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방
## 디자인 사무실
[ 탓 탓 탓 탓… ]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는 일본 야동에서 나오는 여배우의 목소리와 한 부장의 자위하는 소리만 나고 있었다.
한병호.
그는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서 야동을 보며 자위하는 것이 그나마 낙이었다.
“후욱….후욱..”
광고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한병호 부장은 15년 차 경력이었다.
업계 특성상 철야와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그에게 유일한 낙은 술과 섹스뿐.
결혼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룸과 안마, 바 (bar) 등을 헤매고 다녔다.
씀씀이가 나쁘지 않아 어딜 가나 환영을 받았고
강남의 내로라하는 주점엔 그의 연락처를 모르는 곳이 없었다.
덕분에 그의 접대는 언제나 대행사와 광고주의 환영을 받았고
또 그 덕분에 일은 끊이지 않았으며
또 그 덕분에 벌이는 괜찮은 편이라 이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이상한 병 한번 걸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던 것이 2년 전 결혼을 하면서 모든 게 시들해졌다.
아니 모든 게 시들해져서 결혼했다고 해야 하나?
더는 섹스를 해도 시원하지 않았고 술을 마셔도 재미가 없었다.
술에 떡이 되어 여자를 안고 밤새 섹스를 해도 다음날 일어나면 자괴감이 들 뿐이었다.
돈이 아까운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아까운 것도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 질린 것이다.
정말 남자가 주지육림이 질릴 수도 있나 싶지만 한 부장은 질렸다.
감정 없는 섹스에, 시간을 죽이는 술에 질려버렸다.
하릴없이 던지는 농담조차도 귀찮아….
게다가 그는 발기도 시원찮아 졌다.
뭐 물론 훌륭한 크기나 절륜한 정력을 자랑하던 그도 아니지만
필요할 땐 제 몫을 하던 놈이었는데
질린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발기가 힘들어졌다.
‘ …안 하고 살지 뭐 ’
놀 만큼 놀았고 할 만큼 했고 마실 만큼 마셨다.
이제 결혼이나 해서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아야지…
그렇게 결혼을 했다.
하지만 관성과 습관이 여간해서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업소를 다니는 횟수는 줄었지만, 자위는 도통 끊을 수가 없었다.
이상한 것은 자위할 땐 단단하게 발기가 된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섹스보다 자위에 더 빠져들어 가는 한 부장이었다.
“ 웃!! ”
허연 정액을 티슈에 쏟아내고는 주섬주섬 바지를 추스른 뒤 손을 씻으며 생각한다.
‘ 요즘은 확 꽂히는 야동이 없어… 맨날 하는 거 말곤 없나.?’
‘ 하하…나이 40에 이게 뭔 짓이야..’
시계는 새벽 12시 30분
딱히 할 일도 없던 그는 단골 바에서 간단히 한 잔 후 집에 가기로 했다.
## 바 (bar) 씨클로.
청담동 한복판에 있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자그마한 가게다.
손님도 많지 않아 일하는 바텐더도 두 명뿐.
작은 데다가 6층에 있어 아는 이도 별로 없다.
“ 후~ 정말 무료하구만~ “
담배 연기를 뿜으면서 내뱉은 말.
요즘 한 부장이 아주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 오빤 그래도 팔자 좋네요. 다들 죽겠다 죽겠다 하는데
배부른 소리 하고… “
최주희. 씨클로의 매니저.
한 부장이 씨클로에 출입한 지는 4년이 되었으니 주희를 본지도 4년이 되었지만 둘 사이는…
뭐랄까 타이밍이 넘어섰다고 해야 하나?
섹스를 하고 관계를 재정립하기엔 이미 너무 친해져 버린 사이다.
물론 주희가 어디 빠지는 인물도 아니었다
강남 바닥에서 나름 단골을 유지하는 바 라면 그럴듯한 매니저 실장은 하나 있어야 하는데
27살부터 매니저를 맡아온 주희는 한 번쯤 뒤돌아보게 할 정도의 미모였다.
거기에 화술도 괜찮고 상식도 많아 대화 상대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한 부장도 처음엔 주희의 고양이 같은 얼굴과 몸매에 빠져 씨클로를 출입하기 시작했지만,
차츰 이야기를 나눌수록 주희의 분위기와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결국, 둘은 허물없이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 케이스.
“ 정말 무료해. 뭐 이건 술을 먹어도 그다지… 놀러 다녀도 그다지…
매일 아침 일어나면 뭐하지? 라는 생각밖엔 안 든다니까….
일이 재미있던 때는 예전에 지났고 말이야.”
“ 아이고 지겨우니 고런 말씀 고만하세요~
내가 누누이 말했잖아 오래빈 너무 일찍 다 놀아버렸다고요.”
“ 정말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하나…? 나 이제 40밖엔 안되었는데..“
“ 뭐 등산이라도 다녀봐요. 혹시 알아요? 거기서 멋진 미씨라도 만날지? 킥킥~ “
“ 아이고 됐다… 거기서 뭘~킬킬”
실실 웃으며 주거니 받거니 한 맥켈란이 거의 다 비어갔다.
“ 언니 저 먼저 가요~ “
주희와 같이 일하는 바텐더가 먼저 퇴근한다.
“ 응~ 잘 들어가고 내일 보자~ “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
“ 오빠. 진짜 한번 생각해보셔요 “
“ 뭘 말야? 산악회?“
“ 아니~ 그런 거 말고 차근차근 생각해보라고요....
주위에 관심 가는 여자 없어요? “
주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 그 여자랑 뭐 하고 싶다.
걔랑 뭐 하고 싶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이런 거 있잖아요”
“ …너랑 하고 싶다? “
“…………. 후우…. 나 화낼까요…?”
“ 하하핫! 음….
스무 살 때 처음 섹스하는 것처럼 다시 해보고 싶어.
그때는 왜 그런 거 있잖아.여기저기 만지고 싶고 어디서든 하고 싶고....
머릿속엔 정말 언제 할까 어떻게 할까로 만 꽉 차 있잖아.
그런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
“ 아주 눈이 빤짝빤짝 하시네요…킥킥킥~
결국 오빤 연애하고 싶은 거잖아요. 연애 ”
“…. 그런가? “
“ 응 아주 눈이 연애하고 싶어 죽겠는 사람이네요 “
“ 그런 대상이 있어야 말이지… “
“ 오빠. 다 된 사람 찾지 말고 될 만한 사람을 만나봐요. 오빠랑 둘이 같이 만들어 갈 만한 사람요.”
“ ......내가 유부인데 무슨… “
한 부장은 생각에 빠진다.
사실 한 부장은 제대로 된 연애라곤 두 번 정도였다.
복학해서 CC로 사귄 후배와 2년, 그리고 지금의 와이프 2년.
어릴 땐 길어봐야 석 달이었고 나이 먹고선 귀찮다고 맨날 업소였으며
그나마 좀 사귄 건 바텐더들 정도…?
바텐더들하고 사귀는 경우도 섹스하고 나면 시들해져서
그녀들이 가게를 옮기거나 그만둬버리고 잠수를 타기 일쑤였다.
덕분에 출입 금지당한 바도 수두룩했다.
여기 씨클로는, 주희하고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으니 4년이나 볼 수 있었다.
“ 그리고 내가 비법 하나 알려줄까요?”
마지막 잔을 털어 넣으며 주희가 말한다.
“ 뭔데? “
“ 너무 이것저것 재지 말고 왔을 때 그냥 확 채봐요. 고민은 그 뒤에 하고.”
“ …비법이라고 하시기엔 너무 뻔하지 않나요.? 하하하하”
“ 에이~ 진짜라니까요…. 힛힛 정말이라구요~ “
한 부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일어났다.
카드를 건네 계산하고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한 부장의 옆으로 주희가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가선다.
“ 여튼 오빤 내가 한 말 잘 기억하시고…. 어맛!”
한 부장은 주희의 허리를 휙 낚아채 키스할 듯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 가까이 왔을 때 확 낚아채란 말이지?”
“ … 어. 하하 오빠 예상외네요? 이럴 줄도 알고?”
갑자기 주희가 허리를 감싼 한 부장의 손을 가슴께로 끌어올려 자신의 유방을 꽉 쥐여준다.
그리고는
“ 아무도 없을 때 젖탱이 정도는 꽉 잡아주면서….응?
씨발 한번 달라고 해요. 딸딸이 고만 치고…. 알았어요? “
간만에 제대로 발기했다.
정말 단단하게....
아마도 이렇게 아플 정도로 발기한 것은 기억 속에서도 낯설다
한 부장은 씨클로를 나와 1층에서 담배를 피우며 불끈 일어선 물건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생각했다.
뭘까...? 뭐가 자극적인지 모르겠다..
주희의 가슴에.? 의외라서.?
아니 그건 둘째치고 자위한 건 어떻게 안 거지?
사실 씨클로 앞에서 시간을 눙치는 것은 벌떡 선 물건이 난감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핑계였고
주희가 가게를 닫고 나오면 어떻게 해볼까 하는 마음이 컸다.
[ 띠링~ ]
마침 주희의 문자가 왔다.
‘ 오늘은 기대해도 별거 없으니 들어가셔요~ㅋㅋ
뭘 기대하는 거여요..ㅋㅋㅋ”
…머리 위에 앉아 있다.
얼굴이 벌게진 한 부장은 위를 올려다볼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아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 주고는
휘적휘적 밤거리로 걸어나갔다.
간만에 발기한 물건을 위해 안마도 생각해 봤지만, 오늘은 아니다.
‘ 에이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는 한 부장.
뒷좌석에서 주희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 근데 어떻게 알았냐 ’
[ 띠링~ ]
‘ 뭘요? ‘ ‘
‘ 내가 자위한 거 ’
‘ 아, 오빠 딸딸이요? ㅋㅋㅋㅋㅋㅋ ‘
딸딸이란 말이 이렇게 자극적이었나….?
아랫도리가 다시 뻐근해진다.
‘ 야야… 너무 웃지 말라고… ‘
‘ 오빠 집게손가락 ‘
손가락에 뭐가…? 이런 제길 휴지가 말라붙어 있다.
손을 닦는다고 닦았는데 정액에 말라붙어 잘 안 떨어 진 모양…
‘ 휴지가 붙어 있길래 넘겨 짚었네요. ㅋㅋㅋㅋㅋ
오빠 너무 단순한 거 아님? ㅋㅋㅋㅋㅋ ‘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 너무 놀리지 말라고.ㅋ ‘
‘ ㅋㅋㅋ 한창이라고 생각할게요.
그리고 요건 잘 놔뒀다가 써먹을 테니 그리 아셔요~ ‘
‘ 10년짜리 놀림감이구만.ㅠㅠ ’
‘ 여자친구 만들면 안 놀리고 대신 상 드릴게요.’
‘ 상? 무슨 상? “
‘ 가능하면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해주기. 그럼 작은 상부터 드리지요~ㅋㅋㅋ’
‘ ㅎㅎㅎ 유부남이 여친 만들다 걸려서 이혼당하면 니가 책임지냐.? ‘
‘ 훗. 인생은 어차피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알아서 하시고 어여 들어가셔요~’
긴 문자질이 끝나고 한 부장은 밤거리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 연애라… ‘
## 다음 날 아침
와이프, 미진이 깨운다.
“ 으이구 좀 작작 마시구 다녀~ 출근 안 할 거야?“
신미진.
나이는 한 부장과 두 살 터울이니 이제 38살이다.
한 부장이 다니는 디자인회사의 거래처인 대행사의 AE였다.
같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몇 개 있어 몇 번 같이 일한 것이 호감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술자리를 가지고 또 그것이 하룻밤으로 이어져 정말 무난하게 연애를 하게 되었달까…?
미진은 정말 무난하다.
키는 160 정도에 통통한 편이라 55킬로그램 정도…몸매가 좋은 편도 아니고 예쁜 편도 아니다.
하지만 한 부장과는 정말 죽이 잘 맞았다.
취미나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 삶의 태도 등 정말 좋은 친구사이라도 이렇게 닮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똑똑한 여자이기도 했지만 지혜로운 사람이기도 했으니 한 부장은 스스로도 잘한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둘 사이의 문제는 섹스였는데…
미진은 사실 섹스에 관심이 없었다.
오래된 싱글 기간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성적인 지식은 거의 제로였고, 그녀가 아는 섹스는 삽입이 전부였다.
한 번은 한 부장이 혀로 성기를 애무하려고 하자 펄쩍 뛰며 한 달 동안 근처에도 못 오게 했을 정도이니….
그나마 4년이랑 시간이 지난 지금 한 달에 한번 할까 말까 하는 섹스에서
후배위가 가능해진 정도가 발전이라면 발전이랄까….
연애 초엔 한 부장도 짜증을 냈으나 이내 익숙해졌고 이제 이런 생활에 불만은 없었다.
게다가 둘 다 아이에 관심이 없어 아이도 없었다.
별을 볼 일이 없으니 별을 따기는 요원하다.
“ 어우..난 좀 천천히 나가도 되는 거 알잖아~ ”
“ 그래도 좀 일어나서 움직이고 좀 해~ 아침 시간이 아깝잖어~ “
“ 그래 알았어. 알았어~”
한 부장은 느릿느릿 일어나 식탁에 앉아 커피를 내려 마신다.
“ 나 먼저 출근한다~ 오늘도 늦어?
“ 아니 뭐 별건 없는데… 알잖아. 이 바닥 예고없이 시작하는 거 “
“ 그려 아주 요즘 남편 얼굴 보기도 힘들더라? 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기고 해 “
“ 알았어요. 어서 출근이나 하시죠. 마눌님~ “
“ 하하하 그래~ “
미진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대충 입고 출근한다.
원래 그런 데엔 관심도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한 부장은 미진이 출근한 것을 확인하고는 담배를 입에 문다.
집에서 담배피우는 것을 들키면 큰일이지만 모닝커피와 담배는 그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조합이었다.
어제 주희가 한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연애라….
한 부장은 출근 준비를 한다.
## 사무실
“여어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부장님~”
얼마 전 준비하던 PT가 끝나고 간만에 한가한 사무실이었다.
한 부장이 다니는 디자인 회사는 부티크 대행사이긴 하지만 일은 쉼 없이 있었고
나름 업계에서 평판이 좋아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회사다.
매출이 크진 않지만 적지도 않고. 누구 하나 욕심부리는 사람 없이 나름 화목한(?) 회사라고 해야 할까.
한 부장은 자신의 방이 따로 있다.
회사 내 최 고참의 대우도 있지만 미팅등의 대외비적인 문제로 공간이 필요한 업무라 대표는 방을 하나 내어줬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는 한 부장.
어영부영 메일과 뉴스 등을 보다 보니 점심시간이다.
" 밥 먹으러 갑시다~”
다들 주섬주섬 일어난다.
" 한 부장님 전 좀 빠질게요.... 일이 좀 있어서 “
박아름 차장. 31살.
요즘치곤 빠른 나이인 28살에 결혼했고 한 부장과 같이 일한 지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은 악바리다.
계속되는 격무에도 흐트러짐이 없어 바늘 하나 안 들어갈 듯한 이미지.
덕분에 이른 나이에도 디자인 1팀 차장을 하고 있으며 서너 명 남짓한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그런데 웬일로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식사마저 거른다니 의외다.
“ 어….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몸이 안 좋은가…? ”
“ 아 네…. 뭐 좀 그렇네요. 쉬는 게 나을 듯해서요“
“…. 그래요. 좀 쉬시고 약이라도 사다 줄까요? “
“ 아니에요. 쉬면 괜찮아지겠죠 “
“ 그래요 좀 쉬세요 “
## 회사 앞 식당
“ 아름 차장님 집에서 되게 시달리나 봐요 “
디자인팀 윤이의 이야기다.
순댓국에 새우젓을 털어 넣으며 한 부장이 묻는다.
“ 엉? 뭔 소리야 그게? “
“ 아름 차장님 남편분이 일하는 거 별로 맘에 안 들어 하잖아요.
그거 땜에 어제도 한 판 하신 모양이더라고요 “
사실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집이 평온한 경우는 별로 못 봤다.
박아름 차장도 마찬가지.
특히나 규모가 이 정도인 회사라면 업무의 수준은 격무라 할 수 있다.
야근은 물론이고 못 들어가는 날도 부지기수인데 자신의 아내가 일찍 오면 밤 12시라든가, 아니면 안 들어온다든가.
게다가 주말이라고 쉬는 날도 별로 없으면 부처님이라도 화낼 만 하지 싶다.
물론 한 부장은 동종 업계의 미진과 결혼 했으니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었다.
“ 어렵지…어려워. 이 쪽 사람이면 이해라도 하지…. 아니면 힘들어 “
“ 참 아름 차장님 불쌍한거 같아요….
집에서 좀 쉬기라도 해야 하는데 맨날 그렇게 싸우시니….”
윤이는 밥이 넘어가지 않는지 순댓국을 뒤적거리고 있다.
“ 야야 김윤이. 네가 걱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밥이나 먹어 “
“ ….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한 부장님은 은근히 냉정하다구요. “
“ 난 대놓고 냉정해. 킬킬킬~ ”
순댓국을 먹으며 한 부장은 박아름 차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매일 그렇게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서도 바람 잘 날이 없는데 흐트러짐이 없다.
보통 디자인 업무면 내근직이니 청바지에 편한 차림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깔끔한 정장차림에 바지조차 입지 않고 짙은색의 원피스나 투피스 정장차림.
그리고 검은색의 스타킹에 10센티에 가까운 힐을 신고 다닌다.
160 중반의 키에 그 정도 힐을 신으니 늘씬한 모델 같은 이미지.
물론 업무 중엔 굽이 낮은 구두를 신고는 있지만 슬리퍼 같은 것을 신는 걸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똑소리 나게 챙기는 화장, 세팅이 잘 된 머리까지….
그 모습은 연일 계속되던 밤샘에도 변하지 않는다.
한 부장은 새삼 박아름 차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어찌 보면 그것은 아름 차장이 세상을 대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박 아름의 갑옷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그 갑옷 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
그렇게 철벽같은 몸가짐의 내면은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것이었지만 갑자기 박아름 차장의 하얀 목선이 떠올랐다.
철야 중에 아름 차장의 자리에서 제작물을 같이 보며 이것저것 의논하던 중
타블렛의 펜을 비녀처럼 꽂아 올리고 집중하던 아름 차장.
가까이서 바라본 아름 차장의 목선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매일 머리를 늘어뜨려 전혀 보지 못하던 모습이었는데 머리를 틀어올린 아름 차장의 모습은 고혹적이었다.
그리고 은은히 풍기는 체취….
“ 한 부장님~! 숟가락 떨어지겠어요~! ”
숟가락을 입에 가져가다가 말고 생각이 길었나 보다.
윤이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뭔 생각이 그리 깊으세요? “
“…. 아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
“ 뭐래…. “
## 사무실
직원들은 커피 한 잔 하고 들어온다고 했고
한 부장은 먼저 사무실에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사온 김밥과 커피.
아름 차장은 필요 없다곤 했지만 그래도 뭔가를 먹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는 길에 사왔다.
그런데 들어온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 응? 어디 나갔나 ? ’
점심약속이라도 있었나 싶어 사온 김밥과 커피를 탕비실 냉장고에 넣어두려 하였지만
그래도 혹시 싶어 아름 차장의 자리에 올려두었다.
[ 탁! ]
책상에 물건을 올려놓자 조금 미동이 있었는지 아름 차장의 컴이 화면을 밝힌다.
김밥을 놔두고 돌아서려던 한 부장은 눈에 뭔가 보인 듯한 느낌에 아름 차장의 컴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여자구만….
아름 차장이 열어놓은 창은 구두 쇼핑몰이었다.
‘ 참 종류도 많다…. ‘
미진은 절대 이런 힐, 구두 같은걸 신지 않는다.
