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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물 (여직원/오피스)
2017.07.12 19:24

비서실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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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힘들어라. "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 않은 술집의 문을 열고 들어선 사내는 마치 자기 집 안방인양 거

침없이 들어와 구석진 테이블 한 쪽에 털버덕 주저앉았다. 어두컴컴한 실내에는 아주 

희미한 조명등만 켜 있었을 뿐 제대로 사물을 분간할 수도 없을 지경인데도 사내는 용

케도 꼬불꼬불한 미로를 따라 제대로 그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아주 여유롭게 기

지개를 펴며 안온한 하품으로 마치 고향집을 찾아 온 듯이 자유롭게 네 활개를 쫙 펴며 

내 뻗었다.

"아그그그..."

이른 시간이라 그 흔한 실내등 하나 켜있지 않았다.

"아..으..으.." 

잔뜩 긴장하고 있던 온 몸의 근육들이 적당하게 풀어지며 뚜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글

자글하고 노골노골하게 온 몸에서 풀어지며 퍼져 나갔다. 두서너 번을 그렇게 기지개를

펴던 사내가 목을 돌리자 우두둑하는 뼈들이 맞부딪는 소리가 고요한 실내를 울리고 마

치 그 소리에 화답하듯 주방 쪽에서 하나의 등이 켜졌다. 

등뒤로 환한 불빛을 받으며 다른 한 건장한 사내가 그를 향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형님. 많이 늦으셨네요" 

"어.. 그래. 애들은 별일 없지 ?"

"예. 모두 괜찮습니다. 형님 시키신 데로 모두 지방으로 내려 보냈구요. 전 형님이 늦으

셔서 곰한테 달리셨나 걱정했었습니다." 

건장한 사내는 익숙한 손짓으로 실내의 잔잔한 등들을 모두 켜고 있었다. 이윽고 환한 

불빛아래 꽤나 고급스러운 실내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짜아씩. 누가 날 잡어. 난 내가 원하지 않는 한 절대 잡히지 않아. 아 잡혀도 그렇지 지

들이 무슨 증거가 있어야 날 집어넣지. 안 그래 ?" 

"말씀은 맞습니다만.. 허 참 형님도" 

"그렇게 가만 서있지 말고 술이나 한 병 갖고 와" 

"예. 형님"

하며 건장한 사내는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술을 가지러 몸을 움직인 건장한 사내의 

얼굴에는 형님이라는 사람에 대한 굳은 신뢰와 존경이 가득했다. 형님이라 불린 사내는

소파에서 다시 길게 기지개를 펴며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참으로 피곤한 하룻밤이었다. 

중간 판매책으로 자신의 총애를 받고있던 상호가 그만 곰들에게 꼬리를 밟혀버린 것이

었다. 

냄새를 맡은 성질 더러운 마약반의 전 곰들이 구역 안에 쫙 깔리고 물건을 찾는답시고 

아이들을 족치며 온갖 군데를 들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기느라 밤

새도록 움직였던 것이었다. 마지막엔 하마터면 호텔 안에서 꼼짝없이 곰에게 물건과 함

께 달릴 뻔했지만 옛날에 한번 써먹었던 낡고 구차한 수법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곰들이 철수한 새벽에야 겨우 아지트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물론 잠 한 숨 못 자고 날 밤을 깐 것은 말할 나위 없었다. 그렇지만 달려들어간 아이 하

나 없고 물건을 모두 안전하게 옮겨 두어서 기분은 더할 수 없이 좋았다. 무엇보다 그를

흐뭇하게 한 것은 곰새끼들을 하룻밤 완전히 가지고 놀았다는 것이었다. 지금쯤 다른 

구역에서도 우리 소식을 전해 들었을 테고 우리 조직의 빠른 대응과 단 한 명도 걸리지 

않고 조직과 물건을 무사히 지켰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고 있을 것이었다.

