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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2017.06.19 11:09

고교 3년생의 사랑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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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얘네들 날 납치하려고 했어! 이상한 놈들이야!"

  "뭐야!?"

   지혜의 호들갑스러운 한마디와 함께 지훈의 두눈에 불똥이 튀겼다. 지

훈은 금방이라도 잡아 죽일듯한 얼굴로 휙하니 택천의 두 부하를 돌아 보

며 외쳤다.

  "너네들 뭐하는 놈들이야!?"

  "......!?"

  택천의 두 부하는 당황하여 잠시 멈칫하니 상황을 고려했다. 분명히 누

나하고 혼자 산다고 했는데 형도 있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누나의 애인? 

둘은 매우 혼란에 빠져 서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지훈이 외쳤다.

  "사람을 납치하면 무기징역인거 몰라 이 자식들!"

  "뭐,뭐야 임마!? 이게 죽고 싶나!"

  지훈이 꽤 둘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에 택천의 부하둘도 성난 듯이 지

훈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승부는 아차하는 한 순간에 끝나고 말았

다.

  퍼벅-!

  둔탁한 소리가 몇방 울리고, 잠시후 택천의 부하 두명이 힘없이 땅바닥

에 나가 떨어졌다. 지훈이 별 그지같은 자식들 다보겠다는 듯이 가까이 

쓰러져 있는 한 녀석의 멱살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나랑 경찰서에 가자 임마!"

  "으으......!"

  권투선수인 지훈의 주먹을 정통으로 한대씩 맞은 택천의 부하들이 이

미 다리가 풀려 있었다. 그때 소란을 눈치채고 집안에 있던 지영이 바깥으

달려 나왔다. 그녀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놀란 얼굴로 외쳤다.

  "무,무슨 일이야!?"

  "어, 지영아."

  지훈이 멋적은 듯이 지영을 돌아보았고 그순간 부하둘의 눈빛이 감잡았

다는 듯이 번쩍였다. 그렇군. 바로 저 여자가 정민형이란 놈의 진짜 누나

였군! 착각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챈 부하중 한명이 몸을 비틀어 지훈

에 손에서 빠져 나왔다.

  "이놈이?"

  지훈은 다시 손을 뻗어 녀석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재빠른 고등학생 

둘은 어느세 골목 저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저 애들......?"

  지혜가 기분 나쁜 얼굴로 양팔로 몸을 감싸 안은채 중얼거렸다.

-------------------------------------------------------------------

  "이,이상한 놈이 또 있어요! 엄청 강해요!"

  택천에게 돌아온 아까의 부하둘이 얻어 맞은 볼을 감싸 안은채 긴장한

듯이 보고했다. 택천은 영문을 모르고 그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누나 말고도 남자 한명이랑 여자 한명이 더 있는데 셋 다 알고 지내는

사이 같아요. 게다가 남자쪽이 운동을 했는지 엄청 쎄서......"

  "그런말은 못들었는데...... 기현?"

  택천이 기현을 돌아보며 턱을 끄덕 움직이자 기현도 낭패라는 얼굴로 모

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택천이 초조한 얼굴로 한손을 턱에 가져

같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그놈은 이상해...... 정민형이 틀림없어.'

  자신이 보낸 한영 일당을 깨끗하게 처리한것도 그렇고...... 또 자취집

에 싸움꾼과 여자를 끌어들인 것도 그렇고 결코 평범한 학생이 자취하면서

할 행동이 아니었다. 택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전면전 뿐이야."

...................................................... . . . . . . 

  "택천아 너 왜그래!! 도대체 그깟 녀석 하나 때문에 얼마나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야!"

  한영은 전화기를 붙잡고 전화를 걸려고 하는 택천을 말리며 이렇게 다

그쳤다. 지금 택천은 냉정하게 사리를 판단할 능력을 잊고 있는 것 같았

다.

  "그 자식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도와달랠 수 밖에 없어......"

  "너 돌았냐?! 우리한테는 100명이 넘는 동맹이 있어! 적은 하나고! 강석

이 형까지 부를 필요는 없다고! 또 그형은 공짜로는 아무일도 해주지 않잖

아!! 게다가...... 진짜 폭력배잖아!"

  "애들한테 말해서 돈을 끌어 모아......"

  "유택천!!"

  한영이 결사적으로 말렸지만 유택천은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온통 타도 정민형만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

  그날 오후 4시경. 지영과 지훈들은 마루에 걸터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쐐

며 TV를 보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은 제쳐 두고 시원

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수 있는건 모두 든든한 지훈이 있는 덕분이었

다.

  "계십니까?"

  그때 대문앞에서 누군가가 인기척을 냈다. 지영이 고개를 돌리자 대문에

서 있는 외판원이 보였다. 지영이 샌달을 신고 대문쪽으로 나가며 물었

다.

  "누구세요~?"

  "네, 어린이들에게 좋은 동화가 많이 있는데 좀 보시라고요."

  "저희집엔 애들 없는데요."

  지영이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젓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외판원의 두눈이

짐승처럼 번쩍이더니 그의 왼손이 재빠르게 지영의 팔을 붙잡아 뒤로 꺾었

다. 지영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다른 한손에 있는 덮덮한 종

이 뭉치가 코와 입을 덮어버렸다. 지영은 한순감 아찔한 정신을 느꼈다.

  "뭐야 넌!?"

  깜짝 놀란 지훈과 지혜가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그순간 외판원

의 좌우에서 각목을 든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지훈이 두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 멈춰 섰다. 지영의 입에 틀어 막은 것은 수면제였다. 지영이 

기운없이 축 늘어지는 것을 보며 지훈의 두눈에 불꽃이 일었다.

  "죽이겠어!!!"

  "지훈씨!?"

