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준과 기수 어머니: 1971년 2월
이번에는 학준이가 결국 퇴학을 당했다. 할머니가 그렇게 학교를 쫒아다니시며 담임 선생님
에게 부탁을 드렸는데도, 본인이 계속 학교에 나타나지 않아 학교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이었다. 집에서 눈물만 흘리시는 할머니를 보다 못해 병준이 그를 찾아 나섰다. 그가 있는
곳을 병준은 짐작하고 있었으나 그를 찾지않은 것은 학준이 이미 병준의 말을 상태가 아니
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준이는 동생 학준이가 가여웠다. 그리고 또 그가 두
려웠다. 한 살 아래인 동생은 병준보다 훨씬 컸다. 그러나 그의 큰 몸이 병준을 두렵게 만
드는 것은 아니었다. 병준은 열흘만에 집에 들어 온 동생에게 손을 댄 적이 있었다. 갑작기
날아드는 병준의 주먹에 그의 입술이 터졌다. 그러나 그는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흘러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느릿느릿 병준에게 말했다.
"나도.... 형이.... 싫어.... 지금.... 나가라면.... 다시.... 나가겠어....,그렇지만 나한테 다
신.... 손.... 대지마."
그리고 그가 계속해서 한 말이 '죽어 버리겠어'였는지 '죽여 버리겠어'인지는 확실히 듣지 못
했다. 그것이 무엇이었던간에 그가 한 말은 사실일 것 같았다. 허풍떠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병준이 두려워하는 것은 동생 학준의 눈빛이었다. 실제 그후
로 병준이 동생에게 손을 댄 적은 없었다.병준이 찾아 간 곳에는 학준이는 없었다. 화장이
지워져 눈썹이 없는 여자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병준을 아래 위로 훌터 보면서도 말하기
도 귀찮은 듯 고개만 저었다. 웨이터인 듯한 남자는 병문의 물음에 대답도 않고 주간지만을
뒤적였다. 병준은 지하실에서 나와 건물에 붙은 간판을 쳐다 보았다. 무교동 뒷골목에는 비
슷한 술집이 너무 많았다. 병준이 무교동까지 찾아 간 것은 동생 학준이가 그곳에서 술집에
손님을 끌어가는 일을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였다. 병준에게 학준이의 있는 곳을 가르켜준
학준이 친구 녀석은 술집 이름까지 가르켜 주었으나, 그 집에서 학준이를 모른다는데에는
더 이상 그를 찾을 길이 없었다. 병준은 다시 확인하러 학준이 친구를 찾아 아현동 시장 바
닥을 누볐으나 이젠 그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점차 어두워지는 길을 따라 병준은 집으로 향
했다. 다시 무교동에 나가 학준을 찾을까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그를 찾았다하더라도 그가
병준을 쫒아 집에 돌아올리 없었다. 아현동 고개 길을 따라 수많은 작부집을 지나 설치 다
방의 간판이 보였다. 병준은 기수는 어찌되었는가 궁금했다. 밖이 어두워서인지 다방안이
들여다 보였다. 병준은 계단을 따라 이층 살림집 초인종을 눌렀다. 역시 아무 대답이 없었
다. 병준은 다시 계단을 내려와 다방 안을 기웃거렸다. 아무도 없어 보였다. 병준은 다방
문을 조금 열고 안을 살펴 보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습관처럼 어서 오세요라며 카운터에
앉아 있던 아가씨가 소리쳤으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병준을 확인하고는 얼굴 표정이 금방
바뀌었다. 병준은 몸을 반만 안으로 디밀고 기수 어머니를 찾았다. 기수 어머니도 그제서야
병준을 보았다. 그녀는 안쪽 테이블에 손님과 같이 앉아 있었다. 기수 어머니가 병준을 반
갑게 맞이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등돌리고 앉아 있던 손님이 뒤를 돌아 병준을 바라 보았
다. 병준은 그 손님이 우원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흠칫 놀라고 말았다. 무슨 이유
에서인가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웬지 지금은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다방을 나서려는데 기수 어머니가 달려 나오며 병준의 손을 잡고 다방안으로 이
끌었다. 병준은 그녀에 끌려 우원장있는 곳과 떨어진 테이블에 기수 어머니와 마주 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그녀는 큰 소리로 카운터에 앉아 있던 아가씨에게 쌍화차를 갖
다 달라고 하였다. 병준의 생각에 아마 쌍화차가 그곳에서 가장 좋은 차일 것 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병준이 묻기도 전에 기수 어머니가 기수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기수는 횡성의
할머니 집에 있다는 것이었다. 고등학교에서는 졸업을 시켜 주었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
할머니를 도와 농사를 짓겠다고 우긴다는 것이었다. 대학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병준의 물
음에 기수 어머니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졌다. 대학은 가까운 원주의 전문대학에 들어 가겠
다는 것이다. 병준도 애써 밝은 얼굴로 다방에서 나섰지만 마음은 우울했다. 병준이 혜숙의
집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가 넘어서였다. 병준은 그녀의 집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혜숙이
부모가 그를 집으로 부른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병준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들도 그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병준은 갑자기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
화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병준과 기수 어머니: 1975년 9월
동생 학준이는 이 날도 집에 들어 오지 않았다. 벌써 닷새 째이다. 할머니는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병준은 학준이 들어 오지 않는 것이 도리어 편했다. 어디서 큰 일이이나 저지르지
않았으면 바랄 뿐이었다. 학교가는 병준에게 오늘은 학준이 어디 있는 지 알아보라고 할머
니가 당부하셨다. 학준이 어디 있는지 짐작이 가는 곳이 있기는 했다. 학준이는 학교를 그
만 둔 후, 선배라는 사람이 하는 술집에서 웨이터 겸 기도 겸 해서 일하며 그곳에서 먹고
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으나, 그곳으로 그를 찾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이미 병
준의 말을 들을 애가 아니었다. 마지막 강의가 오후 네시에 끝났다.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
지 않아 도서관에 갔다. 시험 철이 아니어서 빈 자리는 많이 있었다. 공부하러 거기 간 것
도 아니었으므로 그는 잡지책을 찾아 이것저것 읽었다. 시간 보내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
니었다. 학생 식당까지 내려와 혜숙에게 전화했으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보
고 싶을 때는 만나기 어려운 것이 그애의 특징이었다. 결국 병준은 도서관에서 나왔다. 준
이가 일하는 술집은 명동의 속칭 딸라 골목에 있었다. 좁은 계단을 오르기 전부터 찟어지는
듯한 음악이 그 곳으로 부터 흘러 나왔다. 그날도 홀 안은 복잡하였다. 좁은 홀에는 사복
입은 미군 병사들이 서너 테이블을 차지하고 몸을 흔들고 있었고, 항상 보아도 무얼하는 애
들인지 모르겠는 한국애들 몇이 넋 나간 얼굴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형들이 모두 나갔다며
준이는 혼자 판을 틀며, 칵테일까지 만들고 있었다. 후배 태일이는 쟁반을 들고 홀에서 테
이블을 돌고 있었다. 카운터를 지킬 사람이 없어 비어 있었다. 준이 병준에게 그곳을 부탁
한다는 몸짓을 보내왔다. 병준은 가방을 카운터 밑에 쳐 넣고 카운터의 빈 의자에 앉았다.
