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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각색
2015.10.21 22:24
귀농일기 3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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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소설은 소라넷 붉은미르 작가님 작품임을 명시합니다.
귀농 일기 -32부.
일요일 아침에 예전에 주남주도를 공사를 했던 업체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무래도 한번 거래했던 곳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으로 인터넷으로 포장기계와 막걸리제조 설비, 지게차 등등 공장 설비를 판매, 설치하는 업체를 검색해서 리스트를 작성했다. 또한 법인에서 사용할 자동차도 어떤 것이 좋을지 검색해서 꼼꼼하게 장단점을 파악했다. 한참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올려 확인해 보니 경미학생이다.
“예보세요.”
“경미에요. 지금 터미널이에요.”
“지금 가는 건가요. 조심해서 올라가요.”
“이장님. 어제 이야기.......나름대로 고민 많이 하고 말씀드린 거예요. 하지만 이장님께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으니 말씀대로 할게요. 이장님도 저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하죠.”
“다음에 다시 뵙게요.”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머리를 털어버리고 하던 작업에 매달렸다. 오후가 되자 하우스에 들려 우나댁을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조금은 우수에 잠긴 얼굴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버섯들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펜션으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자 주말에 오셨던 손님들도 모두 빠지고 연변댁도 돌아가니 펜션이 텅 빈 느낌이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마음까지 허전하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맥주를 꺼내 혼자서 홀짝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올렸다. 확인해 보니 흥신소다.
“여보세요.”
“00흥신소입니다. 저번에 부탁하신 내용을 말씀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말씀하세요. 김경서라는 분이 어떤 의뢰를 한 겁니까?”
“고객님도 알고계시는 유도훈이란 놈 있지 않습니까? 그놈의 뒷조사를 의뢰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죠?”
“세부적인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고, 다만 의뢰하신 고객께 특별한 문제가 발생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혹시 모르니 김경서라는 분에게 문제가 발생할 것 같으면 다시 연락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죠.”
처제가 유도훈의 뒷조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무슨 내용일까?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최근 들어 아내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내는 몰라도 처제만이라도 행복해져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처제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에 쉽게 움직이기도 힘들다. 체제가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월요일이 오전에 건축업자가 찾아왔다. 창고로 이동해 수리할 방향을 설명해주니 건축업자가 측량을 끝내고 기본설계도면을 보내주기로 했다. 점심식사 이후 서류를 챙겨 군청으로 달려갔다. 군수는 로비 때문에 아직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연선과 함께 서류 검토를 끝내고 광고서를 돌며 신청서류를 접수했다.
“이제 절차는 모두 마무리 됐어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직 할 일 많아요. 창고수리는 언제부터 들어가죠.”
“오늘 보고 갔으니 늦어도 이삼일 후에는 설계도면 나올 겁니다.”
“그래요. 제가 면사무소에 연락해서 창고 열쇠하고 계약서 가져다 드리라고 할게요.”
“계약서? 무슨 계약서요?”
“정부소유건물을 아무런 절차 없이 그냥 대여해 드릴 수는 없죠. 기간은 5년으로 하고 무상대여를 한다는 간단한 내용이니 확인하시고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계설비와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하죠.”
“업체가 선정되시면 비교견적서와 함께 저에게 보내주세요. 결제는 제가 할게요. 그리고 나중에 모든 작업이 끝나면 확인서만 써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연선씨에게 신세만 지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나중에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꼭 성공하세요. 그게 은혜를 갚는 겁니다. 무슨 말이지 아시죠.”
“알겠습니다. 몸이 부셔지는 한이 있어도 꼭 성공하겠습니다.”
“저도 이장님 믿어요. 바쁘신데 이제 가보세요.”
“그래요. 연선씨도 다시 들어가 보셔야죠. 다음에 다시 만나요.”
연선과 헤어지고 미리 검색해 두었던 공장설비 업체에 전화해서 상담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 제법 적극적으로 나오는 곳이 있어 주소를 확인하고 달려갔다. 그곳은 전국을 상대로 공장설비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인데, 우리가 원하는 막걸리제조와 포장, 기타 필요한 장비의 구입과 설치를 원스톱으로 서비스해주는 곳이었다. 사장과 면담을 끝내고 수일 이내로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 다시 리스트를 검색해서 다른 업체로 향했다. 한곳만 보고 판단하긴 무리가 있으면 최대한 많은 곳을 둘려보아야 한다. 2번째 업체와 면담을 끝내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연변댁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먼저 퇴근하라고 했다.
펜션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려지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연선의 말대로 면사무소 직원이 열쇠와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연선의 말대로다. 5년이란 기간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계약조항 중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도장을 찍고 열쇠를 넘겨받았다. 면사무소 직원이 돌아가고 다시 설비업체 업체들을 돌아다녔다. 마을로 부르지 않고 굳이 찾아간 것은 업체들을 직접 보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총 5개 업체를 돌아보고 3개 업체에 전화해서 현장을 둘려본 다음 견적서를 받기로 했다. 다음날은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자동차 영업소를 찾았다. 이미 기본적인 사향은 사전에 조사했기에 가격을 먼저 협상하고 도장(색칠)에 대해서 상담했다. 법인 차량이니 CI에 맞게 도장(색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비용에 관한 협상을 끝내고 견적서를 받기로 했다.
수요일에 건축업자에게 도면과 견적서가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크게 문제가 없어, 타 업체 견적서 2부를 더 보내 달라 부탁했다. 몇 시간 후에 업체에서 추가 견적서가 도작해서 연선에게 보내주었다. 연선은 설비업체의 견적서와 차량 견적서가 도착하면 한 번에 결제를 득한 후에 시행하자고 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걸쳐 3개 설비업체에서 다녀간 다음 견적서를 보내왔고 자동차영업소에서도 견적서를 받았다. 대부분의 서류가 준비되어 연선에게 메일로 보내주었다.
“저 연선입니다. 서류는 잘 받았는데, 원본은 언제 받을 수 있죠?”
“월요일에 빠른 등기로 발송하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일단 스캔본으로 결제를 받을게요. 참~ 건축업체는 이곳으로 하고, 설비업체는 어디로 정하신 거죠.”
“A업체입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업체가 건실해서 나중에 AS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량은 B사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결제 끝나면 그 업체들과 계약하시고 진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
“결제나면 연락주세요.”
“알았어요. 월요일에 다시 연락할게요.”
법인설립에 매달리다보니 일주일이란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주말이라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토요일에 미리 약속한 변리사 사무실로 달려갔다. 경미가 가져온 CI에 대해 상표권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무실에 미리 약속한 변리사만 기다리고 있었다.
“법인명으로 등록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신설법인이라고 하셨죠. 법인설립허가는 나왔습니까?”
“예! 어제 나왔다고 연락받았습니다.”
“기본 CI하고 캐릭터 2가지를 상표등록하시겠다는 거죠?”
“맞습니다. 변형된 다른 것들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 등록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좀 전에 막걸리, 죽순 등의 제품들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셨죠.”
