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장 검정색 팬티 (4)
“그래? 그렇구나. 그나저나 처제는 지금 사귀는 남자 친구있어?
애인말이야?”
그렇게 물어보고 나서 입에 음식물을 씹다말고 나는 처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내 마음 속에 어떤 기대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네. 있어요.”
처제가 웃으며 즉각 대답했다. 기대감이 허무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하긴 모델같이 쭉 빠진 몸매와 작고 갸름한 얼굴이 매력적인 처제에게 여태껏 남자가 없으리라고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나는 다소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제 애인이라면…….당연히 근사한 남자겠네. 지금 일하는 곳에서 만난 남자야?”
내말에 처제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주 오랜 전부터 만나던 사람이에요. 벌써 십 년도 훨씬 넘었는걸요?
십면.십년이라.그렇다면 처제가 고등학생때 만났다는 얘기였다.
“처제가 꽤 조숙했나. 보네고등학생 신분에 벌써 이성친구와 교제를 했다니.
허허. 그런데도 나는 왜 여태 몰랐을까? 그러고 보니 처제 말이야.
사귀는 애인이 있다고 해서 혹시 노파심에서 물어보는 건데…….
그동안 나. 저녁 챙겨주느라고 밤마다 애인을 못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여기이사온 후로분터 일 끝나면 집으로 퇴근해 내저녁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차려주었잖아?
정말 그런 거야?”
“호호호. 에이. 아니에요. 설마 형부 저녁 식사 때문에 애인하고 그깟 데이트를 못했겠어요?
그 사람이 원체 바빠서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요.”
“으응. 그렇구나.”
그렇게 수긍은 했지만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눈앞에 둔 답답한 심정이었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을 집요하게 캐물어야 할 권리 따위는 내게 없었다.
나는 처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호기심이 가득한 나와는 달리 처제는 연신 싱글벙글 이었다.
“처제.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아까부터 계속 들뜬 얼굴이네? 혼자만 좋아 하지 말고
무슨 일인지 나도 좀 알려줘.도대체 무슨일인데. 아까부터 입을 못 다물고 계속해서 실실 웃고 있는 거야?”
내 물음에 처제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눈썹을 애교 있게 찌푸렸다.
“아이. 참 형부도 못 말리겠네. 저녁 다 먹으면 이따 커피 나 마시면서 털어놓으려고 했는데.
그새를 못 참으시면 어떡해요?”
“답답해 속 터져 죽을 지경이야. 처제. 뭔데 그래? 응? 어서!”
그러자 처제가 숟가락을 식탁위에 내려놓고 흘러내린 앞머리를 손바닥으로 쓸어 올렸다.
그러고 나서 얼굴을 내 쪽으로 가깝게 다가오며 싱긋 웃었다.
“형부는 좋으시겠어요? 후후후?”
“왜?”
“아니. 형부만 좋은 건 아니죠 뭐, 저도 말도 못하게 기쁜걸요?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렸던 예쁜 조카가 생겼으니까요.
제가 그런 마음인데 형부는 오죽하시겠어요? 호호호.”
“?”
갑자기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기 시작했다.
“조, 조카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처제!좀 더 자세히 말해봐.”
“아이. 형부도. 언니…….임신했단 말이에요.”
나는 숨을 쉴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커다란 해머로 가슴 언저리를 힘차게 내리찍은 기분이다.
“어, 언니라니…….어떤언니?아니.누구......”
나도 모르게 자꾸만 횡설수설 하고 있었다.
“어머!지금 속으로 너무 기쁜데. 일부러 저 놀리려고 연기하시는 거예요? 호호호.
"이제 그만하세요,그렇게 오랫동안 애기가 안생기더니 언니가 이민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렇게 좋으세요?"
마누라가 임신을 했다?
이럴수가!아니.어떻게! 머릿속이 백지처럼 온통 하얗게 되어버린 느낌이었고 금방이라도
의자에서 쓰러질 것처럼 어질어질 했다.
“쨍그랑!”
나도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숟가락이 식탁위에 떨어지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숨이 턱턱 막혀 호흡이 곤란해지자 나는 연거푸 거친 숨을 들이켰다 내뱉었다.
그제야 내 행동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처제가 허둥거렸다.
‘형. 형부! 괜찮으세요? “
처제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꿈결에서 듣는 것처럼 귓가에서 아득하게 들렸다.
나는 애써 냉정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보다 못한 처제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다가와 팔뚝을 잡았다.
“혀. 형부!”
나는 이를 악물었다.
“괘. 괜찮아. 처제. 나…….물 한잔만 가져다 주겠어?”
처제가 재빨리 움직였다. 나는 처제가 내 손에 쥐어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형부, 괜찮으세요?”
“응.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안심해도 돼. 언니가 임신했다는 뜻밖의 소리에 내가 너무 놀랐나봐.
그건 그렇고 언니의 임신에 대해 자세히 얘기 해봐. 언니.......임신한 거 정말이야?
아니. 그걸 처제가 어떻게 알았어?”
식탁의자에 다소곳이 앉은 처제가 내 안색을 살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도 형부.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전 언니가 임신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형부가 이렇게 까지 놀라실 줄 미처 몰랐어요.
방금 전에 형부의 얼굴은 새파랗다 못해 하얗게 질리기까지 하셔서 제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아세요?”
나는 굳은 얼굴을 억지로 폈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뜻대로 잘 되지 안핬다.
처제가 그런 내모 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든 내게는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하하. 처제, 언니랑 나랑 같이 산지가 벌써 십 년이야.
아기를 가지려고 얼마나 정성을 다하고 노력을 했는지 처제는 아마 잘 모를 거야,
우리한테 아기는 언감생심인가 보다 하고 지금껏 포기하고 살았는데.
처제가 느닷없이 언니가 임신했다고 알려주니까 내가 기절을 안 한계 오히려 이상한거지.
언니가 임신한 것은 …….진짜 확실해?”
“확실해요. 형부.
언니가 하는 행동을 이상하다 싶어서 넌지시 물었더니 언니가 본인 입으로 사실을
확인해 준 거니까 그것보다 더 확실한 게 어디 있겠어요?”
처제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우려했던 일이 기어코 터진 것이었다.
나는 몇 년 전에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 내가 어떻게 마누라를 임신 시킬 수가 있겠는가!
주먹을 불끈 쥔 내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고통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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