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밤

섹밤 트위터 변경 주소 입니다. httpS://twitter.com/SBJUSO @SBJUSO으로 팔로우 및 즐찾 부탁드립니다.
SBJUSO
로맨스/각색
2015.10.24 20:07

귀농일기 36부

조회 수 16107 추천 수 0 댓글 3
스크랩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스크랩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해당 소설은 소라넷 붉은미르 작가님의 작품임을 명시합니다.



귀농 일기 - 36부.



놈의 처리를 처제에게 맡길 수는 없다. 그녀가 나를 찾아온 것도 혼자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방에 들어가 대충 옷을 입고 연변댁에게 전화했다. 



“저에요. 오늘.......아니다. 어쩌면 며칠 펜션을 비워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일 있으세요?”

“개인적인 일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 펜션 좀 부탁해요.”

“알았어요. 저번처럼 도식씨랑 함께 있으면 되겠죠.”

“그렇게 하세요. 지금 나갈 거예요. 바로 오셔야 합니다.”

“알았어요. 지금 갈게요.”



통화를 끝내고 처제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키 줘~ 운전은 내가 할게.”

“어디 가시는데요.”

“가서 경미를 구해와야지.”



키를 받아 운전석에 앉았다. 처제가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아직 오전이라 고속도로가 한산하다. 처제는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나도 말없이 운전만 했다. 오후에 서울에 도착했다. 쉬지도 않고 달려온 것이다. 놈의 아파트는 00동에 있다. 그쪽 관할 경찰서에 도착해 유괴신고를 했다. 



“피해자와 어떤 관계입니까?”

“남편입니다.”

“유괴라고 하셨는데, 정황을 말씀해 주세요.”

“내연 남한테 유괴되어서 그놈 집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그럼 감금당한 장소를 알고 계신다는 말씀입니까?”

“알고 있습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주소지를 말씀해 주세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집주소를 알려주고 출동한 경찰차 뒤를 따른다. 놈의 아파트에 도착하자 경찰들이 입구를 봉쇄하고 무장한 경찰 3명이 놈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경찰들을 따라나서려 하자 경찰들이 저지한다. 초초하고 불안에 마음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처제도 밖으로 나와 입술을 깨물고 놈의 아파트를 바라본다. 경찰들이 현관 앞에 도착했다. 벨을 눌려도 대답이 없는지, 경찰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더니 문을 부르고 들어갔다. 고함소리와 쿵쾅거리는 소리가 밑에까지 들린다. 경찰 한명이 밖으로 나와 손짓하더니 무전이 왔다. 용의자를 체포했으니 보호자를 올려 보내 달라는 내용이다. 



“다녀올게.”

“저도 갈게요.”

“처제는 여기 있어.”



처제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경찰과 함께 놈의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복도에서 손에 수갑을 차고 대충 옷을 걸친 놈이 경찰들에 의해 끌려오고 있었다.



“이........이런 개새끼. 내가 신고했어?”

“입 닫치고 빨리 내려가~”



눈이 뒤집힌 놈이 발악하자 경찰들이 양팔을 잡고 끌고 가는데, 놈이 뒤를 돌아보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상대할 가치도 없기에 무시하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니 현장을 지키고 있던 경찰이 씁쓸한 표정으로 안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안방 문을 열었다. 바닥에 바이브와 붉은 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경미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침대에 사지(四肢)가 결박되어 있는데, 눈에 초점이 없고 입은 반쯤 벌어져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다. 더욱 비참한 것은 온몸에 붉은 촛농이 가득한데, 특히 젖가슴과 다리사이에 덩어리져 굳어 있었다.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경찰들도 너무 황당한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보호자를 부른 모양이다. 침대에 다가가 경미를 불려보지만 대답이 없다. 



침대에 앉아 젖가슴에 덩어리진 촛농을 때었다. 붉게 변한 젖가슴에 링이 대롱거린다. 사타구니 사이의 촛농도 때어주었다. 음모(陰毛)를 밀어버린 보지가 나타나는데, 음핵 위에 붉은 보석에 매달려 있고 그 주변에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저질스러운 글들이 문신되어 있다는 것이다. 손발을 묶고 있는 줄을 풀어주고 장에서 이불을 꺼내 감싼 다음 살며시 안아 일어났다. 



“병원으로 가시죠.”



