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각색

Pure innocence 제1편

조회 8496 추천 0 댓글 0 작성 14.09.04

●제1장: 필연과 오해와 해프닝과 엑시던트

그날은 낮부터 계속해서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어서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봄장마 기간이기는 하지만 비가 내린다는 예보도 없었고 집에 가는 짧은 시간 동안에 설마하는 생각에 우산을 사물함에 놔두고 집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곧바로 집으로 가버렸다면 아무일도 없을테지만 필연인지는 몰라도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헌책방에 들리는 바람에 귀가길에서 약간 벗어났었다. 하지만 원했던 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한채 서점문을 나설때는 이미 하늘은 검은 구름이 한층 짙게 깔리면서 세상이 회색빛으로 바뀌어 어슴프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운이 없음을 탓하면서 나는 걸음을 재촉해서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결국은 야박하게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을때는 아직도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었다. 그것도 억수라고 말해도 될만큼 장대비가 쏟아진다.
"이를 어째..."
이 근처는 주택가라서 비를 피할만한 상점따위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버스정류장쪽으로 갔다면 좋았을 것을 시간을 줄인다는 계산하에 이곳을 접어들고 보니 막상 피할만한 처마끝조차 없었다. 벌써 몇몇 행인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거리를 뛰어가거나 그나마 약간이라도 피할 만한 곳을 찾아가고 있었다. 점차 빗발을 격렬해지고 잠깐동안에 이미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차가운 빗물이 머리와 어깨를 거쳐 가슴을 타고 내리면서 이내 속옷을 적셔버리는 지경에 이르자 한기가 돌기 시작했다. 차라리 철없던 어린아이 시절이라면 한껏 소리를 지르면서 신나게 뛰어갈 수도 있으련만  교복차림의 여자아이가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주의의 시선이 용납되지 않기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한동안 종종걸음으로 비를 피하며 빠르게 걷다가 기왕 이렇게 된 이상 될대로 되라지하는 심정으로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걸음을 늦추던 중, 나지막한 언덕으로 향하는 골목을 지나던 무렵이었다.

"하야사와?"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에 반응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보자 반쯤 열린 대문사이로 우산을 받쳐든채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클래스메이트인 기타하라 타케후였다.
"어머, 기타하라!"
그의 얼굴은 당연히 알고는 있지만 말을 걸거나 한적은 거의 없었다. 그 아이는 약간은 터프(?)한 분위기를 가지고 꽤나 키가 크고 환해보이는 외모와 성격도 밝아 남녀구분없이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지만 사귀고픈 최소한의 관심도 없었고 인기도 별로 없는 나에게는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고교에 입학하고서 한달이 가까워지도록 아직껏 클래스메이트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 아이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조차 의외로 느껴졌다.
"역시 하야사와구나, 무얼 하고 있는 거야?"
쏟아지는 비 때문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있어서 나라고 알기 어려웠던 것 일게다. 그때까지도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보던 기타하라는 이내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우산을 내밀어 받쳐주려했다. 기울여주는 우산속에 들어가느라 자연스럽게 문에 가까워졌다. 사실 이곳도 비를 피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아니 피할사이도 없이 갑자기 쏟아지잖아, 그리구 여긴 피할데도 없네..."
"햐아~ 넌 학교에서는 얌전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다른 면이 있었네, 집은 가까워?"
"여섯정거장 정도..."
"그래가지구 여섯정거장을 걸어가겠다고? 차리리 택시를 타지... 그러지 말고 여기가 우리집인데 비가 멈출때까지 잠깐 들어와"
"응? 아,아니...괜찮아..."
기타하라의 뜻밖의 호의에 나는 당황하면서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망설이는데 그는 그런 말에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우산을 건네주면서 내측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한마디 '빨리'라고 말하며 현관문을 열고는 들어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실내는 그가 혼자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조용하고 숨이 막힐 정도의 갑갑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거실에 놓여져있는 고장식의 가구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집안은 어두웠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의 초라한 모습을 감출 수는 있으리라는 착각 같은 생각도 들었다.
"집도 꽤나 먼 것 같은데 왜 걸어서 학교에 다니니?"
현관에 서서 빗물을 한껏 빨아들인 교복에서 뚝뚝 물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나에게 탈의실에서 꺼내온 목욕타올을 건네주면서 기타하라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여기에서 여섯정거장 정도면 학교까지는 편도2킬로 가까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을 묻는 것이다.
"아니 평소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펑크가 나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며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대해 더듬거리며 답했다. 이렇게 베풀어주는 친절이 같은 급우이기때문인지, 아니면............
아무리 같은 급우하고 해도 이렇게 베풀어주는 친절이 여자아이에게는 약간의 경계심을 만들어내기 충분했다.
"우선은 이걸로 갈아입어... 여동생 셔츠하고 바지야, 여기 목욕탕이 있으니까 씻고 싶으면 사용해두 돼고..."
기타하라는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서기를 기다려 탈의실로 안내해주면서 물기를 닦아낸 타올을 건네받고 대신에 깨끗하게 접어진 옷을 선반 옆에 두면서 말했다.
"으응, 고마워..."
"빨리 갈아입어, 그러다가는 감기걸리겠다"
혹시나 속셈이 있어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경계심이 커졌다. 하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말하는 목소리톤과 조심스러워 하는 행동을 보면서 크게 게의치는 않았다.
그의 말을 듣고는 무의식중에 세라복의 스카프를 앞질러 단추에 손가락을 대었을 때 기타하라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
순간적으로 기타하라의 시선이 의식되었다. 타인인 내가 이집에 살고 있는 남자아이에게 친절을 가장한 유혹에 말려들어 어느새 집안에서 옷을 벗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자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타하라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초점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묵묵히 서있을 뿐이다.
"왜 그래, 하야사와?"
"아,아니... 옷을 벗으려는데..."
"아! 미안, 젖은 옷을 건네받으려고..."
기타하라가 당황해하며 나가려고 하다가 문기둥에 머리를 부딪쳤다. 인상을 쓰며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는 나는 무의식중에 다가갔다.
"좀, 괜찮아?"
말을 하면서 나는 기타하라의 등을 탁 두드렸다. 그 바람에 그의 옷도 꽤나 비에 젖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그 억수같이 내리는 비속에서 나에게 우산을 건네주며 실내로 들어올때까지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비를 맞아버린 것이다.

