살짝 펼쳐서 하체를 덮어주는 상냥한 기타하라의 행동을 막지는 않았다. 그가 옆에 있다는 것이 생리통과 무기력해진 몸을 회복시켜주는 것은 아닐지는 몰라도 전신에서 힘을 빼고 있자니 그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베게에 머리를 파묻고는 얼굴만 기타하라를 향한다. 그는 바닥에 앉아 침대에 몸을 기대어 정확히 눈높이를 맞추어 주고 있었다.
"부탁이 하나있는데......"
눈앞에서 미소지어보이는 기타하라를 쳐다보다가 순간, 응석을 부리고 싶은 생각에 조심스럽게 말을 열었다.
"뭔데? 사와야 할게 있어? 내가 사다줄까?"
"아니, 사실은... 뺨이 차가와서......"
기타하라는 일순간 묘한 표정을 짓더니 오른손을 뻗어 손바닥으로 나의 뺨에 올려놓아 준다.
"이렇게 해주면 돼? 좋아?"
무뚝뚝한 말투로 말하면서 나는 손을 들어 뺨을 덮은 그의 손에 올려놓는다. 그와 접촉하고 싶다면 어디든지 좋았다. 나는 단지 그의 체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기분이 들어버렸다. 착각이기는 했지만 그의 손이 닫아있는 빰으로부터 나의 모든 고통을 뽑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보니까 잠자기는 틀린 것 같아보여..."
그가 실웃음을 지으며 한마디했다.

그리고는 잡담의 시간이 되었다. 우리들 사이에서 특별히 공통의 화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은 오늘 학교에서 내게 질문을 던진 아이에게 맞춰졌다.
"응, 그런데 이름이 뭔데?"
"글쎄, 나두 기억이 나질 않아, 그때는 알고 싶지도 않았거든..."
명찰정도라도 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특징을 들어본다. 이상하게도 뺨을 대고있는 기타하라의 손이 굳어진다.
"...... 혹시 이마무라? 단발머리?"
"맞아, 단발머리... 그런데 그 얘를 아니?"
누구인지 꼬치꼬치 묻고 싶었지만 그의 태도가 걱정이 되어 더 이상 나아가질 않는다.
"아니, 그냥 이름정도만 알고 있는 사이야..."
그렇게 말하지만 그의 어투가 왠지 부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그는 묻지도 않은 설명을 해댄다.
"이마무라는 같은 중학교때였거든, 그래서..."
어쩐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답이었다.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였다면 그녀는 기타하라를 호칭할때 이름과 성을 모두 말했을 것이다. 분명 그녀는 기타하라 타케후가 아닌 기타하라라고만 했었다.
나는 문득 생각나는 것을 말해 보얐다.
"그 아이, 왠지 기타하라를 좋아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걱정이......"
기타하라가 여자 아이들에게 그런대로 인기를 얻고 있다면 중학교 시절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었을 것이라 상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사소한 의심 때문에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을 하면서 나는 그의 손을 힘을 주어 꽉 쥐었다. 나와 기타하라는 육체관계는 있지만 확실하게 연애감정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약 순수하게 그가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여자아이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야할 지 불안한 생각이 머리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기타하라는 재빨리 나의 생각을 부정했다.
"아니야!"
단정하는 어조에 나는 당황했다. 타인의 진실을 알아차린 다는 것이 이런 경우에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대화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지금 컨디션에서는 생각의 형태가 능숙하게 그려지지 않았고 마치 소화불량인듯한 기분만이 남아있기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너를 속이고픈 생각은 없어......다만 우리 사이를 비밀로 하는게 앞으로도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이마무라가 때문은 아니었어도 맞는 말이었다. 내가 비밀로 하고 싶어하는 이유중 하나는 나와 그가 교제를 한다는 사실이 주의의 이목을 모으는 것이 두려워서였다. 어떤 모양이라도 주위와 접촉이 불어나는 것은 트러블의 종류가 늘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혹시나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잠깐동안의 기간동안은 나를 보호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또한 두사람의 사이가 그렇게 주위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점차 연인처럼 되어 간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적어도 고교일년생의 입장에서보면 성인에게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사랑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불안정하게 이루어지기고 진행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것이 차라리 마음에 들었다.
"아니, 너를 오해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야... 신경쓰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면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했다. 기타하라도 내 말의 뉘앙스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더 이상 대화가 진전되지 않고 화제는 거기서 끝났다.

