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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각색
2025.10.17 11:57

보이지않는 목줄, 1화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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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998 추천 수 6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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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네온사인이 마지막 빛을 잃고, 공기 중엔 희미한 향수 잔향만이 부유할 때였다

무심한 진동과 함께 액정에 익숙한 닉네임이 떠올랐다

호랑이으르렁 : 애쉬, 오늘은 말 잘 듣고 있었나?

피식, 오만한 문장에 비웃음인지 모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주방으로가 익숙하게 골든블루 위스키 병을 꺼내 스트레이트 잔에 따랐다

쌉쌀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콧잔등을 스치자, 온몸을 옥죄던 긴장이 서서히 풀려나갔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개'가 될 시간이었다

한 잔을 막 비워냈을 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전화였다

[발신자명] 나의 댕냥이 : ​"응, 오빠" ​

"애쉬야... 나 오늘 완전히 발렸어... 서러워서 미치겠는데, 얼굴이라도 잠깐 보면 안 될까?"

화면 속 호랑이의 포효는 온데간데없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세상에 상처받은 길고양이의 칭얼거림만 나른하게 흘러나왔다

나는 방금 비운 위스키 잔을 빙그르르 돌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알았어 어디로 갈까?" ​


30분 뒤, 허름한 실내포차에서 그를 만났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채 소주잔을 기울이는 어깨가 위태롭게 늘어져 있었다

유흥녀들에게 지친 40대 중반의 달리머

그것이 그의 본모습이었다

"왔어?" ​나를 발견한 그의 얼굴에 어린아이 같은 화색이 돌았다

그는 오늘 겪었던 시시콜콜한 수모들을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어떻게 발렸고, 얼마나 억울했는지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한참이나 허세 섞인 푸념을 쏟아내던 그가 불쑥 내 손을 잡았다

"그래도 네 얼굴 보니까 살겠다 너는 내 편이잖아 그렇지?"

대답 대신, 나는 그의 손을 잡은 내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살짝 취한 듯, 나른하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

"응?"

"손"

그는 잠시 내 말의 의미를 곱씹는 듯하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강아지처럼 내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척, 올려놓았다

나는 만족스럽게 그의 손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온라인의 '호랑이으르렁'은 이곳에 없었다

내 앞에는 그저 발린 후에 푸념할 곳을 찾는 남자, 내가 내어준 어깨에 잠시 기댔다가 허세를 부리며 다시 일어서려는 귀여운 남자가 있을 뿐

그리고 내가 '손!' 하면, 기꺼이 손을 내어주는 길들여진 나의 고양이

오늘도 그는 자신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모른 채, 내 손길에 안도하고 있었다

Who's 민초는맛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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