  흥분한 지훈이 막무가내로 주먹을 뻗으며 달려들었고 동시에 우지끈 둔

탁한 소리를 내며 각목 하나가 지훈의 뒷통수를 강타했다. 지혜가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쓰러진 지훈의 머리를 2번 3번 계속되는 각목의 추가 타가

매겨졌다. 지훈은 그대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고 지영을 붙잡은 외판원

남자가 씨익 웃었다.

  "동생이 오면 전하라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연락을 해준다고

말이야. 경찰에 연락하려면 해...... 우린 사이렌 소리를 매우 싫어하거

든."

  "......!"

  지혜는 부들부들 떨면서 한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이것은 범

죄다. 단연코 범죄인 것이다. 그들이 지영을 데리고 사라지자 지혜는 황급

히 지훈에 앞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지훈은 정신을 잃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지훈씨!! 지훈씨!!"

  지혜가 울면서 지훈의 이름을 외쳤으나 쓰러진 지훈은 눈을 뜰줄 몰랐

다.

-------------------------------------------------------------------

  "아, 더워...... 여름이 되니까 정말 덥네."

  민형은 셔츠 단추를 푸르며 책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

직 초여름 이었지만 오존층이 무뎌졌는지 더위가 일찍도 찾아왔다. 민형은

어서 집에 들어가 샤워하고 시원한 거 한잔 마셔야 겠다. 라는 생각으로 

걸음을 제촉했다.

  "......"

  그때 전신주 뒤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민형을 유심히 지켜보는 녀석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택천의 패거리중 한명이었다.

  "지영씨 저 학교 다녀 왔어요~"

 

  민형인 히죽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맞이할 지영의 목소리를 기

다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집안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 드르륵

방문이 열리더니 두눈이 새빨갛게 부은 지혜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녀는 

민형의 얼굴을 보더니 다시 눈물이 핑 하니 눈물이 고였다.

  "미,민형씨!"

  "지혜씨?"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민형이 재빨리 지혜가 있는 방으로 건너

갔다. 그곳에서 민형이 본 것은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잠들어 있는 지훈

이였다. 지혜가 울먹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민형씨...... 나,납치범이...... 납치범이 지영일 데려갔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애...... 지훈씨도 다치고......"

  "뭐라고요!?"

  지혜의 말에 민형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한자리에 우두커니 멈춰섰다.

납치범이 선생님을 데려 갔다고!? 도대체 왜!? 아니 그것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경찰에 신고 안했어요!? 빨리 해야죠!"

  "안돼! 그럼 지영이를 죽인데!!"

  "주,죽여요!?"

  "......"

  지혜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민형은 망설일 수 없었다. 이

럴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바보 짓이다. 협박을 믿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없다.

  "역시 신고해야 해요!"

  "안돼!!"

  신고하려는 민형과 말리는 지혜 사이에 옥신각신 다툼이 벌어졌다.

  - 따르르르르릉!!

  그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지혜와 민형의 시선이 일제히 전화기로 쏠렸

다.

 PART-67

  긴장의 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민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전화를 받았

다. 이곳에 전화를 걸 사람이라면 아버지나 어머니...... 그 외에는.

  "여보세요......?"

  수초의 정적이 지나간후 전화를 받은 민형에 귀에 익숙하지 않은 기분나

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가 정민형이냐? 열심히 공부하고 왔는데 집안 꼴이 말이 아니

지? >>

  "......!"

  아니나 다를까. 전화를 건 것은 바로 지영을 납치해 간 폭력배였다. 아

니 어쩌면 이곳에 나타났다던 그 장본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민형은 침

착하게 지혜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수화기에 대고 질문했다.

  "누구냐?"

  << 누구냐고? 몰라서 물어? 네 누님을 모시고 있는 분이지. >>

  "당신...... 납치는 범죄라는 것 몰라?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조용히

수습하지......"

  침착하게 입을 여는 민형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민형은 분노를 가까스

로 가라앉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민형의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먹혀 

들리는 없는 법. 전화를 건 인물이 재미있다는 듯이 코 웃음을 쳤다.

  << 범죄라고? 웃기는 말을 하는 놈이네. 그래 신고해라 이 자식아. 신고

하고 너희 누나 평생 인생도 망치는 거야. 별 두개가 3개 된다고 뭐 달라

질 것 있겠냐. 동시에 너네 누님도 총각 별딱지 10개쯤 때주게 될거다.>>

  "도,도대체 원하는게 뭐야!"

  민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초조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혔다. 그제서야 

수화기 속에 인물은 만족한 듯이 본론을 제시했다.

  << 나는 너희 학교의 유택천이와 친한 사이야. 그런데 네가 전학온 몸으

로 건방진 짓거리를 서슴치 않았다메? 그게 보스인 유택천의 비위를 건드

려서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 이거야. 원인을 따져보면 모두 네 잘못이라

고. 알겠어? 모르겠어? 모르겠지? 머리가 나쁠테니까...... 낄낄낄. >>

  이자식...... 민형은 이를 악물며 수화기를 부숴 뜨릴 듯이 움켜 쥐었

다. 그러나..... 현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저쪽이었다. 어떤 일이 일어

나도 지영의 안전이 민형에게는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원하는 대로 해주지. 민형은 눈을 부라리며 이렇게 물었고 수화기 속에

목소리가 이내 이죽거리며 대답했다. 

  << 4시간후...... 그러니까 밤 9시경에 용두천 고수부지로 나와. 알지? 

시내 나가는 쪽 말이야. >>

  "안다......"

  민형이 분한 마음을 참고 나지막히 대답하자 수화기 속의 인물은 만족

한 듯이 웃으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 그래, 그럼 얌전히 나오도록 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너희 누

님이 무사히 돌아갈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이따가 보자. >>

  - 딸칵

  - 뚜우 뚜우 뚜우

  "......"

  전화가 끊기고 적막한 신호음이 계속됐다. 민형은 얼굴이 검게 일그러져

쾅, 하고 전화를 끊었다. 뒤에서 민형의 통화는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지

혜가 황급히 다그쳤다.

