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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3 00:47

[墮天使 II] Angelic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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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墮天使 II]Angelic evil 1 환타지 
 

나는 누구일까.. 내가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나의 첫 번째 기
억은 이 더러운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처음으로 내가 떠올린 것은 '레그나' 라는 이름이었다. 아무 것도 기억
나지 않는 나에게 레그나라는 이름은 나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실마리였다.


Intro song : Enya의 2집 앨범 Shepherd Moons 중에서 Angeles(주제와 전혀 상관없음.
 단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일 뿐.)

-[墮天使II]Angelic evil-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의미를
찾아서 시간 속을 떠돌아요
잊지 말아요 두개의 달이
겹치는 때를…

그대는 바람 속에
빛 바랜 낙원을 해방시켜
그대는 바라보고 있어요
때묻지 않은 그날의 추억을

달콤한 독에 유혹돼
뜨거운 죄를 범하고
시간의 비를 맞으며
그대는 눈을 떠요


금단의 팡세, 사랑하는 의미를
찾아서 누구나 상처 입어요
이름도 없는 타락한 천사들이여

기도하듯이 춤춰요
운명의 팡세, 눈물 속에서
그대는 다시 태어나요
반드시 사랑을 껴안고
강해질 거예요…

그대는 꿈속에
지루한 행복에 지친 나머지
그대는 즐기고 있어요
사치스런 슬픔의 배신을

별들의 조각을 모아
붉은 꽃을 흩뿌리며
가슴속에 가시를 묻고
그대는 미소짓죠

성숙한 팡세, 태어난 의미를
찾아서 누구나 여행해요
이름도 없는 타락한 천사들이여

기도하듯이 잠들어요
운명의 의미, 머나먼 길을
그대는 떠나가요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금단의 팡세 사랑하는 의미를
찾아서 누구나 상처 입어요
이름도 없는 타락한 천사들이여
기도하듯이 춤춰요

운명의 팡세 눈물 속에서
그대는 다시 태어나요
반드시 사랑을 껴안고
강해질 거예요…

===================================================================
저 선혈의 판도에모니움 정 중앙에 위치한 사탄의 성. 아니 이제는 벨제뷔트의 성이
되어버린 그곳 마왕의 자리에 벨제뷔트는 턱을 괴고 앉아서 자신 앞에 무릎꿇은 악마
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레그나가 살아 있다?"
"그렇습니다. 벨제뷔트님. 그가 창조해 낸 하급악마를 쫓고 있었는데, 갑자기 포탈(Po
rtal)이 열리면서 어딘가로 소환되어 버렸습니다. 거기서 느껴지는 힘은 분명 '레그나
 루시페르' 그 타천사의 힘이 분명했습니다."

벨제뷔트는 무관심하게 중얼거렸다.

"침묵의 샤테이엘과 함께 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벨제뷔트의 무관심한 말투에 겹눈을 가진 악마는 목소리를 높여 주장했다.

"벨제뷔트님. 레그나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가 돌아온다면 아직 사탄 루시퍼를 따르
는 악마들의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
"그래 레그나는 지금 어디 있지?"
"아마도 인간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 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하지?"
"그는 살아 있기는 하지만 샤테이엘에게 입은 상처를 다 치유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래서 마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반드시 그를
죽이겠습니다."
"으음.. 좋다. 레그나의 일은 너에게 맡기지."

벨제뷔트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의 휘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혼자
남은 그 겹눈의 악마는 그가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벨제뷔트님! 이 페르제바브는 결코 기대를 져버리지 않겠습니다.
=-=-=-=-=-=-=-=-=-=-=-=-=-=-=-=-=-=-=-=-=-=-=

풍요의 왕국 리저스, 그 중에서도 수도인 시디 벨 아베스 곳곳에는 풍요가 넘치다 못
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그 뚝뚝 떨어지는 풍요를 한 방울도
얻지 못한 것처럼 더럽고 남루한 빈민가다. 시디 벨 아베스의 양면성은 동전의 안과
바깥처럼 확실했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빈민가는 너무나 비참
했다.

나는 환자다. 병명은 '역행성 기억 상실증'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기
억할 수 없지만 분명 순하고 착했음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내가 그렇기 때문이
다. 하지만 순하고 착한 성격이란 이곳 빈민가에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이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조금 아니 아주 비열해야 한다. 나 같은 녀석은 낙오자가 될 뿐이
다. 그런 이유로 나도 별로 착해지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지만.. 나쁜 짓을 하려고 하
면 이유도 알 수 없이 가슴이 한 구석이 아려 오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나 자신도 내 정확한 나이를 모르기에 나는 남들이 추정하는 대로 내 나이를 맡겨놓고
 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너 열 세살이지'하고 물어보면 나는 '네'라고 대답하고
다른 사람이 "너 열 살쯤 되는 거 같은데?'라고 물어봐도 '네'라고 대답한다. 어쨌든
내가 지금 마마와 함께 살게 된 이유는 나의 어린 나이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
만.. 잘 생긴..... 아니 예쁜.. 그래 젠장 여자 같은.. 외모 덕분이다.

비가 내려 더럽게 땅바닥이 질척거리던 날.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골목에 엎어져 있
었다. 나는 정신이 들자 마자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
라 정말 실체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나는 어떤 변태 로리 컴플렉
스로 추정되는 대머리 뚱뚱남에게 발견되었다.