"이젠 슬슬 돌아가야 되겠는데......"
할 말없는 상황이 잠시 이어지자 기타하라는 조용히 그렇게 말하고는 나의 뺨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 그러자 나는 반사적으로 손에 힘을 주어 그것을 저지한다.
"?"
"아이, 싫어... 벌써 가지말아줘..."
난처해하는 것 처럼 눈썹을 찡그리는 그에게 나는 진심으로 절실하게 간절히 원했다.
"너, 그날이라서 피곤할 거 아냐..., 그래서 나는..."
"아냐, 지금은 괜찮아... 가지마..."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스스로 감정에 취해버려 울것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기타하라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알았어, 그러면 네가 잠들면 돌아갈게... 그럼 되겠지?"
그리고는 반쯤 일으킨 허리를 다시 바닥에 내린다. 그걸 확인하고서야 나는 베게속에 다시 얼굴을 파묻는다.
"고마워......"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악간 얼굴이 붉어지면서 기타하라는 말을 잇는다.
"대신에, 하고픈 말이 있어... 만일 내게 응성을 부리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 그리고 할려는 말이 있으면 뭐든지 해도 괜찮아, 만약에 의지하고 싶은 게 필요하다면 내가 도와주고 싶어......"
".............................."
그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속이 찌릿하게 뜨거워지면서 말문을 막아버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동시에 몸이 접촉하거나 껴안아지는 것보다 그토록 기분을 좋게하는 것이 또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의 안개가 있는 것처럼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진다. 표정이 분명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는 한층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내가 너를 울려보려고 그런 말은 한건 아닌다...... 괜찮아?"
어느새 눈물이 흘러넘쳐 뺨의 밑에 깔아진 그의 손바닥까지 적시고 있었다.
"흐흑......"
복받쳐오르는 감정때문인지 짧은 한마디조차 할 수는 없었지만 대신에 한층 강하게 그의 손바닥에 내 빰을 문질러 버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나는 소위 말하는 '착한아이'였다. 어머니가 없고 아버지 혼자서 직장에서의 업무와 집안일을 하면서 가정부를 고용해던 것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었을뿐 그뒤로는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모든 것을 도맡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이면 아버지의 고생을 덜어드리고 싶어서 휴일에 놀러가자거나 학부모가 참가하는 학교행사에 참가하도록 조르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생각도, 희망도 없었다. 다만 내 자신이 홀로 지내는 시간을 익숙하게 하기 위해 주위와 벽을 쌓아버렸는지도 몰랐고 또 그런 것이 이미 익숙해졌다. 하지만 기타하라를 알게되면서부터 이상할만큼 내 자신을 기대고 싶은 상대에 대한 바람이 생겨버렸다. 힘들고 외로운 것을 홀로 견뎌내기 싫은 순간에는 기타하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서서히 가슴 한쪽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조금전까지 시계를 들여다보며 허둥대고 있었던 기타하라는 지금은 이미 단념한 것처럼 나에게 오른손을 맡긴 채, 움직임이 없었다. 나는 자꾸만 흘러나오는 눈물이 누구의 옆에서인지를 가슴에 새겨넣었다.


여러가지면서 보면 내가 지나치게 그에게 의존하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관계는 양호앴다. 기타하라에게 말할 것이 있으면 나는 응성부리는 것을 잊지않았고 그도 자연스럽게 받아주었다. 특히 기쁜 것이라면 그이 태도는 첫겸험이후로 변하지 않는 조심스러움과 배려를 함께 하고 있었다.

어쨌든 기타하라는 당연히 친구가 많기 때문에 방과후에도 그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아서 매일 그의 집을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주일에 두세번은 서로의 방을 방문했고 그때마다는 아니지만 섹스의 회수도 거듭했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보통 친구나 연인들이 하는 놀이따위와는 달리, 몸을 서로 맞대고 잠을 잔다던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해서 다시 한달정도가 지났다.
학교에서도 변함없이 특별히 가까워진 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내 자신이 변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변화를 느꼈다. 누구에게 상냥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 기뻤고, 상대를 기쁘게 해주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낸 것이 기뻤다. 그 기간동안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발가벗은 몸을 한채 세시간도록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쳤던 것과 아버지와 함께 세사람이 외식을 했다는 것 따위의 밋밋한 일들뿐이었지만 이대로의 상태가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고 바라는 생각이 생긴 것도 그무렵이었다.