  "뭐,뭐래!? 돈을 달래요!? 어떻게 하래요!!"

  "나보고 오라는데요......"

  "뭐!?"

  납치범이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민형을 나오라고 했다고? 지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뭣하러 납치한 걸까? 그때 사색이 된 지혜를 향해

민형이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단순한 고교 폭력 사건이니까 지혜씨도 절대 경찰에 신고하지 마

세요."

  "순진한 민간인이 납치 당했는데 단순한 폭력사건이라고!?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어이없다는 듯이 반박하는 지혜에게 고개를 흔들며 민형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또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어디다 거는거야?"

  생각보다 침착하게 행동하는 민형이 자기도 모르게 의지가 되서 지혜가 

물었고 민형은 아무런 대꾸없이 수화기에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민형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결코 마음이 평탄하지 많은

안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지혜의 얼굴이 점점 초조하게 변색했다.

-------------------------------------------------------------------

  "9시에 오겠다는군."

  원강석은 이죽거리는 얼굴로 핸드폰을 끄고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

의 주위에는 강석의 통화를 지켜보고 있던 유택천과 몇 명의 아이들. 그

리고 꺼름직한 표정으로 뒤 떨어져 있는 서한영의 모습이 있었다. 강석이

오랜만에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한다는 듯이 사악하리 만치 일그러진 얼굴

로 모두를 향해 말했다. 이곳은 고수부지 근처에 작은 창고. 그들은 9시

가 될 때까지 이곳에서 매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민형

역시 녀석들이 설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

다.

  "돈은 어딨냐?"

  "곧 가져 올거예요."

  보수에 민감한 강석에게 이렇게 대답하며 유택천이 꺼름직한 얼굴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상대가 정민형만 아니라면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때 강석이 마치 선심쓰는 사람처럼 눈을 내리깔고 거만하게 

중얼거렸다.

  "택천이나 너희들이 학교 후배니까 이 정도로 해주는거지. 사실 뭐하는

놈인지 모르지만 전학생 상대로 인질극이라니, 너희들 고교생이 콩밥먹고

싶은건 아니겠지?"

  "그 자식은 절대로 경찰에 신고 안할거예요."

  택천이 자신 있다는 듯 굳은 얼굴로 대답했고 강석은 어련하겠냐는 듯이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강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정시킨 시선 안에는 두팔이 묶인채 잠들어 있

는 지영의 모습이 있었다.  

............................................. . . . .  .  .  .  .  .

  "여덟시 10분......"

  사복으로 갈아입은 민형은 비장한 표정으로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9시

가 되기까진 이제 50분이 남아 있다. 민형은 장갑을 끼고 검은 워커에 끈

을 묶었다. 조금전 정신을 차린 지훈의 곁에서 그를 간호하고 있던 지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민형에게 말을 건넸다.

  "민형씨 정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갈 생각이예요?"

  아무리 그래도 납치 사건인데...... 게다가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지 모르는데 혼자 가겠다니, 지혜는 민형의 겁없는 태도가 걱정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민형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 자식들이 노리는게 돈이나 다른게 아니라면...... 오히려 이쪽이 안

전해요. 고교생들이 담이 커 봤자 얼마나 크겠어요. 도발시키지만 않으면

큰일은 저지르지 않을거예요."

  "그,그래도 혼자가는건 너무 위험한데......!"

  "그렇다면 내가 따라가면 되겠군!"

  혼자가려는 민형을 말리려는 지혜의 뒤에서 한순간 악에 받친 목소리가

뻗쳐 나왔다. 지혜와 민형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이마에 붕대를 칭칭

감은 지훈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악에 받친 표정으로 눈을 이글거리며

마루로 걸어 나왔다.

  "너 혼자 가려고? 아무리 애써도 혼자는 안될거다. 나도 간다."

  "지훈씨 미쳤어!?"

  오기를 부리는 지훈을 억지로 눌러 앉히며 지혜가 무섭게 외쳤고 민형

은 어림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지훈은 지혜와 민형은 상관

없다는 듯이 비틀 비틀 일어나 억지로 신발을 신었다.

  "나는 권투 선수라 맷집이 좋아! 이 정도는 끄덕없어! 그보다 내 동생이 

잡혀 간거야! 나보고 가만 있으란 말이야!?"

  "지훈형 걸을수는 있어요?"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듯이 민형이 이렇게 물었고 한순간 번개같은 주먹

이 민형의 얼굴을 강타했다.

  -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멍청히 서 있던 민형이 마당으로 나가 떨어졌고 놀

란 지혜가 한손으로 입을 가렸다. 민형을 날려 버린 지훈은 불끈 쥔 자신

의 주먹을 얼굴 앞으로 올려 보이며 더욱 힘을 주었다.

  "견딜만 하냐......?"

  "......!"

  이를 악물며 주먹을 움켜쥐는 지훈의 앞에서 쓰러진 민형이 한손으로 입

을 훔쳤다. 입술이 터져 주루룩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민형은 그 피를

핥으며 못말리겠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되게 아픈데......"

 PART-68

고수부지 아래에는 이미 수십대의 바이크와 유택천의 패거리가 모여 있었

다. 늦은 저녁 9시. 해가 늦게 지는 여름이라 해도 9시는 주위를 어둡게 하

기에 충분했고 드문드문 켜져 있는 바이크의 헤드라이트들이 고수부지 아

래를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 역시 폭주족들의 모임이려니 하고 특별

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 장소엔 지영이 잡혀 있었다.

  "8시 50분, 슬슬 나타날때가 됐는데...... 그 서울 총보스라는 녀석."

