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25화. 주책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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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았다. 다시 은경을 엎드리게 한 뒤 아까와 똑같이 그녀의 섹시한 엉덩이를 붙잡고, 딱딱한 막대기가 되어버린 심볼을 뒤구멍 바로 위에 부벼댈 수 있다는 것이···.
뜨끈뜨끈한 용준의 심볼은 젊음의 혈기를 이기지 못한 채 몇 번이나 그의 손 밖을 뛰쳐나가려는지 꿈틀거렸고, 몇 차례 튕기며 용준의 손을 벗어난 막대기는 체벌하듯 그녀의 엉덩이를 몇 차례 후려쳤다.
뜨겁고 단단한 회초리에 얻어맞기를 몇 번.
밀크 커피색의 둥근 엉덩이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붉게 멍든 자국이 그녀의 골반 바로 아래 부분부터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며 용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엉덩이를 뒤로 밀어주는 은경의 모습을 보게되었다.
“아줌마. 완전 좋아요! 으으···.”
용준은 그대로 은경의 허리를 잡고선 방금 전 배웠던 후배위 체위를 시작했다.
또 다시 시작된 어린 숫사자와 암사자의 교미.
“흐아앙. 나 미쳐! 조, 좋아. 더 세게 박아줘. 더 세게!”
몇 년만의 섹스일까?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꽤 오랜만에 즐기는 제대로 된 성교.
세 번째에 이르러서야 어설픔이 가신 용준의 능숙한 박음질이 시작되고 있었다.
은경은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몸을 뒤에서 찍어오는 강력한 성기의 마찰을 느끼며 연신 신음성을 토해냈다.
그리고 차마 친구의 아들에게 하기엔 민망한 요구까지 해대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정신줄은 점점 얇아져가고 있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끊어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듯.
“아흐으···. 조, 좋아. 그리고 더 세게 박아줘. 더 세게 해줘. 응?”
“아아···. 아줌마···.”
마치 끈적하게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처럼 자신에게 등을 돌린 상태에서도 은경의 몸놀림은 빈틈이 없었다.
더욱 더 세게 자기 몸을 학대해달라는 듯 스스로 몸을 앞뒤로 움직이는 그녀. 용준은 그런 그녀의 몸을 제어하기 위해 더욱 더 세게 엉덩이를 움켜쥐었고, 간간히 그녀의 요구대로 엉덩이를 때려주며 피스톤 질을 이어갔다.
‘안 돼···. 이번엔 절대 안 돼···.’
사정감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있었다.
은근히 피스톤 질의 박자와 속도를 늦추기까지 하면서 용준은 밀려오는 사정감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방금 전 이른 사정 후에 실망하는 표정을 짓던 은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애써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얼굴 한 켠에 느껴지는 쓸쓸함. 아쉬움이 분명했다.
“이번엔 잘 할게요. 아줌마···. 으으···.”
“괘, 괜찮아. 오래 안 해두···. 그냥 너 싸고싶을 때 싸도 돼···.”
허리를 잡은 채 뒤치기로 교미를 하는 와중에도 용준의 모습은 진지하기만 했다.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대방의 모습.
은경으로썬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은경 역시 사정감을 애써 참아내고 있는 용준을 위한 배려를 하고 있었다.
“임신··· 기간 아니니까 그냥 안에 사정해도 돼···. 상관없어. 그러니까 부담 가, 갖지 말구···. 흐윽! 이번엔 좀 쎘어. 요, 용준이···. 흐윽!”
- 퍽퍽퍽퍽! 퍼퍼퍽!
“아아···. 계속 하다보니까··· 으윽. 조금 익숙해지는 거 같아요. 으으. 좀 더 깊이 박아줄게요. 아줌마···. 으으.”
- 퍼퍼퍽! 퍽퍽!
“아히잉···. 조, 좋아. 그, 그래두···. 언제든 싸고 싶으면···.”
“정말요? 저 밖에다 쌀 수 있는데.”
“그, 그럼 혹시 모르니 나올 거 같으면 밖에다···.”
“밖에다 싸라구요?”
“으. 으응···.”
용준은 일부러 힘을 빼면서 사정감을 늦추기 위해 신경을 썼다. 하지만 언제든 사정을 해도 된다는 은경의 말 때문인지 더 이상 참기 위해 끙끙대는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10여분의 시간이 지나자 아랫배에 밀려오는 강렬한 사정감을 느꼈고, 용준은 은경의 몸에서 잠시 뒤로 물러났다.
“응? 왜 그래···? 혹시?”
“네. 잠깐 이리로 누워보세요.”
“얼굴은···. 아, 알았어···.”
차마 용준의 얼굴을 보며 마무리를 하고싶진 않았지만 또 한 번 짜증을 낼 면목이 없었던 은경은 그가 시키는대로 침대에 누웠다.
드디어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는 생각에 용준은 누워있는 은경의 가슴 부분에 올라타듯 무릎을 꿇고 앉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머, 그냥 싸지···.”
“괜찮아요. 조금이라도 위험한 건 안 되니까···.”
“그럼 내가 해줄까?”
누워있던 은경이 손을 위로 올렸다.
바로 자기 눈 위로 보이는 용준의 심볼.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은 그것은 주인의 손아귀 안에서도 천방지축으로 뛰놀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은경은 그런 용준의 물건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하루종일 자신을 위해 노력해준 용준의 심볼.
물론 그 역시 자기자신의 쾌락을 위해 움직였다곤 하지만 나이에 대한 콤플렉스와 용준의 엄마인 정숙과의 관계 때문에 여전히 살짝 죄책감을 느끼고 있은 은경으로써는 묵직하고 굵직한 용준의 심볼을 보며 위안을 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 크다···.”
자위를 시작하고 있는 용준의 심볼. 그 아래로 두 개의 큼직한 방울이 함께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입이 벌려진 은경.
물론 전 남편인 종국의 심볼에 비하면 그리 큰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사이즈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움을 느낄 정도로 용준의 그것은 튼실했다.
‘크다구? 내 꺼가?’
아주 어릴 때에는 엄마를 따라 여탕에 갔지만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목욕탕에 갔던 용준.
나중에 폭주족으로 빠지긴 했지만 용준에게는 좋은 친구들이었다.
녀석들은 대중목욕탕에서 용준을 놀려대기 바빴었다. 얼굴은 자기들이랑 똑같은데 자지는 어른보다 더 크다구. 하체는 꼰대 같다는 말까지 서슴 치 않고 하면서 함께 장난을 치던 좋은 친구들이었는데.
은경의 그 말이 용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용준은 조금 더 허리를 숙여 은경의 바로 눈앞에 자신의 심볼을 대령했다.
은경의 얼굴 양옆에 자리한 굵직한 허벅지와 얼굴 위에 위치한 굵직한 심볼.
은경은 삼면이 완전히 막혀진 상태에서 그저 용준의 커다란 손에 잡혀 흔들리는 사내의 생식기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저렇게 컸다니. 저런 게 내 몸에? 이제 갓 스물인 애가 정말 대단해···.’
점점 더 벌어지는 은경의 입술.
자신의 자위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고 놀라운 표정을 짓는 은경의 얼굴을 보자 용준은 신이 났다.
더 빠르고 강하게 흔드는 손.
나름의 박력이 있었다. 체대 지망생의 팔뚝은 아무래도 일반인보다 힘이 넘쳐 보이니까.
- 탁탁탁탁! 탁탁탁탁!
용준의 손이 빨라지면서 은경은 더욱 더 그 모습에 매료되어 신기한 듯 그것을 바라봤고, 용준은 이런 생각을 했다.
‘원래는 아줌마 입 안에 싸고 싶었는데···. 얼굴도 괜찮겠네. 진짜 예쁘다. 이 아줌마···.’
“아, 아줌마. 저 이제 싸, 싸요···. 흐윽!”
“그, 그래. 어, 어머···!”
순간 허리를 펴며 무릎으로 몸을 지탱한 채 일어선 용준.
거침없이 하얀 정액들이 쏟아져 나와 은경의 얼굴을 적셔갔다.
하얗고 매끈거리는 액체들.
정액 특유의 냄새가 은경의 얼굴에 덮쳐들었고, 그녀는 뜨거움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용준이 무안해할 것이 두려워 끝까지 그것을 얼굴로 받아주었다.
오른쪽 눈썹 윗부분부터 입술 아래까지 길쭉하게 뽑아낸 용준의 흔적이 은경의 얼굴을 덮어갔고, 용준은 하얗게 범벅이 된 은경의 얼굴을 보며 드디어 자신이 해냈다는 뿌듯함에 숨을 몰아쉬었다.
‘싸, 쌌어···. 아줌마가 눈을 뜬 채 받아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장용준, 이 씹새야, 드디어 해냈어. 네가 해 냈다구!’
“휴우우···.”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털어낸 용준이 한숨을 몰아쉬자 그제서야 은경이 눈을 떴다.
용준은 서둘러 크리넥스 티슈를 몇 장 뽑아다가 그녀에게 건넸고, 은경이 얼굴을 닦는 사이 잠시동안의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멤돌았다.
현자타임.
자신의 눈앞에서 여전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누워있는 은경.
게다가 방금 전까지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더 세게’라는 말을 외쳤던 은경의 야한 말들이 귓가에 남아있었지만 용준은 얼마동안은 그녀를 갖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녀가 옆에 있는 사실 자체가 조금 민망했다. 아니 많이.
