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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2017.06.19 11:06

고교 3년생의 사랑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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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떡하니 지혜야...... 민형씨가 지방으로 내려가 버린데...... 난 이

제 혼자 남게 되는거야, 어떡하니......"

  오랜만의 지영을 만난 지혜는 지금 매우 당혹스런 심정에 빠져 있었

다. 간만에 얼굴 좀 보자고 불러낸 줄 알았더니 지영은 커피 늄의 얼굴을 

들어내자 마자 착찹한 심정이 되어 하소연을 시작했던 것이다. 마치 실연

당해서 고민 하는 듯한 그런 지영의 태도에 지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해서 그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었다. 

  "도대체 지방이라면 어딘데 그래? 얼마나 멀리 가길래 그러는 거야?"

  "대전......"

  "뭐? 겨우 대전!?"

  지혜는 기가 찼다. 난 또 이상한 나라 라도 내려가서 산다는 줄 알았

네, 지영의 마음 약한 하소연을 더 들어줄 가치도 없다는 듯이 지혜가 당

차게 되받아 쳤다.

  "얘, 지금 세계가 일일 생활권인데 대전이 무슨 대수니? 너 정말 웃긴

다 얘. 거긴 버스타고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그래도 멀잖니......"

  "외국으로 이민 가는 것도 아닌데 왜그래? 그 꼬마 녀석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지혜는 허울 없이 이런 대사를 내 뱉고 아차 했다. 지영이 자신의 눈앞

에서 뚱- 한 표정으로 지혜를 노려 보고 있었던 것이다. 에고 에고, 이건 

뭐 연애 수준이 비슷해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이건 뭐...... 지혜는 

지끈 지끈하다는 듯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집으며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었

다.

  "민형씨가 대전으로 좀 내려가는게 뭐가 그렇게 착찹한 일이라고 그러는

거야......"

  "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내려가 버린다는데 아무렇지도 않니?"

  "너 그 꼬마 자식을 사랑하냐?!"

  "그래."

  지영의 표정이 하도 진지해서 지혜는 기가 막혔다. 도대체 그놈이 뭐

지? 그저 고교생 아냐!? 어떻게 그렇게 사랑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는 거

야, 그것도 유지영이 입에서. 지혜는 어이가 없었다.

  "너, 너, 너...... 지금 네가 연애를 처음 해봐서 그래, 네,네가 실수

할까봐 얘기하는 건데 그 녀석, 아니 민형씨가 아무리 멋진 놈이라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괜찮아."

  지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은 매우 슬퍼 보였다.

  "난 현실하고는 상관없이 민형씨가 좋아. 그런 남자는 다시 만날 수 없

어."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니......?"

  지영의 표정이 너무 진실해 보였기 때문에 지혜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물어 보았다. 대학 시절에 지영은 항상 거짓말을 못하고 자기 감정을 잘

들어내지 않는 여자였다. 겉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생각으로 차지하는 부분

이 더 많았기 때문에 쉽사리 경솔하게 말을 내뱉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

런 지영의 말이였기 때문에 더욱 비중있게 들렸는지도 모를 지혜였다.

  "민형씨는 다름 남자들이랑 다르기 때문이야."

  "달라? 뭐가 그렇게 달라?"

  "그건 나도 몰라......"

  지혜가 꼬치꼬치 캐묻자 지영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

혜는 지영의 그런 애메모호한 대답에 더욱 궁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

다. 

  "하지만 그 남자는 왠지 다 이룰것만 같애...... 나보다 훨씬......

아니 나같은 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보여."

  "지영아 그건 너의 착각이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마

음이 너무 커서 일어나는 착각이라고."

  지혜는 아무래도 지영이 단단히 빠졌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

다. 그러나 지영은 지혜와는 생각이 많이 다른 모양이었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지영은 민형에게 느껴지는 어떠한 존재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람은 너무 크게 보여......"

  그것은 반드시 지영의 착각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때때로 얼마나 두려워 지는지 몰라......"

  "지영아......?"

  끝까지 부정하고 싶은 지혜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미묘한 심정이 뒤틀

리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그녀였다. 지영은 무엇 때문에 그 소년에게 이리

도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일류 서울대를 나와 사회에서 원하는 모든 것

을 첫 번째로 실행하고 있는 그녀가 왜 유독 그 고교생인 소년에게 집착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남들이 말하는 그런 것일까......'

  지혜는 그것이 '운명'이라 부르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

다. 

.................................................... . . .  .  .  .   

  지영이 지혜와 만난 같은날 민형은 수업이 끝날 때 쯤 시간을 맞추

어  학원에 도착했다. 별다른 절차 없는 수강 취소를 손쉽게 마치고 민형

은 학원 대기실에서 유지영 선생님 크레스에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제 내일이 되면 민형은 대전으로 내려 가야만 하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유지영 선생님과의 오늘 만남이 비중있게 느껴졌다.

  '그렇게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었다. 결국 꿈을 위해 시작했던 

이 학원도 폭력에 의해 포기하게 되고 마는구나, 민형은 착찹한 심정으로

유지영 선생님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교실 문이 열리고 북적

북적 많지 않은 수강생들이 빠져 나왔다. 민형은 대기 안에서 일어나 목

을 뺐다.

  "선생님......?"

  맨 뒤에 교실을 빠져 나오는 유지영 선생님은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이

었다. 매우 태연해 보이고 맑은 표정이 민형을 안심 시켰다.

  "선생님."

  민형이 강사실로 들어 가려는 지영을 불러 세웠다. 갑자기 우뚝 멈춰선 

지영이 뒤를 돌아 보았다.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표정은 매우 착찹한 얼

굴이었다. 민형은 순간 흠칫했다.

  "민형씨......?"

  오늘 민형이 수업에 빠졌기 때문에 매우 걱정하고 있던 기미가 단번에 

나타났다. 민형은 그제서야 알았다. 유지영 선생님은 태연했던 것이 아니

다. 다만 수업을 위해 태연한 척 했을 뿐이라는 것을......

  "민형씨, 오늘 왜 안나왔어요. 난 오늘 가 버린줄 알았잖아요."

  지영이 농담반 망설임 반으로 이렇게 입을 열자 민형은 어색한 표정으

로 태연한 척 빙긋이 웃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오늘 수강 취소를 하려고 조금 늦게 왔어요."

  "그,그래요......"

  수강 취소, 대전에 내러가기 위한 당연한 절차이지만 그 말을 하는 민형

도 지영도 그 말의 무거움에 진져리를 치고 싶었다. 수강 취소, 수강취소

...... 이제 민형은 정말 학원을 그만두고 대전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그

의도가 확실해져 오니 지영은 가슴이 떨렸다.

  "금방 나갈테니 기다려요."

  "그러죠......"

  민형은 힘없는 표정으로 강사실로 들어가는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보며 

착찹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  .  .  .

  두 사람은 학원 근처에 커피 늄에 들어 갔다. 내일 헤어질 연인 사이치고

는 그리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민형은 서먹서먹한 기

분으로 앞서가는 지영을 따라 찻집으로 향했다.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단하게 커피 두잔을 시키니 민형은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 졌다. 눈앞에 

앉아 있는 유지영 선생님은 무슨 의도인지 좀처럼 말이 없었다. 그 침묵이

민형에게는 천근과도 같았다.

  "대전에 가게 되면 전화 자주 하실거죠?"

  "네? 무,물론이죠."

  서먹함을 풀려는 듯이 지영이 먼저 입을 열자 민형은 깜짝 놀라 이렇게

대답했다. 어제 전화 한것과 같은 서러움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선생

님의 주위에서 풍기는 강한 미련이 민형은 부담스럽게 하고 있었다.

