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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각색
2017.02.12 00:57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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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7921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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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 악.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

고등학교 들어와 처음 맞이 하는 여름.
난 가족들과 동해의 바닷가로 피서를 왔다.
따갑게 피부에 내리쪼이는 8월의 뜨거운 햇살이 푸른 파도에 눈부시게 부서지고 있는 여느 때 여름보다 훨씬 심한 더위.
파라솔아래서 눈을 감고 주위의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나의 두 귀로 여자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난 나른하게 누이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람은 다름이 아닌 나의 이모였고, 물에 빠져 양팔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여자는 얼핏 엄마로 보였다.
난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백사장에서 넋을 잃고 구경만하는 사람들속을 헤치고 바다속으로 뛰어들었다.
엄마는 이제 더이상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고, 난 가장 빠른 속도로 헤엄쳐 들어가 아래로 빠져들고
있는 엄마에게로 다가가 한손으로 어깨를 안아 바닷가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모래사장으로 가까스로 끌어올린 엄마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난 학교에서 배운 응급처치로 양손으로 심장을 압박하면서 때때로 엄마의 코를 막고는 인공호흡을 하면서 제발
엄마가 깨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엄마는 켁켁 거리며 마셨던 물을 입밖으로 뱉어내고는 감겨져 있던 눈을 떳다.
눈이 부신 듯 잠시 눈썹을 찡그리던 엄마는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차리고
곁에 있는 날 쳐다 보았다.
내 걱정스런 얼굴을 바라보던 엄마는 이내 나에게 늘 보여주던 냉랭한 표정을 짓더니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짜 ~ 악'

일순 경쾌한 격타음이 울리면서 내 뺨에서 화끈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내 뺨을 때리고는 8월의 뜨거움을 한 순간에 얼려버릴 듯한 싸늘한 눈빛을 내게 던지고는 뒷 모습을 보이며
저 건너로 사라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은 예상외의 반응에 놀란 듯 아무말도 못하고 사라져가는 엄마의 뒷모습과 멍하니 앉아있는
날 바라보며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멍하니 앉아있는 나의 어깨로 가느다란 손길이 느껴져 바라보니 이모가 미안하다는 듯이 날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난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날 아들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항상 날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서는 보통의 엄마가 아들에게 보여주는 따스한 사랑이 가득한 눈빛이 아닌
더러운 쓰레기를 바라보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날 학대하고 있었다.

----------------------------------------------------------------

아버지는 엄마의 고등학교 가정교사였다.
아버지는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조부모님의 극진한 사랑으로 자랐고, 머리가 뛰어났던 아버지는
그 시절 가장 알아주는 대학을 들어가 조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대학생활 중 과외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보충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기에게 과외를 받는 어린 학생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 어린 학생은 가난한 과외선생을
한번도 남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의 과외로 엄마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아주는 여자대학에 들어갔고, 그 후, 엄마는 다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져 있었다.
군을 다녀온 아버지가 다시 엄마를 만나 그 동안 속앓이를 하던 자기의 마음을 엄마에게 고백했지만 엄마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외면하며 비웃었다.
며칠 후, 아버지는 술에 잔뜩 취해 엄마를 강간했고, 우리의 비극은 그 때 부터 시작 되었다.
결국 엄마는 날 임신했고, 그 사실을 안 외갓집 식구들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엄마를 억지로 결혼시켰고,
얼마 후 내가 태어났다.
날 낳고도 엄마는 아버지를 거들떠 보지 않았고, 태어난 나만을 자식으로 인정하며 정성을 기울이셨다.

난 엄마를 닮아 남자아이 답지않게 예쁘장하게 생겨서 커가면서 가끔 사람들은 내가 계집아인줄 착각을 하곤 했다.
그 때 까지 난 엄마의 전부였고, 사랑을 받는 존재였다.

그 무렵 아버지는 결혼 후 계속되는 엄마의 냉대와 무관심에 지쳐 결국은 이혼을 하고는 다른 여자와 재혼을 하셨다.
엄마와 이혼을 하시면서도 아버지는 연신 어린 날 부둥켜안으며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시며 내가 좀더 자라면
언젠가 아바지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하셨지만 그 시절의 난 나와 엄마를 버리고 떠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난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 엄마와 같이 집에서 목욕을 했었다.

하지만, 그 날

엄마와 마지막 목욕을 하던 그 날,

난 이상하게도 내 몸을 씻겨주며 내 살갗에 닿는 엄마의 손길에 흥분해 있었고, 어린 아이의 성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발기해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엄마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는 서둘러 물을 내 몸에 껴얹어 주고는 날 밖으로 내 몰았다.

그 날 이후 난 다시는 엄마와 목욕을 할 수 없었고, 엄마는 어린 날 약간은 거리를 두며 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난 아무런 이상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여전히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가지고 엄마를 대했지만 엄마는 더이상
예전처럼 날 껴안주지도 같은 방에 자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았다.

어느 덧,
난 중학생이 되었고, 사춘기를 접어들면서 이성에 서서히 눈떠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온 야한 잡지책을 보면 어느 덧 성기가 발기해있었고, 몸은 여느 중학생들과는 다르게
성숙해 있었다.

엄마와 나 사이를 결정적으로 갈라놓은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그 날, 난 처음으로 친구녀석의 집에서 포르노를 보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 기억은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난 내 방에서 처음으로 자위를 하게되었고,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그 장면을 엄마가 목격하고 말았다.
과일접시를 방바닥에 떨어뜨리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엄마는 이내 싸늘한 얼굴로 차가운 뒷 모습을 보이며
내 방에서 떠나갔고, 난 방바닥에 어지러져 있는 과일과 깨어진 접시 조각들을 보면서 식어버린 욕정으로
바지를 추스르지도 못하고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한 참을 정신을 못차리고 앉아있던 난, 겨우 옷을 추스려 입고는 방에 들어가 있는 엄마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려고 앉아있는 엄마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았다.
순간 엄마는 내 손에서 몸을 빼내며 오른손으로 내 뺨을 때렸다.
한번도 엄마에게 맞아 본 적이 없던 나는 너무도 당황해서 어정쩡하게 앉아있었고,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가!"

엄마의 거친 고함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난 어떻게든 엄마에게 사과를 하려고 단지 잘못했다는 그 말을 하려고
다시 엄마앞으로 다가갔고, 엄마는 그런 나에게서 더 물러나 앉으며 화장대에 올려진 꽃병을 집어들고는 내게
집어 던졌다.

"이 방에서 나가! 나가라구!!"

더욱 거칠어진 엄마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난 찢어진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훔치며 엄마의 방을 나 설 수 밖에 없었다.
내 방으로 들어 온 난 엄마의 필요이상의 반응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난 더 이상 엄마에게 아들이 아니었다.
항상 엄마는 날 피했고,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치 더러운 벌레를 보는듯한 눈빛으로 날보았고, 내가 실수라도
하면 비웃으며 싸늘하게 웃곤했다.
그런 엄마의 변화에 놀란 난 더 이상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이런 엄마와 나 사이의 관계를 눈치 챈 이모가 어느 날 학교로 날 찾아왔고, 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모에게 말했다.

"후야! 엄마가 왜 그런 반응을 하는 지 아니?"

"모르겠어요. 제가 아무리 잘못했지만 엄마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이모가 옛날 얘기 하나 해 줄까?"

이모는 아버지와 엄마가 어떻게 결혼했는지를 말해주며, 엄마가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면서 얼마나 괴로워
했는지 얘기를 해주었다.
아마도 엄마는 그 후로 남자에 대한 결벽증같은 것이 생긴것 같다는 말까지 해 주었다.

"이젠 엄마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
엄마가 널 힘들게 하더라도 니가 조금만 참으렴.
엄마한테는 너 밖에 없잖니."

이모의 말을 듣고 엄마가 왜 그렇게 심한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가 되었고, 난 그 후에도 계속되는 엄마의 무관심,
가끔의 경멸에 찬 눈빛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서 난 어릴 적, 아버지가 엄마에게 쩔쩔매던 모습, 엄마의 냉랭한 모습들이 하나하나
기억이 났고, 왜 아버지가 결국은 어린 날 두고 이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엄마와 나의 생활이 아버지한테까지 전해져 중학교 3학년의 어느 날 아버지가 학교로 날 찾아왔다.

"오랜만이구나."

"네"

"많이 변했구나. 아직도 이 애비를 원망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아니예요. 아버지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맙다. 힘들지?
이 애비 잘못으로 너까지 그런 고통을 당하는 구나."

"..................."

"아버지 연락처다. 힘들거나 필요한게 있으면 연락하거라.
뭐든지 이 애비가 도와주마."

아버지가 건네주는 명함을 묵묵히 받으며 난 자리를 일어섰다.
집앞까지 태워다주신 아버지는 짧은 인사만 남기고 사라졌고, 난 멀어져가는 아버지의 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다.
돌아선 내 눈속에 엄마의 무섭도록 차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엄마는 휭하니 돌아서며 빠른 걸음으로 집안으로 사라져갔다.

그 후로 난 엄마에게 한발짝도 다가설 수 없었다.

----------------------------------------------------------------

"괜찮니?"

"후후.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요. 뭘...."

날 걱정하며 바라보고 있는 이모에게 힘없는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상하다는 듯이 우릴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헤지고 묵묵히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온 난 침대에 몸을 누이고는 지금까지의 일을 곰곰히 곱씹어보고 있었다.

'이젠. 이대로는 더 이상 엄마와 살 수 없다.'

'내게 엄마는 여전히 엄마지만 엄마에게 난 더 이상 아들이 아니다.'

'차라리 내가 엄마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엄마에게 더 좋을 것이다.'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워 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는 이모가 방으로 들어왔다.

"저녁도 안먹고 혼자 뭐하니?"

"그냥...."

".................."

"이모! 이모가 엄마랑 같이 살래요?"

"갑자기 왜?"

"내가 나가서 사는게 낳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나가면 엄마 혼자 있게 되니까....
어차피 이모도 혼자 살잖아요."

"나가면 어디서 살려구 그러니?"

"그냥 학교근처에 자취하면 되겠죠."

"그러지말고 이모가 집으로 들어갈테니 셋이서 살자.
그러면 니 엄마도 좀 나아지겠지."

"어떻게하든 이모가 들어와 사는게 좋겠어요."

별로 좋을 것 없던 바닷가의 피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일주일 후 이모는 나와의 약속대로 집으로 들어왔다.
이모가 집으로 들어 온 그 날,
난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기로 했다.

아버지 회사의 근처 커피숖에 들어가니 약속시간 보다 먼저 도착한지라 아버지는 아직 보이지 않았고,
난 창가의 자리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니?"

"아니예요. 방금 왔습니다."

"그래. 요즘은 잘 지내지? 학교에서도 공부잘하고?"

"예."

"미안하다. 내가 자주 연락해야 되는 건데."

"건강해 보이네요."

"넌 남자녀석이 커가면서 더 엄마를 닮아서 완전히 미소년이구나."

"저 집에서 나와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 결국은 그렇게 되는구나."

"미안해 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오늘 아버지한테 연락한건 방하나 구해 달라는 부탁 좀 할려구요.
막상 나올려구 하니 돈이 없어서요.
방 하나만 구해주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러지말고 아버지랑 같이 사는게 어떻겠니?"

"아버지 지금 같이 사시는 분이 계시잖아요. 폐끼치기 싫습니다."

"그 사람도 널 알고, 널 만나 보고싶어 한다. 그리고, 니 여동생도 한명있고...
그럼 방구할 때 까지만이라도 같이 사는게 어떻겠니?
길어야 한달 정도면 될거야. 아버지가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그럼 방 구할 때 까지만 있을께요."

"그래. 그럼 언제 올래?"

"토요일날 가겠습니다."

집으로 돌아 온 난 하나하나 짐들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엄마를 아직 사랑하고 언제나 같이 있고 싶지만 나와 함께 있으면 늘 차가운 엄마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이젠 언제나 환하게 웃던 엄마는 과거의 사람이 되었고, 내겐 더 이상 엄마가 없다고 생각했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 내 뒤로 이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은 나갈거니?"

"예."

"언제?"

"토요일날 나가기로 했어요. 엄마 잘 부탁드릴께요."

"미안하다. 어른들 일로 어린 너까지 힘들게해서."

내 앞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애써 슬픈표정을 감추는 이모가 정말 고마웠다.
더 있으면 결국은 울음을 터 뜨릴것 같았던지 이모는 일어나 내 방을 나가버렸다.

이틀 뒤 토요일.
집을 나서는 나에게 결국 엄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이모는 그런 엄마대신 날 배웅하며 미안하다는 소리만
반복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집앞까지 와서 내 짐을 옮기는 것을 도왔고, 난 아버지의 차를 타고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으로 떠나왔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도착한 것은 거의 12시 경이었다.
자동차의 뒷자석에서 짐이 들어있는 커다란 여행용가방 두개를 꺼내 하나는 어깨에 메고 다른 하나는 오른 손에
들고 앞장서가는 아버지의 뒤를 쫓아 들어간 집은 엄마와 내가 살던 집보다 약간 커보이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지만
마당의 정원은 깨끗이 손질이 되어있어 지금 아버지와 살고 있는 여자가 부지런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나오는지 엄마보다는 조금 젊어보이는 여자가 얼굴가득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걸어나오고 있었다.

"안녕. 니가 '후'구나. 말은 많이 들었다."

"인사해라. 아버지 부인이다."

"안녕하세요."

난 호칭을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 그냥 간단히 인사만 했다.

"듣던것보다 훨씬 미소년이네. 일단 방으로 들어가 짐부터 풀어야지.
당신이 짐푸는 것 좀 도와주세요. 난 점심준비 해야되거든요."

"그러지. 근데 희주는 어디갔나?"

"네. 요앞에 친구가 와서 잠깐 만나러 나갔는데, 곧 올꺼예요."

