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밤 공지사항
오, 나의 노예님!
by 카오루
“ 헤이, 아저씨. 심심하면 나랑 놀래요? 잘해줄께요.”
고부공원 주위에는 밤이 으슥함에도 사람들이 늦게까지 서성거린다.
각종 커플들, 알수없는 펑키족을 비롯해서 밤의 나비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
사스키는 두번의 부팅이 지지부진하게 결렬되자, 어디선가 한잔 걸친듯한 5
0대의 샐러리맨을 찍었다.
그는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못알아 듣다가 빙긋이 웃더니 곧, 그의 어깨를 친
한 척 두르며 실실댄다.
“ 두장이예요. 호텔가기전에 현금으로......”
“ 배로 줄께. 나는 어때? 사스키?”
두어 발자국 나서기도 전에 익숙한 음성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 으앗!”
그 샐러리맨을 방패삼아 휙 떠밀고 돌아선 사스키는 정신없이 도로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비명이 떨어지며 숱한 발자국들이 따라붙었다.
문이 쿵 닫혔다. 그소리만큼이나 사스키는 몸을 떨었다.
뒷통수에 꽂히는 살기가 그의 목을 조여온다.
“ 이런, 얼굴은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커다란 손이 그의 턱을 잡아세워 터진 왼뺨과 입술을 들여다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사스키는 그 부드러움 속에 교묘히 감추어 놓은 분노를 느끼며 쿄스케의 눈
과 마주치자, 더욱 벌벌 떨었다.
온몸이 얼음짱같이 얼어붙는다.
“ 요령이 그렇게 없어서야......”
쫘악, 쫘악___. 사스키는 두눈을 감았다.
무참하게 셔츠와 바지가 쭉쭉 그대로 찢겨나갔다.
꼭 살갗이 뜯겨나가는 기분이다.
쿄스케는 얼어붙은 사스키의 머릿채를 질질 끌고 욕실로 데려갔다.
넓은 욕실의 흰타일위로 내팽겨쳐졌을때 고통으로 눈물이 핑 돈다.
그토록 울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지만, 그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 너같이 미련한 놈은 처음이다. 구제불능이야.”
벽장문을 연 쿄스케가 얇은 고무장갑을 끼는 소리가 들린다.
사스키는 바들바들 떨며 뒤로 주춤거렸다.
길게 찢어진 눈매의 그가 한치의 자비심없이 사스키의 머리를 휘어잡아 자
신의 허벅지위로 엎어놓았다.
“ 으아아앗!”
사스키의 울부짖음이 욕실안을 뒤흔들어 놓는다. 쿄스케는 한손으로 사스키
의 목을 누르고, 다른손으로 그의 엉덩이안을 쑤셔넣었다.
언가의 흔적을 찾으려고 좁은 내벽을 억지로 열어 쑤셔대는 그의 힘에 사스
키는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숨을 컥컥 내쉬었다.
“ 너의 유일한 장점이라곤 이 좁은 구멍밖에 더 있냐? 이 새대가리 남창놈
아!”
분노에 찬 그의 욕짓기와 독설, 장 속을 헤집는 놈의 폭력. 새하얗게 질린
사스키는 그의 두어번 손길에 완전히 초죽음이 되었다.
“ 으흑...... 으흑흑흑!”
눈물, 콧물, 식은땀 범벅이 된 사스키는 남자로서의 체면도 잃고 정신없이
울부짖었다.
“ 네놈이 감히 날 속이고 도망을 가? 부처님 손바닥 보다 더 훤한 나를 벗
어날수 있을것 같아? 이 멍텅구리 놈아!”
아무리 긁어봐도 별로 나오는게 없다.
분이 풀리지 않는 쿄스케는 장갑을 벗어놓고 직접 따귀를 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185cm의 자신보다 작은 사스키의 명치를 무릎으로 걷어차고, 넘어진
그에게 발길질까지 했다.
“ 말해봐! 몇놈이나 한거야? 말해!”
“ 오냐, 오냐해줬더니 천지를 모르고 까불어? 너 이자식, 오늘 죽어봐라.
내가 널 내손으로 죽이지 않으면......”
전에도 몇번이나 가출한 전력이 있는 놈이지만, 매춘까지 할줄은 꿈에도 생
각지 않았다.
도대체, 그의 눈을 피해 얼마나 놀아났다는 건가. 쿄스케는 미칠 노릇이다.
“ 차라리 죽여줘!”
긴 머릿채를 휘잡아 올리자, 악에 받친 녀석이 되려 달려든다.
터지고 깨진 녀석은 완전히 맛이 갔다.
철썩, 철썩___. 쿄스케는 눈이 뒤집혀 맞대놓고 연거푸 주먹을 날렸다.
“ ......으흣, .......우우욱!”
사스키는 머릿채를 잡힌 그의 손에 매달려 고통스럽게 숨을 토해냈다.
코피가 터진 입안으로 타고 들어온다.
피라면 끔찍이 떠는 사스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
쿄스케의 악질적인 공격이 몸에 익을때로 익을때가 됐을텐데도 맞을때마다
그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무겁게 등뒤를 누르는 그의 무게가 마치 거다란 덫같다.
“ 말해! 3일동안 몇놈이랑 놀아난거야? 더 맞기전에 빨리 대!”
바람난 마누라 잡아와 추궁하듯 그는 모질게 사스키의 안을 연식 쿡쿡 찔러
넣으며 으르렁거렸다.
“ 몇놈이냐구? ...... 고부안에 있는 놈이란 놈과는 다 잤다! 으아아아...
...!”
사스키의 상반신이 꼬꾸라들며 울부짖는다.
창자가 빠질듯한 격통이 온몸을 엄습해왔다.
“ 아앗! ......으으흑. 없......없었어, 아무일 없었다구!”
그의 울음은 아직까지 어린애같은 성량이 담겨 마냥 시끄럽다.
믿기지는 않지만, 그의 실토에 쿄스케는 몸을 조금 빼내 녀석이 숨을 쉴수
있게 해주었다.
땀에 푹 절은 녀석은 물에 빠진 생쥐보다 더 딱하다.
“ 잡힐까봐...... 호텔안에서 꼼짝 못하고 들어앉아 있었어...... 흑흑.
돈이 떨어져서....... 나갔던것 뿐이야...... 엉엉.”
병신자식! 매춘은 아무나 하나. 의외로 술취한 놈이 더 무서운 법인데, 힘
도 없는 놈이 고작 그대가리로 해낸 생각이라니......융통성 없는 놈, 진작
술술 불었으면 덜 터졌을거 아냐?
쿄스케는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녀석의 엉덩이에서 이내 출혈이 시작돼 욕실바닥을 흥건히 적셨다.
가느다란 사지가 경련을 일으키며 뻗어버린 녀석은 서러워 쉽게 울음을 그
치지 못한다.
“ 뭘 잘했다고 질질 짜? 어서 욕조안으로 들어가!”
쿄스케는 눈쌀을 찌프리며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 기세에 움찔한 사스키는 여전히 훌쩍대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자꾸
픽픽 쓰러진다.
“ 이걸로 처벌이 끝났다고 오산하지마. 다시는 그 새대가리에 오늘 같은
일을 벌이게 두지 않을테니까.”
그는 사스키의 마른 몸을 번쩍 안아들어 욕조안에 늬었다.
생각같아선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 낌새에 놀랐는지 사
스키가 바들바들 떨며 그의 목에 매달렸을때, 그만 마음이 누그러지고 말았
다.
매끄러운 놈의 피부는 그의 최대 약점이다. ‘
마더 컴플렉스’인 쿄스케는 늘 뻣뻣한 사스키가 가끔 어떠한경우라도 그에
게 매달릴때면 저도 모르게 꽉 안아주고 싶은 본능이 일었다.
향긋한 장미향의 거품이 보글보글 일어나는 물위에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
올랐다.
사스키의 눈물도 거의 말라갈 무렵, 녀석의 긴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감기
고 난 쿄스케가 커다란 타월에 녀석의 몸을 싸안고 방 중앙의 커다란 킹사
이즈 침대위로 눕혔다.
“으윽, 아파!”
다리사이로 연고를 짠 손가락을 집어넣자, 사스키가 기겁을 하고 펄쩍 뛰어
오른다.
“ 자업자득이야. 가만히 있어.”
냉정한 말투. 사스키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찔끔거렸다.
“ 그정도도 못참는 녀석이 사고는 왜 쳐? 도대체 몇번째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놈의 목을 졸라도 시원찮을 판에 치료를 하고 있는 자신의 아이러니한 행동
으로 쿄스케는 쿄스케대로 속이 상해 견딜수 없다.
그렇게 세게 친것 같지도 않은데도 금방 울긋불긋 부풀어 오르는 녀석의 피
부가 그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킨다.
젠장, 당분간 우윳빛 피부가 복귀하려면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자,
아까의 무차별적인 폭행에 후회도 든다.
통증완화 거즈와 크림을 전신에 골고루 발라 엎드리게 한 그는 열이 끓는
사스키의 이마에 손을 갖다댔다.
사스키가 힘없이 끙끙거렸다.
“ 집에...... 가고싶어.”
“ 저놈이 갖고 싶어. 아빠.”
13살의 이노자와 쿄스케의 말한마디에 11살 사스키의 운명은 그렇게 결정이
났다.
오랜 경기불황이 심각한 겨울, 부도책임을 대표한 아버지와 함께 이노자와
대저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사스키는 너무도 추워 단지 추위를 피하고
싶다는 일념에 쿄스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침통한 얼굴로 장남을 보낸 아버지는 얼마 안있어 작은 전자부품 공장을 다
시 가동하게 되었고, 엄동설한에 길바닥에 쫓겨나는 대신 거대한 자본의 후
광을 업게 되자, 사스키의 존재는 점점 까마득하게 잊고 말았다.
“ 시끄러! 넌 내노예니까 무조건 내말대로 해야 돼.”