“예! 차차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품을 판매하시려면 나중에 의장등록도 하셔야겠네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일단 상표등록부터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충분히 검토해서 월요일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변리사 사무실에서 빠져나오니 시간이 2시가 넘었다. 마을로 달려가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을 회관으로 호출해서 일주일간의 진행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정관은 꼼꼼히 읽어보셨어요. 혹시 고처야 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읽어보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장님께서 잘 알아서 하셨겠죠.”
“저도 부녀회장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부녀회장은 베트남분이라 우리말이 서툴기에 예초에 무엇을 바란다는 것이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청년회장까지 이러니 기운이 빠진다.
“작업장 배치는 생각해 보셨어요. 제가 고민해 보라고 했잖아요.”
“그것도 생각은 해 봤는데, 이장님 의견과 별반 차이 없어요.”
“좋아요. 무엇을 만들어서 팔지는 생각해 보셨어요.”
“엿하고 유과 정도가 무난할 것 같아요.”
“청년회장님은요?”
“대나무공예품에 대해 알아봤는데, 뚜렷한 아이템이 없네요.”
“휴~~ 청년회장님께서는 내일 담양에 다녀오세요. 그곳에 가면 전통죽공예 전시장도 있고, 많은 업체들이 있으니 한번 알아보시고, 부녀회장님은 저와 함께 전통유과공장에 함께 가시죠.”
“예? 담양이요? 무턱대고 다녀오라고 하시면.........!!”
“출장비 드릴게요. 필요하시면 몇 가지 샘플도 사오세요. 그것도 영수증 가져오시면 경비 처리해 드립니다. 참~ 경비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법인설립허가가 떨어졌으니 채용공고를 낼 계획입니다. 당장 회계 볼 친구라도 있어야 하잖아요.”
“사무실이 아직 없는데, 어디서 근무하죠.”
“채용공고내고 서류심사에서 면접까지 최소한 2주 이상은 걸리니 그때는 어떻게 되겠죠.”
“알았어요. 그렇게 하세요. 저기..........유과공장은 언제 가죠? 내일 가나요?”
“다음 주에 약속 잡고 연락드릴게요.”
“저기 화요일은 시부모님 병원에 모시고 가야 되니까 그날은 피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엿은 많이 만들어 보셨죠. 과정을 정리해서 저에게 주세요.”
“음~ 부녀회원들에게 물어보고 정리해서 드릴게요.”
부녀회장과 청년회장과의 간단한 회의를 끝내고 펜션으로 돌아오니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겁다. 연변댁이 차려놓은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는가? 그동안 법인 홍보 및 공동판매 사이트의 작업이 대부분 완료되었다. 다만 CI가 없어서 마무리를 못했는데, 경미가 복사해준 파일을 편집하여 나머지 화면을 채우니 사이트가 완성되었다. 펜션 홈페이지는 접속자나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 웹호스팅을 했는데, 법인사이트는 아무래도 서버호스팅을 해야 할 것 같다. 도매인은 이미 등록해 두었으니 월요일에라도 웹호스팅을 하던 업체에 전화해서 서버호스팅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최종 완성된 사이트를 테스트하다 보니 12시가 넘었다. 눈꺼풀이 무겁지만 취업사이트에 사업자로 등록하고 총무 구인공고를 등록했다. 그리고 펜션 홈페이지에도 공지를 띄워 놓았다.
연변댁이 부르는 소리는 깨어보니 10시가 넘었다.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 깨우지 못하고 지금에야 깨우는 거라고 한다. 너무 피곤해서 알람소리도 못 듣고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나마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좀 개운해 졌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마을에서 가까운 유과공장들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워낙 영세한 업종이라 검색을 해도 잘 뜨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면사무소에서 나누어준 비상연락망으로 주변 마을 이장들에게 전화해서 알고 있는 유과공장이 없는지 알아보니 다행히 공장은 아니지만 가내수공업형태로 유과를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쪽 마을 이장에게 협조를 구해 월요일에 현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다음으로 일본댁을 찾아갔다. 마침 구씨아저씨와 일본댁이 함께 있었다.
“이장님 오셨습니까?”
“마침 구씨아저씨도 함께 계셨군요. 양조장으로 가시죠.”
양조장은 저번에 수리해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간이 한정되고 가내수공업 형태라 대량생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 창고에 막걸리제조설비가 들어올 겁니다.”
“그럼 이곳은 어떻게 합니까?”
“막걸리시음 및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은 계속 유지하니 이곳은 그대로 운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막걸리 생산은 최대한 줄이고 탁주, 소주, 특주 등을 연구, 개발하는 연구소의 기능을 해야 합니다.”
“연구요?........누가 연구를 해요.”
“나중에 사업이 확장되면 연구 인력을 확충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형님이 하셔야 합니다.”
“제가요? 아니 그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왜 불가능하죠. 평생 술을 만들어 오셨잖아요. 그동안의 경험이 있으니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막걸리제조 설비가 들어오면 그것도 형님이 관리하셔야 합니다.”
“허허허~ 갈수록 가관이군.”
“시작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면 되고, 난관이 있으면 부딪쳐서 뚫고 나가면 됩니다.”
“지금 이 나이에 공부를 하라는 말입니까?”
“형님께서 공부하시는데 필요한 경비는 모두 법인에서 부담할 겁니다. 책이 필요하면 책을 사다드리고, 학교를 다니시겠다면 학비를 드리겠습니다. 또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형님이 원하시는 사람으로 채용하세요. 대신 법인에서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서는 형님께서 생산, 유통, 판매, 연구, 개발까지 모두 책임지셔야 합니다.”
“꿀꺽~ 제가 못하겠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다른 분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저는 형님께서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일본댁이 남편의 눈치를 살핀다.
“여보~ 우리 한번 해봐요. 저도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일본댁까지 나서서 설득하니 구씨아저씨는 크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장님께서 이렇게 노력하시는데, 저만 편하자고 거절할 수 없죠.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깨가 무거우시겠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죠.”
이야기를 끝내고 펜션으로 돌아가는데, 일본댁이 쫓아왔다.
“왜요? 하실 말씀이라도 있어요?”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하하하~ 뭐가 고마워요?”
“아까 남편 얼굴 봤어. 지금까지 함께 살면서 그렇게 진지한 표정은 처음 봤어.”
“구씨아저씨, 잘 하실 겁니다.”
“농사하고 막걸리 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잘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조금씩 배우고 경험이 축척되다보면 전문가가 되는 거죠. 누님도 옆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쫓아왔는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모르겠어?”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습니다. 양조장들을 다녀보시라고 하세요. 다른 양조장과 공장들을 견학하다보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등 느끼시는 것이 있을 겁니다.”
“음~ 알았어. 일단 양조장부터 견학 해보란 말이지. 내가 양조장들을 알아봐야겠네.”
“그렇게 하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시간도 늦었는데 또 어디가게?”
“내일도 할 일이 많아요. 또 지금까지 한일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동생!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일하다가 쓰려지면 어떻게?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튼튼한 놈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정 걱정되면 누님이 와서 위로 좀 해주면 되죠.”
“무슨 생각하는 거야. 하여튼 엉큼하긴........알았어. 시간 봐서 한번 갈게.”
“그래요. 이만 가볼게요.”
