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장 그녀와 그녀의 정체 (1)
그런 참담한 내 심정을 처제가 알 리가 없었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형부. 지금 정말 좋으셔서 그러시는 거 맞지요?”
처제가 여전히 조심스러운 말투로 내게 물었다.
“.......하하하. 그렇다니까. 그런데 처제. 휴우~~”
나는 말을 하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에 다시 물었다.
“언니랑 둘이서 따로 만나 적이 있었어?”
“네.며칠전에요.제가 일하는 곳에 찾아왔더라고요 형부.생일선물 사러 왔다고
쇼핑온김에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해서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그자리에서 언니가 임신한 여자들이 으레 하는 행동을 하더라고요.
언니의 그런행동이 의심스러워 슬쩍떠보았는데.처음에는 아니라고 완강히 부인하면서 딱잡아떼다가
제가 하도집요하게 캐물으니까 그제야 마지못해 수긍하더라고요,”
“그,그래?”
이제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형부,언니가 임신했다는 것을 당분간 모른척 하세요.”
“왜?”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는 처제를 바라보았다.
“형부한테는 언니가 말하지 말라고 저한테 아주 신신당부 했거든요.
나중에 자기 입으로 말할테니까 그때까지 모른척하고 있으라고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내새끼가 아닌 다른남자의 애를 뱄으니 무슨낯짝으로 당당하게 임신했다고 말할수 있을까
아마도 여편네는모를것이었다.내가 병원에서 여자를 임신 시킬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
지금 마누라의 뱃속에 들어있는 애새끼는 분명 철규,그 개자식의 씨가 분명할것이었다.
두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몸이 떨려왔다.
지금의 내 감정이 마주 앉아있는 처제한테 전달 되지 않도록 나는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하는수없이 나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몸이 휘청거렸지만 가까스로 다리에 힘을 주어 버텨냈다.
처제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저녁 잘 먹었어.처제. 고마워.”
“아니,왜요?형부. 밥 아직 다 안드셨잖아요?”
“으응.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오늘 따라 밥맛이 없네......처제.미안하지만 그만 집에 가볼게.”
“형부......괜찮으세요?”
“그럼.집에가서 좀 쉬면 괜찮아 질거야.”
내가 현관으로 나가자 체제가 재빠른 몸짓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그럼 들어가서 쉬세요.형부.”
“그래,처제도 잘 자,나중에 또 보자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나는 냉장고에 처밖혀 있던 소주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잔도 없이 병째 나발을 불었다, 꿀꺽꿀꺽 소주를 들이키자 독한 술이 가슴 속에 스며들면서
갈기갈기 찢겨져 너덜 너덜 해진 빈곳들을 조금식 채워주었다.
나는 식탁위에 앉았다, 멍해진 머릿속에 어떤 영상이 떠올랐다.
“제가 마.말하자면........무정자증 같은 건가요?”
“아니에요.정자 자체가 없는 게 아니라 정자들의 활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진단입니다.
그리고 정자들의 양도 다른 일반 사람들의 평균보다도 훨씬 적은 편이고요,
어쨌거나 잘 아시다 시피 정자가 활발하게 힘차게 움직여 난자한테 도달해야 임신을 할수 있는건데
지금 환자 분같은 경우에는 정자의 운동성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제.제가 아기를 가질 확률은 전혀 없는 건가요.?
”,,,,,,,,,글쎄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약 부인께서 혹시라도 임신이 되신다면 그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부부가 간절히 임신을 원하신다면......꼭 자연 임신이 아니라도 아기를 갖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
전에 나를 진찰했었던 의사와의 면담을 머릿속에 또 다시 재생시키는 것은 비참한 일이었다. 나는 다시 술병을 입에 가져갔다.
“크크크,.....킥킥킥.......흐흐흐흐.....하하하하.......,”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에서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술이 바닥이 나자 또 한 병의 술을 꺼내 숨도 쉬지않고 들이켰다,
알코올이 전신에 서서히 퍼지면서 급격하게 오른 술기운에 불규칙적으로 뛰던 심장이 조금씩 차분해 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차라리 잘됐다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기를 생산해 낼수 없는 능력이 없는 남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나는 여태까지 마누라에게
그 사실을 몰래 숨겨왔다.아기를 그토록 원했던 마누라에게 그간 남모르게 죄를 짓고 사는 심정이었는데.
이제는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단지 내가 분노가 치밀어 오른 것은 마누라의 상대자가 숫제 내가 얼굴도 모르는 남자였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거였다.그많은 놈들중에 남자가 없어 하필이면 철규, 그 새끼냐는 말이다,
그것도 내 불알친구인 놈의 자식을, 더군다나 나는 놈이 주는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자존심이 뭉개질대로 뭉개진 상태였지만 이제는 돌이킬수 없는 노릇이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일이 실제로 내개 벌어지자 어처구니가 없어 또 한 번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낄낄낄.....진짜 미치겠다.......흐흐흐흐.”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한참을 그렇게 웃고 나니 한결 속이 편해졌다.
나는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훔쳤다. 그눈물은 배신감에 치를 떨어 흘린 눈물이 아니었다.
그냥 정신이 나간 놈처럼 미치듯이 한참을 웃다 보니까 저절로 생긴 눈물이었다.
나는 술을 들이켰다, 술 한 모금이 목구멍을 타고 찌릿하게 넘어갔다,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마누라가 이혼하자는 말을 꺼낼지도 모를 거라는 예감이 문득 들었다.
그때,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빈 소주병을 방바닥에 던져놓고 나서 자리에 길게 누웠다.
그러나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이나 늦었지만 마누라는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뒤척거렸다.
지금쯤 마누라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홀딱 벌거벗은 철규,
그 시발 새 끼랑 알몸인 마누라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열정적으로 섹스를 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마누라가 내는 특유의 신음소리가 내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휴유~~”
순간적으로 질투심이 끓어올랐지만 이미 차분해져 잇던 마음에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나를 괴롭히고 있는 망상을 머릿속에서 지워내려 안간힘을썼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일이라고 자꾸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누워서 그렇게 신간을 보내다가
나도 모르게 옅은 잠에 빠져 들은 모양이었다.
밖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마누라가 이제야 귀가한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안방에서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는지
마누라의 움직이는 소리가 조금 부산스럽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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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욕 의 시간 제 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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