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화. 여고동창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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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나름 부촌이라 불리는 성수동 빌라 단지.
고가의 아파트로 형성된 지역과는 다르게 이 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해온 원주민들이 모여사는 동네였다. 흔히 말하는 알부자들이 사는 지역.
그리 높지 않은 언덕을 오르면 나오는 빌라 밀집지역으로 오르는 베이지색 실루엣의 여인(女人).
그녀의 이름은 천은경. 올해 나이 39살의 유부녀, 아니 이제 ‘돌아온 싱글’이 된 여자.
주변에서는 그녀를 ‘내일 모레 마흔’이라며 놀려댈 법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경을 서른아홉 아니 서른 중반대의 나이로도 보지 않았다.
수영과 헬스 그리고 필라테스로 다져진 빈틈없는 몸을 베이지색의 고급 투피스로 가리고 있는 그녀. 그녀와 함께 운동을 하는 남자들은 그녀의 옷을 원망할 것이다. 통 넓은 옷을 입어도 완벽한 골격을 자랑하는 은경의 몸은 모두의 관심사였으니까.
특히 언덕을 오를 때 드러나는 그녀의 히프 라인은 은경의 뒷모습을 보는 사람들에겐 감탄을 자아내게할 정도로 매력이 있었다.
매끈한 등과 그 밑으로 불룩 튀어나온 엉덩이는 ‘오리궁둥이’로 불릴망정 볼륨이 없다는 말을 들을 일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여자들은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을, 남자들은 그저 자신들의 본능이 내면에서 외치는 ‘갖고싶다’라는 갈망에 그저 흥분된 눈초리로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여고 동창생인 정숙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또래에 비해 과하게 일찍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 해외로 장기 출장을 떠나면서 올해 스무살이 된 아들과 둘이 살고있는 친구의 집을 은경은 찾아 헤매고 있었다.
두 사람이 20여 년만에 만난 곳은 동네에 새로 생긴 헬스 클럽.
연예인이 프렌차이즈점을 내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한 이 곳을 은경은 흥미삼아 한번 찾아보았고, 우연찮게 고교시절 단짝으로 불렸던 정숙을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자기들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 다음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쳐다볼 정도로 호들갑을 떨면서 반가워하는 그들. 마치 열여덟살의 여고생들로 돌아간 것처럼 그들은 거침이 없었다.
“은경아! 너 은경이 맞지?”
“정숙이? 정말 정숙이야? 이게 얼마만이니···.”
“그러게. 은경이 넌 어째 완전 예전이랑 똑같다. 아니 더 예뻐진 거 같아. 호홋. 난 완전 변했지···?”
비쩍마른 몸에 교복 하나를 걸치고 혹은 운동복 차림으로 교내를 활보하던 두 사람. 세월이 오래 지났다지만 은경은 예의상으로도 정숙에게 ‘너도 예전이랑 똑같아’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살이 찐다는 이유로 저녁마다 콜라를 마시고 자던, 점심 도시락을 두 개씩이나 들고 다녔던 말라깽이 정숙은 이제 후덕한 몸매를 펑퍼짐한 옷으로 감추고 있는 아줌마에 불과했다.
“아니야. 너도 여전히 예뻐.”
몸매에 대한 이야기는 숨기고 칭찬을 해줬지만 정숙은 은경의 그 말이 반가운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숙아, 우리··· 스무살 때 이후로 처음인가?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나야, 항상 똑같지 뭐. 아들 낳고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얘. 은경이 넌 어때?”
“나? 후훗.”
“왜? 혹시 좋은 일 있구나?”
정숙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눈치가 없었다. 예전에 비해 살까지 찌다 보니 오히려 둔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 최근에 ‘한번 다녀온 여자’가 돼버렸어. 무슨 말인지 알지?”
“어머···. 그래? 미안.”
“미안은···. 네가 이혼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뭐. 후후. 남편은 어때?”
“에휴. 맨날 똑같지 뭐. 나 요즘 후회 엄청해. 결혼을 너무 일찍해버린 거 같아서···.”
언덕길 막바지에 이르러 빼곡이 들어선 빌라 단지들이 눈에 보이자 은경은 더 예전의 일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20여년 전. 그러니까 그녀가 갓 대학에 입학한 스무살이 되던 해.
고교시절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정숙은 졸업도 하기 전에 덜컥 결혼을 선포하고 말았다. 그것도 여덟 살이나 많은 직장인 아저씨가 그녀의 남편이었다.
‘너무 일찍 결혼했어···.’
대학 입학식날 치러진 정숙의 결혼식. 결국 대부분의 여고 동창생들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은경이 대학 생활에 적응할 때 즈음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정숙의 아들인 용준의 돌맞이 잔치.
그녀가 결혼한지도 몰랐던 몇몇 동창생들은 경악스런 탄식을 터트리기도 했다. 착하고 선머슴 같기만 했던 정숙이 결혼을, 그것도 벌써 아들을 낳다니···.
은경은 당연히 돌잔치에 참석했고, 그제서야 정숙의 남편을 볼 수 있었다. 살짝 이마가 넓은 땅딸막한 덩치의 사내.
키까지 작았으면 정말로 초라해 보일 정도로 정숙의 남편이 가진 외모는 보잘 것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숙과 남편 사이에서 낳은 첫 번째 결실인 아들, 용준을 본 순간 은경은 놀라움에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직 돌밖에 안 된 애가 저렇게 이목구비가 뚜렷해도 돼? 완전 반칙이잖아? 몸도 엄청 크네? 부모도 안 닮은 거 같구, 어떻게 저리 예쁘지?’
“용준아, 은경이 이모야, 인사 해야지?”
엄마 손에 붙잡혀 자신을 보며 손을 흔드는 용준. 순간 눈이 마주치자 까르르 웃는 잘생긴 아기의 얼굴에 은경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잘 생겼다···.”
“후훗. 그렇지? 근데···.”
“근데 뭐?”
“아니···. 그게···.”
“뭔데? 너 혹시 저 애···.”
보잘 것 없는 정숙 남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슬쩍 훔쳐보며 은경이 속삭이자 그 뜻을 알아챈 정숙은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흘렸다.
“아니야. 우리 남편이 내 첫 남자인 걸.”
“그럼 왜?”
“이거 볼래? 후훗.”
아기 용준을 덮고 있던 포대기를 살짝 들추며 정숙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엄마인 자신만이 알고 있던 비밀을 가장 친한 친구니까 털어놓는다는 듯 그녀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어머. 얼른 가려. 얘.”
“크지? 아기인데 벌써 이만하면. 쿠쿡.”
“얘는···. 아직 시집도 안 간 처녀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왜? 우리 아들인데. 아직 갓난 애긴데 뭐 어떠니.”
“그래두···.”
“나중에 너도 남자친구 사귀고 결혼하구 그러면 내 맘 이해할 거야. 휴우···. 우리 남편이 이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어머. 속도위반까지 하신 분이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속도위반? 은경이 너 어떻게 안 거야? 아무도 모르는 일인데···.”
“모르긴. 임신하고 10개월 후면 출산하는 걸 모르는 바보가 어딨니? 정숙이 너, 결혼한지 6개월 조금 지났잖아.”
“히힝. 맞네. 하여튼 우리 아들 예쁘지?”
“그래. 나중이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두 잘 됐어. 결혼하구 애 낳구···.”
