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7장 너덜너덜한 팬티 (1)
“그래.
믿든지 말든지 그건 처제의 자유야.
내가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고. 나는 사실을 이야기 했을 뿐이고,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밝혀둘게,
언니가 내 자식을 임신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혀, 형부가 그렇게 까지 단호하게 생각하셨을 때에는 무슨 명확한 증거가 있으니까 그러는 것 아니에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판단을 하시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나는 처제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단지 내가 여자를 임신시킬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는 것은 꼭꼭 숨긴 채.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 조금의 거짓도 없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설마 하던 처제의 표정이 눈에 띠게 두드러지게 변한 것은 이야기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그럼 어니의 상대자가 형부의 친구라는 것은 확실한 거예요? 그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응”
철규 새끼의 얼굴이 스쳐지나가자 또 질투심과 배신감이 동시에 끓어올랐다.
“그. 그럼 형부는 앞으로 어떡하실 생각이에요?”
“글쎄. 지금 현재로서는 나도 어떻게 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전전 긍긍하고 있어.
뭐 조만간에 무슨 결정이 나도 나겠지.
언니 성격에 제가 먼저 얘기 꺼내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스타일이니까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휴우~”
아까는 분노 때문에 나를 잡아먹을 듯 한 처제의 눈빛에 동정심과 안쓰러움이 함께 배어있었다.
“처제한테 모든 것을 다 까발린 게 잘한 것인지 아니면 잘 못한 건지 나도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저는 지금도 믿을 수가 없어요. 어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처제는 한동안 복잡한 얼굴이었다.
우리는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먼저 침묵을 깼다.
나는 일부러 밝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처제는 모른 척 해.
그리고 말이야. 처제,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절대 귀찮게 안할 테니까 자고 가. 내가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 그래. 이렇게 부탁할게. 처제.”
처제가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이내 흔쾌히 대답했다.
“알았어요. 대신 아까처럼 제 몸을 더듬다가 섹스를 하자고 또 보채면 전 그냥 그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약속 하실 수 있죠? 형부.”
처제가 손가락을 내밀었다.
언니에게 배신을 당한 내가 불쌍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 손가락에 내손가락을 끼워 맞잡았다.
우리는 마누라가 혼자 잠을 자는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나는 처제한테 다짐한대로 약속을 지켰고 그녀는 내 옆에서 금방 잠이 들었다.
이미 급한 대로 욕정을 해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제가 내 옆에서 새근새근 잠자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한 것이었다.
그녀를 온전히 내 소유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치밀어 올랐다.
마누라와 처제.
두 사람이 혈육적인 관계만으로도 그렇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온전히 처제를 가질 수만 있다면 마누라와 미련 없이 헤어지는 것쯤은 쉽게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가능한 일일 까.
어쨌거나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깊은 잠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었다.
그리고 나는 처제 옆에서 모처럼 달콤한 잠을 잘수 가 있었다.
얼마나 죽음처럼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던 것일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얼굴을 따갑게 내리쬐고 있어서 눈을 감고 있었지만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고 있을 때쯤,
나는 누군가가 내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러 미소를 지어보였다.
처제의 얼굴을 마주치기가 쑥스러웠다. 간밤에 처제와 벌였던 일은 아무래도 많이 마신 술힘이 컸다.
그러나 지금은 두 사람 다 술기운이 싹 빠진 맨 정신일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간밤에 처제한테 한 일들이 모두 꿈속에서 벌어진 일들 같았다.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느낌이 이상했다.
눈을 감고 있는 내 얼굴에 쏟아지는 눈빛은 결코 호의 가 담긴 눈빛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조금씩 깨달았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슬그머니 떴다.
“?!”
나도 모르게 눈이 확떠졌다.
내가 잠이 든 침대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처제가 아니었다.
언뜻 시야에 들어온 사람은 마누라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그럴 리가!
철규, 그 개새끼랑 여행을 떠난 마누라가 이렇게 일찍 돌아올 리가 없었다.
나는 재빨리 의식을 되찾았다. 서서히 깨던 잠이 확달아났다.
나는 다시 내옆에 서 있는 대상을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았다.
마누라 같은 게 아니라 확실히 마누라였다.
요즘 들어 혼자 쓰고 자는 방침 대에 내가 누워있다는 게 몹시 언짢았는지 마누라의 얼굴에는 불쾌한 빛이 가득했다.
어? 나는 깜짝 놀랐다.
가슴 속에 무언가 둔탁한 것이 세차게 스치고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처. 처제는?
나는 마누라가 보든 말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한 행위는 마누라에게 충분히 의심 받을 수 있는 동작이었다.
내 옆에서 자고 있을 처제는 언제 집으로 돌아갔는지 그녀가 누워있던 자리가 허전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이라도 내옆에 서서 째려보는 마누라가 없었다면 나를 섭섭하게 했을 차체의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처제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었다.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지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만은 숨길수가 없었다.
나는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았다.
“당신 말이야.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까지 자고 있는 거야?
오늘 일 안 나가기로 아주 그냥 작정한 거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벽시계는 오후 세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까지 시간이 흘렀는지는 몰랐다,
간밤에 나는 그야말로 쭉 뻗은 것이었다.
‘......너, 어제 술 얼마나 퍼마셨냐? “
나한테 ‘당신’이라는 호칭에서‘너’라는 호칭으로 바꿔 불렀을 때는 매사 성격 급하고
다혈질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마누라의 지금 기분이 어떤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 성격만 죽인다면 처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월적인 유전자를 가진 집안답게 상판대기 괜찮겠다.
아직 몸매도 봐줄만 하겠다. 꽤 괜찮은 여자였다.
그러니까 철규. 그시발새끼가 불알친구 마누라라는 것도 잊은 채,
음흉스런 시선으로 군침을 흘리다가 결국 따먹지 않았겠는가.
“야! 너, 내말 안들려? 사람 말이 우습게 들리니? 얼마나 퍼먹었냐고 내가 묻잖아!”
아. 시발!
명색이 남편이라는 나 모르게 내친구라는 새끼랑 밖에서 별지랄을 다하고 온 주제에 뭐라고 씨불거리는 거야.
나는 울컥했지만 애써 그것을 속으로 꾹꾹 눌렀다.
나중을 생각해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내쪽에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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