그것은 세력 확장을 뜻하는 것이고 막대한 돈이 굴러들어 온다는 뜻도 되었다. 왜냐하

면 조직을 그렇게 깔끔하게 지켜 낸 다는 소문이 돌게되면 아직 조직에 속하지 않은 아

이들은 모두 우리 조직으로 빨려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상호가 달릴 뻔한 것도 작두파가 아니면 요즈음 변두리에서 제법 난다는 종호파

에서 코를 바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사히 단 한 방울의 출혈도 없이

아지트를 지켜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앞으로는 함부로 우리 구역을 기웃거리지 못할 것

이었다. 건장한 사내가 가져온 잔에 가득 술을 따르고는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들이키

자 기분 좋은 화끈함이 목젖에서 피어올랐다.

"야. 너도 한잔 해" 

하며 건장한 사내의 잔에도 가득 술을 부어 주었다. 

"형님이 무사히 돌아오신 것에 대해 건배" 

"짜식. 그게 뭔 건배거리가 된다고.." 

하지만 싫지 않은 기색으로 잔을 부딪고 기분 좋게 마셨다.

"애들에게 돈은 넉넉히 주었겠지 ?" 

"예. 형님. 모처럼 휴가라고 아주 넉넉히 쥐어 보냈습니다." 

"적어도 한 두 주일은 잠수해 있어야 할거다. 이번엔 누가 코 바른 것 같으니까.. " 

"예 ? 누가 코를 발라요 우리를... 형님 " 

"작두 아니면 종호겠지.. "

"이 새끼들을 그냥"

"잠자코 가만히 있어. 이번 건 끝나면 나도 생각해 둔 것이 있으니까"

"그래도.."

"자자.. 아무 탈없이 지난 것만 해도 어디냐. 물건 뺏긴 것도 없고.. 지금은 시끄럽게 굴 

때가 아니야. 그저 애들 단속이나 잘해서 이번 고비를 넘기고 보자구"

하며 다시 두 술잔에 가득 술을 따뤘다. 건장한 사내는 얼굴 가득 불만 어린 기색이었으

나 형님이라는 사내의 말에는 절대 복종하는 듯 이내 가득한 술을 목으로 거칠게 넘겼

다.

"너. 지금 나가서 코 좀 보고 와라. 아직 네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고 또 넌 우리 장사와

는 연관이 없으니까 내 대신 분위기 파악하고 애들에게 나 잘 있다고 알려주고 해라. 쓸

데없이 걱정할라."

"예. 형님. 지금 바로 나가보겠습니다."

"그냥 가만히 죽은 좃같이 찌그러져 있으라고 해. 깝죽거리고 돌아다니지 말고. 산 속 

절간이나 낚시터 같은 데로 둘 셋씩 찢어져 흩어지는 것 잊지 말고. " 

그가 못내 안심이 되지 않는 듯 잔소리를 했다.

"염려 마십시오. 형님. 제가 다 알아서 챙겨 두겠습니다." 

그의 잔소리에 건장한 사내는 엉덩이를 일으키며 자신있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그래. 태훈이 넌 믿으니까" 

돌아서 가는 건장한 사내의 등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그가 신뢰에 찬 목소리

로 말했다. 이내 건장한 사내의 등은 출입문 너머로 사라졌고 실내에는 그가 내 뱉는 약

간 거친 호흡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급히 들이킨 술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 나가고 긴장

이 스르르 풀리면서 기분좋은 노곤함이 밀어 닥쳐왔다. 한 잠은 커녕 눈조차 한번 제대

로 붙이지 못한 채 무지막지하게 당해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는 속에서도 그의 눈앞에는

새벽의 꿈같은 정사가 떠올랐다.