경찰의 안내를 받아 현장을 빠져나왔다. 아파트 밖으로 나오자 처제가 달려왔다.



“언니.......언니. 정신 차례~”

“어~ 누구.........주인님?”



처제가 안타깝게 부르지만 경미는 처제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놈은 어떻게 됐어?”

“경찰서로 연행됐어요.”

“그래.......처제가 이 사람 데리고 병원으로 가. 난 경찰서로 가볼게.”



미리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 침대에 경미를 눕히니 처제가 옆자리에 앉았다. 앰뷸런스가 출발하고, 경찰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놈이 유치장에 갇혀 있었는데, 나를 발견하자 쇠창살을 붙잡고 소리를 지른다. 



“조용히 해~ 새끼야.”



경찰이 저지해 보지만 눈이 뒤집힌 놈은 온갖 욕을 섞어가며 발악을 하고 있다.



“이경장 저 새끼가 끌고 가서 마약 검사해.”

“알겠습니다.”



경찰 한명이 유치장으로 들어가더니 놈의 양손을 꺾어서 수갑을 채우고 밖으로 끌고 나간다.



“앉으세요.”



경찰의 말에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저놈은 마약혐의까지 있습니다. 물론 그 전에 납치. 강금. 폭행이 성립되니 형법 제281조에 의해 최소한 유기징역 1년입니다. 그기에 마약류관리법 위반이 추가되면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겁니다.”

“조사를 더 해보시면 관세법위반, 외환관리법위반도 추가로 밝혀질 겁니다.”

“아주 악질이구만.......알겠습니다. 그건 저희들이 조사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몇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가해자와 부인 되시는 분은 어떤 관계죠.”

“아내의 내연남입니다.”

“언제 납치를 당한 겁니까?”

“제가 귀농해서 같이 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번 주 토요일입니다.”

“그럼 일주일 동안 감금, 폭행을 당한 겁니까?”

“아마 그럴 겁니다. 참~ 아내의 상태가 의심스러운데, 놈이 아내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죄가 추가 되겠죠. 다음 질문을 하겠습니다. 언제 부인께서 납치당한 것을 아셨습니까?”

“오늘 아침에 알았습니다.”

“그 전까지는 모르고 계셨다는 겁니까?”

“귀농했다고 말씀드렸죠.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같이 살지 않아서 몰랐습니다.”

“그럼 어떻게 알게 되신 거죠?”

“처제가 알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올라와 신고한 겁니다.”

“쩝~ 그래요. 그놈과 민·형사상 합의를 하실 수 있는데, 그럴 용의는 있으십니까?”

“돈은 필요 없습니다. 법대로 처리해 주세요.”

“음~~ 알겠습니다.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음에 질문 드리겠습니다.”

“저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검찰로 인도될 겁니다. 거기서 아까 말씀하신 관세법위반이나 외환관리법위반 여부도 수사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아내가 걱정되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처제에게 전화해서 병원의 위치를 확인했다. 병원에 도착하여 처제를 만났다.



“경미는?”

“지금 검사 중이에요. 의사 말로는 마약에 중독된 것 같데요.”

“특별한 외상은 없는 거야?”

“아직 모르겠어요. 검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아요.”

“휴우~~”



한숨을 쉬며 의자에 주저앉으니 처제도 옆자리에 앉는다.



“그놈은 어떻게 됐어요.”

“구속됐어. 검찰로 넘어갈 거라고 하더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죠?”

“유괴, 강금, 폭행에 관세법, 외환관리법, 마약류관리법위반 등의 죄가 추가로 밝혀지면 한동안 세상 보기 힘들겠지.”

“언니는요. 언니는 어떻게 되는 거죠?”

“치료부터 받아야지. 그 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저기........부모님께는 뭐라고 하죠. 아무것도 모르시는데........!!”

“경미상태부터 확인하고.........내가 말씀드릴게.”

“알았어요.”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니 의사가 부른다. 처제와 함께 의사를 찾아갔다.



“환자분과 어떻게 되시죠?”

“제가 남편이고, 이쪽은 동생입니다.”

“앉으세요. 음~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군요.”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일단 몸 이곳저곳, 특히 질과 항문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는데 치료하면 큰 이상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약물중독입니다. GHB라고 물에 타먹는 희로뽕, 흔히 물뽕이라고 부르는 약물인데, 환자분께서 그 약물에 중독되신 것 같습니다.”