난 아버지의 뒤를 따라 2층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누가 사용하던 것인지 침대며 책상, 옷장이 정갈하게 놓여져 있었다.
난 가방을 내려놓지 않은 채 고개를 아버지쪽으로 돌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 눈빛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내 의문을 눈치챘는지 희미하게 웃어보이며 말을 했다.

"니가 온다고 몇가지 가구를 구입했다. 마음에 들지 않니?"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어차피 한달 후에는 나갈 거잖아요."

난 더이상 다른 말은 하지않고, 가방을 풀어 옷장속에 가지고 온 몇가지 옷들을 정리하고 책상위의 책꽂이에 필요한
책을 정리한 뒤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방은 새로 도배를 했는지 하얀 도배지에 티끌하나 묻어있지 않았고, 가구들은 모두가 밝은 색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고, 정원 쪽으로 나 있는 창으로 따가운 햇살이 내리 비추고 있었다.

"제가 뭐라고 불러야 되죠?"

"뭘?"

"아버지 부인이요."

"글쎄다...... 엄마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지?
그냥 작은 엄마라 부르는게 어떻겠니?"

"작은 엄마라..... 작은 엄마......
후훗. 그러고 보니 제겐 엄마가 둘이군요."

내 자조섞인 중얼거림에 아버지는 금새 안색이 어두워졌다.

"미안하구나."

"아버지를 탓하려고 한건 아닙니다.
그저 그 동안 잊고 있던 사실을 새로 깨달은 것 뿐이니까요."

"우선 샤워부터 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러고 같이 점심 먹으며 얘기 좀 하고."

난 방을 대충 정리하고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샤워실에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며 그 동안 입었던 옷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엄마와 함께 있는 동안은 중학교 2학년 시절 부터는 빨래는 내 손으로 해오던 터라 다른 사람의 손을 빌어
(비록 세탁기가 있지만)빨래를 맡긴다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빨래를 하는 것은 약간은 이상할것 같아 그냥 세탁기 속에 입던 속옷을 둥글게 말아 넣고는
거실로 걸어나오는 내게 나보다 서너살정도 어리게 보이는 소녀가 다가왔다.

"오빠 안녕. 난 '이 희주'야. 중학교 1학년이고."

눈 앞에 보이는 이 아이는 아마도 아버지와 결혼한 작은 엄마가 데리고 들어왔다던 그 아인가 보다.
내 앞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바짝다가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날 바라보고 있는 아이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내게 아무런 거리감없이 '오빠'라는 말을 서슴없이 쓰고 있었다.
난 일순간 당황했지만 이 아이가 생글거리는 모습이 왠지 싫지않아, 가볍게 웃어 주었다.

"니가 희주구나. 아버지께 말은 많이 들었다.
난 '이 후'다. 이름은 알지?"

"아빠말대로 정말 오빠 미소년이다. 웃으니까 더 예쁜데...히히."

"희주야 못써. 오빠한테 예쁜게 뭐니?
미안하다. 애가 버릇이 없어서....."

작은 엄마는 희주의 버릇없음을 가볍게 책망하고는 날 바라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작게 미소지었다.

"괜찮습니다. 한 두번 듣는 얘기도 아닌데요 뭘...."

"배고프지 우선 밥부터 먹자."

주방에 들어서니 식탁에 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있었다.
반찬이 많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마도 내가 온다고 준비를 해 둔 모양이다.
식탁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밥을 먹는 나의 옆으로 희주가 앉아서는 밥은 먹지도 않은 채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날 바라보는 희주의 눈길이 거북해서 난 밥을 먹다말고 물끄러미 날 쳐다보고있는 희주를 돌아다 보았다.
나와 눈빛이 마주치자 희주는 얼굴을 약간 붉혔지만 내 눈길을 피하지않고 계속해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냥 좋아서. 오빠가 있다는 걸 알고는 꼭 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거든.
직접 보니까 상상하던 것 보다 훨씬 멋있어.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겼고,
그리고, 음......... 뭐랄까....... 분위기도 있어보이고....."

희주의 말에 가볍게 웃어주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밥을 먹고 있는 내게 다시 작은 엄마가 말을 붙여왔다.

"반찬이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좋은데요. 맛있습니다."

밥 한공기를 대충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왜? 더 먹지않구."

"많이 먹었습니다."

주방에서 일어나면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2층의 내게 배정된 방으로 들어와 창밖의 정원을 내려다 보았다.
이 집의 식구들은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친절하고, 큰 웃음은 아니지만 언제나 잔잔한 미소를 감돌게 하는....
엄마와 단 둘이서 냉랭하고 어둡기만 하던 집에서의 생활만하던 나에게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엄마와 나도 이들처럼 포근하고 단란하게 지낼 수 있기를 수없이 바래왔던 난 이런 가족이 한없이 부러웠고,
한편으론 엄마가 원망스러웠지만 이젠 엄마와 나 사이에 그러한 따스함이 되돌아 올 수 없기에 허망함도 느껴졌다.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여니 8월의 후덥지근한 바람이 내 몸을 휘감았고, 따가운 햇살은 내 온몸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내리 쪼이는 햇살에 온몸을 내맡기고 지긋이 눈을 감고 있는 등뒤로 가벼운 인기척이 들려왔지만 난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움에 등뒤의 기척은 신경쓰지않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간의 침묵뒤에 뒤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어깨에 서늘한 감촉이 들며 가녀린 손 하나가
그린듯이 놓여져 있었다.
난 묵묵히 내 어깨에 얹어져있는 손을 들여다 보았다.
조금만 힘주어쥐면 부서질 것 같은 희고 가녀린 손.
엄마도 이런 손을 갖고 있었다.

어릴 적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내 이마를 쓸어주며 날 한없이 평화롭게 하던 그 하얀 손.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 언제나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달콤한 꿈속으로 이끌어주던 그 고운 손.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가슴속을 난도질하던
내 미숙한 육체와 아직은 여린 그러기에 더욱 상처입기 쉬운
내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내버린 그 얼음같은 차가운 손.

갑자기 가슴에 슬픔이 북받쳐 올라 눈가에 물줄기가 고여 흐르고 있었다.
내 어깨에 얹어져 있던 손이 일순 흠칫하더니 내 두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많이 힘든가 보구나."

그제서야 난 손의 임자를 돌아다 보았다.
아버지의 두번째 부인.
내 눈높이까지 오는, 여자로선 작지않은 키에 아이를 낳은 아줌마답지않은 가녀린 몸매와 곁에 있는 사람을
포근히 감싸주는 작지만 따스한 미소.
새삼 아버지가 좋은 여자를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가서 과일 먹자고 올라왔어."

빤히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는 내게 얼굴을 약간 붉히고는 그때까지 내 볼을 만지던 손을 거두며 말했다.
내 얼굴에서 손이 떨어져 나갈 때 난 또다시 엄마를 잃는 것 같은 느낌에 나도모르게 내게서 멀어져가는 손을
잡아갔다.
내 손에 쥐여진 손은 바같의 날씨와는 하등 상관없이 시원함과 내 어린시절 잃어버렸던 평화로움을 건네주고 있었다.
내가 손을 잡은 채로 그렇게 한참을 있자 작은 엄마는 다른 손으로 내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내려가야지."

난 그제서야 나의 추태를 깨닫고는 아직 나의 손에 잡혀있는 손을 놓아주었다.

"죄송해요."

"내려가자. 아래서 식구들 기다린다."

작은 엄마의 재촉에 아래로 내려가니 아버지와 희주가 나란히 앉아 과일을 먹고 있다가 늦게 내려오는 나와
작은 엄마를 보며 희주가 새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위에서 뭐 했는데 내려오는데 한참이 걸려?"

"오빠랑 비밀얘기 좀 했지. 왜 질투나니?"

"치 ~ "

뾰로퉁하니 입술을 삐죽이는 모습의 희주가 귀여웠다.
새삼 이들 가족의 행복함이 느껴졌고, 그 속의 내 모습은 어울리지않는 불협화음처럼 소외감이 들게했다.
되도록이면 빨리 방을 구해 어서 여기를 나가고 싶었고, 가슴 한 구석에서는 나도 이들 가족속에서 따뜻함을
함께 느끼고 싶었다.
가족의 주말 일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내 귓가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야, 방 얻어 나가는 것 보다 여기서 우리랑 같이 사는게 어떻겠니?"

"그래 오빠. 우리랑 같이 살아."

집에 들어올때부터 짐작하던 말이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순간 희주와 작은 엄마는 그러자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지만, 난 왠지 이 곳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방 구해지는 데로 나가겠습니다."

"오빤 내가 싫어? 난 오빠랑 같이 살면 좋겠는데.
친구들한테 잘 생긴 오빠 자랑도 하고......"

"싫은 게 아니야."

"그럼?"

"........."

"희주야. 오빠 곤란하게 하지 말구.
그럼 있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하게 지내."

작은 엄마의 말에 희주는 '왜 날 더 붙잡지않냐?'는 표정을 하고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     *    *    *    *    *    *    *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온지 벌써 10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르바이트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지만 고교1년생이 할만한 아르바이트자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도 오후 내내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리바이트자리를 알아봤지만 허탕만 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접어드는 순간 뒤에서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매치기야!!"

뒤 돌아보니 나보다 덩치가 조금 커보이는 남자가 여자의 핸드백을 한손에 낚아 채고는 내가 있는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고, 그 뒤를 정장을 입은 여자가 소리치며 뒤쫓고 있었지만 그 남자를 도저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주위의 사람들은 누구하나 도와주려 하지않고 몇발짝 물러서서는 안타까운 표정만 하고 있었다.
소매치기는 점점 내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고, 난 가끔씩 뒤를 돌아보며 도망치고 있는 그의 앞으로 한발짝
다가가 왼 손을 꽉 쥐고는 뛰어오는 그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그는 달려오는 힘과 나의 주먹에 보통의 몇배의 고통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그제야 주위의 사람들은 소매치기에게 다가가 그를 잡아 꼼짝못하도록 묶어놓고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소매치기를 당한 핸드백의 주인은 얼른 다가와 쓰러져있는 그에게 다가가 핸드백을 뺏아들고는 내게 다가왔다.

"고마워요. 하마트면 큰 일 날뻔 했어요."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내게 인사를 했고 얼마 후 신고를 받고 나타난
경찰들은 그 남자를 경찰차에 태우고 나와 그 여자는 경찰서에서 간단히 조서를 쓰고는 밖으로 나왔다.

한 여름의 태양은 8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아직 그 밝음을 뽐내고 있었다.
경찰서를 나와 다시 집쪽으로 가려는 내게 아까의 여자가 다가왔다.

"고마워요. 제가 보답으로 밥이라도 사고 싶은데 바쁘지 않으면 같이 식사할래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 그냥 보내면 미안하기도 하고...."

그녀의 계속되는 재촉에 난 그러마고 하고 그녀를 따라 가까운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고등학생이라고 그랬죠?"

"네."

아마도 조서를 받는 중에 나에 대해서 몇가지 알았나 보다.

"친구들과 놀다가 집으로 가던 중 이었나요?"

"아닙니다. 아르바이트자리를 알아보다가 늦어서 집으로 가던 중있죠."

"그래요? 아르바이트자리는 구했나요?"

"아직이요. 마땅한 자리가 없네요."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주문한 음식을 가지고 온 웨이터가 테이블에 접시를 내려 놓는 동안 잠시 이야기가
중단되었고, 그제서야 난 그 여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길게 기른 머리는 목뒤로 단정히 묶어 놓았고, 넓은 이마와 가늘지만 짙은 누썹아래 큰 눈과 흑과 백이 또렷한
눈동자가 호감을 주었고, 오똑한 콧날과 그 아래 살짝 벌려져 미소를 짓고 있는 붉은 입술, 갸름한 얼굴선이
보기드문 미인이었다.
얼핏 봐서는 30대 중반으로 보였지만 자세히보니 30대 초반의 여자로 보였다.

웨이터가 주문한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돌아가자 그 여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떤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데요?"

"그냥 학교다니면서 방과후에 할만한 일이면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그럼 우리 가게에서 일해 볼래요?
마침 사람을 한명 구할까 했는데."

"무슨 일을 하는데요?"

"시내에 있는 레스토랑인데, 홀 써빙보는 일인데 어때요?
시간은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고 보수는 섭섭치않게 줄테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언제부터하면 됩니까?"

"언제부터 할 수 있는데요?"

"내일 당장이라도 괜찮습니다."

"방학이 얼마 안 남았죠? 방학동안 쉬다가 개학하면 시작하는게 어때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근데 아직 이름을 모르네. 난 '유 지영'이라고 해."

"전 '이 후'라고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레스토랑을 나서면서 그녀는 명함을 한장주면서 혹시라도 장소를 찾지못하겠거든 전화를 하라고 했다.

그녀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시간이 10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작은 엄마와 희주는 거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고, 아버지는 몇일간 계속된 술자리로 피곤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있었다.

"늦었네. 오늘은 아르바이트자리 구했니?"

"네."

"정말! 오빠 무슨 일인데?"

"응. 레스토랑에서 홀 써빙하는 일이야."

"에이. 시시해."

"늦었는데 어서 씻고 자야지.
희주도 그만 올라가서 자고."

희주와 난 나란히 2층으로 올라왔다.

"오빠. 오늘 아빠가 오빠 지낼 방 구했데.
그래도 난 오빠가 같이 지냈으면 좋겠어. 여기서 그냥 같이 살면 안돼?"

"나가더라도 자주 연락하고 가끔씩 들릴께"

"할 수 없지. 오빠가 싫다는데...... 그럼 씻고 자."

"그래 너도 잘자라."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땀흘린 몸을 시원한 물로 씻어내고는 다시 2층의 내 방으로 올라왔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이 주위는 주택가라서 조용한 밤 풍경이었고 가끔씩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깨뜨리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지 얼마 안되서 눈이 스르르 감겨왔다.
얼마나 그렇게 잤을까?
잠결에 누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느낌에 눈을 뜨니 누워있는 침대옆에 작은 엄마가 가만히 앉아서 내 머리를
이마위로 쓸어 올리고 있었다.