짙은 눈썹에 또래보다 덩치가 있는 쿄스케는 걸핏하면 ‘노예’ 운운하며
사스키를 옭아맸다.
“ 나 노예 안해. 우리집에 갈거야.”
‘노예’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면서도 녀석의 강압에 못이긴 사
스키는 눈물을 터트리며 엄마를 찾았다.
그러면, 쿄스케는 있는 심통, 없는 심통 총동원해 사스키를 괴롭히다 아무
도 눈에 안띄게 집안 한 구석으로 질질 끌고가 협박까지 했다.
“ 너희집 같은건 한방에 날릴수 있어. 너희 아버진 우리 아버지 말 한마디
에도 벌벌 떤다구. 알겠어?”
“ 그래도...... 갈거야. 너랑은 이제 안 놀거야.”
쿄스케는 두려움에 질린 사스키의 목을 두손으로 졸랐다.
“ 너 가기만 해봐. 내가 가만둘 줄 알아? 내 말이라면 우리 아버진 뭐든지
들어줘. 니네 공장문 당장 닫게 해줄까? 그럼 니식구들 당장에 거지돼서
지하철역에서 쓰레기 줍고 살아야 돼.”
사스키는 그때 그 추위를 떠올렸다.
아버지와 함께 한없이 그의 집앞에 꿇어 앉아 있었던 그기억이 떠오르자,
끔찍했다.
그는 이내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 그, 그러지 마. 쿄스케. 하라는대로 다 할게.”
이에 쿄스케는 만족스러운듯 씩 웃으며 사스키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
듬는다.
“ 너희집은 우리를 감사하게 생각해야 돼. 알겠어? 신세를 지면 은혜를 갚
아야지.”
“ ‘엄마’같은건 필요없어. 너도‘엄마’따위는 없어도 돼. 넌 내꺼니까.
내가 시키는대로 하면 돼.”
그는 사스키의 몸을 꼭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고용인 외에는 언제나 텅 빈듯한 커다란 저택. 사업차 이리저리 집을 비우
는 일이 잦은 이노자와씨는 유난히 성깔더럽고 괄괄한 아들의 성질을 감당
못했고, 12번째 가정교사가 그만두고 부터는 아예 두손을 들고 말았다.
그나마 사스키를 마음에 들어해 끔찍이 여기는 아들놈이 학교는 꼬박꼬박
나가는 것에 만족하며 그외의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 아, 아파. 쿄스케.”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침대로 사스키를 끌고 온 쿄스케는 심술궂게 그의
바지를 벗기고 울렸다.
“ 넌 어째 계집애보다 못하냐?”
하긴 주사맞을때도 어린애처럼 우는 녀석이니 말하면 무엇하랴?
쿄스케는 더욱 짖궂게 사스키의 것을 아프게 거머쥐었다.
“ 말해봐. 하나코가 좋아? 하나코를 보면 이것이 단단해지나 보지?”
“ 무, 무슨 소리야? ......아앗!”
“ 하나코보다 더 기분좋게 해줄게. 내가......”
사스키는 너무도 울어 두눈이 퉁퉁 부었다.
어떻게 된건지 쿄스케는 요즘들어 부쩍 그를 여자취급한다.
껴안거나 키스는 물론이고, 함께 자자고까지 한다. 중학생이 되면 다 그런
가?
“ 시, 싫어......”
손으로 장난하는게 싫증난듯 갑자기 쿄스케가 머리를 숙여 그의것을 입속에
넣었다.
“ 아아, ......아앗.”
무서웠다. 그의 혀가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자신의 것이 점점 단단
해지자, 두려움이 먼저 앞선 사스키는 훌쩍거리며 뒤로 몸을 내뺐다.
“ 기분 좋지? 솔직히 말해.”
쿄스케가 그의것을 깨물듯 쭉쭉 길게 빨아당겼다.
사스키는 자신도 모르게 바르르 떨며 촉촉하게 쏟아냈다.
“ 쨔식, 싱겁게 끝내기는......”
그의 입가에 묻어있는 희뿌연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스키는 뭔가 해선 안
될 못된 짓을 한것 같았다.
두려움과 놀라움이 뒤범벅된 사스키의 입술을 덮으며 쿄스케가 만족스럽게
웃는다.
“ 잘먹었다. 사스키. 너의 버진은 내가 책임지마.”
이윽고, 그의 몸이 뒤집어졌고, 엉덩이안으로 그의 손가락이 불쑥 들어왔다
.
울고 불고 난리치는 사스키의 입을 틀어막고 힘으로 누른 쿄스케가 단숨에
일을 치렀을때, 사스키는 보기좋게 기절하고 난뒤였다.
“ 사스키, 넌 이제 완전히 내것이다.”
쿄스케는 눈물범벅이 된 그의 뺨을 찰싹 찰싹 때려 눈을 뜨게 했다.
“ 내꺼라구. 누구에게도 줄수없어!”
사스키, 13살 반이었다.
“ 어서 오세요. 도련님.”
현관앞에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쿄스케는 자기집처럼 성큼성큼 들어가 자신의 집에 비하면 턱도 없이 좁은
실내를 여기저기 훑어본다.
“ 세식구가 살기엔 아늑하겠군요. 부인.”
얼어죽을 어른스런 말투. 사스키는 현관앞에 굳은듯 서서 그를 노려본다.
“ 덕분에 이사를 빨리 할수 있었어요. 도련님. 항상 폐를 끼치는군요. 사
스키, 뭘하고 섰니? 얼굴은 또 왜그래? 쯔쯧......”
“ 사스키가 새집을 보니 어색한 모양이네요. 집에 가보자고 졸라대서 학교
마치자마자, 바로 왔는데..... 어서 올라와. 사스키.”
환하게 웃는 그의 마지막 말엔 약간의 강압적인 어조가 배여있다.
“ 호호호, 애도 참....... 궁궐같은 집에 살면서 이까짓게 뭐 대수라구.
쿄스케 도련님, 저녁 드시고 가실거죠? 정식이 좋을까요? 아니면, 양식?”
어머니는 연신 방실거린다.
뭐가 그리 좋으신가요? 아들보다 이노자와 쿄스케가 더 좋으신가요?
사스키는 슬프고 실망스러웠다.
모든것이 저 웬수놈의 술수이지만, 이노자와의 돈과 힘을 더 밝히는 부모가
이젠 신물이 났고, ‘도련님’,‘도련님’하며 쿄스케를 챙기는 어머니가
섭섭했다.
당신 친아들이 어떤꼴로 사는지 관심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어머니가 친
어머니인지 의심스러웠다.
집에 와도 아무도 그의 기분을 몰라주었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 사스키, 뭘해? 어머니가 저녁해주신다잖아.”
“ 숙제가 많아서 일찍 갈래요.”
“ 안아줘.”
저녁을 먹기위해 호텔 레스토랑을 찾은 쿄스케의 뭘 먹겠냐는 질문에 사스
키가 느닷없이 중얼거린다.
집에만 다녀오면 심란해하는 사스키의 이런 반응을 기대는 하고 있었으나,
밥도 안먹고 호텔객실을 먼저 잡게될 줄은 몰랐다.
분명 즈이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걸 풀지 못하자, 엉뚱하게 그에
게 매달리는 것이다.
죽이니 살리니 해도 그에겐 쿄스케밖에 달리 없으니까.
그런 사스키의 단순한 성격을 쿄스케는 귀엽게 여겼다.
또래보다 작고, 힘도 근성도 없는 고양이 같은 놈에다 가끔씩 되도 않는 반
항으로 그의 속을 뒤집어놔서 탈이지만, 사스키는 유일하게 그가 이 세상에
서 곁에 두고싶은 인간이다.
단지 그 가출 횟수가 해마다 잦아지고 자꾸 비뚤어지는 것 같아 그의 성질
을 돋구는 놈이지만, 그의 사스키에 대한 독점욕은 아무도 모를것이다.
“ 아, 살살해.”
입가가 아직 얼얼한지 쿄스케가 입술을 벌려 혀를 감아 올리자, 녀석이 낑
낑댄다.
쿄스케는 녀석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사스키의 셔츠
를 열어제쳤다.
커다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그의 목덜미와 쇄골 가슴 주위를 덮어 쓸어내
려가며 입술을 겹치자, 사스키가 바르르 몸을 떤다. 간만에 느끼는 즐거운
반응이다.
“ 아.......”
사스키는 차가운 쿄스케의 입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 그의 가슴에 머물렀을
때, 목을 힘없이 젖혔다.
어제 맞은 부분과 가까워 그가 연한 젖꼭지를 입에 물고 혀끝으로 건드리자
, 통증으로 깜짝 깜짝 놀란다.
“ 내가 할께.”
그의 손가락이 엉덩이 근처에 와닿자, 두려워진 사스키가 쿄스케의 다리쪽
으로 내려가 그의 바지지퍼를 열었다. 가늘고 계집애같이 따뜻한 손가락이
그의 것을 두손으로 모아쥔다. 쿄스케는 잠시 눈을 감았다.
사스키의 촉촉한 입술이 곧 그것을 머금었다.
벌써 수년간 반강제로 해온터라, 그의 입놀림은 거의 수준급이다.
마음만 먹으면. ......느리게, 점점 빨리, 다시 느리게. 사스키의 머리카
락이 내려와 그의 아랫배를 간지럽힌다.
쿄스케는 사랑스러운듯 그 머리카락을 쓸어쥐고 끙~신음을 토했다.
“ 이리와,”
평소같으면 좀더 오랫동안 시키겠지만, 쿄스케는 오늘 유난히 빠르게 반응
이 왔다.
그는 사스키의 얼굴을 끌어당겨 삼킬듯 입술을 빨아당기며 그의 엉덩이살을
거머쥐었다.
“ 으읏!”
사스키의 몸이 움찔하며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 아, 안되겠어. ......아파.”
두어번 시도하던 사스키가 새파랗게 질린다.
쿄스케는 입술을 찡그리고, 질겁하는 사스키의 몸을 뒤집어 엉덩이 상태을
살펴 보았다.
