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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각색
2015.10.23 21:13
귀농일기 35부
조회 수 20420 추천 수 1 댓글 3
※ 해당 소설은 소라넷 붉은미르 작가님의 작품임을 명시합니다.
귀농 일기 - 35부.
컵을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잘 감상했어. 시팔~ 얼굴이 안 보이네........이 정도는 부족하단 말이지. 좋아. 언제까지 참을 수 있는지 보자.”
핸드폰 화면이 어두워진다. 놈이 집어 던지 모양이다. 전화를 끄려는데, 경미의 비명소리와 남자새끼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다시 화면이 밝아졌다. 화장실로 보인다. 목에 개목걸이를 한 경미가 입을 벌리고 바닥에 앉아 있는데, 남자 새끼들이 경미의 얼굴에 오줌을 싸고 있다.
“어푸~ 어푸~ 그르륵~”
오줌줄기가 벌어진 입에 집중되고, 경미가 고개를 흔들며 피하려하지만 목에 감고 있는 줄을 잡아당기니 입안 가득한 오줌을 삼킨다.
“킥킥킥~ 온갖 잡년들 다 만나봤지만 오줌까지 마시는 년은 처음 보내. 완전히 개가 따로 없군.”
“시팔~ 형씨. 또 꼴리는데, 한 번 더 해도 돼.”
“이년은 어차피 좆물받이야.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그래~ 고마워. 하지만 너무 더러우니까 좀 씻어서 먹자.”
남자 놈이 샤워기를 잡더니 경미의 얼굴에 뿌리고, 조금씩 내려가 젖가슴과 보지에 집중적으로 뿌린다.
“하이........하이........그만~ 아흑~”
보지에 집중된 물줄기에 경미가 신음하며 몸을 비튼다.
“이제 됐어. 나와~”
목줄을 당겨지자 경미가 바닥을 기어서 거실로 나온다.
“못 참겠군.”
“잠깐만!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
유덕훈이 양쪽 끝에 수갑이 달린 봉을 던져준다.
“이년은 묶여서 하는 걸 더 좋아하는 년이야. 양팔을 뒤로 돌려서 결박해~”
사내들이 킥킥거리며 팔을 등 뒤로 돌려 결박하니 경미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만 쳐들고 있다. 남자 놈이 아무런 애무도 없이, 벌떡 일어나 자지를 뒷구멍에 쑤셔 박고, 다른 놈이 머리카락을 잡아 일으켜 젖가슴을 쥐어짜며 목구멍을 쑤신다.
“퍽~ 퍽~ 퍽~ 퍽~”
“치컹~ 치컹~ 치컹~”
뒷구멍을 찌르던 놈이 자지가 박힌 상태에서 번쩍 들어 올리고, 목구멍을 쑤시던 놈이 젖가슴을 주무르며 보지를 찌른다. 화면이 경미의 얼굴을 비추는데, 눈동자에 초점이 없고, 빌어진 입에서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다. 놈이 화면을 고정하더니 사내들에게 눕히라고 손짓한다. 경미를 바닥에 눕히자 놈의 흉물스러운 자지가 경미의 보지를 찌르고, 보지를 빼앗긴 놈은 아쉽다는 듯이 목구멍을 찌른다. 다시 3개의 구멍을 자지들이 쑤시는 것이다.
“퍽~ 퍽~! 퍽~”
“수겅~ 수겅~ 수겅~ 수겅~”
“질겅~ 질겅~ 질겅~”
경미가 다시 개처럼 바닥에 엎드리고, 3명의 남자 놈들이 돌아가며 입과 보지를 유린한다.
“헉~ 헉~ 쌀 것 같아. 입 벌려 쌍년아~”
사내놈이 경미의 목구멍에 정액을 뿌리고, 나머지 두 놈도 보지와 뒷구멍에 정액을 싸지른다. 화면이 움직이며 해파리처럼 늘어진 경미를 비추는데, 벌렁거리는 보지와 뒷구멍에서 하얀 정액이 흘려 나온다. 다시 화면에 놈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때? 감상은 잘 했는지 모르겠군.”
핸드폰을 들었다. 이젠 더 놀랄 일도 없을 것이다.
“포르노 한편 잘 감상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자는 그런대로 볼만한데, 남자 새끼들이 너무 형편없다. 다음부터는 좆대가리 큰놈들 좀 찾아봐라.”
“뭐~ 이런 병신 새끼가 다 있어. 너는 마무라가 저렇게 망가졌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냐?”
“어차피 포기한 년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냐. 개로 만들던지 암퇘지로 만들던지 네놈 마음대로 해. 더 보여줄 것이 없으면 이만 끊는다.”
핸드폰 전원을 끄는 것과 동시에 던져버리니 벽에 부딪쳐 산산이 부셔진다. 악다문 입술에 이빨이 파고들고,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든다. 진정해야 한다. 놈의 의도를 알고 있는데 흥분하면 안 된다. 그런 년은 포기하면 그만 아닌가? 포기한 년이 어떻게 되던 나랑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처음부터 그놈 거였다. 그놈 것을 억지로 빼앗아 잠시 가지고 놀다가 주인한테 돌려주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밖으로 나와 정원을 돌며 담배를 피웠다. 자야한다. 그런 연놈들의 일은 잊어버리고 내일을 위해서 자야 한다. 안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억지로라도 자려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일이라도 해야지 이대로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둠이 물려가고 새벽이 밝아온다. 유리창을 통해 초겨울 햇살이 비출 때, 연변댁이 들어왔다.
“어머~ 이장님 빨리 일어나셨네요.”
“예! 할 일이 많아서요.”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몸도 생각해 가면서 일하세요.”
“...........!!”
대답이 없자 연변댁이 부엌으로 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이게 뭐야! 이거 이장님 핸드폰 아닌가요?”
“미안해요. 치우는 걸 깜박했어요.”
망가진 핸드폰을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청소기를 가져와 조각들을 빨아들었다. 연변댁은 식탁에 있던 빈병들을 치우고 아침밥을 준비하고, 식탁에 앉아 연변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도 저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은 아닐까? 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해 순박하고 착한 아이를 더럽힌 것은 아닐까? 갑자기 엄습하는 죄책감에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어디가세요?”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연변댁이 놀라서 물어본다.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올게요.”
“식사는 하고 가셔야죠.”