"나 때문에 깨었구나."

"..................."

"이마의 상처는 왜 그랬니?"

작은 엄마는 작은 손가락으로 이마에 난 상처를 훑어 내렸다.
마치 그 상처를 내 이마에서 지우려는 듯이
중학교 2학년때 엄마가 던진 화분에 이마를 맞아 찢어진 상처였다.
이마의 오른쪽위에서 미간까지 길게 찢어진 상처는 내 육체보다는 마음속에 더 커다란 상처를 남겼었다.

"아버지가 오늘 방을 구했다는 구나."

"네."

"꼭 나가야 겠니. 난 니가 이집에서 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넌 내가 배아파서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난 널 아들로 생각해.
널 보내기가 싫어."

말을 하는 작은 엄마의 눈동자 너머로 뿌연 습막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 동안 작은 엄마 특유의 친절함으로 날 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늦은 밤에 내 곁에 앉아있는 모습이
진정으로 날 생각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저도 어머니로 생각해요."

"그런데 왜 그 동안 한번도 날 엄마라 불러주지 않았니?"

"............"

"한번만 날 엄마라 불러줄래?"

"........... 어머니."

"아니. 그냥 보통의 아이들처럼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을래?"

"............ 엄..... 마."

"고마워."

작은 엄마는 다시 한번 내 이마를 쓸어주고는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서려 하고 있었다.
돌아서는 작은 엄마의 눈가로 달빛에 반짝이는 물기가 내 눈에 비춰지고 있었다.
난 침대에서 일어나 돌아서는 작은 엄마의 손을 잡아갔다.

".... 조금만 더..... 있어 줄래요? ......... 엄. 마."

내 말에 작은 엄마는 환하게 미소짓고는 다시 침대옆으로 다가와 내 머리맡에 앉아 내 머리를 쓸어 주었다.
어릴 적 엄마가 그랬던 것 처럼.

"엄마가 재워 줄까? 우리 아들?"

난 작은 엄마의 말에 미소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누워있던 몸을 약간 옆으로 옮겨 작은 엄마가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작은 엄마는 내 곁에 누워서는 내 머리아래로 팔베게를 해주며 다른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안아왔다.
난 작은 엄마의 품에 안기면서 그 동안 잃어버렸던 고향을 찾은 것 처럼 평온함을 느끼고 있었다.
난 눈을 감은 채로 그 안락함을 느끼면서 작은 엄마의 몸에서 나는 향긋한 비누 냄새와 체향이 어우러진
기분좋은 냄새를 맡아가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젖혀 작은 엄마의 품에서 나올려고하자 작은 엄마는 양손으로 내 머리를 힘주어 안으며 가슴쪽으로
가져갔다.
눈 앞에 작은 엄마의 봉긋한 가슴이 숨을 쉴때마다 내 얼굴에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곤 했다.
난 한 손을 들어 부풀어 오른 가슴에 살며시 손을 대었다가 손바닥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물컹한 감촉에
깜짝 놀라서 얼른 손을 떼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작은 엄마는 한 손으로 내 손을 잡아 작은 엄마의 가슴에 올려 주었다.
난 그런 작은 엄마의 의외의 행동에 손바닥을 가슴에 댄 채로 고개를 들어 작은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작은 엄마는 내 얼굴을 내려다 보며 따스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달빛에 비추인 작은 엄마의 미소는 미의 여신이라는 아프로디테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괜찮아..... 엄마잖아."

철이 들기도 전에 잃어버렸던 엄마의 따스함을 오늘에야 되찾은 것 같았다.
난 고개를 작은 엄마의 가슴 깊숙히 파 묻으며 손바닥에 대여져 있는 작은 엄마의 부드러운 가슴을 살며시 쥐었다.
작은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로 난 아버지와 엄마가 헤어진 후 둘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해 주었다.
이마의 상처가 왜 생겼는지.
왜 친 엄마와 내 사이가 안좋은지.
이야기 도중 내가 울면 작은 엄마도 같이 울었고, 내가 웃으면 작은 엄마도 같이 웃었다.

그 밤,
내 마음속에서 날 괴롭히던 모든 얘기들을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처음으로 털어놓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창문 너머로 쏟아져 내리는 눈부신 아침햇살에 겨우 눈을 떴다.
내 얼굴은 밤새 작은 엄마의 가슴에 파 묻혀있었는지 아직도 내 두 볼에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이 느껴지고 있었고
한 손도 작은 엄마의 물컹한 가슴을 강하게 쥐고 있었다.
다만 어제 밤과 틀린것은 내 다리사이의 성기가 크게 부풀어 작은 엄마의 허벅지를 누르고 있었다.
작은 엄마는 일어났는지 한 손으로 내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오빠! 아직 안일어났어?"

희주가 내 방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쉬 ~ 잇!
오빠 깬다. 조용히 해."

"엄마 여기서 뭐해? 오빠랑 잤어?
오빠 얼굴은 왜 이래? 울었어?"

"그만 나가자. 오빠 깨겠다."

작은 엄마는 안겨있는 내 머리에 베게를 대어주고는 희주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
난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겨우 눈을 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아직도 부풀어있는 아랫도리를
보고는 쓴 웃음을 지었다.
'작은 엄마가 알았으면 어떻게 생각할까'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아침 식탁에서 난 개학하기 이틀전에 방을 옮기기로 하고, 그날은 내가 들어가기로 한 방을
둘러보고 필요한 몇가지 가재도구를 작은 엄마와 같이 사러 다녔다.

방은 열평이 조금 넘어 보이는 원룸으로 혼자생활하기에 전혀 불펴함이 없어보였고, 평범한 자취방을 생각했던 난
원룸을 구해 준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오후에 여러가지 가재도구를 사러다니면서 작은 엄마는 내도록 내 팔짱을 끼고는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그리고, 방학 전날 난 방을 옮겼고, 나가는 내 모습에 작은 엄마와 희주 두여자는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친엄마와의 마지막 여름 피서,
그 후, 아버지 집으로의 이동,
다시 나만의 작은 공간으로의 독립과 새 생활을 위한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짧았지만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났던
내 인생에 잊혀지지 않을것 같은 고등학교 1학년의 여름방학은 그렇게 끝을 맺었고, 오늘은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가는
2학기의 첫날이다.

방학동안 특별한 일이 아니고서는 서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은 자기들의 여름방학을 서로 이야기하며 교실을
어수선한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었다.

" 방학동안 즐겁게 보냈냐? "

자리에 앉는 내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계속 같은 반을 배정받아온 정환이가 옆에서서 어깨를 툭 치며
웃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 뭐 방학이라고 별다른게 있을라구.
  그러는 넌 어땠는데? 뭐 신나는 일이라도 있었냐? "

" 나도 뭐 별다른건 없구, 여행 다녀온게 다지 뭐. "

" 사실은 ....... 나 독립했다. "

" 독립했다니? 그럼 집을 나왔다는 말이야? "

" 응. 학교근처에 원룸얻어서 혼자 생활하기로 했다. "

" 호 ~ . 어린 나이에 독립이라~~.
  이 형님이라면 몰라도 너같은 아이에겐 너무 빠른게 아닐까?
  너만한 이쁜이라면 동네 아줌마들이 그냥 두지 않을텐데.... 하하하.
  하여튼 잘 됐다. 앞으로 종종 신세좀 지자. "

" 빈손으로 오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

" 알았다. 알았어.
  나두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

그 말을 하며 정환이는 주위에 우리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이 있는지 없는지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휘~ 둘러보고는
내 귀에 작은 소리로 말했다.

" 나 방학동안 여자 만났다. "

" 정말? 축하한다. "

" 그것 뿐이야? 다른 거 궁금한것 없냐?
  예를들면 예쁜지, 나이는 몇살인지, 어떻게 만났는지, 그런것 말이야. "

" 별로 궁금하지는 않은데... 굳이 니가 말하겠다면 말릴생각은 없지만. "

" 아이구. 이 여우같은 놈. 알았다. 알았어. 나중에 내가 다 말해줄께. "

그 순간 소란스러운 교실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일순간에 조용한 정적에 휩싸였다.
학생 주임을 맡고 있는 담임이 굵은 몽둥이를 앞세우고 들어왔기 때문에...


                              *                    *                    *


수업을 마친 난 정환이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학교를 나섰다.

" 후야. 우선 니 방에 가보자. "

" 지금은 안돼. 아르바이트하러 가야 되거든. "

" 아르바이트까지?! 그럼 주말이나 한번갈까? "

" 그래. 다음에 .......... "

정환이와 헤어진 난 그녀 '유 지영'이 준 명함을 꺼내들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은 그리 많이 헤메지않고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원목으로 이루어져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문을 들어서며 주위를 한번 훑어보면서 날 기다리고 있을 그녀를 찾았으나 실내 어디에도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어 어쪄지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써빙을 보는 여자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 어떻게 오셨어요? "

" 네. 오늘부터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한 '이 후'라고 합니다. "

" 아 ~ . 사장님께 얘기는 들었어요. 고등학생이라구요? "

" 네.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

" 고등학생 치고는 키가 상당히 크네요.
  사장님은 아까 손님 만나러 나가셨는데 조금 있으면 들어오실테니까
  잠깐 기다릴래요? "

난 그녀가 안내해주는 테이블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앉았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쳐다보며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연신 시계를 쳐다보며 종종걸음을 치고있는 사람,
앞만보며 자로 잰 듯한 걸음으로 걷고있는 사람,
무엇이 그리 좋은지 자기들끼리 연신 깔깔거리며 걷는 사람,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
1년전에, 혹은 한달전에, 바로 어제 무슨일이 일어났던 상관없는 태도로 그들은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저렇게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목적으로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
문득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 손으로 턱을 괸채로 창밖을 바라보고있는 나의 얼굴을 누군가 들여다보고있는 느낌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언제왔는지 그녀 '유 지영'이 내 앞자리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뭘 그렇게 넋을 잃고 보고있죠?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

" 죄송합니다. "

" 어때요. 여기 마음에 들어요? "

" 예. "

"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재미없다. "

" 죄송합니다. "

" 호호호........ 또 '죄송합니다.' . 미안하라고 한말은 아니예요.
  젊은 사람답지않게 말이 없어서 그런거니까.
  안에 들어가면 옷있으니까 몸에 맞는걸로 갈아입고 나와요. "

난 그녀가 가르키는 쪽으로 가서 입고 온 옷을 벗고 옷걸이에 걸려있는 검정색하의와 흰색의 상의로 갈아입고
홀로 나오자 처음 날 안내했던 여직원이 다가와 기본적이 주문받는 방법과 접시와 포크, 나이프의 종류와
용도, 테이블에 놓는 방법등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난 양식을 먹는데 이렇게 많은 포크, 나이프와 격식이 있는 줄 처음알고는 얼떨떨했다.

어쨌든 첫날 치고는 별다른 큰 실수없이 일을 마칠 수 있었다.

" 어때요? 일은 할만해요? 보기보단 힘들죠? "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날 보며 사장이 다가와 말했다.

" 아뇨. 할만합니다. "

" 그래요. 그럼 다행이다. 버스타고 집에가요? "

" 예. "

"잠깐만 기다려 줄래요. 내가 태워 줄께요. "

" 괜찮습니다. 버스타면 금방인데요. "

" 내가 그러고 싶어 그러는 거니까 잠깐만 기다려요. "

옷을 갈아입고 나온 그녀는 내 어깨를 톡 치고는 앞장서서 차를 주차시켜 놓은 곳으로 걸어가 시동을 걸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난 어색하게 조수석에 타서는 집으로 가는 방향을 일러주고는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린채로 스쳐지나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학교 생활은 어때요? 재미있어요?
  친구들은 많이 있어요? 학교 얘기 좀 해봐요. "

" 별 얘기꺼리가 없습니다. 다 그렇죠 뭐. "

" 취미가 뭐예요? 난 영화보고 쇼핑하는걸 좋아하는데. "

" 그냥 음악듣고 그럽니다. "

" 나도 음악 좋아해요. 난 발라드가 좋더라. 잔잔한게. "

" 째즈를 좋아합니다. "

집으로 오는 도중 운전하는 내내 그녀는 쉴새없이 나에 관해 물었고, 난 최대한 신경써서 대답했지만 나중에는
지쳐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질않았다.
오는 10분정도의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질 수 없었다.

" 다 왔습니다. 여기서 내릴께요. "

" 여기 원룸 아닌가? 혼자 살아요? 가족들하고 사는게 아니었어요? "

" 예. 얼마전에 나왔습니다. "

" 나 차 한잔 마시고 가도 돼요? "

생글거리며 날 바라보는 그녀에게 차마 늦었으니 그만 가라는 말을 못하고 그러마고 하고 앞장서서 내방으로
올라가 잠겨져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옮긴지 얼마 안되서 지저분 합니다. "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 불을 켜니 아직 풀지못한 짐이 다 풀려 정리되어있었고, 청소를 했는지 깨끗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밑반찬들이 냉장실 가득 들어있었다.
아마도 열쇠를 가지고 있는 작은 엄마가 왔다간 모양이었다.

" 깨끗하구나. 나 남자 혼자 사는 집에는 처음 들어와봐요. "

방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그녀를 뒤로하고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쥬스를 꺼내 컵에 담고는 가지고 나와
쇼파에 앉아있는 그녀의 앞에 내려 놓고는 따로 앉을만한 곳이 없어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 사귀는 여자친구 있어요?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애인이 있다고 그러던데. "

" 아직 없습니다. "

" 왜 이렇게 잘생긴 남자에게 아직 여자친구가 없을까?
  그럼 내가 애인할까? "

" ...................... "

쥬스를 마시던 난 갑작스런 그녀의 얘기에 그만 사래가 걸려 켁켁 거리고 있었다.

