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그런 만남 극혐이라 갈등 때리다가 혼자 주말에 집서 놀면 머하나 싶어 나갔던 기억을
재연처럼 기억을 더듬어 볼께 ㅎㅎ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예의상 먼저 약속 장소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모르는 이성과 첫 만남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더라구. 기다리는 동안 그 동안 만났던 여자들과 첫 만남때도 곱씹어 보며 이번엔 어떤 여자가 나올까 상상해보면서.
약속 시각 정각에 칼 같이 나타나 전화하는걸 보니 자기관리는 되는 여잔가보네..하고 서로 수화기 들구 눈이 마주쳤는데. 올~ 선우선 닮았어. 선우선이 내 이상형은 아닌데 이지적인 단발컷 안에 적절히 배치된 시원한 이목구비, 정확힌 기억 안나지만 여자여자한 플라워프린트 짧은 스커트 롬퍼? 검정스타킹 검정 워커. 무엇보다 하얀 얼굴에 빨간 립스틱이 강렬하기도 했다. 완전 내 타입은 아녔는데, 나름 호기심 자극 하는 분위기였지.
대화도 깊이 있고 초면인데도 대화의 리드를 뺏기지 않는 여자는 흔하지 않은데 리더쉽과 승부욕이 굉장히 강한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웃고 즐기는 사이에도 뭔가 시니컬 하며 서로 갈구는 느낌? 약간 애정결핍 느낌도 나고 묘한 분위기더라구.
그런데 여자 육감은 못 속이는지 디저트까지 끝내고 나선, 나보고 진짜 선볼라고 나온거 아니죠? 그러면서 독설 오지게 시작하는거야. 마치 날 테스트 하듯이 선문답이 오가고. 절대로 흐트러지진 않고 여유 머금은 웃는 얼굴이지만 기싸움이 팽팽해지는 와중에 장소 옮길 생각 없으면 이제 들어가 볼게요. 이러면서 립스틱을 자리에서 슥슥 바르더라고.
나도 지금 그때 내 감정을 잘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런 모습에 무언가 내안에 승부욕 같은 게 끓어오르더라고 오늘 누가 이기나보자 뭐 이런거? 내가 왜 그랬는 지 나도 모르겠어ㅜ
"아까 걸어들어 올때 심장 멎을 뻔 한거 알아요?"
바르던 립스틱이 입꼬리에서 멈춘채로
눈을 잠깐 동안 똥그랗게 뜨더니,
"ㅋㅋ 웃기지 말아요~눈에 다 써 있어ㅎㅎ"
"진짠데.."
"그럼 한번 증명해보시던가~"
"속을 다 보여줄 수도 없고.. 음..제가 지금 일어나서 OO씨 사랑합니다~ 라고 외치면 믿을래요?"
"유치해ㅋㅋ용기 있으시면 해보시던가~"
그러고서 음음아아~ 하고 목소리 가다듬으며 벌떡 일어났더니 ㅋㅋ
겁나 당황한 표정으로 일단 앉아 보라고 ㅋㅋ
그래도 남자 박력에 기분 나쁘진 않은 내색이 보여서 속으로 "먹혔어 ㅋㅋ" 하고 자신감 충만했던 그녀가 난감해하는 표정 보니 먼가 묘한 성취감이 느껴지더라 ㅎㅎ.
쨋든 그렇게 2차로 바에 가서 좀 더 얘기를 했지 알고보니 난 사회생활 꼬꼬마였는데 갠 나름 벤처기업 팀장이더라고. 밥먹을 때 이미 살짝 느꼈지만 애정결핍이 있긴 하더라. 난 막내라서 오히려 사랑받고 자랐는데, 걔는 막내지만 잘나가는 엘리트 오빠언니에 치여서 미운오리 같은 삶을 산거야. 그런 얘기 듣는데 너무 가슴이 아픈거야. 많은 얘길 들어주면서 네 잘못아니다. 그 셋중 너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결국엔 너가 제일 잘 될 것이다..진심 우러난 위로도 하고 갑자기 베프가 되버린 상황...난 바에가면 보통 데킬라를 마시는데.. 몇잔을 마셨는 지 점점 눈이 이글이글 뜨거워 지더라고...왜케 갑자기 이뻐보이냐...
호텔바에서 뽀뽀도 아니고 키스해보긴 평생 첨이자 마지막이다...
근데 보통 이런 날 테크트리는 남자가 여자가 취하게 해서 어찌해볼라는 게 전형적인 빌드오더인데, 데킬라 몇잔 시켰는지 세다가 잃어버리면서 부턴 내가 졸다가 잠들었나바..;;
난 술버릇이 딱힌 없는데 완전취하면 턱받침하고 졸다가 엎어져 자거든;;
깨보니 호텔방이고
그녀는 티비 보고 있더라구
정신 좀 차리고...아니 여..여기가 어디..??
그랬더니..처다도 안보고 티비 바라보면서
"길바닥에 버리고 갈라다 걱정되서..
하...초면에 호텔이라니....."
근데 정신드니까 선본날 둘다 외박하면 대박사건이자나 가족들 다 알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ㅈ댔다 아오...