펜션으로 돌아와 일주일동안 진행되었던 일을 정리하고, 건축업자와 설비업체에 전화해서 월요일 오후에 계약서를 가지고 방문해 달라고 연락했다. 다음으로 법인 규정작업에 들어갔다. 직원을 채용하려면 인사규정이 있어야하고, 회계를 처리하려면 회계규정이 있어야 하며, 근무를 하려면 복무규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법제처에 들어가 관련 규정들을 찾아보았다. 할 일이 없었는지, 아니면 규정에 죽고 못 사는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세세한 규정까지 모두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법제처에서 다운 받은 관련 규정들을 토대로 우리 법인 실정에 맞추어 최대한 간단하게 다듬었다. 규정이라는 것은 적을수록 유연하고 활력이 넘치며 진취적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아침에 변리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법인설립허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찾아올 시간이 없어 아직 없다고 하자 자신이 직접 광고서에 가서 찾아오겠다고 한다. 나중에 의장특허 등의 일도 많다는 것을 알고 미리 선심을 쓰는 모양이다. 10시쯤에 연선에게 전화가 왔다. 결제가 떨어졌으니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건축업체와 설비업체가 펜션으로 찾아왔다. 둘을 함께 부른 것은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야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 이사장님~ 아니세요.”
먼저 도착한 건축업자가 설비업체 사장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건축업자가 누군가 했더니 강사장님이었군요. 반갑습니다.”
“두 분이 아시는 사이예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몇 번 공사를 같이해서 안면이 있습니다.”
“잘 됐네요. 두 분이서 협심해서 되도록 빠른 시간에 작업을 완료해 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오늘 계약하는 겁니까?”
“예! 두 분 모두 계약서 주세요.”
계약서를 받아 꼼꼼하게 검토한 다음 도장을 찍었다.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오늘부터 시작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업체 사장들이 돌아간 다음 부녀회장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이장님이세요.”
“예! 안녕하세요. 저번에 유과공장 견학가기로 했죠. 오늘 약속을 잡았는데, 시간이 되세요.”
“오늘이요. 잠깐만요.”
부녀회장은 잠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전화를 받았다.
“몇 시에 출발하실 거죠?”
“회장님이 준비되면 바로 출발할 겁니다.”
“얼마나 걸려요.”
“여기서 1시간 정도가면 되는데, 몇 시에 끝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았어요. 그럼 1시간 이내로 준비해서 펜션으로 갈게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녀회장과 전화를 끝내고 미리 연락해 두었던 00마을 이장에게 전화해서 유과공장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물어보았다. 그쪽 이장은 자기가 미리 연락해 두었으니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라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고 기다리고 있으니 40분쯤 지난 후에 부녀회장이 왔다.
부녀회장은 40대 중반으로 나잇살 때문인지 몰라도 약간은 뚱뚱한 편이라 평소 헐렁한 옷을 즐겨 입는 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안에 무슨 옷을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이트한 밤색 코트에 평소 하지도 않던 화장까지 했다. 나름대로 멋을 낸 모양인데, 화장도 어색하고 코트도 한참이나 유행이 지난 디자인이라 볼품이 없었다. 하지만 별반 상관없는 일이라 연변댁에게 늦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니 고맙다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코트를 벗어 손에 들더니 자리에 앉는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 다음 기어를 넣으려고 시선을 내렸는데, 까무잡잡하고 통통한 다리가 눈에 띄었다. 별관심이 없어 눈여겨보지 않아 몰랐는데, 코드 안에 몸에 달라붙은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자리에 앉자 다리가 드려난 것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가 구불구불한 동네어귀를 둘며 심하게 흔들리자 부녀회장이 손잡이를 잡고 버티는데, 무릎에 올려놓았던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차가 계속 흔들리니 줍지도 못하고 계속 손잡이만 잡고 있는데,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원피가 말려 올려가 허벅지까지 드려났다. 동네를 빠져나온 차가 한적한 국도로 접어들자 부녀회장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코트를 주워 뒷좌석에 던지고, 자세를 바로 잡는다.
“한 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거기 가서 뭘 보면 되는 거죠?”
“시설이나 만드는 과정, 포장방법 등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음~ 그걸 보고 배우라는 말씀이죠. 알았어요. 참~ 직원을 뽑는다고 하셨는데, 우리 마을처럼 외진 곳에서 근무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고를 올렸으니 기다려 봐야죠.”
“월급은 어떻게 주조. 당장 돈이 없잖아요.”
“자본금에서 충당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수익이 생기면 그 돈으로 줘야겠죠.”
“음~ 그렀구나.”
부녀회장은 할 말이 없는지 창밖을 구경하다가 하품을 하더니 스스로 잠들어 버린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이제 목적지까지 1Km정도 남았다. 동네로 들어가니 다시 구불구불한 길이 나타났다. 조심스럽게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차를 세우고 부녀회장을 깨우려고 시선을 돌렸다. 부녀회장이 창문을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는데, 원피스가 엉덩이까지 말려 올라가 통통한 다리가 모두 드려나 있다. 더구나 다리까지 살짝 벌리고 있는데 그 사이로 검은 털이 삐죽 빠져나온 팬티까지 보인다. 평소에 정숙한 모습만 보다가 무방비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니 은근히 꼴린다.
“회장님........회장님~”
“아예~ 다 왔어요.”
조금 큰소리로 부르자 부녀회장이 깨어나 고개를 돌리다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보고 급하게 치마를 내리더니 눈치를 살핀다. 창피한 모양이다.
“다 왔어요. 내리세요.”
먼저 차에서 내리니 부녀회장도 코트를 걸치고 내렸다. 한적한 길가에 홀로 있는 건물인데, 입구에 오방유과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입구에서 문을 두드리니 3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오늘 찾아뵙기로 한 주남마을 이장입니다.”
“아예~ 00마을 이장님에 들었어요. 들어오세요.”
아주머니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후끈하다. 찹쌀을 찌고, 유과를 튀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중기와 기름기 때문에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 모양이다. 작업장에는 안내한 아주머니를 포함하여 3명이 있는데, 남자분이 달려와 반갑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 저는 주남마을 이장이고, 이쪽은 우리 마을 부녀회장님이세요.”
“오시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쉽게 찾았습니다. 그런데 세분이서 일하시는 겁니까?”
“평소에는 이렇게 우리 안사람하고, 어머니, 저 이렇게 세 명이서 하고, 일손이 부족할 때는 나머지 가족들도 함께 합니다.”
“장사는 어때요. 잘 되는 편인가요?”
“명절 앞두고는 정신없어요. 아무래도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니까요. 그리고 평소에는 뷔페나 기획사 같은 곳에서 주문이 들어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구입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뷔페나 기획사에서 왜 찾는 거죠.”
“회갑이나 돌 같은 찬치나 행사에 쓰려고 하는 거죠.”
“아~ 그렇군요. 만드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을까요.”
“이쪽으로 오세요. 자세한 공정을 알려드릴게요.”