이렇게 하는 동안에 고교생이 되어 처음으로 기말테스트가 끝났고 연례행사라는 구기대회가 벌여졌지만 생리를 핑계로 간신히 도망쳐 다니다가 드디어 일학기 마지막 날이 되었다. 우리는 테스트직전까지도 상관하지 않고 만남을 계속했지만 일단 테스트가 시작하자 생리문제도 있었지만 일단은 각자의 집에서 성실하게 공부를 했다. 그리고 생리가 끝난 것은 직후,
테스트 덕분에 조금 긴 시간동안 만나지 못했고 다음날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는 여유도 있는지라 그날 나는 기타하라의 방을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있었다.


날씨가 모처럼만에 화창해져 있었다.
기타하라의 집을 찾아간 나는 언제나처럼 나란히 침대끝에 앉아 그에게 체중을 맡기고는 이것저것 잡담을 한다. 오늘은 시간 여유도 있기 때문에 어릴적 기타하라가 그렸다는 그림 몇점을 구경했고 평상시보다 조금은 지루해보이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름방학에도 만날 수 있을까?"
문득 생각이 난 것처럼 가장을 해서 물어보았다. 만약 그가, 예를 들어 시골의 조부모집에 간다든지 장기간 놀러갈 예정이 있거나하면 그의 몸에 안기어 있는 것을 강하게 그리워하게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얼마전부터 물어보고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기에 목소리의 힘을 잃고서 말해버렸다.
기타하라는 다음 순간 이상할 정도로 온화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의 머리를 조금은 난폭하게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겨 껴안았다. 그리고는 머리를 움켜쥐고는 뺨을 어루만진다.

몇차례 피부를 쓰다듬는 도중에 나는 그의 손바닥의 마찰이 주는 기쁨을 기억해내면서 왠지 그와 하나가 된듯한 기분이 되었다.
첫경험때의 긴장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지만 이렇게 신체를 밀착하고 있을 때의 충족감은 조금도 희석되지 않고 있다. 서로가 벌거벗은 때에도, 나만이 벗었을때에도 각자 느끼는 방법은 달랐었지만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같았다. 물론 기타하라만이 옷을 벗었던 적의 기억은 없었지만......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지면서 당연히 입술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키스라는 것은 이전에는 애인끼리가 서로의 가까움을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사실 키스의 상대는 하지 못할 것이 없는 뜨거운 애정을 가진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키스의 가치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던 터이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때 기타하라와의 키스가 실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면 너무나도 특별한 기쁨이었다.
신체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는 것처럼 좋은 것은 아니지만 혀를 얽히면서 타액을 교환하고 있으면 그것 만으로도 배의 깊숙한 곳이 뜨겁게 되어 버렸다. 이것이 키스에 대한 나의 조건반사일지도 모른다.

긴 키스를 끝내고 일단 떨어진다.
기타하라는 나의 목뒤에 팔을 돌려 리본으로된 스커프를 풀고는 가슴의 단추로 손가락을 옮겼다. 세라복을 입고 있을때는 스커프를 풀지않으면 상의를 벗길 수 없기에 항상 그래왔듯이 옷을 벗기기 위한 전주곡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나의 옷을 벗길 수 있는 이런 순간을 대단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첫경험때를 제외하고는 내가 스스로 옷을 벗을 기회를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기타하라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옷이 벗겨지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저 눈을 감고 몸을 맡기어 나의 상의가 앞으로 벌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
그의 손놀림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허리를 들어주면 스르르하면서 간단하게 스커트가 내려진다.
"와아, 하야사와! 벌써 젖어있어"
놀란 듯한 그의 목소리에 눈을 떠서 고개를 숙여보았다.
"어멋"
노출된 속옷에는 흘러넘친 애액이 상당한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돌연듯 나는 당황스러움에 손으로 숨기려고 했지만 기타하라는 민첩하게 나의 손을 낚아채어 등뒤로 돌리고는 지긋이 허벅지사이를 내려다 보았다.
점차 회수를 거듭할때마다 점점 예민해지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애무조차 없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린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했다.
"그, 그동안 할 수 없었잖아... 테스트기간이라서......"
애써 생각해낸 변명을 말해버리지만 그 말의 대담성을 깨닫는 순간 기타하라는 크게 웃음소리를 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었단 말이지?"
그의 이상한 말투에 뺨이 뜨거워져 버리면서 수치심인지 그대로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변명을 하고는 싶었지만 부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속옷, 벗어야지..."
"......"
기타하라의 말에 나는 조금씩 허리를 띄웠다.
팬티를 허벅지까지 내리면 기타하라는 살며시 그것을 발가락으로 잡아 당겨 발목까지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바닥으로 내려가 무릎을 꿇고 마주 앉아서 발밑에 걸려있는 스커트와 팬티를 완전히 다리로부터 빼내고는 나의 무릎을 양쪽으로 크게 벌렸다.
급격하게 뺨이 붉은 색을 띄면서 혈압이 높아졌다. 몇 번을 반복하더라도 평상시에는 숨기고 있는 부분을 보여주게 되는 부끄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장의 고동소리가 환청이 되어 빠르게 되는 것을 느꼈다.
"아앙...... 싫어......"
미약하게 저항의 소리를 내어보며 눈을 감아보지만 엉덩이에서 직접 느껴지는 침대보의 까칠한 감촉은 나의 하반신이 아무것에도 가려지지 않은채 활짝 열려있다는 것을 거침없이 나의 의식에 전해왔다. 그의 억센 팔힘에 의해 다리가 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도 상의와 브래지어가 그대로 입혀져 있는 상황이 수치심을 증폭시켰다.