편한 게 좋다는 지론으로 언제나 운동화와 낮은 펌프스 정도….
그에 비하면 아름 차장의 구두는 언제나 화려했다.
장식이 화려하게 붙은 타입은 아니었지만, 소재나 디자인이 과감하달까.
구두코가 뾰족해서 발이 아플 거 같은데도 신는 걸 보면 용하다 싶었다.
‘음? 이 창은 뭐야….?”
인터넷 창에 탭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 딸깍 ‘
한 부장은 아무 생각 없이 그 탭을 클릭했다.
‘ 헛…! ’
속옷쇼핑몰의 창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속옷이라 보기엔 정말…정말 화려했다.
옷이나 구두취향과는 전혀 다른, 망사와 레이스, 끈의 향연이었다.
그렇다고 전신망사나 밑 트임 팬티 같은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도발적인 디자인들만 취급하는 쇼핑몰이었다.
‘ 오…. 이런 취향이셨네…. ‘
‘ 이야…. 이야….’
아름 차장의 정장 안에 이런 속옷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꿈틀거린다.
검은색 스타킹의 위엔 가터벨트를 했나…?
가터벨트를 할 정도면 팬티는 최소한 이 정도로 과감하겠네….
이야…이 팬티랑 세트인 브래지어는 유두가 다 비치는구만..
[ 또각…또각… ]
멀리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
분명히 이건 아름 차장이다.
망상에 빠져 있던 한 부장은 허둥지둥 창을 원래대로 구두 쇼핑몰로 돌려놓고 자리로 가려고 한 순간,
‘ 앗! 이게 화면이 켜져 있으면 안 되는데…?! ‘
화면보호기로 화면이 꺼져 있어야 자연스럽다.
켜져 있으면 한 부장이 자연스럽게 보았든 훔쳐보았든 화면의 내용을 봤다는 소리가 되니까….
처음에 있었던 페이지가 맞나? 속옷 쇼핑몰 쪽은 어디가 처음이었지..?
뻘쭘해지는 상황은 정말 싫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한 부장은 과감하게 벽에 연결된 디자인 팀 메인 전원을 뽑아버렸다.
[ 삐~!…. ]
컴퓨터가 꺼진 순간 박아름 차장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 한 부장님? 저 찾으셨어요? “
휴우~
한 부장은 크게 숨을 한번 쉬고 돌아섰다.
“ 아~ 그래도 호..혹시나해서 간단하게 점심 사왔는데 자리에 없어서요.
점심약속 있어 나갔나 했어요. “
“ 아…. 잠시 화장실에….”
“ 하하하…. 잘 되었네요. 하하…. 김밥이랑 마실 것 사왔으니 좀 들어요 ”
“ 감사해요. 굳이 신경 안 써주셔도 되는데…. “
“ 에이 그래도 좀 먹어야 일하죠. 괜히 안 먹으면 오후 업무 힘들어요~”
한 부장은 자리를 비켜주며 너스레를 떤다.
“ 그럼 천천히 들어요~ “
“ 네 감사합니다. 부장님~ ”
한 부장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 저기 한 부장님 “
“ 네?! 네? ”
갑자기 아름 차장이 부르는 소리에 흠칫하며 돌아서는 한 부장.
“ 저…. 컴퓨터가 안켜져서요. 이게 왜 그런지…. ”
“ 네? 그게 왜 그럴까….? 제….제가 한번 봐 드릴께요 “
원인이야 알지만 제가 코드를 뽑았어요. 할 수는 없으니 봐주는 척이라도 해야한다.
책상 밑의 애꿎은 멀티 탭이 문제인 것처럼 책상 아래를 살펴본다.
“ 멀티 탭이 합선이 되었나….”
아름 차장은 책상 밑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여분의 구두와 편하게 신는 낮은 굽의 펌프스.
보통은 지저분하게 늘어진 코드도 깔끔히 케이블 타이로 묶어 놓았다.
“ 멀티 탭이…. 어 이거 왜 안 들어오나….”
슬쩍 쳐다본 아름 차장의 다리는 미끈하다.
순간 스타킹을 핥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벽을 가리키며 한 부장이 말한다.
“ 아, 이게 빠졌네~! “
“ 어머 이게 왜…? 빠졌지….?
“ 어이쿠, 이거 디자인팀 메인 전원인데 뭐 진행하던 거 없어요? “
“ 네 다행히 별거 없어요. 아직 다음 프로젝트 전이라서요 “
“ 다행이네요. 이거 제가 나중에 전원 안 뽑히게 뭐 좀 달아줄게요 “
“ 아 감사해요. 아까 화장실 간다고 일어나다가 빠졌나 보네요.
여튼 감사해요. 이것저것 신경 써주시고….”
“ 하하하 뭘 이런 거 가지고요.”
컴퓨터를 부팅하는 아름 차장을 뒤로하고 자리로 돌아서는 한 부장.
아름 차장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본다.
매우 옅은 핑크색의 블라우스에 짙은 회색의 랩스커트.
몸매가 늘씬하긴 하지만 좀 마른 편이라 아쉽다.
그래도 허리가 가늘어 크지 않은 골반이 예쁘게 벌어져 보이고….
틀어올린 뒷머리 아래로 잔머리가 솜털 같다.
그 솜털들 밑으로 뻗은 목선이 블라우스의 옷깃 속으로 사라진다.
‘ 응? ‘
블라우스에 슬쩍 비치는 아름 차장의….
레이스로 된 브래지어 끈이 슬쩍슬쩍 비치고 있다.
한데 좀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이다.
자신의 방으로 온 한 부장은
곧 그 디자인이 어디서 본 것인지 생각났다.
아까 쇼핑몰에서 본 유두가 다 비치는 브래지어의 디자인이었다.
그까짓게 무슨 대수라고….
사춘기 중학생도 아니고 브래지어 끈을 보고 싱숭생숭하다니….
사실 속옷 좀 보았다고 흥분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 더 잘 안다.
박아름 차장을 좋아한 것도 아니었고 그런 스타일이 이상형인 것도 아니다.
근데 이 흥분감과 고양감은 무얼까?
" 한 부장님 ~ "
갑자기 윤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어우.. 야 노크 좀 해. "
“ 어머? 뭐하셨길래 놀래시고 그러세요? 뭐 이상한 거 보신 거 아녜요? 킥킥 “
“ 뭐래…. 무슨 일이야? “
“ 뭐 별다른 건 아니고요. 저녁에 뭐하시나 해서요 “
“ 별거 없는데? 왜? ”
“ 아니 뭐 프로젝트도 하나 끝났고 하니 저희 디자인팀 회식하려구 하는데 같이 하시자 구요~”
“…. 나야? 법인카드야? “
“ 힛힛 들켰나용? 꼭 그런 건 아니구요 “
“ 니들끼리 드세요~ 난 별 생각 없다~ “
“ 하하하…. “
윤이가 슬쩍 뒤를 보더니 가까이 와선 소리죽여 말한다.
“ 그게 박 차장님 기분 좀 풀어 드릴까 하는데…. 저희 팀 다 어린 거 아시잖아요….
그나마 한 부장님이 직급도 비슷하시고 나이도 뭐…. 저희보단 어른이시니까 나을 것 같아서 그래요.”
“ 어이구?…. ”
이제 27살밖에 안되었는데 생각이 깊다고 해야 하나. 나름 사람 배려도 할 줄알고 많이 컸다 싶다.
“ 이야…윤이 너 코 찔찔 흘리던 게 많이 컸다? 사람 배려도 할 줄 알고…. 꼬시는 재주도 있네? “
“ 훗…. 그럼 가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며 문도 제대로 닫지 않고 윤이가 나간다.
“ 야야 문 좀….”
이미 지들끼리 이야기하느라 듣지도 않는다.
뭐 그러려니 하고 웹서핑을 시작하는 한 부장.
회식이야 팀별로 알아서 하지만 사장까지 같이하는 전체회식은 언제인지 가물가물 할 정도고
한 부장은 1인 팀이라 회식에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간만에 회식이니 미진에게는 이야기해두려고 전화를 건다.
[ 뚜르르르~ 딸깍!]
’ 어 왜? ‘
‘ 여보세요는 좀 하자…. 왜가 뭐냐? ‘
‘ 맨날 보는 사람 그렇게 반가워 해야 하는 거야? 호호홋 ‘
‘ 으이구…. 나 오늘 회식이야 ‘
‘ 회식? 갑자기 뭔 회식이야? ‘
‘ 저번에 PT 들어간 거 다 넣었잖아. 그래서 결과 나오기 전에 간단히 한다고 그러네. ‘
‘ 또 대차게 먹겠네? 먹었다 하면 새벽이잖아? ‘
‘ 에이 그래도 외박은 안하잖냐~ 적당히 먹고 들어갈게 ‘
‘ 외박 같은 소리하네. 적당히 먹고 빨리 와~!’
‘ 알았어. 저녁 알아서 챙겨~ ‘
전화를 끊고 지갑의 법인카드를 확인해 본다.
법인카드를 가진 사람이야 사장 외엔 한 부장밖엔 없다.
여간해서 사용하지 않는 카드라 가끔은 있는지 깜박할 정도이니….
지갑을 넣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한 부장의 눈에 문 열린 게 거슬린다.
‘ 저놈의 기집애 꼬리 참 길구만…. ‘
문을 닫으려 일어나려고 할 때 한 부장의 눈에 뭔가가 밟힌다.
‘ 응? ‘
책상 밑으로 보이는 박아름 차장의 다리가 열린 문틈으로 보인다.
평소에 문밖에 뭐가 있는지 신경 쓴 적이 없어 의식하지 않았는데
한 부장의 방에서 아름 차장의 책상이 바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정면은 가슴께까지 있는 파티션으로 얼굴이 마주칠 일이 없고
아름 차장의 맞은편엔 윤이가 앉아 있으니 보통은 보일 일이 없다.
윤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밑으로 아름 차장의 다리가 보이는 것이었다.
[ 꿀꺽…. ]
아름 차장의 쭉 뻗은 다리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검은색 스타킹이지만 재질이 얇아서 다리의 잔 근육까지 잘 보인다.
다리를 포개고 위로 올린 다리의 발은 신발을 벗어 까딱거리고 있었다.
발가락 끝의 스타킹의 짙은 팁 토가 섹시하게 보였다.
스타킹 색 때문에 정확히 무슨 색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가락 끝의 페디큐어가 귀엽다.
짧지 않은 발가락 위로 올라가는 발등의 곡선이 부드럽게 정강이와 이어지고
뒤꿈치에서 이어지는 가느다란 아킬레스건이 가느다란 발목에 굴곡을 준다.
발목을 훑으며 올라간 한 부장의 시선은 도톰한 종아리에 머문다.
살짝 근육이 잡혀 있긴 했지만 보기 싫지는 않다.
조금만 살집이 있으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선을 위로 올리자
책상에 가려 점점 어두워지는 허벅지의 라인이 보인다.
조금 더 보고 싶지만 이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한 부장….
다시 한 번 시선으로 다리를 훑으며 모니터로 눈을 돌리려는 순간.
겹쳐 있던 아름 차장의 다리가 벌어진다.
쭉 펴고 있던 다리를 의자 밑으로 넣으며 다리를 벌렸다.
순간 한 부장은 저 사이에 얼굴을 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리 사이에 머리를 넣고 싶었다.
치마 속이 궁금하다.
한 부장이 잔머리를 굴렸다.
[ 타닥~! ]
“ 에이~~ ”
자신의 책상 밑으로 볼펜을 던진 한 부장이 줍는 척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볼펜으로 두었던 시선을 스윽 올리자….
아름 차장의 치마 속이 보인다!
사실 짙은 색의 스커트라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랩스커트의 한 쪽 틈새로
아름 차장이 신고 있는 스타킹이 밴드스타킹인 것은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밴드 부분에 연결된 가터벨트.
한 부장은 침을 꼴깍 삼키며 그 절경을 감상했다.
다리를 조금만 더 벌리면 무슨 팬티를 입었는지도 보일 텐데….
치마 속에 전등이라도 비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짝살짝 좌우로 흔들리는 다리들...
벌어졌다 오므려지는 다리는 한 부장의 입을 바싹바싹 마르게 한다.
[ 타닥~! ]
갑자기 크게 벌어지는 다리.
아름 차장의 책상 아래로 무언가가 떨어지며 손이 내려온다.
아차 싶어 일어서려고 하는 한 부장의 눈에 아름 차장의 치마 속이 훤히 보였다.
앞부분이 망사로 되어 안이 훤히 보이는 과감한 팬티.
그런데 안에 보여야 할 게 안 보인다.
팬티 앞부분에 거뭇하게 있어야 할 수풀이 보이지 않는다.
“ !! ”
그 때 허리를 숙인 아름 차장과 눈이 마주쳤다.
## 회사 앞 이자까야
회식자리.
어린놈들은 지들끼리 노느라 여념이 없다.
난감한 상황을 피하려고 자리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으나 잡아끄는 통에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니네 차장 치마 속 보다가 걸렸으니 난 못 가겠다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시방석 같은 자리가 영 쉽지 않다.
마주 앉은 박아름 차장은 시선을 안주에만 두고 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 있다.
“ 에이~ 두 분도 한잔하세요~!! “
눈치 없는 윤이가 한 부장과 아름 차장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원샷을 외친다.
그리고는 한 부장에게 한쪽 눈을 깜박이고는 입만 벙긋거리며 돌아선다.
‘ 부 탁 해 요 ‘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술을 자기 잔에 따른 한 부장은 어렵게 입을 뗀다.
“ 저기…. 아까는 미안했어요. “
“ 네?! 네? 아, 아니에요 “
화들짝 놀라며 대답하는 박아름 차장.
자기잔에 소주를 따르려 하는 아름 차장을 제지하곤 한 부장이 한 잔 따른다.
“ 그…. 의도 한 건 아니었는데요. 뭘 좀 주우려다가 그게… “
[ 챙~ ]
갑자기 잔을 부딪치는 아름 차장.
“ 한 부장님. 그, 그냥 잊어버리구요 술이나 마셔요 “
“ 그래도 사과는 확실히 해야 할 거 같아서….”
“ 어쩌다 보니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냥 그건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어요…. “
“ 네…. 정말 죄송하구요…. 대신 제가 쿠폰 하나 드릴게요.! “
“ 네? 그게 무슨… 쿠폰이라뇨? “
“ 음…. 뭐든지 부탁하시면 제가 해드릴게요! 밤샘해서 하실 일이라도 말씀만 하시면 기냥~ “
“ 네? 호홋. 네 알았어요. 그 쿠폰 받았습니다. “
“ 이거 아무나 주는 거 아녜요…. 하하 “
어떻게든 말을 트니 그나마 좀 나아졌다.
서너 잔 대작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니 조금씩 말이 오가기 편해졌다.
“ 아름 차장님은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일처리도 언제나 깔끔하고…. “
“ 사장님이랑 한 부장님이 잘 봐주시니 그렇죠. 전 아직 부족한 거 같아요. “
“ 무슨 말씀이에요. 회사 돌아가는 거 누구 때문인지 애들도 잘 아는데. “
“ 그렇게 부담 주시기예요? “
살짝 눈을 흘기는 아름 차장.
한 부장은 술기운이 살짝 올라 홍조 띤 아름 차장의 얼굴이
나이에 맞지 않게 어려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 하하 무슨 부담은요 “
“ 제가 볼 땐 한 부장님 덕분에 이 회사가 돌아가는 거 같은데요? “
“ 에이 무슨 말씀…. 다 같이 하는 거죠 뭐….“
“ 왜 한 부장님은 직위를 부장으로 두세요? 사실 이 회사 이사님이나 다름 없는 거 다들 아는데….”
한 부장은 지금 회사가 더 작았던 시절, 두 세 명일 때 부터 일해와 창립멤버나 다름없었다.
법인대표가 몇 차례 직위를 올리는 게 어떠냐고 권유를 했지만
이사니 전무니…. 본부장이니 하는 직책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맡은 일은 영업이 대부분이니 부장이면 됐다 싶었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직급이 올라가면 꼰대 같아진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 전 그런 거 안 좋아해요. 왠지 꼰대되는 거 같잖아요 “
“ 어머. 그렇게 생각을 하실 수도 있네요. 호호호 “
“ 하하 좀 그렇죠. 전 아직 현역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 아 물론 한 부장님 현역이시죠~ 덕분에 저도 많이 배우고 있고요 “
“ 하하… 아름 차장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
“ 네 말씀하세요 “
술을 한잔 들이킨 한 부장은 말을 이었다.
“ 아름 차장은 어디까지 가고 싶어요? “
“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
“ 열심히 일하는 거 다 보이잖아요?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해서 뭘 하고 싶은지 묻는 거예요 “
“ 아…. 음…. “
잠깐 생각하던 박아름 차장은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곤 한 부장과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른다.
“ 전 일이 좋아요. “
“ 일하고 싶은 거야 누가 모르겠어요? “
“ 아니 그게 아니고요….”
시작된 박아름 차장의 이야기는 길게 이어졌다.
원래 아름 차장이 다니던 전의 회사는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중견기업의 디자인 부서였고 대리 정도의 직급으로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이 바닥에서 9to6를 하는 회사는 정말 신의직장이라 생각되는 분위기인…. 그런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특별히 어려운 일도 없었고 급여도 나쁘지 않은 신의 직장을 다니던 아름 차장은
적당히 회사를 다니다가 적당한 때에 결혼하고 동시에 전업주부가 될 생각이었다.
“ 전업주부요?! “
“ 네… 하하…. 이상하세요? “
“ 아뇨… 뭐 그게 이상하거나 그런 건 아닌데 아름 차장이 전업주부라니 어색하네요. 하하 “
술 한잔을 따라주며 너털웃음을 짓는 한 부장.
박아름 차장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다니기 시작한 회사는 개발 부서에 있던 동갑내기 남자와 1년의 연애 후 결혼과 동시에 퇴직.
그리고 예정된 순서로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런데 결혼을 한 뒤 그 지겹던 사회생활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같은 하루에서 집을 꾸미고 내조를 하고 아이를 낳고….
분명 박아름 차장이 그리던 생활이었는데 막상 결혼생활은 따분했다.
게다가 결혼 3개월 차에 가진 아이는 유산이 되고 나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미치도록 싫어졌다.
박 아름이라는 사람은 점점 없어져 가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자신이 희석되어가는 게
정말 자신이 바란 삶인지 확신이 없어졌다.
말리는 남편을 설득해서 회사를 다시 다니려 하였지만
결혼한 여자, 거기에 아직 아이가 없는 여자를 뽑으려는 회사는 없었다.
그리고 지난 회사에서의 경력은 어디서도 경력만 인정할 뿐 결과물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디자이너의 생명은 포트폴리오인데 편하고 쉬운 직장에서 만든 결과물은 어느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일을 받았고 대학생처럼 공모전을 준비하였으며 남들이 야근할 때 밤새워가며 악바리처럼 일했다.
그동안 희석되었던 자신을 찾는 듯이….
다행히 경력이 있어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지금, 이 회사에서 팀장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몸은 힘들지만, 박아름으로 살아간다는 게 매우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집이었다.
제풀에 지치면 그만두겠거려니 했던 남편은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아름 차장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아이를 언제 가질 것이냐는 시부모의 재촉과 면목없어하는 친정 부모님은 점점 스트레스가 되어 다가왔다.
“ 그럴수록 일에 집중하는 게 좋았어요? “
“ …. 네. 일은 해결이 되니까요…. “
한 부장도 한숨이 나왔다.
사실 이런 것에 정답이란 것이 없지 않은가….
아름 차장의 이야기를 들은 한 부장은 말없이 잔을 권했다.
“ 어…. 내가 괜한데 건드렸나 봐요…. 미안하게….”