“후후···. 용준아, 시원하게 쌌어?”
“네? 네에···.”
휴지로 얼굴을 다 닦아낸 뒤 씨익 미소를 짓는 은경.
밀크 커피색의 검은 얼굴 아래로 보이는 하얀 치아가 시원해 보였다. 용준의 마음 역시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최대한 용준의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은 은경의 진심이 어느 정도 통한 순간이었다.
“은경이 아줌마···.”
“응? 왜?”
“아줌만 좋았어요? 제가 처음이라 너무 미숙해서···. 어설프고 서둘러서 죄송해요.”
“후후. 그냥 좋기만 했는데?”
용준에게 그런 말을 들을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욕정을 풀기 위해 달려든 어린 야수 한 마리. 그것이 용준에 대한 은경의 생각이었다.
‘사정’이라는 최후의 목표를 이룬 남성들은 잠자리를 마친 후 항상 다르게 변하기 마련이다.
물론 전 남편인 종국은 그런 기분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지만 막상 섹스를 마치고 나면 그 역시 조금 냉정하게 변하곤 했다.
하지만 용준은 달랐다. 여전히 순진한 소년의 모습으로 오히려 자신이 섹스를 잘 못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용준.
그의 볼을 쓰다듬어주면서 은경은 마음 속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털어놓았다.
“오히려 난 용준이랑 해서 좋았는데?”
“네? 정말요?‘
“응, 용준이처럼 나보다 어리구 잘 생기고, 키도 큰 남자랑 하기가 쉬운 줄 아니? 그리구···.”
“······?”
용준은 잠시 말을 멈춘 은경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너무 일찍 쌌다고 하면 어떡하지···.
“힘도 너~ 무 좋았구. 그리구···. 후훗. 거기도 좋았어. 꽤 컸거든···. 아잉. 나두 주책이다. 어린 용준이 앞에서 무슨 이런 말을···. 후후. 용준아.”
“네.”
“나이 먹은 아줌마가 주책 부렸다고 생각해. 용준이는 엄청 잘 했으니까. 처음 치구. 호호호.”
은경이 기분 나쁘지 않은 폭소를 터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은경의 매끈한 알몸.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용준은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한 번 더 해? 아니, 한 번 더 하자고 해봐?’
뭐가 그리 즐거운 지 살짝 몸을 흔들면서 마치 춤추듯 방을 나가는 은경.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은경의 덜렁거리는 엉덩이만큼이나 흔들거리는 성기를 손으로 살짝 감싸쥔 채로.
# 26
26화. 욕실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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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가는 은경의 뒷모습.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함께 샤워를 하지 않겠냐고 물어볼 줄 알았던 용준은 왠지 모를 허탈감에 한숨을 쉬었다.
연속 세 번의 정사.
피곤한 나머지 목을 몇 번 주무르는 은경의 모습을 보자 자기 욕심만 채운 것 같아서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욕실 안에서 들리는 물 떨어지는 소리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채 문을 열고 안으로 쳐들어가버렸다.
“어머! 용준아.”
“죄송해요. 소변이 급해서.”
할 수 있는 핑계는 그것 뿐이었다.
여전히 욕실 문을 열어둔 채 소변을 보기 위해 섰지만 갑자기 오줌이 나올 리는 만무했다. 괜히 콧노래를 불렀다.
“후후. 용준이 소변 보는 거 처음 보네? 하긴 전 남편도 그 건 못 보게 했지 뭐···.”
“정말요?”
고개를 돌린 채 은경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남자나 여자나 소변보는 걸 상대방이 보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아니? 후후. 똥싸는 것도 마찬가지구.”
“으윽.”
“근데 우리 용준이 엉덩이 정말 단단하다.”
은경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샤워기 물을 끈 후 뒤로 다가와 용준의 엉덩이를 몇 번 쳤다.
그렇지 않아도 소변을 볼 수 없었던 용준이 더 곤란해지는 것은 당연했지만 그나마 시간을 끌 수 있는 핑계가 생겼다.
“그렇게 엉덩이 치면 오줌 안 나와요. 그리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자 소변 보는 걸 옆에서 빤히 보면 어떡해요.”
‘오줌아, 빨리 나와라. 빨리 나와라.’
투덜거리는 용준을 보자 은경은 계속 장난이 치고싶었는지 더 가까이 다가와 이번에는 엉덩이를 주물렀다.
“으윽.”
“호호. 부끄럽구나? 용준이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상남자로 봤는데 말야.”
“상남자라도 오줌 쌀 땐 조용히 있고 싶은 편이죠.”
아차싶었지만 조금 쌀쌀맞게 대답을 한 용준. 은경은 기분이 별로 상하진 않았지만 조금 투덜대다가 욕실문쪽으로 가서 자물쇠를 닫고 장금장치까지 걸어버렸다.
“나도 마려운데···.”
“자, 잠시만요.” 서둘러서 볼일을 마치려 했지만 처음부터 화장실에 올 정도로 소변이 마려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였다.
“됐어. 난 바닥에 싸면 되니까.”
변기 앞에 선 채로 은경의 목소리가 나온 쪽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등을 보인 채 뒤로 앉아서 볼일을 보고 있은 은경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우렁찬 오줌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 쏴아아.
샤워기의 물줄기만큼은 아니지만 거침없이 물줄기를 배출하고 있은 은경. 오줌소리가 엄청났다.
‘아, 진짜 변태도 아니구. 그래도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여자가 오줌싸는 모습.’
방금 전 은경의 말처럼 이성끼리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변태스럽긴 했지만 아직 풋내기에 불과한 용준의 성적 호기심은 왕성한 편이었다.
은경의 소변줄기 소리가 커질수록 용준의 흥분된 감정을 컨트롤하기는 힘들었고, 간신히 잦아드는 오줌소리 덕분에 용준은 떨리는 심장을 서서히 다스리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헉!’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소변을 마칠 타이밍에 맞춰 엉덩이를 살포시 든 은경의 뒷모습.
유난히 두드러지는 꼬리뼈의 모습이 보였다.
엉덩이를 뒤로 밀수록 튀어나와 보이는 은경의 엉덩이.
그 꼬리뼈에 자신의 복부가 부딪치는 감각이 꽤나 만족스러웠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다시금 은경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엄마 말고는 처음으로 보는 여자의 나체 그리고 엉덩이.
당연히 엄마인 정숙보다 마르고 작은 체구였지만 탱탱하면서도 검은 피부가 형광등 불빛 아래 서니 하얗게 보일 지경이었다.
살짝 엉덩이를 들면서 음부 부근에 묻은 소변을 털어내려고 하는 은경의 모습을 보자 용준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다시 한 번 은경을 품에 안고싶었다. 물론 얼굴을 보면서 섹스를 하기를 꺼려하는 그녀가 허락해줄리는 만무하지만.
갈색 빛을 띄는 뒷구멍을 지나 엄마보다 짙은 색의 털들로 둘러싸여있는 은경의 음부.
방금 전까지 자신의 늠름한 심볼이 폭격을 했던 그 곳이 다시금 황홀한 모습으로 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성하게 덮인 음모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치골과 거무튀튀한 선.
희미하게 보였지만 용준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장용준.”
“헉.”
“뭘 그렇게 보는 거니? 아줌마 소변 보는데 훔쳐보기나 하구. 완전 야해가지구.”
“······.”
“괜찮아. 급 의기소침해지네? 후후.”
“저, 아줌마···.”
“응?”
“못 참겠어요.”
“뭐···?”
“더 이상 못 참겠다구요. 이렇게 계속 같이 있으니까··· 미쳐버릴 것 같다구요. 한 번 더 하구싶어요···. 지금 당장요!”
“흐음···. 안 되는 데···.”
“네? 왜요?!”
은경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자 이미 마음이 급해진 용준의 입에서 큰 소리가 튀어나왔다.
“오늘 밤··· 우리 너무 많이 했어. 사실은 아줌마 몸이 안 좋아···. 너무 오랜만에··· 그것도 연속으로 몇 번을···. 휴우. 잘못했다간 고생한다구. 여자 몸은 남자랑 달라서 좀 약하거든. 그러니까 다음에···.”
용준의 요구를 거절한 은경.
그런 그녀의 모습에 용준은 당연히 짜증났지만 딱히 은경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내가 너무 과격하게 하긴 했지···.’
오늘 밤의 섹스는 모두 용준의 어설픔 때문에 거칠게 시작해서 더 거칠게 끝을 맺곤 했다.
간간히 아프다는 소리를 내던 은경의 모습은 분명 최대한 참아내다가 결국 고통을 못 견디고 말한 것이 분명했고, 몬 전체에 떨림이 느껴질 정도로 느껴지던 은경의 아픔 역시 용준은 어렴풋이나마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우···.”
미안한 표정을 짓는 은경이었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했던 ‘다음에’라는 말이 그나마 용준을 위로해주고 있었다.
‘다음에? 그럼 다음에는 밤새도록 할 수 있는 거야? 아줌마랑? 흐흐. 그럼 초저녁, 아니 점심 먹고 바로 만나서 다음날 아침, 아니 저녁까지 밤새도록 하자고 해야지. 아줌마도 섹스를 오랜만에 한 거라서 힘들다고 한 거니까 다음에 할 때는 훨씬 오래 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나두 마찬가지일테고···.’