“미안해요. 다녀와서 먹을게요.”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를 끌고 나왔다. 동네를 어귀를 빠져나와 국도로 집어 들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모르겠다. 그냥 앞 만보고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창을 내리니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다. 그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차는 정처 없이 달려갔다. 고속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저 길을 타면 서울로 갈 수 있다. 가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이미 망가진 아내를 찾아오기라도 할 것인가? 핸들을 꺾어 서울과 반대인 목표로 방향을 잡았다. 차가 광음을 내며 속도를 높인다. 2시간 정도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무작정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바다로 향했다.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유유히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대학에 입학하여 친구들과 밤이 깊도록 술을 마시며 미친놈처럼 청춘을 허비했다. 그 흔한 여자 친구 하나 만들지 못하고 2년이란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 군대에 갔다. 제대한 다음 파릇파릇한 여자 후배들 중에 경미를 만났다. 밝고 청순한 모습에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군대에 간 그놈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그녀를 내 사람으로 만들어 결혼했다. 결혼생활은 무난했다. 그녀는 졸업 후에 공무원이 되었고, 나는 전공을 살려 IT쪽에 근무했다.
그리고 귀농........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혼자라는 자유 그리고 성욕, 그걸 주체하지 못하고 많은 여자들을 섭렵했다. 아내도 가만있지 않았다. 옛 여인을 만나 불륜에 빠지고, 그 놈의 좆물받이가 되었다.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바보 같다. 과연 나는 그녀를 사랑한 것일까? 단 한번이라도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은 있는 것일까? 단지 소유욕 때문에 그녀와 결혼했고, 사랑도 없으면서 가식적인 얼굴로, 그전 편안함만을 추구하면서 그녀와 살을 맞대고 산 것은 아닐까?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잊어버리자. 그녀는 그녀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면 된다. 이혼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멍하니 앉아 있는데, 배에서 꼬르륵 거린다. 그래. 밥이나 먹자. 차를 끌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주문했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지만 우걱우걱 쑤셔 박는다.
차를 끌고 가다가 핸드폰 대리점에 들렸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박살내 버린 핸드폰을 다시 마련했다. 아내는 아내고, 사업은 사업이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사업까지 망칠 수는 없다. 전화번로를 바꾸고 동네 어르신들과 사업에 관련된 분들에게 바뀐 전화번호를 전송했다. 아내나 처가 식구들에겐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펜션에 돌아오니 저녁 6시가 넘었다. 연변댁이 차려준 밥을 먹고 일에 매달렸다. 눈치를 살피던 연변댁이 돌아가도 컴퓨터만 바라본다.
월요일이 되어 그동안 작업한 규정집을 인쇄했다. 그리고 하우스로 향했다. 우나댁이 밝은 얼굴로 맞아준다. 무표정하고 차갑기만 했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우나댁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녀와 함께 오전을 보내고 공사현장으로 달려갔다. 썰렁하기만 하던 창고에 기계들이 들어오고, 공동작업장이 생겼다. 지금은 전기공사가 한창이다. 현장을 둘려보다가 마을회관으로 가서 회의를 소집했다. 원칙적으로는 이사인 부녀회장과 청년회장만 참석하면 그만이지만 함께 시작했으니 모든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서다. 마을 분들이 집합하자 미리 인쇄한 규정집을 배포했다.
“이게 뭡니까?”
“법인의 규정집입니다. 보시고 기탄없는 의견 부탁합니다.”
“이걸 우리보고 읽어 보란 말인가?”
“예! 법인의 인사, 복무, 보수, 회계, 여비 등등의 규정들입니다. 이게 오늘 확정되면 이 규정대로 사람도 채용하고 회계도 처리할 겁니다.”
“이런 것은 이장님이 알아서 해요.”
“그래도 한번은 읽어보셔야 합니다.”
“이장! 이거 보니까? 사람을 채용할 때 인사위원을 선임해서 그 사람들의 심사을 통해 뽑는다고 되어 있는데, 이번엔 누가 인사위원이 되는 거가?”
경미학생의 할아버지가 질문한다.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청년회장, 부녀회장 그리고 제가 될 겁니다.”
“그럼 두 사람만 찬성하면 채용되는 건가?”
“응시자 중에서 서류심사를 통해 2배수 이상을 선발하고, 면접을 통해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을 선발하게 됩니다.”
“음~ 그렇군! 잘 알았네.”
“또 질문 있습니까?”
“이거 회계규정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이 규정대로 마을 발전기금.........아니 이젠 자본금이지. 자본금을 쓰게 되는 건가?”
“예! 자본금을 포함하여 법인의 모든 돈은 이 회계규정대로 집행합니다. 또한 회계연도에 따라 감사님께서 바르게 집행되었는지 감사해 주실 겁니다.”
“음~ 그렇군.”
“또! 의견 있습니까?”
마을 분들이 웅성거린다. 더 이상의 의견은 없는 모양이다.
“다음으로,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창고가 한창 공사 중이며, 아마 다음 주면 공사가 끝날 겁니다. 1차로 막걸리제조 설비가 들어왔고, 엿과 유과를 만들 수 있는 설비도 추가로 들어올 겁니다.”
“그럼 다음 주면 공장이 가동되는 건가?”
“맞습니다. 또한 법인 사이트도 정식으로 오픈되었습니다. 다만 아직은 공사가 진행 중이고 생산품목이 없어 대대적인 홍보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인터넷에 우리 법인 사이트가 오픈했단 말이지.”
“예! 포털 사이트에 우리 법인명을 치면 바로 뜹니다.”
“역시........대단한 이장님이야!”
“얼마 전에 부녀회장님께서 엿을 만드는 방법을 정리해서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과를 만드는 법을 정리하고 계신데, 공장이 완공되면 이 방법들로 엿과 유과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그럼 2주 후부터 공동 작업이 시작된다는 말이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청년회장님께서도 담양을 견학하시고 대나무 공예품을 많이 가져오셨습니다. 남자 분들께서는 그 샘플을 토대로 공예품을 만드시면 됩니다. 물론 여자 분들을 도와 엿과 유과도 함께 만드셔야 합니다.”
“거기서 생기는 수익금은 전부 우리한테 돌아오는 건가?”
“아닙니다. 재료비는 모두 법인에서 부담합니다. 여러분은 작업하시는 시간만큼 보수규정에 의해 돈을 받게 됩니다.”
“그럼 수익금은 어떻게 되는 건가?”
“수익이 생기면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주식비율만큼 나누어 받게 됩니다.”