  원강석은 자신이 아끼는 할리 데이비슨의 뒷 좌석에 비스듬이 걸터 앉아

은색 카파 시계의 눈금을 내려다 보며 기대된다는 얼굴로 입술을 길게 치

켜 올렸다. 원강석은 고교 2년때 학교를 자퇴하고 복서로 전향했다가 특유

의 난폭함과 조급함에 선수 생활이 맞지 않자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폭력

배로 전향한 않좋은 케이스의 남자였다. 그는 중영 실고를 졸업하여 유택천

들과 안면이 있었고 또 전 중영 실고의 전 보스이기도 했기에 이번일에 끼

어들 명분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원강석에게는 패거리들이 

모아둔 몇백만원의 적지 않은 돈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녀석 30명하고 싸워서 이겼다고......? 야리아냐?"

  "......"

  원강석이 곁에 서 있는 유택천에게 턱을 힐끔  치켜 올리며 이렇게 물었

고 유택천은 착찹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하지 않았다. 솔직히 자신이 당하

지 않았다면 믿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스테미너, 스피드, 타격점. 모든 것

이 완벽한 1인을 30명이 이긴다는게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 줄은...... 유택천

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때는 30명으로 역부족이었지......'

  아무리 강한 인간도 다수의 적이 둘러싸면 당하지 못한다. 싸움의 원칙중

하나. 하지만 정민형은 그것을 깬 특별한 케이스다.

  '이번엔 100명을 데리고 왔다.  네 콧대를 꺽어주마 정민형!

  복수심과 보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유택천의 얼굴에 귀신의 형상이

끌어 올랐다.

-----------------------------------------------------------

  버스와 자가용이 질주하는 용두교. 9시의 늦은 시각 어두컴컴한 용두교

의 고수부지에는 수십대의 바이크가 발하는 헤드라이트가 번쩍이고 있었

다. 민형은 용두교의 위에서 밑에 깔린 바이크들의 헤드라이트들을 내려

다 보며 착찹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들 관심이 멀어지게 하려고......'

  요란하게 헤드라이트를 켰을 때 오히려 관심을 끌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물론 사람들의 잠깐의 시선은 돌아올지 모르

지만 결론적으로 폭주족이라는 판단하에 가까이 오기를 꺼리게 된다. 요란

한 헤드라이트 덕분의 안에서 무슨 패 싸움을 해도 구분하기 힘들고 또 바

이크의 엔진 소리는 비명 소리를 커버하기엔 충분한 것이다. 

  "저놈들이군......! 죽여 버리겠어!"

  "아서요 지훈형."

  바이크쪽을 내려다 보며 흥분한 듯이 뛰어 내려가려는 지훈을 손으로 막

아서며 민형이 두눈을 부릅떴다. 민형은   부른 행동은 안된다는 듯이 고개

를 가로 저었다. 

  "왜 말리는 거야!?"

  "지금 흥분해서 쳐 들어간다고 해도 당해내지 못해요. 집단 패 싸움에는 

철칙이 있어요 확트인 공터에서 단신으로 다수의 적을 상대해서 안된다."

  "......!?"

  냉정 침착한 민형의 표정을 읽으며 지훈은 답답하다는 듯이 이를 악물었

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민형이 이때에 믿음직 스러워 보이는 것은 어떤 이

유일까. 지영이 선택한 남자...... 역시 나이와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

까.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 지훈이 다급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럼 어떡하지? 녀석들이 우리가 늦는다고 지영이에게 무슨 해꼬지라도 

한다면......!"

  "음, 역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만은 없겠죠......"

  은색 씽이 박힌 가죽 장갑을 오른손에 끼우며 민형이 냉정한 얼굴로 이

렇게 한마디 했고 지훈은 바짝 긴장되는 자신을 느꼈다.  민형이 마지막으

로 지훈에게 고개를 들며 한마디 했다.

  "절대 흥분해선 안돼. 가능한 시간을 끌도록 하는 겁니다."

  "알았어."

  민형의 말에 지훈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부르르르르!

  - 빠다다다다당!!

   요란한 바이크의 엔진 소리. 휘황찬란한 헤드라이트를 받으며 용두교 

저쪽에서 걸어오는 두명의 모습이 택천과 원강석의 눈에 들어왔다. 동시

에 주위에 모여 있던 패거리들이 끼이익-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오토바

이로 민형과 지훈을 둘러쌌다. 원강석이 재미있다는 듯이 이죽거리며 중

얼거렸다.

  "녀석 둘이서 오면 뭐가 좀 달라질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

  어둠속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민형와 옆에 있는 지훈을 본 원강석이 가소

롭다는 듯이 중얼 거리며 웃었고 택천은 착찹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혼자서

오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완전한 항복이 아니라는 것을 뜻하는 것일지 

모른다. 여차하면 싸우겠다는 이야기 일 수 있는 것이다. 택천이 불안한 생

각에 잠겨 있는 사이 민형과 지훈은 오토바이의 사이를 뚫고 택천과 원강

석의 앞으로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와 섰다. 지훈은 분노를 가까스로 누그

러뜨리며 무서운 표정으로 먼저 한마디 했다.

  "내 동생 어디있지?"

  "......!?"

  지훈의 한마디에 택천은 조금 당황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들이 잡아

온 여자를 동생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민형의 누나가 아닌 

것인가? 아니면 3남매? 택천은 알고 있는 정보가 자신의 범위에서 벗어나 

버린 나머지 조금 혼란을 느꼈다.

  "뭔 소리냐 택천? 우리가 잡아온게 정민형이 누나 아니었냐?"

  "그,글쎄요......!"

  원강석도 조금 이상하다는 듯이 택천에게 물었고 택천이 당황한 표정으

로 고개를 한 번 가로 저었다. 택천의 시원치 않은 반응에 원강석은 상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상관없어. 어쨋든 정민형이라는 놈이 나왔으니까 말이야. 야 정민형. 네

가 서울에서 잘 나간다메?"

  "......"

  원강석의 야유를 받은 민형은 아무런 말없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원

강석이 이죽거리며 한마디를 덧붙혔다.

  "네가 내 후배의 학교로 전학온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이곳은 서울처럼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그런건 몰라. 여자는 어딨지."

  "어라...... 얘 막 나가네. 그래 어디 막 가보자 야!"