아저씨는 찹쌀을 불리는 과정, 반죽하는 과정, 찐떡찌는 과정, 얇게 밀기, 말려주기, 튀겨주기, 집청하는 과정들을 직접 시범을 통해 보여주었다. 수첩에 각각의 과정들과 필요한 설비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부녀회장은 유람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뒤에서 구경만 보고 있다. 나중에 자기가 책임자가 되어 만들어야 하는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저씨의 설명이 끝나고, 재료들은 어떤 것이 좋은지, 기름은 무엇을 쓰며, 온도는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지 등등을 물어보고 있는데, 부녀회장은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고 있다. 포장용 박스와 배송방법 등을 직접 살펴보고 견학을 끝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너무 고마워서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간이 되세요?”
“하하하~ 아이들이 기다려서 우리도 그만 들어가야 합니다. 나중에 저희들이 주남마을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때 사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직 공사 중이니 한 달 정도 지난 다음에 오세요.”
“그렇게 하죠. 사실 저도 주남마을 소식 듣고 어떤 분인지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 이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아이고, 제가 무슨 대단한 놈이라고...........하여튼 잘 보고 갑니다.”
아저씨일행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밖에까지 배웅을 나오신다. 아저씨는 30대 후반으로 순박하고 성실해 보인다. 첫 만남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런 분이라면 믿고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지라 다시 인사하고 부녀회장과 차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고 멀어질 때까지도 아저씨는 손을 흔들고 계신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우리 식사하고 갈까요?”
“이장님이 사주시는 건가요?”
“하하하~ 그럼요.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남원에 가면 베트남쌀국수집이 있어요. 거기 갈 수 있나요?”
시간을 보니 6시가 조금 넘었다. 여기서 남원까지는 30분정도 걸리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늦게 들어가셔도 되요?”
“남편에게 미리 늦을 거라고 말하고 왔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남원에 접어들어 부녀회장이 말한 베트남쌀국수집 앞에 주차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붉은 조명등에 검은색 테이블, 그리고 베트남 전통복장을 입은 아줌마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메뉴판을 가져왔다.
“이장님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여기 월남쌈도 맛있고, 이거 톰얌라우도 맛있어요.”
“회장님이 드시고 싶은 것으로 주문하세요.”
“그럼 반세오 하나하고 톰얌라우로 할게요.”
부녀회장이 종업원을 불려 주무하는데,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을 주고받는다. 알고 보니 써빙하는 분도 베트남 분인 모양이다. 주문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반세오라는 음식이 먼저 나왔다.
“새우와 쇠고기, 각종야채를 다져서 만든 부침개에요. 여기 상추랑 싸서 드시면 맛있어요.”
부녀회장이 친절하게 상추에 부침개를 싸서 주었고, 손으로 받으려는데 고개를 흔들고 입을 벌리라고 한다. 마지못해 입을 벌려 받아먹었는데, 느끼는 것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부녀회장은 오랜만에 먹은 고국 음식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다. 조금 후에 톰얌라우라는 음식도 나왔다. 이건 매콤한 육수에 쇠고기와 야채를 곁들어 먹는 것인데, 일본의 샤브샤브나 우리나라 전골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육수자체가 특이해서 역시나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어~ ######## #########”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식당으로 들어오던 여자가 부녀회장에게 다가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지껄이고, 부녀회장도 반가운 얼굴로 손을 붙잡고 떠든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인사하세요. 고향 동생인데 저랑 마찬가지로 한국으로 시집온 친구에요.”
“안녕하세요?”
“예! 이분은 누구?...........언니 남편이야.”
“애는~ 우리 남편은 몇번 봤잖아. 우리 마을 이장님이셔.”
“어쩐지 아닌 것 같다 했어..........안녕하세요? 저기 같이 앉아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30대 초반으로 키는 작지만 얼굴도 작고 몸매도 제법 잘빠져 귀엽고 깜찍한 스타일이다. 그녀는 일행도 없이 혼자 왔는지, 아예 부녀회장의 옆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기나라 말로 떠들고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여자들 이야기하는데 괜히 끼어들기도 뭐해서 조용히 입에 맞지도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고 있었다.
“이장님~ 동생이 술 한 잔 하자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여기서 드시겠다는 겁니까?”
“아니요. 나가야죠.”
“그럼 가시죠.”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있는데, 동생이라는 여자가 부녀회장의 팔짱을 끼고 먼저 나간다. 도대체가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여자다. 밥을 얻어먹었으면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야 정상 아닌가? 속으로 툴툴거리며 나오니 동생이라는 여자가 횟집 앞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이것이 나를 봉으로 아는 모양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ps : 역시 주말에는 저도 쉽니다. 즐감하세요.
--------------작가 주-------------------------
□ 유과 만들기
- 재료 : 찹쌀4컵, 불린흰콩1/3컵, 물1/2컵, 설탕3큰술, 소주2큰술
- 만드는 방법
1. 쌀 불리기 : 찹쌀은 깨끗이씻어 1주일정도 불리는데 도중에 물을 갈아주지 말고 골마지가 끼도록 그대로 둡니다.
2. 반죽하기 : 불린 쌀을 맑은물이 나오도록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주고 곱게빻아 체에 내려서 소주에 설탕을 타고 찹쌀가루에 고루 섞어준뒤 콩물을 조금씩 넣으며 나무주걱으로 섞어주듯이 반죽을 하는데 약간 부스스하면서 손으로 쥐어 뭉쳐지는 정도이면 됩니다.
3. 반죽찌기 : 찜통에 젖은보를깔고 반죽덩어리를 넣어 찌며 중간에 숟가락으로 뒤집어 고루 익혀준다.
4. 찐떡치기 : 찐 떡을 절구 또는 우묵한 볼에 넣고 꽈리가 일도록 방망이로 세차게 치대어 실처럼 따라 올라오면 됩니다.
5. 얇게 밀기 : 밀판에 전분가루를 뿌리고 치댄 떡을 놓은 후 위에도 전분 가루를 뿌려 0.5cm 두께로 밀어준다.
6. 말려주기 : 밀어 놓은 것이 어느 정도 마르면 용도에 맞게 썰어서(강정1cmx4cm.산자7cmx10cm.빙사과는 잘게 썬다)방바닥 등에 한지를 깔고 서로 붙지 않도록 펼쳐놓아 2~3일 동안 말리면 딱딱하게 마릅니다.
7. 튀겨주기 : 처음부터 높은 온도의 기름에서 튀기면 흉하게 부풀어 오르며 낭패를 보게 되므로 튀김 기름을 두 군 데로 준비하여 처음에는 100℃ 정도의 기름 온도에서 서서히 불리며 내용물이 기름위로 떠오르면 건져서 150~160℃ 의 기름으로 빨리 옮겨 넣어 튀겨냅니다.
8. 집청하기 : 설탕1컵,물1컵을 반으로 졸여서 꿀1/2컵(물엿)을 잘 섞어준 집청꿀을 중탕하여 놓고 튀겨내는 유과를 집청하여 준비해놓은 고물(튀밥가루, 볶은깨, 잣가루)을 용도에 맞게 고루 묻혀주면 됩니다.
귀농 일기 -32부.
일요일 아침에 예전에 주남주도를 공사를 했던 업체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무래도 한번 거래했던 곳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으로 인터넷으로 포장기계와 막걸리제조 설비, 지게차 등등 공장 설비를 판매, 설치하는 업체를 검색해서 리스트를 작성했다. 또한 법인에서 사용할 자동차도 어떤 것이 좋을지 검색해서 꼼꼼하게 장단점을 파악했다. 한참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올려 확인해 보니 경미학생이다.