외상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데, 그 근처를 더듬기만 해도 넘어간다.
“ 좀 참아봐.”
“ 아, 안돼. 너같으면 그렇게 당하고 참을수 있냐?”
입구를 열어보려는 그의 시도에 사스키가 빽 소리쳤다.
젠장, 벌써부터 새파래지는 녀석을 무리하게 밀어부치다간 모처럼 좋아진
분위기가 망쳐질게 뻔하다.
“ 그럼, 네가 알아서 해봐.”
쿄스케는 기분이 상했지만, 벌렁 뒤로 드러누워 팔베개를 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백배 양보한거다.
머뭇거리는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와, 그의 셔츠단추를 천천히 풀어 열고 그
의 배위로 올라앉았다.
기분좋은 무게감. 녀석의 무게로 벌써 그의 아랫배가 자극받았다.
사스키는 아까의 키스로 젖어있는 입술을 아래로 떨어뜨려 그의 남자다운
턱과 목선을 따라 촉촉하게 입맞춰 내려갔다.
아침마다 수영장 옆의 헬스실에서 땀을 빼더니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
육과 가슴이 다져져 있다.
왜소하고 마른 자신의 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멋진 몸이다.
또, 짜증이 난다. 잘난 이노자와.
“ 왜?”
쿄스케가 입술을 삐죽이는 사스키의 유두에 쪽 입맞췄다.
“ 너 잘났다구.”
“ 너도 일찍 일어나 운동해. 일어날수만 있으면.”
“ 너 때문이잖아. 밤새도록 그짓하고 일찍 일어날수 있어?”
“ 억울하면 네가 ‘공’해보라구. 난 얼마든지 받아줄수 있으니까.”
사스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 자, 계속해. 공주님. 아니면 내가 해버린다.”
그의 손이 계속 엉덩이 부근에 슬금거렸다.
사스키는 그손을 탁 쳤다. 새까만 그의 유두가 눈에 들어오자, 사스키는 다
짜고짜 달려들어 입술로 빨았다. 단번에 그의 것이 벌떡 일어선다.
“ 허억.......”
쿄스케는 사스키의 사랑스러운 머리를 움켜잡고, 짧은 숨을 토해냈다.
“ 좋아, 사스키......”
다른 쪽으로 옮겨와 골고루 빨자, 쿄스케가 기절할 듯 좋아한다.
사스키는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른 그의 것을 다시 입안 깊숙이 넣었다.
그의 머리를 누르는 쿄스케의 힘에 으스러질것 같다. 아파죽겠다.
아무생각 없이 방향을 바꿔 거꾸로 그의 배위에 올라탄 사스키는 편하게 그
의 것을 거머쥐고 입속에 넣었다 뺐다 되풀이했다.
쿄스케는 사스키가 맹렬히 그의것을 빠는 동안, 사스키의 엉덩이가 코앞에
드러나자, 숨이 탁 멈춰지는것 같았다.
동그랗고 하얀 엉덩이의 은밀한 구멍까지 들여다 보이자, 그의 것은 엄청나
게 부풀어 올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쳐 그것을 거머쥐었다.
사스키의 머리가 멈췄다.
“ 시, 싫어.”
쿄스케는 양손을 그 엉덩이 주위에 받치고, 혀를 길게 빼내 비밀스런 입구
주위로부터 천천히 핥아들어갔다.
그가 몸을 비틀어 엉덩이를 빼려고 했지만, 발동이 걸린 쿄스케는 더이상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 조, 조금만 할게. 안 아프게......”
그의 혀가 축축하도록 그 안을 파고들어 온다.
사스키는 몸을 잔뜩 움츠리며 자신의 멍청함을 한탄하며 통증으로 깜짝 깜
짝 몸을 떨었다.
“ 아앗.......!”
침과 혀로 잔뜩 불려놓은뒤, 쿄스케가 결국 손가락 하나를 쑤셔 넣는다.
사스키는 목을 길게 빼내며 비명을 질렀다.
“ 좀 참아.”
그는 한손으로 사스키의 아랫배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손가락에 힘을 주어
입구를 넓혀나간다.
“ 아아.......! 아앗!”
손가락 두개, 세개가 들어왔고, 파들거리는 몸뚱이가 순식간에 식은땀에 젖
었다.
마침내, 몸을 일으킨 쿄스케가 사스키를 엎드리게 하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의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 아, 안돼...... 아아악!”
그의 것이 막 들어갔을 뿐인데도 사스키는 숨도 제대로 못쉰다.
쿄스케는 잠시 멈춰 사스키의 귀와 뒷목덜미를 애무하며 그가 힘을 빼길 기
다렸다.
“ 조금만 더....... 사스키.......”
그가 스윽 더 들어왔다.
사스키의 헐떡거림이 무섭게 시작됐다.
쿄스케는 사스키의 곧은 척추를 따라 쪽 입맞추며 손을 앞쪽으로 돌려 그의
것까지 만지작거렸다.
한손에 잡히는 작은 그의 것을 빠르게 비벼나가며 사스키의 주위를 돌리려
애쓰면서 그는 슬그머니 엉덩이를 밀어부친다.
아직 꽉 맞물린 상태라 둘다 고통스러웠다.
사스키의 것이 반응하며 사스키가 신음을 터트린다.
곧 근육이 완만해졌고, 쿄스케는 조금씩 넣었다 뺐다 찔러 넣을수 있었다.
“ 아앗....... 아아, 아읏......!”
밀착된 살과 살덩이가 미끌거리며 맞부딪쳤다.
시트자락을 쥐어 뜯으며 울부짖던 사스키는 어느새 고통은 잊어버리고 정신
없이 쾌락의 신음을 내질렀다.
“ 허억!”
사스치의 뒷목에 얼굴을 묻은 쿄스케도 숨가쁜 동작과 함께 헐떡거렸다.
“ 한번 더 하자.”
죽은듯이 축 늘어져 있는 사스키를 깨우며 그가 요구했다.
쿄스케는 사스키의 모든걸 삼킬듯 뜨겁게 그의 입술을 빨아 당기며 사스키
를 일으켜 앉혔다. 땀에 흠뻑 젖은 맨살이 미끌거려 제대로 잡지 않으면 빠
져 나걸것 같다.
“ 사스키...... 사스키.”
그는 나른하게 사스키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의 어깨와 가슴을 어루만졌다
.
아직 좀전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하얀 몸뚱이는 팽팽하게 물이 올라 감촉이
기가 막혔다.
쿄스케는 몸을 제대로 못가누는 사스키의 허리를 한 팔로 안고 고개를 떨구
고 있는 그의 것을 한손에 가득 움켜잡았다.
사스키의 입술이 차츰 벌어졌다.
쿄스케가 몇차례 꾹꾹 잡아당겼을 뿐인데도 금새 반응이 온다.
정말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쿄스케는 사스키의 입안을 다시 점령하며 자신의 배위로 앉혔다.
아직 그의 정액이 새어나오는 구멍을 찾아 그의 것을 끼워넣는다.
“ 아아...... 아읏!”
그의 어깨를 짚은 사스키의 가느다란 팔이 부르르 떨었다.
아까보다는 덜 아파하는것 같은데, 여전히 무리인 모양이다.
“ 많이 아파? ......뺄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지만, 미안해서 묻자, 사스키는 아무 말도 않고 눈을 감
는다.
안도한 쿄스케는 사스키가 알아서 움직이도록 내버려 두고 사스키의 것을
다시 비벼 주었다.
“ 아앗.......”
사스키의 목이 길게 휘어졌다.
쿄스케는 연한 사스키의 젖꼭지를 아프게 잘근 잘근 씹으며 손은 손대로 부
지런히 움직였다.
“ 하아...... 하앗!”
젖꼭지와 엉덩이가 쓰라렸지만, 결코 고통만 있지 않았다.
사스키는 쿄스케의 머리를 껴안고, 정신없이 위아래로 허리를 움직여나갔다
.
멈추고 싶어도 도저히 멈출수가 없다.
“ 아아, 아앗! .......아아앗!”
두개의 몸뚱이가 하나로 녹아들었다.
“ 한번만 더 이걸 뺐다간...... 알아서 해.”
바지를 부시럭거리더니 쿄스케가 사스키의 귀에다 다이아몬드로 된 피어스
를 직접 달아주었다.
얼마전, 고부호텔에 머물때 전당포에 맡겼던 그것이다.
다음엔 절대로 전당포 같은데를 찾지 않으리라.
이번에 그렇게 빨리 들킨것도 그 때문이다.
작은 귓바퀴에 반짝이는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는 사스키의 왼발을
들어올렸다.
“ 생일 선물이다. 네놈이 그날 그렇게 도망만 안갔어도 근사하게 치췄을텐
데.”
쿄스케는 촌스럽게도 다이아몬드광이다.
16번째 생일선물인 다이아몬드 발찌를 사스키의 발목에 둘러주며 그는 그
주위를 기쁘게 더듬는다.
“ 잘 어울려.”
놈은 어울리지 않게 보석을 좋아했다.
마치 정부에게 잠자리를 하고나서 보석을 선물하듯, 질색 팔색하는 사스키
의 몸에 두르고 끼우는 걸 재미로 여긴다. 이제껏 받은 다이아몬드셋트를
치장해 보자면, 아주 거대한 다이아몬드 덩어리가 될것이다.
“ 대답은?”
사스키는 낮게 한숨을 쉬며 손을 뻗쳐 그의 목을 당겼다.
그는 세상포기한 듯 멍한 눈으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난뒤 이제까지와
는 다른 열정적인 키스를 해주었다.
산소부족으로 질식하기 전까지 서로의 혀를 감아 당긴후, 사스키는 그를 밀
치듯 입술을 떼냈다.
갈수록 진해지는 하드섹스. 그 광란을 겪고 나면, 온 몸이 껍데기만 남은듯
텅빈것 같다.
머리가 나빠 이런 기분을 뭐라고 하는지 몰라도 사스키는 그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쿄스케로부터 탈주하는 것이다.