“치료는 가능한 겁니까?”

“약물치료와 운동, 식이요법 등을 병행하면 치료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가족의 사랑입니다.”

“집에서도 치료가 가능합니까?”

“가능하기는 하지만........아무래도 전문적인 시설에서 치료하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겁니다. 집에서 치료하시다가 실패한 분들도 많거든요.”

“알겠습니다. 좋은 시설을 소개시켜 주십시요.”

“일단 외상부터 치료하고.........환자가 정신을 차리면 그때 다시 말씀드리죠!”

“지금 면회는 가능합니까?”

“하루정도 지난 다음에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네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 권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휴~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보는 것으로 하고, 진단서를 끊어주세요. 경찰서에 제출해야 하거든요.”

“알겠습니다. 입원수속 밟으시면 끊어드리겠습니다.”



처제와 함께 수속을 밟고 진단서를 끊었다. 의사 말대로 경미는 내일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집에 가자. 어른들께 말씀드려야지.”



처제와 함께 처갓집으로 향했다. 장모는 갑자기 찾아온 나를 보더니 약간 당황했다.



“어떻게 연락도 없이........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어서 들어오게.”

“영아는 어디 갔어요?”

“작은 방에서 공부하고 있네.”

“그래요. 장인어른은요?”

“안방에 있을 거야. 어~ 경서랑 함께 온 건가?”

“예! 함께 왔습니다. 처제........처제는 영아하고 좀 놀고 있어.”

“알았어요.”



처제가 영아가 있는 작은 방으로 갔다. 그때 안방에 계시던 장인어른이 나오셨다.



“자네 왔어. 그동안 잘 지냈나.”

“두 분께 긴히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안방으로 가시죠.”

“알았네. 들어오게.”



두 분이 먼저 들어가시자,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가 심각하자 장인, 장모가 눈치를 살핀다.



“그래 할 이야기라는 것이 뭔가?”

“경미.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뭐~ 병원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경미, 저랑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 제가 귀농한 이후 다시 만나고 있었습니다.”

“뭐~ 그년이 미쳤나!”

“조용히 해. 계속 이야기 하게!”



장인어른이 흥분한 장모님을 진정시킨다. 일단 차분하게 들어보자는 분위기다.



“저번 주에 경미가 연수 같다고 나갔죠. 일주일 동안 그놈이 경미를 강금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해서 놈은 유치장에 쳐놓고 경미는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경미 상태는 어떤가?”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마.......마약..........그놈이 경미한테 마약을 먹은 건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약에 중독된 것은 확실합니다.”

“끄응~ 자네는 그걸 어떻게 알았나?”

“처제가 알려줬습니다. 처제가 만나고 있다는 놈도 바로 그놈이었습니다.”

“뭐.........뭐야. 그럼 그놈이 우리 두 딸을..........이런 처 죽을 놈이 있나.”

“병원이 어딘가? 병원에 가야지.”



장모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을 장인어른이 팔을 잡아 앉힌다.



“좀 가만히 있어. 지금 병원이 급한 게 아니야.”

“그럼 뭐가 급해요. 당장 병원에 가서 경미 상태부터 확인해야죠.”

“0서방이 알아서 잘 조치했겠지. 병원은 내일 가도 돼. 우선 0서방 이야기부터 들어야지.”

“아이고 내 팔자야.”



장모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린다. 



“경미가 예전에 만나던 놈이랑 바람이 났고, 그놈이 경미를 강금하고 있었다. 그걸 자네가 신고해서 그놈은 경찰에 넘기고 경미는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경서가 만나던 놈도 바로 그놈이었다. 내가 이야기 한 것이 맞나?”

“맞습니다.”

“앞으로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일단 경미부터 치료해야죠. 그리고 그놈도 죄의 심판을 받게 해야죠. 그 다음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휴~ 알았네. 자네 그만 가보고 경서 좀 불려주게.”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으로 갔다. 



“아빠~~”

“아이고 우리 공주님 그동안 잘 지냈어.”

“응~ 아빠는 언제 왔어.”

“조금 전에 왔지.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어.”

“이모랑 책 읽고 있었어.”

“그래..........이번에는 아빠가 읽어줄게. 처제.......장인어른이 부르셔.”

“알았어요.”



처제가 안방으로 가자 영아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장인어른의 고함소리와 처제와 장모님의 울음소리가 작은방까지 들린다. 