“예보세요.”
“경미에요. 지금 터미널이에요.”
“지금 가는 건가요. 조심해서 올라가요.”
“이장님. 어제 이야기.......나름대로 고민 많이 하고 말씀드린 거예요. 하지만 이장님께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셨으니 말씀대로 할게요. 이장님도 저에 대해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하죠.”
“다음에 다시 뵙게요.”
전화를 끊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머리를 털어버리고 하던 작업에 매달렸다. 오후가 되자 하우스에 들려 우나댁을 만났다. 그녀는 여전히 조금은 우수에 잠긴 얼굴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버섯들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펜션으로 돌아왔다. 저녁이 되자 주말에 오셨던 손님들도 모두 빠지고 연변댁도 돌아가니 펜션이 텅 빈 느낌이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마음까지 허전하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맥주를 꺼내 혼자서 홀짝거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올렸다. 확인해 보니 흥신소다.
“여보세요.”
“00흥신소입니다. 저번에 부탁하신 내용을 말씀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말씀하세요. 김경서라는 분이 어떤 의뢰를 한 겁니까?”
“고객님도 알고계시는 유도훈이란 놈 있지 않습니까? 그놈의 뒷조사를 의뢰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죠?”
“세부적인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고, 다만 의뢰하신 고객께 특별한 문제가 발생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혹시 모르니 김경서라는 분에게 문제가 발생할 것 같으면 다시 연락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죠.”
처제가 유도훈의 뒷조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무슨 내용일까?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최근 들어 아내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내는 몰라도 처제만이라도 행복해져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처제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기에 쉽게 움직이기도 힘들다. 체제가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월요일이 오전에 건축업자가 찾아왔다. 창고로 이동해 수리할 방향을 설명해주니 건축업자가 측량을 끝내고 기본설계도면을 보내주기로 했다. 점심식사 이후 서류를 챙겨 군청으로 달려갔다. 군수는 로비 때문에 아직 서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연선과 함께 서류 검토를 끝내고 광고서를 돌며 신청서류를 접수했다.
“이제 절차는 모두 마무리 됐어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직 할 일 많아요. 창고수리는 언제부터 들어가죠.”
“오늘 보고 갔으니 늦어도 이삼일 후에는 설계도면 나올 겁니다.”
“그래요. 제가 면사무소에 연락해서 창고 열쇠하고 계약서 가져다 드리라고 할게요.”
“계약서? 무슨 계약서요?”
“정부소유건물을 아무런 절차 없이 그냥 대여해 드릴 수는 없죠. 기간은 5년으로 하고 무상대여를 한다는 간단한 내용이니 확인하시고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계설비와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그건 어떻게 하죠.”
“업체가 선정되시면 비교견적서와 함께 저에게 보내주세요. 결제는 제가 할게요. 그리고 나중에 모든 작업이 끝나면 확인서만 써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연선씨에게 신세만 지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나중에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꼭 성공하세요. 그게 은혜를 갚는 겁니다. 무슨 말이지 아시죠.”
“알겠습니다. 몸이 부셔지는 한이 있어도 꼭 성공하겠습니다.”
“저도 이장님 믿어요. 바쁘신데 이제 가보세요.”
“그래요. 연선씨도 다시 들어가 보셔야죠. 다음에 다시 만나요.”
연선과 헤어지고 미리 검색해 두었던 공장설비 업체에 전화해서 상담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 제법 적극적으로 나오는 곳이 있어 주소를 확인하고 달려갔다. 그곳은 전국을 상대로 공장설비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인데, 우리가 원하는 막걸리제조와 포장, 기타 필요한 장비의 구입과 설치를 원스톱으로 서비스해주는 곳이었다. 사장과 면담을 끝내고 수일 이내로 다시 연락을 주기로 했다. 다시 리스트를 검색해서 다른 업체로 향했다. 한곳만 보고 판단하긴 무리가 있으면 최대한 많은 곳을 둘려보아야 한다. 2번째 업체와 면담을 끝내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연변댁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먼저 퇴근하라고 했다.
펜션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려지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연선의 말대로 면사무소 직원이 열쇠와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연선의 말대로다. 5년이란 기간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계약조항 중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도장을 찍고 열쇠를 넘겨받았다. 면사무소 직원이 돌아가고 다시 설비업체 업체들을 돌아다녔다. 마을로 부르지 않고 굳이 찾아간 것은 업체들을 직접 보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총 5개 업체를 돌아보고 3개 업체에 전화해서 현장을 둘려본 다음 견적서를 받기로 했다. 다음날은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자동차 영업소를 찾았다. 이미 기본적인 사향은 사전에 조사했기에 가격을 먼저 협상하고 도장(색칠)에 대해서 상담했다. 법인 차량이니 CI에 맞게 도장(색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비용에 관한 협상을 끝내고 견적서를 받기로 했다.
수요일에 건축업자에게 도면과 견적서가 도착했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크게 문제가 없어, 타 업체 견적서 2부를 더 보내 달라 부탁했다. 몇 시간 후에 업체에서 추가 견적서가 도작해서 연선에게 보내주었다. 연선은 설비업체의 견적서와 차량 견적서가 도착하면 한 번에 결제를 득한 후에 시행하자고 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걸쳐 3개 설비업체에서 다녀간 다음 견적서를 보내왔고 자동차영업소에서도 견적서를 받았다. 대부분의 서류가 준비되어 연선에게 메일로 보내주었다.
“저 연선입니다. 서류는 잘 받았는데, 원본은 언제 받을 수 있죠?”
“월요일에 빠른 등기로 발송하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일단 스캔본으로 결제를 받을게요. 참~ 건축업체는 이곳으로 하고, 설비업체는 어디로 정하신 거죠.”
“A업체입니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업체가 건실해서 나중에 AS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량은 B사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결제 끝나면 그 업체들과 계약하시고 진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
“결제나면 연락주세요.”
“알았어요. 월요일에 다시 연락할게요.”
법인설립에 매달리다보니 일주일이란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하지만 주말이라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토요일에 미리 약속한 변리사 사무실로 달려갔다. 경미가 가져온 CI에 대해 상표권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무실에 미리 약속한 변리사만 기다리고 있었다.
“법인명으로 등록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신설법인이라고 하셨죠. 법인설립허가는 나왔습니까?”
“예! 어제 나왔다고 연락받았습니다.”
“기본 CI하고 캐릭터 2가지를 상표등록하시겠다는 거죠?”
“맞습니다. 변형된 다른 것들도 있지만 그런 것까지 등록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좀 전에 막걸리, 죽순 등의 제품들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셨죠.”
“예! 차차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품을 판매하시려면 나중에 의장등록도 하셔야겠네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오히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일단 상표등록부터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충분히 검토해서 월요일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변리사 사무실에서 빠져나오니 시간이 2시가 넘었다. 마을로 달려가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을 회관으로 호출해서 일주일간의 진행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정관은 꼼꼼히 읽어보셨어요. 혹시 고처야 될 부분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읽어보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장님께서 잘 알아서 하셨겠죠.”