헌데 우산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나는 잠깐 감격했다. 학교에서의 모습을 보면서도 무신경했고 배려따위를 느낄만한 일조차 없었지만 지금 나의 앞에서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아이는 상냥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솔직히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못된 장난끼가 발동되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답지 않았던 순간이었지만 내성적인 나로서는 드물게 사내아이로부터 호감을 느낀다는 것이 일순간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는지도 몰랐다.
"기타하라"
여전히 내손은 그의 등에 머물고 있었다.
"으아... 너무 아프다... 깨질 것 같아..."
이마를 매만지며 아직도 툴툴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말했다.
"기타하라, 너두 많이 젖었네... 함께 들어갈까?"
그말을 하는 순간 그의 전신이 움찔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어색하게 경직되었다.
"나, 나두?"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럭저럭 농담이라고 웃어 넘길 수도 있는 잠깐동안의 시간이 흘러버렸을 때는 이미 결정된 시나리오가 있었던 것 처럼 유혹의 단어가 입에서 술술나와버렸다.
"네가 먼저 들어갈래? 아니면 뒤에......"

함께 들어간다는 말에서 전해지는 뉘앙스는 상당한 충격으로 내게 다가왔다. 분명 나신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온 말이기는 했지만 그것은 이성을 유혹하는 선정적인 말임에 틀림없었다. 일순간 그가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웃어버리기를 바랬지만 기타하라는 묵묵부답인 상태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탈의실로 들어선 나는 기타하라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렇지만 잠그지 않았다. 잠그지 않은 것이다. 아마도 문이 잠기지 않았다는 것을 기타하라가 알게 된다면 함께 샤워하자는 나의 의사표시가 유효하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다시 세라복의 단추에 손가락을 대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역시 익숙하지 않는 농담을 한 것일 뿐이지만 머리속에서는 후회와 자기 혐오감 때문에 하얗게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아, 내가 기타하라한테 무슨 말을......"
거울을 보면서 작게 소리내어 말해본다. 눈앞에 상대가 없게 된 탓인지 조금은 냉정을 가지고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교제다운 교제가 없었던 나는 평상시에는 목석과도  같은 존재라며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한 적이 있었다. 쉽게말해서 '놀줄 아는 것'는 나에게는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에 '농담이었어'라는 말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 되어버렸다. 아니, 우습기보다도 미안한 생각이 들어버렸기에 옷을 벗는 동작을 멈출 수는 없었다.
비에 젖어버린 내 모습은 흔한 표현으로 물독에 빠진 새앙쥐꼴이었다. 그것이 순간적으로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미소를 지으며 우산을 건네주는 남자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은 누구나 겪을만한 일이겠지만 친철을 베푸는 상대에게 오히려 유혹받고 있다는 지나친 상상을 해버린 나에게 큰 문제가 있었다. 더구나 함께 목욕을 하자는 농담아닌 농담을 던져놓고는 섹스를 암시하는 말투를 풍겨버린 것에 고민하는 것이었다.