“아빠~ 이게 무슨 소리야. 할머니 울어.”

“글쎄............잘 모르겠는데, 우리 나갈까? 아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싫어. 할머니한테 가보래. 할머니 울잖아.”

“지금가면 안 돼?”

“왜~~~”

“지금 이모랑 심각한 이야기하고 계셔. 이런 때는 모른 척해야 해.”

“치~ 궁금한데........!!”

“영아 착하지.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알았어. 책이나 읽자.”



영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책상에서 책을 읽으라고 했다. 영아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영아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더욱 답답하다. 다음날 장인, 장모를 대동하고 병원을 찾아가 의사부터 만나보았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은 누구신지?”

“환자 부모님입니다.”

“그래요. 우선 앉으세요.”

“우리 경미, 어떻게 됐죠?”

“의식은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중독 상태가 좀 심각해서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얼마정도나 치료해야 하죠.”

“환자의 의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의지가 강하면 빨리 치료가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좀 어렵죠.”

“지금은 어떤 상태죠.”

“길항물질을 투여해서 안정은 됐지만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진 않았습니다.”

“환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하시죠. 참고로 가족 분들을 못 알아볼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마세요.”



병실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경미는 침대에 앉아 멍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미야........경미야.”



장모님이 부르는 소리에 경미가 멍하니 돌아보다가 헛구역질을 한다. 길항약물을 투여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다. 장모님이 침대로 달려가 경미를 품에 안고 다독이니 조금씩 안정을 찾아 고개를 든다.



“이런 꼴 보여드려서 죄송해요.”

“아이고 이것아. 대체 이게 무슨 꼴이냐. 그 죽일 놈이 널 이 꼴로 만든 거냐.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엄마........잠시만.........아버지도 오셨네요. 당신도 왔네.”



경미가 장모님 품을 벗어나며 힘없이 인사한다. 다행이 사람들은 알아보는 모양이다.



“휴~ 그래.........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저 사람하고 경서가 경찰에 신고했다면서요. 경서가 다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마약에 중독된 거냐고........그놈이 강제로 먹이든.........그리고 일주일 동안 그놈한테 무슨 짓을 당한 거야.”



경미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서에게 들으셨을 것이니 그동안의 일은 생략할 게요.”

“.............!!”

“경서 이야기 듣고.........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놈이 저랑 경서를 동시에........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그놈을 찾아갔어요. 경서 모르는 여자라고 하더군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경서가 저에게 거짓말을 했을 리도 없고, 지금까지 놈의 행적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심 가는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놈을 잊으려고 했어요. 언제까지 저 사람 속일 수도 없고, 경서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럼 연수 간다고 했던 건 뭐야?”

“그놈이 여행을 가자고 했어요. 저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휴직을 하고 함께 다녀오려고 했어요. 여행이 끝나면 그놈을 잊고........저 사람한테 돌아가려고 했던 거죠. 저번 주 금요일에 그놈을 만나서 그 이야기를 했어요. 여행 끝나면 헤어지자고, 마지막 여행이라고.........순순히 그렇게 하자고 했어요. 믿었죠. 그놈이 주는 술을 마셨어요. 그리고 쓰려졌어요.”

“그 죽일 놈의 새끼가 너를 속이고 약을 먹었다는 거냐.”

“예! 술을 마신 다음부터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장인어른이 분을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떤다. 이제 모든 사건의 전말이 밝혀졌다. 경미가 정리하겠다고 하자 놈이 약을 먹이고, 온갖 악행을 지지른 것이다. 대학교 때 버려진 아픔이 생각나서, 그 아픔이 뒤풀이 되는 것이 싫어 더욱 광기(狂氣)를 부렸는지 모르겠다. 경미가 힘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당신한테 할 말이 없다. 미안해.”

“사과할 필요 없어. 치료 잘 받아.”



더 이상 경미를 지켜볼 용기가 나질 않아 도망치듯 병실을 빠져나왔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놈의 변호사가 면담을 요청했으니 경찰서로 와 달라는 것이다. 장인어른께 말씀드리니 함께 가시겠다고 한다. 장모님을 병실에 남겨두고 장인어른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변호사와 마주 앉았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은 000변호사입니다. 피고인에게 가족도 없고, 특별히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않아 제가 국선변호사자격으로 맡게 됐습니다.”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뭐죠?”