  "나 민형씨가 대전에 내려간다고 해도 가슴아파 하지 않겠다고 오늘 결

심했어요. 민형씨에게 좋은 일인데 내가 방해하는 것만 같아서 마음에 걸

렸어요......"

  "무,무슨 그런 말을, 아니예요 선생님. 그리고 대전이 그렇게 먼곳도 아

니예요."

  민형은 애써 지영을 위로하려는 마음에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

했다. 그러자 지영 쪽도 빙긋 웃었다.

  "맞아요......"

  "하하, 그럼요."

  그럼 그렇지, 유지영 선생님은 언제나 이해심 많은 성격이 장점 이었지

않은가, 민형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무거운 마음이 한꺼번에 풀려 나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죠...... 아무리"

  "네......?"

  청천벽력, 민형의 머리속에서 요란하게 천둘이 잃었다. 유지영 선생님

이 이런 말을...... 민형은 지영의 말 한마디와 그녀의 애절한 듯한 얼

굴을 쳐다보며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몸이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서,선생님......"

  민형은 왠지 할말을 잃고 착찹한 심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유지영

선생님, 그렇게 섭섭한걸까? 그녀 만큼 괴로워 하지 않는 나는 이기적인

녀석인가......? 민형은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민형씨, 민형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예요. 당신은 절대로 나에게 연

연할 사람이 되지 못해요......."

  "서,선생님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난......!"

  지금 선생님을 제일 좋아해요! 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민형은 거기 까지

나왔던 말을 꿀꺽 삼켰다. 뭘까, 강한 거부감이 민형을 막고 있었다.

  "나,난 그렇게 시시한 남자는 아니예요."

  대신 민형은 이렇게 한마디 했다. 뭔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는 지영을 위

로해 주고 싶은 것은 민형의 진심이었다. 지영은 그런 민형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의미로 빙긋이 웃었다.

  "나가요 우리......"

  "네? 네."

  커피가 오지도 않았는데 지영은 커피값을 지불하고 바깥으로 빠져 나갔

다. 민형은 그런 지영의 태도에 심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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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종로 거리를 걸었다. 현란한 네온사인의 간판들과 쉴세 없이 걸어

가는 행인들이 북적되는 서울의 도심이었다. 지영은 아까부터 어딘가로 걸

어가고 있었다. 민형은 그녀의 의도를 알수가 없어 잠자코 따라가기만 했

지만 오늘 같은 분위기는 별로 달갑지 않은 터였다. 한참을 걸어가던 지

영이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서 멈춰 섰다. 그것은 도로에서 조금 

벗어난 빌딩들 사이에 골목이었다.

  "민형씨...... 부탁이 있어요."

  멈춰서 지영이 민형을 바라보며 망설이듯이 시선을 흘렸다. 그녀의 얼굴

이 어찌된 일이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민형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

로 그런 지영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가 떨리는 입술을 때었다.

  

  "대전으로 내려가기 전에 나를 안아줘요."

  그녀 역시 고민 끝에 내뱉은 그 한마디는 눈앞에 민형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그런 민형과 지영의 머리위에는 노란색 야광으로 번쩍

이는 '모텔'의 간판이 휘황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PART-42

  "쉬다 가실 겁니까?"

  "그럴꺼에요."

  모텔안 종업원의 물음에 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형은 현재 머리 상

태 백지로 멍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2만원 입니다."

  선불이었다. 지영이 돈을 지불하자 종업원이 두 사람을 2층으로 안내 했

다. 기다란 복도에 오밀조밀 하게 방문이 모여 있었는데 그 수가 대충 10

개가 넘었다. 밖에서는 별로 커 보이지도 않는 모텔이었는데 안에 이렇게 

방이 많다니? 그것도 2층만! 민형은 처음 와보는 모텔안에서 어안이 벙벙

할 뿐이었다.

  "편히 쉬십시오"

  방안으로 둘을 안내한 종업원이 바깥으로 나가며 문을 닫자 방안의 정적

이 잃었다. 지영 역시 머쓱한 표정으로 방안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민

형은 삐쭉삐쭉 방안으로 들어가 안을 둘러 보았다. 이럴 때 겁먹지 말고 

남자다운 당당함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방안에는 커텐이 쳐진 작은 창

문과 옷장이 하나, 그리고 VTR이 함께 장착되어 있는 TV, 마지막으로 냉장

고와 침대가 하나 있었다. 그 침대를 보는 순간 민형은 꿀꺽 침을 삼켰

다. 이거 들어와 버린게 실감나는군 그래...... 머리속이 빙글빙글 돌았

다. 민형은 애써 태연한 채 하며 냉장고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석수 2병

과 청량제 2병이 들어 있었다. 음, 2개씩 준비된걸 보니 그룹으로는 역시 

오지 않는 모양이군...... 섬 쓺하다. 민형은 계속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지영에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예요......?"

  쿠궁- 심장이 확 멈춰버릴 것 같은 유지영 선생님의 나지막한 목소리, 

민형은 쿵쾅 거리는 가슴을 한손으로 움켜 잡으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

어 났다. 고개를 돌리자 마찬가지로 머쓱한 듯 어깨를 움추리고 서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모습이 있었다. 민형은 한순간 혼란스러웠다.

  '선생님은 처음일까?'

  아니면 이런곳에 온 경험이 있는 걸까, 24세라는 나이는 적지 않은 나

이다. 민형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을 나무라며 나무 인형처럼 딱딱

한 몸으로 저벅저벅 지영의 앞으로 다가갔다. 둘은 그상태로 아무말도 하

지 않고 뚫어져라 서로의 얼굴만 쳐다 보았다. 민형은 등에 송글송글 식은

땀이 맺혔다.

  "선생님......"

  가까스로 입을 열었으나 다음 말이 시작되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

까 이거...... 벗어요? 무식한 놈으로 보일거다. 살살 해줄께요? 아니다

경험이 많아 보인다. 만화에서 보면 이럴 때 뭐라고 하더라, 아아 왜 이

리 생각이 안나는 거지! 그때 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샤워 할께요."

  이거다! 바로 이거야! 엥?

  "아, 그,그러세요."

  민형은 엉겹결에 눈이 둥그래져서 대답했다. 그렇군, 샤워 먼저 하는 거

였지, 민형은 샤워실로 들어가는 유지영 선생님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쳐

다보면 긴장으로 인해 축축해진 자신의 등을 만져 보았다. 과연 이것이 옳

은 일일까...... 혼자 남게 되자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 쏴아아아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민형은 침대위에 걸터 앉아 한숨을 쉬며 

샤워실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거라는 상상은 많이 

해 보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유지영 선생님일 거라는 생각은, 물론 아주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민형은 몇분을 다투는 이

상황속에서 쉴세없이 옳고 그름을 따지며 복잡한 심정을 달래기 시작했

다. 잘할 수 있을까? 유지영 선생님도 처음일까? 아니, 그보다 이런식으로

나가도 좋은걸까? 가슴이 쿵쾅 거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침착해 질 수가 

없었다. 그때 딸칵 문소리가 나고 욕실문이 스르륵 열렸다.

  "아......?"

  그 안에서 살짝 몸을 내민 유지영 선생님을 본 순간 민형의 머리속은 

새하얗게 백지로 변해 버렸다. 타올을 감은채 젖은 머리를 늘어 뜨리며 

홍조띈 얼굴의 유지영 선생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민형은 침대에 걸터 앉아 멍하니 유지영 선생님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샤워실 뒤로 살짝 몸을 숨겼

다.

  "너무 보지 마세요......"

  "아, 네, 네!"

 

  민형은 얼굴이 빨개져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에쁘다, 너무 예뻐서

미칠 것 같다. 유지영 선생님을 본순간 모든 잡념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

린 자신이 놀라울 정도였다. 저런 여자를 이런 기회에 안지 않으면 언제

안아 본단 말인가? 아마 일평생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 기회에 내껄

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음, 이것이 남자의 본심인가...... 허허 참.

