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Angel 1 환타지
1.욕실 안으로 떨어진 천사(?)
이곳은 어디인가? 그 누구 발 딛을 땅이란 존재하지 않고 대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검푸른 색 구름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푸른 하늘이 존재해야 할 곳에도 구름은 자리하고 있다. 구름과 구름 사이에 서로 내리 꽂히는 건 벼락이었다.
세상이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벼락은 쉴새없이 대기를 갈랐다. 이는 인세(人世)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
게다가 그 벼락들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형체는 검거나 흰 오라를 뿜으며 날개를 펄럭이는 이들이다.
그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악마와 천사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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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악"
곳곳에서 흉칙한 비명들이 울리고 있다. 대부분 당하고 있는 것은 검은색 박쥐같은 날개를 달고 있는 악마들. 파워즈들의 성스러운 오라로 빛나는 검에 악마들은 하나 둘씩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레그나는 자신의 무기인 영혼을 베는 낫 라이세네프를 들고 피에 젖은 여덟 장의 검은 날개를 늘어 드린 채 침묵의 샤테이엘과 맞서고 있었다.
"전세는 결정되었다."
샤테이엘은 그 무거운 입을 천천히 열었다.
"너희는 이번 전쟁에 패했어. 네가 아무리 루시퍼의 인(印)을 받은 타천사(墮天使)라 하더라도 전세를 뒤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레그나는 샤테이엘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말할 기운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말없이 숨을 고르며 최후의 힘을 짜낼 뿐이었다.
"후훗. 이곳에서 어떤 악마도 절대 살아나갈 수 없을 것이다. 너희의 왕 루시퍼는 패전 소식을 전해듣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슬퍼할까?........ 훗 슬퍼하는 마왕은 어울리지 않는 데 말이야.. 하하하."
샤테이엘은 커다란 비웃음으로 레그나를 도발했다. 레그나는 그런 그에게 차갑게 응수했다.
"엘로힘은 바보였던 건가? 너 같은 수다장이한테 침묵을 맡기다니.... 쓸데없는 말은 집어 치워라. 그리고 덤벼라."
(작가 주: 엘로힘이란 고대에 여호와를 부르던 다른 이름입니다. 세계의 창조자라는 뜻이죠.)
샤테이엘은 레그나가 그들의 신을 모욕하는 말에 분노했다. 그리고 자신의 검을 들어 레그나를 베어갔다.
"좋다 상대해주마."
레그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내리쳐지는 샤테이엘의 검을 라이세네프로 받아 넘겼다. 서로의 오라가 불꽃처럼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샤테이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공격이 레그나를 향했다. 레그나는 어렵사리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뿐이었다. 주변의 악마들은 모두 하나 둘씩 사라져 버렸고 남은 건 레그나밖에 없었다. 남은 천사들은 레그나를 위하기보다는 샤테이엘을 존중해서 그들의 싸움에 끼여들지 않았다.
"끈질긴 놈. 이 정도로는 너를 상대하기 힘들다는 건가?"
어느새 샤테이엘도 거칠게 숨을 내쉬며 순백의 날개를 펄럭여 뒤로 물러났다. 약간의 쉴 기회를 얻은 레그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레그나는 이미 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있었다. 운좋게 샤테이엘을 이기더라도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천사들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죽을 각오를 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천사와 함께..............
"내 최강의 힘을 보여주마."
샤테이엘이 특별히 말하지 않더라도 레그나는 샤테이엘의 검에 응집되어 가는 심상치 않은 오라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초조한 감정을 억누르며 가만히 주문을 외우며 기다렸다.
샤테이엘의 검은 점점 빛을 강하게 뿌려갔다. 찬란하게 빛나던 그의 검이 하얀 불꽃처럼 타올랐을 때 샤테이엘은 그 빛을 폭발 시켰다.
"성광폭열검(聖光爆熱劍)"
엄청난 빛이 주위를 희게 물들이며 레그나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졌을 때 샤테이엘의 검은 레그나의 복부를 꿰뚫고 있었다. 레그나의 복부에서 나온 검붉은 피는 검신을 타고 흘러내렸다.
"크윽!"
레그나는 고통의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넌 끝이다."
샤테이엘은 레그나에게 꽂힌 검을 천천히 뽑았다.
"아니 너도 끝이다."
거의 비명처럼 새어나온 레그나의 목소리에 샤테이엘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레그나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보았을 때 불길한 무언가가 그의 머리를 스쳐갔다.
"나 다크엔젤(Dark Angel) 레그나의 생명을 걸고 원한다. 분노의 힘이여.... 헬 라이트닝(Hell Lightning)!"
레그나의 외침과 함께 하늘을 뒤덮은 구름 사이에서 검게 물든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그 커다란 번개는 레그나와 샤테이엘의 머리 위에 직격으로 떨어졌다.
"크아아악"
"으아악"
두 개의 서로 다른 비명이 상공에 메아리쳐 사라진 직후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소중한 동료를 잃어버린 천사들만이 그 공허한 공간을 놀란 눈으로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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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동쪽의 부국 리저스에 있는 바란치 마을은 오늘도 시끌벅적했다. 여기 저기서 싸우는 소리, 물건 파는 잡상인 소리, 일하러 갔다온 우마차 소리 등등등.. 올해로 열 일곱 살의 실 프라인은 오늘도 주위의 시끄러움을 한탄하며 욕실로 들어갔다. 프라인 가(家)는 대대로 바란치 마을에서 살아온 지주 집안이었다. 지난 할아버지 때에는 거의 집안을 말아먹을 뻔했던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실의 어머니가 이 집에 시집 온 뒤에는 놀라운 수완을 발휘해 예전보다 더 부자가 되버렸다.
이런 부유한 집안 형편 때문에 부족함이 없는 실이었지만 그녀가 항상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것은 일찍 죽어버린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래서 그녀는 다른 집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것을 보면 항상 부러워하곤 했었다.
실은 창문과 문을 꼭꼭 닫았다. 바깥에서 들려오던 시끄러운 소리는 이제 가벼운 웅성거림으로만 실의 귀를 간질일 뿐이다. 실은 욕조에 담겨있는 물을 확인했다. 이미 하녀가 따뜻한 물을 준비해 놓은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옷을 벗었다.
한꺼풀 한 꺼풀 옷이 벗겨져 나가며 풋풋한 소녀의 육체가 대기 위에 드러났다. 그리 크지 않은 젖가슴을 감싼 천이 떨어지고 하늘로 퉁겨져 오를 듯 탱탱한 젖가슴이 차가운 공기를 만났다. 그 위에 솟아 있는 작은 열매는 생명의 선악과처럼 먹음직스럽다. 버들가지 같은 부드러운 두 팔이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작은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팬티를 벗겨 내리면서 그녀의 몸은 태어났던 그 모습 그대로 돌아갔다.
욕조로 다가가 허리를 숙이곤 가볍게 찰랑이는 물에 비치는 자신의 작은 가슴을 약간 불만스럽게 보다가 눈길을 내려 자신의 허벅지 사이의 자신의 머리카락 색처럼 불타는 것 같은 빨간 보지털을 보고는 스스로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실은 조심스럽게 발끝부터 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주변 공기와는 다른 따뜻함에 실은 흠칫 발가락을 움츠렸으나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한쪽 발부터 서서히 담그고 이어서 다른 쪽 다리를 들어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김이 그녀의 육체를 기분 좋게 달구는 것을 느끼며 실은 그 앙증맞은 엉덩이부터 욕조에 주저앉았다.
"하아....."
온몸을 따스한 물 속에 담그고 몸을 쭉 펴 등을 욕조 한쪽 벽에 기대고 있으려니 기분 좋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작은 물결이 귀엽게 솟은 젖꼭지를 건드리다가 젖가슴사이의 얕은 계곡을 찰랑이며 간질일 때마다 야릇하게 감질날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느껴지는 쾌감은 영원히 라도 이대로 있고 싶은 바램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후음.. 기분 좋아....."
욕조에서 솟아나는 뜨거운 김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니 황홀할 정도의 나른함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하. 이대로 계속 있었으면...."
그러나 오늘의 그녀는 그렇게 마냥 행복한 기분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재수가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콰앙 우지끈!'
바깥에서 들리던 소리와는 다르게 일시적으로 들린 엄청나게 큰 소리에 시일은 화들짝 자신만의 카타르시스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
저절로 소리가 들린 머리 위로 고개를 든 실은 깜짝 놀랐다.
"아앗! 천장에 금이.."
시일이 소리지르기가 무섭게 우지직 소리를 내며 거미줄이 범위를 확장해 가는 것처럼 갈라지던 천장은 퍼억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려 버렸다.
"꺄아악!"
실은 위에서 떨어지는 여러 가지 물건들에 놀라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안고는 비명을 질렀다.
"꺄악. 캭 꺄아아악. 꺄악. 꺄아아아아악. 꺄악. 하악"
(작가 주: 지겹게도 비명을 질러대는 구만 ?.?;;)
주위로 떨어지는 목재들을 피하며 쉬임없이 비명을 지르던 실은 더 이상 아무 것도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야 살짝 실눈을 떠서 주위의 광경을 확인하였다. 부서진 욕실의 광경은 처참했다. 천장이 무너지면서 떨어진 목재며 돌, 흙 따위가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먼지를 내며 흩어져 있고 산산이 부서진 수건걸이며 수납장 따위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있었다. 다른 방과 이어진 벽은 반쯤 무너져 내리고 그녀가 들어 있는 나무로 된 욕조 역시 부서져 빨간색 물이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검은 색 깃털들도 떨어져 있었다.
"응? 빨간색?"
실은 순간 뭔가 알 수 없는 부조화를 느꼈다.
"빨간 색 물이라니? 서.. 설마 피? 꺄악 나 다친 건가. 엄마 나 어떡해. 엉엉."
실은 물을 따라 번져 가는 피를 그제야 알아차리고 울면서 자신의 다친 곳을 더듬었다. 그러기를 잠시..
"어라? 나 다친 데 없잖아."
영문을 알 수 없어 물에 젖은 머리를 긁적이던 실은 갑자기 자신의 다리 밑에서 검은 색의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꺄악 뭐?"
당황해 뒤로 물러서던 실은 벽이 등에 닿아 더 이상 갈 곳이 없음을 느꼈고 그 뭔지 모를 까만 것은 실의 키보다 훨씬 커져서 그녀를 덮쳤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실은 이것으로 오늘의 마지막 비명을 지르면서 부드러운 어떤 것이 온 몸에 닿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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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건 정말 말도 안돼요. 내 딸이... 욕실에서......"
실은 옆에서 낮게 웅성거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니 흐릿하게 침대의 휘장이 보이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마......"
실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실 대체 어떻게 된 거니? 욕실이 다 부서지고. 너도 기절해 있고 게다가.."
"마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실 아가씨는 아직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레이나인....."
실은 그제야 옆에 서 있던 레이나인을 발견하고 미소지어 주었다. 레이나인은 곧 울먹이기라도 할 거 같은 표정으로 안쓰러운 듯 실을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 그러니까.. 목욕하는데..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나고 천장이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무너져 버렸어요. 벽도 무너지고.. 나 피도 났는데 다친 데가 없었어. 이상하지..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까만 게 욕조에서 튀어 나와서 난 기절해버렸어."
실은 설명은 뒤죽박죽 뒤섞여 있었지만, 그녀의 설명으로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역시. 그 소년은 하늘에서 떨어진 건가? 실이 먼저 들었다는 커다란 소리는 지붕이 구멍나는 소리?"
"하지만 지붕이 뚫리고 아래층까지 떨어질 정도면 엄청나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는 건데 그 충격에서 사람이 살아 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저기 우린 중요한 걸 하나 잊고 있는데...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나?"
"..........."
"...... 아마 못 날죠."
"그럼 어디서 떨어진 거죠. 그럼 떨어진 게 아니란 건가요?.."
"그건 그렇다 쳐도 몸에 있는 화상이랑 칼자국들은......"
실은 그녀가 이해 할 수 없는 말들을 해대는 주위사람들 때문에 머리가 더 어지러워지는 것 같았다. 라미, 아니샤. 시에린, 일렌.. 그녀들의 이름이 실의 머리 속을 빙빙 돌았다.
"제발 그만 좀 해요..."
모기소리처럼 조용한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가려졌지만 레이나인만은 그것을 들었다.
"이봐요 나가서 떠들어요. 그만 하라고요. 아가씨는 휴식이 필요해요."
레이나인의 그녀의 아가씨를 위해 사람들을 네사람을 하나씩 밖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한사람을 내보낼 때 실의 어머니이자 이 집안의 가장인 에리나 프라인은 레이나인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마님도 나가세요."
그러나 레이나인의 단호한 한 마디에 에리나는 실의 방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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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한번도 변하지 않은 너무나도 밝은 세계. 그것은 순백의 어둠이었다. 너무 밝기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암흑보다도 더한 절망을 나에게 안겨 주었다. 나는 어느 날 암흑을 보았다. 빛을 누그러트리는 어둠.. 그 어둠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레그나 루시페르라는 저주받은 이름을 주었다.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톱니바퀴처럼 세상을 유지할 뿐.. 신은 인간 외에는 자유의지를 허락하지 않는 것인가? 인간을 향한 질투와 저주 때문에 나는 그를 따라 반란을 일으켰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 너무나 오래 된 그 과거의 기억을 지우며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인식할 수 없는 건물의 천장과 뿌연 인간의 얼굴을 보며 그는 입을 열었다.
"여긴 어디?"
"오호 깨어난 건가? 상처가 심해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았는데 정말 놀라운 생명력이야."
성대를 울려 탁한 음색의 목소리를 내는 나이 든 사내의 모습이 그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생명체였다.
"인간인가?"
"하하 깨어나자 말을 재미있게 하는군. 그래 나는 사람이야. 괴물이 아니라고.."
"최악이군...."
그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로 보이는 늙은이에게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인간계로 떨어지다니.. 게다가 인간들 사이에. 차라리 몬스터 소굴에 떨어지는 것이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가 깨어났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엄청난 상처이긴 하지만 정신을 차렸으니 위험은 넘긴 거야."
늙은 의사는 그가 무시를 하건 말건 자신의 말을 다 지껄였다. 그리고 그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들어 온 것은 실의 어머니인 에리나였다.
"어머 정신이 든 건가요. 선생님?"
"하하 그러네. 내 의술이 좀 뛰어난가. 이 정도 상처야 약과지."
늙은 의사는 고개를 돌려 에리나를 바라보며 자신감을 과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나도 가봐야겠네. 이 청년이 깨어났으니 나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봐야지. 아참 실은 괜찮은가?"
"네. 실도 방금 정신이 들었어요."
에리나는 웃으며 의사에게 답했다. 늙은 의사는 에리나에게 인사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그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는 천장만을 바라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늙은 의사는 무안하게 웃으며 진료가방을 들고 방에서 나갔다.
에리나는 방문을 닫고 어색하게 서 있다가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말없이 의사가 앉아 있던 의자를 끌어다가 앉고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몸과 주변을 인식했다. 몸에는 마력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육체 역시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마력을 모두 소모한 악마에게는 죽음뿐이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쳐갔다. 그는 대기에 흐르는 마나를 몸 안으로 흡수했다. 조금씩 몸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신의 옆에 앉은 여자를 쳐다보았다.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외모. 성숙한 아름다움을 가진 그녀의 눈동자는 멍하게 초점이 흩트려져 있다. 그는 마음속으로 실소했다. 아마도 그의 외모 때문이리라. 인간들은 사람들의 외모에 너무 많은 지배를 당한다. 그런데다가 악마의 미혹에 너무나 쉽게 걸린다. 그는 방금 흡수한 마나를 마력으로 바꾸어 응집시켰다. 그리고 응집된 마력을 움직여 흐릿한 푸른 색 오라를 만들어 에리나의 몸을 감쌌다. 그 오라는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그녀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망가진 몸을 약간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에리나는 약간 정신을 잃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쳐다본 얼굴인데.. 아무렇게나 흩트려져 있지만 검은 비단 같은 머리카락 깊이를 알 수 없는 칠흑의 보석 같은 눈동자. 새하얀 피부 위에 연한 분홍빛 입술. 부드럽게 굴곡진 얼굴에 오똑하게 솟은 콧날. 인간과 다른 극한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그녀는 머리 속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에 그녀는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당신. 이름이 뭐죠?"
그녀는 긴장 속에서 겨우 겨우 입을 열어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고요한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에 이유를 알 수 없이 가슴이 진탕 되는 것을 느꼈다.
"나의 종이 되겠다고 맹세한다면 가르쳐 주지."
이해할 수 없는 요구가 담긴 대답. 하지만 에리나는 스스로도 억제할 수 없는 끌림에 끝내 말하고 말았다.
"당신의 종이 되기로 맹세해요. 그러니 가르쳐 주세요."
이 상황을 누가 납득할 수 있으랴. 리저스 최고의 상회를 이끄는 에리나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온 것을.... 그러나 지금 이방은 주위에서 격리된 것처럼 이상한 위화감에 뒤덮여 에리나를 그렇게 이끌고 있다.
그녀는 십육년 전에 마지막으로 느꼈었던 흥분과 떨림으로 그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나의 이름은 레그나 루시페르.."
그 말은 결정적으로 그녀의 이성을 무너트려 버렸다. 정체불명의 울림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스며들어 정신을 어지럽혔다.
"루시페르님."
그녀를 지배하는 어떤 의지가 마음대로 말을 했다.
"루시페르님. 당신의 종에게 명령을."
"나의 입술에 키스해라."
"당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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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나는 허리를 숙여 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서로의 입술이 부딪히고 그의 혀가 에리나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혀를 감싸며 타액을 빨아들였다. 달콤한 쾌감이 그녀의 전신으로 퍼졌다.