병준은 이곳이 하드록 음악으로 유명한 곳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그 자신은 시끄러운
이곳 음악을 좋아 하지 않았다. 단지 이곳 분위기가 병준에게 신기하고, 정인이 형을 비롯
해 술집 식구 모두가 그를 항상 반갑게 맞이해 주므로 아무때나 놀러 와도 마음의 부담이
없어 자주 이곳에 들렀다.. 그곳 주인은 정인이 형이었으나 준이를 비롯해 모두가 한 형제
처럼 지내고 있어 보통 보는 가게의 주인과 종업원의 관계와는 많이 달랐다. 병준이 재수할
때 학원에서 만난 준이는 삼수생이었다. 그는 또 다시 입시에 실패하고는 그룹사운드한답시
고 친구 몇과 음악 학원 다니다가 정인이 형을 알았다고 한다. 정인이 형은 당시 한참 인기
있던 그룹사운드의 싱어였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이곳 음악이 그들 말대로 좋아서인지,
이곳엔 항상 손님이 많았다. 병준이 보기엔 모두 얼빠진 사람들 같아 보였으나 그들 중 많
은 이들이 다른 곳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긴 평소 칵테일을 만들던 대머리
용호 형이나 판을 트는 태수 형이나 모두 음악을 하는 사람이긴 했다.병준은 입구의 카운터
에 앉아 홀안을 다시 둘러 보았다. 한쪽 벽면 전체에 그려진 풀륫 부는 여자의 머리가 다크
라이트의 조명을 받아 푸른 형광색을 뿜고 있었다. 창가 쪽에 앉은 세 명의 여자애들은 풋
내기였다. 이 시끄러운 곳에 와서 서로 고함치듯 말하는 애들은 보통의 경우 여기 자주 오
는 애들이 아니었다. 얘기하려 만났다면 이런 곳으로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역시 그들은
금방 자리에서 일어 났다. 셋은 서로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앞에 나섰다. 병준이 손가락으로
금액을 말해 주었으나 그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음악 소리가 너무 커 소리를 듣
기 어렵기 때문에 흔히 그렇게 했다. 제일 앞에 나선 키 큰 애는 병준을 이해하지 못했다.
병준은 팔천원이요하고 소리질렀으나 역시 알아 듣지 못했다. 병준은 두 말할 필요 없이 계
산서를 써서 보여 주었다. 지갑에서 깨끗한 돈을 꺼내 주었다. 병준은 거스름 돈을 주면서
그녀가 미대 학생임을 알았다 뱃지를 달고 있었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던 준이가 외국인
들 처럼 어깨를 움쓱하고 싸인을 보내왔다. 병준은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그냥 준이를 보고
웃어 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곧바로 되돌아 왔다. 정인이 형이 그녀의 뒤를 떠밀고 있었다.
나머지 두명의 여자애들도 따라 들어 왔고 태수형 용호 형도 모두 같이 들어왔다. 준이가
나와 카운터의 병준이 옆에 와 앉았다. 전에도 태수 형이나 용호 형이 들어 오면 준이가 카
운터를 지켰었다.
"정인이 형 동생이야!"
준이가 병준의 귀에 소리질렀다. 병준의 의아해하는 표정을 보고 재미있다는 듯이 새끼 손
가락을 빼 남이 보지 못하게 병준을 향해 흔들었다. 병준은 그들이 앉아 있는 곳을 다시 보
았다. 정인이 형까지 넷이 머리를 맞대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정인이 형이 무언가 소
리치듯 말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다가 정인이 형이 병준과 준이에게 돌아와 둘을 보고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했다. 안에서는 도저히 얘기하고 들을 수가 없었다. 계단에 서서
정인이 형이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여자 셋에 정인이 형 혼자 가기는 쑥스
러운 것 같았다. 여섯은 등심 집에 갔다. 미팅하듯 남녀 셋씩 마주 앉았다. 정인이 형이 병
준과 준을 소개했다. 소개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소개하라고 시켰다. 준이가 먼저 자신
을 박준이라고 말했다.