처녀의 순결문제가 가로막고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그런 것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점차 복잡해지는 생각과 고민속에서 점차 머리속이 패닉상태로 빠져들어갔다. 그런 혼란스럼움과는 반대로 욕실을 무척이나 따스했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마치 내집 욕실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반사적으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저것 괴로워하는 사이에 결국 마지막 한장의 속옷까지 벗어버리고는 욕실로 들어섰다. 아마도 최근에 새로이 단장을 했는지 낡은 주택에는 어울리지 않는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멋을 부려놓은 넓은 실내가 눈에 들어오고 라이트그린빛깔의 욕조가 청결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샤워기를 상단에 걸어놓은채 수전을 비틀어 뜨거운 물을 내어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찬물이 약간 쏟아지더니 이내 더운물로 바뀌어 적당한 온도를 내기 시작한다. 쏴~하는 소리가 신호가 되었는지, 바깥쪽 탈의실의 문이 열리면서 기타하라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뜨거운 물탓이기도 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온몸이 쉽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몸에 걸치지 않고 있다는 의식과 감촉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자했다.
(나, 혹시 바보가 아닐까)
여러가지 엇갈림이 있었지만 단순한 클래스메이트인 사내아이와 이런 일을 벌이는 상황까지 왔음에도, 그만둘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나라는 여자아이는 음란한 것을 상상하면서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기타하라라는 아이와의 샤워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색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자꾸만 심장고동이 두근거리며 높아졌다.
삐걱-
나지막한 문소리와 함께 욕실문이 열린다.
"하야사와, 들어가도 될까?"
"............"
긴장감인지 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온수의 요란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상하리만큼 그의 목소리는 크게 실내에 울려 퍼졌다. 어쨌든 기타하라는 욕실에 들어와버렸고 당연하지만 그도 알몸으로 들어왔기에 더욱 더 긴장해 버렸다.
나는 당황해서 등을 돌렸고 당연히 눈앞에 쏟아지는 물줄기를 덮어써버렸다. 이렇게 서있으면 기타하라가 써야할 더운 물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런 것까지 배려할 만큼 여유있지는 않았다.
그런 태도를 스스로의 상상력과 결부시켜 긍정의 신호로 해석했는지 기타하라는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흐읍!"
생각지도 못하고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그러나 그는 그런 반응에 상관하지 않고 나의 등에 몸을 밀착시키면서 그대로 왼팔을 허리에 얽혀왔다. 완전히 알몸인 상태에서 뒤로부터 안겨버린 것이다. 기타하라도 긴장하고 있었는지 허리에 돌려진 팔은 상당히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 등뒤에 닿아 있는 게 혹시?)
무언가 딱딱한 것이 뒤로부터 느껴졌다. 아마도 몸이 얼어붙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다. 지나친 긴장감때문인지 몸을 비틀어 속박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고작해봐야 허리를 어깨를 흔드는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나의 반응을 교태스러운 애교의 몸짓이라고 생각했는지 기타하라는 용기를 내어 다른 손으로 겨드랑이를 통과해서 나의 오른쪽 가슴에 밀어넣었다.
"어멋!"
거칠은 남자아이의 손을 의식하고는 호흡이 멈추어버렸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거나 몸부림치지는 않았다. 혹시 나는 그러한 것을 예상하면서 샤워를 유도한 것 이었을까......

어두운 기분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가벼운 아이라고 생각되어서일까, 기타하라는 오른손으로 애무를 계속하고 있었지만 이윽고 잡고 있지않아도 내가 도망치지 않을 것을 확신했는지 허리를 돌린 팔을 풀어, 양손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충격인지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내 아이에게 알몸을 노출시킨채 가슴을 만져진다는 것을 의식하면서 나는 정신적이 쾌감을 느끼지 시작한 것이다.
(어, 어떻하지... 무서워......)
스스로 집에서 알몸인채로 샤워따위를 하면서 가슴을 만져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코 성적인 애무로 발전한 적은 없다. 다만 훗날에 누군가와 함께 잠자리를 한다면 그 상대가 나의 가슴을 상냥하게 애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없지 않았다.
높아지는 맥박을 알아차리면서 일말의 수치심과 공포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스스로는 겁낼 것이 없다고 용기를 불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자각했다. 등에 밀착하는 피부의 따스한 감촉도 어쩐지 마음을 긴장으로부터 풀어버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연애감정도 없는 사람에게서 신체가 애무받는 것이 불쾌하지 만은 않다는 생각뿐이었으므로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기타하라는 침묵을 지키면서 나의 가슴을 즐겼다. 손바닥으로 쓰다듬다가 유두를 만져보기도 하고 크기를 확인하기라도 하는 듯이 가볍게 쥐어보기도 한다. 다만 그의 입가에서는 신음소리와도 같은 알듯모를듯한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왔다.

어쨌든 첫경험이므로 시종일관 힘을 주어가며 반죽하듯이 해오는 그의 애무가 능숙했는지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통증을 느낄만큼 난폭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 점차 그에 대한 호감을 깊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야사와!"
갑자기 긴장된 목소리로 기타하라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매우 가깝게 들려왔다. 그제서야 나는 나에게로 정신이 돌아왔다. 무의식중이라 생각될 정도의 혼미한 순간에 가슴을 감싸도는 따스한 감촉에 의식을 집중해서인지 달리 아무 생각도 없었던 것을 느끼고는 수치심이 생겼다.

전신을 지배하고 있던 긴장도 어느새 물밀듯이 빠져나갔다. 등뒤의 기타하라에게 체중을 맡긴 상태임을 깨닫고는 나는 당황해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무,무엇 때문에 내게 같이 샤워를......"
가슴에 머물고 있는 손은 여전히 움직임을 계속하면서 기타하라가 띄엄띄엄 말을 계속했다. 끝나지는 못한 질문이었지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깐동안 어떻게 답하는게 좋을지 생각한다. 솔직히 기타하라를 실망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이상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경우라면 아마도 능숙하게 말했을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 그 말...... 실은 농담이었어..."
"!!!"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이 흠칫거리면 멈춘다.
"노,농담?"
기타하라가 반사적으로 나로부터 몸을 떼었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이내 고개를 숙인 기타하라가 그대로 입구로 나가려고 하기에 엉겁결에 그의 팔을 붙잡았다.
"기다려, 기다려... 오해하지 말아, 그렇지 않아.. 아니, 그, 설마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었던 건 아니었어..."