“ 아니에요. 한 부장님께 털어놓고 나니 맘이 좀 후련한걸요. “
“ 그냥 잊고 마셔요. 가끔 마시는 것도 괜찮아요 “
“ 네…. “
시끄러운 술집에서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한 소주가 벌써 4병을 넘어간다.
“ 한 부장님~! 우리 2차가요~2차! “
2차를 가자는 윤이는 이미 취했다.
그리고 박아름 차장도 취했다.
밤 10시.
이르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을 듯싶어 한 부장은 자리를 접었다.
“ 야이 시키들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
“ 아 부장님!~! “
“ 야야 됐어 여기까지 계산 할 테니까 이 뒤는 니들이 알아서 해서 알았어? “
“ 아 완전 기대하고 왔는데~!!”
“ 됐어 담에 먹어. 사장님하고! “
계산을 마치고 나오자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2차를 논의하고 있었다.
아름 차장은 취했는지 약간 떨어진 곳에 서서 살짝 비틀거리고 있었다.
“ 아름 차장님은 제가 택시 태워드릴게요 “
“ 아…. 저, 저도 2차 갈 건데… .”
“ 에이 많이 마셨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담에 마셔요 “
“ 그래도…. 저희 팀 아직인데…. 저도 가, 가야….”
“ 윤이야~! 박 차장님은 내가 택시 태워 보낸다~! “
“ 넵! 알겠쓉니다~! “
윤이는 비틀대면서도 대답은 잘한다.
“ 니들 내일 나 정시에 나올 거다~ 적당히 마셔라~”
“ 하이고 네네 알겠쓉니다~”
깔깔거리는 직원들을 뒤로하고 아름 차장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살짝 비틀비틀하지만 잘 쫓아온다.
“ 집 어디에요? 아름 차장?“
“ 저… 분당이요. 분당 ”
분당이면 용인에 사는 한 부장과 같은 방향이다.
“ 그럼 대리 부를 테니까 어차피 같은 방향인데 같이 가실래요? 전 용인이에요 “
“ 네에…. 알았어요~ “
한 부장은 아름 차장을 뒷좌석에 앉히고 대리를 불렀다.
그리고 담배를 한 대 피워문다. 추운 날씨지만 술기운이 돌아 나름 시원하다.
담배를 피우며 대리를 기다리는 한 부장을 차에서 내린 아름 차장이 부른다.
“ 한 부장니임~”
“ 네~ 왜요? 속 불편해요? “
“ 히힛.. 그건 아니고요. 저 부탁이 있는데요오….”
“ 뭔데요 ? “
“ 저 담배 한 대만 주세요 “
한 부장은 딱히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지는 않는다
아내, 미진도 애연가니까….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받은 아름 차장은 담배를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곤 켁켁 거린다.
이런…. 피워본 적이 없어 보이는데 괜히 줬나 싶다.
“ 아 원래 안 피우던 사람이 왜 갑자기 피우려고 그래요~”
담배를 뺏으려는 한 부장의 손을 피하며 아름 차장이 말한다.
“ 원래 그런 게 있나요. 뭐? 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지 뭐….”
“ 에이 됐고 이리 줘요~! “
“ 에에? 싫어요. 이거 필거예요오~ 앗!”
아름 차장이 이리저리 피하다가 다리가 꼬여 철퍼덕 넘어졌다.
“ 괜찮아요?! “
“ 괜찮아…. 요~ 그러니까 냅두라니깐~ 아야야….”
아름 차장의 무릎이 까져서 살짝 피가 비친다.
“ 아 이거 아름 씨 남편한테 혼나겠네…. 여기 앉아봐요”
한 부장은 차 뒷좌석 문을 열고 아름 차장을 앉힌 뒤 무릎을 살펴본다.
많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스타킹의 올이 나가 구멍이 났다.
한 부장이 티슈를 뽑아 무릎에 대주면서 말했다.
“ 스타킹 나갔네요. 피는 조금 나는데 별건 아니고….”
“ 에이…. 그냥 두시라니깐….”
“ 네 말려서 미안하네요~ 그나저나 이거 스타킹 쭉 나갔는데 어째요? ”
“ 많이 나갔나아? “
아름 차장이 다리를 들어서 무릎을 볼 때 치마가 걷혀 올라가며 속이 훤히 보였다.
두근! …. 다시 봐도 숲이 없다.
다른 데를 보는 척하며 아름의 사타구니를 힐끔거리는 한 부장. 멀리서 책상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잘 보인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팬티는 앞부분이 성근 망사로 되어 있다.
망사의 아랫부분은 진한 검은색으로 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아름의 치골 부분엔 있어야 할 음모가 없었다.
침을 삼키며 애써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 한 부장은 짐짓 모르는 체한다.
“ 스타킹 하나 사올게요. 그렇게 들어갈 수 없잖아요. 검은색이면 되죠? “
“ 아… 이거 아끼는 건데….”
“ 여기 근처 편의점에서 하나 사올게요 여기 좀 앉아 있어요 “
“ 부장님 괜찮아요~ 그냥 두세요~ “
“ 아 있어봐요.”
한 부장은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아름 차장에게 들릴 거 같아 근처 편의점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검은색 밴드 스타킹을 사며 커피도 두 개 샀다.
편의점을 나온 한 부장은 커피 캔 하나를 따서 단숨에 마셨다.
순간 머리를 지나가는 단어는 ‘관음’이었다.
관음증. 한 부장은 자신에게 이런 취향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몰래 보는 긴장감과 쾌감이 뒤섞여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떨림.
그런 것은 사춘기 아이들이나 호기심으로 하는….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 부장의 아랫도리는 뻐근하게 일어나 있었다.
어릴 때 몰래 훔쳐보던 친척 누나의 목욕 장면을 보던 것처럼 단단하게 일어서 있었다.
“ 후우~ “
한 부장은 커피를 들이키고 좀 진정이 되자 아름 차장에게 갔다.
“ 여기 스타킹 사왔으니까 갈아신어요 “
“ 부장님 굳이 안 사오셔도 되는데….”
“ 그래도 갈아신는 게 좋잖아요. 크게 다친 거 같아 보여서 그래요 “
“ …. 감사해요 “
아름 차장은 스타킹을 챙겨 들곤 두리번거린다.
“ 이 근처에…. 어디 있더라….”
“ 뭘요? “
“ 화장실이요…. “
아름 차장을 근처 빌딩의 화장실로 데려다 주고 한 부장은 담배를 피워물었다.
아직도 아랫도리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아까의 장면이 자꾸 생각난다.
허벅지엔 스타킹의 밴드가 살짝 조여져 있고 밴드를 물고 있는 가터벨트.
좁은 스커트를 비집고 올린 다리가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털 하나 없는 아름의 음부.
다시는 잊지 않을 듯이 한 부장은 계속해서 생각했다.
뇌 속에 하나하나 박아 넣을 듯이….
아름 차장이 갈아신고 차로 온다.
멀리서 보는 아름의 모습은 오늘 아침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던 여자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가슴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는 있구나….
허리가 이렇게 가늘었나?
엉덩이는 정말 예쁜 편이구나….
멋진 다리다….
한 부장은 인간의 인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간사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 부장님 감사해요. 덕분에…. “
“ 그 정도에 뭘 그래요. 여기 커피 마시고 정신 좀 차려요 “
“ 네 감사해요.”
“ …. 감사 하단 소리 고만 좀 하시고…. 풋..”
“ 후훗..네 “
마침 대리기사가 왔다.
한 부장은 대리기사에게 키를 건네고 뒷좌석. 아름의 옆자리에 앉는다.
“ 용인으로 가주시고요. 중간에 분당에서 이 분 좀 내려드릴게요 “
“ 네 알겠습니다.”
짧은 시간 심장이 하도 뛰어서인지 피곤함이 몰려온다.
한 부장은 깜빡깜빡 졸았고 아름 차장도 마찬가지였다.
많이 마신 건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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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뜩 정신이 든 한 부장은 여기가 어디인지 살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
상황을 파악한 한 부장은 잠이 멀리 달아났다.
취한 아름 차장은 한 부장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고 한 부장의 오른팔을 안듯이 하고선 잠들어 있었다.
한 부장의 손을 깍지껴서 꼭 잡은 채 말이다.
“으음~”
한 부장은 조심스레 손을 빼내려고 했으나 아름 차장이 뒤척이며 팔에 더 달라붙고는 품에 머리를 기댄다.
이 여자, 남편하고 착각하고 있는 거 같다.
얼음이 되었던 한 부장은 조심스레 아름 차장의 손을 꼭 쥐어본다.
잠시 뒤….
곧 아름 차장도 손을 잡아왔다.
다시 두근거리는 한 부장의 심장 소리는 대리기사에게까지 들릴듯했다.
## 분당 아파트 단지
아직 아름 차장은 한 부장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다.
한 부장은 조심스럽게 팔을 빼내며 아름 차장은 살짝 흔들어 깨운다.
“ 아름 차장 다 왔어요~ 일어나요~ “
“ … 아… 여기가 어디… “
“ 아름 씨 집 맞죠? XX 아파트 XXXX 동 “
“ 아 네……. 오늘 신세 많이 졌네요 “
“ 하하…. 무슨 신세는요. 같은 방향인데요. 뭐… 그나저나 그.. ”
“ 오늘 감사했습니다. 내일 회사에서 뵐게요 “
“ … 네 “
다른 말을 걸기도 전에 아름 차장은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걷는다.
뭔가 말을 하려던 한 부장은 머쓱하게 되었지만
곧 아쉬움에 발을 돌려 차에 오른다.
달리는 차 안.
“ 두 분 사이가 좋으셔서 애인 사이인 줄 알았네요~”
대리기사의 말이다.
“ 그냥 회사 동룝니다. ”
“ 그러신가요? 제가 보기엔~ “
“ 그냥 회사 동료라고요. “
“ 아, 예…. 알겠습니다~ ”
대리기사의 가벼운 농담에도 한 부장은 살짝 짜증을 냈다.
뭔가 아쉬워서 그런 것이겠지….
시계를 보니 밤 11시.
이대로 들어가기엔 뭔가 아쉬운 시간이 맞다.
“ 기사님. 제가 더 챙겨 드릴 테니 청담동으로 돌려주세요 “
“ 네? 강남에서 왔는데 다시 거기로요? “
“ 네 부탁드립니다~ ”
“저야 좋죠~ 그럼 청담동으로 모시겠습니다~ “
한병호 부장은 씨클로에 가서 한 잔 더 할 모양이다.
## 바(Bar) 씨클로
[ 딸랑~~ ]
“ 어서 오세…. 요~! 오빠? 어쩐 일로 연달아 오시네요? “
주희가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다가 병호임을 알고는 의아해 했다.
자주는 왔어도 연달아 온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응. 직원들하고 회식했는데 좀 모자라네.”
“ 호호. 같이 또래가 없어서 그럴까요? 애들이 안 놀아 줘요? “
“ 이 시키가…. 나 그냥 간다? “
“ 킥킥. 제가 놀아줄게요. 앉아! 앉으셔요~!. “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자리에 앉는 한 차장.
어제 다 마셨으니 멕켈란 한 병을 새로 주문하곤 담배를 피워문다.
오늘 있던 일이 영상처럼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아름 차장의 브래지어.
까딱거리던 발.
거기에 걸려있는 구두.
허벅지에 살짝 조여진 밴드.
밴드에서 이어지는 가터벨트.
그리고 손바닥 보다도 작은 망사에 가려진 아름의 음부….
음모 하나 없이 미끈한 아름의 음부.
“ 뭔데 아련한 표정이셔요? ”
주희가 간단한 견과와 멕켈란을 내려놓고는 물어왔다.
기억에서 끌려 나온 병호는 술을 자신의 잔에 따르곤 스트레이트로 원샷했다.
“ 어머? 언제나 온더락으로 드시던 분이 웬일? “
“ 술이 모자라서 좀 채우려고. 시간이 아깝잖아. “
“ 그러지 말고 천천히 드셔요~. 즐기려고 마시는 건데 아깝잖아요 “
“ 하하. 주희 말이 맞네. 술은 즐겨야 제맛이지 “
주희가 동그랗게 다듬은 커다란 얼음을 온더락 잔에 담아 준다.
‘Lump of Ice’
이렇게 카빙을 해서 얼음을 내오는 곳은 근처에선 여기 씨클로밖에 없었다.
각얼음으로 마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동그란 한 덩어리 얼음으로
온더락을 하면 시간이 가도 천천히 녹아 위스키를 밍밍하게 만들지 않는다.
“ 이 얼음 때문에 내가 여기 오는 거 아냐? “
“ 어머? 저 때문에 오는 게 아니고? “
“ 물론 너 땜에 오지. 네가 이 얼음을 깎으니까. “
“ 확 안 해 줄까 보다….”
“ 님아 제발…. 킥킥킥 “
씨클로는 언제나 손님이 많지 않다.
바의 자리는 네 자리 정도.
테이블이 세 개 정도 있지만, 꽉 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도 바에는 병호 혼자뿐이고 한 테이블에 앉은 두 명의 손님뿐이다.
“ 맨날 봐도 손님이 없네…. 여기 장사는 되냐? “
“ 오빠는 그래서 오는 거잖아요? 사람 없으니까. “
“ 너무 사람이 없으니까 망할까봐…. 나 그럼 어디 가냐. “
“ 호호 그럼 오빠가 많이 팔아주심 되죠~? “
“ 나도 결혼해서 많이 못 쓰는 거 알면서 그래. “
“ 한병호 씨가 이렇게 약해졌어요?…. 역시 결혼은 할 게 못돼. 호호호 “
주희의 말에 따르면 씨클로는 이 건물주 노인네의 가게라 했다.
일흔 정도 되는 건물주는 이 씨클로를 원래 개인 바로 만들었지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만 와서 혼자 마신다고 했다.
어차피 자신이 마실 공간을 만든 것, 놀리기 아까우니 주희와 알바생을 뽑고 평일에 장사하는 것이라 했다.
주희와 알바생의 급여 정도만 번다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니 한 부장은 내심 건물주가 부러웠다.
“ 이야…. 멋지게 사는구먼.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말야 “
“ 꿈 깨셔요~ 이 건물이 얼만 줄이나 아시는가 모르겠어요? “
“ 한 50억 하냐? 낡고 6층밖에 안 되는데 ?
“ 어이구~ 그 두 배 이상은 될걸요? 이 동네가 어딘데 그것밖에 안 되겠어요? ”
“ 캬아~ 열심히 벌어도 여기 현관이나 살라나 모르겠다. 하하하 “
“ 호호호 “
병호는 짖궂은 농담을 던졌다.
“ 그런데 사장님은 일요일에나 나와서 마신다고? “
“ 네 “
“ 그때 너도 나오냐? “
“ 저요? 안 나오죠…. 딱히 올 이유도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 “
“ 아 그래? 난 또….”
“ 난 또? 무슨 상상을 하는 거예요? “
“ 아니 딱히 뭘 상상한 건 아냐. 크크크 “
“ 이 오빠가 진짜…. “
주희가 살짝 삐치는 기색이 보이자 병호는 말을 돌리려 했다.
“ 주희 너 나 상준다고 한 거, 기억나? “
“ 상은 무슨? 제가 지금 상줄 것처럼 보여요? “
“ 미안 미안. 내가 요즘 생각이 그쪽으로 쏠려서 그래~ “
“ 칫. 상상은 맘대로지만 나는 거기 섞지 마셔요!? 알았어요? “
“ 그래. 오빠가 미안타. 잘못했다~ ”
“ 흥…. “
멋쩍어진 병호는 술을 한 모금 들이켠다.
‘ 요거요거 사장이랑 뭐 있나 본데….’
아직 토라진 듯한 주희의 눈을 피하며 조용히 술만 들이켜는 병호.
미안한 모습이지만 머릿속에선 사장과 주희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 뭔데요? “
갑자기 주희가 물어왔다.
“어?…. 뭐.뭐가? “
“ 어디 한번 들어나 볼까 해서요. “
“ 힛…. 그럼 상 주는 거? “
“ 어디 들어보고 괜찮으면. “
“ 뭐 별건 아닌데 그냥 요즘 일 이야기야….”
병호는 말을 천천히 이어나갔다.
아름 차장에게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이야기, 남편과의 문제, 회사에서의 위치,
우연히 알게 된 아름 차장의 속옷 취향,책상 밑에서 보았던 풍경, 회식자리,
그리고 집에 데려다 주면서 둘이 가졌던 묘한 기류….
한동안 잠자코 듣고 있던 주희가 말을 던졌다.
“ 그래서 지금 집에 보내고 오는 길이라고요? “
“ 응…. 내릴 때 되니까 좀 자고 술이 깼나 봐. 문제없어 보이길래 가는 거 보고 차 돌렸지. “
“ …. 하아…. 뭐라고 해야 하나…. 오빠. 내가 한마디 해도 되죠?? “
“ 응? ”
주희는 조금 떨어진 손님과 알바생을 살펴본 뒤 바 건너 한 부장에게 몸을 기울였다.
“ 병신같이 …. 씨발. 벌려줘도 못 먹어요? “
순간. 병호는 벙찐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뭐? “
주희는 대꾸하지 않고 자신의 잔에 술을 따랐고
병호는 꿀 먹은 병아리 모양으로 주희만 바라보고 있었다.
술을 한 모금 마신 주희가 무슨 의미인지 모를 눈으로 마주 본다.
“…. 오빠가 말이죠 “
“ 어? 어….”
“ 몇 번의 기회를 놓친 줄 알아요? “
“ 무. 무슨 기회? “
주희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술 한 모금을 마신다.
“ 정말 모르겠어요? “
“ 아…. 뭐…. 그거? “
주희가 다시 한 번 병호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작게 속삭였다.
“ 아름이 빽보지에 좆 박을 기회요. “
[ 꿀꺽…. ]
병호는 꿀꺽 침을 삼켰고…. 자신의 좆이 발기하는 것을 느꼈다.
주희는 아는지 모르는지 병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 아름 씨는요. 오빠한테 첫 번째 기회를 줬어요. 스타킹 나갔는지 확인하면서 한 번.
그런데 오빠가 반응이 없으니까 두 번째 기회를 줬죠. 차 안에서 손잡으면서 또 한 번….”
“ 어….? “
“ 내가 어제 뭐라고 했어요? “
“ 응…? 무.무슨? “
“ 하아….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 아! 아…. 그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고….”
주희는 손을 저어 병호를 가까이 오게 한 뒤 귀에다 속삭였다.
“ 젖탱이 주무르면서 좆 박아 줄게 가자고 했어야죠….”
병호는 정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주희는 본 지 4년이나 되었고 친해지기도 웬만큼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존댓말을 했다.
그런데 이런 노골적인 음어를 이야기하다니….
그리고 그 상스런 말들이 이렇게 자극적일 줄은, 병호 자신도 몰랐다.
마른침을 하도 삼켜 아픈 목을 술로 달래는 병호.
이 후끈거림은 술기운만은 아니다.
그런 병호를 보며 주희가 생긋 웃는다.
주희의 미소는 나이보다 어려 보였다.
그 미소 뒤에 가려진 주희의 음어는 정말 자극적이었다.
“ 병호 오빠. “
“ 어?! 어….”
“ 아름 씨는 오늘 꿈을 꾸려고 했는데 오빠가 현실로 돌려보낸 거예요. 알아요? “
“ …. 그런가…. “
“ 뭐. 그런데 나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죠. “
“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나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 호호~, 그게 누구의 현실이고 꿈일지는 천천히 알게 되겠죠, 대신 아까 내가 이야기 한 거.
그건 기억해 둬요. 누구에겐 주문이 될 거니까 “
“ 오늘, 말이 좀 어렵다….”
다시 병호에게 가까이 가며 주희가 속삭였다.
“ 오빠…. 지금 자지 꼴렸죠? “
확 달아오르는 느낌.
발기했다는 사실을 들켜서도 있지만 정말이지 주희의 음어는 정말이지….