"병준입니다. 박병준"
무뚜뚝하게 병준이 말했다. 그들도 자신의 이름을 각자 소개했다. 키 큰애가 정인이 형을
좋아하는 애였다. 생긴 것도 제일 나아 보였다.병준은 그들에게 전공 학과까지 묻고 싶었지
만 준의 눈치가 보여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학생이 아닌 것을 이런 곳에서 나타내는 것을
준이가 좋아하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이 밤 낚시 갔다가 뱀이 무서
워 떨어뜨린 라면 스프를 찾지 못하고 라면 국수만 끓여 먹었다는 얘기를 재미있게 들려 주
었다. 사실 별 우스운 얘기도 아닌데 그가 얘기하면 모두 배꼽을 잡았다. 그것도 참 신기한
재주라고 병준은 생각했다. 병준은 술을 혼자 따라 마셨다.
"술을 좋아 하시나 보네요?"
병준의 앞에 앉은 애가 병준에게 관심을 가져 주었다.
'이 애의 이름이 정애였던가?'
병준은 기억하려 애썼다.
"에. 조금...."
"저도 한잔 주세요."
그녀가 자신의 술잔을 내밀었다. 병준이 두손으로 얌전히 술을 따라주었다. 하던 얘기를 멈
추고 모두들 둘을 쳐다 보았다. 병준이 쑥스러워 잔을 들고 말했다.
"다 같이 마시죠'"
"자 그러면 전국적으로 마십시다. 브라쟈."
브라쟈는 브라보와 지화자의 준말이라고 준이 익살을 부렸다. 그녀의 집은 연희동이었다.
저녁을 먹고 병준은 가방을 찾아 바로 집으로 가려 했다. 방향이 같은 정애가 따라 나섰다.
롯데 백화점 앞에서 둘은 차를 타야했다. 버스 정류장은 백화점 신축 공사로 복잡하였다.
정류장 표시판에 기대서서 병준은 차를 기다리는 정애의 옆 모습을 바라 보았다. 학생답게
생머리를 짧게 짜른 정애는 단정한 느낌을 주었다. 미술대학이나 음악대학을 다닌답시고 약
간은 헤퍼 보이는 다른 애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병준은 받았다. '그런데 너무 말랐어.'
병준은 속으로 생각했다.
"차가 잘 안 오네요."
병준을 돌아 보며 정애가 말했다.
"서양학과이신가요?"
병준이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녀가 웃으며 되물었다. 병준은 입을 삐죽여 정애가 들고 있는 큰 스케치북을 가르켰다.
"이거요?"
정애가 스케치북을 들어 보였다.
"유화 물감이 묻어 있네요."
병준이 말했다. 정애는 물감이 묻은 곳을 찾아보며 말했다.
"관찰력이 예리하시네요."
병준은 그 말이 별로 유쾌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병준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알았다
는 표시를 그녀가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택시 탈까요?"
정애가 병준의 뜻을 물어 왔다. 택시 탄다는 것도 별로 마땅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병준은
손을 들고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 했다. 택시 잡기도 쉽지 않았다.
"늦으면 집에서 혼나요."
정애가 병준의 못마땅한 표정을 읽었는지 변명했다.둘은 결국 독립문 쪽으로 돌아가기로 하
고 합승을 할 수 있었다. 먼저 탄 승객이 내리자 정애가 되돌아 보며 병준에게 말했다.
"거기서 오래 일하면 귀가 이상해지겠어요."
"오래 일하지 않아요."
병준이 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
병준의 퉁명스런 대답에 정애는 불쾌한 듯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
"알아요."
병준은 약간 당황했다. 그녀에게 그렇게 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자신도 왜 그녀에게 골을 내고 있는 지 몰랐다.
"뭘 알아요?"
"오래 일 안하는 지 알아요. 학생이잖아요?'
앞만 바라 보며 정애가 차갑게 대답했다. 병준은 할 말이 없었다. 아현동 고개에 닿을 때까
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굴레방 다리 버스 정류장 앞 건널목에서 병준이 내렸다.
"그냥 내리세요."
정애는 내리는 병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비를 내려던 병준은
"또 봐요."
인사를 하고 내렸다. 택시가 다시 떠날 때 까지 정애는 창 밖의 병준을 쳐다보지 않았다.
차가 떠나 가버리자 병준은 갑자기 취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그는 건물 벽에 기대서서 불
량스럽게 침을 뱉어댔다. 병준은 또 봐요라고 말한 자신을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괜히 더
허우적거리며 횡단 보도를 건넜다. 설치 다방의 간판에 불이 꺼져 있었다. 다방 문을 닫고
있는 사람을 보고 병준은 긴장했다. 기수의 어머니가 분명했다. 무의식적으로 병준은 우치
과 간판을 찾았다. 이시간에 치과 간판이 켜져 있을 리가 없었다. 기수 어머니 역시 어두운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 긴장한 듯 했다. 그러나 병준이 인사하기 전에 그녀가 병준을 알아
보았다.
"왜 이리 늦게 다녀요?"
병준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녀가 계속 말했다.
"마침 잘 만났네.... 병준이 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바쁜 일 있어요?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이 시간에 술마시고 들어오는 학생이 바쁠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기수 어머니는 다시 다
방 문을 열고 들어 가려다말고 말했다.
"우리 집에 가서 얘기해요. 괜찮죠?"
"예. 괜찮습니다."
병준은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층으로 오르는 어두운 계단을 따
라 가며 병준은 가출했던 기수 생각을 했다. 병준의 추측대로 기수는 자기 엄마와 우원장과
의 관계를 알았다. 그러나 자기 어머니의 불륜에 대한 충격으로 그가 가출한 것은 아니었
다. 그는 자기 어머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고 자기 집 마당에 있는 큰 느티나무를 올려
다 보며 병준에게 고백했다. 그는 무섭도록 강한 애였다. 작년 여름 방학에 병준은 그의 고
향이고 그의 할머니가 살고 계시는 강원도 횡성에서 그를 만났다. 고3 때 헤어지고 처음이
었다. 그는 가출하여 할머니 집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다음해에 농업 고등학교에 편입하여
졸업했다. 그는 그곳에서 목장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제와서 그의 어머니가 병준을
만나려는 이유는 짐작할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가 기수가 가출한 정확한 이유를 알고 있는
지 병준은 궁금했다. 집안에 들어서며 병준은 기수의 방을 들여다 보았다. 조금 열린 방문
으로 아직 그대로 놓여 있는 기수의 책상을 보았다. 책상위의 책은 없는 것 같았다. 집안은
별로 달라 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어쩐지 썰렁해 보이는 것은 선입감 때문일 수도 있었다.