  "민형씨도 씻으세요."

  "그, 그래야죠."

  지영이 머쓱하게 묻다 민형은 머리를 긁적 거리며 지영과 터치 했다.

욕실안에 들어가 옷을 벗으면서 민형은 문득 굉장한 어색함을 느꼈다. 그

러고 보니 집이 아닌 욕실에서 옷을 벗은 것은 공중 목욕탕을 제외하고는

여기가 처음이다. 갑지가 휑- 한 기분이 들어 매우 썰렁했다. 아마 유지영

선생님도 같은 기분 이었을 것이다. 아니 남자인 내가 이 정도면 선생님은

더 심하셨겠군. 민형은 이런 생각을 하며 샤위로 몸을 씻기 시작했다.

  "......"

  한편 침대위에 앉아 있는 지영은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며 불안한 심

정을 달래고 있었다. 아까부터 이상하게 알 수 없는 오한이 생겨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처음이었다. 지영도 이런곳에 온 일이나 남자에게 안

아 달라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의외로 민형이 별로 놀라지 않은 것 같아

서 지영은 신기하기도 하고 당황되기도 했다. 민형씨는 이런곳에 온 경험

이 있을까...... 지영은 후우- 한숨을 내쉬며 눈을 아래쪽으로 내리 깔았

다. 그때 속사포로 샤워를 끝마친 민형이 벌컥 문을 열고 나왔다. 지영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민형을 바라 보았다. 그렇게 당당하게 문을 열고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취한 행동이었다. 민형은 하반신에

타올을 걸친채 조금 굳은 얼굴로 걸어 나왔다. 지영은 가슴이 두근두근 떨

렸다. 얼굴이 점점 붉어지고 손가락이 꿈틀꿈틀 움직였다. 민형쪽에서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태연한 듯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민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일단 지영을 가볍게 안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그걸 실행에 옮겼다.

  "자,잠깐!"

  순간 지영이 화들짝 놀라 몸을 뒤로 뺐기 때문에 민형의 심장도 덜컥

내려 가는 것만 같았다.

  "왜,왜그러세요 선생님?"

  "하,할말이 있어요 민형씨......"

  "뭔데 그러세요?"

  간 떨어질뻔 했네, 할말이 있으면 진작하지 이렇게 결정적인 장면에서

큰소리로 외칠게 뭐람, 민형은 조금 김이 세기도 하고 또 긴장도 약간 풀

린 기분이 들어 느슨한 표정으로 지영을 바라 보았다. 지영은 떨고 있는

듯 했다.

  "머,먼저 키스부터......"

  억, 그런 요구였어? 그런거라면 사양하지 않으마! 민형은 유지영 선생

님의 옆에 같은 자세로 앉아 위쪽에서 지영의 입술을 덥었다. 지영은 유

순하게 턱을 들어 민형의 키스를 받아 들였다. 그 상태에서 어떤 기교도

없었기 때문에 민형은 그저 입을 대고 있을 뿐이었다. 순간 민형은 느꼈

다. 점점 심하게 떨려오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반응을......

  "?"

  그녀의 몸이 마치 오한이 나듯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얼

굴은 창백했고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손을 대자 같이 움직일 정도로

떨림이 심해졌기 때문에 민형은 입술을 때어 내고 물었다.

  "왜,왜그러시죠......?"

  이거 뭔가 잘못 된건가? 도대체 알 수가 있어야지! 그때 지영이 여전

히 떨리는 몸으로 주춤주춤 입을 열었다.

  "처,처음이라...... 나는......"

  그 말을 듣자 민형은 마치 모든 불안이 씻겨 나가듯이 평온한 마음이 되

었다. 그렇군, 역시 유지영 선생님도 처음이었던 거야. 그럼 그렇지, 그녀

가 나말고 다른 남자에게 안겼을리가 없었던 거야. 민형은 갑자기 힘이 

생겨 지영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그녀의 어깨를 갸날프고 눈처럼 희었

다.

  "선생님, 후,후회 없으시죠."

  대범하게 민형은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떨

림은 멈추지 않았지만 민형쪽에서 강하게 나오자 거부할 엄두도 나지 않았

다. 민형은 그대로 긴장된 마음으로 지영이 감고 있는 타올을 밑으로 내렸

다. 잠시후 민형은 온몸의 피가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아, 유지영 선

생님의 젖 가슴도, 그리고 가늘고 긴 목의 라인도, 모든 것이 마치 그림 

처럼 너무나 아름다웠던 것이다. 안고 싶다, 이 여자를 안고 싶다는 마음

이 너무나 간절해졌다. 민형은 지영을  돕히고 자신은 그 위로 올라갔다. 

지영은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여전히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내리고 있었다.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미,민형씨......"

  그녀가 누운 상태로 사색이 되어 입을 열었기 때문에 민형은 문득 그녀

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사랑해요......"

  "......선생님."

  민형은 흐믓하고 포근한 기분이 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아무것도 긴장되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

고 또 좋아한다는 걸 너무나 확실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민형은 고

개를 숙여 그녀의 목에 키스하고 천천히 밑으로 입술을 가져 갔다. 가슴

에 도달했을 때 지영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는 마치 목석 같았다.

  "선생님 정말 예뻐요, 눈이 부실 정도로......"

  "그,그래요?"

  민형이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의 부끄러운 말을 스스럼 없이 하자 지영

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애써 빙긋 웃어 보였다. 

  "눈을 꼭 감으세요."

 그날밤 두 사람은 믿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나로 맺어졌다. 그날

은 어쨋든 두 사람에게는 의미있는 날로 기억 되었다.

PART-43

대전으로 내려간 민형이 살곳은 도심을 조금 빠져 나가 한적한 동네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은 고속 버스터미널과 매우 가까웠으며 또 민형이 

다녀야 할 중영 실업 고등학교의 조금 떨어진 곳에 붙어 있었다.

  "음, 이집인가......?"

  주소가 적힌 종이 쪽지와 눈앞에 보이는 대문을 번갈아 보며 민형이 어

깨를 으쓱했다.이제부터 자신이 살집...... 민형은 앞에 서서 대문을 물끄

러미 바라다 보며 숨을 죽였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리 넓지 않은 낡은 가옥이 보였다. 양옥이 아닌 

한옥이라는 것이 문득 민형을 두렵게 했지만 그는 용기를 내서 안으로 들

어갔다. 집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 했다. 

  "으음......"

  집안을 대충 살펴보니 일층짜리 가옥에 중간에   은 마루가 있고 마루

양 사이드에 방이 하나씩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집이었다. 역시 자취집이라

후졌군...... 이라고 생각하며 민형은 어기적 어기적 안으로 들어가 마루

에 쿵- 하고 짐을 내려 놓았다.

  "휴우......"

  낡은 한옥 지붕이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민형의 머리위에 매달려 있었

다. 문을 드드륵 열고 안을 보니 안은 조금 신식으로 꾸며져 방과 이어진

또다른 마루와 부엌, 그리고 냉장고와 TV등이 놓여져 있었다. 방은 화장실

건너편에 있는 것 까지 모두 두개 인 것  같았다.

  "이제 이런 곳에서 살아야 되나......"

  얼마전 까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던 2층 양옥집에서 살던 자신을 비

추어 보며 민형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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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형이 다니게 된 중영 실업 고등학교는 대전에 있는 실업계에서 꽤 유

명한 학교였다. 자신이 어떻게 이런 학교에 편입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민형은 이때 만큼은 정말 아버지의 수완에 감탄하고 있었다. 

  "네가 공부하게 될 교실은 3학년 1반이다. 보통 이런 시기에 전학을 오

지 않는데 드문 케이스구나. 어쨋든 담임 선생님은 교무실에 계시는 송미

라 선생님 이시니 가봐라."