벽쪽에 두 팔을 팔베개처럼 한 채 서있는 은경.
한쪽 다리를 기역(ㄱ)자처럼 꾸부린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의 곡선미가 보기 좋았다. 다리를 벌려서 더 보기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치마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엉덩이 라인도 확실히 예쁘게 보였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는 그나마도 팬티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지만.
살짝 어두운 욕실을 비추는 LED 전등의 불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 보였다.
방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더욱 또렷하게 보이는 은경의 하체.
샤워를 마친 후 타올을 걸칠까말까한 상태의 그녀였지만 그보단 사각 팬티 하나만 입고있은 채로 욕실로 뛰어들었던 욕실의 하체는 마치 팬티 앞부분을 찢어버릴 듯 강렬하게 팽창한 심볼 때문에 오히려 서있기가 곤란할 지경이었다.
엉덩이의 부드러운 살결. 그리고 두터운 허벅지와 길게 뻗은 종아리. 마지막으로 뾰족한 발가락을 자랑하는 발등이 보이자 용준은 방금 전까지 그녀를 엎드리게한 채 뒤에서 범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잔뜩 흥분한 채로 서로의 성욕이 이성을 짓눌렀던 열락의 도가니.
그 순간의 기분이 짜릿하게 살아난 용준은 한번 더 그녀의 엉덩이와 음부를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미가 아니라 만지는 거라면 얼마든지 허락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미 욕실에 들어올 때부터 이성을 잃은 것인지도 몰랐다.
어릴적부터 가졌던 성적 호기심들이 하나씩 충족되는 시간. 그 성취감들이 용준의 흥분을 북돋아주고 있는 상태였다.
“어머, 용준아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자기도 모르게 팬티 위로 솟구친 심볼을 매만지고 있었다.
아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도 사각 팬티의 윗부분을 뚫고 배꼽쪽으로 튀어나올 듯 꿈틀대는 심볼.
그 짜릿한 발기의 감촉이 허리를 타고 전신에 퍼지면서 용준에게 일종의 용기를 주고 있었다. 마음껏 자기 몸을 은경에게 보여줘도 자신있다는 용기.
“어머머. 애가 점점···.”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깃들어 있었다. 용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은경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허벅지 가득 느껴지는 은경의 엉덩이 감촉.
너무나 황홀했다. 자기도 모르게 입고있던 팬티를 아래로 내려 벗어버렸고, 그대로 심볼을 은경의 살집 좋은 엉덩이 계곡 안에 파묻은 채로 비벼보고 싶었다.
‘흐윽. 아줌마···.’
단단한 막대기가 은경의 엉덩이에 바짝 붙여졌고, 아까 전부터 드러나있던 은경의 부드러운 엉덩이 살결은 귀두를 맞이한 순간 잠시 꿈틀거렸다.
“용준아···.”
따뜻한 살결과 탱탱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짜릿함. 용준의 하체를 계속해서 강하게 자극해왔다.
‘제발···. 아줌마···.’
이번엔 잘하면 욕실에서 은경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미 귀두 부분은 흘러나온 쿠퍼액들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살며시 귀두부터 기둥 부위를 쓰다듬었다. 은경을 상상하며 자위를 할 때보다 몇 배나 더 좋은 쾌감이 전달됐다. 또 다시 입 밖으로 신음성을 토해낼 뻔 했다.
“용준아···.”
“네, 그럼 지금···?”
“아니, 이젠 안 돼···.”
“네? 왜요?”
“아프다니깐···.”
“아아, 그럼 어떡해요···. 젠장!”
“대신 이렇게 해줄게···.”
은경의 손이 아래로 내려왔다. 심볼의 뿌리 부분을 잡고 또한 다른 손으론 귀두 부분을 건드리는 그녀의 손끝.
한차례 사정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어서며 용준의 움직임은 완전히 멈춰섰다.
“아, 안되겠어요. 이렇게라두···.”
“응···?”
용준은 급하게 그녀의 몸을 돌려세웠다.
아까 전 보았던 엉덩이의 계곡부터 꼬리뼈까지.
그 아래에 숨겨져있는 갈색의 음모와 골짜기는 잠시 제쳐두기로 했다.
지금의 행동만으로도 흥분감은 고조되어가고 있었고, 몇 번 더 은경의 엉덩이에 심볼을 비비며 감촉을 느낄 때는 흥분을 진정시키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더욱이 은경의 손아귀에 잡힌 상태에서 그렇게 몸을 비틀어댔으니.
“용준아, 이러면 안 돼···.”
순간 자신의 몸을 끌어안는 용준. 은경은 상황이 못내 불안한지 그의 심볼에서 손을 떼어내 가슴을 밀어냈다. 다행히 용준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는 아니었다.
천천히 그녀의 엉덩이 한족에 손을 얹은 후 부드럽고 탱탱한 엉덩이 전체를 다른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용준.
그 후 응큼하게 내려온 그의 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은경의 다리 골짜기 사이로 내려갔다.
손 끝에 느껴지는 따스함과 촉촉함. 은경 역시 애액을 분출하며 흥분한 상태였다.
그 위를 지그시 눌러보자 촉촉한 느낌은 더욱 강해져 축축하다 느껴질 지경이었고, 엉덩이 살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속살이 손 끝에 따스하게 와닿았다.
“흑?”
이미 딱딱해진 심볼은 은경의 엉덩이를 찌르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 폭격이 시작되었다고 해야할까?
아직 이성을 잃진 않았지만 판단력만큼은 더뎌진 용준이었기에 엉덩이 사이에 자리한 자신의 심볼이 두둑한 살집에 눌려지거나 끼워질 때면 표현하기 힘든 자극을 느끼며 몸을 꿈틀댈 수 밖에 없었다.
“크흑. 으윽···.”
“안 되겠다···.”
은경은 순간 무릎을 꿇고 욕실 바닥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 위치에 딱 와닿는 발기된 심볼.
우람하고 단단하지만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어린 사내의 심볼을 움켜진 은경이 천천히 손을 앞뒤로 움직이며 피스톤 질을 시작했다.
“흐윽. 흐으윽···.”
- 탁탁! 탁탁탁탁!
“아흑! 조, 좋아요! 좋다구요!”
“더··· 해줄게. 조금만 참아···.”
“더, 더 세게! 더 빨리 해주세요! 더! 더요!”
터질 듯 발기된 귀두 끝으로 정액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녀의 얼굴을 또 다시 적셔갔다.
하지만 이번에 느끼는 쾌감이 이전보다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은경의 정수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계속 자기 몸쪽으로 그녀의 머리를 이끌었다.
이미 주변으로 듬뿍 뿜어져 나온 용준의 흔적들.
절정에 도달해 멈춘 용준의 몸과 잠시나마 쿵쾅거림을 멈추고 안락에 빠져든 심장박동소리. 그렇게 또 한차례 현자타임을 맞이한 용준의 눈에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은경의 얼굴이 들어왔다.
“용준아···.”
“아··· 아줌마···.”
“그래···.”
마지막 순간까지 정액을 토해내고 있는 자신의 심볼을 가리지도 못한 채 은경과 눈을 맞추고 있는 용준.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쏟아낸 후 힘을 잃은 채 처져있는 용준의 하체를 마지막으로 바라본 그녀는 입을 벌려 그의 남은 정액을 혀로 닦아내주기 시작했다.
“헉!”
순간 용준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두 손으로 그것을 가리려 했지만 이미 두 손은 그녀의 정수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은경이 물고있는 용준의 심볼을 뱉어내지 않는 한 행동을 제어하기는 불가능했다.
죄책감.
그제서야 엄마의 친구와 섹스를 하고 말았다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무슨 짓을 해왔는가도.
두려웠다.
나이가 훨씬 많은 아줌마와 이런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혹시라도 학원 친구, 아니 가장 친한 편인 윤진이 형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마 날 유부녀 성애자라고 놀리면서 쓰레기 취급하겠지.
학원에서 가끔씩 호감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여학생들도 생각났다. 이제 난 그들에게 인간 쓰레기, 아니 폐기물로 취급받겠지. 하지만 모두 내가 자처한 일이야···.
# 27
27화.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마음
────────────────
은경의 부드러운 손길에 그대로 몇 번이나 분출을 하면서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신음을 입밖으로 내보내야만 했다.
적당한 크기의 젖가슴과 배꼽 주변에 뿌려진 자신의 흔적들.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나면서 최후의 절정을 맞본 용준의 심볼은 여전히 은경의 손아귀에 잡혀져 있었다.
마지막 분출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은경.
최후의 최후까지 모든 것을 짜내려는 듯 은경의 손이 다시금 움직였고, 간신히 현자 타임에 돌입했다고 생각했던 용준은 또 다시 밀려오는 엄청난 쾌감에 다시 한 번 몸을 떨어야만 했다.
“수고했어.”
엉덩이를 살짝 토닥여주는 은경의 손.
용준의 다리 사이에서 천천히 손을 빼는 은경은 그제서야 자신의 몸에 묻어있는 용준의 흔적들을 발견한 것 같았다.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은경.
그리고 다음 순간 자신의 몸에 흐르는 용준의 흔적들을 손으로 묻혀낸 은경은 끈적거리는 하얀 정액들을 집게와 중지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다시금 용준을 바라보았다.
