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화이다

황해도 해주에 살던 한 소년이 있었다
그는 상놈으로 태어나 집안 어른들이 양반들로부터 멸시와 천대 받는것을 보며
과거에 급제해 앙반의 콧대를 눌러주겠다는 생각을 품고 열심히 글공부에 매진하였다

마침내 과거를 보러 과거장에 갔으나 소년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돈으로 관직은 사고파는 매관매직
돈을 받고 대신 응시하는 대리응시 등
갖가지 부정이 만연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거의 폐해에 실망한 소년은 비관에 빠져
과거응시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는 과거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그 소년의 아버지가 말하기를

너 그러면 풍수공부나 관상 공부를 해보거라
풍수에 능해 명당에 조상을 모시면 자손이 복록을 누리게 되고
관상을 잘보면 선한 사람과 군자를 만날 수 있단다

하여 그 소년은 관상서를 구해 몇 달 동안 두문불출하고
관상공부에만 매진 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익힌 관상학에 따라 자신의 관상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그 걸과는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얼굴 어느 한군데도 귀격(귀인의 상) 부격(부자의 상)의 좋은 상은 없고
천격(천한 상) 빈격(가난할 상) 흉격(흉한 상) 밖에 없는 것이다

과거장에서 받은 비관을 벗어나기 위해 관상공부를 시작했다가
되레 자신의 관상이 흉한 것을 본 소년은 크게 좌절하였다

아! 짐승처럼 산다면 몰라도 인간으로 태어나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구나

이렇게 낙담하고 좌절하던 차에 관상서에 눈에 띄는 구절이 있었다

얼굴 좋은것이 몸좋은것만 못하고
몸 좋은것이 얼굴 좋은것만 못하다

그 소년은 이 글귀를 읽고서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결심하였다

나는 얼굴 좋은 사람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
이제부터 외적 수양을 할것이 아니라 마음을 닦는
내적수양에 힘써 사람 구실을 해야 겠다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를 결심한 소년은 이후 내적수양에 몰두하여
언젠가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겠노라 다짐한다

그 소년의 이름은 김창수
훗날 그는 자신의 이름을 개명한다

그가 바로


백범 김구(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실제로 김구 선생은 험상 궂은 외모 탓에 오해와 멸시를 받아야만 했다
그가 젊은 시절 왜인을 때려 죽이고 도피하던 중
잠깐 중 노릇을 할 당시에 그의 스승이 말하길

넌 생긴것이 미련스러워서 고명한 중은 못되겠다
어쩌며 이다지도 밉게 생겼을까?

심지어 김구 선생에게 손녀딸을 혼처로 내주겠다는 제의에
김구 선생의 아버지가 말하길

제 아들의 외모가 못나서 오히려 누를 끼칠것 같습니다

또 항일비밀결사인 신민회 활동을 할 당시엔 그의 험상 궂은 외모 탓에
독립운동가들이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멸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나라를 위해
한길을 걸이갔던 김구 선생은 마침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으로
그리고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로서 오늘날까지 추앙받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김구 선생의 외모를 보고 못났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김구 선생이 자신의 못난 외모탓에 사회로부터 받은
천대와 멸시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관에 빠져
삶을 살아갈 의지를 상실한 채 살아 갔다면

그가 과연 오늘날 민족이 추앙하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