" 호호.. 농담이예요. 농담!! 정말 순진하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못생겼어요? 애인 하자니까 사래까지 걸리고...... "

사실 그녀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여자보다 아름다웠다.
길게 기른 검은 머리가, 주름한점없이 곱고 반듯한 이마, 곱게 손질한 눈썹아래로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뚜렷한 큰 눈과 오똑한 콧날, 얇게 다물린 촉촉히 물기젖은 붉은 입술, 가는 턱아래로 고아한 목어림
어딜봐도 모든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어디에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미인이었지만 한번도 그녀를 여자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 내게 그녀의 갑작스런 농담은 놀랄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이없는 농담에 난 처음으로 그녀가 엄마와 이모, 작은 엄마나 동생 희주와는 다른
한명의 여자라는것을 깨달았다.

"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한번도 사장님을 여자로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

" 그럼 내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뜻이예요? "

" 아니 그런게 아니고......... 그게 ......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니까...... "

" 내가 몇살처럼 보여요? "

" 그러니까..... 그게........ 나이는 20대 후반쯤으로 보이지만........ "

" 보이지만? "

" 분위기가........ 또 20대의 나이로 그런 레스토랑을 한다는 것도...... "

한번 안정을 잃어버린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평소의 나와는 달리 그녀 앞에서 계속 말을 더듬고 있는
내 자신을 느끼면서 '내가 오늘 왜이러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얼른 그녀가 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집에 안가세요? 남편 기다리겠어요. "

"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됐네. "

내 말에 그녀는 시계를 보며 후다닥 몸을 일으키고서는 현관쪽으로 가서 벗어둔 신발을 신었다.
그녀의 뒤를 따르며 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날보며 그녀는 다시한번 웃으며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집에 가도 남편은 기다리지 않아요. 아직 결혼 안했거든. "

그렇게 말하며 내 볼에 '쪼 ~ 옥' 하는 소리가 날 정도의 뽀뽀를 하고는 현관문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녀가 나간 후에도 한참을 문을 바라보며 정신을 놓고 있었다.
이제 두번 만난, 나이도 한참어린 또 가게의 아르바이트생인 지나치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그녀의 진심을
알 수 없었고, 단지 어린 날 놀리는 정도로 생각이 들게하는 그녀의 행동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지만
내 볼에 와 닿던 그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은 머리털이 쭈삣하게 설 정도로 기분 좋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난 그제서야 옷을 갈아입고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혔다.
피곤함에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감은 눈속으로 그녀의 모습이 어른거리며 코끝에 그녀의 화장품냄새가
아릿하게 느껴지면서 어이없게도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다.
'자위를 하고 잘까'도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침대위에 뒤척이다가 한 참이 지나고서야 겨우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다음 날,
사타구니 사이가 축축함을 느끼며 눈을 뜨면서 '차라리 어제밤 자위를 하고 잘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밤새 꿈에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가 어른거리더니 결국 몽정을 하고 말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나에게 약간은 지나친 장난을 치곤 했다.

일하러 들어오는 내게 다가와 엉덩이를 두드린다던지,
매일 집으로 바래다 주면서 주차시켜둔 차로 가면서 팔짱을 낀다던지,
일하는 직원들앞에서 '우리 애인'이라고 부른다던지,

처음 며칠은 많이 어색하고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여자도 있구나'하며 그저 그러려니하고
생각했지만, 점점더 문제가 되는 건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이젠 그녀가 내 마음속에서 확실하게 여자로 자리잡으면서 그녀의 몸이 나의 몸에 부딛일때마다 야릇한 감흥에
아랫도리가 거북해지곤 했으며 난 그런 내 몸의 반응을 감추려 노력해야 했다.
그런 날이 계속될수록 나의 자위 횟수도 점점 늘어갔고, 자위를 하면서 생각하는 대상은 언제나 그녀였다.

그런 고달픈 생활도 어느 덧 3주가 지났고, 9월의 셋째주 금요일 난 아직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한달이
채 되지 못했지만 직원들의 월급날에 맞춰 나도 그 동안의 월급을 받았다.

" 월급받은것 가지고 뭐 할거예요? 나 맛있는거 사줘요. "

" 돈은 사장님이 더 많이 벌잖아요. "

" 에게. 남자가 쫀쫀하게...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

" 이 돈으로 할게 있어요. "

" 뭐 할건데요? "

" 첫 월급으로는 부모님 속옷 사드리는 거라고 들었거든요. "

" 우리 애인 효자네. 그런데 어머니 치수 알아요? "

" 그게 잘........... "

" 언제 살 거예요? 내가 따라가서 골라줄께요. "

" 내일 오후에 사러 가려고하는데...... 그럼 부탁드릴께요. "

방으로 돌아와 이모에게 전화를 해서 내일 백화점 근처의 커피숖에서 4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 날 수업을 마치고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는 그녀와 약속한 백화점 정문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때쯤 저만치서 날 알아보고 환하게 웃으며 날듯이 뛰어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나에게 점점더 가까이 다가올수록 내 가슴은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오늘 그녀의 모습은 아마 대학생이라고 해도 모두 믿어줄거라 생각했다.
긴 머리를 밴드로 목뒤에서 단정히 묶고는 몸에 꽉끼는 청바지에 연한 오렌지색의 상의 난방을 입은 모습이
지금까지 정장을 입었을때의 고아한 모습과는 달리 활발하면서 생명력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주위의 남자들이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으며, 나 또한 그 남자들과 별반 다름이 없는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요? "

어느 새 내 앞으로 다가온 그녀가 아직도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어깨를 작은 손으로
가볍게 치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며 백화점 안으로 끌었다.
주위 남자들의 부러움과 질투섞인 따가운 눈빛을 받으며 그녀의 팔에 이끌려 백화점안의 속옷코너까지
주인의 뒤를 따르는 강아지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속옷코너에서 남자 속옷 한벌과 이모, 친엄마, 작은 엄마것까지 세벌의 여자 속옷을 사서 계산을 치루고
나오려는 우리에게 점원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 애인분 속옷은 안사주세요? "

" 네? "

" 어머나. 애인 아니세요? 죄송해요. 요즘은 연상연하 커플도 많아서...... "

나의 놀란 얼굴을 보며 여자점원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급히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지영은
마냥 좋은지 내 옆에 더욱 가까이 붙어서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 자기야. 내것도 하나 사주라. "

내 놀란 표정은 아랑곳 하지도않고 그녀는 속옷을 이것저것 고르더니 하얀색의 레이스가달린 약간은 야해보이는
팬티와 브래지어를 골라서 날 돌아보았다.

" 이거........ 어울릴것 같아요? "

그녀는 마음에 드는 속옷을 골랐는지 팬티와 브래지어를 들고 얼굴을 붉히며 날 바라보았고, 난 그녀가 손에든
속옷을 입은 모습을 상상하며되는대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치루었다.
사고자하는 물건을 다사고도 그녀는 내 팔을 끌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고, 마침 악세사리 코너에 이르렀을때에야
희주에게 줄만한 선물을 사지 않은것을 기억하고는 안으로 들어가 예뻐보이는 머리핀하나를 골라 코너를
나오려는데 저만치서 아직도 머리핀하나를 만지작 거리며 서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아까 속옷은 마지못해 사주었지만 이번에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선물을 하고픈 마음이 들어
가까이 다가가 아직도 만지작 거리는 머리핀을 건네받아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그녀가 고른 머리핀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 이거 나 줄려고 산거예요? "

" 예. 사장님이 하면 예뻐보일것 같아서...... "

그녀가 기뻐하면서 환하게 웃는 표정을 보면서 사주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내 옆에 바싹 붙어서는 어린아이처럼 만냥 즐거워하며 백화점을 나섰다.

" 배고프지 않아요? 우리 저기서 오뎅이랑 떡볶이 사 먹어요. "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근처의 포장마차로 들어가 떡뽁이와 오뎅을 먹으며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해 허기진 배를 채웠다.

" 나 이런거 너무 먹고 싶었는데, 혼자서 먹기에는 부끄러웠거든요.
  오늘 이렇게 '후'씨와 먹으니까 너무 좋아요."

그녀는 오늘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줄거운 오후를 보냈고, 난 즐거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 역시도 이렇게 즐거웠던 때는 정말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벌써 시간이 4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 이젠 그만 집에 가봐야 되겠어요. 시간이 너무 지난것 같네요. "

" 그렇죠. 내가 나만 생각하곤 너무 오래 붙잡아둔것 같아 미안해요.
  집으로 갈거예요? 내가 태워 줄께요. "

" 아니예요. 이 근처에서 이모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이모 만나서 선물 전해주고 집에 갔다가 다시 레스토랑에 갈려면
  시간이 좀 빡빡할것 같네요. "

" 오랜만에 집에 가는건데 오늘은 나오지말고 쉬어요. "

" 그래도 되요? 토요일이 제일 바쁜 날이잖아요. "

" 괜찮으니까 오늘은 쉬고 내일 늦지말고 나와요. "

" 예. 그럼 그렇게 할께요. "

날 생각해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그녀와 헤어지고 이모와 만나기로한 커피숖에 들어가니 벌써
이모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 이모. 오랜만이예요. 별일 없죠. "

" 응. 넌 좋아보이는 구나. 정말 다행이다. "

난 금방 백화점에서 산 속옷 두벌을 첫 아르바이트해서 번돈으로 산거라며 이모에게 건네주었다.

" 나한테까지 이런걸 사주고 그러니. 아르바이트는 힘들지 않고? "

" 예. 재밌어요. 사장님도 잘해주고.
  엄마도 잘 지내죠? "

" ............. "

내 물음에 이모는 약간 얼굴이 어두워지며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 혹시 엄마한테 무슨일 있어요? "

" 무슨 일은? .......... 아무일도 없어. "

이모의 얼버무리는 말에 약간 의아해했지만 엄마의 일은 내가 알아봐야 별로 도움이 되는 일이 없는데다가
이모가 옆에 있어서 별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 이모가 옆에서 잘 보살펴 주세요. "

" 그래. 니 엄마는 나하고 잘지내니까 너도 건강조심하구.
  늦었는데 그만 일어나자. 이모가 집에까지 태워줄께. "

차를 타고 아버지집까지 오면서 이모와 그 동안의 여러가지 일을 얘기했지만 엄마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두워지는 이모의 안색이 마음에 걸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물었지만 이모는 연신 아무 일도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집앞에 도착하면서 이모는 잘 지내라는 말만 하고는 차를 몰아갔다.
이모의 차가 멀어져 더이상 보이지않자 난 뒤돌아 대문앞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 누구세요? '후'니? "

" 예. "

대답소리와 동시에 대문이 열렸고 안으로 들어서는 내앞에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희주의 모습이 보였다.

" 오빠. 빨리와. 왜 그 동안 연락도 자주 안했어?
  나 안보고 싶었어? "

" 연락할때마다 희주가 집에 없던데. "

" 치 ~ 내가 없을때만 연락했구나.
  오늘도 아르바이트때문에 일찍가야 되는거야? "

" 아니. 오늘은 쉬어도 돼. 여기서 자고 갈려구. "

오늘은 자고간다는 내 말에 뭐가 그리 기쁜지 희주는 내 팔에 꼭 매달려 왔다.
내 팔에 매달린 희주를 안다싶이 옆에 끼고는 현관문을 들어서니 주방에서 음식을 하던 작은 엄마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 그 동안 잘 지냈지? "

" 예. 집에도 별일없죠? "

'엄마도 잘 지냈어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아직 입에서 엄마라는 말이 생각만큼 나와주질 않았다.
약간 어색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작은 엄마는 그런 내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따뜻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 아버지는 아직 안들어오셨어요? "

" 응. 아버지는 친구분이 상을 당해서 오늘 못들어 오신다는구나.
  피곤할텐데 우선 샤워부터 하렴. "

난 그러마고 하고는 2층의 방으로 올라갔다.
내 방은 그 동안 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엄마가 매일 청소를 했는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나에대한 작은 엄마의 정성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입고있던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려있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는 갈아입을 속옷을 들고 아래층 욕실로 내려가
욕조에 미지근한 물을 받고는 그 속에서 피곤한 몸을 녹이며 오늘 사장님과 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욕실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못하고 미친놈처럼 혼자서 실실 웃고 있었다.

" 뭐가 그렇게 좋아서 혼자서 웃고있니? "

" 어...... 어...... "

욕조옆에서 쭈그려 앉아 수줍게 웃으며 날 바라보고있는 작은 엄마를 보며 난 놀란 눈을 하곤 욕조 깊숙이 몸을 묻었다.

" 놀랬니? 미안. 노크를 몇번이나 했는데도 대답이 없길래...... "

" 죄송해요. 못들었어요.
  근데 무슨일로...... "

" 등밀어 줄려고 들어왔지. 아버지가 계셨으면 아버지가 밀어줬겠지만......
  괜찮지? 이리나와서 얼른 앉아. 또 나가서 저녁 준비해야 되니까."

난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솔직히 엄마와의 마지막 목욕이후로 누가 내 등을 밀어준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상당히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 부끄러워서 그래? 뒤돌아 있을 테니까 엄마앞에 앉으렴. "

그 말을 하고 작은 엄마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앉았고, 난 욕조에 나와 등을 보이고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내가 바닥에 앉자 작은 엄마는 적신 수건에 비누를 묻혀 내 등을 구석구석 정성껏 닦아 주었다.
작은 엄마가 내 등을 부드럽게 닦아줄 때마다 난 잃어버린 엄마의 정을 느끼며 언제나 날 정성스럽게 대해주며
친자식 이상의 정을 주는 작은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늘게 떨리는 내 어깨를 보며 작은 엄마는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 후야! 우는 거야? 왜 그래. 무슨일 있니? "

" 아뇨. 그냥...... 그냥...... 고마워요... 엄...마. "

고개를 숙이고 목이 메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는 나의 등을 작은 엄마가 팔을 벌려 온몸으로
안아왔다.
등으로 작은 엄마의 따뜻한 몸이 부드러운 가슴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극한 사랑이 느껴지고 있었다.

