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8549 추천 0 댓글 0 작성 17.05.27


가와다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새벽이 다 돼서였다.
"도대체 지금짜지 어딜 돌아다닌 거야?"
그때까지 깨어 있던 다카요시가 나이트가운을 입은 채 차고까지 와서는 격노한 어조로 꾸짖었다. 물론, 다카요시는 시즈코와 게이코 때문에 편히 잠자리에 들 형편이 못 되었다. 그는 수면 부족으로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예, 어떻게든 부인의 행방을 찾아보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왔습니다."
가와다가 천연덕스런 얼굴로 대꾸하였다.
"그래서 뭐 실마리라도 찾아냈나?"
다카요시가 콜록이며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전연....."
......지금까지 네 사랑스런 여자와 실컷 즐기고 왔다. 고 가와다는 속으로 비웃었다.
"그래? 역시 허사란 말인가! 할 수 없지. 내일은 경찰에 알리는 수 밖에."
다카요시가 괴로운 표정으로 힘없이 말하며 저택 쪽으로 돌아갔다.
가와다는 멋대로 해봐, 라고 중얼거리며 방으로 돌아왔지만 막상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가와다는 이내 시즈코 부인의 근사한 몸을 마음속에서 다시 그려보고 있었다.
터질 듯이 풍만한 유방, 매끄러운 하얀 살결, 탄력 있는 엉덩이.....
가와다는 인신매매범으로 악명을 날릴 때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자를 범해왔지만, 시즈코 부인처럼 훌륭한 육체를 지닌 여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는 꿈도 못 꾸어보던 고액의 꽃 아닌가? 여자의 얼굴이 예쁘고 육체가 훌륭할수록 철저하게 공격을 가하는 것이 호색가의 철칙이다.
모든 걸 포기하고 지그시 눈을 감던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뇌리에 떠올랐다. 아! 드디어 절세 미녀를 내 것으로 만든 거야, 이루 형용할 길 없는 우월감이 용솟음쳤다. 그와 동시에, 그런 미녀를 모리다파에 넘기기로 한 자신의 처사에 대해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제기랄, 내가 그 여자에게 빠진 건가?"
가와다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머리카륵을 쥐어뜯었다. 
야마자키 탐정이 쿄오코라는 여비서와 함께 도야마 저택을 찾아온 것은 점심 전이었다. 쿄오코는 스물세 살의 이국적인 미녀로 쌍꺼풀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야마지키가 눈을 빛내며 타카요시에게 말했다. 
"실은 사장님. 쿄오코가 단서를 하나 잡아왔습니다. 쿄오코 씨는 그 동안 신주쿠 불량소녀들 틈에 섞여 여러 가지 정탐을 해왔는데, 마리라는 하자쿠라단 패거리 중의 한 명과 친해졌다고 합니다."
그러자 다카요시가 반색을 하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음, 그, 그래. 그래서 뭐를 알아냈나?"
"마리 얘기로는 오늘 하자쿠라단이 모리다파 쪽으로 모종의 값진 물건을 운반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혹시 부인이나 아가씨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다카요시가 이번에는 쿄오코에게 물었다.
"음, 그럴 수 있겠군. 그런데 마리라는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자네에게 털어놨단 말인가?"
그러자 쿄오코가 팔을 걷어올려 벚꽃 문신을 다카요시에게 보였다. 
"저, 하자쿠라단에 입단했습니다. 신주쿠의 불량배가 마리라는 여자애에게 시비 거는 것을 제가 구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애가 꼭 하자쿠라단에 들어와달라고 해서, 오늘 단장인 긴코라는 여자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하자쿠라단의 은신처를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쿄오코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야마자키 탐정 사무소에 들어왔는데, 재학 시절에 당수를 배워 공인 2단을 따놓고 있었다. 마리가 불량배들에게 걸려들었을 때 쿄오코는 불량배 세명을 당수로 삽시간에 해치웠다. 마리가 하자쿠라단에 들어와달라고 쿄오코에게 매달린 것도 그녀의 솜씨를 계산에 넣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카요시는 쿄오코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부탁했다. 