“웅성~ 웅성~”
마음 분들의 의견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하나씩 다시 설명을 해주니 소란이 잠잠해 진다. 몇 번을 설명했는데도 똑같이 나누어 갖는 줄 착각하는 분들이 있어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마을 분들에게 2주 후의 일을 미리 공지하고 어떻게 작업할 것인지 조를 편성했다. 회의가 끝나고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을 따로 불려 이사회를 진행했다. 이미 마을 회의에서 결정되었으니 요식행사에 지나지 않지만 회의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에 펜션으로 돌아왔다. 달력을 보니 이제 12월도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아내와 약속한 시간은 12월 말이다.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선택할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다시 토요일이 되어 펜션에 있는데,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이 찾아왔다.
“들어오세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이 소파에 앉자 입사지원자들의 입사지원서와 이력서 등을 보여 주었다. 총 10명 정도가 지원했는데, 경미와 수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근 동네에 사는 분들이다.
“꼼꼼하게 읽어보시고 이중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3명만 뽑아주세요.”
“이번에 몇 명이나 채용하죠.”
“일단 1명만 채용할 겁니다. 나중에 사업이 본궤도 오르면 추가로 선발해야죠.”
“1명이라.......이중에서 3명을 뽑으면 나중에 면접을 다시 보나요.”
“그래야죠. 면접은 수요일에 여기서 볼 생각입니다.”
“음~ 알겠습니다. 어차피 3명이니 각자 한명씩 뽑으면 되겠네요. 저는 이 학생을 뽑을게요.”
부녀회장이 가장 먼저 경미학생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경미학생 할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느낌이다. 다음으로 청년회장이 수정을 선택했다. 지원자 중에 대학졸업 예정자는 경미와 수정이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이 학생을 뽑겠습니다.”
전문계 중 상고 졸업예정자로 성적도 우수하여 회계를 보는데 적당할 것 같다. 요식적인 서류심사가 끝나자 부녀회장에게 부탁해서 수요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면접을 보려오라고 통보했다. 가장 먼저 경미, 2시부터 수정이, 3시에 상고 졸업예정자 순서다. 공사가 다음 주에 마무리 되면 월요일부터 출근하면 될 것이다.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이 돌아가자 변리사에게 전화가 왔다. 부탁한 상표권 등록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다음 주면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사업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이제 12월도 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수요일이면 해가 바뀌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자동차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주차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차문이 열리며 단발머리 여자가 내린다. 기다란 밤색코트에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다. 여자가 펜션으로 올라오더니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마루를 청소하던 연변댁이 문을 열어주었고, 여자는 무심한 눈으로 연변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저예요. 형부~”
처제의 목소리다. 기다린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르고,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몰랐는데, 처제가 확실한 모양이다.
“처제야?”
“예! 저 김경서에요.”
“몰라봐서 미안해. 밖에 춥지 어서 들어와!”
처제가 신발을 벗고 올라오고, 연변댁이 멀쑥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형부! 핸드폰 번호 바꿨어요?”
“응~ 쓸데없는 전화가 와서~”
“그래서 연락이 안 됐구나. 저기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우리 나갈까요.”
자연스럽게 연변댁에게 시선이 고정되고, 연변댁은 불편한 표정으로 앞치마를 벗었다.
“저~ 집에 좀 다녀 올 게요.”
“오늘은 바로 퇴근하세요.”
“!!!..........알았어요. 그럼 내일 봐요.”
두 사람의 분위기가 워낙 심각하자 연변댁도 군소리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준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일까?
“따뜻한 차라도 한잔 줄까?”
“커피 주세요.”
“그래~ 소파에 앉아 있어.”
부엌에서 커피를 타서 거실로 나왔다. 처제는 소파에 앉아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자~ 마셔.”
“고마워요?”
소파를 하나 빼서 처제의 앞에 앉았다. 처제가 반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목도리를 내렸다. 핏기 없이 부름들 입술..........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말라버린 얼굴...........지난 한 달 사이에 처제는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환자처럼 변한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죽어라고 일만 했어.”
“제가 다녀간 이후에 혹시 언니랑 통화해 보신 적 있어요?”
“없어. 나도 그 사람도 서로 전화 안 해.”
“그럼 왜 전화번호는 바꾸신 거예요. 일부런 언니 전화 피하려고 바꾸신 거 아닌 가요?”
“조금은 그 영향도 있지만 경미 전화를 피하려고 바꾼 건 아니야.”
“그럼요?”
“유덕훈에게 전화가 왔었어.”
“그........그놈이 형부에게 전화를 했단 말이에요?”
“그래~ 그놈 전화를 받지 않으니 나중에는 경미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더군.”
처제는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조금 마신다. 목이 타는 모양이다.
“형부! 언니 완전히 포기하신 건가요?”
“최소한 선택할 기회는 줘야겠지. 이제 삼일 남았어.”
“만일 언니가 돌아오겠다고 하면 받아주실 건가요?”
“글쎄.........아직 모르겠어. 다만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겠지. 미우나 고우나 영아의 엄마니까!”
“삼일 후에........언니가 대답을 못 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죠?”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먼저 물어보게. 경미 요즘 어떻게 지내. 회사는 잘 다니고 있어?”
“휴직했어요.”
“그럼 지금 어디 있어. 집에 있어?”
“아니요.”
“그럼!”
“그게···········”
“언제부터 집에 안 들어왔어, 혹시 저번 주 토요일부터야.”
“그걸 형부가 어떻게..........!!”
“그놈에게 전화가 온 날이 그 날이 이었어.”
“그놈이 전화해서 뭐라고 해요?”
“화상으로 경미의 모습을 보여줬어.”
“그.......그래요. 언니, 어떤 모습이었죠?”
“보기 추한 모습!”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없나요?”
“................”
“................”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더럽고 추했어.”
“그거.........언니 뜻이 아니에요?”
“뭐라고?”
“그놈이 약을 먹인 거예요.”
“약이라니?”
“마약! 언니 마약에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걸 처제가 어떻게 알지.”
“제가 저번에 흥신소 연락처 부탁했죠. 흥신소에 놈의 뒷조사를 의뢰했어요.”
“그래서!”
“놈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밝혀냈죠. 그중에서 마약을 구입한 내역도 있었어요.”
“그럼 경미가 마약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이야. 그리고 처제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있었고.....!!”
“놈이 마약까지 사용하는 지는 어제 알았어요. 흥신소에서 어제 연락이 왔거든요.”
“그럼 그 전까지는 몰랐다는 거야. 경미가 일주일째 집에도 안 들어오는데,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이 뭐하고 계셨던 거야?”
“언니. 저번 주 금요일에 연수 같다고 나갔데요. 부모님은 그 말만 믿고 계셨어요.”