젖 빠는 아기처럼 레그나는 에리나의 타액을 빨아 마셨다. 그러면서 화끈한 기운이 레그나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영원같은 시간은 순간에 지나가고 에리나는 아쉬운 입술을 그의 입에서 떼어냈다. 그리고 레그나의 다음 명령을 기대했다.
"옷을 벗어라."
그녀가 기대했던 명령이 떨어지고 그녀는 옷을 벗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하얀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기 위해 손을 목으로 가져갔을 때 갑자기 벌컥 문이 열렸다.
"마님. 여기 계세요? 드레인 상회에서 사람이 오셨는데요."
문을 열고 에리나를 부른 것은 하녀인 아니샤였다. 그와 함께 흠칫 에리나의 몸이 떨리며 멍하게 흐려져 있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내가 뭘...."
뭔가 이해할 수가 없어.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리나를 아니샤가 손으로 잡아 당겼다.
"에리나님 아까부터 한참이나 기다리셨다구요."
"응.. 알았어."
주저하는 듯한 에리나의 등을 떠밀어 나가며 침대에 조용하게 누워있는 레그나를 흘깃 보고는 문을 닫았다.
"젠장. 재수가 없으려니.. 오늘밤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전혀 미동도 없는 눈동자를 천장으로 향한 채 레그나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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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나는 드레인 상회와 이야기를 끝낸 후 서재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부터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실이 목욕할 때 욕실 천장으로 떨어져 버린 이상한 소년이 치료받고 있는 방에 들어가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의자에 앉아서 얼굴을 본 것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그 뒤로는 뿌연 안개에 가려진 것 같았다. 아니샤가 자신을 부르러 왔을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어지러운 머리를 싸매고 기억을 더듬었다.
소년의 얼굴은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 얼굴만 떠올려도 얼굴이 붉어질 만큼.. 그러나 그의 아름다움에는 자연스럽지 않았던 뭔가가 있었다.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에리나는 이미 잊혀져 잘 생각나지 앉는 지난밤의 꿈을 떠올리는 것처럼 하나 하나의 단편적인 실마리를 더듬어 대략적인 이야기를 구성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씩 기억을 해낼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그녀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지금 서재 안에는 그녀 혼자뿐, 이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볼 다른 사람은 없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년의 눈동자와 마주쳤던 것. 이름을 물어 보았던 것. 종이 되라는 말. 그리고 자신의 맹세. 레그나 루시페르라는 이름. 키스.. 마지막의 명령. 하나가 기억나니 이어진 실타래처럼 기억은 연이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억이 선명해 지는 것에 따라 에리나의 얼굴도 빨갛게 물들었다.
"내가 그런 말도 행동을 하다니...... "
생각하기 싫은 치욕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분노가 밀려왔다.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내가 정상적이었다면 따를 리 없잖아. 아마 그 소년이 이상한 힘을 쓴 게 틀림없어."
생각을 하면 할수록 확신은 강해졌다. 아마도 그 레그나라는 소년은 악독한 흑마술사거나 사이비 최면술사일거라는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쁜 자의 아름다운 외모 따위에 잠시 혹해 있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창피했다. 그리고 그 소년과의 서로의 침이 오가던 깊고 달콤했던 키스..... 저주스러웠다. 게다가 자신이 했던 종이 되겠다는 맹세.... 죽고 싶었다.
에리나는 내일 당장 경비대를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당장 레이나인을 불러 시키고도 싶었지만 소년의 몸에 난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칫. 분명 그것도 나쁜 일을 하다가 생긴 상처일 꺼야. 아니 어쩌면 우리 집에서 나쁜 일을 꾸미고 일부러 만든 걸지도 모르지. 돈과 나의 육체를 노리고...."
에리나는 괜히 중얼거리다 마지막 말을 말하면서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자신의 머리를 흔들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내일은 아무리 불쌍해도 내쫓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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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가 목욕할 때 천장으로 남자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야?"
"그래요 아가씨."
실은 침대에 누워서 옆에 앉아 있는 레이나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레이나인은 시종일관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실의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게다가 엄청나게 커다란 상처를 입고?"
"네."
"대체 뭐야?"
"글쎄요. 저도 모르는 일이죠."
"뭔가 말이 안되잖아!"
실이 언성을 높였다.
"그렇죠. 저도 그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너무 다쳤잖아요. 그대로 놔두었다간 죽을지도 모르는 데 치료는 해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부드럽게 설명을 하며 되묻는 레이나인에게 실은 더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건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라뇨?"
"그래.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거니까. 하지만 그 사람의 상처가 웬만큼 낫는다면 반드시 용서를 받아야겠어. 숙녀의 욕실에 함부로 침입하다니..."
실이 입술을 내밀며 뾰로통하게 말하니 레이나인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네에 그러세요. 그리고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 저는 나갈께요."
레이나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촛불을 껐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아침엔 일찍 일어나시고요."
레이나인은 실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 밖으로 나갔다.
실은 어두운 방안에 혼자 남았다. 예쁜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남자.. 잘 생겼을까?"
= = = = = = = = = = = = = = = = = = = = = = =
칠흑같이 어두운 밤. 온 세상을 덮는 거대한 어둠의 장막에 빛은 그 힘을 자신의 주변에만 미약하게 유지하고 있을 뿐인 시간이다. 자정을 알리는 종단의 교회 종소리는 친 후 한참이나 지난 지금 이 시간 프라인 가의 저택은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몇몇 방안에서만 잠자는 이들의 숨소리가 들릴 뿐이다.
에리나 역시 규칙적인 호흡을 하며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가끔씩 그녀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이불자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것은 갑작스런 일이었다. 그녀의 규칙적이던 호흡이 빨라지고 바스락거림이 멎은 것은, 어느새 그녀는 눈을 똑바로 누워 눈을 뜨고 있었다. 그녀가 잠이 깰만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다. 에리나는 기계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좁게 뻗은 복도가 짐승의 아가리처럼 시커멓게 그녀 앞에 펼쳐졌다.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에리나는 걸었다. 그리고 어떤 문 앞에서 멈추었다.
"쿡쿡. 왔느냐 들어와라."
방안에서 낮게 깔린 음산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자 에리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은 레그나가 누워 있는 방이었다.
2. 젠장 수호천사라닛!
에리나는 그 초점 없는 눈으로 레그나의 침대 앞에 섰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짐승의 그것과도 같은 레그나의 눈동자가 에리나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쿡쿡. 역시 인간은 재미있단 말야."
레그나는 이해할 수 없는 애매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장난스럽던 그의 목소리가 엄숙한 빛을 띄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해라."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던 에리나가 레그나의 말에 반응해 입을 열었다.
"내가 바라는 것......"
그것은 순간의 착각이었을까? 에리나가 입을 여는 순간 레그나의 칠흑과도 같은 눈동자에 그 자리의 공간이 삼켜져 버리는 것 같았던 그 느낌은......
레그나는 말을 계속했다.
"인간의 여자여. 너의 이름은?"
"에리나.. 에리나 프라인."
"좋아. 에리나 너의 욕망에 충실하라."
레그나는 여기서 말을 끝마쳤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리나는 스스로 자신이 입은 순백의 잠옷을 벗기 시작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하게 빛나던 잠옷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팬티와 브래지어만을 착용한 채로 에리나는 대기에 자신의 몸을 드러내었다. 만지면 분이라도 묻어 날 듯한 뽀얀 피부가 어렴풋하다.
부드러운 육체의 굴곡이 그녀가 서른 네 살에 열일곱 살의 딸을 가진 여자라고는 누구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알맞게 솟아오른 가슴을 브래지어가 터질 듯 압박하고 있는 것 같고 잘 만들어진 바이올린과도 비슷한 가는 허리는 매혹적이었다. 거기에다 커다란 복숭아처럼 동그랗고 귀여운 엉덩이는 매혹적이다.
에리나는 그대로 레그나의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이불 속에서 레그나의 상처에 아픔을 주지 않도록 주의 하며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이불 속에서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레그나는 에리나의 매혹적인 허벅지에 손을 뻗었다. 허벅지의 부드러운 살결은 팽팽한 탄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레그나는 에리나의 하체에 마지막 남은 한 장의 천조각에 손을 뻗었다. 에리나의 팬티가 손에 닫자 벌써 흥건히 젖어있는 것이 느껴진다. 에리나는 자신의 속옷에 와 닫는 오랫동안 이불 속에 있었던 레그나의 손에서 느껴지는 이해 할 수 없는 차가운 느낌에 몸을 흠칫 떨었다.
"하악 차가워 ..."
레그나는 그녀의 팬티 위에서 손가락으로 에리나의 보지를 더듬는다. 에리나는 야릇한 느낌에 몸부림을 쳤다. 흘러나오는 애액으로 젖어 에리나의 팬티는 있으나 마나했다..
"하아 벗겨줘요...루시페르님"
에리나는 레그나가 자신의 팬티를 쉽게 벗길 수 있도록 허리를 약간 들어올리며 헐떡였다. 레그나는 에리나의 팬티를 벗기며 이불을 젖혔다. 뜨거운 몸을 스치는 갑작스런 공기 때문에 에리나는 몸을 떨었다. 이런 어둠 따위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 레그나이기에 아직 브래지어에 눌려 있는 젖가슴부터 뽀얀 아랫배 그리고 그 아래 둔덕까지 모두 레그나의 눈에 드러났다. 에리나의 붉고 윤기있는 보지털이 애액에 젖어 빛도 없는 방안에서 반짝인다. 그 아래의 분홍빛 보지의 살결도 훤하게 드러나 있다. 레그나는 보지 털의 까칠까칠함을 즐기며 보지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 세로로 갈라진 균열에 손가락을 넣었다. 레그나의 손가락을 받아들인 에리나의 뜨거운 보지에서 질퍽거리는 야릇한 물기 젖은 소리가 나자 에리나는 그의 손가락을 조이기 시작한다.
"후아... 아흐응..."
에리나의 신음이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리고 깊이 들어간 손가락은 에리나의 속주름을 벌려갔다.
"하악... 아아, 좋아... 아앙..."
레그나의 손가락에는 끈적한 애액이 달라붙었다. 레그나는 에리나의 보지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는 찬찬히 그것을 살펴보더니 자신의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빨았다.
"흠. 괜찮은 맛이야."
현재 제대로 된 정신이 아닌 에리나도 레그나의 말에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그것 때문인지 에리나의 보지는 더욱 젖어 들어갔다.
레그나는 에리나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 브래지어를 잡고 후크를 풀었다. 브래지어에 감싸져 있던 유방이 튕기는 것처럼 밖으로 나와 그 탄력을 자랑한다. 레그나는 에리나의 유방을 두 손으로 움켜잡았다. 모양 좋은 유방이 레그나의 손안에서 이지러져 마구 형태가 변한다.
"하악. 아흐. 응"
에리나는 몸을 비틀며 신음을 참으려 노력했다. 어느 새 레그나의 입술이 에리나의 붉은 입술을 덮었다. 서로의 혀가 문어의 빨판처럼 엉켜 쾌감을 자극한다.
그 사이에 레그나의 다른 손은 에리나의 보지를 벌리고 있다. 그러면서 무언가 다른 느낌이 에리나의 보지에 느껴졌다. 에리나는 흠칫 몸을 떨었다.
뜨겁게 달아 오른 그 불방망이 같은 것은 레그나의 자지였다. 딱딱하게 부어오른 그것은 벌려진 에리나의 보지 속으로 차츰차츰 귀두부터 진입하기 시작했다. 15년만에 받아보는 남자에 실체에 에리나는 더 이상 키스를 잇지 못하고 입을 떼서는 비명을 질렀다.
"아학.. 아아앗!"
레그나의 자지가 천천히 보지로 밀고 들어오는 시간은 에리나에게는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커다란 레그나의 자지가 뿌리 끝까지 에리나의 보지 깊숙이 들어갔을 때 에리나는 육중한 충만감과 함께 느껴지는 쾌감에 부르르 몸을 흔들었다.
"앙, 아앙... 흑, 아흑... 하앙..., 아악..."
레그나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자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그나의 자지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에리나의 몸을 꿰뚫을 듯 치받아 올 때마다 그녀는 그의 움직임이 결코 빠른 속도가 아님에도 쾌락의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보지는 너무 오랫동안 참아 온 듯 레그나의 자지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조였다.
"후아. 하으으으흥 하앙."
레그나가 점차 움직임을 빨리 하며 허리를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하자 에리나는 숨이 목에 걸린 것처럼 이상야릇한 신음을 뱉으면서도 그 움직임에 동조해 허리를 흔들었다. 몽롱했던 에리나의 눈동자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흰자위만이 위를 향해 치떠져 있다.
이렇듯 에리나가 쾌락에 열중할 때 격하게 에리나를 공격하는 레그나는 뭔가 다른 것에 열중해 있었다. 레그나는 에리나의 보지를 타고 자신의 귀두 끝으로 전해지는 쾌락의 에너지와 함께 그녀의 기운을 흡수했다. 에리나와 자신의 쾌감이 커질수록 귀두끝을 타고 몸안으로 들어오는 마나의 기운은 더욱 많아졌다.
질척하게 녹은 에리나의 보지는 더 많은 애액을 내뿜으며 레그나의 자지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드디어 레그나의 자지가 팽창하는 것을 느끼고는 에리나는 부러질 듯 허리를 뒤로 꺾었다. 어느새 레그나도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아학 어서 주세요. 루시페르님. 당.. 당신의 정액을.."
뜨거운 레그나의 정액이 자신의 질 속에 가득차는것을 느끼며 에리나도 황홀한
절정으로 깊이 박힌 레그나의 자지를 조여간다.
"아 좋아! 루시페르님의........ 아학..."
레그나는 에리나의 탄력적인 히프를 양손으로 쥐고 더욱 깊숙이 자신의 자지를 밀어 넣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에리나의 뜨겁게 조여오는 보지에 정액을 쏟아 부었다. 자궁에 부어지는 뜨거운 정액과 스스로의 몸을 지배하는 주체할 수 없는 쾌감에 에리나는 작살에 꽂힌 물고기 마냥 몸을 퍼덕거렸다.
에리나가 아직 뜨거운 여운에 젖어 있을 때 레그나는 자지를 그녀의 보지 속에서 빼냈다. 그의 자지와 보지 사이에 정액과 애액이 섞인 끈적한 액체가 실처럼 딸려 나왔다.
"뒤처리를 해."
레그나의 명령에 따라 에리나는 힘없이 후들거리는 몸을 들어서는 누워 있는 레그나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사타구니 사이에 축 쳐져 있는 레그나의 자지에 묻은 액체를 깨끗하게 혀로 핥기 시작했다.
"하앙 맛있어..."
탐욕스런 암코양이처럼 레그나의 자지를 남김 없이 핥은 에리나는 그녀가 핥으면서부터 기운을 차리기 시작한 레그나의 자지를 아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젠 가라."
레그나의 차가운 목소리에 에리나는 아쉬움을 접고 침대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챙기고 잠옷을 옆구리에 낀 에리나는 문을 열고 나가면서 아직 아쉬운 듯 고개를 돌려 흘낏 레그나를 바라보았다. 그 때 어둠 속에서 빛나는 에리나의 눈동자에는 초점이 돌아와 있었다.
에리나가 나간 뒤로 레그나는 생각에 빠졌다.
'이제 저 여자는 최면 따위를 걸지 않아도 완벽하게 내 지배아래 들어왔다. 일단 그런 대로 육체의 상처를 치유할 정도의 마력은 얻은 것 같군. 좀 더 욕심을 부렸다면 여자가 죽었을 테지. 그건 뭐 상관없지만 아직은 부족하니까.. 후훗. 이 집안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 그리고 운 좋게도 이 집에는 여자가 많아 보인단 말야. 하하하.. 인간계에 와서 놀아보는 것도 거의 700년 만인가. 그때와는 달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
'천계에서 눈치채기 전에 이런 방법으로라도 힘을 키워서 빨리 마계로 돌아가는 게 좋겠지.'
2. 젠장 수호천사라닛!
그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는 순간 바란치 마을의 가장 큰 집 중 하나인 프라인가의 저택을 미약한 마나의 파장이 한순간 전부 덮었다가 사라졌다.
실은 평소와는 달리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평소라면 이때 깨어났다 하더라도 침대에 누워 뒹굴거려야 했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으응.. 오줌 마려.."
그러나 우리가 기대했던 것처럼 무슨 대단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소변이 급했던 것이다. 침대에서 내려와 방 한쪽 구석에 있는 유명한 장인이 만들었다는 우아하게 생긴 요강뚜껑을 열고는 속치마를 허리 위로 젖힌 다음에 팬티를 내리고 요강에 오줌을 쌌다. 쪼르르 오줌줄기가 귀여운 소리를 내며 요강 안으로 떨어진다. 강하던 오줌줄기도 차츰 차츰 가늘어지더니 찔끔찔끔 방울방울 떨어지다가 멈추었다. 어머니인 에리나를 닮은 붉은 색 보지 털에 오줌이 방울져 남아있다. 옆에 알맞은 크기로 놓여져 있는 부드러운 천들 중 하나를 집어 한번 접어서 두겹으로 만든 후 오른쪽 손바닥 위에 곱게 피고는 다리 사이로 가져가 뒤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닦았다. 쾌감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 야릇한 만족감이 느껴졌다. 팬티를 치켜올리고 일어서서 속치마를 단정히 하고는 요강 뚜껑을 닫기 전에 방안에 떠도는 자신의 오줌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다가 얼굴을 찌푸리고 뚜껑을 닫았다. 이따가 아니샤가 방을 청소하면서 요강을 비울 것이다.
다시 부시시한 눈을 비비며 침대로 들어가려던 실은 창문에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눈에 부심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잠도 달아나 버렸다.
"우이씨이."