스스로도 어째서 그런 행동이 나온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는 욕실을 나가려는 기타하라를 필사적인 기세로 만류했다.
"하야사와......"
싫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그동안 대화조차 없었던 사내 아이와 욕실에서 알몸을 보인채 같이 있다는 것이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왜 이렇게까지 떨어지기 싫어서 팔을 붙잡아야 하는 강렬한 충동이 몰아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도 돌아서 있는 기타하라를 안심시키려고 조금은 힘들었지만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돌아서 있으니까 싫어, 좀 자리잡고 천천히 샤워하는게 어때?"
말도 표정도 어색했지만 그런데도 내가 난처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준 것인지 기타하라는 어색한 동작으로 돌아서서 이번에는 서로 마주보는 위치가 되었다.
기타하라를 돌려세울 수 있게되자 나는 안심이 되었다.
"이것봐, 더운 물이 낭비되잖아..."
수치심에 고개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나는 잠깐이나마 그의 따스해보이는 넓은 가슴을 볼 수 있었다. 잠깐 대화의 주제를 바꾸어보았다.
"혹시, 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있어? 잠깐이라두..."
주뼛거리며 서있는 것이 어색했기 때문에 말을 걸어보았다. 기타하라의 어조는 의외로 차분했다.
"아,아니...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어.. 여유가 없었거든, 조금전에는 갑자기 머리속에서 피가 끓어 올라오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으응~ 그랬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타하라의 시선을 의식해서 손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넌 언제나 얌전하고, 조용하고, 나같이 소란스러운 놈한테는 관심이 없을 거라구 생각했어..."
기타하라도 말을 하는 도중에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손을 내려 사타구니를 가렸다.
"내가 경솔하게 그런 농담을 말해버린 건 미안했어... 하지만 싫은 것도 아니었다는 건 알아줬으면 해"
"난 감격했었어... 네가 나에게 관심있다고 생각했을때는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는 나 자신이 타인을 이렇게 호의적으로 생각했다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생각해보았다.
"헌데 그 말이 농담이었다니..."
갑자기 기타하라가 팔을 내밀어 나의 허리를 붙잡고는 안겨왔다. 이런 순간에는 당연히 가슴을 가리던 팔로 적당한 거리감을 두어야 했지만 나는 손을 치워버렸고 덕분에 가슴이 서로 접촉해 버렸다. 기타하라는 팔에 힘을 가득 주면서 나의 어깨에 턱을 올려 놓고는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다.
"하야사와......"
그리고는 잠깐동안 입을 다물어 버렸다.

침묵.
그가 무엇을 말하려하는 지 묻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조금은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함께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이제 그만 나가볼까......"
"아, 그,그래......네가 먼저..."
기타하라는 힘들게 말을 해버리고는 시원스럽게 몸을 떼고는 곧바로 탈의실로 나가버렸다.
"......"
먼저 나가라는 말을 고분고분 들어주는 기타하라의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이 계속 쏟아지면서 실내를 자욱한 수증기로 채우고 있었지만 갑자기 전신에 한기가 느껴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무서운 상실감속에서 나는 계속되지 못한 거부의 표현을 격렬하게 후회했다.

잠깐 사이를 두고 샤워를 멈춘채 나도 탈의실로 나왔다.
"여기, 타올"
이미 옷을 걸친 기티하라가 목욕타올을 던져 준다. 그 말투가 조금전의 실망감을 내포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나는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몸을 닦는 동안 기타하라는 일부러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알몸이라는 것을 한층 더 부끄럽게 의식하고는 벽으로 몸을 돌려 재빠르게 닦았지만 이미 얼굴을 붉게 물들은 후였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흔들리는 것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일까, 발등을 닦으려 한쪽 다리를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몸이 중심을 잃으면서 약간 흔들렸다. 그것을 알아차린 기타하라가 눈을 돌렸을때는 어이없게도 부끄러운 중심부분을 상당히 노출시킨 상태였다.

하지만 기타하라는 예상외로 무표정한 얼굴을 한채 잠깐 쳐다보다가 팔을 내밀어 나의 손을 잡고는 천천히 탈의실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 옷을 입을 수 있는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거부하는 몸짓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오직 타올하나로 몸을 둘러감은채......