아마도 그 변태 로리 컴플렉스로 추정되는 대머리 뚱뚱남은 분명 나를 예쁜 여자아이
로 착각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더라면 왜 나를 강간하려 했겠는가. 뭐 예외적으로
 남자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이 슬픈 현실은 나를 남자처럼 생기게 하지는 않았
단 말이다. 그리하여 나의 순결이 위협받던 시점에 마마가 그것을 보게 되었다. 마마
는 그 변태 로리 컴플렉스로 추정되는 대머리 뚱뚱남의 뒤통수에 거센 정권을 날리고
그녀의 그 굵은 무다리로 등을 후려 찼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에게 구해지게 되었다.
--마마가 나중에 말하기를 내가 못생겼더라면 절대 구해주지 않았을 거란다.. --

음 그렇게 해서 나는 5개월 전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보호를 받게 되었다.
아마 그녀에게 구해지지 않았더라면 그 변태 로리타 컴플렉스로 추정되는 대머리 뚱뚱
남에게서 어떻게 도망쳤더라도 나는 아마 강물에 퉁퉁 불은 시체로 떠다니거나 어떤
부잣집 변태에게 팔려가 노리개가 되었을 거다.

그렇게 마마에게 구해진 나는 거의 백지상태와도 가까운 어린 애였기에 마마와 함께
지내면서 나의 말투와 가치관은 그녀를 닮게 되었다. 하지만 마마는 자선사업가가 아
니었다. 그녀는 허름한 술집 겸 음식점의 성격 괄괄한 여주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래서 나는 그녀의 식당에서 홀 서빙을 하며 밥값을 할 수밖에 없다. 뭐 나도 이제는
나도 상황파악이 꽤 되는지라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하지만 대체 왜 여자
처럼 머리에 리본을 묶고 여자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 거냔 말이다........ 아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마마 말로는 그래야 손님이 더 많이 오게 된다고도 하지만
 내가 변태 로리 아저씨들의 눈요기 감이 되야 한다는 현실은 너무나 슬프기 그지없다
.

마마는 내게 이름도 지어주었다. 페이라는 이름이다. 페이 페이 페이 페이이잇! 대체
뭐야 흑흑 발음할 수록 귀여운 게 여자 이름 같잖아... 흑흑 멋있는 이름이 얼마나 많
은데...

"페이이이잇!!! 술통 위에서 쭈그리고 궁상떨고 있지마! 손님 왔잖아!"

아 마마가 나를 부른다.. 쯧 가봐야지. 그녀의 솥뚜껑 만한 손이 나의 가녀린 등짝을
뜨겁게 안마하기 전에 말이다. 나의 연약한 몸으로는 마마에게 절대 반항할 수 없는
것이다. 흑흑흑

나는 술통 위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메뉴 판을 들고 쪼르르 달려가 손님이라
는 작자에게 내밀었다. 흘낏 얼굴을 보니 혹시가 역시다. 과연 이런 가게에 올만한 후
줄그레한 외모라는 이야기다.

"흐음.. 꼬마야 이 가게에서는 무얼 제일 잘하지?"

오옷.. 이런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잘 하지 않는 대사다. 아무거나 시키고 주는 대로
쳐먹는게 대부분인데..

"으음. 저희 가게는요 애플파이가 특히 맛있어요. 미트볼이랑 고로케도 괜찮죠. 하지
만 저는 커틀릿이랑 버섯구이가 좋아요."

훗 썩은 사과로 만든 애플파이가 참 맛있기도 하겠군.. 어쨌든 나는 속마음은 전혀 내
색하지 않고 말했다. 게다가 나는 말끝에 생긋 웃어주기 까지 했다. 역시 나의 매혹적
인 웃음에 헤벌레하게 넘어가는 표정이라니..... 음 좀 비위 상한다. 하지만 나의 웃
음은 서비스업의 생명은 웃음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내 등을 몇 번이나 후려치면서 행
해진 마마의 교육에 따른 결과일 따름이다. 내 생각에는 이 가게엔 웃음보다는 청결이
 더 필요할 것 같지만 말이다.

"으음 그럼 커틀릿이랑 샐러드 그리고 흑맥주 한잔만 주겠니."

아니잇.. 샐러드라니..... 그.. 그.. 금단의 음식을 시킨다는 말인가....... 이 가게
에 자주 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빈민가 전체에는 마마의 샐러드가 어떤 것인지 아주
널리 퍼져있다. 정말 이상하다.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이 빈민가로 들어올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누라가 무서워서 가출한 불우한 중년이 어쩌다 이
곳까지 흘러 들어왔을 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아 불쌍해라..

"그런데 말이다........"

메뉴판을 다시 받아 들고 마마에게 달려가려던 나를 그 불우한 중년이 불렀다. 나는
내 멋대로의 추정으로 이 사람에게 약간의 동정심을 가지게 된 터라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왜 그러세요? 혹시 뭐가 맘에 안 드시는 거라도?"
"아.. 그건 아니고.. 듣던 대로 너가 참 귀엽고 예쁘게 생겨서 말이다."

뭐. 뭣이라고..... 아 이 사람은 오늘 참 나를 많이 놀라게 하는 군.. 나는 이 손님에
 대해서 불우한 중년이라고 생각했던 인식을 바꿔야 했다. 어쩌면 내가 예쁘다는...
아니 잘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나를 잡아가기 위해서 찾아 온 인신매매범일지도 모른
다. 나는 경계심을 돋구었다. 근데 그건 그렇고 내가 그렇게 소문이 퍼졌다는 말인가.
 조금은 놀랍군..