“ 흠…흠…. 좀…”
“ 호호호! “
크게 웃는 주희 때문에 깜짝 놀란 병호는 누군가 둘의 대화를 엿들었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킥킥 대던 주희는 병호의 잔을 부딪쳐오며 말했다.
“ 잘한 건 없지만, 상은 드려야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응원 차원에서~ ”
“ 어…. 응. 뭐 괜찮아…. 멋진 술이라도 한 잔 줄라고? “
“ 하하하. 아뇨~. 핸드폰 줘보셔요. “
병호는 얼떨결에 핸드폰을 내민다.
병호의 핸드폰을 받아든 주희는 카메라 기능을 실행한 뒤 치마 밑, 다리 사이로 넣었다.
“ 뭐하는…. ”
[ 찰칵!! ]
[ 번쩍!! ]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 어? 뭐예요 주희 언니? "
" 아무것도 아냐~ 손님 핸드폰 만지다가 카메라가 찍혔네."
자연스럽게 대답한 주희는 찍힌 사진을 보더니 병호에게 건넨다.
" 자요. 상이에요 "
병호는 주희의 대담함에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술을 입으로 가져가며 사진을 보았다.
찍힌 사진은 플래시 덕에 잘 찍히긴 했는데….
찍힌 치마 밑 풍경은 노팬티였다.
맨다리 사이에 있어야 할 팬티가 없었고 일자로 잘 다듬은 음모만 둔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콜록~! 켁켁! "
" 하하하~ 괜찮아요? “
병호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침했다.
한참을 기침하고 난 뒤 물을 마시곤 주희에게 물었다.
“ 안…. 입었어…? ”
“ 바에서 일할 땐 잘 안 입어요. “
“ 치마 입는 데 안 불편해? 그리고 치마가 길지도 않은데…. 손님들 알면 어쩌려고….
아…. 나도 손님이지…. “
“ 하하하하하~ 오빠는 내가 알려줬으니 상관없어요. 그리고 전 바에만 있으니까 그렇게 보일 일은 없죠. “
주희가 몸을 숙이며
“ 그리고 봤다고 들이대는 사람도 없던데요? 못 본 체하면서 힐끔거리기나 하지…. 히힛~ “
하긴…. 그렇다.
바텐더가 노팬티인 걸 알았다 한들 그것을 빌미로 삼아
하룻밤을 요구할만한 담력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듯했다.
“ 근데 왜 안 입게 된 거야? “
“ 음…. 그건 천천히 알려줄게요. 오늘은 여기까지. “
“ 하나만 더. “
“ 넹 “
“ 오늘…. 자자 “
“ 왜요? 훗.”
“ …. 나랑 섹스하자고. “
“ 땡~! 주문이 틀리셔요~ 호호 “
“ 주문이라니….? “
주희가 술을 따라주며 조용히 말한다.
“ 그럴 땐요. 오빠랑 한 빠구리 칠래! 라든가…. 떡 치자라든가…. “
[ 꿀꺽~ ]
“ 씹걸레년. 보지 터지게 박아줄 테니 따라와…. 같이 주문했어야죠. 후훗. “
“ 음…. 그런 취향이었어? “
“ 후훗. 싫으셔요? “
“ 아니…. 싫은 건 아닌데…. 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어. “
“ 그러면 한 번 해보셔요. 나한테만 들리게. “
“ 여… 여기서? “
“ 네 “
병호는 입이 마르는지 술을 들이켜곤 머뭇거린다.
주희는 생글생글 웃으며 병호만 바라보고 있다.
입을 달싹이며 주저하던 병호는 다시 술을 들이켜곤 내뱉듯이 말했다. 조용히….
“ 시팔…년, 좆… 박아줄 테니 이따가 가자. “
“ 호호홋. 되게 힘들게 이야기하시네요~ 호호호 “
주희는 깔깔대며 병호에게 술을 따라준다.
시키는 대로 했지만 영 입에 착 붙지 않는다.
초등학생이 새로 배운 욕을 연습하듯 더듬더듬….
이게 뭐야 싶은 병호는 부끄러웠다.
“ 젠장…. 이거 쪽팔리네…. 쩝 “
“ 호호 뭐가요? 욕해서 부끄러워지셨어요? “
“ 아니 그게 아니고…. 더듬더듬. 잘못해서….”
“ 호호호. 그래도 안 해본 거 해본게 어디에요~ 그래도 잘하시던데요? 호호”
주희는 건배할 일이 생겼다는 듯 잔을 들어 부딪힌다.
다시 술을 마시는 병호. 빠르게 술이 비어갔지만, 오히려 정신은 말짱해져 갔다.
“ 그럼 오늘. 그…. 나랑 하는 거다…? “
“ 아뇨~ 오늘은 아녜요 “
“ 에… 뭐야…. 시키는 대로 했구만. “
“ 조건이 있어요…. “
“ 무슨 조건? “
잔에 남은 술을 입에 털어 넣은 주희는 병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고는 속삭였다.
“ 아름이 빽보지 따먹으면 주희 보지도 벌려 줄게요. “
“ 응?!…. 야. 그게 …. 걔 유부녀야…. “
“ 유부녀는 보지 없어요? 게다가 빽. 보진데? “
“ …. 아니…. 그건 좋은데….그게…. ”
“ 아름이 따먹고 사진 찍어 보여주셔요. 그러면 저도 벌려드릴게요. “
[ 꿀꺽~ ]
“ 오빠. 주희는 약속 꼭 지켜요. 오빠도 화이팅 하셔요. 호호호 ”
## 며칠 뒤, 사무실
며칠이 지났다.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회사는 정신없이 바빴다.
아름을 어떻게 해볼까 하는 병호의 마음은 일에 치여 좀 뒷전으로 물러났고 당장 일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
전에 제안한 광고가 다행히 채택에 되었고 그 준비로 병호의 회사는 정신없이 돌아갔다.
월요일 아침 8시까지 최종 시안을 준비해서 보내라는 말은 주말 밤낮을 꼬박새야 맞출 수 있다는 말이니….
대행사나 광고주란 것들은 배려라는 것을 모른다. 금액은 나쁘지 않았지만 빡빡한 일정이 문제였다.
“ 자~ 보냈으면 퇴근하자. 좀 자고 내일 출근해~ “
병호는 대행사의 담당 AE에게 자료를 넘기고 그것이 광고주에 전달되는 것을 확인한 뒤였다.
퇴근하라고 말하기엔 아침 9시지만 거의 3일 밤낮을 샜으니 직원들은 푹 쉬어버린 김치가 되어 있었다.
우선 급한 불은 껐으니 좀 쉬어야 한다.
다들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직원들.
수고들 했다는 말을 던지고 병호는 사우나로 향했다.
집으로 가서 잘 수도 있지만, 미진이 출근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가봐야 별것 없으니 차라리 사우나 가서 눈을 좀 붙이고 회사에서 시간을 때우다 집에 갈 요량이었다.
월요일 아침 9시의 사우나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 온도를 미지근하게 맞춘 병호는 피로가 물줄기를 따라 빠져나가는 것 같은 착각에
크게 숨을 쉬었다.
“ 후우~~ ”
가만히 물을 맞고 서 있다가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곤 건식 사우나실에 자리 잡는다.
딱히 땀을 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며칠 동안의 야근과 철야를 겪고 사우나실에 앉으면
왠지 불순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가끔은 사우나를 즐긴다.
‘ 후우~ 하고 싶다. ‘
수건을 허리춤에 올려놓고 머리카락에 방울져 떨어지는 땀을 보던 병호는 갑자기 밀려오는 성욕을 느꼈다.
종족 번식의 본능인지…. 언제나 며칠 힘들게 일하고 나면 성욕이 강렬하게 올라온다.
허리춤의 수건이 텐트를 치듯 올라오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사우나실을 나왔다.
누가 볼까 싶어 냉탕으로 풍덩 뛰어든 병호는 차라리 안마를 갈 걸 하는 생각을 했다.
‘ 그냥 안마나 가서 샤워하고 한번 하고 안마받고…. 딱 한잠 자면 좋을 뻔 했네 ‘
하물며 점심도 달라면 줄 텐데…. 아쉽기도 한 병호였다.
‘…. 에이 됐다. 어차피 몇 분 안돼서 찍~ 할 텐데 딸이나 잡고 회사에서 자는 게 돈 굳지. ‘
병호는 사실 좀 조루 끼도 있었다.
술이라도 한잔 하면 그나마 버티지만 이렇게 멀쩡해선 아마 피스톤 질도 제대로 못 하고 사정하고 말 것이다.
낮술이야 할 수 있지만, 그것 하려고 낮부터 술을 먹긴 한심하지 않은가….
병호는 돈 아낀 셈 치자며 대충 몸을 닦은 뒤 우선은 회사에서 급한 물이라도 빼자 하는 생각으로
바로 회사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회사에 들어온 병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야동 폴더를 띄웠다.
‘ 오늘은 뭘로 한번 뺄까나~~ ‘
아무래도 포르노 중독이지 싶다.
빨리 한번 싸고 잘 생각으로 오늘은 하드하게 서양 포르노물로 결정.
특히 흑인남 자와 동양 여자의 포르노는 병호의 즐겨찾기였다.
체구도 거대한 흑인의 물건은 조그마한 동양 여자의 샅에 올려놓으면 배꼽까지 올라온다.
진짜 큰놈들은 명치께까지 올라올 정도니….
큰놈도 대단하지만 그걸 다 받아들이는 여자도 대단하지 싶었다.
스피커의 볼륨을 올린 병호는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물건을 훑치기 시작했다.
화면 안의 여자는 흑인의 바지를 내리곤 커다란 물건에 놀라고 있었다.
[ what the fuck~! ]
흑인의 의기양양한 물건은 여자의 팔뚝만 했다.
그것을 놀라움으로 바라보던 여자는 이내 입에 물고는 오럴을 하기 시작했다.
굵기도 굵어 끝만 입에 넣기도 힘겨워 보인다.
흑인은 성에 안 차는지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쥐곤 목구멍까지 물건을 찔러넣기 시작했다.
[ oop!! oop! ]
여자의 입가에 허연 거품이 흘러나온다.
침이라고 하기엔 진득한…. 점액이 섞여 거품을 물게 한다.
병호는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머리채를 잡고 쑤셔 넣고 싶다.
캑캑대는 여자를 뒤로 돌려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린 흑인은 여자의 사타구니에 침을 뱉고는
바로 물건을 찔러 넣었지만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물건의 굵기가 하도 굵어 억지로 쑤셔 넣으면 여자의 하반신이 반으로 쪼개질 듯했다.
[ Ah~! Ah~! ]
적당히 볼륨을 높인 스피커에선 여자의 교성과 성기의 마찰음, 그리고 액체의 질컥거림이 생생하게 들린다.
‘ 씨발…. 역시 야동은.. 소리를 들어..야…. ‘
슬슬 병호는 신호가 왔다.
화면의 남녀는 정상위로 체위로 바꾸고 여자가 다리를 넓게 벌린다.
그리곤 밑에서 올려치는 흑인의 피스톤 질. 여자는 비명에 가까운 교성을 내지른다.
여자의 아랫배가 클로즈업된 화면에서는 흑인이 삽입할 때마다 아랫배가 볼록하게 솟아오른다.
바로 여기. 병호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 Ah~! Fuck me! Fuck! ]
“ 웃! “
쏟아지는 허연 정액. 요도를 비집고 나오는 배설의 쾌감…. 며칠을 못 뺐더니 그 양도 많고 세차게도 뿜어나왔다.
‘ 후우~… 시원~하네…. 에이 젠장…. 책상까지….”
오래간만에 멀리 날아간 듯하다…. 키보드 근처에까지 튈 정도로 세차게 나왔다.
동영상을 끄곤 책상을 닦는데 휴지 한 두 장 가지곤 안될 듯. 마저 닦으려고 각 티슈를 보았지만, 휴지가 떨어졌다.
우선 대충 물건만 닦아낸 병호는 휴지를 가지러 탕비실로 나왔다.
개운해진 병호는 탕비실에서 휴지를 꺼내는 와중에 콧노래가 나온다.
“ 흠~ 흠흠~흠~ “
온 김에 커피도 한 잔 내려서 티슈와 커피를 들고 자기 방으로 향하는 병호.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박아름 차장이 자리에 있었다.
깜짝 놀란 병호는 뜨거운 커피를 쏟을 뻔했다.
‘ 헉 뭐야…. 언제부터 있던 거야? ‘
아름 차장은 담요를 어깨에 걸치고 자리에 엎드려 있었다. 다들 갈 때 안가고 자리에서 엎드려 잔 모양이다.
‘ 아…. 씨바 자는 거 맞겠지? ‘
야동 볼 때 소리도 웬만큼 올렸는데 설마 들은 거 아닌지 불안해진 병호는 헛기침을 해보았다.
하지만 아름 차장은 미동도 없다.
‘ 자는 거겠지? ‘
자기 방으로 돌아온 병호는 얼른 흔적들을 치우고 정리했다.
혹시나 해서 문을 열어놓고 아름 차장을 흘깃거리며 눈치를 보았지만 역시 미동도 없다.
깊게 잠든 모양.
잠든 게 확실하다고 생각한 병호는 가슴을 쓸어내리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무실에서 자위할 때 언제나 주위를 잘 살폈건만 오늘은 다들 없겠지 싶어 마음을 놓았는데
깨어있었으면 얼마나 난감했을지….
긴장이 풀리니 졸음이 쏟아져 온다.
아무래도 좀 자야겠지 싶어 의자를 뒤로 제친 뒤 발판에 다리를 올리니 잠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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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병호는 시계를 보았다.
오후 2시.
11시쯤부터 자기 시작했으니 세 시간 쯤 잔듯싶다.
피곤함이 아직 어깨를 누르고 있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
“ 아으~~ “
기지개를 켜고 의자에 늘어져 누워있던 병호는 아름 차장이 머리에 스쳤다.
‘ 아직도 있나? ‘
방 바깥을 본 병호는 책상 밑으로 보이는 아름 차장의 다리를 발견했다.
엎드려 자던 아름 차장은 의자를 살짝 뒤로 넘기고 쿠션을 안고 자고 있다.
몸이 의자 밑으로 미끄러져 거의 눕다시피 했지만 잘 자고 있다.
책상 밑으로 가슴께까지 내려와 있고 치마는 살짝 말려 올라가 허벅지 중간까지 보이는 상황.
사무실에서 편하게 신는 구두 위에 맨발을 올려놓고는 양 무릎을 세우고 있다.
아무도 없으니 바로 보이는 풍경을 보고 병호는 그날의 일이 생각났다.
미끈한 다리와 망사에 덮인 풀 없는 둔덕을 생각하니 다시 아랫도리가 묵직해지기 시작한다.
‘ 아직도 다 안 빠졌나…. 아직 팔팔하네. 하하…. ‘
힐끔 본 아름의 다리는 살짝 벌어져 있었지만, 그 안을 보기엔 좁았다.
병호는 머리까지 담요를 끌어올려 덮고선 틈새를 만든 뒤 아름의 다리를 훔쳐보기 시작했다.
아름은 3일여간 지속한 업무에 갑갑했는지 스타킹을 신지 않았다.
맨발…. 긴 발가락 끝의 페디큐어는 옅은 보라색으로 칠했고 마른 탓에 발등의 힘줄이 살짝 도드라진다.
살구색의 발뒤꿈치에서 곧게 올라가는 아킬레스건….
마른 사람들은 아무래도 종아리가 가늘어 발목이 상대적으로 두꺼워 보이지만 아름의 발목은 가늘고
종아리엔 살짝 근육이 잡혀 전반적으로 예쁜 편이다.
약간 색소가 침착되어 짙은 핑크인 복숭아뼈를 보곤 병호는 핥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말라서 무릎뼈가 튀어나와 조금 별로였지만 전반적인 밸런스는 좋았다.
게다가 아름의 피부는 흰 편이라 허벅지의 실핏줄들이 살짝 비쳐 보였다.
이미 병호의 물건은 단단해져서 바지 속에서 퉁겨져 나올 기세다.
청바지를 입어 부러질 것 같은 불편함을 느끼며 병호는 슬쩍 바지 앞섶을 풀었다.
풀려나온 물건은 꺼떡거리며 조금씩 쿠퍼액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병호는 손으로 녀석을 살살 달래며 아름의 다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아름의 다리가 조금씩 벌어진다. 깊이 자느라 다리에 힘이 풀린 것 이겠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지만 1분에 1cm씩 벌어지는 것 같아 병호는 조급증이 난다.
‘ 꿀꺽…. ‘
병호는 아름의 다리를 활짝 벌리는 상상을 했다.
햇빛 아래 활짝 벌어진 아름의 음부를 핥고 싶다는 상상.
병호의 손엔 슬슬 힘이 들어가고 병호의 단단함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슬슬 팬티가 보여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병호는 눈을 꾹 감았다.
계속해서 보고 있으니 눈이 익숙해져서 뭐가 이상한지 보이지 않는다.
힘껏 감았던 눈을 뜨자 이제 상황이 정리된다.
아름은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 시파 요즘 다들 발정긴가…. 왜들 빤쓰들을 안 입고 다녀…. ‘
아름의 치골에는 털이 없어 아랫배로만 보였다.
이미 병호는 아름의 음부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바닥에 반사되는 빛이 아름의 치마 속을 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흰색치마도 빛을 모아주는데 한몫하고 있었다.
‘ 우와…. 상당히 아래에 있네…. ‘
보통의 여자들보다 한참 밑에 있는 아름의 입구는 정상위로 하면 삽입이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덕분에 병호는 아름의 치골 부분을 아랫배로 착각한 것이었다.
다리를 활짝 벌려 훤히 보이는 아름의 입구.
31살 먹은 여자 같지 않게 늘어지지도 않고 작고 깨끗해 보인다.
조금은 진한 핑크로 어두워진 소음순은 아름의 흰 피부와 대조되어 마치 입술처럼 보였다.
그 조그만 입술의 안쪽은 살짝 밝은 톤의 핑크빛이 돌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병호는 담요의 틈새로 기를 쓰고 보려고 했지만 보이는 것은 거기까지….
물건을 훑던 병호는 아쉬웠다.
조금만 더 자극적이면 정말 좋겠는데….
하지만 담요를 뒤집어쓴 채로 지금 상태에서 사정하면 뒤처리가 곤란해진다.
옷에라도 묻으면 허옇게 말라붙으니 골치다.
병호는 여기까지라 생각하고 소리가 들릴까 싶어 빳빳해진 물건을 살살 달래며 바지 안으로 쑤셔 넣었다.
뻐근하다. 물건을 위쪽으로 딱 붙여 바지를 추슬렀지만 쉽게 가라앉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진정하려다가도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아름의 아래가 보여 다시 불끈해지니….
병호는 사정을 하지 못해 이젠 아플 정도였다.
[ 부스럭! ]
아름의 다리가 움찔했다.
순간 병호는 자는 척을 하려고 눈을 감았다가 담요를 머리까지 덮어쓴 것을 생각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름은 잠이 깨는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무슨 표정인지 보고 싶지만 여기선 보이지 않는다.
아직 다리를 오므릴 생각은 안 하고 쩍 벌린 채로 말이다.
그때 아름의 아랫입술이 오물거렸다.
케겔 운동이라도 하는 것인지 살짝 벌어졌다가 힘껏 오므린다.
항문과 질구가 하나로 붙는 게 아닐 정도로 조이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 와…. 넣으면 아주 끊어지겠네…. 끊어지겠어…. ‘
병호는 침을 삼키며 아름의 입구로 들어가는 것을 상상한다.
그나마 좀 가라앉으려던 물건은 다시 또 껄떡대고 병호는 아랫배에 쿠퍼액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청바지 앞섶의 지퍼가 터지는 거 아닌지 걱정되는 병호였다.