황급히 곰들의 눈을 피한다고는 했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아주 각오를 하고 온 

모양으로 다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끈질김으로 자신을 조여오는 곰들을 보며 잘못하면 

오늘 아주 달려 갈 각오를 해야 했다. 코 바른 놈이 누군지 아주 정확하게 자신의 다니

는 길을 알려주어 가는 곳마다 곰들과 부닥치는 바람에 그는 마지막 은신처인 허름한 

삼류 호텔로 황급히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이곳도 안전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이 근처에서 자신의 종적이 없어진 것을 알면 대번에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은 뻔한 일

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이 물건을 들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가는 그 길로 은팔찌를 

차게 될 것이고 달리 갈만한 곳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이 . 좃됐네. 진짜 날 달려고 작

정을 하고 왔구만..' 하며 속으로 욕을 하던 그는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잽싸

게 비상구 계단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급히 자신이 예전에 두어 달 묵었던 502호

실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방은 비어 있었다.

옛날과 다름없이 침대시트가 길게 늘어져 침대 밑에 물건을 숨긴다면 쉽게 찾지는 못할

것으로 보였다. 바닥에 엎드려 있는데로 손을 뻗어 물건을 제일 구석진 벽 쪽으로 밀어 

넣고는 다시 그 방을 나섰다. 이젠 운명에 맡겨야 한다. 곰들이 들이 닥쳐 수색을 해서 

물건을 빼앗기거나 그 사이에 다른 놈이 그 방에서 물건을 발견하고 슬쩍해 간다해도 

그것은 나중 일이었다. 당장에 급한 것은 곰이 나를 찾았을 때 아주 태연하게 대해야 하

고 물건이 내 손에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깨꼬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다시 비상구 계단으로 몸을 숨기는 그의 그림

자 끝자락이 걸리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한 여

자를 간신히 추스려 부축하며 비틀거리며 복도 구석으로 힘들게 걸어갔다. 낑낑거리며 

걷는 남자의 뒷 주머니엔 방 열쇠가 502라는 선명한 하얀 숫자를 내보이며 거꾸로 꽂혀

있었다.

그가 잽싼 걸음으로 비상 계단을 내려와 태연하게 다시 정문으로 들어서 프론트에서 열

쇠를 받아 들었을 때 예상대로 곰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는 태연한 동작으로 천천

히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해 걸어갔고 곰들은 그런 그를 천천히 에워싸고 같이 엘

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한 만평, 오랜만이야"

얼굴이 익은 장형사가 먼저 말을 붙였다.

"어이구, 형님. 오랜만입니다." 

"너 요즘 재미 좋다며 ?"

"재미는 무슨.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살지요. 형님" 

"야 임마, 다 알고 왔어. 물건 어딨어 ?"

"물건이라니요. 형님. 나 그 장사 때려치운 지 오래돼요."

세명의 형사들에 둘러싸인 만평은 태연하게 대꾸를 했다.

"너 자꾸 그러면 재미 적어" 

점점 분위기는 험해져 가고 있었다.

"빨리 말해. 서로 피곤하지 않게.. " 

그의 왼쪽에서 그를 쿡 찌르면 한형사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며 겁을 주었다. 보

지 않아도 그것이 쇠막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 그들은 나를 달아 넣으려고 작정

을 하고 온 것 같았다.

"아니. 한형사님 정말 왜 이러십니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른쪽에 서 있던 제일 젊은 형사가 손에 든 쇠막대 끝으로

그의 옆구리를 세차게 찔러왔다.

"헉.. "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고통은 엄청났다.

갈비뼈 바로 아래, 등과 배가 갈라지는 급소를 끊어치듯 찍어오자 허파에서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만평의 몸이 뒤틀리며 꼬부라졌다. 어느새 장형사의 투박한 손은 넘어가는

만수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넘어지지 않게 그를 지탱하고 있었고, 한형사의 쇠막대가 다

시 반대쪽 옆구리를 내리 찍자 만평은 눈앞이 캄캄했다. 반항은커녕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읔... 허 ..ㄱ 허...ㄱ.." 

양쪽 옆구리에서 퍼져 나오는 무지막지한 통증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급소를 맞아 숨을 

쉬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 끊어진 호흡에 점점 정신이 가물거리고 다리는 마냥 

후들거리며 떨리고 있어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아마 장형사가 그의 뒷덜미를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엘리베이터 바닥에 걸레처럼 구겨져 처박혀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자신이 얻어놓은 방으로 개처럼 질질 끌려들어 갔다.