“글세. 지금은 엄청 행복하고 좋은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 엄청 후회힐 수도 있고,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구.”
‘후회하는 건 아니구?’
은경은 아직도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는 친구를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본 정숙이 웃음의 미소를 캐물으며 까르륵 거리는 사이 돌잔치도 서서히 끝이 났고, 그 만남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며칠 전에 봤던 프렌차이즈 헬스장이 재회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 2
2화. 친구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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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그나저나 정숙이, 얘네 집은 도대체 어디야···.’
어느덧 은경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팔과 어깨 그리고 겨드랑이까지 조금씩 새어나온 땀이 베이지색 투피스 상의를 적셔가는 느낌을 받은 은경이 손부채를 만들어 자신의 얼굴에 바람을 끼얹을 때쯤 멀찌감치에서 얼핏 봐도 이 동네 사람이 분명한 청년 하나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저기요···.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
자신과 눈이 마주친 청년은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는지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한참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청년의 모습에 은경은 자신이 놀래켜준 것이 아닐까라는 미안함에 위축이 됐지만 한참을 더 동네를 헤맬 바에야 청년에게 조금 더 미안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331-1호가 어디쯤인지 알아요?”
“331-1호요? 거긴 왜요?”
“아···. 지금 친구집을 찾고있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요.”
굳이 하지 말아도 될 ‘친구를 오랜만에 본다’라는 말까지 하면서 은경은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청년의 얼굴에서 또 한 번 당황스러움의 빛이 스쳐지나갔다.
“거긴···.”
말을 하다말고 얼버무리는 청년. 새삼 은경은 사내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이제 막 스무살이나 됐을까? 하얀 피부에 큼지막한 눈매. 쌍꺼풀이 없이 크고 맑은 눈동자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때 은경은 잠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오똑한 콧매와 살짝 붉은 입술의 모습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흔히 말하는 꽃미남이 바로 청년 자신이라고 외치는 듯 해 보였다.
“331-1호··· 우리 집인데··· 요···.”
“우리 집? 그럼 혹시 박정숙씨 아세요?”
“박··· 정숙···. 우리 엄만데요?”
“엄··· 마?”
“네···.”
“그럼 혹시··· 네가 용준이?”
“네, 제 이름이 장용준인데요. 근데 누구시죠?”
처음엔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 되레 자신에게 물어보는 용준의 모습. 은경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묘한 이질감이랄까?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정숙이 친구야. 이은경이라고 해. 반갑다. 네가 용준이 맞지?”
“네.”
순간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돌잔치의 그 날이 다시 떠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던 정숙.
뱃속에 이미 용준을 가진 상태로 웨딩마치를 올렸던 정숙의 당돌함이 생각났다.
한 때는 여고 동창생들 중 가장 먼저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관심을 독차지했던 정숙.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잘생긴 아들이 있었을 줄이야. 하긴, 돌잔치 때 이미 떡잎은 알아봤지.
“이 건물 방향으로 쭉 올라가시면 돼요. 오른편 돌면 바로 건물이 한 채 나오는데 현관문에 번지수가 쓰여있을 거에요.”
“그, 그래···.”
엄마 친구라는 사실을 말했음에도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짓는 용준. 오히려 자신이 처음 말을 걸었을 때보다 더 굳은 표정이었다.
“전 약속 때문에 나가던 길이라···.”
“어머, 그래. 미안.”
왠지 모르게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은경은 용준이 가르쳐준대로 건물을 따라 올라가 길을 꺾었고, 정말로 그의 말대로 정숙이 사는 아파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휴우···. 너희집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드니···?”
문을 열자 달려드는 정숙을 살짝 째려보며 은경이 장난스럽게 내뱉었다.
“호홋. 생각보다 빨리 찾은 거 같은데? 너희 집에서 별로 안 멀지?”
“내 발걸음이니까 그런 거지. 차타고 오면 20분도 넘게 걸리겠다. 빙빙 도느라.”
“알았어. 얼른 들어와. 근데 생각보다 정말 빨리 왔다.”
“사실은···. 요 밑 거리에서 용준이를 만났지 뭐야.”
“용준이? 걜 네가 어떻게 알아?”
“호호. 그냥 아무나 잡고 331-1호가 어딘지 물어봤더니 걔지 뭐야.”
“정말? 후후.”
재미있다는 듯 보조개가 살짝 들어간 미소를 짓는 정숙의 표정에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학교에서 매일 보던 여드름 투성이 소녀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은경은 반가운 그 얼굴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 잘 생겼지? 예전 우리 대학 다닐 때 말마따라 ‘킹카’가 따로 없지 뭐.”
“그래. 요즘 애들 말대로 ‘꽃미남’이더라. 키도 크구.”
어느새 벗어내리는 투피스 자켓을 받아주는 정숙을 바라보며 은경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치···. 지네 아빠 닮아서 덩치도 좋구.”
“얼핏 보면 애인지 어른인지 모르겠더라. 뭘 먹였길래 애가 그렇게 컸대?”
“요즘 애들은 자기 알아서 잘 큰답니다~.”
“뭐라구? 호호호호.”
두 사람은 즐거운지 또 한 차례 여고생 시절로 돌아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낙엽 한 장 떨어지는 모습만 봐도 뭐가 즐거운지 웃어댔던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짓는 그녀들의 미소에는 예의 천진난만하던 시절의 향수가 아직 남아있는 듯 했다.
“그래봤자 아직 어린앤데 뭐. 이제 막 스무 살 됐어···.”
“스무 살? 그럼 정숙이 네가 결혼하던 그 나이잖아? 호홋. 재밌네.”
“그만 좀 갈궈. 얼른 들어오기나 하셔~.”
팔을 벌려 은경의 몸을 끌어안는 정숙. 기분 좋게 자신의 팔을 누르는 그녀의 살집을 느끼며 은경은 현관문 안으로 들어섰다.
“스무 살 때 보고 처음인가? 나 대학 신입생 때.”
“후후. 아니야. 우리 용준이 돌잔치 이후로 두 번 정도 더 본 거 같은데?”
“정말? 우리가 언제···.”
“어머. 너 기억 안 나? 남편이랑 약속있어서 너한테 용준이 맡겼었잖아. 은경이 너랑 네 동생, 이름이 은영이였던가···?”
“아···. 은영이···.”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대학교 2학년에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연락이 왔던 정숙. 거의 1년만에 연락이 온 친구의 전화를 은경은 반갑게 받았었다. 물론 얼마 후 벙찐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지만.
‘미안···. 정말로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은경아, 한번만 부탁할게. 응?“
‘참···. 나 정말로 아기 본 적 없단 말이야···.’
간곡한 정숙의 부탁에 결국 연년생 친동생인 은영이와 정숙의 집을 방문했던 은경.
정숙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온 은경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남편의 손에 끌려 집을 나가버리고 말았었다.
“맞아···. 정말 그랬었지···. 후훗. 기저귀 갈아본 적도 없는 처녀 둘이서···. 후훗.”
당시 아기였던 용준을 돌보던 기억이 났다. 조그맣지만 우렁찬 목소리로 울어대던 아기.
돌잔치 때 봤던 알찬 꼬추를 흔들면서 마치 자기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듯 방실거리던 용준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르자 은경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기저귀 갈아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자기 머리보다 하나가 더 있는 용준의 큼지막한 키와 근육질의 몸이 생각나자 은경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용준이는 지금 뭐해?”