  

  교감의 설명이 끝난후 민형은 교감실을 빠져나가 옆에 붙어 있는 교무실

로 향했다. 그곳에서 담임이라는 송미라 선생님을 묻자 한 교무직원이 가

장자리에 있는 책상 하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안경을 낀 곱상한 외모의 

여성이 무엇인가를 읽고 있었다.

  "저, 송미라 선생님 이십니까."

  "음, 누구지?"

  그녀가 고개를 들고 민형을 쳐다 보았다. 머리카락이 살랑 휘날려 꽤 귀

여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민형은 갑자기 서울에 두고온 유지영 선생님이 

생각났다.

  "오늘 전학오기로 한 학생입니다. 정민형 이라고......"

  "아, 네가 정민형이니? 아 그래 잘왔다. 이제 수업 시작 시간이니까 같

이 교실로 올라가자."

  담임이 이렇게 말하며 학급일지를 들고 일어서자 민형이 잠자코 따라 나

섰다. 복도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가자 그 맨 끝에 3학년 1반의 푯말이 보였

다. 교실은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시껄벅적 떠들썩해 있었다. 민형은 교

실도 들어가기 전에 얼른 주머니에서 안경을 끼었다. 도수가 없는 것으로 

유지영 선생님이 마련해 준 것이었다. 좀더 착실하게 보여서 싸움의 껀수

를 줄일 수 있는 비장의 아이템 이었다.

  

  "어머, 너 안경 쓰니?"

  교실 문 앞에서 얼른 안경을 쓰는 민형을 바라보며 이상하다는 듯이 송

미라 담임이 물었다. 민형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학교에선요."

  "눈이 나쁜가 보구나."

  "조금요."

  "그럼 앞자리 쪽으로 마련해 주어야 겠군."

  '괜찮은데......'

  이거 잘못 걸렸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민형은 어기적 어기적 담임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다. 

  - 드르륵

  순간 와글와글 떠들썩 목소리들이 딱 조용 해졌다. 송미라 선생이 교탁

앞으로 나아가 학급일지로 교탁을 탕탕 때렸다.

  "자자, 조용조용. 오늘 새 친구가 왔다. 멀리 서울에서 온 친군데 앞으

로 사이좋게 잘 지내라."

  담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실의 모든 시선이 민형에게 주욱 쏠렸

다. 반은 남자 반은 여자가 앉아 있는 남녀 공학 이었다. 하지만 민형은 

원래 공학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 

  "자, 자기 소개 해라."

  

  담임의 말대로 민형은 고개를 슬쩍 숙이며 자기 이름을 밝혔다.

  "정민형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민형은 이렇게 이야기 한 후 고개를 슬쩍 들었다. 교실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쑥쓰러웠다. 그때 담임이 민형이

앉을 만한 자리를 스윽  섞어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쯤 앉으면 좋을까, 역시 앞 자리가......"

  "안경을 끼면 아주 잘 보입니다 선생님."

  "어머, 그래?"

  민형은 혹시 앞 자리로 앉혀지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얼른 이렇게 말

을 꺼냈다.

  "그럼 아주 잘 됐구나, 마침 뒷자리가 비어 있으니까 저기 가서 앉도록

해라."

  민형은 선생님이 가리킨 자리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자리와 주위에 있

는 학생들의 상황을 살폈다.

  "......"

  보통 일반적인 고등학교에는 뒷자리에 지켜지는 규칙 같은 것이 있다.

즉 뒷자리에 앉는 것은 그 반의 불량한 패거리의 차지인 것이다. 민형 역시

그런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민형은 자신의 자리를 바라보며 고개

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반 아이들을 가로질러 선생님이 지목하

신 자신의 자리로 걸어 갔다. 

  "......"

  한 키가 큰 녀석이 껌을 씹으며 민형을 쳐다 보고 있었다. 짧은 머리를

무스로 요란하게 흔들어 마치 추락한 비행기가 지나간 잔디밭과 같은 머

리를 한 녀석이었다. 그는 아무말로 하지 않고 자신의 옆에 앉는 민형을

턱을 툭 내민 얼굴로 거만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민형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책가방을 걸었다. 개새끼, 되게 벨 꼴리게 쳐다보는군. 

죽여 버릴까보다. 민형의 속 마음은 대충 이랬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자

신을 달래며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니 유지영 선생님의 호의를

져 버리지 않기 위해 잠자코 안경을 한 번 바로 고쳐 잡았다.

  "그럼 특별한 전달 사항이 없는 관계로 여기서 종례를 마치겠다. 그럼 떠

들지 말고 얌전히 1교시 수업 준비해."

  반장이라는 여자 아이가 일어나 차렷 경례를 한 후 담인은 교실을 나갔

다. 주위에 공기가 풀어지고 조금은 편안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민형은 처

음 전학을 왔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고 조금은 외로왔다.

  "야, 비켜"

  "!"

  그때 민형의 옆 자리에 앉은 녀석이 자신의 발로 민형의 의자를 주욱 밀

며 일그러진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순간 민형은 벌컥 화가 났으나 꾹 참

고 의자를 조금 앞으로 당겨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무스 머리가 책상을

벗어난 후 민형을 돌아 보았다. 민형은 그때 까지 책을 뒤적이느라고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야, 전학생"

  그가 민형을 불렀고 그제서야 민형이 고개를 들었다. 무스 머리는 양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채 껌을 질겅질걸 씹으며 험상궂은 얼굴로 입을 열었

다. 

  "나 나갔다 올때까지 콜라 하나 사다 놔."

  "!?"

  뭣이라? 아니 이놈이 뒈지고 싶어 환장을 했나! 민형은 하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무스 머리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그는 민형은 몇

초간 노려보더니 슥 등을 돌려 교실을 빠져 나가고 말았다.

PART-44

 "너 콜라 사러 안갈꺼니?"

   마침 책 정리를 막 끝마친 민형의 옆으로 몇 명의 아이들이 모여 들었

다. 그들은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전학생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 이들

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접근 방식은 보통의 케이스인 어디에서 왔니? 공

부는 몇등했니? 집은 어디니? 하는 것들이 아닌, 너 콜라 사러 가지 않을

작정이냐 라는 것이었다. 민형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을 

건 여학생에게 고개를 들었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 머리를 가진 단정 해 

보이는 소녀였다.

  "무슨 말이지?"

  

  민형은 짐짓 모른체를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곁에 모여든 몇몇의 아이

들도 다들 민형을 걱정하고 있는 듯 했다.

 

  "너 이대로 있으면 혼이 날꺼야."

  "그래, 기현이는 우리 반 보스야. 게다가 총보스의 오른팔이라고"

  보스? 총보스의 오른팔? 그거 참 익숙한 말이군, 한때 서울의 총 보스였

던 민형은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서울로 돌아온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오히

려 긴장이 풀어졌다. 그러나 그런 민형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

은 모두 민형의 태연한 태도를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실수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 콜라."

  그때 누군가가 책상위에 탁- 소리를 내며 캔 콜라를 내려 놓았다. 민형

은 무슨일인가 해서 콜라를 가져온 누군가를 올려다 보았다. 찰랑찰랑한

고운 갈색 긴머리를 해어 밴드로 고정시킨 단정한 외모에 예쁜 아가씨가 

보였다. 그녀는 골치아픈 표정을 지으며 민형을 향해 휴- 한숨을 내쉬었

다.

  "넌 오늘 처음 왔으니까 잘 모르나 본데, 일이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내

가 사온거야. 나중에 설명해 줄테니까 일단 그렇게 알아."

  "넌 누구야?"

  민형이 묻자 콜라를 사온 소녀 대신 옆에 있는 남자아이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얜, 우리반 반장이야."