어느새 만평의 손에 들고 있었던 키를 뺏어든 그들은 익숙한 몸짓으로 그를 그 방으로 

질질 끌고 갔고 만평은 이어지는 더 끔직한 고문을 받아야 했다. 형사들은 돌아가며 물

건의 행방을 물었고 그가 부인을 하면 가차없이 베개를 대놓고 두들기거나 전화번호부

로 후려쳤고 온갖 관절을 비틀어대며 물건의 행방을 추궁했지만 만평의 입은 끝내 열리

지 않았다. 그들도 확신은 없었는지 만평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두려워했고 물 고문

은 다행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 속에 숨겼다고 짐작하고 자신의 온 몸을 발가벗겨 침

대 위에 엎어놓고 똥구멍을 손가락으로 온통 헤집을 때는 수치스러워 죽고 싶을 지경이

었다.

'이 병신들아. 그 물건의 양이 얼만데 그걸 똥구멍에 숨기냐. 똥구멍으로 밀어 넣으면 

배터지게 채우고도 목쭐대까지 올라 올만한 양이란 말이다' 하고 당장에라도 뛰쳐 일어

나고 싶었지만 자신만을 믿고 따르는 동생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참고 견디어 내었다. 

다행히도 형사들은 프론트에서부터 바로 따라 잡았기에 만평이 이 호텔의 다른 방에 숨

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두어 시간을 쥐잡듯 만평을 다그치던 그들도 지치고 포기했는지 아니면 만평을 더 두들

겨도 소용없다고 결론지었는지 

"야. 한 만평. 너무 섭섭해하지 마라. 네가 물건 가지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 와서 하는 

일이니까. 알겠어 ?"

하며 고참인 장형사가 짐짓 인심이나 쓰는 듯하며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으... 그렇다고 형님. 나를 이렇게 쥐잡듯 잡습니까.."

"그러니까 평소에 잘해야지 임마. 옷 줏어 입어라 " 

장형사가 옷을 입으라고 했지만 그는 벌거벗은 채 그들을 향해 마주서며 

"제가 형님들께 크게 무슨 실수라도 있었습니까. 전 제 나름대로 잘 모셨다고.... " 

눈앞에서 축 늘어진 물건을 덜렁거리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의 아랫도리를 피해 장형

사는 옆으로 돌아서며 

"알아 알아. 하지만 동업자한테서 코 발리는 것보면 네ㄴ가 이번 사건과 관련있는 뭔가 찔

리는 짓을 한거 아니겠냐.."

"대체 누구요. 형님. 그리 엉터리로 코바른 놈요. 나가서 잡아 콱 찍어 죽여버리게" 

"야. 만평. 약장사하고 살인은 형량이 달라. 그럼 안돼.. 그냥 재수가 없었다 생각해.."

". 언놈인지 찾아서 아주 맞창을 내 버려야지.. 씹새끼" 

분이 풀리지 않은 만평의 거친 욕지거리 때문에 형사들의 낯빛이 잠시 달라졌지만 누구

를 보고 욕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되자 씁쓸하게 

"네가 참어. 제보란 게 원래 그런 거 잖아" 

하며 아무렇게나 발아래 내 팽개쳐져 있던 만평의 바지를 줏어 내 밀었다.

"빤스부터 입고요" 

만평은 자신이 그 혹독한 고문을 이겨낸 것과 조직의 물건을 한 톨도 빼앗기지 않고 지

켜낸 것에 스스로 대견해 하면서도 반항하듯 퉁명하게 대답하며 허리를 굽혀 팬티를 집

었다. 형사들의 눈에 자신들의 손에 짓이겨진 만평의 피묻은 똥구멍이 들어오자 모두 

어색한 기침 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모두 미안하게 됐다, 제보가 잘못된 

것 같다는 둥 한 소리들을 보태고 방을 빠져나갔다. 