" 금방 웃고 있더니, 이제는 또 울고.
  우리 '후'가 다 자랐는줄 알았는데 아직 어리구나. "

" ................ "

" 이제 울지마. 쉬 ~ 잇. 집에 와서 씻을때마다 엄마가 이렇게 등밀어 줄테니까
  그만 울어요. 우리 도련님. 알았지? "

난 작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울음을 그치려했고, 작은 엄마는 다시 한번 내 등을 밀어주고는 욕조의
물을 떠서 등에 끼얹어 주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작은 엄마가 나가고 혼자앉아 몸을 씻으며 앞으로 정말로 작은 엄마를 엄마로 생각하며 아들로서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앉아있는 희주의 옆에 앉아서 그 동안의
학교생활이며 아르바이트하는 얘기등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로고 있었다.

" 자 ~ . 모두 밥먹자. "

무얼 그리 많이 차리는지 저녁 준비에 한참의 시간을 보내던 작은 엄마는 그제야 끝났는지 희주와 나에게
밥먹으로 오라고 했다.
주방으로 가서 식탁앞에 서서는 놀란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구경해보지 못했던 저녁상이 내 앞에 차려져 있었다.

" 와 ~ . "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나를 보며 작은 엄마는 어서 앉아 먹으라고 손짓했고, 난 앉아서 뭐부터 먹을지를 몰라
그냥 보고만 있는데, 그 사이 희주는 젓가락을 들고는 이것저것 허겁지겁 먹고있었다.
그런 희주를 보며 작은 엄마는 정신없이 움직이는 희주의 손등을 '찰싹'하는 소리가 나게 쳤다.

" 너 많이 먹으면 뚱보된다. "

" 괜찮아. 뚱보되도... 매일 이렇게 먹으면 좋겠다. "

아직도 앉아 음식구경만 하는 내게 작은 엄마는 젓가락을 쥐어주며 밥위에 이것저것 반찬들을 올려주며 많이
먹으라 했다.

" 엄마는 오빠만 자식이야. 나도 자식이라구. "

희주는 밉지않게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고, 작은 엄마는 그런 희주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지으면서도
내 밥그릇위에 반찬을 올려놓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밥을 다 먹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린것 같았다.
작은 엄마가 집어주는 반찬들과 밥을 다먹고나니 배가 불러 꼼짝을 하지 못할지경이었다.
밥을 다 먹고는 어기적 거리며 어렵게 발걸음을 옮겨 거실소파로 가서 털석 주저앉아 힘겹게 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가 꺼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 같았다.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작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잊고있던 낮에 사온 선물생각을 하고는 방으로 올라가
가방에 넣어두었던 선물을 가지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래층에선 희주와 작은 엄마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 이거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산건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요. "

" 오빠 내건 없어? "

" 없긴 왜 없어. 니것도 여기 있다. "

희주는 건네주는 머리핀을 받고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좋아하더니 이내 엄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엄마 선물이
뭔지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있었다.
엄마가 포장지를 뜯자 거기엔 연한 핑크색으로 예쁜 레이스가 달린 조그만 속옷이 가지런히 들어있는 것을
보며 두 모녀가 놀라워했다.

" 첫 월급으로는 속옷을 사드리는 거라고 해서....... "

" 우와 ~ . 예쁘다 엄마. "

" 고마워. 잘 입을께. "

엄마는 작은 선물 하나에도 감동을 받으셨는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 동안 못다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을때 옆에 앉아있던 희주가 앉은채로
꾸벅꾸벅 졸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 너도 피곤할테니 올라가서 자렴.
  나머지 얘기는 내일 해도 되니까. "

" 예. 엄마도 주무세요. "

난 아직도 졸고 있는 희주를 깨워 2층으로 올라와 내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눕혔다.

방으로 들어와 반바지와 런닝만을 걸친 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이리 저리 뒤척이기를 한참을 해도 잠이 오기는 커녕 정신이 오히려 말똥말똥해져서 더 이상 잠을 청하는 것을
포기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의 장식작에 있는 아르마냑을 한병 꺼내 주방의 냉장고에서
수박을 썰어 거실로 가서는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솔직히 술은 중학교 3학년때 부터 조금씩 마시기 시작한 터였다.

달콤한 꼬냑이 입천장을 데우며 식도를 타고 위장까지 내려가면서 화끈한 열기가 온몸에 기름에 불이 번지듯이
'화 ~ 악'하고 퍼져 내려가는 느낌에 살며시 눈을 감고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나른함을 만끽했다.
어느 정도의 열기가 온몸에 퍼지자 다시 병을 들고 잔에 한잔가득 술을 부어 천천히 들이키면서 온몸에 달작지근하게
퍼지는 나른함을 느끼고 있을 때 욕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이제막 샤워를 마치고 마른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감싸고 나오는 엄마의 모습이 망막에 비추어지고 있었다.
불도 켜지않은 거실에서 슬립만 입은 채 달빛에 비추인 엄마의 모습은 마치 여신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 거기 '후'니? "

" 네. "

" 불이라도 켜고 있지않구. 그런데 지금 술마시는 거야? "

" 네. 왠지 잠이 안와서요. "

" 그래? 그럼 엄마도 오래간만에 한잔 해 볼까? "

말을 하면서 주방에서 잔을 하나 빼들고는 내 곁에 다가온 엄마는 머리에 감고 있던 수건을 풀어 테이블에
내려 놓고는 내 옆자리에 고운 무릎을 가지런히 모아 앉고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 아들이 따라주는 술 한잔 마셔볼까? "

내 앞에 들려져있는 엄마의 잔에 넘치지 않을 만큼의 술을 부어주고는 아직 비어있는 내 잔에 술을 부으려 할때
엄마가 내 손에서 술병을 빼앗으며 내 잔을 채워주었다.

"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 난다며?
  오늘은 엄마가 '후'하고 대작하는 거니까 잔도 내가 채워주는게 좋겠지? "

엄마가 채워주는 술을 받으며 엄마를 찬찬히 훑어 보았다.
여자로서 가장 난숙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어울리게 어딘지 기품이 있어 보이면서도 단지
속옷참림으로 내 옆에 앉아 물기에 젖은 흑단같은 머리칼을 흐트러뜨리고 있는 모습이 묘하게 선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내 속에 잠들어있는 남자의 본능을 일깨우고 있었다.
살며시 솟아오르는 남자의 본능을 느낀 난 그 욕념을 애써 외면하려 고개를 저으며 가득 채워진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고, 엄마는 그런 내 행동을 고운 팔을 들어 제지했다.

" 우리 건배 할까? 음... 뭘 위해 건배 하지? "

" 아름다운 엄마를 위해. "

" 후훗. 입에 발린 소리지만 왠지 싫지않은걸... "

우리 둘은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는 연한 갈색빛이 감도는 술을 한번에 마셨다.
목을 타고 넘어간 술은 온몸의 혈관을 타고 돌면서 몸구석구석까지 그 뜨거움을 전하고 있었다.

" 이렇게 아들이랑 술마시는것도 정말 좋은데.
  마치 젊은 애인이랑 마시는것 같아 엄마도 젊어지는 기분이 드는구나. "

" 그래요? 그럼 오늘은 내가 엄마 애인 해 드릴테니까 우리 기분좋게 마셔요. "

" 그럴까? 호호호. "

엄마와 난 그렇게 기분좋은 마음으로 서로의 잔을 채워주며 몇잔의 술을 더마셨고, 술병의 술이 반정도가
비워지면서 몸에서 기분좋은 나른함이 느끼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아있던 엄마도 어느 정도의 취기에 몸을 약간 흐트리며 샴푸향이 풍기는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오며
한 손은 내 손을 살며시 쥐어왔다.

" 지금 내 옆에 앉아있는 듬직한 청년이 이 엄마의 아들이 맞지? "

물기에 젖은 눈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던 엄마는 쥐고있던 내 손을 조금 더 힘주어 잡으며 내게 물어왔다.

" 그래요. 지금 여기 앉아있는 내가 틀림없는 엄마의 아들이고,
  지금 내 어깨에 기대어있는 이 아름다운 여인이 나의 사랑하는 엄마죠. "

" 그래. 그래... 내 아들... 내 아들...... 사랑하는 내 아들......... "

엄마는 내 어깨에 기댄 채 거실 창밖의 어둠을 응시하며 꿈꾸듯 조용하게 말했다.
내게 기대어 있던 엄마에게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엄마를 내려보다가 안방으로 옮겨주려고 두손으로 엄마를 안았다.
내 품에 안긴 엄마는 잠깐 멈칫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다가 이내 조용한 미소를 짓고는 두 팔로
내 목을 안으며 다시 스르르 눈을 감았다.
난 엄마를 안방의 침대로 옮겨 뉘이고 이불을 가슴까지 덮어주고는 눈을 감고있는 엄마의 고운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몸을 돌렸다.

" '후' 야! 오늘 엄마 옆에서 자지 않을래? "

잠든줄 알았던 엄마가 눈을 뜨면서 돌아나가려는 날 붙잡았다.

" 불편하지 않겠어요? "

" 엄마랑 자는게 불편하니? "

" 아뇨. 나야 좋지만...... "

" 그럼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자자. "

내가 침대곁으로 다가가자 엄마는 몸을 옆으로 약간 옮기며 내가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엄마는 침대에 몸을 누이는 나의 목아래로 팔베개를 해 주면서 한 팔로 내 어깨를 안아왔고, 엄마의 품에 안겨있는
내 얼굴에 꼬냑의 단내와 엄마의 체향이 '후 ~ 욱'하고 끼얹어졌다.
엄마는 안겨있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끔은 등을 쓸면서 날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팔을 엄마의 허리에 두르면서 지금 날 안아주고 있는 여자가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엄마라는 사실에 기분좋은 취기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얼굴에 쏟아지는 9월의 따가운 아침햇살에 무거운 눈을 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제 밤에는 분명히 내가 엄마의 품에 안긴 자세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는 엄마가 내 팔을 베고
얼굴은 내 가슴쪽에 묻은 채 한팔은 내 가슴에, 한쪽 다리는 내 허벅지에 올려놓은 자세로 고른 숨을 뱉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행복한 아침은 내 젊음의 상징처럼 아침마다 발기하는 성기로 인해
곤혹스러움을 느끼는 아침이게 했다.
내 허벅다리에 얹어져있는 엄마의 다리가 바로 내 성기 아래에 닿아 있었고, 난 허리를 뒤틀어 자세를 고쳐잡으려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 으 ~ 음. 일어났니? "

내 움직임에 잠을 깼는지 엄마는 눈부신 듯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눈을 뜨고는 내 가슴에 안겨있던 고개를
들어 날 쳐다보았다.

" 이대로 조금만 더 잘래? 지금 너무 편안해. "

엄마는 팔과 다리로 내 몸을 감아오며 더욱 가까이 안겨왔고, 몸을 떼어내려던 나의 노력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엄마가 더 가까이 안겨오면서 내 가슴 한쪽으로 엄마의 중량감있는 부드러운 가슴이 물컹하게 느껴지면서
온 몸에 엄마의 부드러운 몸이 감겨오자 발기해 있던 내 성기는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치 솟아 오르는 성욕을 자제하려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으로 머리속을 채우려 했으나 가슴을 간지르는 부드러운
콧바람과 전신으로 파고드는 따뜻한 육체의 느낌아래 그러한 나의 노력은 허무한 반항의 몸짓에 불과했다.
내게 안긴 채 가볍게 몸을 뒤 틀던 엄마의 몸으로 결국은 발기한 성기가 닿아버렸고, 엄마는 잠지 멈칫하더니
이내 그 단단함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는 내게 파 묻고 있던 얼굴을 귀뿌리까지 붉혔다.

" 죄송해요. "

엄마가 내 몸상태를 알아차린걸 알고는 난 서둘러 엄마에게 사과했다.
다시한번 이런 말도안되는 일로 엄마를 잃고 싶지는 않았다.

" 아니. 오히려 엄마가 미안하지.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
  내가 널 힘들게 했니? "

" 아니... 그런게 아니라...... "

" 괜찮아.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

엄마는 이 어색한 순간을 중년여인의 느긋함으로 무마해 나갔고, 난 그런 엄마의 배려로 진탕질치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잠시 내 가슴을 쓰다듬던 엄마는 이윽고 내게서 몸을 떼어냈고, 난 살며시 침대에서 빠져나와 내 방으로 올라갔다.
2층의 내방으로 올라온 난 시도 때도없이 솟아오르는 나의 성기를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옷을 갈아입고는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어제 마시던 술을 치웠다.

아침의 어색한 순간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변함없는 태도로 날 부드럽게 대해주었고, 희주와 셋이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지만 결국 아버지는 보지못하고 나 혼자만의 공간인 원룸으로 돌아왔다.


                                *                         *                         *


어느 덧,
9월도 지나고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푸른 잎을 자랑하던 나무들은 제각기 잎들을 하나 둘
붉은 색으로 채색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일을하고 있었으나 사장님은 오늘은
여느 때 같지않게 힘없는 몸짓을하고 있었다.
일을 마칠때까지 사장님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고, 날 바래다 주던 차안에서도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묵묵히 운전만을 하고 있었다.

" 사장님. 오늘 무슨 일 있어요? "

" 왜요? "

" 오늘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여서요.
  고민이 있다면 내가 도움은 안되겠지만 들어주는 역활은 할 수 있는데... "

" 후훗. 말만 들어도 힘이 되네요. 고마워요. "

그녀는 그 말만하면서 얼굴을 밝게 하면서 날 쳐다보았다.
어느 새, 내 방앞으로 도착한 차에서 그녀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는 떠나가는 그녀의 차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얼마를 가던 차는 제과점앞에서 멈추고는 차에서 내린 그녀가 제과점으로 들어가 케잌을 사들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혼자사는 그녀가 케잌을 사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군것질하려고
그러겠지 생각하며 발길을 돌려 내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레스토랑에 도착해 우연히 사업자 등록증 속의 그녀의 주민등록번호를 보고는 그제서야 어제가 그녀의 생일이었음을
알아차린 나는 어제 왜 그렇게 그녀가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을 하는 도중 간간히 그녀의 표정을 훔쳐보니 많이 밝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아직도 가끔은 외로워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는지 간간히 안색이 어두워지곤 했다.

