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각색

아담의 계절 2부

조회 5710 추천 0 댓글 0 작성 17.07.16


"자, 이 순간부터 우리는 수능지옥에서 해방되었음을 선포하노라."
나는 500cc 생맥주 잔을 높이 들고 연극대사조로 이렇게 말했다. 동석한 4명의 피 끓
는 젊은이들도 맥주잔을 함께 부딪히며 "브라보!" "위하여!"등을 외쳤다.
우리는 이렇게 해방의 감격과, 앞으로 전개될 흥미진진한 일들에 대한 기대감을 자축
했다.
해방이란 정말 좋은 것이다. 우선 기분이 날라갈 듯 가뿐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까
지 얼마나 짓눌려 살아왔는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우리는 오늘 대입 수능시험
을 치루었다. 앞으로도 눈치지원과 논술고사, 면접 등의 관문이 남아 있지만 일단 '삼
각함수의 그래프 판별'이니 '구리의 비열 산출 방정식'등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필요없
는 시험문제들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한번이라도 대학을 지망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정말 대한민국의 입시제도
는 못 돼 먹었다. 타고 난 천재이거나, 아버지 끗발이 짱짱해 특레입학이라도 한다든
지, 돈이 많아 일찍부터 외국유학을 떠나거나, 아니면 아예 대학입시 자체를 포기 했
다면 괜찮다.
하지만 나처럼 서민의 자식으로 성적은 상위권에 턱걸이 할 정도로 어정쩡한 처지가 
되면 정말 대학입시 준비란 지옥생활의 연속이다. 나는 고 2 여름방학 때부터 입시준
비에 매달려 왔으므로 근 1년반을 지옥에서 보낸 것이다. 
수험생의 지옥생활에는 가족들도 어느 정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우리집에는 내가 
입시전쟁에 돌입한 이후 가족들의 여름휴가도 없어졌고, 집에는 손님도 찾아오지 못 
했으며, 가족들은 내 공부에 방해될까봐, 혹은 내 기분을 거스를까봐 큰소리도 내지 
못하며 살았다. 아빠 엄마는 섹스도 제대로 못했다. 이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당사
자들로부터 직접 들었으니까.

하루는 내일의 개교기념행사 때문에 오전수업만 하고 집에 갔더니 아줌마 7~8명이 모
여 있었다. 모두 엄마의 여고 동창생들로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며 점심을 함께 먹고 
수다도 떠는 일종의 친목계로 이번달은 엄마가 당번인 모양이다.
엄마와 아줌마들은 나를 보고 모두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나는 "곧 학
원에 가야 하니 마음놓고 즐겁게 놀다 가세요"라고 예의바르게 말했다. 그래서 아줌마
들은 안방으로 장소를 옮겨 숨을 죽이며 하던 이야기들을 계속했다. 그런데 내가 말린
 운동화를 가지러 베란다로 나갔더니 말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수다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아휴,저 상전들.대학입시가 빨리 끝나야지. 우리집에서는 민정이 그년 때문에 아예 
밤일도 못하잖아."
민정이 엄마의 목소리였다. 민정이도 나와 같은 고3이다.
"그것 참 문제로구나. 유난히 밝히는 넌데..."
이 소리의 주인공은 입이 걸기로 소문난 배성숙 아줌마다.
"에이, 아무리 아이들 때문에 밤일을 못 할라고...? 그럼 세상의 부부들이 둘째 아기
도 못 만들겠네."
한 아줌마가 반론을 제기했다.
"그건 남편의 애정이 식었거나 요즘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등으로 인한 발기불능 때문
일지도 몰라. 남자들은 그런 현상이 나타나도 다른 핑계를 댄다는 거야." 
듣고 보니 홍복임 아줌마다. 엄마의 동창중 결혼은 제일 늦게 해서 아직 큰 아이가 초
등학생이란다. 
"너는 아직 못 겪어봐서 그래. 우리 애들은 2년 전에 대학입시를 다 끝냈지만 지금 생
각해도 그 시절이 지긋지긋하다."
한 아줌마가 반박했다.
"우선 몸이 고단해서도 잘 못해. 새벽밥 먹여서 학교에 태워다 줘야지. 돌아 오면 다
시 잘 먹여서 학원에 싣고 갔다 밤늦게 데려 오지.그 애 늦도록 공부하는 동안 나는 
또 기도해야지. 더구나 자식이 그토록 힘든 일을 하는데 그 시간에 부모라는 것이 옆
방에서 발가벗고 그 짓을 한다는게 염치가 없지. 집에 대학 입시생이 있으면 부모도 
아예 생활이 수험생처럼 돼 버린다니까."