“그럼 처제는!”
“저도 이틀 전에야 확인했어요. 아무래도 이상해서 언니 회사에 전화해보니 휴직계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때서야 흥신소에 연락해서 놈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형부도 너무 뻔뻔하신 거 아닌가요?”
“내가 뻔뻔하다고?”
“형부는 전주 토요일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럼 최소한 저에라도 연락을 주셔 서야죠. 그런데 연락은커녕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렸잖아요.”
“펜션으로 연락하면 되지. 펜션에도 전화는 있잖아.”
“그런 형부는 왜 연락을 안했죠. 아무리 미워도 형부의 아내고 영아의 엄마잖아요. 형부는 형부 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휴~ 그래. 처제 말이 맞다. 내가 병신이라 마누라가 다른 놈들에게 집단으로 능욕(凌辱)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병신처럼 도망쳤다.”
“방금 지.......집단이라고 했어요?”
“그래 남자새끼들한테 보지고 똥구멍이고 다 벌려주고 있더라.”
“쨍그랑~”
처제가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들고 있던 컵을 떨어트렸고,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이 산산이 부셔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화면이 정지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흐~ 흐흐흑~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 있어.............언니~”
체제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당장이라도 눈물이 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추한 꼴을 보일 수 없기에 터져 나오려는 분노와 울분을 억누른다.
“바드득~ 나쁜 놈~ 죽일 새끼........그 놈은 사람도 아니야.”
처제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이를 갈며 말한다.
“죽어버릴 거야.”
처제가 벌떡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달려갈 기세다. 처제의 어깨를 잡았다.
“앉아.”
“이거 놔~ 그런 새끼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어. 그놈 죽이고 나도 죽으면 그만이야.”
“그렇게 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 장모님은.........장인어른은 어떻게 될 것 같아. 큰딸은 망가지고, 작은 딸은 죽고........그게 할 짓이니.”
“그럼 어떻게.........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그놈에 대해서 밝혀낸 것이 많다며, 경찰에 신고해. 납치, 강금, 폭행에 마약까지 사용했다면 바로 구속이잖아.”
“경찰에 신고하라고........마약류관리법위반, 관세법위반, 외환관리법위반 이딴 걸로 그놈이 사형이라도 당해. 기껏해야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잖아. 그걸로 복수가 되냐고”
“나도 죽이고 싶어. 당장 달려가서 놈의 좆을 잘라버리고, 심장을 파내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어. 하지만 그래서 남는 게 뭐데? 그놈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나도 감옥에 가겠지. 그럼 우리 영아는.......우리 부모님은.........나를 믿고........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놈 한 놈 때문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까지 다 버리고 그놈과 함께 죽을까?”
“........!!”
“처제도 마찬가지야. 그런 놈 하나 죽이고 감옥가면.......언니는 미쳐버릴 거고, 부모님은 절망하겠지.”
처제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미안하다. 처제 말대로 나는 나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인지 모른다.
“미안해. 처제한테는 내가 죄인이다. 처제에게 정말 미안해.”
“왜! 왜! 형부가 미안해. 사과하고 죽어야 한 놈은 그놈인데, 왜 형부가 사과하는 거냐고.”
“모든 불행의 씨앗은 내가 뿌렸어. 내가 그놈에게 경미를 빼앗지만 않았어도, 내가 경미를 혼자 두고 귀농만 하지 않았어도.........처제가 그놈과 역일 일도 없었을 거고, 경미가 저렇게 망가지지도 않았겠지.”
“듣기 싫어. 그만해.”
“휴~ 그래.......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자.......우선 앉아.”
처제를 소파에 앉히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처제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형부! 내가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
“..........!!”
“그놈이 어떤 놈인지 알았는데, 나와 언니를 속이고 우리 자매를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트린 놈이데.........미련을 못 버리고 그 놈한테 찾아갔다. 나한테 오라고........내가 원하는 것은 다 해줄 거라고.........노예가 되라면 노예가 되고, 개가 되라면 개가 되어 줄 테니 제발 언니를 포기하고 나만 바라봐 달라고 매달렸다. 그런데 그놈의 첫마디가 뭔지 알아.”
“..........!!”
“애초에 너 같은 년한테는 관심도 없었데. 이제 언니를 잡았으니 나 같은 대용품은 필요 없다고..........그거까지 듣고 말았어야 했어. 근데 바보처럼 그럼 왜 나한테 접근해서 꼬드긴 거냐고 물어봤다. 그놈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언니가 자꾸 튕기니까.......내가 언니의 동생이니까.........언니 대신........나를 언니를 생각하고, 잠깐 갖고 놀았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이제 필요 없으니 당장 눈앞에서 꺼지래. 자꾸 귀찮게 굴면 진짜 개로 만들어서 다른 나라로 팔아버리겠다나.........!!”
“.............!!”
“고민하고.......고민하고........고민하다가 형부한테 전화했어. 흥신소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고........난 형부가 도와줄지 않았다. 멋진 기사처럼 나타나서 나와 언니를 구해줄지 알았다. 순진했던 거지. 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아. 나도 형부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 같아.”
“..........!!”
“혼자서 술 마시고, 미친년처럼 길가에서 소리 지르고........별짓을 다해봤어. 형부 말대로 미친 개새끼한테 물린 셈치고 잊어버리자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다짐했어.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 고민하다가 언니한테 매달려 보기로 했다.”
“............!!”
“언니한테 내가 만나는 놈이 그놈이라고........언니가 포기해 달라고 했다. 언니가 거짓말 하지 말래. 내가 아무리 말해도 믿질 않은 거야. 그러면서 그놈한테 직접 확인해 보겠다고 했어. 그게 저번 주에 있었던 일이야.”
“그럼 그 후에 그놈을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 있는 거야?”
“그놈........저번 주 내내 자기 사무실에 출근했었어. 그래서 언니가 그놈과 있을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그놈이 언니를 자기 집에 감금하고 마약에 취한 언니한테 온갖 추잡한 짓을 다하고 있었어.”
“후우~~~ 결론은 지금 그놈 집에 감금되어 있다는 말이네.”
“..............!!”
“일어나 가자.”
“어디?”
“일단 일어나!!”
처제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유덕훈.........이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 다음 편에 계속 >>
ps : 앞으로 2부 남았기에 글이 마무리되면 올리겠습니다.
귀농 일기 - 35부.
컵을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잘 감상했어. 시팔~ 얼굴이 안 보이네........이 정도는 부족하단 말이지. 좋아. 언제까지 참을 수 있는지 보자.”