"부탁이네, 어떻게든 시즈코와 게이코를 구해주게."
"사장님, 마음 놓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부인과 따님을 구해내겠어요. 그러니 경찰에 신고하는 일만은 하루이틀만 참아주세요."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은 자기의 상관인 야마자키의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
"알겠네. 나 역시 시즈코와 게이코의 목숨이 걸린 일이고, 신문에까지 떠들썩하니 알리고 싶지 않아. 모두 자네에게 맡기지."
다카요시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아 하고 입 벌려."
아케미가 밥을 수저로 떠서 시즈코 부인의 입으로 가져갔다. 부인은 기둥에 등을 대고 책상다리 모양을 묶여 있는 상태였다. 여전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시즈코 부인은 이젠 그녀들에게 저항할 기력도 잃었는지 입을 작게 벌려 여자들이 떠먹여주는 것을 받아먹고 마실 뿐이었다. 
"자, 이번엔 게이코 차례야. 입 벌려."
게이코도 부인과 똑같은 자세로 기둥에 묶여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꼭꼭 씹어 먹도록 해."
여자들은 시즈코 부인과 게이코가 겸연쩍어하면서 먹는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고 있다.
"자, 아침식사는 이것으로 끝. 잘 먹었습니다, 해야지!"
긴코가 시즈코 부인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튀기며 말했다. 
"...... 잘 먹었어요."
시즈코 부인은 머리를 떨구고 작게 말했다. 
"상당히 온순해졌군. 이 정도면 모리다파에 가서도 괜찮겠어."
에츠코의 말에 시즈코 부인은 퍼뜩 고개를 들고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뭐야. 어제 가와다 씨에게 안겨서 그런 얘기도 못 들었어?"
시즈코 부인은 얼굴에 홍조를 띠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지옥 같았던 어젯밤을 떠올리고는 몸서리를 쳤다.
"모리다파에게 당신을 팔았단 말이야. 협박의 권리를 넘긴 셈이지. 모리다파는 당신 남편에게 삼백만 엔을 받아낸 뒤 그 돈을 분배하고 조직을 해산할 모양이야. 앞으론 돈벌이에만 주력할 것 같은데, 부인과 게이코의 나체 사진을 갖고 말이야. 호호호."
시즈코 부인은 예상치 못한 일에 심장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다. 가와다는 자신을 능욕한 뒤에, 그것도 모자라 비밀 사진 밀조단에게 자신들을 팔아넘긴 것이다. 개돼지만도 못한 그의 처사에 시즈코 부인은 격하게 오열을 토했다.
"울어봤자 소용 없어. 당신의 새서방님이 한 일인걸. 그보다 어젯방에 서방님이 어떤 식으로 귀여워해줬는지 그거나 말해봐."
아케미가 놀려댔다. 에츠코와 김코도 시즈코 부인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키득거렸다.
"어젯 밤에 새벽녘까지 괴로운 소리를 내던데."
"그다지 싫지 않았었나보지. 빨리 털어놔봐."
에츠코가 시즈코 부인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채근하였다. 그런 얘기를 게이코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시즈코 부인은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때 밖에서 차 멎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부인, 서방님이 오셨네."
들어온 것은 가와다였다.
"이봐, 색남, 어젯밤에 어땠어?"
여자들이 가와다를 놀려대었다. 가와다는 기분이 좋은 듯 씩 웃으며 들고 온 과일을 긴코에게 건네주고 시즈코 부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부인, 기분이 어때. 아니 부인이라고 부르니 왠지 어색한데. 어차피 내 여자가 되었으니 오늘부터는 시즈고라고 부르지."
가와다는 부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여자들 앞에서 스스럼 없이 부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시즈코 부인은 온몸의 기운이 일시에 빠져나감을 느꼈다. 한번 무너진 여자는 이렇게도 약해져버리는 걸까. 마음 가득 그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하지만 어느덧 그런 것은 까마득히 잊고 그의 페이스에 끌려간다. 어느샌가 시즈코 부인은 가와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있었다. 여자들의 왁자지껄한 웃음 소리도 전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시즈코 부인이 돌연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버렸다.