  민형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던지 원강석이 큰소리로 호령했고 동시에 

몇대의 오토바이가 큰 엔진 소리를 내며 헤드라이트를 켜고 민형을 향해 

달려 들었다. 지훈이 재빨리 방어 태세를 취하며 뒤로 물러났으나 오토바이

는 오로지 민형을 노리고 달려들 뿐이었다. 민형의 눈이 번쩍 뜨이고 몸이 

전광석화 처럼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 파칵!

  - 퍼억!

  "크억!?"

  공중으로 뛰어 오른 민형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바이크의 운전자를 발

로 걷어찼고 정확하게 머리를 강타당한 패거리 2명이 와당탕 소리를 내며

바이크와 함께 땅으로 나동그라졌다. 민형이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택천이 

침을 꿀꺽 삼켰고 다른 패거리들이 놀란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저거......?"

  "제자리에서 1미터 넘게 수직 점프했어......"

  동요하는 패거리 들의 앞에서 지훈 역시 감탄한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

다. 정말 대단한 놈. 도저히 고등학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운동능력인

것이다. 땅에 착지한 민형이 고개를 돌려 원강석과 택천을 노려보았다. 그

의 두 눈동자에는 분노로 일그러진 인광이 번뜩였다.

  "여자는...... 어딨어......"

  "!?"

  그 엄청난 위압감. 택천은 숨이 덜컥 막혔다. 레벨이 틀리다. 이 녀석은

과연 서울 전역을 제패한 총 보스인 것이다. 택천은 지금 자신이 벌이고 있

는 일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자존심...... 학교의

보스로 군림하고 싶다는 욕심...... 그것이 더욱 큰일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만약 여자를 건드렸다면 너희들을 모두 죽이고 같이 영창으로 갈 생각

이다. 내 말 후벼파진 귓구멍으로 똑똑히 듣고 이해해라."

  입을 여는 민형. 그의 온몸은 택천에게는 공포였다.

  "여자 어딨어-----!!!!"

  민형이 갑자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고 100명중 90명 정도는

움찔하여 몸을 떨었다. 택천의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고 원강석이 역시 보

통녀석이 아니라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얼마 떨어지지 않은 빈 

창고에서 몇 명의 패거리가 아직 잠들어 있는 지영을 안고 나왔다.  그순간

지훈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지,지영아-----!?"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지영의 모습을 본 지훈의 분노가 한순간 극에 달

했다. 민형의 말을 듣고 억지로 참고만 있었던 이성이 그만 폭발하고 만 것

이다. 일그러진 얼굴의 지훈이 그대로 큰소리를 지르며 지영을 안고 있는

패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개새끼들!! 죽여 버리겠어!!"

  "지훈형!?"

  민형의 경고를 무시하고 감정을 들어내 버린 지훈.  동시의 달려드는 지

훈을 수십명의 패거리가 둘러쌌다. 민형이 당황한 듯이 그런 지훈의 뒤를

  아 주먹을 쥐고 뛰어 들었다. 실수다! 지훈이 지영을 보고 흥분할 것이라

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다. 군중심리라는 것은 일단 가동되면 두려움을

잊는 것. 민형 자신이 재압한 기선이 자칫하여 군중심리에 짓밟힐 수 있는

것이다.

  "그 자식 밟아버려!!"

  "겁없는 새끼!!"

  "!?"

  지영을 향해 달려드는 지훈에게 수십명의 패거리가 몰려들었고 지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덕킹으로 피하며 복싱으로 단련된 주먹을 

날렸다.

  - 퍼억!

  "큭!?"

  두발 세발, 계속되는 지훈의 주먹은 지영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패거리

두세명을 쓰러 뜨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상처를 입고 붕대를 감고 있

는 지훈의 뒷통수를 향해 패거리중 한명의 구둣발이 날아들었다.

  - 파악!

  "크악!?"

  "지훈형------!!"

  상처입은 지훈의 머리가 또다시 가격 당하고 균형을 잃은 지훈이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무릅을 꿇었다. 동시에 쓰러지는 그의 주위를 수십명의 패거

리가 둘러쌌다. 민형은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제기랄 이 자식들!"

  민형의 눈이 부라려졌다. 하지만 감점을 앞세우기에 상대는 너무나 많았

다.  

 PART-69

  - 퍽!

  - 따악!

  민형의 주먹이 휘둘러 질 때 마다 패거리 한명 한명이 신음과 함께 나가

떨어졌다. 

  '최대한 동작을 작게......'

  여러명을 상대할 때 필수적인 요건. 그것은 움직임과 주먹의 휘두름을 

작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형은 숏 펀치를 날려 자신을 막아서는 패거리

들을 하나둘씩 쓰러뜨렸다.

  '제법 하는데......'

  맨 뒤쪽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치고 받는 민형을 지켜보며 원강석이 

내심 감탄 한 듯 눈썹을 실룩 거렸다. 매우 냉정한 녀석이다. 이런 싸움에

경험이 많고 또 자기 페이스를 철저하게 조절할 줄 아는 녀석. 원강석은 

그런 민형에게서 강한 본능을 느꼈다.

  - 팍!

  "아윽!"

  털썩- 또 한명의 패거리가 쓰러지고 민형은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 보

았다. 대충 십 수명쯤 되었을까...... 주위에 쓰러져 있던 놈들이 비틀 비

틀 일어나고 다른 녀석들은 공격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다수가 달려들었을 때 상대가 쓰러진다면 모르겠지만 쓰러지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혹시 자신이 먼저 달려들어 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격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상대방의 실력을 눈치챘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민형은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 흙길을 따라 

뚜벅뚜벅 지훈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지훈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다

가오는 민형의 손을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직 흥정이 끝나지 않았어...... 그대로 계세요 형."

  "아아...... 미안하다."