[ 후다닥!! ]
다리를 한껏 벌린 채 아래를 조여대던 아름은 갑자기 자세를 바로 하며 다리를 닫았다.
아마도 병호의 방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본 모양이다.
병호는 담요를 덮어쓰고 아름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아름은 소리가 날세라 조심조심 일어서서 병호가 있는 방 쪽을 바라본다.
모니터 위로 올라온 아름의 얼굴은 빨갛게 익어 있었다.
병호의 모습을 보던 아름은 담요를 얼굴에 덮어쓰고 있는 병호가 아직 잔다고 생각했는지
들리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호는 그 표정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다시 자리에 소리 나지 않게 앉은 아름은 자신의 서랍장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짙은 보라색과 검은색의 티팬티 두 장…. 새것은 아니었고 아마도 입던 것 같았다.
갑자기 시작된 야근과 철야에 갈아입을 속옷을 충분히 준비 못 한 것인지 벗고 있었던 듯했다.
팬티를 돌돌 말아 핸드백에 넣은 아름은 다시 서랍장에서 팬티스타킹을 꺼냈다.
포장을 뜯는 소리가 병호를 깨울까 봐 조심조심 포장을 뜯는 아름.
팬티스타킹을 입으려는지 다리부분을 말아 올리다가 스타킹의 가랑이 사이를 이리저리 쓸어본다.
아무래도 노팬티로 스타킹만 신으려는 모양.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병호는 터져 죽을 것 같았다.
아름의 상황 때문에라도 지금 상태에선 일어날 수도 없다….
아름은 발에 스타킹을 씌우고 있다.
짙은 색 팁 토가 발가락을 감싸고 발목을 스쳐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까지 올라갔다.
뒤이어 다른 다리도 스타킹에 포장되어 간다.
아름이 일어나서 마저 정리하는 사이 병호는 그제야 자신의 목이 아픈 것을 깨달았다.
똑바로 누운 채로 고개만 꺾어 아름 쪽을 훔쳐보았으니 목이 아플 만도 하다.
물론 목만 아픈 것은 아니었다….
병호는 빨리 가라앉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 또각 또각…. ]
아름의 구두 소리가 들린다.
점점 가까워 오는 것이 아무래도 병호의 방으로 오는 것 같다.
병호의 방문 앞에서 노크하는 아름. 병호를 깨우려는 듯하다.
[ 똑똑~ ]
그냥 못들은 척하고 있는 병호였다.
[ 똑똑~ ]
[ 똑똑~ ]
몇 번 노크하던 아름은 병호의 방 안으로 들어와 병호를 깨우려 했다.
“ 저기 한 부.. !… ”
병호를 부르려던 아름이 뭐에 놀란 듯 숨을 급히 들이킨다.
아차…. 병호의 물건은 아직 발기 상태였다.
청바지 앞섶을 불룩하게 채운 그것은 조금 발기가 풀렸지만
사정을 못 해서인지 아직 단단하고…. 바지 위로 윤곽을 보여주고 있었다.
‘ 뭐 어쩌라고…. 젠장…. ‘
자다보면 서기도 하는 것이니 오히려 자연스럽겠다 싶은 병호는 차라리 마음을 놔버렸다.
“ 흠..흠!, 저기 한…. 부장님 “
“ 으..음…. 에? 예? 아름 차장님 있었어요? “
아름은 병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살짝 돌려 이야기했다.
“ 네 저도 너무 피곤해서 제자리에서 자고 있었어요. “
“ 아~ 그랬구나…. 사우나에서 자려고 했는데 좀 시끄러워서 사무실로 들어왔네요….
정신이 없어서 아름 차장님 있는지도 몰랐네요. “
병호는 점점 천연덕스러워졌고 자신도 그렇게 되어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뒤이어 머릿속에 장난 칠만한 거리가 생각났다.
“ 어우 푹 자긴 했는…. 아차차! “
발기한 것을 이제 알았다는 듯이 황급히 담요로 앞을 가리는 병호.
“ 아. 이거…. 미안합니다…. “
아름은 다른 곳을 보며 흠흠, 헛기침하곤 말한다.
“ 시간도 많이 지난 것 같은데 집에 가서 주무시는 게 좋을 듯하셔서 깨웠어요. “
“ 아, 예…. 감사합니다. 네 “
“ 그럼 전 조금 정리하고 들어가 볼게요 한 부장님도 들어가세요 “
“ 저도 정리 좀 하고 가야죠…. 자리도 좀 치우고…. “
아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병호의 방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사진을 찍어둘 걸 그랬나 싶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책상을 정리했다.
프로젝트 파일을 정리하고 책상을 정리한 뒤 슬슬 일어나 퇴근을 하려 했다.
시간은 아직 오후 3시가 좀 안되었다.
‘ 아. 시간 어중간하네…. 집에 바로 가기도 뭐하고…. 가자니 아쉽고…. ‘
자신의 방문을 닫고 나온 병호는 뭘 할까 생각하며 사무실 문으로 향한다.
“ 지금 들어가세요? “
아름의 목소리. 아직 정리 중이었나 보다.
“ 네. 들어가려고요 “
“ 네…. “
아름이 뭔가 머뭇거린다.
“ …? 뭐 할 것 남았어요? 도와드릴 것이라도? “
“ 아뇨…. 그게 아니라…. “
“ 저…. 저랑 커피 한 잔 안 하실까 해서요….”
커피? 갑자기 커피를 마시자는 아름이다.
뭔가 잠깐 의아했지만 병호는 뭐 할 일도 없으니 잘되었다 싶었다.
“ 그래요. 뭐 하실 이야기가 있으신가 봐요? 가요 그럼~ “
“ 괜히 한 부장님 시간 뺏는 건 아니죠? 괜히 저 때문에…. “
“ 아이구 아녜요 어차피 오늘은 한가하잖아요. 하하
대신 커피는 아름 차장이 쏘는 거죠? “
“ 네. 제가 살게요~ “
아름이 짐을 챙겨 나오는 것을 보곤 병호는 앞장섰다.
## 회사 앞 커피숍
일을 끝낸 뒤 하릴없이 있는 시간은 정말 좋았다.
특히 오늘처럼 조기퇴근을 하는 날의 오후는 공짜로 얻은 거 같다.
그리고 커피도 좋았다.
“ 할 일이 많아요? “
“ 네?….? “
“ 아니요. 다들 가는데 아름 차장님은 안가니까 뭔가 남아서 그러신가 해서요. “
“ 아…. 그건 아니고요…. 정리도 해야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좀…. 있다가 가려고 그랬는데 푹 자 버렸네요…. “
“ 하하 뭐 그럴 만 하죠. 지난 3일간 서너 시간 밖에 못 주무셨잖아…. “
어느덧 자연스럽게 병호는 존댓말 속에 반말을 섞어 가고 있었다.
뭐 나이는 병호가 9살 위이니 그렇게 어색할 것은 없었다.
“ 네 좀 피곤하긴 한데 일은 땄으니 기분은 좋네요. 후훗. “
“ 그렇죠. 이 바닥 그 맛으로 하는 거죠…. 5개 해서 하나만 돼도 어디예요? 그쵸? “
“ 호호 네. 기분 좋아요 “
“ 아직 춥긴 하지만 햇볕 쬐면서 커피 한잔 하니까 한갓진 게 더 기분 좋네요. 하하. “
아름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이내 미소가 금방 지워지는 얼굴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 아름 차장님. “
“ 네? “
“ 혹시 내가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
“ 네? 무슨….? “
“ 아름 차장 뭔가 고민 있는 거 같아 보여서요 “
“ 제가…. 그랬나요? “
“ 뭐 말을 해야 아나요…. 얼굴을 보니까 그런 느낌이라서 말해본 거예요 “
“ …. “
아름은 아무 말 없이 커피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 아 뭐 굳이 이야기 안 하셔도 괜찮아요. 괜히 제가 아름 씨 별거 아닌데 오바했…. “
“ 사실 집에 가는 게 싫어요…. “
“ 네? “
아름은 갑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 집에 들어가는 게 싫었어요…. “
“ 남. 편 때문에 ? “
“ …. 전 너무 결혼을 일찍 했나 봐요. “
“ …. “
“ 그 사람이 싫은 것보다도 일이 너무 좋아졌어요.
사실 결혼 전에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 “
“ 한번 잃고 나니까 소중해졌나요? “
아름은 약간 놀란 듯 병호를 바라보았다.
“ 전에 아름 씨가 이야기해줬잖아요. 결혼하고 일 있고 나서 정말 싫었다고…. “
“ 네…. 정말 제가 점점 없어져 가는 거 같아서…. 나란 사람은 뭐였나….
그래서 다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일하려고 했어요.
물론 다시 복귀하는 건 쉽지 않았죠.
아시다시피 결혼한…. 아직 애가 없는 여자는 애 생기면 그만둔다고 생각하니까요. ”
아름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남편은 애를 조금만 늦게 가지자고 해도 들을 생각을 안 해요.
이미 3년이면 많이 늦은 거라며…. 시댁에서도 문제가 있는지 자꾸 물어보시고요.
하다못해 친정에서도 제가 애를 갖지 않는 걸 시부모님께 죄송스러워하세요.
그걸 보면 친정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저도 애만큼은 양보를 못 하겠는걸요….
다시 제가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 두렵고…. “
“ 음…음…. 저도 애가 없는 사람이니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애를 낳으면 애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 생각은 안 든다고 하더라고요…. “
아름은 약간 원망 섞인 눈으로 병호를 바라보았다.
눈에 살짝 고인 눈물이 안쓰럽다.
“ 한 부장님은 왜 애를 안 낳으세요? “
“ 저. 야 안 낳고 싶으니까요. “
“ 한 부장님은 안 낳겠다고 선택을 하신 거잖아요.
전 그 선택도 못 하는 사람인가요? “
병호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야 미진도 그렇고 자신도 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결혼하면서 애는 가지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선택이란 것을 왜 몰랐을까….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못한 것을 아름이 일깨워주었다.
“ 맞네요…. 아름 씨 말…. “
“ 후훗…. 그래도 애가 없으셔서 이해해 주시는 군요….
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 하면 전혀 통하지 않아요. “
“ 그런데요. “
“ 네….? “
“ 그 선택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결혼했다면 부부가 같이 선택해야 하는데…. “
“ 그래서 제가 너무 일찍 결혼한 것 같다고 말씀 드린거예요…. “
“ 후우…. “
병호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타인의 고민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지만, 그 말은 틀렸다.
나누면 두 배가 될 뿐이다.
아직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 그 사람한테는 미안한 마음에 이해해 주고 싶었어요.
남편에게 미안하고…. 시댁에 미안하고…. 친정에 미안하고…. “
“ 친구들 있잖아요..? 친구들에게 이야기해 보지 그랬어요? “
“ 후훗…. 친구요..? 제가 친구가 어딨어요… 결혼한 친구들은 전부 이해 못 하는 애 엄마라구요. “
“ 그 흔한 돌싱친구도 없어요? “
“ 하하하…. 그게 제가 될 거 같네요….”
“ 하하…. “
둘 다 쓴웃음만 지었다.
“ 한 부장님. “
“ 네 말씀하세요. “
“ 전에 저한테 주신 쿠폰이요. “
“ 쿠폰…? 아~ 전에 회식 때…. 하하. “
“ 후후…. 그거 쓰려구요. 가끔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시고 해주세요.
수다 친구요…. “
“ 아 뭐…. 나야 괜찮아요. 근데 그런 걸로 괜찮아요? “
“ 그런 거라뇨…. 호호. 요즘 부장님이면 남편보다도 더 많이 보는 사람일걸요? “
“ 네? 아하하 그렇네요. 집에는 끽해봐야 몇 시간이나 간다고…. “
“ 그쵸. 호호…. “
[ 꼬르륵~ ]
병호의 배에서 밥 달라는 소리가 나왔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아무것도 못 먹었다.
아침에 자료 보내고 사우나 다녀와서 자고 지금은 오후 네 시…. 이러다간 굶어 죽겠다.
“ 아름 씨, 배 안 고파요? 나 이제 좀 고픈 게 느껴지는데…. “
“ 맞아요. 그러고 보니 저도 좀 고파지는데요? “
“ 그럼 뭣 좀 먹으러 가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하하하~ “
“ 호호. 네 맛있는 거 먹어요. “
## 카페
병호는 광고주와 미팅 때 찾던 까페로 향했다.
커피나 차 종류도 괜찮지만 ,파스타나 샌드위치 등 가벼운 식사를 하기에도 부담 없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안면이 있는 단골들에게만 몰래 열어주는 공간이 있어 담배를 피우기에도,
긴 시간 동안 죽치고 있어도, 눈치 볼 필요가 없어 병호가 애용하는 까페였다.
“ 와~ 회사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네요? ”
“ 여기 자주 오는 곳인데, 아름 씨랑은 안 왔었나요? “
“ 저야…. 맨날 회사 안에만 있으니 올 일 없죠…. “
“ 아 그랬나…. “
병호는 식사로 오일 파스타, 샌드위치, 간단한 피자 등을 주문했다.
“ 음료는 뭘로 할래요? “
병호는 드링크 메뉴를 건네며 아름에게 물었다.
“ 음…. 여기 맥주도 있네요? “
“ 뭐 저녁엔 간단히들 마시니까 몇 종류 있더라고요. “
“ 그럼 저는 맥주 마실래요. “
“ 에….? 낮인데 괜찮겠어요? “
“ 조금 있으면 저녁인데요. 뭘…. 부장님 안 드실래요? “
“ 마시죠. 난 기네스. “
“ 호호. 전 코로나요. “
식사시간이 아닌 브레이크 타임에 주문한 음식이지만 이내 나왔고 둘은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배고팠다가 먹은 탓인지 매우 맛있었다.
“ 여기 맛있어요. “
“ 그렇죠..? 여기가 맛집은 아닌데 오늘따라 맛있네요. “
“ 배고팠다가 먹으니 그런가 봐요. 호호 “
둘은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름이 여기 오기 전 회사는 어땠는지, 일할 때 어떤 광고주가 제일 고생을 시켰다든지,
남편은 어떻게 만났으며 다시 일을 시작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며 접시를, 그리고 맥주를 비워갔다.
“ 나, 담배 하나 필게요. “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고 병호는 담배를 꺼내며 아름에게 양해를 구했다.
여긴 아무래도 방 구조라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아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 후우~ ]
식사 후에 피우는 담배와 아침에 일어나서 피는 담배는 정말이지 최고다.
담뱃값도 오르고 점점 피울 곳이 없어지면서 편하게 피울 곳은 어디에도 없지 싶다.
아른거리는 담배 연기 사이로 빈 맥주병이 하나둘 늘어갔다.
“ 아름 씨는 일 안 할 때는 뭐해요? “
“ 음…. 쇼핑 하러 가거나…. 음…. 자거나….“
“ 하하하. 별로 하는 거 없죠? “
“ 호호호…. 네…. “
“ 그럼 아름 씨에게서 일을 빼면 뭐가 남아요? “
“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
“ 아름 씨…. 난요. 일하는 게 좋다는 거. 전 별로 안 좋게 생각해요. “
“ …. “
“ 제일 좋아하는 게 일이었는데, 아름 씨가 지치거나 일이 싫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좋아하는 게 그거 하나뿐인데 그게 싫어지면 어떻게 해요? “
“ …!? “
“ 그렇죠…? 아름 씨를 위한 게 일만은 아닐…. “
아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물을 본 병호는 당황스러워 허둥대기 시작했다.
“ 흑…흑…. “
“ 어…? 아.. 아름 씨~ 내 말이 너무 심했..나…? 진정하고….”
“ 흐아앙~!! “
눈물이 살짝 맺히는 정도가 아니라 닭똥같이 떨어진다는 말이 실감할 만큼 뚝뚝 떨어졌다.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몸을 떨면서 우는 아름이 안쓰러워 병호는 옆자리로 옮겨 달래기 시작했다.
“ 아…. 그… 아름 씨…. “
아름은 갑자기 병호의 품에 머리를 들이밀더니 계속 울었고 병호는 자신에게 안긴
아름의 등을 두드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울음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한참을 울던 아름은 병호의 품에서 나오더니 병호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살펴본다.
병호는 새로 냅킨을 건네주고는 맞은편의 자리로 돌아갔다.
한참 흔적을 정리하던 아름이 말했다.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난감하셨죠…. “
“ 조금…. 당황했어요…. “
“ 죄송해요…. 흑…. “
아름은 또 눈물을 보일 기세다.
“ 부장님이…. 일이 싫어… 지면 어쩌냐고 물어보셨잖아요…. “
“ 네 그랬죠…. “
“ 사실…. 흑…. 요즘 지쳐서…. 내가 요즘 왜… 이러고 사나 싶었거든요…. “
“ 흠…. “
“ 일을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이야기할 곳도 없고요….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회사 그만두라는 말 외에는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지금 제가 일을 안 하면 뭐가 남겠어요…. 흑흑…. “
“ 아름 씨…. 진정하고…. “
“ 흑흑흑….”
“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
“ 흑흑…. “
아름은 고개를 끄덕이곤 냅킨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병호는 카운터로 가서 미리 계산을 하고 30분 정도 앉아있다가 갈 테니 그 뒤에 치워달라고 말한 뒤
이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로 돌아오자 아름의 눈은 살짝 붓기가 있었으나,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모양이었다.
“ 이제 좀 진정 되었어요? “
“ 죄송해요. 놀라셨죠…. “
“ 조금 놀라긴 했는데…. 다른 이유로 그래요. “
“ 네? 다른 이유라니…? “
“ 아름 씨 언제나 자기관리 잘하고 업무 철저하고…. 그랬는데 그 뒤에 이렇게 힘들었나 싶어서요. ”
“ 아녜요. 좀 감상적이 되었나 봐요. 부장님이 이야기 잘 들어주시고 그래서…. “
“ 뭐 괜찮아요. 어떻게 보면 가장 많이 보는 사람일 텐데 같이 위로해야죠. “
“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러네요…. “
“ 하하하. 죄송, 감사, 그런 거 둘 다 안 받을게요. 편하게 이야기 한 건데 부담가지지 말자구요~”
“ ….네…. “
병호는 옷을 입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 그럼 나가죠. 이제 배는 안 고프죠? “
“ 네. 이것저것 많이 먹고…. 맥주를…. 어머, 제가 3병이나 먹었네요.? 부장님 하나 드실 동안… “
“ 전 원래 맥주는 좋아하지 않아요. 하하. 갑시다. “
“ 계산은 제가…. “
“ 아유 아까 커피 샀잖아요. 제가 했어요. “
“ 아…. 잘 먹었습니다…. “
## 오후 6시 30분 거리.
밖을 나오니 퇴근하는 사람들이 분주하다.
“ 이 시간에 퇴근해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하하. “
“ 그렇죠? 부장님도 일찍 가시진 않으시잖아요. 일은 그냥 맡기고 가셔도 되는데…. “
“ 에이…. 아름 씨를 못 믿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버릇이 들어서 그래요. “
“ 네…. “
대답을 하는 아름의 표정이 썩 개운하지만은 않다.
뭔가 이야기를 꺼내긴 했는데 마무리가 안된 느낌.
아무래도 이대로 헤어지면 병호도 개운치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아름 씨. 지금 들어가면 퇴근 시간이라 복잡할 텐데 간단히 2차 갈까요? “
“ 네? “
“ 2차로 간단히 한잔하고 들어가면 붐빌 시간도 지나고 하니 그게 어떨지 해서요.
그때처럼 대리 불러서 가는 길에 내려드릴게요. “
“ 아… 저랑 방향이 같으시죠…. “
“ 지금 가면 대리비야 굳겠지만, 너무 막히잖아요 “
아름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밝게 대답한다.
