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장 검정색 팬티 (1)
“으응, 간만에 ........
치. 친구 좀 만나서 술 한 잔 하다 보니 이렇게 늦어버렸네.”
마누라 몰래 처제를 만나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영화 한 편 보고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셨을 뿐인데도 나는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더듬거리고 있는 거였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을 쳤고 온 몸이 긴장감이 흘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헤리라는 친구와 모텔에 같이 들어가 처제가 마누라와
통화를 한 것은 아닐까. 분명 처제는 오늘 나를 만났다는 것을 마누라에게
비밀에 부치기로 했었다. 나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마누라에게 말했다.
“저, 저기 말이야…….당신한테 뭐 좀 물어보려고 그러는데…….”
아까 언덕을 오르면서 우연히 마주친 철규놈의 이야기를 꺼내려는데.
마누라가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벽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나, 지금 굉장히 피곤해. 오늘도 밤늦게까지 행사가 두 건이나 있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
“그, 그래…….알았어. 나중에 얘기하자. 피곤할 텐데 그만 자라.”
차라리 잘됐다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발걸음을 뗐다
그런데 마누라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비수처럼 날아와 등 뒤에 꽂혔다.
“그리고 당신 말이야…….오늘 저 쪽방에서 자면 안 돼? 요새당신.
코를심하게 고는 소리에 내가 자다가 몇 번씩이나 깨는 줄 알아? 오늘 만큼은
나도 푹 자고 싶어서 그래. 그래도 괜찮지?”
“...........?”
깊은 잠이 든 사람이 자신이 코를 심하게 고는지 어쨌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고 십여 년을 같이 산 마누라에게 코를 곤다는 소리는 여태껏 살면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아니 마누라뿐만이 아니었다.
여태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예기치 않게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한 방에서 잠을 잤어도
단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다.
확실히 요 근래 들어 마누라는 변해있었다 주 마담, 주희의 말처럼 마누라에게
권태기가 찾아온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나는 벽에 걸린 옷가지를 집어 들었다.
“알았다. 오늘만 내가 저 방에서 잘게.”
나는‘오늘만’이라는 단어에 일부러 힘을 주어 강조하며 말했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닫고 방을 나와 옆방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불과 한,두어시간 전에 ‘목련’에서 주 마담의 농도 짙은
애무를 받았고 그녀의 입 속에 사정을 했다. 주 마담과 어우러져 내 몸에 그녀의 체취가
배어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각이 예민한 마누라에게 불필요하게 괜한 의심을 살 바에는 오늘 하루쯤은 차라리
떨어져 자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옆방으로 들어온 나는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이불을 폈다. 잠자리에 누우니 피곤이 몰려왔다.
어떻게 오늘 하루가 지나갔는지 인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니 일을 끝내고 처제를 만나 영화를 보고 또 술을마사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헤리라고 했던 처제의 친구가 머릿속에 그려졌지만
어찌된 일인지 예쁘다는 첫인상만 기억이 날 뿐 얼굴과 윤곽 자체는 또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껌벅거렸다. 그러자 처제와 헤어져 주 마담의 술집에서 있었던 일이
필름처럼 다시 이어진다. 내 발기된 성기를 빨아들이던 자그마하면서도 요염한 입술,
그리고 탄탄하게 느껴지던 주 마담의 커다란 젖통과 힘차게 분출된 희뿌연 정액이
군데 군데.덕지덕지 묻어난 그녀의 육감적인 얼굴, 내 뜨거운 정액덩어리들을
뒤집어 쓴 주 마담의 얼굴이 천정에 확대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왔다.
“크크크…….히히히......,”
혼자 방에 누운 나는 미친놈처럼 웃었다. 주 마담과일이 거기까지 진행되었으니
이제 그녀를 홀딱 벗겨 따먹는 것은 시간문제 일터였다.
나는 잠옷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다시 페니스가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나는 자장가를 불러주며 이기를 토닥거리는 엄마의
손길처럼 나의 분신을 위로 하듯이 토닥거렸다.
이제는 자야할 시간이었다. 나는 이불을 끌어당겼다. 그 이불에서 어디선가 맡았던
향기가 콧속에 기분 좋게 빨려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처제한테 맡았던 냄새였다.
그렇지! 처제가 주말에 이틀 동안 놀러 와서 이 방에서 잠을 잤었다.
분명 이불을 덮고 잤을 것이었다. 나는 이불자락을 코에 대고 깊이 그 냄새를 흡입했다.
그러자 오늘 아침. 복잡한 버스 안에서 처제 뒤에 달라붙어 킁킁거리며 맡았던
그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었다.
“쓰읍!아!시발! 냄새 좋다!”
나는 이불에서 아련하게 풍기는 냄새에 한껏 취해 연거푸 그것을 콧속으로 빨아들였다.
그러자 주 마담에 의해 말끔히 해소 되어 가라앉았던 욕정이 가슴 속에서 천천히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나를 또 한 번 들끓게 만들었다.
결국 그날 밤 나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간밤에 잠을 설친 탓에 가까스로 옴을 일으킨 나는 방을 나섰다.
마누라는 벌써 출근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식탁위에 음식 솜씨가 뛰어난 마누라가 몇 가지 반찬과 국을 준비해 놓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간만에 욕정을 해소한 탓인지
마음만은 가벼웠다. 오늘도 변함없는 하루가 시작될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이후. 나는 마누라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내가 집에 안 들어갔거나 마누라가 집에 안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나야 다람쥐 쳇바퀴돌 듯 계속되는 패턴의 일과를 보내기 때문에 출퇴근하는
시간은 늘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마누라였다. 일 년 중에 행사가
가장 많은 달이어서 그런지 마누라는 눈 코 뜰새 없이 바뿐 눈치였다.
마누라의 얼굴을 본 것은 내가 처제가 자고 갔던 방에서 잠을 잔 그날로부터
오일째 되는 아침이었다. 그러니까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서 보는 여편네의 얼굴이었다.
“야. 아무리 바빠도 당신과 나는 그래도 명색이 부부지간인데. 우리 얼굴 좀 보고 살자.”
짜증이 섞인 내 투정에 마누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변색을 하는 카멜레온처럼 안색이 확 변한 마누라의 얼굴을 보는순간,나는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마누라가 기다렸다는 듯 퍼붓기 시작한다.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서 이렇게 사니? 네가 돈만 많이 벌아와봐.
요즘 같이 짜증나게 바쁠 때면 나도 죽고 싶을 만큼 일하기 싫은 여자야.
네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면서 얼굴도 가꾸고 여유롭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해, 진짜 아침부터 내 속을 긁어놓으면 기분 좋으니?
아침부터 어디 한번 해볼까?”
양손을 옆구리에 올려놓고 내게 다가오는 마누라를 향해 나는 손을 저었다.
“알았다! 알았어. 제발 일절만 해라.”
마누라가 내게 다가오다 말고 씩씩거렸다. 애써 화를 누르는 마누라의 눈치를 살피면서
나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맞추었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지랄 같은 성격을 잘아는 나인지라 집에서 느긋하게 죽
때리고 있어봐야 좋을게 하나도 없었다.
“야! 정우진!”
마누라가 내 이름을 불렀다. 어휴! 시발!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너. 오늘 일찍 겨들어와.”
“.........왜?”
“오늘 민영이가 ‘나’동으로 이사 온단다
“뭐, 뭐라고!”
민 영이는 바로 처제의 이름이었다.
1화 처음부터 보기 -> 능욕 의 시간 제 1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