"아.. 가 감사합니다."

난 최대한 경계심을 드려내지 않으려 슬금슬금 피하면서 억지 웃음을 만들어 대답하고
는 마마를 향해 달려갔다. 등뒤에서 그 사람이 한숨을 쉰 것 같기는 하지만 뭐 나는
알 바 아니다.

-- = -- = --

"마마! 마마!"
"왜? 손님이 뭐 시켰는데?"
마마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저 손님은 커틀릿과 샐러드, 그리고 생맥주를 시켰지만 그건 중요하지가 않아요."
"그럼 뭐가 중요한 데?"

마마는 음식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가며 대답했고 나는 그녀를 졸졸졸 따라가며 말
했다.
"저 손님이 처음부터 나를 음흉하게 쳐다보는 데다가 예쁘다고 칭찬을 했는데.. 어쩌
면 인신매매범일지도 몰라요!"
"이 가게에 온 손님 중에서 너를 안 음흉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있던?"
마마의 말에 난 잠시 과거를 떠올려 보다가 과연 한 사람도 없었다는 걸 알았다. 쳇
이 식당 수준이 원래 그렇다. 하지만 저 손님은 여태까지와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그.. 그런 게 아니에요. 저 손님은 마마의 샐러드를 시키기까지 했다고요. 분명 빈민
가 바깥에서 왔다는 이야긴데..... 바깥 사람이 이런 가게까지 올만한 이유는 저를 납
치하기 위해서 라는 거 외에는 생각하기 힘들다고요!"
"에라 이 녀석아! 내 샐러드가 어디가 어때서!"
그녀의 굵은 주먹이 내 이마에 알밤을 콩하고 먹였다. 너무 아파서 나는 이마를 쓰다
듬느라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곳까지 흘러들어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정이 있는 게야.."
"하지만 마마.. 저 사람은 제 소문을 들었다고..."
"뭐...!"

마마의 눈동자가 잠깐 날카로운 빛을 띠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역시 마마도 뭔가
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저 손님이라는 작자가 심상치 않다는 걸.

"빨리 나가 봐라.. 다른 손님 올지도 모르니까.."
제길.. 이어진 마마의 말은 나의 기대를 무참히 부셔 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홀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알 밤 한대 더 맞기는 싫으니까 말이다.

카운터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아까 그 손님이 계속 나를 흘낏 흘낏 쳐다본다. 아 정
말 미소년 수난의 때가 도래하는 것일까.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페이!"
마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음식이 전부 준비가 된 모양이었다. 나는 주방으로
가 마마에게 쟁반을 받았다. 그리고는 손님이 앉아 있는 탁자로 가서 음식을 내려놓았
다. 전부 놓고 가려고 하는 데 이 손님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나이도 어려 보이는 데 힘들지 않니?"
"괜찮아요.."

훗 그딴 말로 나의 호감을 살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짧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 손님이 내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눈치를 못 깠는지 괜히 친근한 말투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래도 힘들텐데.... 내가 너에게 정말 편한 일 소개시켜 줄 수 있단다.. 돈이 필요
하다면 많이 주고..."
나는 엄청난 위기감을 그의 말에서 느꼈다. 그래서 소리쳤다.
"마마! 마마!"
마마가 무슨 큰 일이라도 생겼나 급하게 주방에서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야? 페이."
"이 아저씨가 저를 유괴하려고 해요!"
나를 꼬시려던 아저씨의 눈이 당황으로 크게 떠졌다. 후훗 나를 만만하게 봤던 걸까.
아저씨 당신은 큰 실수를 한 거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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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墮天使 II]Angelic evil 2 환타지 
 
ID를 바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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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잇. 무슨 헛소리야."
"마마가 그랬잖아요. 괜히 이유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돈 많이 주고 편한 일
 소개 시켜준다고 그러면 열명이면 열명 다 유괴범이라고.. 이 아저씨가 나보고!"

우후훗 증거 확실하다. 손님을 바라보는 마마의 눈빛이 안에서 장작을 때기라도 하는
것 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저......"
손님에서 유괴범으로 강등된 아저씨는 변명을 하려는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는 손
을 내저었다. 하지만 저 강철의 마마(-_-)가 그 정도에 마음이 약해질리 만무하다.

'또독 또독 우드드득'
오옷 마마가 몸을 푸는 지 그녀의 몸 이곳 저곳에서 뼈 맞추는 소리가 났다. 이제 그
녀가 몸을 다 풀면 나의 유괴를 시도한 저 아저씨는 죽지 않을 만큼 맞게 되리라. 온
몸에 몸이 들어서 트롤보다 파래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저 저는.."
유괴범은 도망가려는지 몸을 슬슬 빼며 일어났지만 그가 몸을 빼기 전에 마마는 분노
의 철권으로 그 아저씨의 얼굴을 갈겼다.

"하이고오..."
상당히 늙은이틱한 비명을 지르며 그는 저만치 나가 떨어져서는 죽은 개구리처럼 팔다
리를 펄떡 거렸다. 한방에 기절했는지 움직이지도 않는다. 역시 마마는......... 세다
.

"이 천한 것들이 감히!"
콰앙. 갑자기 가게의 문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었다. 그 너머에는 풀플레이트 갑옷을
착용한 금발의 기사가 서 있었다. 그 기사는 분노의 얼굴로 성큼 성큼 걸어왔다. 마마
와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기사는 검집을 들더니 마마를 후려쳤다. 마마는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
다.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밖에서 보고만 있었더니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리저스 왕국 집사부장님을!"