“ 그래요. 부장님. 어차피 늦게 들어가던 사람들인데 오늘도 늦게 간다고 무슨 일 있겠어요~”
“ 응.? 그렇게 늦게는 안 갈 거예요..하하~ ”
“ 호호. 대신 우리 수다 많이 떨어요. “
병호는 ‘우리’라는 말이 뭔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 회사, 우리 집…. 많이 써봤지만, 지금의 ‘우리’는 병호와 아름뿐이다.
병호는 살짝 두근거림을 느끼며 이 ‘우리’를 좀 더 길게 가져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 그럼 뭘 마실까요? “
“ 부장님 맥주도 안 드시니…. 소주 마실까요? “
“ 소주라…. 차라리 위스키 어때요? “
“ 음…. 좋아요. 아시는 데 있으세요? “
병호는 단골 바, 씨클로로 아름을 데려갔다.
## 바(Bar) 씨클로
씨클로에 누군가를 데려가는 건 처음이었다.
거래처는 물론 친구조차도 데려간 적이 없었으니….
초저녁에 들어간 씨클로는 역시나 오늘도 한가했다.
[ 딸랑~ ]
“ 어머~! 어서 오세요~ “
주희가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아무래도 누군가를 데려가는 건 처음이니 의아한 얼굴이기도 했다.
병호는 언제나 앉던 바의 자리를 내버려두고는 테이블에 앉았다.
아름은 조금 어색한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병호의 맞은편에 앉는다.
“ 부장님. 여기 자주 오시는 곳이에요? “
“ 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와요. 나쁘지 않죠? "
" 이 동네에 이렇게 조용하고 아담한 곳이 있다니 의외네요. "
" 한 부장님이 누굴 모시고 오신 건 처음이셔요. 그것도 이렇게 미인분이시고요 "
주희가 메뉴를 건네며 보조석에 앉았다.
친하니 오빠라고 부를 만도 하지만 손님 앞이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말한다.
" 아. 그러신가요? 부장님이 아끼시는 곳인가 봐요? 호호. "
" 아름 씨, 이쪽은 여기 바 매니저 최주희 씨,
여기 이 분은 우리 회사 디자인부서 맡고 계시는 박아름 차장님 "
병호는 간단히 서로를 소개하곤 이내 주문을 했다.
그동안 주희와는 부담 없이 대화했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느 정도 존대하는 게 서로 좋다.
"킵 해둔 것 아직 남아있으면 그거 주시고 안주는 간단히 알아서 주세요.
식사는 하고 왔으니 무겁지 않은 거로...."
" 어머. 손님 모시고 온 것 처음이신 건 알지만, 메뉴는 손님이 선택하게 하셔야죠. 호호 "
" 아 그랬나...? 하하하. 아름 씨 미안해요. 여기 누구랑 오는 건 처음이라...."
" 아니에요 부장님. 호호. 어차피 저는 술 잘 모르는 걸요…. 부장님이 고르시는 거로 마실게요.
아름은 이리저리 메뉴를 보았지만 익숙하지 않아 곧 내려놓았다.
" 그러시면 제가 추천 하나 드릴께요.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스페이사이드의 부드러운 싱글몰트에다가 중간에 오크통을 옮겨 담아 피니쉬에선
과일 향이 나요. 덕분에 여성분들도 부담 없이 드시기 좋지요. “
" 네. 그럼 그걸로 할게요. 괜찮죠 부장님? "
" 그래요. 오늘은 그걸 마셔보죠. "
메뉴판을 챙긴 주희는 일어나 주문한 술을 가지러 간다.
가지러 가는 와중에 아름의 뒤에서 아름을 가리키며 괜찮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하하하….
“ ? 왜 웃으세요? “
“ 아. 아니요~ 여기는 제 단골집인데 아까 이야기 한 술 외에는 마셔보지 않았거든요~
여기 다른 사람이랑 와서 먹게 되다니 신기하기도 해서~ “
아주 이젠 둘러대는 내용도 자연스럽다.
“ 제가 부장님 영역을 침범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호호~ ”
“ 뭐 아름 씨는 괜찮아요. 대신~ “
“ 대신요? “
“ 여긴 아름 씨까지만 아는 거로 해줘요.
나 여기 사람 별로 없어서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거든요. “
“ 아. 그럼 부장님하고 저만 아는 공간이네요.
뭔가 아지트? 비밀기지? 같은 기분인데요? 호호호“
“ 좋네요. 비밀기지. 하하하하. “
둘이 웃는 사이, 주문한 술이 나오고 셋팅이 되었다.
주희는 아직 영업준비가 다 안 되었다는 이유로 같이 마시자는 자리를 고사하고는 주방에 들어가버렸다.
병호를 향해 손을 불끈 쥐어 보이고 말이다.
“ 부장님도 의외의 면이 있으시네요. “
“ 무슨? “
“ 언제나 접대나 미팅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시니까 쾌활하신 편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람이 없는 곳에서, 게다가 누구도 데려오지 않는 그런 곳에서 혼자 시간을 가지신다니
의외의 면이었어요. “
“ 하하하…. 사람이 의외의 면을 가지지 않는다면, 살기 힘들 거 같지 않나요? “
“ 전 예전부터 사람은 언제나 일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게 다른 사람. 그렇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런 거 거짓말 같은 거로 생각했거든요. “
“ 음…. 그거랑은 좀 다른 거 같아요.
아름 씨가 이야기 하는 것은 넓은 범위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고요.
내가 이야기하는 건…. 뭐랄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거기까지만 해주면 되는 거 같아요.
‘ 아~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성격이구나. ‘ 그러면 그 정도만 보여주는 거죠. “
“ 이해하기 어려워요…. “
“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뭘…. 하하하.
모두 말로는 그래요. ‘ 난 네가 모든것을 이야기해주면 다 이해할 수 있어. ‘ 라고 하죠.
그런데 정말 그걸 까서 보여주면 부담스러워해요.
그 사람이 짊어진 짐이나 내면을 보여주면 감당이 안되거든….
내 무게도 감당이 안 되는데 남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가 있겠어요?
그리고 그걸 보통 ‘부담된다‘ 라고 말하는 걸 거예요. “
병호는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곤 아름의 잔에도 따라주었다.
아름은 받기만 하고는 끝나지 않은 병호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 그래서 난 사람들이 인지하는 내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언제나 한결같고 좋은 사람일 수 있거든.
물론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죠. 하하.
그럴 때는 여기로 와서 누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나로.
나로 돌아가서 조용히 술을 마시면 정말 좋죠. 하하하하. “
“ …. “
아름은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이내 술잔을 내민다.
“ 그럼 오늘은 평소 보여주지 않는 부장님이랑 술을 마시는 거네요? “
병호는 아름의 잔에 건배를 하며 말했다.
“ 저도 평소에 모르던 아름 씨랑 마시는 거죠. “
“ 아. 그러네요! 호호호호. 뭔가 새로운 기분이에요. “
병호와 아름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발베니는 주희가 추천한 대로 부드럽고 묵직하지만 상큼한 과일 향을 남기며 위장으로, 머리로 흘러들어 갔다.
“ 부장님 이 술 진짜 맛있어요~! “
“ 그렇죠? 오늘 나도 이 술 처음인데 괜찮네요. “
[ 띵~! ]
핸드폰을 들어보니 주희의 문자다.
‘ 오빠는 적당히 드셔요. ㅎㅎ
보아하니 오늘 아름이 따먹는 날인데요? ㅋㅋㅋ ‘
주희를 바라보니 딴청을 피우고 있다.
아름은 기분에 취해 창밖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있어 잠시 내버려두고 핸드폰으로 답장을 보냈다.
‘ ㅎㅎㅎ 그렇게 보여? ‘
‘ 묘하게 색기가 흐르는 게 건드리기만 해도….ㅋㅋ ‘
‘ 아. 정말? ㅋㅋㅋ ‘
아름이 색기가 도는 이유는 노팬티에 팬티스타킹만 신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오늘 아름은 뭔가 다르다. 말도 잘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감정이 예민한 날인 것 같았다. 그게 과연 노팬티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핸드폰을 내려놓은 병호는 아름의 빈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 어때요? 매일 늦게까지 회사에만 있다가 일찍 나와서 한잔 하는 거.
꼭 학교 땡땡이치는 거 같지 않아요? 하하하 “
“ 호호호. 네, 꼭 땡땡이치는 거 같아서 색다른데요?
술 마시는 게 딱히 색다른 건 아닌데 이상하게 오늘은 즐겁네요~ ”
“ 원래 일탈이라는 게 말이 무섭지 별거 아니더라구요. “
“ 이 정도에 무슨 일탈이라고요. 호호~ “
“ 일탈이란 말에 너무 무게 실을 필요는 없어요. 그럼 나쁜 짓 하는 거 같잖아… 킥킥.
그냥 일상에서 벗어나면 일탈이죠. 지금처럼. 안 그래요 ? “
“ 그렇네요! 호호호~ “
“ 그럼 지친 나를 위해 건배~ “
“ 건배~! “
아름과 이야기를 하며 마신 술은 벌써 반 이상 비워졌다.
“ 그러면 부장님은 어떤? 어떤 일탈을 즐기시나요? “
“ 하하하. 그냥 활력소라고 하죠. 음…. 글쎄요. 요즘은 매사에 질려서 딱히 없네요. “
“ 뭐예요…. 특별한 게 있으신가 해서 기대했는데~ “
“ 하하하. 이거 미안한데요….? “
“ 요즘은 다들 여자친구들 하나 정도는 만드시던데 한 부장님은 없으세요? “
“ 어이쿠~! 갑자기 몸쪽에 꽉 찬 돌직구를 던지시네~ “
“ 어머? 피하시는 거 보면 뭐가 있으신 가본데요? 오늘은 특별히 제가 못 들은 척 해드릴게요. 훗훗~ “
“ 맨정신엔 안 되겠으니 다시 한잔 더~ 짠~! “
“ 짠~ “
어떻게 이야기를 슬슬 몰아갈지 궁리하고 있던 병호는 마침 잘 되었다 생각했다.
이젠 조금은 과감할 필요가 있었다.
“ 사실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죠. “
“ 아직 사귀시는 건 아니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네요. 제가 아는 사람인가요? “
“ 글쎄요 아는 사람 일라나…? 하하 “
“ 뭐예요…. 갑자기 빼시고. “
“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뭘 빼요…? 킥킥킥~ “
“ 네? 푸훗~! “
아름은 웃음을 소리죽여 참았다.
아저씨 개그라도 껄끄러워 하지 않는 모양이 오늘은 정말 뭔가 될 듯하다.
“ 아 미안해요. 내가 술이 좀 취했네…. 이런 말이나 하고…. “
“ 너무 말씀이 심하신 거 아녜요? 미안하시면…. 벌주 한잔하세요! ”
짐짓 화난 체하며 표정을 굳히는 아름은 이미 얼굴이 발그레하다.
병호는 아름 몰래 슬쩍 술 대신 물을 마셨지만 별말이 없는 거 보니 취하긴 취한 모양이다.
“ 대신 오늘 들은 이야기는 우리만 아는 거예요. 오케이?”
“ 오케이~! 짠~! “
[ 챙~ ! ]
“ 회사일 땜에 아는 사람이에요. “
“ 음…? 전 모를 거 같은데요? “
“ 하하 아름 씨는 사무실에만 있으니 잘 모를 수도 있죠. “
“ 호호…. 뭔가 김빠진 느낌인데요? 뭐 괜찮아요.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
“ 그 여자 분이 정말 다리가 예쁘거든요. 뭐랄까 처음에는 그다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보면 볼수록 예쁜 거예요. 근데 한 번 그렇게 생각이 되고 나니까 그분이 점점 좋아지더라구요“
“ 오~ 그래서요? “
“ 그런데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잘못되면 껄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그 감정 혼자만 가지고 있자 했죠. “
“ 그 여자분은 부장님이 맘에 두시는 거 모르시고요? “
“ 아마 모를걸요? 전혀 티 안 내려고 노력했거든…. “
“ 에이…. 그래도 설마 모를까요? 사람 맘이라는 게 감춘다고 티가 안 나는 게 아닌데요. “
“ 하하하. 그 여자 분이 제게 관심이 없나 부죠. “
“ 호호 그렇다고 자폭하실 필욘 없다구요~ 그래서 맘 접으셨어요? “
병호는 잠시 텀을 두고 술잔을 손에 들었다.
“ 맘 접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
“ …. 쉽지는 않겠죠…. 그 여자분은 기혼이시고요? “
“ 네. 유부녀죠. 그리고 저도 결혼했고…. 그래서 맘 접으려고 했던 거예요. “
“ 요즘 보신 분인가 봐요? “
“ 본 지 한 달 조금 넘었네요. “
“ 보신 지 얼마 안 되셨네요? “
“ 후후. 네. “
‘ 당신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 건 한 달 정도 되었지…. 네가 거기를 보여준 날부터…. ‘
병호는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올까 싶어 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 아쉬우셨겠어요…. 그럼 그분 이제는 잊으신 거예요? “
“ 그러려고 했죠…. 근데 일이 있었어요. “
“ 무슨 일이요? “
“ 아 그게…. 음…. “
병호는 말하기 주저하는 척하며 술잔을 만지작거렸다.
아름은 답답한지 보채기 시작했다.
“ 아 부장님 빨리요. 오늘은 오프 더 레코드. 우리만 아는 날 하기로 했잖아요. “
“ 그렇긴 한데…. 괜찮을까 모르겠어요…. 하하…. “
“ 안 괜찮을게 뭐가 있겠어요~ 어머…. 혹시 두 분…? “
“ 에이~ 아니야~ 아직 그런 거 아니에요. “
“ 전 또…. 후훗…. 그럼 무슨 일이 있으셨는데요? “
“ 같이 어디 좀 갈 일이 있어서 이동하다가…. 그분이 계단에서 다리가 꼬여 넘어지셨어요. “
“ 어머! 다치신 거예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다친 건 아닌데…. “
“ 그럼요? 아 부장님~ 뭐예요~! 궁금하게만 만드시고! “
“ …. 쩝…. 그게 그분이 넘어지셨는데 “
“ 네. 그런데요? “
병호는 아름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 치마가 말려 올라가서 본의 아니게 보였는데…. 그분이 팬티 스타킹 안에 아무것도 안 입으셨더라고요.”
“ !! “
아름은 깜짝 놀란 눈을 하고는 이내 병호의 눈을 피했다.
얼굴이 정말 터질 듯이 빨개지고는 물을 마시며 진정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병호는 그런 아름을 못 보았다는 듯이 술을 마시며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 그게 의도치 않았던 일인데 이상하게 그 뒤로 사이가 서먹해져서 이야기조차 힘들더라고…. “
아름은 병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안절부절못하며 물을 마시고는 있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아 보인다.
“ 어…. 아름 씨. 내가 너무 당황스럽게 했나요? 괜찮아요? “
“ 네?! 네네! 괜찮아요. 그게 갑자기 술이 올라서 그런…. 거 같아요. 진짜 괜찮아요. 네네…. “
“ 아니…. 얼굴도 많이 발개져서…. 어느정도 마시긴 했는데 괜찮은 거 맞죠? “
“ 네! 괜찮. 괜찮아요. 저….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
아름은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갔다.
병호는 아름이 화장실로 사라지는 걸 보곤 킥킥대며 술을 한 잔 털어 넣었다.
“ 어때요? 오늘 로맨틱한 밤이 될 거 같아요? 훗훗 “
주희가 보조석에 앉으며 물어왔다.
“ 될 거 같기도 하고 그러네? 킥킥킥. “
병호는 낮에 있던 일을 주희에게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이 자위하다가 들킬 뻔한 이야기는 빼고.
“ 호오~ 이제 아름 씨가 저 화장실을 나오면 어떨지 알겠네요. “
“ 나오면 알 수 있다고? 어떻게? “
“ 만일 나와서 자리 정리하고 빨리 가자고 하면 상황 종료고요. 그게 아니고 평정심을 찾았으면
조금 더 간 보고요. “
“ 아 그래…? 괜히 떠봤나? 아름 씨 성격 칼같은 사람이라 확 정리할 것 같은데….? “
주희는 갑자기 아름이 두고 간 가방을 열어 그 안을 살펴보았다.
“ 어우 야! 뭐하니.?! “
주희는 가방 안에서 아름이 벗어놓은 검은색과 어두운 보라색 팬티를 찾아내곤 병호에게 내밀었다.
“ 빙고~! 골라요. 둘 중 하나만. “
“ 응?! 야야..! 이게 뭔 짓이야. “
“ 둘 다는 안되고 하나만. 빨리요. 아름 씨 나오셔요. “
병호는 살펴볼 겨를도 없이 팬티 한 장을 주희의 손에서 낚아채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고
그동안 주희는 아름의 가방을 정리했다.
아름이 화장실에 나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울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주희는 일어서며 병호의 귓가에 한마디 했다.
“ 그걸로 입 막고 박아버려요. 아름이 보지 이미 축축할 걸요? 질질? 킥킥…. “
주희는 생긋 웃고는 자리를 떴다.
병호는 아름이 앉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일어섰다.
화장실 문을 닫고 주머니에 든 물건을 꺼낸 병호. 보라색 팬티다.
아름의 속옷 취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이 팬티도 과감했다.
면적이라곤 앞부분 뿐이고 나머지는 레이스로 처리되어 말아쥐면 여자의 손에라도 쏙 들어갈 듯 작았다.
조심스레 펴보니 팬티의 가랑이 사이에 무언가 말라붙은 자국이 있다.
여기저기 살펴보면 병호는 이내 아름의 팬티를 말아쥐고는 코를 박고…. 숨을 들이마셨다.
벗은 지 오래되었지만, 아름의 체취가 나는 것 같다.
여자의 향기.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던 것 같다.
팬티를 말아 주머니에 넣고는 손을 씻고 자리로 돌아왔다.
“ 저기…. 부장님 이제 일어날까요? “
아…. 젠장. 상황 정리인가?
“ 저기…. 부장님 이제 일어날까요? “
“ 그…. 아직 술 남았는데…? “
“ 둘이서 이걸 어떻게 다 마셔요…. 그리고 피곤하기도 하고….“
지금 이렇게 어정쩡하게 일어나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생각이 병호의 머릿속에 가득 찼다.
차라리 조금 전이 분위기가 더 좋았으면 좋았지 지금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시간을 끌 것인가? 괜한 이야기 했나?
다시 앉아서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가긴 해야 할 텐데 이렇게 빼면 방법이 없는데?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자연스럽게 다시 앉기는 그르친 듯하다.
“ 어머?! 가셔요? “
주희가 무언가를 들고 나오며 둘을 바라보았다.
“ 두 분 쉬엄쉬엄 드시라고 토마토 주스 좀 만들어왔는데…. “
역시 주희 밖에 없다.
가끔 술을 쉬어갈 때 만들어 주곤 하던 것인데 정말 나이스한 타이밍.
병호는 난감하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 아 지금 우리 일어나려고 했는데 마실건지 물어보지 그랬어…. 요 “
“ 이제 8시 좀 넘었는데 벌써 일어나실 줄은 몰랐단 말예요. “
“ 여기 아름 차장님이 좀 힘드신 거 같아서 일찍 일어나려고 그래요. “
“ 이거 두 잔이나 만들었는데…. “
난감한 척 하는 둘 사이에 아름이 한 마디 한다.
“ 한 부장님, 여기 매니저 님이 신경 써서 만들어주신 건데 이것만 마시고 나가요. 실례잖아요…. “
“ 아…. 그러죠…. “
빙고~!!
주희는 다시 자리에 앉은 병호 앞에 토마토 주스를 놓아주면서 병호에게 살짝 윙크를 해 보였다.
병호 혼자 명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주희의 도움이었나 보다.
주희가 아름에게 잔을 건네는 순간.
“ 어멋!! ”
손으로 건네던 잔이 허공에서 떨어지며 아름의 치마 위로 쏟아져 버렸고 잔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버렸다.
