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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선생/선후배/여대생)
2017.06.19 11:05

고교 3년생의 사랑 6부

조회 수 5421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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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훈은 자리에 주저 앉아 뻐끔 뻐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회색의 담배

연기가 방안을 가득 매웠고 지훈의 찡그린 얼굴이 불쾌하게 일그러져 있었

다. 지영은 그런 지훈의 옆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채 쭈그리고 앉아 있었

다.

  "그놈 이름이 뭐야"

  "......"

  지훈이 물었으나 지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놈 이름이 뭐냐니까?"

  지훈은 지영의 반쯤 들어나 있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누르며 되 물

었다. 지영의 얼굴이 비틀비틀 흔들렸다.

  "민형....... 정민형......"

  지영이 반쯤 얼이 나간 표정으로 나지막히 중얼 거렸다. 답답한 듯 지훈

이 지영이 둘러쓰고 있는 이불을 빼앗자 그녀의 몸이 들어 났다. 상위는 

찢기고 속옷만 입은 그녀의 몸에는 여기저기 시커멓게 피멍이 들어 있었

다. 지훈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더욱 세차게 담배를 빨았다.

  "미,미안하다......"

  지훈이 인상을 찌푸린채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동공이 고정된 지영은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조금씩 부르르 몸을 떨 뿐이었다.

  "아 미안하다니까!"

  "꺄악!!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오빠!"

  답답한 나머지 지훈이 언성을 높히자 갑자기 지영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두손으로 양 팔을 감싸고 시선을 바닥에 떨군채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렸다. 

  "다,다시는 남자랑 어울리지 않을께요...... 다시는 오빠말을 거역하지

않을께요...... 그러니까....."

  "......"

  지훈이 멍한 표정으로 지영을 바라보자 갑자기 그녀가 두눈에서 눈물을

쏟아붇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제 때리지 마세요...... 때리지 마세요......"

  "지영아......?"

  부들부들 떨며 지영이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동생의 태도에 수상함을 느낀 지훈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집어 보았다.

  "아니? 불덩이 같잖아!"

  외치는 지훈의 앞에서 지영의 눈이 흐릿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떨리는 몸은 아직 멈추지 않고 있었다.

  "오한까지? 이, 이거...... 빨리 누워라 지영아!"

  "하아..... 하아....."

  갑자기 지영이 숨이 막힌 듯 한손으로 가슴을 움켜 잡고 헐떡 대기 시작

했다. 지훈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홧김에 때려버리고 말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 괴로워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던 것이다. 게다

가 지영의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더욱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오빠......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

  "아,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하고 누워!"

  신음하듯 헛소리를 해대는 지영의 입을 막으며 지훈이 급하게 담요를 하

나 꺼내 지영의 몸에 덮어 주었다. 그녀는 열이 심하고 심하게 몸을 떨었

다. 지훈은 갑자기 몸이 달아 올랐다. 왜,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렇게 세게 때린 것 같지도 않은데......

  "민형씨......"

  "!?"

  신음하던 지영이 민형의 이름을 중얼 거렸다. 그와 함께 지훈의 표정이 

씁쓸하게 일그러 졌다.

  "......"

  뻑뻑 담배를 피워대며 지훈은 복잡한 심정으로 낮은 천정을 바라 보았

다. 

  '정민형이라고......'

-------------------------------------------------------------------

  "오늘은 유지영 선생님이 결근을 하셨어요. 몸이 아프시다고 하시는데 

미안해서 어떡하죠? 208호에서 합강을 하실수도 있겠지만 본인 선택이예

요. 오늘 수강분은 토요일날 보충 하신 답니다."

  민형은 멍하니 원장의 말을 들으며 두 눈을 깜빡 거렸다. 유지영 선생

님이 몸이 아프다고? 바로 어제 저녘까지 멀쩡했는데...... 아니 그보다

몸이 아프다면 전화로라도 귀뜸 해주실 것이지...... 민형은 힘없이 학

원을 터벅터벅 빠져 나오며 한숨을 쉬었다.

  '어디가 아프다는 걸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이대로 집에 돌아갈 수 가 없었다. 민형이 마침 

눈에 띈 근처 공중전화로 막 들어 가려던 참이었다.

  "네가 정민형?"

  "?"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민형을 막아서는 한 사나이가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긴 장발에 청바지와 검은 쟈켓, 언뜻 봐서는 무슨 뮤지션 지망생과

도 같아 보였다.

  "누구시죠?"

  민형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런 부류는 시비를 걸어온다. 민

형의 주먹이 근질 거렸다.

  "방금 학원에 올라가서 네가 오지 않았나 알아 봤지. 마침 방금 나간 학

생이라고 해서 따라온거야. 타이밍이 좋군."

  "날 따라왔다고요? 무슨 일이죠?"

  민형이 차가운 표정으로 사나이를 노려 보았다. 태도로 보아 반가운 손

님은 아니었다.

  "그 건방진 상판때기 좀 누그러 뜨릴 수 없나......"

  "너 지금 뭐라고 지껄였어......"

  민형의 표정이 험악하제 변모했다. 시비를 걸어 온다면 피하지 않는게

정민형 주의다. 그러나 장발의 사나이는 그런 민형이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거 반반한 얼굴로 꽤 난폭한 얼굴을 하는 녀석이로군...... 임마 난 

26살이야."

  "......"

  수작을 걸어오는 지훈에게 민형은 일그러진 얼굴로 아무 대꾸를 하지 않

았다.

  "너 오늘 유지영 선생님이 안 나와서 궁금해 하고 있지?"

  "!?!?"

  순간 민형의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어째서 이런 녀석이 그 일에 

대해서 알고 있지?! 민형은 기묘한 불안감 동시에 유지영 선생님에 대

한 걱정이 밀려 왔다.

  "잠깐 얘기좀 할까......"

  "!!"

  지훈이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으로 골목 뒤쪽을 가리켰다.

-------------------------------------------------------------------

  "넌 뭐야? 어떻게 유지영 선생님에 대해 알고 있지?"

  "거참 저돌적인 자식이군. 너 몇살이야?"

  "......!!"

  민형은 지훈의 도발에 이가 갈릴 지경이었으나 눈앞에 지훈이 유지영

선생님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 하여 꾹 참고 대답했다.

  "18살이다."

  "뭐라고!?"

  순간 이번엔 지훈의 두눈이 휘둥그래 졌다. 아니 18살이면 고등학생 아

니야? 그럼 설마 지영이 이런 고등학생 녀석을?

  "고,고등학생 이란 말이냐!?"

  "그래! 고등학생이다. 그것보다 유지영 선생님이 왜 학원에 안 왔는지

빨리 말해! 그렇지 않으면......!"

  민형이 이를 으드득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 민형을 향해 지훈이

비아냥 거리듯이 눈을 내리 깔았다.

  "호오...... 그렇지 않으면?"

  "죽여 버릴테다......"

  그 무시무시한 기압에 지훈은 바짝 긴장하는 자신을 느꼈다. 고등학생 

치곤 상당한 녀석이군...... 지훈은 어이 없음과 동시에 몸안에서 끌어 오

르는 묘한 질투심에 사로 잡혔다.

  '그래, 이 잘생긴 꼬마 녀석이 지영이가 좋아하는 남자란 말이지....

.. 나보다 더......'