어라 나는 놀랐다. 황당했다. 경악했다. 설마 저 인신매매범으로 추정되는 불우중년이
 왕국 집사부장이라는 건가. 나라의 망조로군. 하여튼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마마가
 저 망할 기사녀석에게 다치는 걸 두고볼 수는 없다. 몇달 동안 갈고 닦은 내 연기력
을 이용할 때다.
"이게 무슨 짓이죠!"
나는 기사와 마마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왜인지 기사녀석이 주춤하며 얼굴을 붉게 물
들였다.
"저희가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죠. 마마는.. 마마는.. 흑흑"
"다.. 닥쳐라."
나는 눈물을 찔끔거렸다. 맘에 안 드는 여자 같은 외모라도 이용할 때는 해야한다.
"당신은.... 당신은 동생도 없나요! 저 불건전하게 생긴 아저씨가 저같이 연약한 아이
를 꼬드기려고 하는데 마마가 보호자로서 참을 수 없는 건 당연하잖아요. 집사부장이
면 다예요! 그 잘난 권력만 있다면 유괴를 하던 납치강간을 하건 괜찮나요. 당신은 정
의를 지킨다는 기사잖아요. 흑흑흑흑."
"그..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기사녀석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말을 더듬는 폼이 찔리기는 찔리나 보지. 저런 불우중
년의 불건전한 취미를 도와주는 것이.

"그.... 그만두게 크레이스경.."
어라 불우중년이 깨어난 모양이다.
"집사부장님!"
"괜찮네.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충분히 오해 할 만도 하지 않은가."
어라 오해라니?
"나를 일으켜 주게. 그리고 저 분께도 사과를 하고.. 이번엔 제대로 설명을 해야겠지.
"
흠 상황의 반전이다. 어떻게 돌아갈지 귀추가 주목 된 다고나 할까.
불우중년 아니 집사부장은 금발의 기사에게 부축 받아서 원래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
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자리에 마마를 앉게 했다.
"자네는 나가 보게."
"저.. 저는....."
"주차시켜 놓은 마차를 가지고 오게."
"아.. 알겠습니다."
집사부장은 금발 기사를 밖으로 나가게 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흠. 사실 저는 왕궁의 대소사무를 총괄하는 집사부장의 직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저
기사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호위업무로 데려왔는데 생각지 못하게 폐를 끼쳤군요."
마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마마를 조용히 있게 만들다니 이것이
권력의 파워?"
"사실 제가 이 가게까지 온 이유는 저 아이 때문입니다."
흥 그 정도는 아까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집사부장이라는 인간의 말은 길게 계속되었
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마마의 눈은 커다랗게 떠지고 입은 쩍 벌어졌다. 집사부장 말
의 요지는 이 나라의 공주님이 몇달 전부터 안 좋은 병에 걸리셨단다. 그런데 다음 주
 화요일이 그 공주의 생일이라서 공주님이 꼭 참석해야 하는 파티가 있단다. 그리고..
 나랑 그 공주랑 똑같이 생겼다고 한다... 음 이만큼 이야기했으면 이 집사부장이 원
하는 게 뭔지 충분히 알겠지.
"그 그럼... 페이보고 공주님의 대역을 하라는 건가요?"

마마가 얼굴이 벌개져서 확인의 질문을 했다. 집사부장은 고개를 끄덕거림으로 답했다
.
"공주님의 병이 언제 나으실 지를 모르기 때문에, 병이 나으실 때까지의 대외적인 행
사에서 대역을 해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래서 예법교육이나 여러 가지 사정상 왕궁
에서 데리고 있었으면 하는 거구요. 물론 성장 한 후에는 좋은 가문에 시집을 보내 드
릴 수도 있습니다."
'아저씨 저 남자 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마와 불우중년 집사부장의 표정이 너
무 진지해서 끼어 들 틈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공주가 병에 걸렸으면 걸렸다고 말하
면 될 것이지 뭐하러 귀찮게 대역을 쓰는 지 궁금했다.
"저 한가지 약속을 해주시면 페이를 왕성에 데려가는 것에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마마의 말에 집사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 드리겠습니다."
"페이가.. 이 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왕성에서 나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하
세요."
"아.. 그건 좀.."
"그렇다면 안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뭐 뭐야!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맘대로 자기네들끼리 합의하고 납득하면 어쩌라는 거
지.

"집사부장님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아까의 금발기사가 부서진 문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집사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 이 아이를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네? 내일은 안 될까요."
"저희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오늘 데리고 갔으면 합니다만....."
"그.. 그렇게 하세요."
"이 아이의 짐은 없습니까?"
"없어요."

뭐냐. 그렇게 서로 몇 마디를 주고받고 나는 집사부장이라는 인간의 손에 끌려 마차를
 타게 되었다. 약간의 사례금이라면서 집사부장은 커다란 주머니를 마마에게 건넸다.
그걸 받으면서 마마는 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대체 뭐지.... 내 의견은?
난 갑작스런 상황의 진전 속에 단 한번도 끼여들 틈을 찾지 못하고, 나는 늙은 집사부
장의 얼굴을 마주본 채로 커다란 마차에 타고 마마를 떠나게 되었다. 좋은 데로 가는
걸까?

아 맞다... 이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나는 남자란 말이다!! 왜 아무도 안 물어
보는 거지! 왜 마마는 내가 남자란 말을 하지 않은 거야. 으아악!!