“용준이? 으응···. 재수생.”
“재수생? 그럼 아직 스무살이 안 됐네?”
“그렇지 뭐. 그래도 걔 친구들은 다들 대학생이야. 우리 용준이만···.”
# 3
3화. 이혼녀 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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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은경은 더 이상의 질문을 멈췄다. 그리고 정말로 오랜만에 만난 여고동창생들처럼 다른 이야기들로 시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독사라고 불리던 교무주임의 이야기부터 고3때 담임 이야기 그리고 어느새 촌지를 받아먹던 국어선생이 현재 학교의 교감이 되었다는 소식을 이야기할 때 이르러서는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근데 은경아.”
“응?”
“너 계속 그렇게 살 거야? 혼자인 채로···.”
“후후. 너무 많이 데여서 그래···. 당분간은 그냥 자유롭게 살래. 지금처럼.”
“그래···. 잠시만. 수다 떠느라구 커피 타오는 것도 잊어버렸다~. 너 온다고 해서 과일도 사놨는데~.”
호들갑을 떨던 정숙이 주방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며 은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편에 대한 추억들이었다. 아니 추억이라기 보단 이제 ‘추악한 기억’이 되어버린 과거의 악몽들이겠지만.
은경의 남편인 종국은 항상 자상한 남자였다. 다른 남편들은 귀찮아서라도 하지 않을 집안 일들도 본인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곤 했고, 식사 후의 설거지나 분리수거 같은 잡일들은 항상 종국의 몫이었다.
“그 집 남편은 참 자상하기도 하지. 어떻게 그렇게 집사람한테 잘한대?”
주변 사람들은 좋은 남편을 두었다며 은경을 부러워했지만 비단 그들이 부러워해야할 것은 집안일만이 아니었다.
결혼 전 연애 경험이 많아서인지 종국은 침대 위에서 항상 최고의 테크닉으로 은경을 안달나게 하곤 했다.
항상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는 웬만한 남자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우람한 체격을 자랑했고, 아랫도리에 달린 물건은 그보다 더 튼실했다.
가끔 밤새 실력을 뽐내며 달려드는 남편 때문에 은경은 잠자리에서 까무라칠만큼 몸을 푼 후 쓰러지곤 했고, 어떤 날에는 밤새 시달린 나머지 오후 늦게서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정도였다.
남편이 도와주는 집안일을 부러워하는 이웃집 여자들의 질투 섞인 칭찬을 들으며 그녀는 밤새 있었던 남편과의 잠자리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히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었고, 신혼 시절의 짜릿한 밤들도 점점 두 사람의 사이에 사라지게 되었다.
종국은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생활을 시작한 촌놈이었다. 특히 은경과 처음으로 만나게 될 즈음에는 완전 촌뜨기나 다름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지식하다며 비웃던 촌놈.
은경 역시 첫 만남에서 남편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다시 만나는 것을 꺼릴 정도로 남편은 은경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첫눈에 은경에게 반한 남편은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대쉬해왔고, 자신을 대하는 종국의 진심어린 태도와 오직 자기만을 사랑할 거라는 남편의, 수없이 반복되는 고백이 결국 굳은 믿음을 만들어주었고, 은경은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처음에 부모의 반대도 꽤 심각한 편이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촌놈에게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들의 반발.
하지만 은경이 고집을 부리며 종국과의 결혼을 고집하고, 수차례 집앞에 무릎을 꿇은 채 결혼을 허락해달라는 종국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부모들도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런 연애 기간과 달리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꽤나 평탄한 편이었다.
종국이 반했던 은경의 매력적인 몸. 육체적인 매력이 넘치는 두 사람은 천생연분처럼 집안에서 뜨거운 시간을 가지곤 했다.
이제는 40대를 코앞에 둔 아줌마가 된 은경이었지만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원체 부지런한 편이라 남편처럼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아서인지 그녀의 뒷모습을 본 사람들은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 정도의 나이로 보곤 했다. 물론 그런 말을 굳이 듣지 않아도 자신의 몸매에 자신이 있는 은경이었지만.
어쨌든 그런 주변의 칭찬과 밤마다 절륜한 정력을 뽐내며 알몸이 되어 달려드는 남편 덕분에 은경은 즐거운 결혼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다.
“자기는 눈이 예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눈매를 가졌어.”
종국은 은경에게 적당히 까무잡잡한 피부와 선한 눈매가 매력 포인트라는 말을 했다.
날씬한 체형과 몸에 비해 긴 다리. 운동으로 다져진 군살 없는 몸매의 그녀를 보며 마치 흑진주 같이 아름답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결국 비참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됐지만···.
얇고 긴 입술. 조금 큰 입 크기를 가진 은경의 입술을 보면 항상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까만 피부이지만 청순하고 기품이 넘친다는 느낌을 주는 은경의 입술.
종국은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마치 정해놓은 퇴근인사를 하는 것처럼 은경의 몸을 잡아당겨 입맞춤을 한 뒤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고 침실로 향하곤 했다.
살짝 매부리코 느낌이 드는 은경의 콧대 역시 종국의 칭찬거리 중 하나였다. 앞으로 튀어나온 코가 오히려 얼굴의 중심을 잘 잡아줘서 그녀를 섹시하게 보인다는 말도 그가 자주하는 말들 중 하나였다.
그렇게 금슬 좋은 부부로 지내길 5년, 10년이 지나면서 둘 사이에 조금씩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힘으로 자수성가해 사업을 시작한 종국.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부동산업에 가까웠다.
신혼 초기에 은행 대출 등으로 무리를 하면서까지 사놓았던 땅들이 정부의 재개발 시책과 더불어 금싸라기 땅으로 분류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건물 몇 채를 소유한 건물주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형편이 나아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균열도 조금씩 커져가기 시작했다.
종국은 더 이상 가난한 시골 출신의 무지렁이가 아니었고, 과거 수차례 무릎을 꿇어가면서까지 은경의 부모에게 그녀를 달라고 졸랐던 사람도 아니었다.
마치 그런 일들은 모두 잊어버렸다는 듯 은경을 홀로 남겨둔 채 밖으로 나돌았고, 결국 몇 년 후 사회 초년생인 여비서와 바람이 나면서 그녀는 버려지듯 합의 이혼을 하게 되었다. 아니 합의 이혼을 당했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녀 역시 종국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진 않았다. 특히 남편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돌아섰다는 것을 알게되면서부터 은경의 마음 역시 싸늘하게 굳어져만 갔다.
이혼 후 1년의 세월.
은경은 그렇게 외로운 이혼녀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혼을 하면서 종국에게 받은 건물이었는데 건물 입대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결혼때보다 오히려 더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한강 이북의 땅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무실들이 밀집되어 있는 번화가 근처의 땅. 입주할 사람을 구하기도 쉬웠고, 어느 순간부터 관리를 해줄 부동산을 구하게 되면서 은경이 신경쓸 일도 줄어들었다. 그저 달마다 나오는 임대료를 받아서 생활해도 충분히 부유하게 된 그녀.
뒷바라지할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입대업을 한다고 해서 빌딩에 하루종일 붙어있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결혼을 하면서부터 연락이 끊긴 예전 친구들.
그녀들과 만나 여행을 다니기도 했지만 그저 함께 앉아 커피 한 잔과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도 은경은 행복했다.