"대단한 사람이야. 하룻밤만에 이 귀부인을 복종시키다니. 정말 당신은 전형적인 호색한이야."
긴코가 감탄하듯이 말했다.
"헤헤헤, 한번 내 맛을 본 여자는 나 없인 못 살게 돼 있지."
가와다는 뻔뻔스럽게도 여자들에게 어젯밤 일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시즈코 부인은 얼굴이 뜨거워져 고개를 떨구었지만, 가와다의 떠벌리는 소리가 어쩔 수 없이 귀에 들어왔다. 두 손이 자유로웠다면 귀를 틀어막았을 것이다. 
"그럼, 슬슬 모리다파 쪽으로 가봐야겠는데."
가와다가 시즈코 부인의 몸을 기둥에서 풀고 오랏줄을 잡아채었다. 손을 묶은 밧줄은 그대로인 채였다.
"어떻게 해서 데려갈 거야? 알몸으론 볼썽사납지 않을까?"
"자동차 짐칸에 밀어넣을 텐데 뭐. 답답하겠지만 잠깐일걸."
가와다가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시즈코 부인에게 입을 벌리라고 했다. 그녀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가와다를 바라보았다.
"가와다 씨. 너무해요. 너무해!"
"무슨 말이야! 둘이 살 집을 마련하려면 너도 돈을 벌어야 한단 말이야. 설마 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나서도 염치없이 도야먀 영감 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는 거야?"
부인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고 나서도...... 라는 말을 듣자 이젠 다카요시에게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된 자신을 깨달았다.
아아, 도대체 난 어쩌면 좋단 말인가, 하고 고개를 떠러뜨리는 시즈코 부인 앞으로 가와다가 다시 손수건을 내밀었다. 
"시간 없어. 자, 아 하고 입 벌려."
"부탁잉에요. 뭔가 걸칠 것을 좀...."
"뭔가 걸쳐봐야 어차피 저쪽에 가면 알몸뚱이가 될 텐데. 게다가 여기엔 부인이 입을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구. 모두 도야마 집으로 보냈거든."
"그럼. 제발 아래만이라도...."
시즈코 부인이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하였다. 
"할 수 없군. 이봐 긴코, 뭐 걸칠 만한 게 없을까?"
긴코는 히죽히죽 웃어댔다.
"지금 상태가 좋은데 뭐. 그대로 데리고 가요."
"정, 그렇다면 기저귄 더러워졌고, 어때요? 생리대라면 있는데."
에츠코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그거 잘됐군. 그거라도 어디야."
가와다도 웃으면서 대꾸하였다.
이어 에츠코가 생리대를 가져오자 시즈코 부인은 바닥에 주저앉으며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지만 에츠코와 아케미, 긴코까지 합세해서 부인의 하복부에 그것을 채웠다.
"자, 이젠 됐지. 그럼 입 벌려."
가와다가 다시 손수건을 내밀자 눈을 감은 시즈코 부인은 체념한 듯이 입을 벌렸다. 재갈을 물린 후 가와다는 부인의 발목을 묶고 번쩍 안아올려서는 밖으로 나갔다.
차 트렁크에 부인을 밀어넣은 가와다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참아. 얌전하게 굴어야 해."
그 차는 평소 시즈코 부인이 쇼핑하러 오갈 때 사용하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짐칸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럼, 가볼까."
가와다는 트렁크를 닫고 차를 출발시켰다. 가와다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전송하고 있던 긴코 패거리들은 이번엔 게이코의 운반 방법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
"게이코는 어떻게 운반하지, 언니?"
"오늘밤 우리들이 운반하자고. 등산복 차림을 륙색에 넣어가면 돼."