핸드폰 화면이 어두워진다. 놈이 집어 던지 모양이다. 전화를 끄려는데, 경미의 비명소리와 남자새끼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다시 화면이 밝아졌다. 화장실로 보인다. 목에 개목걸이를 한 경미가 입을 벌리고 바닥에 앉아 있는데, 남자 새끼들이 경미의 얼굴에 오줌을 싸고 있다.
“어푸~ 어푸~ 그르륵~”
오줌줄기가 벌어진 입에 집중되고, 경미가 고개를 흔들며 피하려하지만 목에 감고 있는 줄을 잡아당기니 입안 가득한 오줌을 삼킨다.
“킥킥킥~ 온갖 잡년들 다 만나봤지만 오줌까지 마시는 년은 처음 보내. 완전히 개가 따로 없군.”
“시팔~ 형씨. 또 꼴리는데, 한 번 더 해도 돼.”
“이년은 어차피 좆물받이야.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
“그래~ 고마워. 하지만 너무 더러우니까 좀 씻어서 먹자.”
남자 놈이 샤워기를 잡더니 경미의 얼굴에 뿌리고, 조금씩 내려가 젖가슴과 보지에 집중적으로 뿌린다.
“하이........하이........그만~ 아흑~”
보지에 집중된 물줄기에 경미가 신음하며 몸을 비튼다.
“이제 됐어. 나와~”
목줄을 당겨지자 경미가 바닥을 기어서 거실로 나온다.
“못 참겠군.”
“잠깐만!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
유덕훈이 양쪽 끝에 수갑이 달린 봉을 던져준다.
“이년은 묶여서 하는 걸 더 좋아하는 년이야. 양팔을 뒤로 돌려서 결박해~”
사내들이 킥킥거리며 팔을 등 뒤로 돌려 결박하니 경미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엉덩이만 쳐들고 있다. 남자 놈이 아무런 애무도 없이, 벌떡 일어나 자지를 뒷구멍에 쑤셔 박고, 다른 놈이 머리카락을 잡아 일으켜 젖가슴을 쥐어짜며 목구멍을 쑤신다.
“퍽~ 퍽~ 퍽~ 퍽~”
“치컹~ 치컹~ 치컹~”
뒷구멍을 찌르던 놈이 자지가 박힌 상태에서 번쩍 들어 올리고, 목구멍을 쑤시던 놈이 젖가슴을 주무르며 보지를 찌른다. 화면이 경미의 얼굴을 비추는데, 눈동자에 초점이 없고, 빌어진 입에서 침까지 질질 흘리고 있다. 놈이 화면을 고정하더니 사내들에게 눕히라고 손짓한다. 경미를 바닥에 눕히자 놈의 흉물스러운 자지가 경미의 보지를 찌르고, 보지를 빼앗긴 놈은 아쉽다는 듯이 목구멍을 찌른다. 다시 3개의 구멍을 자지들이 쑤시는 것이다.
“퍽~ 퍽~! 퍽~”
“수겅~ 수겅~ 수겅~ 수겅~”
“질겅~ 질겅~ 질겅~”
경미가 다시 개처럼 바닥에 엎드리고, 3명의 남자 놈들이 돌아가며 입과 보지를 유린한다.
“헉~ 헉~ 쌀 것 같아. 입 벌려 쌍년아~”
사내놈이 경미의 목구멍에 정액을 뿌리고, 나머지 두 놈도 보지와 뒷구멍에 정액을 싸지른다. 화면이 움직이며 해파리처럼 늘어진 경미를 비추는데, 벌렁거리는 보지와 뒷구멍에서 하얀 정액이 흘려 나온다. 다시 화면에 놈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때? 감상은 잘 했는지 모르겠군.”
핸드폰을 들었다. 이젠 더 놀랄 일도 없을 것이다.
“포르노 한편 잘 감상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여자는 그런대로 볼만한데, 남자 새끼들이 너무 형편없다. 다음부터는 좆대가리 큰놈들 좀 찾아봐라.”
“뭐~ 이런 병신 새끼가 다 있어. 너는 마무라가 저렇게 망가졌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냐?”
“어차피 포기한 년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냐. 개로 만들던지 암퇘지로 만들던지 네놈 마음대로 해. 더 보여줄 것이 없으면 이만 끊는다.”
핸드폰 전원을 끄는 것과 동시에 던져버리니 벽에 부딪쳐 산산이 부셔진다. 악다문 입술에 이빨이 파고들고,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든다. 진정해야 한다. 놈의 의도를 알고 있는데 흥분하면 안 된다. 그런 년은 포기하면 그만 아닌가? 포기한 년이 어떻게 되던 나랑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처음부터 그놈 거였다. 그놈 것을 억지로 빼앗아 잠시 가지고 놀다가 주인한테 돌려주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밖으로 나와 정원을 돌며 담배를 피웠다. 자야한다. 그런 연놈들의 일은 잊어버리고 내일을 위해서 자야 한다. 안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고 억지로라도 자려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일이라도 해야지 이대로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둠이 물려가고 새벽이 밝아온다. 유리창을 통해 초겨울 햇살이 비출 때, 연변댁이 들어왔다.
“어머~ 이장님 빨리 일어나셨네요.”
“예! 할 일이 많아서요.”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몸도 생각해 가면서 일하세요.”
“...........!!”
대답이 없자 연변댁이 부엌으로 가다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이게 뭐야! 이거 이장님 핸드폰 아닌가요?”
“미안해요. 치우는 걸 깜박했어요.”
망가진 핸드폰을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청소기를 가져와 조각들을 빨아들었다. 연변댁은 식탁에 있던 빈병들을 치우고 아침밥을 준비하고, 식탁에 앉아 연변댁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도 저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은 아닐까? 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해 순박하고 착한 아이를 더럽힌 것은 아닐까? 갑자기 엄습하는 죄책감에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어디가세요?”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연변댁이 놀라서 물어본다.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올게요.”
“식사는 하고 가셔야죠.”