“헉! 아줌마! 그, 그건···.”
손가락에 묻어있는 약간의 정액을 혀를 내밀어 맛보는 은경의 모습.
앵두빛 입술이 열리며 분홍색 혀가 밀려나와 하얀색 정액과 만나는 장면을 보며 용준은 엄청난 부끄러움과 짜릿한 흥분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난생 처음 느끼는 오묘한 감정이었다.
“맛은 좋네?”
“아줌마, 그걸 왜···. 아, 정말···.”
너무도 창피한 마음에 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만 갔다. 은경은 그런 용준의 표정이 귀엽다는 듯 살며시 미소를 지은 후 몸을 일으켜 그를 안아주었다.
은경의 몸에서 흐르는 땀과 정액이 끈적거리면서 매끄러운 촉감을 주며 용준의 몸에 와닿았다.
향긋한 냄새.
무슨 샴푸와 비누를 쓰는지 은경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향기가 정액의 비릿한 냄새와 함께 용준의 코를 찔러왔다.
용준은 자신을 지그시 응시하는 은경의 표정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젖가슴을 매만지고 있었다. 확실히 손아귀에 잡히는 부드러운 살덩어리는 그의 부끄러움을 가시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후후. 오랜만에 먹어봤는데 맛있었어···. 근데 조금 부끄럽다. 호홋.”
“아줌마···.”
“왜? 아줌마가 이러는 게 싫으니?”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듯한 용준의 입술에 은경의 입술이 와닿았다.
용준의 무릎 위에 앉은 채 그의 입술에 키스를 시작한 은경.
용준은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진하고 깊은 키스를 시작했다.
자기보단 덜 하지만 떨리고 있는 은경의 조그마한 몸.
하얗고 부드러운 용준의 몸과 탄력 넘치는 건강미를 뽐내는 은경의 몸은 그렇게 한참동안 끌어안은 채 서로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간신히 은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좋았니? 난 엄청 좋았는데.”
“네, 저도 좋았어요.”
“그래···. 용준아, 일단 우리 나가자. 여기 너무 오래 있었어. 샤월 더 할 것도 아니구 말야.”
“잠시만요!”
일어서려는 은경의 팔을 붙잡아 자기쪽으로 끌어당긴 용준은 그녀의 다리 사이를 응시했다.
무성한 음모 아래로 보이는 맑은 색의 액체들.
용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음부 주변 살을 부드럽게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손바닥에 닿아오는 까실까실한 음모들.
은경의 입에선 자기도 모르게 커다란 탄성이 터져나왔다. 마치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서비스의 보답을 받는 것이 기쁘다는 듯.
시간이 갈수록 신음성은 잦아들어갔지만 완전히 용준의 몸에 기댄 듯 안긴 은경의 자세가 자못 볼만 했다.
“다리에 힘 좀 풀어보세요.”
“왜?”
계속해서 음부와 허벅지를 쓸어대는 용준의 손길에 긴장했는지 은경은 몸에 힘을 잔뜩 준 상태였다.
특히 힙업이 될 정도로 힘이 들어간 그녀의 허벅지는 계속해서 좁혀지며 용준의 손길을 막아내려 애를 썼고, 그 와중에도 그의 손길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한 은경의 몸에서는 조금씩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떨림이 손바닥에 고스란히 전달되어 왔다.
“아흑! 후우···. 요, 용준···. 아흐흑! 히익! 아앙···.”
용준은 계속해서 그녀의 하체 곳곳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정성스러운 손길.
미숙하지만 최선을 다한 그의 다정한 손놀림에 은경은 더욱 더 끈적한 액체를 음부에서 쏟아냈다.
뿌옇게 빛이 바랜 애액과 맑은 애액이 섞여있는 손바닥을 잠시 내려다 본 용준은 방금 전 은경이 했던 것처럼 혀를 살짝 내밀어 그것을 맛봤다.
“요, 용준아!”
그러자 은경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용준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용준은 오히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더욱 많은 양을 입으로 맛보았다.
‘생각보다 밋밋한데? 하지만 부드러워···.’
무색무취에 가깝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 그것은 아마도 ‘천은경’이라는 여자의 몸에서 나오는 향취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정말··· 못 말리겠구나···.”
“헤헤. 아줌마도 제 껄 맛 보셨잖아요? 꽤 향기로운데요?”
“용준아···.”
은경은 잠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용준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며 그저 싱긋 웃고만 있는 친구의 아들.
이제는 한 마리의 수컷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용준이는 나보다 더 어리고 예쁘고 착한 여자를 만나야 되니까.
나처럼 경험이 있는 돌싱녀를 만나기엔 너무도 어리고 착한 잘생긴 사내애니까.
“이제 그만 나가자.”
“조금만 더 있고 싶은데···.”
“안 돼. 이젠 정말로 끝이야.”
갑자기 돌변한 은경의 모습.
방금 전까지 모든 것을 해줄 듯한 자애로운 미소는 더 이상 그녀의 얼굴에 남아있지 않았다.
타올을 잡아당겨 몸을 가린 채 단호한 표정으로 욕실을 나서는 은경을 보며 용준은 생각했다.
‘아줌마가 갑자기 왜 저러지? 내가 뭘 잘못했나?’
용준은 급하게 몸에 물을 끼얹은 뒤 역시나 타올 하나를 몸에 걸친 채 욕실을 나섰다.
‘내가 아줌마 보짓물을 마셔서 그런가? 너무 서툴러서 그런가 보다. 아무리 그래도 아줌마가 내 껄 먹는 거랑 내가 아줌마 껄 먹는 건 느낌부터가 달랐을 텐데.’
오랜만에 남자와 섹스를 해서 부끄러워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용준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식탁 앞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동안 말을 잃었다.
도무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두 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줌마. 저 아줌말 정말로 좋아하는 거 같아요···.”
“뭐라구?”
“아줌말 진심으로 사랑···.”
“그만해. 사랑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제 마음은···.”
“용준아, 잘 들어.”
“아줌마···.”
“그동안 네가 입시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구, 우리 집에 와서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아줌마가 도와준 거야. 무슨 말인지 아니?”
“하지만 아줌마도···.”
“아니야. 난 널 남자로 봐서 그런 걸 한 게 아니야. 그저 정숙이 아들이니까. 그래서 도와준 거야. 물론 나도 외롭긴 하구···.”
그럼 왜 그렇게 좋아했어요? 나랑 하는 동안.
이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다.
비록 미숙하긴 했지만 자신의 품에 안겨 끙끙대던 은경의 모습은 분명 기분 좋은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라도 자신의 몸을 즐기는 것 같았던, 그리고 세 번이나 성교를 하는 동안 어디까지나 리드를 하던 쪽은 은경이라는 사실이 용준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거짓말.”
“뭐?”
“아줌만 거짓말하는 거잖아요. 제가 그것도 모르는 병신으로 보여요?”
“아니야. 절대 아니야!”
“아줌마도 좋았으면서. 아무리 내가 처음이라지만 좋아서 즐겼으면서! 그런 거짓말을 왜 하는 건데요? 솔직하게 말해봐요. 저랑 하는 게 좋았잖아요!”
“아니야! 너 같이 경험도 없는 애랑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좋았겠니? 별로였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남자들 중에서도 최악이었다구!”
“······.”
최악이었다는 말을 들은 용준은 순간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내가 고작 그것 밖에 안 됐다니. 아무리 어설프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용준은 식탁에서 천천히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급히 가방을 꾸려서 집을 나섰다.
억울했다. 자신의 진심이 거절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완전히 짓밟혀 사라진 기분이었다.
‘아줌만 정말 너무 했어. 날 그렇게 무시하다니···.’
은경에 대한 분노가 순간 치밀어 올랐다. 방금 전까지 꿈만 같던 시간을 보냈던 추억은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용준이 잊고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
자신과 섹스를 하면서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해 하던 은경의 표정. 만약 그것을 다시 떠올렸다면 그토록 실망한 채로 은경을 미워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휴우···.”
용준이 화를 내며 나가버린 집안.
거실에 앉아 커피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은경은 다시 그것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위험했어···.’
그녀의 머릿속에는 용준과의 결합 장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길쭉하고 굵직한 용준의 심볼.
그것으로 자신을 마음껏 행복하게 해주던 용준의 듬직한 모습.
그리고 일을 마친 후 부끄러운 표정을 짓던 귀여운 모습까지.
은경의 생각보다 용준은 너무도 깊숙이 그리고 크게 자신의 마음 안에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잘 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였다. 더 나아갔다면 정말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은경에게 엄습해왔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은경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큼지막한 용준의 손이 마음껏 유린했던 자신의 젖가슴.
내 가슴이 그렇게 좋아? 라는 질문을 받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던 용준. 하지만 그의 손길은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즐거워했었다.
- 지이이잉.
은경의 그런 망상을 깬 것은 한 통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정숙이? 그래, 무슨 일이야? 뭐? 일행이 사고가 났다구?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니? 으응···. 그래, 그럼 일단 들어와야지. 용준이? 걘 잘 하구 있어. 성적도 많이 올랐잖아. 응? 아니야. 내가 무슨···. 자기가 열심히 한 거지. 그래, 귀국하면 식사나 한번 하자. 기집애. 아니야. 아니라니까. 후후. 그래, 그럼 조심해서 들어와.”