= = = = = = = = = = = = = =

젠장 주변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너무 지겹다. 한 사람이 울다 그치면 다른 사람이 또
울고, 그 사람이 그치면 또 다른 녀석들이 울기 시작하고 으으.. 짜증나.

역시 그런 식으로 급하게 흘러간 일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한 것이다. 젠장 마마는 꽤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멍청할 줄이야.

나를 태우고 마마의 가게를 나온 마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빈민가를 벗어났다. 적당히
 화려한 마차 안에서 집사부장이라 주장하는 불우 중년과 함께 있는 시간은 매우 불우
한(-_-) 시간이었다. 응큼한 눈으로 슬쩍 웃음을 짓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내
소화기관 깊은 곳에서 뭐가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라 나는 시선을 창 밖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휙휙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하얀색 집들은 빈민가와는 달리 너무나 깨끗했다.
쾌활한 웃음이 입가에 묻어나는 아이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약삭빠른 눈망울을 굴려
대는 빈민가 아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잔잔한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
겼다.
 
 
墮天使 II]Angelic evil 3 미지정 
 
"애야 도착했다."
중년의 불우한 목소리와 함께 내 어깨 위에 올려진 손 때문에 나는 흠칫 몸을 떨며 상
념에서 깨어나야 했다. 그리고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도착했다니까 어서 내려라."
나를 내려다보고는 마차의 문을 여는 집사부장을 무심하게 쳐다보던 나는 퍼뜩 저 인
간이 분명 마마의 샐러드를 먹었다는 기억을 해냈다. 목욕도 잘 안 하는 마마가 발로
으깬 감자로 버무려진...... 음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다. 하여튼 그가 시키는 대로
마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내린 곳은 화려한 저택의 정원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분명 왕궁은 아니었다. 나는 의문의 눈초리로 집사부장을 쳐다보았다.
"그 차림으로 왕궁에 들어갈 수는 없잖니. 일단 이곳에서 몸단장을 해야 한다."
내 생각대로 그는 알아서 대답을 해주었다. 그 때 그가 말끝에 묘하게 입꼬리를 올리
는 것을 보았지만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 젠장 나 역시 바보였다. 마마가 나를 보냈던 것 처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쫄래
쫄래 그를 따라서 걸었던 것이다.
무슨 거인이 들락날락 하는 문도 아닌 데 쓸데없이 커서 내 입이 떡 벌어지게 하기에
충분한 현관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나는 이리 저리 정신을 팔며 두리번
거려야 했다. 끝내주게 화려한 카펫이 깔려 있고 구석구석 금박이 씌워진 기둥, '여기
는 정말 엄청나고 굉장히 스펙타클한(?) 울트라 슈퍼 초극강 부잣집입니다'라고 광고
를 내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구경하랴 물건들의 가격을 추측하랴 하
는 등의 바쁜 사고활동을 하느라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그 집사부장아저씨를 따라
걸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의 결과가 이렇다. 나는 현재 철문이 달린 시커먼 방안에서 다양한 종류
의 여자 애들이 우는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젠장.. 역시 내 뛰어난 머리가 추측한
것이 맞았던 것이다. 집사부장이라 주장하던 불우중년은 고단수의 유괴범이었고 크레
이스인지 크레도스인지 하는 놈도 유괴범의 쫄따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 머
리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것은 좀 틀려도 괜찮을 텐데.....

어둡다.. 너무 어둡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 건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너무 어설프단 말이다. 어설픈 속임수에 어
설프게 끌려와서 어설픈 상황에 쳐해 있으려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나야 어려서 아
무 것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마마는 그 빈민가에서 몇 년 째 장사를 해와서 알건 다 알
 텐데 긴 의논이라던가 고민 같은 것도 없이 쉽게 나를 넘겨 줘 버렸다. 가장 나를 혼
란스럽게 하는 건 너무 빨리 진행되어버렸다는 것이다....

= = = = = = = = = = = =

인질? 아니 매물? 인신매매대상? 탈선아동? 하여튼 이상한 수작에 의해 유괴된 나의
하루는 아주 평범하다. 아침점심저녁 세끼 꼬박 꼬박 챙겨주는 거 먹고 가만히 있다가
 심심함에 몸을 비비꼬고 있으려면 나의 하루는 간다.
옆에서 훌쩍대는 여자 애들이나 식사를 가져다주는 놈들은 나의 팔팔한 모습에 기막혀
 한다. 하지만 특별한 인간인 내가 보통 유괴된 사람들이 취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패
턴을 따를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조금 절망도 했었다. 하지만
.. 지옥에서도 역전은 일어나기 마련.. 특별한 내가 평범하게 인신매매 되어 평범하게
 팔려가서 평범하게 고난을 당할 리는 없는 것이다.