"술 마셨죠?"
기수 어머니가 병준에게 식탁 의자를 내주며 기수 어머니가 물었다.
"더 줄까? 술 많은데?"
사양하는 병준에게 그래 술 많이 마시면 해로워라고 말했다. 자신도 이젠 거의 안 마신다고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옛날 생각이 나서일까?'
병준은 속으로 웃었다. 그녀는 의자를 끌어다 병준의 옆에 앉으며 찬 음료수를 따랐다.
"학교 생활 재미있죠?"
"재미 없습니다. 솔직히 지겨워요."
병준은 정말로 학교 다니기 싫었다. 남들은 사년이면 끝날 것을 육년이나 다녀야 하는 것도
병준으로서는 미칠 지경이었다.
"왜? 좋은 학교에 다니면 여학생도 줄줄 따를 텐데."
병준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생긴게 신통찮아서요...."
병준이 바보처럼 헤헤 웃었다. 기수 어머니도 그 말에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동안 하나도
늙지 않았다. 여전히 고운 피부와 예쁜 웃음을 갖고 있었다.
"우리 기수에게도 좋은 애 좀 소개해 줘요."
병준에게 짐짓 심각하게 부탁해 왔다. 병준은 순간 흠찟 놀랐다. 옆에앉은 기수의 어머니가
그말을 하며 손을 병준의 허벅지에 올려 놓아서였다. 병준의 허벅지 근육도 놀라 굳어졌다.
"저도 없는데요, 뭘."
병준은 허벅지에놓인 그녀의손에 신경이 쓰여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손이 병
준의 허벅지에 올려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허벅지를 쓰다듬기도 하면서 말했다.
"촌 바닥에 묻혀, 장가나 갈 수 있을 지 몰라."
"요즘 애들은 기수처럼 키 큰 애를 좋아해요."
병준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그래도 그놈 허우대만 크지, 맹탕인걸."
무엇이 맹탕이란 것이 병준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수 어머니의 손이 다시 허벅지를 천천
히 쓰다듬었다. 주책 없는 병준의 남성이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손이 병준같이 이미 성장
한 남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 여자는 정말 모르나' 병준은 궁금했다. 그것보다 우선
은 부끄러운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도 병준은 자신을 타일렀다. 그러나 그것이 의지대로 되
는 것은 아니었다. 말할 때 남의 다리에 손을 얹는 것이 이 여자의 버릇인가 병준은 생각해
보았다.
"기수가 군대 가겠대."
기수는 홀어머니에 독자이므로 병준이 알기에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왜요?"
병준도 궁금하여 물었다.
"몰라. 그냥 가겠대. 방위하기 싫대."
기수 성격상 그럴 수도 있을만한 일이었다.
"병준이가 좀 타일러 줄래?"
기수 어머니가 부탁했다.
"예, 전화해 볼께요. 그런데 그놈 고집이 세서...."
"그래도 병준이 말은 잘 들을꺼야. 제발 부탁해."
그녀는 병준의 허벅지를 잊지말라는 뜻에서인지 마구 흔들었다. 발기한 병준의 남성이 가끔
그 손에 채였으나 그녀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럴 수가 없었다. 목
이 타오른 병준은 남은 음료수를 들이켰다.
"더 갖다 줄게"
기수 어머니는 병준의 허벅지를 꽉 쥐었다가 놓으며 일어섰다. 병준의 남성이 그 충격으로
옷 속에서 끄덕였다. 냉장고에 간 사이에 병준은 자신의 성기를 꾹 눌렀다. 얌전하라고 타
일른 것이었다. 기수 어머니는 맥주를 따가지고 왔다.
"찬 게 없네. 이것 한잔 마셔. 시원할꺼야."
병준에게 따라 주고 자신의 컵에도 남은 것을 부었다. 맥주는 시원하였다. 기수의 어머니는
다시 병준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이번엔 더 높은 곳에 손이 올라왔다. 병준의 발기한 남
성이 손 끝에 닿을 정도였다. 병준은 마른 침을 다시 삼켰다. 기수 어머니가 병준의 상태를
모를 리가 없었다. 둘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병준으로서는 무슨 말이라도 하여 어색함을
탈피하고 싶었으나, 기수의 어머니는 도리어 이런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
각까지 들었다. 예민해진 병준이의 허벅지 감각신경은 기수 어머니의 작은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었다. 기수 어머니의 손은 조금씩 움직이며 병수의 남성을 건드리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기수, 영장이 나왔나요.?"
"아닐 꺼야. 지원한대."
"병준이도 군대 가지?"
"예, 전 졸업하고 갈겁니다."
"얼마 남았지?"
"이년 반 남았습니다."
병준은 언제 졸업하게 되나 늘 계산하고 있었다. 순간 병준은 기수의 어머니가 자신의 불룩
한 바지를 바라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척 곤란한 순간이었다.
"건강하네요."
기수 어머니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란 듯이 웃으며 말했다. 병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죄송합니다."
그의 솔직한 대답에 기수 어머니는 환한 표정으로 웃었다. 참 예쁜 얼굴이었다.
"병준이는 나쁜데 안가지?"
걱정된다는 듯이 그녀가 물어왔다. 그러나 허벅지 위의 손을 치우지 않았다.
병준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동네에도 많잖아, 아가씨있는 술집들....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줄어 들은 것 같애."