“음~ 민형사상 피고인과 합의를 보셔야 하는데, 그걸 의논했으면 합니다.”

“합의요? 그럴 생각 없습니다.”

“이런 말씀드려 죄송하지만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환자분 치료를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지 않나요. 제가 조사해 보니 피고인이 사업을 하는 분이라 돈은 충분하니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보상이라? 휴~ 저는 빠지겠습니다. 장인어른께서 말씀하세요.”



장인어른도 길게 한숨을 쉬신다. 이미 사건은 벌여졌다. 되돌릴 수 없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현실을 생각해야 한다. 변호사 말대로 경미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하다. 또 치료가 된다고 해도 경미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최대한 많은 돈을 받아내야 한다. 장인어른이 나섰다.



“얼마나 받을 수 있습니까?”

“형사상 합의를 먼저 보시고, 민사상 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납치, 강금에 마약까지 투약하여 극히 저질적인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혀 중형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거기에 남편 분께서 말씀하신 관세법, 외환관리법위반까지 추가될 것 같습니다. 변호사가 되어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한 마디로 인생 끝난 거죠.”

“결론만 말씀하세요.”

“민사는 제가 알바 아니고, 형사상 합의금으로 1억 정도 어떻겠습니까?”

“1억? 사람이 망가졌는데, 겨우 1억이란 말입니까?”

“얼마를 원하세요.”

“그놈 돈이 얼마나 있습니까?”

“글쎄요. 남의 재산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원하시는 금액만 말씀하세요.”



더 듣고 싶지 않다.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협의에 관한 사항은 장인어른께서 알아서 하세요.”

“어디 가려고.....!!”

“영아한테 갑니다. 처제도 걱정 되고요.”

“알았네. 그만 가보게.”



협의를 한다고 해도 워낙 죄가 무거워 유덕훈이 풀려날 수는 없을 것이다. 처갓집에 와보니 처제와 영아가 놀고 있었다. 영아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고, 처제와 단둘이 앉았다. 



“언니 상태 어때요.”

“정신은 차렸는데, 의사 말로는 중독증상이 심해서 한동안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군.”

“언니가 뭐라고 말 안 해요?”

“미안하다고 하더군. 그놈과 헤어지고 돌아오려고 했데. 그래서 그놈과 마지막 여행을 가려고, 여행이 끝나면 돌아오려고 했다. 그걸 놈에게 이야기하자 놈이 광분해서 그 짓을 벌인 모양이야.”

“그래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

“구치소에 수감됐어. 지금 장인어른이 놈의 변호사랑 만나서 합의금에 대해 이야기 하고 계실 거야.”

“합의요. 무슨 합의요?”

“그거에 대해서는 할 말 없어. 장인어른이 알아서 하시겠지.”

“형부는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직 모르겠어.”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하죠.”

“잊어야지.”

“휴우~~ 잊으라. 잊어야겠죠.”



처제는 길게 한숨을 쉬며 천장을 바라본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처제일 것이다. 그녀가 빨리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음날 부녀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이 있다고 없으니 연락을 한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일이 있어서 오늘은 내려가기 힘들어요.”

“그럼 어떻게 하죠. 면접을 취소 할 까요?”

“아닙니다. 청년회장님과 부녀회장님께서 보고 결정하세요. 저는 두 분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우리보고 선발하란 말씀이세요.”

“예! 그렇게 하세요.”

“그럼 우리가 뽑고 나서 알려드릴게요. 참~ 언제 오세요. 다음 주에 작업 들어가야 하잖아요.”

“아무리 늦어도 일요일까지는 내려가겠습니다.”

“알았어요. 이만 끊을게요.”



직원 채용은 부녀회장과 청년회장에게 맡겼다. 지금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어떻게 아셨는지 당장 본가로 들어오라고 하신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났다.



“며늘아기 병원에 있다며.......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아셨어요.”

“너 장모한테 전화가 왔었다.”

“그래요. 어디까지 들으셨어요.”

“그냥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만 하시더구나. 며늘아기 무슨 일로 병원에 입원한 거니.”



어차피 나중에 모두 아시게 된 것이니 숨기지 않고 말씀드렸다. 아내가 저 애인과 바람이 났고, 그놈이 아내에게 마약까지 먹어서 강금 폭행을 했다고 말씀드렸다.