“미안해요. 다녀와서 먹을게요.”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를 끌고 나왔다. 동네를 어귀를 빠져나와 국도로 집어 들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모르겠다. 그냥 앞 만보고 달렸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창을 내리니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다. 그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차는 정처 없이 달려갔다. 고속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저 길을 타면 서울로 갈 수 있다. 가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이미 망가진 아내를 찾아오기라도 할 것인가? 핸들을 꺾어 서울과 반대인 목표로 방향을 잡았다. 차가 광음을 내며 속도를 높인다. 2시간 정도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넓게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무작정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바다로 향했다.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넓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유유히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대학에 입학하여 친구들과 밤이 깊도록 술을 마시며 미친놈처럼 청춘을 허비했다. 그 흔한 여자 친구 하나 만들지 못하고 2년이란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 군대에 갔다. 제대한 다음 파릇파릇한 여자 후배들 중에 경미를 만났다. 밝고 청순한 모습에 반해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군대에 간 그놈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그녀를 내 사람으로 만들어 결혼했다. 결혼생활은 무난했다. 그녀는 졸업 후에 공무원이 되었고, 나는 전공을 살려 IT쪽에 근무했다.
그리고 귀농........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혼자라는 자유 그리고 성욕, 그걸 주체하지 못하고 많은 여자들을 섭렵했다. 아내도 가만있지 않았다. 옛 여인을 만나 불륜에 빠지고, 그 놈의 좆물받이가 되었다. 그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바보 같다. 과연 나는 그녀를 사랑한 것일까? 단 한번이라도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은 있는 것일까? 단지 소유욕 때문에 그녀와 결혼했고, 사랑도 없으면서 가식적인 얼굴로, 그전 편안함만을 추구하면서 그녀와 살을 맞대고 산 것은 아닐까?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잊어버리자. 그녀는 그녀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살면 된다. 이혼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멍하니 앉아 있는데, 배에서 꼬르륵 거린다. 그래. 밥이나 먹자. 차를 끌고 식당에 가서 식사를 주문했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지만 우걱우걱 쑤셔 박는다.
차를 끌고 가다가 핸드폰 대리점에 들렸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박살내 버린 핸드폰을 다시 마련했다. 아내는 아내고, 사업은 사업이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사업까지 망칠 수는 없다. 전화번로를 바꾸고 동네 어르신들과 사업에 관련된 분들에게 바뀐 전화번호를 전송했다. 아내나 처가 식구들에겐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펜션에 돌아오니 저녁 6시가 넘었다. 연변댁이 차려준 밥을 먹고 일에 매달렸다. 눈치를 살피던 연변댁이 돌아가도 컴퓨터만 바라본다.
월요일이 되어 그동안 작업한 규정집을 인쇄했다. 그리고 하우스로 향했다. 우나댁이 밝은 얼굴로 맞아준다. 무표정하고 차갑기만 했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우나댁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녀와 함께 오전을 보내고 공사현장으로 달려갔다. 썰렁하기만 하던 창고에 기계들이 들어오고, 공동작업장이 생겼다. 지금은 전기공사가 한창이다. 현장을 둘려보다가 마을회관으로 가서 회의를 소집했다. 원칙적으로는 이사인 부녀회장과 청년회장만 참석하면 그만이지만 함께 시작했으니 모든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서다. 마을 분들이 집합하자 미리 인쇄한 규정집을 배포했다.
“이게 뭡니까?”
“법인의 규정집입니다. 보시고 기탄없는 의견 부탁합니다.”
“이걸 우리보고 읽어 보란 말인가?”
“예! 법인의 인사, 복무, 보수, 회계, 여비 등등의 규정들입니다. 이게 오늘 확정되면 이 규정대로 사람도 채용하고 회계도 처리할 겁니다.”
“이런 것은 이장님이 알아서 해요.”
“그래도 한번은 읽어보셔야 합니다.”
“이장! 이거 보니까? 사람을 채용할 때 인사위원을 선임해서 그 사람들의 심사을 통해 뽑는다고 되어 있는데, 이번엔 누가 인사위원이 되는 거가?”
경미학생의 할아버지가 질문한다.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청년회장, 부녀회장 그리고 제가 될 겁니다.”
“그럼 두 사람만 찬성하면 채용되는 건가?”
“응시자 중에서 서류심사를 통해 2배수 이상을 선발하고, 면접을 통해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을 선발하게 됩니다.”
“음~ 그렇군! 잘 알았네.”
“또 질문 있습니까?”
“이거 회계규정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이 규정대로 마을 발전기금.........아니 이젠 자본금이지. 자본금을 쓰게 되는 건가?”
“예! 자본금을 포함하여 법인의 모든 돈은 이 회계규정대로 집행합니다. 또한 회계연도에 따라 감사님께서 바르게 집행되었는지 감사해 주실 겁니다.”
“음~ 그렇군.”
“또! 의견 있습니까?”
마을 분들이 웅성거린다. 더 이상의 의견은 없는 모양이다.
“다음으로, 여러분도 보셨겠지만 창고가 한창 공사 중이며, 아마 다음 주면 공사가 끝날 겁니다. 1차로 막걸리제조 설비가 들어왔고, 엿과 유과를 만들 수 있는 설비도 추가로 들어올 겁니다.”
“그럼 다음 주면 공장이 가동되는 건가?”
“맞습니다. 또한 법인 사이트도 정식으로 오픈되었습니다. 다만 아직은 공사가 진행 중이고 생산품목이 없어 대대적인 홍보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인터넷에 우리 법인 사이트가 오픈했단 말이지.”
“예! 포털 사이트에 우리 법인명을 치면 바로 뜹니다.”
“역시........대단한 이장님이야!”
“얼마 전에 부녀회장님께서 엿을 만드는 방법을 정리해서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과를 만드는 법을 정리하고 계신데, 공장이 완공되면 이 방법들로 엿과 유과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그럼 2주 후부터 공동 작업이 시작된다는 말이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청년회장님께서도 담양을 견학하시고 대나무 공예품을 많이 가져오셨습니다. 남자 분들께서는 그 샘플을 토대로 공예품을 만드시면 됩니다. 물론 여자 분들을 도와 엿과 유과도 함께 만드셔야 합니다.”
“거기서 생기는 수익금은 전부 우리한테 돌아오는 건가?”
“아닙니다. 재료비는 모두 법인에서 부담합니다. 여러분은 작업하시는 시간만큼 보수규정에 의해 돈을 받게 됩니다.”
“그럼 수익금은 어떻게 되는 건가?”
“수익이 생기면 여러분들이 가지고 계신 주식비율만큼 나누어 받게 됩니다.”
“웅성~ 웅성~”
마음 분들의 의견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하나씩 다시 설명을 해주니 소란이 잠잠해 진다. 몇 번을 설명했는데도 똑같이 나누어 갖는 줄 착각하는 분들이 있어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마을 분들에게 2주 후의 일을 미리 공지하고 어떻게 작업할 것인지 조를 편성했다. 회의가 끝나고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을 따로 불려 이사회를 진행했다. 이미 마을 회의에서 결정되었으니 요식행사에 지나지 않지만 회의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에 펜션으로 돌아왔다. 달력을 보니 이제 12월도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아내와 약속한 시간은 12월 말이다.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선택할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잡생각을 떨치기 위해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다시 토요일이 되어 펜션에 있는데,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이 찾아왔다.