긴코가 대답했다. 가와다는 모리다파에 부인을 넘기고 일단은 도야마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게이코까지 운반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악녀들은 폐가로 돌아와 기둥에 등을 대고 묶여 있는 게이코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게이코, 드디어 작별이군. 모리다파에 가거든 엄마와 함께 열심히 일하는 거야."
게이코는 머리를 숙인 채, 더 이상 반항할 기력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긴코의 동생 마리였다.
"마리야, 도대체 어디를 싸돌아다니는 거니? 지금 한창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럴 때 혼자 돌아다니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래?"
긴코가 눈을 치켜뜨며 야단쳤다.
"그렇지 않아도 봉변당할 뻔했는데 쿄오코라는 언니가 구해줬어."
마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밖을 향해 소리쳤다.
"쿄오코언니 들어와!"
엉거주춤 밖에서 들어온 것은 화려한 스커트를 입고 추잉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키가 훤칠한 여자였는데, 말할 것도 없이 야마자키탐정의 비서 쿄오코였다.
"여기에 모르는 사람을 데려오면 어떡해?"
긴코도 아케미도 정색한 얼굴로 마리를 꾸짖으며 쿄오코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자, 마리가 열심히 변명을 늘어놓았다.
"언니, 내가 보증할게. 이 사람은 하자쿠라단을 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보단 내가 졸라서 하자쿠라단에 입단하기로 했어. 봐."
마리는 쿄오코의 옷소매를 걷어올려 하자쿠라단의 문장인 벚꽃 문신을 내보였다. 그리고 이 쿄오코라는 여자가 얼마나 당수가 센가 하는 것과, 자신을 위기에서 건져준 경위에 대해 재잘거렸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긴코는 쿄오코의 입단을 가까스로 허락하였다.
 


"주먹 쓰는 일 같으면 언제라도 맡겨줘요. 그럼 잘 부탁해요."
쿄오코는 단장인 긴코에게 인사했다. 이 바닥에서 상당히 굴러먹은 불량소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믿음직스럽군. 잘해봐. 그리고 마리를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긴코가 호의적인 태도로 나왔다. 쿄오코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옆을 본 쿄오코는 움찔했다. 알몸으로 기둥에 몪여 있는 소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도야마 집안의 아가씨라는 것을 이내 알아차렸지만 쿄오코는 시치미를 뚝 떼고 물어봤다.
"단장, 저기에 묶여 있는 계집애는 도대체 뭐죠? 규칙을 어겨서 처벌받은 건가요?"
긴코가 고개를 끄덕이며 뭐, 그런 셈이지, 하고 말을 이었다.
"너도 오늘부터 우리 동료니까 대충 지금까지의 일을 얘기해주지."
그리고는 도야마 집안의 부인과 딸을 모리다파에게 팔아넘길 계획의 일체를 득의양양하게 설명했다.
"과연 대단한 하자쿠라단이군요. 스케일이 커."
쿄오코는 짐짓 감탄한 듯이 말했다.


모리다파는 어느 실업가의 큰 저택의 일부를 빌려 그곳을 본거지로 삼고 있다. 저택의 일부를 모리다파에게 내준 말하자면, 이 깡패집단의 스폰서인 다시로 이페이는 옛날 모리다파에게 사업상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그 의리로 그들을 원조하고 대신 갖가지 자극과 엽기적인 쾌락을 제공받고 있었다. 비밀쇼, 비밀 사진 제조가 그들의 본업인탓에 다시로는 여러 종류의 쾌락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사장님, 근사하고 귀한 보물이 수중에 들어왔습니다. 잠깐 보시겠습니까?"
거실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는 다시로에게 모리다파의 간부인 다케지가 다가와 말했다.
"그럴까?"
호색한 다시로는 다케지의 뒤를 따라 모리다파에게 빌려주고 있는 별채로 향했다. 다시로는 쉰 살로 이제까지 여러 번 아내를 맞아들였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도망쳐버렸다. 그의 변태적인 성향을 여자들이 참아내지 못한 것이다. 그런 고독한 그를 모리다파가 위로하고 있었다.