확실하게 두번째 섹스에서 수치심이 격렬해질 때 훨씬 감각이 고조되고 쾌감이 증폭되어버린 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껴버렸기에 저항하지는 않지만 기타하라도 그것을 눈치챘는지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나의 수치심을 자극해 오고 있었다.

"아흑......"
사타구니에서 부드러운 살덩어리를 느껴버렸다.
기타하라는 그대로 깊숙한 부위를 향해 입술을 내밀어 키스를 반복하고 있었다. 점차 그 위치를 중요한 부분으로 옮기더니 갑자기 또 멀어진다.
"아잉......"
빨리 민감한 부분에 직접 입술을 접촉해주기를 원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것을 스스로 졸라댈 만큼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타하라는 더욱 더 집요하게 균열에 대한 애타는 애무를 계속했다.
간신히 그것이 끝나고나자 기타하라는 나의 사타구니에서 일단 머리를 떼고 자신의 아랫배를 밀착시켜 문지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
고동소리가 점차 높아진다. 그러나 나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그것을 삽입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것이 나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면서 점차 머리속에서 뜨거운 열을 내는 것처럼 흥분시켜갔다. 그런 나의 신음소리가 흥미로운 듯이 기타하라는 얼굴을 들어 확인하듯이 표정을 지켜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그가 의도적으로 나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만이 아니라 침대위에서 서로가 얽혀있을때는 매번 주도권은 완전히 그의 것이었다. 첫번째 섹스에서는 불과 10여분만에 그가 밀려들어왔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전위의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기타하라도 상당히 서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그동안의 금욕기간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증거라고 생각되니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나마 내가 조금이라도 냉정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최초의 그 일회뿐이다. 애무의 농도가 깊어지고 전위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점차 혼수상태에 빠져드는 시간이 늘어났다.

