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 사건이후로 정연이는 전에 없던 조바심을 냈다.
조금이라도 연락이 늦으면 화를 내기 일쑤였고, 심지어 내휴대폰도 확인하려 할때도 있었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일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때 뿐이였다.
그덕에 수진이도 조심하긴 마찬가지였는데, 그 조심을 하다가 드디어 학교에서 또 한번 사단이 벌어졌다.
연희는 수업시간을 어떻게 짲는지 매주 하루는 우리학교에 와서 나를 괴롭혔다.
알바하는데 까지 따라왔지만, 집은 절대로 안가르처 주었다. 물론 그 덕에 연희가 온 날은 기숙사에 있다고 거짓말하고 수위아저씨에게 얼굴이 팔렸지만, 기숙사에 살고 있다고 거짓말도 부탁해서 연희가 온날은 꼭 기숙사에 갔다가 연희가 사라진 걸 본 후에 내집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은.. 왜? 수진이도 나타났을까?
그리고 왜 연희와 마주쳤을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수진이를 본 연희는 그 특유의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어머 학교에서도 못보는 수진이를 남의 학교에서 다 보네.. 그리고 창민이는 수진이 바라보는 눈이 정연이 보는 눈과 비슷하네.. 내가 잘못 본게 아니라면.. "
"야 그런거 아냐.. 넘겨집지 마.."
"창민아 머 찔리는거라도 있어? 왜 발끈해? 그럼 더 수상해지잖아..안그래? 수진아.."
"연희 너 여긴 어떻게 왔어?"
"난 지금 창민이 꼬시는 중인데?넌 머지? 창민이는 정연이랑 사귀는데?"
"너 그건 어떻게 알아?"
"오.. 너두 알고 있다는 말투네? 그럼 이건 무슨 상황이지? 알면서 둘이 만나는 머.. 그런거. 순진한 창민이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뜻? 정연이는 이사실을 알까? 아 재미있어.. 난 그럼 이 상황을 좀 즐겨볼까나?"
그 말을 끝으로 연희가 몸을 돌려 학교 밖으로 나갔다. 말릴 틈도 없었고 그럴 자신도 없었기에 멍하니 쳐다보았다.
"미안해 창민아. 내가 좀 부주의했어.. 어떻게 하지? 재 분명히 정연이에게 가서 이상한 말 할텐데.. "
"와 모르겠다. 큰일인건 맞는데 이걸 어찌 해야 할지.."
그 큰일은 하루도 안되어서 터졌다.
알바 끝나는 시간에 정연이가 와있었다.
"나랑 이야기좀 해"
먼 이야기할지 다 알고 있기에..
"어 말해"
"너 수진이랑 만나?"
"만난건 맞는데, 사귀는 그런거 아니야."
"연희는 니들 둘이 사귀는 것 같다고 하는데? 확신을 하던데? 나 몰래 양다리 걸친거야?"
"절대 그런건 아니야. 믿어줘 정연아. 난 너만 좋아해."
"그러니까 오늘 연희가 본 상황을 해명해봐. 아니 핑계를 대봐.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사실 할 말이 없었다. 그게 아니라고 거짓말하는게 다일 뿐이였다.
정연이는 심성이 착하고, 여리다.이성적이기보단 감성적이고, 그러니 지금의 이 감정이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나 지금 너무 화가 나는데.. 화를 낼 수 없어서 더 화가 나.. 당분간 연락하지 마!"
그리고 사라졌다.
그다음은 보증금빼달라고 연락이 왔다. 지금 담장은 나두 방법이 없어서 2학기 마치면 바로 빼준다고 답하고는..
입영신청을 했다. 지금은 비겁하지만, 도망을 가야 하는게 맞는 거 같았다.
기말시험 끝나고 알바도 정리하고, 방빼서 정연이에게 보증금돌려주고, 시골에 내려갔다가 군대를 갔다.