쿄스케는 맹렬한 독이다.
“ 중역 출근이시군.”
사스키는 이 학교가 정말 싫었다.
중1때 공립에서 이 돈많은 사립으로 강제로 전학 온 이후로 거의 무시험으
로 고등학교를 올라와서 대학까지도 이 잘난 곳을 다니게 될것이다.
모두들 으리으리한 뒷배경과 돈으로 처바른 미소띈 녀석들뿐,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젯밤, 너무 무리한 덕택에 제대로 걷지못해 등교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쿄스케놈의 재촉에 어쩔수없이 기어나오니 벌써 2교시가 끝난 상태다.
늘 그를 갈구어대는 야요치놈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맞이한다.
“ 너 그 머리 안걸리는 이유가 있었구나. 이렇듯 늘 중역출근이니 제대로
눈에 띄겠어?”
놈이 사스키의 묶어올린 긴 머리카락에 손을 대려고 하자, 사스키는 뿌리치
고 피곤한 얼굴로 자기자리로 가서 그대로 뻗어버렸다.
쨔샤, 나도 이머리 질색이다. 쿄스케의 취향이라 잘랐다간 죽음이다.
웅성거리고 속삭대는 것도 다 귀찮고 말대답하는 것도 싫었다.
“ 정말 팔자좋은 놈일쎄. 무단결석에 왕지각에 너 나오기는 왜 나오냐?”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정말......
평범한 공립에서 축구부 써클에도 들고, 평범한 여자애랑 사귀고도 싶다구!
젠장, 이게 다 쿄스케놈 때문이다.
그놈만 없으면 매일 엉덩이가 빠개질 정도로 그짓을 안해도...... 생각하니
더 아프다.
“ 사스키, 너무해. 일주일만에 나와서는 겨우 자는거야?”
이치로 아나메다.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귀여운 목소리에 사스키는 기겁을 하고 몸을 뒤
로 내뺐다.
한달전부터 집요하게 말걸어 오는 겁없는 여자애다.
그는 우선 주위를 둘러보고 쿄스케의 모습을 찾았다.
두학년 위인 쿄스케의 교실은 바로 건너편이라 혹시나 놈이 망원경으로 감
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별다른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아 안심이 되지만, 언제 간담을 서늘
게 하며 나타날지 모른다.
“ 무, 무슨 일이야?”
“ 생일선물.”
그녀는 작은 하얀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 이, 이런거 필요없어.”
사스키는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미안, 아나메......
“ 얘기 좀 해. 요시노 사스키. ”
수업종이 울리는데도 따라나온 아나메는 다소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한
다. 정말 귀찮은 애다.
“ 너의 그 태도 용납할수 없어. 난 널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했고, 넌 대답
이 없었어. 아니, 대답할 수가 없었겠지. 줄곧 결석에다 날 피했으니. 남자
라면 당당하게 말해보라구. 내가 좋아? 싫어?”
여자애의 박력이란......! 사스키는 그녀의 당찬 공격에 금방 기가 질려 주
춤거렸다.
“ 나, 난......”
갑자기 등뒤에서 커다란 손이 그의 어깨를 탁 친다. 익숙한 향기. 그와 똑
같은 향수.
퍼뜩 정신이 든 사스키는 어쩔줄 몰라 아나메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 수업 시작했잖아. 여기서 뭐해?”
쿄스케가 웃으며 한손으로 그의 어깨를 친숙하게 거머쥔다.
“ 바보녀석.”
철썩___! 아나메는 뒤도 안돌아 보고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 융통성 없는 녀석, 그 말 한마디를 못하냐?”
아나메. 외모도 괜찮고 똑똑한 애다.
다른 머리 빈 애들과는 달리 장래 변호사가 되겠다는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 자신에 비하면 과분할 정도로......
“ 아니면 진짜 마음에 있는거냐?”
“ 아니야!”
사스키는 펄쩍 뛰듯 부인했다.
하마트면 쿄스케가 들고있던 얼음 주머니를 칠 뻔했다.
“ 강한 부정은 긍정이란 말이 있지. 넌 거짓말을 못해. 사스키. 얼굴에 다
씌여 있다구.”
“ 아니라면 아닌거야! 난 그런 똑똑하고, 기센 여자는 질색.....”
정신없이 소리치던 사스키는 그만 심장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양호실 입구에 아나메가 창백한 얼굴로 문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이게 아니야____! 전신에 힘이 쭉 빠져 버리는 것 같다.
“ 저 놈은 여자의 적이야.”
“ 얼굴 하나 반반한거 빼곤 별 볼일없는 놈이......”
“ 쿄스케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아나메 눈이 삐었지. 이노자
와 쿄스케를 놔두고..... 왜 저런 양아치같은 놈을......”
“쿄스케에게 말해야겠어. 저런 뻔뻔스런 녀석은 걷어차 버리라구.”
요시노 사스키가 분에 넘치게도 아나메를 찼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
고, 전교의 여학생들은 모두 그를 공적으로 몰아 세웠다.
이제 전교생으로부터 이지메를 당하는건 시간문제다.
“ 좋아해. 사스키.”
하나코가 먼저 고백해왔을때, 사스키는 꿈을 꾸는것 같았다.
쿄스케의 괴롭힘 속에서도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건 같은 반의 우스이 하나
코의 밝은 웃음이었다.
어찌어찌하다 고백의 순서를 놓친 사스키는 하나코에게 고백받고, 무시코
쿄스케에게 자랑했다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걸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하나코? 사스키에게 부탁받았어. 놈이 워낙 수줍음 타는 놈이라 대신 널
즐겁게 해주라더군. 남녀가 즐거운게 하나밖에 더있어? 이리와. 끝내줄테
니까......”
쿄스케의 사주를 받은 일련의 놈들이 하나코를 질질 끌고 공원 뒷편에서 일
을 치렀다.
그 이후, 하나코는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고,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오랜 병
원 입원후,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는 것뿐이었다.
쿄스케의 냉혹하고 잔인한 일면중의 하나이지만, 사스키는 그 사건후부터는
절대 학교의 그누구와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
전교생이 따돌린다고 해도 그는 하나코의 일을 잊을수 없었다
“ 학교가기 싫어.”
쿄스케는 싱긋 웃으며 다이아몬드 발찌가 반짝이는 그의 발을 들어 세세하
게 입맞추기 시작했다.
학급은 물론, 전교 누구도 그를 상대해 주지 않을테니 사스키는 더욱 그에
게 매달릴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멍청한 녀석 조종하는 것 쯤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으나, 막상 기운잃은 녀
석을 보았을때 안된 생각이 든다.
“ 고교 졸업장은 필요해. 명목상의 대학이라도 말야.”
그는 사스키의 허벅지를 넓게 벌려 제치고 다리 안쪽의 부드러운 살결을 손
등으로 쓰다듬으며 부끄럽게 고개를 내민 그의 것을 혀끝으로 살살 얼러주
었다.
사스키는 소파 등뒤로 머리를 젖히고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놈은 곧 졸업이다.
같은 구역의 대학이지만, 거리상 좀 떨어지겠지...... 떨어진다구?
사스키는 자신의 것을 삼켜 애무하고 있는 놈의 정수리를 빤히 내려다보며
새로운 흥분에 젖어들었다.
어쩜, 자유의 틈이 보일지도 모른다.
지금보다는 더...... 예쁜 여대생들도 많을 것이구......
그렇게만 되면, 자신이 싫증날수도 있겠지.
참자___, 조금만 더 참으면.
“ 너 지금 딴 생각하고 있지?”
갑자기 그가 머리를 들었다. 깜짝 놀란 사스키가 고개를 재빨리 저었다.
후훗, 허술한 녀석.
쿄스케는 웃음이 나왔다. 정말이지 싫증이 나지않는 놈이다.
“ 이게 뭐, 뭐야?”
사스키는 눈앞에 놓인 천조각들을 보고 기겁했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 뭐해? 어서 입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갈아입은 쿄스케가 사스키를 독촉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초미니 스커트에 힐, 여장을 한 사스키는 쿄스케의 오토바
이 뒤에 억지로 태워졌다.
망할 놈.
시험 끝나고, 지겨워 하는것 같더니 결국, 그 우라질 게이클럽으로 향하는
것이다.
커다란, 거시기가 형광불빛이 켜진 그 저질클럽은 쿄스케의 고상한 취미가
한눈에 드러난다.
난다하는 놈들의 비밀 아지트로도 소문이 난 그곳엔 장안의 말썽장이만 쓸
어담은 곳이기도 하다.
벌써, 밖에서조차 시끄럽기 짝이 없는 테크노 음악소리.
눈빛을 빛낸 쿄스케가 사스키의 손을 잡아끌고 어두운 지하로 내려간다.
“ 오랜만이다. 쿄스케. 네 애완견도 여전하군.”
“ 이따 나좀 빌려주라. 내가 성능 좀 키워줄테니........”
xxx놈들! 미리 진을 치고있는 패들이 그들을 보고 한마디씩 할때마다, 사스
키는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 자, 춤추자.”
신이 났는지 쿄스케가 사스키의 허리를 안고 스테이지로 오른다.
고막이 터질듯한 비트 강한 음악, 게다가 눈도 제대로 뜰수 없을 것은 사이
키 조명, 레이저 광선.......
죽음이다___.
남잔지 여잔지 구별할수없는 무리들의 귀신같은 분장의 마스크들이 붕붕 떠
다닌다.
귀신 소굴이 따로 없다.
벌써, 한켠에선 지퍼를 열고 패딩을 하느라 제정신이 아니다.
쿄스케가 일부러 보란듯 사스키에게 눈짓한다.
에라이, 이 변태자식아~!
“ 이리와.”
발동이 걸렸다.
쿄스케는 사스키의 빨간 미니스커트 안으로 손을 쑥 집어 넣으며 어깨를 끌
어당긴다.
“ 미쳤어?!”