"너는 그래서 아들이 서울대학에 갔으니 보람이라도 있지. 우리 민정이 년은 공부도 
지지리 못하는 것이 지 에미 보지에 자물쇠를 채워놓은 격이라니까." 
동조자가 생기자 민정 엄마는 푸념에 힘이 생겼나보다.
"우리 남편은 몇달 째 잠자리에서 아예 몸도 건드리지 않는 거야. 나도 더는 못 참겠
더라구. 그래서 하루는 정색을 하고 '한번 하자'고 했지."
"너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그래도 남편은 안 된다는거야. 아까 숙자 말처럼 민정이가 밤새워  공부하는데 부모
로서 그 짓을 할 수 없다는 것이고, 더구나 나는 소리를 질러 대니까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죽어도 소리는 안 지르겠다고 약속까지 했지."
"그래 하긴 했니?"
한 아줌마가 말 허리를 자르며 물었다. 모두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엿보기 취미처럼 남
의 집 안방 일에 호기심이 더 하는 모양이다. 나도 섹스에 관한 이야기라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게 더 죽을 맛이었어. 몇달만에 좆맛을 보니 몸은 오죽 달아 오르니. 그런데 소리
를 안 질러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나기는 커녕 진땀만 바작 바작 흐르지. 그
래서 그 후 한번은 민정 아빠가 집적거리는데 내가 거절 했어. 진땀만 빼느니 민정이 
대학입시 때까지는 아예 그 맛을 잊고 살자고 결심을 했다."
"감동적이면서도 지독한 모정이로구나. 혜숙이 너는 어떠냐?"
한 아줌마가 엄마를 대화에 끌어 들였다.

"우리도 잘 못하지, 뭐."
엄마는 그냥 얼버무리려 하는데 그 아줌마가 또 물었다.
"너는 그리 밝히는 편이 아니라도 민지 아빠가 대단한 정력가라며?"
"그렇긴 해. 하루는 퇴근 무렵에 나를 회사 쪽으로 나오라는 거야. 그래서 저녁을 같
이 먹고 어디로 간지 아니? 모텔이었어."
"어머! 느네 신랑은 정말 낭만적이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오며 한 아줌마가 물었다.
"그래, 몇번이나 했니?"
"얘는... 우리가 뭐 십대냐, 몇번씩 하게...하지만 결혼 후에는 처음 가 보는 모텔에 
분위기도 야릇하고 해서 좀 요란하기는 했지."
"기집애, 좋았겠다. 요란했다면...너는 신랑 그것 빨아 먹고, 신랑은 네 그것 핥아 먹
고... 너 분명 펠라치오도 했지?"
"느네들은 안 하니, 뭐? 더구나 우리도 살을 섞은지 한달도 넘었는데다 방값이 아까워
서도 어떻게 조용히 그짓만 하고 나오겠니?"
엄마는 마치 죄를 짓다 발각된 사람처럼 변명조로 말 하는데 아마 얼굴도 붉혔을 것 
같다. 여기 저기서 또 탄성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엿듣는 나도 어느 새 아래 쪽이 뻐
근해 왔다. 평소 그저 조용하고 정숙하게만 보였던 엄마가 어느날 모텔방에서 아빠와 
서로 성기를 빨아 대며 딩굴었다니...아마 조금 후면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마스
터베이션을 하게 되겠지.
그런데 그날 나는 또 하나 감동을 받았다. 못난 아들의 장래를 위해 허가받은 섹스조
차 참고 사는 아빠 엄마의 희생정신에 대해서다. 그래서 나는 그날 중대한 결심을 했
다. 아빠 엄마의 정성에 대한 보답으로 나도 입시를 치룰 때까지는 절대 섹스를 안 하
겠다는...만약 이를 어긴다면, 삼국시대 김유신은 애마의 목을 잘랐다지만 나는 타고 
다니는 말도 없으니 좆 대가리를 자르겠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그리고 그 맹서는 지금
까지 지켜져 왔다.