조금씩 스케일이 커져가면서 수차례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몸을 관리하는 운동 숫자도 늘려갔다.
# 4
4화. 포카혼타스를 닮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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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바쁘고 만나는 사람도 늘어났지만 마음 속이 텅 비어있는 듯한 공허함은 그 어떤 걸로도 채울 수 없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남편과 결혼을 하고, 자신의 청춘을 다 바쳐 함께 했던 남편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은 어느새 그녀의 가슴 속 응어리가 되어 남아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걸로도 채울 수 없는 구멍난 가슴. 절대로 메워질 것 같지 않은 안타까움과 외로움이 그녀가 처한 현실이었다.
더욱 더 운동에 신경을 쓰며 그런 자신을 다잡으려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아침 일찍 조깅을 나가 동네를 한 바퀴 돈 후 곧바로 헬스장에 가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쏟는 생활의 반복.
하지만 그것도 얼마 후 시들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요가였다.
남들보다 훨씬 예쁜 몸 그리고 아직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얻기 위해 그녀는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함께 운동하는 동네 아줌마들은 샤워실에서 아직도 처녀같기만한 은경의 몸을 보고 감탄하거나 질투에 젖어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런 생활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최소한 외롭다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 들었으니까. 나중에 가서는 그런 반응들을 오히려 은근히 즐기게 되기도 했다.
오늘도 그랬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운동들로 몸을 탄탄히 하고, 그 후에 하는 샤워는 은경의 기분을 상쾌하고 개운하게 바꿔주곤 했다.
오전 늦게까지 운동을 한 은경은 오후에 잠시 건물에 들러 관리인을 만난 뒤 나른한 기분을 즐길 겸 친구인 정숙의 집을 찾았었다. 그러다가 용준을 만나게 되었던 거고···.
커피와 간단한 다과 그리고 과일까지 깍아서 돌아온 정숙은 베테랑 아줌마다운 수다 솜씨를 뽐내며 은경을 맞았다. 두 사람은 또 다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은경아?”
“응?”
“조금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혼자 사는 거 어때? 외롭다거나 힘들지 않아? 너도 결혼한지 꽤 됐었잖아?”
“혼자 사는 거···.”
자신의 눈치를 보며 꺼내놓은 친구의 질문. 은경은 다소 민감한 그 물음에 곧바로 대답을 해주진 못 했다. 하지만 잠시 후 얼굴에 미소를 띈 그녀가 입을 열었을 때 정숙은 다행이라는 듯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훨씬 좋아. 정말로 내 삶을 사는 거 같구.”
“그래? 다행이다.”
“유럽도 다녀왔구, 미국이랑 중남미 지역도 몇 군데 다녀왔어. 물론 못 가본 데가 더 많지만. 아프리카만 가면 5대양 6대주 모두 가보는 건데. 후훗.”
“정말? 대단하다. 난 제주도 다녀온 게 전부인데···.”
“너도 갈 수 있을 거야. 괜찮으면 우리 둘이서 여행이나 가자. 둘만의··· 우정여행?”
“좋지. 호호. 그럼 잘 부탁할게.”
“기집애. 이럴 땐 꼭 애교를 부리더라. 호호호. 맥주 있으면 가져와봐. 목이 탄다. 얘.”
“그렇지? 잠시만 기다려. 시앗이 해놓은 거 있으니까 얼른 대령할게~ 호홋.”
저녁 식사까지 마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계속 나누었다.
정숙의 집에 도착한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인지 할 이야기들이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다. 그렇게 밤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고있을 때 용준이 돌아왔다.
“용준아, 엄마 친구야. 은경이 아줌마. 인사해~.”
“은경이··· 아줌마?”
“아까는 고마웠어. 잘생긴 용준아. 네 덕분에 이렇게 엄마도 만나구 술도···. 후훗. 고마워.”
“네, 그럼 말씀 나누세요.”
용준은 고개만 꾸뻑 숙여 인사를 한 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생각보다 딱딱한 반응. 거실에 남은 두 여자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정숙이 말했다.
“요즘들어 더 말이 없어졌네···. 재수생이다 보니까 힘든가봐.”
“그렇구나···. 그래두 정말 잘 생겼다. 어깨 벌어진 것 좀 봐. 후훗. 너, 아들 하나는 잘 키웠다?”
“그렇지? 동네 아줌마들이 난리야. 체대 가려면 저 정도는 돼야 한다던데.”
“체대? 정말?”
“응. 얘가 고등학생 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그렇구나. 그래두 앞으로 잘 하겠지 뭐.”
은경은 용준이 들어간 방문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근육질의 몸. 그리고 햇볕에 그을린 듯한 구리빛 피부. 하지만 원래는 하얗고 깔끔한 피부를 가졌을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각진 턱선과 광대뼈가 그런 용준을 실제 나이보다 조금 더 성숙해 보이게 할 법도 했지만 짧은 머리 때문인지 얼핏 보면 정말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얼굴이기도 했다.
“가자. 술 좀 더 마셔야지?”
다급히 방으로 돌아온 용준은 살짝 빨라진 심장박동소리를 느끼며 가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휴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집에 갔을 줄 알았는데···.’
재수학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가 만난 은경.
멀찌감치에서 그녀를 발견했을 때 용준은 꽤나 매혹적인 은경의 몸매를 몰래 훔쳐보았었다.
학원에서 나름 몸짱이라고 알려진 인기 많은 여학생들과 비교해도 그리 뒤처지지 않는 멋진 몸매.
실제로 길거리를 나가봐도 은경만큼 관리된 몸매를 가진 여자를 보는 건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근육질이 아닌 자연스러운 운동을 통해 곡선을 살린 그녀의 몸매는 아직 고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용준 또래의 어린 사내들에겐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몸이었다.
수컷의 갈망.
성에 대한 욕구가 한참 솟구치는 나이에 재수생 생활을 시작한 용준.
어찌보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불같이 샘솟을 그의 욕구는 재수생활이라는 짜여진 틀에 맞춰져 한없이 눌려지기만 했었다.
학원에 가서 만나는 여학생들은 그저 함께 공부를 하는 동성 친구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그녀들 역시 ‘재수생’이라는 굴레와 무게에 짓눌려 화장을 하거나 예쁜 옷을 입는 등 외모에 신경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 씨발 존나 예쁘네···.’
욕이 나올 정도의 외모.
몸매도 몸매지만 얼굴도 나쁘지 않았다. 하얀 피부의 용준이 선호하는 밀크초콜릿 같은 까무잡잡한 피부. 하지만 잡티가 보이지 않는 은경의 얼굴은 예전 용준이 봤던 영화 ‘포카혼타스’에 나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연상시켰다.
그런 연상이 머릿속에 박혀서인지 은경이 엄마의 친구이긴 하지만 결코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원에서 보는 삼수생 누나들보다 더 어려보이고 예뻐보인다는 생각이 들자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부풀어 오르는 아랫도리를 바지 위로 움켜잡았다.
‘조금만 참어 인마. 밤이 되면 한번 풀어줄테니까.’
엄마와 엄마친구가 있는 집에서 자위를 할 순 없었다. 혹시라도 한참 신이 나서 손을 흔들고 있을 때 들키기라도 한다면?
방문을 잠궈놓는 일이 없는 용준이거니와 시시때때로 문을 덜컹 열고 방안으로 침입하는 엄마의 성격을 알고 있는 그로써는 뻔히 두 명의 여자가 있는 집안에서 그 짓을 할 순 없었다.