근데 이 센스쟁이가 뒤처린 잘했더라고. 밥먹고 헤어져서 회사 급한일 생겨서 밤새야한다고 하고 난 친구들 만나러 간댔다고 둘러댔다네.
여튼 새벽 두어시정도 된거 같은데
둘다 만났을 때 복장 그대로 난 침대에 누워있었구 걘 옆 다른 침대 앉아서 티비보고 있던 상황
"미안해요 근데 집에 가시지 왜...죄송하게스리"
"가려니까 가지말라면서요...어차피 너무 늦어서 혼날 상황이라 엄마한텐 밤샘 근무라고 둘러댔으니깐..."
내가 가지말라고 잠결에 팔을 잡았다네;
그러고 이런저런 얘기 하는데...
밥먹을 땐 차도녀 이미지
바에서는 청순가련 이미지
방에서는 갑자기 수줍어 하는게 천상 녀자...
와 하루밤에 3명을 만난건가 싶을 정도..
그렇게 떨어져 얘기하다가
샤워하고 자려고 누었는데..저 안볼테니 샤워 편하게 하세여..그랬더니 한참 망설이다가 샤워하고 몸에 바스타올 감고 나오는데..
아직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게
바스타올 감고 나오면서 단발마리 머리툭툭털며
나오더니 눈마주치며 서로 수줍게 웃다가
몸에 감은 바스타올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거야.
난 이불 배꼽까지 걸치고 있었는데
다리쪽 이불 속으로 들어오더니 밑에부터 올라오는데 온몸에 전율이...읔...
주온 애기귀신처럼 이불속에서 얼굴 나오더니 키스 퍼붓는데 정말 짜릿했다.
그 담은 말해야 머해~ 상상에 맡기고
그렇게 우리 서로 알게 된 첫 날은,
가장 격식을 갖추고 시작해서
가장 격정적으로 마무리 하게 되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간밤에 마신 데킬라가 두통을 일으키고 목구멍은 사막처럼 쩍쩍 갈라지며 갈증을 일으켜 눈을 떴을 때,
아담과 이브의 모습으로
내게 안겨 평화롭게 잠든 그녀의 뽀얀 얼굴이 한뼘 정도 거릴 두고 눈앞에 들어왔고,
내 눈에 카메라가 달렸더라면
그 순간을 저장~하고 싶었다
화장기 없는 하얀 도화지 같은 얼굴 위에,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10시간의
기억이 프로젝트되면서 나 자신도 믿기 힘들 만큼 경이로웠다.
예쁘지만 내 이상형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장난기 같은 혹은 이성에대한 승부욕으로 시작되어 예상치 못한 결과...
수십년 성장과정을 통해 형성된
내 이상형의 모습은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녀에 의해 수정되었다.
내가 이긴 게임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철저히 그녀의 완승이었다.
바에서 내게 터 놓았던 아픈 얘기가
떠올라 한쪽 뺨을 가린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볼을 어루만지자,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지며
볼에 올린 내 손을 잡고 입으로 가져가 손에 입맞추더니 다시 깊은 잠에 빠질 듯 벼개를 파고들더니... 그녀가 별안간 눈을 번쩍 떴다.
번개 같이 이불을 끌어당겨 원피스처럼 몸에 돌돌 감으며, 아웅 어뜨케~나몰라~하면서 가식적으로 우는 시늉하는 내숭마저도 어찌나 귀엽던지~
간밤의 역순으로 그녀가 먼저 샤워하고
내가 샤워를 한 뒤 걸어나오는데,
이미 옷 다 입고 화장까지 마치고 있는 걸 보니 역시 이 여자 첫 느낌 대로 자기 관리 하난 기가 막힌 여자네 싶더라.
침대 끝 걸터 앉아서 발꿈치를 들고 스타킹을 당기며 올이 나갔다고 툴툴 대는 모습을 보니
너무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더라ㅋ
"스타킹 어떤걸로 사다주면 되?"
..라면서 그녀가 몇시간 전에 했던 것 처럼
이번엔 내가 먼저 키스를 퍼부었고,
침대에 걸터 앉아있는 그녀를 뒤로 무너뜨려 온몸을... 다시 뜨겁게 달궈버렸다
두 다리를 어깨위로 들어서
취해 있을 때보다 더 격정적인 사랑을 나눌때 그녀의 스타킹 신은 발 모습은 마치 발레리나가 토슈즈를 신은 듯한 쉐이프를 하고 있었다.
묘하게도 어제와는 역할이 바뀌고
순서도 역순이었네.
하늘 높이 쳐든 미끈한 두 다리를 감상하며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귀가 생각났다.
패잔병이 두 팔을 들고 투항하는 모습처럼
그 묘한 정복감..
사실 완벽하게 패배했지만 어쩌면 그 모습으로 정신 승리하고 있는 내 머리 속이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 여자 몸만이 아닌 영혼까지 갖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00m 달리기를 열 번은 오간듯
둘다 침대끝에 걸터누어서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다가
"못살아 진짜~ㅋ 샤워 다시해야 하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