다다미 열 장의 거실에 모리다파 일원들이 떠들썩하니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다시로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아주었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미키조가 먼저 술 한잔 받으라며 다시로의 손에 컵을 쥐어주고 술을 찰랑찰랑 넘치게 부었다.
"어쩐 일이야. 낮부터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군."
다시로가 술을 들이켜며 말했다.
"네, 여간해서는 얻기 힘든 귀한 보석을 입수했습니다."
이어 다시로의 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어떤 여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장님, 바로 도야마 다카요시의 부인인 시즈코라는 절세 미인입니다."
"뭐! 정, 정말인가?"
다시로가 컵을 내려놓고 미키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야마 다카요시는 다시로에게 있어 정말이지 불쾌한 존재이다. 언젠가 다시로가 이다시 교외에 있는 토지의 낙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도야마가 갑자기 끼여들어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자신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어느 사회사업 단체의 자선 파티에 출석했을 때, 도야마 다카요시도 최근 결혼했다는 미모의 시즈코 부인을 동반하고 참석했었다. 다시로는 부아가 치밀어 멀찍이 떨어진 구석 테이블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각인된 시즈코 부인의 아름다운 용모가 아직까지도 뇌리에 새겨져 있었다.
그 부인이 모리다파의 수중에 떨어졌다니..... 다시로는 두려우면서도 가슴 설레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에 싸였다. 수일 전 큰일을 벌일려고 하니 백만 엔만 마련해달라는 모리다의 부탁을 받고 다시로가 큰맘먹고 주었는데, 그게 이 부인 유괴에 필요한 돈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으고 두목, 들여보낼까요,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장지문이 열리면서 손을 뒤로 묶인 시즈코 부인이 모리다파 간부 몇 명에게 둘러싸여 들어왔다. 부인의 오랏줄을 잡고 있는 것은 가와다였다.
부인은 재갈을 물고, 하복부에는 생리대를 차고 있는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도코노마의 기둥에 세워놔!"
가와다는 수치심에 몸을 움츠리는 부인의 등을 떠밀어 도코노마 쪽으로 밀고 갔다. 빙 둘러앉은 사내들은 끌려가는 시즈코 부인의 풍만한 엉덩이가 실룩실룩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키득키득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도코노마로 올라선 부인은 사내들 쪽으로 돌려져 기둥에 등을 대고 선 채로 묶여졌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얼굴도 반반하지만, 몸도 근사하지 않습니까?"
모리다가 다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로는 눈을 번뜩이며 부인의 나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와다는 부인의 재갈을 벗겨줬다.
"그런데 이 부인, 지금 생리중인가?"
모리다가 부인의 허리께에 달린 것을 보고 가와다에게 물었다.
"아뇨, 뭔가 입혀달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것밖에 없어서..."
가와다가 대답하자 사내들이 왁자하니 웃었다.
부인은 얼굴을 붉히며 눈을 꼭 감았다. 아마 지옥에 떨어뎌 도깨비 앞에 끌려나온 심정일 것이다.
"그런 볼썽사나운 것은 치워버려! 허리를 주뼛주뼛하면서 부끄러워하고 있잖아?"
모리다의 말이 떨어지나 가와다는 부인의 허리에 찬 고무밴드를 나이프로 끊어 벗겨냈다.
"정말 훌륭하군, 두목."
다시로가 시즈코 부인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백만 엔치곤 좋은 물건이죠, 잘만 하면 도야마에게 삼백만 엔은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설사 돈을 못 받아낸다 해도 이 정도의 여자라면 치장해서 쇼에 내보내거나, 사진을 만들어 팔아도 크게 히트칠 게 분명합니다."
모리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안쪽 호주머니에서 백만 엔 다발을 꺼내 가와다에게 건네주었다. 
가와다는 손을 앞으로 모아 비벼대며 돈을 건네받았다.
"네, 이거 감사합니다."