팔을 머리위로 쭉 뻗으며 불평인지 기지개인지 모를 탄성을 내뱉은 실은 창가로 가서 커텐을 접고 창문을 열었다. 기분 좋은 새의 지저귐이 들리고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폐 깊숙이 스며들며 실은 약간의 불쾌감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좋아. 일찍 일어났다고 자랑하러 돌아다녀야지!"
주먹을 꼬옥 쥐며 나이에 맞지 않는 행동을 결심하던 실은 스스로 웃음을 터트렸다.
"아 내가 생각해도 좀 유치하네. 어쨌든 좋아 밖으로 나가자."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며 실은 덜컹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흐음 좋아. 어디부터 가볼까.."
실은 일부러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하는 흉내를 내다가 또다시 혼자서 웃고 만다.
"좋아. 아직 엄마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깨우러 가야지. 분명 엄마도 놀랄 꺼야."
발걸음도 가볍게 실은 에리나의 방으로 향했다.
"....... 으.. 응.. 아..."
"응? 무슨 소리?"
어디선가 미세한 신음소리가 들려와 실은 머리를 갸우뚱했다.
"누가 아픈가?"
실은 최대한 귀를 기울였다.
"설마 아니샤나 라미가 어디 청소를 하다가 꽃병을 깨트려서는 그걸 밟고 발을 다쳐서 아파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서 제멋대로 상상을 하면서 실은 벽에 바짝 귀를 붙히다시피 하며 소리가 좀 더 크게 들리는 곳을 찾으려 했다.
"아앙.......하앗."
"여기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은 실은 순간 또다시 머리를 갸우뚱했다.
"여긴 손님방이잖아. 누가 있을 리가? 여기는 라미도 이렇게 일찍은 청소를 안 할텐데.."
실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려봤다. 다행히도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정확히 확인을 하기 위해 조금 문을 여니 신음소리는 확실하게 밖으로 새어나왔다.
"아하학.. 아앙.. 나... 어떻게..
"하앙.. 으흐흑.."
아니샤의 목소리였다.
울음이 섞인 듯한 느낌의 신음소리. 덜컥 아니샤가 뭔가 잘 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걱정스런 마음에 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외쳤다.
"아니샤 괜찮아?"
그리고 실은 이상한 것을 보고 말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소년이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 소년은 어떤 유명한 조각가라도 깎아 내지 못할 듯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년이었다. 소년은 손님용 잠옷만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상의는 풀어 헤쳐져있고 바지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 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아니샤가 소년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손으로는 소년의 머리를 감싸고 두 다리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소년의 허리를 감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아니샤는 벌거벗은 채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 실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어깨선과 등의 부드러운 굴곡과 포동포동해 보이는 귀여운 엉덩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예뻐 보이는 엉덩이를 아니샤가 들썩일 때마다 그 사이로 붉게 달아오른 이상한 물건, 그러니까 아름다운 소년의 얼굴과는 묘한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 같은 10인치 정도의 굵고 긴 막대기가 소년의 몸에서 돋아 나와 조금 끈적거리는 듯한 액체를 뒤집어 쓴 채 아니샤의 엉덩이 사이를 들락날락 하는 것이 보이는 것이다. 실도 여자의 몸이기에 소년의 막대기가 아니샤의 어떤 부분을 쑤시고 있는 지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확인한 순간 실은 시간이 멎은 듯 주위 환경은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고 주마등같은 기억들이 하나둘씩 스쳐지나갔다.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아니샤 어떤 가난한 집에서 팔려오듯 하녀로 들어와 실의 시중을 들기 시작했지만 실에게는 흔치않은 같은 나이또래의 만남이었기에 주인과 종의 관계라기 보다는 친한 친구처럼 지내왔었다. 오래 전 겨울 실이 열병에 걸렸을 때 단 한시간도 옆에서 떠나지 않고 울면서 간호해주었고 다 나았을 때는 어머니인 에리나보다 더 기뻐하는 것 같았던 좋은 친구로서의 아니샤였다.
"하아앙 좋아요...... 그.. 그렇게..."
"아항 좀 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회상은 아니샤의 교성으로 인해 끊겼다. 잠시 동안의 몽환적 환상에 빠져있던 실에게 아니샤의 신음은 달콤한 잠을 깨우는 듯한 괴로운 소리였다.
다시 조금씩 주위가 눈에 들어오면서 실은 아니샤의 엉덩이 사이를 드나드는 막대기에 묻은 선혈 때문에 놀랐고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듯 자신들의 행위를 계속하는 것 때문에 놀랐다.
"아니샤! 뭐하는 거야"
실은 울음을 담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아니샤는 고개를 돌려 실을 바라보면서도 들썩이는 엉덩이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실에게는 지금의 아니샤는 예전의 그 아니샤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백치처럼 풀려있는 눈동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한번도 본 적 없는 음란한 그렇기에 위험해 보이는 미소를 입가에 띠고 아니샤는 말했다.
"하앙.. 아가씨 조금만 더..... 이제 조금 후면 끝나니까..."
스스로 느끼는 쾌락에 빠져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지만 자신의 보지를 드나드는 기둥이 그 굳건함을 잃어버릴 때까지 아니샤는 움직임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쾌락 때문에 새하얀 백지처럼 변해버린 정신은 자신의 주인아가씨가 왔음에도 제대로 될 것같지가 않았고 몸 안에서 감질나는 그 무엇이 터져 버릴 때까지 기대하면서 아니샤는 모든 힘을 허리에 집중했다. 드디어 기대하던 폭탄 같은 그것이 머리에서 터져 쾌락의 하얀 열기로 자기 자신을 어디론가 날려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하체 깊숙한 곳에서 터지는 뜨거운 분수. 그 분수는 단 한순간을 위하여 폭죽처럼 치솟아 올라 그녀의 자궁벽을 몇 번씩이나 때리다가 멈추었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보지가 그 안에 가득한 사내의 불기둥을 연체동물처럼 조이는 것을 느끼며 나른한 환상 속으로 서서히 침전되어갔다. 그와 함께 실도 어두컴컴한 절망 속으로 가라앉았다.
2. 젠장 수호천사라닛!
실은 무언가가 자신을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게 하지 않으려는 것을 느꼈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홍수 속에 실은 뒤로 물러나더니 뛰쳐나갔다.
레그나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의 마력에 걸려들지 않은 사람이 이 집안에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 붉은 머리소녀에게서는 아침에 방출했던 오라의 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조금의 분노와 함께 많은 호기심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리고 장난끼까지도.....
"어떻게 하지.. 누군가.. 누군가에게 말해야해....."
실은 무작정 복도를 뛰었다. 아까의 상황을 생각하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흘러나왔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는 거야!"
아니샤의 소중한 곳을 드나드는 흉물...... 그 어렴풋한 공포까지 느껴지는 아니샤의 피가 묻은 그것.. 그녀는 머리속이 산란해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자리에 멈춰섰다. 거칠어진 숨을 고르고 주위를 살폈다. 손님방에서 한참은 떨어진 곳이었다. 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벽에 기대어 흐느꼈다. 아니샤에 대한 배반감이 솟아났다. 그때문엔지 눈물은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아아앙 하앙.... 하이잇."
갑자기 이상한 신음소리가 실의 귀에 들렸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서.. 설마.. 이건 아닐 꺼야."
가슴속에 솟아나는 의심 때문에 몸을 떨면서도 실은 그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점점 소리의 근원지로 다가갔다. 실의 의심은 사실이 되었다.
방금 전까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닦고 있었는지 라미의 옆에는 걸레와 걸레를 빠는 물통이 놓여 있었다. 그 곁에서 라미는 지금 벽에 손을 집고 엉덩이를 하늘로 쳐든 채 연신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것은 뒤에서 그녀의 엉덩이를 양손에 쥐고 보지를 찌르고 있는 딱딱한 사내의 기둥 때문이었다.
치마는 허리까지 올라가 있고 팬티는 발목 아래로 내려가 있다. 보지에서 나온 맑은 애액이 라미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언뜻 보인다. 실은 더 이상 그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
"모두 이상해. 엄마한테.. 말해야 겠어!"
실은 에리나의 침실을 향해 다시 뛰었다.
라미의 보지를 공략하던 레그나는 실이 다른 곳으로 가는 소리를 듣고 라미에게서 자신의 실체를 빼냈다.
"하앙.. 빼지 말아요. 제발.. 더.."
"쿡쿡.. 이거 생각보다 재밌을 것 같은데...."
레그나는 고개를 뒤로 돌리고는 자신을 요구하는 라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아항. 제발 넣어줘요 어서.."
뒤로 쳐든 엉덩이를 흔들면서 애걸하는 라미를 흘낏 바라 본 레그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려주고는 연기처럼 푸스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제길.. 우리 집이 이렇게 컸던 거야?"
실은 에리나의 방으로 뛰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이 크다는 것을 원망했다.
"좋아.. 그렇게.. 하아 못 참겠어.."
복도를 뛰어가는 실의 귀를 듣고 싶지 않은 소리가 또 다시 화살처럼 찌른다.
"아아아. 이런 ... 으응."
익숙한 목소리.. 이 목소리가 이렇듯 농염한 빛을 띠었던 적은 없었다. 여러 가지 일 때문에 바쁜 엄마대신에 자신을 친 엄마처럼 보살펴 주던 목소리... 하녀장 시엘린의 목소리였다. 실은 귀를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그 소리는 그녀의 머리 속에서 울려 퍼지는 느낌인 것이다.
"흐음. 갔나 보네?"
레그나는 입가에 묻은 애액을 혀로 핥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이쪽으로 와서 구경을 해줬으면 더 좋았을텐데.."
카페트 위에 널브러져 그 완숙한 육체를 대기 위에 드러낸 채로 다리를 벌리고 자신의 보지를 레그나의 입술 아래 맡기고 하얀 육체를 푸들푸들 떨며 신음하던 시엘린은 그곳에서 레그나의 얼굴이 떨어져 나가자 몸을 비비꼬았다.
그것을 잠깐 내려다 본 레그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훗. 좀더 만족 시켜 주고 싶지만.. 이 장난은 시간이 좀 없거든.."
그리고는 또 다시 사라졌다. 레그나가 사라져버린 자리에서 시엘린은 자신의 손으로 그 비궁을 어루만지며 뜨거운 육체를 식히기 위해 몸부림 쳤다.
에리나의 침실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던 실은 불길한 생각에 손을 움츠렸다.
'설마 엄마까지 그러고 있으면 어떡하지. 아닐 꺼야.. 일단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잖아.'
주체할 수 없는 불길함을 스스로 타이르며 실은 방문을 열었다.
에리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런데 그 누워 있는 자세가 이상하고 그 위에 남자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에리나는 누워서 양다리를 허리까지 굽히고 그것을 사내의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골반은 천장을 향해 있고 그 사이로는 사내의 흉물이 여지없이 꿰뚫고 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은 에리나가 이불을 입안에 넣고 그것을 꽉 깨물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싫어어어어어엇!"
실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레그나에게 깔려서 열락에 신음하던 에리나는 순간 몸이 식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루시페르님... 제.. 딸이....."
"흐음.. 뭐야. 갑자기 굳어버리다니.. 나한테 지배받고 있음에도 이런 건. 역시 인간들의 모성애라는 건가?"
에리나의 몸에서 떨어지면서 레그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끝난 거 아닌가? 아직 저 아이를 지탱하는 사람이 더 있는 건가.... 제길.."
레그나는 또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실은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벽에 기대어 쓰러져 버렸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내가 미친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 모두가 미쳐버린 걸까? 이젠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몸에서 힘이 빠져 더 이상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 레이나인은...... 그래 레이나인만은..'
이제 별반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이지적이고 냉철한 레이나인은 그런 짓을 하고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레이나인은 지금쯤 1층에서 정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때와는 달리 느릿느릿 힘없는 걸음으로 실은 1층으로 내려갔다.
레이나인이 있는 방문 앞에서 실은 그 문을 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레이나인 안에 있어요?"
"어머 실이에요? 무슨 일이에요"
안에서 즉각 응답이 나왔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온 레이나인의 모습은 단정했기에 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안으로 들어가도 되죠. 할 이야기가 있어요."
"아니.. 그. 그건.."
안으로 들어가려는 실을 이상스레 황급히 레이나인은 막으려고 했댜. 그러나 실은 별 생각 없이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실은 또 보았다.
방안에 앉아 있는 소년의 모습. 그것은 아니샤를, 라미를, 실의 엄마를 능욕하던 그 모습이었다. 바지 사이로 그 사나운 흉물이 드러나 있고 어떤 액체 때문인지 반짝거리는 그 모습.
"실.. 이건.."
실의 앞을 가로막는 레이나인.. 실은 자신도 알 수 없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레이나인을 불렀다.
"레이나인....."
"실....."
"레이나인이 저 걸 빨고 있었나요?"
"............."
레이나인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훗. 입가에 하얀 게 묻어 있네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실은 깊은 혼돈을 향해 빨려들며 정신을 잃었다.
"실!"
옆으로 픽 쓰러져 버리는 실을 레이나인이 받았다. 그때 뒤에 앉아 있던 레그나가 옷을 정리하고 일어나 다가왔다.
"넌 네 할 일을 다했다. 쓰러져라."
레그나의 한 마디에 레이나인도 정신을 잃어버렸다. 두명의 여성은 똑같이 바닥에 쓰러졌다. 레그나는 실의 옆에 무릎을 굽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훗. 인간이란 유리잔 같아. 너무나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간단한 마법에도 충격에도 단련되지 않은 인성은 쉽게 파괴되어버리고 말지... 내 오라가 먹히지 않았다고 해도 충격을 주면 이렇게 쉽게 부서져 버린단 말야. 그래서 인간을 가지고 노는 건 재미있지만 말야. 그런데 신은 왜 이런 존재를 아끼는 것일까.."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내 힘을 견뎌낸 거지. 평범한 소녀가..?"
레그나는 의문을 풀기 위해 오라를 실의 몸에 넣어 스캔했다.
"별로 특별한 점은 없는데....... 어 이 느낌은?"
실의 내부를 파악하던 레그나의 얼굴빛이 이상하게 변했다.
"순수한 영혼에게만 주어진다는..... 이 징표........."
"잘 못 건드렸다. 젠장. 수호천사라닛!"
실은 어둠 속에서 울고 있었다. 어릴 때의 모습으로.. 그녀의 눈물은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계속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쾌락에 몸부림치는 더러운 교성이 그녀의 정신을 파괴하고 있었다.
얼믐과도 같이 차가운 그 암흑에 따스한 빛이 실에게 다가왔다. 실은 눈물 흘리는 눈을 들어 그 빛을 보았다. 눈부시지 않은 아름다운 순백의 빛. 그 가운데 어떤 존재가 있다.
「당신은 누구죠?」
실이 물었다. 그 질문에 빛이 미소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편안한 느낌에 실은 모든 것을 털어놓고 그 안에 안기고 싶었다.
「엄마가. 레이나인이 아니샤가 모두.....」
「나도 알고 있어요. 당신에게 가해진 충격. 그 사악한 어둠의 힘」
부드러운 파장처럼 실을 감싸는 그 목소리에 실의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은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사악하다라.... 칭찬을 해줘서 고맙군. 혹시나 해서 정신에 싱크로를 해봤더니 역시나였군. 네 녀석이 이 아이의 수호천사인가? 정신체를 통해 접근해서 영적 치료를 하려하다니 약아 빠졌어.」
갑자기 들려온 어둠의 목소리에 실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 빛 역시도 그에 위축되는 것 같았다.
「이 아이를 괴롭힌 악마가 당신? 레그나! 분명 천계에는 샤테이엘님과 함께 소멸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후훗. 내가 그렇게 쉽게 죽어줄 걸로 생각했다니 천계의 웃대가리들은 여전히 멍청하단 말야.」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요.」
「그런데 넌 누구지? 나를 알아보았으니 자신의 이름도 밝히는게 예의 아닌가?」
「나는 프린시펄리티즈(權天使). 신에게서 부여받은 이름은 칼리엘. 이 어린 영혼을 수호하는 이가 바로 나에요.」
빛에 감싸여 있는 이가 자신을 밝히자 어둠의 오라로 몸을 가리고 있는 레그나가 순간 움찔했다.
「프린시펄리티즈라고? 이 여자아이가 커서 이 근방 영주라도 되려는 모양이지」
「당신이 신경쓸 바 아니에요.」
「그런가..」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것 같은 레그나. 칼리엘은 더 기가 살았다.
「당신을 발견한 이상 즉시 천계로 돌아가 알리겠어요. 지상계에 내려와 인간을 괴롭히다니 결코 용서할 수 없어요!」
「글세..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네가 천계로 가서 상급자에게까지 보고가 갈 때까지의 걸릴 시간은 나에겐 충분하단 말야.. 큭큭큭」
「그런.」
레그나가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챈 칼리엘은 당황했다.
「지금 돌아가서 다시 본체로 지상계로 내려오는 데까지 인간계의 시간으로 30초.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이 인간의 영혼과 육체는 내가 가지겠다.」
「그렇게는 안돼요!」
「안 되는 건 없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레그나는 사라졌다. 그 속에서는...........
칼리엘은 자신을 생각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실을 향해 미소지었다.
"나의 의무에 따라 당신을 지킵니다. "
칼리엘은 실에게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 순백의 따스함이 실을 감쌌고 그녀는 빛의 방울에 사로잡혀 고요히 잠들었다.