‘아줌마가 집에 돌아가고 나면 한번 쳐야지···.’
그래도 바지 위로 성난 불기둥을 만지며 달래주는 건 가능했다. 혹시라도 문이 열리면 곧바로 손을 떼어내면 되니까.
“아아···. 으으···.”
주물럭거리며 바지 앞부분을 만지작거리는 용준.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아까 전 길에서 봤던 은경의 뒷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히프 라인이 빤히 드러나는 옷을 입은 은경의 뒤태. 몇 번이나 그 모습을 훔쳐봤는지 모른다.
학원에서 가져온 필기 내용을 정리해야 되건만 용준은 자신이 재수생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바지 앞부분을 만지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어쩌면 휴지를 갖다대기도 전에 사정을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잊은 채로.
# 5
5화. 어색한 깔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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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런데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냐? 후후. 천은경 반장이 이렇게 술고래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 호호호.”어머? 박정숙 부반장님~. 당신은 어떻구요? 내가 술고래면 부반장님은··· 음···. 아마 항공모함?“
“뭐? 호호호호.”
두 사람은 또 다시 맥주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에서 박스째 사놨던 캔맥주가 바닥을 보일 때쯤 두 사람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 정말 괜찮겠어?”
“괜찮아. 괜찮아···. 대리 부르면 되는 데 뭐···.”
“대리? 대리기사?”
“응. 요즘에 전화만 하면 콜이야. 앱으로 날려도 되구.”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정숙을 뒤로 한 채 은경은 현관문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 예전의 추억을 나누며 함께 할 친구가 다시금 생겼다는 생각에 은경은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정숙의 빌라 단지를 떠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창문 뒤에서 훔쳐보는 사람이 있었다.
‘아. 진짜, 졸라 예쁘네···. 개쩐다···. 엄마 친구 중에 저런 아줌마가 있을 줄이야.’
‘다음에 또 올라나?’
은경의 모습이 멀찌감치 사라진 후에도 용준은 쉽사리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여전히 손바닥은 바지 앞부분을 주무른 채로.
비록 은경에게 무뚝뚝하게 대하긴 했지만 용준은 첫눈에 그녀에게 반하고 말았다.
그것은 순수한 감정의 사랑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억눌려진 젊음을 방출시킬 출구로 은경을 선택했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갑갑하고 짜증나는 수험생 생활. 물론 다른 일부 몇몇의 재수생들처럼 일탈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겠지만 용준은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고등학생시절 오토바이에 미치고, 싸움에 미쳐서 보낸 나날들.
학교 담임들은 하나같이 용준을 문제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용준은 오직 ‘오토바이’와 ‘싸움’에만 미쳤을 뿐 문제가 될만한 다른 행동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폭주족들과의 싸움에 연관된 용준은 결국 퇴학 권유를 받을 위기까지 처하고 말았고, 결국 용준의 아버지가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들여서야 고등학교 졸업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포기한 공부.
그를 받아줄 학교는 아주 멀리 떨어진 지방의 2년제 전문대학교 정도 뿐이었다.
아버지인 장상만은 용준에게 지방 전문대와 재수생활 중 선택을 하라고 했고, 결국 재수생 생활이 시작되었다.
중학생 수준만도 못한 용준의 공부실력. 다행히 머리는 나쁘지 않아서인지 6개월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 수업 진도를 따라가고 있었다.
국·영·수 과목을 비롯해서 다른 학과 수업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용준. 그가 선택한 것은 체대 진학이었고, 지금은 학원 담임에게 조금 더 노력하면 서울 안에 있는 체대에 진학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그렇게 불량한 생활을 마치고 대학 진학이라는 새롭게 생긴 희망에 접근하려할 때 닥쳐온 천은경이라는 엄마의 친구, 아니 한 사람의 여인(女體)의 존재는 용준의 마음을 다시금 사춘기로 돌아간 소년의 마음처럼 설레이게 만들고 있었다.
은경은 이후로도 자주 용준의 집을 찾았다.
친구인 정숙을 만나러 오는 것이긴 하지만 용준과 스치듯 지나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그 때마다 처음과 달리 약간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용준을 보며 은경은 오히려 그 모습에서 청춘의 풋풋함을 느끼곤 했다. 저 녀석, 나랑 마주치기가 쑥스러운 모양이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날.
그날따라 차 없이 약속을 잡았던 은경은 정숙의 집 근처를 지나다가 비를 피하고 정숙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마침 그 날은 용준 혼자 집을 지키던 날이었다.
마침 계모임 때문에 외출을 한 정숙은 집앞에서 자신에게 전화한 은경에게 집안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했고, 용준은 예전처럼 젖은 몸으로 집을 찾아온 은경을 위해 수줍게 문을 열어주었다.
“엄마한테 전화 받았지? 어휴, 무슨 비가 이렇게 많이 온담. 용준아, 잠시만 부탁할게.”
비에 흠뻑 젖어서 달라붙은 은경의 원피스.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옷의 색채는 오히려 라떼처럼 까무잡잡한 피부의 은경과 어울리지 않을 법했지만 오히려 그녀의 날씬한 체형이 비에 달라붙어 더욱 더 몸매를 강조시켜주었다.
서른아홉의, 여체의 농염함을 뽐내기엔 적당한 나이. 그리고 운동으로 다져진 날씬한 체형과 체질적으로 긴 다리는 특히 원피스 아래로 길게 뻗어 괜시리 용준을 수줍게 만들었다.
용준은 문을 열어주며 곧바로 수건을 화장실에서 찾아와 건넸고, 은경은 머리를 닦으며 살며시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엄만 오늘 집에 늦게 오실 거 같던데···.”
“아, 방금 통화하기론 조금 있으면 도착한다던데? 수건 고마워~.”
“네에···.”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 용준을 보자 은경은 장난이 치고싶어졌다.
“어머? 근데 생각해 보니 집에 오늘 너랑 나랑 둘만 있는 거네? 호호.”
슬며시 웃으면서 던진 은경의 농담. 용준은 그녀의 예상대로 더욱 붉어진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은경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다시 한 번 용준을 놀래기 위한 멘트를 던졌다.
“용준아, 아줌마 옷이 너무 젖어서 그런데··· 엄마 속옷이나 잠옷 같은 것 좀 갖다줄래?”
“네.”
츄리닝을 입은 상태에서 엄마의 속옷이라는 말에 순간 용준은 당황하면서도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1초가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브래지어를 입은 은경의 모습을 상상한 것일까? 순간 끓어오르는 아랫배의 자극과 단단해져오는 하체의 변화를 느낀 용준은 더욱 서둘러 현관앞을 떠났다.
‘큰일날 뻔했네···. 아줌마가 이걸 봤으면···.’
방안 속옷 서랍 앞에 섰을 때 이미 용준의 츄리닝 바지 앞부분은 보기 거북할 정도로 튀어나와있었다.
초여름을 갓 지난 시기.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얇은 소재의 츄리닝 바지를 입고있던 용준은 앞부분을 찢어버릴 듯 발기해버린 자신의 하체가 너무도 신기했다. 지금까지 이 정도의 사이즈로 커져본 적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 집에··· 너랑 나랑 둘만 있는 거네? 후후.’