“ 뭐 어때? 전부 약 때문에 제정신도 아닌데.......”
“ 그래도....... 싫어.”
젠장, 이놈은 싫다 그러면, 더 땡기는 녀석인 것을........
사스키는 입술을 깨물며 그에게 옴짝달싹 잡힌 허리를 내빼려고 버둥대보지
만, 결국 쿄스케는 맘껏 그의 것을 주무르고 있었다.
녀석의 거친 입김이 목언저리에 닿아 답답하다.
어두스름한 조명속에서도 벌개진 사스키는 주위의 인간들이 모조리 비웃는
것 같아 참을수가 없었다.
어떤 보라색 머리의 계집애가 자신을 향해 중지를 내밀었을땐, 달려가 목을
졸라주고 싶었다.
“ 하지마........ 여기서........”
이 자식아~. 사스키는 자신의 스커트속에 들어있는 그의 손을 잡으며 헐떡
거렸다.
“ 시끄러, 벗겨버리기 전에.”
으아아~. 돌아버리겠다!
녀석은 한다면 하는 놈이라 더 만류하지 못하고, 사스키는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피할수 없었다.
야이, XXX아~.
“ .......... 흐어억.”
“ ..........으으읍.”
사스키는 쿄스케의 손에 입을 틀어막힌채 눈물을 찔끔거렸다.
더러운 화장실 벽에 밀쳐져 달아오른 쿄스케가 미친듯이 뒤를 뚫고들어 헐
떡거린는게 벌써, 한시간째다.
엉덩이도 엉덩이지만, 다리도 아프고, 허리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 새디스트 자식, 이놈은 그가 아파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 허리 더 빼. 사스키.”
뻔뻔스런 요구는 이제 만성이다.
욕짓기가 목구멍까지 튀어나와 고개를 들다가 문득 낯선 눈과 마주치자, 사
스키는 혼비백산했다.
웬 우주복같은 은색 옷을 입은 여자애가 그들을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것이다.
“ 뭐야? 구경났어? 계집애야!”
쿄스케도 눈치 챘는지 그애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자그마한 체구에 당찬 눈빛의 여자애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와 쿄스케를 바라본다.
“ 이계집애가 돌았나? 하고 싶으면 기다려. 끝나고 뻑가게 해줄테니까.”
화가 난 쿄스케가 입술을 이죽거리며 사스키의 허리에서 손을 뗐다.
“ 좋아.”
“ .........!”
사스키는 숨을 죽였다.
쿄스케를 능가하는 무식한 여자애다.
얼굴도 반반한게 귀티나는 멀쩡한 애가 약을 너무 많이 한 모양이다.
“ 젠장, 뭐 이따위가 다 있어? 기분 잡쳤다. 가자. 사스키.”
지퍼를 올린 쿄스케가 사스키의 팔을 끌어당긴다.
어라? 평소의 쿄스케 답지않게 꼬리를 내린다.
이 무식한 놈은 여자라고 결코 봐주는 법이 없는데........
사스키는 허리에 걷어올려진 스커트를 허겁지겁 내리며 쿄스케에게 질질 끌
려나갔다.
“ 너, 이노자와 쿄스케지?”
얼굴에 맞지않게 여자애의 지독스럽게도 걸죽한 음성이 쿄스케의 걸음을 멈
추게 했다.
그가 돌아보자, 그애가 여전히 눈빛을 빛내며 다가온다.
“ 난 쿠로다 유키코라고 해. 네 약혼자야.”
사스키는 가슴을 두근두근거리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진정할 수가 없
었다.
서재안에선 쿄스케의 고함소리가 주기적으로 튀어나오고, 뭔가 와장창 나가
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오, 신은 존재한다. 오늘 이순간부터........
웃음이 저절로 피어나는것을 억지로 누르며 사스키는 마음을 졸였다.
쿄스케의 약혼녀......... 쿠로다 유키코는 그에게 희망의 천사처럼, 그의
앞에 뿅 나타난 것이다.
이제 해방인거다. 우와~, 우리나라 만세!!!
그동안, 이노자와 아저씨가 쿄스케의 눈치만 살피다 말도 못꺼낸 처지였지
만, 막상 쿄스케가 저렇게 날뛰고 있으니 어느때보다 강경하게 졸업하자마
자, 식을 올린다는 기본전제를 고수하고 있다.
“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그따위 말 다시는 꺼내지도 말아요!”
서재문이 부서져라 열렸다 쿵 닫혔다.
사스키는 기겁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너........ 좋아죽겠지?”
“ ..........!”
눈앞이 캄캄하다.
열받친 쿄스케는 다짜고짜 애매한 그를 붙잡아 잡으려고 든다.
“ 내가 결혼하면 널 놔줄것 같냐? 천만에!”
쿄스케는 독을 품으며 사스키의 팔을 홱 꺾어올려 비틀었다.
“ 무, 무슨 소리 하는거야?”
“ 잘들어둬. 난 네놈 놓아줄 생각 눈꼽만큼도 없어. 결혼? 흥, 결혼은 절
대 안할거니까 내손안에서 벗어날수 없다는걸 잘 기억해둬. 알겠어? 이 새
대가리야!”
흑흑........ 어디서 뺨맞고, 어디서 침뱉는다고, 망할 놈!
사스키는 고통스럽다 못해 숨을 헉 들이마셨다.
쿄스케가 때를 같이해 침대위로 그를 쓰러뜨렸다.
“ ...........아읏!”
“ 아, .........아악!”
사스키는 침대기둥에 양손을 매달린채, 부끄럼도 잊고 울부짖었다.
그의 허리를 한팔로 안은 쿄스케가 이를 악물고, 기계처럼 무자비하게 그의
안을 계속 찔러댄다.
“ 허억, 헉헉.........”
둘의 주위는 사스키의 땀과 눈물, 체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 제발......... 그만 좀해......... 아앗.”
그러나, 쿄스케는 사스키의 울부짖음이 들리지 않는듯 했다.
아아, 자유에로의 길이 이렇듯 험난하고 고통스럽다니..........
이런식이라면, 쿄스케의 결혼식도 치르기 전에 골로 갈것 같다.
이대로는 안돼.........
가만히 기다릴수만은 없다!
“ 아직 멀었니?”
우우욱~. 사스키는 벌개진 얼굴을 차마 어쩌지 못해 눈을 감았다.
이노자와씨가 초대한 저녁식사로 도착한 유키코가 화사한 정장드레스를 입
고 문앞에 서있었다.
그러나, 쿄스케는 일부러 과시하듯 사스키를 소파에 쓰러뜨리고, 열렬히 애
무하느라 본체만체한다.
거칠어진 쿄스케의 손길도 힘들지만, 유키코가 보고있는데서 이런 작당을
치는 쿄스케의 돌발적인 행동에 미칠노릇이다.
“ 너, 벌써 조루니? 너무 걸리는거 아냐?”
“ 야, 이계집애야! 썩 꺼지지 못해?”
쿄스케를 능가하는 계집애라고 생각은 했지만, 대단한 애다.
화가 난 쿄스케가 사스키를 밀치고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렸다.
“ 후, 부끄러워하긴.........”
사스키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건, 거죽만 애고 안은 백년묵은 여우가 분명하다.
비칠비칠 일어나 바지를 입은 사스키는 쿠라다 가문의 상속녀를 뒤도 돌아
보지 않으려고 슬금슬금 피하려 했다.
“ 네게 할말이 있어. 요시노 사스키.”
사스키는 멀뚱 그녀를 돌아보며 숨을 죽였다.
또렷한 걸음걸이로 소파에 다가와 털석 주저앉은 그녀는 작은 손가방에서
립스틱을 꺼내 다시 덧바른다.
외모는 귀여운 여자애임에 분명한데........ 사스키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 자세히 보니 귀엽구나. 아주..........”
뭐라는 거야? 이 계집애가..........
괜히 욱하는게 치밀어 오른 사스키는 그제야 허리를 쭉 폈다.
“ 너에 대해 좀 알아봤어. 너네 집이 이노자와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더군.
”
“ 그 때문에 네가 쿄스케에게 잘해주는건 알겠어.”
“ 웃기는 소리 하지마. 너 지금 누구 놀리는거냐?”
참지못한 사스키가 이죽거렸다.
그녀가 생긋 웃는다. 립스틱을 테이블위에 내려놓은 유키코는 레이스장갑을
낀 두손을 깍지쥐었다.
“ 빙빙 돌리지 말고 말하란 말야.”
“ 훗, 나도 네가 맘에 드는데? 좋아. 요시노 사스키.”
“ 난 이노자와 쿄스케와 결혼할거야. 결혼하게 되면.......... 쿄스케는
좀 달라지겠지. 아니,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어. 난 쿄스케가 무척
흥미로우니까.”
흥미 좋아하네. 돈만 많은 어린 계집애가.........
“ 그래서?”
“ 쿄스케와 오랫동안....... 지내온 네가 날 도와줬음 좋겠어. 이미 기정
사실화된 결혼인데, 서로 시끄러울 필요 없잖아?”
바로 이거야!
사스키는 흥분을 누르며 억지로 태연하게 유키코를 응시했다.
“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래?.”
그는 그 핑크빛 립스틱을 집어들며 조용히 댓구했다.
“ 아, ........쿄스케.”
마치 보이지 않는 괴물과 싸우듯 씩씩거리며 달려들던 쿄스케가 허리를 멈
추었다.
갑자기, 사스키의 음성에 교태로움이 실렸다.
웬일이지? 그는 엎드려 깔고있던 사스키를 돌려눕혀 젖은 얼굴을 들여다본
다.
숨을 힘겹게 몰아쉬는 사스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속삭인다.
“ 아파........ 제발, 살살 좀해.”
쿄스케의 목덜미가 꿈틀거린다.
그는 떨리듯 다가오는 사스키의 자발적인 입술을 느끼고, 의아스러워 사스
키의 눈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 넌 내가 엉덩이가 찢어져 죽길 바라냐?”
