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장 파국 의 시작 (4)
이제 곧 욕실에서 나올 친구가 나를 마주쳐 혹시라도 벌어질 충돌을 걱정하는 게 틀림없었다.
우리 집에서 여태 있다가 왔으니 처제는 당연히 아무 것도 모를터였다,
내가 방금 욕실에서 친구에게 받았던 황홀한 오럴을 알게 된다면 처제는 아마 이 자리에서 까무러치겠지.
“형부…….”
낮았던 처제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아졌고 급기야는 내손 목을 잡아끌며 현관문 쪽으로 나를 떠밀기 시작했다.
“알았어, 갈게,
그런데 처제도 그냥 집에 있지 여기는 뭐 하러 왔어? 쟤랑 부딪혀봐야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그래도 집이 편해요, 언니도 없고......"
“뭐야!”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가 없다니! 아까까지 집에 같이 있었잖아.”
“그. 그게.......전화가 와서 급한 볼일이 있어서 …….금방 들어온다고 했어요.”
맞아서 얼굴이 부어오른 동생을 놔두고 이한밤중에 전화를 받고 뛰쳐나가다니,
어이가 없었다, 분명 철규, 그 새끼의 전화를 받고 나갔겠지,
이게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싶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처제가 옆에서 내 눈 치를 슬금슬금 보았다. 뒤쪽에서 물소리가 잦아들었다.
내가 이집에서 빨리 나가야 한다는 신호였다.
“헤리. 저 계집애랑 또 싸움이 난다 싶으면 곧장 우리 집으로 달려와, 알았지?”
“알겠어요, 그런 일은 또 없을 거예요. 들어가세요. 형부.”
나는 처제의 손을 잡았다. 그녀를 있는 힘껏 꽉 껴안고 싶은 충동이 불쑥 치밀었다.
그런 마음을 눈치 챘는지 처제가 내게 잡힌 손을 슬그머니 뺐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의 온기가 없는 빈 집은 썰렁함 그 자체였다. 곧장 내 방으로 돌아와 누웠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처제 때문에 벼르고 갔던 그녀의 집 욕실에서 헤리에게 받았던 오럴이 머릿속에 자꾸만 맴돌았다.
끔찍한 기억이었지만 또한 쉽게 잊지 못할 기분을 맛보았으니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피곤한 하루였는지 나도 모르게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
얼마나 잠속에 빠져들었던 것일까. 깊은 수면 중에도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내가 잠든 사이,
방의 불을 끈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 점차 의식이 또렷해지자 나는 깜짝 놀랐다,
낯익은 냄새와 더불어 잠옷 상의를 풀어 젖혀놓고 누군가가 내 가슴을 애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젖꼭지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설마! 익숙한 냄새 때문에 잠시 혼동이 왔다.
마누라의 몸에서 늘 맡았던 체취였다. 갑자기 엄습한 긴장감으로 온 몸이 수축되는 기분이었다.
“으으으…….”
낮은 신음소리가 내입에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자 가슴을 애무하던 혀의 놀림이 더빨라졌다.
아무래도 내가 애무를 즐기며 받아들이고 있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손이 잠옷바지 속으로 대담하게 들어와 팬티마저 젖힌 후, 그틈사이를 파고들었다,
잠속에 빠져든 와중에도 애무를 받으면서 페니스가 딱딱하게 발기가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페니스를 거머쥔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을 움직이면서 젓꼭지를 핥는 혀의 움직임도 동시에 빨라지고 있었다.
젖꼭지가 예민한 성감대라는 것을 자라는 여자는 마누라밖에 없었다.
무척이나 센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여편네가 아닌 밤중에 무슨의도로 이런 짓을 하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불 켜......”
젖꼭지를 바쁘게 애무하던 혀의 놀림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페이스를 흔들던 마누라의 손이 흠칫하는가 싶더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들려? 불 켜라고!”
“휴우~~”
어둠속에서 나지막한 한숨소리가 새어나왔다.
부스럭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방안의 불이 환해졌다.
갑자기 밝아진 불빛 때문에 눈이 부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눈꺼풀을 치켜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전등 스위치를 올리고 나서 벽에 그대로 붙어선 마누라가 뻘쭘한 얼굴로 나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일어나 앉아 그런 마누라를 노려보았다.
술까지 거나하게 한 잔 마셨는지 마누라의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하긴 맨 정신으로 방에 들어올 수는 없을 것이었다.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톡 쏘아 붙였다.
“자금 뭐하는 짓이냐?”
“..........”
마누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나와 마누라,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침묵 깼다.
“너, 지금 무슨짓을 하는 거냐고 묻잖아?”
“........미안해.”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에 마누라가 무미 건조한 말투로 내뱉었다.
뭐, 미안하다고?
언제나 제 잘난 맛에 사는 마누라한테 십여 년 만에 처음들 어보는 사과의 목소리였다.
이상한 쾌감이 몸속에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고 있었다. 그 쾌감을 더 맛보고 싶었다.
“얼씨구! 지금 무슨 지랄을 하고 싶어서 나한테 대뜸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꿍꿍이 속이냐? 평생 들어보지도 못할 소리가 네 입에서 나오니까 겁부터 난다. 야,”
“그런 거 아냐.......”
가뜩이나 벌게진 얼굴이 면박을 받으니 더 붉어지고 있었다.
붉다 못해 시뻘개 지기까지 했다. 나는 더 거세게 마누라를 밀어 붙였다.
“이혼하자고 먼저 설레발을 친 것은 너였어.
저 잘났다고 지 마음대로 그렇게 결정한 여자가 지금 잠 잘 자고 있는 나한테
몰래 기어 들어와서 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왜 철규, 그시발놈이 나랑 이혼하고 오면 당신 안 받아준데?”
“그. 그런거아냐…….생각해보니까 내가 좀 경솔했어.”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는 마누라의 얼굴을 쳐다보니 부아가 치밀었다.
불알친구의 애새끼까지 임신한 년이 이 제와서 미안하다고 뻔뻔스럽게 나불거리는 꼬락서니를 보니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이 개 같은 년아!
개지랄 떨지 마!
그말이 목구멍 밖까지 튀어나올 뻔 한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다.
내가 씩씩 거리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마누라가 입을 열었다.
“내가 앞으로 당신한테 더 잘할게.
그래도 나랑 같이 살 수 없다면 그때 가서 당신 마음대로 해, 원망 안할 테니까. 잘 자.”
꼬리를 내리면서도 결국 제 자존심은 끝까지 내세우고 있었다. 마누라가 방을 나갔다,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들끓는 속 때문에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앞으로 어떡해야 할까.
아침이 올 때 까지 그 단어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음날부터 마누라는 확실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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