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각색

아내의 수난 2부

조회 17927 추천 0 댓글 0 작성 17.07.23


4.

  **카페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을 때, 혜란은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래간만입니다."
  ".........다... 당신이?"
  나이답잖게 해사한 얼굴에 조금은 작은 키, 넓적한 얼굴에 의뭉스러운 얼굴을 한 남자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날 이후 처음이죠? 그... 설악산 콘도에서 그 날 이후로요."
  기분탓인지, 그가 '설악산 콘도'란 말에 한층 힘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혜란은 눈 앞이 아뜩해 짐을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저 음흉한 웃음. 들러붙는 듯한 저 표정을 다시 보게 되다니.


  그 남자의 이름은 '경진'이라고 했다. 혜란이 그를 처음 본 건, 작년 여름, 설악산에서 처음으로 남편의 기묘한 성적 취향에 맞춰주기 시작했던 때였다. 처음으로 남편 아닌 남자의 성기를 입 안에 품었던 (그것도 남편 바로 옆에서!) 밤의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날, 아침부터 혜란은 자기 방에서 나와 그들 부부한테 반갑게 인사하는 남편 후배 얼굴을, 나아가 남편의 얼굴조차를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두 남자는 그렇게 한없이 화끈대는 얼굴을 수그리는 혜란을 향해 밝게 웃어 보여주며,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고 스스럼없이 굴었다. 
  그렇게 셋이서 마치 오누이마냥 나란히 근처의 관광에 나서려는 바로 그 무렵이었다.
  "어, 형... 저거 경진이형 아니우?"
  "응?"
  콘도의 앞마당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마주쳐 버린 것이었다. 경진은 남편의 동기라고 했다. 혜란이 그제껏 몰랐던 것으로 봐서 그렇게 친한 친구라든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어쨋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경진은 화사한 옷차림이지만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부인과, 역시 다소 뚱한 얼굴의 어린 딸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저녁때 만나 술이나 한잔 하자며 헤어졌었다. 
  그래서 그 날 밤, 남편과 혜란, 그리고 남편 후배와 경진은 후배의 콘돗방에서 조촐한 술판을 벌였었다. 경진의 아내는 딸을 재워야 하는 데다가 몸도 좋지 않다며 오지 않았다.
  경진이란 남자는 남편과 같은 나이로, 데려온 딸 이외에 같이 오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다니는 아들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나누는 이야기로 보니 젊은 시절부터 꽤 이성한테 인기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혜란은 처음 봤을 때부터 이 남자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나자마자 젊은 시절 "놀았던"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 하며, 약간 '광대끼'마저 보이는 과도한 유머... 사회에서는 원래 저렇게 너스레에 능한 사람이 인기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혜란한테는 그게 뭔가 경박해 보이고 싫었다. 그건 혜란의 취향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작가에, 전직 교사였던 남편과 결혼하게 된 것일 수도 있었고. 
  어쨋든 경진이란 남자는 만나면서부터 입만 떼면 꼭 "놀았던" 이야기요 음담패설이었다. 혜란은 내색은 안했지만 그런 그가 영 불편했고, 남편도 그걸 눈치챘는지 화제를 다른쪽으로 정리할려고 애쓰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야~ 니네 그... '스와핑'이라는 거에 대해서 들어 봤냐?"
  "........."
  혜란은 뜨끔했다. 뭔가 낌새를 챘나? 하지만 천연덕스럽게 줏어들은 이야기를 해대는 걸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쨋든간에 "캥기는 바"가 있기 때문에 듣기 편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남편은, 이 화제가 나오자마자 이상스레 눈빛을 달리 하면서, 조용히 경청하고, 나아가 경진의 이야기를 유도해 가고 그러는 것이었다. 
  혜란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남편의 후배까지를 포함해서, 사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서 괜히 남편의 그 묘한 성적 취향이 발동해서, 바로 이 자리에서 혜란더러 옷이라도 벗으라고, 아니 어쩌면 좀 더 심한 일로 가 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오늘 처음 얼굴을 보는, 처자식과 함께 온 경진이라는 남자... 아니, 그런 모든 것을 떠나 혜란은 경진이 영 싫었다. 
  그래서 혜란은 적당한 핑계를 대서 자리를 떴다.
  "......흐음~ 나도 말야~ 만약에 제수씨같은 여자라면야! 기꺼이 그런 '스와핑'에 동참할텐데 말야 우하하하..."
  경진 특유의 과장된 너털웃음이, 방을 나서는 혜란의 뒤통수를 간질르고 있 었다. 
  그리고 그날 밤, 경진이 혼자 있는 혜란의 방으로 들어왔었다.