"아빠 엄마, 오늘은 부디 섹스를 마음껏 하소서. 펠라치오를 해도 좋고, 동네가 떠나 
갈 듯 소리를 질러대도 좋사옵니다. 부디 마음껏 즐기소서."
나는 속으로 아빠 엄마에게 효심 가득한 축원을 보냈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한마디 
덧 붙였다.
"아빠 엄마, 오늘은 소자도 몸을 풀겠나이다. 두분의 당당한 아들로서 소자도 이제 여
자의 몸에 깃발을 꼽겠나이다. 그래서 그 지겨웠던 총각딱지를 오늘은 기필코 떼어 버
리겠나이다."
오늘 우리들의 해방 자축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씹을 하는 것이다. 벌써 오래 전부
터 우리 피 끓는 청년 다섯명은 수능시험이 끝나는 날 미아리 텍사스로 원정을 떠나기
로 약속을 했다. 이렇게 초저녁부터 맥주집에 앉아 있는 것은 단지 워밍 업일 뿐이다.
 더구나 우리는 적당한 알코올이 조루방지에 좋다는 상식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절차상 약간 이견이 생겼다.
현우와 병준이는 어디 디스코 텍이나 나이트 클럽에 가서 몸을 더 풀고 가자고 했고, 
상태와 경호는 이집에서 나가 바로 창녀촌으로 가자고 주장 했다.네명의 눈동자가 모
두 나한테 몰려 있었다. 내가 잠깐 사색에 잠겨있는 동안 그들은 나에게 작전권을 준 
셈이었다.
"글쎄...어느 쪽을 먼저 가도 괜찮겠지. 하지만 지금 디스코 텍은 한창 붐빌 시간이고
, 이놈 저놈 많이 거쳐가기 전에 여자 쪽을 먼저 찾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표현은 이렇게 점잖았지만 나 역시 방귀를 붕붕 뀌어대며 화장실로 달려가는 놈처럼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 가고 싶었다.

이제 타임 스케쥴도 확정됐다. 우리는 석잔 째인 마지막 생맥주 잔을 높이 들었고 나
는 또 연극대사를 읊었다.
"자, 우리는 이제 새로운 경지에 접어 드노라! 18년간 간직해 온 동정의 장송을 애도
하며..."
모두 잔을 부딪히려는데 현우가 손을 빼더니 초를 쳤다.
"동정의 장송이라니...? 너 아직 못 해 봤니?"
"그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렇게 초저녁부터 술집에 앉아 있다지만 우리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러나 좌중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다른 세명도 술잔
을 내려 놓고 깔깔대며 떠들기 시작했다.
"아니, 민수 이 자식이 아직 숫총각이래."
"와, 대단하다! 천연 기념물이 여기 또 하나 있구나."
'그 잘 생긴 좆을 아직 한번도 안 담그어 봤단 말이냐?"
"민수 너 혹 게이 아냐?"
"게이라면 똥치를 찾아갈 것이 아니라 제가 똥빽을 대야지. 야, 누가 박아줄 놈 있어?
"