정숙의 전화였다.
일행이 교통사고가 나서 조기 귀국을 하겠다는 전화.
아직 3일 정도가 남은 일정을 일찍 마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은경은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젠 용준이랑 다시 섹스를 하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다행이었다. 전화 한통으로 정숙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지를 깨달았으니까.
다시는 친구의 아들과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여전히 남아있는 아쉬움만은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다.
# 28
28화. 부부의 침실
────────────────
엄마의 갑작스런 귀국.
한 달여의 시간동안 용준은 은경의 연락을 기다렸다. 아니 먼저 연락을 하고 답장을 기다렸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토록 많은 사진을 주고받았던 메시지 톡에서도 자신의 채팅 메시지 앞에 ‘1’자만이 적혀있을 뿐,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면 용준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곤 했다.
“이번 주에 아빠 돌아오신덴다. 용준아, 오랜만에 부자상봉이네? 후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온 아버지의 귀국 소식.
용준의 아버지인 49세의 장상만씨는 개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주로 무역과 관련된 사업을 했다.
1년 중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내는 그는 이따금씩 귀국을 해서 1달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집에서 머물다가 다시 출국을 하곤 했는데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 용준은 그런 아버지가 점점 멀게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학업과 진로 그리고 가까운 부자지간에는 스스럼 없이 나눌 수 있는 이성 문제 등 용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은 엄마인 정숙 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엄마의 친구를 좋아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오랜만에 남편의 귀국 소식을 들은 정숙은 뒤뚱거리는 몸을 흔들면서 가구를 고치기도 하고, 안방 침실의 벽지를 새 것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용준은 더더욱 소외감을 느꼈다. 결국 엄마의 관심도 아버지에게 향해있었으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학원에 있는 5수생 윤진이 형 밖엔.
“야, 장용준. 요즘 무슨 고민있냐? 이 새끼, 잠깐 혈색이 좋아지다가 바로 흙빛이 돼버리네? 여친 생겼다가 차였지? 그치?”
용준의 변화를 먼저 눈치챈 것도 윤진이었다.
수강반이 다른 윤진이었지만 용준이 걱정됐는지 쉬는 시간마다 강의실을 찾아오던 그는 얼마 후 일부러 반을 바꾸면서까지 용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뭔데 그래? 설마 정말로 여자한테 차인 거냐? 꽐라들 앞에서도 돌부처가 따로 없던 새끼가? 정말 뭔 일이 있나 보군.”
“사실은요···.”
결국 용준은 은경과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엄청난 연상의 여인이라는 것과 엄마의 친구라는 사실은 빼놓은 채로.
서른다섯으로 줄인 은경의 나이를 들은 윤진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용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하지만 점점 더 깊은 이야기로 빠져들자 그의 얼굴 역시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좀 어려운 문제네···.”
처음에는 젊은 돌싱녀를 낚았다면서 축하한다고 너스레를 떨던 윤진이었지만 그녀와 며칠동안 동거를 한 부분부터 하룻밤 세 번의 사랑을 나눴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쯤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너 그 여자랑 결혼할 거냐?”
“네? 결혼이요? 아직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요···.”
“지극히 정상이네. 다행이다. 네 대가리가 아직 이성을 잃지 않아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좀 쉽게 설명해주세요.”
“난 네 뇌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줄 알았다구 인마. 당연히 잠깐 즐기는 사이인 거지 왜 그렇게 깊게 생각하는데? 그쪽에서도 그날 밤만 떡치고 잊자고 했다면서? 근데 왜 그렇게 심각하냐구.”
“하지만···. 저 정말로 그 누나가 좋거든요. 엄마보다 더요.”
“미친 새끼. 엄마보다 예쁜 여자는 없어.”
“네?”
“농담이야 새꺄.”
윤진은 다섯 살이나 많은 형답게 용준의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고 위로해주었다. 심각하기만 했던 용준의 마음도 점점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냥 잊어. 아니면···.”
“아니면요?”
순간 용준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하자 윤진은 슬쩍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자식 정말로 심각하구나.
“어차피 제대로 된 관계는 아니잖아? 서른다섯이면 너랑 띠동갑 이상으로 많은 나이인데.”
“······.”
“형 말은, 그냥 즐기기만 하라구. 서로가 감정 상하지 않는 선에서. 솔직히 너, 그 아줌마랑 떡치는 걸 바랬던 거잖아? 혹시 손잡고 데이트하고 밥 먹고 그런 것들이 떡치는 것보다 더 좋았던 거야?”
“그건···.”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나중에라도 만나면 그렇게 간을 보라구. 너 섹파라고 알지?”
“섹스··· 파트너?”
“그래! 바로 그거야. 그 정도 선에서 관계를 정리하라구.”
“그래두 그건···.”
“장용준, 너 정말 답답이구나? 대학 안 갈 거야? 당장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해도 대학은 한번 가봐야 되는 거 아니냐? 부모님은 땅 파서 돈이 생겼어? 미쳤다고 공부도 안 하고 아줌마랑 사랑에 빠진 아들한테 재수하라고 돈 대주는 거냐? 정신차려. 당장 너한테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하라구.”
윤진은 평소와 답지 않게 장시간동안 용준을 설득했다.
대화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용준은 그의 말대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수업이 끝난 뒤 윤진이 사주는 소주를 마시고 헤어지면서 결심을 굳혔다.
‘그래! 이런 생각하는 것도 복에 겨워서 하는 짓거리지. 일단 대학은 가고 보자구. 그 때 가서는 아줌마도 그날 일은 잊을테니까.’
대학에 가면 팔도에서 올라온 여자들이 넘쳐난다느니 1년 재수를 하고 들어온 ‘오빠’라서 여자들이 더 매력을 느낄 거라느니···. 윤진의 허풍섞인 말들은 술기운이 올라온 용준에게 진리처럼 느껴졌다.
“엄마, 저 왔어요···.”
“어머? 용준이 왔네?”
밤 12시. 불이 꺼져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실은 환하게 빛나며 용준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특별한 사람과 함께.
“아버지?”
“호오. 용준아. 오랜만이다. 그동안 공부 열심히 하고 있었냐? 허허허.”
“아버지 어떻게···.”
“엄마랑 네가 보고싶어서 예정보다 일찍 귀국했지. 그래, 이번 모의고사 성적이 엄청 올랐다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도 들어갈 수 있다고 엄마가 엄청 자랑하더라. 수고했다. 수고했어.”
“뭘요···.”
키는 큰 편이지만 비쩍 마른 몸 그리고 반백의 중년이 된 아버지가 용준을 반기며 등을 두들겨줬다.
지난번 봤을 때는 검은 머리가 더 많았었는데···.
부쩍 늙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용준은 그동안의 생활을 후회했다. 마음을 잡지 못 하고 이성 문제에만 빠져있던 자신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넣어둬. 요즘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주는 거야. 저녁에 학원에서 배고프면 맛있는 거 사먹구.”
활짝 웃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인 용준의 아버지 장상만씨가 그의 귀에 살짝 속삭였다.
“술은 작작 마시구. 인마. 흐흐.”
“네···.”
내일 용준이 학원에 가야 한다며 팔을 잡아끄는 엄마.
아버지는 그런 엄마의 손에 끌려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살짝 윙크를 날려주었다.
항상 자신에게는 따뜻한 아버지였다. 한 번도 손찌검을 한 적이 없었고, 심지어 폭주족 시절에도 별다른 타박을 하지 않던 유일한 사람이 아버지 장상만이었다.
가끔씩 간섭을 하지 않는 아버지의 존재가 아쉽기도 했지만 폭주를 뛰다가 파출소에 잡힌 자신을 찾아온 엄마가 오열을 하며 유난을 떨었을 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아버지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헉?!”
아버지가 쥐어준 봉투 안을 확인한 용준의 입에서는 절로 헉소리가 나왔다.
노란색 5만원 지폐들과 하얀 수표들로 채워진 봉투 안.
대충 봐도 몇 백만원은 되어보이는 큰 돈이었다.
‘하여튼 씀씀이는 크시다니까···.’
어릴적 친척집을 돌며 모은 세뱃돈과 아버지의 용돈을 꼼꼼히 모아서 첫 바이크를 장만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여전히 술이 깨지 않은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가는 용준의 표정은 미소를 지었지만 한구석에는 쓸쓸함이 묻어있었다.
“으음···.”
이른 새벽. 용준은 잠에서 깨어났다.
술에 취해 잠든 밤이면 항상 목이 말라서 깼고, 물을 마신 후에는 화장실에 가는 것이 습관이었다.
혹시나 안방에서 부모님이 깰까 조심스럽게 화장실로 향하던 용준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정말···. 당신 정말 이러기에요?”
“허허. 미안.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봐. 당신 보려구 달려오다 보니 힘이 다 빠졌나 보네. 후후후.”
“얼마만에 하는 건데···.”
“미안하다니까. 우리 내일 하자구.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래.”
허허거리는 아버지의 웃음소리. 하지만 허탈함이 묻어있었다.
반면 엄마인 정숙의 목소리에는 짜증과 서운함이 잔뜩 섞여있었다.