아파하는 사스키가 소리를 빽 지른다.
허억, 쿄스케가 불이 나듯 사스키의 입술을 짓눌렀다.
열렬한 혀와 혀의 엉김이 시작되었다.
아파 얼얼하도록 서로를 빨아당긴뒤, 입술을 뗀 쿄스케가 사스키의 목에 얼
굴을 묻었다.
“ .........도망가고 싶어. 젠장.”
“ 좋아, 같이 도망가.”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사스키는 그의 입술 주위를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다시 입술을 쪽 맞춘다.
“ 나야 니말대로 너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같이 갈께.”
“ 무슨 꿍꿍이지? 사스키?”
의심스런 눈빛이 진실을 캐내려는듯 사스키의 눈에 정면으로 꽂혔다.
사스키는 최대한 숨을 가다듬고,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 그 영감탱이가 날 설득시키라고 했군.”
하여튼, 눈치엔 귀신같은 놈이다.
“ 내가 널 설득시킨다구? 후, 우습다.”
사스키가 어이없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쿄스케의 경계는 풀리지 않는다.
“ 요즘 같아선 나도 견디기 힘들어 그래. 네가 매일 화만 내니까.........
고달픈건 나잖아.”
그가 사스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좀 가책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 넌 가끔보면 너무 고지식해.”
“ 그냥 결혼한다 그러고 나중에 도망가버리면 될걸, 매일 피터지게 싸우냐
?”
“ 내가 넌줄 아냐? 이게 장난처럼 보여?”
쿄스케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버럭 지른다.
놀란 사스키가 움찔거렸다.
이에 쿄스케는 잠시 입을 다물고 일어나 앉는다.
“ 넌 결국 결혼하게 될거야. 네 아버지를 이어야잖아?”
“ 아님, 이집을 포기하고 도망이라도 가든지.........”
그가 사스키의 멱살을 잡아채고는 이를 악물었다.
“ 당연히 이 집은 내가 이을거야. 하지만, 순순히 시키는대로 결혼하지는
않겠어.”
쿄스케는 사스키의 몸위에 다시 올라타며 입술을 겹쳐온다.
강인한 혀놀림이 그의 혼을 빼놓는다.
땀방울이 후두둑 사스키의 배위로 떨어졌다.
사스키는 죽을 힘을 다해 쿄스케의 것을 조이며 전율에 떠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 생각해봐. ..........그쪽도 어차피 정략인데..........”
쿄스케가 사스키의 가슴을 입술로 훑었다.
“ 그계집애도 꽤 노는애 같잖아. ..........아둔한 애는 아닌것 같더라구.
”
“ ..........갑자기 그계집애의 대변인이라도 됐냐?”
사스키가 허리를 멈추었다.
그러자, 쿄스케는 그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계속하라고 명령한다.
“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집중 하기나 해.”
숨가쁜 움직임에 스피드가 빨라졌다.
저도 모르게 호응하게 된 사스키는 자신의 안에 완전히 밀착된 쿄스케와 같
이 호흡하며 신음했다.
이런 기분........ 묘하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거지?
쿄스케도 홀린듯 사스키의 허리를 안고,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인다.
“ 아아, .........사스키.”
“ ........좋아, 거기 더........ 아앗, ........음!”
“ 일단 약혼식엔 참석하겠어.”
“ 하지만, 결혼은 꿈도 꾸지말아.”
양가 부모님이 참석한 호텔에 들어서며 쿄스케가 야멸차게 뇌까렸다.
유키코가 어깨를 으쓱이며 로비에 남아있는 사스키를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
을 보냈다.
“ 뭘 보고 있는거야?”
굳은 얼굴, 놈은 사진기 앞에 서면 늘 이런 표정이다.
그옆엔 환하게 모델처럼 웃고있는 쿠라다 유키코가 붙어서있다.
“ 그 재수없는 사진은 뭐하러 들여다 보는거야?”
쿄스케가 액자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사스키의 등에 입술을 맞춰왔다.
그의 등줄기를 따라 정성스럽게 입을 맞추는 쿄스케는 요즘들어 꽤 부드럽
다.
그도 그럴것이, 밤마다 아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스키가 최대한 봉사를
해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계획대로 약혼식을 올린 쿄스케는 때때로 유키코에게 휘둘리는 시간만 제외
하면 별문제가 없어보인다.
예전처럼, 함부로 버럭버럭 화도 내지않고, 인생사에 좀 진지해졌다고나 할
까?
사스키에게 억지도 강요하는 일도 줄어들고,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손찌검도
없어졌다.
그렇다고 놈의 본성이 바뀐것은 아니지만.
“ 아파?”
그가 사스키의 다리를 들어올린채 고개를 내밀어 묻는다.
사스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사스키의 것을 입안에 넣고, 혀를 굴린다.
“ 아아........”
사스키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시트자락을 움켜잡았다.
우스웠다. 쿄스케가 친절한 연인처럼, 일일이 그의 의견을 묻고, 허락을 구
하다니........
그의 혀느낌이 온몸을 떨게 한다.
“ 이건, L.A.에 있는 내별장이야. 17살, 생일선물로 받은거지. 방학하자마
자, 떠날수 있게 준비해뒀어. 원한다면, 다른나라도 좋구,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게.”
사스키는 그녀가 내민 열쇠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슴이 뛴다.
“ 너, 자유롭고 싶지?”
“ 너도 남잔데, 언제까지 쿄스케에게 휘둘리며 살긴 싫을거 아냐? 아님,
쿄스케를 좋아하는 거니?”
“ 미, 미쳤어? 그놈은 악마야!”
핑크빛 귀여운 입술이 웃는다.
이 계집애가 누굴 놀리나? 새빨개진 사스키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 난 네편이야. 이노자와 못지않게 이 쿠라다의 힘도 대단해. 내가 쿄스케
를 갖고, 넌 자유가 되는거야.”
정말 정나미 떨어지는 애다.
하지만, 뭐 어떠랴? 쿄스케는 이런 여자애한테 잡혀 고생좀 해보는 것도 좋
을것이다.
그동안 내가 당한 것의 반만이라도 당해보라지........
“ .........좋아.”
마치 예수를 팔아먹는 유다의 기분처럼, 기분이 꿀꿀하다.
협상성립! 그 계집애가 그렇게 말했다.
“ .........결혼 할거야? 쿄스케.”
줄곧 입안이 근질거렸던 질문을 꺼낸 사스키는 이내 후회한다.
사스키는 뭔가 허전해졌다.
“ 결혼한다 해도 지금까지의 생활과 별다를거 없잖아? 어차피, 사업상의
편리를 위한거......... 그 계집애는 밥맛이지만......... 쿠라다는 생각
해볼만 하지.”
결혼식 준비를 위해 예복을 맞추러 가는 도중 차안에서 여러 카달로그를 들
여다보는 쿄스케는 제법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쿄스케 탈출계획이 순조로운데 불구하고, 이 공허함은 무엇일까?
“ 왜 걱정되냐? 버림받을까봐?”
“ 누, 누가......!”
그가 커다랗게 웃는다. 그리고, 사스키의 턱을 잡아당겨 그 심술기가 넘치
는 눈을 반짝였다.
“ 이 결혼은 형식일뿐이야. 쿠라다 쪽은 날 만만하게 보는 모양이지만, 두
고 봐. 그 반대가 될테니까.”
“ 너도 그 작은 머리 굴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너 요즘 생각이 많은것 같
은데, 괜히 허튼 생각 품지 말란 말야.”
사스키는 발끈하여 양손을 힘주어 꽉쥐었다.
녀석은 다시 카달로그로 눈을 돌렸다.
그러면 그렇지, 잠시라도 동정을 품은 자신이 바보스러웠다.
이놈은 철저한 악당이다. 여기서, 약해져선 안돼.
D-day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 헉헉........ 안돼.”
예상했던대로 쿄스케는 딱잘라 묵살한다.
사스키는 그의 것을 더욱 목안 깊숙이 삼켜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의 단단한 손이 그의 머리를 바스라뜨릴듯 움켜잡는다.
“ .........쿄스케, 처음으로 가는 가족여행이야.”
물론, 가족여행은 핑계다. 쿄스케 몰래, 아버지를 졸라 방학이 시작되는 주
말에 온천여행을 가기로 미리 짜놓았다.
“ ..........”
웬일인지 녀석은 아무말 하지 않는다.
예전같으면, 호통부터 먼저 터트리고 보는데, 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
아아, 죽을 맛이다. 놈의 침묵이나 예리한 눈빛이나.......
“ 물론, 너도 같이 가면 좋겠지만, 넌 바쁘잖아........”
“ .........결혼식 전에는 도착할거야. 응?”
그의 허락을 얻기위해 필사적으로 일주일을 졸랐다.
그의 것을 두손으로 잡아쥐고, 정성껏 핥으며 사스키는 마침내, 그를 정복
하고야 말았다.
쿄스케는 한숨을 쉬며 사스키의 뒷통수를 잡아 올렸다.
“ 그치만 내가 널 질질 끌고오게 할 불상사는 일으키지 마.”
그가 다이아몬드 발찌를 채워주며 나즉이 경고한다.
“ 물론이야!”
사스키는 어린애마냥 펄쩍 뛰어오르며 쿄스케의 목을 끌어안았다.
“ 그동안, 유키코에게 잘해줘. 유키코만한 애도 없잖아?”
집앞에 다다랐을때, 사스키는 자신이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만큼 붕
떠있었다.
이제, 자유다_____!
쿄스케가 코웃음을 친다.
“ 사스키.”
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그를 불렀다.
“ 내일 데리러 올께. 약속 잊지마.”
“ 알, 알았다니까.”
녀석이 진지한 눈으로 그에게 되묻자, 사스키는 양심이 찔려 혼이 났다.
가까스로 그의 자동차 뒷좌석에서 내린 그는 차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
에야 거의 날듯이 택시를 타러 뛰어갔다.
12시 23분.
앞으로 7분만 있으면, 이 땅과도 영원히 야듀다.