실제로 근방에는 큰길을 따라 싸구려 술집이 무척 많았으나 그 수가 요즈음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았다.
"학생이 뭐 돈이 있나요. 그런 델 가게."
병준이 말했다.
"그럼 돈 있으면 갈꺼야?"
기수 어머니가 짐짓 놀란 듯이 물었다.
"아뇨. 전 그런 데 안갑니다. 아주 싫어합니다."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 병준은 그런 곳에 혐오감이 있었다. 이 동네에 오래 살아 그들의 생
활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러한지 그런 곳에 가서 술을 마시거나 여자를 살 생각은 추호도 없
었다. 기수 어머니는 안심된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병준의 허벅지를 쓰다듬
었다. 또 병준의 남성이 건들여졌다. 옷속에 묻혔어도 그것은 그녀의 손이 스칠 때마다 자
극을 받아 끄덕거렸다. 병준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실수할 것만 같은 생각
이 들었다. 병준이 일어섰다.
"가야겠습니다."
"왜 좀더 얘기하다 가지?"
기수 어머니가 말렸다. 그것이 속 마음인지 단순히 인사 말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할머니가 기다리실꺼예요."
기수 어머니는 현관에 따라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 병준은 엉거주춤 서서 신을 신었다. 바
로 서면 불룩한 바지가 너무 들어 날 것 같아서 였다. 그런 병준을 기수 어머니가 용서하지
않았다. 문을 나서는 순간 그녀가 손바닥으로 불룩한 병준의 남성을 쥐었다 놓았다.
"병준이도 이제 다 컸네?"
병준에게 놀리듯 말했다. 병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잘가 또 놀러와 말하는 기수 어머니의
눈 빛이 병준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것 같았던 것은 병준의 생각이 그러했기 때문일 수 있었
다. 집에 돌아온 병준은 할머니의 잔소리를 들었다. 동생이란 집에 안들어 오고 형이란 놈
은 술만 마시고 다난다고. 할머니의 한숨 소리를 듣기 괴로웠다. 늦은 시간이었으나 혜숙에
게 전화 걸었다. 전화 받은 사람이 혜숙이 아니어서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병준은 방에
누워 기수 어머니를 그곳에서 끌어 안았으면 어떻게 됐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중학 일학
년 때 철없이 만져본 그녀의 가슴이 주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했다. 혼자 끙끙대며 수음을
한 후에도 병준은 쉽게 잠들지 못하였다.
병준과 기수 어머니: 1977년 4월
기수는 군에 잘 적응하는 것 처럼 보였다. 어떤 면에서는 지나치게 잘 적응하는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와 같이 훈련소 면회를 마치고 나온 병준은 웬지 마음이 가볍지 못했다. 기수
어머니는 역시 그렇게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새카맣게 그을르고 군살이 빠진 그의 모습이
그의 어머니에게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면회 후 포항으로 나온 그들은 이
미 서울로 가는 고속 버스는 끊긴 것을 알았다. 서울로 올라가려면 대구까지 나와 밤 열차
를 타야 했으나 그나마 차표를 구할 수 있을 지는 확실치 않았다. 병준은 기수 어머니의 뜻
에 따를 작정이었으나 그녀는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 보였다. 고속 버스 정류장 앞에서 저
녁을 먹고 나자 날이 이미 어두웠다. 낯선 대구까지 가서 있을 지도 모르는 차표를 사기에
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기수 어머니는 포항에서 자고 아침에 고속 버스를 타는 것이 어
떻냐고 병준에게 물었다. 병준도 그뜻에 따르기로 했다. 가까운 여관에 들렀다. 훈련소에서
보앗던 면회객이 거기에 몇 명 보였다. 그들도 병준과 같은 처지가 된 것 같았다. 방을 따
로 잡는 것도 그렇다고 한방을 잡는 것도 어색했다. 여관 주인이 당연히 한방를 주었다. 기
수 어머니는 병준을 보고 괜찮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병준은 아무래도 좋았다. 아니 솔
직히 말하면 따로 빈방에 혼자 눕고 싶지는 않았다. 방에는 큰 침대 하나와 작은 옷장 뿐이
었다. 기수 어머니가 침대에서 자고 병준이는 바닥에서 자야했다. 기수 어머니가 욕실에서
나왔다. 머리에 수건을 감고 있었다.
"씻어요, 병준이도."
병준은 욕실에 들어가서야 옷을 벗었다. 바닥에 떨어져 젖지 않게 조심해 옷을 걸고 물을
틀었다. 더운 물이 생각 외로 잘 나왔다. 병준은 속옷까지 벗었다. 샤워까지 할 작정이었다.
머리까지 감은 병준이 망설이다 다시 옷을 모두 걸쳐 입었다. 잘 때 벗더라도 지금부터 옷
을 벗고 나갈 수는 없었다. 병준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기수 어머니는 이미 침대 안 쪽에
누워있었다. 욕실에서 나온 병준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다. 그새 잠들었을
리 없지만 잠이 든 척하는 것이 기수 어머니도 편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준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고 또 닦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간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이불도 요
도 없이 혼자 맨 바닥에 눕기도 무엇하지만 또 그렇다고 친구 어머니가 누운 침대에 기어
들 수도 없었다. 병준은 결국 옷 입은채 맨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바닥의 찬 냉기에 잠바
를 끌어 덮었다.
"바닥에서 뭐해요?"
기수 어머니가 그제서야 눈치챈 듯 몸을 한 쪽으로 바싹 부치며 병준에게 침대에 올라와눕
도록 권했다. 몇번 괜찮다며 사양하던 병준이 마지 못한 듯 침대 끝에 걸쳐 누웠다.
"이쪽으로 더 와요. 떨어지겠다."
병준은 약간 더 침대 안쪽으로 누웠다. 자리를 비껴 주던 기수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아니 옷을 그렇게 다 입고 자?"