살며시 웃는 은경의 코웃음 소리. 방금 전에 들어서인지 더욱 생생히 귓가에 울려퍼지는 듯한 그 소리를 떠올리며 용준은 어느새 서랍 안에서 정숙의 팬티와 브라를 꺼내 손에 쥐었고, 다른 서랍에서 티셔츠와 반바지를 하나씩 꺼내서 돌아왔다. 은경은 이미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다.
“어머? 팬티랑 브라자 색은 좀 맞춰서 가지구 오지···. 티셔츠랑 반바지도 그렇구···.”
보라색 티셔츠와 하늘색 반바지를 흔들어 보이며 은경은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무릎 위에 놓은 빨간색 브래지어와 하얀색 팬티를 바라보며 용준은 또 한 번 얼굴을 붉혔다. 아마도 용준의 잠재의식 속에서 은경이 빨간색 브래지어를 입은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너무 당황해서 손에 잡히는 걸로 아무 거나 가지고 방을 나온 것이겠지만.
# 6
6화. 절정 VS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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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경이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고, 젖은 옷들은 말리기 위해 화장실 세탁기 위에 올려놓았다.
“TV 좀 봐도 되지?”
“네, 그럼요.”
용준의 귓가에는 한참동안 은경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오늘 집에··· 너랑 나랑 둘만 있는 거네? 후후.]
[팬티랑 브라자 색은 좀 맞춰서 가지고 오지. 호호호호.]
차마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결국 공부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 용준.
하지만 은경이 자기가 건네준 속옷을 입고 있다는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하체는 계속해서 딱딱해져 왔다. 책상 위에 놓인 교재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 없었다.
뭐라도 해야 흥분이 멈출 것 같았고, 이대로 있다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쿵쾅거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시바···.’
참기 힘들어진 용준은 결국 거실을 거쳐 화장실로 몰래 들어갔다.
세탁기 위에 있는 바구니에 들어가있는 은경의 팬티와 브라. 그것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바구니 안에 있는 건 그게 다였으니까.
무늬가 전혀 없는 심플한 디자인의 팬티와 브라.
하지만 오히려 그런 단순함이 은경의 모습을 청순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정말로 마지막···.’
“크윽!”
딱딱하게 발기된 심볼에 팬티와 브라를 겹쳐서 휘감았다. 그리고 너무도 익숙한 용두질을 시작했다.
- 탁탁탁! 탁탁탁탁!
빠르게 움직이는 손이 성기 주변의 허리를 튕기며 찰진 마찰음을 만들어냈다.
“흐윽. 흐그흑.”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며 용준은 생각했다.
‘저 아줌마, 설마 날 유혹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할 말은 아니었다.
엄마의 친구가 친구의 아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해도 두 사람은 성인과 성인.
만약 입장을 바꿔 본인이라면 속옷 색깔을 지적하는 것은 고사하고 갈아입을 속옷을 갖다달라는 말도 못 했을텐데···.
그리고 결국 분출에 이른 용준은 간신히 신음성을 참아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젠장. 내가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미친 새끼! 엄마 친구한테 이런 생각을 품다니.’
하지만 마지막 순간 용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은경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활짝 팔을 벌려 자신을 끌어안는 모습.
언젠가 보았던 일본 야동에 나온 것처럼. 한참 연상녀인 미모의 여배우가 갓 스물이나 됐을 법한 일반인의 목과 등을 끌어안은 채 빨리 사정하라는 듯 격려하는 장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처럼 사정을 마친 일반인 남성이 일을 마친 후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키자 여배우는 정말 수고했다는 듯 그의 등을 두들겨주고 정액이 가득 채워져있는 콘돔을 손으로 직접 뽑아준 뒤 그것을 자신의 입속에 밀어넣었다.
한 차례의 시원한 쾌감이 말초신경을 자극한 상황.
배설의 기쁨은 꽤 오랫동안 찾아왔지만 그 이후의 공허함이 강렬하게 용준의 머릿속에 엄습해왔다.
‘씨발! 다시는 안 해!’
자기 자신을 향해 중얼거리듯 불만을 토한 용준은 아직도 뜨끈뜨끈한, 자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은경의 속옷을 세탁기 안에 쳐박듯이 던져버렸다.
쾌감 – 허무함 – 죄책감 등의 감정이 차례로 자신을 덮쳐오고 아직도 머릿속에 난무한 채 싸우는 동안 용준은 그런 복잡함을 간직한 채 힘없이 화장실을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집 – 학원 – 집.
반복되는 재수생 생활.
원래는 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용준의 성격은 그런 짜인 틀 안에서 점점 소극적이 되어갔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욕구불만과 자괴감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첫눈에 반하다시피한 은경의 등장은 계속해서 용준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의 죄책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저녁 공부를 포기한 채 용준은 멍한 표정으로 책상 앞을 지킬 뿐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용준아···?”
정숙의 집을 들락거리면서 주방의 위치를 알아둔 은경은 공부를 한다며 들어간 친구의 아들을 위해 냉장고 안의 과일을 몇 알 꺼내 접시를 채웠다.
그리곤 용준을 놀래키려고 했는지 조용히 그의 방문을 열었다.
‘어머? 쟤 뭐해?’
멍한 표정으로 벽을 바라본 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용준. 그를 보며 은경은 다시 문을 닫았다.
‘재수생을 하면 스트레스가 많나 보네? 멀쩡해 보였는데···.’
접시를 다시 주방 식탁 위에 올려놓은 뒤 은경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러 욕실 안에 들어간 은경은 세탁을 위해 세탁기 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자신이 넣어둔 속옷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머. 뭐야?”
그리고 잠시 후 세탁기 안에 쳐박혀있는 자신의 속옷을 발견한 은경은 그것을 집어든 후 놀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지? 헉. 설마···?’
팬티와 브래지어 위에 분무기처럼 뿌려져있는 하얀 액체들 그리고 그것들을 풀수록 안쪽에는 더 많은 액체들이 흥건히 적셔져 있었다.
“하아···.”
자기도 모르게 코를 갖다댄 그녀의 후각을 자극하는 신선한 냄새.
약간의 퀘퀘함도 느껴지지 않는 액체의 냄새를 맡은 은경은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오랜만이야. 이 느낌···.’
누구의 것인지 알아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용준의 것이 분명한 그 냄새. 잠시동안 황홀한 표정으로 그것을 맡던 은경이 다시 속옷을 세탁기 안에 넣었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설마···. 용준이가 날 생각하면서?’
‘에이, 아닐 거야. 아무리 그래두···.’
‘근데 왜···.’
결론은 단순했다. 자기를 생각하면서 욕실 안에서 용준이 자위를 한 것이 틀림없다는 거.
잠시 난처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빨리 지우기 위해 샤워를 시작했다.
하나씩 벗겨져 내리는 은경의 옷들, 아니 정숙의 옷들.
잠시 후 속옷 차림이 된 은경은 벽에 달린 유리를 바라보았다.
전신 거울은 아니지만 허벅지까지 비치는 큼지막한 창 안에 자신의 몸이 보였다.
쇄골과 어깨가 예쁘게 자리한 선 아래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젖가슴이 보였다.
등을 돌려 브래지어 후크를 풀러내자 출렁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가슴이 유리창 안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서른아홉의 나이에도 20대 여성들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탄력 넘치는 젖가슴.
PT운동을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젖꼭지 위를 쓰다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짜릿함이 은경의 몸에 전달됐다.