돈을 세어 안쪽 호주머니에 넣은 가와다는 뭔가 끝나지 않았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두목, 도야마의 딸 게이코도 곧 이곳으로 데리고 올 텐데 어떻게 할까요? 그쪽은 삼십 만엔이라는 뎁쇼."
"뻔뻔스러운 놈이군, 그런 건 서비스로 해둬."
"아아구, 두목. 하자쿠라단의 계집애들이 여간 깐깐한 게 아니라서요. 게다가 게이코라는 물건도 아주 팔팔해서 시즈코와는 또 다른 맛이 날 겁니다."
그러자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시로가 끼여들었다.
"어때? 그 삼십만엔은 내가 내도록 하지. 도야마의 부인과 딸을 치장해서 비밀쇼에 내보내는 거야. 그럼 아주 재미있겠어."
다시로는 금방 수표를 써서 가와다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헤헤헤."
가와다는 굽실굽실 머리를 조아리며 그것을 받아 정중히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다시로의 입장에서 보면 도야마 다카요시에 대한 원한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니 삼십만 엔이 아까울 리가 없었다.


"한몫 잡게 생겼군. 그 대신 사장님도 이렇게 오시고 했으니, 도야마 부인에게 술자리 여흥이나 돋우도록 해보지."
미키조가 가와다의 어깨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노래를 시키든 춤을 추게 하든 아무거나 좋아.
모리다도 가와다가 부인과 보통 관계가 아님을 눈치챘는지 구체적인 주문을 했다.
"아직 훈련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가와다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부인을 흘끗 쳐다보며 다시로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소곤댔다.
"뭐야! 부인의 거기가 명기(名器)란 말인가?"
"네, 뭐랄까, 염낭 주머니, 아니, 낙지라고 할까요?"
가와다가 다시로에게 비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렇다면 벌써 자네가 맛을 봤다는 말이군."
"그게, 뭐 혹시 독이 있을까 싶어 검사를 해본 건데, 저도 깜짝 놀랐지 뭡니까? 도야마 가의 젊은 부인이 명기의 소유주라니, 이건 상품으로서도 충분히 제값을 할 겁니다."
가와다는 백만 엔이라는 돈이 결코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도야마 영감에게 이런 후처라니, 정말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죠."
가와다가 그렇게 말하자 다시로는 군침을 삼키며 다시 한번 시즈코 부인의 전라상에 시선을 보냈다.
얼굴과 몸도 훌륭한데 그 부분까지 명기라니..... 다시로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집요하게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응시하였다.
"자, 어떻습니까? 여흥으로 다시로 사장님과 모리다 두목이 의사가 돼서, 그러니까 자위기구 같은 것을 사용해서 의사놀이를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는 싱긋 웃으며 좋지, 하고 대답했다.
"자네가 말하는 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기 전에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고."
다시로의 말에 모리다가 부하들에게 이불을 갖고 오라고 명령했다.
그때까지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모리다의 부하들이 '빨리 하질 않고' 하는 두목의 호통 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하들이 벽장을 열고 침구를 날아오자 가와다는 족쇄로 쓸 청죽을 하나 준비해달라고 그들에게 주문했다.
시즈코 부인은 그런 가와다를 증오에 찬 눈으로 쏘아봤다.
"가와다, 다 당신이란 사람은......"
분한 마음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시즈코 부인은 어깻죽지를 떨며 오열을 했다. 가와다의 악마 같은 행위에 시즈코 부인은 차라리 낭떠러지에서 떠밀린 듯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가와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리다의 부하들에게 말했다.
"자, 지금부터 부인을 이곳에 눕힐 테니 다리를 벌려서 이 청죽의 양 끝에 묶어주세요."
다케지와 사부로가 기둥에 묶여 있는 부인의 오랏줄을 풀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은 모리다파의 간부로 평소 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일이었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직접 손을 쓰고 있는 것이다.
뒷짐결박한 오랏줄은 그냥 놔둔 채 다케지는 부인의 오랏줄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침구 위로 내던져진 시즈코 부인은 주위를 에워싸듯이 접근해 오는 사내들에게 당황한 시선을 보냈다.
