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 장 모텔엔 왜들어가? (1)
문자를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란나는 그만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나는 다시 액정 판안에 아로새겨진 문자를 천천히 되풀이해서 읽었다.
내용인즉슨 문자는 내게 온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그 번호는 내가 아는 번호가 아니었다.
보면 저쪽 편에서는 내가 누군지를 잘 알고 있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을 집요하게
떠올려 보았지만 끝내 당사자가 생각이 나지 않았고 호기심을 견디다 못해 나는 곧바로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긴 신호에도 불구하고 상대편은 끝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대신 이런 문자 내용을 간략하게 상대편에게 보냈다.
[대체 누구세요?]
문자를 보낸 지 한참이 지났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은근히 불쾌했다.
어쨋거나 오늘 아침 혼잡한 버스 속에서 나를 더듬었던 여자는 나를 잘아는 여자임에는 확실했다.
은근히 피어오르던 불쾌감이 점점 더 참을 수 없는 궁금증으로 바뀌어 갔다,
대체 누구일까. 고대하던 답장이 오는대신 처제한테 전화가 온 것은 오후가
제 역활을 다 하고 시간을 저녁에게 넘겨줄 무렵이었다
“저예요. 형부……..”
“으응. 그래 안 그래도 일이 끝나서 막 전화하려던 참이었어.”
“호호호.. 그래요? 어떡하실래요? 이리로 오실거예요?”
“그러지 뭐. 지금 출발할게.”
“그래요. 그럼.형부 .곧장 영화관으로 올라오세요. 저는 형부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서 표를 끊어놓고 거기서 기다릴께요.”
.”처체!. 자, 잠깐! 처제가 무슨돈이 있다고 그래?
내가 가서 표를 살 테니까 그냥 거기서 기다려.”
“후후. 아무리 돈이 없어도 형부랑 그깟 영화를 같이 볼 돈도 없을까봐서
그러세요? 대신 형부가 저녁 사주시면 되잖아요.”
“……..그럼 그렇게 할까? 아무튼 나. 지금 출발할께.”
“네. 거기서 봐요. 형부.”
나는 처제와 통화를 마치고 서둘러 퇴근했다. 사무실 바깥으로 나오니 언제 봄이었나
싶을 정도로 공기가 무더웠다. 이런 날씨에는 영화고 뭐고 간에 차를 끌고 나가 어디
가까운 교외로라도 신선한 바람을 쐬고 싶었다.
우리 집 앞 골목에는 오래된 연식의 낡은 나의 중고차가 긴 시간동안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거의 방치되어 있다시피 서 있었다.
평소 차를 끌고 다니고 싶었지만 무섭게 오른 기름 값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마누라는 내가 차를 이용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다.
주유서 바닥의 저장탱크에 기름이 천지인데 뭔 걱정이냐고 내가 마누라에게 반문하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그게 전부 당신 기름이냐고 친한 친구에게 빌붙어 살면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타박을 주며 자꾸만 몰아붙이기에 기분 더러워서
차를 끌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바람에 오늘 아침에 난생처음 희한한 경험까지 겪지 않았나 싶다.
처제에게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아침에 나를 더듬었던 여자의 보드라운 손길을 머리속에
떠올려 보았다.
내 바지 지퍼를 내리고 팬티 속으로 파고들던 여자의 손가락. 단단해질 대로
단단해진 내 성기를 손으로 꼼지락 거리며 주물럭거리던 여자의 감촉이 아랫도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았다.
또 다시 온 몸이 달구어지며 흥분으로 얼굴이 상기가 되는 것을 느낀 나는 지하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지하철 안의 여자들의 옷차림새는 대부분 짧았다.
쭉쭉빠진 미끈한 다르를 미니스커트 밖으로 노출시킨 여자들을
슬쩍슬쩍 곁눈질하면서 나는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바지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전화가 심한 몸살 짓으로 나를 흔들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폴더를 열었다.
[자기야.미안해. 이제 문자를 봤네.그런데 옵빠……..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는 거야?
내 젖 가슴이 떨어져 나가라 입으로 게걸스럽게 빨아놓고는 이제 와서 나를 모른다고
시치미 뚝 떼면 어떡하자는 거야? 자기. 섭섭하게 정말 이럴 거야?]
나는 휴대전화의 액정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보내온 문자 메세지의 내용 중에서 내가 집중적으로 본 문장은 젖가슴이 떨어져나가라
입으로 게걸스럽게 빨았다는 부분이었다.
말하자면 이 여자와 나는 그전에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말이었다. 누굴까.
이 여자의 정체가 떠오르지 않아 나는 답답해서미칠 지경이었다.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나는 포기하고 말았다.
당장 이번 역에서 내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하철에서 나와 출입구로 나가려는 계단을 서둘러 뛰다시피 올라가다가 나는 순간 멈칫거렸다
“아!”
