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장 모텔엔 왜들어가? (1)
“지금 어떠세요? 기분이? 언니랑 함께 셋이서 같이 올 걸 그런 생각은 안 들어요?”
처제의 말에 인상을 잔뜩 찌푸린 마누라의 얼굴이 바로 앞에 놓인 스크린 가득 그려졌다.
마누라를 떠올리자 기분이 순식간에 착 가라앉는 느낌이다
“맨날 바쁜 언니가 뭐 시간이 나겠어? 그냥 모른 척 해; 오늘 일은. 아침에도 말했지만
언니가 요새 상당히 예민하거든.”
처제한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요 근래 들어 여편네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는 나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멸알하며 활달한 성격을 가진 마누라였다. 그런 그녀의 성격이
너무 좋아서 연애 초부터 마누라한테 적극적으로 매달렸었다.
그런데 요즘들어 언제부터인지 확연하게 말수가 줄어들었고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으며 툭하면
내게 히스테리를 부리곤 한다.
처음에는 주말 결혼식장의 피로연 음식을. 그리고 평일에는 각종행사의 출장 뷔페 음식의
총 관리를 맡은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생겨난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 했는데. 꼭 그게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언젠가 마누라의 속내를 알아봐야 하겠다고 생각했던게
차일피일 그렇게 사간만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다운 된 기분에 나는 처체 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렸다.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처제의 허벅지였다.
아침에 나를 들끓게 만들었던 쫙 빠진 각선미의 윤곽이 청바지 밖으로 앉은 채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엇다. 키가 큰 탓이길 테지만 정말이지 이렇게 늘씬한 다리를 본 적이 없었다.
처제의 길게 쭉 뻗은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쓰다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
나는 그곳에서 얼른 시선을 뗏다.
잠시후. 실내가 어두워졌고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영화는 내가 짐작했던 대로 처음부터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감독이 대체 무슨 의도로 저딴 쓰레기 같은 영화를 찍었는지 알 수 가 없었고 견디다 못한
나는 밀려오는 잠 대문에 꾸벅꾸벅 졸았다.
얼마나 잠 속에 빠져들었을까.
주변이 어수선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서서히 잠에서 깼다.
나도 모르게 그간 쌓여있던 피곤이 말끔하게 가실 정도로 깊은 숙면을 취했던 모양이다.
영화는 어느 새.이미 상영이 끝나있었고 극장 안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어땠어요? 형부?”
“으응. 거참. 되게 난해한 영화였지만 그런대로 꽤 볼만하던데?”
“후훗! 코까지 골고 주구시면서 무슨 영화를 보셨다고 그래요? 칫! “
“하하하. 그랬어? 처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재미가 없더라. 도무지 지루해서 견딜 수 가 있어야지.
끄응! 우리도 그만 나가자.”
나는 좌석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래요. 어휴 ! 배고파.”
시간이 밤 아홉시를 살짝 넘겨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다. 나와 처제는
극장을 나와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한낮의 더위가 한 풀 꺾여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처제. 우리 뭐 먹을까?”
“글쎄요?형부. 우리 조금 더 걸어가 봐요 저 안쪽이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이거든요.
일단 그리고 가서 먹을것을 골라보기로 해요.”
“그럼 그렇게 할까?”
내 대답에 처제가 또 다시 다정한 연인처럼 팔짱을 끼운다.
팔짱을 까우며 내 옆에 바짝 붙은 처제 때문에 마치 처음 여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는 것 같은
설렘이 느껴지자 나는 내심 흐뭇해졌다.
처제와 함께 걸어 들어간 먹자골목은 젊은 선남선녀들로 마구 뒤엉켜 복잡했고 활기와 생동감이 넘쳤다.
그 무리 속에 서 나도 덩달아 들뜨는 기분이었다,
처제와 나는 유흥가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걸었다.
“형부. 저기 어때요? 맛있어 보이지 않아요?”
나는 처제가 가리키는 음식점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곳은 삼겹살집이었다.
커다란 창 안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돌판 위에 구운고기를 먹고 있었다.