짜식들이 해도 너무 한다. 어찌나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지 옆좌석 손님들도 우리쪽으
로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그래,네놈들은 언제 딱지를 떼었는데 그리 야단이야?"
나는 부아가 치밀었지만 침착하게 응수했다.
"나는 중 3 때. 처음 보지 맛을 본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지만 그땐 좆물도 안 나왔고
, 본격적으로 한 것은 중3 때부터지."
상태가 마치 누가 물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톡 튀어 나오며 으스댔다. 나는
 상태의 그런 짓거리가 얄미워 한대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의 말은 인정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동창인 상태의 내력은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태는 중 3 때 두살 아래인 친동생 상미와 씹을 했다는 사실을 내게 털어 놓았고, 그
 후로도 수시로 어제는 몇번을 했느니, 어떤 체위로 했느니 하는 것들을 들려 주었다.
 더구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소위 '빠구리 사건'에는 나도 현장의 목격자였다. 
사실은 인정하지만 녀석에게 면박을 주고 싶었다. 야 임마, 제 친동생 따 먹은 것도 
자랑이냐? 더구나 처음 빠구리 할 때는 펌프질 하는 것도 몰라서 가만히 박고만 있었
던 놈이... 하지만 막상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는 못 했다. 나 역시 누나나 동생에
게 음심을 품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성공을 못 했지만. 또 초등학교 3학
년 때는 현장에 있으면서도 나만 빠구리를 못하지 않았던가.

"나는 고 2 때."
병준이가 말했다. 나는 병준이의 말도 인정한다. 녀석은 친한 친구들 사이에 꽤 알려
진 '캠코더 사건'의 장본인이다.
병준이는 작년에 학원에서 만난 이웃 여고생을 임신시켰다. 그래서 수술비를 마련한답
시고 제 아버지의 캠코더를 훔쳐 내다 팔았다. 원래 설치기 좋아하는 병준 엄마는 관
리사무소를 찾아 "경비를 어떻게 섯길래 이 모양이냐"며 법석을 떨었다. 
공교롭게도 관리사무소장은 전직 형사 출신이었다. 경비로부터 "그날 특별히 드나든 
사람은 모르겠고 아들이 검은 색 가방 하나를 들고 나갔다"는 말을 들은 관리소장은 
쾌재를 불렀다. 옛날 부하에게 부탁을 했더니 채 몇시간도 안 되어 동네 전파상에서 
장물을 찾아낸 것이다. 이 사건으로 병준이는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새우고 나왔고 그 
후부터 병준 엄마는 시장을 갈 때나 집에 들어 올 때도 관리사무소가 안 보이는 후문 
쪽으로 돌아 다녀야 했다.

"병준이도 보기보다 늦은 편이구나. 나는 고 1 때 딱지를 벗었는데..."
현우에 이어 경호도 말했다.
"나는 고 3 때. 그것도 친척 누나한테 내가 따 먹힌 것 같아. 여기선 내가 제일 늦동
이인데다 내용도 빈약하지. 씨팔, 컴플렉스 생기네."
"야, 여기 천연 기념물 박민수도 있는데 컴플렉스는 무슨 컴플렉스야."
녀석들은 또 다시 나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웃으며 칼질을 해 댔다. 나는 그 놈들이
 모두 그렇게 일찍 총각딱지를 떼었다는데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계속 나를 놀려 대
는데 점점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냉정한 이성과 판단력으로 분노를 자제할 수 있었다
.

오늘의 빅 이벤트, 수능시험의 결과로 본다면 이자리의 다섯명중에는 내가 단연 월계
관 감이다.
나는 서울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과만 잘 선택하면 서울의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어떤가. 여기 있는 네명중 경호가 서울의 3류 대학이나 지방 캠
퍼스에 정도에 가능성이 있다. 현우는 지방의 후진 대학이나 전문대에 겨우 턱걸이 할
 정도다. 상태는 그나마도 별로 가망이 없다. 어디 정원 미달의 전문대에 원서를 잘 
내야 대학 뱃지를  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악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고 3에 올라와서 10번도 넘게 수능 모의고사를
 치룬 터라 서로의 수준을 빤히 알고 있다. 천지개벽 같은 이변이 없는 한 진학의 운
명은 평소의 실력대로 결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녀석들은 내게 평소 품어 왔던 학업성적에서의 컴플렉스와 질투심을 마침 총각딱지가 
화제가 되자 이렇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발산하고 있는 셈이다. 녀석들의 심리를 이
해하게 되자 나는 오히려 동정심조차 우러나고 마음이 느긋해 졌다.