공허한 고통으로 가득 했던 칙칙한 공간도 그 주인이 잠들자 빠르게 사라졌고 끝이 보이지 않는 투명함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칼리엘은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아나엘님. 사라져 버린 자 에 대한 닿지 않는 기도보다는 하나의 깨끗한 영혼이 바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더 옳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3. 세계 최고의 바람둥이!(완)
어렸을 때 나는 혼자였다. 가끔 씩 나타나는 무섭게 생긴 늙은이들이 넘기고 간 마법책을 공부하며 그들이 다시 다른 책을 주러 올 때까지 창밖에 비치는 햇빛과 탑 아래에서 어렴풋이 맡아지는 흙냄새 따위가 나의 벗들이었다. 나에게 식사를 주고 옷을 입혀주는 하녀들은 마법인형들 같았다. 나의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 석상과도 같은 자들...
열세살 때 처음으로 바깥구경을 했다. 그 노인네들의 손에 끌려 마차를 타고 나갔을 때 나를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 나는 한 소녀를 만났다. 주교인지 멍청이인지 알 수 없는 녀석의 중얼거림을 우리는 함께 들었다. 그리고 다시 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녀와 함께였다. 노인네들은 그녀를 나의 아내라고 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돌아오자 마자 도서관을 전부 뒤진 후에야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부끄러운 것처럼 나를 겁내는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던 그녀를 나는 다시 바라보았다.
그때부터 우리의 모험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서로를 알아가고 남성과 여성의 구별을 알고 노인네들이 주는 책 말고 다른 책도 읽었다. 예의라는 것. 감정이란 것 그녀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열 다섯 살이 되었을 때부터 그녀와 나는 뭔가 다른 것을 느끼고 있었다. 같은 침대에서 자면서 서로의 육체가 상대방을 자극할 때마다 느껴지는 어렴풋한 욕망...
우리는 서로 솔직했기에 그 어떤 것이 기록되어 있을 지도 모르는 책을 찾기 위해 함께 도서관을 뒤졌고 그녀가 그것을 찾아냈다. 그 살덩어리들이 엉기는 이야기로 가득한 책을 찾은 첫날 나는 그녀와 그것을 시도했다가 그녀가 너무 아파했기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다시 그것을 시도했고 성공했을 때 난 남녀가 따로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내었다.
그것은 거듭할수록 신비했다. 어떤 오락거리도 없는 탑에서 그녀와 나는 그 단 하나뿐인 오락에 깊이 빠져버렸다. 시도 때도 없이 서로의 몸을 탐하였다. 그 날이 있기 전까지는..
탑으로 침입해 들어온 일곱명의 사내들 앞에서 나는 두려움 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그들 중 넷이 떨고 있는 나를 웃으며 짓밟는 동안 나머지 셋은 나의 그녀에게 갔다. 한 사내가 내 등을 밟고 머리를 잡아당겨 고개를 들게 했기에 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옷이 찢기고 한 녀석이 바지를 내린 후 나만의 그녀 안에 그 더러운 물건을 집어넣는 모습을.. 난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화려했던 방은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일곱명의 사내 중 둘은 시체라도 온전했으나 나머지는 폭발하기라도 했는지 방안 구석구석에 육편(肉片)을 뿌려 놓았다. 그걸 누가 했는지는 확실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건 내가 배운 마법이었으니까.
정신이 들자 마자 그녀를 찾았다. 다행히도 나의 마법이 그녀를 죽이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녀의 입가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나의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렸다.
뒤늦게 온 늙은이들이 죄송하네 어쩌네 난리를 쳤지만 그걸로 변하는 것은 없었다. 마나를 확장해 대기를 감싸며 그렇게 두려워 보였던 노인네들이 아무 것도 아니란 걸 느꼈고 더 이상 탑에 있을 이유도 나를 막을 것도 없어 나는 탑을 나왔다.
나를 막던 노인네들은 한명의 대가리를 붙잡고 '폭(暴)'이라고 가만히 중얼거려주자 그 늙은이의 머리가 터져 나가고 다른 늙은이들은 멀리 도망가버렸다. 겁쟁이들이라고 속으로 욕했지만 의미 없는 말이었다. 나 자신이 더 겁쟁이였으니까.. 이 따위 마법 쓸 수 있다면 처음에 썼어야 했다.
= = = = = = = = = = = = = = =
라인트 로제 아나이스(Laint Rose Anais)라는 고귀한 이름을 가진 자. 그 7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마법왕국 제스(ZES)의 국왕이 사라져 버린 건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나이 어린 국왕을 보좌하던 8장로중 한 명과 왕비가 죽어버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함과 동시에 일어난 국왕의 실종은 나머지 장로들이 쉬쉬하며 감추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었다. 왕의 마법수련을 핑계로 이미 국가의 중대사를 장로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었기에 국가적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민들의 마음속에 커다란 빈 공간을 만들었음은 사실이다.
그것과 상관이 있는 지 없는지는 신이라는 놈만 알고 있는 리저스 왕국의 한 작은 마을의 어떤 집안에서는 어린 소녀의 달뜬 교성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하아앙 오빠 몰라.."
붉게 달아오른 볼이 귀여운 그 소녀는 외견상으로 열 대여섯밖에는 되어 보이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해맑고 순진한 미소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그녀의 얼굴은 뜨거운 열기에 달아올라 흐르는 땀방울 때문인지 나이에 맞지 않게 요염해 보인다.
탁자 위에 올라앉은 그녀의 하반신에는 스커트와 팬티대신에 금발의 멋진 사내가 자리하고 있다. 나이는 스물 정도에 약간은 문약해 보이는 선이 가는 얼굴. 그러나 고요한 눈동자는 폭풍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깊다. 그리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입술은 여자를 유혹하듯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입술이 어린 소녀의 꽃잎을 살짝 물어 간지럽히고 있다.
"하악. 오빠 나 이상해. 어떻게.. 좀 해줘."
지금까지 소녀의 보지에서 흘러내린 사랑의 물은 이미 사내의 목마름을 충분히 가시게 하고도 남았기에 사내는 소녀의 요구를 시행하기 위해서 그녀의 귀여운 사타구니 사이에서 얼굴을 떼었다.
"라인 오빠.. 아항.. 빨리.. 나를.."
"걱정하지마. 재촉하지 않아도 오빠가 알아서 기분 좋게 해줄게."
소녀의 재촉에도 라인이라고 불린 사내는 전혀 서두르지 않고 온화하게 대꾸하며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8 inch 에 가까운 길이로 보이는 굵은 물건이 하늘로 솟구치듯 정체를 들어내며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아앙. 오빠. 그건 뭐야?"
"이건.. 너를 더 행복하게 해줄 보물이야."
그의 목소리는 굵지도 가늘지도 않아 소녀의 귀를 부드럽게 자극하며 타고 들어가 고막을 울리고 소녀의 머리에는 유혹적인 목소리로 기록된다.
"나.. 난 몰라. 어쨌든 빨리 뭐든 해줘."
소녀는 스스로의 욕망을 해소하는 방법을 몰라 그에게 모든 것을 내 맡기고 온몸에 힘을 빼고 있다. 그는 소녀의 허벅지를 한 손으로 잡아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는 채 성장하지 않아 거뭇거뭇한 털이 겨우 나 있는 소녀의 보지로 자신의 자지를 인도하여 조준한다.
"그.. 그렇게 큰 게 들어갈 리가..."
소녀는 그가 무엇을 하려 하는 건지 깨닫고 두려움에 몸을 뒤로 뺀다. 그러자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넌 나를 믿지 않니? 오빠가 너를 나쁘게 할 것 같아?"
약간 슬픈 빛을 띤 음성에 소녀는 강력하게 부인한다.
"아냐. 난 오빠를 믿어.. 오빠는.. 하아앗!"
소녀는 자신의 미끈하고 쫀득거리는 점막에 뜨거운 사내의 실체가 닿자 미묘한 쾌락의 자극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깐 아프더라도 참아야 해."
"알았어. 오빠. 나는 참을 수 있어.."
소녀의 다짐을 받기가 무섭게 그의 자지는 소녀의 점막을 가르고 그 안으로 힘차게 짐입한다.
"아아아악!"
소녀는 커다란 비명과 함께 눈물을 찔끔 거렸다. 그것은 아직 반도 채 들어가지 않았을 때였다.
"아파. 너무 아파. 흑흑.."
그는 소녀가 너무 아파하자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그 대신 소녀의 몸을 어루만졌다. 아직 발육이 다 끝나지 않은 젖가슴을 쥐고 목덜미에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핥고 가볍게 깨물어 키스마크를 남기고...
어린 소녀는 온 몸에 가해지는 쾌락에 느낌에 한순간 하체의 통증을 잊었다. 그의 혀가 앙증맞게 굳은 젖꼭지 주위를 핥을 때 소녀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고 그가 살짝 젖꼭지를 깨물을 때 그와 동시에 온몸을 꿰뚫을 듯 자신의 몸에 박히는 자지를 느끼고 쾌감과 아픔이 섞인 교성을 내지르며 눈을 하얗게 까뒤집었다.
"하히히힛. 하아앙. 아항!"
"허억 허헉."
그도 이제 겨우 여자 구실을 할 정도로 자리잡은 그 비좁은 동굴 속으로 자신의 실체를 완전히 집어넣고는 그 엄청난 긴축감과 조임에 거친 숨을 내쉬었다. 소녀는 자신의 내부에서 숨쉬며 지워지지 않는 각인을 남겨버린 그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호흡했다.
"하아앙 하핫. 하응."
그러나 사내란 동물은 그냥 넣고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화려한 폭발을 향해서 사내는 진퇴를 하며 보지와 자지를 마찰하기 시작하였다.
"아앗. 아파. 그만해요. 오빠."
소녀의 울부짖음에 그는 소녀의 몸을 애무하면서도 허리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싫어. 너무 아파.. 제발.."
이내 방안은 그의 거친 숨소리와 서로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소녀의 울음으로 정신없이 시끄러워 졌다. 그러나 소녀의 몸을 자극하는 그의 손놀림은 마법과도 같이 서서히 소녀의 비명을 사라지게 했다. 그 대신 어느새 소녀는 쾌락에 신음하게 되었다.
"아흐흑. 항.. 모르겠어.."
'덜컹.'
문이 잠겨있지 않았는지 방문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렸다. 소녀의 몸에 열중해 있던 사내는 무심하게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의 눈에 문 앞에서 씩씩거리며 분노로 몸을 떨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라인! 이게 무슨 짓이야. 그런 어린아이를.."
흥분한 여자의 말에도 그는 고개를 돌려 탁자에 누워서 그의 자지를 보지에 수용하고 있는 소녀를 보았다가 무심히 말했다.
"뭐 강제로 한 것도 아니고, 열 여섯이면 뭐 충분히 여자구실 할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변태녀석. 너 따위는 동료도 뭐도 아냐!"
"뭐 나도 처음부터 멍청하고 밋밋한 성격의 엘프 따위 동료로 생각한 적 없으니까 피장파장이군."
그의 말에 여자는 분노를 집어삼키듯 이를 갈며 말을 했다.
"라인 트레이서(Line Tracer). 너 본색을 드러내다니.."
"그보다 계속 그렇게 보고 있을 건가? 옆에 옷을 벗고 누우려고 온게 아니라면 밖으로 나가 줬으면 고맙겠는데..."
그의 모욕적인 언사에 발끈 화를 내려했던 여자는 순간 들려온 교성에 시선을 소녀에게로 돌렸다.
"아항. 오빠. 뭔가. 와. 아항. 와..."
여자는 뾰족한 귀를 부르르 떨며 그의 앞에서 쾌락에 젖어 있는 소녀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아아아아아아. 하아앙"
소녀가 마지막 절정의 교성을 질렀을 때 여자는 쾅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게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사라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소녀의 몸 안에 정액을 방출한 그의 얼굴에 슬프고 어두운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고 느낀 것은 착각일까?
= = = = = = = = = = = = = =
"쳇. 왜 너 따위랑 같이 걷고 있어야 하는 거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넌? 난 너보고 같이 가자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따라오는 건 너 아닌가."
정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바란치 마을 광장으로 통하는 길을 절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세명이 걷고 있다. 검정색 차가움을 소년의 모습 그리고 그와 반대로 순백의 따스함을 간직한 듯한 소녀, 이 둘이 그 외모로 눈길을 끌고 있다면 타는 듯한 붉은 머리의 다른 소녀는 그 외모보다는 신분 때문에 눈길을 끌고 있다. 소년에게 화난 목소리로 따지는 그녀의 이름은 실 프라인. 부국 리저스에서도 손꼽히는 프라인 상회의 주인을 어머니로 두고 있는 소녀이다. 그런 누구에게도 머리 숙일 필요 없는 그녀가 어쩐지 검은머리의 소년에게 어쩌면 쩔쩔매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고있다.
"그.. 그건.. 네가 칼리엘을 데리고 나왔기 때문이잖아."
"넌 칼리엘이 아니고 칼리엘은 네가 아냐. 방금 내 말은 아무런 변명도 되지 않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 못 알아들었으면 말고.."
"뭐.. 뭐야!"
실은 뭐라고 대꾸해야할 지를 몰라 입을 다물었다. 검정머리의 소년. 레그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벌써 너희 집에 있게 된지 일주일도 더 지났는데 한번도 밖에 나와 본적이 없잖아. 뭐 오랜만에 내려온 인간계인데... 구경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꺼야."
"그건 네 녀석이 일주일동안 거의 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랑......."
실은 대꾸를 하다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좀 비열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지는 레그나에게 실은 대답하지 못하고 째려보기만 했다. 그렇게 둘이 다투는 동안 둘 사이에 있는 칼리엘은 마치 순백의 인형처럼 아무 말이 없다. 실은 레그나를 노려보다가 눈을 돌려 칼리엘을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곤 레그나가 비아냥거린다.
"뭘 그렇게 불쌍한 것처럼 보는 거야. 이 여자 천사가 이러고 있는 덕에 네가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데 말야.."
다시 레그나를 쏘아보는 실의 눈은 더욱 표독스러워져 있다.
"이.. 사악한....."
"큭큭.. 악마한테 사악하다고 해봤자. 칭찬밖에는 되지 않아."
"큿."
실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숙였다. 아까부터 주시하고 있던 마을사람들은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 지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의 눈은 더욱 더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좋아 나온 김에 쓸모 없는 인간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는 펍(Pub)을 가는 게 좋겠지."
"뭐? 술집에 가겠다는 거야."
"넌 안 따라와도 된다니까."
"시끄러 따라가건 말건 내 맘이야"
"저 그만 좀 하셨으면..."
칼리엘은 그 둘의 말다툼을 보다 지쳤는지 그제야 입을 열어 둘의 싸움을 말렸다. 둘은 거의 동시에 콧방귀를 꼈다.
"흥."
= = = = = = = = = = = =
실은 펍 한쪽 구석의 탁자에 앉자 마자 자욱한 담배 연기로 기침을 해대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콜록 콜록. 이.. 이래서 내가 이런데 오기 싫었던 거라구.."
"누가 따라 오랬냐?"
"으읏... 칼리엘하고 한 약속만 아니라면...."
"약속? 무슨.."
"말할 수 없어!"
"훗. 그래."
실이 레그나가 너무 쉽게 물러난 것에 대해 당황하고 있을 때 좀 성깔 있게 생겨 보이는 여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흑맥주 세 잔."
레그나는 간단하게 주문을 끝내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여러 취객들이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고 있다.
"훗 역시 예나 지금이나 술집은 똑같다니까."
레그나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저런 녀석들도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
레그나의 말에 실의 시선도 그를 따라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로 다가오는 두 사내가 있다. 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드러난 팔뚝에 파란 힘줄을 자랑하듯 꿈틀거린다.(ㅡ_ㅡ;;) 그중 한 사내가 옆의 사내를 맥주를 손에 들고 있는 어깨로 툭치며 큰 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어이 이봐. 자네 어떻게 생각해?"
"응 뭘?"
"쪼만한 꼬마 놈이 예쁜 아가씨를 두명이나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이야."
누구보고 들으라는 건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 계집애처럼 생긴 녀석이 여자를 둘이나 데리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보아야만 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침해야. 나보다 못난 놈이 여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자괴감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욕구를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그리하여 일을 하려는 의욕상실은 국가의 경제를 파탄의 지경으로 빠트릴 거야. 그리하여 발생하는 인적 물적 자원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테지."
말을 하는 사내는 자신의 말에 빠져든 듯 눈빛이 몽롱하다 (ㅡ_ㅡ;;;) 질문을 던졌던 사내가 그에게 맞장구를 쳐준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다면 그 인적 물적 자원의 손실을 막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것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네. 무엇으로 보나 다른 이들보다 잘난 것이 확실해 보이는 우리 같은 이들이 세계평화와 인류문화의 창달을 위해서라도 그에 맞는 여성을 선택하여 그에 맞지 않는 쪼만한 꼬마를 내어쫓고 안으로는 우리 스스로의 즐거움을 가지고 밖으로는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 세상은 올바르게 굴러간다는 확신을 주며 상대에게는 기분 좋은 만족감을 주는 인류활동에 크나큰 공헌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고 나는 생각해 마지않네."
"아 바로 그거야. 자네들 들었나!"
질문을 던졌던 사내는 감탄에 마지 앉는 눈빛으로 사내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서는 레그나 일행을 노려보면서 말을 던졌다. 잠시 뭔가 심오해 보이는 말에 얼어붙은 실은 대답하지 못했고 레그나가 그 사내의 말에 답했다.
"훗.. 웃기고 있군."
간단 명료한 대꾸에 기나긴 이상한 말을 하였던 이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뭐 뭣이.. 어떻게 너는 나의 그 심오하고 실질적이며 법철학적 명제까지 포함한 나의 말을 그런 단순한 말로 요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런... 정신 병자였군.."
"뭐 뭣이!"
"이제 다 떠들었으면 가라. 윈드 프레일(Wind Frail)"
"으아아아아악."
