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799 추천 0 댓글 0 작성 25.10.15

"섹스도 있지 않아요?"

요리를 하는 친한 동생의 한마디가 머리를 쿵 울렸다


대학교 재학 시절 '예술의 이해와 표현'

수업 때 교수님이 한 말을 빌려 내게 맛있는 요리를 해준 동생에게 잘난 척 하던 중이었다. 교수가 한 말은 이렇다

'인간이 하는 행위 중 모든 감각 즉, 오감이라 불리는 청각,촉각,시각,미각,후각

을 다 쓰는 행위는 요리 밖에 없다.

어떤 예술이든 오감을 다 쓰는 예술은 없다

요리는 굉장히 인간적이며 지구의 생명체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요리를 하며 갖가지 재료를 조합하고 재해석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 보글보글 찌개가 끓는 소리,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 색감이 다양한 비빔밥, 감탄스러울 정도로 현혹되는 맛, 먹기 전에 입맛을 자극하는 냄새..모든 감각들이 요리에 들어있다'


요리를 잘 하는 동생을 치켜세워주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동생은 듣고 곰곰히 생각하더니 꺼낸 답변이었다


'세...섹스...?'

생각해보니 그랬다 섹스도 오감을 다 쓰는 행위였다

놀라운 발견이라도 한 듯 우리는 킥킥대며

그래 맞지!! 고로 요리는 섹스다!

요리=섹스 라는 결론을 냈다


갑자기 이 때의 기억이 떠오른건 왜일까?


퇴근할 때 외국인들이 감자탕에 대해 극찬하며 소주한잔 하는 유투브를 보고,

감자탕에 소주가 너무도 땡겨서 동네 근처 감자탕 맛집을 아무리 찾아봤지만 맘에 드는 곳도 없거니와, 다 문을 일찍 닫았다


서울에 올라 온지 5개월 차...

습기도 잘차서 벽에는 곰팡이가 금방 자리를 트고, 빨래 건조대를 펼치면 

꽉 차는 3.5평 자취방에 살면서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다. 그 때 발견한 곳이 집 근처 뼈해장국집.


나이 지긋한, 이가 좋지 않아 볼이 살짝 부어 귀여워 보이는 할머니 혼자 운영하시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것 같은 1인 감자탕집


자취 초기엔 신세를 많이 졌다. 혼자 소주한잔 하기도 좋고, 항상 뭔가 더 주시려고 한다. 뼈해장국에 소주 한잔하고 있으면 간장과 부추전을 더 주시고, 밥 더 먹지 않으련? 물어봐주시고...

거의 매일 가서 밥을 먹었다


단골도 꽤나 있나보다 . 우리 어머니(식당 할머니)께서는 단골들이 먹다 술을 남기면

냉장고에 넣어 보관해주신다. 다음에 와서 남은 술 마저 먹으라고. 그 술이 냉장고에 7 병이나 있다.


서울와서 취직 후 거의 가지 못하다 

오랜만에 뼈해장국에 소주가 땡겨 방문했다. 할머니가 해준 구수한 국물에 직접 담근 맛있는 총각김치,파김치, 갓김치, 오징어젓. 밥도둑, 술도둑이 따로 없다


오랜만에 들러서 먹는데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고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참지 못하고 배설됐다


요리는 섹스라..

오늘은 따듯하고 마음 깊이 남는, 내 생을 위로하는 기억에 남는 섹스를 맛보았다


마감시간도 따로 없이,.. 노쇠했지만 소녀처럼 똘망한 눈과 몸을 이끌고 자식을 기다리듯 매일 밥집을 여시는 우리 어머니께 시 한편 써서 바친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것 같다

매일 밤 자리를 지키는

정겨운 밥집 이모

앙 다문입과 아직 초롱초롱 

그렁그렁한 한 눈을

보고 있노라면, 스쳐서 잠시 마주쳤을 뿐인데

따듯한 마음, 성실한 인생, 당당한 삶

모든 풍파를 겪고 이겨낸 숭고한

한 사람이 담겨있다

오늘도 내가 낸 값보다 더 퍼주셔서

배불리 먹고 간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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