형사들이 물러가고 이리저리 어질러진 방안에 홀로 남은 만평은 긴 한숨을 내 쉬며 겨

우 팬티만 찾아 입은 몸을 침대 위로 길게 눕혔다. 어쩌다 내가 이 신세가 되었을까하는

막연한 설음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라 눈시울을 적셨지만 이내 최대의 위기를 꿋꿋이 

넘겼다는 자부심이 그를 달래 주었다. 그렇지만 생전 처음으로 우악스러운 남자들의 손

가락이 마구 똥구멍을 헤집고 들어와 온통 속을 휘젓고 들락거릴 때의 선명한 기분 나

쁜 기억은 쉬 사라지지 않았고, 아직도 그들이 헤집어 놓은 똥구멍에서는 무주룩하고 

간간이 칼로 에이는듯한 통증이 피어 올라왔다. '여자들도 처음 따이면 이렇게 아플까 

?' 하는 잡스러운 생각을 떨치려고 욕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당한 양 쪽 옆구리의 통증이 다시 화끈하게 피어오르고 더운 물 속에 

잠겨 있으면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더운물을 틀었다.

"니기미 씨부랄 놈들.. 빙신같은 놈들.. 씹새끼들.."

욕이 절로 나왔다. 그렇듯 텅 빈 쓸쓸한 그리 넓지 않은 호텔 방안에는 열려진 욕실 문 

틈 사이로 연방 흘러나오는 그가 내 뱉는 자조 섞인 욕지거리가 흡사 메아리처럼 끝없

이 울리며 휩싸돌고 있었다. 니기미... 니기미.. 니기미... 한참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

던 만평은 몸을 일으켜 물을 뚝뚝 흘리며 창가로 다가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길을 살

폈다.

형사들은 이미 멀리 갔으리라 생각되었지만 자만할 수 없는 일이기에 다시 한번 밖의 

동정을 살펴보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호텔 주변은 환한 네온사인 빛에 낮같이 밝고 

시야를 넓혀 주위를 둘러보아도 곰들은 보이지 않았다. 수상한 차량도 보이지 않자 만

평은 길게 숨을 내 쉬었다. 아마도 그들은 제보를 잘못한 종호나 작두를 족치러 갔을 것

이다. 사실 잘 못한 것이 아니라 만평의 운이 억세게 좋았을 뿐이지만. 그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옷가지들을 다시 걸치며 아까 물건을 숨겨 놓은 방에 사람이 투숙해 있지 

않기를 바랬다.

한동안은 이 거리에 얼씬도 말아야 한다는 것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그

는 오늘 밤 안으로 물건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일을 끝내고 싶었다. 복도를 나서자 인적

없는 늦은 밤의 호텔은 쥐죽은 듯 조용하고 자신의 발자국 소리만이 사각거리며 조용히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두 층 아래로 다시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가 익숙한 걸음으로 

502호의 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잠겨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이 물건을 숨긴 후 투숙했으리라 짐작되었지만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

다. 그는 등을 돌려 비상계단으로 두 층을 다시 올라가서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리

고 로비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징하는 작은 소음과 함께 그의 몸이 아래로 내려갔다. 

"에이 , 니기미 재수 옴 붙었네.." 

그의 오늘밤 사정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어색한 웃음을 짖고 있는 지배인에게 다가가며 

그는 짐짓 과장되게 욕을 해 대었다. 보통 사람들은 모두 카운터 앞에 서지만 그는 애써

카운터 칸막이를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지배인 옆의 의자에 앉아 말없이 손

을 내 밀었다. 노련한 지배인답게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 지배인

은 답배를 갑채 라이터까지 얹어 그에게 내 밀었다. 

"힘들었지요.."

"..."

이럴 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폼난다는 것을 잘 아는 만평은 더 깊게 인상을 쓰

며 당연하다는 듯 그가 내미는 담배를 받아들고, 한 개비를 뽑아 불을 붙인 후 길게 내 

뿜었다. 의자에 걸쳐있는 엉덩이에서 또 알 수 없는 통증이 베어 나왔다.