그 둘은 함께 마법의 회오리에 섞여 아련한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날아갔다. 밖에 떨어진 그들은 잘못 걸렸다는 생각에 바람과도 같이 사라졌으며 잠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은 뭐가 지나갔냐 하는 식의 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흐음 방금은 생각 외로 참신한 건달들이군.. 시대가 변하니 건달도 변했나?"
레그나의 말에 괜히 실이 블쑥 끼어 든다. 레그나의 모든 말에 시비를 걸려고 작정한 듯하다.
"저런 이상한 놈들은 지금도 없어."
"없다니? 방금 있었잖아.."
"그..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누가 상관 있다고 말했냐?"
"아. 아니"
실은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지금 아무 쓸모 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때문이리라. 그리고 종업원이 맥주를 가져다주었다.
"저기요."
종업원이 말을 걸었다.
"왜 그러지?"
"방금 나가신 분들 돈을 안내고 가셨거든요. 일단 손님이 쫓아 내셨으니까 대신 지불을.."
조금은 예상치 못했던 종업원의 말에 레그나는 그녀의 미간사이를 노려보았다. 깐깐해 보이는 눈가를 제외하고는 흠잡을 때 없는 예쁜 얼굴이다.
"뭐 그러지."
"감사합니다."
그 여종업원은 생긋 웃고는 자리를 떠났다. 종업원이 떠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실이 말을 했다.
"어쨌든 나가자."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며 레그나가 대꾸했다.
"일단 이건 다 마셔야지.. 그리고 저 종업원 재밌는데.."
"뭐?"
"미간에 현기를 가지고 있어. 나 같은 타천사가 힘을 회복하는데 꽤 도움이 되지. 흔치 않은데 말야.."
"너 뭘 하려는 거야?"
"칼리엘하고 먼저 나가 있어라.. 난 좀 있다가 가지."
"에라이. 맘대로 해!"
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이 칼리엘을 끌고 나가버린 후 레그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주목하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일행이 나가고 그도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러 사람들이 수군대며 그를 흘낏 흘낏 쳐다보았다. 물론 개중에는 아예 노골적으로 레그나를 보고 있는 이도 있다. 이래서는 좀 귀찮아지리라는 생각에 레그나는 슬쩍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능력을 발했다.
레그나를 보던 사람들 그리고 레그나를 쳐다보려 하던 사람들은 어떤 힘이 자신의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를 고정하며 머릿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그들은 곧 레그나라는 존재를 그 술집이라는 공간에서 잊어버렸다. 레그나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한동안 그들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리라. 레그나는 웃음을 띠고 유유히 그들 사이를 걸어서는 카운터 뒤로 돌아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요리사가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레그나를 쳐다보았고 레그나가 그 뇌쇄적인 미소를 보여주자 요리사는 사람들이 '귀신에게 홀렸다'라고 들 말하는 몽롱한 정신상태의 소유자가 되었다.
"홀 서빙하는 여자 이름이 뭐야?"
레그나는 다른 집 강아지 이름 물어보듯 자연스럽고 무심하게 질문을 던졌다.
"쉬엔카."
"어디 있지?"
"술창고에."
"술창고가 어딘데?"
"저쪽 계단 아래 지하."
"고마워."
그렇게 목적물이 있는 장소를 찾아 낸 레그나는 천천히 술창고로 들어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레그나가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얼마 뒤 정신을 차린 주방장은 혼란한 머리로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떤 재수 없는 손님이 주문한 커틀릿을 태워버렸다.
요리사가 조금 후에 새카맣게 탄 요리를 보고 고민을 하건 말건 레그나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라 그는 여유롭게 계단을 걸어 내려가 술창고 문을 열었다.
"퍼어~어~어~어~억"
방금 그 소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의 머리와 악마의 머리가 부딪힌 역사적인 순간에 폐쇄된 술창고 안에 메아리친 소리이다. 왼손으로 맥주잔 서너개가 얹어진 쟁반을 맵시있게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려 문고리를 잡은 쉬엔카는 갑자기 문이 당겨지며 자신의 몸이 앞으로 쏠렸고, 어두운 술 창고 안에서 잠시 잊고 있던 찬란한 태양빛을 등지며 나타난 어떤 인간의 형체를 한 물체의 머리와 안 그래도 조금 넓은 편이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마가 키스를 하는 것을 느끼며 '도룬커크(Dorunkeuk)'라는 유명한 마법사가 발견해 낸 세계가 움직이는 원리 이른바 '작용과 반작용의 원칙'이라고 하는 위대한 물리학적 힘의 움직임에 따라 뒤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 상황에서도 종업원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왼손에 들린 쟁반에 균형을 잡아 맥주잔이 떨어지거나 흔들려 맥주가 쏟아지지 않도록 한 것은 칭찬 받아 마땅한 행동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죠!"
쉬엔카는 평소에 술 취한 주정뱅이가 행패를 부리며 술창고로 난입해 들어오려 하던 상황을 겪어본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이마에 커다란 혹이 생기고 넘어지게 된 것의 원인도 그것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열린 문으로 쏟아져 오는 빛살 속에서 보이는 상대의 모습은 여느 술주정뱅이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까지 본 남자들 중에 가장 잘생겼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 자기 나이 또래로 보이는 사내였다.
"아. 당신은 아까 그?"
"이런 미안한데 나의 실수로 네가 넘어지게 되었구나."
'뭐야. 이 남자는 다짜고짜 반말!'
잘생긴 외모와 건달들에게 보여주었던 마법솜씨에 약간은 호감을 품었던 쉬엔카는 인상을 찡그리며 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가슴속에 되새겼다. 다만 이일을 어쩌랴. 그녀에게 그런 정상적인 사고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레그나는 술창고 안으로 완전히 들어와 문을 닫았다. 가만히 엎어져 있던 쉬엔카는 놀라서 숨을 멈췄다. 문이 닫힘에 따라 술창고는 군데군데 켜져 있는 작은 촛불 외에는 빛이 없어 쉬엔카는 다시 어둠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려야 했다.
"이봐요 당신 지금 뭘 하려고! 마스터랑 요리사 아저씨는 왜......."
비명을 지르는 것 같던 그녀의 목소리는 천천히 잦아들었다. 그것은 레그나의 눈동자가 마치 야수의 그것처럼 빛나고 있음에 쉬엔카가 극도의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흐음 너의 그 감정. 나쁘지 않군. 괜찮은 맛이야. 하지만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건 그게 아니거든."
레그나는 미소를 띤 채로 천천히 몸을 숙였다. 넘어지는 순간에도 놓지 않았던 쟁반이 그녀의 손에서 떨어졌다. 쇠와 유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맥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인간의 마음은 공포에 질릴수록 악마가 들어가기 쉬운 틈을 만들었다. 레그나의 오라는 그렇게 쉬엔카의 정신을 쉽게 지배해 버렸다. 그 깐깐하기로 유명하던 '바란치의 칼손톱' 쉬엔카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일어서."
쉬엔카는 일어섰다.
"저쪽 맥주통 옆 벽에 붙어."
쉬엔카는 벽에 붙었다.
"웃옷 벗어."
쉬엔카는 줄무늬 조끼를 벗고 블라우스의 단추도 풀었다.
"치마도 벗어."
쉬엔카는 겉에 입은 스커트와 속치마를 함께 내렸다. 이제 그녀의 몸에 남은 것은 비싸게 주고 사서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던 초록빛 가슴가리개와 하얀 팬티뿐이다. 은은한 촛불이 그녀의 분홍색 건강한 살결을 비추니 밝은 곳에서 보는 것보다 더 음란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레그나의 지배에 들어간 쉬엔카의 정신은 마치 서큐버스의 그것처럼 음란한 생각과 자신을 지배하는 자에 대한 복종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를 만들고 음란한 정신이 음란한 육체를 만든다는 것이 진리가 아니라 한다면 무엇이 진리라고 하겠는가. 그리하여 음란해진 쉬엔카의 육체는 레그나의 눈길만으로 흥분하여 앞으로 다가올 환희를 예감하며 벌써부터 보지로 뜨거운 사랑의 눈물을 찔끔거린다. 그것은 심장으로부터 전달되는 애욕(愛慾)의 감동이리라. 그녀의 하얀 팬티는 젖어들어 그 본분을 다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 끈적끈적하게 젖어든 팬티에서 느껴지는 애잔(愛殘!)함이여. 그 어찌 짧은 어휘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ㅡ.ㅡ;;)
레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쉬엔카는 알아서 팬티를 내렸다. 보기 좋게 자라난 보지 털에 묻은 애액이 묻어 촛불에 반짝거리는 모습이 예쁘다. 쉬엔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뒤바뀐 듯, 지금 침을 삼켜야 하는 것은 레그나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레그나의 표정은 더 없이 침착하기만 하다. 역시 그는 인간이 아니다.
"크크큭. 이런 역시.... 현기(眩氣)를 지닌 아이라 해도 인간은 너무 정신이 약해. 재미가 없단 말야. 천사들 쪽이 더 반항하는 맛이 있는 데 말야."
레그나는 입맛을 다시며 말을 했다. 그러니 재미없다는 말은 설득력이 약해진다.
쉬엔카는 보통 여자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그러기에 자신의 키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만약 쉬엔카의 키가 레그나와 비슷하지 않았더라면 그와 머리가 부딪히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큰 키에 걸맞게 쉬엔카는 얼굴은 귀엽다고 할만한 정도이지만 몸매로 따지면 이른바 쭉쭉빵빵이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긴 빗자루같이 나올 곳은 안나오고 들어갈 곳만 들어간 모델이라는 직업인들과는 좀 차원이 다르다. 다만 이런 쭉빵한 몸매 덕택에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댔다가 얼굴에 손톱자국이 난 놈팡이가 몇 놈이던가.. '바란치의 칼손톱'이라는 별명도 그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레그나는 쉬엔카가 서있는 자리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오른 손으로 그녀의 젖어 있는 보지를 어루만졌다. 보지에 손가락을 넣어 애액을 묻혀서는 거웃에 살살 문지르니 쉬엔카는 뜨거운 신음을 뱉었다. 한손으로는 보지의 진득함을 느끼는 그대로 레그나는 다른 손으로 가슴가리개 위에서 쉬엔카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앙.."
레그나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쉬엔카의 탄력 있는 젖가슴은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서 일그러졌다. 쉬엔카는 자신의 보지 속으로 살짝 들어간 레그나의 손가락이 꼼지락 댈 때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을 흘리면서 힘겹게 젖가리개를 풀렀다. 이제 쉬엔카의 젖가리개는 레그나의 손과 그녀의 젖가슴 사이에 끼어 있는 쓸모 없는 천 쪼가리 이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가슴을 가리던 천 쪼가리도 창고바닥으로 떨어지고 레그나의 시선과 쉬엔카의 육체에는 어떤 장애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흥분인지 부끄러움인지 쉬엔카의 보지는 더 많은 애액을 흘렸다.
"엎드려."
쉬엔카의 이성은 잠들었으나 그녀의 본능은 레그나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고 그것을 그녀 또한 원했다. 그녀는 맥주 통의 한 귀퉁이를 잡고 엎드렸다. 많은 술통 때문에 창고가 비좁았기 때문에 그녀는 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쉬엔카는 어렵게 엎드려 엉덩이를 레그나가 서 있는 곳으로 최대한 들었다. 레그나는 그녀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모든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레그나는 옷을 벗지는 않았다. 그 대신 바지만을 내리고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 쉬엔카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잡고는 보지에 집어넣었다. 미끈덩한 점막 속으로 그의 자지가 삼켜졌다. 짜릿한 쾌감이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간다. 쉬엔카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레그나의 상징은 남다른 중량감을 지니고 있었다. 정신을 지배당해 사고를 잊어버린 그녀라고는 하지만 성욕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듯이 아픔이라는 느낌도 가지고 있었다. 몸 안에 가득 찬 그 뜨거운 불덩이에 쉬엔카는 광란했다.
레그나는 엎드린 쉬엔카의 보지를 사정없이 찔러대기 시작했다. 레그나의 몸이 세차게 기복을 일으킬 때마다 그에게 박히는 쉬엔카의 입에서는 참을 수 없은 신음성이 비명처럼 터져나왔다. 쉬엔카는 레그나의 그것이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출입함에 따라 보지가 급격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레그나에게 엉덩이를 맡긴 채 쉬엔카는 무섭게 뒤틀렸다. 격렬한 자극에 그녀는 숨가쁘게 자지러져 갔다.
마침내 쉬엔카의 육체는 힘을 잃어버렸고 더 이상 맥주통을 붙잡고 있지 못했다. 그녀의 가슴이 맥주통에 눌려 납작해졌다. 그녀에게는 그것이 아픔보다는 환희로 느껴졌다.
"아 항.. 죽어..."
절로 벌려진 입에서 터지는 격렬한 신음성, 눈앞에 명멸하는 불꽃들, 온몸을 훑고 지나는 짜릿한 전율의 가닥들.....!
쉬엔카는 정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은밀하고 예민한 보지안을 들락거리는 레그나의 자지가 급격히 달아오르고 팽팽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발작적으로 둔부를 움직였다.
그러다 쉬엔카는 문득 몸 속에 가득 퍼지는 강렬한 분출감을 느꼈다. 거푸 십여차례 자신의 보지 깊숙이 뿜어지는 강력한 분출에 그녀는 온몸이 녹아드는 쾌락을 맛보았다. 온몸이 녹아내린듯한 나른함이 그 쾌락의 뒤를 이어서 천천히 그녀의 몸을 뒤엎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이성도 약간은 회복되었다. 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기는 익어 스테이크가 되었고, 물은 이미 쏟아졌다.
그녀의 나른한 정신은 비참함과 치욕을 느끼면서도 레그나에 대한 복종심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싹처럼 새록새록 돋아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타천사 레그나 루시페르가 인간들에 대해 가지는 힘이었다.
= = = = = = =
그렇게 레그나가 힘을 되찾으려 쉬엔카에게 쾌락을 주고 있을 무렵 실과 칼리엘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실은 자신이 펍(Pub)을 나오자 마자 따라붙는 몇 명의 건달들을 봐야만 했다. 그 중에는 아까 레그나가 날려보냈던 두 사내도 끼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때까지 바닥에 쳐박혀 있었던 듯한 그들은 실과 칼리엘이 나오자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들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뒤에 따라 나올 레그나를 겁내어 무슨 짓을 하지는 못하고 그냥 보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싫었던 실은 칼리엘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려 발길을 옮겼고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녀 둘만이 떠나는 것 같자 한 놈은 재빠르게 펍 안을 살펴보았고 어느새 그 안에 레그나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영문을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은 기회였다. 그리하여 실과 칼리엘은 술집 골목을 채 나가기도 전에 건달 다섯 놈이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봐야만 했고 그 중에는 아까 레그나가 날려보냈던 두 사내도 끼어 있었음은 물론이다.(ㅡ_ㅡ;;)
"어이 그 어린 깡패자식은 어디 갔지?"
아까는 그렇게 말을 길게 하던 녀석이 짧은 질문을 던진다. 차라리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좋았을 것을 칼리엘은 너무 순진했고 실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
"당신과는 상관없잖아요!"
실이 대꾸했다.
"상관이 없다니 당연히 상관이 있지."
"무슨.."
"그거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아가씨들한테 집적대던 우리가 그 별로 잘나지는 않은 것 같은 마법사에게 당하고서 다시 아가씨들에게 집적대려 하는 이때에 그 녀석의 거취가 궁금함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가 아니겠나?"
"저 병가지상사란 무슨 뜻이죠?"
음 방금 그 질문은 당연히 칼리엘이다.
"그러니까 당연한 일이라는 소리다."
"저 혹시 '실패는 흔히 있는 일이니 낙심할 것 없다'라는 말 아니었나요?
이 명쾌한 대답 역시 칼리엘의 말이다. 건달 다섯 명은 자신들의 틀린 어휘의 사용까지 지적하는 칼리엘의 당당한(?) 모습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뭐 상관없다. 어쨌든 우리하고 같이 가자."
역시 말은 길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건달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저 두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는가. 그리고 말이 필요 없이 카리엘과 실은 그것을 거부했고 그들은 실과 칼리엘을 억지로 잡으려 했다.
"가라. 윈드 프레일(Wind Frail)."
나지막한 진언. 억지로 실과 칼리엘의 길목을 막았던 건달들은 그렇게 하늘을 구경할 수 있었다. 빗자루에 쓸린 쓰레기처럼 바람에 휩쓸려 날려간 그 건달들의 차이점은 그 중 둘은 유경험자이고 셋은 무경험자라는 것밖에는 없었다.
"레그나!"
실과 칼리엘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뒤에 있는 사내는 그녀가 예상했던 인물이 아니었다.
"저 누구시죠?"
"이런 예상하셨던 사람이 아니라서 실망하신 모양이군요. 저는 지나가다 하찮은 것들이 숙녀 분들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해서 감히 나섰습니다. 저의 이름은 라인 트레이서(Line Tracer)라고 합니다."
사내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햇빛에 반짝이는 그의 머리카락은 금발이었다.
"감히 아름다운 아가씨들의 앞을 가로막고 막돼먹은 행동을 하려 하다니..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자들이군요."
적당한 음량과 음색을 갖춘 부드러운 목소리의 사내였다. 그의 출현은 정말로 그녀들이 예상하고 있던 바가 아니었기에 실과 칼리엘은 당황하고 있었다. 그나마 실이 먼저 인사를 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저는 당연히 해야 할 바를 행하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네?"
"혹시 이 근처에 포보스라는 분의 집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이 마을에서 사설학원같은 걸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주저하는 듯한 말투 끝에 머리를 쓸어 넘기며 보기 좋은 미소를 짓는 라인 트레이서의 행동은 그를 순수한 여행자처럼 보이게 했다.
"아 포보스씨요. 저 그분을 알아요. 지금쯤이면 학교에 계실 거예요."