  지훈은 열이 오르는 민형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영이 녀석, 어

쩌다가 이런 애송이 자식한테 반해가지고...... 자기 동생이라지만 참 순

해 빠질 따름이라 지훈은 답답했다. 6살이나 어린 꼬마가 어떻게 남자로 

보일 수가 있었지? 의아함과 함께 나이와는 상관없이 지영을 가로채려고 

하는 이 기세 좋은 고등학생에 대한 분노도 끓어 올랐다.

  "날 죽여 버리겠다고......?"

  "내가 농담 하는 것 같으냐......"

  민형이 피식 웃으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꽉 쥔 주먹을 지훈을 

향해 들어 올리며 섬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디를 박살내줄까......"

  과거의 기세가 살아나고 전투 본능이 꿈틀꿈틀 용솟음 쳤다. 민형도 반

년 전까지는 이 거리의 불량아 였다.

  "그 전에 한가지 얘기해 주지."

  "!?"

  금방이라도 달려들것만 같은 민형을 향해 지훈은 태연하게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난 지영의 오빠다. 유지훈 그게 내 이름이지."

  "뭐,뭐라고!?"

  순간 기세 등등하던 민형이 움찔 했다. 지영의 오빠라고? 믿을 수가 없

군. 이런 불량한 자식이? 망설이는 민형의 앞에서 지훈이 예상대로라는 듯

이 웃기 시작했다.

  "왜, 놀랬나? 내가 지영이의 오빠라서? 

  "거,거짓말 하지 마라!!"

  민형이 악에 받쳐 소리 쳤다. 그러나 지훈의 능글능글한 태도는 사라지

지 않았다.

  "거짓말이라고? 나는 네가 모르는 지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하다

못해 왼쪽 허리에 조그마한 점까지 샅샅히 다 알고 있다. 정 궁금하면 지

금집에 전화해서 알아보지 그래? 물론......"

  이렇게 말하며 지훈은 웃었다.

  "받지 않을테지만 말이야......"

  "무,무슨 뜻이지!?"

  지훈의 기분나쁜 웃음에 민형이 발악하듯 외쳤다. 정말 기분 나쁜 녀석

이군! 이런 놈이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내가 시켰으니까."

  순간 지훈의 두눈이 번쩍 뜨였다.

  "내가 전화를 받지 말라고 했거든. 그리고 다시는......"

  이렇게 입을 여는 지훈의 표정에는 자심감이 서려 있었다.

  "정민형 이란 녀석과 대면하지 말라고 했단 말이다! 물론 오늘 부로 학

원도 그만 둘 것이다! 경고 하겠는데 지영이에게 접근하면......"

  "......!!"

  어이 없어하는 민형의 앞에서 지훈이 자신의 주먹을 들어 보였다. 조금

전 민형의 행동과 꼭같이......

  "죽여 버릴테다......"

PART-30

  지훈은 위협적인 어투로 민형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민형의 분노에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되어 버린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분이 오를 대로 오른 민형의 두눈이 이글 이글 타오르기 시작했

다.

  "나를 어쩌겠다고 했냐......"

  분노의 절은 얼굴 근육의 경직과 함께 실소가 흘러 나왔다. 죽일놈....

..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고 해도 결코 용서할 수가 없다. 민형의 두 주

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식 어디 한 번 당해봐라--------!!"

  "!?!?"

  자신과 유지영 선생님을 갈라 놓으려는 놈! 민형은 그것이 설사 지영의

아버지라도 용서 할 수 없었다.

  "유지영 선생님을 어떻게 했어!!!"

  번개 같은 주먹이 지훈의 얼굴을 향해 날아 갔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에 민형은 균형을 잃고 앞으로 헛발을 짚으며 휘청 거렸다.

  "!?"

 

  민형은 헛손질한 자신의 주먹을 눈으로   으며 경악 했다. 분명히 묵직

한 타격이 실린 자신의 주먹에 얻어 맞은 지훈이 나가 떨어져야 하는것인

데......!

  "겨우 그거냐 애송아. 스 ソ을 살리지 못하는구나"

  "!?"

  그리고 자신의 뒤쪽에서 섬뜻한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민형의 뒤통수에 강력한 압력이 밀려 왔다.

  "사람을 때리는 법을 모르는구나!!!"

  "으윽!?"

  뒤쪽에서부터 내려 꽂히는 하드 펀치. 민형은 그대로 뒷 통수를 얻어맞

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지훈도 인상을 찌푸렸다.

  "우웃!?"

  그 짧은 순간에 민형의 뒷 차기가 지훈의 옆구리에 찔러 박혔던 것이

다.민형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쓰레기통쪽에 처박히고 지훈은 아픈 옆구

리를 두손으로 움켜 잡으며 컥컥- 허연 물을 토해 내었다. 이놈이!? 고등

학생 치곤 믿을 수 없는 노련함 이었다. 한순간 지훈은 긴장 했다.

  '이 자식이......!'

  아픔과 함께 황당함 그리고 분노가 밀려 왔다. 이런 애송이 한테 한방

먹은 충격이 이 정도로 크다면 복서의 자격이 있겠는가!

  "크윽!"

  쓰레기 통에 처박혔던 민형 역시 아픈 머리를 움켜 잡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런 민형의 몸에서 흔들림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데미지는 없는가?'

  정통으로 카운터를 맞았는데? 저렇게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 지훈은 경이로웠다. 이 녀석 정말 고교생 맞아? 복서인 자신의 주먹

을 무방비로 카운터 당했는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너, 이자식...... 보통이 아니구나."

  민형이 아픈 머리를 어루만지며 험상궂은 얼굴로 침을 퇘 뱉었다. 눈앞

이 빙글 빙글 돌고 머리가 얼얼했다.

   

  "유지영 선생님과 통화 하겠다! 네가 진짜 선생님의 오빠라면 혼내줄

수가 없으니까!"

  민형이 외쳤다. 분노하기는 했지만 진정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면 이

런 무례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 한편에 걸리는 이 문제 때문에 전

력으로 싸울 수 없는 것이다.

  "호오...... 마치 그 문제가 마음에 걸려 싸울 수 없다는 투 같구나."

  "그렇다!!!"

  민형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지훈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도 소용 없어. 지영은 받을 수 없을거다."

  "뭐야!?"

  심상치 않은 얼굴로 대꾸하는 민형에게 지훈이 악바리 같은 얼굴로 험상

궂게 입을 열었다.

  "어제 나한테 너무 맞아서 입을 움직이기도 힘들거다! 나는 원래 동생 

교육에는 엄한 편이라서 말이야! 지금쯤 앓아 누워 있으니 넌 신경꺼

라!"

  "뭐,뭐라고!?"

  지훈의 악에 받친 목소리와 함께 민형의 두눈이 커 졌다. 유지영 선생님

을...... 

  "선생님을 때렸단 말이냐!?"

  "그렇다! 아주 흠씬 두들겨 패줬지! 겉옷이 모두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패 줬다! 다시는 너란 녀석을 생각하지 못하게! 충분히 효과가 있었으니 

넌 걱정하지 마라 이 고삐리야!"

  지훈의 외침, 그것은 민형에게는 엄청난 쇼크가 되기에 충분했다. 목

이 바짝 타오르고 두눈이 희번덕 거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을...... 그 상

냥한 유지영 선생님을 때리다니...... 그것도 이정도의 타격을 줄 만한 강

한 주먹으로......