  "뭐 마실래요?"
  경진의 은근한 목소리에 혜란은 문득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혜란은 증오를 담아 경진을 노려보았다. 그날 밤의 일은 쉽사리 잊혀질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벌어져 버린 공교롭고도 우연스런(?) 사건인지라 그저 "운명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넘기려고 했지만, 그렇게 넘길수만은 없는 무언가가 음흉하고 의뭉스러운 이 남자한테 있었다. 
  "아뇨... 용건만 말씀해 주시죠."
  그러나, 혜란이 그렇게 야멸차게 노려보았건만, 경진의 입가에는 웃음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아, 예 그럴까요......"
  "......"
  "음... 편지는 받으셨죠? 하기야 받으셨으니 일루 나오셨겠지만~ (특유의, 과장된 너털웃음) 흐음... 근데 어쩐다~? 이... 비디오 사진이요,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너털웃음) 이런 데서 꺼내놓고 보기엔 좀 그런 물건이라서요~ 하하하하..."
  혜란의 입술이 분노로 바르르 떨렸다. 
  이 음흉한 남자는, 그 날 그렇게 "얼렁뚱땅" 혜란을 범해 버린 이후에도, 어떻게 번호를 알았는지 몇번이고 아무렇잖은 듯 전화해서는 끈끈한 목소리를 깔아댄 일이 있었다. 그래서 혜란은 그만 화가 나가지고, 자꾸 이러면 남편한테도 말하고, 경찰에도 알려 버리겠다고, 그래서 그게 강간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법정에서 밝혀 보겠다고 호통을 쳤었다. 
  그때는 깨갱 허니 꼬리를 내리고 비굴해 지던 이 남자가, 지금은 이렇게 자신만만하다. 그 이유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그 "비디오"에 있다는 걸 혜란은 잘 알고 있었다. 
  "됐어요... 사진은 편지에 있는 걸 봤어요. 그래서, 결론적으로 용건이 뭐죠?"
  "아 그게 뭐~ 하하하... 편지에 썼듯이, 뭐 엉뚱한 생각이 있다든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음... 그러니까 피차 모르는 처지도 아닌데, 이런 게 돌아다녀서 제수씨께서 곤란해지고 그러는 건 좀 막고 싶어서요~"
  혜란은 지껄여대는 경진의 입술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하...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그때 그 설악산 콘도에서요... 저는 잊을 수가 없더라구요~ 제가 뭐 그렇게 여자 경험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뭐랄까 형수님같은 여자는 처음이었다고나 할까요? 하하하하... (엄청 과장된 너털웃음) 게다가 그날, 왠지 저 혼자 좋다가 만 것 같아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하하하!"
  눈 앞이 아뜩해 옴을 느끼며, 혜란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사실 애시당초 그 편지의 주인공이 경진임을 알았을 때부터, 그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대충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눈을 감고 망연자실해 있는 이 순간에도, 혜란은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탐욕스럽게 훓어대는 경진의 집요한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어떻게 한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 비디오가 공개될 경우, 나아가 그것이 남편에 의해 계획된 노골적인 스와핑 행위였음이 알려질 경우의 파장이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아 참, 윤수 (남편 후배 이름) 는 잘 있나 모르겠네?"
  테이블 위에서 바르르 떨리는 혜란의 흰 손을 훓으며, 경진은 회심의 미소와 함께 의뭉스레 덧붙이는 것이었다. 


5.

