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장 파국 의 시작 (1)
헤리였다.
오늘밤에는 일을 나가지 않는 것일까. 나와 그녀와의 간격이 조금씩 좁혀졌다.
나는 헤리쪽에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나올까 어디 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내모습을 발견한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나를 모를 척 하기 시작했다.
헤리의 그런 행동에 빈정이 확 상해 버렸다. 그녀를 불렀다.
“헤리 씨.”
내목소리에 흠칫거리던 그녀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까닥러리며 마지못한 듯한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빠리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난 헤리의 얼굴을 보니 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내가 저한테 뭐 특별히 잘 못한 것도 없는데,
이 쌍년은 나만 마주 치면 노상 벌레 씹는 얼굴을 하고 있는 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 처제 만나러 가는 길이지?”
“네에.”
“그래. 올라가봐. 안그래도 처데가 헤리씨. 올라오기를 목이빠져라 기다리고 있으니까.”
“네에.”
그녀가 가볍게 목레를 하고 서둘러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보였다.
“저기 헤리씨....,”
나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그녀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도 모르게 내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다 좋은데 말이야.....헤리씨.....한번만 더 우리 처제 한테 손찌검을 했다가는 나한테 죽을줄 알아.”
뜻하지 않은 말를 들은 헤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 보았다. 내친김에 나는 더 거세세 그녀를 몰아 붙였다.
“헤리 너, 내가 무슨 말 하는 지 모르겠어?
무슨말을 하는 지 잘 알텐데? 아무튼 조심해, 조심하라고, 알겠어?”
말을 그렇게 내뱉으면서도 속으로는 아차 싶었다.
내입에서 나온 말 같지가 않았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심정이 어지러이 마구 뒤엉켜 나도 모르게 쏟아낸 말들일터였다.
그중에는 질투심이라는 감정이 가장 크게 작용햇을 것이었다.
헤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입을 앙다문채, 나를 쏘아보는 눈빛이 매서웠다.
그 눈빛에 기분이 나빠져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했구나 싶었는데 그녀의 돼먹지 못한 행동을 보고 있노라니 또 따시 열리 받았다.
이썅년이 뭘꼬나보는 거야? 생각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자신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한 발짝 다가서자 그제야 놀랜 그녀가 얼른 나를 외면했다,
그 모습을 보니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어 불끈 쥔 주먹의 힘을 풀고 발걸음을 막 옮기려는데,
헤리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민영이...걔, 건드렸지요?”
“?!”
그 말이 귀에 들리는 순간, 나는 흠칫 거렸다.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나는 고개를 돌렸다.
“너, 지. 지금 나한테 뭐라고 그랬냐?”
그러자 시선을 외면했던 그녀가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정면으로 나를 응시한채 살짝 굳은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민영이........그러니까 처제인 민영이를 건드리지 않았냐고 물었어요,”
심장이 덜컥 내여 앉는 기분이었다.
이년은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지만 아직도 속내을 파악할수 없는 상황에서 덮어놓고 무작정 수긍할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처제를 건드렸다고 어떤 시부러 년놈이 그러디?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고 다니는 놈이 누군지 말해봐.
잡아다가 모가지를 확 비틀어 버릴라,
도대체 누구야? 어떤 개잡년이 너한테 내가 우리처제를 건드렸다고 그러더냐고?”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며 한 발짝 더 바짝 다가가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런 협박성 엄포도 통하지 않았다. 헤리라는 년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제 느낌이에요.”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넌지시 떠 본 말에 내가 기절초풍할 것 같은 충격을 받지 않았던가.
“허어! 얘가 지금 생사람을 잡네? 헤리 너 말이야. 내가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못됐구나? 내가 네 친구니? 어른을 가지고 놀다가는 큰코 다친다.”
“제가 생사람을 잡았는지 아닌지는 형부께서 더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여기에 손을 올려놓고 생각해 보세요.”
헤리가 제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올렸다.
나는 뜨끔거렸다. 결국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한 채, 그녀의 얼굴만 노려 보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녀의 얼굴은 처음이었다.
문득 어느 연예인의 얼굴이 그녀의얼굴위에 겹쳤다.
지금은 너무 잦은 성형수술로 원래의 아름 답던 얼굴이 완전히 망가질 대로 망가진
트랜스 젠더 출신의 어느 연예인의 모습이 말이다.
남자들마다 제가각 기호가 다 다르겠지만 그녀가 처음 이세상에 나와당당하게 찍은 광고가.
TV에 처음 나왔을 때 남자인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한 눈에 반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놀러갔던 나이트 클럽에 가수로 출연했던 그녀를 무대 바로 아래에서 지켜보다가
그윽하게 풍겨나오는 묘한 분위기에 깊이 매료된 적이 있었다.
지금 나는 헤리의 얼굴에서 그런 묘한 분위기를 다시 맛보고 있었다.
그때 내가 그 연예인을 보고 느꼈던 분위기 보다 더 강렬한 분위기였다,
어쩌다 조물주의 실수로 남자로 태어났지만 예는 천생 여자다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형부가 민영이를 건드렸겠구나 하고 알아차린 것은 그날 새벽에 걔를 만났을 때였어요.
새벽 다섯시에 언니도 없는 집에 형부만 있는 집에서 그런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나오면 뻔한 것 아니겠어요?”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 어때요? 저는 이해해요.
이지구상에서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
이곳에서도 역겨운 일들이 하루에도 수도없이 일어난다고요.
사람들은 다 똑같아요,
누구나 다 은밀하고 더러운 욕정들을 속에 지니고 사는게 아니겠어요?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뿐이지....형부가 처제인 민영이 한테 한 짓은 새발의 피에요.”
“시끄러워!”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지금 시간이 남아 돌아서 너한데 그런 이상한 소리를 들으려고 여기 서있는줄 알아?
헛소리좀 작작해...
아무튼 밤이 늦었으니까 처제 만나면 둘 다 일찍 내려오도록해 그리고 앞으로
두 번 다시 내앞에서 내가 처제를 어떻게 했다느니 하고 그런 헛소리를 늘어놓고 다니면 그때는 정말 가만두지 않을거야.”
“후후후. 제가 그럴 리가 있겠어요?
아니. 오히려 저 때문에 나중에 고맙다고 아실걸요? 저, 형부 편이에요.”
그녀가 무슨 말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늘어놓고 있는지 영문을 알수가 없었지만
나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갔다.
왠지 등줄기가 서늘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마누라가 와 있었다,
당연히 귀가 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했던 마누라가 집에 있으니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철규, 그개자식이 주희의 술집에서 나를 만났고 내 제안을 받아들고 헤어진 터라
의논을 하기 위해서라도 분명 마누라랑 같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던 참이었다.
곁눈질로 바라본 마누라의 얼굴은 약간 의기 소침해 있었다.
집으로 방금들어온 내 눈치를 슬금 슬금 보고있었고 무언가 내게 할 말이 있는 듯 했지만
워낙 자존심이 센여자라 먼저 말을 꺼내기가 거북스러운 듯 했다.
마누라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냥 내 방으로 성큼 들어갔다.
확신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철규놈으로부터 두사람의 관계를 재차 확인한 후 부터는
마누라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정나미가 확 떨어져 견딜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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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욕 의 시간 제 59 화
							능욕 의 시간 제 59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