뒷일이야 어떻게 되든 그건 나중일이고 또, 지금 이상황에서 자유로의 길은
이길 뿐임을 믿어 의심치않는다.
쿄스케와의 악연을 끊을수만 있다면.
“ 이쪽은 미나이치씨, 널 무사히 안내해 줄거야. 추적을 피하려면 전문가
가 필요하니까.”
추적?
사스키는 그보다 먼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키코와 온통 검은옷 일색
으로 이국적인 냄새를 풍기는 낯선 사나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썬글래스를 낀 사나이는 마치 사진에 나오는것 같은 굳은 얼굴로 자신을 빠
르게 훑어나간다.
“ 뒷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기일은 내가 알아서 할거구, 네일은 미나
이찌씨가 다 챙겨줄거니까.”
“ ..........”
뭐라고 말할수 없다.
자꾸, 쿄스케의 마지막 말이 양심에 당겨오지만, 이제 더이상 개의치 않기
로 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이노자와 쿄스케..........
흥분을 감추지 못해 대기실 로비를 왔다갔다 서성거리다 탑승을 알리는 안
내문이 들리자, 사스키는 고동치는 가슴을 안고 탑승구 쪽으로 발걸음을 돌
렸다.
“ 사스키.”
사스키의 걸음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탑승입구을 가로막고 아까와 똑같은 복장그대로 쿄스케가 서있었다.
“ 안됐지만, 이 비행기는 포기해야겠군.”
그의 음성은 평소와 변함이 없는 가운데, 사스키의 다리엔 힘이 쭉 빠져나
간다.
그가 오라는 눈빛을 했다.
“ 뛰어.”
두렵고, 멍한 가운데 걸음을 돌리는 사스키를 미나이찌씨가 팔을 잡아당겼
다.
난데없는 뜀박질이 시작되었다.
뒤에서 유키코인지, 쿄스케인지 고함소리가 터져나온다.
미나이찌씨의 힘으로 정신없이 뛰고 있는 사스키는 벼랑에서 추락하는 기분
으로 공항청사 안을 헤맸다.
“ 쟤가 사정하는 바람에 어쩔수 없었어.”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유키코가 선수를 친다.
승객들이 빠져나간 화장실 한쪽편에서 쿄스케가 피묻은 손으로 나왔다.
안쪽엔 미나이찌씨의 신음소리와 함께 그의 다리가 하나 삐져 나와있다.
쿄스케는 새초름한 눈을 한 유키코앞에 권총과 잭나이프를 던졌다.
일찌감치 쿄스케에게 한방 먹은 사스키는 그 난데없는 무기들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 저놈꺼니까, 네가 알아서 해.”
유키코의 눈썹이 위로 치켜떠졌다.
“ 요즘은 이렇게 중무장하고도 비행기 탈수 있나보지?”
“ 불쌍해서 도와준것 뿐이야. 난 아무상관없어.”
쿄스케는 말없이 세면대로 가 손을 철벅철벅 씻고는 천천히 손을 말렸다.
거울너머로 비친 쿄스케의 눈을 차마 볼수가 없었다.
그는 아직도 눈을 또록또록 굴리고 있는 유키코에게 다가가 눈을 들었다.
“ 잘들어둬. 유키코. 너랑 결혼은 한다.”
“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이딴 어설픈 짓 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줄 알
아.”
“ 예, 아저씨. ........갑자기 열이 나서 자고 있는데요. 아쉽지만, 여행
은 포기해야겠네요.”
사스키는 멍하니 자신의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쿄스케의 집에 들어서고 난뒤부터 줄곧 문입구에 등을 기대선 그는 자신이
떨고 있는것이 두려움때문인지, 아니면 분노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 그럼, 내일 결혼식때 뵙죠. 안녕히 주무세요.”
“ 이리와.”
전화를 끊은 쿄스케가 여느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그것이 사스키를 더욱 분노케했다.
그는 결국 쿄스케 손안에 든 손오공이란 말인가?
“ 어서 이리와.”
그의 음성이 좀더 높아졌다.
목안이 깔깔하다. 현기증까지 일어난다.
사스키는 뼈마디가 하얘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 ......... 벌써 잊었냐? 내가 얼마나 의심이 많은 성격인지.”
“ 네가 잘난 그몸뚱이로 애교 떠는게 너무도 가상해서, 속아준 척한 것 뿐
이란 말이다. 이 바보야.”
그에게 다가온 쿄스케가 신랄하게 이죽거린다.
“ 그계집애가 어떤앤지 몰라도 유분수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줄 아
냐? 내가 뒤따라 안갔다면, 넌 지금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 팔려갔을거
다. 이 새대가리야.”
눈으로 사람을 죽일수 있다면 이런걸 말할 것이다.
사스키의 목덜미가 꿈틀거렸다.
“ 내가 누누히 말했지만, 넌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수 없어. 모르겠어?”
철썩____, 사스키는 후려친 손을 움켜쥐며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백짓장같이 하얗게 질린 녀석의 얼굴이 오히려 안쓰러울 지경이다.
“ ..........넌, 왜 나를 안는건데?”
“ ..........”
쿄스케의 눈썹이 치켜졌다.
“ 난 네노예가 아냐......... 난 요시노 사스키야.........”
쿄스케가 사스키의 몸을 끌어안고, 침대로 데려가려 했다.
그러나, 사스키는 쿄스케를 홱 밀어제쳤다.
“ 이자식이.........”
철썩, 철썩____!
불이 번쩍거린다. 아까맞은 입가에 두어대 더 가격을 당하자, 뜨뜻미지근한
피가 흘러내렸다.
쿨럭 쿨럭, 숨을 쉬기는 힘든데, 정신은 아까보다 더 또렷해졌다.
사스키는 덜덜 떨며 계속 쿄스케의 손을 밀어내며 저항했다.
의자가 넘어가고, 꽃병이 박살이 났다.
“ 너 이자식, 오늘 진짜 죽어볼래? 조용히 넘어갈랬더니, 네가 지금 날 긁
냐?”
“ 호강이 찼구나. 너. 한동안 손을 안댔더니 몸이 근질근질하냐? 엉?”
테이블이 뒤집어지고, 구석에 처박힌 사스키의 온몸엔 금새 푸르딩딩한 멍
이 새겨졌다.
“ 넌 내꺼야. 요시노 사스키. 그건 너도 잘 알고있어.”
그가 싱긋 입가를 늘리며 사스키를 바라보았다.
구석에서 온통 피범벅이 된 사스키가 나이프를 꺼내들고, 부들부들 떨고있
다.
아까 그 청부놈의 것인 모양이다. 정말 우습지도 않다.
“ 그걸로 날 죽이고 싶냐? 자, 해봐.”
쿄스케는 점점 더 악의적인 웃음을 띄며 일부러 가슴을 풀어헤치며 다가섰
다.
“ 가까이 오지마!”
사스키가 거의 울듯이 소리쳤다.
이제껏 어린애마냥 시끄럽던 울음이 달라졌다.
그는 낮게 흐느끼면서도 두손으로 나이프를 꽉 쥐었다.
충혈된 눈동자가 쿄스케를 응시하며 입술을 다문다.
“ 바보같은 짓 하지마. 사스키.”
쿄스케가 진지하게 타협을 내비친다. 사스키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 천만에, 쿄스케........... 넌 날 가질수 없어.”
눈깜짝할 새였다.
앙다문 입술사이로 나직이 뇌까린 사스키가 그대로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
어버렸다.
예리한 칼날에 솟구친 피가 곧 카펫바닥을 적시고, 달려온 쿄스케가 뭐라고
소리치며 그를 쓰러뜨린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어두워졌다.
“ 이제 정신이 드니? ”
엄마 목소리는 아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것 같은데.........
사스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치로 아나메?!
“ 욱!”
“ 그대로 있어. 꿰맨자국이 터지면 곤란하니까.”
엉겁결에 일어나려던 사스키는 그제야 왼손의 막대한 통증을 인식하고 신음
했다.
온주위가 하얗다. 병원이다.
“ 깨어나서 다행이다. 네어머니께선 잠깐 나가셨어.”
아나메의 부드러운 향기가 코끝에 스며들었다.
나도 참. 다살겠다고 손목 긋고, 깨어나서는 여자향기에 먼저 눈을 뜨다니.
........
“ 너, 정말 바본거 알아? 아무리 학교생활이 힘들어도 그렇지........ 네
가 손목을 긋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넌 피를 아주 무서워 하잖아.”
“ 암튼 그 용기는 다시 봤다. 다른아이들도 놀라워 하고있구. 네가 눈을
뜨면 문병오겠다고 난리들이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예쁜 아나메의 음성조차 거슬리기 짝이 없는데, 뭐라고 지껄이는지 도통 알
수도 없다.
“ .........집에 가고 싶어요.”
사스키는 멍하니 왼손을 들어보았다.
아물어가는 긴 흉터자국에는 아직 실밥이 남아있다.
과일을 챙겨주는 어머니가 긴장 띈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 의사선생님이 내일이면 퇴원해도 좋다고 하시는구나. 당신은 미리 가서
방이라도 좀 치워두구료.”
공장에서 잠깐 틈을 내 들른 아버지는 연신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한다.
“ 학교도 옮기는게 좋겠지?”
“ ..........”
사스키는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 집근처에 공립이 있지. 아마? 모레부터라도 당장 수속해 놓으마.”
꿈인지, 생시인지.........
사스키는 마침내 예전의 7살 꼬마때로 돌아온 기분으로 편안해졌다.
이제 쿄스케의 집엔 가지 않아도 되는구나!
아버지가 드디어 자신을 찾기로 결심한거구나!
사스키는 벌떡 일어나 아버지를 꼭 끌어안아주고 싶었다.
링거바늘이 그의 팔에 꽂혀져 있지만 않았더라도.
그날밤, 사스키는 그때까지 잊고 있었던 발목의 다이아몬드 발찌를 끌렀다.