"니기미.."

절로 욕이 나왔다. 지배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아까 나간 곰들, 종호 애들 잡아 족치는 것 같던데..." 

"한또라이 말이야 ?" 

"예.. 여기서 나가고 얼마 안돼 밤참 먹으로 다리 건너갔더니 거기서 설치던데요.." 

"그래.."

예상대로 코바른 놈은 종호였다. 

만평에게 하루종일 끌려 다니다 끝내 물먹은 곰들이 제대로 코바르지 못한 종호를 닦달

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 왜 날 가지고 지랄이야. .." 

흥분한 척 손을 뻗자 잠잠하던 옆구리에서 통증이 번졌다. "욱" 그가 옆구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떨구자 지배인은 그런 그를 마주보기가 민망했던지 슬그머니 호텔 출입문 쪽으

로 고개를 돌렸다. 통증이 조금 멎는 듯하자 만평은 허리를 펴고 담배를 길게 내 뿜으며

투숙객 명단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직원들이 한눈에 투숙객을 알아 볼 수 있게 간이 명단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

을 아는 만평은 사실 그 명단을 보려고 내려 왔던 것이다. '502 여 1, 하이눈 바텐 손님, 

카드 완불 12:15' 간단한 메모같이 흘려 쓴 502호의 투숙 내역이 눈에 들어오자 만평은 

안도의 숨을 가만히 내 쉬었다.

하이눈이라면 자신도 아는 호텔 앞에 있는 꽤 고급 카페였고 그곳의 바텐더가 데려 온 

것을 보면 술이 엉망으로 취한 여자일 것이 뻔하였다.

만평에게는 그런 방에 슬그머니 들어가 물건을 들고 나오기란 어린애 장난 같은 일이었

다. 거의 다 타 들어간 꽁초를 바닥으로 던져 발로 밟아 끄고

"니기미.. 아무래도 몸이 금이 갔나 봐. 잠이나 자고 가야겠다. 방으로 술 좀 올려 보내 

줘. 지배인"

하며 일어서 다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예. 금방 올려 보내 드릴께요." 

지배인은 얼른 대답을 하면서 옆구리를 감싸쥐고 비칠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방으로 되돌아온 만평은 느긋하게 술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함부로 몸을 움직였다가는 다시 곰들에게 달려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이 호텔도 

그들의 관할 내에 있기에 만평 자신보다는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그들의 편을 들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으로 만약 여기서 표시 나게 물건을 움직였다간 채 몇 분 되지 않아 

그들이 다시 들이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곰들에게 시달린 몸을 추스르는 듯 보이

면서 기회를 보아 그 방에 잠입, 물건을 빼돌려야 하는 것이다. 

지배인 앞에서의 연극이나 일부러 술을 시킨 것도 그런 생각에서 행한 의식적인 행동이

었다. 어릴 때부터 뒷골목에서 잔뼈가 굵어온 만평은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사실 오늘 다른 방에 물건을 숨겨 둔 것도 오래 전 똘마니 시절 지금 같

은 상황에서 한번 써먹은 수법이기도 했다. 얼마 되지 않아 웨이터가 술을 가지고 왔다.

만평은 오만상을 찡그려 투덜거리며 몸을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듯 연기를 했다.

누가 곰의 끄나풀인지 알 수 없기에 누구에게나 조심해야만 했다. 웨이터가 물러가고 

나서도 만평은 움직이지 않았다. 방안의 불을 환하게 그대로 켜 두고 술을 마시며 주위

의 동태를 감으로 느끼려고 했다. 지금쯤이면 몸이 아파 쩔쩔매며 필사적으로 통증을 

중이려고 술을 들이키는 자신의 행동이 곰들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고, 한또라이 형사는

반신반의하면서 확인을 해 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기를 삼십여분 쯤, 전화 벨

이 요란하게 울렸다. 만평은 거의 죽어 가는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었다.

"여.. 여보세요.." 

"형님. 접니다. 상홉니다." 