“저도 부녀회장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부녀회장은 베트남분이라 우리말이 서툴기에 예초에 무엇을 바란다는 것이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청년회장까지 이러니 기운이 빠진다.
“작업장 배치는 생각해 보셨어요. 제가 고민해 보라고 했잖아요.”
“그것도 생각은 해 봤는데, 이장님 의견과 별반 차이 없어요.”
“좋아요. 무엇을 만들어서 팔지는 생각해 보셨어요.”
“엿하고 유과 정도가 무난할 것 같아요.”
“청년회장님은요?”
“대나무공예품에 대해 알아봤는데, 뚜렷한 아이템이 없네요.”
“휴~~ 청년회장님께서는 내일 담양에 다녀오세요. 그곳에 가면 전통죽공예 전시장도 있고, 많은 업체들이 있으니 한번 알아보시고, 부녀회장님은 저와 함께 전통유과공장에 함께 가시죠.”
“예? 담양이요? 무턱대고 다녀오라고 하시면.........!!”
“출장비 드릴게요. 필요하시면 몇 가지 샘플도 사오세요. 그것도 영수증 가져오시면 경비 처리해 드립니다. 참~ 경비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법인설립허가가 떨어졌으니 채용공고를 낼 계획입니다. 당장 회계 볼 친구라도 있어야 하잖아요.”
“사무실이 아직 없는데, 어디서 근무하죠.”
“채용공고내고 서류심사에서 면접까지 최소한 2주 이상은 걸리니 그때는 어떻게 되겠죠.”
“알았어요. 그렇게 하세요. 저기..........유과공장은 언제 가죠? 내일 가나요?”
“다음 주에 약속 잡고 연락드릴게요.”
“저기 화요일은 시부모님 병원에 모시고 가야 되니까 그날은 피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엿은 많이 만들어 보셨죠. 과정을 정리해서 저에게 주세요.”
“음~ 부녀회원들에게 물어보고 정리해서 드릴게요.”
부녀회장과 청년회장과의 간단한 회의를 끝내고 펜션으로 돌아오니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겁다. 연변댁이 차려놓은 밥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는가? 그동안 법인 홍보 및 공동판매 사이트의 작업이 대부분 완료되었다. 다만 CI가 없어서 마무리를 못했는데, 경미가 복사해준 파일을 편집하여 나머지 화면을 채우니 사이트가 완성되었다. 펜션 홈페이지는 접속자나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 웹호스팅을 했는데, 법인사이트는 아무래도 서버호스팅을 해야 할 것 같다. 도매인은 이미 등록해 두었으니 월요일에라도 웹호스팅을 하던 업체에 전화해서 서버호스팅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최종 완성된 사이트를 테스트하다 보니 12시가 넘었다. 눈꺼풀이 무겁지만 취업사이트에 사업자로 등록하고 총무 구인공고를 등록했다. 그리고 펜션 홈페이지에도 공지를 띄워 놓았다.
연변댁이 부르는 소리는 깨어보니 10시가 넘었다.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 깨우지 못하고 지금에야 깨우는 거라고 한다. 너무 피곤해서 알람소리도 못 듣고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나마 푹~ 자고 일어나니 몸이 좀 개운해 졌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마을에서 가까운 유과공장들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워낙 영세한 업종이라 검색을 해도 잘 뜨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면사무소에서 나누어준 비상연락망으로 주변 마을 이장들에게 전화해서 알고 있는 유과공장이 없는지 알아보니 다행히 공장은 아니지만 가내수공업형태로 유과를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쪽 마을 이장에게 협조를 구해 월요일에 현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다음으로 일본댁을 찾아갔다. 마침 구씨아저씨와 일본댁이 함께 있었다.
“이장님 오셨습니까?”
“마침 구씨아저씨도 함께 계셨군요. 양조장으로 가시죠.”
양조장은 저번에 수리해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간이 한정되고 가내수공업 형태라 대량생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 창고에 막걸리제조설비가 들어올 겁니다.”
“그럼 이곳은 어떻게 합니까?”
“막걸리시음 및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은 계속 유지하니 이곳은 그대로 운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막걸리 생산은 최대한 줄이고 탁주, 소주, 특주 등을 연구, 개발하는 연구소의 기능을 해야 합니다.”
“연구요?........누가 연구를 해요.”
“나중에 사업이 확장되면 연구 인력을 확충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형님이 하셔야 합니다.”
“제가요? 아니 그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왜 불가능하죠. 평생 술을 만들어 오셨잖아요. 그동안의 경험이 있으니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더구나 막걸리제조 설비가 들어오면 그것도 형님이 관리하셔야 합니다.”
“허허허~ 갈수록 가관이군.”
“시작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시겠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면 되고, 난관이 있으면 부딪쳐서 뚫고 나가면 됩니다.”
“지금 이 나이에 공부를 하라는 말입니까?”
“형님께서 공부하시는데 필요한 경비는 모두 법인에서 부담할 겁니다. 책이 필요하면 책을 사다드리고, 학교를 다니시겠다면 학비를 드리겠습니다. 또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형님이 원하시는 사람으로 채용하세요. 대신 법인에서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서는 형님께서 생산, 유통, 판매, 연구, 개발까지 모두 책임지셔야 합니다.”
“꿀꺽~ 제가 못하겠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다른 분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저는 형님께서 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일본댁이 남편의 눈치를 살핀다.
“여보~ 우리 한번 해봐요. 저도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일본댁까지 나서서 설득하니 구씨아저씨는 크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장님께서 이렇게 노력하시는데, 저만 편하자고 거절할 수 없죠.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깨가 무거우시겠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보죠.”
이야기를 끝내고 펜션으로 돌아가는데, 일본댁이 쫓아왔다.
“왜요? 하실 말씀이라도 있어요?”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하하하~ 뭐가 고마워요?”
“아까 남편 얼굴 봤어. 지금까지 함께 살면서 그렇게 진지한 표정은 처음 봤어.”
“구씨아저씨, 잘 하실 겁니다.”
“농사하고 막걸리 밖에 모르는 사람인데 잘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조금씩 배우고 경험이 축척되다보면 전문가가 되는 거죠. 누님도 옆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쫓아왔는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모르겠어?”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습니다. 양조장들을 다녀보시라고 하세요. 다른 양조장과 공장들을 견학하다보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지,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등등 느끼시는 것이 있을 겁니다.”
“음~ 알았어. 일단 양조장부터 견학 해보란 말이지. 내가 양조장들을 알아봐야겠네.”
“그렇게 하세요. 저는 바빠서 이만 가볼게요.”
“시간도 늦었는데 또 어디가게?”
“내일도 할 일이 많아요. 또 지금까지 한일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동생!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일하다가 쓰려지면 어떻게?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튼튼한 놈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정 걱정되면 누님이 와서 위로 좀 해주면 되죠.”
“무슨 생각하는 거야. 하여튼 엉큼하긴........알았어. 시간 봐서 한번 갈게.”
“그래요. 이만 가볼게요.”