‘하, 하아···.’
조금 더 손에 힘을 줘 젖가슴 앞부분을 주무르자 더 큰 쾌감이 은경에게 밀려왔다.
‘조, 좋아···. 더 해볼까?’
자연스럽게 주무르기를 반복하는 손의 동작.
그리고 그 움직임이 격해질수록 더 강렬해진 쾌감이 은경의 몸에 엄습해왔다. 그 기분이 너무 좋아 은경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어댔다. 도저히 절제하기 힘든 강력함. 은경은 또 한번 탄성을 질러댔다.
“아흐···. 으흐으으···. 조, 좋아···.”
# 7
7화. 우리 아들 갖고 장난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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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후 그리고 이혼 이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자위.
남편에게 배신당한 후 받았던 상처가 그녀를 육체적인 쾌락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운동에 집착하고 여행을 다니는데 주력한 것도 그런 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꿈틀거리는 젖가슴의 감촉이 손바닥에 닿아오는 기분이 좋았고, 양가슴이 출렁일 때 느껴지는 강렬한 자극은 순간 은경의 기분을 극도로 흥분시켜왔다.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처럼 그녀의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욕망의 물줄기들이 배꼽을 거쳐 하복부의 어딘가에 강하게 충돌하면서 마치 몸을 가누기 힘들 것만 같을 정도의 강렬함이 은경의 몸을 계속해서 떨게 만들었다.
‘하아···. 이런 기분, 너무 오랜만이야. 흐윽.’
자기도 모르게 남은 한 손의 집게손가락 하나가 다리 사이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성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다음 순간 손가락 끝은 음부 안을 파고들었다.
벌초를 포기한 은경의 수북한 음모 안을 파고든 뾰족한 손가락은 벽 내부를 지나며 강렬한 수축감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날렵한 골반부터 허벅지까지의 라인이 흐들거리기 시작했다.
“아흐으으. 흐읍. 흐앙. 아아앙.”
도무지 제어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자극이 은경의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은경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국엔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까지 가져와 입을 틀어막은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여전히 그녀의 나머지 한 손은 음부 근처를 헤매이고 있었다.
‘친구네 집에 와서 이게 무슨 짓이야···. 게다가 친구 아들까지 집에 있는 상황이라구! 천은경, 정신차려! 너 지금 막 나가고 있는 거야···.’
몇 번이나 마음 속으로 다짐을 하고나서야 자기 위로 행위는 끝이 났고, 샤워도 마칠 수 있었다.
긴 타올로 몸을 닥은 후 휘감은 채 욕실을 나오던 은경의 눈앞에 주스 한 잔을 쟁반에 받쳐든 채 기다리고 있는 용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어머, 이게 뭐야?”
“아줌마 드시라구요. 샤워하느라 갈증나셨을텐데···.”
“정말? 우리 용준이 참 매너있구나?”
우리 용준이.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나왔다.
자신이 샤워를 하기 전 욕실에서 용준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는 은경.
누군가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흥분하고, 벗은 몸을 상상하며 어쩔줄 몰라한다는 사실이 꽤나 그녀를 흥분시켰다. 그것도 여고동창생 중 가장 친한 친구의 아들이 그 주인공이라니.
천연덕스럽게 주스를 받치고 서있는 용준의 순진한 얼굴을 보니 더욱 더 그녀의 자신감이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용준이 너도 주스나 커피 한 잔 마실래? 아줌마가 타줄게.”
“괜찮아요. 냉장고 안에 있을텐데···.”
“그래? 근데 너 커피는 마시니?”
“네. 그럼요.”
“그럼 우리끼리 오붓하게 차 한잔 하자. 괜찮지? 공부 시간 뺏는 거 아니지?”
“무슨 그런 말씀을···. 괜찮아요.”
용준이 냉장고를 다시 뒤적이는 사이 은경은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샤워를 하고 난 뒤 아직 몸 안에 물기가 남아서인지 아니면 은경보다 훨씬 살집이 많은 정숙의 큰 옷 때문인지 펑퍼짐하면서 가슴 부위만큼은 달라붙은 티셔츠와 통이 넓은 반바지는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입기에 곤란할 지경이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넓은 티셔츠 윗부분의 구멍 때문에 가슴이 훤히 보일 지경이었고, 반바지 역시 조금만 다리를 꼬아도 팬티 색깔이 무엇인지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휴우···.’
샤워실에서의 민망한 기억을 떠올리며 은경은 다른 옷을 찾았다. 그나마 작은 사이즈의 체크무늬 남방 셔츠와 긴 보라색 바지.
얼핏 보기엔 정말 안 어울리는 매치였지만 그 옷들은 은경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그 나름대로 그녀의 몸매를 더욱 강조해주고 있었다. 물론 은경은 전혀 의식을 하지 못 했지만.
‘헉···.’
은경이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그 모습을 본 용준은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무척 난해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패션쇼의 모델처럼 엄마의 옷을 입고 나온 은경.
언젠가 옷이 너무 작아져서 자기 몸에 맞지 않는다며 넋두리를 하던 엄마와의 기억은 이미 눈앞의 은경 때문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줌마···.”
“응?”
“너무··· 예쁘세요···.”
“뭐? 호홋. 그러지 마~.”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아줌마 놀리면 혼난다?”
“정말인데···.”
“근데 우리 용준이, 여자친구는 있니?”
“여자친구요? 저 재수생인데요?”
자기를 빤히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용준의 모습. 맞아, 재수생이었지···. 왠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를 사귈 수 있는 환경일 리가 없지···.
“미안.”
“그래두 학원에 커플은 있어요. 한 두 커플? 아니, 더 많이.”
“그래? 근데 용준이는 왜 여자친구가 없어? 이렇게 잘 생기고, 키도 크구 멋있잖아.”
“아니에요···.”
자신의 칭찬에 얼굴이 불그스레 변하는 용준의 순진한 표정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근데 용준···.”
- 덜컥!
용준에게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냐고 물으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정숙이 들어왔다.
“호홋. 은경이 와있었구나? 비는 잘 피했구?”
“다 맞았어. 너 때문이야~.”
“내가 왜?”
“네가 마중나와줬어야지.”
“기집애. 내 핑계 대기는. 그래두 옷도 갈아입고 잘 했네.”
“응. 용준이가 도와줬어. 많이.”
은경은 정숙의 말에 대답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용준의 팔을 슬며시 끌어안았다.
뭉클거리는 감촉. 순간 자신의 팔뚝에 닿아오는 부드럽고 물렁거리는 가슴의 모양이 머릿속에 상상되자 용준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머, 용준아 공부하러 들어가니?”
“네.”
엄마와 은경에게 들킬까봐 자리에서 일어난 용준. 곧바로 방에 들어가는 그를 보며 은경은 고개를 갸웃했고, 정숙은 은경의 옆자리에 털썩하고 앉으며 농담처럼 중얼거렸다.
“순진한 우리 아들 갖고 장난치지 마.”
“아들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니? 호호호호.”
그렇게 비오는 날의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 8
8화. 2대2 부킹녀들
────────────────
은경이 다녀간 다음 날부터 용준은 한동안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엄마의 친구를 성적 대상으로 상상하며 자위를 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 와중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수준의 흥분감과 자극이 떠오를 때면 교재에 적혀있는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죄책감과 흥분감이 번갈아가며 머릿속을 어지럽힐 때는 아무리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머리에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탁기에 던져버렸던 은경의 속옷이 혹시라도 걸리지 않았을까라는 걱정을 했었는데 은경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는 점이다.