"예,"
"괜찮아, 편히 잘려면 벗어야지 세타까지 끼여 입고 그게 뭐야.. 벗고 자요."
병준은 옷을 벗었다. 기수 어머니의 시선을 뒤돌아서서도 느낄 수 있었다. 런닝과 팬티만
남기고는 옷을 다 벗었다. 기수 어머니 쪽을 쳐다 볼 수 없어 뒤로 돌아서 이불을 들치고
자리에 누웠다. 따뜻한 감촉이 좋았다.
"수줍어 하긴...."
기수 어머니가 웃었다. 병준으로서는 수줍어 하지 않울 수 없었다. 기수 어머니와 한 침대
에 든다는 것 만으로도 병준의 가슴이 뛰었다. 병준은 이불을 끌어 가슴까지 덮었다. 기수
어머니의 몸에 살이 닿지 않게 가능항 몸을 좁혔다. 기수 어머니는 엎드려 벼게를 끌어 앉
듯이 누웠다. 병준은 눈을 감았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기수 어머니도 계속 몸을 뒤척
였다.
"자니?"
결국 기수 어머니가 병준에게 말을 걸었다. 병준은 눈을 뜨지도 않고 말했다.
"아뇨."
"졸려?"
"아뇨."
"나도 잠이 않오네."
"우리 얘기나 할까?"
"예."
"눈 좀 떠요. 얘기하면서 눈감고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기수 어머니가 병준의 얼굴을 흔들었다. 병준은 웃었다.
"졸려서 그래?"
"아닙니다."
병준이 눈을 뜨자 기수 어머니의 얼굴이 바로 병준의 얼굴 앞에 와 있었다.
"잠도 안 자면서 왜 자는 척하고 그래?"
기수 어머니는 한 쪽 팔로 자신의 머리를 받치고 병준쪽을 향해 누웠다. 그녀의 다른 한 손
이 자연스레 병준의 가슴에 얹져졌다. 병준은 뛰는 심장 박동이 그녀에게 전해질 것 같았
다. 그녀의 흰 어깨엔 속옷 끈이 걸려 있었다.
"기수 말이야, 그래도 건강해 보이지?"
검게 탄 기수는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병준과 자기 어머니를 맞는 쾌활했다. 훈련소에서
배운데로 거수경례를 하면서 큰 소리로 구호 까지 외쳤다. 그러나 병준은 그의 행동이 웬지
과장되어 보이기는 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이 병준 자신의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정확히 지
적할 수 없는 기수의 숨겨진 문제가 본능적으로 전해져서인지는 자신도 구별할 수 없었다.
기수 어머니의 손가락 끝이 병준의 콧등을 타고 입술로 내려 왔다.
"병준이는 갈수록 엄마하고 닮아가네."
병준은 거의 화들짝 놀랐다. 병준에게 병준 어머니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의식
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피하는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가 병준의 어머니를 안다는 것은 정말
뜻밖이었다.
"저희 어머니를 아세요?"
"그럼 잘 알지. 너희 어머니는 나한테 참 잘해 주셨어,"
기수 어머니가 기수를 데리고 서울에 왔을 때는 서울에 아는 사람이라고 없었다. 처음으로
사귄 사람이 병준의 어머니였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병준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혼자 몸이
되어 자신의 아이와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또 베풀어
준 것도 많다고 했다. 특히 기수 어머니는 젖이 없어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웠던 외제 분유
를 거의 병준이 어머니에게서 얻어다가 기수를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병준의 집은 당시의
기준으로는 대단히 풍족했다고 한다. 그것은 병준이도 기억할 수 있었다.
"저희 어머니는 왜 돌아가셨어요?"
병준은 대수롭지 않은 질문처럼 기수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의 의문은 병준이 어렸
을 때부터 갖고 있었으나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오늘 뜻밖에도 기수 어머니
가 그의 어머니를 옛부터 알았다고 하여 병준으로서는 다른 식구에게서는 듣지 못했고 물을
수도 없던 것을 묻게 되었다. 기수의 어머니도 망설이는 것 같았다.
"아직 모르고 있었니?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보구나."
병준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의 의문을 풀고 싶었다.
"대강 눈치는 채고 있었어요. 그래도 확실히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궁금했습니다. 이젠
저도 성인이 됐으니까 어떤 일이라도 상관 없습니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것을 할머니에게 여쭤 볼 수는 없었습니다."
병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심정을 한꺼번에 내쏟았다.
"나도 그런 일이 왜 생겼는지는 잘 몰라. 너무 뜻밖이었어."
그일이 있기 며칠 전부터 병준이 어머니는 밖에 나오질 않아 만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전
에도 가끔 그런 일이 있어 기수 어머니는 별 신경 쓰지 않다가 갑자기 그녀가 죽었다는 얘
기를 들었다. 주위에서는 그녀가 자살 했다고 소문이 있었으나 그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
는다고 했다. 사실 그 정도의 얘기는 병준이 자라오면서 주변을 통해서 대강 알던 얘기였
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괜히 쓸데 없는 소릴를 해서 병준이를 심란하게 했나봐."
기수 어머니는 후회가 되는 듯 병준의 눈치를 살폈다.
"병준이 생각엔 기수가 나와 닮은 것 같애?"
그녀가 이번에는 엉뚱한 것을 갑자기 물어왔다. 그녀와 기수는 전혀 닮지 않았다. 그녀는
체격이 비교적 작고 얌전한 얼굴이었으나 기수는 큰 체격에 눈썹이 짙고 많아 둘이 모자로
보기에는 너무 달랐다.
"병준이는 내가 몇살인 줄 알아? 내가 몇 살인 것 같아? "
그녀가 손가락으로 웃음을 지으려는 병준의 입술을 둥글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습지? 별걸 다 묻고?"
병준의 생각에도 기수 어머니는 너무 젊었다.