펜션으로 돌아와 일주일동안 진행되었던 일을 정리하고, 건축업자와 설비업체에 전화해서 월요일 오후에 계약서를 가지고 방문해 달라고 연락했다. 다음으로 법인 규정작업에 들어갔다. 직원을 채용하려면 인사규정이 있어야하고, 회계를 처리하려면 회계규정이 있어야 하며, 근무를 하려면 복무규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법제처에 들어가 관련 규정들을 찾아보았다. 할 일이 없었는지, 아니면 규정에 죽고 못 사는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세세한 규정까지 모두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법제처에서 다운 받은 관련 규정들을 토대로 우리 법인 실정에 맞추어 최대한 간단하게 다듬었다. 규정이라는 것은 적을수록 유연하고 활력이 넘치며 진취적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아침에 변리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법인설립허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찾아올 시간이 없어 아직 없다고 하자 자신이 직접 광고서에 가서 찾아오겠다고 한다. 나중에 의장특허 등의 일도 많다는 것을 알고 미리 선심을 쓰는 모양이다. 10시쯤에 연선에게 전화가 왔다. 결제가 떨어졌으니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건축업체와 설비업체가 펜션으로 찾아왔다. 둘을 함께 부른 것은 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야져야 하기 때문이다.
“어~ 이사장님~ 아니세요.”
먼저 도착한 건축업자가 설비업체 사장님을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건축업자가 누군가 했더니 강사장님이었군요. 반갑습니다.”
“두 분이 아시는 사이예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몇 번 공사를 같이해서 안면이 있습니다.”
“잘 됐네요. 두 분이서 협심해서 되도록 빠른 시간에 작업을 완료해 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오늘 계약하는 겁니까?”
“예! 두 분 모두 계약서 주세요.”
계약서를 받아 꼼꼼하게 검토한 다음 도장을 찍었다.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오늘부터 시작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업체 사장들이 돌아간 다음 부녀회장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이장님이세요.”
“예! 안녕하세요. 저번에 유과공장 견학가기로 했죠. 오늘 약속을 잡았는데, 시간이 되세요.”
“오늘이요. 잠깐만요.”
부녀회장은 잠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전화를 받았다.
“몇 시에 출발하실 거죠?”
“회장님이 준비되면 바로 출발할 겁니다.”
“얼마나 걸려요.”
“여기서 1시간 정도가면 되는데, 몇 시에 끝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알았어요. 그럼 1시간 이내로 준비해서 펜션으로 갈게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부녀회장과 전화를 끝내고 미리 연락해 두었던 00마을 이장에게 전화해서 유과공장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물어보았다. 그쪽 이장은 자기가 미리 연락해 두었으니 친절하게 안내해 줄 것이라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고 기다리고 있으니 40분쯤 지난 후에 부녀회장이 왔다.
부녀회장은 40대 중반으로 나잇살 때문인지 몰라도 약간은 뚱뚱한 편이라 평소 헐렁한 옷을 즐겨 입는 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안에 무슨 옷을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이트한 밤색 코트에 평소 하지도 않던 화장까지 했다. 나름대로 멋을 낸 모양인데, 화장도 어색하고 코트도 한참이나 유행이 지난 디자인이라 볼품이 없었다. 하지만 별반 상관없는 일이라 연변댁에게 늦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니 고맙다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코트를 벗어 손에 들더니 자리에 앉는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한 다음 기어를 넣으려고 시선을 내렸는데, 까무잡잡하고 통통한 다리가 눈에 띄었다. 별관심이 없어 눈여겨보지 않아 몰랐는데, 코드 안에 몸에 달라붙은 짧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자리에 앉자 다리가 드려난 것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가 구불구불한 동네어귀를 둘며 심하게 흔들리자 부녀회장이 손잡이를 잡고 버티는데, 무릎에 올려놓았던 코트가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차가 계속 흔들리니 줍지도 못하고 계속 손잡이만 잡고 있는데,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원피가 말려 올려가 허벅지까지 드려났다. 동네를 빠져나온 차가 한적한 국도로 접어들자 부녀회장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코트를 주워 뒷좌석에 던지고, 자세를 바로 잡는다.
“한 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거기 가서 뭘 보면 되는 거죠?”
“시설이나 만드는 과정, 포장방법 등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음~ 그걸 보고 배우라는 말씀이죠. 알았어요. 참~ 직원을 뽑는다고 하셨는데, 우리 마을처럼 외진 곳에서 근무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공고를 올렸으니 기다려 봐야죠.”
“월급은 어떻게 주조. 당장 돈이 없잖아요.”
“자본금에서 충당하면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수익이 생기면 그 돈으로 줘야겠죠.”
“음~ 그렀구나.”
부녀회장은 할 말이 없는지 창밖을 구경하다가 하품을 하더니 스스로 잠들어 버린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이제 목적지까지 1Km정도 남았다. 동네로 들어가니 다시 구불구불한 길이 나타났다. 조심스럽게 운전해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차를 세우고 부녀회장을 깨우려고 시선을 돌렸다. 부녀회장이 창문을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는데, 원피스가 엉덩이까지 말려 올라가 통통한 다리가 모두 드려나 있다. 더구나 다리까지 살짝 벌리고 있는데 그 사이로 검은 털이 삐죽 빠져나온 팬티까지 보인다. 평소에 정숙한 모습만 보다가 무방비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니 은근히 꼴린다.
“회장님........회장님~”
“아예~ 다 왔어요.”
조금 큰소리로 부르자 부녀회장이 깨어나 고개를 돌리다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보고 급하게 치마를 내리더니 눈치를 살핀다. 창피한 모양이다.
“다 왔어요. 내리세요.”
먼저 차에서 내리니 부녀회장도 코트를 걸치고 내렸다. 한적한 길가에 홀로 있는 건물인데, 입구에 오방유과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입구에서 문을 두드리니 3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오늘 찾아뵙기로 한 주남마을 이장입니다.”
“아예~ 00마을 이장님에 들었어요. 들어오세요.”
아주머니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후끈하다. 찹쌀을 찌고, 유과를 튀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수중기와 기름기 때문에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 모양이다. 작업장에는 안내한 아주머니를 포함하여 3명이 있는데, 남자분이 달려와 반갑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 저는 주남마을 이장이고, 이쪽은 우리 마을 부녀회장님이세요.”
“오시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쉽게 찾았습니다. 그런데 세분이서 일하시는 겁니까?”
“평소에는 이렇게 우리 안사람하고, 어머니, 저 이렇게 세 명이서 하고, 일손이 부족할 때는 나머지 가족들도 함께 합니다.”
“장사는 어때요. 잘 되는 편인가요?”
“명절 앞두고는 정신없어요. 아무래도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니까요. 그리고 평소에는 뷔페나 기획사 같은 곳에서 주문이 들어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구입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뷔페나 기획사에서 왜 찾는 거죠.”
“회갑이나 돌 같은 찬치나 행사에 쓰려고 하는 거죠.”
“아~ 그렇군요. 만드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을까요.”
“이쪽으로 오세요. 자세한 공정을 알려드릴게요.”