철컹~~끼이익~
녹이 슨 철문이 녹슨 소리를 내며(ㅡ_ㅡ) 열리더니 콧수염 난 아저씨가 나타났다.
"모두 나와라."
콧수염 난 사람이 삭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내 주위는 울음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콧수
염 난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무표정한 사내
몇이 들어와 울고 있는 여자아이들을 거칠게 끌어내었다. 나는 그냥 일어나서 가라는
데로 쫄래쫄래 따라갔다.
나는 내가 며칠 전 들어왔던 커다란 문이 아니라 작은 문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앞
에 세워져 있는 구질구질한 천막마차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꾸겨 넣어졌다.
검은 천막 속에서는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몸에 느껴지는 진동으로 마차가
출발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마차가 멈추었다.
마차에서 내린 나는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떨어졌다. 그리고는 콧수염 난 남자를 따라
고급 카페트가 깔려있고 화려한 그림들이 벽마다 붙어있는 복도를 지났다. 어떤 커다
란 방안에서 뒤룩뒤룩 살찐 돼지 같은 남자 앞에 서게 되었다.
그는 썩은 눈깔을 이리 저리 굴려 나를 쳐다봄으로써 불쾌감을 유발하더니 손뼉을 치
며 말했다.
"오호.. 이 정도로 좋은 상품은 실로 몇 달 아니 몇 년 만이로군."
살찐 돼지 같은 사내의 음흉한 눈빛은 내 몸에 벌레라도 기어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정말 마크슨씨가 내놓는 매물(賣物)들은 언제나 훌륭하기 그지없네.. 하지만... 좀
지저분하군. 좋은 값을 받으려면 좀 씻겨야겠어."
돼지 아저씨(-_-a)는 내 옆의 콧수염과 눈을 마주치고는 웃었다. 젠장 기분 더럽다.
"리스난! 이 애 이따 오후에 세울 거니까. 깨끗하게 해놔."
돼지 아저씨가 허공을 향해 소리치자 바로 문이 열리더니 시녀 복장을 한 여자가 들어
왔다.
"끝나면 바로 무대 뒤로 데려 오도록."
"알겠습니다."
여자는 돼지 아저씨와 콧수염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로서
는 더 이상 돼지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끄는 대로 끌려갔다.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작지만 나름대로 화려한 욕실이었다. 그녀는 도착하자 마자
내 옷을 벗기려고 했다. 나는 그제야 아주 중요한 문제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녀의 손에서 주춤 떨어져서는 말을 꺼냈다.
"저기요 누나."
"왜 그러지?"
그녀는 아무 표정도 없이 대꾸했다.
"저 사실 남자거든요.."
그녀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
"나도 알고 있어."
"ㅡ_ㅡ;;;;;;;;;;;"
이.. 이 반응은.. 전혀 기대했던 바가 아니다. 뭐랄까 경악이라던가... 눈을 한번 크
게 뜬다던가.. 하는 게 전혀 없이..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는 이어 말했다.
"여자는 1관에서만 거래되지. 2관에는 오지 않아."
거래라.. 팔린다는 것이겠지.. 흐음.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마마의 가게에 불우 중년
이 왔을 때부터 내 성별에 대한 논의는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었다.. 역시.. 전문가의
 눈은 다른 건가. 알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쿨럭..
남자인 나를 남자로 보는 것이 당연한 것임에도 나는 여자로 오해받는 것에 너무 익숙
해진 나머지 나를 남자로 보는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좀 처량한... 아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닌데..
"저 나가 계시면 안 될까요?"
"왜?"
"저 혼자 씻을 수 있어요."
"너를 씻기는 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녀의 억양은 조금의 변화도 없어 나를 난처하게 했다.
"하.. 하지만.."
"창피해?"
"예.. 에.."
"너 뭔가 착각하고 있구나. 넌 여기서 팔리기 위해 온 거야. 인간이 아니라 노예라는
이름의 물건이지. 그리고 물건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 너에게 다른 노예들과는 달
리 특별한 대우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귀중한 물건이 망가지지 않게 다루는 것
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충격을 먹었다. 인간이 아니라니.. 그녀는 가만히 서 있는 나
에게 다가와 옷을 벗겼고 나는 이번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나를 인간
으로 보지 않는 지 내 벗은 몸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탕속에 들어갔고 그녀가 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하지만 얼굴이 시뻘개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몸을 다 씻고 나서 그녀가 옷이라고 내주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은
옷이 아니었다. 옷의 탈을 쓴 천조각이었다...
"설마 이걸 옷이라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겠죠?"
"상품을 잘 보이게 해야 하니까, 보통 옷을 입혀놓으면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손
님들께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뭔가.... 깬다....

= = = = = = = = =

경제적으로 일반 서민보다 아득히 우위에 서는 계층에게 있어서, 필요 적절한 사치품
의 개발은 자신들의 품위 유지에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이야기를 어떤 잡생
각 많은 놈팡이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사냥도, 말이 고개를 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입에서 피가 나올
때까지 재갈을 바짝 매는 것도, 발전을 거듭해온 보석 세공 기술도 모두가 끊임없이
하품을 유발하는, 이 짜증스런  세상에서 자신들의 심심함을 달래줄 것들에 지나지 않
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요가 생기면 공급이 생기게 되는 것이고.. 좀 색다른 것이 지금 공급의 대상
이 바로 나라는 것이다..
리스난이라는 여자는 표정 없는 무뚝뚝함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내가 묻는 말에는 전
부 대답해 주었기에 나는 나의 위치를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잘 나가는 노예경매
장인 리아세라 2관, 일명 미소년의 관에서 팔릴 오늘의 경매물품(쿨럭~)중 하나인 것
이다.

지금 내가 있는 무대 뒷 편에서는 사회자의 생김새는 알 수 없었지만 앞에 앉아 있는
인간들의 모습은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들 하나 하나는 예전에 내 순결을
위협(?)했던 변태 로리 컴플렉스의 대머리 뚱뚱남 못지 않은 괴이한 외모를 지니고 있
기에 나를 절망케 했다. 옆구리에 화살을 쑤셔 박아도 네다섯 발로는 죽지도 않을 만
큼 두터운 비계덩어리를 푹신하고 품이 넓은 의자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작자들이 고개
를 끄덕이며 뭔가 비싸 보이는 것을 크래커 사이에 끼워 덥쑥 덥쑥 물어 삼키고 있었
다.