"어.. 그래... 상호"

자신 밑에서 변두리 쪽의 한 구역을 맡고 있는 상호였지만 만평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알고 보면 오늘 일이 다 이 망할 자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특히 더 했다.

"형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목소리가.."

'그래 이 자식아. 너 때문에 곰들한테 똥구멍까지 후벼져 그렇다' 

하고 꽥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 아냐.. 괜찮아.. 넌 괜잖냐 ?"

"예.. 전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이상하군요. 형님" 

"너희 애들을 네가 챙겨야지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

만평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은 상호는 

"아닙니다. 저희 애들은 제가 잘 데리고 있습니다. 본가 쪽 식구들이 보이지 않길레 혹

시 형님께 무슨 일이 있나해서요."

"별일 아니야. 원래 오늘 다 낚시간다더구만.. 네 일이나 신경 써. 곰들 움직임이 심상찮

아. 나한테까지 왔었으니까" 

"예.. 소식 들었습니다. 형님이 별일 없으시다니 다행이고요..."

"알았다. 그만 끊자."

"예. 형님"

내려놓는 수화기를 통해 가느다랗게 흘러나오는 상호의 마지막 인사를 들으며 만평은 

새삼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실감났다. 내가 곰들에게 달려 반쯤 죽었다는 것

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상호가 본가의 애들을 찾는 것을 보면 그 놈은 이미 우리 조직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곰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을 것이다. 

길게 침대 위에 드러누우며 오늘 일을 되새겨 보자 대강 어찌된 상황인지 짐작이 갔다. 

상호란 놈이 변두리에서 장사를 하면서 아마도 종호네 애들과 알게 되었을테고 시내 쪽

을 노리던 종호는 배짱없는 상호하나 가지고 놀기엔 더할 나위없이 좋았을 것이다. '아

마 꽤 오래 되었겠지..' 술 사주고 계집 붙여주고 제 하고 싶은 것 다해주니 허구헌날 판

매량 가지고 들볶는 본가가 눈에 찰리도 없었을테고, 자연히 그 쪽으로 넘어가게 되었

을 것이다. 

"망할 놈" 절로 입에서 욕이 나왔다.

그러다 이번 물건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받고는 종호란 놈에게 지르고, 종호는 곰에게 

흘렸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그 많은 비밀스런 아지트까지 그렇게 끈질기게 

곰들이 들어 붙진 못했을 것이고 그 소스는 모두 상호 입에서 흘러 나왔을 것이다. 이 

장사 시작하면서부터 꼬붕으로 달고 다니다 독립시켜 준 것이 채 일년도 되지 않는 상

호는 자신의 거의 대부분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기야 곰들도 자신의 정체를 몰라 내버려두는 것은 아닐 테고 다만 만평이 물건 구입

과 각 구역 물건 배분만큼은 철저히 혼자서 비밀스럽게 해 왔기에, 상호 아니라 그 누구

를 잡아 족쳐도 그것을 알아 낼 수 없자 그냥 두고 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

었다. '언젠가 내가 실수해 꼬리를 잡히는 날이 내 제삿날이 되겠군' 씁쓸한 미소가 베

어 나왔다.

이제까지는 혼자 잘 해 나왔지만 점점 거래가 커지고 물량이 많아지면서 만평도 언제까

지 혼자 처리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하고 있던 차에 이번일이 터진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아이 하나를 구해 맡겨 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 바닥 생리를 누구보다 더 속속들이 잘 알

고 있는 그로서는 그냥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말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그 일이 바로

자신의 조직을 지탱하는 유일한 그의 파워라는 것을, 그리고 그 파워를 잃는 순간이 그

의 이 바닥 생활의 종지부를 찍는 시점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처지가 겉으로는 조직원들을 거느려 화려하게 보일지 몰라도 항상 외줄 위를

걷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다시 한 시간여를 그렇게 누워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일어나 

방안의 불을 침실 등만 남겨 두고 모두 내렸다. 이제 슬슬 움직일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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