아저씨는 찹쌀을 불리는 과정, 반죽하는 과정, 찐떡찌는 과정, 얇게 밀기, 말려주기, 튀겨주기, 집청하는 과정들을 직접 시범을 통해 보여주었다. 수첩에 각각의 과정들과 필요한 설비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부녀회장은 유람이라도 나온 사람처럼 뒤에서 구경만 보고 있다. 나중에 자기가 책임자가 되어 만들어야 하는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저씨의 설명이 끝나고, 재료들은 어떤 것이 좋은지, 기름은 무엇을 쓰며, 온도는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지 등등을 물어보고 있는데, 부녀회장은 아주머니와 수다를 떨고 있다. 포장용 박스와 배송방법 등을 직접 살펴보고 견학을 끝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오늘 너무 고마워서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간이 되세요?”
“하하하~ 아이들이 기다려서 우리도 그만 들어가야 합니다. 나중에 저희들이 주남마을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때 사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직 공사 중이니 한 달 정도 지난 다음에 오세요.”
“그렇게 하죠. 사실 저도 주남마을 소식 듣고 어떤 분인지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 이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아이고, 제가 무슨 대단한 놈이라고...........하여튼 잘 보고 갑니다.”
아저씨일행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밖에까지 배웅을 나오신다. 아저씨는 30대 후반으로 순박하고 성실해 보인다. 첫 만남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런 분이라면 믿고 함께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지라 다시 인사하고 부녀회장과 차에 올랐다. 차가 출발하고 멀어질 때까지도 아저씨는 손을 흔들고 계신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우리 식사하고 갈까요?”
“이장님이 사주시는 건가요?”
“하하하~ 그럼요.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남원에 가면 베트남쌀국수집이 있어요. 거기 갈 수 있나요?”
시간을 보니 6시가 조금 넘었다. 여기서 남원까지는 30분정도 걸리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늦게 들어가셔도 되요?”
“남편에게 미리 늦을 거라고 말하고 왔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남원에 접어들어 부녀회장이 말한 베트남쌀국수집 앞에 주차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붉은 조명등에 검은색 테이블, 그리고 베트남 전통복장을 입은 아줌마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메뉴판을 가져왔다.
“이장님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여기 월남쌈도 맛있고, 이거 톰얌라우도 맛있어요.”
“회장님이 드시고 싶은 것으로 주문하세요.”
“그럼 반세오 하나하고 톰얌라우로 할게요.”
부녀회장이 종업원을 불려 주무하는데,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을 주고받는다. 알고 보니 써빙하는 분도 베트남 분인 모양이다. 주문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반세오라는 음식이 먼저 나왔다.
“새우와 쇠고기, 각종야채를 다져서 만든 부침개에요. 여기 상추랑 싸서 드시면 맛있어요.”
부녀회장이 친절하게 상추에 부침개를 싸서 주었고, 손으로 받으려는데 고개를 흔들고 입을 벌리라고 한다. 마지못해 입을 벌려 받아먹었는데, 느끼는 것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부녀회장은 오랜만에 먹은 고국 음식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다. 조금 후에 톰얌라우라는 음식도 나왔다. 이건 매콤한 육수에 쇠고기와 야채를 곁들어 먹는 것인데, 일본의 샤브샤브나 우리나라 전골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육수자체가 특이해서 역시나 입맛에 맞지는 않았다.
“어~ ######## #########”
한참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식당으로 들어오던 여자가 부녀회장에게 다가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지껄이고, 부녀회장도 반가운 얼굴로 손을 붙잡고 떠든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인사하세요. 고향 동생인데 저랑 마찬가지로 한국으로 시집온 친구에요.”
“안녕하세요?”
“예! 이분은 누구?...........언니 남편이야.”
“애는~ 우리 남편은 몇번 봤잖아. 우리 마을 이장님이셔.”
“어쩐지 아닌 것 같다 했어..........안녕하세요? 저기 같이 앉아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30대 초반으로 키는 작지만 얼굴도 작고 몸매도 제법 잘빠져 귀엽고 깜찍한 스타일이다. 그녀는 일행도 없이 혼자 왔는지, 아예 부녀회장의 옆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기나라 말로 떠들고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여자들 이야기하는데 괜히 끼어들기도 뭐해서 조용히 입에 맞지도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고 있었다.
“이장님~ 동생이 술 한 잔 하자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여기서 드시겠다는 겁니까?”
“아니요. 나가야죠.”
“그럼 가시죠.”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있는데, 동생이라는 여자가 부녀회장의 팔짱을 끼고 먼저 나간다. 도대체가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여자다. 밥을 얻어먹었으면 고맙다는 인사정도는 해야 정상 아닌가? 속으로 툴툴거리며 나오니 동생이라는 여자가 횟집 앞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이것이 나를 봉으로 아는 모양이다.
<< 다음 편에 계속 >>
ps : 역시 주말에는 저도 쉽니다. 즐감하세요.
--------------작가 주-------------------------
□ 유과 만들기
- 재료 : 찹쌀4컵, 불린흰콩1/3컵, 물1/2컵, 설탕3큰술, 소주2큰술
- 만드는 방법
1. 쌀 불리기 : 찹쌀은 깨끗이씻어 1주일정도 불리는데 도중에 물을 갈아주지 말고 골마지가 끼도록 그대로 둡니다.
2. 반죽하기 : 불린 쌀을 맑은물이 나오도록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주고 곱게빻아 체에 내려서 소주에 설탕을 타고 찹쌀가루에 고루 섞어준뒤 콩물을 조금씩 넣으며 나무주걱으로 섞어주듯이 반죽을 하는데 약간 부스스하면서 손으로 쥐어 뭉쳐지는 정도이면 됩니다.
3. 반죽찌기 : 찜통에 젖은보를깔고 반죽덩어리를 넣어 찌며 중간에 숟가락으로 뒤집어 고루 익혀준다.
4. 찐떡치기 : 찐 떡을 절구 또는 우묵한 볼에 넣고 꽈리가 일도록 방망이로 세차게 치대어 실처럼 따라 올라오면 됩니다.
5. 얇게 밀기 : 밀판에 전분가루를 뿌리고 치댄 떡을 놓은 후 위에도 전분 가루를 뿌려 0.5cm 두께로 밀어준다.
6. 말려주기 : 밀어 놓은 것이 어느 정도 마르면 용도에 맞게 썰어서(강정1cmx4cm.산자7cmx10cm.빙사과는 잘게 썬다)방바닥 등에 한지를 깔고 서로 붙지 않도록 펼쳐놓아 2~3일 동안 말리면 딱딱하게 마릅니다.
7. 튀겨주기 : 처음부터 높은 온도의 기름에서 튀기면 흉하게 부풀어 오르며 낭패를 보게 되므로 튀김 기름을 두 군 데로 준비하여 처음에는 100℃ 정도의 기름 온도에서 서서히 불리며 내용물이 기름위로 떠오르면 건져서 150~160℃ 의 기름으로 빨리 옮겨 넣어 튀겨냅니다.
8. 집청하기 : 설탕1컵,물1컵을 반으로 졸여서 꿀1/2컵(물엿)을 잘 섞어준 집청꿀을 중탕하여 놓고 튀겨내는 유과를 집청하여 준비해놓은 고물(튀밥가루, 볶은깨, 잣가루)을 용도에 맞게 고루 묻혀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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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고 갑니다^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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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재미 있어서 차근히 잘 읽었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