  "신의연 이라고 해, 어쨋든 우리반에 온걸 환영해. 잘 부탁해."

  신의연이라 자신을 소개 받은 긴머리 반장이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민형은 그들의 호의가 고마워 자신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난 정민형이야. 잘 부탁해."

  "그래 그래, 내 이름은 민주리야."

  "난 권준호야."

  처음에 민형에게 말을 걸었던 여자아이와 몇몇의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

을 밝히기 시작했다. 민형은 각자에게 한 번씩 인사를 하며 애써 서먹서먹

한 분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근데 반장."

  "의연이라고 해."

  "아, 그래 의연반장. 묻고 싶은게 있어."

  "뭔데?"

  민형의 물음에 의연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민형은 대충 사연을 알고는

있었지만 모른체 하고 의연에게 물었다.

  "그 무스머리가 콜라를 사오라고 했다고 반장까지 나서서 사와야 하는 

이유가 뭐지? 그 녀석이 그렇게 두렵나?"

  순간 모두의 얼굴이 가라앉고 마치 해서는 안될 말을 들은 것 처럼 조용

해 졌다. 민형이 너무나 정확하게 그들의 약점을 찔렀기 때문인지도 몰랐

다.

  "그건 말이야...... 말하자면 길어. 넌 전학생이니까 일단 일에 말려들

지 않는게 좋아. 처음에 찍히면 곤란하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민형은 모른체 하고 계속 물었다. 그러자 모두들 의연이에게 시선을 돌

렸고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의연이 민형에게 입을 열었다.

  "할 수 없군, 그렇다면 설명해주지. 넌 잘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말이

야, 이 지역에서 유명한 일류 실업고야."

  "유명하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지?"

  야, 이 학교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란 말이야? 잘도 이런곳에 편입 시켰

군 아버지, 이거 전학온게 꼭 나쁘지 많은 않은데, 민형은 이렇게 생각 속

으로 히죽 웃었다. 그러나 뒤에 이어지는 의연이 대사가 기가 찼다.

  "너무 좋아하지만, 학업 성적이 아니라 싸움 실력이 일류야. 너무 유명

해서 근처에 모르는 집이 없을 정도야."

  윽, 그러면 그렇지, 아버지 이런 학교에 넣어 주고는 어떻게 싸움을 하

지 말라는 말입니까, 민형은 갑자기 허무해 졌다.

  "대전시 지역의 총 보스인 유택천이가 우리 학교에 있기 때문에 매일매

일 패싸움이 벌어지고 각 반에 그 녀석의 부하들이 하나씩 있어. 그 녀석

들 말에 거역하며 아주 피곤해 진다고, 이 정도면 너도 대충 알아 들었

지?"

  "응, 굉장히 뻔한 이야기로구나."

  민형이 시시하다는 듯이 입을 열자 갑자가 의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너 우리를 우습게 보는거야?"

  의연이 욹그락 붉으란 한 표정으로 민형에게 목소리를 깔자 민형은 그

렇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야. 그보다 신경 써 줘서 정말 고마워 반장. 자 돈 줄게."

  민형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려 했

다. 그러자 의연이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됐어, 네가 오늘 전학온 기념이기도 하고 또 네가 잘 생겨서 공짜

로 주는거야."

  "뭐......?"

  민형이 멍한 표정으로 어쩔줄 모르자 주위에 아이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

트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교실 뒷문이 드르륵 열리고 김기현이 들어왔

다. 동시에 민형의 주위에 몰려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기 자리로 돌아

갔다.

  "좀 참아."

  의연이 뒷맛이 나쁘다는 듯이 민형의 어깨를 툭 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

갔다. 잠시후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기현이 자신의 자리로 들어와 앉았

다. 자신의 책상위에 놓인 콜라는 보더니 그는 매우 만족한 듯 한 얼굴로

콜라를 집어 들었다. 갑자기 그가 외쳤다.

  "이거 뭐야! 코카 콜라잖아!! 누가 이거 사오라고 했어!? 난 팹시 콜라

만 먹어!"

  녀석이 갑자기 민형을 향해 큰소리로 윽박 질렀다. 민형은 하도 황당해

서 하마터면 반사적으로 녀석을 때려  돕힐뻔 했다. 하지만 모두의 부탁을

저 버리기도 그렇고 싸움도 하고 싶지 않고 가까스로 참으며 입을 꾹 다물

었다. 그때 의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이봐! 우리 학교 매점에는 팹시 콜라는 팔지 않아!"

  "넌 주제넘게 나서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반장."

  기현이 의연이를 향해 태연하게 심한 말을 하자 의연은 분해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이 새빨개 졌다. 민형이 대충 보니 반 꼴이 상당히

어거지라 속이 뒤틀릴 정도였다. 하지만 민형은 참고 또 참았다.

  "너 전학생, 오늘은 처음이니까 봐준다. 다음부턴 조심해."

  뭘 조심하라고? 정말 사람 환장하게 하는데 소질 있는 놈이군, 민형은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 . . .

  "예, 엄마 학교는 괜찮은 것 같아요. 담임도 친절하고 애들도 모두 잘

해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집으로 돌아온 민형은 엄마에게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하고 수화기

를 내려 놓았다. 엄마는 주말에 시간나면 꼭 올라오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민형은 수화기를 내려 놓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유지영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기는 너무 이른 시각, 그녀는 

아직 학원에 있을 것이다. 어제 심신이 지쳐 잠시 전화를 하고 못했기 때

문에 민형은 어서 빨리 지영과 통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집에오는 

시간은 아마도 10시 전후일 것이다. 아직도 3시간 이상이나 남은 것이다.

  "휴, 심심하구나 대전은......"

  민형은 바닥에 털썩 드러 누우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은 매우 공허하고 외로웠다.

  '그래도 집이 좋았지......'

  타지에 나와 있으니 세삼스럽게 집에 있을때의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했

다. 집에선 엄마가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아버지가 돈도 벌어다 주고

모든 것이 부족한 것이 없었는데, 게다가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서울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 대전에는 심심할 때 부를 친구 조차도

없는 것이다. 민형은 갑자기 외로웠다.

  - 따르르르릉

  - 따르르르릉

  그때 갑자기 수화기가 울렸고 민형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금 끊은 엄마가 다시 전화를 걸 확률은 희박하고, 민형은 얼른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PART-45

  "여보세요?"

  << 여보세요? 민형씨? 저예요 저 >>

  "지.지영?"

  << 예, 지영이예요! 지금 학원 가는 길인데 시간이 나서 전화 했어

요. 우와, 동전이 마구 내려가고 있어요. 민형씨 적을 준비 하세요! >>

  갑작스러운 유지영 선생님의 전화, 민형은 너무 반가워 가슴이 쿵쾅쿵쾅

뛸 정도였다. 민형이 그녀의 말에 따라 얼떨결에 메모지 한 장을 찢자 지

영이 번호 하나를 주루룩 불렀다.

  << 015-723-38XX, 이거 제 호출 번호예요 저 호출기 샀어요. 그러니까 

필요할 때 연락하세요. 네, 알았죠? >>

  "지영씨 삐삐 샀어요?"

  << 네, 아무래도 떨어져 있으니까 연락이라도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요. 광역 삐삐예요. 그러니까 필요할 때 연락하세요 알았죠? >>

  그녀의 급한 목소리는 아마도 공중 전화기 돈 떨어지는 소리에 비례할 

것이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매우 푸근하게 기

분 좋았다.

  "그래요, 그럼 이따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내가 전화 할께요."

  << 네, 그래요. 아참! 그리고 저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놀러 갈께요. 토

요일은 학원이 쉬니까 그래도 되죠? >>

  

  이런! 이렇게도 바라는 일이 일어날 줄이야, 민형은 한순간 얼굴이 핑-

돌아갈 정도로 기뻤다.