"의사놀이를 하려고. 우리들은 의사의 조수 역을 맡았지."
다케지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시즈코 부인은 알몸을 움츠리고 입술을 떨며 가와다를 향해 욕설을 퍼붓듯이 말했다.
"가와다 씨! 그, 그만큼 내게 모욕을 주고도 아직 성이 차질 않는단 말이야! 이 자리에서 나를 모두의 놀이개로 삼을 생각이야?"
그러자 가와다가 코웃음을 쳤다.
"모욕이라고? 부인 역시 열에 들떠 허리를 흔들어대지 않았나요?"
가와다의 말에 다시로와 모리다가 그것 참 즐거웠겠군, 하며 빙긋이 웃었다.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거야."
다시로가 그렇게 말하자 가와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정숙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귀부인께서 그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가와다 씨, 나, 또 갈 것 같아 하며 몇 번씩이나 기분을 냈다고요."
가와다의 그런 조소를 듣는 시즈쿄 부인의 얼굴은 굴욕과 수치심으로 불같이 뜨거워졌다.
가와닥 다시 자랑스럽게 시즈코 부인의 놀라운 수축력과 흡인력에 대해 설명하자 다시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빨리 실험대에 올리지!"
그러자 가와다와 모리다의 부하들이 달려들어 시즈코 부인의 알몸을 그대로 침구 위에 벌러덩 쓰러뜨렸다. 백설 같은 피부의 온기와 감미로운 체취가 사내들의 관능을 마구 휘저어놓고 있었다. 
사내들이 이번에는 가랑이를 벌리려고 하자, 시즈코 부인은 이성을 잃은 듯 하반신을 흔들어댔다.
"놔! 아아, 그만해요."
"이제 그만 단념하라구. 도마 위에 오른 생선이 퍼득거려봐야 별 수 있겠어. 자, 당당하게 다리를 벌리라고."
"그래, 그래, 귀부인께서 어린 계집애처럼 날뛰면 꼴사납잖아. 귀부인답게 멋있게 보여주라고."
다케지와 사부로가 연신 낄낄거리면서 발버둥치는 부인의 다리를 억지로 벌렸다.
시즈코 부인은 아악 하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으나, 더는 어쩔 수 없는 지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린 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드디어 부인의 다리가 좌우로 활짝 벌어졌고, 부인은 격한 오열을 토했다.
사내 두 사람은 재빨리 정강이께를 청죽의 양 끝에 바짝 댄 뒤 오랏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다시로와 모리다는 시즈코 부인의 외설적인 나체를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굉장한 포즈군. 저 부끄러운 곳을 보란 듯이 드러내놓고, 도야마 사장이 이것을 봤다면 필시 거품을 물겠는걸."
다시로의 말에 시즈코 부인은 귓불까지 빨갛게 물든 얼굴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투명한 상아색 광택을 띤 허벅지 안쪽에 활짝 벌어진 색정적인 숲이 도드라져 보였다. 관능의 심지가 저릿저릿해진 모리다는 무릎걸음으로 부인의 하복부로 다가가 부드러운 숲 부분을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부인이 불에라도 데인 듯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비명을 질렀다.
시즈코 부인이 비명과 동시에 하복부를 격렬하게 비틀자 사타구니를 감싸고 있던 섬모가 흐트러지며 안쪽의 세로줄이 드러나고 음핵까지 살짝 내비치는 것 같았다. 모리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자, 착하지? 음핵을 조금만 만져보자고."
모리다가 다시 하복부로 다가오자 시즈코 부인은 싫어, 바보 같은 짓 그만해, 하며 하반신을 격렬하게 흔들어댔다.
그 때 복도 쪽이 돌연 소란스러워졌다.
"누구야!"
모리다는 타오르던 불길에 갑자기 물이라도 끼얹어진 기분을 느끼고 얼굴을 들었다.
혹시, 구원자가...... 체념의 눈을 감고 있던 시즈코 부인은 일말의 희망을 품고 눈을 크게 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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