예전 같으면 무슨 상황인지 눈치채지 못 했겠지만 약간은 끈적한 엄마의 콧소리와 힘없는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방금 전 안방 안에 일어난 상황이 무엇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아버지는 엄마를 달래는데 실패한 것이 분명했다.
“허허···. 계속 그렇게 삐쳐있을 거야? 얼른 자자구···.”
“몰라요. 얼마나 오늘을 기다렸는데. 당신 정말 실망이에요.”
“뭐? 실망? 이 여편네가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말을 막하는 구만!”
“여편네? 당신 그게 할 소리에요? 나한테 어떻게 이래요?”
“뭐? 내가 뭘 어쨌는데? 피곤한 남편한테 밤늦게 달려들어서 잠도 못 자게 하는 게 여편네가 할 짓이야? 내가 내일 해준다고 했지? 왜 짜증을 내고 난린데 이 사람아!”
“뭐라구요? 해··· 준다구? 당신 정말···.”
“왜? 내가 못 할말을 했어? 피곤하다는 사람한테 달라붙어서 칭얼대는 게 살림하는 마누라가 할 짓이냐는 게 그렇게 잘못된 질문이야? 당신 정말 왜 그러나?!”
“흐. 흐흑···. 흑흑흑.”
엄마의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순식간에 달라진 방안의 분위기. 용준은 조심스럽게 안방 앞으로 다가가 살짝 열려진 문틈 사이로 방안을 살펴보았다.
방안의 모습은 용준의 예상 그대로였다. 약간 더 야한 장면이 펼쳐져있을 뿐.
브래지어만 입은 채로 침대 위에 주저앉아있는 엄마의 모습. 그 옆에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담배를 입에 가져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찰칵거리며 몇 번이나 라이터를 켜고 나서야 담배에 불을 붙인 아버지는 천장을 보며 깊은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흑흑. 흑흑흑흑.”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울고있는 엄마의 뒷모습이 너무도 쓸쓸해 보였다.
살집이 많은 엄마의 속살. 평소 약간은 수다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 많은 엄마가 입을 꾹 다문 채로 울음을 참고있는 모습이 용준의 가슴 한 켠을 아프게 했다.
“젠장!”
이불을 끌어당겨 옆으로 누워버린 아버지는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었고, 그 덕분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엄마의 맨살과 엉덩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민망해진 용준은 방문 앞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화장실로 향했다.
‘엄마가 많이 서운했나 보네···. 매일 수다만 떨고 시끄러워서 저런 거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새삼 엄마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엄마의 열망을 거절한 아버지가 조금은 쌀쌀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버지가 너무 심했어. 오랜만에 본 엄마한테 저러다니···.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야릇한 상상이 머릿속을 멤돌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지난번 은경과 욕실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자신의 성기를 열성적으로 마사지 해줬던 은경. 그리고 용준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은경의 입에서 자지러질 듯한 괴성이 새어나올 정도로 더욱 열정적인 펠라치오를 선사했었다.
그날 밤 느꼈던 은경의 반응. 그것은 분명 여자의 본능에서 뿜어져 나오는 솔직한 소리였다.
‘그렇게라도 해줄 것이지···.’
하지만 너무 오래 부부생활을 하면 그런 마음도 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용준은 다시 방으로 향했다. 술에 너무 취해서인지 다시 베개에 머리를 묻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오랜만에 아주 깊은 잠에 취할 수 있었다.
# 29
29화. 4자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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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오래돼서일까? 아니면 일 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떨어져서 보내기 때문일까?
지난밤 용준이 목격한 것과는 달리 부모님들의 모습은 다정하기 그지 없었다.
용준 앞에서 오히려 더 다정한 척 하고 심지어 아버지의 숟가락에 일일이 반찬을 얹어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용준은 어쩌면 어젯밤 자기가 술에 취해서 꿈을 꾼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섹파하기로 했냐?”
학원에서 만난 윤진은 용준에게 계속해서 은경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놀려댔다. 하지만 용준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은경에 대한 약간의 간절함 때문에 윤진의 그런 놀림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줌마, 잘 지내요?]
[저 이번 달 성적 나왔어요. 지난 달보다 조금 오른 것 같아요···. 다 아줌마 덕분이에요.]
[제발 답장이라도 해줘요. 무슨 일 생긴 거 아닌가 걱정돼요···.]
자신의 채팅 내용 앞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1’이라는 글자.
마치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마냥 아침 수업에 들어가기 전 은경에게 메시지를 남긴 용준은 다시 수업에 몰두했다.
‘그래, 일단 공부부터 하고 보는 거야. 성적도 오르고 내가 좋은 대학에 가게 되면 아줌마도 어쩔 수 없이 날 다르게 보겠지. 어쩌면 그 때는 아줌마가 먼저 나한테 달려들 걸? 잘생기고 좋은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라면 엄청 매력적으로 보일테니까!’
그렇게 각오를 하던 용준. 뜻밖에도 점심시간에 은경과의 채팅창을 확인한 그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닥쳐왔다.
‘이··· 읽었어? 아줌마가 내 메시지를 잃었다구?’
‘1’이 지워져있는 걸 보니 은경이 자기 메시지를 읽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겨서 메시지를 읽지 않은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자 서운한 감정이 밀려드는 걸 느꼈다.
‘어쨌든 전화하면 받을 거 같은데···. 수업 끝나고 전화해볼까?’
오랜만의 통화라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은경의 반응이 반가웠지만 일단 전화를 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마음먹었다.
“용준아!”
“엄마?”
수업이 끝날 때쯤 갑자기 정숙의 전화가 왔다. 무심결에 전화를 받은 용준에게 정숙은 뜻밖의 말을 했다.
“너 오늘 수업 끝나고 최대한 빨리 집에 와야 돼.”
“왜요?”
“아빠가 오늘 외식하자고 하시더라.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이나 하자구.”
“외식?”
“그래. 수업 끝나고 바로 와야된다. 딴 데 세지말구.”
“알았어요.”
은경에게 전화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은경도 자기처럼 기다려봐야 된다는 소심한 복수심도 살짝 깔려있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용준은 또 다시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의외의 상황에 당황하고 말았다.
“용준아, 은경이 아줌마 왔다.”
“은경이··· 아줌마?”
“그래,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구 내가 불렀어. 그동안 프랑스 파리에 가있었다구 하더라?”
“프랑스··· 파리? 좋은 데 있었네···.”
아, 그동안 나한테 연락을 안 한 이유가 이거였구나.
해외에 있으니까 전화를 못 받는 건 당연했지만 요즘엔 로밍 서비스가 좋다고 하던데···. 그녀가 왜 외국 여행을 갔는지에 대한 이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용준은 단순히 그런 생각만 했다.
“용준이 왔냐? 자식,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아버지가 오늘 제대로 쏠 테니까. 아, 은경씨.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저희 부부가 결혼식할 때 뵈었다고 하던데.”
“네, 너무 오래됐죠? 상만씨, 반가워요.”
오랜만에 보는 은경의 모습.
여전히 늘씬한 몸매에 예쁜 얼굴이었다.
한눈에 봐도 꽤나 고가로 보이는 검은색 드레스. 치마 밑으로 길게 뻗은 은경의 허벅지부터 종아리는 검은색 스타킹이 신겨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용준은 잠시 머릿속에 치밀어 오르는 생각 때문에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저 냄새 맡고싶다···. 벗겨서라도···.’
은경이 신고있는 검은색 스타킹. 그걸 보자 왜인지 모르게 그녀의 기다란 다리에서 자기 손으로 스타킹을 벗기고, 그것을 코에 갖다댄 뒤 냄새를 맡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끓어올랐다.
너무 오랜만에 은경을 봐서인 걸까?
용준이 그렇게 마음속으로 갈등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아버지 상만의 재촉은 계속됐다. 은경과 가볍게 악수를 마친 뒤 무언가 이어서 말을 붙이는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도 주책이지. 결혼까지 한 양반이 마누라 친구한테 집적대는 거 같잖아?’
흥분해서 말을 이어가는 상만을 보면서 용준은 피식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우리 그냥 안에서 차려먹으면 안 돼? 오랜만에 집밥 먹고싶은데···. 정숙이 네가 해준 청국장 찌개랑 제육볶음 먹고싶다···.”
“청국장? 제육? 은경씨, 오랜만에 봤는데 제가 근사한 곳으로 모실게요. 촌스럽게 무슨 찌개에 고기볶음입니까?”
“어머, 정숙이 요리 엄청 맛있어요. 지난 달까지만 해도 그거 먹으려고 집에 들락거렸는데···.”
상만의 말에 대답하던 은경이 말을 하다말고 슬쩍 용준을 바라보았다.
무심결에 생긴 상황이지만 묵묵히 말이 없이 자신들의 대화를 듣고있는 용준을 뒤늦게 발견한 은경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면서 용준을 훔쳐본 것이다.
“허허. 그럼 은경씨 원하시는대로 집에서 밥 먹죠? 다만 배달 음식도 좀 시켜서 먹는 걸로···.”
“네, 그러세요. 호호. 용준아, 오랜만이다?”
은경은 상만과 대화를 마친 후 아무렇지 않은 척 용준의 어깨를 살짝 두들긴 후 화장실로 향했다.
자신을 보면서 대수롭지 않은 척 행동하는 은경.