흰색 치마는 금세 새빨갛게 얼룩이 졌다.
“ 어머, 죄송해요!! “
“ 아.아니에요 제가 잘 못 받았나 봐요. “
“ 아름 씨. 괜찮아요? 어디 안 다쳤죠? 주희 씨~! 이게 무슨…. ! “
주스 잔 하나가 깨지면서 난리가 났다.
토마토 과즙이 사방으로 튀며 자리는 물론이고 병호의 바지에도 살짝 튀었다.
그러나 상황이 처참한 것은 아름 쪽. 연한 핑크 색 블라우스와 흰색 모직 치마에 빨간 주스를 바른 꼴을 하고 있으니….
언뜻 보면 피라도 흘린 줄 착각하기 딱 좋았다.
주희는 대충 깨진 잔을 허둥대며 치우고 아름에게 사과했다.
“ 죄송합니다. 박 차장님. 제 실수로 이렇게 되었네요…. “
“ 아. 아니에요. 제가 받으려다 실수한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데…. “
“ 주희씨 이거 어떻게 방법이 있나…. 아름 차장님 이렇게 하고 어떻게 가셔…. “
“ 저…. 잠시만 기다리시면 세탁 해 올 수 있을 거 같은데요. “
“ 지금 시간에? 그게 가능한가? “
“ 우선 아름 차장님 잠시만 이 쪽으로 오시겠어요? “
주희가 아름을 데리고 화장실 뒤 쪽에 있는 조그만 내실로 향했다.
보통 여기서 일하는 주희나 다른 직원이 옷 갈아 입는 곳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5분 정도 지나고 주희가 먼저 나왔다.
“ 병호 오빠. 이 쪽, 바에 앉아 계세요 “
“ 어? 어…. “
병호는 아름의 코트와 가방 등을 챙겨 바에 앉았고 주희는 병호의 앞에 다시 주스를 내어주곤 히죽 웃어 보였다.
“ 나 잘했죠? “
“ 응? 뭐가?
주희는 병호의 팔을 툭 치고선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아무래도 아름이가 자리 정리하자고 할 것 같아서 미리 만들어뒀어요.
그리고 저거…. 제가 일부러 떨어뜨린 거거든요? 킥킥 “
“ 뭐?! “
“ 아무리 지가 가고 싶어도 빨개 벗고 나갈 수는 없잖아요. 선녀도 나무꾼한테 그렇게 잡혔는데요 뭐. “
병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토마토 주스를 마셨다.
“ 지금 저 일할 때 입는 옷 하나 주고 입고 있으시라 했어요. 정말 저 옷은 빨아야 하니까. “
“ 근처에 세탁소가 있나? “
“ 아직 8시 좀 넘었으니 영업할 거예요. 그리고 뭐 아마도….”
“ 아마도 뭐? “
“ 넉넉하게 한 시간 정도?. 킥킥. 그 동안 아름이 잘 달래보셔요. “
병호는 아름이 나오나 확인하고 아직 나올 기미가 없지만 슬쩍 목소리를 낮췄다.
“ 이야…. 이거 주희한테 고마워서 어쩌나? “
“ 고마우시면 선물이라도 해주셔요. 킥킥킥. “
“ 이렇게 오늘 하기라도 하면 자랑하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도와줘 서야 자랑이나 하겠냐… 킬킬…. “
주희는 슬쩍 미소 짓고 병호의 귓가에 속삭였다.
“ 가게에서 떡 치면 CCTV에 다 찍혀요….킥킥 “
“ 훗…. 알았어. “
이젠 주희의 과감한 언사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 병호였다.
오히려 이젠 그런 부분에서 짜릿함을 느낀다고 할까?
주희가 그렇게 자극 할 때마다 금기 된 무언가를 조금씩 부숴 나간다는 해방감도 있었다.
“ 저…. 옷 여기…. “
아름이 나왔나 보다.
뒤를 돌아본 병호는 내심 놀랐지만 애써 표정을 감췄다.
언제나 오피스룩으로 다니던 아름이었지만 지금 주희의 옷을 빌려 입은 아름은 색다른 매력을 주었다.
누드톤의 니트 드레스가 몸에 착 달라붙어 몸의 굴곡이 아주 잘 보였다.
가슴은 마른 체형이라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었고 지금 봐서도 역시나 였지만
예상 외의 압권은 허리와 골반이었다.
가느다란 허리는 정말 가늘어서 25? 24? 그리고 그 밑으로 탄력 있게 올라 붙은 엉덩이는
조금 크다 싶을 정도로 풍성했다.
니트 원피스에 감싸인 엉덩이 밑으로 쭉 뻗은 다리는 순간 황홀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아름은 허벅지에 간신히 올라간 짧은 원피스가 부끄러운지 치맛자락을 잡고 있었다.
앞으로 몸을 숙이면 속옷이 보일 거 같은데 아름은 지금 속옷을 안 입었지 않은가….
“ 와…. 지금 이런 이야기 드리기 뭐하지만 차장님 정말 몸매 좋으셔요~ “
“ 아…. 그게…. 그…. “
주희가 아름의 옷을 받아 들며 칭찬을 하자 아름은 부끄럽다는 듯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허리 엄청 가느시다…. 몇 인치셔요? 키는 그렇게 안 크신데 프로포션이 좋으셔서 안 작아 보여요~ “
“ 가….감사해요. 전 너무 마른 거 같은데…. “
“ 조금 마르시긴 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신데요? 23인치? “
“ 2…22 인치요…. “
“ 와~ 부러워요 차장님…. “
주희 역시 날씬한 데도 아름을 마냥 칭찬하고 있었다.
주희는 흔히 말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쭉쭉빵빵한 스타일. 아름에 비해 클 뿐이지
전혀 육지거나 통통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다만 한 군데만 빼고는.
“ 주희씨는 볼륨이 좋잖아요…. 전 볼륨이라고는 없는데요 뭐…. “
“ 호호 그거라도 있어야죠. “
병호는 계속 둘을 놔두고 눈 요기를 하고 싶었지만 주희는 아름의 옷을 싸 들고서 나간다.
22인치 허리라….
“ 한 부장님, 혹시 모르니까 가게 바깥 문 닫고 다녀올게요. 다른 손님이라도 오시면 난감하시잖아요. “
“ 아 그게 그래도 되나…? 요? “
“ 어차피 제가 잘 못해서 이런 건데 장사 생각할 수는 없죠. 금방 오겠습니다~ “
주희는 시원스레 인사하고는 나가며 가게 바깥 철문을 닫았다.
전자 음을 내며 도어록이 잠기고 가게 안에는 병호와 아름만 남았고
단 둘이 남은 바는 조용한 음악만 흘러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어갔다.
머리를 긁적이며 주스를 마시던 병호의 옆에 아름이 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 부장님. 오늘 아무래도 좀 더 마시다 가란 소린가봐요…. 훗훗…. “
“ 하하…. 그런 거 같네요.. 이런 일도 생기고 내가 괜히 여기 끌고온 거 같아 미안해 지네요. “
“ 아녜요. 덕분에 이렇게 멋진 데도 알았는데요? 술도…. 맛있어요. “
“ 하하하…. 그러게요. 오늘 따라 술이 잘 들어가기도 하고…. “
[띠링~]
문자가 왔다. 확인해 보니 주희다.
‘ 오빠. 가게에서 하실 거에요? ㅋㅋㅋ‘
순간 아름의 눈치를 보았지만 아름은 치마를 끌어내리느라 이 쪽에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답장을 날리기는 뭐해 무시하고 있는데 자꾸만 문자가 온다.
‘ 하실 거면 테이블 쪽에서 하셔요. 거기 CCTV 각도가 잘 나와요. ㅋㅋㅋ 저도 보고싶은데….ㅋㅋㅋ ‘
‘ 한 시간 정도 걸리니까 시간 충분하죠? ㅋㅋ ‘
‘ 아니면 바에서 서서 뒤로 해도? ㅋㅋㅋㅋㅋㅋ 아유 보고싶어@!@@!!! ‘
“ 사모님이 찾으시나 봐요? “
“ 아! 아니요! 친구들이 술 먹자고 자꾸…. 하하하! “
병호는 아름이 갑자기 말을 걸어와 뜨끔 했다.
다행히 문자를 본 눈치는 아니어서 대충 친구들을 둘러댔다.
“ 뭐 맨날 뻔하죠. 친구들과 하는 거는 술 밖에 없어요..하하. “
“ 호호. 우리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인데요…. “
아름이 일어나서 아까 일어난 테이블로 술을 가지러 간다.
술병만 들고 온 아름은 이리저리 잔을 찾더니 바 너머로 들어가 잔을 들고 나왔다.
“ 아름씨 앉아 있어요. 제가 어디 뭐가 있는지 좀 알아요. “
병호는 그 동안 대충 봐온 대로 얼음과 간단한 견과류 등을 들고 나왔다.
“ 호호호. 부장님 여기 사장님 같아요. “
“ 아하하. 그런가요? 안 그래도 이런 거 하나 차리고 싶은 게 꿈인데. “
“ 차리시면 좋겠다…. 가끔 와서 신세 한탄하면서 술 마실 수 좋겠는데…. “
“ 제가 차리면 멤버십 카드를 드리죠. 아름 씨만 쓸 수 있는 걸로. “
“ 호호호 감사합니다~ “
다시 술은 잔에 채워졌고 건배를 했다. 다시 이어진 시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
“ 아름 씨. 그렇게 입고 있으니까 정말 분위기 달라요. “
“ 네?! “
“ 평소에는 언제나 정장 스타일에 칼같은 분위기잖아요. 그것도 잘 어울리는데 지금도 잘 어울려요 “
“ 아….그. 그런가요? “
“ 네. 정말 괜찮아요. “
아름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술잔만 바라보고 있다. 귀가 발개진 것을 보니 술 기운 만은 아닌 듯 했다.
“ 부끄러워요? “
“ …. 사실 이렇게 입어본 적 없거든요…. “
“ 그럼 이제 이렇게 입어봐요. 정말 잘 어울리니까. 물론 이렇게 짧게는…. 하하 “
아름은 다시 얼굴을 붉히며 치마자락에 손이 간다.
엉덩이 밑으로 한 뼘 정도 내려온 치마이니 불편하긴 할 듯. 병호는 자신의 외투를 아름의 다리에 덮어주었다.
“ 아무래도 불편하죠? 하하 “
“ 감사합니다…. “
아름의 표정이 이제 좀 부드러워졌다.
“ 하하 아름 씨 남편 되게 부럽네요. 와이프가 이렇게 매력적이시니. “
“ 하하…하..”
“ 빈 말 아니에요. 진짜 매력적이에요 “
“ …. 정…. 말요? “
“ 넵! 정말이에요. 하하하~ “
아름은 술잔을 보고 있다가 남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술을 따랐다.
“ 천천히 마셔요. 어차피 일어나려고 한 거…. “
“ 저희 남편은 제가 매력적이지 않은가봐요. “
“ 에? 그게 무슨…. “
“ 전에…. 남편이 자위하는 걸 봤어요. “
“ 에…?! “
“ 제가 오래간만에 일찍 집에 가서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무슨 소리가 나는 거에요. “
병호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아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 자던 중에 뭔가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TV를 보고 있나 보다 했죠….
그런데 그게…. 여자의 신음 소리가 나서…. “
병호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묵묵히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 갑자기 잠이 깨더라고요. 가만히 듣고 있으니….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는…. 그런 정도가 아니었어요. “
“ 그래서 몰래 봤어요? “
“ 네….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밖을 보니까…. 남편이 자위를 하고…. “
“ 흠…. “
“ 근데 남편이 정말 포르노를 보고 있었어요. 정말….그…. “
“ 하드한 거요? “
“…. 네…. “
아름은 술을 한 잔 마시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 친구들하고 대학 다닐 때 장난으로 한 두 개 포르노를 본 적은 있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보는 건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그 되게…. 뭐랄까…. 그….“
“…. 근데 그게 아름 씨가 매력적이지 않은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
“ 네? “
“ 남편이 포르노를 본다고 해서 그게 아름 씨랑 무슨 상관인가 해서요. “
“ …. “
아름은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 남자들 결혼하고 그래도 야동 보고 그래요.
그냥 야동, 포르노는 성적 환타지를 충족 시키는 그런거라구요. “
“ 그런가요…. “
“ 아름 씨는 욕구가 생길 때 어떻게 해소해요?? “
“ 네?! ”
아름의 얼굴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물들었다.
“ 아 너무 나갔나…. ? 사람이 욕구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 아 그거야…. “
“ 전 섹스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대화를 하는 한 방법인데 서로 말이 안 통하면 하기 싫어지죠.
한 두 번이야 시도를 하겠지만 계속 말이 안 통하는데 이야기 하고 싶겠어요?
말 안하고 말지…. 그렇게 혼자 해결하고 마는 거죠 뭐.
그건 자기가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문제인 거에요. “
“ …. “
“ 그러니까 자기 비하 하지 말아요. 아름씨와 남편의 둘. 서로가 문제지 아름 씨는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
“ …. “
한순간 내뱉듯 말을 털어버린 병호는 술로 목을 축였다.
“ 저…. 부장님 화나셨어요? “
“ 조금은요. “
“ 그…. 죄송해요. 계속 제 투정만 들으셔서…. “
“ 아~ 이 여자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 “
병호는 아름의 어깨를 양 손으로 붙잡고 마주 보았다.
아름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병호를 보고 있었다.
“ 아름 씨는 충분히 예쁘고 멋지고 매력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자기 비하 하지 말아요! 알았어? 사과 같은 거 함부로 먼저 하지 말고 ! “
아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살짝 떨고 있었다.
그리곤 곧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병호가 물었다.
“ 알아 들은 거죠? “
다시 아름이 고개를 끄덕인다.
병호는 아름을 놓아주고 아름의 잔에 술을 따른 뒤 자신의 잔에 술을 채워 들이켰다.
왠지 모르겠지만 화가 치밀어 올라 아름에게 윽박 지르다시피 한 병호였다.
또한 괜히 아름에게 소리친 거 같아 자신에게 멋쩍기도 했다.
그 뒤로는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시는 둘 이었다.
뭔가 이야기를 꺼내면 그 분위기가 깨어지겠지만 어색하고 피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었다.
[ 삐리리~ ]
도어록이 열리며 주희가 들어왔다.
“ 다녀왔습니다~. 다행이 빨리 가져가서 얼룩은 깨끗하게 없어졌네요~ “
아름은 주희에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옷을 받아 갈아입으러 갔다.
“ 분위기 왜 이래요? “
“ 아니야. 괜찮아. 계산이나 해줘 “
“ 흐음~ 뭘까요? 이 분위기…? 덮치다가 실패?“
“ 에이..아냐…. 별 일 없었어. “
“ 정말 별 일 없는 느낌이 아닌데요? “
주희는 잠시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 아~! 이거 뭔지 알겠다. “
“ 뭘 알아? “
“ 이거요. 사귀는 애들이 처음 싸운 날 같은 분위기 인데요? 킥킥킥~ “
“ 응? 뭔 소리야…. “
“ 사귀기 시작한 사람들이 언제가는 싸우는 일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싸우는 게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 관계 개선!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딱 지금 그런 분위기라는 거죠. 싸웠는데 딱히 나쁘지 않다는거. 맞죠? “
“ 하하~ 그래 주희 말대로 나쁘지는 않은거 같아. “
“ 그럼 서포트 한번 더 ? “
“ 그래. 하하.. 근데 오늘 쓸 거 같지 않다. “
“ 노노~ 그런 말씀 마셔요~ “
“ 하하하 “
때마침 아름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홍조를 띈 얼굴이 살짝 나른하게 보여 매력적이었다.
“ 아름 씨, 다 챙겼죠? “
“ 네. 다 챙겼어요 “
“ 그럼 갑시다. 잘 마셨어요 주희씨. “
“ 잘 마셨습니다.”
주희는 입구의 문을 열어주며 한 마디 했다.
“ 죄송한데 지금 엘리베이터 문제 있는 거 같아요. 내려가시는 계단이 좀 어두운데 조심해서 내려가셔요~ “
“ 어? 여기 오늘 왜 이래~? “
“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두 분. 오늘만 이해해 주셔요~ 감사합니다~ “
병호는 투덜투덜 하며 계단 쪽으로 발을 옮겼다.
올라오는 거 보다야 괜찮지만 계단이라니…. 게다가 여긴 6층인데….
비상 계단 문을 열고 나가자 어스름한 비상구 등만 밝혀져 있어 별로 사용하지 않는 티가 났다.
“ 아름 씨 조심해서 내려와요. “
“ 네. 네…. “
병호는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켜고 앞장섰다.
씨클로를 출입한 건 오래되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건물이 낡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띠링~]
주희에게서 문자가 왔다.
‘ 계단 조심해서 내려 가셔요. 그리고 오빠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
뒤이어 사진이 전송 되었다.
아름이 입고 있던 원피스의 엉덩이 쪽 끝 부분이었다.
그런데 뭔가 얼룩이 져 있었다.
‘ 아름이 보짓물 장난 아닌데요? 옷도 젖고 의자도 물기가 있어요~ ㅋㅋㅋㅋ ‘
병호는 문자를 보곤 뒤를 돌아 보았다.
아름은 잘 보이지 않는 계단을 보느라, 그리고 계단에 굽이 걸릴까 조심 조심 내려오고 있었다.
‘ 꿀꺽 ‘
병호는 손을 내밀었다.
“ 아름씨. 잡고 내려와요. “
“ 괜찮아요. 혼자 내려 갈 수 있었! 요…. “
이미 휘청 했다.
병호는 아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 위험하니까 잘 잡고 와요. 전에도 무릎 한번 해 먹었잖아. 훗…. “
“ 오늘은 그렇게 많이 안마..! 셨는…데…. “
“ 하하하…. “
병호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웃었다
“ 아름 씨 귀여운 면 있는 것도 알아요? “
“ 에이…. 귀여운 건 저랑 거리가 멀다는 거 알아요. 게다가 나이가 서른 하난데…. ”
“ 언제나 꼼꼼하고 깐깐한데 가끔 허당끼 같은 게 있어서 그런 면이 그래요. “
“ 그런…소리 처음 듣…는데요? 호호 “
아름은 계단에 신경 쓰느라 대답이 띄엄띄엄 하다. 그리고 병호의 손을 꽉잡고는 팔에 매달려 있다시피 했다.
3층 즈음에 잠시 멈춰 한숨 돌리는 병호와 아름. 이 층은 유난히 등이 어두웠다.
“ 그런데 아름 씨,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
“ 휴우~ 후~ 네 뭐요? “
“ .... 아까 남편 자위 이야기. 그거 내 이야기죠? “
“ 네?! “
어둠 속에서도 아름이 굳은 걸 알 수 있었다.
“ 남편 자위했다는 거. 그거 오늘 낮에 나 본거죠? “
“ 아니 그게…. 아니고요. 남편이…. “
“ 나죠? 그거? “
“ …. “
“ 맞죠? “
“ …. 부장님…. “
“ …. 네 “
“ 아까 이야기 하신 여자 분…. 저죠 ? “
## 바(Bar) 씨클로 건물 계단
“ 아까 이야기 하신 여자 분…. 저 맞죠? “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진 않지만, 아름의 눈이 보인다.
병호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의 눈은 이내 아래로 떨어졌지만 병호의 손을 잡고 있는 그 손은 풀지 않았다.
병호는 다른 한 손을 들어 아름의 턱을 들었다.
“ 아름 씨, 날 봐요. “
아름은 눈을 들어 병호의 눈을 마주 보았다.
병호는 서서히 아름의 눈앞으로 다가갔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떨리는 아름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 날 보라고. “
아름은 다시 떨어뜨린 눈동자를 들어 병호를 바라보았다.
코를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서로의 숨이 서로를 간지럽혔다.