넓은 거실과 계단을 올라서 내가 다다른 곳은 넓은 방이었다. 당연히 그곳에는 몇가지의 책들과 운동기구, 교복등으로 미루어 기타하라의 방이라고 알아 맞출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한가하게 둘러볼 순간이 아니었다.
내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기타하라는 간신히 손을 놓아 주었다. 그리고는 방문을 닫으면서 등뒤에서 물어온다.
"응, 어떤 느낌이야?"
지금도 그때의 기타하라의 질문이 무얼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성행위를 앞둔 순간의 기분을 묻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방안의 느낌을 묻는 것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채 다만 고개를 돌려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거울을 찾아보았다. 단지 무언가를 다듬기 위한 목적보다는 이런 곳까지 이끌려 들어온 내 얼굴 표정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지금 이 방안에는 내 또래의 사내 아이가 있고 나는 동갑내기 여자아이다. 만일 그가 힘으로서 나를 무너뜨린다면 나는 저항할 만한 힘이 없다. 내가 불안하게 가슴을 졸이고 있는 동안 기타하라는 입을 다물고 다만 침묵하고 있었지만 돌연 당당한 목소리로 돌아가면서 말한다.
"허락하는 거지?"
그렇게 말했다.
내가 무슨 뜻인지 알아치라는 시간이 걸리는 동안 기타하라는 성큼 다가와서 조금전 욕실에서 처럼 나를 뒤로부터 껴안았다. 그 가벼운 충돌중 때문에 나는 몸을 감싸고 있던 타월을 놓쳐버렸다.
"하야사와, 네 허락을 받고 싶어..."
"아, 그걸 말하는 거구나... 내 허락을..."
그가 기대하는 말과는 달리 나는 맥이 풀려버리는 대답을 돌려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욕실에서 껴안아졌을때의 기분 좋은 점을 기억해내면서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알몸으로, 그는 옷을 입은 채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자신만이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이 포옹될 때의 야릇한 기분을 증폭하는 것처럼 생각됐다.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정면으로 안아왔다. 그 옷감의 감촉을 느끼면서 나는 셔츠에 뺨을 붙이고 넋을 잃기 시작했다.
단지 사람과 밀착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기분좋은 일일까, 스스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있으므로해서 기분이 편해지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지는 듯한 안도감을 생각해냈다.
솔직히 예전부터 다른사람과의 스킨쉽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편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껴안아질때의 안심감을 알아 버리면 이미 혼자서는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되었다.
기타하라가 몸을 비틀어 나와의 약간의 틈새를 만들고는 이윽고 손을 올려 가슴에 올려놓는다. 그러한 손놀림을 받아들이면서 기분이 좋아지면서 몸속 깊은 곳과 뺨이 뜨겁게 변해벼렸다. 추억해보자면 자위의 경험은 있지만 결코 절정에 도달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도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 두려워서인지 중간에 중지하기만 할 뿐이었다.그런 자위의 순간에 조심스럽게 만져보던 가슴을 더듬고 있는 타인의 손가락이 주는 느낌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하야사와, 하야사와를 내 것으로......"
예상된 말이었지만 너무 빨리 들어버린터이라 그 의미를 격상시키고자 되묻는다.
"그말은 혹시 사랑 고백?"
연애 경험은 없지만 직감적으로 자기 것이 되어달라는 기타하라의 말에서 좀 다른 뉘앙스를 느꼈기에 되물었다.
하지만 답은 예상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단지, 네가 허락해주었으면 해서..."
특별히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기타하라가 자신에게 연애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너를 안고 싶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서... 아니, 그것도 있지만...... 역시 너와 그것을 하고 싶어, 기분나쁘게 들리겠지만......"
애인도 아닌 사이에서, 아니 앞으로도 그렇게 발전할 가능성도 없는 사내 아이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어도 나는 어쩐일인지 혐오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지금만이 하야사와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자신의 것이 되어 달라는 그의 말, 특히 욕구를 참지못해 격렬하게 매달리는 기타하라에게서 나는 문자 그대로 그의 소유물로 되어가는 듯했고 그 의미를 알아차렸는지는 몰라도 나는 묘하게 납득하는 기분이 되어갔다. 조금전 욕실에서 내가 같이 샤워하자는 말이 농담임을 밝혔을 때 쌜죽해버린 그에게서 느낀 사랑스러움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기타하라는 여자 아이의 알몸을 보고, 또 그아이의 가슴을 애무하면서 단지 솟아오른 성욕을 처리하고푼 대상으로서 나를 상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애완동물이 되어버린 기분......