  자신이 경솔했던 것을 후회하며 지훈이 아픈 머리를 아래쪽으로 

숙였다. 그리고 그런 민형과 지훈을 보며 택천은 꿀꺽 침을 삼켰다. 

  "정말 대단해, 대단해. 대전까지 와서 설칠만한 실력은 되는 것 같

군."

  "......!"

  그때 오토바이에 앉아 쭉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던 원강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셔츠를 벗었다. 민형과 지훈의 시선이 원강석의 정면으

로 쏠리는 그때 원강석의 두눈이 차갑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 호기에 반해 그냥 보내줄 수는 없지. 너 꼬마."

  원강석이 손가락으로 민형의 머리를 가리키며 히죽 웃었다.

 

  "이리와."

-------------------------------------------------------------------

  "너 꼬마 이리와."

  "......!"

  민형을 향해 손가락을 내민 원강석이 차가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고 지

훈의 눈이 부라려졌다. 지훈은 또다시 흥분하여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기세로 몸을 실룩 거렸다. 하지만 그런 지훈을 저지하며 민형이 천천히 원

강석의 앞으로 걸어갔다. 원강석은 자신보다 조금 키가 작은 민형을 내려

다 보며 보기 싫은 미소를 머금었다.

  "잘도 까부는데...... 너......."

  단번에 민형을 깔아 뭉갤듯한 얼굴. 원강석은 호기가 충만해 있었다.

  - 퍼어억!

  "후욱......?"

  그순간 큰 소리와 함께 원강석의 등이 굽어 지고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기겁을 하며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원강석이 민형을 향해 으름짱

을 놓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민형의 움직임이 크게 돌아가고 원강석이 신

음과 함께 몸을 구부렸던 것이다.

  "너...... 너,너......?"

  아픈 배를 움켜 잡은 원강석이 고통에 절은 희번덕 거리는 눈으로 가까

스로 눈을 치켜 올린채 자신의 배를 가격한 민형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

원강석의 앞에서 버티고 있는 민형의 표정은 더없이 냉혹하고 차가웠다.

  - 푸칵!

  "크엑!!"

  강렬한 라이트 어퍼! 민형의 손이 둥그런 반원을 그리며 정확하게 원강

석의 턱에 꽂혔고 원강석에 몸이 공중에 떠 빙글 틀어졌다. 엄청난 펀치

력. 원강석의 입안에 부숴지고 그가 피투성이가 된채 풀밭에 털썩 쓰러졌

다. 너무나 놀라운 상황. 지훈도 얼떨떨하여 아무말 못했고 다른 패거리들

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택천은 얼굴이 하얗게 질

려 있었다. 그순간 민형이 택천을 향해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귀신. 

엄청난 위압감에 택천은 숨이 덜컥 막혔다.

  "떨어져."

  "......!?"

  민형이 한마디 했고 택천은 알아듣지 못하고 주춤주춤 뒷 것음질 쳤

다. 그의 옆에서 지영을 지키고 서 있던 다른 몇몇 패거리도 택천을 따라

지영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지,지영아!"

  지영으로 향하는 길이 뚫리자 지훈이 헐레벌떡 달려가 쓰러져 있는 지영

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지영의 몸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영아?! 지영아 괜찮니!? 괜찮아?!"

  지훈이 큰소리로 외치며 지영을 흔들었으나 지영은 곤히 잠들어 깨어날 

줄 몰랐다. 그때 그런 지훈의 등뒤에 다가온 민형이 걱정말라는 듯 지훈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았다.

  

  "걱정말아요 형. 잠든 것 뿐이예요."

  "아아......"

  역시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지만 지훈은 민형의 말을 믿고 끄덕였다. 민

형은 이런 상황에 꽤 많은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도 결코 호락호락

한 세상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개,개새끼......"

  그때 쓰러져 있던 원강석이 비틀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범벅이 

된 그의 얼굴, 그의 오른손에는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그것을 본 택천이

깜짝놀라 원강석에게 달려갔다.

  "혀,형! 무슨 짓 하려는 겁니까?"

  "비켜 자식아...... 저 자식 죽여 버리겠어."

  모멸감이 활활 타오르는 원강석의 눈. 그눈은 진짜 살인을 저지를 사람 

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택천은 상황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서둘로 원강석을 막아섰다.

  "혀,형 이제 괜찮아요! 우리가 졌잖아요. 복수 같은거 하지 말자고요. 

졌으니까 저 자식한테 다 넘겨주면 그만이잖아요!"

  "닥쳐 이 자식아!!"

  "악!?"

  원강석의 팔이 휘둘러졌고 그 팔에 얻어 맞은 택천이 풀밭에 나동그라졌

다. 고개를 들고 피묻은 입술을 훔치는 택천에게 원강석이 두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누가 졌다는거냐!? 어차피 학교나 너희들의 자존심 따위는 나한텐 상관

없어! 용돈이나 되니까 하는 소리였지! 지금 이 문제는 내 문제야! 저 자

식은 내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어!"

  "그,그래도 칼을 휘두르는 것은 비겁한 짓입니다......!"

 

  "뭐야 이 자식이!?"

 

  끝까지 원강석을 말리려는 택천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며 원강석이 분한

듯이 두눈을 희번덕 거리며 씩씩거렸다. 주위에 몰려 있던 패거리도 왠지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해 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망설였다. 그때 원강석이 외

쳤다.

  "저 자식은 내가 맡을테니 저 계집과 또 한놈은 너희들이 맡아! 죽여버

려!!"

  "......!"

  원강석의 외침에 동요하는 패거리들. 민형은 긴장을 느겼다. 간신히 기

선을 제압했는데 저 미친 녀석 때문에 일이 커질것만 같았다. 자신이 원강

석을 상대한다고 해도 부상당한 지훈형과 무방비 상태의 지영이 저 많은 

패거리들을 상대로 몸을 지킬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여~ 정민형 오랜만이군."