  "너...... 여기서 살아 돌아갈 생각은 마라......!!!!!"

  민형의 분노와 함께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너, 이제는...... 선생님의 오빠라는 벽은 없어져 버렸다."

  분노가 터지자 민형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 졌다. 유지영 선생님을...

... 그 착한 여자를 때리다니 용서 할 수가 없다.

  "죽여 버리겠다-------------!!"

  온 힘을 주먹에 쏟은 민형이 지훈을 향해 달려 나갔다. 순간 지훈은 자

세를 좁히며 두팔을 턱 밑으로 가져 갔다. 그리고 스 ソ을 잡고 서서히 움

직이기 시작했다. 복싱선수의 파이팅 포즈. 민형은 복서와 상대해 본적이 

없다.

  "맞아라!!"

  민형이 외치며 팔을 휘둘렀다.

  -콰악

  "우욱!?"

  순간 강력한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민형의 얼굴을 가격 했다. 비명과 함

께 민형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그리고 지훈은 민형의 오른 쪽으로 움직

였다.

  "그런 무대포 공격으로 나를 건드리겠다고?"

  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10년은 빠르다 이 애송이야!!"

  "쿠왁!!"

  

  연속되는 원투가 민형의 얼굴을 가격 했다. 그리고 뒤 따르는 피니쉬 

블로우.

  "바디 블로우를 먹어 봤느냐--------!!!!"

  "우왁!?"

  휭- 큰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는 바디 블러우가 민형의 목부를 그대로

가격 했다. 순간 컥- 소리와 함께 민형의 입에서 허연 물이 튀어 나왔

다.

  "크윽......?"

  눈이 돌아갈 정도의 강력한 바디 블로우. 민형도 복싱 선수의 연속된 펀

치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훈은 틈을 주지 않았다.

  "뻗어라----!!"

  -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서 내려치는 스매시 블로우, 민형은 그대

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정신을 잃어 버렸다.

  "후우...... 후우......"

  지훈은 땅에 쓰러진 민형을 내려다 보며 아까 발에 찍인 오른 쪽 복부를

어루 만졌다.

  "상당히 아프군......"

  만약 민형이 다른 격투기를 몸에 익혔다면 상대하기 상당히 힘들었을 거

라 생각하면서 지훈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PART-31

  "으음......"

  지영은 천근과도 같이 무거운 자신의 몸을 느끼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온몸의 여기 저기가 쑤시고 아렸다. 그녀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고

개를 돌려 시계를 쳐다 보았다.

  "!?"

  벌써 늦은 저녁이 되어 있었다. 오늘이 어제인지 오늘인지 잘 분간이 되

지 않았다. 만약 하루가 지났다면 학원을 결근하고 만 것이다. 갑자기 정

신이 번쩍 들었다. 지영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아, 아야야야......"

  몸이 쿡쿡 쑤신 나머지 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신음 했다. 그녀는 차

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오늘 학원을 빼 먹었다는 것을 확인 했다. 그리

고 줄곳 하루동안 정신 없이 잠을 잤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오빠는 어디

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지영의 마음은 침울 했다.

  '이제 어떡하지......'

  지영은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오빠가 민형의 존재를 알아 차렸으니 가

만 있지 않을 것이다. 오빠에게 맞는 것은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아무것

도 모르는 민형이 자신의 오빠 때문에 어떠한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고 생

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설마?'

  순간 지영을 불현 듯 스쳐 지나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오빠가?'

  그럴리는 없겠지만......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지영은 아픈 몸으로

억지로 일어나 재빨리 옷을 입었다. 오빠가 없다. 학원에 갔을지도 모른다

는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예전부터 지훈은 지영에게 접

근하는 남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 벌컥

  순간 문이 열리고 지영은 그 자리에서 마네킹 처럼 굳어 버렸다. 문을 

열어제친 지훈이 일어서 있는 지영에게 물었다.

  "어디 가려는 거야. 몸은 이제 괜찮냐......?"

  "오,오빠......"

  지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듯 대답했다.

  "오빠를...... 찾으려고......"

  "왜 네가 나를 찾아?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돌아다니던 너는 신경 쓸 것

없어."

  "......"

  지훈이 성큼 성큼 방안으로 들어왔고 지영은 기가 죽어 얌전히 자리에 

다시 앉았다. 지훈은 방안으로 들어와 잠바를 던져 놓고 대뜸 입을 열었

다.

  "학원에는 내가 전화 했다. 몸이 아파서 못 간다고 했어. 토요일날 보충

하라더라."

  "하,학원에 가셨어요?"

  지영이 반사적으로 되묻자 지훈은 그런 지영으르 빤히 바라 보았다. 지

영은 분명히 지훈이 민형의 만남을 염려하고 있는 듯 했다.

  "갔었다."

  "!"

  지영의 얼굴이 창백해 졌다.

  "그리고 정민형 이란 녀석을 만났지. 잘 말해 뒀으니까 너도 이제 그 녀

석 만나지마."

  "......!"

  순간 지영이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역시, 역시 오빠가 민형을 만나고

온 것이 분명했다. 갑자기 지영의 눈시울이 뜨거워 지기 시작했다.

  "오,오빠...... 민형씨한테 무슨 짓을 했어요......"

  지영이 훌쩍훌쭉 울면서 묻자 지훈이 오히려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무슨 짓이라니!? 이 오빠가 무슨 흉계라고 꾸몄단 말이야!!"

  "그,그런건 아니지만......"

  겁도 나고 서러워 어쩔줄 모르며 지영이 욱욱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지훈은 그런 지영에게 콧방귀를 뀔뿐 전혀 가책 없는 표정으로 중얼 거렸

다.

  "어쨋든 모든건 내가 다 해결해 놨으니 넌 이제 그 꼬마녀석 만나지마!

이 미친년아,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그렇지 6살이나 어린 고교생과 연애질

이야!? 너 그렇게 배알이 없어!?"

  "미,민형씨는 좋은 사람이예요...... 오빠는 잘 몰라서 그래요......"

  "그 씨자 소리 빼!! 헤어지라면 헤어지는 거지 웬 잔말이 그리 많아!"

  지영이 울면서 대답하자 지훈은 열이 뻗쳐 큰소리로 윽박 질렀다. 지영

은 훌쩍훌쩍 울면서 어찔할바를 모르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런 지영

의 태도에서 지훈은 더욱 불쾌함과 분노, 그리고 질투심이 일기 시작했

다. 예전부터...... 고교때도 대학때도 몇몇의 남자들이 지영을   아 왔지

만 모두 지훈의 손으로 묵사발 내버렸다. 그러나 지영은 울지 않았다. 그

사람들을 염려하기는 했지만 헤어졌다고 울거나 서러워 하지 않았다. 지영

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사람을 사귀어 본적도 없었다.

  '크......'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민형과 자신을 갈라 놓은 지훈에게 지영은 강한

원망을 표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지영은 시키는대로 따르고 순종할뿐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들어내지 않는 아이였다.

  '그렇게 정민형이라는 놈이 좋단 말이냐......'

  지훈은 이가 갈렸다. 그리고 민형에 대한 맹렬한 질투가 끓어 올랐다.

-------------------------------------------------------------------

  "어머나? 정민형? 너 왜 이래? 너 누구한테 맞았니?"