“들어오세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이 소파에 앉자 입사지원자들의 입사지원서와 이력서 등을 보여 주었다. 총 10명 정도가 지원했는데, 경미와 수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인근 동네에 사는 분들이다.
“꼼꼼하게 읽어보시고 이중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3명만 뽑아주세요.”
“이번에 몇 명이나 채용하죠.”
“일단 1명만 채용할 겁니다. 나중에 사업이 본궤도 오르면 추가로 선발해야죠.”
“1명이라.......이중에서 3명을 뽑으면 나중에 면접을 다시 보나요.”
“그래야죠. 면접은 수요일에 여기서 볼 생각입니다.”
“음~ 알겠습니다. 어차피 3명이니 각자 한명씩 뽑으면 되겠네요. 저는 이 학생을 뽑을게요.”
부녀회장이 가장 먼저 경미학생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경미학생 할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느낌이다. 다음으로 청년회장이 수정을 선택했다. 지원자 중에 대학졸업 예정자는 경미와 수정이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저는 이 학생을 뽑겠습니다.”
전문계 중 상고 졸업예정자로 성적도 우수하여 회계를 보는데 적당할 것 같다. 요식적인 서류심사가 끝나자 부녀회장에게 부탁해서 수요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면접을 보려오라고 통보했다. 가장 먼저 경미, 2시부터 수정이, 3시에 상고 졸업예정자 순서다. 공사가 다음 주에 마무리 되면 월요일부터 출근하면 될 것이다.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이 돌아가자 변리사에게 전화가 왔다. 부탁한 상표권 등록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다음 주면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사업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이제 12월도 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수요일이면 해가 바뀌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자동차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주차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차문이 열리며 단발머리 여자가 내린다. 기다란 밤색코트에 목도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다. 여자가 펜션으로 올라오더니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마루를 청소하던 연변댁이 문을 열어주었고, 여자는 무심한 눈으로 연변댁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저예요. 형부~”
처제의 목소리다. 기다린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르고,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몰랐는데, 처제가 확실한 모양이다.
“처제야?”
“예! 저 김경서에요.”
“몰라봐서 미안해. 밖에 춥지 어서 들어와!”
처제가 신발을 벗고 올라오고, 연변댁이 멀쑥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형부! 핸드폰 번호 바꿨어요?”
“응~ 쓸데없는 전화가 와서~”
“그래서 연락이 안 됐구나. 저기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우리 나갈까요.”
자연스럽게 연변댁에게 시선이 고정되고, 연변댁은 불편한 표정으로 앞치마를 벗었다.
“저~ 집에 좀 다녀 올 게요.”
“오늘은 바로 퇴근하세요.”
“!!!..........알았어요. 그럼 내일 봐요.”
두 사람의 분위기가 워낙 심각하자 연변댁도 군소리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준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일까?
“따뜻한 차라도 한잔 줄까?”
“커피 주세요.”
“그래~ 소파에 앉아 있어.”
부엌에서 커피를 타서 거실로 나왔다. 처제는 소파에 앉아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자~ 마셔.”
“고마워요?”
소파를 하나 빼서 처제의 앞에 앉았다. 처제가 반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목도리를 내렸다. 핏기 없이 부름들 입술..........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말라버린 얼굴...........지난 한 달 사이에 처제는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환자처럼 변한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죽어라고 일만 했어.”
“제가 다녀간 이후에 혹시 언니랑 통화해 보신 적 있어요?”
“없어. 나도 그 사람도 서로 전화 안 해.”
“그럼 왜 전화번호는 바꾸신 거예요. 일부런 언니 전화 피하려고 바꾸신 거 아닌 가요?”
“조금은 그 영향도 있지만 경미 전화를 피하려고 바꾼 건 아니야.”
“그럼요?”
“유덕훈에게 전화가 왔었어.”
“그........그놈이 형부에게 전화를 했단 말이에요?”
“그래~ 그놈 전화를 받지 않으니 나중에는 경미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더군.”
처제는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조금 마신다. 목이 타는 모양이다.
“형부! 언니 완전히 포기하신 건가요?”
“최소한 선택할 기회는 줘야겠지. 이제 삼일 남았어.”
“만일 언니가 돌아오겠다고 하면 받아주실 건가요?”
“글쎄.........아직 모르겠어. 다만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겠지. 미우나 고우나 영아의 엄마니까!”
“삼일 후에........언니가 대답을 못 할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죠?”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내가 먼저 물어보게. 경미 요즘 어떻게 지내. 회사는 잘 다니고 있어?”
“휴직했어요.”
“그럼 지금 어디 있어. 집에 있어?”
“아니요.”
“그럼!”
“그게···········”
“언제부터 집에 안 들어왔어, 혹시 저번 주 토요일부터야.”
“그걸 형부가 어떻게..........!!”
“그놈에게 전화가 온 날이 그 날이 이었어.”
“그놈이 전화해서 뭐라고 해요?”
“화상으로 경미의 모습을 보여줬어.”
“그.......그래요. 언니, 어떤 모습이었죠?”
“보기 추한 모습!”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없나요?”
“................”
“................”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더럽고 추했어.”
“그거.........언니 뜻이 아니에요?”
“뭐라고?”
“그놈이 약을 먹인 거예요.”
“약이라니?”
“마약! 언니 마약에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을 거예요.”
“그걸 처제가 어떻게 알지.”
“제가 저번에 흥신소 연락처 부탁했죠. 흥신소에 놈의 뒷조사를 의뢰했어요.”
“그래서!”
“놈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밝혀냈죠. 그중에서 마약을 구입한 내역도 있었어요.”
“그럼 경미가 마약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말이야. 그리고 처제는 그걸 알면서도 그냥 있었고.....!!”
“놈이 마약까지 사용하는 지는 어제 알았어요. 흥신소에서 어제 연락이 왔거든요.”
“그럼 그 전까지는 몰랐다는 거야. 경미가 일주일째 집에도 안 들어오는데, 장모님이나 장인어른이 뭐하고 계셨던 거야?”
“언니. 저번 주 금요일에 연수 같다고 나갔데요. 부모님은 그 말만 믿고 계셨어요.”
“그럼 처제는!”