"내가 열 여섯에 기수를 낳았어. 믿어져?"
병준은 또 다시 놀랐다. 기수 어머니는 기수를 낳지 않았다. 기수가 다섯 살때 그녀는 기수
아버지와 결혼했다. 그녀는 물론 초혼이었다. 결혼 일년 반이 지나지 않아 기수 아버지가
순직했다. 그녀는 본인의 아이도 아닌 애를 데리고 생면부지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서 키운
아이가 기수였다.
"기수는 알고 있나요?"
병준도 처음 듣는 얘기여서 기수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그애가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오늘 그애를 보고서 이상하게도 그애가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상하지? 여지껏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했는데." 그
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젖어 들었다. 병준은 몇년 전 횡성에서 만났을 때 기수의 말이 생각
났다. 그는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병준으로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비
밀을 기수는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번도 그런 내색도 없이. '징그러운 놈' 병준은 그가
더욱 좋아졌다.
"병준이는 기수한테 그런 소리 들어 본 적이 있었어?"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병준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괜히 쓸데 없는 소릴 자꾸 하지?"
기수 어머니는 훈련소에서 새까맣게 그을린 기수의 얼굴을 보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
는 것 같았다. 대견하기도 하고 , 무언지 서운하기도 하고 또 살아 온 자신의 옛 생각도 나
고... 그녀는 울고 있었다. 병준은 그녀의 머리를 안았다. 그녀는 한참을 흐느꼈다. 기수 어
머니의 어깨가 다 들어나 있었다. 병준은 이불을 끌어다 그녀의 어깨를 덮었다. 그리고 그
녀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맨살의 느낌이 좋았다. 아직 마흔이 넘지 않은 몸이다.
"미안해, 병준아. 옷이 젖었네."
기수 어머니가 자신의 행동이 쑥스러운지 웃는 얼굴로 병준의 옷을 가르켰다.
"옷이 다 젖었네. 춥겠다."
병준의 런닝에 기수 어머니의 눈물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 맡에 있는 수건으로 괜찮다는 병준의 몸을 닦았다.
"나는 병준이를 만날 때 마다 주책을 떠는 것 같애."
그말에 병준도 웃었다. 그녀의 알몸을 훔쳐 보았던 때가 기억 났다. 그녀는 다시 밝은 얼굴
로 돌아와 있었다. 병준의 가슴에 얹은 손을 치우지 않았다. 도리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
며 병준의 젖꼭지를 가지고 장난쳤다. 병준의 작은 젖꼭지가 단단해지며 거기서 부터 짜릿
한 전류가 전신으로 번져 갔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그런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저 손 버릇이 좋지 못한 아이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채 손장난을 하는 듯했다. 더구나
그녀의 알몸과 비슷한 어깨를 병준이 안고 있으니 병준이 이상한 느낌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병준도 자신을 억제하려 하였으나 그의 손도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쓰다
듬고 있었다. 처음에는 절대 성적인 자극을 주려한 것이 아니었다. 점차 손이 그녀의 목덜
미 까지 쓰다듬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듯 손가락만 가끔 움직일 뿐
병준에게서 몸을 떼지 않았다. 병준의 남성이 꿈뜰댔다. 이게 무슨 주책 없는 짓이냐고 자
신을 나무랐으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것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말인 것 같았다. 기
수 어머니는 이제 병준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튕기기 까지 했다. 병준으로서 참기 힘든 자
극이었다. 병준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어머. 아퍼?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그녀는 정말 의식없이 한 행동인 듯했다.
"아니 간지러워서요."
병준이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가슴을 긁었다. 기수 어머니가 풋풋 소리내어 웃었다.
"정말 내가 주책이다. 그지?"
그녀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병준을 자극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이불의 일부가 병준에 의해 불쑥 올라가 있었다. 병준은
한 쪽 다리를 들어 그것을 감출까 생각도 했으나 기왕 들킨 것을 이제와 감추려 하는 것도
우스운 짓일 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었다. 전에 기수 어머니의 손에 잡힌 적도 있었는데 하
는 생각도 있었다.
"병준이가 화가 났나봐."
불룩한 곳을 보며 그녀가 말했다. 병준은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녀가 몸을 일으켰
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병준의 남성을 손으로 툭툭치며 사과했다.
"미안해. 아줌마가 주책부려서..."
그러나 그 자극에 병준의 가슴이 더 크게 출렁였다.
기수 어머니는 병준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다.
"이제 진짜 잡시다. 병준씨."
병준은 여전히 바로 누워 어두운 천장을 바라 보았다. 몸은 피곤하나 잠이 올 것 같지 않았
다. 병준은 살며시 일어나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화장실 변기를 깔고 앉아 담배를 입에 물
었다. 자주 피지는 않는 담배였다. 어머니를 자유롭게 해 드리고 싶어서 가출했다는 기수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예쁘다거나 젊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자기 엄마가 생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한번도 병준에게는 그런 소리를 하거나 내색을 한 적이 없었다. 세상에는 참으로 비밀도 많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가 자기 어머니를 바라보는 눈에는 병준이 보기에도 사랑
이 가득했다. 물론 그것은 그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지만.... 그가 자기를 위해 홀로 사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결국 가출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그것을 알고 있
다. 병준의 가슴에 무언가 울컥 치미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기와 동생을 버리고 스스로
세상까지 버린 엄마에 대한 감정이었다. 그것이 그리움인지 미움인지는 그도 구별할 수 없
었다. 확실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 뿐이었다. 병준은 피우던 담배를 변기 안에 던졌
다. 그리고 물을 틀었다. 거센 물살이 담배 꽁초를 휘감싸며 변기를 빠져 나가고 다시 깨끗
한 물이 변기에 차 올랐다. 병준은 찬 물로 입을 행궜다. 그리고 앞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다름아닌 병준이가 눈이 빨개져서 서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욕실 문을 닫았다.