"뭐,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이 나를 가지고 싶다는 기타하라에게 해준 복잡한 의미를 가진 나의 대답이었다. 이 말에는 거부와 동시에 허락의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거짓말이라도 '좋아한다'라는 말한마디라도 들려준다면 솔직히 기타하라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마음이 흔들릴 것은 당연했다. 지금까지의 기타하라의 행동거지를 되집어보면 나는 언제든지 ok라고 말할 수 있었다.
기타하라는 거짓말도 하지 않은채 자신을 속이거나 하지않고 정직하고 똑바로 나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나같이 삐뚤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눈부시게 느껴질 정도였다.
"미안해, 솔직히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건 알아... 하지만 너두 흥분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벌거벗은채 이런 곳까지 데리고 들어 왔지만 지금이라도 싫다고 하면 그만둘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껴안는 팔에 힘이 들어갔다. 괴롭기는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를 놓고 싶지 않다는 기분을 느꼈다. 아마도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제하고 있으리라...
처녀인 내가, 더구나 미성년인 내가 클래스메이트인 사내 아이와 함께 '그것'을 한다는 것이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껴안아지는 이 감촉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릴 수는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감각에 지나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서도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 지는 몰라도 지금은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포옹이 견디기 힘들정도의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진심으로 괴로워 하고 있었다.
충분히 싫다고 거부의 반응을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바란 것처럼 된다면 언제든지 이렇게 껴안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어떤 대상을 지불해도 좋을 것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하게되었다.
하지만 나처럼 사람을 쉽게 믿어버리는 것에 익숙해져서 훗날에 믿던 사람에게 배반을 당하게 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기타하라가 매우 착실한 아이라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지만 자신을 한순간의 쾌락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지워버리기는 어려웠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않고 있는 것을 거절의 의미로 해석해서인지 기타하라의 팔이 느슨해졌다. 동시에 나는 욕실에서 느꼈던 포옹뒤의 상실감이 몰려와 허탈해짐을 느꼈다.
"기다려..."
나는 무의식중에 목소리를 높여 말을 쏟아버리고는 뒤돌아서서 기타하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팔을 둘러 허리를 감으며 제지했다. 어슴푸레하지만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사를 표시하면서 감정을 몰아붙여 드디어 속으로 되뇌이고 있던 대사를 말해버렸다.
"나,나를 소중하게 해 줄 수 있어?"
여기서 멈추면 용기가 꺾여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기타하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만일, 만일 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리고 상냥하게 해준다면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 그것만 약속해주면, 해도 좋아... 기타하라와 그것을......"
내 말이 끝나버렸어도 잠깐동안 기타하라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주춤거리며 서있던 그가 팔을 올려 어깨를 감아주는 동작이 천천히 이루어졌을 뿐이다.
창가에서 흐릿한 불빛이 들어오는 것을 가까스로 알아차렸다. 아마도 비가 멈추면서 구름사이로 밝은 빛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커튼이 드리워져있었다. 오랜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서 약간씩 초조함을 느끼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무언가가 입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입술을 빼았겼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한참후에야 간신히 해방되었을 때이다.
첫키스!
그것은 내가 예전부터 상상해왔던 느낌과는 달랐다. 내가 원하는 첫키스의 상대는 서로가 좋아하고 수줍은 사랑을 고백하는 장소에서 낭만적으로 해버릴 수 있는 것으로만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금처럼 실오라기조차 걸치지 않은채 애정관계도 아닌 동급생에게서 기습적으로 당하는 것은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휴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순간 곧바로 입술이 막혀졌다. 이번에는 혀를 침입시켜 왔다. 물론 처음으로 겪는 경험이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무의식중에 반사적으로 혀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나의 혀와 엉켜버렸고 그가 흘리는 타액을 꿈속에서 삼켜버리고 있었다.
"흐읍......"
머리속이 탁해지면서도 뜨거워지고 이성이 증발되어버리는 것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서도 스스로도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알아차리지 못한 순간이 계속되는 사이에 기타하라는 간신히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
전신에서 힘이 빠져버리는 바람에 나는 서있지 못하고 바로 뒤에 있던 침대에 털썩거리며 주저안고 말았다. 그러자 그런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기타하라가 나를 억지로 밀어 넘어뜨는다. 그리고는 얼떨결에 당한 일 때문에 정신을 미쳐 차리지 못한 나의 입술에 다시 한번 키스를 해오면서 점차 뺨과 목덜미, 어깨에 집요한 키스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강하게 흡입해오는 그의 입술을 느끼는 순간, 혹시나 말로만 듣던 진한 키스마크가 남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곧바로 잊어버렸다.
"아... 이,이러면...... 가슴, 만져줘...... 부탁해......"
욕실에서의 감촉을 추억해서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채 나는 애무를 졸랐다.
나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모르지만 기타하라는 아무 것도 답하지 않은채 키스의 표적을 가슴으로 옮겨갔다. 동시에 다른 쪽 가슴을 손으로 매만지며 애무를 시작한다.
"아흑......"
무섭도록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유두를 입에 품을 때는 의식적으로 이빨을 세우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에 쥐고 어루만지는 순간에도 마치 소중한 유리제품을 만지는 것처럼 살짝살짝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흘깃 지나치며 바라본 기타하라의 얼굴표정만은 거의 필사적이었다.
아마도 최대한 소중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함과 본능적인 욕구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혼란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그의 얼굴을 상당히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때문에 입술이 닿고 있는 가슴에서 등불 같은 따스함을 느꼈다.
"기타하라... 조금, 심하게 해도, 괜찮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기타하라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아,아프면......?"
그렇게 말하면서도 상기된 얼굴에서 눈빛만은 여전히 강렬하게 이글거린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아무말없이 잠시 눈과 눈이 마주치다가 그는 얼굴을 숙였다. 내가 한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움직임이 조금 격해지기 시작했다.
"으응......"
강하게 입술로 연약한 유두를 들이마시면서 손가락의 안쪽으로 문질러지면서 점차 가슴으로부터 전해지는 촉감이 척수를 저리듯이 자극하면서 점차 뱃속 깊은 곳에서 점차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으...으응...아"
제어하지도 못할 정도로 신체가 맥박치도록 반응을 보이면서 부끄러움도 없는 소리가 흘러나가 버렸다.
나의 반응이 바뀐 것에 만족했는지 기타하라는 입술과 혀로 정성껏 애무를 계속하면서 조금씩 가슴으로부터 배, 그리고 좀더 밑으로 머리의 위치를 이동시켜갔다. 그 사이에도 오른손은 가슴을 돌리듯이 어루만지면서 유두를 계속해서 공격해왔다.
"아앙~ 거긴 안돼......"
기타하라의 혀가 머무는 부분이 은밀한 사타구니에 가까워지는 것에 반응을 보이면서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무의식중에 양 다리에 힘이 몰린다.
"하야사와, 힘을 빼야지......"
기타하라가 요구해왔다. 그말을 듣는 순간 혹시나 기타하라는 다른 여자와 이런 것을 자주 경험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이성적으로 분석해내야할 여유가 있지 않았다.
"미안해... 그곳만은......"
내가 스러질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기타하라는 단념하는 듯이 상체를 다시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곧바로 왼팔을 나의 등으로부터 돌려서 움직임을 억누르고는 오른손을 양다리 사이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사타구니로 손을 끌어올려 손바닥으로 나의 비열에 접촉해왔다. 그러는 동안에도 얼굴은 유방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잉...... 아핫............"
그 동작을 몇차레 반복하다가 어느 한순간을 틈타 그대로 중지를 나의 그곳으로 침입시켜 왔다.
"아흑......!"
거부의 몸짓으로 허리를 비틀어 손길을 피하려 했지만 강하게 억누르고 있는 왼손이 움직임을 제압했다.
"기타하라, 젖어 있어?"
여자가 '젖는다'는 것을 간단한 지식으로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나의 그 부분의 상태가 어떨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에 조금은 자신없는 어조로 물어보았다.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이라면 '삽입'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될터인데 그 순간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은 윤활유역활을 해내는 애액이 충분히 분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설마 첫경험에서 상대 남자아이에게 그런 것을 물어볼 수 있었을까 할 정도로 당시의 나의 상황이 복잡하면서도 대담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급격하게 얼굴이 불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기타하라는 다시 한번 자세를 바꾸었다. 이번에는 무슨일이 벌어질 것인지 기대감과 불안을 예상하면서 가만히 기다렸다. 수치심으로 인해 얼굴을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무릎사이에서 손길을 느끼더니만 나는 양다리가 크게 벌려지고 말았다.
"아핫......"
이미 저항할 힘이 내게는 없었다. 아니 있다하더라도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반사적으로 다리를 감으려고 했지만 이런 불리한 자세에서는 사내아이의 힘에 의해 이미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드러낸 모양이 되어버렸다.
"아앙~ 그런건 싫어... 부끄럽단말야..."
"아,아냐... 사랑스러워... 너무나..."
나의 애원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이 기타하라는 그대로 나의 그곳에 입을 붙여왔다.
"아윽, 아......"
손가락을 이용한 감촉은 자위로서 희미하게 알고 있었지만 혀와 입술의 애무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체험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아버린 엄청난 쾌감 때문에 나는 수치심도 잊은채 명색뿐인 저항조차 생각해낼 수 없었다.