“아니. 고기 먹은 지가 언젠데. 처제는 고기가 또 땅긴단 말이야?”
사실이 그랫다. 처제가 놀러온 토요일에는 삼겹살을 ,또 어제는 집에서 치킨에다 술을 마셨더랬다.
내가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짓자 처제가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볍게 툭 쳤다.
“고기도 고기지만 저 김치가 너무 맛있어 보이지 않아요?”
돌판 위에 고기와 나란히 올라간 신 김치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모습에 갑자기 입에 침이 고였다.
안그래도 배가 몹시 고팠던 참이라 어디든 빨리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 그럼 이리로 가자. 더 이상 가봐야 뭐 뾰족한 게 있겠어?”
우리는 곧장 고기 집으로 들어갔다. 혼잡한 식당 안 구석에 간신히 빈자리를 잡아
우리는 그곳에 앉았다. 주문을 하고나서 나는 마주 앉은 처제에게 말했다.
“하여간 처제도 대단한 것 같아.”
“뭐가요?”
처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가만히 먹는걸 보니까 이건 완전 고기킬러던데 그렇게 먹은 고기들은 대체 몸 어디로 가 간거야?”
듣기에 따라서는 자신의 늘씬한 몸매를 돌려 말해 칭찬한 것으로 들렸는지 처제가 헤벌쭉 웃는다.
“참. 형부도. 저. 살 많이 쪗어요. 안 보이는 곳에 얼마나 살이 많은 줄 아세요?”
“그래?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마르게 보이던데? 의외네?”
나는 종업원이 가져다 놓은 고기를 천천히 돌판 위에 올리며 또 한 번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서둘러 고기를 구웠다. 고기가 보기 좋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아무튼 나는 뚱뚱한 여자든 마른 여자든 뭐든 지 잘 먹는 여자가 좋아. 밥 먹는 거 보면 무슨 밥알
세는 것도 아니고 깨작 깨작 거리는 거 보면 그걸 보는 것만큼 속이 뒤틀리는 게 없어.
그래서 나는 처제가 어쩐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게 전부터 보기 좋더라고.”
“호호. 저도 그래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하긴 저도 그런 여자들 보면 재수 없어요.”
“그렇지? 자아~ 처제. 여기 잘라 놓은 것 먹어도 돼. 다 익었어.”
내가 먹기 좋은 크리로 알맞게 잘라놓은 고기를 제 앞에 밀어 넣자 고기가 익기만을 기다리며
젓가락 끝을 입에 댄 처제의 눈이 호시탐탐 빛이 난다, 그것을 보니 웃음이 슬며시 나왔다.
“이제 슬슬 먹어볼까? 여기 김치도 오려 놓았으니까 같이 먹어, 처제.”
“네에 .후후 맛있겠다.”
“잠깐! 건배부터 해야지.”
“그래요. 짠~~”
그렇게 해서 마누라 없이 처제와 단 둘이 저녁을 먹는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소소한 얘기들을 주제로 술과 고기를 비워갔다 급한 허기를 대충 달랜 처제가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기요, 형부……”
남은 고기를 마저 불판 위에 올려놓으며 처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젯밤에 제가 언니 집에 있으면서 느낀 건데요…..
아이. 형부한테 이런 질문을 해도 될는지 몰라.”
“무슨 말을 물어보고 싶어서 그렇게 뜸을 들이고 그래? 뭔데? 말해봐.”
그러자 처제는 방금 전의 목소리보다 더 작은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형부, 그게말이에요. 언니하고…..그러니까 그게뭐야.
부부생활이…… 원만하지 않아요?
지난밤에……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것 같은데……..”
처제의 돌발적인 질문에 허를 찔린 듯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고 그래서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난감해하다가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뭘 느꼈기에 우리 처제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할까? 성생활이라? 아무려면
처음 연해할 대 하고 같겠어? 이젠 서로 볼 꼴 못 볼꼴 다 본 처지에.”
마신 술과 불판의 뜨거운 열기 때문이지 양쪽 볼이 발그레해진 처제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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