그 즈음
난 그녀를 내 마음속의 연인으로 생각하며 몰래 짝사랑을 해오고 있던 터였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나같은 고등학생은 그냥 귀여운 어린아이일 뿐이라는 생각에 혼자만 감정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어제나 오늘처럼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괜시리 나도 별로 힘이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쓴 웃음을 짓곤했다.

난 어떻게든 그녀의 기분을 밝게해주려 고민하다가 이미 지나 버렸지만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았던 그녀의
생일을 챙겨주기로 하고 그 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케잌이며 샴페인, 근처의 꽃집에서 내일 쓸
꽃을 미리 주문해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그녀는 여느 때처럼 밝은 표정으로 며칠전에 본 영화에 대해서 혹은
레스토랑의 손님들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며 조잘거리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얘기에 하나하나 대꾸해 주었다.

" 사장님. 오늘 급한일 없죠? "

" 왜요? 난 항상 바쁜 몸이긴 하지만...... "

" 오늘 잠깐 내방에 올라갔다가 갈래요? "

" 왜요? 무슨 일 있었요? "

" 아뇨. 그냥... 사장님하고 차 마신지도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

" 그래요? 그럼 바쁜 시간을 조금만 투자해 볼까요?! 호호호. "

집앞에 도착한 그녀와 난 차에서 내려서는 내방으로 나란히 걸어갔다.

" 잠깐만 문앞에서 기다려줄래요?
  안이 지저분해서 정리 좀 해야 되거든요. "

" 손님을 초대해놓고 기다리게 하는건 예의에 어긋나지만
  오늘만 특별히 용서해 주도록하죠. "

그녀는 얼굴가득 미소를 지으며 밉지않은 농담을 했고, 난 그녀를 문 밖에 세워두고 안으로 들어가 준비한
케잌에 초를 꽂아 불을 붙여놓고는 샴페인, 한다발의 꽃을 소파앞 탁자에 올려놓고 밖에 기다리는 그녀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 어두운데 왜 불 안켜요? "

무심코 내 뒤를 따라오던 그녀는 어두운 실내에 잠깐 긴장한 듯 말하다가 내가 몸을 비켜서자 그제서야
소파앞 탁자에 촛불이 켜진 케잌을 보고는 굳은 듯 그 자리에 서서 소파쪽의 케잌만 바라보고 있었고, 난
그런 그녀를 끌듯이 소파쪽으로 데려가 앉히고는 준비해둔 한 아름의 꽃다발을 건네 주었다.

" 며칠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사장님. "

" 어떻게 알았어요? "

" 다 아는 수가 있죠. "

그녀는 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고인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 빨리 촛불 끄고, 케잌 먹어야죠. "

그녀는 양손에 꽃을 안고 잠시 눈을 감아 기도를 하더니 눈을 뜨고 한번에 촛불을 불어 모두 꺼뜨렸다.
촛불이 모두 꺼지자 난 '뻥 ~'하는 소리가 나도록 샴페인의 뚜껑을 따고 그녀의 잔과 내 잔에 샴페인을 채우고 나서
벽의 스위치를 켜 형광등을 밝혔다.

" 사장님의 3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건배해요 우리. "

" 고마워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흑... 흑. "

결국 그녀는 두 눈속에 가득 고여놓은 눈물을 떨구며 두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말았다.
난 내 눈앞에 고개를 떨구고 가늘게 어깨를 떨며 흐느끼는 그녀의 몸을 내 쪽으로 돌려 품에 꼭 안아 주었고,
그녀는 아무런 저항없이 내 품에 안겨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을 들어 내 허리를 안아왔다.
난 숙이고 있는 그녀의 턱아래로 한손을 가져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눈물에 젖어 화장이 지워진 그녀의 얼굴은 평소의 단정한 모습은 사라지고 갑지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놀란
한 마리 여린 새처럼 애처로움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난 강한 보호본능을 느끼면서 내 얼굴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가고 있었다.
그녀는 안면에 뿜어지는 뜨거운 내 입김에 잠시 눈을 뜨고는 바로 앞에 있는 내 얼굴을 보면서 눈동자를
떨고는 다시 두 눈을 스르르 감아버렸고, 난 그녀의 무언의 허락에 힘입어 고개를 더욱 숙이며 내 두터운 입술로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입술을 덮었다.
그녀의 입술을 느끼던 난 잠시 얼굴을 떼고는 아직도 두 눈을 꼭 감고있는 그녀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맞추었다.
처음 가만히 대고만 있던 상태에서 이제는 입술을 조금벌려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며시 빨아보기도 하고
내 혀로 그녀의 입술을 핥아가다가 그녀의 입속으로 내 혀를 집어넣었다.
아직 이가 다물려있던 그녀의 입술은
내 혀가 몇번이고 그녀의 이를 두드리듯 핥아가자 이윽고 다물려 있던 입술을 벌려 주었고, 그녀의 입속에서
유영하듯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던 내 혀에 그녀의 혀가 수줍은듯 다가와 맞이해 주었다.
내 혀에 감겨온 그녀의 혀를 부드럽게 빨면서 내 입속으로 넘어온 타액을 삼켰고, 내 입속에 들어온 그녀의 혀는
처음 들어온 낯선 곳을 조심스럽게 탐험하다가 다시 내 혀를 감아 강하게 빨면서 그녀의 입속으로 초대했고
혀와함께 넘어온 나의 타액을 삼키고 있었다.

끝날것 같지 않던 길고도 달콤한 키스가 끝나면서 떨어지는 입술사이로 한줄기 투명한 실처럼 가는 타액이
긴 꼬리를 만들며 아래로 떨어졌다.
키스가 끝나면서 그녀는 두눈을 꼭 감고 거칠어진 숨을 고르고 있었고, 난 그녀를 다시한번 힘주어 안았고,
그녀는 '아 ~ '하는 탄성을 내며 두팔고 감고있던 내 허리를 더욱 세게 감으며 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가슴에 맞닿으며 물컹한 느낌과 함께 찌푸러지자 아까부터 조금씩 발기의 조짐을
보이던 나의 성기는 그 순간 강하게 치솟으며 내 온몸에 뜨거운 열기를 퍼뜨리고 있었다.
난 그녀의 등을 안고있던 한 손을 올려 어둠속에서도 빛을 발하고있는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다가 손을
앞으로 돌려 얼굴을 매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고운 이마를 감겨있는 눈을, 오똑하게 솟아있는 코를, 그리고, 아직도 내 타액이 묻어 반들거리고 있는
입술을 타고 내려와 고아한 목어림에서 잠시 멈추어 간지르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회색 정장속의
흰색의 블라우스위로 불룩하게 솟아 그 풍만함을 자랑하고있는 그녀의 가슴을 살며시 쥐고는 그 부드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 손이 가슴에 닿자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내 허리를 감고있던 손을 풀어 가슴에 얹어진 내 손을 덮으며
고개를 들어 아직 감겨있던 눈을 뜨고는 내려다 보고있는 나의 눈을 보았다.
내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어가자 잠시 떳던 눈을 다시 감으며 그녀의 가슴위에
올려진 나의 손을 풀면서 다시 내 허리를 안아왔다.
그녀와 입맞춤을 하면서 한 손으로 가슴의 부드럼움을 느끼고 있었고, 아직도 등에서 노닐던 한 손을 점점 아래로
가지고 가서 치마를 찢을 듯 팽팽하게 부풀어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얼마동안 가슴을 느끼던 손을 내려 정장 상의의 단추를 풀어 그녀에게서 떨어뜨리고 다시 브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제거하려 할때 그녀의 손의 제지로 인해 다시한번 나의 움직임은 멈추고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꼭쥐고 있었고, 난 아직도 그녀의 입술위에서 노닐고 있던 입술을 떼어내고 그녀의 귓가로
얼굴을 가져가 뜨거운 숨을 뿜어내었다.

"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

말을 하면서 귓바퀴를 이로 잘근잘근 씹다가 다시 혀로 핥아 주며 연신 뜨거운 숨을 뿜었고, 그녀는 나의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아 ~ '하는 신음을 내면서 그 동안 꼭 쥐고있던 내 손을 놓아주고 내게 안겨왔다.
내 움직임을 막고있던 그녀의 손이 떨어져 나가자 난 블라우스의 단추를 하나씩 결코 서두르지않고 풀어서는
껍질을 벗겨내듯이 그녀의 몸에서 떨구어내었다.
브래지어만으로 겨우 가슴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나신을 보며 다시한번 꼭 안아주고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상체를 가리고 있는 브래지어를 벗겨내자 평생 햇빛한점 받아보지 못한듯한 순백색의 풍만한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올라 있었고, 오똑하니 고개를 들고 있는 분홍색 젖꼭지 주위로 작은 유륜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도 앉아있는 그녀의 몸을 소파로 눕히며 귓볼을 씹고있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해주고
아래로 내려와 고아한 목어림을 핥다가 입술로 강하게 빨아들이고는 다시 고개를 내려 누운 자세에서도
그 모양을 잃지않고 있는 새 하얀 가슴을 한입 베어물고 혀로 핥고, 때로는 이빨사이에 끼워 깨물기를 반복하면서도
손은 쉬지않고 나머지 한쪽 가슴을 유린해 나가고 있었다.
그 때마다 그녀의 벌려진 입에서는 흐느끼는 듯한 신음소리가 간간히 터져나왔고, 난 그 음악에 맞춰 쉬지않고
움직였다.

오른 손으로 그녀의 치마를 벗겨내고 허벅지까지 오는 밴드 스타킹까지 찢듯이 제거하자 흰색의 작은 팬티
만이 위태롭게 걸려있었다.
가슴을 빨면서 양손을 허리어림으로 가져가 마지막 팬티까지 제거하려 하자 고운 손이 내 손을 막아가고 있었다.

" 여기서는...... 침대로......... 제... 발............ "

부끄러워하는 그녀에게서 잠시 몸을 떨어뜨려 누워있는 그녀를 내 품에 안아 침대로 옮겨 누이고는 아직도
입고있는 내 옷들을 서둘러 벗어던졌다.
옷을 벗은 내 모습을 보던 그녀는 발기해서 하늘을 보며 치솟아 있는 내 성기를 보고는 놀란 눈을 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옷을 모두 벗어버린 난 그녀의 옆에 앉아 잠시 킷스를 하고 아직 벗기지 않은 그녀의 마지막 팬티를 벗겨 내렸다.
옆에 앉아 아무것도 걸치지않은 눈부신 나신을 보고있는 날 보고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 보지말아요...... 제발......... "

몸을 움직여 그녀의 다리사이에 자리를 잡은 난 아직도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두 손을 떼어내고는 다시한번
길고 긴 입맞춤을 했고, 그녀는 양손으로 내 목을 안아오며 부드러운 혀로 내 혀를 맞아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입술을 강하게 한번 빨아주고 고개를 내리면서 그녀의 목어림으로 내려와 다시한번 인사를
하고 가슴을 빨았다.
정성어린 몸짓으로 그녀의 가슴 구석구석을 물고, 빨고, 핥아준 후 겨드랑이로 옮겨가서 입을 움직였고
점점 고개를 밑으로 내려서는 약간 튀어나온 갈비뼈사이를 혀로 찍듯이 핥은 뒤 홀죽한 배로 옮겨 옴폭패여진
배꼽에 혀를 넣어 휘저었다.
혀가 점점 아래로 내려올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는 자지러는 듯한 비음섞은 교성이 터져 나왔다.

" 아 ~ 흑...... 하 ~ ~ ~ 아......... 흐 ~ 응. "

그녀의 입에서 흐르는 응원에 힘입어 난 거침없이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유린해나갔고, 어느 새 내 눈앞에는
역삼각형을 그리고있는 기름진 검은색 숲이 위치하고 있었다.
양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벌려 세우면서 고개를 그녀의 음부로 가져가 뜨거운 숨을 뱉어내었고, 그 때마다
그녀의 몸은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고 있었으며 질구에서는 맑은 애액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개를 더욱 가까이 가져가 그녀의 향기를 폐속에 가득채우고 혀를 길게 뽑아 물고는 그녀의 음부전체를 핥았다.
손으로 그녀의 어덩이를 높이 들어 연한 갈색을 띠고있는 항문을 때로는 핥고 때로는 찌르면서 혀로 애무했다.

" 앗. 하 ~ 아...... 거기는...... 제발...... 거기는...... "

허리를 틀며 나의 공격을 피하려는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안으며 한 참을 항문을 핥다가 혀를 옮겨 그녀의
음부를 핥아갔다.
이젠 흘러서 넘치고 있는 음부의 애액을 빨아마시고는 약간 위로 옮겨 오똑하게 솟아있는 음부 상층의 돌기를
입에 물고 강하게 빨자 그녀의 허리가 강하게 튕겨지며 허벅지를 부르르 떨었고, 질구에서는 지금보다 더욱 많은
애액이 쏟아져 내려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그녀의 강한 반응을 보며 솟아있는 돌기를 다시 강하게 빨아들이며 혀로 쓸듯이 핥아갔다.

" 아 ~ ~ ~. 이젠... 하 ~ ~ ~ 아... 앗......... "

결국 그녀의 입에서 흐느끼는 듯한 교성이 터져나오면서 허리가 강하게 튕겨져 올랐고, 몸 전체를 푸들푸들 떨고는
침대속으로 꺼져 들어가며 첫번째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제서야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켜 그녀의
몸위로 내 몸을 실어갔다.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하면서 한 손으로 너무오래 발기해있어 아프기까지한
나의 성기를 잡아 질구에 위치한 후 그녀의 어깨를 감아안으며 허리를 아래로 찍어갔다.
아직 오르가즘의 여운을 느끼고 있던 그녀는 질구로 나의 성기가 밀듯이 들어가자 몸을 퍼뜩 떨고는 가는 팔을 들어
내 목을 안아왔고, 그와 동시에 허리를 강하게 찍어가자 그녀는 눈을 하얗게 치뜨며 매달려 왔다.
그녀의 질 속으로 완전히 삽입된 성기에서 느껴지는 뜨거움과 부드러움을 음미하던 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고,
내 움직임에 맞춰 그녀도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폭풍우 몰아치는 바닷가의 파도처럼
때로는 이른 봄, 들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때로는 찢어발기듯이 깊게
때로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얕게

첫 경험이지만 수 많은 시청각 교육으로 그 동안의 지식을 시험하고 있는 내밑에서 그녀는 무참하게 무너져갔다.