실은 손뼉을 치며 대답했다.
"네? 정말 다행이군요. 생각보다 마을이 커서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아는 분을 만나다니.. 그럼 어디로 가야되는 지 여쭈어도 되겠지요."
잠시 생각을 하던 실이 말했다.
"음.. 별로 멀지 않으니까 저희가 같이 가 드릴게요."
"그렇게 까지 해주실 필요는... 어디로 가야되는 지만 가르쳐 주시면.."
"아니요. 저희를 도와주셨는 걸요."
"그러면 잠시 폐를 끼치겠습니다."
라인 트레이서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뭘요."
화사한 미소로 화답하는 실 프라인.. 햇빛을 받은 새하얀 이가 반짝였다. 그리고 엉성하게 쓰여진 소설처럼 이야기는 굴러가기 시작했다.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이기에 별 말 없이 어색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앞만 보고 걷던 그들의 침묵을 라인이 주저하는 듯한 모양새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두분의 이름을 들을 수 있을까요?"
"네. 제 이름은 실 프라인이고요. 이쪽은 칼리엘."
실도 어색한 침묵은 싫었기에 부드럽게 대답했고, 칼리엘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다. 실이 대답하고 서로 할 말이 없는 시간이 잠시 지나 이번엔 실이 먼저 입을 열었다.
"포보스씨는 참 좋으신 분이에요. 왕립학술원에 계시다가 고향에 있는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싶으시다고 1년 전에 바란치로 돌아오셨으니 까요. 그런 분이 우리 마을에 계신 분이라는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포보스씨와는 어떤 관계시죠?"
"아 예.. 학술원에서 같이 연구하던 동료입니다."
라인은 대답을 하면서도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네에? 그렇게 나이 많아 보이시지는 않는데....."
"학자라고 꼭 나이가 많아야 되는 건 아니죠."
"그렇군요.. 저 나이가?"
"열 아홉입니다."
"와 저랑 두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대단하시네요."
"뭘요."
드디어 대화가 스스럼없이 이어지려는 때인데 어느새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해 버렸다.
"아. 벌써 다 왔네요. 여기가 포보스씨가 계시는 학교예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크군요.."
실이 손가락으로 가르친 건물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지도 않았다. 낮은 담에 둘러싸인 아담한 정원이 있고 그 가운데에는 16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 서 있다. 간소한 디자인의 철문 옆에는 [에리나 사설학원]이라는 패가 달려있다. 서로 약간은 친해지려 할 듯한 분위기였기에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할 일을 다 했기에 실은 이별의 인사를 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께요."
"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냥 발길을 돌릴 것 같던 실이 머뭇거리다가 질문을 던졌다.
"저 혹시 포보스씨댁에 머무르실 건가요?"
"네 한동안 그럴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뵐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말 놓으세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시잖아요.."
"네? 하지만........."
"그쪽이 저도 편하니까요"
실이 권유를 계속하자 라인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그러죠. 아가씨도 저에게 말을 놓는다는 조건으로요."
"어머. 어떻게.. 그럼 부르기도 불편한 걸요."
"그냥 오빠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라인오빠...?"
실이 진짜로 오빠라고 부르자 라인의 얼굴은 순진한 소년처럼 새빨갛게 변했다.
"고. 고마웠어 실. 그리고 칼리엘씨도 감사했고요. 그럼 전 이만."
화사한 웃음을 입가에서 지우지 않으며 실과 칼리엘을 향해 손을 흔들고 라인은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실과 칼리엘이 멀리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라인은 얼굴을 풀었다.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저 말많은 여자 애보다는 칼리엘이라는 쪽이 흥미가 가는 걸.."
라인은 턱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때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맵시 있게 기른 콧수염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중년사내가 창문을 열고는 그를 보고 있었다. 학교라고는 하지만 수업은 이미 다 끝난 듯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지?"
"저는 포보스라고 합니다만 댁은 누구신지?"
실에게는 학술원 동기라고 했었지만 라인은 포보스라는 사람을 지금 처음 봤다. 그는 포보스가 몸을 내밀고 있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런가? 당신이 포보스였나?"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당신한테는 별로 볼일이 없는데.. 당신의 이름에 볼일이 있어."
"무슨 말씀이신지?...... 윽!"
라인은 포보스와 가까워지자 말자 그의 이마를 잡았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캐스팅을 했다.
"프렌드(Friend), 메뉴팩츄어링 메모리(Manufacturing Memory). -너의 앞에 있는 자. 라인트레이서는 왕립학술원 동기였다.- 크리에이트 리플렉트 어픈 더 패스트 캐릭터(Create reflect upon the past Character)"
별다른 주문이나 손동작도 없이 시동어만으로 라인은 연달아 세개의 마법을 사용했다. 그것도 전부 높은 써클(Circle)의 정신계마법이었다. 포보스는 뇌로 파고든 라인의 마력에 정신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왕립학술원시절의 친하게 지내던 동료 라인 트레이서가 자신 앞에서 특유의 무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놀람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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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우리 엄마가 포보스씨를 위해서 지어주신 학교야.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포보스씨도 학교 이름을 엄마 이름으로 했어. 그 이후로도 엄마는 꾸준히 그 학교를 지원해주고 계셔. 그래서 나도 몇 번 포보스씨를 만나봤는데 정말 재밌고 상냥하신 분이야. 방금 그 동료라는 라인 트레이서라는 오빠도 그렇지?"
"......"
실이 함께 걸어가며 주저리주저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건만 칼리엘은 가벼운 웃음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천상에서 내려온 수호천사라는 칼리엘.. 그 굉장해야 할 존재는 말하는 것이 힘에 겨운 듯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다음에 나올 때는 마차를 타고 나오는 게 좋겠어. 그 멍청한 레그나를 따라나왔다가 별로 한 일도 없이 다리만 아프잖아."
"........"
이미 익숙해져서 대꾸를 바라지 않는 듯 실의 주절거림은 칼리엘이 대답을 하지 않음에도 멈추지 않는다.
"와 집에 다 왔다. 근데 레그나는 벌써 와 있을까? 다시는 나타나지 말고 그 술집서 술에 빠져 죽었으면 좋겠다."
"..........."
그러나 아니샤가 열어준 문으로 집에 들어선 실은 바람 빠지듯 새어나오는 작은 신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소리는 현관 근처에 있는 에리나의 집무실에서 흘러나왔다.
"으응. 하아......"
실은 그 신음소리에 활기찼던 표정을 지우고 슬픈 눈으로 아니샤와 칼리엘을 쳐다봤다. 익숙한 목소리가 내는 신음, 그녀는 쾌활함으로 위장하여 현실을 피할 수는 있었으나 바꿀 수는 없었다. 아니샤는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는 얼굴을 돌려 실의 시선을 피했다. 칼리엘은 실의 손을 잡았다.
"어서 올라가요. 그러면 신음 소리도 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쓸쓸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연 칼리엘의 손에 이끌려 실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 신음 소리의 주인인 아니샤는 뜨겁게 달아오른 눈으로 레그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레그나님.....하앙"
에리나는 뜨거운 시선으로 레그나를 쳐다보았다. 에리나는 레그나의 손을 잡아 자신의 치마 속으로 집어넣었다.
"하아. 레그나님. 저 팬티..... 입지... 않았어요....."
촉촉하고 말랑말랑한 그녀의 보지는 이미 젖어 있었다.
"레그나님만 생각하면.. 바로 젖어버려서.. 입고 있을 수가 없어서...."
"..........."
"어서.. 해주세요."
에리나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레그나에게 매달리며 보지를 그의 손에 비벼댔다.
"그래."
"아아...."
에리나는 그를 방 가운데 쇼파로 이끌어 기쁜 듯한 표정으로 옷을 벗었고 스스로 레그나의 옷도 벗겨내었다. 그녀의 보지는 이미 흥분으로 많은 애액이 넘쳐 활짝 핀 꽃이 꿀벌의 침입을 기다리듯 레그나의 굵고 딱딱한 자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넣는다."
"아하앙.. 빨리. 빨리.. 넣어주세요.."
에리나는 쇼파에 누워 자신의 애액으로 빛나는 꽃잎을 손가락으로 벌렸고 레그나는 별 말없이 보지 안으로 자지를 집어넣으며 자신의 체중을 싫었다.
"아하우웃!"
"웃. 쿠우.."
에리나의 보지는 먹이를 문 조개처럼 레그나의 자지를 꼬옥 깨물었고 온천수처럼 뜨거운 애액이 둘 사이의 틈으로 흘러 나왔다. 뜨겁고 옴죽거리는 온천이었다. 레그나는 그곳에 자신을 담근 채로 그 느낌을 즐겼다. 엄마의 젖을 빠는 아기의 입처럼 수축하는 에리나의 보지에 레그나는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아후웃.. 저.. 레그나님.. 뭐.. 하시는 거....하앙... 빨리....... 움직여......... 주세요."
"음.. 아아."
레그나는 보지 깊숙히 들어가 있는 자지를 꺼냈다가 다시 푸욱 찌르는 것으로 움직임을 시작했고 에리나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질척한 애액의 소리가 둘의 움직임에 맞추어 방안에 울렸다. 에리나는 레그나가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후아앙. 으읏.... 하아! 아앙 좋아요. 레그나님... 하앙.."
"후훗. 뭐가 그렇게 좋지?"
"아앙. 으으응 기분이..좋아요. 말로는... 아항.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그건.. 레그나님이.. 제 안에서 움직여 주시니까.. 하응"
"하앙 더 움직여 주세요. 후응 제발.. 더.. 저는 레그나님의. 하아앙. 것이니까.. 기분이.. 좋으실 때까지..."
레그나의 허리가 상하로 들썩일 때마다 에리나의 쾌락은 더욱 커졌다. 그녀는 레그나의 등에 손톱을 박으려는 것처럼 세게 부둥켜안았다.
"우웃."
레그나는 자지에서 느껴지는 분출감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 안돼요. 머.. 멈추면.. 안돼.."
에리나는 혼자서라도 허리를 움직이려 애쓰며 레그나에게 사정했다.
"안돼요.. 레그나님.. 제 안에 싸실 때까지 멈추시면 안돼요..
"..........."
에리는 계속해서 레그나의 움직임을 재촉했고 레그나는 그녀의 요구에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보지는 질척한 소리와 함께 레그나의 자지와의 틈으로 대량의 애액을 쏟아냈다.
"아아앙.. 하아... 좋아......우웅. 하아앗!"
에리나는 보지를 조이며 레그나의 정액을 재촉했다.
"으윽. 에리나....."
서로의 육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묘한 상승음을 일으켜 방안을 가득 채웠다.
"아앗... 핫...아앙 느껴요...... 저.. 저는 이제.. 한계가... 아앙 와요... 하아앗!"
"윽"
에리나의 보지가 급격히 수축하며 레그나의 자지를 사정없이 조였고 레그나도 절정에 도달했다.
"쿠욱."
"아... 하아앗. 레그나님? 아하앙. 나왔어요. 안에 아앙 닿았어.. 하아앙..."
에리나는 레그나의 자지에서 분출한 정액이 자신의 질벽을 여러 번 때리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절정에 도달해 버렸고 정액을 내뱉은 자지도 천천히 힘을 잃어가며 에리나의 보지 안에서 그 말랑말랑한 본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앙.. 나왔어요.. 레그나님이.. 여기에......."
에리나는 음란한 만족감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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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일곱 가지 미덕이 있어. 그중 첫째는 분노, 그 감정이야말로 모든 감정 중에서도 가장 인간을 행동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며 끊임없이 세상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혁시키는… 것. 그중 둘째는 질투, 유능한 인물일수록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질시를 받게 되지. 바꿔 말하면 그 인물의 우수함을 나타내는 가장 알기 쉬운 계측기. 또한 남녀 사이에서도 자신의 자손을 후세에 올바르게 전하기 위한 견제. 그중 셋째는 게으름, 자신의 몸을 쉬게 하려는 욕구는 동물이 자신의 컨디션을 최고 상태로 유지하려는 위험신호 같은 것… 쉬고 싶을 때에는 죽을 때까지 쉬어. 이것이야말로 자연계의 건강관리 대원칙. 그중 넷째는 폭식, 인간이 언제 자신의 직업을 잃고 기아 상태에 될 것인가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먹고 싶을 때에는 먹을 수 있을만큼 먹어야 해. 그중 다섯째는 강한 욕구, 식욕, 성욕, 수면욕 같은 욕구는 전부 본래 동물이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감정이며 이런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은 동물로서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지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 이런 것들을 얻길 포기한 동물은 단지 도태될 뿐.. 그중 여섯째는 교만, 강자가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주위에 대해 알리려는 것은 강자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며 이를 게을리하면 자신의 위치를 노리는 새로운 도전자와 계속 싸워야만 하는 귀찮은 일이 생기지. 말하자면 자신보다 약하고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최저한의 매너.. 그중 일곱째는 욕정, 모든 동물에게 있어서 자신의 종족을 보다 많이 번영시키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의 하나.. 누군가에게 욕정을 느껴 아이 만들기를 노력하고 자신의 친족을 증식시켜 가는 것이야말로 7개의 미덕 중에서도 가장 존중받아야 할 감정"
"대체 왜 그런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거면서 거실에 낙서를 하는 거야!"
술집을 갔다 온 다음 날. 레그나는 아침부터 송진가루를 아니샤에게 구해오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아침을 먹은 후 지금 거실에 카페트를 들어내고 송진 가루를 뿌려 이상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은 레그나가 무슨 짓을 벌이려는 지 불안해서 옆을 떠나지 않은 채 방해를 했다.
"네가 옆에서 쫑알대는 소리가 들려서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노래를 부른 거야."
"뭐라고!"
"어차피 칼리엘만 없었으면 미쳐버렸을 계집애 따위가 시끄럽게 굴지 말고 방에 가서 칼리엘 시중이나 들고 있으란 말야."
"뭐가 어째!"
실은 화르륵 분노에 불타올랐다. 그때 조용한 목소리가 둘 사이를 끼어 들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레이나인이었다.
"이건 마법진인가요? 레그나님."
"뭐 비슷해. 하지만 인간들의 마법진과는 좀 다르고 생명나무를 기반으로 한 변형된 팬타그램이라고 할 수 있지?"
"팬타그램? 그게 뭐죠?"
"알 것 없어."
"귀찮으니까 실이나 데리고 사라져. 그리고 이 근처에 아무도 오게 하지마."
"네 레그나님."
저런 퉁명스러운 대꾸라면 당연히 화를 내야 될 법하건만 레이나인은 순순히 레그나의 말에 복종했다.
"실 아가씨.. 칼리엘님 곁에 계실래요? 어차피 보고 계셔봤자 소용없잖아요. 칼리엘님이 깨어나시면 같이 산책이라도 나갔다 오시면 마음이 풀리실 거예요."
"알았어요."
레그나가 나타난 지 몇 주일 실의 마음은 더 없이 황폐해져 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웠다.
"모두 싫어....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실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칼리엘이 누워 있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고귀한 권천사 프린시펄리티즈중의 한명인 칼리엘은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천사로서 절대 해서는 안되는 데에 힘을 쓴 것의 부작용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는 것. 도움이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인간의 심성에 개입하는 것은 천사들이 절대 깨서는 안될 금기. 그러나 칼리엘은 실의 파괴되었던 정신을 천사의 힘을 이용해 회복시켰기 때문에 그녀는 능력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렸고 깨어 있는 시간조차 얼마 되지를 않는다. 실은 방에 들어오자 마자 의자를 가져와 칼리엘 옆에 앉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옅게 남색 빛을 띠는 칼리엘의 머리카락은 해뜨기 직전의 새벽하늘과도 같은 색이었고, 긴 속눈썹이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애처롭게 작은 떨림을 반복했다.
"칼리엘......"
실은 가만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천사.. 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칼리엘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다.
그 시간 레그나는 팬타그램이라고 하는 그림을 거의 완성해 가고 있었다. 커다란 원을 먼저 그리고 그 안에 사각형을 그리고 또 그 안에 삼각형을 기본으로 그려 넣은 후 세세한 선과 여러 언어로 쓰여진 주문들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튼을 쳐서 어둡게 만든후 팬타그램 주위에 열세개의 촛불을 켰다.
레그나는 그 옆에 서서 조용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By my sacred name, through the Presence of my Oversoul and the Eternal Earth Deities, I invoke the Earth Night Power into this container of salt and now place the salt upon the earth to mark the boundary of my sacred circle. May the Presence of my Oversoul and the Eternal Water Deities fill this water and container and endow it with the Water Night Power."
주문이 이어지면서 팬타그램이 옅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Let this oil be made sacred and filled with the Power of the Night. Let the Presence of the Oversoul and Night Spirit touch it with their might, courage, solitude, and darkness. For the oil is now sacred and made for anointing the summon of a Night Magician."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팬타그램을 감쌌다. 그러나 그 빛이 감싼 가운데에는 모든 걸 삼켜버릴 듯한 어둠이 차츰차츰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주문은 완성되었고 레그나는 그가 바라는 것을 말했다.
"나 여덟 개의 날개를 가진 타천사 레그나 루시페르가 하나로부터 시작되어 셋으로 나누어 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계약을 이행하나니, 열려라. 문이여. 오너라 기다리는 자여. 나로부터 이름을 지음 받은 자. 너희의 이름은 앰네시아일 것이다."
빛에 둘러 싸여 갇혀 있는 것 같던 어둠이 그 빛의 장벽을 뚫었다. 세찬 바람이 주위를 둘러 싼 촛불을 꺼버리고 그 암흑이 모든 것을 덮어버릴 듯 퍼져 버렸다. 모든 소리를 흡수해버린 듯한 고요함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그리고 암흑은 천천히 흐려져 빛이 그 실체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뭐야.. 실패한 건가? 그럴 리가..."