  비틀거리면 집안으로 기어 들어온 민형을 알아본 민형의 엄마 희연이 믿

을 수 없다는 듯이 두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아들 민형이 이 정도로 얻어

맞고 들어온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너 또 어딘가의 패 싸움에 말려든거냐?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

  다그쳐 묻는 희연에게 대답할 생각도 않고 민형은 그저 성큼 성큼 집안

으로 들어가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졌다. 그 민형의 태도가 심상치 않

아 희연이 다시금 외쳤다.

  "야! 정민형?"

  그러나 민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2층 자기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지

금 민형은 상처의 아픔보다 유지영 선생님이 걱정되어 미칠 지경 이었다.

  '그 자식......'

  복싱. 한 번만 더 싸워 본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민형은 이렇게 속으

로 되뇌이며 방안으로 들어가 책 가방을 침대위에 내 던졌다.

 

  '그게 복서의 펀치란 말인가......'

  한발 한발 맞을 때 마다 뼈마디가 아리고 정신이 몽롱해 지는 주먹. 그

야말로 어디를 때려야 가장 상대방에게 아픔을 줄 수 있을지를 잘 계산한

공격 들이었다. 익숙한 발놀림의 현란한 움직임이 눈 앞에서 아른 거렸

다.

  '그것이 복서...... 놈은 프로일지도......'

  민형은 착찹한 기분으로 이불을 뒤집어 썼다. 졌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싸움에서 진 경험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민형은 진 것이 분하지 않았다.

비록 얼떨결에 지기는 했지만 지훈과의 싸움에서 민형은 자신의 모든 힘

을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지훈이 유지영 선생님의 오빠라는 사실이 누

가 뭐래도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런 녀석과 또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싸워야 한단 말인가..

....'

  민형은 마음이 착찹 했다. 만약 그를 때려  돕힌다 해도 과연 뒷일을 책

임 질수 있을까? 민형은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에 잠겨 자리에서 일어 났

다. 그리고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 갔다.

  "야, 정민형?"

  그때 주방에 있던 희연이 민형을 알아보고 다가왔다. 

  "우찌 된거야? 너가 이렇게 맞고 들어온 것은 참 오래간 만이다."

  "그만해 두세요. 난 지금 기분이 않좋아요."

  "뭐야 너...... 시시하게 시리......"

  민형은 궁금해 하는 엄마를 제쳐 두고 전화기만을 달랑 든채 다시 2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 왔다. 그리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유지영 선생님

의 집에......

  - 뚜르르르르

  - 뚜르르르르

  몇번의 신호음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건 처음 이었다. 잠시후 딸칵 소

리와 함께 유지영 선생님의 집쪽에서 전화를 받았고 민형은 긴장했다.

  "여보세요?"

  그안에서는 저주스러운 지훈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던 것이다. 민형은 순

간 왈칵 화가 치밀어 올랐다.

  "유,유지영 선생님 바꿔줘!"

  << ...... 뭐야 너 고교생 녀석 아니야!? >>

  저쪽에서도 민형의 목소리를 알아 듣고 목소리가 일그러졌다. 순간 수화

기 저편에서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오빠, 나, 나 바꿔 주세요. >>

  << 비켜! >>

  짝 소리와 함께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용 해 졌다. 그와 함께 민

형의 분노도 머리 끝까지 달아 올랐다.

  "야!! 이 개 자식아-------------!!!"

  그 큰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지영의 귓가에도 들려 왔다. 지영은 민형

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뻘겋게

부어 있었다.

  "서,선생님을 바꿔줘 이 나쁜놈------!!"

  << 어린 것이 말하는 것 하곤!! 다시는 전화 하지마 새꺄!! 니 주제를 

알아야지!! >>

  쾅-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민형은 들고 있던 수화기를 일그러 뜨

릴 듯이 힘을 주며 이를 바득 바득 갈았다. 개자식...... 개자식...... 이

제는 참을 수 없다. 인간 정민형 드디어 한계에 다달았다.

  "죽여버리고 말테다!!"

                                

PART-32

  온몸에서 피가 역류할 정도로 민형은 흥분한채 쿵쾅쿵쾅 계단을 뛰어 내

려갔다. 아래 층에서 TV를 보고 있던 희연은 깜짝놀라 고개를 들어 흥분한

자신의 아들을 바라 보았다. 지난 반년동안 잠잠했던 민형의 본 모습을 오

랫만에 상기시킬만한 일이 일어 난 듯했다. 

  "미,민형아 왜 그래?"

  민형이 화나면 무섭다. 희연은 비록 자신이 어머니의 입장이긴 하지만 

반쯤 겁먹은 얼굴로 더듬 거리며 물었다. 갑자기 민형이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또다시 2층으로 쿵쾅쿵쾅 뛰어 올라갔다. 민형의 방문이 벌컥

열리고 안으로 들어간 민형은 잠시동안 조용했다.

  "......"

  불안한 마음으로 2층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이는 희연은 죽을 맛 이었

다. 누구를 닮아 난폭한 민형은 지난 반년간은 어떤 결심을 했는지 매우

얌전 했었다. 매일 하고 들어오는 싸움도 하지 않고 울컥 하던 성미도 많

이 가라 앉았었다.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고 민형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민형아!?"

  그와 함꼐 놀란 희연이 기겁을 하며 아들의 이름을 외쳤다. 검은 가죽

장갑, 그것은 손가락 관절마다 찡이 박혀 있는 일면 전투용 장갑 이었

다. 계절에 맞지 않은 검은 가죽 잠바까지 입고...... 하지만 그런 것 보

다 더욱 희연을 당황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들의 눈이었다. 얼마동안 부드

러웠던 아들의 눈이 마치 예전에 그 귀신과 같은 섬 쓺한 눈빛으로 되 돌아 

와 있었던 것이다.

  "저 나갔다 올께요."

  민형이 부릅뜬 두 눈으로 희연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 거렸다. 이럴수

가, 한동한 잠잠하더니 또 어딘가에서 패싸움이라도 하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민형은 상처를 입고 들어 왔다. 혼자서 폭주족과 싸웠다던가 어떤 학

교에 조직과 맞붙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멀쩡히 들어 왔을 

것이다. 민형이 제일 무서울 때는 원한으로 인해 광분 했을 때이다.

  "안된다! 또 다시 싸우려는 거냐? 네가 요즘에 착실해 져서 엄마는 매우

기뻤단 말이야!"

  그런 희연을 돌아보는 민형의 눈은 얼음과 같이 차가 왔다. 희연은 차마

민형을 붙잡지는 못하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외쳤다.

  "가,가지마라 민형아. 네가 가면 나는 또 엄청난 치료비와 보험료를 물

어야만 하잖아! 네가 그런 기세로 가면...... 넌 마치 살인이라도 할 기세

로구나!"

  "......."

  큰소리와 함꼐 어머니와 아들의 시선이 오고 갔다. 잠시 동안의 침묵, 

희연은 그런 민형의 침묵이 더 없이 답답했다.

  "나,나도 싸우고 싶지 않아요...... 나도 착해 지고 싶었어요. 3학년

이 되었으니 얌전해 지고 싶었어요...... 대학에 못가도 내 앞가림을 내

가 하고 싶었다구요......"