"타오르는 듯한 붉고 가는 머리결을 지니고 귀여운 눈망울로 당신을 쳐다보아 주는 신
비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소년은 금화 2800에 낙찰되었습니다. 인수하신 분
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매물'로 넘어가겠습니다."

  사회자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축하의 의미보
다는 다음으로 등장할 경매물품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담긴 박수소리가 객석에서 터
져 나왔다.
언뜻 살펴 보니 경매에서 이긴 것은 오십대의 기름기 줄줄 흐르는 중년으로, 겸연쩍은
 미소를 흘리며 자리를 일어났다. 방금 전 낙찰된 '매물' 또한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
으며 인수인계를 담당하는 직원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주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저
 기름기 중년에게 내가 안 팔린 것은 그야말로 천만다행이긴 하나 나의 미래 역시 알
수 없는 것이다.

"다음 일곱번째로 소개될 매물은 신비한 다크블루의 머리칼을 가진 미소년입니다. 시
작은 금화 1000부터 하겠습니다."

나는 사회자가 소개 한 미소년이 누군지 알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무대로 끌
려나왔다. 신비한 다크블루의 미소년은 나였던 모양이다.. 띠벌..
관객석에서 오오오 하는 함성이 쏟아 나왔다.
"신장 157Cm 몸무게 40Kg입니다. 아직 단 한번도 조교(調敎)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부족합니다만 주인 되실 분의 따뜻한 관심이 있다면 좋은 애완....."
"1500!"
뭔 소린지 모를 사회자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가격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그러자
뒤질세라 가격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 금화 1700!"
"1800!"
앗 저건 여자다.. 좀 안 생기긴 했지만 남자보다는 낫겠지..
"2000!"
이.. 이런..
"2150!"
가격이 올라 갈 수록 나는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모를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일단
내 가격이 비싸서 좋기는 하지만 팔리는 입장에서 그건 기뻐할 만한 게 아니기 때문이
다. 게다가 가격을 부르는 인간들이 변태중년들임에야..
"금화 3000 내겠소!"
갑작스런 가격의 급등.. 새까만 망토를 뒤집어 쓴 인간이었다. 왠지 음침해 보이는 모
습이 차라리 변태 중년들에게 팔려 가는 게 나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3200!"
오 구세주다.
"3500!"
젠장할 새까만 망토가 다시..
"3700!"
"3800!"
"금화 4000!"
진짜 돈 많은 인간들이다... 금화 4000개면 빈민가 애들 100명은 평생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인데..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게 저렇게 비싸게 나를 사서는 본전을 뽑으려고 하면..... 으 상
상하기도 싫어..
새카만 망토가 금화 4000을 부르자 장내는 조용해지고 더 이상의 가격을 부르는 사람
은 없었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예, 4천. 4천까지 나왔습니다. 다른 분 안 계십니까? 4천 이상 부르실 분이 안 계시
면 신비한 외모의 미소년은 저분께 낙찰되겠습니다."
아 띠벌.. 안돼!!!!!!
"다섯 세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금화 1만......"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나뿐만 아니라 경매장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랬
는지 눈과 귀를 총동원해서 금화 1만을 부른 사람을 찾았다.
"저. 제.. 제가 잘못 들었습니까? 금화 1만을 부르신 분은 어디 계십니까?"
사회자조차 당황했는지 버벅 거렸다.
"여기 있어요. 제가 1만을 불렀습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와 코와 입.. 얼굴 전체가(ㅡ_ㅡ;) 한곳으로 모였다. 그곳에는 몸에
달라붙는 긴 검정 색 드레스에 검은 쇼올을 걸친 여성이 서 있었다. 드레스는 한쪽이
갈라져 있어서 다리가 허벅지까지 다 드러났다.

- = - = - = - = - = - = - = - = -
 
 
[墮天使 II]Angelic evil 4 환타지 
 
나는 그에게 말했다.

『깊은 연민에 젖어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고 마음은 슬픔에 짓눌려 있습니다.
슬픈 마음, 죄의 결과 그 것들 때문에........
저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저 땅과 이 하늘의 모든 영광을 제가 다 차지하여 누리게 될지라도 저는 지금 이 불처
럼   타오르는 고뇌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잠의 정복자여. 대적을 제압하는 자여.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당신께서 왜 나로 하여금
 이   런 꿈을 꾸게 하시나이까.』

그는 언제나처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 고요히 묵상하는 자여. 묵묵히 영혼을 사르는 자여.
그대는 제법 지혜로운 말투로 슬퍼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위해 슬퍼하고 있다.

모든 것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그렇게 왔다가 곧 가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야망
에 차 있다. 자신들의 살붙이를 죽이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자들이다.
 그들에게는 전혀 희망이 없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대는 주저하고 있는가.

나아가라. 그 한가운데 굳건히 서 있으라. 꿈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라. 이제 머지 않
아 절정에 이르게 될 것이다.』

난 고개 숙인 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쾌락과 고통, 믿음과 잃음, 승리와 패배. 이들을 하나로 보지 못하니.... 저는 죄를
 범하나이다.』
-------------------------

'..................'
"짹짹! 짹-짹! 푸드드득!"