"병준이도 잠이 안 와?"
기수 어머니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병준은 자신이 팬티만 입고 그녀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준은 침대에 걸터 앉아 이불로 앞을 가렸다. 그런 병준을 기수
의 어머니는 가만히 바라 보았다.
"우리 술 마실까?"
병준은 왜 그 생각을 미리 못했을까 아쉬울 정도로 기수 어머니의 제안이 반가왔다. 다시
정류장 근처에 와 꼼장어와 소주를 놓고 마주 앉은 병준은 어처구니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기수 어머니가 먼저 분위기를 바꾸었다.
"자--- 우리 기수를 위해서, 한잔."
다음엔 병준이를 위하고, 다음은 기수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는 기수 어머니가 누가 들으
면 큰일이라도 날 듯이 소리 죽여 속삭였다.
"기수의 애인을 위해서."
병준은 가수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기수에게 여자 친구가 있는 것도 모르고 있
었다. 횡성에 살면서 원주의 아가씨를 사귀고 있는데 기수 어머니는 어쩐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 올 때도 같이 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기수에게 애인이 생기는 것을 질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변명도 했다. 무언지 께름직하다는
것이 그녀의 표현이었다. 묻기 어려운 질문이었으나 병준이 말을 꺼냈다. "왜 재혼을 안하
세요?" 그 말엔 우리 아버진는 했는데라고 생각될 수도 있은 면이 있었다.
"남자와는 다르지... "
그녀는 무언가 한참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기수가 대학 들어 가면 한다고 생각했었어... 지금은 기수가 결혼하면 할꺼야..."
웃으며 덧 붙였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말이야."
병준은 우원장에 대해 묻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참았다. 지금 그녀에게 적절한 질문이 아
닐 것 같았다. 기수 어머니는 병준보다 술을 잘 마셨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 그녀는 약간
휘청였고 병준이 재빨리 부축했다. 그녀는 기여코 한잔 더 마시자고 가게에서 맥주를 몇병
샀다. 여관은 취한 손님 몇이 들어와 나갈 때 보다 어수선 했다. 어느 방에선 악쓰며 노래
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방에 들어 온 그녀는 더 마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녀도 더
마시겠다고 고집하지 않고 자리에 누웠다. 병준은 옷을 벗고 살며기 침대 끝에 다시 들어
갔다. 그녀와 등을 지고 누웠다.
"이쪽 보고 자. 왜 등을 지고 누워, 나는 그런 것 싫더라."
그녀가 병준을 돌아 눕히며 그를 가까이 끌어 당겼다. 그녀도 병준을 바라 보고 누웠다. 그
녀는 병준의 가슴에 파고 들 듯 안겼다.
"안아줘."
병준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녀의 몸에 손을 감았다. 어깨의 부드러운 살결을 느낄 수가 있
었다. 그녀에게서는 여자 냄새가 났다.
"우리 꼭 안고 자자."
그녀가 자신의 발을 병준의 다리 사이에 넣었다. 병준은 자신의 다리 사이에 그녀의 다리가
낀 그런 자세가 의외로 편안 하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다. 그녀가 가까이 밀착되어 오자
그녀의 몸이, 그녀의 가슴이 몸에 닿는 것을 느꼈다. 브래지어를 한 상태였지만 그것은 부
드럽게 느껴졌다. 또한 병준의 아랫도리가 그녀의 허벅지에 밀착되었다. 병준은 다시 자신
의 몸이 팽창하려는 것을 막으려 그녀가 눈치채지 않게 허리를 뒤로 살며시 빼냈다. 그러나
그녀는 병준이 물러나는 만큼 또 다가왔다. 병준은 더 이상 감출 수도,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그녀가 이미 병준의 상태를 알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다. 병준은 이제 자신의
그러한 신체의 상태가 부끄럽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은 꿈을 꾸는 상태에서 전신이 충혈된
듯한 그런 상태로 느껴졌다. 그녀가 그에게 더 깊이 안겨왔다. 그를 안고 있던 그녀의 손이
병준의 등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으로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것은 병준에게
참으로 편안한 느낌을 가져다 주었다. 병준은 그녀의 몸에 닿는 것이 두려워 피해 있던 자
신의 손을 올려 그녀의 가슴에 댔다. 그의 돌연한 행동에도 그녀는 놀라는 것 같지 않았다.
옷 위로 나마 그녀의 가슴을 지긋이 눌러 보았다. 풍부한 느낌을 주는 젖가슴이었다. 병준
은 그녀의 옷을 젖혔다. 그리고 가슴을 찾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위의 작은 융기를 손가락으로 쥐었다. 눈을 감은채 그녀의 몸이 작게 출렁였
다. 그리고 그때 그녀의 손이 그의 등을 떠나 점차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에
눌린 병준의 중심에 손을 댔다. 그의 중심은 팽창할대로 팽창된 상태였다. 그녀는 팬티 위
로 그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병준은 그곳으로부터 전신으로 번져가는 따뜻한 느낌을
즐겼다.
"잘잤어요?"
병준이 눈을 떴을 때는 그녀가 옷을 모두 갈아입고 화장까지 끝낸 상태였다. 병준은 서둘러
세수를 마쳤다. 남겨 놓은 것이 없나를 둘러보고 나가려고 방문을 여는 병준을 그녀가 막아
섰다. 아무 말 없이 그녀는 병준을 안았다.. 병준도 그녀를 품 안에 꼭 안았다. 다시 한번
그는 그녀로부터 여자 냄새를 맡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과 부
드러운 느낌이 병준은 참 좋았다. 고속 버스에는 아침 승객이 별로 없었다. 둘은 다정히 서
울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기수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사고가 나고 거의 보름이 지나서였다. 소식을 들은 병준이 설치 다방으로 달
려 갔을 때는 이미 그녀는 다방을 정리하고 이사까지 하여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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