  주먹을 불끈 쥔 민형이 하소연 하듯 중얼 거렸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이런 모습을 다신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하지만 오늘은 싸우지 않으면 안돼요!!! 엄마! 보험금이든 치료비든

준비해 놔요!! 미안해요!!"

  "미,민형아!!!"

  만류하는 희연을 뒤로 하고 쾅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고 민형이 뛰

쳐 나갔다. 정민형 서울 전역의 고교 폭력 써클을 제압은 고교 폭력계에

경계 대상. 폭력계에서 그 이름을 모르는 고교생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

이다. 

  << 죽여 버리겠어! >>

  그런 민형의 빨간 불은 이미 멈출 수 없는 곳에 도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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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은 울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이 오늘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빠가 학원에서 무슨 짓을 하고 왔는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민형씨에게 심한 짓을 했거나 때려  돕혔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접

근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그래 왔듯이 오빠는 또 똑같이 민형씨를 괴롭히고

집으로 돌아 왔을 것이다.

  "흑흑......"

  "재수 없게 울지마!!"

  우는 지영에게 지훈이 빽 소리 쳤다. 분했다. 비록 정민형이라는 놈을

혼내주긴 했지만 뒷 맛이 개운 하지 않았다. 그 눈, 고등학생이면서도 꺽

이지 않고 대항하려는 그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녀석들 처럼 꼬

리를 내리고 겁에 질려 도망치지도 않았다. 맞서 싸우는 용기, 그리고 당

한후에도 집에 전화를 하는 그 배짱. 지훈은 민형이라는 고교생에게 묘한

두려움과 함께 맹렬한 질투심이 솟아 올랐다.

  "제길......"

  그런 민형을 두둔하고 있는 지영 역시 오늘은 너무나 미웠다. 어째서,

어째서 지영은 오빠인 자신을 두둔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오빠인데.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지영을 키워 왔는데...... 지영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행복한 남자를 만나길 바랬는데....... 그런 생각에 집착하게 된

자신이 지훈은 미웠다. 다른 사람은 모두 자신을 멀리 해도 지영만은 자신

을 이해해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지영이 나를 원망할 정도로 좋아하는 그녀석......'

  지영이 슬퍼하면 슬퍼 할수록 지훈도 더욱 민형에 대한 증오심이 불타 

올랐다.

  << 그 녀석의 존재 자체가 없어졌으면! >>

  살인, 그런 섬 쓺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지금 지훈의 심정은 그것과

도 같았다. 그 녀석을 죽여서라도 지영의 미련을 끊을 수 있다면, 지영이 

다시 자신만의 동생으로 돌아 올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만

같았다.

쾅쾅-

순간 누군가가 큰소리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지영이 벌떡

몸을 일으키려 하는 순간 그녀보다도 훨씬 빠르게 지훈이 일어섰다. 지훈

은 당황하는 지영을 뒤로 밀쳐 놓고 재빨리 방문을 열고 현관으로 뛰어나

갔다.

  "선생님!!"

  민형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고 방안에 있는 지영이 기겁을 했다. 설마

민형씨가? 그가 이곳까지 온것인가?

  "선생님 나오세요!! 밖으로 나오세요!!"

  "민형씨!?"

  그와 함께 지영의 귓가에 콰지직 커다란 쇳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민

형은 자신의 눈앞에서 부서져 날아가는 철문과 함께 모습을 들어낸 지훈

을 볼 수 있었다. 지훈의 두눈은 아귀같이 새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이 애송이......"

  "나왔구나 이 자식--------!!"

  민형은 지훈을 보자마자 숨 쉴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수 없이 이를 갈았다. 선생님의 오빠고 뭐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갈데까진 간 민형의 인내심이 지훈의 얼굴을 보자

마자 폭발했다.  

퍽- 

  큰소리와 함께 지훈의 몸이 기우뚱 흔들렸다. 민형의 주먹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지훈이 마당쪽으로 나가 떨어지면서 입가에서 피를 뿌렸다. 동

시에 지영은 마악 마당으로 뛰쳐나오다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오빠의 모

습을 보았다. 그리고 난폭하게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민형의 모습도 보

았다.

  "아......?"

  그것은 마치 정지 화면처럼 지영의 두눈에 박혔다. 쓰러지는 오빠와 살

기에 젖어 주먹을 쥐고 있는 민형의 악마 같은 모습. 그 두 남자의 모습이

지영의 두눈에 똑똑히 박혔다.

  "이자식------!!"

  "으악!"

  쓰러진 지훈의 머리를 달려오던 민형이 그대로 걷어 차 버렸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지훈의 얼굴에서 하얗고 딱딱한 것이 튀어 나왔다. 그것은 지

훈의 이빨이었다.

  "꺄아아악--------!!"

  순식간에 흉칙한 몰골이 된 지훈을 향해 지영이 정신없이 비명을 질렀

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에 민형이 있고

자신의 오빠가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순식간에..

....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일들......

  "선생님 저리 비켜요!!"

  "민형씨!"

  갑자기 지영의 눈앞으로 다가온 민형이 그녀를 거칠게 밀어 버렸다.

지영은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것을 가까스로 벽에 어깨를 부딪쳐 균형을

잡았다. 뒤를 이어 민형이 오른발을 들어 지훈을 밟아 버리려고 했다.

  "크윽!!"

  위급한 상황에 지훈은 재빨리 두손으로 민형의 발을 붙잡아 꺽어 버

렸다. 균형을 잃은 민형이 쿵-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쓰러지고 지훈이

벌떡 일어났다. 일어난 그의 얼굴은 이미 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이자식!! 이 고등학생 자식이!!!!"

  "개새끼!!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벌떡 일어난 민형이 욕을 퍼부으며 지훈을 향해 달려 들었다. 순간 민형

의 눈앞에 실날같은 지훈의 잽이 스쳤다. 대단한 속도의 잽. 민형은 반사적

으로 그것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틀었다. 

  - 카악

  "!!!!"

  허리를 트는 순간 민형은 오른쪽 귀밑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몸을 한

바퀴 돌려 쓰러졌다. 고막이 파열됐는지 얼얼한 것이 잠시동안 눈앞이 빙

글빙글 돌았다. 바닥에 쓰러진 민형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재빨리 4발로

기어 대문을 빠져 나갔다. 바깥으로 나간 민형은 통증을 줄이기 위해 신음

하며 데굴데굴 굴렀다. 엄청난 충격. 머리가 울리고 배속에 있는 것이 모

두 토해질 것만 같은 통증이 일었다. 그뒤를 성난 지훈이 따라 나왔다. 그

때쯤 민형은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일어난 뒤였다.

  "내가 그렇게 경고 했는데 이곳에 와!? 넌 오늘 죽었어!!"

  "다,닥쳐 이 개새끼야......"

  주먹을 쥐어 보이며 협박하는 지훈을 향해 민형이 오기 어린 눈으로 비

아냥 거렸다. 그때 뒤   아 나온 지영이 지훈을 붙잡으며 울면서 외쳤

다.

  "오빠! 오빠 그만해요! 민형씨는 고등학생이예요!!"

  "시끄러! 비켜!"

  말리는 지영을 과격하게 밀어내며 지훈이 소리쳤다. 지영이 자리에 털

썩 무릎을 꿇는 순간, 그순간 민형의 두눈이 번쩍였다.

  "으아--------!!"

  "쿠억----!?"