모든 생명들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이 찾아왔다. 나도 역시 생명이니까 잠에
서 깨어났다. 야행성 동물도 있다는 소리는 지금 이 상황에선 들먹이지 말아주길 바란
다. 문 닫고 나가라는 말도 있는데 이 정도 말에 시비를 걸지는 말라는 거다.
그건 그렇고 어젯밤에 꾼 꿈은 대체 내용이 이상하게 야리꼬리하다. 뭔가 이해하기 힘
든 내용도 그렇고 그 느끼한 말투는 대체.......... 생각하기 싫다....

어제 오후 나는 섹쉬만빵 누나(?)에게 팔렸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녀를 보지 못했다.
 내 짧은 어휘로는 화려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방에 나를 던져 놓고는 사라
져 버렸다. 그리곤 나중에 쟁반에 하녀가 음식을 가져다주더니 휘익하는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재빠르게 나가버렸다. 그 음식은.......... 태어나서 그보다 더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마마를 만나기 전 기억은 없으니 그 전엔 뭘 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빈민가에 굴러다닐 정도면 아마도 별로 좋은 음식은 못 먹었을 거다.)

그리고 나선 아무도 이 방에 나타나지 않았기에 나는 휘장이 쳐진 침대에서(아마도 이
것도 태어나서 처음)잠에 빠져 버렸다. 너무 비싼 침대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왠지 비
쌀 거 같은(?)꿈도 꾸고 지금 일어난 것이다.

"똑똑똑."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어제 밥을 갖다 줬던 하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쟁반에 아침식사를 들고 온 듯 했다. 나는 금방이라도 낚아채서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 없어서 그냥 침대에 앉아 있었다. 하여튼 모든 게 태어
나서 (아마도)처음 겪는 호강이다.

그런데 그녀는 나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허걱 내가 무슨 잘못을.......

"대체 뭐지?"
"네... 네에?"
"씻지도 않고 그 더러운 옷을 그대로 입은 채로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지!"
"저.. 저는......"
"테이블 위에 새 옷을 갖다 놨잖아. 그리고 바로 옆이 욕실인데!"

그러고 보니 그녀가 지난 밤 밥을 가져다주면서 하얀색 옷을 테이블에 놓았던 것도 같
다. 하지만 난 그렇게 좋아 보이는 옷을 설마 나 입으라고 가져온 것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옆이 욕실인지 아닌 지는.... 내가 이 집에서 사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
냐. 말해준 것도 아니면서! 게다가 경매장에서 목욕도 했었으니 까 별로 더러울 리도
없다고!!! 이걸 그냥!!

"죄. 죄송합니다. 저는 모르고... (ㅡ.ㅡ;;)"
"됐어. 식사나 해. 그리고 널 생각해서 충고하는 건데 주인님껜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으니까 알아서 잘 하는 게 좋을 꺼야"

냐하호 밥이다. 밥. 재수 없는 하녀는 바로 나가버렸고 나는 내 식사를 향해 달려들었
다.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게 얼마나 맛있을 지 기대 되었다. 그런데.......
 씨파.. 예고도 없이 또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하녀가 아니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는 뭐랄
까... 나보다는 못하지만 귀엽고 예쁘게 생겼으며 좋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혹시
라도 그 소년이 이 집에 도련님쯤 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바짝 쫄았다. 그는
 잠시 나를 보다가 생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아.. 네."
"네가 이번에 새로 온 아이구나."
"예 옛?" 저.."

우우.. 이렇게 버벅이는 건 원래 내 스타일이 아닌데..

"무서워 하지마. 어차피 너랑 나랑은 같은 처지니까."
"엣?"
"나도 너처럼 팔려온 아이거든.."
"아. 그래.."

녀석은 여자아이처럼 계속 생긋 생긋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이 새로운 노예를 사오셨다고 하시길래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했었거든..
그런데 넌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
"으응.."

그는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도 없어 보였다.

"너 아직 식사 인했니? 같이 먹어도 되니? 내 것도 이리 가지고 올께."
"응 괜찮아."
"아참. 내 이름은 가르이스야.."
"내 이름은..."

그는 내 이름은 듣지도 않고 나가버렸다. 뭐하는 거야 젠장....

가르이스가 자신의 식사를 가져와서 나는 그와 같이 아침을 먹었다. 먹으면서 그 녀석
은 쉬지 않고 떠들어댔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그와 나의 주인님(ㅡ_ㅡ;)
은 나를 산 빨간머리 섹시만땅 누나라는 것이고.. 그녀의 이름은 '레엔 라티에스'이고
 나와 그를 포함에서 일곱명의 노예소년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주인이 금지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 저택 내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단다. 그리고 이 커다란 방이 내 방이
란다. 이거 대체 내가 노예가 된 게 맞기는 한지 모르겠다. 나는 궁금해서 가르이스에
게 물어봤다. 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그 녀석은 얼굴을
 붉히고는 오늘밤이 되면 알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와 함께 빈둥빈둥 놀고 점심 먹고 놀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방으
로 갔고 이제 밤이 되었다. 나는 대체 무슨 일을 하게 될 것인가 기다렸지만 나에게
일 시키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긴장감도 없이 잠이 들어 버렸다.

몇 시간인가 지났을까, 나는 문득 한기를 느껴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나는 이상
한 것을 보았다. 덮고 있던 이불이 걷어올려져 있고 그 앞에 긴 머리의 여자가 등불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놀라 당황했지만 순간적으로 그 여자가 나를 사온 여자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깨어났니?"
그녀는 나를 보곤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 모습이 왠지 섬뜩해서 나는 목소
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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