  "물론이죠!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 그럼 자세한 사항은 이따 전화로 얘기해요. 그럼 잘 있어요.>>

  "응, 이따 봐요."

  민형은 이렇게 대답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유

지영 선생님이 내일 놀러온다고 한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민형의 마음속에

있던 서먹서먹함과 외로움이 한꺼번에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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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민형은 전학간 이 세날의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특별히 다른 학

생들과 마찰같은 것은 없었고 또 오늘 지영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

우 들떠 있는 상태였다. 어제 무사히 콜라를 사다 받쳐서인지 기현이도 민

형에게 특별히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민형은 자신이 조금만 조심하면 별

달리 싸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매사를 신중하게 부드럽

게 처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다행히 친구들도 매우 친절하고 반장 의연


이나 그밖에 친구들도 여러모로 신경 써 주는 것 같아 민형은 안심이 되었

다.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서자 민

형은 기분이 좋았다.

  '지영씨가 언제쯤 올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민형은 터미널에 들를까 했으나 미리 약속을 하

지 않은 관계로 집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다. 대전에 내려온지 2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동안 떨

어져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형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제촉했다.

  "어머 민형아, 지금 가니?"

  발걸음을 제촉하던 민형을 멈추게 한 것은 반장 신의연 이었다. 그녀는

는 어제 보았던 주리와 함께 귀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반장이구나."

  민형이 예의상 슬쩍 웃으며 의연을 쳐다 보았다. 그러자 의연이 베시시

웃으면서 민형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좋은 토요일, 수업이 끝나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는걸 보니 불쌍해 

보여서 잡은거야. 친구가 없어서 곧바로 가는거야?"

  이거,이거...... 뭔가 걸려들 것 같은 분위기인데, 지영이 언제 올지 몰

라 조금이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민형의 마음이 다급해 졌다. 하

지만 의연이와 주리는 민형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냥 별다른 할 일이 없어서 집에 가려는 중이었어."

  "그래?"

  아뿔싸, 의연의 싱긋 웃는 웃음을 본 민형이 뜨끔 했다.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돌아가야 한다고 해야 하는건데! 민형의 등뒤에 주루룩 식은

땀이 흘렀다.

  "그럼 우리랑 분식집 갈래? 학교 얘기들도 해줄테니."

  "또 친해지는 계기도 되고 말이야."

  주리가 살짝 나서 의연의 말을 뒷 받쳤다. 민형은 매우 난처한 심정이

되어 거절할 수도 그렇다고 따라가고 싶지도 않은 상황에 처하고 말았

다. 집에가서 지영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쩔까 저쩔까 고민만 되는

순간 이었다.

 

  "자 가자, 내가 살게."

  기세 좋게 입을 연 의연의 말에 따라 민형은 결국 분식집에 따라가는 신

세가 되고 말았다.

........................................... . . . .  .  .  .  .  .

 

  "선생님 저 민형인데요. 만약 도착하시면 도착했다고 호출좀 해주세요.

저는 집 근처 분식집에 있어요. 아마 제가 먼저 들어가게 될테지만 혹시

몰라서 연락 드리는 거예요. 그럼 끊을께요."

  민형은 만약을 대비해서 지영의 호출기에 이렇게 음성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고개를 돌리니 분식집 자리 한쪽에 의연과 주리 그리고 분식집에

서 만나 끼어든 준호까지 합세해 있었다.

  "이봐 뭐하는 거야. 빨리 와서 앉아 떡뽁이 왔어."

  주리가 제촉해 불르자 민형은 얼른   다란 식탁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로

가 앉았다. 의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전화로 연락하는 걸 보니까 애인이라도 만나야 되는거 

아냐?"

  뜨금, 거 눈치한번 빠르네. 여자란......

  "아니야, 엄마한테 연락한거 아니야?"

  "그럼 혹시 마마보이란 말이야......?"

  후자는 정말 심하군, 이 사나이 중에 사나이 정민형이 마마보이로 보이

다니 얘네들 정말 강적이로군, 민형은 황당한 나머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식은땀만 뻘뻘 흘렸다. 제길, 이 학교 애들은 어찌된게 거리감이 없

어. 할말이 없어 잠자코 있는 민형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의연이 밝게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미남이 마마보일 리가 없잖아~"

  "아하~ 그래 미남." 

  주리와 준호가 맞장구를 치며 하하하 웃자 민형도 쑥쓰럽고 얼떨떨한 기

분에 따라서 슬쩍 웃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주리가 물었다. 주리는 언

뜻 보아도 통통 튀는 성격에 상대에게 거리감을 줄이는데 수완이 좋은 아

이였다. 그것은 의연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의연은 조금 기품

이 있어 어른스러운 면이 보이는데 비해 주리는 말 그대로 통통 튀는 천진

난만함이 돋보이는 아이였다.

  "전학온 첫날부터 황당했지? 우리 학교 좀 그래. 그래도 어떡하니 네가

좀 참으면 많은 사람들이 평온하다고 생각해."

  "그래,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는거지."

  한 몫 거드는 준호에게 고개를 끄덕 거리며 민형은 말을 줄이기 위해 떡

뽁이를 집어 들었다. 지금 민형의 머리속은 유지영 선생님의 대한 일로 꽉

차 있었다. 시계를 슬쩍 보니 어느덧 1시, 이거 혹시 도착 하셨으면 어떡

하지...... 민형은 씹고 있는 떡볶이가 무슨 맛인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

다.

  "근데 너 집이 어디니?"

  의연이 불쑥 묻자 민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으,응? 아 바로 저 옆이야. 학교랑 가까워."

  "그래? 좋겠다~! 아침에 일찍 안 일어나도 되고. 우리 집은 여기서 버스

타고 8 정거장이나 가야 되는데."

  "서울에서 살다 왔다며? 무슨 일로 여기 왔니?"

  이번엔 주리의 질문, 녀석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민형의 속을 뜨끔 뜨끔

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으응...... 그게."

  거참, 뭐라고 대답하지? 혼자 왔으니 아버지 전근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선생을 때리고 퇴학당해서 할 수 없어 왔다고 하기도 그렇고.

  "집안일이 좀......"

  "그래?"

  주리고 눈을 반짝 반짝 굴리며 민형을 쳐다보자 민형은 더욱 난처해 져

얼굴이 빨개 졌다. 민형의 곤란한 마음을 알았는지 의연이 얼른 끼어들어 

화제를 돌렸다.

  "야 됐어, 빨리 떡뽁이나 먹어. 다 식었다 식었어."

  의연의 의도를 알았는지 다들 저마다 재잘 재잘 떠들며 떡볶이를 집어

먹기 시작했다. 민형은 내심 의연의 배려에 고마워 하며 의연을 슬쩍 쳐

다 보았다.

  "......"

  옆머리를 넘기며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꽤 귀엽게 느껴졌다.

-------------------------------------------------------------------

  민형이 간신히 친구들과 헤어졌을때는 이미 2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

었다. 마음이 조급해 서둘러 뛰어가는 민형의 앞에서 천천히 전신주 옆에

서 있는 예쁘장한 지영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포착하는 순

간 민형은 가슴이 벅찼다. 그녀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민형씨!?"

  지영 쪽에서도 환해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녀

의 긴 머리가 치렁치렁 휘날리며 곡선을 그려 내었다. 민형은 책가방을 

덜컹덜컹 소리내며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 지영의 앞에 섰다. 이틀만이었

지만 마치 2년이 흐른 것 같이 느껴졌다. 지영이 생글생글 거리며 민형에

게 인사했다.

  "잘 있었어요 민형씨?"

  "선생님. 정말 잘 오셨어요."