다시 은경의 얼굴을 마주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했는데 엄마의 말로는 이혼 후에 하고있는 임대업 일이 바빠지면서 집을 찾아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몇 번인가 집에 방문하긴 했지만 다행히 용준은 그 때마다 학원에 가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던 생각들도 줄어들었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도 사라져갔다.
성적은 여전히 오르지 않았지만 여름이 지나고 학원 강의가 늘어나면서 더더욱 은경과 마주칠 일은 없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며 했던 자위에 대한 죄책감도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체대 입시.
진로를 정한 것은 오래 전이지만 생각만큼 쉬운 길은 아니었다.
기존에 다니던 학원에 헬스장과 운동 학원이 추가되면서 압박감은 배가되었고 스트레스는 다시금 커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즈음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은경이 집을 찾는 일이 다시금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줌말 다시 만나면 어떡하지?’
몇 번인가 우연히 은경을 스쳐지나가듯 보긴 했지만 용준은 차마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했다.
‘씨발. 진짜 어떡해야 되냐구. 다음에 만나면 딸딸이 치는지 물어보는 거 아냐?’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봤던 은경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올 때면 용준은 그런 걱정을 하기도 했다.
점심 식사도 거른 채 강의실에 앉아있는 용준을 본 누군가가 장난을 치려는지 조용히 다가와 그를 놀래켰다.
“야! 장용준 인마. 너 뭐해? 밥도 안 먹구.”
“어? 윤진이 형?”
김윤진. 학원의 5수생으로 문과를 지망하고 있는 재수생들 사이의 큰 형 같은 존재였다.
“씨팔. 우리 용준이가 고민이 많은 거 같네? 오늘 밤에 소주나 한잔 땡기자.”
“소주요?”
“그래. 인마. 그리구 나이트도 고고씽하구. 너 아직 클럽 가본 적 없지? 순딩이 새끼.”
“클럽? 춤추고 술마시는 데요?”
“그래. 오늘 함 가자. 형이 제대로 챙겨줄게.”
“하지만···.”
“돈 걱정은 하지마. 시골집에서 돈 부쳐준 게 조금 남았거든. 아니 조금 많이. 히히.”
말을 마친 후 강의실을 나가버린 윤진. 용준은 그가 사라진 뒷문쪽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준비됐냐? 그래, 옷은 그 정도면 됐구. 음···. 가방은 학원에 두고 가자. 재수생 티날라.”
“형···.”
“그냥 오늘은 즐겨 인마. 요즘 보니까 얼굴이 너무 안 됐더구만. 그냥 가서 여자들 만나서 놀구 그러다 집에 가는 거야.”
“하지만 저 그런 거 한 번도 안 해봤단 말이에요.”
“씨팔. 누가 여자랑 떡을 치랬냐? 그냥 술이나 마시고 대화나 좀 하구 놀라구. 우리가 무슨 사창가 놀러가는 것도 아니잖냐.”
같은 학원에서 5수를 하면서 윤진을 바라보는 재수생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처음에는 나름 공부를 하긴 했지만 네 번이나 입시에 실패를 하는 사이 쌓인 것은 요령 뿐이었다.
예전에 들었던 수업은 빼먹거나 늦잠을 자고 지각을 하는 일도 잦았던 윤진.
재수생도 재수생들이지만 그들 중에 삼수생이나, 아주 드물게는 사수를 한 동생들은 윤진을 더더욱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공부 외에는 할 일이 없는 학원이다 보니 윤진에 대한 뒷담화가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것을 눈치챈 윤진은 일부러 동생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피하는 편이었다.
그나마 용준은 그런 소문에 어두웠고, 윤진을 보면 항상 깍듯이 인사를 하는 편이었기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이유로 윤진이 한 달이 넘게 고민하는 용준을 보자 스트레스나 풀어주자는 생각에 그를 홍대입구 근처의 클럽으로 데려간 것이다.
“물 좋지? 여기 외국인들도 자주 오는 곳이야. 근처에 상상마당이 있어서 그런가 애들 엄청 몰리더라.”
클럽 근처에는 부킹형 실내 포장마차가 즐비해 있었다. 나이 제한까지 있음에도 젊은 남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거리.
자주 이곳을 방문해서인지 윤진은 그 사이를 뚫고 비교적 한적한 클럽으로 용준을 이끌었고, 처음으로 보는 네온사인과 불빛 아래에서 용준은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덩치도 산만한 새끼가 왜 이렇게 쫄고있냐? 야, 너 정도 와꾸면 여기서도 평균 이상이라구. 맘에 드는 애 있으면 아무나 말해봐. 형님이 꼬셔줄테니까.”
“하지만···.”
“뭐가 또 하지만이야. 찍어보라니까.”
클럽 안에는 윤진의 말대로 수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농염한 몸매를 흔드는 직장인녀부터 이제 갓 고등학생이나 됐을까싶을 정도로 앳돼 보이는 어린 여자들.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용준과 윤진에게 다가온 여자들이 있었다.
“혼자서 오셨어요?”
“아니요. 일행있어요. 쟤요.”
“어머, 역시 그랬구나? 우리 합석할래요?”
“뭐라구요?”
시간이 지나고 밤이 깊어질수록 클럽 안은 음악소리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로 시끄러웠다.
“형, 여긴··· 비싼 데 아니에요? 저, 이런 데 처음 와보는데···.”
“걱정마 인마. 양주세트 시키면 큰 무리는 없으니까. 여기가 바로 룸이라는 데다. 으흐흐.”
“형 돈 너무 많이 쓰시는 거 같은데···.”
답답할 정도로 떨어대는 용준을 보며 윤진은 처음엔 그런 모습도 귀여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지겹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야, 장용준.”
“네···.”
“너 여기 있기 싫으냐?”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그럼 새꺄. 그냥 대충 놀아. 계속 찌질하게 굴지말구. 너 체대 간다면서? 그런 새끼가 이 정도에 쫄아가지구 빌빌대면 되겠냐? 나도 오랜만에 기분내서 온 건데, 돈도 좀 썼구. 근데 너 때문에 분위기 이래서야 되겠냐구. 내가 너보고 같이 오자고 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싫으면 그냥 집에 가서 공부나 하든가!”
“아니에요. 죄송해요. 에이, 씨발 모르겠다. 알겠어요! 저도 재밌게 놀게요. 일단 건배해요.”
“그래.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화장실에서 대화를 마친 후 룸으로 돌아온 용준은 연신 술잔을 비우며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 술 정말 잘 마신다. 근데 몇 살이에요?”
“저요? 스무살이요.”
“그럼 대학생?”
“네, 대학생 맞습니다. 서울대 체대 다녀요. 고등학교 다니면서 공부만 해서 그런가 애가 좀 답답하니까 좀 봐주세요. 클럽도 처음 온 거에요.”
“어머, 내가 서울대생이랑 술을 다 마시네? 호홋.”
용준과 윤진의 파트너가 된 부킹녀들의 이름은 세은과 미라.
스무 살과 스물다섯 살인 용준과 윤진.
스물여섯 살과 스물일곱 살인 세은과 미라.
네 사람은 그렇게 룸에서 메이드된 채 술을 마시며 대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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