그래서 텍사스를 향해 막 일어서려는네 이번에는 경호가 초를 쳤다.
"그런데 민수야. 너 천연 기념물이라는 말까지 들어 오며 지금껏 지켜 온 동정을 똥치
한데 내 던진다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니?"
"야 임마, 여자는 아무나 따 먹는지 알아? 우리 막내 외삼촌은 일류대 출신에 일류 기
업에 취직해 누가 보기에도 전도양양한 킹카인데 연애 한번 못해보고 숫총각인 채 34
살에 중매로 겨우 결혼을 했어. 섹스라는 것은 것보기와 달리 또 독특하고 천차만별인
 능력이 있는거야."
현우가 내세우는 이론에 나는 더 이상 자제하기가 어려웠다.
"이 새끼가 괜히 남 골 지르네. 그래, 내가 여자 하나 못 따 먹는 좀팽이란 말이냐?"
"너를 좀팽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어. 하지만 여자, 혹은 섹스 문제로 보면 결과가 그
렇게 나와 있잖아."
"야 임마. 나도 손짓만 하면 지금이라도 발가벗고 달려 올 계집애들이 줄을 서 있어. 
여태까지는 입시 공부하느라 어쩔 수 없었지만."
열이 올라 나도 모르게 좀 과장된 허세를 부리는데 현우는 여전히 "입시 공부는 너 혼
자 했구나"라고 이죽거렸고, 상태도 킥킥대며 "실제로 박아 봐야 아는거지" 라며 가세
했다.

"좋다! 이 새끼들아. 그럼 아주 내기를 하자. 술? 돈? 진 놈이 이긴 놈 앞에서 딸딸이
 치기...? 아무거나 좋아."
나는 선수를 쳤다. 학업성적은 제쳐 놓더라도 외모나 허우대, 운동 실력이나 유머 감
각 같은 것으로도 다 나에 비해 별 볼일 없는 놈들 
앞에서 계속 이렇게 밀리며 놀림만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내기? 어떤 조건으로 하는 건데...?"
"간단하잖아. 네가 부정하거나 의구심을 갖는 것을 내가 직접 몸으로 실천해 증명하면
 되지. 바로 내일이라도 내가 똥치 아닌 아마추어를 따 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창녀하고 하고서도 아마추어하고 했다거나, 아예 하지도 못하고서 딱지를 뗐
다고 하면 어떡하니?"
현우는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깐죽거렸다.
"야 이 새끼야. 사람을 어떻게 보는 거야? 이 박민수가 한번 맹서나 약속을 했다면 하
늘이 두쪽 나더라도 절대로 지켜."
계속 열이 치밭자 나도 모르게 행동이 과장 되었다. 나는 한 손을 치켜들어 선서하는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이 박민수는 앞으로 절대 동정을 똥치에게 바치지 않겠으며 기필코 아마추어를 따 먹
겠습니다. 이 약속을 에수님, 부처님, 아니 우리 엄마까지 걸고서 맹서하는 바입니다.
...자, 됐냐?"
내 오버 액션에 경호와 병준이가 픽 웃는데 상태가 "민수가 약속이나 정직성만은 틀림
 없는 놈이야. 그건 내가 보증할께"라고 처음으로 나를 거들자 현우도 마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우리는 내기의 조건을 확정했다. 우리가 합의한 내용은 내가 한달 안에 아마추어
를 따 먹으면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처음 "일주일이면 족하다"고 주장했지만 "
지금껏 못 한 것이니 한달로 해 주겠다"고 대단한 인심 쓰듯 말했다. 나도 여유 있는 
조건이 손해될 것 없다는 생각으로 받아 들였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이날의 텍사스 원정대에서 혼자만 빠지게 되었다. 당장은 좀 씁쓸했
지만 기껏 똥치나 끌어 안는 저놈들보다 나는 품격과 가치가 있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
받은 특공대다 라는 자부심으로 심경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선택한 나의 새로운 임무가 그토록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게 될지
를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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