용준은 은근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역시나 은경처럼 내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린 용준에게 뜻밖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왜···.“
화장실로 향하는 은경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상만.
눈동자는 희번덕거리고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져있었다.
‘아버지가 왜 저런 눈빛으로 아줌마를 쳐다보는 거지? 설마?’
상만의 모습은 얼마 전까지 은경을 바라보던 자신의 눈과 닮아있었다. 물론 훨씬 더 순진해 보이는 쪽은 용준이겠지만. 그저 자신의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용준 역시 화장실로 향했다.
‘흐흐. 정말 오랜만이란 말야? 그 사이 엄청 예뻐졌는데?’
상만은 은경을 기억하고 있었다.
결혼식 날 신부측 하객으로 참석했던 은경.
하지만 지금같이 아름다운 외모는 아니었다.
아직은 성숙한 티가 나지 않는 풋풋한 대학 신입생의 모습.
회사에 취직을 하자마자 정숙을 만나고, 열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남에도 자신에게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는 정숙이 마음에 들어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은경의 얼굴이 생각날 정도로 낯이 익었다.
그 때보다 훨씬 더 농염해지고 우아해졌다고 해야될까?
결혼식 때에는 그저 파릇파릇 자라나는 새싹 정도로 보였던 은경이 이제는 섹시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뽐내는 ‘여자’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은경이 다시 거실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가 사라진 주방에서 눈을 떼지 못 했던 상만은 용준이 몇 번이나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모습이었다.
‘마누라 친구만 아이었어도···.’
아들까지 있는 마당에 더 오래 그녀를 주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 상만은 그제서야 방으로 향했다. 용준 역시 아버지가 방에 들어간 후 옷을 갈아입을 생각이었다.
‘아버지 눈빛이 뭔가 심상치 않았어···. 아니, 내 착각일 수도 있지. 은경이 아줌마 정도면 어떤 남자라도 관심을 가질 걸? 연상부터 연하까지 모두 다.’
그런 생각을 하니 씁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은경과 다시 마주쳤을 때 용준은 더욱 서운함을 느꼈다. 확실히 은경이 그리웠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용준은 식탁으로 향했다.
처음엔 정숙의 요리와 배달 음식으로 시작한 저녁식사.
다시금 오랜 친구라는 설명을 하는 정숙은 계속해서 수다를 떨면서 테이블 분위기를 이끌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대화에 몰두하는 엄마의 모습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젯밤엔 아버지가 너무 심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시 은경에게 다시 눈을 돌렸을 때 그녀는 웃으면서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간간히 웃고있는 그녀의 손이 아버지의 팔뚝을 슬쩍 스칠 때면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 왠지 은경을 아버지에게 뺏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은경씨, 언제 골프나 한번 치러 가요. 제가 모시죠.”
“정말요? 필드 나간 지 너무 오래됐는데···.”
“그래요?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이래봬도. 으흐흐.”
아버지와 은경이 나누는 이야기들.
이런 대화에 능숙한 사람들이 나누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모르는 어른들의 세계.
점점 그곳으로 은경을 빼앗기고 있는 기분이었다. 질투심이 서서히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비단 용준 뿐만은 아니었다.
“둘이 무슨 대화를 그렇게 나누고 그래? 식사 좀 해가면서 이야기 해요.”
아버지의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엄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남편이 밤새 자신을 거부하고 자신의 친구와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모습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경계에도 아랑곳 없이 아버지는 은경과 연달아 술잔을 기울였고, 결국 술이 약한 은경은 꽤 취한 듯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아버지와 아들의 눈동자가 동시에 번뜩였다.
“용준아, 너 은경이 아줌마 좀 데려다줘라. 차 가지고 왔다고 하더라.”
여자의 육감일까? 그런 분위기를 깬 것은 정숙이었다. 남편보다는 아들을 더 믿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아들이 자기와 동갑인 친구와 특별한 사이로 발전할 것이라는 상상은 추호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테고.
“괜찮아···. 대리 기사 부르면 되는데 뭘···.”
“얘는. 든든한 총각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이래봬도 용준이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운전면허 땄어. 가끔 우리 차도 몰구.”
2종 원동기 면허는 이미 고등학생 때 땄었다. 운전은 무조건 자신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은경을 집에 데려다주라는 엄마의 명령이 더 없이 반가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차 놓고 가도 되는데···. 차라리 내일 가지러 올게.”
어떻게든 용준을 떼어놓고 가고 싶은 은경. 하지만 용준은 쉽게 그녀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랜만에 은경과 재회한 것인데.
“괜찮아요. 멀지도 않은데요 뭘.”
“그래두···. 괜찮은데 정말···.”
“어서 가세요. 제가 모셔다드릴게요.”
“그래, 아들~ 네가 수고 좀 해~ 엄마는 아빠랑 오붓한 시간 좀 보내고 있을 테니까.”
엄마의 윙크를 뒤로 한 채 용준은 슬며시 은경의 등을 떠밀 듯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나가기 전 뒤를 돌아봤을 때 아버지의 표정이 살짝 굳어있다는 것은 용준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근데 쟤가 어떻게 은경이 집이 우리집에서 가깝다는 걸 알지? 내가 말했었나?’
친구와 아들을 배웅하며 돌아선 정숙은 잠시 그런 생각을 들었다. 하긴 은경이가 우리 집에 드나든 게 한 두 번인가? 예의 최대한 요염한 눈빛을 하며 남편을 향해 돌아섰을 때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어, 나 지금 집인데? 왜? 그렇게 급한 일이야?”
남편의 전화받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아들을 보내고 남편과 둘만 남은 집.
어젯밤 실패한 남편과의 동침을 시도하려 했던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알았어. 그렇게 급하면 어쩔 수 없지. 한 시간쯤 걸릴테니까 기다리라구. 지금 곧 출발할게.”
상만이 전화 통화를 마쳤을 때 이미 정숙은 실망한 표정으로 그의 옷을 챙겨들고 있었다.
캐주얼 복장에 정장 외투 하나만 걸친 채 집을 나서는 상만.
무심한 표정으로 나간다는 말도 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숙은 불현 듯 뜨거운 눈물이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자신을 몰라주는 남편, 아직은 뜨겁기만한 30대 후반의 아내를 매일 홀로 두는 남편이 밉기만 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집을 나가버린 상태였다.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기 시작하는 정숙의 모습은 너무도 쓸쓸해 보이기만 했다.
# 30
30화. 아버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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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만이 향한 곳은 강남의 유명 술집, 버블바라는 곳이었다.
90년대 경제 활황기 때 처음 발을 들였던 술집.
보통은 텐프로 혹은 점오라고 불리는 접대형 룸들로 이루어진 회원제 형식의 업소였다.
몇 명의 사장들을 거쳐 현재 이 곳의 대표마담인 송마담은 나름 전성기 시절 서울 전역을 휘어잡을 정도의 미모를 자랑했었다.
이후 잠시 70대의 재벌가 회장의 애첩을 거치며 업계를 은퇴했다가 회장이 죽은 후 자식들의 미움과 견제를 받아 결국 얼마간의 위자료를 가지고 버블바를 인수했다.
과거 그녀의 전력 때문인지 이 업계에선 꽤나 유명한 장소였고, 과거 그녀의 미모를 흠모했던 돈많은 한량들이 주로 이곳을 찾았다.
상만이 만나러 온 정아는 한 때 버블바의 에이스들 중 하나였다.
미모 하나만으론 송마담의 대를 이어 서울 시내 최고라고 불리던 박정아.
재벌 3세 망나니들을 비롯해서 땅부자, 주식부자라는 사내들이 그녀를 거쳐갔지만 결국에는 20대 후반이 되면서 그녀는 이전보다 우월한 경쟁자들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그것도 자신이 일하는 버블바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과거 자신이 누렸던 20대 초반의 파릇파릇하고 신선한 매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약간의 성형을 통해 더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물론 걔 중에는 성형에 실패해서 정아보다 먼저 쇠락기에 접어들어버린 실패자들도 있었지만.
상만은 정아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였다.
흔히 말하는 스폰서.
1년에 대략 3, 4회 정도 만남을 갖고 그가 원하는 것을 살짝 들어주기만 해도 웬만한 회사 부장에 준하는 댓가를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현재 그녀가 살고있는 오피스텔 역시 상만이 제공해준 장소였기에 스스로 전성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정아에게는 그가 일종의 보험 같은 존재였다.
“오셨어요?”
상만은 정아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일인 것처럼 행세를 하며 집을 나왔다.
아내와는 전혀 다른 청춘의 싱싱함을 소유하고 있는 정아의 얼굴을 보자 당장이라도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했어? 오늘.”
“그냥···.”
“손님 많았어?”
이런 질문을 할 때는 답변에 조심해야 했다. 손님이 많았다고 하면 대놓고 기분 나쁜 티를 내는 상만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은경은 조심스레 답했다.
“별로···.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나저나 오늘은 집에서 쉬신다고 했잖아요? 웬일이세요···?”
“웬일은 너 보러 왔지.”
“네···.”
갑자기 자신을 호출해 술잔을 기울이다가 오피스텔로 옮겨 밤을 보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귀국을 한 뒤 집에 들어가면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조차 없는 상만이었다.
그런 그가 집에서 저녁을 먹을 시간에 아무런 언질도 없이 자신을 찾아오겠다고 했을 때 정아는 조금 당황스러웠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일은 무슨. 술이나 좀 가져와봐. 기분 좆같으니까.”