  민형은 벅찬 가슴이 누르며 예쁜 지영의 얼굴을 한손으로 쓸었다. 보송

보송한 피부와 머리카락에 손가락에 휘말려 지나갔다. 지영도 기분 좋은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PART-46

  "자, 어서 들어오세요."

  민형은 신발을 벗어던지고 지영을 집안으로 안내 했다. 지영은 아무도

없는 집이었지만 조심스럽게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들어왔다. 

  "아무도 없어요 선생님. 여긴 저 혼자 산다고요."

  "아, 네......"

  지영은 그리 작지 않은 집안을 빙- 둘러보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

왔다. 방이 두 개 화장실이 하나 게다가 주방까지 따로 달려 있었고 작지

만 마루도 있었다. 

  "집이 크네요."

  "네,저 혼자 살기는 휑- 하니 넓어요."

  민형이 유쾌하게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지영도 그런 민형을 따라 

민형이 쓰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앞에 조그마한 민형의 방이

들어났다. 방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민형이 혼자 쓸 정도면 충분한

넓이였다.

  "선생님 여기 잠깐 앉아 계세요. 저 씻고 올께요."

  "네."

  민형이 책가방을 책상 옆에 내려놓고 얼른 갈아 입을 옷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지영을 방 중앙에 앉아 둘레 둘레 주위를 두리번 거렸

다. 창문에 커텐이 쳐져 있고 책상 하나와 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막

이사와서 그런지 별다른 짐은 없고 교과서와 공책이 책상위에 쌓여 있었

다.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형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

  그녀는 교과서를 잠자코 들춰보며 안에 있는 내용을 구경했다. 고등

학교 교과서는 오랜만이었다. 세삼스럽게 민형이 아직 고교생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 사락

  문득 책안에서 종이 소리를 내며 흰 종이장 한 장이 떨어졌다. 지영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와......"

  그것을 본 지영은 매우 감탄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교과서 사이에서 떨

어져 나온 종이에는 만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

성이 벤치위에 앉아 비둘기들을 바라보는 서정적인 그림 이었다.

  "민형씨가 그린건가 대단하네......"

  지영은 이리저리 만화를 살펴보며 신기한 듯이 눈 동자를 돌렸다. 지금

까지 민형이 그린 그림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지영은 이렇게 접하게 된 

민형이 그린 만화가 한없이 신기해 보였다. 민형이 이 그림을 보니 지금까

지 알고 있던 민형이 전혀 다른 사람 같이 느껴졌다.

  '만화를 잘 그리는구나......'

  민형의 또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된 지영은 마음이 푸근해졌다. 지영은 

교과서안에 그림은 얌전히 끼워 넣으며 제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딸칵 소리를 내며 츄리닝으로 갈아 입은 민형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기다리셨죠."

  "아,아뇨, 방 구경 하고 있었어요."

  도둑이 제발 저린 심정으로 지영은 쓴 웃음을 지으며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민형의 그림을 본 것을 들킬뻔 했네......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가슴이 철렁 할 정도로 지영은 놀랐다.

  "집 좋죠? 혼자 살기에는 정말 넘치는 집이예요."

  "정말 그렇네요."

  민형이 묻자 지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왠지 할말이 없어진 지영이 아무

말 안고 방만 둘러보고 있자 민형인 지영에게 슬쩍 다가갔다. 흠칫한 지영

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앞에는 민형이 있었다. 민형이 한없이 푸근한 

표정으로 지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지영은 그대

로 눈을 감았다.

  "음......"

  민형의 입술이 지영을 입술을 덮고 그의 손이 가슴을 애무하기 시작했

다. 처음엔 약하게 옷 위를 움직이던 민형의 손이 와이셔츠 밑으로 들어

가 브레지어를 들어 내었다. 지영의 얼굴이 점점 붉게 고조되기 시작했

다.

  "으음......"

  입술을 때어낸 민형이 지영의 등을 받치며 방바닥에 얌전히  돕혔다. 지

영이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렸다. 가슴이 두근두근 떨리고 어깨죽지

가 파르르 요동치기 시작했다. 민형은 지영의 떨림이 기분 좋았다. 그는

왠지 여유가 생겨 지영은 가만히 안고 가만히 있었다. 지영도 그런 민형의

뜻을 알았는지 민형의 등뒤로 손을 넣어 그의 등을 껴안은 채 가만히 있었

다.

  "선생님 정말 잘 오셨어요."

  민형의 함숨석인 편안한 목소리에 지영은 빙긋이 미소 지으며 민형의 등

을 쓰다듬었다.

............................................... . . .  .  .  .  .  .

  "민형씨 그림 좀 보여주세요."

  문득 싱크대 앞에서 음식을 만들던 지영이 이렇게 묻자 마루에서 잡지를

보고 있던 민형이 허겁지겁 고개를 들었다. 그림이라니......? 갑자기 왠

그림.

  

  "민형씨는 만화를 잘 그리던데...... 다른 그림도 있으면 좀 보고 싶어

서요."

  "마,만화요? 선생님 어떻게 그걸?"

  민형이 놀라 어쩔줄 모르는 얼굴로 지영을 바라보자 지영이 혀를 낼름 

내밀며 입을 열었다.

  "사실은 아까 방에 있을 때 교과서 안에 끼어 있는 그림을 봤어요. 그거

민형씨가 그린게 맞죠?"

  아뿔싸, 그걸 들키다니. 민형은 갑자기 쑥쓰러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

으로 얼굴이 빨개졌다. 우와...... 드디어 들켰다. 그럼 만화 때문에 일어

를 배우려 했다는 것도 들통날지 모른다.

  "민형씨한테 그런 소질이 있는줄 몰랐는데...... 너무해요. 나한텐 조

금의 귀뜸도 해주지 않았잖아요?"

  "저, 그,그게......"

  마루에 앉은 지영이 민형에게 바짝 다가 앉으며 묻자 민형은 완전히 시

뻘개진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들켰다...... 유지영 선생님이 알아 버

리셨어, 민형은 쓴 웃음을 지은체 하하 웃으며 머리를 긁적 거렸다.

...................................................... . . . . . .

  "와! 이게 다 민형씨가 그린 거예요? 대단해!"

  민형이 그린 원고를 손에 들고 지영이 극찬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영의 눈앞에는 마치 진짜 만화와 같은 원고들이 있었다. 

  "아,아직은 그저 지망생이기 때문에 별로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요...

..."

  "무슨 소리예요 민형씨, 이렇게 잘그리면서."

  정신없이 원고를  섞어 보며 지영이 감탄 한 듯이 중얼 거렸다.

  "그리고 만화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리는 거 아닌가요?"

  "그,그렇지요."

  하긴 만화는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리는 것이지, 민형은 새삼스럽게 무

안해져 또다시 얼굴이 빨개 졌다. 지영은 수북히 쌓인 원고와 연습장을 

뒤지며 재미있다는 듯이 반짝반짝한 눈을 굴렸다. 민형은 새삼 지영이 만

화에 대해 나쁘지 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진작 보여주는 건데...... 기분이 좋아진 민형의 입에 넓

게 벌어졌다.  

  "그럼 민형씨 초상화 같은 것도 그릴줄 알아요?"

  "대생은 만화에 기본이니까 조금...... 하지만 전문적인 대생은 잘 못

하죠."

  "그렇구나...... 아뭏튼 대단하네요......"

  지영이 손에 든 원고를 주욱 보며 고개를 끄덕 끄덕 움직였다.

  "이거 출판사에는 가져가 봤어요?"

  "네?"

  불쑥 질문하는 지영의 물음에 민형은 당황한 듯 대답했다.

  "아,아니요. 어떻게 그런데를......"

  "왜요? 연재해야 하잖아요."

  "뭐, 꼭 연재를 해야만 만화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뭐 그렇게

되면 좋지요."