레그나의 허탈한 목소리와 한숨이 그 짙은 정적을 헤쳤다. 그 순간 옅어져 가는 암흑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뭐지?"
"저어..?"
레그나의 목소리만이 있어야 할 공간에 조금은 허스키한 여자목소리가 났다. 레그나는 놀랐다.
"뭐야 성공한 거였나? 안테로?"
"설마.... 레그나님?"
아직 시야는 어두웠지만 인간이 아닌 레그나에게는 팬타그램 가운데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두개의 인영이 아주 느리게 인식되었다.
"뭐냐. 소환되자 마자 인사를 해야 될 거 아냐. 안 그래도 모자란 마력으로 무리를 해서 불러왔는데 설마가 뭐야 설마가."
"레그나님 살아 계셨군요.. 크윽!"
감격에 찬 목소리였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려던 그 그림자는 일어서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안테로 다친거냐?"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 저보다는 리트로가.. 더.."
"대체 뭐야! 라이트(Light)"
레그나는 빛을 불렀다. 그는 악마이기 때문에 어둠 따위 때문에 주위를 보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지만 마계의 문을 열기 위해 생성한 혼돈에 가까운 암흑상태에서는 주위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주문에 따라 거실 중앙에 작은 빛의 구가 생겨 주위를 밝혔다.
빛에 구로 인해서 팬타그램 안의 그림자는 사람의 형체를 확실하게 띄었고 그들을 확인한 레그나는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몸 곳곳의 상처에서 난 피로 범벅이 되어 검은색의 오라를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는 매혹적인 검은머리 소녀의 품에는 하얀 종이보다도 창백한 얼굴의 청순한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가 정신을 잃고 안겨 있었다. 레그나는 재빨리 그녀들에게 다가가 부축하고는 물었다.
"뭐냐.. 안테로 왜 너의 아스트랄이이 찢어져 오러가 새어나올 정도의 상처를 입은 거지? 그리고 리트로는 왜? 마력을...."
"페르제바브........."
레그나가 안테로라고 부른 소녀는 힘겹게 하나의 이름을 내뱉었다. 그 이름을 들은 레그나의 미간이 분노로 떨렸다.
"그 파리새끼가 감히.. 너희를 이렇게 다치게 한건가?"
"레그나님이 천사들과의 전투에서 전사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는 믿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 직후에 판도에모니움에는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가드리엘님이 유폐당하셨고 사탄께서도 힘을 잃으셨어요. 벨제뷔트님이 모든 정권을 장악하셨고 페르제바브님.. 아니.. 그 더러운 파리새끼는 저희를......."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좋아.. 나머지는 나중에 듣겠다. 너는 이제 쉬어라.. 리트로는 내가 치료하마."
레그나는 그녀의 눈물이 맺힌 눈썹에 살짝 키스하며 말했고 그녀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정말 감사... 그리고 살아 계셔서 정말 다행...."
그녀는 레그나의 어깨에 기대어 안심한 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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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느낌은?"
칼리엘 옆을 지키고 앉아 있던 실은 등줄기를 스치는 오한을 느끼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 곧바로 칼리엘이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비비며 깨어났다.
"칼리엘 일어났어?"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이죠? 마치 마계에 있는 것 같은 이 음울한 끈적거림은?"
칼리엘은 일어나자 바로 집안에 가득한 이상한 기운에 대해 물었다.
"나도 몰라... 레그나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모양이지.."
실은 상관없다는 듯 힘없이 대답했다. 그러나 칼리엘은 전혀 상관없지가 않은 듯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당장 그에게 물어봐야 겠어요."
칼리엘은 이불을 옆으로 내치고는 완전히 일어났다. 손을 옆으로 가볍게 흔들자 그녀의 옷과 대기가 섞이는 듯 하더니 어느새 평상복을 만들어내었다. 칼리엘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천사는 참 편하구나......"
실은 처연한 아쉬움과 소외감을 담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죠?"
칼리엘은 나는 듯이 뛰어 레그나가 자신의 방으로 쓰고 있는 손님방문을 열고 급하게 그를 불렀다. 그러나 그녀는 레그나가 어울리지 않게 검지손가락을 입가에 대는 조용함을 바라는 무언의 요구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조용하게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마계의 느낌이.. 어! 그녀들은?"
칼리엘은 침대에 나란히 정신을 잃고 누워 있는 서로 이질적이지만 닮은 미모의 두 여성을 발견하고 의문을 표시했다.
"내 부하들...."
레그나의 목소리는 의외로 착 가라앉아 슬픈 기운을 띠고 있다.
"당신... 그들을 부르기 위해 마계의 문을 열었던 건가요?"
"그래."
칼리엘은 흥분을 식히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언성을 높였다.
"그런 식으로 인간계의 개입을 더 늘리려고 하다니!"
"그런 게 아냐. 아무 뜻 없이 불렀을 뿐.. 그런데.."
"그러고 보니 다친 건가요?"
그제야 칼리엘은 그녀들의 상태를 눈치챘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도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래....."
"마계에 무슨 일이라도?"
"지금은 시끄러우니까 나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설명해주지."
웬일로 고분고분히 대답을 해주던 레그나였지만 역시 레그나는 레그나였다.
"..............."
칼리엘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앰네시아들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방문을 닫고 나갔다.
"칼리엘....."
어느새 곁에 다가온 실이 가만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칼리엘은 실을 돌아다보았다. 실은 눈가에 슬픈 빛을 띠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칼리엘.........."
"왜 그러죠?"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이유를 알 수 없는 어색한 공기가 둘 사이를 떠돌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그렇게 지났을까 실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말을 걸었다.
"칼리엘 심심하지 않아?"
"네?"
"어제 만난 라인 트레이서라는 사람 기억하지."
"네."
"거기 놀러가 볼까? 그 사람 수도 학술원에 있었다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알 꺼야."
"그 그런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괜찮아.. 그 사람이 찾던 포보스씨네 나도 자주 놀러갔었어. 그러니 괜찮을 꺼야.. 칼리엘 가보자.."
"전 별로......."
칼리엘이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자 억지로 지었던 듯한 실의 밝은 표정은 침울해졌다.
"난 맘에 안 들어... 이런 거."
"네?"
"이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어색한 거 말야.. 그러니까..... 가보자."
실은 칼리엘의 손목을 잡고 끌어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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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에리나 사설학원에 교사용으로 지어진 별채 따라서 포보스가 쓰고 있는 집이다. 그리고 지금 포보스는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
"밀렌..... 왔나?"
라인은 성큼 성큼 걸어 침실문을 열면서 말했다. 침대 근처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붉게 달아오른 얼굴의 밀렌이란 소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포보스가 가르치는 학교의 학생으로 가끔씩 포보스의 집에 놀러오곤 하는 순진한 17세의 소녀였다. 그리고 어제저녁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집에서 만든 파이를 가져왔던 그녀는 재수 없게도 라인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쯤은 수업을 받고 있어야 할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라인오빠.. 저 이번에도 범해 주실 꺼죠?"
밀렌은 순진한 소녀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을 하였다. 라인은 그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거지?"
"아아.. 다른 남자는 싫어요.. 라인오빠만....."
라인은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원한다면 해주지..."
"라인 오빠.. 기뻐요.."
밀렌은 기쁜 얼굴로 옷을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갔고 라인도 옷을 벗고는 따라 올랐다.
그녀는 커다란 베게를 등뒤에 받히고는 다리를 벌렸다. 그녀의 보지는 이미 흠뻑 젖어 있어 전희는 필요 없었다.
"오빠.. 깊이 넣어줘요."
밀렌은 라인의 한손으로 라인의 목을 감고는 그의 자지를 자신의 깊숙한 그곳으로 스스로 인도했다.
질척한 소리가 나며 자지가 보지 속으로 들어갔다.
"으윽.."
뜨겁게 휘감기는 열탕에 라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라 왜 그러세요?"
"아아.. 너무 좋아서.."
밀렌은 그의 말이 기쁘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음액이 그녀의 마음의 반응에 따라 뜨겁게 솟아 둘이 이어진 틈으로 흘러 침대보를 적셨다.
"흐응. 아핫. 저 느껴요..."
라인은 하체에 느껴지는 강한 자극에 얼굴을 살짝 찡그렸고, 밀렌은 음란한 기쁨이 서린 미소를 지으며 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너. 음액이 엄청나게 흐르고 있어."
"하앗. 그 건..... 오빠의 뜨거운 것이 제 안에서.. 아항.."
라인은 밀렌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그녀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욕망의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허리를 들썩였고, 라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앙. 흐윽.."
라인이 움직일 때마다 밀렌의 몸이 위로 밀리면서 침대보도 따라 구겨졌다.
"아 하앙. 자.. 잠깐.."
밀렌은 그녀의 엉덩이를 한껏 들어올리며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썼다.
"응 뭐지?"
"하응 저도... 움직일 수 있게..."
지금의 자세는 그녀가 라인에게 눌려 있는 자세라 라인만이 움직일 수 있을 뿐 그녀는 움직이기 힘든 자세였다. 그녀의 요구에 라인은 웃으면서 몸을 약간 들어올렸다.
"후응 항.."
라인이 조금 몸을 빼자 그것에 밀려 애액도 딸려 나와 더욱 침대를 적신다.
"앙. 이제 움직여 주세요.."
"훗. 음탕해."
라인은 허리의 진퇴를 다시 시작했다.
"핫 아하하하앙"
"윽 하아 하아."
라인이 움직일 때마다 밀렌도 역시 엉덩이를 들썩였고 그녀의 질도 따라 옴죽거리며 그의 자지를 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인은 분출감을 느끼고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가 멈춘 사이에도 밀렌의 질벽은 그의 자지를 옥죄며 사정을 재촉하였고 밀렌은 더 큰 쾌감을 요구하며 몸을 뒤틀었다.
"으읏.."
"아 하앙 하 아 아아 . 제발 움직여 줘요.. 오빠."
밀렌은 그의 위기를 아는지 모르는 지 움직여 줄 것을 요구했다. 라인은 머릿속으로 복잡한 마법공식 따위를 떠올리며 끓어오르는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조금씩 움직임을 재개했다.
"음.. 으윽.."
라인은 필사의 노력으로 사정을 참아내었다.
"흐응 오빠 앙.. 좋아...."
수풀 사이의 동굴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기둥은 소녀에게 '여자'의 쾌락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라인은 자지와 보지를 통해 자신과 그녀의 심장 고동이 섞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하앗. 좋앙.. 아 느껴져!"
"이건.. 저. 앙 정말.. 기분 좋아 하앙."
밀렌은 라인의 자지가 자신의 자궁을 녹여버리고 뇌속까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앗 하앙 아하항."
"아항 좋아.. 오빠가..... 제일. 하아 좋아."
그녀는 쾌감을 참을 수 없는지 그의 목을 세게 끌어안고는 입술에 와 닿는 라인의 귓볼을 잘근 잘근 깨물었다.
"으윽.."
라인의 인내는 점점 한계를 향해 갔다.
"야핫.. 와요,, 우웅 아항 나와......"
"쿠우.."
밀렌가 제어할 수 없는 쾌락의 정점에 도달하며 너무 라인을 강하게 안아서 그의 어깨에 상처를 냈다. 라인도 자신의 정관을 타고 밖으로 나가려 몸부림치는 정액을 막지 못했다.
"밀렌... 나 간다....."
"아앙 오빠 안돼.. 하아앗 안은... 안돼요.."
라인의 정액은 밀렌의 보지 안에서 분출했고 그녀의 깊숙한 자궁벽을 때렸다.
"쿠.."
물위로 올라온 물고기가 마지막 힘을 다해 펄떡이듯 라인의 자지 역시 몇 번씩이나 세찬 정액을 그녀 안에 내뿜었다.
"하앙. 좀 더.. 남김 없이.. 하앙.. 부어줘요.."
라인의 자지는 그녀 안에서 천천히 힘을 잃어갔다.
"좋아.... 하앙 너무 좋았어..... 오빠의 그것.."
라인은 사정후의 노곤함을 느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오는 밀렌의 머리를 부드럽게 싸안으며 생각했다.
'역시 마법으로 여자의 정신조작을 하는 건 재미없어.. 한순간의 장난감에게나 쓸만한 방법이지.. 어제 만났던 두 여자..... 반드시 꼬시고 말테다. 이런 여자애 따위보다야 훨씬 좋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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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라인트레이서라는 남자 느낌이 안 좋아요."
"왜?"
"글쎄요.. 그보다 실은 밖에 나오면 명랑해지는 군요."
"집에서는 모든 게 거슬리니까.."
"그렇군요...."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실과 칼리엘은 담벼락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다.
"뭐가?"
"아무 것도 아니에요."
"음 천사란 이상하군.."
대화는 깊히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겉만 맴돌 뿐이었고, 둘은 에리나 사설학원이 정문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아 잠깐만요. 실."
"왜 그래?"
"이상한 노래소리가 들려요."
실은 고개를 갸웃했다.
"응? 난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
"저기서....."
칼리엘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틀자, 학교 앞 작은 정원에서 라인 트레이서가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실의 눈에 들어왔다.
"난 아직 안 들려."
"가까이 가보죠.. 가사가 이상해요."
칼리엘은 실의 걸음을 재촉했고 조금씩 라인이 부르고 있는 노래가 실의 귀에도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했지.. 마즈.. 은 사람들에게.........자유, 얼마나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말인가? 이 자유라는 이름 아래 인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전쟁을 반복해 왔는가. 어차피 인간은 태어난 시점부터 이미 이 시계의 굴레에 얽매여져 도망치는 것마저 결코 불가능한 것인데 이런 말을 담는 것 자체가 세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위선자들의 첫번째 대죄..
정의. 사람이 자신이 바르다고 믿는 것 따위는 이 세상에 그 인간의 수만큼 존재하는데도 자신이 바르다고 믿는 것을 남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일. 세계에 광기를 퍼뜨리는 두번째 대죄이지..
인권? 웃기는 소리. 누군가가 남에 대해서 뭔가를 주장하는 경우, 이에는 반드시 의무가 발생하는 것임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같은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멍청한 놈들이 많아.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인간으로서의 실력을 키워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무를 다하지도 못한 주제에 권리만을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어! 세계를 약체화시키는 세번째 대죄.
약자라고.. 원래 인간은 다른 많은 동식물과 아무 다른 점이 없는 포유류라 불리는 동물에 지나지 않아. 절대 영장류 따위로 불리는 자기중심적인 위선적 생물이 아니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아무 다른 점이 없다면.. 자연을 지배하는 대원칙인 약육강식이야말로 만물불변의 원리야. 더불어 우리들 인간의 세계에서도 약자는 없어져야 하는 운명. 그들 약자를 보호한다는 따위의 잘못된 생각은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모독이니 이 세계의 섭리를 파괴하려는 네번째 대죄인 것!
우정. 원래 인류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줄 가능성이 높은 상대와의 상호보조를 목적으로 한 어떤 그룹을 만들어 살아가는 존재이긴 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이해에 관계되는 거래에 지나지 않아. 상대에 대해서 아무런 타산적인 계산도 없이 동성의 상대를 도와주는 따위의 행동은 이 얼마나 역겹고 구역질나는 행위야? 이 세계를 어지럽히려는 다섯번째 대죄인거야.
평등이라니... 인간이 태어난 단계부터 동등한 입장을 가진 상태였던 순간이 과연 역사상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어떤 자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충분한 교육과 영양을 받고, 또 어떤 자는 먹을 것마저 충분치 못한 집에서 태어나 배는 물로 가득 차고 몸에 달라붙는 파리마저 쫓아낼 길운이 없는 그런 상태의 사람들이 가득 존재하는 세상에서 동등한 입장을 가진 평든이 존재한다는 말을 하면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세상이라도 확립되어 있는 계급제도를 무시하는 그런 말을 꺼내는 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선자에 지나지 않아. 이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려고 하는 여섯번째 대죄인 것이지
사랑 이와 같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망상이야말로 이 세계의 7개의 대죄 중에서도 가장 죄가 무거운 것. 이런 미신을 믿게 되면 사람들은 그 판단력을 잃고 감정만으로 행동하게 되고 살인, 방화, 자살, 심지어는 대량살상의 원인이 되기도 해. 지금까지 몇 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인생을 망쳐버렸어. 사랑이라는 망상은 이 세계의 번영을 파괴하는 일곱번째의 크나큰 대죄.
그러자 카트가 대답했어. 당신은........."
"라인씨! 아니 라인오빠."
실이 외쳐 부르는 소리에 라인의 노래는 끊겼다. 그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아니 실. 그리고 칼리엘씨? 어떻게..."
= = = = = = = = = = = = = = = = = = = =
실과 칼리엘은 거실에 소파에 앉아 라인이 건네주는 차를 받았다. 라인은 칼리엘을 향해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미며 말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저의 집이 아니라 변변하게 대접할 만한 것이 없군요."
"아냐 괜찮아.. 그렇지 칼리엘?"
칼리엘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놀랐어요. 실이랑 칼리엘씨가 이곳으로 찾아오다니? 설마 저를 보러 온 건가요?"
"그러니까.. 아....."
실은 라인이 미소를 지으며 하는 질문에 얼굴이 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허둥지둥 얼굴이 빨개졌다. 라인은 그녀의 당황하는 모습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며 말을 했다.
"게다가 포보스 형과 실이 아는 사이라니 더욱 놀랐어. 실."
"그건...... 아."
칼리엘은 미소를 입가에서 지우지 않는 라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윤기 있게 빛나는 금발과 어울리는 뛰어난 외모 그리고 여유를 품은 표정.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바라보고 있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심연과도 같은 검은 눈동자.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마성(魔性)이었다. 게다가 그가 불렀던 노래.. 보통 인간이라면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될 읽는 자는 반드시 죽게된다는 저주의 마서 '에반겔린'에 수록된 것이 아니었던가..