기타하라가 다시 밀착한 부위에서 입술을 떼어내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는 눈을 감으면서 그 순간을 가만히 신경을 집중하며 기다렸다.
잠깐동안 배꼽위를 머물더니 이윽고 하초가 덮힌 부위를 지나서 내가 초조해지는 것을 노린 것에 종지부를 찍듯이 부드러운 혀끝으로 가장 민감하게 충혈되어 있는 돌기에 얽혀들어오며 핥아대기 시작한다.
"아앗......"
간접적인 자극으로 몹시나 초조해져있던 끝에 급격하게 전해지는 쾌감에게서 나는 가볍지만 꽤나 오랜시간 폐속을 머물어오던 공기를 토해냈다. 양손으로 침대위에서 잡히는 아무것이나 쥐어대고는 등을 뒤로 젖히면서 나는 휘청거리듯이 상체를 침대위에서 흔들어대며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앗... 아윽......"
크게 벌어진 다리는 어느새 부끄러움을 잊은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기타하라는 그런 나에게 쉴 틈을 주려는 듯이 잠깐동안에 허겁지겁 자신의 옷을 벗어버리고는 입술과 혀를 이용해서 철저하게 애무를 재개했다.
"으욱..............."
직접적으로 가볍게 클리토리스를 향한 키스를 몇번인가 반복하더니 이번에는 타액을 가득 실은 혀를 부끄러운 부위의 안쪽으로 침입해서 구불구불한 코스를 그리며 열심히 핥아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실제로 신경에 전해지는 쾌감보다도 하복부의 안쪽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폭발 때문에 거의 실신의 지경에 도달해버렸다.
"하야사와, 정말 예민해... 정말이야..."
그런 격렬한 순간을 끝내려는 듯이 기타하라는 자세를 고쳐 침대위에 상체를 올려놓으며 오른손을 뻗어 나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다른 쪽에는 가벼운 키스를 반복하며 순간적으로 뜨겁게 토하는 입김을 귀에 불어넣어주자 마치 무언가가 척추를 기어가는 듯한 감촉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처럼 양볼이 뜨겁게 달아올라 있어서 그의 손에 열이 전해져 버리지는 않을까하고 두근두근 거렸다.
"기타하라가 능숙해서 그래..."
서로 응시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어린이가 응석부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힘이 가득 들어있는 그의 팔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무섭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마지막 절차을 하려는 듯이 기타하라는 천천히 허리를 밀착시켜왔다.
"으응... 아앗!"
마치 부드러운 진흑속에 손가락을 담그듯이 아무런 물리적 저항감도 없이 첨단이 삽입돼어 왔다. 그대로 절반정도를 나의 내부에 밀어넣고는 갑자기 움직임이 멈추었다.
또 초조하게 만드려는 것인지 불안한 생각을 하면서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이미 이곳을 보고 있는 그와 시선이 부딪쳤다.

표정만으로도 그는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입술이 잠깐 움찔거리는 듯하더니 기타하라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일순간 질구를 약간 비틀어 삽입의 각도를 평소와는 다르게 수정하고는 천천히 삽입을 이어갔다.
"하앗!"
신체의 내벽에서 보통때와는 다른 부분이 강하게 문질러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큰 소리를 질러버렸다.
"하야사와, 어때?"
처음 시도하는 각도이기 때문에 스스로도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있었나보다. 그러나 나는 익숙해진 적이 없는 부분에대한 자극에 취해버려 대답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나의 반응을 보면서 기타하라도 나름대로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아흑, 흑...흑...흑..."
스스로는 움지기이 힘든 어려운 체위이지만 나는 무의식중에 상체를 떠바치고 기타하라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움직였다. 뱃속에 쾌감이 모여드는 페이스가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 그것이 흘러 넘칠만큼 되는 순간에 갑자기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듯이 쩔쩔매는 목소리로 기타하라가 말했다.
"하야사와, 그곳이 움직일 때마다 꽉 조이는 것 같아......"
"아앙...... 나도... 아윽..."
이미 삽입에 대한 저항감이 없어져 버린 나의 몸이었지만 어린 여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자궁의 압박감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런 자극을 느끼면서 기타하라는 흥분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만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동안에 절묘한 타이밍에 맞추어 두 사람이 동시에 절정에 이르렀다.

잠깐동안의 시간사이에 젊은 그의 몸은 곧바로 기운을 회복해서는 거듭해서 나의 몸에 밀착해왔고 연이어 잠깐동안에 무려 세번씩이나 삽입과 사정을 반복해버리고 말았다.