조용한 방안에는 거친 숨소리와 경쾌한 살부딪히는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동안 그렇게 움직였을까 내 몸속을 돌던 피들이 갑자기 아우성치며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속도로 온 몸을 돌기 시작했고, 성기아래 음낭에서는 뜨거운 물이 끓듯이 부글부글거리는 느낌이 올라오고 있었다.
급기야 한 줄기 뜨거운 기운이 척추를 타고 뒤 통수까지 올라와서는 하려하게 폭발했고, 내 뜨거운 정액이
그녀의 자궁에 쏟아지자 그녀는 눈을 하얗게 치뜨며 다시한번 몸 전체를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영원같기도 하고, 일수유같기도 한 시간이 지난 후 완전히 탈진해버린 난 그녀의 몸위로 쓰러지듯 몸을 실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터져나갈 듯한 황홀한 폭발 후 전신의 기력이 빠져버린 난 그녀의 몸에 죽은듯이 엎어져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었나보다.

얼마의 시간을 그렇게 엎어져 있었는지, 문득 누군가의 손이 부드럽게 내 등을 쓸어내리는 익숙하지 않은 기분좋은
느낌에 문득 눈을 떴다.

" 깜빡 졸았나 보네요. 얼마나 이렇게 있었죠. "

" 잠깐요. 아주 잠깐... "

" 깨우지 그랬어요. 무거웠을 텐데... "

" 하나도 안무거웠어요.
  후훗. 자는 모습이 꼭 아기 같던데요. "

그녀의 말을 들으며 엎어져 있던 내 몸을 옆으로 뉘이며 아직도 그녀의 질속에 삽입되어있는 나의 성기를 빼내자
약간의 고통을 느끼는지 고운 눈썹을 찌푸리며 가벼운 신음을 흘렸다.

" 아 ~ . "

그녀의 옆에 누운채 지영의 목아래로 한팔을 돌려 그녀를 안아가자 지영은 자연스럽게 내 가슴으로 안겨오며
한쪽다리를 내 허벅지에 걸쳐얹고는 내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 후 ~ . 우리 어쩌다가 이렇게 됐죠? "

" .................. "

나와의 관계를 그녀는 후회하는지 가는 한숨을 토해냈지만 안겨있는 나의 품에서 몸을 떼내지는 않았고, 난 그런
그녀를 내 가슴으로 더욱 끌어안으며 그녀의 윤기있는 검은 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 후회하세요. "

" 아니요. 그런건 아니지만...... 나 나이가 너무 많잖아요.
  '후'씨와 이러는걸 다른 사람들이 안다면 모두 욕할거예요. "

" 난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지영씨를 사랑하고 있었어요.
  지영씨가 웃는 모습이 좋았고, 가끔씩 우울한 모습을 하고 있을때면
  지영씨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곤
  했었죠.
  학교에 있을 때도 어서 수업을 마치고 지영씨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죠.
  한때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미쳤구나. 내가 제 정신이 아니구나. '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게 스스로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걸 알았죠.
  비록 그 사람이 날 보아주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에게 나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었죠.
  오늘은 요즘 우울해 보이는 지영씨를 위로해 주려고 마련한건데
  이런 일이 생길줄은 생각도 못했었죠.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아요.
  아니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죠.
  나... 지영씨만 좋다면, 아니 지영씨가 날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지영씨 옆에서 지냈으면 해요. "

" 난 '후'씨가 날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우리가 정말 이런 관계가 되도 되는 것인지...... "

" 지영씨와 한번 관계를 맺었다고 '지영씨가 내 여자가 되었다. 지영씨가
  날 인정할 것이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앞으로 내 감정을 지영씨에게 감추고 싶지않아요.
  지영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내가 지영씨에게 한걸음 다가갈때
  지영씨가 내게 한걸음 다가오지는 못하더라도 내게서 물러나지만 말았으면
  하는 거예요. "

" 난...... 모르겠어요. 정말............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

그녀는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많은 생각을 하는 듯 했고 난 그러는 동안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내 진심을 그녀에게 전해주려는 생각에 그녀를 꼭 안고 있었다.
'그녀는 날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의 관계를 인정할 것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난 어떻게 할까'라는 많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던 나의 젊은 육체는 다시 타오르고 있었다.
지영의 허벅지살로 약간 눌려져있던 나의 성기가 점점 부풀어 오르며 그녀의 허벅지를 비집고 나와 배위에 덮여져있던
이불을 들추자 안겨있던 지영이 그런 내 몸 상태를 눈치챈 것인지 내 가슴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물기에 젖은 촉촉한
두눈으로 날 바라보며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 미안해요.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서...... "

" 아니예요. 내가 오히려 미안하죠. "

그 말을 하며 아직도 내 몸에 안겨있던 그녀의 몸을 살며시 들어 내 품에서 떨어져 나갔다.

" 잠깐만 돌아누워 줄래요. "

그녀의 말에 난 벽을 향해 몸을 돌렸고 곧 그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욕실에서 그녀가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난 침대에 누운 채 바로 얼마전 행했던 그녀와의 뜨거웠던 유희를
떠올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늘 밤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지않을까'라는 불길한 생각을 애써
지우려고 고개를 젓곤했다.
아직도 벽을 보며 누워있는 내 귀로 욕실문이 열리고 '사르륵'거리며 그녀가 옷을 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 나 이만 가볼께요. "

옷을 다 입은 그녀가 침대쪽으로 다가와 말했고, 그제야 난 누워있던 몸을 침대에 앉히곤 그녀를 바라봤다.
그녈 이렇게 보내긴 싫었다. 아니 이렇게 그녀가 가버리면 이번이 마지막일것만 같았고, 내일 그녀를 볼 용기가 없었다.

" 오늘만 내 옆에서 자면 안될까요? "

그녀는 아직도 불룩하게 솟아서 이불을 들추고 있는 내 아랫도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창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후씨가 힘들거예요. "

" ....................... "

난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는 쓴 웃음을 지었다.

" 나 물론 지영씨의 육체도 사랑해요. 하지만, 오늘 지영씨와 같이 있고 싶은건
  그 이유때문은 아니예요. 그냥...... 같은 침대에서 내일 아침을 지영씨와 같이
  맞이 했으면 하는 생각 때문이예요. "

"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요............ 미안해요. "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는 내 방에서 사라져갔다.
짙은 어둠과 그 어둠보다 더욱 짙은 외로움만 남겨둔 채.

그 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새우며 침대에 앉은 자세로 아침을 맞이했다.
밤새도록 그녀의 '용기가 없다. ...... 미안하다.'는 말이 뇌리에서 빙빙 맴돌았고 난 그 말의 의미를 곱씹고 있었다.
'그녀에게 난 남자가 아닌가? 그녀와 나의 유희는 하룻밤의 추억이었나.'라는 생각이 갈수록 강하게 들었고, 그런 것이
아닐거라고 자위해 보았지만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았다.


                                *                         *                         *


그녀와의 잊지못할 하룻밤도 어느 덧 2주일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 동안 그녀는 내게 보여주던 따스한 미소를
더 이상 보여주지 않았고, 일을 마치고도 날 집까지 태워주는 일은 없었다.
한마디로 날 멀리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가끔 일을 마치고 '태워주지 않을 겁니까?'라고 물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약속이 있다며 혼자 가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 갔다.

열세살이란 나이 차이가 그렇게 극복할 수 없는 벽일까!

그녀가 내게세 멀어질수록 난 나도 모르게 망가져 가고 있었나 보다.
주위의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단짝인 정환이는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늘 내 주위에서
날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드디어 정환이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왔다.

" 너 요즘 무슨 일 있는 거냐? 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묻기전에 니가 먼저 나한테 말해주길 바랬다.
  그런데,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 무슨 일이야? "

" 미안하다. 내가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사실 나 여자한테 차였다. "

" 뭐? 너 사귀는 여자 있었어. 왜 그 동안 나한테 얘기 안했냐?
  그리고, 천하의 미소년 이 후를 차버린 여자가 있다니...
  뭐하는 여자냐? "

" 후훗. "

" 걱정하지마라. 여자가 뭐 한명뿐인가. "

" 그래. 세상에 많은 여자가 있지만 내가 사랑한 여자는 그녀거든. "

" 원래 사랑의 고통은 사랑으로 치료한다더라.
  안그래도 너한테 여자한명 소개시켜 줄려고 했는데 잘됐다.
  그 여자 잊어버리고 내가 소개시켜 주는 여자 한번 만나봐라.
  내가 저번에 여자 사귄다고 말했지. 그 애 친군데 예쁘다더라.
  니 얘기를 했더니 꼭 한번 만나 보고싶다고 하더라.
  이번주 토요일 시간비워둬. 약속 잡을테니까. "

" 아직 그러고 싶지 않다. "

" 한번 만나보기나 해. 어차피 토요일날 할 일도 없잖아. 약속잡는다? "

더 이상 정환의 말을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그러라고하고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늘도 여전히 그녀가 날 쳐다보는 눈빛에서는 예전의 따스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젠 여기서 아르바이트하기도 힘들었다.
그 동안은 그녀가 마음을 바꿀거라는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를 기다림속에서 보냈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나를 보며 힘들어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도 점점더 날 힘들게 했다.
늘 빠르게만 흘러가던 아르바이트시간도 점점 더디게 흘러갔고 오늘도 예외는 아니였다.
일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난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가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 사장님! 할말이 있는데요. "

" 나 약속이 있는데 다음에 하면 안될까요? "

시계를 힐끗바라보며 오늘도 어김없이 날 피하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허탈감이 밀려오며 괜히 씁쓸한 미소만 흘러 나왔다.

" 저 여기 그만 둘까 합니다.
  죄송합니다. 미리 얘기를 해야되는데......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

그 말을 끝으로 난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그녀가 날 불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되도록이면 느린 걸음으로 걷고있었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괜히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입에서는 미친놈처럼 '킬킬'거리는 웃음이 흘러 나왔고, 그럴수록 내 가슴은
텅 비어가고 있었다.
이제 다시는 그녀를 볼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가슴아픈 시간은 지나고 있었고, 오늘은 정환이가 여자를 소개시켜준다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이젠 거리의 나무들은 그 잎들을 붉은 색으로 모두 물들이고 불어오는 바람에 잎들을 하나하나 떨구고 있었지만
하늘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 하지않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 오늘 3시에 약속 있는 것 알지? 늦지말고 나와라. "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정환이는 약속을 상기시키며 집으로 향했고, 난 그런 정환의 모습을 잠시 보다가
내 방으로 돌아와 무거운 몸을 침대에 누이고는 잠깐의 잠을 청했다.
그 동안의 마음 고생으로 많이 피곤했었는지 잠깐 눈을 붙인다고 누운것이 눈을 뜨니 어느 새 시간이 3시 가까이
되었고, 아무리 서둘러도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약속장소로 나가 보니 벌써 정환이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 둘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서 내게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정환의 어깨를 두드렸다.

" 미안하다. 많이 늦었지. "

" 이 자식이 늦지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더니... 어서 앉아라. "

맞은 편 소파에 앉아있는 여자애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 그 쪽이 '후'구나. 정환이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어.
  듣던 것보다 훨씬 잘 생겼는데.
  난 '이 자영'이고, 이 쪽은 내 친구 '김 소희'이라고 해. "

" 안녕. "

" 안녕. "

정환의 여자친구 자영이라는 애는 여학생답게 밝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반면 소희이라는 여자애는
다소곳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모습을 보며 가끔 미소를 보여주곤했다.

" 야. 자영이하고 난 영화보러 갈건데 니들은 어떡할래? "

" 글쎄...... 그럼 같이 갈까? "

" 야야. 방해하지 말고 니들끼리 놀아라.
  우리먼저 일어난다. "

정환이와 자영은 계산서를 들고 밖으로 나가 버렸고, 난 그런 둘을 보다가 아무 말없이 앉아있는 소희를 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 우리도 나갈까? "

" 응. 그래. "

밖으로 나와서도 굳이 어디를 가겠다는 생각이 없었는지라 아무 말없이 거리만 쏘다녔고, 그런 나의 뒤로 소희는
고개를 숙이고 따라오고 있었다.
얼마간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내 뒤에서 따라오던 소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 재미없지? "

" 응? 아... 아니. 재미없기는 내가 더 재미없지. "

그 말을 끝으로 또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고,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던 내 앞에 언젠가 '유 지영'그녀와
쇼핑을 했던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 동안 아무 말없이 백화점 입구를 바라보며 즐거웠던 한 때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고 있는 나의 소매를 누군가 작게
잡는 것을 느꼈다.

" 여기 계속 서 있을거니? "

" 응? 아... 아니. 우리 저기 가서 떡볶이나 먹을까? "

"응. 그래. "

난 무심결에 예전 지영과 같이 들렸던 포장마차를 가리키며 물었고, 그녀는 서스름없이 대답하며 포장마차로 먼저 들어갔다.

" 저번에 그 아가씨가 아니네? "

" 예? 아 ~ 예. "

" 그 때 그 아가씨가 하두 예뻐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

포장마차 주인 아줌마는 날 보며 '남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곱지않은 눈빛을 보냈고, 어색해진 난 서둘러
그 포장마차를 나왔다.
포장마차에서 빠져나온 난 아무곳이나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런 나에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으며 소희는
말없이 날 따라오고 있었다.