  지훈이 지영에게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민형은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

올라 지훈의 복부에 오른발을 힘껏 꽂아 넣었다. 그 공격에 지훈은 아랫

배를 움켜 잡으며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나 민형은 멈추지 않고 오른발

을 번쩍 들어 지훈의 뒷통수를 콱- 찍어 버렸다. 엄청난 데미지를 견디지

못한 지훈이 땅바닥에 얼굴을 떨구며 쓰러졌다.

  '이,이 엄청난 충격......?'

  이것은 일반 고교생이 줄 수 있는 데미지가 아니다. 지훈은 아찔한 기분

으로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바로 잡기 위해 애썼다. 그 옆에서 지영은 벌벌

떨며 어쩔줄 몰랐다.

  "선생님......"

  지훈이 쓰러지자 귀밑에서 줄줄 흐르는 피를 내버려 둔채 민형이 지영에

게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 이런 자식 때문에 저랑 헤어지는건 아니죠?"

  민형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리고 그 무서운 얼굴은 지영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보통때의 상냥한 민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선생님 대답해 봐요! 선생님!!"

  "으아!!!"

  외치는 민형과 동시에 벌떡 일어난 지훈이 민형의 허리를 붙잡고 앞으

로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균형을 잃은 민형이 지훈을 위로 두고 쓰러지는

순간 얼굴에 수없이 많은 날카로운 펀치가 작열했다.

  "죽어!! 죽어 이 건방진놈!!!"

  지훈은 광거어린 얼굴로 깔아 뭉갠 민형의 얼굴을 마구 난타하기 시작

했다. 민형은 지훈의 아래에서 쿨럭 거리며 피를 토했다. 입술이 터지고

눈이 터졌다. 한발 한발이 엄청난 무게와 타격, 민형은 정신이 없었다.

  "오빠 그만둬요!!"

  지영이 두려움에 질려 지훈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말릴 수가 없었

다. 너무나 무서워서 말릴수가 없었다. 지영은 두눈에서 줄줄 흐르는 눈

물을 닦지도 못하고 울부짖었다.

  "그만두란 말이예요---------!!"

  "우왁!!!"

  동시에 지훈이 때리던 오른손을 움켜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런 지훈의 밑에는 커다란 살점을 물고 있는 민형의 이빨이 일었다. 얻어

맞던 민형이 필사적으로 지훈의 주먹을 붙잡아 물어 뜯었던 것이다.

  "이, 지, 지독한놈......!!"

  "닥쳐! 싸움은 지독해야 하는거야 이 연약한 놈아!!"

  이번엔 민형쪽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오른 발로 지훈의 얼굴을 걷어 찼

다. 계속해서 2단,3단 돌려차기. 그 긴 리치에 지훈은 반격도 못하고 두

손으로 가드를 하기에 바빴다.

  "칵------!!"

  "우억!!"

  가드가 얼굴로 몰린 것을 노린 민형의 돌려차기가 정확하게 지훈의 복

부로   혔다. 조금전 첫 번째 공격을 당한 후 지훈의 복부는 상당한 충격

이 쌓여 있는 채였다.

  "끄악!"

  고통을 이기지 못한 지훈이 배를 움켜잡고 뒹굴기 시작했다.

PART-33

  "이걸 끝장내야지!!"

  "우왁!!"

  피투성이의 얼굴을 민형이 구둣발로 걷어차자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데

굴데굴 옆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민형은 그런 지훈은   아가며 얼굴을 

발로 차고 마구 밟았다. 콱콱- 소리가 울리고 지훈은 가뿐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늘어졌다. 그러나 민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쓰러진 지훈을 두

손으로 붙잡아 울리고 무릅으로 복부를 걷어 찼다.

  "꾸웩!"

  허연물이 지훈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계속해서 민형은 지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다. 충격에 의해 나가떨어지는 지훈을 바라보며 민형이 허억

허억 가뿐 숨을 몰아 쉬었다.

  "더 할래......"

  입에서 흐르는 피를 거침없이 닦으며 민형이 중얼거렸다. 그의 거친 숨

소리가 지영과 지훈의 앞에서 길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훈은 항복

하지 않고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훈은 악에 받쳐 당장 눈앞에 민

형을 흠씬 두들겨 줘야 겠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더 하라니......"

  풀린 눈으로 민형을 노려보며 지훈이 소리쳤다.

  "그럼 벌써 끝날줄 알았어--------!!"

  "!!!"

  지친 와중에도 돌격해오는 지훈, 그 순간적인 대쉬력은 민형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갑자기 거리가   혀지자 민형은 깜짝놀라 뒤로 비켜서려

고 했다.

  "어딜 가!!"

  - 쾅

  큰소리와 함께 민형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고 지영이 꺄악 비명을 질렀

다. 지훈의 두손이 회오리 처럼 민형의 얼굴과 몸을 가격했다. 민형을 때

면서 지훈은 생각했다. 이 어린놈을...... 이 어린놈을  돕히지 못하고 이

렇게 까지 고전해야 하는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쿠왁!?"

  순간적으로 지훈은 자신을 의심했다. 반짝 하는 순간에 쳐들어온 민형

의 주먹. 그 주먹이 자신의 턱을 갈기고 온몸의 밸런스를 흐트려 뜨렸던

것이다. 그리고 돌아간 얼굴을 바로 잡는 순간 눈앞에는 번쩍이는 두 눈

에 민형이 있었다. 그가 헉헉 거리며 돌진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런 나약한 주먹에 맞을거라고 생각해!"

  접근하는 민형이 무서웠다. 지훈은 소름이 돋는 자신을 느끼며 주춤 

뒷걸음질 쳤다. 고교생, 눈앞에 있는 녀석은 고교생일 뿐이다.

  "앙--------------!!"

  큰 기합과 함께 민형의 주먹이 지훈의 턱을 또다시 후려쳤다. 맞는 순

간 고막이 울려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강타였다. 그리고, 그리고

지훈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이 고교생을

이길 방법이 없단 말인가...... 같이 때리고, 같이 맞는데 왜 내가 이기

지 못하는 거지, 왜 이따위 고교생 녀석에게 깨져야 하는거지?

  "우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지훈은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정민형. 대단

한 놈. 쉬었다고는 하지만 4회전 짜리 프로를  돕힐 정도의 고교생. 그는 

이미 지훈의 상대가 아니었다. 지훈은 아른한 기분으로 자리에 털썩 쓰러

지고 말았다.

  '이겼다!'

  민형의 머리속에서 번쩍 떠오르는 승리의 예감, 맞을 만큼 맞았고 때릴

만큼 때렸다. 적은 쓰러지고 반격의 기미는 아직 없다. 언제나 격투끝의 

상대방의 앞에 서 있던 것은 정민형 자신 이었다.

  '그렇다면!'

  민형의 몸이 움직였다.

  '그렇다면 저 놈을 반 죽여야 한다!!'

  항복을 한 상대라도 언제든지 복수를 하려고 한다. 그런 상대를 묵사

발을 만들어 정신에 겁을 심어주는 것은 싸움의 기본. 민형은 오랫동안

의 습관처럼 쓰러진 지훈을 공격하기 위해 반사적으로 돌진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민형은 현재 정상적인 이성을 찾지 못했다.

  "다시는 유지영 선생님을 괴롭히지 못하게 박살을 내줄테다--------!!"