우리는 거의 녹초가 되어버릴 정도로 몰두해버렸기에 마지막 삽입이후에는 다운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여운을 느끼고 있는 듯이 미동조차 없는 나에게 기타하라는 상냥하게 안아주며 어루만져 주며 조금이라도 감흥을 이어주려 노력했다. 이런 마지막 애무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와의 섹스가 불공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없었다.
"너도 알겠지만, 네가 사랑스럽다는게 만족스러워......"
"사랑스러워?"
"아니, 그렇다는 건 아니구...... 상냥하게 대해주는게 좋다는 말이야..."
서둘러 말을 바꾸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우유처럼되어 버렸다.
"그래? 좋다고 말하니까 나두 기분이 좋은걸..."
사랑이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싫기는 했지만 기분이 좋다는 말이 그의 마음속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나는 납득할 수 있었지만 기분은 우울해지고 말았다. 다만 그의 어조와 표정이 진지하게 되어있는 것을 눈빛으로 알 수 있어 위안을 받았다.
"응, 시간이...... 이젠 슬슬 돌아가야돼..."
시간은 아직 다섯시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오늘은 어른들이 일찍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서둘러 일어서서 옷을 챙겨 입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당황함을 느꼈다.
"어머나, 그러고 보니 영어 사전을 놓고 왔어... 왠지 가방이 가볍다고 했더니..."
"왜 종업식날에 그런 걸 가지고 다녀?"
"마지막 테스트가 영어였는데 버릇처럼 사물함에 넣어둔 것 같아..."
아침까지도 가지고 올 것을 기억했는데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정작 잊어버리고는 말았다.
"가지고 와야지, 이젠 방학인데..."
"그래야 겠어"
"그럼 나와 함께 가자!"
약간은 걱정스러웠지만 설마 종업식 당일이라서 몇몇 서클활동을 하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두 사람을 알아볼만한 아이들이 없으리라고 생각해서 그의 호의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잠시후 나와 기타하라는 자전거에 함께 타고는 저녁무렵의 학교로 향했다.



기타하라는 주륜장에서 기다리고 나만 혼자서 교실로 향했다. 저녁무렵인지 교사는 매우 조용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교정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운동부의 함성소리와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들릴뿐이다.

그런데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교실의 입구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그중에는 이마무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미안해, 괜히 네게 이런 말이나 하구..."
왠지 심각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 같은지 대화가 쉽게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미 사전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이미 잊었다.

"아냐, 도움이 못되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오히려 좀 더 좋은 남자만나면 좋겠어..."
왠지 미안한 생각에 일단 문뒤로 몸을 숨겼지만 일단 들어가보기로 마음먹고 크게 심호흡을 하는 순간 실내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오기에 나는 그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래두 초등학교부터 계속 타케후를 좋아했었는데......"
타케후? 지금 그렇게 말했다.
"알아... 많이 가까워 졌을텐데...... 도데체 기타하라의 상대가 누구야?"
틀림없었다. 기타하라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야사와?"
누군가 복도를 걸어오는 기색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곤란하게 될 것 같은 충동때문인지 빠르게 떠나려 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말을 걸어온 것은 같은 클래스의 '리궁'이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매는 나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되물어 왔다.
"하야사와? 왜 그래? 뭘하는 거야?"
"누구야!"
이마무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안으로부터 터져나왔다.
그 소리에 놀라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나는 정신껏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좁은 공간탓이었는지 다음 순간 '리궁'과 부딪쳐 버리고 말았다.
"어멋!"
리궁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내 앞으로 넘어졌다. 평상시 같으면 나중의 말썽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겠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었다.
"리궁, 미안해!"
민첩하게 몸을 가누면서 그런 말을 던져버리고는 그곳을 정신없이 빠져나와버렸다.

"무슨 일이야? 왜 그러니?"
기타하라가 뛰어오는 나를 보고는 걱정이 되는 듯이 물어왔다. 나는 입을 다물고는 숨이 차올라 말을 하지 못하면서 대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내가 흥분하거나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애인사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기타하라가 나를 선택해 준 것은 결과적으로 나의 순결을 빼앗아버린 것에 대한 책임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꽤나 순진한 면이 있는 기타하라는 동시에 두 여자를 사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그 아이와 헤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이마무라가 나와 기타하라의 관계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새삼스러울 것은 아니었지만 기타하라가 나에게 거짓말을 한 의도를 예측할 수 없어서 답답해지며 갑자기 눈물이 흘러 넘쳐서 발밑의 콘크리트에 뚝뚝 떨어졌다.
이상하게도 내 자신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비오는 날, 기타하라의 호의를 바다들여 어슬렁거리며 사내 아이의 집안에 마구 들어가는 것이 무척이나 한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이미 한달이상 지나면서도 서로에게 선을 긋고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가 막상 침대위에서 본능적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이중성에서 심한 혼란함과 함께 혐오감이 들었다.

점차 호흡이 곤란해져 왔다.
"하야사와......"
기타하라의 사정을 모르는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가슴에 박혀왔다.
"아냐, 미안해... 갑자기 이런 모습 보여서..."
나의 순간적인 변덕 때문에 몇 년동안 따스하게 이어오던 중요한 사랑을 빼앗아 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였을까?


[ 4편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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