2년 후 제대를 했다.
수진이는 자기 잘못이라면 군대가 있는 동안 꾸준히 면회를 오면서 날 기다려주었다.
그 2년동안 난 정연이에게 한 잘못을 뉘우치고 잊었다.
그리고 수진이와 조금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고, 제대후 바로 복학은 못하고, 학비를 버느라 수진이도 잠시 못 만나고 일을 했다.
드디어 다시 학교로 왔다.
그동안 수진이는 나를 보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지난해 사시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2년간은 수진이도 많이 못볼 것 같았다.
이제 나도 공부좀 할까..
복학해서 1년을 다른 곳에 관심두지 않고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교환학생프로그램을 보고 신청해서 합격을 하고, 보스턴으로 떠나게 되었다.
현지에서도 생활비는 내가 벌어야 하기에 알바로 정신이 없었고, 학과수업도 패스해야 하기에 주말은 공부하느라 시간이없었다.
잘 적응이 된데다가..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헌지에서 인턴을 하게 되어 바로 귀국은 못했다.
그리고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골드만삭스에 입사를 했다.
조금 자유가 생겼다고 할까? 금전적으로 힘든 건 거의 다 해소가 되었다. 아니 여유가 생겼다는표현이 맞겠다.
이젠 미국에서도 상위권의 연봉을 받는 전문 금융인이 되었다.
수진이는 사법연수원 성적이 좋아 판사로 임용되었고, 나와의 미래를 꿈꾸는 한 여인이 되기로 하였는데..
퀸즈타운에 자리를 잡은 나는 주말이면 롱아일랜드로 나들이를 가거나 양키스타디움에 가서 야구관람도 하고, 닉스의 농구게임을 보기위해 표를 사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뉴요커가 되어있었다.
오늘은 양키스타디움으로 간다. 양키스가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로 플레이오프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경기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양키스의 승리로 끝났는데,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익숙하면서 좀 다른 매우 세련된 동양여인의 뒷태에 걸음을 멈추었다.
7~8년 되었나? 정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설마? 정연이가.. 여긴 뉴욕이라고.. '
그런 생각을 하면 바라보는데 그 여인이 뒤돌아 보는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것처럼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연이가 맞다. 내가 울린 그 정연이다.
정연이도 나를 보았다. 똑같이 멈추었다
우리 둘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공간을 사용하지 않는사람처럼 한참을 서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정연아 너 맞지?"
"너두 창민이 맞구나? 내눈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
우리 둘은 다시 만났다.
서로엇갈린 운명으로 헤어졌지만, 다시 만난 것이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뉴욕에서..
하지만, 서로에겐 이미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아니지. 난 확실히 수진이가 옆에 있는데.. 정연이는?
"나 지금 늦은 저녁 하러갈껀데, 다른 약속 없으면 같이 갈래?"
ㅋ 언제나 시작은 정연이가 먼저 하는 구나!
그래 이번에도 또 한번 너하고 사랑을 해볼까?
수진이에겐 미안하지만, 나에게 첫 사랑은 정연이잖아..
"다른 약속이 없었는데, 지금 막 생겼네. 어떤 멋진 여성이 저녁초대를 해서.."
"설마 그 멋진 여성이 나 말고 다른 여자는 아니길 바래! 이번에도 빠져나가면 나 희대의 살인마가 되기로 방금 결심했거든.."
설마 그럴리가 이렇게 돌고 돌아 다시 만났는데.. 이제부터는 너만 보고 너만 괴롭히고 살꺼야..
"아마 아닐 껄. 그 남자도 지금 다른 생각 안하고 그 여자만 보이는 중이라 다른 말은 다 음소거가 되어서 안들린데.."
그렇게 우린 진한 재회의 키스를 나누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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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게.. 끝
-
?
잘보았습니다^^
-
아...뒤 전계가 순간이동이네요^^잘보고 갑니다 -
?
추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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