툭명스럽게 욜설을 내뱉는 상만. 이런 날의 그가 어떤 행동을 할 지는 잘 알고 있는 정아였기에 재빨리 기분을 맞추려고 그의 옷을 받아들었다.
업소에서 가장 좋은 룸의 옷걸이에 상만이 입고 온 자켓이 걸렸고, 정아는 재빨리 자리로 돌아와 상만의 옆자리에 앉았다.
“씨팔! 짜증난다! 짜증나! 너 오늘 일 쉬어라. 집에나 가자.”
“지금 출근했는데···.”
“그래서? 못 가겠다는 거야?”
“아니에요.”
눈치를 주는 웨이터 조장의 찡그린 얼굴을 뒤로한 채 정아는 상만과 함께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그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정아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서 얼른 샤워나 하고 와. 어서.”
“네, 알았어요···.”
욕실로 향하는 정아는 살짝 이는 두려움과 함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가 오늘밤 무슨 짓을 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더.
“괜찮은데 정말···.”
이 말을 도대체 몇 번째 하는 것인지.
자신이 연락을 끊었던 용준과 한 차에 타고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지 조수석에 앉은 은경은 연신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은경의 고급 승용차 안.
처음으로 그녀의 차를 타본 용준은 내부 장식이 화려하고 넓다는 데 놀랐다.
아버지의 자가용보다 더 좋은 외제 승용차를 은경이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의 집에서 생활하던 때에는 누구보다 더 알뜰하고 검소한 은경의 모습만 봐왔으니까.
출발을 했지만 은경은 말이 없었고, 용준 역시 말없이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자신의 차 키를 받아들던 용준. 그리고 계속해서 괜찮다는 자신의 말에 대답조차 없는 용준의 모습을 보며 은경은 그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보다 더 불과 얼마 전보다 훨씬 성숙해져 보이는 용준의 모습에 속으로 놀랐다.
‘남자란 역시 경험이 중요한 건가?’
자신과 처음 잠자리를 가질 때 일찍 사정을 해버리고 난감한 표정을 짓던 용준의 귀여운 얼굴이 생각났다. 자신이 첫키스 상대라는 고백을 하면서 잔득 흥분해있던 용준의 성난 얼굴도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차 안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야릇한 상상.
용준이 말이 없을수록 그 야릇함은 더 해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이상하리만치 말이 없는 용준에게 말이다.
“잠깐 바람 좀 쐬고 가실래요? 속도 편찮으신 거 같은데.”
차에 탄 뒤 한참동안 말이 없던 용준. 그 말에서는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울만큼 무게가 느껴졌다. 은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용준이 차를 세운 곳은 공교롭게도 성수동에서 제일 높은 지대에 있는 용준의 집 근처 분지. 가끔씩 사람들이 운동을 하러 왔다가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차에서 내린 용준이 이번에도 말없이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가 담배를 피우는 지 몰랐던 은경은 그 모습 역시 신기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얘가 완전히 순진한 건 아니었구나.
“용준아, 미안해···. 공부하느라 많이 피곤할텐데···.”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용준은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저 멀찌감치 떨어진 어딘가를 응시하며 담배 연기만 뿜어낼 뿐이었다.
“잠시 걸을까?”
다시금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산길 산책.
은근히 용준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용준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녀석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렇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해놓고 이제와서 나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걸까?’
무반응의 용준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은경이었다.
조용히 길을 걷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용준. 어느덧 다시 차에 돌아왔다.
“이젠 술 깼으니까 내가 운전할게.”
용준의 대답도 듣지 않고 운전석에 앉는 은경. 하지만 그녀가 핸들에 손을 얹었을 때 갑작스레 커다란 손이 은경의 손을 덮쳐왔다. 조수석에 들어서자마자 손을 뻗은 용준이었다.
“요, 용준아. 갑자기 왜 이래?”
자신의 손을 잡아버린 용준의 갑작스런 행동. 어쩌면 그런 상황을 예상했을 은경은 놀라는 척 몸을 움직여 그에게서 달아나려 했지만 뒤 이은 용준의 고백이 그녀의 몸을 한순간에 굳어버리도록 만들었다.
“아줌마, 아니 은경씨, 사랑해요···.”
사랑고백.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 얼마만에 들어보는 걸까?
마지막으로 들은 상대방이 전 남편인 종국이었으니 꽤나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었다.
어쩌면 용준의 나이만큼 오랜 시간이었는지도 모를 설레이는 고백.
하지만 다시금 그녀의 앞을 막아선 건 죄책감이었다.
자신을 배웅하던 정숙의 환히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숙이 지은 미소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아흑! 끄흐···. 사, 사장님. 너무 쎄요···.”
“으흐흐. 조금만 참아봐. 더 뻑가게 만들어줄테니까. 후우···. 후우···.”
“사, 사장님. 흐윽! 흑!”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허리를 연신 움직여대는 상만.
그의 마른 장작같이 기다랗고 볼품 없는 근육은 170cm의, 여자치고 큰 키에 하얀 피부를 가진 정아의 몸 위에서 쉴 새 없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몸과 거의 맞먹을 가냘픈 중년 사내의 몸짓을 버텨내며 신음성을 참아내던 정아는 결국 그의 얇디얇은 팔뚝을 부여잡은 채 연속해서 하체에 밀려드는 고통을 참아내야만 했다.
볼품없는 체격에 비해 튼실한 그의 물건은 선천적으로 탄력 넘치고 부드러운 몸을 가진 정아의 몸을 마치 부숴버릴 것마냥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아, 아야···. 아, 아파요. 그렇게 하면···.”
발목이 가느다랗고 긴 정아의 다리가 걸쳐진 상만의 어깨.
엉덩이가 들린 상태로 자신의 계속되는 공격을 받아내던 정아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자 상만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마치 선심을 쓰는 것마냥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서 내려주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상만이 아니었다. 다리가 내려가는 동시에 곧바로 몸이 돌려지며 자연스럽게 엎드린 자세가 되어버린 정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얀 침대 시트 위에서 엉덩이를 위로 한없이 치켜든 민망한 자세. 그런 그녀의 환상적인 몸을 뒤에서 감상하던 상만은 천천히 자신의 심볼을 한 손에 움켜쥔 채로 정아의 하얗고 탐스러운 엉덩이 사이로 다가섰다.
“으흑···.”
굵직하고 딱딱한 무언가가 자신의 민감한 속살을 밀치며 안으로 밀려들자 정아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힐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나서 한참이 지나도록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상만. 아마도 긴장한 채로 떨고있는 정아의 반응을 즐기는 득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찰싹하고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만의 아랫배가 자신의 치골을 밀어대기 시작하자 은경은 침대 위로 쓰러진 채 이마를 베개에 묻고 그의 공격을 받아낼 수 밖에 없었다.
- 팡! 팡팡! 팡팡!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튕겨대는 상만의 공격에 정아는 그저 침대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신음성만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허리를 들어 몸을 들었을 때 상만의 움직임에 맞춰 출렁이는 자신의 젖가슴을 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갈색으로 변해버린 유두와 요즘 들어 살짝 나오고 있는 뱃살.
아프지만 짜릿한 상만의 공격을 받아내며 정아는 순간 자신의 신세가 너무도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이 있는 남자.
거의 자기 또래의 아들이 있는 다른 여자의 남자가 자신의 몸을 마음껏 유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내의 육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오늘따라 측은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도 비참하기만 했다.
인터넷이 처음 나오고 소위 ‘인터넷 얼짱’이 사이버 세상을 강타했을 때,
정아는 그 물결의 가장 끝자락에 올라탄 고등학교 1학년의 소녀였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예쁘다고 떠받들어주고, 심심치않게 또래 소년들의 사랑고백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호감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은 그저 수줍음이 많거나 자신을 질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순간의 불행이 정아를 들이닥쳤다.
사채를 쓴 아버지의 몰락 그리고 가정의 파탄.
아버지는 자살을 선택했었고, 어머니 역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 부모의 사랑을 한창 받아야될 나이에 세상에 던져져버린 정아.
어린 정아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자신의 미모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친척들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고, 간간히 인터넷 쇼핑몰의 피팅모델이나 드라마 촬영의 보조출연 등을 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녀가 선택한 길은 더 이상 합법적인 직업들이 아니었다.
처음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난 나이 많은 남자들과 어울리며 용돈을 받아썼다. 꽤 짭짤했다. 게다가 그들은 정아 또래의 남학생들보다 젠틀하기까지 했다.
강제로 그녀를 끌고가선 고백을 하는 스무 살의 풋내기들보다 세련되고 능숙하게 자신을 배려해주고 도움을 주곤 했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곳은 텐프로라 불리는 고급 술집이었다.
술을 따라주고 손님과 어울리되 2차 출장은 가지 않아도 되는 일.
하지만 욕심이 많아지고 나이가 늘수록 그녀는 더 이상 그 길을 선택할 수 없었다.
더 많은 매상을 올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님의 팔짱을 끼고 호텔을 들락거리는 일이 늘어만 갔고, 그녀의 가치 역시 점점 떨어져만 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장상만 사장.
해외를 돌아다니며 사업을 하는 그가 현재 정아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가장 든든한 스폰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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