그 때,
저만치서 낯선 남자의 팔장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내 친엄마의 모습이 들어왔다.
남자라면 아들인 나에게까지도 싸늘한 표정으로 경멸하던 엄마가 낯선 남자의 팔장을 끼고 지금껏 한번도 보지못한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가득 띠운 채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걷는 엄마의 모습.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난 왠지모를 분노와 그 남자에 대한 질투와 허탈감이 밀려오며 그 자리에 서서
몸을 굳히고 서있었다.

아무 말없이 주먹을 꽉 쥐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던 소희가 살며시 내 손을 잡아왔고, 그제서야 난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던
감정을 애써 가라앉일 수 있었다.

" 우리 오늘은 그만 헤어지자. 내가 다음에 연락할께. "

소희를 서둘러 버스에 태워 보내고 서둘러 엄마가 사라진 쪽으로 뛰어갔지만 엄마의 모습은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었다.
힘이 빠져 어깨를 늘어뜨리고 아무생각없이 길을 걷고 있는 내 눈속으로 주말에 가족들과 기분좋은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웃음을 흘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커다랗게 보였다.
나도 저런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엄마는 어린 시절 이후 한번도 내게 따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엄마에게 잘 보이려고, 엄마의 얼굴에서 언젠가 보았던 그 미소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엄마가 옆집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아릿한 미소를 짓고 있으면 난 내 힘으로 엄마에게 미소를 짓게
하고 싶어 엄마몰래 몇날 며칠이고 피아노를 연습했고,
엄마가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난 내 힘으로 엄마에게 그런 황홀함을 선사하기
위해 화원에 가서 꽃씨를 사서 집 앞마당에 심어 놓고는 꽃이 필때까지 얼마나 정성을 다 했던가!
하지만, 그런 내게 돌아오는 건 언제나 싸늘한 얼음같은 엄마의 얼굴이었다.

문득 작은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작은 엄마는 언제나 내게 따스한 미소를 보여주며 날 대해주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에 내 발길은 작은 엄마가 있는 아버지의 집으로 향했고, 그런 내 앞에 어느 덧 내가 가고자 했던 집의
철제 대문이 보였다.
잠시 망설이던 난 손을 들어 벽에 붙어있는 작은 초인종을 눌렀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도 안에서 아무런 기척이 들려오지 않았고, 참지 못하고 다시 초인종을 눌렀지만 여전히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주말이라 가족끼리 놀러 갔겠지.'

'그래. 엄마가 냉랭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어느 날 부터 난 혼자였던 거다.'

발길을 돌려 내 방으로 돌아온 난 어둑해져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늘은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여기로 방을 옮기며 아버지의 장식장에서 몰래 꺼내온 '헤네시'한병이
아직 뚜껑도 열지 않은 채 냉장고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냉장고에 들어있던 술을 술잔과 함께 꺼내
소파에 앉아 천천히 들이키기 시작했다.

한 잔에 엄마와의 짧았던 행복을 들이키고,
한 잔에 엄마의 싸늘한 경멸의 미소를 들이키고,
한 잔에 짧았던 내 첫사랑과의 추억을 들이키고,
한 잔에 외로움에 지쳐 울고 있는 내 가슴을 들이키고,

옛 시인은 한 잔 술에 취해 일천가지 시름을 풀어버린다고 했던가!

안주없는 술을 마시며 내 짧았던 17년 인생을 곱씹고 있을 때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잔씩 들이킬때마다 정신은 오히려 명료해 졌지만 육체는 어느 덧 취해버렸는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그 자리에 주저 앉기를 몇번. 하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현관문을 가끔씩 두드리고 있었다.
겨우 몸을 가다듬고 현관까지 비틀거리고 걸어가 힘겹게 문을 열었다.
현관문 밖은 칠흑같은 어둠 뿐.
방금 누가 문을 두드렸는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에 누가 날 찾아올 사람이 있어서 문을 두드렸겠어.
다시 소파로 가서 쓰러지듯 앉아서는 술잔에 술을 부어 다시 한잔을 들이킬때쯤 또 한번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어서려는 몇번의 노력으로 겨우 몸을 옮겨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내 눈에 헬슥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는 지영의
모습이 들어왔다.
순간 난 내 몸을 가득채우고 있는 술기운이 일시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으며 내 앞에 서있는 지영을 보고 있었다.

" 없는 줄 알았어요. 몇번이나 두드렸는데 나오지 않길래.
  가려고 했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

" ..................... "

" 여기요. 아직 월급을 전해 주지 못해서...... "

그녀는 핸드백에서 흰 색의 봉투를 꺼내며 나에게 건네 주었다.
나에게 뻗어진 흰 색의 봉투를 쥔 어둠속에서도 유난히 하얗게 물들어있는 그녀의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봉투를
건네 받았다.

'그래. 이게 아니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겠는가!'

물끄러미 날 바라보고 서 있는 그녀를 보며 난 천천히 현관문을 닫았다.
마치 내 마음속에서 그녀를 밀어내려는 듯이.
현관문 너머 그녀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다시 소파에 앉아 술잔을 들었다.
그녀를 잊기 위해 또 몇잔의 술을 들이켜야 할 것인가!
술을 들이킬수록 아까 닫혀지는 문사이로 날 바라보던 그녀의 큰 눈 망울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고, 그럴수록
술을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잊혀지기는 커녕 내 마음은 그녀가 서 있던 현관문 밖을 내 딛고 있었고,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내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내 몸은 어느 새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쪽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이 문을 밀어 젖히면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반겨 줄거라는 바보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만약 그녀가 이미
사라지고 없다면, 이대로 그녀가 가버린 것이라면......

내 속의 두려움과 싸우며 얼마만큼의 시간을 망설이고 있었는지.
겨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손잡이를 돌려 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녀가 있었다.
말없이 날 바라보며 열려진 문안으로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그녀가 있었다.
달빛이 그녀의 머리위에서 부서지며 그렇게 여신같은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다가가면 혹시나 멀어질까. 그녀를 만지면 혹시나 사라져버릴까라는 바보같은 생각에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으며 두 볼로 무언가 뜨뜻한 것이 흘러내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그녀가 다가와 그 하햔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아직도 영원할것 같던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 두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는 그녀의 손을 쥐어가면 난 이것이 꿈이아니라는 것을 그때서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내 앞에서 나의 기대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서 있는 이 여인을 다시는 놓지지 않으려는 듯이 난 그녀의 손을
더욱 힘주어 쥐며 내 떨리는 몸으로 그녀를 안아갔다.
내 코로 그녀의 아릿한 창꽃향이 맡아졌다.
한 손은 내 얼굴에 댄채 내 손에 쥐여지며 다른 한 손은 나의 가슴에 가볍게 올려 놓으며 그녀는 내 품에 안겨
서럽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 손에 잡혀져 있는 그녀의 손을 놓아주며 아직 내 가슴에 기대어 놓은 그녀의 고개를 들어 부서지는 별빛의
모습을 하고있는 그녀의 눈을 잠시 보다가 고개를 떨구며 붉게 젖어있는 그녀의 입술에 내 두툼한 입술을 덮어갔다.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입술을 나의 타액으로 물들여 가며 두 팔은 그녀를 나의 가슴속에 파 묻으려는 듯
다시는 내게서 도망치게 하지 않으려는 듯이 강하게 끌어 안았다.
그녀의 봉긋한 두 젖가슴이 내 가슴 위에서 찌그러지면서 코로 연신 거친 숨을 토해냈지만 그녀의 두 팔은 내 목을
휘감으며 내게 더욱 안겨왔다.

영원같은 시간이 흐른 뒤,
내 가슴에 안겨 있는 그녀를 두 팔로 안아 침대로 가져갔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았다.
그 토록 바라마지 않던 그녀가 지금 내 품에 안겨 있다는 자체 하나만으로도 난 세상 전부를 모두 얻은 듯 했다.

그녀를 침대위에 내려 놓으면서도 나의 입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내 입속에 넘어 들어 온 그녀의 혀를 뽑아버릴것처럼 강하게 빨아 당기면서도 내 손은 그녀의 몸을 감고 있는 천들을
하나씩 벗겨나가고 있었다.
내 손아래로 정장 윗도리가, 감색 블라우스가, 순백색 브래지어가 차례로 떨어져나가며 어느 새 그녀의 상체는
태고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사이인가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져 나온 나의 입술은 그녀의 가는 목을 지나 누워서도 봉긋하게 솟아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을 베어물며 분홍빛 유실을 이빨로 잘근 잘근 씹었다.
나의 거친 행동에 고통을 느꼈음에도 그녀는 날 제지하지 않으며 내 머리를 감싸안아 왔고, 난 그녀의 치마를 벗기던
한 손을 들어 그녀의 나머지 한쪽 가슴을 터뜨릴것처럼 강하게 쥐어잡았다.

" 악. "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난 그녀를 용서하지 않았다.
내 몸아래서 그녀를 부서버리고 싶었다.
날 고통스럽게 한 그녀를 지금 내 몸아래서 그 붉은 입에서 '잘못했다고, 다시는 날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속죄하는
소리를 흘려내게 하고 싶었다.
그녀의 가슴을 학대하면서 나머지 손으로 그녀의 치마를 거칠게 제거한 난 그녀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고 아직
음부를 가리고 있는 순백색의 작은 팬티를 찢듯이 벗겨내고는 그녀의 다리를 거칠게 양쪽으로 벌리곤 사전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녀의 음부속으로 잔뜩 발기해 있는 성기를 쑤셔넣었다.

" 악. "

갑작스럽게 들이밀어진 나의 성기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 듯 그녀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난 그 소리를 들으며 강하게 허리를 아래로 쳐 내려 갔다.
내 거친 몸놀림아래로 그녀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토막토막 끊겨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위에서 거친 박음질을 하면서도 내 눈에선 연신 굵은 눈물방울들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 잘못했다고 말해! 날 아프게 해서... 고통스럽게 해서... 잘못했다고 말해!! "

내 울부짖는 고함소리에 그녀의 고통에 찡그리며 감고 있던 눈을 뜨고는 붉게 충혈되어 있는 내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더니 결국에는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맺히더니 눈가에서 귀밑으로 눈물을 떨구어 내었다.

" 잘못했어요. 당신을 아프게 해서... 당신을 고통스럽게 해서... 잘못했어요. "

" 다시는... 이제 다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 "

그녀의 하체에 나의 하체를 거칠게 몰아부치며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찌그러뜨리며 터뜨릴 듯 움켜잡았다.

" 이제... 다시는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께요.
  당신이 가라고 때려도 떠나지 않을께요. 흑흑...... 흑. "

" 사랑한다고,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해! "

" 사랑해요. 당신만을 사랑해요......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당신만을 사랑할께요. "

" 아 ~ ~ . 사랑해. 이젠 당신을 놓지지 않을 거야. 절. 대. 로. "

그 말을 끝으로 내 몸은 산산히 터져버리는 것을 느끼며 죽음보다 깊은 잠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눈부신 아침 햇살과 내 몸아래 깔린 채 부드럽게 날 감싸안고 있는 그녀를 느끼며 기분좋은 느낌에 눈을 뜨며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얼굴 여기저기로 눈물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
부운 눈을 하고 있었지만 날 올려다보며 웃음을 잃지않은 그녀의 얼굴이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 잘 잤어요? "

지영의 아침인사를 들으며 난 약간은 쑥쓰러운 기분으로 아직 그녀의 위에 올려져있던 몸을 옆으로 뉘였다.
밤 새 삽입되어 있었는지 약간의 고통이 성기로 부터 느껴졌고, 그녀 또한 예외는 아니였는지 가볍게 인상을 썻지만
입밖으로 고통을 호소하진 않았다.
그녀의 옆에 누워 아직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은 그녀의 몸을 보았다.
지영의 가슴에는 어젯밤 내가 새겨놓은 고통의 자욱이 여기저기 발갛게 물들어 있었고, 난 그런 지영의 알몸을
보며 지난 밤의 짐승같은 내 행동을 그제서야 떠 올리며 미안한 기분을 느꼈다.

" 미안해요. "

" 아니예요. '후'씨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어요.
  다 제가 잘못한걸요. "

그 말을 하며 지영은 내 품으로 안겨오며 그녀의 머리를 내 가슴에 부볐다.

" 나 그 동안 많이 고민했어요.
  '후'씨를 사랑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밝힐만한 용기가 없었어요.
  또, 나이 많은 내가 '후'씨의 앞날을 망치게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하지만, '후'씨에게서 도망가려고 할 수록 내 마음이 점점 더 당신에게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당신이 일을 그만 둔다고 할 때 이대로 당신을 보내면 안된다고 내게서
  떠나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어요.
  내게서 멀어져 가는 당신의 뒷 모습을 보면서 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이 밀려왔어요.
  어제까지의 며칠동안 매일 매일을 당신에게 달려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 없이 미웠어요.
  그리고, 어제 당신에게 왔을 때 힘들어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겨우 나같은 여자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는 당신을 보면서 내가 그 동안
  당신에게 얼마만큼의 죄를 지었는지 알았어요.
  어젯밤 당신의 거친 행위속에서도 당신이 날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의 나에대한 사랑이 얼만큼 큰지도 알 수 있었어요.
  나 이제 더 이상 주저하지도 망설이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이 이젠 내가 싫다고 해도, 나 당신옆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

내게 말을 하면서도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내 가슴을 흥건하게 적셔놓았다.

" 지영씨. 이젠 우리 울지 말아요.
  앞으로 우리 웃으면서 살아요.
  우리 서로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면서 살아요.
  그리고, 나중에 우리 아이가 태어나 자라면 엄마 아빠가 얼만큼 서로
  사랑하는지 들려 주자구요. "

그녀는 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많은 눈물을 흘린 탓에 눈은 부어 있었고, 얼굴 여기저기에 얼룩이져 평소의 단정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지만,
지금 그 모습은 내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와 나의 벗은 몸위로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의 아침 햇살이 조용히 내리 비추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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