  외치며 돌진하는 순간 민형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가속을 가하던 주

먹이 멈추었을 때 떨리는 이 현상. 민형은 자신을 막아선 누군가의 앞에서

용도를 잃은 주먹을 치켜 올린채 막연히 중얼 거렸다.

  "안돼요......"


  그의 앞에는 지영이 있었다.

  "더 이상은 안돼요......"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원통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문 지영이 민형의 앞

애서 두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그녀는 서럽운 기분을 달래지 못하고 욱욱

거리면서도 반항적인 표정으로 민형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 공격적인 표

정, 한 번도 보지 못한 유지영 선생님의 화난 모습에 민형은 충격을 받았

다.

  "왜......"

  왜 막아서는 거야.

  "왜 막는거예요 선생님--------!!!"

  답답함과 함께 분노가 밀려 왔다. 자신을 막고 있는 지영의 앞에서 민형

은 무서운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어째서 저 녀석의 편을 들어 주는 거

야. 그렇게 무리한 요구와 괴롭힘을 가한 저 녀석을 왜 감싸주는 건지 민

형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적을 감싸주다니 민형에게는 절대 이

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비켜요------!!"

  민형은 큰소리로 외치며 한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지영은 비키지 않았

다. 그녀는 절대 비키지 않으려는 듯이 입술을 깨문체 고개를 흔들었다.

  "민형씨는 이미 이겼잖아......"

  지영의 두눈에는 슬픈 눈물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강함을 보였잖아요. 이제 그만해요...... 민형씨가 이겼다

고요......"

  그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민형은 고개를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대로 끝나면 저놈이 복수심으로 선생

님을 괴롭힐거예요! 저 비열한 성품으론 분명해요!! 여기서 완전히 기를 

꺽지 않으면 우리가 당한다구요!!"

  "그건 민형씨 생각이예요!! 민형씨는 미쳤어요!!"

  "!!!!"

  미쳤어......? 한순간...... 한순간 민형은 머리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귀 속으로 웅웅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유지영 선생님이...... 그 상냥하

던 유지영 선생님이 분한듯한 얼굴로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민형

은 갑자기 온몸에 힘이 쫘악 빠졌다. 

  "민형씨는..... 민형씨는 자신의 강함에 빠져서 약한자를 감싸줄 줄 몰

라요...... 민형씨가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지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지영은 울기 시작했다. 민형이 자신을 위해서 이곳

까지 와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누구 때문에 민형이 싸웠고 저런 

상처를 입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녀 였지만......

 "하지만...... 하지만 우리 오빠란 말이예요! 고아였던 우리 남매, 나를 

키워주고 학교까지 포기하면서 나를 공부시켜준건 우리 오빠란 말이예요! 

내가 열심히 공부 할 수 있도록 대학에 넣어주고 내가 학교에서 편하게 공

부할 때 더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막노동, 많지 않은 파이트 머니로 

학비를 대어준건 바로 우리 오빠란 말이예요-----!!"

 그 말을 똑똑히 새겨들으면서 민형은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

었다. 학원,미래, 유지영 선생님...... 그리고 자신.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과 함께 허무함이 밀려왔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마음. 미친 광기와

흉폭성, 민형은 정신없이 지영이 한말과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마

구 섞으며 복잡한 마음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상냥했던...... 그런 민형씨가 보고 싶어요. 그런 

민형씨가 좋다구요......"

  그녀의 울음섞인 목소리와 함께 민형은 자신이 끼고 있던 검은 가죽 장

갑을 벗었다. 찡에 의해 달칵 달칵 소리가 나는 가죽장갑을 벗으며 민형

은 자포자기 한 듯이 빙그레 웃었다.

  "그래요 선생님. 내가 바보죠."

  가죽 장갑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며 민형이 고개를 들었다. 순간 지영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큰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든 민형, 그 웃

고 있는 민형의 두눈에는 적지만 눈물 흐르고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상상 따위를 했던 내가 바보죠. 어차피 현실이란 꿈처럼

이루어 질 수 있는게 아닌데요...... 하하"

  "미,민형씨...... 나, 나는"

  "됐어요!!"

  갑자기 벌컥 소리치는 민형의 외침에 지영은 뜨끔하여 입을 다물었다. 

그 얼굴이, 그 원통하 듯한 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난...... 어차피 불량배니까!! 난 사회의 낙오자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요!! 어차피 난 난폭해요! 어차피 나,나는......"  

민형의 슬픔 마음과 괴로움이 전해져 왔다. 그의 오해는 얼마나 큰 것

이었는지, 그의 실망이 얼마나 큰것이었는지 지영은 그때서야 비로서 깨

달았다. 민형은 질책한 것은 그의 심한 행동을 멈추게하기 위해서 였다.

그게 이유의 전부였다. 민형은 끓어 오르는 원통함과 슬픔을 차다고 가까

스로 한마디 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민형은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등을 돌렸다. 그리고 터벅터벋 고개를 걸

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민형씨......"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할 상황에서 지영은 큰소리로 외쳤다.

  "민형씨 돌아와요!! 민형씨 나는 다만 오빠를......!! 민형씨!!"

  지영이 울면서 외쳤지만 민형은 뒤 돌아보지 않았다. 그 큰등, 검은 가

죽잠바밑에 그의 큰등만이 쓸쓸한 모습으로 지영의 시선을 받아 들이고 있

을 뿐이었다.

  "민형씨------------!!!!"

  서러움에 북받친 지영이 그만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날은 

민형에게도 지영에게도...... 그리고 지훈에게도 그다지 유쾌한 저녁이라 

할 수는 없었다.

PART-34

  "빨리 쫓아가!"

  "!?"

  갑작스런 지훈의 외침에 놀란 지영이 두눈이 휘둥그래져 쓰러져 있는

오빠를 바라 보았다. 지훈은 피투성이가 된채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

나 지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안갈꺼냐. 너 정말 안가도 괜찮은거냐?"

  "으응......?"

  지영은 눈물과 당혹함 그리고 얼떨떨함이 모두 섞인 얼굴로 우두커니 선

채 지훈을 쳐다보았다. 지금 오빠가 하는 말의 정확한 뜻이 지영에겐 잘 

전달 되지 않았다. 지금 오빠는 지영 자신에게 민형을 ㅉ아가라고 하고 있

는 것이다. 영문을 모른채 멍하니 서있는 지영의 앞으로 다가온 지훈이 그

녀의 눈물 자국을 닦아주며 멋적은 듯이 중얼 거렸다.

  "빨리 가."

  "오,오빠"

  지영은 여전히 실감이 가지 않는 얼굴로 욱욱 거리는 울음을 참고 있었

다. 그런 지영의 착찹한 얼굴을 바라보며 지훈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

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몇초간 아무말도 하지 않던 지훈이 이내 고개를 

들고 지영에게 말했다.

  "네가 저놈을 쫓아가도 난 막을 수도 없어. 너도 봤다시피 난 졌잖아.

자, 이제 힘으로 이길 수 없으니 네뜻에 맡길게."

  이렇게 말하며 지훈은 싱겁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은 조롱이나

자포자기의 것이 아닌 보다 큰 의미였다. 한순간 지영은 무거웠던 마음

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또다시 눈물이 글썽글썽 맺

히기 시작했다.

  "오,오빠는 다쳤잖아요......"