“ ! “
병호는 혀를 내어 아름의 입술을 건드렸다.
아름은 놀라 움츠릴뻔했지만, 가만히 병호의 혀를 입술로 느끼고 있었다.
혀가 위와 아랫입술을 차례로 스치고 입술 사이를 희롱하듯 그려나간다.
“ 하아…. 흡! “
긴장한 듯 숨을 참고 있던 아름이 입을 살짝 벌리자 병호는 혀를 밀어 넣으며 아름을 안았다.
아름의 작은 어깨가 병호의 품으로 쏙 들어와 안기고 고개를 들어 병호의 혀를 깊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병호의 혀가 아름의 치아를 하나하나 세어 보듯 더듬고 가만히 누워있는 아름의 혀를 일으키려 한다.
아름의 느낌을 하나하나 기억하겠다는 듯 집요하게 움직이던 병호의 혀는
이윽고 움찔거리던 아름의 혀와 얽혀갔다.
알코올의 단맛이, 서로의 타액이 서로의 혀에 감겨간다.
그리고 키스의 몽롱함을 서로의 뇌에 쏘아내고 있었다.
병호는 아름의 손을 놓고 다시 한 번 힘주어 포옹하며 아름의 등을 쓸어 내려갔다.
긴장해서 단단한 아름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다시 목덜미로 올라갔다.
“ 하앗…!…. 앗…. 흐흡!…. “
아름은 목 뒤를 쓸어주며 귓불을 만지자 몸을 떨며 피하려 했지만
병호는 다른 손으로 아름의 허리를 감싸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아름의 가느다란 허리는 병호의 한쪽 팔로도 충분히 감고도 남았다.
병호는 입을 떼고 아름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에 맞추어 아름은 병호의 윗입술을 핥는다.
병호가 아름의 엉덩이를 쓸어본다.
역시 예상대로 탱탱한 느낌. 슬슬 쓸어보던 병호는 엉덩이를 살짝…. 조금은 세게 움켜쥐었다.
“ 앗…. 흡…! 하아…. 하아….”
아름은 흠칫 떨었지만 이내 병호의 목에 매달려 입술만을 빨아댄다.
병호는 이 순간이 지나기 전에 아무래도 방점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드럽게 엉덩이를 만지던 손을 내려 치마를 확 걷어 올렸다.
팬티스타킹에 싸인 아름의 봉긋한 엉덩이가 드러났다.
“ 헉…! 부. 부장님….! “
아름은 후다닥 떨어져 치마를 다시 내리려 하였지만 병호는 아름의 두 손을 한 손에 모아 잡고
아름의 머리 뒤로 넘겼다.
“ 부장님…! 이러면…안돼…! 손 풀어 주…. 세요…! “
누가 올지 모르는 계단이라 크게 소리 내지 못하고 속삭이듯 다그치는 아름.
손을 풀어내려고 몸을 비틀어보지만 남자 힘을 당해낼 수는 없다.
병호는 아름을 벽을 몰아붙이고….
“ 부장님….! 이러실 분 아니잖아…. 요….! 이제 그만….!“
“ 아름 씨. “
다급하게 속삭이는 아름의 목소리를 깨버린 것은 병호의 낮은 목소리.
전혀 음성을 낮추지 않고 말하자 계단에 병호의 목소리가 울린다.
아름은 병호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자 놀라 굳어버렸다.
“…. 네에…. “
놀라서 순순히 대답하는 아름의 귓가에, 아니 병호는 아름의 귓구멍에 대고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 나. 지금 아름 씨 가지고 싶어요. “
“ 안돼요…! 누가 오면 어쩌려고 그…. “
“ 누가 오든. “
“ 그…. 그게. 그….! “
병호는 아름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아름의 둔덕에 손을 올렸다.
“ 누가 오든…! 지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
“ 하악…! “
아름은 병호의 손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감싸 쥐자 뜨거운 숨을 뱉었다.
잠시 눈이 풀린 모습으로 병호의 손을 느끼고 있던 아름은 자기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병호의 눈을 보고
부끄러워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 아름 씨. “
아름은 가볍게 떨 뿐. 대답이 없다.
“ 아름 씨. 나를 봐요. “
아름은 눈을 뜨긴 했지만 병호를 바라보지 않는다. 병호는 아름의 사타구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 아름의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맞췄다.
아름의 턱을 든 병호의 손가락에는 진득한 습기가 묻어있다.
“ 나. 하나하나 다 기억할 거에요. 지금 아름 씨 표정. 느낌. 촉감. 향기…. “
병호는 이야기하며 손을 놔 주었지만, 아름은 손을 올린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기를 바라보게 하던 다른 손도 놓았지만, 아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름은 병호의 눈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듣고 있다.
“ 지금의 아름 씨, 전부를 기억 할 거예요. “
[ 찌 찍~!! 뿌북! 북! ]
“ 아앗! 읍….! “
병호는 두 손으로 팬티스타킹의 가운데를 찢어냈고 소리 지를 뻔한 아름은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리고 병호는 그 구멍으로 손가락을 넣어 아름의 엉덩이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찢어 벌렸다.
싸늘한 공기에 노출된 엉덩이는 소름이 돋았다.
병호는 아름의 동그란 엉덩이를 쓰다듬기 시작했지만, 눈은 아름의 눈에 고정되어 있었다.
“ 그러니까 아름 씨도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나를 기억해줘요. “
아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병호는 아름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벌렸다.
엉덩이 사이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가 아름의 입구까지 흘러간다.
부르르 떤 아름은 눈을 돌리려 했지만 병호의 눈은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호의 한 손이 앞으로 돌아가 아름의 매끈한 둔덕을 어루만진다.
발가벗겨진 아름의 하반신은 차가웠지만, 다리 사이는 열기가 느껴진다.
둔덕을 쓸어내린 손은 깊숙한 아래로 내려간다. 손가락으로 계곡을 벌리자 속살이 벌어졌다.
“ 으흡!…. “
신음을 터뜨린 아름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병호의 눈을 바라보고 있다.
병호의 손가락은 부드럽게 아름의 입구 주위를 문지르고 있다.
언제부터 나왔는지 모를 애액이 적시고 있어 병호의 손가락은 쉽게 미끄러졌다.
양쪽 소음순을 살짝 비비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를 스칠 때마다 아름은 흠칫흠칫 하며 입을 더 세게 막는다.
“ ! …. !…. “
차가운 손가락이 아름의 애액에 젖어 따듯해질 즈음 병호는 아름 스스로 입을 막고 있는 손을 풀어 내렸다.
그리고 가운뎃손가락을 아름의 속으로 천천히 넣으며 아름의 눈을 바라보았다.
“ !!~!! “
아름은 입이 크게 벌어지며 눈썹이 찡그려 지지만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병호의 눈도 피하지 않는다.
들어간 손가락 옆으로, 손등으로 애액이 한두 방울 흘러내린다.
서서히 손가락으로 애액을 퍼올리기 시작하자 아름의 입구에서는 물소리가 나고 있었다.
흥건하게 젖어 병호의 손가락이 쉽게 미끄러져 들락거리지만, 안으로 손가락을 넣을 때마다 새로 넣는 느낌.
[ 찔꺽~ 찕쩍~ 찔쩍…. ]
“ 읍!~ 읍!~ 읍!~ 읍!~ 읍!~ 읍!~ 읍!~ “
아름은 병호의 손가락에 맞추어 허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병호가 손가락을 더 깊이 넣으려 하지만 아름의 입구가 너무 뒤쪽으로 있어 쉽지 않다.
두 마디 들어가는 게 최선일까?
병호는 한 손으로 아름의 물을 퍼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바지춤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손으로 청바지를 풀기 쉽지 않다.
별수 없이 아름의 속살에 넣었던 손을 빼 바지를 벗어 내리고 아름을 바라보자,
아름은 양다리를 덜덜 떨며 병호를 바라보고 있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침…. 이 한 방울 흐르고 있고 아래 입구에서 나온 애액은 하얗게 거품이 져서
허벅지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 벌써 올랐…. 나? “
병호의 애무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아름은 갑자기 절정에 치달았는지
다리를 덜덜 떨며 침까지 조금 흘리고 있었고….
게다가 아래 입구는 크게 벌어졌다가 조임을 반복하며 말간 애액을 계속해서 뱉어내 하얀 거품을 밀어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병호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는 아름의 입구를 향해 자신의 물건을 겨눈다.
선뜻한 공기가 귀두를 스치자 부르르 떠는 병호. 병호는 아름의 허리를 당겨 아름의 벌어진 틈에 물건을 가져다 대었다.
반쯤 눕다시피 한 아름은 벽에 등 일부만 대고선 허리를 앞으로 내밀고 있어 후들거리는 다리가 위태로워 보인다.
두 손으로 벽을 짚어 버텨 보지만 쉽지 않았다.
“ 아학…. 아하…. 아…. “
병호를 바라보던 아름의 물기 젖은 눈은 이제 병호의 물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이 흥분된 물건은 핏줄이 설 정도로 단단해졌으며 귀두도 평소보다 커져 보였다.
귀두 끝으로 아름의 갈라진 틈을 비비자 아름의 아랫배가 들썩인다.
아름의 항문 근처까지 흐른 애액을 귀두에 발라 클리토리스까지 발라 올리면 다시 새로운 애액이 엉덩이 사이로 흘렀다.
“ 아핫….! 아아…. 아아…. 아학….! “
눈썹을 찡그리며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아름은 이제 그 박자에 맞추어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구멍에 귀두를 맞추자 아름의 호흡이 빨라진다.
“ 하악…. 하악…. 하악…. 하악…. 하악…. 하악…. “
“ 아름 씨. “
“ 네…?! 하악…. 네…. 부장…. 님 “
“ 아름 씨. “
“네…! 네…. “
아름이 고개를 들어 눈을 바라보자 병호는 서서히 물건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 학!…. 학!…. 학!…. 학!…. 학!…. “
아름은 점점 눈이 커지며 입을 벌렸다. 저러다가 눈알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벽을 짚은 손은 연신 미끄러져 내려 병호는 아름의 허리를 들어 도와주었다.
아름의 눈은 이미 풀려 병호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지 않다.
아름에 들어간 병호도 그 자극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간다.
반 정도 들어갔을 뿐인데 손으로 쥔 것처럼 꽉 조이는 아름의 입구는 물건을 잘라낼 듯 조여 왔고
계속해서 흐르는 애액은 오히려 밀어 넣지 않으면 밖으로 미끄러져 나올 듯 질퍽했다.
아름은 병호를 밀어내고 병호는 들어가려는 형국이었다. 병호는 아름의 눈을 바라보며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질걱…. 질걱…. 질걱…. ]
새로운 자극에 아름은 서서히 병호의 눈을 맞춘다.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침을 삼키고 있다.
병호도 깊숙하게 넣고 싶지만 쉽지가 않았다. 자세도 자세지만 자신의 물건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더 컸어도…. 아름을 향해 허리를 흔들어 대던 병호는 한 손가락을 아름의 입에 넣었다.
아름은 병호의 손가락을 입에 넣고는 그냥 헤 벌릴 뿐이지만 눈은 병호를 놓지 않는다.
아름의 타액이 흠뻑 뭍은 손가락을 빼 아름의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문지른다.
“ 아윽!….!! “
조갯살에 숨어있던 클리토리스를 문지르자 아름은 허리를 꼬기 시작한다.
아랫배는 들썩이고 거기에 맞추어 입구도 조임을 반복한다.
병호는 자신의 허벅지에 아름의 애액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머릿속엔 더 깊이 넣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 아....아....아....아....아....아흐윽!!....."
병호는 물건을 빼버렸다.
갑자기 물건이 빠지며 대가리가 질벽을 긁자 아름은 주저앉을 듯 휘청이며 병호를 올려다본다.
병호는 아름을 일으켜 세워 뒤로 돌아서게 했다.
" 부..! 부장님..!! "
아름은 뭔가 주저하며 병호를 바라본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 ?? "
" 아.... 그 그게.... "
병호는 아름을 벽을 바라보게 하고선 엉덩이를 뒤로 내밀게 한다.
아름은 계속 병호를 돌아보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자리 잡은 병호는 귀두를 아름의 엉덩이 사이에 문질러 고인 애액을 발랐다. 확실히 앞보다는 입구가 가까워졌다.
가느다란 허리를 타고 내려온 동그란 엉덩이를 벌리니 아름의 소음순이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고
귀두로 조갯살을 가르자 아름의 입구가 보인다.
" 아앗…! 저…. 저…. 이렇게 한. 적이…. 이렇게 해 보지….”
지금 이 여자. 후배위를 해본 적이 없다고 한 건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여자가 이게 무슨…?
병호는 귀두를 입구에 대놓고 물었다.
" 정말? "
" ...."
부끄러운 듯 아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병호는 귀두를 입구에 들이밀었다. 아까보다 더 손가락조차도 안 들어갈 듯한 저항감이 있다.
게다가 질펀한 애액에 귀두 끝이 미끄러져 빗겨나간다. 단단하게 발기했음에도 들어갈 듯하다가 미끄러져 나가길 서너번….
진짜 이렇게 해본 적이 없는 건가..?
병호는 손으로 물건을 잡고 아름의 좁은 입구를 비집고 열기 시작했다.
“ 아으읍…! 아아…! “
조금씩 들어간다. 몇 번 미끄러질 뻔 했지만, 손으로 잡아 아름의 안으로 조금씩 들어간다.
아름은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못 참겠는지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다.
[ 푸훅! ]
“ 으윽! …! “
“ 꺄아!~아!!!!! 아아아아!!!!!!……! “
아름의 입구를 귀두가 통과하자 갑자기 쑥 들어가는 병호의 물건….
기둥의 뿌리까지 순식간에 삽입하자 아름은 크게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지르는 아름의 비명에 놀란 병호는 허우적거리며 아름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버둥거리며 엉덩이를 흔드는 통에 잡기가 쉽지 않다. 휘적거리며 잡으려는 손에 걸린 것은 아름의 머리채.
“ 꺄으흐극~! 흐극~! 흐극! 으흡! 으흡! 흡! 흐윽! “
딸꾹질 비슷하게까지 하는 아름의 머리채를 끌어당겨 상체를 세우고 아름의 입을 손으로 막자
계단을 울리던 비명이 간신히 사그라든다.
병호는 가만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위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이 건물은 6층에 씨클로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일반 사무실이라 6~7시 이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소리가 나면 누가 와도 올만 하다.
주위의 낌새를 신경 쓰는 와중에도 아름의 아랫입은 리드미컬하게 병호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름은 정말 어마어마한 명기의 소유자였다. 낮에 본 조임이 결코 헛것이 아니었다.
아까는 엄청난 조임이 병호의 물건을 밀어냈는데 그 조임의 한계선만 넘으면 같은 움직임이 물건을 안으로 빨아 당기는 모양이다.
엉덩이와 다리가 경련을 일으키듯 부들부들 떨리는 와중에도 항문이 볼록하게 올라올 정도로 수축 운동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놀라서 발기가 풀릴 만도 한데 계속되는 자극에 병호의 물건도 단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병호는 계단 위에서 뭔가 낌새를 느꼈다.
고개를 슬쩍 돌아보자 누군가의 핸드폰이 보인다.
그리고 핸드폰의 카메라 렌즈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핸드폰을 발견한 순간 쭈뼛하게 서는 머리카락.
너무 놀란 병호는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 판단이 안 섰지만 저기서 촬영하는 사람이 누군지 보기 위해
다시 한 번 어둑어둑한 그늘 속을 바라보았다.
주희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계단의 구석에 숨어 두 사람 몰래 촬영하고 있었다.
병호와 눈이 마주친 주희는 생긋 웃더니 자신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다리 하나를 크게 들어 윗 계단에 올렸다.
비상구 등 옆에 서 있어 그런대로 밝게 보이는 주희의 하반신….
벌린 다리 사이로 손을 가져가 자신의 샅을 넓게 벌려 병호에게 보여준다.
그리곤 중지를 깊숙이 넣어 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눈으로는 주희의 자위를 보고 있었고 물건은 아름의 질구가 꽉꽉 물어주는 상황….
병호는 자신의 물건이 더욱 팽창함을 느꼈다.
마치 물건으로 아름을 들어 올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철퍽! ]
“ 아읍~! 아읍~! 아읍~! 아읍~! 아읍~! “
뒤에서 아름을 안은 채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한 손은 아름의 입을 막고 한 손은 아름의 허리를 감싼 채….
아름을 밑에서 들어올리 듯 쳐올리는 병호의 움직임에 아름은 거의 들리다시피 했으며 벗겨진 한쪽 구두는 계단 구석에 나 뒹굴었고, 힐이 벗겨진 아름의 발은 허공에서 대롱거리고 있었다.
“ 아윽..! 아윽..! 아윽..! 아윽..! 아윽..! “
입을 막은 손은 아름이 흘린 침에 범벅이 되어간다.
병호는 슬슬 한계가 온다는 생각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둘을 찍고 있는 주희, 아무 데서나 개처럼 흘레붙는 둘, 어두운 계단에서 병호에게 찔리며 부들부들 떠는 아름.
아름….아름….
물건이 터져라 조여대는 아름의 질 내는 정말이지 병호의 물건을 뽑아버리겠다는 듯이 빨아들이고 있다.
아름의 입을 막은 병호의 손가락 사이로 거품이 조금 흐르고 있었다.
병호가 손을 떼자 번진 립스틱 자국과 게거품을 물고 있는 아름이 머리를 뒤로 기대어 온다.
음부의 자극이 극한에 다다랐는지 거의 실신한 듯 눈이 풀려있었다.
병호는 아름의 둔덕을 잡고 위로 들어 올렸다.
가운뎃손가락으로는 클리토리스를 마구 비비며 격렬하게 펌핑하는 병호.
다른 손으로는 부들거리는 아름의 목을 잡고 아름의 엉덩이 사이로…. 뒤에 있는 병호를 향해 열린 아름의 입구에….
격렬하게 찔러 넣었다.
[ 쩍! 쩍! 쩍! 쩍! 쩍! 쩍! 쩍! 쩍! 쩍! 쩍! 쩍! 쩍! 쩍! ]
“ 끄흑! 끅! 끄흑! 끄큭!! 부…. 부장…. 부, 장님…! “
“ 윽! 윽! 윽! 윽! “
병호의 신음과 아름의 목 졸린 듯한 신음. 그리고 둘을 이어주는 마찰음이 계단실을 메워가고 있었다.
아름의 목을 손에 쥔 병호는 아름의 가느다란 목을 졸라 버리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혔다.
서서히 목을 쥔 손에 힘을 넣는 순간, 아름의 질구가 병호를 다시 한 번 크게 조이고….
병호는 아름의 안에 여태껏 쌓아 올린 쾌감이라는 폭탄을 터뜨렸다.
“ 으읔! “
“ 꺼흑!…. 커….커윽…. 부…부장님….! 커흐흑 “
꾸역꾸역 좁은 요도를 비집고 밀려나와 아름의 자궁으로 쏘아지는 정액….
아름은 질을 조여 사정을 막겠다는 듯 엄청난 힘으로 병호의 물건을 조이고, 온몸을 경련하며 병호를 더욱 깊숙이 빨아들였다.
고환이 텅 빈듯한 느낌…. 많은 양을 아름의 질 내에 부어낸 병호는
그제야 자신이 아름의 목을 너무 꽉 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손을 풀었다.
“ 아름….씨? 아름….? “
다리에 뻣뻣하게 힘을 주고 병호에게 들려있던 아름은 몸에 힘이 빠지며 병호에게 뒤로 안긴 채 늘어졌고….
병호의 물건을 옥죄고 있던 질구가 풀어진다.
그리고….
[ 솨아아…. ]
아름의 요도에서는 맑은 소변이 흘러내려 아름의 다리와 병호의 다리를 적시며 계단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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