비부의 안쪽으로 혀를 들이밀어오면서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입술로 애무하는 동시에 연약한 곳을 혀로 햝아버리자 하반신이 불덩이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달아올랐다. 첫 관계에서 남자아이에게 자신의 가장 은밀한 부위를 입술로 애무받는 것을 허락할 정도로 나는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아직도 자신이 수치심을 생각해낸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쾌감에 취해버리고 있었다. 이것이 남자나 여자를 섹스에 몰두하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일까하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기타하라가 간신히 몸을 떼었지만 그때는 이미 힘이 빠져버린 두 다리를 감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하야사와......, 좋을까?"
기타하라가 마지막으로 확인을 한다. 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채 숨을 몰아 쉬고 있다가 당황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해죠......"
그런 말을 덧붙인 것은 역시나 아픈 것이 두려워서이다.
기타하라는 다시 나의 몸을 덮어오면서 잠깐동안 아래쪽에서 무언가를 하며 팔을 놀렸다. 그제서야 알아차렸지만 기타하라가 바지와 손옷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았다. 그는 아직도 옷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이윽고 옷을 벗어버렸는지 하반신을 밀착해왔다. 드디어 기타하라의 것이 묘한 감촉을 주면서 사타구니에 접촉해왔다. 나는 숨을 크게 쉬면서 필사적으로 긴장을 내쫓았다.
"이제..."
기타하라도 심호흡을 하면서 이윽고 결심을 했는지 천천히 허리를 가라앉혀 왔다. 닿는다! 무언가가 입구에 머무는 것이 느껴지면서 서서히 밀려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질내에 조금씩 침입해오는 느꼈다.
"아악!"
나는 그순간에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상상하지도 못할 통증이었다. 마치 신체가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라는 것을 읽은 적이 있지만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격통을 노골적으로 호소해버리면 기타하라가 행위를 중단하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나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시키면서 거부하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눈을 감고 입술을 악물어 필사적으로 아픔을 참았다.
길고 길었던 몇초간이 간신히 지나자 기타하라와 나의 배가 밀착되었다. 예상외로 손쉽게 삽입되지 않는 것에 당황했는지 후퇴와 삽입을 반복하면서 조심스럽게 들어오던 기타하라의 그것이 이내 하반신을 압박하면서 그 끝을 느낄만큼 나의 몸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러면서도 그 끝을 느끼는 순간까지 계속되고 있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만일 기타하라에게 제대로 끝까지 행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고픈 생각이 없었다면 도저히 허락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나는 끝까지 거부하지 않았다.
나라도 사내 아이의 생리는 약간의 지식이 있었다. 그의 것이 나의 하반신에서 무섭도록 단단하고 크게 되어있다는 것이 격렬한 통증에 무디어지면서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내 몸이 이렇게 강렬하게 느끼고 있는데 도중에 중단시키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움직여줘......"
"......"
기타하라는 나의 말에 마음을 정했는지 천천히 움직임을 시작했다.
"아윽...... 아, 아이잉......"
그의 것이 나의 내벽을 스칠 때마다 물결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파과의 고통이 습격해왔다. 애액이 그런대로 분비되어 있었겠지만 그 부분이 단단한 것과 접촉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한 것 같았다.
점차 기타하라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크게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것에 비례해 나의 아픔도 늘어났다.
"하아, 하아... 하야사와, 너무 기분좋은......"
나와는 반대로 이미 자제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리지 못한 기타하라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점차 고조되어가는 쾌감을 폭발시킬 지경이 이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조금씩 강도를 더해 갈 무렵 갑자기 허리를 가라앉히고 작게 신음하면서 나의 몸속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욕망을 방출했다. 불과 몇초, 아니 몇분정도 인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름대로는 소중하게 생각했던 처녀의 상징을 통증속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뱃속으로 따뜻한 정액이 흘러드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크게 숨을 쉬어서 전신의 힘을 빼고, 엉거주춤 상체를 일으키다가 머리속이 하얗게 지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버리면서 침대위에 가라앉혔다.