  왠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를 질문하는 것 같아 민형은 머리를 긁적

거렸다. 그러나 그런 민형과는 다르게 지영은 신이난 듯이 계속 해서 말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굉장해 보이는데, 민형씨 한 번 가져 가봐요!"

  "아,아니예요. 지금 실력으로는 창피할 뿐이에요."

  "그런가요......?"

  지영이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민형은 이제 됐다는 듯이

지영에게 원고를 받아들며 화제를 돌렸다.

  "이제 됐어요 선생님. 제가 실력이 되면 나중에 시도해 볼테니까 우선은

밥 좀 주세요. 밥 다 되지 않았어요?"

  "예? 밥? 왓!"

  그제서야 깜짝 놀란 지영이 허겁지겁 주방으로 뛰어 나갔다.

  "와아~! 이거 어떡하지 찌개를 끓이던 중이었는데......"

  다   아 버린 찌개 뚜껑을 열어보며 지영이 실망스럽다는 듯이 고개

를 떨구었다. 민형은 그런 지영을 향해 괜찮다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

었다.

PART-47

  저녁을 먹고 난 후 민형은 조금이지만 몸이 달았다. 유지영 선생님은 

옆자리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고 별로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듯 했

다. 

  "선생님."

  "예?"

  TV를 보던 지영이 살짝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민형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어떻게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 그걸 하자고!

  "TV 재밌어요?"

  "네, TV가 아주 크네요. 25인치죠? 우리집은 14인친데."

  민형의 물음에 지영이 곧이 곧대로 대답했다. 민형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다시 TV를 바라보았다. TV에서는 쇼 프로가 한창이었다. 민형은 잠시

TV를 보다가 슬쩍 지영의 어깨위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러나 지영은 별다

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친김에 민형은 바싹 다가앉아 지영의 가슴을 

슬쩍 슬쩍 어루만졌다.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민형을 살짝 쳐다본 후 얼굴

이 붉어진채 웃음 지었다.

  "선생님."

  "네?"

  민형은 굳은 얼굴로 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죠."

  "TV보잖아요......"

  한마디로 말을 끊으면서 지영이 TV쪽에서 눈을 때지 않았다.

  "저는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좀 더 기념적인 시간을......"

  "......"

  문득 지영이 고개를 돌려 민형을 빤히 바라보았다. 민형은 한순간 덜컥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민형을 바라보던 지영이 살짝 웃으

며 대답했다.

  "나 오늘 자고 갈거잖아요~"

  "아,그렇죠 참."

  조금 기다리라는 소리인가? 어쨋든 더 이상은 조를 건덕지가 없어 민형

은 맨숭맨숭 TV를 쳐다 보았다. 지영의 알몸이 머리속에서 빙글빙글 회전

했다. 새하얗고 풍만한 탄력있는 가슴...... 가늘고 날씬한 허리, 그리고

예쁜 얼굴이 아른거렸다. 아, 안고싶다. 남자라면 당연한 거니 욕하지 말

라고. 그때 지영이 민형의 심정을 알았는지 민형의 옆으로 바싹 붙어 두팔

로 목을 끌어 안았다. 그 상태로 두 사람은 잠자코 TV를 보기 시작했다. 

민형은 푸근하고 기분이 좋아 그대로 잠자코 있었다. TV를 보는 동안 민형

은 문득 묻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는 TV에 눈을 고정 시킨채 지영에게 물

었다.

  "선생님."

  "예."

  지영도 여전히 브라운관에서 눈을 때지 안고 대답했다. 민형이 물었

다. 

  "그거 할 때 있잖아요."

  "......?"

  지영이 민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많이 아파요?"

  "......"

  음, 조금 심한 질문이었나, 하지만 궁금한걸 어쩌라고. 민형은 저번 모

텔에서 지영이 아파서 눈물을 흘린 것을 기억하며 이렇게 물었다. 아픈 것

과 좋은 것의 차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분명히 아파서 였으니까.

  "아프죠."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얼마나 아픈데요?"

  음, 묻다보니 용기기 생기는군, 민형은 계속 밀어 붙혔다. 지영이 손

을 입가에 대고 작게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맨살이 찢어지면 아프지요? 그 정도로 아파요."

  "그,그래요?"

  그렇게 아프단 말인가? 민형은 미처 몰랐던 사실에 얼떨떨해 하며 지

영의 옆 모습을 빤히 쳐다 보았다. 처녀막이란게 파열될 때 그 정도까지 

통증이 느껴질줄은 몰랐다. 피가 나는 것도 생리적이 현상에 의해서인줄 

알았는데.....

  "그,그런데 왜 나랑...... 그렇게 아팠다면서......"

  새삽스럽게 미안한 표정으로 민형이 묻자 지영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

다.

  "민형씨만 좋으면 돼요."

  "네?"

  지영이 얌전한 얼굴로 TV브라운관에 시선을 놓은채 대답했다.

  "민형씨가 좋으면 된거죠 뭐. 난 괜찮아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

아 진데요."

  "선생님......"

  웃으며 대답하는 지영이 갑자기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민형은 그녀에 어

깨뒤로 넘어간 자신의 손에 꾸욱 힘을 주었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지

...... 절대로 놓치지 않은거야. 민형은 그렇게 결심하고 있었다.

  "그렇니까 하기전에 애무를 충분히 해줘야 하는거예요."

  지영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히죽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

 

  지영과 충분히 기념적인 대전 첫날을 보내고 민형은 아침 일찍 눈을 떴

다. 어제의 섹스 때문인지 보통때보다 훨씬 푹 잠들 수 있었다. 피로가 말

끔히 가셔 이불 위에서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말똥말똥 잠이 오지 않았다.

  "......"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아직 지영이 새끈새끈 숨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

었다. 민형은 손을 뻗어 그녀의 굴곡 있는 허리와 어깨를 매만졌다. 어젯

밤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교태같은 것은 전혀 부릴 줄 모르는 어설픈 

행위 였지만 민형은 충분히 만족했다. 그녀의 잠든 머리카락을 몇번 쓸어

준 후 민형은 자리에서 일어 났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민형은 전

화기 버튼을 눌렀다. 몇번의 신호음이 가고 전화를 받은 것은 민형의 어머

니 희연이었다.

  "엄마 저예요."

  민형의 전화를 받은 희연이 매우 반가워 하며 아침 일찍 왠일이냐고 묻

는 것을 잊지 않았다. 민형은 온지 얼마 안되서 정리 할것도 있고 또 학교

에서 숙제가 많아 올라가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도 자주 올라가진 못할거예요. 공휴일이나 시간 나는 대로 갈게

요."

  "그래, 대신 먹는건 꼭 챙겨먹고 돈 떨어지면 연락해라. 헤프게 쓰지 말

고."

  "알았어요."

  민형의 몸 걱정을 하면서도 씀씀이를 지적하는 것을 보니 역시 엄마는 

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형은 전화를 끊고 이부자리로 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았지만 벌써 지영을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불속에 얌전히 누워 있으려니까 지영이 옆으로 돌아 누우며 민

형을 껴 안았다. 민형이 물었다.

  "깼어요?"

  "네, 방금요."

  눈을 반짝 뜨는 지영이 예뻐서 민형은 그녀의 입술에 살찍 입 맞췄다.

지영은 예쁘다. 민형이 아는 어떤 여자보다도 더. 민형은 지금까지 엄마

가 최고의 미인이라고만 생각했다. 난 정말 마마보이였나봐.

  "일어 날거예요?"

  지영이 이렇게 말하며 민형의 끌어 안은 몸의 자신의 가슴을 밀착 시켰

다. 봉긋한 가슴과 유두가 살에 닿아 민형은 곧바로 흥분됐다. 

  "그전에 한 번 더 어때요?"

  민형이 씩 웃으며 얼굴이 빨개지는 지영을 끌어 안고 이불속으로 들어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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