“저도 이틀 전에야 확인했어요. 아무래도 이상해서 언니 회사에 전화해보니 휴직계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때서야 흥신소에 연락해서 놈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형부도 너무 뻔뻔하신 거 아닌가요?”
“내가 뻔뻔하다고?”
“형부는 전주 토요일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럼 최소한 저에라도 연락을 주셔 서야죠. 그런데 연락은커녕 전화번호까지 바꿔버렸잖아요.”
“펜션으로 연락하면 되지. 펜션에도 전화는 있잖아.”
“그런 형부는 왜 연락을 안했죠. 아무리 미워도 형부의 아내고 영아의 엄마잖아요. 형부는 형부 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
“휴~ 그래. 처제 말이 맞다. 내가 병신이라 마누라가 다른 놈들에게 집단으로 능욕(凌辱)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병신처럼 도망쳤다.”
“방금 지.......집단이라고 했어요?”
“그래 남자새끼들한테 보지고 똥구멍이고 다 벌려주고 있더라.”
“쨍그랑~”
처제가 손을 부들부들 떨다가 들고 있던 컵을 떨어트렸고, 바닥에 떨어진 유리잔이 산산이 부셔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화면이 정지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흐~ 흐흐흑~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 있어.............언니~”
체제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가슴이 답답하고 울분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당장이라도 눈물이 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추한 꼴을 보일 수 없기에 터져 나오려는 분노와 울분을 억누른다.
“바드득~ 나쁜 놈~ 죽일 새끼........그 놈은 사람도 아니야.”
처제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이를 갈며 말한다.
“죽어버릴 거야.”
처제가 벌떡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달려갈 기세다. 처제의 어깨를 잡았다.
“앉아.”
“이거 놔~ 그런 새끼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어. 그놈 죽이고 나도 죽으면 그만이야.”
“그렇게 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 장모님은.........장인어른은 어떻게 될 것 같아. 큰딸은 망가지고, 작은 딸은 죽고........그게 할 짓이니.”
“그럼 어떻게.........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야?”
“그놈에 대해서 밝혀낸 것이 많다며, 경찰에 신고해. 납치, 강금, 폭행에 마약까지 사용했다면 바로 구속이잖아.”
“경찰에 신고하라고........마약류관리법위반, 관세법위반, 외환관리법위반 이딴 걸로 그놈이 사형이라도 당해. 기껏해야 몇 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잖아. 그걸로 복수가 되냐고”
“나도 죽이고 싶어. 당장 달려가서 놈의 좆을 잘라버리고, 심장을 파내서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어. 하지만 그래서 남는 게 뭐데? 그놈을 죽일 수는 있겠지만 나도 감옥에 가겠지. 그럼 우리 영아는.......우리 부모님은.........나를 믿고........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놈 한 놈 때문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까지 다 버리고 그놈과 함께 죽을까?”
“........!!”
“처제도 마찬가지야. 그런 놈 하나 죽이고 감옥가면.......언니는 미쳐버릴 거고, 부모님은 절망하겠지.”
처제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미안하다. 처제 말대로 나는 나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인지 모른다.
“미안해. 처제한테는 내가 죄인이다. 처제에게 정말 미안해.”
“왜! 왜! 형부가 미안해. 사과하고 죽어야 한 놈은 그놈인데, 왜 형부가 사과하는 거냐고.”
“모든 불행의 씨앗은 내가 뿌렸어. 내가 그놈에게 경미를 빼앗지만 않았어도, 내가 경미를 혼자 두고 귀농만 하지 않았어도.........처제가 그놈과 역일 일도 없었을 거고, 경미가 저렇게 망가지지도 않았겠지.”
“듣기 싫어. 그만해.”
“휴~ 그래.......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자.......우선 앉아.”
처제를 소파에 앉히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처제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형부! 내가 한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
“..........!!”
“그놈이 어떤 놈인지 알았는데, 나와 언니를 속이고 우리 자매를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트린 놈이데.........미련을 못 버리고 그 놈한테 찾아갔다. 나한테 오라고........내가 원하는 것은 다 해줄 거라고.........노예가 되라면 노예가 되고, 개가 되라면 개가 되어 줄 테니 제발 언니를 포기하고 나만 바라봐 달라고 매달렸다. 그런데 그놈의 첫마디가 뭔지 알아.”
“..........!!”
“애초에 너 같은 년한테는 관심도 없었데. 이제 언니를 잡았으니 나 같은 대용품은 필요 없다고..........그거까지 듣고 말았어야 했어. 근데 바보처럼 그럼 왜 나한테 접근해서 꼬드긴 거냐고 물어봤다. 그놈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언니가 자꾸 튕기니까.......내가 언니의 동생이니까.........언니 대신........나를 언니를 생각하고, 잠깐 갖고 놀았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이제 필요 없으니 당장 눈앞에서 꺼지래. 자꾸 귀찮게 굴면 진짜 개로 만들어서 다른 나라로 팔아버리겠다나.........!!”
“.............!!”
“고민하고.......고민하고........고민하다가 형부한테 전화했어. 흥신소 전화번호 좀 알려달라고........난 형부가 도와줄지 않았다. 멋진 기사처럼 나타나서 나와 언니를 구해줄지 알았다. 순진했던 거지. 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아. 나도 형부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 같아.”
“..........!!”
“혼자서 술 마시고, 미친년처럼 길가에서 소리 지르고........별짓을 다해봤어. 형부 말대로 미친 개새끼한테 물린 셈치고 잊어버리자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다짐했어.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 고민하다가 언니한테 매달려 보기로 했다.”
“............!!”
“언니한테 내가 만나는 놈이 그놈이라고........언니가 포기해 달라고 했다. 언니가 거짓말 하지 말래. 내가 아무리 말해도 믿질 않은 거야. 그러면서 그놈한테 직접 확인해 보겠다고 했어. 그게 저번 주에 있었던 일이야.”
“그럼 그 후에 그놈을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 있는 거야?”
“그놈........저번 주 내내 자기 사무실에 출근했었어. 그래서 언니가 그놈과 있을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그놈이 언니를 자기 집에 감금하고 마약에 취한 언니한테 온갖 추잡한 짓을 다하고 있었어.”
“후우~~~ 결론은 지금 그놈 집에 감금되어 있다는 말이네.”
“..............!!”
“일어나 가자.”
“어디?”
“일단 일어나!!”
처제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유덕훈.........이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 다음 편에 계속 >>
ps : 앞으로 2부 남았기에 글이 마무리되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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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결말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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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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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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