그리고 잠깐동안의 침묵이 흐르면서 두사람을 여운에 잠기게 하고 있었다. 기타하라는 어느 정도 숨을 정리했는지 내 옆에 누워서는 아무말이 없을뿐이다. 하반신의 안쪽에서는 생채기에 후추라도 뿌려놓은 것처럼 아펐지만 아직도 무엇인가가 들어있는 듯한 이물감을 느끼면서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문득 깨닫아 방의 시계를 보면 이미 일곱시가 가까웠다. 돌아가야함을 머리곳에서 생각해냈지만 이미 몸은 어떻게 하더라도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힘을 뺀채 다리를 벌리고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이 축 늘어져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야사와, 미안해......"
갑자기 기타하라가 사과해왔다. 그에게서 몇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짧은 시간동안에 여러 번, 그리고 상당히 심각하게 말해왔다.
몸을 강제로 움직여 버리면 체내에 새겨진 첫경험의 여운이 빠져버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고개만 돌린채 옆에 누워있는 기타하라의 눈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모,몰랐어... 네가 처음이란 걸......"
미처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나의 사타구니에서 붉은 선혈을 확인했나보다. 기타하라는 여전히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지 못한채 중얼거렸다.
"네가 처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나를 유혹하는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내게 실망했니?"
"아,아냐... 절대 그런 건... 단지......"
"내게 실망했어도 상관하지는 않아..."
"절대 실망하거나 한건 아니야... 단지 내가 너무 조급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넌 보기보다는 굉장히 배려심이 많은 것 같아보여... 그게 맘에 들어..."
"평소에 보아오던 네 이미지하고 전혀 다른 것 같아... 말수도 적고 내성적이라고 느꼈는데..."
"이번일로 나를 가벼운 아이로 보겠구나..."
"그렇지는 않아... 단지 나는 왜 네가 나를 택했는지... 궁금해..."
"나한테 그렇게 상냥하게 말을 건네준 아이가 클래스에는 없었어... 그냥 우산을 건네줄 정도의 친절함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지 몰라도 네가 말을 걸어주었단는 것조차 좋았다고 생각해... 너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런 말을 하면서 나는 웃어버렸다. 일부러 만들어낸 웃음이 아닌 진심으로 우정어린 감정의 표현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그는 안심한다는 표정이 되었다.

옷은 조금전에 벗어두었던 탈의실에 있기 때문에 드러내고 있는 몸을 가려줄 만한 것은 없었다. 그저 침대옆에 잘 개어져있는 이불을 끌어당겨 품으면서 가슴을 감추었을 뿐이다.
"이젠 어떻게 하지?... 앞으로..."
"응, 우선 지금은 돌아갈거야... 벌써 늦어버렸어..."
기타하라가 말하는 '앞으로'가 그런 의미가 아닌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깨닫지 못한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의 앞으로의 관계는 아마도 기타하라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미묘했다. 내가 기타하라와 관계를 가져버렸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앞으로 기타하라와 좋은 사이를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매끄럽지 못한 여러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할대로 복잡했기에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작정했었다.
아마도 기타하라는 나에게 집착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또 올 수 있을까? 괜찮다면 말이야... 모레도..."
"......"
기타하라의 말투에서 묘한 여운이 남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이이다. 목소리만들어서는 그것이 애정의 시작을 의미하는 요구인지, 아니면 욕구의 분출대상을 그리워하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는 당분간은 지금까지 처럼 대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이들이 알면 귀찮아지잖아......"
나의 제안에 그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
"한번만 더 껴앉아줄래..."
"......"
기타하라는 좀더 몸을 밀착해와서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상반신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껴안아준다.
"너, 생각보다 가벼워..."
나는 그 감촉속에서 누군가에게 체중을 맡겨질때의 안심감을 가만히 즐기고 있었다. 이전에는 고독하다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 가슴의 바닥으로부터는 자신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제 정신을 못차리는 동안 기타하라에게 너무나도 쉽게 마음과 몸을 허락해버린 것이 그 탓일지도 몰랐다.
언젠가 오늘의 일을 후회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할 수 있는한 뭐든지 해주고픈 마음이 여성다운 거창한 모성애인지는 몰라도 상관없었다. 잠깐의 포옹사이에 기다란 생각이 머리속을 지나갔다.


2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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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조뽀빠이
  •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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