  그때 어디선가 우렁찬 소리가 메아리쳐 왔고 깜짝 놀란 민형이 고개를 

들었다. 그 소리를   아 고개를 돌린 것은 원강석과 그의 패거리도 마찬

가지였다.

  "잘 싸우고 계시나?"

  "그래, 그래. 숫자가 꽤 많은걸 보니 고전하시겠어...... 우리 총보스

도."

  목소리와 함께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내는 남자들. 그수는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에서 셋이 되어 게속해서 불어났다. 오토바이의 헤드라이트 저쪽에

서 걸어오는 그들의 숫자는 민형이 완전히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와

서는 이미 택천의 패거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맨 앞쪽에서 빙긋

이 웃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본 민형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서,성우야......!?"

  "오랫만이다 정민형. 누님은 잘 계시냐."

  넉살좋게 웃는 성우. 그의 등 뒤에서 200백이 넘는 숫자가 큰 소리로 외

치기 시작했다.

  "총보스! 호출하셨지요!?"

  "어떤 자식들입니까 큰 누님을 납치한 정신 나간놈들이!?"

  "서울 전역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녀석들만 모아왔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

  여기 저기서 터지는 고함소리. 그 고함을 들으며 완전히 질린 택천과 택

천의 패거리들이 겁에 질려 뒷걸음 쳤다. 지훈은 지영을 부축한채 이 놀라

운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200. 이 엄청난 숫자가 단 한 남자의 부름에 의

해 서울에서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엄청난 신의를 가지고 있는 남자다

정민형. 지훈은 갑자기 지영을 민형에게 맡긴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들었다.

  "큰 누님이라고...... 하하......"

  민형이 뿌듯한 가슴을 움켜쥐고 모두를 향해 웃어 보였다.

 PART-70

  "이리와 이 자식들!"

  "크악!"

  유도로 단련된 성우가 앞에 보이는 택천의 패거리를 집어 던진 것을 시

작으로 200명에 육박하는 지원군이 우르르 몰려들어 자신들의 적을 때려 

 돕히기 시작했다. 사기충천한 서울 지원군과 가뜩이나 민형에게 압도당하

는 원강석에 의해 망설이고 있던 택천의 패거리는 시작부터 뻔히 결론이 

나 있는 싸움을 시작했다.

  - 퍼억

  "컥!"

  - 칵!

  "악!"

  여기 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고수부지 아래는 온통 덩치빨 있는 고

교생들의 등장으로 꽉 매워졌다. 이미 승패가 뻔한 싸움. 택천은 모든 것

을 체념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끝났

다. 설마 이런 녀석들이었을 줄이야...... 민형을 도우기 위해 서울에서 

이렇게나 많은 인원이 내려 오리라고는 택천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

다. 민형이란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지 못한 그 시점에서 이미 택천의 패배

는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제길!! 제길, 이 자식들 어디서 기어 올라!!"

  "!?"

  그때 흥분한 원강석이 칼을 든 손을 마구 흔들며 싸움이 벌어진 중심으

로 뛰어 들었고 깜짝 놀란 민형과 택천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강석

은 광기가 서린 얼굴로 마구 팔을 휘저으며 아군과 적군 관계 없이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다.

  "악!"

  칼에 맞은 택천의 부하 한명이 피가 흐르는 팔을 감싸 안으며 바닥에 나

뒹굴었고 그것을 본 택천의 눈이 커졌다. 강석이형!? 이성을 잃은 원강석

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의 후배들을 아끼지 않았다. 당황한 서울의 지원군들

도 주춤 옆으로 물러났다.

  "한 녀석이 침(칼)을 들고 있다!" 

  "뭐야!? 어떤 놈이 어른들 놀이에서 장난감을......!? 

  갑자기 여기 저기서 웅성웅성 동요가 일어났고 맡붙어 싸우던 두 패거리

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떨어져 나갔다. 참지 못한 택천이 흥분한채 씩씩 

거리는 원강석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형!! 무슨 짓이예요! 그 애는 우리편이잖아요!!"

  "닥쳐 이 자식!!"

  "흑!?"

  원강석을 말리려는 택천에게 강석이 칼을 휘둘렀고 택천은 기겁을 하며 

두팔을 들어 그것을 피했다. 원강석의 눈. 그것은 모멸감과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자칫하면 진짜 살인이라도 저지를 기

세. 강석이 외쳤다.

  "다 죽여 버릴꺼야!! 덤벼!! 덤비란 말이야 이 자식들!!"

  "가,강석이형......!?"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 든든한 아군으로 믿었던 강석

이 형까지 자신과 친구들을 배신한 것이다. 그때 서울의 패거리들을 헤집

고 키가 170을 조금 웃돌 정도의 크지 않은 몸집을 가진 누군가가 원강석

의 앞으로 나섰다. 그는 바로 성우였다. 성우는 여유있는 미소를 띄우며 

친구들의 앞으로 나서 원강석을 향해 한마디 했다.

  "임마, 어디서 장난감을 흔드는거야? 넌 매너도 없냐?"

  "성우, 조심해!"

  외치는 민형, 그의 앞에서 성우는 어림없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김성우. 민형의 오른팔 같은 존재로 역시 민형과 수많은 싸움을 

헤쳐온 배테랑이다.

  "침을 든 놈은 유도 소년이 상대하기 적격이지. 덤벼 꼬마!"

  "크으으......!? 이 빌어먹을 놈들이......!?"

  너무나 여유있게 포즈를 취하는 성우. 그 앞에서 원강석이 이를 갈았고

택천 역시 놀라 아무런 반응도 내지 못했다. 칼을 든 상대와 저렇게 여유

있게 싸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아니 그것보다 택천을 놀라게 한 것은 그

런 성우를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보스라는 정민형 까지. 

이것은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강한 믿음을 암시 해주는 것이었기에 택천은 

자기가 가지고 있던 믿음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회의하게 되었다. 

  "와하하하하! 왜 겁나냐 장난감 꼬마야! 어서 덤비라니까!"