“ 어제 침대를 들여놨단다. 스프링이 아주 고급이야.”
현관에 들어설때, 어머니가 그를 위해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를 열심히 말
해주었다.
뒤따라 가방을 들고 들어온 아버지도 장남을 맞은 첫날 기념이라며 외식을
하겠다고까지 했다.
“ 정말 돈 많이 들었겠네요.”
푹신푹신한 침대가 쿄스케의 침대만큼이나 고급스럽다.
사스키는 눈을 찡그렸다. 멍청하게 또, 쿄스케를 떠올리다니.........
잊을테다. 영원히........ 다신 그얼굴 보고싶지 않다.
“ 그럼, 꽤 돈이 들었지. 하지만, 앞으로 다른것도 얼마든지 사주마.”
“ 공장이 그렇게 잘돌아가나요? 빚투성이잖아요.”
피곤한 몸을 침대 가장자리에 눕히며 사스키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 얼마전까진 그랬지. 하지만, 이제 이노자와씨가 없는 이상........”
사스키의 몸이 벌떡 튕겨졌다.
“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버지가 어머니와 묘한 시선을 주고 받는다.
“ 이노자와씨 회사가 부도가 났단다. 파산해서 감옥에 들어갔어.”
뭐라구요? 사스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꼭 아버지가 질나쁜 농담하고 있는것 같다.
“ 쿠라다 가문과 혼담이 깨지고, 쿠라다 쪽에서 손을 쓴건지........ 순식
간이더군. 그 대기업이.”
“ ..........!”
“ 아뭏튼, 덕분에 아버진 빚을 갚을 필요가 없어졌단다. 정말 다행이지 뭐
니? 아니, 사스키....... 어딜 가니?”
그렇게 수년간 드나들었던 대저택이 순식간에 폐가처럼 황량한 사실에 사스
키의 전신이 얼어붙었다.
거대한 철문은 은행에서 내건 경고문과 함께 굳건히 닫혀 있었다.
사스키는 철문을 몇번 뒤흔들어 보다 떨어져 나왔다.
저택안의 인기척이 사라진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무덤같다.
고작, 한달도 안됐는데........
문을 등뒤로 돌아선 사스키는 부들거리는 몸을 껴안고 정처없이 걸음을 옮
기다가 예전에 쿄스케와 드나들던 저택뒷문의 개구멍을 생각해냈다.
그당시 쿄스케는 상당히 큰 래브라도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녀석을 위해
멀쩡한 대문에 구멍을 냈었다.
후다닥 달려가 임시로 엉성하게 봉해진 구멍을 발로 차내 힘겹게 들어간 사
스키는 무거운 맘으로 저택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발자국이 무수한 현관, 짐을 실어낸 흔적, 예전의 그 으
리의리한 장식품으로 꾸며졌던 거실이나 창들이 이제는 커다란 창고처럼 변
해있다.
살그머니 발을 디디는데도 커다란 울림이 되어 사스키의 심장을 움츠리게
하는 내부의 냉랭한 공기가 숨이 막힌다.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그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마치, 쿄스케가 그를 속이기 위해 대단한 속임수를 쓰고 있는 기분이다.
그놈이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일이다.
“ 좀도둑이라면, 그냥 가는게 좋아. 이집엔 더이상 남아 있는게 없으니까.
”
쿄스케!
사스키는 2층 계단을 서둘러 올라갔다.
2층, 쿄스케의 방문을 밀치고 들어간 사스키는 숨을 헉, 들이마셨다.
가구라곤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텅빈 공간에 술병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
다.
그가운데, 형편없이 초췌해진 쿄스케가 널부러지듯 앉아 있었다.
“ 쿄스케........”
사스키의 음성이 갈라졌다.
그가 고개를 천천히 든다.
“ 꺼져.”
사스키는 멈칫,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빛을 뒤로 한 어두스름한 그림자속에서 그가 사스키를 응시하고 있었다.
“ 썩 꺼져, 이 자식아!”
그가 고함쳤고, 술병까지 날라왔다.
허겁지겁 문뒤로 숨은 사스키의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다.
“ 나 싫다고 손목까지 그은 놈이 ..........왜 온거야?”
“ .........내꼴이 궁금했니? 이꼴이 보고싶어서, 직접 네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자, 이리와서 실컷 봐. 이리 와, 사스키!”
그의 고함소리, 술병 깨지는 소리, 사스키는 귀를 막았다.
“ 이거 전해주러 왔어.”
한참 잠잠해진 틈을 타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사스키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막상, 마주하니 할말이 없었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는 다리 한쪽을 세우고 웅크린 쿄스케 앞에 서서 바지주머니에서 꺼낸 다
이아몬드를 들어보였다.
역광을 받은 다이아몬드가 파란빛을 낸다.
쿄스케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빛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를 드러내 히죽 웃더니, 갑자기 사스키를 쓰러뜨리고 그위에 올라탔
다.
다이아몬드가 공중으로 날아가고, 쿄스케는 사스키의 멱살을 쥔채 한손을
높이 쳐들었다.
사스키가 두눈을 꼭 감았다.
팽팽한 긴장이 둘의 공간 사이를 가득 메운다.
“ 후...........”
주먹대신, 쿄스케의 자조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쿄스케는 손을 내리고, 눈을 감은 사스키를 잠자코 내려다 보았다.
그는 뭐라고 말하는듯 했으나, 입술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사스키는 눈을 떴다. 쿄스케가 자신의 왼손을 들어 올리고, 그 자국을 멍하
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사스키의 시선과 마주치자, 이내 손을 내리고는 일어선다.
“ 돌아가.......... 네꼴 더 보고싶지 않아.”
사스키는 몸을 일으키며 다시 술병을 병채로 들이키는 쿄스케를 두렵게 바
라보았다.
문을 나오는 그가 다시 돌아섰다.
“ ...........왜.”
“ 왜, 유키코와 결혼하지 않았어?”
그러나, 쿄스케는 넓은 등만 보인채 어둠속에 싸여 있다.
더이상, 화도 내지 않는다.
사스키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이 답답해 견딜수가 없다.
저 악당놈이........., 왜 비극의 주인공처럼 서있고, 자신이 가해자처럼
느껴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야, 이자식아! 귀가 먹었어? 내가 묻잖아!”
요시노 사스키_____. 그는 그를 향해 소리쳤고, 천천히 돌아선 쿄스케가 번
개처럼 달려든건 순간이었다.
둘은 엉켜붙어 바닥을 쿠다당 뒹굴었다.
발끈해 몇대 패주려던 쿄스케는 자신의 목을 끌어안는 사스키의 눈물을 멍
하니 바라보았다.
“ ...........분해,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와.”
“ 내가 왜 너같은 놈 때문에 울어야 하냐구..........”
사스키는 쿄스케의 목에 눈물을 적시며 소리쳤다.
“ 사스키..........”
“ 용서할수 없어. 이대로 네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건........... 넌 악
당이야. 악당이라구.”
악을 쓰듯 그에게 퍼부어대면서도 사스키는 쿄스케를 놓치지 않았다.
젠장, 역시 인간은 서로 살을 섞으면 무서운거다.
이 순간에 왜이리 뜨거워지는건지..........
사스키는 자신이 미쳐버린걸 알았다.
쿄스케의 입술이 사스키에게 내리꽂혔다.
눈물과 땀에 젖은 입술에 서로 뜨겁게 맞부딪쳐 떨어지지 않았다.
신기했다. 이제껏 수많은 밤을 보냈지만, 이런 생소한 기분은 처음이다.
왜 이리 가슴이 안타까운지......... 사스키는 몸을 뒤틀었다.
“ 사스키.”
사스키의 반응을 알아챈 쿄스케가 쉰듯한 음성으로 그를 불렀다.
그는 사스키를 바닥에 눕히고, 서둘러 옷을 벗겨냈다.
교스케의 손이 오랜만에 닿자, 사스키는 저도 모르게 신음하며 엉덩이를 들
어주었다.
“ .........사스키, 사스키.”
둘의 입술이 다시 뜨겁게 겹쳐졌고, 쿄스케는 사스키의 다리를 벌려 안았다
.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어둠속에 두 몸뚱이가 열을 내며 서로를 꽉 조이고
있었다.
“ .......... 으음, ..........으아앗.”
“ 아, ..........하앗!”
뒤로 길게 휘어진 사스키의 입술이 커다랗게 벌어졌다.
쿄스케는 한손으로 사스키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첫날밤을 치르는 신랑처럼
, 긴장된 얼굴로 진지하게 사스키의 안을 파고들어갔다.
“ 아아앗, ..........아앗!”
뜨거운 열기가 온방안을 채워나갔다.
좀전까지 썰렁하기 짝이 없던 텅빈 공간에 달콤한 신음과 쾌락의 비명이 가
득찼다.
“ 아아, ..........앗. ...........쿄, 쿄스케.........”
사스키의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 ..........제정신이 아냐.”
어둠속에 하얀 발이 들춰졌다.
사스키는 지치고 메마른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발에 다시 다이아몬드
가 반짝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쿄스케가 연신 그 발목을 혀로 핥고있다.
“ 내가 정말 미쳤나봐. 이럴순 없어.”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연달아 몇번이나 절정에 다다르고 힘을 뺀 지금, 그의 이성이 나직이 부르
짖고 있다.
쿄스케는 사스키의 발목을 잡아당겨 사스키의 몸을 자신의 다리위에 앉혔다
.
“ 이유를 가르쳐 줄까?”
그는 허탈해 하는 사스키의 입술과 어깨에 입맞추며 그제야 입을 연다.
“ 넌 내노예니까.........”
“ 내게서 벗어나지 못해. 알겠어?”
사스키의 입술이 부르를 떨리며 벌어졌다.
그러나, 쿄스케의 입술이 곧 그곳을 봉하듯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혀를 받아들이는 사스키의 목구멍에서 끙, 하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이어 그의 뻔뻔스런 덧붙임!
“ 내가 그렇게 길들여 놨잖아?”
Who's 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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