멍청한 자식!
입 밖으로 낮은 탄성을 내지르고 나서 나는 머리통을 가볍게 쥐어박었다.
아침에 혼잡한 버스 속에서 나를 더듬었고 두 차례의 문자를 보낸 여자의 정체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여자가 아니라면 나한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여자는 주변에 없었다.
“퉤!시발 년.”
지하철의 출입구 밖으로 나와 거리로 나온 나는 거친 욕설과 함께 침을 길바닥에 내뱉었다.
눈앞에 여우같은 얼굴에 섹시함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리자 나는 재빨리그 여자의 환상을
지워버렸다.
두 번 다시 그여자의 농간에 휘말리지 않으려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전화번호를
일찌감치 삭제해 버렸기 때문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길을 조금 더 걷다가 나는 어느 커다란 건물 안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 건물의 가장 높은 꼭대기 층을 올려다 보았다.
처제와 만나기로 한 장소가 그곳이었다.
나는 곧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미세한 흥분감이 내면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기분이었다.
마누라 몰래 처제랑 만나 단 둘이 영화를 본다는 것이 왜 이렇게 묘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엘리베이터가 건물의 맨 위층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자꾸만 긴장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심호흡을 크게 했다. 마침내 맨 꼭대기 층에 다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그곳에서
내려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아 처제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형부!”
누군가 내팔짱을 낚아채며 나를 불렀다.
“어이쿠! 깜짝이야!.”
아침에 맡았던 달콤한 향기가 옆에서 그윽하게 풍겨온다.나를 짬짝놀라게 하는 데에
만족했는기 처제가 내 옆에 바짝 붙어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호호호. 놀랬어요? 형부?”
“응.정말 놀랐어. 하하하.”
“후후후. 가요. 형부 영화 막 시작할 시간이에요.”
“무슨 영화인데? 재미있는거야?”
“글쎄요. 외국 무슨 영화제에서 꽤 호평을 받았다는 영화인데 뭐, 봐야 알지 않겠어요?
바로 저 영화에요.”
나는 처제가 손짓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양한 영화 포스터가 벽에 일렬로 붙어 있었는데.
처제가 가리킨 영화는 한 눈에도 재미가 전혀 없어 보이는 영화였다.
제목부터 지루해 보이는 포스터 대신에 단번에 눈길을 끄는 옆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상당히 자극적이고 에로틱한 영화 포스터였다.
얼핏 언젠가 인터넷에서 그 영화가 홍콩에서상당한 관객을 불러 모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주연 여배우가 어디서 많이 본얼굴이 아닌가 싶더니 포스터에 써져있는 이름을 자세히 보니
요즘 들어 일본의 포르노물에많이 등장하는 그 여자였다.
얼굴은 보기에 따라 다른데. 젖통이 상당히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가 돋보이는 배우였다.
갑자기 그여자가 출연한 어느 야동이 떠올랐다.
남자 배우가 그녀를 엎어놓고 뒤에서 박음질을 해대는 데 워낙 글래머여서
바람이 잔뜩 들어가 풍선처럼 커다란 그녀의 엉덩이와 젖통이 격하게 요동치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졌다.
얼굴에 희뿌연 정액을 그대로 묻친 채. 뚫어져라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임무를 다한 남자의 귀두를 샅샅이 핥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히 재생이 되자 갑자기 몸이 덥혀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뭘 보는 거예요? 으이구. 진짜 못 말리겠네. 형부 지금 저 포스터 보고 있는 거죠?”
“응. 당연히 저 포스터에 눈이 저절로 가네? 하하하. 처제. 우리 저 영화 볼까.
처제가 보자고 한 영화보다 저게 더 낫지 않겠어?”
내가 익살스럽게 말하자 처제가 눈을 흘겼다.
“형부도 참, 아니. 형부라는 사람이 저딴 저질스러운 영화를 처제와 같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하하하. 그냥 해 본 소리야. 처제가 이미 표까지 끊어놓았는데.
이제와서 뭘 어떡하겠어? 처제가 보고싶다는 영화 그냥 보자.”
“그래요. 이제 그만 들어가요. 형부. 곧 상영시간이에요.”
“어. 그래? 잠깐만. 저리고 가서 주전부리 할 것 좀 사가지고 가자,”
나는 영화를 보면서 마실 음료수와 팝콘을 샀다.
그리고 처제와 상영관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처제와 나란히 푹신한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살짝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처제는 내가 사가지고 온 팝콘을 주워 먹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형부랑 같이 영화 보러 온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처제의 시선이 내 뺨에 와 닿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백지 상태인 스크린을 응시한 채로 끄덕거렸다.
“그러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아 있네. 하하하.”
제1화 부터 보기 클릭 -> 능욕 의 시간 제 1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