  남편 후배의 방에 술에 얼근해진 세 남정네들을 남겨 놓고, 혜란은 남편과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잠을 청했 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혜란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선잠을 깼다. 
  "누... 누구세요?"
  "접니다, 형수씨."
  남편의 후배였다. 혜란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왠일이에요? 이 시간에... 그이는요?"
  "아 저, 그게요......"
  그가 겸연쩍은 목소리로 '용건'을 털어놓자, 혜란은 그만 난처해져서 이마에  손을 짚었다. 
  "그런......"
  이야기인즉슨, 술에 얼근해져서 잠을 청하려니, 혜란이 생각나서 도저히 그냥 잘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욕정을 호소하면서, 혜란에게 "뭔가 해 줄 것"을 간절히 부탁하는 것이었다. 어제와 같이.
  "하지만... 그래도......"
  혜란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바로 어제 그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편없는 데서 둘이서만 또 뭔가를 한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민석이형(남편 이름)은 제 방에서 주무십니다. 형도 잠들기 전에 괜찮다고 그러신 걸요."
  "그치만......"
  "형수씨 제발요... 어차피 내일보레면 돌아갈텐데......"
  그는 나이로 치면 한참 아래인 혜란을 향해 깍듯이, 그리고 간절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혜란은 결국, "내일모레면 돌아간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처음부터 이 일은 어디까지나 이번 여행만의 것으로 서로간에 약속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혜란은 고개를 숙여 응낙의 뜻을 밝혔다. 그러자 후배는 펄쩍 뛸 듯 기뻐하며, 술김에 대담해 진 듯 잠옷 차림의 혜란을 번쩍 들어 가지고 침대로 향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때, 혜란과 남편의 후배는 방의 문단속하는 것을 잊어먹은 것 같았다. 혜란은 나중에 그 일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형수... 형수... 아아... 가만히, 가만히 있어 봐요."
  "음... 아...... 아앗! ...저, 저기요, 너... 넣는거, 넣는거는 안돼요... 알죠?"
  "알아요 형수... 형수......"
  후배의 거친 손길에 의해 혜란이 알몸으로 화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외간 남자와 단둘이... 그것도 알몸으로...... 혜란은 팬티가 벗겨지는 순간, 드러난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얼굴로 향했다. 화끈 달아올라 있는 얼굴의 온기가 느껴졌다. 
  다시금, 후배는 그녀를 다 본다. 그가 거친 숨소리로 혜란의 뽀얀 맨몸뚱이 이곳저곳을 감상하는 동안, 혜란은 오로지 얼굴만을 열심히 가리고 있었다. 마치 그럼으로써 세상에서 숨을 수 있다는 듯, 모든 부끄러움이 가려질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
  그 남자의 손길이, 입술이, 그리고 촉촉한 혀끝이 혜란의 몸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혜란은 그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몸을 뒤틀었다. 남편이라고 생각하자... 남편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나, 그 애무의 파도가 남편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후배는 다시는 볼 수 없을 지 모르는 그녀의 알몸을 머릿속에 자세히 새겨 두기라도 하려는 듯,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집요하게 훓어 나갔다. 그녀의 가니런 목덜미가 후배의 타액으로 젖었고, 그녀의 동그란 젖가슴은 후배의 손길에 의해 여러차례 모양을 바꾸었다. 그녀의 앙증맞은 배꼽속으로 파고드는 그의 혀끝이 느껴졌고, 그 따스한 것은 그대로 그 아래로, 그녀의 다리 사이, 감추어진 샘물을 향하는 것이었다. 
  "거, 거기는.... 앗... 아흐윽!"
  밀려오는 것에 혜란은 다시금 몸을 뒤틀며 침대 쉬트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그의 머리가 있다. 그녀의 벌려진 문으로 그의 얼굴이 쇄도한다. 그리고 세찬 혓놀림이 그녀의 문을 두드리고, 그녀의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습기를 전해 준다. 
  그녀는 터져나오는 신음소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흥분으로 핏줄이 불거져나온 후배의 페니스는 혜란 안으로의 진입을 애타게 갈구했지만, 그리고 혜란또한 무언가의 침입을 마음 한구석에서 바라고 있었지만, 혜란은 애써 그것만은 제지했다. 그녀로선 아직 그것만은 외간남자한테 허락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임신의 위험도 생각해야 했다. 
  대신 그녀는 후배를 눕힌 채 어제보다 한층 더한 정성으로 그의 성기를 품어 주었다. 귀두를 입술로 머금고, 목구멍까지 치닫는 페니스를 받아들였으며 요도 입구에 새어나온 습기를 정성스레 혀끝으로 훓기도 했다. 흥분에 못이겨 그녀의 유방을 틀어쥐는 후배의 손아귀 힘을 기분좋게 받아들이면서.
  "형수, 형수... 형수...... 아아아아앗!!!!"
  "!!!"
  후배는 거칠게 폭발했다. 어찌나 거칠었는지 저절로 그녀의 입에서 빠져나와, 혜란이 그것을 다시 입으로 품을 새도 없이 그녀의 바로 앞에서 엄청난 압력으로 분출해 나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덕분에 혜란의 얼굴은 그의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어머나......"
  후배는 미안한 듯 티슈를 가져와 그녀의 얼굴과 목, 가슴에까지 범벅이 된 끈끈한 것들을 닦아 주었다. 
  그렇게 엄청난 것들을 분출한 후에도 후배는 뭔가 미련이 남아 있는 듯 했지만, 혜란은 한사코 그를 밀어내 자기 방으로 돌아가게 했다. 후배는 군말없이 돌아갔고, 단 간절한 부탁으로 나가기 전에, 자기 입술을 가만히 그녀의 입술로 갖다 대는 것이었다. 
  외관 남자와의 키스... 주위가 무척 조용하게 느껴졌다.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언가 남편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그때 후배를 그냥 보낸 것이, 어쩌면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혜란은 그렇게까지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일은 후배가 나가자 거의 곧장 터지고 말았던 것이다. 
  혜란은 후배를 보내고, 여기저기 남아 있는 그의 정액 냄새와, 자신의 몸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 진득한 끈기를 씻어내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이 때는 기억컨대 분명히, 문단속을 잊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샤워를 마치고 아무 생각없는 알몸으로 온몸의 물기를 타올로 훔치며 나오는데, 방 한구석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었던 것이다. 그게 남편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순간, 혜란은 화들짝 놀라며 타올로 몸을 가렸다. 
  방안에 있는 것은 경진이었다. 그는 특유의 의뭉스런 웃음을 만면에 띄며, 여유롭게 쇼파에 앉아 벗은 채인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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