“참~ 세상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그래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

“아직 모르겠어요.”

“모르긴 뭘 몰라. 당장 이혼해.”

“이혼이요? 아내가 저 상태인데, 지금 당장 이혼하란 말입니까?”

“당연하지. 그런 여자랑 앞으로 어떻게 살래.”

“치료라도 끝나면 그때 생각해 볼게요.”

“치료고 지랄이고 여기서 끝내. 더 시간 끌어야 좋을 거 하나 없다. 그리고 영아도 당장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라. 그 집구석에 맡겨 놓았다가는 영아까지 버리겠다.”

“아무리 그래도........어떻게 당장 이혼을 합니까?”

“내가 못하겠다면 내가 말하마. 그 집 식구들도 낯짝이 있다면 못하겠다는 말은 못하겠지.”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치료 끝나고 해도 늦지 않잖아요.”

“이 등신아. 다른 사람 귀에라도 들어가 봐~ 내가다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래. 너 엄마 말대로 해라. 우리 집안 체면도 생각해야지.”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나서서 이혼을 종용하니 버틸 재간이 없다. 부모님 입장에서도 그런 며느리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말씀대로 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영아도 오늘 당장 데리고 와라~”

“휴~ 예! 그렇게 하죠.”



처갓집에 가니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기다리고 계셨다. 어머니께서 이미 전화로 말씀을 하신 모양이다.



“사돈어른 전화 받았네. 영아를 데려가겠다고........!!”

“부모님께서 워낙 완강하셔서 설득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돈어른들 입장도 계시겠지. 우리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겠나.”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자네가 우리한테 죄송할 게 뭐가 있겠나. 그만 가보게. 자네 보는 것도 힘들군.”

“알겠습니다.”



작은방에 가보니 경서와 영아가 짐을 챙기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영아는 오랜만에 친할머니 집에 가다고 좋다고 한다. 



“형부가 원하지 않아도 이렇게 끝나는 거네요.”

“미안해. 처제에겐 할 말이 없다.”

“됐어요. 형부가 사과할 일은 아니죠.”

“갈게........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알았지.”

“그렇게 하죠.”



영아를 데리고 본가로 갔다. 이제 처갓집과는 영영 이별인 모양이다. 



“아빠!!........엄마는 언제와~ 일주일 후에 온다고 했는데, 벌써 지났잖아. 그런데 왜 안와~”

“엄마 많이 아파. 그래서 병원에 있어.”

“어디!!.......많이 아파. 영아도 엄마 보고 싶어.”

“지금은 안 돼. 엄마 다 나으면 그때 아빠랑 함께 가자.”

“싫어. 엄마보고 싶단 말이야. 영아가 호해 주면 엄마 다 나을 거야. 그러니까 엄마한테 가자. 응~ 아빠~”

“나중에...........나중에 가자. 엄마 다 나으면 그때 아빠랑 함께 가자. 우리 영아 착하시니까. 아빠 말 잘 들을 거지.”



엄마를 찾는 영아를 품에 안고 있으니 참았던 눈물이 솟아진다. 



<< 다음 편에 계속 >>
목록
스크랩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조회수 추천
SM (펨투펨) 1 트렌드마켓 18394 1
SM (펨투펨) 1 트렌드마켓 13520 1
SM (펨투펨) 4 풀발기중 34435 2
SM (펨투펨) 6 야동♥ 19790 1
SM (펨투펨) 10 AV란 28129 1
SM (펨투펨) 8 트렌드마켓 24306 1
SM (펨투펨) 5 야동♥ 17914 0
SM (펨투펨) 4 에이스. 11582 1
SM (펨투펨) AV란 18042 0
SM (펨투펨) 3 취한너의모습 14091 0
SM (펨투펨) 2 취한너의모습 13656 0
SM (펨투펨) 6 취한너의모습 21265 1
SM (펨투펨) 3 풀발기중 25272 2
SM (펨투펨) 2 AV란 20701 1
SM (펨투펨) 야한게좋아 11988 0
SM (펨투펨) 노선생χ 20206 0
SM (펨투펨) 노선생χ 17492 0
SM (펨투펨) 1 브레이커스 12467 0
SM (펨투펨) 브레이커스 19932 1
SM (펨투펨) 1 브레이커스 21629 0
글 작성 +20│댓글 작성 +5│게시글 조회 -5│추천 받음 +2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