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229 추천 2 댓글 5 작성 25.10.06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방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소리에 나는 짐승처럼 움츠러들었다

남자가 나가고, 잠시 후 실장이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내가 면접을 보던 날의 그 상냥한 미소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이제 악마의 것처럼 느껴졌다

"어머, 소연씨 많이 놀랐나 보네" ​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게 다가와 구겨진 치마를 탁탁 털어주었다

그 손길에 소름이 돋아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분노와 공포, 수치심이 뒤엉켜 쉰 소리만 새어 나왔다

실장은 한숨을 푹 쉬더니, 표정을 싹 바꾸었다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대화만 하고 시간당 몇 만원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정말 믿었어?" ​그녀의 차가운 말은 비수가 되어 심장에 박혔다 그렇다 나는 멍청했다 시급 2만원이라는 달콤한 미끼를 덥석 문 나는, 그저 어리석고 순진한 먹잇감에 불과했다

"이건... 범죄잖아요.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

내 말에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신고? 뭘로? 성매매? 자, 여기 네가 받은 돈 그리고 이건 오늘 손님이 특별히 챙겨준 거고 이거 다 받으면 너도 공범이야 경찰서 가서 뭐라고 할 건데? 돈 받기로 하고 손님 받았는데, 생각보다 거칠어서 신고하러 왔다고?"

​실장이 내 손에 억지로 5만원짜리 두장을 쥐어주었다

더러운 돈이었다

나는 경멸스럽게 그것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필요 없어요!" ​정신없이 카페를 뛰쳐나왔다

사당의 밤거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불빛으로 환했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스쳐 지나갔다

이 거대한 서울에서, 방금 끔찍한 일을 당한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립감과 절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봉천동의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내내,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었다

헝클어진 머리, 공허한 눈동자. 고작 나흘 만에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기 아래로 기어 들어갔다

뜨거운 물로 몸을 미친 듯이 문질렀다

그 남자의 흔적, 그의 냄새, 그의 숨결을 지워내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씻어내도 더러운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피부가 벗겨질 것처럼 아팠지만, 마음속에 새겨진 상처는 그대로였다

물기를 닦는 둥 마는 둥 침대에 쓰러졌다

천장이 빙빙 돌았다

눈을 감으면 대머리 남자의 얼굴과 실장의 비웃음이 번갈아 나타났다

'네가 순진한 거야.' '너도 공범이야.'

그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쳤다

부모님께 등록금을 받을 때의 죄송스러움, 내 힘으로 돈을 벌겠다던 작은 자부심, 시급 2만원에 설레던 마음, 그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나는 더 이상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평범한 김소연이 아니었다

나는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나는 조용히 울었다

스물다섯의 김소연은 그날, 사당의 그 좁은 방에서 죽었다

그 자리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가진 그림자만이 남았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밝아오는 것이,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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