  "으으!! 이 놈이---------------------!!!!"

  두팔을 뻗은채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는 성우의 앞에서 원강석이 더

는 참지 못하고 칼을 들이대며 뛰어 들었고 그 한순간 성우의 두눈이 날카

롭게 번쩍였다.

  - 카직

  단발마의 탁음. 그리고 모두의 눈앞에 보인 것은 원강석의 꺽은 팔을 바

닥에 찍어 누르고 있는 성우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어이없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린 원강석의 얼굴이었다.

  "너 어쩌다 저런 녀석한테 걸렸니......"

  "으......!?"

  기겁하는 원강석의 팔을 꺽어 누르며 성우가 희미하게 웃음 짓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민형을 바라 보았다. 잠시후 성우는 안됐다는 듯이 원강석의

머리 위로 시선을 내렸다.

  "전국에도 저 녀석 상대는 없어!!"

  - 콰지직

  "으아아아아!!"

  성우의 외침과 함께 곧바로 꺽은 팔을 잡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

갔고 원강석이 미친듯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성우는 칼을 쥐고 있던

원강석의 팔목을 그대로 부러뜨려 버렸던 것이다.

  "다음번엔 총이라도 가져오지 그래."

  자리에서 일어난 성우가 낮게 웃었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유택천 패거

리는 얼어붙은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

  "......"

  무언가 깊은 잠을 잤던 느낌...... 지영은 어렴풋이 눈을 뜨고 허공을

올려다 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신이 깨어난 곳은 익숙한 방

안이었다.

  "!?"

  "지영아!? 정신이 들었니!?"

  큰 목소리..... 그것은 오빠?

  "지영아? 괜찮니? 말좀 해봐!"

  뒤 따르는 지혜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것은......

  "민형씨......?"

  어렴풋이 보이는 민형의 모습. 지영은 가물가물한 눈을 크게 뜨고 자신

을 내려다보고 있는 민형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민형씨다? 자신은 분명

히 마당 앞에서 쓰러졌었는데......

  "나...... 여기 집에 있는 건가요?"

  "지영아! 정말 다행이야! 그래 여기 집이야! 넌 무사히 돌아왔어!"

  기뻐하며 지영를 껴안은 지혜의 뒤에서 지훈이 마음 놓았다는 듯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고 민형도 다행스러운 표정으로 코를 만지작 거렸자. 지혜에

게 붙들려 자리에서 일어난 지영은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지혜에게 물었다.

  "나, 어떻게 된거니......? 

  "어떻게 된거냐고!? 넌 잡혀 갔었어! 아무것도 모르고 태평해서 좋겠

다!"

  눈가에 눈물이 한방울 맺힌 지혜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 했고 지영이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 거렸다. 그때 지혜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지훈이 자

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정말 놀랐다. 넌 용두천 고수부지 까지 잡혀 갔다가 이제야 돌아온거

야. 무슨 일이 있었는줄 아냐? 깡패 자식들 하고 민형이하고 한바탕 했

어. 다행이 이 녀석이 이겨서 널 데려왔지만......"

  "민형씨가......?"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한 지영의 앞에서 지훈이 민형의 머리를 손으

로 마구 짓누르며 말했고 당사자인 민형도 머쓱한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

였다.

  "수면제로 널 제워 데려간 깡패 녀석들을 상대로 민형씨가 싸웠어. 난 

처음엔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어쨋든 정말 다행이야 아무런 사고 없이 

일이 해결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럼 아까 그 사람들이 깡패였니......?"

  "그래 이것아!!"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듯이 묻는 지영에게 정말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지혜가 쓴웃음 지으며 외쳤고 그제서야 지영은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눈

치챘다는 얼굴로 민형을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럼 민형씨가 구하러 왔구나. 그래서 난 푹 잔거야......"

  "그걸 말이라고 하니!? 다 이 민형씨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내,내 탓이라고요!?"

  "그럼 누구 탓이냐!?"

  갑작스럽게 화살이 민형에게 돌아갔고 민형이 무슨말이냐는 듯이 지혜에

게 반박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훈고 거들었다. 지훈이 무시무시한 표정으

로 민형의 멱살을 잡은채 으름짱 놓으며 소리쳤다.

  "너랑 지영이가 사귀는 건 인정하지만 다시한번 이런 일에 지영이 말려

들게 되면 다 끝장이야 끝장! 알았어 임마!?"

  "아,알았어요......"

  지독한 우애. 잘하면 근친까지 가겠네...... 미형은 고개를 셔츠 안으로

푹 집어 넣은채 자라처럼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지훈은 민형

을 내려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건너방으로 갈래. 지혜야 가자."

  "어? 어...... 나도?"

  방문을 열던 지훈이 지혜를 부르자 지혜가 머쓱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훈이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오늘은 둘이 있게 놔두자. 긴장이 풀렸더니 졸려 죽겠다. 수면제 좀 해

줄래?"

  "밝히고 있네......"

  능청스럽게 웃는 지훈의 앞에서 지혜가 싫지는 않은 얼굴로 슬쩍 자리에

서 일어났고 이내 두 사람은 잘자라는 인사말을 뒤로 한채 민형의 방을 나

갔다. 잠시후 민형의 방에는 지영과 민형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민형씨 어디 다친데는 없어요......?"

  두 사람만 남자 묻는 지영. 민형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남 걱정 할땐

가. 민형은 갑자기 조금은 무서운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놀란 듯이 고개를 드는 지영을 향해 민형이 입을 열었다.

  "지영씨 잠깐 일어나 보겠어요."

  "왜,왜요......?"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 지영이 어거주춤 이불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 민형은 조금은 긴장한 듯이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옷을 벗어요."

  "네?"

  갑자기 옷을 벗으라니? 지영이 당황해서 얼굴을 빨갛게 붉히자 민형은 

전혀 아니라는 얼굴로 다시 강하게 힘주어 말했다.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으라고요. 속옷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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