  "됐어, 복서는 맞는데 익숙해. 그보다 너 그 녀석한테 그렇게 말했으니 

빨리 따라 가봐야 되는거 아니냐. 그자식 나보다 몇배의 쇼크를 먹었을거

야.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내려가던데......"

  "으응...... 하지만......"

  지영은 기쁨 반 망설임 반으로 선뜻 지훈의 앞을 뜨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기 시작했다. 오빠가 이런말을 하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자신을

만나러 온 남자를 쫓아가라고 하는 이런 말...... 지영은 아마 죽을 때

까지 들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 했었다.

  "아, 빨리 안가!!"

  "아, 갈께요!"

  지영이 영 자리를 뜨지 못하자 지훈이 벌컥 소리쳤다. 자신의 친절

함에 익숙하지 못한 동생 앞에서 우물쭈물 하다가는 영영 민형을 놓쳐버

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훈이 소리치자 지영은 깜짝 놀

라 등을 돌리고 엉거주춤 뛰기 시작했다. 지영은 달리다 말고 걱정스러운

듯이 뒤를 돌아 보았다.

  "빨리가."

  지훈은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까닥 거렸

다. 그제서야 주춤거리던 지영도 결심한 듯 언덕 아래로 서둘러 뛰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후......"

  지영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지훈은 씁쓸한 표정으로 바닥에 돌맹이를 걷

어찼다. 그는 피가 뭉치고 범벅이된 얼굴을 팔 소매로 닦아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나도 참...... 그런 녀석한테......"

  지훈은 혼자말로 중얼 거리며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조금전

까지만 해도 죽이고 싶을 정도의 살의가 어느새 온화하게 풀어져 있었다.

민형에게 얻어 맞고 쓰러지는 그 순간. 더 이상 녀석에게 반격할 힘이 남

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그런 상황의 자신 앞에서 기세 등등하게 서

있는 민형을 보았을 때, 바로 그때 거짓말처럼 모든 감정이 풀어져 버린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동류애...... 지훈은 민형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지영을 지켜주려는 것처

럼 민형도 지영을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남자라면 지영을 

부탁해도 마음이 놓을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그자식, 거 되게 쎄네."

  지훈은 혼자서 히죽 웃으며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 . .  .  .  .

  민형은 계속해서 걷고 또 걸었다. 언덕을 걸어 내려오는 그 길이 얼마

나 되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눈물 따위는 

나오지 않았다. 유지영 선생님에게 특별한 배신감이나 실망감 따위도 생겨

나지 않았다. 유지영 선생님과 있었던 얼마전의 일들은 모두 드라마나 소

설속에서 있었던 일들이라고 단정짓기로 했다. 여자란 그런 것이다. 여자

란 감정에 쉽게 쏠리고 또 그만큼 쉽게 이야기 하지만 결국은 민형 자신을 

내버려 두고 마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다. 싫다, 싫다, 여자는 다 싫다. 

유지영 선생님 바보 멍청이 위선자!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모두 거짓말이었

던 거야! 결국 나보다 오빠가 더 좋은거다! 이렇게 바보 같은 생각을 늘어

놓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민형은 욱욱 울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바

보 같은 생각...... 이런 바보 같은 생각 따위!

  "우우......"

  제길, 짜증나게 왜 울음이 나오는거야. 정민형 18세 고교 3년생. 이제 울

나이는 지났지 않은가.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민형

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제기라알-----------------!!!!"

  더 이상 감정을 참을 수 없는 민형이 그만 길가에서 큰소리로 괴성을 지

르고 말았다. 선생님 따위! 선생님 따위!! 선생님 따위!! 민형은 미친 듯이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선생님......."

  이렇게 부르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민형씨 하고 웃어주었으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민형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민형씨......"

  "......"

  잠시지만 환청이 들릴 정도로 민형은 조금전의 생각을 원했었다. 하지만

지금 선생님은 그녀의 오빠를 돌봐주고 있을 것이다.

  "민형씨......"

  울음섞인 목소리, 그 환청과 함께 함께 민형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

다.

  "민형씨......"

  그리고 그 앞에는 울먹이는 얼굴의 유지영 선생님이, 바로 그녀가 서 있

었다. 유지영 선생님.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선생...... 님......?"

  근처에 네오사인은 여전히 번쩍이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분주한 길을 걸

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도시의 거리에서 민형은 자신

의 앞에서 우물쭈물 서 있는 유지영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동시에

민형은 가슴이 뜨겁게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유지영 선생님이 와주

었다. 그녀가 와 주었다.

  "왜, 왜 왔어요."

  기뻐서 그녀를 껴안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민형은

눈물이 맺혔던 눈가를 가까스로 추스리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녀가 

무슨말을 할것인지 궁금했어.

  "미,민형씨 나는......"

  "......"

  두손을 꼭 붙잡고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지영이 민형은 귀여웠

다. 그녀가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지영은 다리를 이리저

리 꼬며 당혹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은 뜨거운 눈물이 금

방이라도 북받쳐 오를것만 같았다.

  "아,아까 한말은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아,아까 그것은!"

  어떤식으로 변명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유지영 선생님의 모습. 그런 

그녀의 순수함. 그리고 그녀의 상냥함이 전해져 왔다. 민형은 서먹한 미소

를 지어 보일 수 있었다.

  "아까는 내가 미쳤어요...... 민형씨 탓이 아니예요. 미안해요. 미안.

....."

  참지 못하고 굵은 물방울이 그녀의 볼을 주루룩 타고 흐르기 시작했

다. 지영은 지영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형이 얼마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까. 눈앞에서 오빠를 감싸고 자신을 구하러 온 민형에게 그

렇게 심한말을 해버렸으니...... 지영은 민형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까봐

두려웠다. 또 그와 헤어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이다.

  "미안해요......"

  어쩔 수 없이 그녀는 길가에 선채 펑펑 울기 시작했다. 두눈에서 하염없

이 눈물이 흘러 어쩔 수가 없었다. 바보라고 한다해도...... 뭐라고 한다

해도 지영은 할말이 없었다. 서글퍼서 나는 눈물을 도저히 막을 도리가 없

었다. 민형씨는, 민형씨는 어떤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미친건 아니예요."

  숨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따듯한 체온이 지영의 볼에 달았다. 지영은 울

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 그녀의 앞에서 서먹한 얼굴로 웃고 있는 민형의

모습이 있었다. 아까와 같은 광기와 살기는 이미 사라져 버린지 오래인..

.... 보통때의 민형이 있었다. 민형은 울고 있는 지영의 볼을 손으로 닦아

주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둘다 정상이라구요. 그렇죠?"

  "미,민형씨......"

  견딜 수 없어진 지영이 민형의 가슴에 이마를 기댔다. 눈물이 흘러 민형

의 가슴을 흠뻑 적셨다. 민형은 처음으로 지영의 얼굴을 가슴에 안은채 흐

믓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유지영 선생님의 체온이 느껴졌다. 

  "근데 가끔가다 미치는것도 좋은 것 같애요 선생님......"

  "아니예요......"

  어느새 풀려버린 민형이 농담을 한마디 중얼거리자 지영은 원망스러운 듯

이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민형은 그대로 잠시동안 사람들의 시선에 상관없

이 흐느끼는 지영을 안고 있었다. 그날밤은 왠지 도시의 야경 조차도 잔잔

한 바람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것만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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