칼리엘이 라인과 실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라인이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흘렀다. 주위가 어두워지는 듯한 느낌에 칼리엘은 정신을 차렸다. 도착했을 때는 하늘 위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던 태양이 어느새 불길한 붉은 색으로 변하여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에 따라 노을이 창문을 통해 거실로 스며들어 벽면이나 여러 집기들에 예쁜 색깔의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머 정말?"
"그래 그때 얼마나 놀랐는데.."
"에이 설마..."
"뭐야.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칼리엘은 차츰차츰 주위 상황이 머릿속에 인식되었다. 라인이 내놓았지만 마시지 않은 차는 이미 차갑게 식어 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옆에 앉아 있는 실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 지 연신 웃으며 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을 텐데... 그 몇 시간 동안이나 지치지도 않고......
"저 실?"
칼리엘은 라인의 이야기에 빠져 있는 실의 옷자락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앗 칼리엘 왜?"
"시간이 많이 지났어요. 이제 돌아가 봐야하지 않겠어요?"
그제야 실도 어두워지고 있음을 인식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너무 오래 붙잡아 두고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칼리엘씨."
실보다 라인이 먼저 나선다. 칼리엘은 왠지 그의 그런 행동이 거슬렸다.
"실 가봐야죠?"
"그래 가봐야지.. 하지만 별로 가고 싶지 않은걸...... 게다가 아직 포보스씨도 돌아오지 않았잖아."
레그나에게 정복(?)당한 집안을 떠올린 때문인지 실의 음성이 어둡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그럼..."
"정말 대접도 못해드리고.. "
칼리엘이 먼저 인사를 하며 일어나는데 실도 무작정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따라 일어났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칼리엘과 함께 실이 밖으로 나가자 라인 또한 마중을 나왔다.
"그럼 실 다음에 또 봐."
"응 안녕 오빠."
수시간동안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서로를 부르는 어색함은 거의 없었다. 실과 칼리엘은 언제 봐도 지겹도록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배웅하는 라인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중간에 실이 칼리엘에게 물었다.
"칼리엘."
"왜요?"
"아까 말야.. 라인오빠랑 같이 있을 때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했던 거야. 옆에서 몇번 불러도 대답도 안 하던걸.. 어쩔 수 없이 난 오빠랑만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 그건.. 조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사람 집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인간들은 동시에 세가지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천사는 한번에 한 가지 일밖에는 할 수 없어요. 다른 생각을 하면서 대화를 할 수도 없죠. 그리고 그 집중력은 인간들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뭔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이야...."
칼리엘의 대답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아니었다. 이전의 상황과 방금 전의 변명은 실과 라인의 대화를 묘사하기 귀찮아한 작가라는 작자가 쓴 꽁수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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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과 칼리엘이 가고 라인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칼리엘이 마시지 않고 간 식어버린 차를 쳐다보며 라인은 혼자 중얼거렸다.
"칼리엘이란 여자. 깐깐한 게 여간해서 안 넘어오겠는데.. 게다가 예의도 별로 없어 보여. 남의 집에 와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이라니..... 훗 그리고 실이라...... 재밌겠어. '별로 가고 싶지 않은걸'이라고... 쿠쿠쿠 후하하하하하"
나지막하던 혼잣말은 어느새 자아도취적 광소(狂笑)로 변해 아무도 없는 방안에 별로 듣기 안 좋은 울림을 만들어 내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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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인가의 외동딸 실 프라인양이 나가신 사이에 그녀의 방에서 레그나는 남자를 기대하며 꿈틀꿈틀 거리고 있는 보지에 자지 끝을 밀어 넣고 있었다.
"아으으으으 응....."
아니샤는 자지를 더욱 깊숙이 받아들이기를 원하는 듯 허리를 밀었다. 레그나는 일부러 당겨 빼서는 귀두를 보지의 계곡에 문질렀다.
"...아아..앙... 부탁해요....."
레그나의 자지가 닿아 있는 아니샤의 음순이 옴죽거리며 삼키려 하는 듯 했다.
"아..아앙... 아.아아...."
레그나는 아니샤를 더욱 애타게 하려는 심정으로 그녀의 보지에 귀두 부분만 집어넣었다.
"아아 ... 더........ 넣어 줘....."
"아..하악 ...우 으응....."
아니샤는 레그나의 자지를 꽃잎으로 감싸 조인다. 미끈거리면서 잘근잘근 감싸오는 느낌이었다. 레그나는 질입구에 자지끝을 좀 더 깊게 진행했다.
"아...하아아아..하악......"
아니샤는 자지의 단단함을 보지로 느끼며 허리를 당겼다.
"하응....후으으응응응응..."
아니샤는 허리를 들어 보지를 레그나 쪽으로 밀었다. 레그나는 아니샤의 허리를 잡고 자지를 그녀의 보지 깊숙히 찔러 넣었다.
"아아아아아.......앙...."
만족한 아니샤의 신음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아니샤와 레그나의 결합부에서 축축한 소리가 났자. 자지에 의해 꽉 막혀진 아니샤의 보지는 조그만 틈새로 애액을 흘려 그녀와 레그나의 사타구니를 적셨다.
"뭐야. 너무 많이 흘리는 거 아냐?."
레그나는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아아..앗...아아아아 앙..."
아니샤는 레그나의 말에 더욱 흥분이 높아진 듯 꿈틀꿈틀 몸을 떨면서 반응했다. 아니샤는 손에서 힘이 빠진 듯 몸이 앞으로 기울어 그녀의 커다란 유방이 카페트에 닿아 눌려졌다. 그러면서도 엉덩이는 최선을 다해 위로 쳐들고 있다. 레그나는 몸을 앞으로 쓰러뜨려 아니샤의 등에 밀착한채로 허리를 움직였다. 퍼억 퍼억 푸욱 하며 허리의 움직이는 소리가 변했다.
"아.아아...아아아! 좋... 좋아...우으으 응 하아아아...."
레그나의 움직임에 맞추어 아니샤가 내는 음란한 그 신음 소리는 서로의 쾌감을 높여주었다.
"아핫..아아아아..하아아앙.... 좋.아......."
아니샤도 허리를 움직여 레그나에게 동조했다. 둘이 밀착하고 있어서 움직이기 힘든데도 아니샤는 조금이라도 그의 움직임에 맞추려고 애를 썼다.
"아아 ... 아아아아... 나. 이젠..아아아앙앙앙..."
레그나는 질 속의 뜨거운 애액이 자지를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아아아.... 아아아앗 아아 아아악....."
아니샤의 보지는 떨리면서 자지를 조여왔다 .
"아아 안돼 이제....."
아니샤는 벌써부터 절정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레그나는 열심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안돼....아아아 아앙. 아학 아학아하항....."
아니샤의 자궁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한계가 온 것 같았다. 아니샤는 절정에 다다른 듯 소리를 질렀다. 레그나는 앞뒤로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여 아니샤와 같이 절정에 다다르려고 했다.
"싫어... 하아아악.."
레그나는 천천히 허리의 움직임을 늦추었다. 곧 끝이 다가왔다. 이젠 쌀 수밖에 없다.
"으으윽.."
"아....아...아아아아.......하아아아....."
레그나는 자궁의 떨림을 느끼며 자지를 가득 채우는 정액을 느꼈다.
"아아아.갈...것 같아 하아아아 이쪽 가아앗"
"우으옷 크윽..."
하반신이 강한 분출의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것을 느끼며 레그나는 아니샤의 보지 속에 뜨거운 정액을 격렬하게 방출했다.
"앗 아아악 나왔어.. 나왔어..엇.. 아아아 가득히.."
레그나가 쏟아낸 하얀 정액을 아니샤의 보지가 한방울도 남김없이 흡수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아하 아하학 하아아....."
레그나는 허리를 움직여 몇 번이나 아니샤의 자궁에 정액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 부었다.
"아아 ...하아.. 하아아아앙...안돼에....."
아니샤의 자궁이 꿈틀댔다. 레그나는 최후의 방출을 끝내며 아니샤의 몸에서 자지를 빼냈다. 굉장히 기분좋고 나른한 느낌이었다.
"아.... 아.... 하앙 하아....."
아니샤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바닥에 깔린 화려한 카페트에 레그나와 그녀의 애액이 섞인 액체가 보지안에서 흘러 내려 얼룩졌다.
"아앙....으으응....."
아니샤가 거친 숨결을 가다듬고 있을 때 덜컹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 온 것은 에리나였다.
"어머 레그나님. 아니샤.."
아니샤는 에리나를 보자마자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근육에는 한줌의 힘도 들어가지 않는다. 에리나는 그런 그녀에게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 아니샤. 하지만 뒷처리를 잘 해야지.."
그녀는 품위 있게 다가와서는 레그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이렇게 레그나님의 소중한 곳에 흔적을 남겨두면 어떡해...."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집게와 엄지손가락으로 축 늘어진 레그나의 자지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체리를 먹듯이 상큼하게 그의 귀두를 살짝 깨문다. 그렇게 물고 있는 상태로 혀를 움직여 요도 사이를 핥았다. 그녀는 끈적끈적한 아니샤와 레그나의 체액을 남김없이 핥았다. 어느새 레그나의 자지 또한 딱딱해지기 시작해서는 에리나의 침으로 번들 번들거리며 그 위용을 회복했다.
"하앙.. 멋져...."
에리나는 입맛을 다셨다.
갑자기 새된 목소리가 문쪽에서 들렸다.
"지금 내 방에서 뭐하는 거예요!"
실과 칼리엘이 복도에 서서 그녀들을 보고 있었다. 특히 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린다.
"저기 실.. 나는.."
레그나에게 정신적으로 종속되게 되었다고 하여도 그녀의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기에 그녀가 비정상적 행동양태를 보이는 경우는 레그나와 관련되었을 때뿐이다. 딸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따라서 변함이 없었다. 에리나는 당황해서 안절부절 실에게 달려갔다. 실이 싸늘하게 말했다.
"닥쳐요. 엄마. 그런 더러운 입에서 나오는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실...."
에리나는 실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고 칼리엘도 실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에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그러나 실은 너무 크게 화가 난 듯했다.
"엄마가 저 레그나 개자식에게 홀려서 아무대서나 다리 벌리는 건 참았어요. 하지만 내방에서까지 그러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나.... 나는..."
"듣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요!"
실은 몸을 휙 돌리곤 뛰어서 1층으로 내려갔다. 칼리엘도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고, 에리나는 망연자실한 채로 서 있다. 방안의 아니샤는 몽롱한 음란함에서 벗어나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지만 레그나는 차가운 웃음을 짓고 있다. 칼리엘이 말했다.
"악마에게 윤리를 기대하는 건 무리겠지만.. 당신도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다쳐서 정신을 잃고 있는데 이런 짓을 한다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글쎄... 난 재미로 인간과 성교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거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이건 내가 잃은 힘을 모으기 위한 거야. 상처를 입은 그녀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면 더 빨리 힘을 되찾아야 하지 않겠어? 후후.. 물론 재미도 있지만 말야.."
"죄책감은 없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싸늘함을 띠고 있다.
"뭐 네가 상관할 바는 아냐. 그보다 어디로 갔는지 따라가지 않을 꺼야? 밖으로 나간 거 같은데.. 넌 그래도 수호천사니까 실이 어디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당신 때문이잖아요!....... 어쨌든 그녀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줘야죠... 계속적으로 그녀의 정신계에 개입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칼리엘은 말끝을 흐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슬픈 표정도 없이, 울음도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에리나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에리나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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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난..."
하늘에는 밝은 달과 별이 떠 있다. 실은 집 담벼락에 기대어 위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심란하여 수백 가닥으로 나뉘어진 듯 어지럽고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실은 레그나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집안사람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하나의 결심을 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은 에리나 사설학원 앞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생각했다. 왜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는가. 그녀는 발길을 돌리려했다. 그러나 어차피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주저주저 하다가 대문을 두드렸다.
= = = = = = = = = = = = = = = = =
"이런 이런.. 지금 같은 시간대에 프라인양이 오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포보스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실을 소파에 앉게 했다.
"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라인이 부엌에서 차를 들고 나오며 걱정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실은 눈물이 나오는 것을 느끼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대답도 없이 흐느끼기 시작하는 실 때문에 라인과 포보스는 서로 어리둥절한 눈을 마주쳤다. 실은 한참동안 울었다.
라인은 생각했다. '이것은 기회다!' 그는 포보스에게 눈짓을 해서 그를 방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실이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렸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울다가 지쳐 훌쩍임만을 반복할 때 라인은 그녀의 옆에 앉아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실 대체 무슨 일인데? 만약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 줄께."
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라인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잠깐만."
실이 울음을 그치고 그를 불렀다. 라인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화사한 얼굴로 대꾸했다.
"왜 그러지?"
"오빠..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지."
"아아.. 그랬었지.."
"이 마을에는 얼마나 머무를 꺼야?"
"글쎄.. 아직 잘 모르겠는데..."
"저어.. 부탁이 있는데.."
"뭔데?"
"혹시..... 내일 아침 일찍 ..떠나면 안 될까."
"뭐? 설마 내가 빨리 이 마을에서 업어져 줬으면 좋겠다는 거야?"
실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나를 데려가 줬으면....."
라인은 얼굴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러니까...."
라인의 표정이 전에 없이 험악하게 변해서 말했다.
"됐어. 네가 무엇 때문에 그러는 지는 난 잘 모르겠지만 어설픈 투정은 집어 치우는 게 좋아. 그런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아. 여자 애가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세상이 만만한 것도 아니고, 부잣집 딸내미의 투정 어린 가출 따위는 도와 줄 수 없어."
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 그런 게 아니야!"
"그럼 뭐지? 백마 탄 왕자라도 나오는 동화책을 읽었나? 아니면 내가 그렇게 좋은 사람처럼 보여? 아무 대가도 없이 너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줄 만큼..."
"돈이라면 줄 수 있어."
"돈 따위는 필요 없어."
"그렇다면....."
"뭐지.."
실은 손톱을 깨물며 말했다.
"내 몸이라도 가져. 원한다면 여기서 당장이라도 벗어줄 테니까.."
라인은 뒤로 자빠질 만큼 놀랐다.
"뭐.. 뭐라고...?"
"원한다면 나를 범하라고. 남자는 다 똑같잖아.!"
"닥쳐!"
'찰싹' 살과 살이 전격적으로 부딪쳐 찰나지간의 회담을 갖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펴졌다. 라인이 실의 뺨을 때린 것이다.
들어 가 있던 포보스가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나왔다. 그리고는 험악한 분위기의 두사람을 보고는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무슨 일이지?"
"닥치고 들어가 포보스. 그리고 신경 쓰지마!"
라인의 번뜩이는 눈초리와 마주치자 포보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대꾸할 말을 찾으려고 애를 써봤지만 알 수 없는 무의식이 그를 아무 생각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라인의 말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순해 보이기만 했던 라인에게 이런 격정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실은 예상도 하지 못했었다. 마주 보는 그의 눈동자에서 무언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입에서 나온다고 전부 말인 건 아니다."
"................"
"왜 정말 범해 줄까? 한번 더 말해보시지?"
"모... 못 할 줄 알고. 나를 데리고 어디든 여행을 가 줘. 원한다면 몸이라도 줄 테니까.."
라인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바람둥이 생활 3년 6개월, 이런 엿 같은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다. 애 써서 세워 놓았던 계획들이 다 날아가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소녀가 전혀 안 괜찮아 보인다. 그는 겨우 겨우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 그래.. 범해 주지. 안아 주면 될 꺼 아냐."
실은 라인의 차가운 음성에 흠칫 몸을 떨었다.
"오.. 오빠."
"오~빠~? 불러서 뭐하려구"
라인은 실의 몸 위로 덮쳤다. 실이 저항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실은 비명을 질렀다. 안으로 들어간 포보스는 이번엔 나와보지도 않는다.
그녀의 치마를 벌리고 라인의 손이 침입해 왔다. 다른 한 손은 그녀의 블라우스를 헤집었다. 누구도 도달한 적 없었던 그녀의 비지를 향해 그의 손가락이 전진하고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순결한 젖가슴(ㅜ_ㅜ : 순결씩이나 하군.)을 점령했다.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싫어어!!!!!!!!"
그녀의 비명이 마법이라도 되는 듯 순간 라인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내렸다. 라인이 말했다.
"훗. 그 굳센 것 같던 결심은 다 어디로 가셨나? 몸이라도 주겠다며?"
".. 흑 ......."
실은 몸을 움츠렸다. 라인은 그런 그녀를 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화사하기는 개떡이 화사했다.
"것 봐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 줄 알어. 헛소리 닥치고 집으로 가."
"다시 해요. 이번엔 싫다고 안 할테니까...."
"뭐어!"
라인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게 알아듣도록 온몸을 동원해서 설명을 했건만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인가..
"너 대체 왜 그래!"
실은 흐트러진 옷을 여몄다. 자신의 몸에 라인과 닿은 흔적이 남아 있는 듯 느껴져 기분이 어지러웠다. 그리고 그녀는 훌쩍이며 모든 사실을 말했다. '레그나 루시페르'가 파괴해 버린 그녀의 집안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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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라고.......?"
라인은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
"그 악마가 부럽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튀어나온 엉뚱한 말에 실은 눈을 치켜 떴다.
"뭐!"
"아 아냐...."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하던 라인은 중얼거렸다.
"후우 후후후 후하하하."
"악마라.. 좋아 실.. 그 악마 내가 죽여주겠어. 나! 라인트 로제 아나이스(Laint Rose Anais)가."
실은 자신이 괜한 사람에게 헛소리를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후회가 들었다.
"......-_-;;"
= = = = = 完 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